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3-01-04 15:57:16
지니의 존재와 질문, <3000년의 기다림>
이 영화를 보고 난 당신의 세 가지 소원은?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한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가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깨워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세 번.
영화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때때로 매우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내용을 전할 때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영화 또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내용 전달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 서술자는 익숙한 내용을 재밌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도 한다.

<3000년의 기다림>은 알리테아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통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니는 표면적으로 알리테아의 ‘소원’을 묻지만 이를 통해 상대방의 ‘갈망'을 알아낼 수 있다. 반대로 알리테아는 지니의 이야기들을 통해 지니의 갈망을 느낀다. 알리테아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갈망을 포기했던 지니의 이야기에 사랑과 갈망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또한 사랑으로 자신의 갈망 덮었던 알리테아는 사랑으로 인해 상대방의 갈망을 지켜주는 선택을 한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스웨덴의 공포영화 <렛 미 인>이 떠오른다. 알리테아는 마법과 같이 정령 지니를 만나게 되지만 이는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상상력이 풍부한 알리테아가 들려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알리테아는 지니를 처음 만나고 자신의 상상친구였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알리테아에게 지니가 들려주는 3000년의 이야기는 이미 알리테아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의 재구성 또는 재기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알리테아는 지니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사랑, 갈망, 삶, 죽음 그리고 시간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알아가는 과정을 가졌다고도 해석해볼 수 있다.

세 가지 소원, 예전부터 많이 들어온 소재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 떠올렸던 세 가지 소원과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세 가지 소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이 영화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오랜만에 잔뜩 기대를 했고 그 기대에 한 치의 부족함 없이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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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차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유재선 감독의 입봉작 <잠> 개봉 첫주 1위,<오펜하이머>는 300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북미박스오피스에선 더 잔인하고 무섭게 돌아온 <더 넌2>가 1위를차지했다고 합니다.
9월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하실까요?✍�[국내 박스오피스]
유재선 감독의 영화 <잠>이 개봉 첫 주 주말에 3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몰고 있는데요.누적 관객 수 53만 명으로 주말 관객 수 13만 명을 모은<오펜하이머>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서는데 성공하였습니다.<오펜하이머>는 누적 관객 수 299만 명으로 3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 뒤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달짝지근해: 7510>은 각각 3위와 4위에 올라섰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스크린 테스트 이후 추가 촬영으로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바뀐 <더 넌2>이 매출액 3260만 달러를 기록하며 <이퀄라이저3>를 밀어내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컨저링3>를 연출한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1956년 프랑스 한 성당에서 신부가 죽은 채 발견되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아이린 수녀가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국내 개봉은 오는 27일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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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대부>시리즈의 감독 프란시스포드 코폴라 감독의 신작 <메갈로폴리스>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감독은 80년대부터 구상했던 시나리오라고 밝혔는데요. 초호화 캐스팅은 물론,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10년 만의 신작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첫 스크리닝 이후 막대한 예산, 상업성과 거리가 먼 내용에 선뜻 나서는 배급사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최근 칸 영화제 경쟁작에 초청되어 스틸컷이 공개되면서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불러모았습니다.
