CINELAB2025-03-07 22:04:25
엉망진창 하이틴도 하이틴이니까!
<빌어먹을 세상 따위>부터 <최종병기 앨리스>까지

엉망이어도 괜찮아 🤯
그게 하이틴이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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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하지 못한 첫사랑과 다시 헤어지기 위해 떠난 여행
여행길에 나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행을 떠난 남자 지미(허광한)다. 혼자 집에 돌아온 지미. 가족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지미는 가족들에게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라고 말한다. 이제 어엿 중년이 된 지미. 쓸쓸한 눈빛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다. 우두커니 서서 길을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놓고 온 것이 있는 듯하다. 생각에 잠기는 지미. 지난 기억들이 서서히 생각난다. 애써 떠오르는 옛 생각을 뒤로하고 그냥 걷는다. 어느새 도착한 지하철. 지하철에 타려니 예전 생각이 난다. 그 애도 그냥 여행 삼아 여기저기를 떠돈다고 했었지. 10대 때 만났던 아미(키요하라 카야). 지미와 아미는 18년 전 대만의 노래방에 처음 만나 운명 같은 만남을 시작한다.
우연처럼 만나
이 영화에서 우연은 두 인물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우선 첫째. 아미의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우연이다. 아미는 여행 중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왜? 여행하며 살고 싶으니까. 이유가 간단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대만이라는 나라를 고른 것도, 지미를 만나게 된 것도 전부 다 우연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가 아미 입장에서 대만이란 나라를 굳이 처음으로 고를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대만으로 건너가도 세계일주라는 목적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목적에 관한 부분을 영화가 어떻게 묘사하는지가 중요하다. 세계일주라는 목적이 중요하지 않다. 그 세계일주 동안 우연히 '어떤 것'을 통해 '무엇을'느끼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느끼는 것들을 아미가 '특정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밑줄 쳐져 있다. 이 매개체('특정 방식')의 속성을 생각해 보면 영화가 기획의도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이 매개체는 받아들이고 느낀 것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연이라는 특정한 상황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연출로 보여준 촘촘함이 돋보였다.
다른 캐릭터 지미가 받아들이는 우연 역시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지미가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어느 관점에서 보면 좀 이상하다. 소위 말하는 개연성의 측면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지미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역시 지미의 우연은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동한다. 왜? 그것은 글쓴이가 바로 윗문단에 쓴 내용 때문이다. 지미의 우연은 지미의 어떤 것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그 어떤 것은 아미의 '무엇'과 관련이 있다. 단지 이 영화가 아미의 우연을 돌아보는 지미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지미의 최종 목적지가 아미와 관련한 무언가라는 것이 핵심이라서가 아니다. 지미가 그 여행을 통해서 하나하나 얻었던 것들이 아미가 대만에 있으면서 느낀 감정들과, 또 여주인공이 표현하는 무언가와 등치 되는 지점이 있다. 18년의 시간이 엇갈렸지만 남, 녀가 여행을 떠나 공통적으로 느낀 것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이게 로맨스 영화의 낭만적인 성격을 강화하는 역할도 하지만 이야기의 주제 측면에서도 좋은 선택이었다.
