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1-18 16:52:36
가족 영화 모음.zip
<수상한 그녀> <과속스캔들> <패딩턴>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가족 영화
총 디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족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수상한 그녀
ⓒ 네이버 영화
synopsis
칠순의 오말순 할머니는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청춘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고 나온 그녀는 버스 창에 비친 젊어진 자신을 보고 놀란다.
cine pick!
칠순 할머니가 스무살로 돌아간다는 신박한 설정과 심은경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웃음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과속스캔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이돌 출신의 인기 라디오 DJ 현수 앞에 하루도 빠짐없이 사연을 보내오던 애청자 정남이 찾아온다.
다짜고짜 자신이 딸이라며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정남으로 인해 그의 삶은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이한다.
cine pick!
<과속스캔들>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웃음을 선사하여 개봉했던 2008년 겨울 하반기
박스오피스를 완전 장악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순간에 아빠와 집을 잃은 지소는 엄마, 동생 지석과 미니 봉고에 살게 된다. 지소는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하고 노부인의 개 윌리를 목표로 정한다.
cine pick!
성장소설의 대표 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하여 세상을 향한 온기 어린 시선을 유지하며
현실적인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패딩턴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폭풍우에 집을 잃은 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 패딩턴. 런던에서 우연히
브라운 가족을 만난 사고뭉치 패딩턴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다.
cine pick!
페루에 살던 꼬마곰이 런던에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패딩턴>은 꼬마곰 패딩턴의 인간 '
생활 적응기를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하고, 화려한 출연진으로 극의 재미를 더하였다.
코코
ⓒ 네이버 영화
synopsis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상상조차 못했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cine pick!
전세계의 찬사를 입은 디즈니와 픽사의 야심작 <코코>는 국내에서 누적 관객수 351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였으며, 특히 경이로운 비주얼과 중독성
강한 OST로 주목을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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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편견과 오만을 뛰어넘어 경청
Summary
학교에 데려다주던 엄마의 잔소리를 적당히 웃어넘기는 듯하던 고등학생 딸은 그날 세상을 영원히 등지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학교폭력,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등 통상적인 청소년 문제를 중심으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주변인 증언을 확보하면서 처음에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오묘하게 뒤틀린 모녀 관계를 발견하게 되는데….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Cast
감독: 김수인
출연: 장서희, 강안나, 최소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의 기준이 언제부터 SKY 입학, 대기업 입사, 전문직 합격이 되었을까요?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라는데, 얼마나 많은 자식이 부모로부터 고통을 받으면 뒤틀린 모녀 관계를 소재로 하는 한국 영화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걸까요? 과연 나이를 지긋이 먹은 먼 훗날에는 "예전에 할미가 젊었을 때, 우리나라에 그렇게 '극성 엄마'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았어요. '극성 엄마'가 뭐냐고? 그런 게 있었어요." 하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머릿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씁쓸한 말풍선들은 뒤로 제쳐두고, 생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세 번째 작품 <독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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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등교하지 않고 사라진 고등학생 '유리'가 몇몇 사람들과 함께 죽은 채 발견됩니다. 경찰은 동반 자살을 염두에 두고 가족,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증언을 수집하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가죠. 극은 두 가지 갈래의 미스터리와 함께 흘러갑니다. '유리'는 왜 자살했을까? 그리고 엄마 '혜영'과 딸 '유리'는 도대체 어떤 모녀 관계였을까?
'유리'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엄마였다는 건, 사사건건 '유리'의 삶에 간섭하고 집착하는 엄마 '혜영'의 모습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혜영'에게는 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 독친의 모습이 계속해서 엿보이죠. 가수를 준비하는 친구 '예나'와 딸에게 관심을 쏟는 담임 선생님 '기범'은 엄마 '혜영'에게 "근본 없는 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딸의 사회적 등급을 떨어뜨릴 방해꾼 나부랭이들이죠. 결혼정보회사 매니저인 '혜영'은 딸이 더 나은 등급의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극성 엄마가 되기를 자처합니다.
핸드폰 통화 내용까지 몰래 도청할 정도로 유난을 떨었던 '혜영'이지만, 모순되게도 딸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주는 엄마는 아니었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귀를 막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죠. 과할 만큼 철저하게 관리했으나, 실제로는 자기 자식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타살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는 절대 자살할 성격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딸에게 걸림돌처럼 보였던 '예나'와 '기범'을 냅다 살인 혐의로 고소해 버리죠. 생선 알레르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머리에 좋다며 꽁치를 넣은 찌개를 억지로 먹여오기도 했습니다.
'혜영'의 무서운 점은 자신에게 그래도 된다는 특권이 있다고 단단히 믿는다는 겁니다. 특권의 이름은 다름 아닌 '엄마'. 엄마니까 도청할 수도 있고, 엄마니까 자식을 위해 이런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엄마'라는 이름을 특권으로 착각하는 극성 부모는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식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고 '4세 고시' 따위를 치르는 것도, 엄마니까 그러는 거랍니다. 이런 뉴스들을 읽으면 가슴 안쪽이 답답해져 옵니다. 부모라는 이름을 특권 삼아 내세우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엄마니까'라는 방패가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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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자신을 꽉 조여오는 엄마의 울타리를 도저히 견디지 못해서'와 같은 이유로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친>은 무척 섬세한 영화입니다. 지나치게 내밀해서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는 모녀 관계의 실상에 한 걸음씩 다가가면서, 관객이 '유리'가 죽음을 선택한 진짜 이유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끔 유도하죠.