감독님이 자비 1억 2천만 달러를 들였다는 초대형 작품. 극장에서 꼭 만나보고 싶네요 ?<범죄도시2>, <범죄도시3>에 이어 시리즈 세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범죄도시 4>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로 역대 한국 영화로는 24번째 천만 영화,한국 영화 시리즈로는 첫 ‘트리플 천만’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자비 1억 2천만 달러 들인 <메갈로폴리스> 트레일러 공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10여년 만의 신작. <메갈로폴리스>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애덤 드라이버, 나탈리 엠마뉴엘, 포레스트 휘태커 등 다수의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은 물론 제작비로 1억 2천만 달러, 한화로 1600억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 입니다. 영화는 재난으로 파괴된 뉴욕풍 대도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시장 프랭크 시세로와 이상주의자 건축가 시저는 도시의 재건 방향성을 놓고 대립, 사교계 스타인 프랭크의 딸 줄리아는 둘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베테랑2> 스틸 공개
베테랑 1편 개봉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시리즈 <베테랑2>의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정해인이 새로운 강력계 형사로 캐스팅되면서 기대를 모았으며, 류승완 감독은 아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나올 것 이라 밝혔습니다. <베테랑2>는 올해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국내 시리즈물 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가 되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호프> 상반기 개봉예정
마이클 패스밴더, 알리시아 비켄데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주연의 <호프>가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고립된 항구 마을 호포항 외곽에서 미지의 존재가 목격된 후, 그 실체를 수색하다 마을이 파괴될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사투를 그립니다. 1편이 잘 되면 3부작으로 제작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국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핸섬가이즈> 올해 6월 개봉
이성민X이희준 주연의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의 6월 개봉이 확정되었습니다.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과 ‘상구’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비밀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 영화입니다.터프가이 재필과 섹시가이 상구의 코믹한 티저 포스터가 공개돼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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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믿음 - 영화 <더 웨일>
이 영화는 사랑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브렌든 프레이저
희망 혹은 사랑의 밝은 느낌은 결코 찾기 어려운 포스터와 트레일러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다면, 우리는 분명
주인공 찰리 역을 연기한 브랜든 프레이저의 말처럼
이 영화가 사랑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포주의
※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주인공 찰리는 살아있지만, 사실은 죽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보조기 없이는 쉽게 일어날 수 없고, 혼자 힘으로는 떨어트린 핸드폰과 열쇠도 줍지 못하며 천장에 달린 손잡이 없이는 침대에 눕기조차 쉽지 않다.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망가져 버린 몸과 마음은, 그를 세상과 단절시킨 채 작은 아파트먼트의 소파 위에 가두어버렸다.
마치 망망대해처럼 깊고 어두운 그 속에 말이다.
영화 속 찰리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진짜 사람답게 '사는' 것과 겨우 '살아가지는' 것의 차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마음 속 내적인 고통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한 말이다. 찰리는 자신의 집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역겹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사실상 이는 스스로에 대한 짙은 자기 혐오가 깔려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삶이 전부 타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찰리 본인의 선택이 있었고, 그 속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혼란, 갈등은 그를 더욱 괴롭게 하는 부분이다. 사랑을 찾아 가족을 두고 떠났던 본인의 이기적인 선택에 대한 죄책감과 결국 자기 삶의 전부였던 파트너를 잃은 고통 속에서 그는 오랜 시간 헤엄치게 되었다.
온라인 강의를 업으로 삼는 찰리는, 학생들에게 작문에 대한 강의를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 이라며 끊임없이 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카메라가 망가졌다는 거짓말과 꺼진 검은 화면 아래 본인의 모습을 숨길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마음 속에는 본인이 강조하는 진실성과 정직함으로부터 비롯된 당당함이 아닌 세상과 스스로의 삶에 대한 분노와 슬픔만이 가득찼을 뿐이다. 그렇게 분노에 찬 마음으로 노트북을 내던지는 순간, 그는 바깥 세상과 자신을 잇던 유일한 끈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분노에는 마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도 같았던 피자 배달부의 존재가 큰 트리거가 되었다. 배달부는 매일 비슷한 시각, 같은 피자를 시키지만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 찰리에 대해 은근한 걱정과 관심을 주었다. 문 앞에 피자를 놓으며 찰리의 안부를 묻고, 짧은 대화와 더불어 심지어는 통성명까지 한다. 하지만 찰리의 모습을 마주한 그가 내뱉은 탄식 한 마디는 벼랑 끝에 있던 찰리를 마침내 무너뜨린 순간이 되버린다. 결국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는 세상의 모습을, 찰리는 그 배달부를 통해 확신한 것이다.
영화는 찰리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들 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속에는 서로 간의 구원과 사랑,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있다.
찰리는 발작으로 인해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죽음의 문턱에 닿을 때마다 소설 <모비딕>을 주제로 삼은 한 에세이를 읊고, 또 듣기를 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그 거대한 고래를 잡기 위해 삶을 다하는 것처럼, 어쩌면 찰리는 자기 삶의 고래를 찾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잘 한 일이 단 하나라도 있음을 확인해야겠다고 절규하는 그의 대사는, 공허한 삶속에서 단 하나의 희망으로 삼아왔던 딸 엘리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보면, 찰리가 정말 자기 삶의 고래를 찾았는지, 마침내 구원을 얻게 되었는지는 어쩌면 확실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확실한 건, 결국 삶에 대한 의지와 사랑에 대한 그의 믿음이 그를 다시 두 발로 일어서게 했다는 것이다. 온전히 그의 힘으로.