지우고 싶지 않은 흔적
이 영화가 기존에 오마주한 작품이 있다는 건 양날의 검처럼 느껴진다. 우선 변주하고 있는 것. 영화의 내실이다. 이 영화가 인물들에게 남은 사랑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해 전면에 내세우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굉장히 중요하다. 과거의 첫사랑과 현재의 지미와의 관계는 시차가 18년이나 나고, 그 사이에 어떤 인생은 바뀌고도 남는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사랑의 힘을 생각해 보면 이 결과는 당연하다. 다들 첫사랑을 만나고 나서 인생이 바뀐 기억이 하나쯤은 있잖아? 영화는 지미의 여행으로 둘의 사랑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사랑이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갔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사랑이 가진 보편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속성을 영화의 특이점을 잡은 영리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건 초반만 봐도 후반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진다. 어떤 점에서는 변주를 더 뒀어도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편지 중요하고. 시차 중요하고. 후반부 중요하고. 이런 것들이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 예상이 되는 플롯이다(심지어 본작에 제목이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예술가가 어떤 영화를 오마주해서 무엇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소재까지 겹치게 보여줄 필요 있을까? 이는 후반부 아미가 보여주는 장면과도 이어지는 단점이다. 이 장면들은 원작과의 관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이 오마주 원작과 공통점을 만들어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인물이 가진 내면을 이렇게까지 보여주지 않고, 그냥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이 영화만의 인장이 더 선명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물이 어떤 사정이었는지는 오리무중 하더라도, 더 지미의 입장을 부각함으로써 이야기의 날카로움을 깎는 것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단점은 또 다른 영화와의 오마주다. 어떤 영화의 오마주? 한국 기준으로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다. 이 영화와 본 작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어느 게 모체인지 너무 딱 알 것 같았다. 뭐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도, 홍상수 감독도, 이창동 감독도 이 영화와 비슷한 입장에 놓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감독의 색채가 너무 최근이라서 겹쳐 보인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는 후반부에 힘을 줬다. 당연하다. 아니면 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쾌감 내지는 감동이 커야 할 텐데 그냥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가 생각나서 김이 샌다. 왜? 작년 개봉작인 영화와 공통점을 찾으면 쉽다.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인생의 목적을 잃은 남자다. 애써 쌓아 온 직업인으로서의 커리어가 위기에 처했고, 첫사랑에 실패했다는 아픔이 인물을 관통하고 있다. 반대측면에서 여자 주인공은 사연이 후반부에 드러난다. 그 사연을 뒤로하고 여주인공이 사랑을 만난다는 설정이 있다. 물론 작년 개봉작과 지금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할 때 번작이 더 좋은 영화다. 인물의 당위성이라는 측면에서 전작보다 성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성실함에 기대어 줄거리를 거의 똑같이 가져가는 이 영화가 게으르다고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전작과의 차이점? 90년대에 개봉했던 레전드 멜로. 90년대 그 멜로와의 차이점? 작년에 개봉했던 멜로 영화. 감독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특정 장르의 클리셰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거 어디 허씨요
허광한 배우는 다양한 얼굴을 담았다는 점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글쓴이는 허광한 배우가 대만의 송중기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사람이 미소년 타입이라서? 물론 비주얼적으로도 공통점이 있다. 송중기 배우가 최근에 나온 <화란>은 특유의 소년스러움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85년생의 중년이지만 소년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허광한 배우 역시 마찬가지로 소년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이 영화에서의 허광한 배우는 10대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대표적으로 과거의 지미가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엄마 왜 저 안 깨웠어요?”라고 말한다. 이 장면부터 시작해 아미를 만나기 전의 모든 상황은 10대의 모습 그 자체였다. 외모만 10대인 것이 아니라 행동도 10대다. 이걸 10대와 30대간의 거리감을 멀리 떨어트려서 묘사했기 때문에 생생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10대의 행동거지를 생생하게 포착한 허광한 배우의 노력도 대단했다.
