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1-11 12:49:29
빼빼로데이에 보기 좋은 영화 추천해주세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초콜릿> <홀리 데이트>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빼빼로데이에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찰리와 초콜릿 공장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 윌리 웡카는 초콜릿 속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자신의 공장과 제작과정의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을 한다.
cine pick!
1천 3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1억 5천만 불의 제작비로 완성하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홀리데이트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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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이라 서러운 게 아니다. 또 혼자냐는 잔소리가 지겨울 뿐. 우연히 만난 동병상련 남녀, 명절용 파트너로 계약 체결! 사귀는 척만 하기로 했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
cine pick!
매 공휴일마다 싱글이냐는 가족들의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사귀는 척을 하기로 하며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초콜릿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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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신비한 여인 비엔이 초콜릿 가게를 차린다. 비엔의 초콜릿으로 상처를 치유한 마을 사람들은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변하지만, 마을 시장은 그런 변화를 아니꼬워한다.
cine pick!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잔잔하면서도 그 안에 강한 울림을 주며, 의상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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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의 마음을 몰래 편지로만 남겨두었던 라라진. 어느 날 그들에게 썼던 비밀
러브레터가 발송 되면서 아슬아슬한 연애 소동이 시작된다.
cine pick!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영화를 를 공개했던 그해(2018)에 가장 많은
다시보기를 기록한 영화 2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양과자점 코안도르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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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인기 양과자점 ‘파티쉐리 코안도르’를 무대로 한 조각의 케이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꿈과 인생이 담긴 달콤 쌉싸름한 감동 드라마
cine pick!
영화는 올해 제26회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파리로 가는 길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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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자 남편 마이클과 함께 칸에 온 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건너뛰고 파리로 가기로 한다. 마이클의 사업 파트너 자크가 앤의 여정에 동행하고, 파리
까지의 낭만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cine pick!
코폴라 감독의 영화 감독 데뷔작이자 감독의 실제 경험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프랑스
를 직접 여행하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미와 감미로운 음악으로 여행의 낭만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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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민보다 매력적인 캐릭터 토베 얀손
무민의 정확한 이름은 무민 트롤로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트롤을 원형으로 삼고 있다. 처음 보면 하마로 종종 착각하는 무민 캐릭터를 만든 작가가 바로 토베 얀손이다. 이 영화는 토베 얀손의 전기영화로 그가 무민 캐릭터를 탄생시킨 과정도 보여준다. 회화 작가로 성공하고 싶었던 욕망의 좌절 속에서 토베는 나를 닮은 무민 캐릭터로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쳐낸다.
<토베를 비추는 무민>
영화 <토베 얀손> 포스터
토베 얀손이 멋진 모험을 하는 와중에 그리는 그림은 곧 그 자신이 된다. 포스터를 보면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토베를 보여주는 프레임이 무민 캐릭터의 형상을 하고 있고, 자유롭게 춤추는 토베의 그림자가 무민으로 보인다. 무민은 집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줄무늬 앞치마를 입은 무민의 엄마는 무민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며, 검은색 모자를 쓴 무민의 아빠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잘 생각해낸다. 무민 가족의 안정된 사랑 속에서 무민은 모험을 떠나는 용기를 키웠고, 사람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는 겁이 많아 소심해질 때도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회화와 만화 그 사이>
담배 피우는 여인과 무민 캐릭터
청춘의 질풍노도 시기에 전쟁과 여성이라는 제약을 업고 그는 정통 회화와 캐릭터 중심의 만화 작업 사이에서 지독한 혼란을 겪는다. 회화 작가로 성공해 조각가인 아버지와 우표 일러스트레이터인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삼은 신문 만화 연재가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하다. 회화는 유부남이자 국회의원인 아토스와의 사랑과 닮았다. 그는 부인과 이혼하고 토베에게 청혼을 하여 안정된 결혼 생활을 만들어주려고 하지만, 토베는 그 시간을 겪으며 자신이 얼마나 비비카를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만화는 연극 연출가인 비비카와의 사랑으로 표현되었다. 토베 자신 또는 토베의 어머니보다 토베의 영혼을 먼저 읽어주는 비비카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비카는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더 자유롭게 살자고 말했지만, 토베는 그럴 수 없었다. 토베는 무민을 만들고 사랑했지만, 남동생에게 넘겨 작업을 이어나가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나간다.
토베는 툴리키라는 다른 여성을 만나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하였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두 가지 모두가 어지럽게 섞여 있는 것이 토베와 가장 가까웠다. 실제로 토베는 회화와 만화를 비롯하여 소설, 연극, 시, 노래, 무대미술, 벽화,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이어나갔다.
<불안과 흔들리는 카메라>
아토스와 비비카 그리고 토베
무언가 정해지지 않은 시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불안하고 정착하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다. 성공 서사가 이어지기 전까지 일종의 흑역사를 담은 전기영화 <토베 얀손>의 카메라는 영화 속에서 자주 흔들린다. 거치하지 않고 몸에 둘러맨 채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앵글은 토베의 정체성이다. 그리고 영화 색감을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 <캐롤, 2015>이 떠오르는데, 16mm 필름 촬영 방식을 채택한 동일한 카메라로 인공조명 대신 주변 사물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활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토베의 생전 영상은 청춘 그 자체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고전 명곡들이 머릿속을 맴돌 것이다. 익숙한 곡이지만, 막상 들으려고 하면 검색어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 생길 독자들을 위하여 곡명을 몇 가지 적어두고자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토베처럼 춤을 춰보자.
- 카를로스 가르델 'Por Una Cabeza'(1935)
- 에디프 피아프 'C'est Merveilleux'(1946)
- 베니 굿 맨 'Sing Sing Sing'(1936)
- 글렌 밀러 'In the Mood'(1939)
- 맘보 누아르 트리오 'City'(2019)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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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왈로우 (Swallow, 2019) -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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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왈로우 (Swallow, 2019)
감독 :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출연 : 헤일리 베넷, 오스틴 스토웰, 데니스 오헤어, 엘리자베스 마벨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2020 CGV CAV 전을 통해 선공개 된 후, 최근 왓챠에 공개된 영화 <스왈로우>. 여름에 그렇게 봐야지 봐야지~ 했지만 상황과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보지 못하고 넘겼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왓챠에 공개되었다.
<스왈로우>의 장르는 스릴러로 분리되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공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릴러와는 조금 다르다.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장면이 나오거나,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간혹 몸에 난 상처와 혈흔을 보여주긴 하지만 눈을 찡그릴 만큼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밖으로 터져 나오는 피가 아닌, 억지로 삼키며 토해낸 몇 방울의 피로 만들어진다.