그의 재기를 알리는 작품이 등장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배우로서 암흑기를 겪던 브렌던 프레이저가
이제는, 다시 두 발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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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①]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 지브리 정주행 특집 첫번째 영화 -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귀를 기울이면, 1995
우리들의 꿈과 사랑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지브리가 보여주는 그 시절 몽글몽글한 첫사랑의 기억!
<귀를 기울이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중학생 시즈쿠는 어느 날 도서카드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다. 요 며칠간 빌려 본 책들의 도서카드를 전부 확인해 본 시즈쿠는 세이지가 매번 자신보다 먼저 책을 빌려간 소년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세이지라는 인물에 대해 '그는 어떤 아이일까?' 혼자 상상하며 호기심을 갖는다.
한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배달하러 지하철에 오른 시즈쿠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양이를 따라간 시즈쿠는 처음 보는 마을, 신비롭게 생긴 골동품 가게에 들어간다. 그 골동품 가게의 자상한 주인 할아버지를 만난 시즈쿠는 할아버지의 손자가 다름 아닌 세이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이지는 바이올린 장인이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도전적이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소년이었다. 시즈쿠는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세이지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그의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작가로서의 꿈에 한 걸음 도전하기 시작한다.
▶ REVIEW
1. 90년대의 일상과 아날로그적인 감성
지브리 영화를 꽤 보긴 했지만, 주로 누구나 알만한 판타지 위주의 작품들만 보아온 나로서는 이런 일상물이 생소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사랑과 꿈에 대한 성장을 다루었으며, 일본의 서민적인 가정집 모습과 학교생활, 그리고 90년대 작품인만큼 아날로그적인 감성 충만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도서카드를 보면서 영화 <러브레터> 생각이 많이 났는데, 다른 작품 어딘가에서도 본 듯 한 걸 보니 일본에서는 흔한 소재인가보다. 일본 여행 갔을 때 현금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나는 이렇게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 모습들이 오히려 좋더라.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좋아할 작품! 주인공도 지금까지 지브리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귀엽다.
2. Take Me Home, Country Road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Country road~
세이지의 바이올린 연주와 시즈쿠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작품 내에서도 단연 꼽게 되는 명장면인데, 시즈쿠가 작사한 노래 가사가 너무 좋다.
「 홀로됨을 두려워하지 않고
힘내서 살기로 꿈을 정했네
외로움을 억누르고
강한 자신을 지켜 나가자
컨트리 로드,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면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컨트리 로드
아무리 외롭더라도
절대 눈물은 보이지 말자
마음이 급한 건지
발걸음이 빨라지네
추억을 지우기 위해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컨트리 로드, 내일이 와도
변함없이 나는 나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네
안녕, 컨트리 로드 」
3. 오하요!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귀여웠던 장면!
친구였던 스기무라의 당황스러운 고백에 시즈쿠가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거절한 뒤, 등교길에 어색하게 만나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일본어로 "오하요(안녕)!" 하는 두 사람의 딱딱한 입모양이 포인트다 ㅋㅋㅋㅋ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꼭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놓치지 마시길!
4. 꿈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잃은 사람에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꼭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시작과 도전이, 꿈을 꾼다는 자체가 얼마나 빛나고 의미있는 일인지 말해주는 영화. 조금 부족하면 어때? 너무나 당연한 과정인데! '이 작품을 10대 때 봤으면 좋았겠다'는 네이버 평점이 너무나 와닿았다. 처음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일본 애니를 통해 꿈꾸고 위로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지브리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꿈'과 '위로'를 다룬 건 처음이라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5. 우리들의 세이지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누구든 그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사건들을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든 반드시 경험하고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나의 세이지는 누구였는지, 그 시절 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에 분해하고 또 무엇에 열광했으며 나의 어떤 미래 모습을 그리고 원했었는지 하나하나 대입해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시즈쿠보단 세이지에 가까웠다. 꿈과 목표가 명확했고,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확실한 꿈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그 시절 꾸었던 꿈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잠시 멈춰서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꿈도 변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충실한 현재에 사는 것이 후회없는 과거와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 BEST QUOTES
1.