허광한 배우는 시간을 18년을 빨리 감기해 청년이 된 지미의 모습도 능숙하게 묘사한다. 지미가 지하철에 있는 모든 장면은 정말 굉장하다. 촬영부터 이 인물이 고립됐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촬영에 인물이 호응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생동감이 넘치는 10대의 지미와는 다르게 30대의 지미는 사람을 대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듯하다. 허광한 배우는 지미의 닳고 닳은 내면을 포착해서 이 감정을 중심으로 인물을 표현한다. 10대의 지미를 생동감으로 보여준 것과 대조적으로 인물의 특성을 간결하지만 깊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별하기 싫다면
가끔 그런 이야기들을 만난다. 이건 진부하다. 하지만 분명 내 마음 속에 다가오는게 있다. 이 영화는 분명 그런 영화다. 익숙한 작법에 편승한 영화. 그리고 그 작법을 영화 안에서 대놓고 티 내는 영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지미가 떠난 여행은 각자 이별하지 못했던 사랑과 몇 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충분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그대로, 우리 일상의 많은 분들은 이 세상과 빛을 내는 것 같다. 그 빛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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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향성 없이 시대상을 잘 드러낸 영화 《에놀라 홈즈》
넷플릭스에서 셜록 홈즈 전편을 보고 나서 그 이후 셜록 홈즈는 실존 인물처럼 다가와버렸다. 나의 머릿 속에는 셜록-베네딕트 컴버비치가 각인되어 있었던 터라 다른 셜록 시리즈들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에놀라 홈즈는 셜록 드라마 시리즈에서 마지막에 조금 등장을 했던 터라 그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보기 시작했다. 물론 캐릭터 설정은 많이 다르긴 했다. 드라마 셜록에서는 여동생이 감옥에 수감될 정도로 똑똑한 아이였지만 영화 에놀라 홈즈는 철부지 같으면서도 소녀미 가득한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드라마의 세계관과는 이어지지 않아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영화 《에놀라 홈즈》 시놉시스영화 《에놀라 홈즈》는 에놀라가 사라진 엄마를 찾으러 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식 끊긴 두 오빠들에게 에놀라는 맡겨지고, 보수적인 마이크로프트는 에놀라를 현모양처로 키우려 한다. 하지만 홈즈 가문 답게 에놀라는 두 오빠를 따돌리며 런던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시작부터 도망자 신세인 귀족 청년과 엮이고 만다. 그 와중에 오빠 셜록까지 따돌려야 하는 에놀라. 미스터리가 가득한 이 모험. 과연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큰 줄기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영화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정면을 보면서 에놀라가 말을 거는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아주 격하게 놀랐다. 영화의 형식의 중간중간 에놀라가 관객에게 현재 상황을 리포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연극에서 대표적인 방법으로 활용되던 서사극 형식을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주인공이 연극 속에 있다가 갑자기 관객에게 이야기를 설명해주면서 관객들이 몰입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효과를 주는 방법이다. 영화 《에놀라 홈즈》에서는 이 효과가 제대로 먹혔다. 갑자기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여러분~?하고 에놀라가 관객을 불러댄다. 에놀라의 감정선에 몰입하기 보다는 그 상황과 흐름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였다.
그리고 내용이 여성 참정권에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여성 화자인 에놀라의 감정선에 너무 몰입하다보면 영화 자체가 억압의 구조로만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서사극 형식이 여성 화자가 여성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관객들이 자신의 입장에 맞춰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끔 만든 장치이지 않았나 싶다.
본격 자아 찾기 프로젝트
에놀라는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다. 당당하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자란 에놀라지만 엄마는 에놀라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이었기에 엄마에 대한 의존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사라진 엄마에 대한 좌절감에 허우적 거리기보다 에놀라는 스스로 엄마를 찾아나선다. 그런 에놀라에게 런던에서 조우한 엄마의 친구는 충고의 말을 건넨다. “다른 사람 찾는라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네 자아를 찾아.”
이 이후 에놀라는 엄마를 찾는 것에도 몰두하지만 점차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가를 깨닫는다. 도망자 신세의 귀족 청년을 다시 찾아내고 그를 도와 여성 참정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에놀라는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내 인생의 나의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여성 탐정의 길을 떠난다.
후속작이 나올까?
그래서 든 의문은 후속작이 나올 것인가?였다. 에놀라 홈즈는 원작 소설이 6권이라고 한다. 에놀라 홈즈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셜록처럼 그 추리의 세계를 깊게 담아낸 것도 그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여성들의 삶을 면밀하게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즉, 이미 그 시대상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맞제. 그 땐 그랬었지.’하는 감상을 할 수 있는 영화였다. 그 소재를 되게 러프하게 다루면서도 재밌게 풀어냈고, 여성의 입장에서만 편향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작품이었다.에피타이저 같은 작품이랄까?
