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11-07 17:50:19
무너져 버린 사랑 뒤의 또 다른 사랑.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리뷰
흔적도 없이, 실체도 없이 사라진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평생 '우리'라는 글자에 그 사랑은 더욱 큰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잃은 상실도 잠시 그 후에 맞이하는 사실이 그동안 믿어왔던 사랑과 헌신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한다.
정착하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알면 알수록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메리의 표정과 사랑이 잔뜩 담긴 음성 메시지가 대비된다. 차오르는 감정과는 다르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평온한 얼굴에서 절망이 더 짙게 나타나며 영화의 중심을 잡아간다. 남편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메리는 남편이 사랑했던 여자를 찾아가게 된다.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고 쥬느와 마주치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그의 집에서 일하게 된 메리는 쥬느의 주변을 관찰하고 어질러진 집 곳곳에서 자신이 알던 남편의 흔적을 찾는다. 끊임없이 파고드는 순간을 반복하며 왠지 모를 긴장감을 자아낸다. 메리에겐 그런 긴장감이 통하지 않는지 거울에 자신을 비추고 또 자신의 몸을 어루만진다. 그 외에 쥬느의 침대에 누워 이들이 나누었던 추억을 바라본 후에도 그의 사랑을 놓지 않으며 마음이 내려앉을 때마다 메시지를 곱씹는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끼는 것일까. 같은 사람을 사랑했지만, 누군가는 외면했고 누군가는 직면한 진실로 인해 그들의 엉킨 마음이 풀린다. 갈라진 벽은 점점 더 틈새를 벌어지게 하고 흩뿌려진 먼지는 시야를 가린다. 자각하지 못한 것들 것 한 번에 덮쳐오며 만료된 메시지와 급속도로 올라오는 감정들이 흘러가는 상황의 범위 위에 있는 선택을 결정한다. 온통 금이 가고 균열이 간 벼랑이 아닌 견고한 벼랑 위에서 사랑 후에 남겨진 그 감정이 나눠지지 않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 되어 돌아온다.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새로운 시작 끝에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새로움을 맞이한다. 그는 하지 못했던 견고함을 해내는 순간이 이 영화의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영화는 사랑을 ‘하는 중’의 이야기가 아닌 ‘한 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게 상실 이후에 배신이라는 사실까지 맞이한 여자와 사랑이라는 불확실성에 자신을 던지며 속여온 여자가 손을 맞잡으며 또 다른 감정의 시작을 알린다. 사랑의 반쪽이라고 할 수 있는 아메드라는 존재가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두 여자의 감정들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지만 평이한 이야기 구성으로 갈 수 있는 소재를 감정 중심의 이야기 진행으로 몰입을 높인다. 감정이 아쉽지만, 감정이 좋은 그런 영화라 오래토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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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이런 영화가 있다고?! 지구의 미래를 예언한? 그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보이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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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과 달 리뷰 - 상실의 고통을 가진 두 여자의 러블리한 치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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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 열애 중이었던 곳으로
나 홀로 뚝 떨어지게 된다면?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이사 온 민희는
성격 좋은 동네 이웃 목하와 그의 음악하는 아들 태경을 만나 친분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상실의 아픔을 분노 게이지로 다스리게 되는 민희,
평온했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오만년 전 ‘구 남친’의 기억을 강제 소환당한 목하.
두 여자의 예측 불가, 밀고 밀리는 관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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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TV+ <테헤란> 공식 예고편
"이란에 잠입한 이스라엘 정보 요원, 임무가 꼬이며 탈출할 방법도 사라진다. Apple TV+에서 '테헤란' - Tehran을 감상하세요. https://apple.co/_Tehran" "드라마 '파우다' 작가 모세 존더의 신작 첩보 스릴러. 테헤란에 잠입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과 주변 인물들은 큰 위험에 빠지는데... 모세 존더, 다나 에덴, 마오르 콘이 제작하고 다니엘 시르킨이 연출했으며, 옴리 쉔하가 존더와 함께 각본을 썼다. 책임 프로듀서로 모세 존더, 다나 에덴, 슐라 스피겔, 아론 아란야, 줄리엥 르루, 피터 에머슨, 엘다드 코블렌즈가 참여했다. Donna and Shula Productions가 Paper Plane Productions와 함께 제작하고, Cineflix Rights 및 Cosmote TV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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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티저 예고편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자신의 꿈은 찾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된다.“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두 사람은 편지를 이어나간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무채색이던
두 사람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제안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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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둘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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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 14만 명이 찾은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 네이버 영화
혜성 충돌을 소재로 하면서 동일본 대지진을 간접적으로 다뤘던 <너의 이름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다룬 <날씨의 아이>에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불리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지난 8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 수 14만 3천여 명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는 2017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의 오프닝 스코어인 13만 8028명을 뛰어넘은 기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입니다. 이번 영화는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시코쿠, 고베, 도쿄 등 실제로 재난이 덮쳤던 일본 내 여러 지역들을 조명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의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한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데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8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전작 <너의 이름은>의 대히트 이후 영화 제작에 있어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며,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본 전체의 트라우마인 재해를 영화로 그려 재난을 잊었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억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문'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며 '문'이 사람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문을 여닫으며 집을 나서고 들어오는데, 재해라는 것은 그러한 일상을 단절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작품 역시 감독의 전작들에서 함께한 래드윔프스(RADWIMPS)가 OST에 참여했고,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서 활약한 작곡가 진노우치 카즈마 또한 함께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조각가 권진규의 생애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된다
생전의 권진규의 모습, ⓒ 디자인프레스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조각가 권진규의 다큐멘터리 영화 <권진규 이야기>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권진규는 1922년 함흥에서 태어나 1973년 51세의 이른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작가인데요, 일본 유학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시미즈 다카시에게 정통 근대 조각을 배우고 스승을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받았으나 당시 현대추상조각이 대세였던 한국에서는 불상의 조형미를 탐구하고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가 드물어 경제적인 고난 속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명필름과 권진규기념사업회가 제작을 맡았으며, 민환기 감독이 연출해 2024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권진규의 작품을 140여 점 소장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영화 제작을 위해 관내 촬영에 협력하고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을 약속했으며,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심도 깊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초청받은 이정재 연출작 ‘헌트’
<헌트> 촬영장에서의 이정재, ⓒ 네이버 영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BIFF)의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BIFF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장르영화제로 손꼽히는데요, 앞서 <헌트>는 제55회 시체스 영화제의 경쟁 부문 '오르비타' 섹션에 초청되어 현지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헌트>는 이외에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을 비롯해 토론토 국제영화제, 판타스틱페스트, 판타지필름페스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 바 있으며,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오는 4월 11일 개최될 예정입니다.
방송사·배급사·OTT 협의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형사고소
누누티비 홈페이지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운영을 막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자들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MBC, KBS, CJ ENM, JTBC 등 방송사는 물론 영화제작사 및 배급사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와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SLL, 웨이브, 티빙 등이 모여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조직인 ACE까지 합세해 영상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누티비'에 대해 형사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누누티비'는 국내 수사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OTT 콘텐츠와 드라마, 영화 등을 불법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의 광고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사이트인데요, 여러 차례의 접속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소를 우회하며 활발히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총 동영상 조회수가 약 15억 3800회에 달하는 등 국내 OTT들보다도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으며, 수익 창출을 위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받고 있습니다.