'유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엄마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자 떠난다고 고백합니다. 나중에 드러나지만, 엄마 '혜영'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폭력으로 길러졌기에 지나친 보살핌과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르죠. 엄마도 딸도 서로를 사랑하는 건 분명한데, 왜 이런 비극적인 결말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독친>은 뿌리 뽑지 못한 가정폭력과 인간을 등급으로 나눠 함부로 평가하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비극의 한 단면을 잘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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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자식들의 아픔은 '유리'뿐만 아니라 친구 '예나'와 선생님 '기범'에게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 없이 자란 '예나'는 독친인 줄 알면서도 부모가 있는 '유리'를 부러워합니다. '기범'은 형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참함을 겪고 있었죠. 주변인으로만 사용하고 끝낼 수 있었던 인물에게도 각각의 서사를 부여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 문제를 그려낸 것은 이 영화만의 훌륭한 지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독친>은 사건의 진상을 밝혀가는 흔한 미스터리 소재를 가지고도 흔치 않은 인상을 남기는데요.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엄마의 폭압에 괴로워하는 자식이 어떻게 말라비틀어져 가는지를 단계적으로 표현한 플롯과 배우의 연기력이죠. 자식을 죽음에 몰아넣었으면서도 자기 탓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극성 엄마의 비뚤어진 모성을 연기한 장서희 배우도 대단했지만, 딸 '유리' 역을 맡은 강안나 배우의 연기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착하고 성실한 모범생 반장이나, 이면에는 심연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우울감으로 가득한 '유리'. 밝게 웃어 보이다가도 깊게 패인 마음의 상처로 인해 저도 모르게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을 겪는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사랑받는 사람은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편견"에 갇힌 아이의 모습과 엄마의 지나친 간섭에 내몰려 "내가 주는 사랑이 받는 사람에게도 사랑일 거라는 오만" 아래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몹시 어려운 역할이었죠. 그러나 강안나 배우는 이를 해냅니다. 그의 연기를 보며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엄청난 배우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 것 같아 무척이나 설렜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강안나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아주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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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서, 자칫하면 독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친이 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혜영'이 끝끝내 하지 못한 것, '잘 들어주기'를 실천하면 됩니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도 편견과 오만을 넘어 경청하는 선친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정말 언젠가는, 영화가 반영하는 이 사회의 모습이 조금은 다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Schedule in BIFAN2023.07.01(토) CGV소풍 4관 19:302023.07.04(화) CGV소풍 4관 19:302023.07.06(목) CGV소풍 10관 11:00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 06월 29일 -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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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러, 오컬트, 미스터리로 포장한 부부싸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첫 딸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연극계에서 매체로 넘어가 스트레스를 받는 남편과 워킹맘 임산부 아내는 서로를 끔찍이 챙기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밤, 잠자던 현수가 벌떡 일어나 앉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수진은 남편이 연기 스트레스 때문에 대본을 외우는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에 든다. 그러나 그날 이후 현수는 이상해진다. 그는 잠만 들면 다른 사람이 되어 온갖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고, 수진은 매일밤 잠드는 순간마다 공포에 시달린다.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고 현수의 몽유병은 나날이 심해지자,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빠진다. 이에 수진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현수를 치료하기로 결심한다. 귀신에 기대서라도.
잠, 죽음, 그리고 밤
타나토스(Thanatos). 그리스 신화 속 죽음의 신이다. 그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다. 히프노스(Hypnos). 잠의 신이다. 밤의 여신 닉스(nyx)가 형제의 어머니다. 이 가족 관계를 보면 고대 그리스인이 잠과 죽음을 유사한 개념으로 여겼다고 짐작할 수 있다. 잠이 많아질수록 영원한 잠,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 잠에 든 순간만큼은 죽은 상태나 다르지 않다는 것. 또 밤은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시간이라는 것.
이 오래된 관념은 유재선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잠>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간결한 제목만큼 강렬한 이 작품은 잠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간을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문법으로 묘사한다. 정신은 자고 있지만 몸은 깨어 있는 몽유병 환자의 사연을 삶과 죽음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초대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누구나 하루에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잠이라는 일상의 시간을 비틀어 버린 까닭이다. 스크린 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나'나 '내 가족'은 다를 거라고 안심할 수도 없는 섬뜩함으로 가득하다. 이는 장르적 관습을 자유롭게 활용한 스토리와 전혀 예상치 못한 장르를 한 데 묶어 결말의 맛을 더 풍부하고 깊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잠>은 근래 한국 상업 영화 중 가장 눈 여겨볼 만하다.