- 둘이 사랑하는 사인가요?
- 사랑하지만 사는 세계가 달라. 남자는 드워프의 왕이거든.
여자는 12시 종이 울릴 때만 양에서 원래대로 돌아온단다.
그래도 왕은 매시간 나탄서 공주를 기다린단다.
이 시계를 만든 장인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했겠지.
2.
- 이대로 단숨에 탑을 넘자
- 저렇게 높은데?
- 가까이 있는 것은 작게, 멀리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
3.
너도 귀엽진 않구나. 나랑 똑같아.
왜 변하는 걸까?
나도 전엔 밝고 귀여운 애였는데
이젠 책을 봐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아
머릿 속에서 누가 항상 현실은 다르다고 말해
우울한 일이지?
4.
남들과 다른 방식의 삶이란 그만큼 어려운 거란다.
무엇이 일어나도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으니까.
5.
- 시즈쿠, 다 읽었다. 고맙다. 아주 고마워.
- 거짓말! 솔직히 말해 주세요. 원하는만큼 못 썼어요.
뒷 부분은 엉망이고요. 저도 알아요.
- 그래, 거칠고 덜 다듬어진 게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더구나.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돼서 기뻤다.
수고했다. 넌 멋진 아이야.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듬어가렴.
6.
널 빨리 보고 싶었어.
속으로 네 이름을 불렀거든
'시즈쿠!' 하고.
그랬더니 정말 네가 나타난거야.
우리들 정말 굉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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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신이 없다고 최악은 아니다
개봉 전 시사로 먼저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생의 길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질문을 한다. 다른 사람이 물어보는 질문도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아침에 뭘 먹을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음료수를 먹고, 어떤 교통수단을 탈지 보다 먼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를 계속 묻는다. 어린 시절에는 보통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때그때 떠오르고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매번 바뀐다.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고 보는 관점이 바뀐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씩 커져간다. 10대를 거쳐 20대, 30대를 지나면서 이런 고민들은 계속 바뀌고, 또 끊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래서 인생이 더 재미있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도 있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난 40-50대의 사람들은 그저 지나갈 뿐이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말한다.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있다는 건, 그만큼 하나의 길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앞서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의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호기심을 따라 이런저럭 경험을 하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을 수 있다. 어쩌면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치는 그 정해진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인지 순간순간 계속 생각한다. 아이를 가지고 낳는 순간에도 그 고민은 떠나지 않는다. 좀 더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은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문제를 고민하지만 선뜻 결정하지는 못한다. 다양한 직업과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실'이라는 문은 자유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문으로 들어갈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게 만든다.
한 여자의 모습과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
한 여자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화면 쪽을 바라보고 있다. 파티장에 있는 듯한 그녀의 얼굴은 미묘하게 고민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다. 그 장면은 율리에가 남자 친구인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라이)이 그린 만화 콘텐츠 관련 행사에 같이 갔다가 혼자 테라스에서 안쪽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영화는 그 장면 이후 율리에가 악셀을 만나기 전으로 돌려 율리에의 20대 시절로 간다. 율리에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율리에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심리학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다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촬영을 배운다. 20대에도 계속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삶을 변경해 왔던 그의 앞에 악셀이라는 남자가 나타나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근원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서 잠시 떠나게 만든다. 달콤한 시간으로 채워진 순간들 속에는 자신이 어떤 인물이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줄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짧은 달콤한 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주변의 상황들을 둘러본다. 영화 속 악셀은 40대다. 30대인 율리에와는 다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악셀은 자신과 율리에의 아이를 원하고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반면에 율리에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만화가로서 확실한 직업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악셀을 보는 율리에는 묘한 질투심과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율리에는 타인에 의해서도 여러 번 질문을 받는다. '너는 뭐가 하고 싶은데?', '너는 아이를 낳고 싶어?'. 이런 질문들을 받는 율리에의 답은 '모르겠다'다. 영화 내내 율리에는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 글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보고, 사진 찍는 게 좋아 사진도 찍어본다. 하지만 어떤 것에서도 확신을 느끼지 못한다.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곧 바뀐다. 