영화로 재탄생하는 추억의 만화 ‘닌자거북이’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 예고편 스틸컷, ⓒ Variety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여러 편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졌던 만화 '닌자 거북이'의 최신 애니메이션 영화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이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닌자 거북이 시리즈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공개된 예고편과 컨셉아트를 통해 마블 애니메이션으로 크게 히트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같이 실제 코믹북과 비슷한 질감의 컬러풀하고 독특한 연출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배우 겸 코미디언이자 각본가, 영화감독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 중인 세스 로건이 제작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을 연출했던 제프 로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폴 러드, 성룡, 마야 루돌프 등의 스타들이 출연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 바 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오랜 팬이기도 했다는 세스 로건은 원제에도 있는 'teenage'에 초점을 맞춰 주인공 캐릭터인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라파엘, 미켈란젤로 배역에 모두 10대 연기자들을 섭외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십 대 이미지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올해 8월 4일 북미 전역에서 동시 상영 예정이며, 국내 개봉 일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HBO 드라마 ‘The Idol’ 폭로전으로 뭇매 맞은 ‘더 위켄드’
<더 아이돌> 예고편 스틸컷, ⓒ HBO
블랙핑크 제니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으며 HBO 인기 드라마 <유포리아>로 이름을 알린 샘 레빈슨 감독의 HBO 신작 드라마 <The Idol>에 대한 폭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The Idol>의 제작에 참여한 13인과의 인터뷰가 롤링 스톤지 단독 보도를 통해 공개되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처음 감독을 맡았던 에이미 세이메츠가 하차하고 샘 레빈슨이 합류하며 드라마의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원래 이 드라마가 '포식적인 연예 업계의 희생양이 되어 자신의 소속사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여성 스타'의 이야기로 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 여성 착취를 고발하는 차원의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샘 레빈슨과 더 위켄드가 드라마를 공동 제작, 집필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위켄드는 드라마가 너무 여성의 관점에 치우쳐져 있다고 느꼈고, 릴리 로즈 뎁이 맡은 주인공 캐릭터의 비중이 너무 크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의 비중을 대폭 확대시켰다고 합니다. 한 제작진은 결과적으로 새 각본이 '강간 판타지'와 다름없었고 '그녀가 겪은 폭력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음악을 위해 남자에게 돌아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폭로전을 통해 HBO와 샘 레빈슨, 더 위켄드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는데요, 이에 위켄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롤링 스톤지를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업로드하며 비아냥대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HBO 측은 해당 폭로에 대해 '드라마 제작진들은 안전하고 협조적이며, 상호 존중적인 제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며, 릴리 로즈 뎁은 감독이 샘 레빈슨이 그녀가 함께 일했던 최고의 감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은 인터넷상에서 여러 분쟁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애프터 양’ 코고나다 감독, 스타워즈 드라마 ‘애콜라이트’ 합류
<애콜라이트> 티저 이미지, ⓒ IMDB
배우 이정재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은 스타위즈 시리즈의 실사 드라마 <애콜라이트>에 영화 <애프터 양>을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드라마는 스타워즈 세계관 속 '고 공화국 시대'의 말기를 배경으로 했으며 은하계의 어두운 비밀과 다크사이드의 대두를 그려내는 미스터리 서바이벌 호러 장르로 디즈니 플러스에서 단독 공개 예정에 있습니다. 앞서 이정재를 비롯해 매니 자신토, 조디 터너 스미스, 다프네 킨, 캐리 앤 모스 등의 배우 라인업으로 많은 팬들을 기쁘게 했었는데요, 레슬리 헤드랜드를 주요 감독으로 한 데 이어 <데어데블>,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위쳐> 등의 알렉스 가르시아 로페즈 감독과 영화 <애프터 양>, 드라마 <파친코>로 전 세계의 극찬을 받았던 코고나다 감독의 합류까지 전해져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현재 드라마는 촬영을 시작한 지 5개월 차에 접어들어 올해 5월까지 영국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2024년 상반기 중으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OCN, 티빙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로!
<파벨만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케이블 채널 OCN이 오는 13일 오전 9시부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내 독점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CJ ENM이 TV조선에게 빼앗겼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계권을 4년 만에 되찾은 결과인데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스앤젤리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개최되며 미국의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OCN은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방송인 김태훈, 안현모에게 해설과 진행을 맡겨 풍성한 영화 정보와 현장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며, 모바일 시청자의 경우 티빙 내 OCN 채널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CJ ENM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일찌감치 많은 화제를 불어 모으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이자 34번째 장편영화 <파벨만스>의 수입, 배급을 맡아 오는 3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럼 남은 한 주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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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남성과 나이든 여성 엠마 톰슨의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60대의 은퇴한 종교 관련 학문을 가르쳐온 낸시는 평생 규칙을 따랐고, 스스로 검열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남편과 사별 후 어느 날 특별한 버킷리스트를 이루려 한다.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었기에, ‘리오 그랜드’라는 젊은 남성의 퍼스널 서비스를 경험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대부분은 호텔 방 안에서 나이든 여성과 젊은 남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스펙터클한 비주얼이라던지, 서스펜스의 긴장감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들의 상황, 대화만으로도 묵직한 힘이 있는 영화다. 영화로 확인해야만 하는 내용을 제외하고, 그 밖에서 영화가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싶다.
섹스 포지티브(Sex Positive)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탐구하고 당당하게 이야기 나누는 삶의 태도를 뜻하는 용어
이 영화에서 가장 주된 키워드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궁금하고 해보고싶지만 누군가의 시선 그리고 스스로의 검열 속에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민망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대해, 당신을 평가하는 것, 당신을 감시하는 것 모두를 내려 놓으라 말하며 관계 대신 춤과 샴페인을 권하는 리오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성적 탐구와 호기심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꺼내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의 문법은 영상 언어로서 어떻게 작용할까?
1896년부터 2020년까지 175편 이상의 영화 클립을 분석한 니나 멘케스(Nina Menkes)는 2020년 2월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섹스와 권력: 억압의 시각적 언어(Sex and Power: The Visual Language of Oppression)’라는 주제로 할리우드의 영화 기법이 여성 혐오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는지에 대해 강연한다. 니나 멘케스의 강연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줄곧 사용되어 여성을 대상화하는 카메라 기술은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해당 영화와 관련된 부분만 간략하게 적용하겠다)
1. 시점샷(POV)-남성 주체와 여성 대상
2. 프레이밍-신체의 일부를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것
3. 카메라의 무빙-몸을 훑는 듯한 틸트, 패닝 그리고 슬로우 모션
4. 조명-3D로 비춰지는 남성과 2D 또는 판타지 조명으로 비춰지는 여성
5. 내러티브 포지션-서사의 흐름 밖 존재
사진 출처: <Brainwashed: Sex-Camera-Power> trailer
1번의 ‘시점샷' 같은 경우는 위 사진과 같이 시선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한다. 영화들은 줄곧 ‘관객-카메라-남성(행위자: Subject)-여성(대상: Object)’의 주체-대상의 시선을 고수해왔다. 또한 젊은 여성의 신체를 보여줄 때는 얼굴이 함께 나오지도 않게 가슴, 엉덩이, 다리 등 신체 일부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또한 대로는 패님, 틸트로 대상의 움직임보다는 누군가의 시선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하다. 하지만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경우, 누군가의 몸을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지 않는다. 또한 은은하고 희미한 조명이 아닌 명확하고 또렷하게 낸시와 리오를 동일하게 담아낸다. 이런 의미들에서 낸시가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 바라보는 모습을 전신으로 담은 카메라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바라보고, 현란한 조명과 촬영 기술 없이 담아냈기에 ‘영상 언어'로서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내는 큰 역할을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카메라 또한 개인의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또렷하게 바라본 덕분에 영화의 본질과 목적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힘을 가지고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판에서 영상 언어만큼 중요한 것도 배우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회를 수상한 엠마 톰슨은 연기 40년 차에 처음으로 노출 연기를 한다. “할리우드 남성 관계자들은 내가 노출 연기를 하는데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며 “현실 속 대부분의 여배우는 비현실적으로 말랐고, 보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몸을 보는 건 익숙하지 않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미디어에서 진짜 몸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고 인터뷰에서 줄곧 말해온 엠마 톰슨은 이번 영화에 대해 “여성의 몸에 쏟아지는 사회의 기대 및 압박에 항상 맞서 왔다. 62 세의 나이에 옷을 벗고 촬영하는 건 힘들었지만, 자연스러운 내 몸을 보여줬다는 것은 이 영화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기 경력에 상관없이, 나이에 상관없이 쉽지 않았을 결정에는 여성 감독과 여성 제작진으로 구성되어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장면들을 만들어냈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엠마 톰슨은 ”리허설을 하며 우리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 몸과 서로의 몸에 대해 좋아하는 점, 싫어하는 점, 불안한 점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점점 편안해졌다.”라고 말했으며 감독 또한 “이야기의 본질적 특성상 노출 장면을 촬영하는 데 있어 서로 계속해서 소통하고 상의하고 실험하며 발전시켰다.”며 작업 과정에 대해 직접 말한 바 있다. 최근 많이 알려진 벡델 테스트 외에, 더 리프레임 프로젝트(The ReFrame Project)와 영화 전문 사이트인 IMDB Pro와 파트너쉽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작진 중 절반 이상 여성을 고용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리프레임 스탬프'는 이미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그레타 거윅의 <레이디 버드>, 에머랄드 펜넬의 <프라미싱 영 우먼>등의 작품에게 제공된 바 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또한 ‘리프레임 스탬프'를 획득하며 영화 산업계 전반에 걸쳐 카메라 안팎의 여성을 위한 기회를 확대하는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나이든 남자와 젊은 여자를 보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나이든 여자와 젊은 남자가 함께 있는 모습에는 익숙하지 않다. 특별한 부류의 여성이 아니고, 젊고 비현실적인 몸매의 여성이 아니고, 자유롭게 성적 탐구를 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여성에 대해 명확한 내러티브와 그에 맞는 또렷한 카메라의 시선이 함께 이루어졌기에 개인의 섹슈얼리티에 집중하고, 젠더에 대해 탐구해 가는 새로운 영상 언어의 역사를 쓰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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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되면 생기는 또 하나의 마음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미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이야기해왔다. 예를 들어,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버지 물고기 말린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누비며 아들 니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모로서의 사랑과 헌신을 그린다. <라이온 킹>에서는 무파사가 어린 심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심바 역시 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 성장하며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배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이야기는 보편적이며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주제는 새롭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림웍스 스튜디오가 3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영화 <와일드 로봇>은 이 보편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로봇을 배치해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로봇은 감정이 없고, 단지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향한 사랑을 느끼는 마음도, 따뜻함도, 고민도 없는 존재다. 이 로봇이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감정이 생기고 변해가는 과정이 매우 따뜻하게 그려진다. 이 영화는 로봇이라는 존재를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감정] 로봇 로즈의 무감정