일상과 오컬트의 만남
어느 날 밤, 현수가 자다 말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그다음 날에는 자다 말고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곧장 냉장고로 향하더니 생고기와 날생선을 마구 먹는다. 그러더니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한다. 심지어는 애완견을 죽여서 냉동고에 넣어 버린다. 이 모든 광경을 수진은 바로 옆에서 목격한다. 매일 밤마다 자기와 태아를 죽일지도 모르는 남편과 한 침대를 공유한다.
맞다. <잠>에서 무서운 건 귀신도, 혼령도 아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가장 두려운 대상이다. 자연히 <잠>은 일반적인 오컬트, 정통 호러와는 다른 공포를 자아낸다. 1인칭의 공포다. 일상의 공간인 집과 침실은 공포의 공간으로 돌변한다. 밤이 되면 수면 클리닉 치료법을 함께 따르는 다정한 부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 남편과 지쳐 가는 아내 사이에서 피어나는 애증이 자리를 대신한다.
1차원적이지 않아서 더 괴기스럽다. 현수는 몽유병에 걸린 스스로가 무섭다. 딸과 아내를 죽일까 봐 차에서 잠을 자고, 침실 문에 자물쇠를 건다. 편집증에 물드는 아내도 두렵다. 수진은 이제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현수에게 귀신이 씌었다며 무당과 부적에 의지한다. 냄비로 남편 머리를 내려치고, 칼로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두 인물의 시점에 따라 공포의 주체와 객체가 뒤바뀐다. 그 결과 일상의 공포는 배로 커진다.
오컬트 문법에 충실한 아내
두 배로 커진 공포와 서스펜스. <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두 배로 커진 미스터리를 함께 안겨준다. 현수의 몽유병, 수진의 광기에 대해 말끔히 설명하지 않는다. 어떻게 받아들여도 말이 되는 두 가지 답을 함께 보여주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
수진 시점에서 보면 귀신이 현수에게 빙의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우선 층간소음 때문에 갈등을 빚은 아랫집 할아버지가 죽은 시점과 현수의 몽유병이 시작된 시점이 일치한다. 현수의 몽유병이 멈춘 시기와 침대 아래에 부적을 붙인 시기도 동일하다. 현수를 처음 본 무당의 말 역시 그의 행적과 맞아떨어진다. 남편 몰래 무당을 찾아가 아랫집 할아버지 49재를 드리는 동안 현수는 수면 장애를 겪지 않는다.
따라서 <잠>의 결말은 명백하다. 아랫집 할아버지는 생전 갈등 때문에 죽어서 현수 몸에 들어왔다. 할아버지가 복수를 하기 위해 현수를 이용해서 현수-수진 부부네 일상을 파괴했다. 이를 간파한 수진의 노력 덕분에 현수 몸에서 할아버지의 혼이 떠났고, 부부는 일상과 평화를 되찾는다. 오컬트 영화의 정석과도 같다.
오컬트 영화를 부정하는 남편
그와 동시에 또 하나의 완벽한 답이 함께 제시된다. <잠>은 현수 입장에서 오컬트적 요소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한다다. 장르적 관습에 충실했던 이야기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핵심은 3막 구조의 완결성과 배우라는 현수의 직업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1막에서 3막까지의 내용은 몽유병 정신질환 치료기일 따름이다.
1막을 보자. 현수의 몽유병 때문에 수진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아랫집도 층간소음 때문에 괴롭다. 수진이 냉동고에서 반려견을 발견한 순간 현수는 명백한 악이고, 수진은 선이다. 하지만 2막과 3막을 거치면서 현수는 선의 편으로 되돌아온다. 현수가 약을 바꿔서 치료받았다는 점은 2막과 3막에 걸쳐서 거듭 강조된다. 그 결과 현수의 수면 장애는 3막에서 완전히 해결된다.
따라서 현수에게 <잠>은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심리 스릴러다. 수진이 선에서 악으로 변질되는 모습은 과도한 불안감과 편집증이 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2막에서 수진은 남편이 침대 밑에 있는 부적을 떼어내자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는 수진은 현수를 테이프로 묶고, 칼로 그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3막에서는 귀신적인 요소에 집착한 나머지 남편 모르게 굿을 벌이고 온 집안을 부적으로 뒤덮는다.
3막 구조 속 부부의 변화를 고려하면 엔딩에서 현수가 연기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자기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수진에게 무엇을 하면 되냐고 묻는다. 그러고 할아버지의 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부여주며 수진이 원하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한다. 그 모습을 본 뒤에야 수진의 광기는 사라진다. 남편의 몽유병도, 아내의 정신병도 말끔히 치료된다.
오컬트 탈을 쓴 부부싸움
누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일련의 사건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구성. 이 때문에 <잠>은 더 특별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오컬트의 외피 안에 숨은 로맨스와 멜로라는 속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미 뛰어나지만, 결말에 이르러 더 풍부한 함의를 맛볼 수 있는 이유다.
수진과 현수의 집에는 현판이 하나 걸려 있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부부는 이 문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1막에서 수진은 꼭 그래야 되나 싶을 정도로 현수의 몽유병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반면에 3막에서는 현수가 이 문구를 이행한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부부의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부부는 서로의 방식과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 다 여전히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잠을 매개로 삶과 죽음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는 만나듯이, 부부의 상이한 세계도 잠을 매개로 충돌한다. 또 잠깐의 죽음을 맛보고 다시 삶을 이어가듯이, 부부의 세계는 결국 하나로 지속된다.
