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로빼뚜로2023-01-19 23:24:42
히어로가 된 캐리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이전의 <캐리와 슈퍼콜라> 이야기
<캐리와 슈퍼콜라>는 6년 전에 만들어진 유투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친구들>의 캐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서사를 만들어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유투브 채널은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소개하고 영혼을 담아 열성적으로 역할놀이처럼 노는 장면을 보여주는 콘텐츠이다. 애니메이션 <캐리와 슈퍼콜라>는 어린이 관객들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 유투브 채널을 만들기 이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 캐리는 자신의 게시물의 조회수와 댓글에 연연하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애니메이션 내용 안에서 나이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지만, 설정은 11살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공유하는 카페에 인기없는 피드를 올리다, 어느날 가지고 있던 인형 콜라에 외계에서 온 마스터가 들어가게 되고 말도 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그걸 촬영해 피드에 올리면서 많은 인기를 끌게 된다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름 지금 시대에 맞는 소재를 이용한 캐릭터 설정과 서사의 도입은 신선한 시도로도 보였다. 빌런인 스펙터의 지구를 침공하는 동기는 다소 미약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우주정원을 꾸미고 싶어 마스터의 힘을 빌어 블랙홀을 만들어 지구를 훔치려는 설정도 나름 재미있어 보인다.
주요 등장 캐릭터가 많지 않고 캐릭터 성격과 그들 간의 관계의 단순함이 약간은 아쉽기도 하지만, 아동 콘텐츠는 복잡함보다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단순함이 더 강점이 될 수 있기에, 단순하지만 허술하지 않게 전하는 어린이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괜찮게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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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 위의 거북이와 바다 위의 용
영화 한산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속 명량을 이은 두 번째 작품이며, 작중 시기 상으로 보았을 때는 한산도 대첩 이전부터 당일까지를 그리는 명량의 프리퀄 작품이다. 영화를 직접 보기 전 여러 평가들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공통된 의견은 전작인 명량의 단점을 개선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직접 영화를 보게 된 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명량이라는 영화의 단점을 고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꽤 존재하는 영화라고 느껴졌다. (이후 스포일러)
영화가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된 시점에 관람하게 되었는데,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VOD 포함 4번이나 봤던 시기이다 보니 박해일 배우님을 너무 자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화가 시작된 후 초반부에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캐스팅이 대단하다!'였다. 우선 실제 역사 속에서도 조선 수군의 암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원균 역을 손현주 배우님이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고, 향도 역으로 나오는 안성기 배우님이 등장하셨을 때도 놀랐다. 이외에도 왜군 역으로 등장하는 변요한 배우님, 김성균 배우님 등등 반갑게? 느껴지는 배우님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다만 연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작중 등장하는 왜군들의 일본어는 거의 '한본어'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나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배우님이 휘하 장수 이름을 부를 때는 한국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일본인이 아니다 보니 그런 부분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았고, 카리스마 있는 표정 연기나 몸을 쓰는 방식 등은 자연스럽고 멋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박해일 배우님의 연기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공존하고 있다. 사실 헤어질 결심 속 연기에 너무 압도되어 많은 기대를 한 것도 있지만, 정말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산 속 박해일 배우님의 연기는 이순신 장군을 많은 고뇌를 가진 인물로 묘사하지만 고뇌의 내용에 대해 관객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우선 이순신 장군님 본인께서 과묵한 인물이었던 것에 대한 고증이 있을 것이고 다음으로 그의 침착하고 치밀한 지략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영화를 후반까지 보게 되면 부관들의 실수나 재촉에도 불구하고 99%가 아닌 100% 확률의 승리를 위해 인내하고 인내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적을 끌어내리는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뇌와 고통을 겪어야 했을 텐데, 문제는 이 영화 속에서 관객이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박해일 배우의 표정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임진왜란 시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 어차피 아니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영화적인 재해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부관들의 질문이나 요청 중 50%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 장군의 모습을 보면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따라서 감정을 절제하는 장군으로서의 면모는 탁월하게 묘사되었으나 영화 속 주인공으로만 생각하고 연기를 보았을 때는 아쉽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초반부 1시간가량의 전개가 지루하다고 느껴졌고 각 장면 속 사건들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주변인들과 대화를 해 봐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정말 나의 주관적인 감상인 것 같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조선군과 왜군 두 진영에서 의견 차이나 새로운 작전 등이 계속 벌어지지만 모든 이야기가 유려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몰입 없이 전반부를 지루하게 감상했다. 