널찍하고 예쁜 집,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새로 잉태한 생명. 넉넉한 집안과 충분한 능력을 가진 남편 리처드를 만난 주인공 헌터는 이제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꿈을 좇을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출근한 후 커다란 집에 남겨진 그녀는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드넓게 펼쳐진 숲과 맑은 하늘. 헌터는 그림을 그리다가 이내 북북 지워낸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헌터는 여유로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삽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하지 않고도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일명 ‘사모님’의 삶인 것이다. 헌터도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나는 운이 좋았고,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행복은 천천히 헌터를 옥죄고 있었다. 그녀는 리처드와 결혼한 순간부터 남편의 가족들 덕에 행복해진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들 앞에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습관처럼, 주문처럼 ”행복하다“고 말할 뿐이다. 그 외에 다른 말은 쓸모없는 말이다. 헌터는 서슬 퍼런 눈빛들 앞에서 새빨간 말들을 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그녀를 물들인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역할과 비밀을 숨기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은 헌터를 더욱 강하게 비튼다. 이러한 강박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헌터의 행동을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이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다.
스왈로우 시놉시스
완벽한 남편과 함께 그림 같은 집에 사는 사랑스러운 아내 ‘헌터’. 그러던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먹어서는 안 될 금지된 것을 삼키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되는데…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
회사를 운영하는 시부모님과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리처드. 시부모님이 사준 집엔 넓은 마당과 수영장, 아름다운 풍경, 고급 가구가 그득하다. 누가 봐도 부잣집이다. 헌터는 그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 리처드와 결혼하기 전 욕실용품을 판매하던 그녀는 이제 진짜 꿈인 삽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릴 시간도 얻었고,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리처드가 출근하고 나면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휴대폰 게임을 한다. 그리고 리처드가 오기 전에 저녁을 준비하고 그와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면 된다. 여유로운 일상이다. 하지만 헌터의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헌터를 집으로 부른 시어머니는 헌터에게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라고 말한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헌터는 리처드를 만나면서 자유시간을 얻었고, 든든한 경제적 지원군이 생겼으니 말이다. 헌터는 습관처럼 나는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리처드의 가족을 만나며 행복을 얻었다고 말이다. 근데, 이 행복은 그들과 진정한 가족이 되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헌터는 리처드의 가족이 아니다. 이건 영화를 오래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리처드의 상무이사 취임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 리처드는 헌터를 언급하며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아내라고 칭하고, 시어머니는 임신을 한 헌터에게 기쁨을 얻는 재능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선물한다. 리처드 가족에게 헌터는 헌신적인 아내이자 타인(리처드 가족)에게서 행복을 얻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리처드는 헌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넥타이를 잘못 다리는 사소한 실수에 화를 내고, 정성껏 차린 저녁 식탁 앞에서 헌터가 아닌 휴대폰을 바라본다. 헌터의 임신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에서조차 그녀는 완전히 배제된다. 인사치레처럼 나누는 아기에 대한 몇 마디 대화가 지나가고, 리처드의 부탁으로 시작된 헌터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잘려버린다. 리처드 가족에겐 헌터의 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헌신적이고 남편이 좋아하는 긴 머리를 가져야 하는 아내일 뿐이다.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라"
임신을 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다. 헌터의 시간은 매일 의미 없이 흘러간다. 아내로서의 의미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준 '기쁨을 얻는 재능'을 읽는다. 그 책엔 기쁨을 얻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헌터는 책을 읽고 구슬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삼켰던 그 동그랗고 매끈한 것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 걸 본 순간, 기쁨을 느낀다.
헌터의 이식증 증상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매끈한 구슬을 시작으로 뾰족한 핀, 배터리, 매트리스 충전재, 못, 반지, 여러 금속들. 몸의 작은 곳들에서 피가 비치고 고통이 찾아오지만, 헌터는 작은 물건들을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느끼며 고통을 잊는다.
"내가 괴물이라 미안해"
헌터는 리처드에게 자신이 괴물이라 미안하다고 말한다. 헌터에게 직접적으로 괴물이라 칭한 사람은 없었지만 헌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헌터를 괴물이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터는 강간 피해자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아이다. 어머니는 새로운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했고, 헌터에겐 배다른 동생들이 있다. 상담사 앨리스는 헌터에게 여러 번 어머니와 가족에 대해 묻지만 헌터는 "평범한 가족이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다 홧김에 뱉어버린 어머니와 문제가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헌터는 앨리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리처드도 몰랐던 깊은 상처와 고민들. 괴물 같던 범죄자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자신. 헌터는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그녀의 눈빛엔 생기가 없다.
범죄로 인해 태어난 아이. 세상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헌터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리처드를 만나 드디어 행복한 삶을 살아보나 했는데, 헌터는 여전히 행복할 수 없다. 무신경한 남편과 며느리를 아이의 엄마 정도로만 생각하는 시부모님. 리처드의 아버지는 임신했다는 헌터를 만나자마자 "미래의 CEO가 여기 있다"라고 말할 뿐, 헌터에 대한 축하와 존중의 말은 하지 않는다.
헌터는 여전히 외로운 사람이다. 리처드 가족 사이에 불편하게 끼인 듯 앉아있는 그녀는 온전하고 따듯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헌터는 그저 안정적인 삶 속에서 행복하다고 반복해 말하고 있는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일 뿐이었다. 영화 속에서 헌터에게 위로가 되는 인물은 남편도 그의 부모님도, 헌터의 어머니도 아닌, 헌터와 똑같이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들뿐이다.
리처드가 야밤에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집에 왔던 날. 혈흔을 지우는 헌터를 발견한 건 리처드가 아닌, 그의 직장동료 에런이었다. 에런은 헌터에게 외로우니 포옹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헌터는 에런을 안아주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살짝 묻어본다. 포옹을 끝내고 헌터는 에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어째 부탁한 사람과 부탁을 들어준 사람의 입장이 바뀐 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헌터가 외롭다고 말하는 에런을 안아주는 순간, 외면하고 있던 자신의 외로움을 다시 느끼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헌터에게 위로가 된 또 다른 사람은 간병인 루아이다. 헌터의 이식증을 알게 된 리처드 가족은 아직 몸이 안 좋은 헌터를 위해 고용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간병인을 루아이를 집에 상주시킨다. 루아이는 고용인 리처드를 위해 헌터를 감시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헌터를 보며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는 침대 밑으로 들어간 헌터의 옆에 따라 들어가 "여긴 안전해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어깨를 천천히 토닥인다. 그리고 헌터가 정신병원에 입소하기로 한 날, 헌터의 도망을 돕는다.
이 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헌터에게 진실된 위로와 사랑을 전하지 않는다. 리처드와 가족들은 리처드의 평범한 삶을 위해 헌터의 이식증을 고치려 했고, 리처드의 직장동료는 이식증 사실을 안다며 형식적인 응원과 위로를 전할 뿐이다. 상담을 진행했던 앨리스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며 헌터의 과거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관심 있는 척하지만 상담 시간 끝을 알리는 타이머가 울리자마자 상담을 정리해버린다. 집을 뛰쳐나와 갈 곳이 없어진 헌터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헌터의 어머니는 언제 와도 반갑다며 반겨주는듯하더니, 동생이 아이를 낳아야 해서 방이 없다며 딸의 방문을 거절한다.
"내가 당신을 닮았나요?"