즉, 잠이라는 일상 속 소재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듯이 <잠>은 평범한 결혼 생활의 극단을 보여준다. 수진과 현수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왔다. 무당을 모시는 장모. 무당에게 설득되는 수진. 끝까지 설득되지 않는 현수. 이들만 보더라도 두 세계의 차이는 극명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문제 해결도 온전히 둘의 몫이다. 결혼 생활은 원래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까. 때로는 현수가 클리닉에 가고, 수진은 무당을 믿듯이 다른 힘에 기대고 싶더라도. 결국 <잠>은 괴기한 탈을 쓴 부부싸움인 셈이다.
이는 <잠>이 여운을 남기지 않고 칼같이 끝나는 이유일 것이다. 현수가 몽유병을 치료했고 수진이 광기에서 빠져나온 순간, 극장에는 곧바로 불이 들어온다. 어느 한쪽에 명백한 답을 주지도 않고, 누가 더 옳다고 고민할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종료된다. 이러한 결말은 다음같이 말하는 듯 보인다. 어느 쪽에 동의하든 다 맞는 해석이다. 잘못된 게 아니다. 그저 맞춰가면 될 뿐이다. 다른 사람과 산다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로부터 괴기한 세계를 거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마무리까지. <잠>의 참신함과 과감함은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더욱 빛난다. 이선균의 존재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정유미의 연기력이 특히 반짝인다. 과거 정유미에 대해 카메라의 초점에서 벗어나는 배우라는 평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 <잠> 속 수진의 모습이 딱 그렇다.
<잠>은 개봉 이후 1주일 간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누적 관객 수도 60만 명을 넘겼다. 여름휴가철과 추석 사이 비수기에 개봉한 선택이 적중한 듯 보인다.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전체 관객 수가 더 많은 여름, 독특한 한국 공포 영화로 포지셔닝했다면 어땠을까. 입소문 덕분에 1위는 못해도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근래 한국 영화 중 유달리 추천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작품이기에 남는 아쉬움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다음 출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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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독립정신 영화 명대사로 알아보기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날로 한국의 국경일. 열정적으로 항거한 운동가들, 피해자들의 이야기 영화로 만나보아요.
줄거리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 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둠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줄거리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일본 경찰은 그들을 쫓아 모두 상해에 모인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하는데…
줄거리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된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던 일본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그들이 원하는 영웅이 돼줘야지"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 역사적인 재판을 시작하는데.... 조선인 최초의 대역죄인!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 역사상 가장 버릇없는 피고인!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은 사상 초유의 스캔들! 그 중심에 '박열'이 있었다!
줄거리
1992~1998 6년의 기간, 23번의 재판, 10명의 원고단, 13명의 변호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에 당당하게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줄거리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
줄거리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 하필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 대표가 가방 주인 정환이다. 사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까막눈이라니! 그러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데…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말과 마음이 모여 사전이 되다
줄거리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그녀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나타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간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내내 궁금하던 ‘민재’는 어느 날, 그녀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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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발한 설정을 진지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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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 자신의 위치를 잊을 때가 있다.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의지와 집념은 그것에 몰입하게 만들지만 그 사이에 나라는 자아는 잠시 감춰진다. 어쩌면 그건 몰입이 선사하는 멋진 선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그것에 심취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되기도 한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그래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만드는 건, 그렇게 강한 의지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지키고, 또 무언가가 되고 싶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무언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그 의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의지와 집념, 그리고 자기 자신이 모두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원하는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자기 자신이 누군지,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그 위치를 잊은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한 남자가 망가진 차 옆에서 깨면서 시작한다. 자신이 누군지 왜 그렇게 부상을 당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한 곳으로 향하고 이름을 확인하지만 밤 12시가 되자 다른 사람의 몸에서 다시 깨어난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작은 단서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맨 처음 깨어났을 때 옆에 있던 노숙자(박지환)가 그 첫 단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강이안(윤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문진아(임지연)라는 여자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잃어버린 자신의 위치를 찾으려는 사람의 이야기, <유체이탈자>
강이안은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다. 영화는 그의 정신이 왜 이렇게 다른 사람 사이에서 옮겨 다니는지는 영화 후반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강이안이 어떤 인물인지,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렇게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시하면서 관객들이 영화 속 주인공과 똑같은 시점으로 영화를 따라가게 만든다. 가장 처음 알게 되는 건, 주인공의 의지다. 그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영화의 첫 목격자인 노숙자를 중심에 놓고 자신이 알아놓은 정보를 저장하고 반복해서 따라가는 등, 그 의지를 놓지 않는다. 그가 가진 의지는 이 영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자 동력이다.