그가 악셀을 떠나 에이빈드(헤르베르트 노르드룸)를 만나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악셀과의 만남에서 삶의 확신을 느끼지 못한 율리에는 마음이 더 끌리는 에이빈드와 만난다. 영화에서는 마치 뮤지컬 드라마처럼 구성된 첫 만남과 데이트 과정은 율리에의 시선을 명확히 보여준다. 화면 속 율리에와 에이빈드는 움직이지만 악셀을 비롯한 다른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언뜻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지만 그 속에 이별과 사랑의 시작이 뒤섞여 있다. 그 데이트의 전후에 율리에는 확신을 가지고 악셀에게 이별을 고한다. 아마도 영화에서 율리에가 가장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야기한 순간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여전히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원래 제목은 <세상에서 최악인 사람-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이다. 이 제목이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말 자체는 율리에가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 드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어로 만들어진 제목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화 속 율리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결정해서 다음 단계로 가더라도 그다음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흔들리는 그의 모습에서 20-30대가 겪을 수 있는 불확실성의 늪이 보인다. 무언가를 선택해서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지만 깊이 있게 무언가를 해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시종일관 괴롭힌다. 그 두려움은 죄책감을 만들고 율리에를 최악의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
사실 율리에 뿐만 안이라 연인 관계가 되는 악셀이나 에이빈드도 자신이 하는 일과 삶에서 어떤 확신이 없다. 단지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을 뿐 그들 또한 확신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처음 전공을 선택할 때, 직장을 선택할 때, 연인을 만나 결혼을 선택할 때, 아이를 낳기로 결정할 때. 이런 선택의 순간들에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은 흔치 않다. 영화는 율리에를 중심으로 그의 주변 연인들을 차례로 비추며 현실의 청년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는 로맨틱한 사랑도 결국 현실 속의 고민들과 질문들에 답해가면서 선택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상과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율리에의 확신 없는 모습이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현재 우리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현실감을 전달한다. 율리에를 연기한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이 영화의 연기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결국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좀 더 솔직해지고 자신만 확신이 없는 것을 알았을 때 좀 더 담담하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배우의 얼굴로 무척 잘 표현되어 있다. 배우가 주는 생동감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한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의 생동감 있는 연기
영화의 제목처럼 율리에는 진짜 최악의 사람은 아니다. 단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을 뿐이다. 그것 자체가 죄가 될 순 없다. 영화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껴지는 건, 미래에 대한 뜨거움과 사랑의 달콤함 그리고 혼란스러움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담겨있다. 어쩌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들이 가장 보통의 삶이고,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모습일지 모른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이 가야 할 길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율리에를 관객들은 미워할 수 없다. 그 고민의 모습 어딘가에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요아킨 트리에는 덴마크 출생의 노르웨이 감독이다. 그는 <델마>, <오슬로, 8월 31일> 같은 영화를 연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각적인 연출 스타일로 관객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이번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서도 감각적인 연출로 로맨스 장면에서는 사랑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고 율리에의 고민에서는 인물들의 반응을 화면에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관객 모두가 율리에가 영회 속에서 하는 결정과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한 것처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사실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다. 삶을 살아가면서 평생 고민하고 조금씩 방향을 바꿔나가야 한다. 율리에는 조금은 과감한 방식으로 방향을 틀어나가지만 그 모두가 결국 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는 그런 과정이 담겨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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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가 이어져야하는 이유
기술이 발전한 만큼 다양한 범죄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단순한 폭력사건부터 시작해서 지능범죄까지 이런저런 범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 범죄 예방과 해결을 위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동분서주 활동하고 있다. 그런 경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고,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은 사건 해결과 범죄자 처벌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에서의 범죄는 피해자에게 무척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주 사소한 범죄도 있지만 심각한 살인이나 조직범죄는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파고든 영역은 바로 그 지점이다. 대중들이 공포심을 가질만한 사건을 선택해 그걸 더 극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능력을 빌려와 악을 처벌한다. 명확한 선악구도 속에서 마형사가 휘두르는 주먹은 꽤나 통쾌하게 느껴진다.