헌터가 갈 곳은 이제 한 곳뿐이다. 남편도, 시부모님도, 어머니도 나를 외면했으니 남은 건 아버지의 집뿐이다. 어머니를 강간했던 남자이자 아버지인 윌리엄 어윈. 헌터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마주한다. 헌터는 묻는다. 내가 당신과 닮았냐고. 어윈은 답한다. 닮지 않은 것 같다고, 당신(헌터)은 내가 아니라고.
"당신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헌터는 이 말을 듣고 싶어 어윈의 집에 찾아온 것이다. 범죄에 의해 태어난 존재. 그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헌터는 자연스레 자신의 출생 비화를 숨겼고, 그렇게 평생 모든 것을 숨기며 살아왔다. 헌터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 범죄자 아버지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원망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에 난 아버지의 사진을 오려 지갑 속에 넣어둔 그녀는 그렇게 깊고 가깝게 자신의 존재를 미워하고 있었다.
"내가 있어서 행복해?"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아내로, 상류층 집안을 만나 자유로워진 며느리로, 어머니에게 사랑받으며 자란 딸로. 헌터는 리처드의 행복을 위해 살았고, 남편의 집안에 의해 행복해진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리처드의 집안은 그런 헌터의 존재를 괄시한다. 그들에게 헌터는 잘하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내 애를 가진 여자였다. 헌터는 항상 불안과 공허함에 떨고 있었다. 반복해서 내가 있어 행복하냐고 묻고,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냐며 묻는다. 리처드는 당연하다는 듯 "넌 잘못하려 해도 못할 거야"라고 답한다.
이식증은 보통 만 1세에서 2세 사이에 나타난다고 한다. 흔히 아동들이 많이 겪는다고 하며 빈곤이나 아동학대, 가족의 혼란과 같은 상처들이 이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헌터는 위와 같은 상처들을 모두 겪은 어른이다. 그녀는 이식증 증세를 처음 겪는다고 말한다. 왜 어릴 적이 아닌 지금 이 증상이 나타난 걸까?
그건 아마도 헌터가 지금껏 자신의 모든 상처를 외면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그걸 인식할 여유조차 없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처드와의 결혼, 시부모님의 압박, 그리고 임신 등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겪으며 지금껏 덮어두었던 상처가 곪기 시작한 건 아니었을까. 유년시절에 생긴 상처는 사라진 것이 아닌, 그 자리에 그대로 덮여있었을 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리처드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가며 헌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저녁식사를 하며 남편에게 말을 꺼내볼까-하면 리처드는 문자 답장을 하기에 바빴고, 리처드의 부모는 망설이며 시작한 헌터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그녀의 말은 항상 쓸모없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헌터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말들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 넣는다. 그리고 쓸모없는 잡동사니들로 취급받는 것들도 함께 삼킨다. 고통을 주고, 혈흔을 남긴다 해도 그녀는 행복하기 위해 그것들을 다시 삼킨다.
음식이 아닌 차갑고 날카로운 속성을 가진 물건들이 헌터의 혀에 닿을 때, 헌터는 그 느낌이, 그것을 넘길 때 차오르는 자신감이 좋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리처드 집안에 들어온 여자가 아닌 나도 삼켰던 것을 다시 내뱉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생동감.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헌터는 리처드의 집에서 도망치기 전까지, 온전한 나의 모습을 담은 거울을 본 적이 없다. 거울을 보는 리처드의 옆에 서있거나, 리처드와 동료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비치는 유리창을 바라보거나, 리처드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된 나를 보거나.
영화의 마지막, 화장실에서 약을 먹고 하혈을 한 헌터는 가방을 다시 메고 거울을 바라본다. 전보다 길어진 머리를 편하게 묶고, 여성스러운 원피스가 아닌 편안한 맨투맨과 청바지를 입고, 진한 눈 화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눈매를 가진 헌터의 모습. 온전한 나로서의 모습이 담긴 거울. 이제 그녀는 할 줄 아는 것 없는 누군가의 아내, 아이를 가진 엄마가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된다. 이제 여유로운 부잣집 사모님의 모습은 없지만 헌터는 한결 편안해 보인다.
헌터가 화장실에서 나가고, 수많은 여성들이 화장실에 들어오고 나간다. 여성들만이 들어오는 공간인 여자 화장실에서 이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헌터가 서있던 자리에서 거울을 보고, 같은 출구를 향해 나가는 수많은 여성들. 그들도 헌터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를 가진 사람을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세상 속에서 헌터는 말을 삼킨다. 모든 것은 비밀이 되어야 했고, 비밀과 함께 삼킨 물건들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때. 그녀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히던 강박과 억압을 끊어내기까지 헌터는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수도 없이 삼켰고, 그것들은 혈흔이 되어 그녀의 창가에 들러붙는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붉은빛으로 바뀌어 방을 가득 채운다. 그게 그녀가 바라보던 세상이었다.
*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그 Kyung film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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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롤 - 수우미양가 중 우, 우, 우, 우,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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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성 영화와 오락성 영화. 모든 영화가 철학을 논해야하는 건 아니며, 오락성 재미만 존재한다고 해서 그 영화가 나쁜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예술성 측면에서 훌륭한 영화가 있고, 오락성 측면에서 훌륭한 영화가 있다. 그리고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오락성 측면에서 훌륭한 감독이라 생각하며, 이번 크롤은 특히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설정은 참으로 대담하고 과감하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것 들이다. 허리케인과, 부상자, 악어.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키워드만 봐도 재밌을 거 같지 않은가. 이런 설정들의 잘 버무려진 조합과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피칠갑이 넘치는 호러 스타일과의 만남은 그야 말로 훌륭하다 평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예술성과 영화적 미학은 찾을 수 없지만, 분명 훌륭한 '킬링타임' 영화이다. 초반부터 끝까지 꾸준히 악어와 고어씬을 보여줌으로서 지루하지 않고 빠른 전개를 통해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예산 영화라서 CG가 아쉽다는 점, 요거는 사실 볼 때 관객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라 큰 문제점이라 할 수는 없다. 저예산이라고는 해도 흔히 저예산 영화로 유명한 어사일럼과 트로마 영화보다는 훨씬 훌륭하니 킬링타임으로는 충분하다. 또 하나의 단점은 저예산과 연결되는 단점인데 일어난 사건에 비해 장소가 제한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에 서술한 훌륭한 재미와 끝까지 유지되는 공포로 충분히 덮을 수 있는 단점이다. 마지막으로는 뭔가 영화 전체에서 손 꼽을만한 엄청난 고어가 없다는 점. 15세 판정을 받을 정도의 영화라 이 감독의 전작인 "피라냐 3D(2010)" 수준의 엄청난 고어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우미양가 중 수가 없고 다 우라는 것이 1% 아쉬울 뿐. 하지만 99%가 마음에 든다는 것은 잊지 마시길.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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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의 인물의 감정과 욕망을 구축하는 영화적 방법
Ⅰ. 서론
<캐롤>은 2015년, 감독 토드 헤인즈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화 <밀회(Brief Encounter, 1945)>의 장면과 형식을 오마주로 시작하는 <캐롤>은 로맨스 영화의 계보를 이어가 보이면서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려는 감독의 의도와 다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1950년대 뉴욕에서 평범한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딸을 두고 남편과 이혼 소송중인 캐롤(케이트블랜챗)이 만나 서로에게 빠져들고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에서 감정적 혼란을 겪기도 하면서 사회적 시선들을 뒤로한 채,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테레즈의 성장드라마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작고 어린 소녀의 의상에서 숙녀로 성장한 듯한 의상들과 화장법. 캐롤을 통해 성숙해지는 테레즈. 프레임의 변화도 있다. 화면의 앵글 또한 테레즈를 양각으로 잡는 장면이 많아진다. 또, 영화 내용 면에서 테레즈는 영화의 초반부에서 비교적 수동적인 인물에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도적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 내면과 외면의 모두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캐롤>은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은 <The Price of Salt, 1952>로, 미국의 유명 스릴러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레즈비언 소설이다. 작가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주석-미국정신의학협회가 동성애를 사회병질적 인격장애로 분류한 1952년)를 감안하여 필명(클레이 모건)으로 출간하여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주목할 점은 당시의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이다. 캐롤의 감독 토드 헤인즈는 영화 캐롤을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이야기로, 사회적 마이너 그룹의 사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i] <Velvet Goldemine>, <Far from Heaven>과 같은 감독의 전작들과 그의 커밍아웃도 작품을 관찰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이다.