그래서 과연 에놀라 홈즈가 이제 에놀라의 인생과 그 시대상을 면밀하게 보여주는 후속작으로 찾아올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감과 함께 궁금증이 들었다.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찌보면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영화 《에놀라 홈즈》. 후속작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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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제8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NYFCC) 작품상 수상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를 포함,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24회 수상 및 143회 노미네이트를 했고 봉준호 감독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답고 시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내며 강력 추천했던 영화 〈퍼스트 카우〉 리뷰입니다. 국내에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정적인 스타일로 자연과 인물을 관찰하며 페미니즘적인 주제의식과 노동자 계급 등 비주류 사회를 주목해 온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켈리 라이카트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이죠. 그녀의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제26회 BIFF에 초청되어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좋은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했는데, 기존 19세기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흥미롭게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리고 싶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퍼스트 카우〉 줄거리 정보
쿠키에게는 우유를, 인간에겐 우정을
“새에겐 새집이, 거미에겐 거미집이, 인간에겐 우정이(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라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고, 커다란 증기선 한 척이 허드슨강을 지나가며 시작됩니다. 그 옆으로 강아지와 함께 강변을 산책 중이던 한 소녀, 진흙으로 뒤덮인 땅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두 개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시간은 그들이 살았던 1820년대로 전환됩니다.
모피 사냥꾼들의 식량 배급을 담당하며 어느 마을을 향해가던 요리사 쿠키는 여느 날과 똑같이 주변 식재료를 수집하던 중 벌거벗은 채 추위에 벌벌 떠는 중국인 킹 루를 만나 일행 몰래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후 마을에 도착하고 우연치 않게 다시 마주한 두 사람, 지낼 집이 없는 쿠키에게 루는 자신의 허름하고 좁은 집에서 지낼 것을 권하고 그렇게 함께 지내게 되죠. 그리고 곧이어 그의 베이킹 실력을 확인한 루는 마을의 권력자 팩터 대령이 소유한 유일한 젖소로 부터 우유를 몰래 짜 빵을 만들어 팔자는 계획을 제안하는데...
예고편│ Trailer
영제 : First Cow│감독 : 켈리 라이카트│원작 : 조나단 레이먼드의 2004년 단편 소설 〈The Half Life〉│각본 : 조나단 레이몬드, 켈리 라이카트│출연진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토비 존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2분│개봉일 : 2021년 11월 4일│국가 : 미국│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8.5, 왓챠피디아 예상 3.8, 로톤 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63%, IMDB 7.1, 메타 스코어 89점│수상 내역 : 85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작품상)│시청 가능 서비스 : 11월 4일 극장 개봉
감독의 세계관
마초적인 남성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며 혈투를 벌이는 야만적인 19세기 서부극을 흔히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같은 시대가 배경이지만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로 여성들의 비주류 사회를 비추던 감독이 이번에는 확실한 남성 중심의 시대를 선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고정된 사고를 깨부수는 변주를 보여주고 있죠. 백인이지만 언제나 사회로부터 떨어져 있던 유대인, 그저 생존이라는 위대한 도전을 이어온 중국인, 이렇게 힘의 논리로 지배되던 사회의 약자에 속한 그들을 통해 기존의 사고를 무너뜨립니다. 그렇게 옛날 서부극의 공식을 뒤엎는 평범한 일상 속 두 인물 사이의 대화만큼이나 견고해가는 우정과 연대에 대한 서사를 잔잔한 강물처럼 보여줍니다.