로즈(목소리: 루피타 뇽오)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 로봇으로, 처음 등장할 때는 감정이 전혀 없는 기계적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로즈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할 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동물들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주려 하지만, 동물들은 그를 경계하고 거부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끊임없이 거절당하지만, 그에게서는 실망이나 슬픔 같은 감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명령을 따라 행동할 뿐인 로즈의 모습은 기계적으로 느껴지며, 감정이 결여된 그의 행동은 차갑게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로즈는 부모를 잃은 아기 새의 알을 발견하고 그것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그때도 로즈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단지 알을 보호하고 새끼 새를 키우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의 행동에는 사랑이나 애정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며, 로즈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입력된 지시와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행동할 뿐이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부모가 되기 전, 아이에 대한 감정이 없는 상태와도 비슷하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로즈는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로즈의 무감정은 영화 초반부에서 관객들에게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기계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 무감정의 상태는 로즈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관객들은 무감정의 로즈가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를 지켜보게 된다.
[두 번째 감정] 아기 새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
아기 새 브라이트 빌(목소리: 키트 코너)은 로즈에게서 깨어난 뒤, 그를 엄마로 인식하게 된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 새의 입장에서 로즈는 세상의 전부였고, 자연스럽게 그를 따르게 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며 얼굴을 맞대고, 그의 주변을 맴돌며 애정을 표현한다. 이런 아기 새의 행동은 로즈를 당황하게 만들고, 로즈는 왜 브라이트 빌이 자신을 따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로즈에게는 애정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브라이트 빌과 로즈 사이에는 추억이 쌓이기 시작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의지하며 성장하고, 로즈는 그런 브라이트 빌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비로소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에게 따라오는 존재로만 여겼던 브라이트 빌이지만, 이제는 그의 존재가 로즈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어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한 마음은 로즈를 변화시키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로즈에게 새로운 감정을 심어준다.
브라이트 빌과 로즈의 관계는 단순히 로봇과 아기 새의 관계를 넘어선다.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은 로즈에게 감정을 가르쳐주고, 로즈는 그 감정을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배우게 된다. 이는 단순히 로봇과 새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감정] 부모의 사랑
시간이 지나며 로즈는 브라이트 빌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브라이트 빌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점점 더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브라이트 빌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로즈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느끼고, 그가 다칠까 걱정하며 지켜본다. 하지만 브라이트 빌이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로즈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이 순간, 로즈는 자신이 브라이트 빌을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깨닫는다.
영화는 로봇인 로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로즈는 이제 단순히 입력된 명령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브라이트 빌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가 되었다. 로봇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하나의 시스템이 추가된 것처럼 표현하며, 그 감정이 어떻게 로즈의 행동과 사고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로즈에게 생긴 이 새로운 감정은 기억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으며,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결국 이 이야기는 부모의 사랑과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로즈는 로봇으로서 감정이 없는 존재였지만,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사랑을 배우고, 부모로서 성장하게 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성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모든 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와일드 로봇>에서 로즈는 단순히 브라이트 빌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단지 프로그램된 임무로서 브라이트 빌을 돌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로 변해간다. 브라이트 빌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로즈는 자신의 몸을 던져 그를 보호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의 안전을 지킨다. 로봇으로서의 본래 목적을 넘어, 로즈는 이제 브라이트 빌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된 부모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면서까지 브라이트 빌을 보호하려 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편안함과 안정을 포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시간을, 에너지를,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꿈과 욕구까지도 희생하게 된다. 로즈가 보여주는 이러한 희생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결국,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희생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완성하게 된다. 이 영화는 로즈의 희생을 통해 부모가 되면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마음, 즉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랑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특별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영화 <와일드 로봇>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다른 동물들과 함께 아이를 키워낸다. 이는 아이를 키울 때 부모뿐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처럼, 이 영화에서는 숲속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브라이트 빌의 성장과 독립을 위해 힘을 모은다. 그들은 브라이트 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돕는다. 이러한 공동체적 지원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며, 영화는 이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로즈의 변화 과정은 우리가 부모가 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아이를 향한 마음, 조바심, 그리고 그 모든 행동들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감정이 없던 로즈가 브라이트 빌과 함께하면서 점차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꼭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봇과 동물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들 간의 관계를 매우 따뜻하게 그려냈다. 루피타 뇽오와 키트 코너, 페드로 파스칼 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여 캐릭터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30주년 기념작으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관람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성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이 영화는 많은 가족들에게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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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 / The Cursed Lesson, 2019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를 시작으로 매주 신작들이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가 띠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6월 극장가에는 공포 영화들의 개봉이 엿보입니다.
국내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거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와 '코로나19' 이후 첫 북미 1억 달러를 넘긴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그리고 12년 만에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까지 연달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렇기에 이에 OTT 플랫폼들도 발맞춰 공포 영화들을 선보이던 중에 이 영화가 눈에 밟히더군요.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작년 20년 11월에 개봉한 영화로 우리가 알고 있는 2009년에 개봉한 <요가학원>의 후속작입니다.최종 관객수 271,514명으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최근 <펜트하우스>의 "유진", "박한별", 그리고 "최다니엘"과 같은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르는 영화는 아닙니다.
근데, 이번 <죽음의 쿤달리니>는 일반적인 속편은 아니었습니다.
안면이 익숙한 배우들이 나오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아닌 새로운 배우들과 감독들로 추려진 영화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영향이었는지 영화는 최종 관객수 9,128명으로 1만명도 모으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는데요.
여기에 보고 온 관객들의 평가도 좋지 않아 선뜻 손이 안 갔는데 과연,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1. 전작과 인연을 끊은 이유가 이거 때문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자연스레, <요가학원>이라는 전작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시리즈'라는 안정적인 장치와 '전작을 봐야 하나?'라는 걱정을 동시에 안겨주어 만드는 입장과 보는 입장의 괴리감을 형성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 <죽음의 쿤달리니>는 전작이 주었던 '미(美)에 대한 집착'이라는 큰 틀의 콘셉트를 "요가학원"에서 풀어나갈 콘셉트를 유지하고, 전작과의 연결성을 끊어 놓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은 굳이 일부러 전작을 찾아볼 수고로움은 덜어놓는 것인데, 그러면 안 됐습니다.메시지보다 장면들이 더 노골적인데요.