또한 전작인 명량보다는 훨씬 덜할지 몰라도, 여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차가운 사극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대용이 거북선의 개량 버전을 만들어 이순신 장군을 울며 설득하는 장면이나 의병장 황박이 준사에게 하는 대사 등은 '냉철한 지략가인 이순신 장군'이라는 영화의 중심축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작중 이순신 장군의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정말 울림이 있는 대사와 이어지는 장면이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때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박해일 배우님이 인조로 출연한 '남한산성'같은 영화가 더 재밌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들만 너무 길게 쓴 것 같긴 한데,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역시 확실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작인 명량에서 개선되었다고 느낀 점은 악역(?)인 와키자카에 대한 묘사이다. 전작의 왜군 장수에 비해 훨씬 지력과 통찰력이 있는 인물로 그려졌으며, 이는 결말을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영화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역사 속 와키자카의 모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거북선에 대해 파악하는 것, 해상에서 매복하여 작전을 펼치는 것, 조선 수군에게 절대 먼저 접근하지 않으려 하는 점 등은 '한산도 대첩'이라는 영화의 배경을 뻔하지 않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영화의 제일 훌륭한 점은 역시 해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육지전을 묘사한 국내 영화 중에 '고지전'이라는 훌륭한 영화가 있다면, 해전에 있어서는 명량과 한산이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안갯속에서 적은 수의 배로 상대를 유인하는 조선 수군의 모습, 우리의 바다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사실에 기반해 적군을 농락하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학익진으로 바다 위의 성을 만들어 적을 궤멸시키는 모습은 지루했던 전반부를 잊게 만들 정도로 큰 쾌감을 선사했다. 거북선에 대한 압도적인 묘사도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중 왜군은 거북선을 보고 '복카이센'이라는 표현을 쓰며 두려워하는데, 영화 속 거북선의 모습을 보니 정말 그 시절에 해전 중 저런 적선을 맞닥뜨리게 될 경우 누구나 다리가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 적들 속에 홀로 들어가 무쌍을 찍는 개량된 거북선의 성능을 보고 있자니 앞서 언급했던 나대용의 눈물까지 설명되는 듯한....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는 후반부를 위해 기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반부의 해전만으로도 티켓 값은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남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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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우리가 모두 아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새롭게 담아낸 영화 <하얼빈>이 드디어 개봉합니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대중에게 믿고 보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임과 더불어 국내 최초 아이맥스(IMAX) 포맷으로 특정 장면이 1.90:1로 확장되는 특별 제작 영화인 만큼, 3개국 로케이션과 실제 대자연을 담아냈다고 알려져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영상 색보정 작업을 진행한 덱스터 DI본부 컬러리스트 박진영 상무는 “시대물 하면 떠오르는 빈티지 질감의 색채를 벗어나, 최신 기술로 제작된 영상의 선명함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강한 컨트라스트와 날렵한 질감으로 ‘하얼빈’만의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담은 영화인만큼 중심인물들의 작은 표정 하나하나를 살리는 데 집중한 한편, 신아산 전투, 꽁꽁 언 두만강 장면 등에서는 위아래가 확장된 아이맥스 화면비로 전해지는 시각적 압도감에 주력해 작업에 임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순 제작비 265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기에 약 650만 명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 만큼 영화의 흥행 여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습니다.
과연 <하얼빈>은 올겨울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하얼빈
HARBIN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4분
감독: 우민호
주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개봉: 2024.12.24.
배급: CJ ENM
줄거리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ARMAND
개요: 드라마 | 노르웨이,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 117분
감독: 하프담 울만 튼델
주연: 레나테 레인스베
개봉: 2024.12.2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그건 제 아들이 한 짓이 아니에요” 어린 아들 ‘아르망’의 담임 ‘순나’로부터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게 된 ‘엘리자베스’ 학교에 도착한 그는 ‘아르망’이 불미스러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아이들이 남긴 비밀과 어른들이 삼킨 진실은 무엇인가?
더 폴: 디렉터스 컷
The Fall
개요: 드라마 | 영국 | 119분
감독: 타셈 싱
주연: 리 페이스, 카틴카 언타루
개봉: 2024.12.25.