영화 속에서 강이안의 얼굴은 사실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정신을 차린 그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자신의 얼굴이다. 얼굴을 보며 자신이 어느 위치의 사람에게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고 주변을 살핀다. 그가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것처럼 그 몸의 인물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나 당황스러운 모습은 영화 초반을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이다. 그래서 꽤 세세하게 그가 몸과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부분은 강이안의 모습으로 영화가 진행되지만 거울 속의 모습이나 간간히 강이안이 들어간 몸의 모습도 비친다. 어찌 보면 자신의 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영화 속 강이안은 자신의 모습을 모르지만 관객은 그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강이안의 기억을 찾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문진아는 과거에 강이안과 가까운 사이로 보이는 인물이지만 실제로 기억을 찾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강이안이 끝까지 의지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찾게 만드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노숙자는 사실 초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강이안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노숙자와 강이안의 버디 무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노숙자는 영화 속에서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름이 없는 사람과 몸이 없는 사람이 같이 힘을 합쳐 자기 자신을 찾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윤계상은 혼란스러워하는 강이안의 모습을 잘 담아냈고, 그가 가진 액션 능력을 이 영화에서 한껏 보여주고 있다. 좁은 곳에서 벌어지는 근거리 격투나 권총 액션은 꽤 현란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다양한 인물들과 벌이는 근접 액션 장면이 영화 마지막까지 이어지면서 끝까지 영화적 긴장을 유지한다. 또한 문진아 역을 맡은 배우 임지연도 꽤 과격하고 빠른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총 7명의 인물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과 표정을 연기에 반영했다. 실제로 촬영 시 다른 배우들과 한 달 넘게 사소한 행동까지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단점을 상쇄하는 흥미로운 설정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에서 빌런 박실장(박용우) 역을 맡은 배우 박용우도 인상적이다. 박 실장은 사실 초반에는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비치는 그의 모습은 누아르나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빌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너무 전형적으로 많이 보아왔던 악당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로는 충분하다. 그가 웃음을 짓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은 그의 다음 행동이 어디까지 갈지 한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는 영화에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 속 강이안은 자신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의지로 자신의 몸과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과거에 해왔던 모든 일,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었지만 과거에 가지고 있던 의지만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결국 그것이 강이안을 끝까지 버티게 만들고 7명의 인물들의 몸속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만든다. 어쩌면 그 의지가 누군가에게는 그가 강이안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그가 가진 의지는 영화 초반에 아무런 정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마리를 하나씩 찾게 만들고 조각조각 모은 퍼즐 같은 단서들을 조합하여 결국에는 그 일의 원인과 자신을 찾게 만든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꽤 신선한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다. 유체를 이탈한 자가 다른 사람의 몸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다는 설정은 그동안 보아왔던 기억상실증 서사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하나 더 붙인 것이다. 아주 단순하고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지만 진행되는 영화적 공간과 인물을 한정적으로 제시하고 그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관객과 퍼즐을 맞춰 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흥미로운 액션 스릴러다. 영화에는 총기 액션, 격투액션, 카 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나 강이안의 몸이 바뀔 때, 주변 환경이 바뀌는 모습은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되었는데 꽤 색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유체이탈자>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하고 있지만 인물들 간에 이동하며 벌어지는 상황들이 다소 작위적이고, 새로운 인물로 이동될 때마다 벌어지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다소 루즈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또한 주인공이 단서를 알게 되는 순간마다 운이 많이 따르기도 해 설득력이 떨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한 한국 액션 스릴러 영화 중에서 꽤 신선하고 긴장감의 밀도도 높다. 또한 신선한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주인공 강이안의 뒤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영화는 다양한 액션과 함께 이야기의 반전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극장에서 관람할 때 몰입감을 주게 된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극장에서 관람 시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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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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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리오사가 지켜낸 희망의 씨앗
누구나 자신만의 희망이 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 줄 그 희망은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몇 번이나 찾아오는 절망적인 상황은 삶을 더 이어나갈 힘을 빼놓는다. 더 나아갈 힘이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 마지막까지 감추어두었던 희망은 꺼내어들 수 있는 마지막 무기다. 그 희망을 생각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만약 희망조차 없다면 그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먹고 자는 문제만 간단히 해결할 뿐, 나쁜 상황만이 앞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2015년에 개봉했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희망을 무기로 꺼내든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퓨리오사(샤를리스 테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생명의 땅으로 가기 위해 임모탄(휴 키스번)에게 갇혀있던 여성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을 감행한다. 퓨리오사는 모든 여성들의 희망이었고, 그 희망의 여정에 맥스(톰 하디)가 우연하게 끼어들게 되면서 다각도로 전개되는 추격전이 펼쳐졌었다.
이번에 개봉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전편에서 희망의 전사였던 퓨리오사의 성장 서사를 다룬다. 사실 성장 서사라기보다는 그녀가 겪었던 모든 절망들을 보여주면서 그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과정을 보여준다.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행복한 순간은 어린 시절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짧은 행복의 기억 때문에 그녀가 수많은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 영화는 그녀의 어떤 감정들을 전달하면서, 그가 겪었던 수만은 절망들을 보여주고 있을까.