깜빡하고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의 이야기를 설명하지 못했는데요.
영화는 점점 경쟁에 밀리는 모델 '효정'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추천으로 "요가학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점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판에 박힌 이야기만큼 영화는 앞서 언급한 '미(美)'에 대한 메시지가 먼저, 눈에 보입니다.
극 중 '나이가 너무 많다'라는 대사든지 '성형외과에서의 시술'까지 뻔하다면 뻔한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에 관객들도 시큰둥해질 것을 우려했는지 영화는 '요가하는 모습'이 아니라 '노출'을 합니다.
해당 영화의 연령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라서 잔인한 공포쯤을 예상했는데, 이런 이유가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2. 야해서 무섭지가 않아요.
그렇게 선보인 '야한 장면(?)'은 꽤 수위가 높습니다.
일반적인 "베드신"이 아니라 '행위 예술(?)'로 보일 정도로 서로의 몸을 휘감는데, 장면을 떠나 배우들이 고생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근데, 문제는 '이 장면이 왜 나오느냐?'입니다.
본 이야기의 전개에도 맞지 않아 덜어내도 개연성에 큰 문제가 없으니 "꼭 넣었어야만 했는지?"에 아쉬움이 생기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의 장르가 "성인 영화"가 아니라 "공포 영화"라는 것입니다.예상은 했지만...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의 러닝 타임이 93분으로 '이 영화가 어떤 공포를 선보일지?'라는 대충이나마 예상은 했습니다.
이야기 전개에 부족한 시간이니 "점프 스케어", 깜짝 놀래는 것으로 관객들을 비명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게 딱 맞아떨어졌지만, 비명보다는 탄식을 하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에는 영화가 "효정"의 이야기가 공포로 이어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큽니다.
극 중 "효정"은 밤에 죽은 친구의 귀신을 보거나 뱀소리를 듣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데, 이는 그녀의 학창 시절에도 연관되었음을 영화 후반에서나 알려주는데요.
그렇기에 때아닌 귀신의 등장은 "점프 스케어"나 황당함으로 다가오니 무서움보다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주요 이야기들이 '공포'보다는 앞서 언급한 "베드신"으로 활용되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고요.3. 야한 장면에만 힘줬구나?
여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건 "성민"을 비롯한 형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비록, 기억에 남는 것이 "야한 장면"뿐이지만 영화는 "형사"들을 출연시켜 극 중 수사함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려는 시도 또한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너무나도 얄팍히 한데, 보통 "각색"은 이야기를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매체에 맞게 가공하는 작업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제주도의 "김녕굴"을 소재로 한 것을 보여주나 이에 대해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합니다.뭐 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김녕굴"이 "뱀"에 관련된 설화가 있어 극 중 "뱀"이 나오기는 합니다.
근데, 영화는 그들의 동기 설명보다는 몸으로 보여주어서 "왜, 그랬는지?"라는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물론, "형사"들을 출연시켜 극 중 수사함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려는 시도가 있다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네이버 지식백과" 수준으로 해당 영화를 꼭 봐야 하는 관객들의 동기로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그저, 기억에 남는 건 "베드신"과 요가를 저급하게 바라보는 창작자들의 마인드(?)만이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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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의 얕은 숨소리와 가족의 밥 씹는 소리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얕고 낮게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 뒤이어 들려오는 남녀의 불안하고 높은 언성.
열두 살의 여름을 보내고 있는 하나(김나연 분)가 매일 호흡하는 곳은 위태롭다.
매일같이 높은 언성으로 다퉈대는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며 가쁜 숨을 내쉬는 게 하나의 아침이다.
아이들보다 더 아이들처럼 다투고, 어쩌면 초등학생의 말싸움보다도 더 유치한 어른들의 언쟁.
이 전장 같은 곳에서 얕고 낮게 색색거리는 하나의 가쁜 숨소리에는 그 모든 고민과 상처, 난감이 담겨있다.
영화 <우리집>에서 (하나의) '우리집'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하나의 불안한 숨소리로 모든 걸 설명한다.
늘 품 안 가득 무거운 짐을 양손으로 안고 다니는 하나는, 어린 나이에 세상의 모든 짐을 떠안은 것처럼 보인다.
일찍이 걱정 가득한 얼굴을 가져버린 하나는 우리 가족이 이대로 사이가 완전히 나빠질까 봐 무섭다.
액자에 끼워져 있지 않았더라면 기억조차 희미했을 시절에 찍은 가족사진을 바라보는 하나.
우리 가족의 표정이 온전히 담긴 바다여행 사진이다.
'이날 이후로 우리 가족 다 같이 여행 간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하나, 엄마와 아빠에게 문득 이런 제안을 한다.
"우리 가족여행 가요. 바다로"
일곱 살 유진(주예림 분)이의 유일한 친구는 언니 유미(김시아 분)다.
그래서 언니는 친구요, 엄마이자, 언니 자체다.
엄마와 아빠는 일을 하러 먼 곳에 계신다고 했고, 이 자매를 보호할 수 있는 건 집과 그들 자신뿐이다.
그나마 전화로 잠깐씩 엄마 목소리를 듣는 건 작은 안심이다.
열한 살 유미는 유진이 배고프면 먹을 걸 줘야 하고, 사라지면 찾아야 하고, 울면 달래줘야 한다.
그래도 둘에게 조금 넓은 '우리집'은 왠지 막연하고 유일하게 그들을 영원히 보호해줄 것만 같다.
요 며칠 새 잦아진 주인아줌마의 부름.
우리집인데 자꾸 모르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방 안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우리집인데 우리집이 아닌 이 상황을 유진이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이미 여섯 번인가, 일곱 번 정도 이사를 해왔지만 이사는 늘 싫고 두렵다.
크고 작은 박스를 모으는 걸 좋아하는 유미는 집 안에 박스로 만든 또 하나의 집을 지을까, 생각한다.
"우리집은 진짜 왜 이러지?"
"내가 지킬 거야 우리집, 너네집도"영화 <우리들>로 아이들에 대해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사려 깊은 시선을 보여준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은 '가족'과 '집'에 관한 이야기다.
매일 위태롭게 다투는 엄마 아빠를 보며 불안을 삼키는 유미, 멀리 떨어진 엄마 아빠와 또다시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삼키는 유미와 유진.
세 소녀의 우연 같은 만남 이후, 하나는 가장 언니로서 우리집과 유미유진집(너네집)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을 갖는다.
이 세 소녀의 시선, 그중에서도 하나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만 영화는 흘러간다.
윤가은 감독이 말하길, 이번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바로 카메라의 시선이라고 한다.
카메라의 시선을 아이들의 눈높이와 최대한 맞도록 하고, 그 아이들이 보지 않는 것을 굳이 따로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는 거다.
그 말은,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으로서 체험한 불안과 착잡이 곧 결국 아이들이 온전히 느꼈을 감정이란 말과 같다.
영화 <우리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어른과 가까워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보다,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예민하고 섬세하지 않을까.
그렇담 이 세상에 무뎌져 버린 우리보다, 그들에게 이 세상의 문제들이 눈에 더 잘 보이지 않을까
. 그래서 그만큼 그들이 세상의 문제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집>을 보고는 이 생각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 아이들은 아프고, 나도 아팠고, 세상의 생채기가 무뎌질 때 즈음 나는 아이의 시선과 기억을 잃었다.
집이라는 세계
"그건 어른들이 알아서 할 일이에요"
"실례 좀 할게요"
서울에 상경하고 혼자 살 자취방을 구하러 다니는 일이 잦았다.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에 사는 일은 물론,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을 구하러 다니는 일은 더욱 고통이었다.
계약이 끝나가는 집을 중심으로, 집주인과 함께 타인의 온기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을 둘러보는 건 왠지 모르게 (집주인이 아닌 집주인에게) 매번 죄송스러웠다.
게다가 그 집에 살던 이가 잠시 외출이라도 했을 때라면, 집주인은 고민 없이 마스터키로 집 문을 열고 대수롭지 않게 방에 들어와 구경시켰다.