<캐롤>은 영화의 주 인물인 캐롤과 테레즈 뿐만 아니라 캐롤의 남편 하지, 테레즈의 남자친구, 친구 등 주변인물까지의 욕망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이 자연스레 표출되는 감정들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의 제한의 중요성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방과 함께 하게 되기까지 과정들에서의 미세한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감독이 인물들의 감정과 욕망구축의 표현방법을 살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캐롤>은 테레즈의 성장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제목이 ‘캐롤’인만큼 캐롤이 주인공 아니냐는 주인공의 대한 논란도 있었다. 이 또한 본고가 진행됨에 따라 연출적 분석을 통해 밝혀가도록 하겠다. 본고는 감독의 인터뷰만을 참고하여 필자가 영화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분석을 수행한다. 감독이 어떤 영화적 방법들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욕망을 나타냈는지 분석한다.
Ⅱ. 본론
1. 색상으로 나타낸 인물들 개인의 욕망
영화를 보면 주로 적색과 녹색이 대비되는 듯하면서 어우러지도록 나온다. 영화의 시기적 배경이 크리스마스라는 점과 인물의 이름이 ‘캐롤’이라는 점에서도 두 색의 관계와 등장인물들의 관련됨을 떠올릴 수 있다. 감독은 인물의 욕망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인물에게 색상을 부여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물들은 본인의 욕망을 색상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가장 강렬하게 본인의 욕망, 색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캐롤이다. 우선, 캐롤은 첫 등장부터 거의 주로 적색의 의상, 또는 그런 소품들과 함께 화면에 나온다. 이는 캐롤의 욕망과 동시에 캐롤의 강한 캐릭터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캐롤의 평소의상>
캐롤은 영화 주 부분에서 적색의 의상을 입음으로써 그렇지 아니한 때의 감정을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색상의 변화는 캐롤의 네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사진1>은 캐롤을 만나고 캐롤과 잠시 헤어지기 전까지의 캐롤의 네일 색상이다. 테레즈를 거리를 두고 서로를 전화와 같은 방식으로 소통할 때까지만 해도 캐롤의 네일 색상은 붉은 계열이다. <사진2>와 <사진3>은 캐롤과 떨어져있는 기간 동안의 캐롤의 네일 색상이다. 붉은 계열의 색상이 아닌 거의 하얀색이다. 캐롤의 네일 색상을 통해 테레즈와 완벽하게 분리되었음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사진4>는 캐롤이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테레즈를 만나는 장면이다. 캐롤의 네일 색상으로 캐롤은 다시 본인 자신을 찾았음을 나타낸다.
테레즈의 색상은 캐롤만큼 명확하게 색을 나타내고 있진 않지만 주로 연한 색, 혹은 녹색 계열의 색을 띠고 있다. <사진5>를 보면 테레즈의 옷과 커튼이 연하게 푸른색을 띠고 있다. <사진6>은 캐롤과 떨어지게 된 후 본인의 집, 벽을 도색하는 장면이다. 색상이 없던 연한 색 벽에서 연하지만 녹색을 띠고 있는 색으로 도벽을 하며 본인의 색을 찾아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인물들의 색상은 인물 자신의 감정과 캐릭터를 성명해주기도 하지만 둘의 관계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사진 7>은 테레즈가 캐롤과 여행을 가기로 한 후, 짐을 챙기는 장면이다. 테레즈는 적색 니트를 곱게 접어 넣은 뒤, 하얀 이너웨어를 가방 안쪽에 넣음으로써 여행에서의 캐롤과의 관계를 암시한다. <사진 8>과 같이 서로의 색이 바뀜으로써 서로의 감정적인 교류와 서로가 동화되어 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캐롤과 테레즈의 첫 정사씬 직전의 <사진 9>장면에선 공간 전체를 적색 조명과 적색의 벽지로 둘로만 가득 찬 공간을 나타낸다
색상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은 뒤에서 공간별 분석 시, 좀 더 분석하도록 한다.
2. 공간을 통한 인물들의 감정구축
백화점은 모두의 욕망의 공간이자 사회적 억압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테레즈가 근무하는 곳으로써 테레즈가 놓은 사회적 환경이라고도 볼 수 있다. 행사용 모자, 정부의 지시를 받는 경비원, 인형들에게 둘러싸인듯한 강압적인 분위기는 주인공을 억압하는 상황과 사회를 드러낸다. 또한, 백화점은 캐롤과 테레즈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소로 붉은 모자, 붉은 스카프, 붉은 립스틱,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의 캐롤이 백화점 직원인 테레즈와 극명한 대비를 이룰 수 있게 해준다.