배급: 오드 AUD
줄거리
무성영화 시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스턴트맨 ‘로이’는 같은 병원에 입원한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친구가 되고, 매일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면서 ‘알렉산드리아’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
니코: 오로라 원정대의 모험
Niko: Beyond the Northern Lights
개요: 애니메이션 | 독일 | 85분
감독: 캐리 주스넌, 요르겐 레르담
주연: 옹성우, 김지은, 박예린, 정재헌, 사성웅, 김사라
개봉: 2024.12.25.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메가박스중앙㈜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클로스의 썰매가 사라졌다고?! 산타 비행단이 되어 전 세계에 크리스마스를 선물하는 꿈을 키워나가는 사고뭉치 꼬마 사슴 ‘니코’. 비행 스킬 만렙의 사슴 ‘스텔라’가 나타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던 어느 날, 돌연 ‘스텔라’와 산타의 썰매가 자취를 감춰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크리스마스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니코’는 썰매를 되찾기 위해 날다람쥐 ‘줄리어스’, 흰 족제비 ‘윌마’와 함께 꽁꽁 얼어붙은 북쪽 땅으로 향하는데… 과연, ‘니코’와 친구들은 신비한 오로라 속 비밀을 밝혀내고 무사히 크리스마스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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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뚫고 금고터는 이야기, 반만 성공
중학교 때부터 동네 비디오 대여 가게를 자주 방문해 영화들을 빌려봤다. 우연히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1978)을 빌려봤고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너무나 재미있게 봤다. 느릿느릿한 좀비가 사람들을 먹으려 다가오고 그것을 어느 정도는 피해 보지만, 주인공들은 엄청나게 많아진 좀비 무리로부터 다 도망가지는 못한다. 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사람끼리 싸우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를 내 머릿속에 강력하게 잡아둔 것 같다. 쇼핑몰에 모여 필요한 생필품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얻었지만 내부 싸움으로 외부의 좀비들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로도 종종 좀비 영화들을 빌려봤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영화들도 있지만, <죽음의 날>(1985), <랜드 오브 데드>(2005) 같은 조지 로메로의 후속작들을 봤고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의 <바탈리언>(1993) 같은 영화도 보게 되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좀비 영화는 완전한 B급 장르였고, 그런 영화들을 본다고 하면 조금은 이상한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꽤 잔인한 공포영화에 속했고, 각각의 영화들이 가진 스토리도 크게 다르다고 볼 수는 없었기에 완전한 마이너 영화들로 취급되었다.
2003년에 등장한 영화 <28일 후>는 대니 보일이 연출한 일종의 좀비 영화다. 여기서부터 달리는 좀비가 등장해 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4년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새벽의 저주> 리메이크 영화가 개봉하며 좀비 영화가 많은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느렸던 좀비가 속도를 가지게 되면서 영화의 전개 속도도 빨라져 여름 블럭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 다른 주제, 다른 감독의 후속편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B급 영화라는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월드워 Z> (2013)가 개봉해 큰 성공을 거뒀고, 한국에선 <부산행>(2016) 이 개봉해 천만 관객을 넘겼다. 이런 좀비 영화들이 큰 규모로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 각종 드라마들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니 좀비가 이제는 일반적인 소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는 좀비 영화를 본다고 해도 더 이상 이상하게 쳐다보니 않는 시대가 되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잭 스나이더가 감독했지만 엄밀히 말해 그가 만든 <새벽의 저주>의 속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프리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설정 자체가 다르고 좀비의 특성도 조금 다르게 묘사된다. 아마도 잭 스나이더는 과거 자신이 리메이크했던 조지 로메로의 세계관에서 좀 더 확장된 좀비 버전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는 알파라는 좀비의 왕 같은 존재가 등장한다. 알파에게 직접 물려 좀비가 된 존재들은 일종의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있다. 알파가 아닌 일반 좀비들에게 물린 사람들은 과거 우리가 아는 느릿한 좀비가 된다.