'집주인이니까 뭐 어때..'라는 생각은 자칫 위험하게 느껴졌다.
또한 이사를 위해 역시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것도 역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이사를 가기 위해 누군가에게 우리집을 보여주는 것은 편치 않았다.
어색하게 정돈된 우리집 구석구석을 여러 명이 와서 버선발로 훑어보는 건 괜스레 이상하고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집은 세계다. 특히 아이들에겐 완전한 세계다.
가령 핵폭탄이 터져도 문 잘 닫고 침대 밑에서 이불 덮고 잘만 숨어 있는다면 안전할 것만 같은, 집은 날 완전히 보호해주는 세계인 것이다.
그런 세계를 침범하는 건 폭력적이다.
아이들에게 완전한 안전과 안정으로 느껴져야 할 집이 더 이상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린다면, 누구나 우리집 문을 활짝 열고 침범해올 수 있다고 느껴져 버린다면, 그것은 폭력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을 그런 집에 방치한 어른들의 무책임함이다.
"여기서 살자. 우리끼리만"
"근데 우리 뭐 먹고살아?"
더 이상 우리집이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 세 소녀는 집을 벗어난다.
그리고 하나하나 조심스레 쌓아 만든 모형 집을 세차게 부순다. 새로운 세계로 날갯짓하기 위하여 기존의 세계를 짓부쉈던 <데미안>의 이야기처럼, 세 소녀는 용기 있는 걸음으로 발을 내딛는다.
물론 과정은 맘처럼 되지 않고 어린 감정도 늘 서툴다.
그러나 무책임이란 역할을 맡아버린 어른들 앞에서, 아이들은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이에요."라 말하지 않는다.
우연히 하룻밤 머물게 된 안락한 공간에서의 세 소녀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따뜻하고, 편하고, 먹을 것도 좀 있는 공간에서 소녀는 농담처럼 뱉는다.
여기서 살자고, 그것도 우리끼리만.
각자의 허공을 응시하며 까르르 웃는 소녀들에게 이 순간은 가장 편안해 보인다.
불안해 보이지도, 두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어른들의 세계와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벗어나, 오직 세 소녀만 있는 작고 우연한 공간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전한 곳처럼 보인다.
여기서 가장 어린 7살 소녀 유진이 대답한다.
"근데 우리 뭐 먹고살아?" 그들은 다시 까르르 웃는다.
그들도 안다. 여기서 우리끼리만 살자는 말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완벽한 농담인지를.
내일이면 떠나온 세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 어린 소녀들은 각자의 맘 속으로 이미 알고 있다.
티 없는 해맑음이 유독 아프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가족'이라는 관계
"우리 밥 먹자. 든든하게 먹고 진짜 여행 준비하자"
우린 식구(食口)의 사전적 의미를 알고 있다.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영화 속 하나가 왜 이렇게 그토록 같이 밥을 먹고 싶어 할까 의문이 들었다면, 나는 '가족'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오직 이 어린 소녀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밥 같이 먹자"는 말은 가족의 문제를 누구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 하나가, 조금이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생각해낸 간절한 구호였다.
'가족여행'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누구보다 바쁜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부탁이 철없는 어리광처럼 들릴 줄도 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철없는 어린 딸도 감수하는 하나의 모습은 영화 속 그 누구보다 성숙해 보인다.
물론 하나는 고작 5학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어린 아이다.
아빠의 핸드폰을 비롯해 엄마의 여권 등 자신에게 골칫거리들만 모아놓은 상자처럼,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당연히 서툴고 무력하다.
그 무거운 상자를 언제나 양 손으로 짐처럼 품은 하나는 명백히 여린 소녀다.
그런 소녀가 자꾸 가족들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 것 또한, 이 가족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거란 걸 우리 모두는 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불안한 눈에서 느낄 수 있다.
가족이 한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게 어쩌면 하나에게 '가족여행'보다도 간절한 소원일 수도 있었겠다는 것.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잠시 이 식탁에서 만큼은 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같은 것.
하나는 말한다. "든든하게 먹고 '진짜 여행'을 준비하자"고.
여기서 '진짜 여행'이란 말의 의미를 마치 온 가족이 각자 마음으로 알아챈 듯, 영화는 가족이 식탁에 앉아 말없이 밥을 먹는 소리만 남긴 채 떠난다.
영화는 하나의 얕은 숨소리로 시작해 네 가족이 말 한마디 없이 밥을 씹는 소리로 끝맺는다.
여기에 하나의 '진짜 여행'이란 말이 한 소녀의 깊은 체념을 담은 말처럼 느껴져 더 아팠다.
스크린에 담긴 순간은 끊겼지만, 그들은 어디선가 지금도 얕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을 것 같았다.
그 어느 것도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위태로운 공간에서 걱정스런 눈빛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크레딧이 올라가고는, 내가 이 여린 세 소녀들에게 그 무엇도 해주지 못하고 그 위태로운 세계에 남겨두고 와버린 듯한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약간의 생각 이후 든 생각은 죄책감보단 자책감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항상 '우리집'이었을 테고, 그들은 원래 거기에 있었다. 항상 그곳에 남겨져 있었다.
나의 무뎌진 시선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 걱정스럽고 위태롭게.
그렇기에 죄책감보단 그들을 보지 못한, 그들의 시선으로 보지 못한 나에 대한 자책감이 괴로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책임을 떠맡게 돼 방치하는 어른들과, 뭐라도 행동하는 아이들이 이제 동시에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길 바랄 뿐, 마찬가지로 무책임을 떠맡은 어른에 가깝다.
누군가는 가족이란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라 말했다. 가족 하면 '화목'이 강제 덕목처럼 세뇌되었듯, 가족이란 모름지기 달큰한 사랑의 향이 풍겨야만 하는 것처럼 요구된다.
그러나 어린 소녀들의 시선으로만 봐도 이 시선은 무척 단편적이다.
현대사회에서 관계로 인해 생긴 다양한 숙제 중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특수한 형태가 바로 가족이다.
너무 사랑하면서 동시에 너무 미워하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을 실타래.
그렇기에 이 영화는 완전히 '가족영화'다.
영원히 풀기 어려울지도 모를, 그러나 영원히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가족의 실타래.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우리는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낸 시야로 세상을 봤을 뿐
이것이 바로 이 세상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진은영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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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주소 : wlstkda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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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묘한 심리전 이 후, 진정한 목표에 도달하다.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눈빛에서 오는 사소한 오해에 놓인 관계는 섣부른 판단과 엇갈린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행동이 아닌 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린 수많은 관계를 경험하면서도 쉬이 지나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어떤 마음을 잘 풀어놓은 영화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ㄴ이 누구인지 추리 해보면서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대 저택에서 사용인으로 일하고 있는 하윤은 새로 들어온 지영과 사장님 사이의 묘한 기류를 감지한다. 그것도 잠시 사장님의 사냥 제안에 모두가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다수의 목표가 되어버린 ㄴ을 잡기 위한 사냥이 아무도 모르게 시작되고 있었다. 어떤 단어가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ㄴ‘이라는 단어 선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다수의 목표인 ’ㄴ’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한다. ㄴ은 누구일까.한 사람을 사랑할 때 그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떤 행동이 아니라 말이다. 대화가 이루어지고 눈빛과 행동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미숙함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괴롭히는 행동을 통해서 전달하곤 했다. 그것은 폭력의 일부임에도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이렇게 당연한 것들은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것에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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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이런 영화가 있다고?! 지구의 미래를 예언한? 그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보이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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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과 달 리뷰 - 상실의 고통을 가진 두 여자의 러블리한 치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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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 열애 중이었던 곳으로
나 홀로 뚝 떨어지게 된다면?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이사 온 민희는
성격 좋은 동네 이웃 목하와 그의 음악하는 아들 태경을 만나 친분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상실의 아픔을 분노 게이지로 다스리게 되는 민희,
평온했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오만년 전 ‘구 남친’의 기억을 강제 소환당한 목하.