# 〈퍼스트 카우〉는 이러합니다.
예술 영화의 잔잔함
백인 주류의 서부 세계에서 두 사람은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의심하기보다는 우정이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으로 더욱 가까워집니다. 벌거벗은 채 쫓기는 자신을 감싸준 친절에 혼자 지내기도 좁은 집으로 불러 함께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존재는 미약할지언정 결코 불안하거나 외롭거나 흔들리지는 않죠. 그렇기에 폭력이 난무하며 자본주의로 치닫는 사회에서 그들의 관계는 어쩌면 목숨이 오가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강렬함이 느껴지는 연기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도, 드라마틱한 액션도 없고, 기존과 다른 1.37:1 화면비의 35㎜ 필름으로 프레임은 작고, 카메라는 고정돼 있으니 동적인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어쩌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오래 바라보아야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이 작품 역시 두 인물의 인종을 넘어선 우정에 집중하다면 “우리들의 집은 우정이 있는 곳이다"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잔잔한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리며,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한 줄 평 :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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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의 정서로 계급 격차를 깨는 승리호 이야기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자연환경일 것이다.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산, 강, 바다와 같은 자연환경은 우리가 굳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그것이 자본주의 논리와 만나면 그것을 모두가 누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과거에 마시는 물이 판매된 것처럼, 공기를 판다거나 산, 강, 바다에 가는 것도 비용을 내고 가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자연환경과 가까운 집이나 땅은 그 가격이 그만큼 비싸져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그렇게 환경적인 것조차 구입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것은 더욱 계급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일 것이다. 부가 많은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좋은 환경을 얻지 못한다. 결국 그것은 개개인의 건강문제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계급별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는 현시점에도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국가들은 많은 백신을 사들여 공급하지만 그런 여유가 없는 국가들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적인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그저 방치될 뿐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자신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환경으로 인한 빈부격차를 바탕에 깔고 보여주는 국산 SF <승리호>
영화 <승리호>는 그런 환경으로부터 유발된 빈부격차를 바탕에 깔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영화 속 지구는 환경적으로 먼지에 쌓인 곳이 되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두꺼운 호흡기기를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지구에 살아가고 여건이 되는 일부는 좋은 환경을 갖춘 우주의 이주 기지에서 살고 있다. 그 이주 기지는 UTS라는 기업이 개발한 것으로 이 기업은 궁극적으로 화성에 좋은 자연환경이 있는 이주 기지를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주 기지는 이주민과 비 이주민의 계급을 명확히 가르게 되고 그 중간 어딘가에 어디에도 끼지 못한 층들을 등장시킨다.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우주 청소부라는 중간 계급이 영화 속에 나온다. 말이 중간 계급이지 이들은 지구인도 아니고 이주민도 아닌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태호(송중기), 장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가 같이 생활하고 일하는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선이다. 그들은 승리호를 이용해 지구 주변의 우주 쓰레기를 팔아 생활을 이어나간다. 로봇인 업동이를 제외한 세 사람은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모두 과거에 어느 정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던 인물들이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자신의 위치에서 청소부로 추락하면서 지구와 이주 도시 사이에 머무르며 자신들의 다음 계획으로 나아갈 기회를 찾는다. 그들은 지구로 돌아가기보다 이주 도시 근처에 남아 그곳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자금을 모으며 생활한다. 어찌 보면 그들 자신은 스스로 선택했다고 하겠지만 그들은 지구에서도, 이주 도시에서도 살 공간이 없어진 인물 들인 셈이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태호다. 태호는 전직 UTS 기동대의 장교였고 아마도 등장인물 중 가장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었던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UTS 기동대 자리를 잃고 자신이 키우던 딸아이와 노숙인처럼 생활한다. 갑자기 사회에서의 위치가 추락하면 꽤 긴 시간 동안 마음을 다잡기 어렵다. 실제로 태호는 그 방황기를 꽤 오랜 시간 동안 보냈고, 그 사이에 자신의 딸을 잃는다. 그가 우주선에서 우주 쓰레기를 치우며 돈을 모으는 것은 그가 우주에서 잃은 딸의 시체를 찾기 위함이다. 어쩌면 잃은 딸의 시신을 찾으려 노력하는 그 행위 자체가 태호의 삶에서 남은 유일한 목적이자 살게 하는 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태호의 머릿속에서 계급이나 이주민, UTS의 사업은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태호뿐 아니라 장선장이나 타이거 박도 개인적인 목적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편이다. 즉, 앞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들이지만, 꽃님이(박예린)를 만나게 되면서 이슈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의도하지 않게 이들을 사회문제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런 문제들에 관심이 없고, 아마도 계속 그들의 그런 의식은 유지될 것이다. 그들은 의도하지 않게 영웅의 길을 들어오게 되어 평등한 기회가 있는 사회에 기여하게 된 것인데, 특별한 능력을 가진 꽃님이를 보호함으로써 자연을 살리는 길을 인류에게 선사하게 된다. 즉, 계급 구분을 무시한 주인공들이 환경오염 때문에 임의로 나뉘어버린 이주와 비 이주민의 구분을 없앰으로써 어쨌든 그들은 다시 인류가 평등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갈 기회를 준 것이다.