사실 <새벽의 저주>의 스피디함과 박진감을 기대했다면 대부분 실망할 것이다. 최근에 나온 <부산행>, <반도>, <월드워 Z> 같은 영화들과 색깔이 다른 좀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속도감이 별로 없다. 그리고 잭 스나이더가 좋아하는 슬로우 모션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스콧(데이브 바티스타)이 팀을 조직하여 좀비 격리 구역인 라스베가스의 금고에서 돈을 가지고 오는 것이 내용인데, 팀을 조직하고 들어가는 데까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후반부 액션에서도 크게 속도감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과거 B급으로 취급되던 좀비 영화와 블럭버스터 좀비 영화 중간 어딘가에 이 영화가 위치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느릿한 좀비들을 처치하고 피해 가지만 엄청난 숫자의 좀비들은 위압감을 주는 장애물이 되고, 더 위험한 좀비가 등장해 그와 대결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과거 좀비 영화의 감성과 최근 트렌드의 좀비 영화를 같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거의 후반부에만 몰려있는 액션 장면들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금고를 터는 이야기와 알파 좀비로부터 탈출하는 전개가 같이 이어진다. 물론 이런 어중간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좀비 영화에 금고를 턴다는 하이스트 영화의 내용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하이스트 영화로서 그 구성이 깔끔하다고 할 수 없고, 좀비 영화로서의 매력이 완전히 돋보인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중간한 느낌이 있다.
잭 스나이더가 실제로 만들고 싶었던 건 <새벽의 저주>가 아니라 <아미 오브 더 데드> 버전의 좀비 영화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온전히 자신만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구성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가 만들어낸 약간은 다른 좀비 영화가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과거 B급 좀비 영화를 보던 그 감성과 최신 좀비 영화의 감성이 내게는 잘 통했던 것 같다. 알파라는 존재가 등장하고 집단을 형성한 것을 보면 떠오르는 영화는 <나는 전설이다>(2007)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도 있다. 그 영화에서도 흡혈귀들이 어떤 조직을 형성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의 결말을 좋아하는데, 인간들을 두려워한 흡혈귀가 주인공에게 죽음의 약을 주고 선택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알파와 집단들도 인간들이 두려워 그렇게 집단생활을 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나만의 생각도 해보게 된다.
좀비 영화에는 좀비보다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세상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새벽의 저주>에서 아무 생각 없는 좀비가 쇼핑몰 주변에 엄청나게 몰려온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이미 좀비처럼 몰려다니며 세상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는 잠자는 좀비가 나온다. 아주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건물 안에서 잠든 좀비들의 모습은 화려함 속에서도 회복에 힘써야 하는 인간들의 모습도 떠올리게 한다.
아주 최신 감성을 가진 좀비 영화는 아니지만 조금 결이 다른 좀비 영화인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잭 스나이더의 영화다. 여느 좀비 영화가 그렇듯 감염자가 어디론가 가면서 끝이 나는데, 후속 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맡은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 그들은 스나이더에게 전권을 줬고, 이번에 공개된 영화가 바로 감독판이라는 이야기도 스나이더가 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온전한 스나이더의 영화고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좀비 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 평을 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너 장르였던 영화가 완전히 메이저 장르가 되었다. 나만의 좀비물이 모두가 이야기하는 좀비물이 되었으니, 그것이 혹평이라고 할지라도 이야기된다는 그 자체가 참 좋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아미 오브 더 데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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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스스로 화산에 걸어간 부부 이야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불 속의 연인: 카티아와 모리스 크래프트를 위한 진혼곡
(The Fire Within: A Requiem for Katia and Maurice Krafft)
France, UK, Switzerland, US/2022/86min/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작품
프랑스 출신의 화산학자 부부 카티아 크래프트와 모리스 크래프트. 그들은 1991년 화산 폭발을 연구하러 방문한 일본에서 사망했다. 대피하라는 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폭발을 앞둔 산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망하기 전까지 부부는 세계 곳곳의 폭발 중인 화산을 찾아 2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남겼는데, 〈불 속의 연인〉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부부에게 바치는 헌사를 담아 이를 편집한 영화다.
폭발 중인 화산재는 내부 온도가 500도 이상이고 시속 600킬로미터로 이동한다. 극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부부는 화산 폭발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혹을 느낀다. “화산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카티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화산은 부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화산에 대한 부부의 매혹은 곧 죽음에 대한 매혹이다. 웅장하고 경건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화산 폭발 장면은 극장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부부가 촬영한 영상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숭고함을 선사한다. 말을 잃게 하는 압도적 경관 앞에서 한없이 위축되고 겸손해지는 성찰적 감정인 숭고 말이다.