통쾌하게 범죄를 해결하는 마석도 형사의 세 번째 영화
2017년에 개봉했던 <범죄도시> 1편은 범죄 누아르의 색깔이 강했던 영화다. 장첸(윤계상)이라는 강력한 빌런을 등장시켜 마석도 형사가 속한 강력반 형사들의 대결을 담은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680만 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왔다. 2022년에 개봉한 <범죄도시2>는 누아르의 색깔을 조금 덜어내고, 마석도 형사의 주먹에 좀 더 무게를 뒀다. 마형사가 주먹을 휘두를 때 둔탁한 효과음이 들어갔고, 그 주먹을 맞는 범죄자들은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야말로 핵펀지로 범죄가 박살 나는 과정을 담았다. 이런 통쾌한 설정 때문에 1,000만이 넘는 관객들이 코로나의 해방감을 이 영화로 표출했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범죄도시3>는 2편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마석도 형사 특유의 호감형 액션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통쾌함이 영화 전반에 가득하다. 전편보다 더 많아진 액션과 유머가 더 가벼운 오락영화로서 훌륭하게 쓰이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해졌지만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또 한 번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첫 주 개봉 이후 50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이 마석도 형사의 활약을 지켜봤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강력한 악으로 등장한다. 1편의 장첸은 모두를 다 씹어먹을 것 같은 극악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장첸의 존재감은 시리즈 전반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2편의 강해상(손석구)도 꽤 강력한 빌런이었다. 주로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종횡무진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며 모든 사람들을 핏조각으로 만드는 인물이었다. <범죄도시3>에 등장하는 빌런은 두 명이다.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가 한국 들어온 마약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 두 인물 모두 꽤 강력해 보이지만 전편들에 등장했던 빌런들에 비해서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새롭게 등장하는 두 명의 빌런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온전한 악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빌런이 가진 이야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1편과 2편의 빌런인 장첸과 강해상은 그들이 벌이는 일을 벌이는 방법과 이유에 대한 서사가 조금은 있었다면, 3편에 등장하는 두 빌런인 주성철과 리키에게는 그런 서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빌런들이 뭘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잔인하게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영화 속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그저 돈 때문이라는 원초적인 이유 외에는 다른 서사가 없어 그들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공포심은 전편에 비해 줄었다.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 더 신경 쓴 건, 마석도 형사의 주먹으로 보여지는 타격감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마형사가 범죄자들을 때리는 소리는 더 둔탁해졌다. 천만을 넘은 2편의 성공요인이었던 통쾌한 타격감을 더 강하게 하고 유머를 더 추가함으로써 좀 더 가볍게 마형사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그러니까 성공한 요인에 대한 분석을 한 뒤, 그 성공요인에 영향을 준 강점을 더 극대화시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꽤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이 선택은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강력한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약점인 빈약한 서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만든다. 이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호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배우와 캐릭터의 호감은 앞으로 8편까지 기획된 <범죄도시>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만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큰 강점 아래에서 부족한 서사를 어떤 식으로 보강하고 변주하느냐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범죄들이 존재한다. 그 많은 범죄를 1차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일선의 경찰들이다. 경찰들이 실제로 겪은 여러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나씩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이 <범죄도시> 시리즈는 점점 빈약해지는 서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오고 있다. 볼만한 한국영화가 별로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분노의 질주>나 <인어공주> 같은 큰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개봉한 가운데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 <범죄도시3>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잘 담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여전히 미해결 되고 있는 여러 범죄들 그리고 솜방망이 판결 등 통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영화 속에서나마 통쾌한 범죄의 해결을 보고 싶어 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
<범죄도시> 시리즈는 아주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의 무게감이 크다. 여기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빌런이 등장하는 것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이어지는 시리즈마다 빌런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하나의 빌런을 두고 좀 더 탄탄한 서사를 만들어 그 무게감을 늘린다면 꽤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내년에 개봉예정인 4편이 성공하고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영화에 등장했던 여러 빌런들이 한꺼번에 재등장하는 등의 이벤트성 시리즈도 기획해 볼 만하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강점을 비슷하게 반복하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 만큼은 온갖 흉악범죄가 해결되고 통쾌하게 응징당하는 모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식상함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한국에도 마석도 형사라는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 영화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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