[첫 번째 감정] 퓨리오사의 절망
영화의 대부분은 절망으로 가득 차있다.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는 끝없는 사막으로 바뀌었고, 그 안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누군가의 물과 식량을 탈취한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시대, 이 시기에 아직 푸르름을 간직한 공간이 있었다. 바로 퓨리오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그런 곳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외부인을 강력하게 경계하지만 그 안에서 자급자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퓨리오사가 외부 침입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납치되면서 그녀의 절망이 시작되었다. 영화 초반 퓨리오사의 엄마가 납치된 퓨리오사의 뒤를 따라가는 길고 긴 추격장면은 절망을 맞이하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이다. 여기엔 두 가지 절망이 섞여 있다. 유일하게 존재하던 푸른 지상 낙원이 외부에 노출되어 버렸다는 것과 그곳 출신 아이인 퓨리오사가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끝까지 퓨리오사를 찾기 위해 추적하지만 결국 그 집단의 우두머리인 디멘투스(크리스 햄스워스)에게 붙잡히고 만다. 퓨리오사는 바로 앞에서 엄마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퓨리오사는 행복의 상징인 낙원에서 멀어졌고, 점점 더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녀의 고통은 커진다. 초반의 긴 추격장면은 긴 안전끈이 늘어나가 끊어져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가 죽임을 당한 후 십여 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된 퓨리오사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잭(톰 버크)을 눈앞에서 잃게 된다. 그 역시 디멘투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퓨리오사에게 가장 큰 절망을 선사한 디멘투스는 그저 자신을 귀찮게 한 존재를 하찮게 보고 그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제거해 버렸을 뿐이다. 그렇게 퓨리오사의 절망은 더욱 커지고, 그 절망을 준 존재를 향한 복수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영화 내내 디멘투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자동차들로 퓨리오사와 일행을 누르고 파괴한다. 영화는 거대한 디멘투스의 차량이 퓨리오사의 자동차를 짓밟는 모습을 담으며 퓨리오사의 절망을 처절한 액션 장면에 담고 있다.
[두 번째 감정] 퓨리오사의 분노와 복수
절망은 당연하게 분노의 감정으로 바뀐다. 퓨리오사는 임모탄이 지배하고 있는 시타델에 숨어 살면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퓨리오사의 분노가 조금씩 쌓여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은 십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것이어서 단번에 폭발적으로 쌓인 것은 아니다. 퓨리오사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고,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하지 않는다면 복수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말도 극단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고 시타델의 시스템 속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탈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위치를 노렸다. 결국 수송 트럭으로 탈출을 감행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잭은 <매드맥스> 시리즈의 모든 남자 가운데 가장 믿을만한 인물이다. 그는 퓨리오사 내면에 숨어있는 분노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무심하게 알려주는 인물이다.
영화 중반부에 잭과 퓨리오사가 무기 농장에서 디멘투스 일행에게 습격을 받는 장면이 있다. 무기 농장의 거대한 탑이 무너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해 그 상황을 겨우 벗어나지만, 그 액션 장면처럼 그 두 사람은 붕괴되고 있었다.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 퓨리오사는 결국 마음속에 복수만이 가득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세 번째 감정] 모두의 희망이 된 퓨리오사의 희망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은 영화의 처음과 비슷한 추격장면이다. 이 추격을 하기 위해 퓨리오사는 바퀴가 하나 없는 자동차를 타고 가게 된다. 마치 팔 하나가 없는 퓨리오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그렇게 추격을 시작한 퓨리오사는 영화의 초반 자신의 엄마가 끝까지 자신을 추적해 왔던 것처럼 끝까지 디멘투스를 추격해 낸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 그리고 유일한 믿음을 주었던 잭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애쓴다.
사실 이런 복수의 전체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희망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가 준 복숭아나무 씨앗 하나를 잊지 않았다. 그녀가 입안에 넣어 보호하는 그 작은 씨앗은 그녀가 지켜야 할 최후의 희망이다. 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이야기 직후에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까지 이어서 보고 나면 퓨리오사가 지켜냈던 그 희망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희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퓨리오사는 그 희망을 지켜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희망의 동력을 나눠주었다.
영화 속 빌런인 디멘투스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디멘투스는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또 다른 빌런인 임모탄은 정상적인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희망을 따라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엄청난 독재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디멘투스에겐 그런 희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재미있는 것만 추구하며 삶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가 잭을 죽이는 장면에서 혼잣말로 재미없다고 웅얼거리는 장면에서 그의 그런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퓨리오사는 자신의 희망으로 무작위성, 혼란, 무계획의 대표적인 인물인 디멘투스에게 일종의 형벌을 내린 셈이다.