화산 폭발의 장엄한 이미지는 우리가 현실에서 애착을 느끼는 모든 것의 의미를 지극히 하찮게 만든다. 강렬한 죽음의 이미지를 대면하는 순간에야, 우리는 삶의 본질적 소탈함을 자각하고 모든 번잡스러운 욕망에서 초탈한다. 부부가 화산에 느끼는 순수한 매혹은 아마 여기서 생겨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죽음에의 매혹은 생명에 대한 애착으로 재탄생한다. 부부는 화산 폭발을 그저 숭고한 스펙터클로만 다루지 않는다. 붉고 검은 용암과 하늘 높이 솟은 화산재를 향하던 부부의 카메라는 이내 재난의 현장으로 방향을 튼다. 수많은 사람과 동물의 삶 터전이 화산 앞에서 모두 회색빛으로 변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과 자연에 존재하던 것은 잿빛 죽음 아래서 비로소 평등해진다. 화산재에 뒤덮여 헐떡이는 소와 천천히 감기는 새의 눈 그리고 또다시 이어가야만 하는 살아남은 자의 삶. 아이들은 화산재를 모아 빨대를 꽂고 바람을 불며 논다. 마치 그 화산재가 자기 삶의 터전을 초토화시켰다는 사실을 잊은 듯이 말이다. 부부의 관심이 학술 연구에서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확장된 것은 필연이었다.
요컨대 부부는 화산 폭발에서 죽음과 삶을 동시에 봤다. 적어도 화산 폭발의 현장에서는 죽음과 삶이 대립하지 않는다. 모두를 일깨우는 둘 만의 현장. 〈불 속의 연인〉은 이 놀라운 확장의 계기를 선사한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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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 미웠을 법한 인물을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영화'의 힘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로스트 도터>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그런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극중 인물에 이입하며 느낀 복잡한 감정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영화를 보며, 그리고 보고 난 후 느낀 감정이 마구 요동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이 복잡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어 극장을 떠난 후에도 내 머릿속과 마음 속을 사로잡고 있는.
<로스트 도터>가 내겐 그런 영화였다.
영화관을 떠난 뒤에도 영화 속 주인공인 레다와 니나라는 인물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로스트 도터>는 참 복잡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각자 얻어가는, 생각하게 되는, 깊이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 다를 것이다.
본 리뷰에서는 내가 유독 깊이 생각하고 집중했던 점들에 주력해볼 예정이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레다(올리비아 콜먼)'의 그리스 휴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레다는 이전에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고 키우다가 '엄마'로서 요구되는 모성애가 깃든 역할들을 견디기 어려워서(혹은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쳤다.
그녀는 남편과 어린 두 딸을 두고 몇 년 간 집을 떠나 있었고, 그리고 바람도 폈다.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레다는 휴가로 온 그리스에서 어린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다코타 존슨)'를 보고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린다.
레다는 자신의 과거(제시 버클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그리고 닮은 모습을 보이는 니나를 보고 휴가 내내 자유롭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죄책감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보인다.
- 자식들은 끔찍한 부담이에요.
영화의 초반부에 그녀가 자신의 딸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첫째 딸은 자신을 흡수해버리고, 둘째 딸은 자신이 예쁜 것을 모른다고.
하지만 두 딸을 소개하는 레다의 모습에서는 왜인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레다는 '나는 내 자식들이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예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니까.' 라는 말을 남긴다.
나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나를 안 닮은 것이니까, 즉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니까.
영화 속에서 꾸준히 교차되어 보여지는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젊은 레다는 가족보다 '나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여겼던 사람이다.
한 가정의 구성원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나의 꿈', '나의 일'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로서 요구되는 희생을 견뎌내지 못한다. 혹은, 그 희생을 견뎌내는 것을 포기한다.
영화의 주요 사건은 레다가 니나가 잃어버린 딸을 찾으면서, 그리고 니나의 딸의 인형을 훔치면서 시작된다.
레다는 니나의 딸의 인형을 보고 젊은 시절, 첫째 딸 비앙카에게 건넨 자신이 아끼던 인형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의 레다는 자신이 아끼던 인형에 비앙카가 낙서를 하자 욱해서 그 인형을 창문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젊은 시절의 레다는 딸에게 종종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녀에게 자꾸 말을 걸고 장난을 치는 딸의 행동이 거슬린다고 느끼곤 했다.
과거에 욱해서 딸이 보는 앞에서 인형을 냅다 던져버린 행동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아끼던 인형에 대한 미련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신을 차린 순간 레다는 자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니나의 딸의 인형을 가져왔음을 깨달았다.