그들에게 영향을 준 꽃님이는 사실 권력에게 자신의 능력을 착취당하던 존재다. 아주 순수한 아이인 그는 그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빠를 위해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한 선한 의도라는 것 때문에 UTS를 도왔을 가능성이 높다. UTS라는 기업이 한 아이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사업적으로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선함은 승리호 선원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에게 아이의 아픔과 외로움을 공감하게 만든다. 결국 그런 공감의 힘이 인류의 희망이 되고, 온 지구에 그 선함을 전달함으로서 다시 생명의 씨앗을 트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전혀 계급적이지 않은 존재들이 착취당하던 피해자에게 동감하고, 그로 인한 반발력이 비평등의 구조를 깬다는데 있다. 어쩌면 인류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온갖 계급과 계층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주민과 비 이주민의 계급을 깨뜨리는 승리호
영화에 등장하는 UTS의 운영자 설리반(리차드 아미티지)은 전형적인 기업 중심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임의로 만든 자연환경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궁극적으로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로 전 인류의 생명줄을 쥐고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그는 지구의 재앙을 이용해 일부러 사회 구조적 계급을 만들어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그 계급 구조에 속하지 않는 승리호의 인물들과 그가 마지막에 대립하게 되는 건 이야기의 흐름상 필연적일 것이다. 결국 <승리호>는 세상을 구분하려는 측과 그 구분을 부수려는 측의 대립이 끝까지 이어진다.
영화 <승리호>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구조 안에 주인공들이 우연히 흘러가게 되는 일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높은 우주에서 이주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영화 <엘리시움>이나 <알리타: 배틀엔젤>이 떠오르기도 한다. 결국 양분화된 계급적 구조 사이에 우주 청소부라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을 넣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익숙하지만 조금은 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 완전히 새롭게 창조한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영화들과 겹치는 설정들로 기시감은 들지만 오락영화로서 우주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어색함이 없다. 또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은 갖추고 있다.
사실 태호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장선장이나 타이거 박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결국 따뜻한 정서를 택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것인지를 영화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다른 인물들 이야기까지 모두 하게 되면 영화가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에 태호에게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해 나가는 것 같다. 영화는 후반부에 이야기의 작은 구멍들을 꽃님이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간단히 대처하고 있다.
또한 영화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설리반은 너무 전형적인 형태의 악당이어서 클라이맥스의 전투에서도 크게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않는다. 그의 의도는 명확하지만 인간미가 없어 그저 로봇처럼 보인다. 강력한 악당으로서 영화 속에서 기능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그에 따라오는 특별한 매력은 없어 아쉽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악당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지 않고 다른 캐릭터들만 기억에 남는다.