캐롤과 테레즈의 첫 사적인 만남의 장소인 레스토랑은 캐롤의 욕망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캐롤의 붉은 옷이 겉옷으로 가려져 있고 인물들의 주변인 의자와 메뉴판, 전체적인 느낌인 적색을 띠고 있다. 이를 통해 캐롤은 테레즈를 본인의 욕망으로 만나고 있음을 나타낸다. 캐롤의 욕망뿐만 아니라 처음 사랑의 욕망을 발현해보려는 테레즈와 사랑의 욕망을 발현해보려는 캐롤이 대비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캐롤의 집에선 캐롤과의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은 하지의 욕망도 드러난다. 부러진 크레파스를 붙인다던가, 싱크대를 고치다가 본인의 의도대로 되지 않음에 분노하기도하며 욕망을 드러낸다. 캐롤의 집은 캐롤의 딸 린다를 향한 욕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캐롤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하지와 캐롤의 대화 중 가정부를 화면에 잡음으로써 사회적 시선에 대한 캐롤의 태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캐롤과 테레즈가 자동차를 타고 터널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자 중요한 감정선을 영화적으로 잘 나타낸 장면이다. 자연적인 배경 사운드를 없애고 드라마틱한 빛과 어둠의 과장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구축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강조한다. 또한, 푸른 빛의 라이트를 이용하여 테레즈의 감정도 명확해져 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호텔은 캐롤과 테레즈 둘의 공간이다. 그러한 호텔의 외부와 내부를 조명의 대비로 차갑고 냉정한 현실과 따듯한 그들만의 세상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이러한 공간들은 캐롤의 공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른 호텔 씬에서 캐롤과 테레즈를 보여주기 전에 벽에 하지와 캐롤의 딸 린다를 떠올릴 수 있을만한 사진을 걸어두어 캐롤이 집을 벗어나도 하지와 린다(현실)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러한 연출들을 통한 감정구축을 한 덕분에 후에 캐롤의 선택에서 관객들이 캐롤의 감정을 증폭시켜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영화가 테레즈의 성장이야기로도 볼 수 있을만큼 테레즈는 캐롤을 만나면서 성장한다. 영화의 초반부의 테레즈 <사진 10>와 영화의 후반부의 테레즈 <사진 11>의 의상이라던가 화장법에서 차이가 나는데 호텔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보여줌<사진 12>으로 테레즈의 성장이 캐롤의 영향이었음을 나타낸다.
테레즈와 떨어진 후, 캐롤은 하지와 시댁에 가는데 이곳에서도 감독은 캐롤의 감정을 서서히 구축한 후 증폭시킨다. 인물들이 잡히기 전, 정치적 내용의 TV를 계속 보여줌으로 시대적 억압을 보여준다. 캐롤의 시선과 시댁보다 웨이터에게 더 밝게 웃어줌으로써 캐롤이 그 자리를 불편해하고 어울리지 못함을 나타낸다. 캐롤의 주변을 막고 있는 답답한 구도의 앵글과, 캐롤의 목과 잔마다 둘러져 있는 금색 띠를 통해 억압받는 캐롤의 상황을 관객들에게 더 긴장되게 만든다. 이런 감정들이 구축한 후 린다를 만나는 장면으로 캐롤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린다를 안고 다시 실내로 들어가려는 캐롤과 시댁을 밝은 조명과 어두운 조명으로 한번 더 대비시킨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장면들 중 캐롤이 친정에 가는 장면은 가장 복합적인 연출이 담겨있고 하나의 씬 안에서 감정의 증폭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법정에서의 장면은 위치선정에 의해 권력관계를 표현한다. <그림 1>을 보면 위치적 우위는 이미 하지의 우위를 나타내주지만 캐롤이 화살표와 같이 이동을 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다. <사진 13> 참조. 정에 온 캐롤은 붉은색이 하나도 섞여 있지 않고 앵글 또한 특이하다. 기본적으로 쓰이는 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법정에 있는 사람들을 잡아 긴장감을 높였다. <사진 14>참조. 장면에서는 다른 장면들에 비해 긴 대사로 주제를 배우의 입에서 풀어내는데, 진부할 수 있는 방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스테이징이라던가, 화면적 효과, 배우들의 연기력 등으로 감정을 구축해놓고 실행함으로써 전달력이 있는 장면으로 만들었다.
캐롤과 테레즈가 재회하는 레스토랑 장면에선 레스토랑 바닥의 적색과 하얀벽의 조화로 캐롤(적색)과 테레즈(하얀색)이 동등해짐을 보여준다. 캐롤의 의상에서도 적색이 많이 빠졌고 테레즈의 의상도 진하게 하였다. 꽃으로 비교적 앵글이 안정적인 캐롤과 주변을 비워 공허한 테레즈, 인물의 상태가 드러나도록 구도를 잡았다.
3. 영상표현을 통해 나타낸 감정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장면을 인상적이고 파격적으로 봤을 것이다. 캐롤을 찾아 캐롤의 친구 애비를 찾아갔는데 애비의 차가운 태도와 자신의 대한 캐롤의 입장을 듣고 절망적이고 불안한 하지의 상태를 화면이라는 큰 프레임 속의 작은 프레임을 통하여 나타냈다. 이와 비슷하게 막히는 도로와 빽빽한 뉴욕의 건물들을 통해 캐롤의 복잡한 속내를 표현하였다.
그런 반면, 공허한 인물의 감정을 나타낸 장면들도 있다. 넓고 조용한 거리를 인물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게 잡아 인물의 텅 비어있는 내면과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보여지고 싶지 않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했다.
비슷하게 캐롤과 테레즈가 여행을 떠나고 차안에선 둘만의 애정을 나누지만 밖의 도로는 말라 비틀어진 도로를 잡아 현실과 대조됨을 나타냈다.
영화를 보면 <사진 15>와 같이 인물을 한쪽 귀퉁이에 몰아넣은 듯한 느낌을 받을 만한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한다. 감독은 이러한 구도를 통해 서로의 옆자리가 비어있음을 통해 외로움을 나타내고 합리화 시키고 있다. 테레즈와 캐롤이 만나기 시작한 후엔, <사진 16>처럼 소품 등으로 빈 공간이 채워져 있음을 나타냈다.
영화에서 감독은 프레임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나누기도 한다. 캐롤과 테레즈가 떨어지고 캐롤이 테레즈를 그리워하던 중, 캐롤은 우연히 택시를 타고 가다 테레즈를 본다.
캐롤이 테레즈를 보는 시선을 흔들리게 촬영하고, 테레즈를 건물의 벽에 의해 의해 사라졌는데 캐롤은 택시 창문의 마지막 필러에까지 들어가면서 테레즈를 보려고 한다. 테레즈가 인파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것보다 단절됨을 극화시켰다. 이런 식으로, 차의 필러라든가 창문의 창살을 이용해 프레임을 나누고 그 안에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비교적 자주 표현하고 있다.
캐롤의 집에서는 벽을 통한 프레임으로 테레즈의 입장에서 다가가기에 쉽지 않음을 표현했다.
캐롤과 애비의 장면에서는 화면에 다른 뭔가가 함께 나온다던지 답답한 앵글로 당당하지 못한 그들을 나타냈다. 대화하고 있는 둘을 불빛으로 비추면서 대화가 끝나는 것으로 범죄자들과 라이트의 관계를 나타냈다.
비슷하게 캐롤이 테레즈에게 여행을 제안하면서 카메라를 선물하는 장면에선 화면에서 인물들이 일부만 나올 정도로 화면을 일부만 할애하여 찍었다. 당당하지 못한 사랑의 시작을 나타냈다.
전화하는 장면에서는 서로 마주보는 듯하게 장면을 연결하여 캐롤과 테레즈의 대비와동시에 그리움을 나타낸다.
4. 상징적인 표현들
종종 주변의 인물, 제 3자들은 비춰 인물이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감독은 소품들을 이용하여 서로에게 서로가 물들어감을 나타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캐롤이 맥주를 병째로 마심과 동시에 테레즈는 전용 잔에 담아 서로 건배를 한다. 또, 초반에는 담배를 잘 피지 않던 테레즈가 캐롤을 만나고부터 흡연자가 되도록 하였다.