두 여자의 예측 불가, 밀고 밀리는 관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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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TV+ <테헤란> 공식 예고편
"이란에 잠입한 이스라엘 정보 요원, 임무가 꼬이며 탈출할 방법도 사라진다. Apple TV+에서 '테헤란' - Tehran을 감상하세요. https://apple.co/_Tehran" "드라마 '파우다' 작가 모세 존더의 신작 첩보 스릴러. 테헤란에 잠입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과 주변 인물들은 큰 위험에 빠지는데... 모세 존더, 다나 에덴, 마오르 콘이 제작하고 다니엘 시르킨이 연출했으며, 옴리 쉔하가 존더와 함께 각본을 썼다. 책임 프로듀서로 모세 존더, 다나 에덴, 슐라 스피겔, 아론 아란야, 줄리엥 르루, 피터 에머슨, 엘다드 코블렌즈가 참여했다. Donna and Shula Productions가 Paper Plane Productions와 함께 제작하고, Cineflix Rights 및 Cosmote TV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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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티저 예고편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자신의 꿈은 찾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된다.“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두 사람은 편지를 이어나간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무채색이던
두 사람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제안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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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둘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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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 14만 명이 찾은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 네이버 영화
혜성 충돌을 소재로 하면서 동일본 대지진을 간접적으로 다뤘던 <너의 이름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다룬 <날씨의 아이>에 이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불리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지난 8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 수 14만 3천여 명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는 2017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의 오프닝 스코어인 13만 8028명을 뛰어넘은 기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입니다. 이번 영화는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시코쿠, 고베, 도쿄 등 실제로 재난이 덮쳤던 일본 내 여러 지역들을 조명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의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한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데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8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전작 <너의 이름은>의 대히트 이후 영화 제작에 있어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며,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본 전체의 트라우마인 재해를 영화로 그려 재난을 잊었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억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문'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며 '문'이 사람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문을 여닫으며 집을 나서고 들어오는데, 재해라는 것은 그러한 일상을 단절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작품 역시 감독의 전작들에서 함께한 래드윔프스(RADWIMPS)가 OST에 참여했고,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서 활약한 작곡가 진노우치 카즈마 또한 함께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조각가 권진규의 생애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된다
생전의 권진규의 모습, ⓒ 디자인프레스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조각가 권진규의 다큐멘터리 영화 <권진규 이야기>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권진규는 1922년 함흥에서 태어나 1973년 51세의 이른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작가인데요, 일본 유학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시미즈 다카시에게 정통 근대 조각을 배우고 스승을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받았으나 당시 현대추상조각이 대세였던 한국에서는 불상의 조형미를 탐구하고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가 드물어 경제적인 고난 속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명필름과 권진규기념사업회가 제작을 맡았으며, 민환기 감독이 연출해 2024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권진규의 작품을 140여 점 소장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영화 제작을 위해 관내 촬영에 협력하고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을 약속했으며,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심도 깊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초청받은 이정재 연출작 ‘헌트’
<헌트> 촬영장에서의 이정재, ⓒ 네이버 영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BIFF)의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BIFF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장르영화제로 손꼽히는데요, 앞서 <헌트>는 제55회 시체스 영화제의 경쟁 부문 '오르비타' 섹션에 초청되어 현지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헌트>는 이외에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을 비롯해 토론토 국제영화제, 판타스틱페스트, 판타지필름페스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 바 있으며,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오는 4월 11일 개최될 예정입니다.
방송사·배급사·OTT 협의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형사고소
누누티비 홈페이지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운영을 막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자들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MBC, KBS, CJ ENM, JTBC 등 방송사는 물론 영화제작사 및 배급사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와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SLL, 웨이브, 티빙 등이 모여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조직인 ACE까지 합세해 영상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누티비'에 대해 형사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누누티비'는 국내 수사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OTT 콘텐츠와 드라마, 영화 등을 불법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의 광고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사이트인데요, 여러 차례의 접속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소를 우회하며 활발히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총 동영상 조회수가 약 15억 3800회에 달하는 등 국내 OTT들보다도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으며, 수익 창출을 위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받고 있습니다.
영화로 재탄생하는 추억의 만화 ‘닌자거북이’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 예고편 스틸컷, ⓒ Variety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여러 편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졌던 만화 '닌자 거북이'의 최신 애니메이션 영화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이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닌자 거북이 시리즈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공개된 예고편과 컨셉아트를 통해 마블 애니메이션으로 크게 히트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같이 실제 코믹북과 비슷한 질감의 컬러풀하고 독특한 연출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배우 겸 코미디언이자 각본가, 영화감독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 중인 세스 로건이 제작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을 연출했던 제프 로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폴 러드, 성룡, 마야 루돌프 등의 스타들이 출연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 바 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오랜 팬이기도 했다는 세스 로건은 원제에도 있는 'teenage'에 초점을 맞춰 주인공 캐릭터인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라파엘, 미켈란젤로 배역에 모두 10대 연기자들을 섭외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십 대 이미지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올해 8월 4일 북미 전역에서 동시 상영 예정이며, 국내 개봉 일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HBO 드라마 ‘The Idol’ 폭로전으로 뭇매 맞은 ‘더 위켄드’
<더 아이돌> 예고편 스틸컷, ⓒ HBO
블랙핑크 제니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으며 HBO 인기 드라마 <유포리아>로 이름을 알린 샘 레빈슨 감독의 HBO 신작 드라마 <The Idol>에 대한 폭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The Idol>의 제작에 참여한 13인과의 인터뷰가 롤링 스톤지 단독 보도를 통해 공개되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처음 감독을 맡았던 에이미 세이메츠가 하차하고 샘 레빈슨이 합류하며 드라마의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원래 이 드라마가 '포식적인 연예 업계의 희생양이 되어 자신의 소속사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여성 스타'의 이야기로 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 여성 착취를 고발하는 차원의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샘 레빈슨과 더 위켄드가 드라마를 공동 제작, 집필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위켄드는 드라마가 너무 여성의 관점에 치우쳐져 있다고 느꼈고, 릴리 로즈 뎁이 맡은 주인공 캐릭터의 비중이 너무 크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의 비중을 대폭 확대시켰다고 합니다. 한 제작진은 결과적으로 새 각본이 '강간 판타지'와 다름없었고 '그녀가 겪은 폭력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음악을 위해 남자에게 돌아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폭로전을 통해 HBO와 샘 레빈슨, 더 위켄드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는데요, 이에 위켄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롤링 스톤지를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업로드하며 비아냥대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HBO 측은 해당 폭로에 대해 '드라마 제작진들은 안전하고 협조적이며, 상호 존중적인 제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며, 릴리 로즈 뎁은 감독이 샘 레빈슨이 그녀가 함께 일했던 최고의 감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은 인터넷상에서 여러 분쟁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애프터 양’ 코고나다 감독, 스타워즈 드라마 ‘애콜라이트’ 합류
<애콜라이트> 티저 이미지, ⓒ IMDB
배우 이정재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은 스타위즈 시리즈의 실사 드라마 <애콜라이트>에 영화 <애프터 양>을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이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드라마는 스타워즈 세계관 속 '고 공화국 시대'의 말기를 배경으로 했으며 은하계의 어두운 비밀과 다크사이드의 대두를 그려내는 미스터리 서바이벌 호러 장르로 디즈니 플러스에서 단독 공개 예정에 있습니다. 앞서 이정재를 비롯해 매니 자신토, 조디 터너 스미스, 다프네 킨, 캐리 앤 모스 등의 배우 라인업으로 많은 팬들을 기쁘게 했었는데요, 레슬리 헤드랜드를 주요 감독으로 한 데 이어 <데어데블>,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위쳐> 등의 알렉스 가르시아 로페즈 감독과 영화 <애프터 양>, 드라마 <파친코>로 전 세계의 극찬을 받았던 코고나다 감독의 합류까지 전해져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현재 드라마는 촬영을 시작한 지 5개월 차에 접어들어 올해 5월까지 영국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2024년 상반기 중으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OCN, 티빙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로!