조성희 감독은 전작 <늑대소녀> 나 <탐정 홍길동>에서 이미 독특한 설정의 세계관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영화 안에는 늘 순수한 아이들이 등장해 그 특유의 세계 안에서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승리호>에는 우주로 세계관을 확대시켰고, 순수한 아이 역시 인류의 희망으로 등장한다. 그의 영화는 늘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결말을 맺는데, 이번 <승리호>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특히나 영화 속에 담긴 계급격차나 그것에 속하지 않는 승리호 멤버들의 구도는 꽤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고 그 격차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2시간 반의 짧은 러닝타임에는 다 담지 못한 장선장의 이야기나, 타이거 박의 이야기 등을 볼 수 있게 영화나 드라마가 이어진다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화의 여러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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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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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리뷰>* 본 콘텐츠는 Rabbitgumi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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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전우치》, 어렸을 적 기대를 품고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강동원X코믹 이 수식은 언제나 흥행을 했었고, 나 역시 좋아하는 장르라서 다시 찾아본 영화 《전우치》. 하지만 어렸을 적 봤던 그 만족감을 주지 못했고,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영화 《전우치》 시놉시스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 | 전대미문의 영웅, 천방지축 악동 도사가 온다!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와 화담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자신의 개 초랭이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된다.요괴 잡는 도사도 어느덧 전설이 된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이제는 신부, 중, 점쟁이로 제각각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다시 모여 화담을 찾지만, 500년 전 수행을 이유로 잠적한 그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심 끝에 신선들은 박물관 전시품이 된 그림족자를 찾아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 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마지 못해 요괴 사냥에 나선 전우치. 그러나 전우치는 요괴사냥은 뒷전인 채 달라진 세상구경에 바쁘고, 한 술 더 떠 과거 첫눈에 반한 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서인경을 만나 사랑놀음까지 시작한다. 전우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신선들 앞에 때마침 화담이 나타나지만, 화담은 만파식적의 행방을 두고 전우치와 대적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 이 이후로는 영화 《전우치》에 관련된 스포가 존재합니다.
재밌지만 어색한 작품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등 정말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영화 《전우치》에 등장한다. 특히 이 배우들은 내 기억 속에 크게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배우들이었다. 그런데 영화 《전우치》를 보는 내내 배우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아,,, 너무 안쓰럽다,,, 였다.
약간 조카들과 놀아주기 위해 애써서 분장하고 역할놀이를 해주는 느낌이랄까? 명배우들이다보니 정말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고,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었지만 보는 내 자신이 현타가 오는 아주 기가막힌 스토리 라인이었다. 특히 임수정이 요괴에 빙의돼서 스모키 분장을 할 때는 정말 리무버로 닦아주고 싶었다. 왜 그랬을까... 정말. 굳이 왜 그런 장면을 넣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미를 위해 보기 시작했으나 보는 내내 우와,,, 이걸 어떡하지?? 하면서 봤던 것 같다.
쿵딱쿵딱쿵딱,, 전우치 테마송은 좋았다
영화 《전우치》는 그 bgm이 영화를 살리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솔직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라면 굳이 영화를 보기보다는 유튜브에 있는 전우치 옥황상제 장면만 봐도 된다고 추천하고 싶다. 그게 영화의 하이라이트고 그것이 《전우치》의 전부다. 더 이상 영화에서 볼 것이 없다. 전우치의 능력을 그곳에서 다 보여줄뿐더러 음악과 가장 잘 어울리고, 전우치의 천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영화 속 장면들은 너무나도 초딩스러운 세계관이다. 그 장면은 노래와 함께 즐길 수라도 있지만 다른 장면들을 즐길기에 나는 나이를 먹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캐릭터들에게 공감이 가질 않아서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어서 힘들었다.
갑자기 요괴..? 갑자기 표은대덕?
캐릭터의 설정이 너무 단편적이기도 하고 그 세계관이 유아틱해서 보기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 난관에 일조한 한가지가 더 있다. 바로 개연성이 조금씩 모자랐다는 것이다. 그냥 요괴가 있었다. 만파식적을 찾아야한다. 이렇게 단순한 설정을 해놓나보니 왜...? 그걸 그렇게 찾고, 고생해야되는데? 하는 다른 사고 자체를 막아버려서 답답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리고 가장 이해가 안됐던 부분은 갑자기 화담이 요괴가 된 것이었다. 원래 요괴들이 따로 있었고, 그들을 다스리는 신선과 도인들이 있었다는 설정에 갑자기 만파식적에 대한 욕심을 가졌다고 도인이었던 화담이 요괴가 된다... 이렇게 욕망 하나로 바로 요괴로 전락한다는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영화 속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던 임수정이 영화 말미에 화담을 죽이면서 갑자기 요괴를 다스리는 최고의 도인 표은대덕이라고 해서, 이 당황스러운 전개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봤을 때는 그저 재밌게, 역시 저런 코믹연기는 강동원지!하며 봤던 것 같은데, 다시 본 영화 《전우치》는 추천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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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중국 자본은 대리석을 타고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대리석 오디세이(A Marble Travelogue)
Netherlands, Hongkong, France, Greece/2021/99min/션 왕 감독 작품
그리스와 중국. 별다른 접점이 생각나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사실 두 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서로 가까운 관계다. 카메라로 ‘대리석’만 좇아도 둘이 얼마나 가까운지 금세 드러난다. 영화 〈대리석 오디세이〉를 따라가 보자.