배경이 겨울이다 보니 눈이 오는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감독은 눈을 이용하여 같이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였을 때, 둘이 여행을 떠났을 때와 같이 인물들의 깊어지는 감정을 나타냈다.
테레즈는 영화에서 포토그래퍼로 나오는데, 인물사진은 찍지 않던 테레즈가 사진의 대상이 사물에서 사람을 찍어 테레즈의 성장이라고도 보여주고 테레즈의 욕망의 대상이 캐롤이라는 것도 보여준다.
영화의 맨 시작부분에서 모형기차가 돌아가고 작은 모형 기차이지만 관객들이 실물 크기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안에 있는 것처럼 엄청 크게 잡았다. 그리고 남색 사람 모형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기차가 지나간다. 이것을 복선으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서 테레즈가 캐롤을 만나러 가려고 발걸음을 돌릴 때, 기차소리가 난다. 장난감 기차의 작동을 켠 후, 그것을 바라보는 테레즈와 백화점을 오픈시키고 캐롤이 등장하여 실수로 그 장난감기차의 버튼을 건드려 기차를 세운다. 그렇게 캐롤과 테레즈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감독은 기차에 대해 ‘달리는 기차는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되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라고 말한 적 있다. [ii] 원작 소설인 <The Price of Salt>에선 캐롤이 인형을 사가지만 영화에선 캐롤이 기차를 사간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기차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고 <캐롤>은 하나의 달리는 기차와 같은 이야기다.
Ⅲ. 결론
감독은 욕망과 감정구축의 표현에 섬세하게 표현하였고, 덕분에 이러한 감정과 욕망구축의 표현들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인물들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크게 전달 할 수 있었다. 한템포 쉬고 연기를 한다던가 배우들의 연기도 감정강조에 큰 역할을 한다. 감독은 이런 식으로 은근하게 감정을 구축시키고 증폭시키는 형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비교적 교과서적인 방법보다는 새로운 방법들을 많이 사용했다. 그로 인해 중요한 부분들을 더 강조 할 수 있었다.
토드헤인즈 감독의 전작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 다소 있었지만 <캐롤>은 시청을 거듭하며 볼수록 경이로웠다. <캐롤>은 다양한 부문에서 상을 받은 만큼 다양한 부문에서 섬세한 연출이 느껴지고 한 장면 장면, 단 하나도 의미 없는 연출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섬세한 연출과 인물들의 감정이 영화적 표현으로 나타난 영화이다. 다양한 영상표현방법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있다. 분석을 하면서도 빠져들 수 밖에 없었고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영화의 표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Closer
이 매혹적인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캐롤과 테레즈가 마셨던 올리브 넣은 마티니를 따라서 마시고 테레즈가 쓰던 수첩에 글을 적는다면 어떨까.
한창 <캐롤>에 빠졌을때의 내 모습을 보니 갈색 털코트에 노란색으로 탈색한 단발머리였다. 당시엔 너무 달라서 생각도 못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캐롤을 어렴풋하게 무의식적으로 따라했던 것 같다. 이와 같이 좋아하는 영화를 곱씹으며 체험하는 것은 영화팬으로서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혼자서만은 영화의 세계를 실현시키는 것이 어려웠지만 배급사 하이스트레인저의 클로저가 영화 속의 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스크린 밖으로 꺼냈다.
상영회가 끝나고 마티니 한잔과 함께 <캐롤>의 굿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위의 굿즈를 포함한 다양한 상품들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굿즈를 설명하는 담당자님에게서 영화를 향한 진한 애정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앞으로의 상영회도 기대가 된다. #클로저상영회
*본 상영회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i]
Sight & Sound.
토드 헤인즈 인터뷰
[ii]
Sight & Sound.
토드 헤인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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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디 에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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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끝까지 다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저서 <인간은 모두 혼자다>와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라는 두 책의 제목이었다. 이 역설적인 두 제목을 합쳐보면, 영화 <인 디 에어>의 역설적인 이야기와 삶의 모순을 담고 있는 이 영화의 주제가 쉽게 드러난다. 물론, 좋은 작품이 언제나 하나의 주제만을 말하고 있지 않듯이, 이 영화 역시 인간의 고독과 삶의 의미 뿐만아니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2009)가 덮친 미국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본주의의 비정함과 우리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고용자의 퇴직 이후의 보장되지 않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주제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시사점이 많은 영화지만, 자본주의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당분야의 전문가의 몫으로 넘기고, 이 글에선 인간의 오래된 고독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인간은 결국 홀로 남겨진다
<인 디 에어>는 해고 전문가 라이언 빙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라이언은 미국 각지를 비행기로 돌아다니며(그래서 제목이 업 인 디 에어인 것), 다른 회사의 직원들에게 그 회사의 경영진 대신 해고 사실을 통보하는 베테랑 해고 전문가다. 어려서부터 노인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결국 사람은 혼자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이언은 누군가와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삶을 꺼려한다. 그때문에, 가족인 누나와 동생과도 자주 연락하지 않고 1년중 집에 있는 날이 고작 43시간밖에 되지 않는 자신의 일과 삶에 편안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렇듯 영화 <인 디 에어>속에서 보여지는 라이언의 행동들을 통해 그의 생각을 추적해가는 일은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어차피 홀로 남겨질 삶이라면, 누구와 이별하는 아픔도 없이 혼자 살다가 조용히 떠나자, 인연이란 어떤 의미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일 수도 있다” 라이언은 대략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의 말은 어떤 면에선 타당해보인다.
그의 확고해보이는 생각과는 다르게, 라이언은 인간은 결국 혼자 남겨지게 되고, 때문에 홀로 떠나는 일이 자신에게 훨씬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고독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작중 초반에 오랜만에 만난 이웃과 저녁 약속을 제안하는 부분이나, 알렉스와의 첫 만남에서 그녀를 대하는 그의 태도, 거추장스러운 후배라고 생각했던 나탈리를 떨쳐내지 못하고 신경쓰는 부분들, 그리고 결국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오는 모습, 결정적으로 업무적인 관계에 불과한 수많은 해고자들에게 신경쓰는 부분들로 보아 감정과 공감능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선택을 하는데, 아마도 그건 그가 여지껏 숱하게 겪어온 이별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수많은 고용자들을 만나서 해고 사실을 수없이 통보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과 어느 한 곳에 오래 정착할 수 없는 여건 탓이리라고 예상된다.
어차피 홀로 남겨질 운명이라면.