니나는 레다의 젊은 시절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자식의 보챔을 거슬려 하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종종 우울해 보이고, 그리고 바람을 피고.
자유와 사랑을 찾아 3년간 자식과 남편을 떠나 있던 레다가 잠시 집에 돌아오자 첫째 딸 비앙카는 이전처럼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장난을 치거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녀에게 과일껍질로 뱀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과일껍질을 끊기지 않게 길게 잘라서 뱀 모양을 만드는 것은 예전부터 레다가 자주 해주던 것이었다.
레다는 과일껍질을 다 자르고 슬픈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황급히 떠난다.
아마도 비앙카가 조심스레 건넨 이 말은 과일껍질로 뱀을 만드는 그 긴 시간 동안 엄마가 떠나지 않았음 싶어서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아직 어리지만 또 엄마가 떠날 것을 알아버렸기에 최대한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
니나와 니나의 딸, 그리고 그녀의 남편, 그녀의 지인들은 영화 내내 (레다가 가져간) 니나의 딸의 인형을 찾는데 온 신경을 쓴다.
레다는 그 인형을 돌려주려다가도 자꾸 타이밍을 놓치고, 선반에 넣어둔 인형이 잠시 없어져서 혼자 전전긍긍하곤 한다.
레다가 인형을 가져간 것을 들킬 것 같은 마음에 스크린 너머의 관객인 나도 계속 불안하곤 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그리스를 떠나기 전 레다는 니나에게 인형을 건넨다. 그리고 자신이 인형을 가져갔다고 말한다.
왜 인형을 가져갔냐는 니나의 질문에
나는 버릇없는 엄마니까.
라고 대답한다.
이전까지는 계속 자신이 인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꾸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던 레다는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변명을 하지 않았다.
휴가 내내 자신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공허해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인지했다.
그리스를 떠나던 중, 해변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레다는 잠에서 깬 뒤 비앙카에게 전화를 건다.
동생과 함께 있던 비앙카는 그녀의 엄마에게 이런저런 일상을 이야기한다.
레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렌지 껍질로 뱀을 만들며 전화기 너머에서 두 딸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레다를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레다'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비난적이지 않다.
100%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을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다.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도드라진다.
레다에게 그저 담담하고 심심한 위로 한 마디를 전하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라고.
레다를 바라보는 주된 시선이 비난적이지 않아서 관객들도, 나도 마냥 그녀를 질책하지 않을 수 있던 것 같다.
참 많은 생각이 복합적으로 드는 영화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남편과 두 아이에게 상처를 준 레다는 이기적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자유와 사랑을 찾아 떠난 것이라는 자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그녀를 마냥 칭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또 마냥 질책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내가 부모라면, 부모로서 주어지는 그 역할들을 성실히 이행해낼 수 있을까?
희생을 감수하면서 꾹 참고 그 책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직까지는 '아니오'이다.
나 자신을 향하지 않는 맹목적인 희생이란 마냥 쉬운 것이 아니다.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특히 나의 역할이 '부모'라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아직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레다를 더 질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 자신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죄책감과 아픔을 뒤늦게 절실히 느낀 레다를 향한 이 영화의 위로 어린, 담담한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영화에는 그런 힘이 있다.
현실에서 마주했다면 마냥 미웠을 인물도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면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을 마냥 비난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영화가 그런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그녀의 행동을, 그리고 그녀가 느낀 죄책감과 고통을 이 영화는 보듬어준다. 그녀를 토닥여준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그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스트 도터>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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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푸팬더 4 | 익숙한 맛으로 생명 연장하는 시리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면의 평화도 찾고, 숱한 빌런을 물리치며 용의 전사다운 위업을 쌓아 올린 쿵푸팬더 '포'(잭 블랙). 마스터 '시푸'(더스틴 호프먼)는 그에게 새 과제를 낸다. 이제는 평화의 계곡을 지키는 보호자가 아니라, 계곡을 이끌 영적 지도자로 거듭나라는 것. 그 일환으로 포는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가 좋은 포는 스승의 과제가 마뜩잖다.