<파벨만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케이블 채널 OCN이 오는 13일 오전 9시부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내 독점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CJ ENM이 TV조선에게 빼앗겼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계권을 4년 만에 되찾은 결과인데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스앤젤리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개최되며 미국의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OCN은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방송인 김태훈, 안현모에게 해설과 진행을 맡겨 풍성한 영화 정보와 현장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며, 모바일 시청자의 경우 티빙 내 OCN 채널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CJ ENM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일찌감치 많은 화제를 불어 모으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이자 34번째 장편영화 <파벨만스>의 수입, 배급을 맡아 오는 3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럼 남은 한 주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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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남성과 나이든 여성 엠마 톰슨의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60대의 은퇴한 종교 관련 학문을 가르쳐온 낸시는 평생 규칙을 따랐고, 스스로 검열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남편과 사별 후 어느 날 특별한 버킷리스트를 이루려 한다.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었기에, ‘리오 그랜드’라는 젊은 남성의 퍼스널 서비스를 경험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대부분은 호텔 방 안에서 나이든 여성과 젊은 남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스펙터클한 비주얼이라던지, 서스펜스의 긴장감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들의 상황, 대화만으로도 묵직한 힘이 있는 영화다. 영화로 확인해야만 하는 내용을 제외하고, 그 밖에서 영화가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싶다.
섹스 포지티브(Sex Positive)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탐구하고 당당하게 이야기 나누는 삶의 태도를 뜻하는 용어
이 영화에서 가장 주된 키워드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궁금하고 해보고싶지만 누군가의 시선 그리고 스스로의 검열 속에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민망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대해, 당신을 평가하는 것, 당신을 감시하는 것 모두를 내려 놓으라 말하며 관계 대신 춤과 샴페인을 권하는 리오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성적 탐구와 호기심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꺼내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의 문법은 영상 언어로서 어떻게 작용할까?
1896년부터 2020년까지 175편 이상의 영화 클립을 분석한 니나 멘케스(Nina Menkes)는 2020년 2월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섹스와 권력: 억압의 시각적 언어(Sex and Power: The Visual Language of Oppression)’라는 주제로 할리우드의 영화 기법이 여성 혐오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는지에 대해 강연한다. 니나 멘케스의 강연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줄곧 사용되어 여성을 대상화하는 카메라 기술은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해당 영화와 관련된 부분만 간략하게 적용하겠다)
1. 시점샷(POV)-남성 주체와 여성 대상
2. 프레이밍-신체의 일부를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것
3. 카메라의 무빙-몸을 훑는 듯한 틸트, 패닝 그리고 슬로우 모션
4. 조명-3D로 비춰지는 남성과 2D 또는 판타지 조명으로 비춰지는 여성
5. 내러티브 포지션-서사의 흐름 밖 존재
사진 출처: <Brainwashed: Sex-Camera-Power> trailer
1번의 ‘시점샷' 같은 경우는 위 사진과 같이 시선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한다. 영화들은 줄곧 ‘관객-카메라-남성(행위자: Subject)-여성(대상: Object)’의 주체-대상의 시선을 고수해왔다. 또한 젊은 여성의 신체를 보여줄 때는 얼굴이 함께 나오지도 않게 가슴, 엉덩이, 다리 등 신체 일부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또한 대로는 패님, 틸트로 대상의 움직임보다는 누군가의 시선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하다. 하지만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경우, 누군가의 몸을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지 않는다. 또한 은은하고 희미한 조명이 아닌 명확하고 또렷하게 낸시와 리오를 동일하게 담아낸다. 이런 의미들에서 낸시가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 바라보는 모습을 전신으로 담은 카메라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바라보고, 현란한 조명과 촬영 기술 없이 담아냈기에 ‘영상 언어'로서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내는 큰 역할을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카메라 또한 개인의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또렷하게 바라본 덕분에 영화의 본질과 목적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힘을 가지고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판에서 영상 언어만큼 중요한 것도 배우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회를 수상한 엠마 톰슨은 연기 40년 차에 처음으로 노출 연기를 한다. “할리우드 남성 관계자들은 내가 노출 연기를 하는데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며 “현실 속 대부분의 여배우는 비현실적으로 말랐고, 보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몸을 보는 건 익숙하지 않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미디어에서 진짜 몸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고 인터뷰에서 줄곧 말해온 엠마 톰슨은 이번 영화에 대해 “여성의 몸에 쏟아지는 사회의 기대 및 압박에 항상 맞서 왔다. 62 세의 나이에 옷을 벗고 촬영하는 건 힘들었지만, 자연스러운 내 몸을 보여줬다는 것은 이 영화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기 경력에 상관없이, 나이에 상관없이 쉽지 않았을 결정에는 여성 감독과 여성 제작진으로 구성되어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장면들을 만들어냈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엠마 톰슨은 ”리허설을 하며 우리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 몸과 서로의 몸에 대해 좋아하는 점, 싫어하는 점, 불안한 점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점점 편안해졌다.”라고 말했으며 감독 또한 “이야기의 본질적 특성상 노출 장면을 촬영하는 데 있어 서로 계속해서 소통하고 상의하고 실험하며 발전시켰다.”며 작업 과정에 대해 직접 말한 바 있다. 최근 많이 알려진 벡델 테스트 외에, 더 리프레임 프로젝트(The ReFrame Project)와 영화 전문 사이트인 IMDB Pro와 파트너쉽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작진 중 절반 이상 여성을 고용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리프레임 스탬프'는 이미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그레타 거윅의 <레이디 버드>, 에머랄드 펜넬의 <프라미싱 영 우먼>등의 작품에게 제공된 바 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또한 ‘리프레임 스탬프'를 획득하며 영화 산업계 전반에 걸쳐 카메라 안팎의 여성을 위한 기회를 확대하는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나이든 남자와 젊은 여자를 보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나이든 여자와 젊은 남자가 함께 있는 모습에는 익숙하지 않다. 특별한 부류의 여성이 아니고, 젊고 비현실적인 몸매의 여성이 아니고, 자유롭게 성적 탐구를 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여성에 대해 명확한 내러티브와 그에 맞는 또렷한 카메라의 시선이 함께 이루어졌기에 개인의 섹슈얼리티에 집중하고, 젠더에 대해 탐구해 가는 새로운 영상 언어의 역사를 쓰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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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되면 생기는 또 하나의 마음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미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이야기해왔다. 예를 들어,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버지 물고기 말린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누비며 아들 니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모로서의 사랑과 헌신을 그린다. <라이온 킹>에서는 무파사가 어린 심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심바 역시 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 성장하며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배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이야기는 보편적이며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주제는 새롭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림웍스 스튜디오가 3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영화 <와일드 로봇>은 이 보편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로봇을 배치해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로봇은 감정이 없고, 단지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향한 사랑을 느끼는 마음도, 따뜻함도, 고민도 없는 존재다. 이 로봇이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감정이 생기고 변해가는 과정이 매우 따뜻하게 그려진다. 이 영화는 로봇이라는 존재를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감정] 로봇 로즈의 무감정
로즈(목소리: 루피타 뇽오)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 로봇으로, 처음 등장할 때는 감정이 전혀 없는 기계적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로즈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할 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동물들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주려 하지만, 동물들은 그를 경계하고 거부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끊임없이 거절당하지만, 그에게서는 실망이나 슬픔 같은 감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명령을 따라 행동할 뿐인 로즈의 모습은 기계적으로 느껴지며, 감정이 결여된 그의 행동은 차갑게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로즈는 부모를 잃은 아기 새의 알을 발견하고 그것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그때도 로즈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단지 알을 보호하고 새끼 새를 키우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의 행동에는 사랑이나 애정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며, 로즈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입력된 지시와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행동할 뿐이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부모가 되기 전, 아이에 대한 감정이 없는 상태와도 비슷하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로즈는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로즈의 무감정은 영화 초반부에서 관객들에게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기계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 무감정의 상태는 로즈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관객들은 무감정의 로즈가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를 지켜보게 된다.