넓다면 넓고 작다면 작고,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또 짧은 이 세상속에서 우리는 언젠가 누군가와 만나고, 그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언젠가는 이별한다. 만남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이별은 분명하게 정해져있다. 그리고 만남은 행복하고 이별의 때에는 언제나 슬프고 아픔을 동반한다. 그러니, 애초에 누군가와 만나지 않는다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이별로 인한 아픔과 슬픔을 겪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또한 어차피 헤어질 상대와의 만남이라면 나 자신에게 더욱 많은 시간을 쏟고 나의 삶에 충실한 편이 낫지 않을까. <인 디 에어>의 라이언은 바로 그런 입장에 서있다. 그는 공항수색대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환산하여 최대한 경제적으로 시간을 쓰는 한편, 마일리지를 꾸준히 적립하고 아껴서 항공사로부터 최고 등급의 회원이 되고자 한다. 그의 시간속에는 그 어디에도 타인이 끼어들 틈이 없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하다.
그런 라이언의 앞에 나타난 두 사람으로 인해서, 라이언은 변하게 된다. 먼저 알렉스와의 만남을 통해서 라이언은 외로움과 고독감을 채워간다. 단순히 외로움과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만남을 유지하려 했으나, 라이언은 알렉스에게 빠져들고, 알렉스 역시 라이언에게 빠져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라이언 자신은 본인은 이제껏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알렉스를 만나기 이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라이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가면서 그와 함께하는 여생을 그려본다. 처음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그토록 부정적이었던 라이언이었지만, 이제 라이언은 알렉스를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그의 집을 찾아갈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
라이언이 알렉스와 관계가 깊어진 것은 서로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빠져들어간 것도 있으나, 무엇보다 나타샤의 영향이 컸다. 당돌한 신입사원 나타샤는 유능하고 똑똑한 직원이지만, 아직 실무경험이 부족한 라이언의 후배 직원이다. 영화 <인 디 에어>속 라이언은 자신의 오랜 실무 경험을 토대로 신입사원인 나타샤를 교육하고 이끌며, 수많은 일상속 문제들속에서도 나타샤를 이끌지만, 반대로 사랑의 문제 앞에서는 나타샤에게 배워야하는 입장이었다. 나타샤는 알렉스에 대한 마음을 라이언에게 묻고, 라이언은 그저 가벼운 사이라고 대답한다. 나타샤는 가벼운 사이라는 말에 분노하며 라이언에게 왜 상대방을 격하시키냐고 따져 묻는다. 이 순간이 라이언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타샤가 이때 강조한 진심(real)은 후에 라이언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고, 알렉스를 진심으로 대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알렉스의 진심(real)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코 혼자만은 아니다.
라이언은 그런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속박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반감과 가족마저도 등지고 싶어하는 그 마음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서로의 진심과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데에 인간관계에는 불완전한 요소가 있다. 결국 인간관계도 자신이 가진 시간과 기회비용으로 일종의 투자를 하는 셈인데, 깊이있게 투자하기 전까지는 상대방의 정확한 진심을 알 수 없고, 때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 없을 때도 많다. 인간관계란 우선 비용을 지불하고 그 가치를 알아가는 투자방식인데, 주식 투자를 이렇게 한다면 분명 주변에선 미쳤냐고 물어볼 것이다. 라이언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렉스에게 자신의 진심과 기회비용을 투자했음에도 알렉스의 진실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지 않았나. 때문에, “어차피 홀로 남겨질 삶이라면, 누구와 이별하는 아픔도 없이 혼자 살다가 조용히 떠나자, 인연이란 어떤 의미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일 수도 있다”는 나름대로 라이언을 표현한 문장이 일견 타당해보일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선 그의 말은 옳지 않다. 인간은 홀로 남겨지게 된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생을 혼자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인간은 어느순간 홀로 남겨지기 때문에, 함께라는 이유로 행복했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어야만, 후에 찾아올 긴 고독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사회적 동물로 태생적으로 고독을 좋아할 수는 있어도, 수많은 인간관계의 바깥에서 고립되어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절대다수의 인간들에겐 힘든 일이다. 영화 <인디에어>는 라이언의 입을 통해서 인간은 결국 혼자라고 말하는 한편으로 이 영화는 라이언, 알렉스, 나타샤 모두가 결국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로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연애를 하고(나타샤), 잠깐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목적없이 만나고(라이언), 불륜 생활을 이어가며(알렉스),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달래며 긴 고독의 시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특히나 라이언은 자기 입으로 인간은 결국 홀로 죽게된다고, 낯선 비행기와 기내식이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깊은 고독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역설적으로 라이언은 고독을 자처하고 있는 한편으로 영화 전반에서 자신이 자처한 고독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이언은 해고 사실을 전달하는 베테랑 해고 담당자로 누구보다도 스스로의 감정을 잘 관리하고 있는 강인한 사람일 것 같고, 실제로 나름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이지만, 강인한 그 역시도 고독앞에서 수없이 무너져내리고 갈팡질팡한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영화속에서 해고된 직원들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을 빌려서 대답하자면, 인간은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홀로 죽는다는 라이언의 가정이 옳다고 치자. 하지만, 그 짧은 마지막 순간에만 사람은 홀로 남겨지며, 우리는 삶속 대다수의 시간들을 서로 교류를 맺으며 살아간다. 물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별과 죽음을 앞둔 순간은 분명 길고 슬프다. 하지만, 우리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이별의 순간과 죽음을 앞둔 순간은 얼마나 짧은 찰나와 같은 순간인가를 생각해본다면, 그 짧은 순간을 피하고자 삶 전체를 고독하고 칙칙하게만 살아가겠다는 계산은 누가보아도 손해다. 애초에 수지가 맞질 않는다. 또한, 이별의 순간과 죽음을 앞둔 짧은 순간, 아주 힘겨운 시기를 지나가는 순간에, 힘이 되어주는 것은 사회적 고립이 아니다. 누군가가 뻗어준 손을 잡아야만 일어날 수 있는 순간도 있고, 몸은 노쇠해져 초라하게 홀로 남겨지는 순간에, 그대로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만하게 보낸 어느 한 시절의 기억들 덕분일 것이다.
나만의 별을 찾아서
영화속 라이언은 그 의미를 아주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실무 경력은 라이언에 비할바가 못되지만, 누군가와 열렬하게 사랑해보고, 미친듯이 울어보기도 한 나타샤는 라이언보다 먼저 그 의미를 깨닫고, 라이언에게 진실된 마음과 삶의 의미를 알려준다. 똑똑하고 젊은 여성인 나타샤는 첫 직장생활도 실패했고, 첫사랑도 실패했지만, 왠지 그녀는 그 실패를 딛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갈 것만 같다. 라이언은 여전히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밟고, 기약없는 비행편에 올라탄다. 그의 목적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의 마음이 비로소 열리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가족과도 연을 끊고, 직장 동료들과의 연결도 최소한으로 하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하는 일은 더더욱 싫었던 그였지만, 그는 이제 결혼한 동생 부부를 위해 자신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양도하고, 나탈리를 위해 추천서를 써주고, 알렉스를 향한 마음으로 그녀의 집앞까지 찾아간다.