나무로 뒤덮인 그리스의 한 초록색 산. 그곳에 거대한 쥐가 파먹은 듯한 패인 자국이 있다. 대리석 채굴의 흔적이다. 그리스는 엄청나게 많은 대리석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중국의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급’ 취향, 즉 대리석 선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수출된 커다란 대리석은 공장식 작업장에서 조각되어 중국의 부호, 테마파크,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팔린다. 대부분 유명한 그리스 조각상을 모방한 것들이지만 ‘짝퉁’이라고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중국의 대리석 조각상 수요는 그리스인 조각 장인을 중국으로 이주하게 할 만큼 엄청나다. 대형 작업장에서 중국인 직원들의 작업을 꼼꼼히 살피며 지시하는 그리스인 조각가가 말한다. “이건 오직 중국에서만 가능한 일이에요(Only China can do)!”
대리석은 무엇 하나 버려지지 않고 알뜰히 활용된다. 대리석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생긴 하얀 가루는 별도로 모아 다른 물질을 첨가한 후 조그만 주형틀로 들어간다. 우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는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되는 조그마한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공장에 있는 주형틀 말이다. 영화에는 프랑스 파리, 미국 하와이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중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그곳으로 수출될 하얗고 조그만 대리석 액세서리를 색칠하며 꿈을 키우는 장면이 나온다. 액세서리 공장에는 어린이 노동자도 많다. 매우 조그만 장식품에 색을 칠하는 세밀한 작업이기에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 나와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노동은 기쁨보다는 소외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으로 파리와 하와이에 갈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 관광지의 모습을 담은 악세사리 채색 노동을 하는 아이들은 아마 자신들이 색칠하는 풍경으로만 파리와 하와이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공장 한편에 있는 채색하는 기계가 머지않아 아이들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그리스는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국 중 하나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된 그리스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점차 강화하는 중이다. 그리스 길가 곳곳에서는 중국어를 손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투자를 부추기는 말이다. 그리스와 중국은 자본을 매개로 매우 긴밀하게 엮여 있다. 영화에는 ‘문화 사절단’을 자처하며 다양한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그리스인 쌍둥이 자매의 모습도 나오는데,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 역시 그리스인의 생존이 중국 자본에 달려 있음을 보인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Marble Travelogue’다. 직역하자면 ‘대리석 여행-로그’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오디세이’가 들어간 한국어 제목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행기(《오디세이》)가 중국 자본을 매개한 대리석의 여정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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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는 티키타카! 류승룡이 다시 돌아왔다!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개봉했습니다.
배우인 조은지 감독의 상업장편 영화 데뷔작이죠.
주요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이고, 특히 류승룡 배우의 코믹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물론 진중한 연기도 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롭고 따뜻하게 볼 수 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한 영화이니 주변 관계들을 생각하며 보시면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전체 영상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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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시리즈의 압도적 피날레! 6월 1일 대한민국 전 세계 최초 개봉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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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해 극비 작전에 뛰어든 남자 특수부대 중사 출신 ‘제임스 하퍼’는 전역을 명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조직에 합류한다.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미션은,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 그러나, 미션 수행 도중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충격과 위기를 겪게 되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모든 것을 건, 새로운 미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