[두 번째 감정] 아기 새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
아기 새 브라이트 빌(목소리: 키트 코너)은 로즈에게서 깨어난 뒤, 그를 엄마로 인식하게 된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 새의 입장에서 로즈는 세상의 전부였고, 자연스럽게 그를 따르게 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며 얼굴을 맞대고, 그의 주변을 맴돌며 애정을 표현한다. 이런 아기 새의 행동은 로즈를 당황하게 만들고, 로즈는 왜 브라이트 빌이 자신을 따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로즈에게는 애정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브라이트 빌과 로즈 사이에는 추억이 쌓이기 시작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의지하며 성장하고, 로즈는 그런 브라이트 빌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비로소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에게 따라오는 존재로만 여겼던 브라이트 빌이지만, 이제는 그의 존재가 로즈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어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한 마음은 로즈를 변화시키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로즈에게 새로운 감정을 심어준다.
브라이트 빌과 로즈의 관계는 단순히 로봇과 아기 새의 관계를 넘어선다.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은 로즈에게 감정을 가르쳐주고, 로즈는 그 감정을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배우게 된다. 이는 단순히 로봇과 새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감정] 부모의 사랑
시간이 지나며 로즈는 브라이트 빌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브라이트 빌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점점 더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브라이트 빌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로즈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느끼고, 그가 다칠까 걱정하며 지켜본다. 하지만 브라이트 빌이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로즈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이 순간, 로즈는 자신이 브라이트 빌을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깨닫는다.
영화는 로봇인 로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로즈는 이제 단순히 입력된 명령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브라이트 빌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가 되었다. 로봇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하나의 시스템이 추가된 것처럼 표현하며, 그 감정이 어떻게 로즈의 행동과 사고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로즈에게 생긴 이 새로운 감정은 기억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으며,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결국 이 이야기는 부모의 사랑과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로즈는 로봇으로서 감정이 없는 존재였지만,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사랑을 배우고, 부모로서 성장하게 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성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모든 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와일드 로봇>에서 로즈는 단순히 브라이트 빌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단지 프로그램된 임무로서 브라이트 빌을 돌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로 변해간다. 브라이트 빌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로즈는 자신의 몸을 던져 그를 보호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의 안전을 지킨다. 로봇으로서의 본래 목적을 넘어, 로즈는 이제 브라이트 빌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된 부모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면서까지 브라이트 빌을 보호하려 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편안함과 안정을 포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시간을, 에너지를,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꿈과 욕구까지도 희생하게 된다. 로즈가 보여주는 이러한 희생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결국,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희생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완성하게 된다. 이 영화는 로즈의 희생을 통해 부모가 되면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마음, 즉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랑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특별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영화 <와일드 로봇>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다른 동물들과 함께 아이를 키워낸다. 이는 아이를 키울 때 부모뿐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처럼, 이 영화에서는 숲속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브라이트 빌의 성장과 독립을 위해 힘을 모은다. 그들은 브라이트 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돕는다. 이러한 공동체적 지원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며, 영화는 이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로즈의 변화 과정은 우리가 부모가 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아이를 향한 마음, 조바심, 그리고 그 모든 행동들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감정이 없던 로즈가 브라이트 빌과 함께하면서 점차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꼭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봇과 동물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들 간의 관계를 매우 따뜻하게 그려냈다. 루피타 뇽오와 키트 코너, 페드로 파스칼 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여 캐릭터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30주년 기념작으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관람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성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이 영화는 많은 가족들에게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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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 / The Cursed Lesson, 2019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를 시작으로 매주 신작들이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가 띠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6월 극장가에는 공포 영화들의 개봉이 엿보입니다.
국내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거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와 '코로나19' 이후 첫 북미 1억 달러를 넘긴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그리고 12년 만에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까지 연달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렇기에 이에 OTT 플랫폼들도 발맞춰 공포 영화들을 선보이던 중에 이 영화가 눈에 밟히더군요.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작년 20년 11월에 개봉한 영화로 우리가 알고 있는 2009년에 개봉한 <요가학원>의 후속작입니다.최종 관객수 271,514명으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최근 <펜트하우스>의 "유진", "박한별", 그리고 "최다니엘"과 같은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르는 영화는 아닙니다.
근데, 이번 <죽음의 쿤달리니>는 일반적인 속편은 아니었습니다.
안면이 익숙한 배우들이 나오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아닌 새로운 배우들과 감독들로 추려진 영화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영향이었는지 영화는 최종 관객수 9,128명으로 1만명도 모으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는데요.
여기에 보고 온 관객들의 평가도 좋지 않아 선뜻 손이 안 갔는데 과연,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1. 전작과 인연을 끊은 이유가 이거 때문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자연스레, <요가학원>이라는 전작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시리즈'라는 안정적인 장치와 '전작을 봐야 하나?'라는 걱정을 동시에 안겨주어 만드는 입장과 보는 입장의 괴리감을 형성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 <죽음의 쿤달리니>는 전작이 주었던 '미(美)에 대한 집착'이라는 큰 틀의 콘셉트를 "요가학원"에서 풀어나갈 콘셉트를 유지하고, 전작과의 연결성을 끊어 놓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은 굳이 일부러 전작을 찾아볼 수고로움은 덜어놓는 것인데, 그러면 안 됐습니다.메시지보다 장면들이 더 노골적인데요.
깜빡하고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의 이야기를 설명하지 못했는데요.
영화는 점점 경쟁에 밀리는 모델 '효정'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추천으로 "요가학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점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판에 박힌 이야기만큼 영화는 앞서 언급한 '미(美)'에 대한 메시지가 먼저, 눈에 보입니다.
극 중 '나이가 너무 많다'라는 대사든지 '성형외과에서의 시술'까지 뻔하다면 뻔한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에 관객들도 시큰둥해질 것을 우려했는지 영화는 '요가하는 모습'이 아니라 '노출'을 합니다.
해당 영화의 연령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라서 잔인한 공포쯤을 예상했는데, 이런 이유가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2. 야해서 무섭지가 않아요.
그렇게 선보인 '야한 장면(?)'은 꽤 수위가 높습니다.
일반적인 "베드신"이 아니라 '행위 예술(?)'로 보일 정도로 서로의 몸을 휘감는데, 장면을 떠나 배우들이 고생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근데, 문제는 '이 장면이 왜 나오느냐?'입니다.
본 이야기의 전개에도 맞지 않아 덜어내도 개연성에 큰 문제가 없으니 "꼭 넣었어야만 했는지?"에 아쉬움이 생기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의 장르가 "성인 영화"가 아니라 "공포 영화"라는 것입니다.예상은 했지만...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의 러닝 타임이 93분으로 '이 영화가 어떤 공포를 선보일지?'라는 대충이나마 예상은 했습니다.
이야기 전개에 부족한 시간이니 "점프 스케어", 깜짝 놀래는 것으로 관객들을 비명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게 딱 맞아떨어졌지만, 비명보다는 탄식을 하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에는 영화가 "효정"의 이야기가 공포로 이어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큽니다.
극 중 "효정"은 밤에 죽은 친구의 귀신을 보거나 뱀소리를 듣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데, 이는 그녀의 학창 시절에도 연관되었음을 영화 후반에서나 알려주는데요.
그렇기에 때아닌 귀신의 등장은 "점프 스케어"나 황당함으로 다가오니 무서움보다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주요 이야기들이 '공포'보다는 앞서 언급한 "베드신"으로 활용되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고요.3. 야한 장면에만 힘줬구나?
여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건 "성민"을 비롯한 형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비록, 기억에 남는 것이 "야한 장면"뿐이지만 영화는 "형사"들을 출연시켜 극 중 수사함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려는 시도 또한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너무나도 얄팍히 한데, 보통 "각색"은 이야기를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매체에 맞게 가공하는 작업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제주도의 "김녕굴"을 소재로 한 것을 보여주나 이에 대해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합니다.뭐 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김녕굴"이 "뱀"에 관련된 설화가 있어 극 중 "뱀"이 나오기는 합니다.
근데, 영화는 그들의 동기 설명보다는 몸으로 보여주어서 "왜, 그랬는지?"라는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물론, "형사"들을 출연시켜 극 중 수사함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려는 시도가 있다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네이버 지식백과" 수준으로 해당 영화를 꼭 봐야 하는 관객들의 동기로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그저, 기억에 남는 건 "베드신"과 요가를 저급하게 바라보는 창작자들의 마인드(?)만이 전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