그가 탄 비행기는 미국 전역을 떠돌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언제쯤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의 마음만은 아무런 정처없이 떠돌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가족에게로 되돌아오고, 사랑에 실패도 해보고, 한참 어린 후배에게 철 좀 들라고 한 소리도 들어본 라이언은 이제 이전과는 다르다. 라이언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누나와 동생의 가정도 그의 마음이 머무를 목적지일 수도 있을테고, 아니면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헤매고 다닐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 그의 여행은 정처없는 비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별을 찾아 헤메는 비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날아 오르기를, Up in the air
영화 <인디에어>는 21세기에 들어서 경제적으로 가장 곤란한 시기에 직면한 미국 내부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어려움을 견딜수 있는 힘이란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하는 영화로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수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머지 않은 곳에 있고, 언젠가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해고 통보를 아웃소싱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해고 절차마저도 비용의 문제로 간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비정함도 엿보이는데, 이렇듯 엿보이는 자본주의의 비정함이 주제의식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회가 그렇게나 비정하기 때문에 비정한 사회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마음이 머무를 곳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만들어지고, 개봉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날아오르기를 권유하고 있는 영화 <인디에어>였다.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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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이기기 위해 필요한 진짜 능력
2021년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지질함의 극치 '성기훈'은 오징어 게임의 최후 1인이 된다.
오징어 게임 최후 1인 승자가 되는 '성기훈'(이정재 역)
바닥 중의 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목숨을 내걸고 참여하는 '오징어 게임'.
그 잔혹한 서바이벌 현장에는 '사회에서 잘 먹히는' 특별함을 장착한 인물들도 꽤 모여 있었다. (싸움을 잘하거나, 특수 기술이 있거나..)
사회에서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성기훈은 어떻게 최종 우승자가 되었을까.
잘 보이지 않았던 그만의 무기, 그만의 특별함은 무엇이었나.
그가 '지질하고, 능력 없고, 못났고, 사회적 약자이고, 바닥인생'인 것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훈이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한 세상인가.
어떠한 서사가 지배하는 세상인가.
나는 소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내가 더 많이 소유할수록 나는 더한 존재가 된다.
'내가 소유한 것'이 곧 '내'가 되는 세상에서,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의 정체성은 곧바로 '찌질이, 실패자, 낙오자'가 되어 버린다.
수많은 찌질이, 실패자, 낙오자 가운데, 기훈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훈이 오징어 게임 참가자로서 증명사진 찍는 모습
우리가 놓여 있는 이 판은, '소유하는 자가 곧 승자'가 된다는 강력한 룰이 지배하고 있다.
그 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다만, 그 판 위에서 '장기판의 말처럼 도구'가 되어 살아갈 것인가, '존재하는 나'로서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기훈은 비록 '가진 것이 없는 자'로서 장기판의 '말'과 같은 존재로 취급을 받지만,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말'이 아니라 '나'로서 살아가는 선택을 내린다.
#. 뒷 꿍꿍이가 없는, 관계 속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 사람
상우를 만나 반가운 기훈
기훈(이정재 역)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되면서 어릴 적부터 알던 동생 상우(박해수 역)를 만나게 된다.
상우는 기훈과 달리 똑똑하고 사회에서 크게 성공했던 인재였다.
그러나 자신의 똑똑함이 독이 되어 상우 역시 오징어 게임 참가 자격을 얻게 된다.
상우는 쉽게 기훈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뒷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을 하는 중이다.
이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내 발목을 잡을 사람인가.
그러나 기훈은 너무나 '반갑게', 빙구미를 발산하며 상우에게 다가간다.
뒷 꿍꿍이가 없다. 그냥 얼굴을 보니 반가운 것이다. 아는 동생을 만나니 든든한 것이다.
기훈은 사람을 대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상대방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대가를 먼저 따지고 다가가지 않는다.
그냥 마음이 먼저 간다. 대가와 상관없이.
기훈과 서로 조건없이 도움을 주고받는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
그래서 기훈은, 자신을 먼저 도와준 알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자신의 돈을 소매치기했던 새벽이 위기에 몰리자 새벽을 끝까지 도와주고,
오징어 게임 참가자 가운데 가장 최약체인 노인(오일남)을 유일하게 챙겨준다.
<오징어 게임> 속, 두 주축인 기훈(이정재 역)과 상우(박해수 역)가 사회에서 각각 '멍청함'과 '똑똑함'을 대변하는 '대립성'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설정이다. 상우는 늘 '계산'을 하고, 기훈은 '계산'을 할 줄 모른다.
'똑똑한 상우'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를 철저히 구분하면서, 기존 판의 룰을 철저히 따른다.
반면, '멍청한 기훈'은, 기존 판의 룰에 의해 철저히 '도구'로서 살아갈 것을 강요받지만, 기존 판의 룰을 깨며 '존재하는 나'로서 살고자 한다.
얼마나 멍청한지, 그는 자신이 모든 상금을 다 차지하기 바로 직전, 게임을 중단하고, '생명'을 살리기를 선택한다. (물론 그의 선택은 끝까지 기존 판의 룰을 따르고자 한 상우에 의해 뒤집히게 되지만...)
기훈은 삶의 기반을 진정성, 생동성, 경험의 질에 둔다.
소유에 두지 않는다.소유와 존재를 동일시하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자신의 타당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내가 소유한 것으로 나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기훈은 '소유' 보다는 '생명'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끝까지 놓치지 않은 사람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기훈이 한 선택들이 모여 기훈의 정체성을 만든다.
그가 소유한 것이 곧 그의 정체성이 되지 않는다.
그의 정체성은 그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 판에서 맞대결을 하게 되는 기훈과 상우.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판의 룰을 철저히 따른 '똑똑한' 상우가 아니라,
판의 룰을 깨고자 했던 '멍청한' 기훈이 승리해서, 안심이 된다.
모두가 쉽게 장기 판 위의 말처럼, 도구가 되어 살아가기 쉬운 세상에서,
스스로 도구화가 되기를 거부하고, 존재로서 살아가는 자가 이길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
내가 소유한 것이 곧 내가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
기존 판의 룰을 잘 지키는 똑똑함이 아니라, 기존 판의 룰을 깰 수 있는 멍청함이, 계산하지 않는 그 멍청함이 '진짜로 이길 수 있는' 힘이 되는, 그런 세상에 대한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기훈이 가지고 있는, 오징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했던 진짜 능력이, 지금 우리에겐 꼭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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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산장 내 노이즈 캔슬링 특화가족 '조용한 가족'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9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조용한 가족"에서 소중한 추억을 떠올려보자조용하고 소박하게 운영할 산장을 오픈한 가족
하지만 자꾸 시끄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외부로 새나갈 잡음 차단을 위해 노력하는데...산장내 비친된 유머와 상상력을 키워줄 그 시절 잡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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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x나로 미국이 건설했지만 딱하나 놓친 한 가지 [영화리뷰/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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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워크 : Movie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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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워크 먹여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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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제8일의 밤> 티저 예고편
[2021년 7월 2일, 넷플릭스 공개]
놈이 온다. 인간을 사로잡아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그것.
수천 년 된 영혼이 깨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런 운명을 타고난 승려가 움직인다.
한 손에는 염주, 한 손에는 도끼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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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글래디에이터 2> 1차 예고편
권력, 반란 그리고 복수 다시 시작하는 위대한 결투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