퓨리오사의 서사는 이번 영화로 완성되었다. 앞으로 <매드맥스> 시리즈가 더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2015년부터 시작된 <매드맥스 사가>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궁금한 인물이었던 퓨리오사에겐 숨겨진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도 다양한 액션 장면들이 담겨있고, 한 액션 시퀀스가 꽤 길게 이어진다. 전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프리퀄 영화다. 전작이 액션으로 서사를 완성했다면, 이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액션과 음악 그리고 퓨리오사의 성장이야기로 길게 서사를 이어 완성했다. 전편이 직렬로 이어진 영화라면, 이번 영화는 병렬로 펼쳐 다각도로 퓨리오사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한다. 퓨리오사의 희망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끝까지 시선을 잡아두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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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값하는 재난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잠에서 깬 남편 '클레이'(에단 호크)에게 '아만다'(줄리아 로버츠)는 선언한다. 빌라를 빌렸으니 당장 그곳에서 휴가를 보낼 거라고. 그렇게 클레이와 아만다, 아들 '아치'(찰리 에반스)와 작은 딸 '로즈'(파라 매캔지)는 여행길에 오른다. 기대 이상으로 호화로운 빌라 덕분에 갑작스러운 휴가는 꽤 즐거워 보인다. 자녀는 수영장을 즐기고, 부부는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해변에서부터 휴가가 꼬인다.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던 도중 거대한 유조선이 해수욕장을 덮친 것. 급히 빌라로 되돌아 오지만, 와이파이와 핸드폰 데이터, 심지어 TV까지 먹통이 되면서 아만다는 점점 당황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신을 빌라 주인이라고 소개한 'G.H.'(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딸이 불쑥 찾아오기까지 한다. 그렇게 아만다의 휴가는 재난이 되기 시작한다.
재난 영화의 클리셰에 도전장을 던지다
건물과 다리가 무너진다. 검은 연기가 치솟고, 차들은 물에 잠기며,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군인과 경찰의 무의미한 고함이 사이렌과 헬기 소리 사이에 갇힌다. 자유의 여신상도, 타워 브리지도, 에펠 탑도 논외는 아니다. 성 베드로 성당이 갈라지면 확실해진다. 신조차 사람을 외면했다고.
재난 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2012년처럼. 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는 영화는 없다. 이야기 구조도 공식화되어 있다. 재난을 예측한 인물은 정부나 기관에서 외면받는다. 일부 음모론자만 위기를 눈치챈다.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일 때는 이미 늦었다. 이처럼 클리셰가 반복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뻔하다고 비판받을지언정 실패하지 않으니까. <2012>가 그랬고, <투모로우>가 그랬다. <해운대>나 <타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강력한 권위는 도전을 유발하는 법. 클리셰에 도전하는 영화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도 그중 하나다. 샘 에스마일 감독은 미국 정부가 붕괴하고 뉴욕이 파괴되는 재난을 그려냈다. 하지만 자극만을 위한 이미지 전시는 찾을 수 없다. '세상을 등진다'는 제목대로다. 대신 사람을 비춘다.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재난을 맞닥뜨린 사람들을.
현실로 튀어나온 재난 영화
물론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가 재난을 아예 안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재난을 다룬다. 판에 박힌 재난 영화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를 표한다. 극 중 재난은 디지털 재난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네트워크가 차단되면 일어날 수 있는 사건과 상황을 하나씩 선보인다. 특히 매 순간마다 익숙함을 거부하는 전복적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유조선 장면이 대표적이다. 자동 항법 시스템이 고장 난 유조선이 해수욕장을 들이받는다. 이 장면에서는 영상과 음성의 불일치가 돋보인다. 영상은 평화로운 휴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아만다와 클레이는 일광욕을 즐기고, 아치는 썸녀랑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로즈의 시점에서 유조선이 점점 커지자, 음산한 배경 음악이 서서히 존재감을 내뿜는다. 충격적인 이미지 없이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일깨워진다.
비슷한 아이디어는 다른 장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뉴욕 시내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차들로 막혀 있다. 일반적인 재난 영화라면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에서는 다르다. 막 출고된 테슬라 전기차들이 자율 주행 중에 통제권을 잃고 충돌한 결과 길이 막혔기 때문. 이 발상의 전환 덕분에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재난은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다.
이러한 장면은 관객의 태도를 바꾼다. 많은 재난 영화는 거대한 스케일을 강조한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서 관객과 영화의 거리는 멀어지고, 관객은 영화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으므로. 재난은 그저 눈요깃거리인 셈이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다르다. 부조화와 발상의 전환으로써 거리감을 좁힌다. 넷플릭스 작품임을 고려하면 특히 인상적이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재난을 맛볼 수 있으니까.
가짜 고립과 진짜 고립
스크린으로부터 일상으로 디지털 재난을 옮겨온 덕분에,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이야기도 설득력이 높아진다. 영화는 재난이 초래한 고립을 미시적 관점에서 파고들며 진짜 재난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 질문은 오프닝에서부터 암시된다. 아만다는 가족 휴가를 선언한다. 사람들이 싫어졌으니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가득한 도시에 지쳤다면서.
이 장면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연출이 돋보인다. 아만다는 제4의 벽을 넘듯이 카메라를 똑바로 노려본다. 자기가 얼마나 도시에서 지쳤는지, 사람들이 싫어졌는지 제발 알아달라고. 제목대로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결심이 결코 허황되거나 과장되지 않았다고. 그런데 카메라도 지지 않고 아만다의 얼굴, 그리고 눈을 연이어 클로즈업한다. 마치 "진짜로 세상을 등진 채 고립되고 싶어?"라고 되묻는 듯이.