때마침 과거의 숙적 '타이렁'(이언 맥셰인)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리고, 포는 시푸와 수련하는 대신 새 모험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는 쿵푸 마스터의 유물을 훔치려는 도둑 여우 '젠'(아콰피나)을 붙잡고, 그녀에게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빌런 '카멜레온'(비올라 데이비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다. 그렇게 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용의 전사로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여정을 떠난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할리우드 영화에 가해지는 여러 비판 중 하나가 속편 제작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등장하면,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할 때까지 속편을 계속해서 찍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속편 제작 자체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죽은 자식 불알을 계속 만지니 문제다. 시리즈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1편에서 참신했던 캐릭터나 스토리가 모두 무너지고 오로지 돈 만을 쫓는 작품이 양산되기 때문.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시작은 화려했다. 1편 <블랙펄의 저주>는 <컷스트로 아일랜드> 이후 명맥이 끊긴 할리우드 해적 영화를 부활시켰다. 조니 뎁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였을 정도. 하지만 삼부작으로 끝난 이야기를 무리하게 늘리면서 프랜차이즈는 무너졌다. 5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주인공 잭 스패로우의 캐릭터성도, 전편과의 연결고리도 지키지 못하면서 팬들의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쿵푸팬더>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향한 눈초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의 이야기는 지난 삼부작으로 이미 깔끔하게 끝났기 때문.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전례 때문에 우려는 더 컸다. <슈렉> 시리즈를 4편까지 늘리다가 시리즈의 명성에 금이 갔으니까. 다행히도 <쿵푸팬더 4>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시리즈를 이어져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생명 연장에 성공했다.
포의 새 과제
<쿵푸팬더> 트릴로지는 포의 성장기로서 흠잡을 데 없었다. 1편은 포의 육체적 각성을 보여줬다. 쿵푸 마스터를 꿈꾸지만 정작 주방에서 국수를 만들어야 했던 포. 그는 본인도 모르던 쿵푸 마스터로서의 자질을 발견하고, 평화의 계곡을 지켜내는 '용의 전사'로 거듭났다.
2편에서 포는 자기 과거를 극복했다. 아버지는 거위인데 자기는 판다인 이유를 궁금해했던 포. 그는 출생의 비밀에 관한 환상을 본 후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포는 자기처럼 과거의 상처에 집착하는 빌런 '셴'을 만나고, 그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단단한 용의 전사가 됐다.
3편에서 포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용의 전사이자 쿵푸 마스터로서는 과거 자기가 동경했던 '무적의 5인방'까지 가르치는 진정한 스승으로 거듭난다. 그와 동시에 팬더로서의 정체성도 확립한다. 마침내 친부를 만나고, 팬더 마을에서 다른 팬더들을 만나며 마음속 응어리를 완전히 해소한다.
<쿵푸팬더 4>는 포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이제 그는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용의 전사라는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세대가 성장할 토양을 마련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포는 이제 직접 빌런을 무찌르는 대신, 그의 후계자가 빌런을 대적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다져주는 영적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마치 우그웨이가 시푸와 포에게 그러한 존재였듯이.
진정으로 변화하는 법
물론 포는 변화를 거부한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려 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새로운 빌런 카멜레온이 나타나 포를 공격한다. 그녀는 누구로든 변신하는 능력을 살려 포의 숙적이었던 타이렁을 가장해 그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 틈을 노려 우그웨이가 포에게 남긴 영혼의 지팡이를 탈취하려 든다. 지팡이가 있어야만 영혼계로부터 모든 쿵푸 마스터를 소환하고, 그들의 무력을 탈취할 수 있으니까.
카멜레온의 능력은 의도적인 설정처럼 보인다. 이 능력 덕분에 포와 카멜레온의 대결을 능력을 갖고도 변하지 못하는 빌런과 능력 없이도 진정으로 변할 줄 아는 영웅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포는 카멜레온을 쉽사리 이기지 못한다. 모든 쿵푸 마스터의 능력을 지닌 상대에게 숱하게 패한다. 하지만 파훼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 포가 후계자 젠에게 기회를 양보하며 스승으로 거듭날 때, 마침내 카멜레온은 패한다.
<쿵푸팬더 4>는 이 대결을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듯하다. 직접 부딪혀 봐야만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그때서야 비로소 낯설고 어색한 자리와 새로운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단순히 외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은 진정한 변화도, 성장도 아니라고. 카멜레온이 남의 능력을 탐내듯이 재물과 권력, 지위를 탐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캐릭터에 조금만 신경 썼다면
다만 포의 새로운 성장담은 기존 서사에 비해 얕고 급하다. 포를 도와줘야 할 새 캐릭터가 기존 주인공과 빌런을 대체할 만큼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빌런인 카멜레온은 효과적인 도구다. 포가 왜 한 번 더 성장하고 변해야 하는지를 적당히 전달하는 장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는 않다. 돈을 강탈하고, 세상을 정복하려는 평범한 악당에 불과하다. 만약 쿵푸 마스터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과거 개인사를 강조했다면 포의 아치 에너미로서 기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서사를 대사 몇 마디로 축약해 버린 나머지 가능성을 살리지는 못했다. 도심 추격전이나 술집 액션처럼 다소 길고 늘어지는 대목을 줄이고, 카멜레온에게 분량을 조금 더 나눠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이유다.
그 결과 카멜레온은 시리즈의 완성도와 매력을 망치는 주범에 가깝다. 타이렁, 셴, 카이 등 지난 악역을 모두 소환하고도 정작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 액션을 보여주는 건 타이렁뿐이다. 다른 빌런은 한 두 컷 스쳐 지나가는 데서 그친다. 심지어 타이렁조차도 개그 캐릭터로 허비된다. 그 결과 용의 전사가 되겠다는 야심, 스승을 뺏기지 않으려는 결핍이 더해져 묘한 매력을 뽐냈던 시리즈의 개국공신은 허망하게 퇴장한다.
포의 후계자가 될 젠 역시 불만족스럽다. 물론 기존 시리즈와 결이 다른 재미를 주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포와 버디 영화를 찍는 대목은 익숙한 캐릭터만 반복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적절히 변주를 준다. 때마침 젠이 여우이다 보니 마치 <주토피아> 속 닉과 주디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첫 등장부터 젠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다 보니 나름 힘을 준 반전은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
맛집이 괜히 맛집인가
더 나아가서 전반적인 구조와 구성도 좋게 말해 익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뻔하다. <쿵푸팬더 4>는 시리즈의 기본 패턴을 반복한다. 포의 활약을 짧게 보여준다. 우그웨이나 시푸가 던져주는 새로운 이슈가 등장한다. 뒤이어 빌런이 등장하자 포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의 첫 도전은 실패한다. 그러나 이내 각성한다. 결국에는 빌런을 격퇴하고 스승이 준 과제를 끝내면서 성숙해진다.
물론 장점이나 특별한 점은 아니어도 단점이라 말하기 애매한 것은 사실이다. 애니메이션 작품에는 종종 다른 잣대가 필요하기도 하고, 애초에 이 맛에 <쿵푸팬더> 시리즈를 찾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다만 4편까지 나온 상황에서 '식상하다' 내지는 '안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익숙한 맛에 풍미를 더하는 여러 조미료에 힘입어 영화는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내달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머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다른 제작사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꼽자면 성인 취향의 말장난 대사를 많이 쏟아낸다는 점.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포가 등장하는 모든 컷마다 개그씬을 연출하려고 애쓴다. 이때 유머 타율이 꽤 높다. 특히 포와 시푸의 투닥거림은 이번에도 미소를 자아낸다.
그렇게 <쿵푸팬더 4>는 비록 삐걱거릴지언정, 모두가 기대한 맛을 선사하며 오랜만의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6편까지 기획 중이라는 소식에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키워볼 만하다. '무적의 5인방'의 복귀가 화룡점정을 찍는 크레디트가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욱 그렇다.
Acceptable 무난함
살아남는 국밥집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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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풀어봤습니다! (이제 천만 배우!!)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주물러봤습니다~
☑️ License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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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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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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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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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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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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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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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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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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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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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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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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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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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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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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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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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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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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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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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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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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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카다 3301> 1차 예고편
의문의 웹 조직에게 지능 테스트 메시지를 받은 천재 해커 ‘코너’가 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복잡한 퍼즐을 푸는 과정을 담은 코드브레이킹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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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틀 크랙> 메인 예고편
살아남기 위한 우주 최후의 서바이벌!
2242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로 인해
더 이상 지구에서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판단한 인류는
제2의 지구로 이주를 진행한다.
마지막 선별 인원들을 태운 헤라클레스 호가 출발하고
우주 항해 도중 선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모두가 혼란에 빠진다.
이에 사건을 조사하던 ‘클레이’(브루스 윌리스)와 동료들은
우주선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