그 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녀의 결심이 얼마나 미약했는지 보여준다.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고립을 자처했지만, 아만다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진정한 고립의 실체를 마주한 후에야 꿈꾸던 휴가가 가짜 고립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먹통이 돼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그녀는 좀처럼 견디지 못한다.
빌라 주인인 G.H.가 딸과 함께 찾아왔을 때 그녀의 무력함은 극대화된다. 메일도 볼 수 없어서 그들의 신분을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없자, 그녀는 극도의 불신을 숨기지 못한다. 도시가 이미 정전됐고 마비되었다는 G.H.의 증언을 무시하고, 그토록 싫어했던 도시로 돌아가기로 결정할 정도로.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도 세상을 등지고 싶어 하던 사람이 누구보다도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싶어 한다.
진정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법
따라서 남은 이야기가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보여준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다. 특히 아만다와 가장 반대되는 캐릭터가 가장 세상과 적극적으로 연결된다는 지점이 흥미롭다. 바로 로즈다. 그녀는 일견 젊은 세대의 단점만 보여주는 인물 같다. <프렌즈>를 보지 못해 불안해하고, 태블릿과 TV가 안된다고 보채는 모습은 과장 보태 중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 그녀는 극 중 유일하게 뭔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유조선도 가장 먼저 발견했고, 동물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니 그들을 추적하자는 것도 그녀만의 발상이다. 다들 집에서 상황을 기다려 보자고 할 때 유일하게 집 밖으로 나가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기도 한다. 그 결과 그녀는 지하 벙커를 찾아내고, DVD로 그토록 염원한 <프렌즈> 마지막 회를 보는 데도 성공한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가 진정으로 보여주려는 재난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 로즈의 행적은 꽤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연결이 끊긴 상황 그 자체를 재난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유조선 오작동, 자율 주행차 충돌, 비행기 추락보다 더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클레이, G.H., '대니'(케빈 베이컨)의 삼자대면에서 볼 수 있는 양극화가 그 재난이다. 정보의 바다에서는 정보를 갖느냐 마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으므로.
실제로 수동적인 가족과 이웃은 재난을 악화한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겠다는 아만다의 결정이 시작이다. 새로운 정보가 생길 때까지, 세상과 연결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선택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집에서 기다리자"는 대사는 스스로 괴사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무력하게 정보를 기다릴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실마리가 보일 테니. 로즈가 벙커를 찾아내듯이.
마지막 단추만 잘 뀄더라면
이처럼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형식도 내용도 신선한 재난 영화임이 확실하다. 다만 마무리가 아쉽다. 우선 미스터리를 클리셰로 채우는 선택이 문제다. 영화는 중국이나 이라크가 배후에 있는 테러로 인해 미국 사회가 정지되었음을 암시한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우주에서 지구를, 달에서 지구를 비추며 극도로 끌어올린 긴장감을 재난의 정체나 뒷배가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듯싶다.
숨은 정보를 안일하게 알려주는 방식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애널리스트인 G.H.의 입을 빌려 시청자가 궁금해할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의 말만 있을 뿐, 믿을만한 추가 정보나 증거는 없다 보니 착실히 쌓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는 무너진다. 차라리 세 번째 인물인 대니를 만나기 전까지 그 어떤 확답을 내놓지 않았으면 마지막까지 재난의 실체를 감추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연결성도 떨어진다. 영화 중간에는 의문스러운 장치가 많다. 빌라와 헛간을 둘러싸고 바라보는 사슴 떼, 수영장을 점령한 홍학이 대표적이다. 중간중간 귀를 찢는 듯한 굉음, 아들의 병을 유발한 벌레도 있다. 이들의 등장은 작위적이다. 필요한 순간에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큰 그림은 끝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한두 마디 단편적인 대사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몰입도에 비해 전체적인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시작에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대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그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드러난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그렇지 않다. 독특한 장치로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 간의 그물을 만드는 데는 끝내 실패했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그랜드슬램으로 시작해 블론세이브로 끝난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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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2」 데드풀 닉 퓨리가 서로 죽이려는(?) 액션영화
? "킬러의 보디가드2 -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보기 전, "킬러의 보디가드"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그리고 영화 속 메시지, 속편 정보- 킬러의 보디가드 영화정보
감독: 패트릭 휴즈
제작: 마크 길, 데이나 골드버그, 매튜 오툴, 존 톰슨, 레스 웰던
각본: 톰 오코너
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외
장르: 액션, 코미디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픽처스, 크리스털 픽처스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JNC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2017년 8월 18일 한국 2017년 8월 30일
상영 시간: 118분
제작비: $30,000,000
북미 박스오피스: $75,468,583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176,586,701 (최종)
대한민국 총 관객수: 1,721,757명 (최종)-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킬러의 보디가드2) 영화정보
장르: 액션, 코미디
감독: 패트릭 휴즈
각본: 톰 오코너
제작: 크리스타 캠벨, 라티 그로브맨, 매튜 오툴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셀마 헤이엑 외
촬영: 테리 스테이시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미디어, 서밋 엔터테인먼트, 캠벨 그로브맨 필름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개봉일 미국 2021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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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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