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3-02-23 07:52:39
바빌론 / Babylon 리뷰
REVIEW
바빌론 / Babylon
맞습니다. 저 '바빌론' 봤습니다.
글은 늦게 올렸지만, 나오고 바로 본 것 같네요.
처음보고 말그래도 압도당해서, 한번 더 봤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들을 몇 개 추려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 가장 인상깊은 씬들 /
1. 광란의 파티현장
타이틀이 뜨기도 전에 하는 광란의 파티 현장 씬이 역시나 가장 첫번째로 인상깊은 장면입니다.
주인공 매니와 넬리의 첫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그들이 처음으로 영화산업에 발을 딛을 수 있게 해준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관객은 넬리가 스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또한, 매니와 넬리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 시각적, 청각적 화려함이 바빌론이라는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색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 타이틀임과 동시에 고대도시의 이름인 '바빌론'의 상징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빌론 = 화려함
이라는 수식을 부여하는 중요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2. 매니와 넬리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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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파티 이후, 매니와 넬리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쌓아갑니다.
넬리는 본인이 열심히 다져온 연기실력을 뽐내며 금새 중요한 역할을 따내고, 매니도 영화 촬영 중 큰 공을 세우며 주변인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극중 배우들이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던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한발자국씩 다가가는 모습이 대단해보이고, 영화산업의 말단에서 한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씬을 통해 감독이 말하고 싶은 말 중 하나가
"운 없이는 이 산업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인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두 캐릭터 모두 결국 운으로 시작하게 된 자리들이니까요.
이처럼 제게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이 장면을 두번째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아봤습니다.
3. 잭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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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했던 잭이 변화와 허무에 이기지 못하고 택한 자살이 너무 충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영화 촬영에서 대강대강 했더라도, 그의 마음 속에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대사들로 관객들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대단하신 뮤지컬과 당신이 하찮게 여기는 영화는 다른 것이 없다고,
모든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가 고귀한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부인에게 항변하는 모습이 그의 열정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세상 누구보다 잘나갈때는 주변인들을 하나도 신경쓰지 않았던 그가, 새로운 변화가 온 이후 본인의 인기가 하락하고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자 그제서야 주변인들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통해 그의 허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항상 대차던 그가 순식간에 초라해지고 허탈해져서 결국 자살을 택한 장면에서 저는 눈시울이 촉촉해질 수 밖에 없었답니다.
4. 마지막 엔딩씬
역시 '바빌론'하면 마지막 엔딩씬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LA에 다시 돌아온 마누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입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한 영화에 압도되어버린 마누의 표정과함께
영화 역사의 시작부터 지금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영화들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리고 마누의 눈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이 장면은 마치 감독 데미언셔젤이 영화사에 바치는 헌사같은 느낌과 함께
여러장면이 컷/붙이기 작업되어 마치 '시네마 천국'의 엔딩씬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답니다.
'달나라여행'부터 '아바타'까지 이어지는 여러개의 영화클립들 속에서 제가 감상하고 좋아하던 여러 영화들을 파악하는 재미도 있고,
한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울리는 감정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마누가 압도당한 것처럼 저도 압도당한 기분이었달까요.
이 마지막 장면때문에, 저는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못일어나겠어'를 시전하고 멍때리며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씬 때문에, 한번더 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두번보니까 압도의 느낌이 처음과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바빌론'은 제 심장을 울리는 영화로 남아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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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안보신 분들 없겠지만,
혹시라도 아직 안보셨다면, 꼭 보세요.
바빌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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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둥의 신의 우당탕탕 자아 찾기 대모험
미친 거 아냐? 제주의 여름은 덥다 못해 뜨겁다. 7월 10일, 날씨가 드디어 정신을 놓아버렸다. 바람이 잘 드는 옷을 입었는데 거의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다. 원래 여름에 취약한 나.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더위에 금세 어디론가 도망쳐야 할 것 같다. 사실 집에서 책을 읽다 왔다. 선풍기 달달달 하는 소리에, 시원한 제로콜라까지 내 방이 역시 최고다. 그런데 사실 내 방에서만 인생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난 우리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고 싶은 사람이고 소처럼 일해서 굉장히 잘 되고 싶은 사람이다. 당연히 나라는 사람에게 1인분의 숙제가 주어진다. 일 하는 것도 짜증나 머지않는데 날씨는 미친 듯이 더우니 그냥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극장에 가는 것이 영화 외적인 것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빵빵한 에어컨에 공포영화던 뭐던 시각적 쾌감이 있는 영화를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날 것 같다. 근데 또 사계절 보편적으로 통하는 영화들도 있다. 작년 7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가 개봉했다. 극장에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이런 영화 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무더운 여름은 액션 영화가 최고다. 그리고 그 액션 영화 중 인기가 많은 건 역시 마블이다. 나는 역시나 덕후인지라 마블의 신작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딱 두 달을 기다려 신작이 나왔다. 타노스와의 일전을 끝낸 토르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과 빌런이 찾아왔다. 아스가르드로 바이킹을 타고 날아가 보자!
감탄고토
보기만 해도 뜨거운 사막. 한 남자는 딸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 뭔가 아파 보이는 남자와 딸.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 계속되는 배고픔에 힘겨워하는 부녀. 기댈 곳을 찾고 있는 것 같다. 털썩. 딸이 쓰러졌다. 딸은 이제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다는 말과 함께 남자의 품속에서 세상을 떠난다. 슬퍼하며 딸을 묻은 남자. 남자에게 한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하니 도착한 곳은 숲이었다. 숲의 개울가에 얼굴을 씻고 짚이는 과일을 먹는 남자. 남자가 도착한 곳에는 그가 섬긴 신 라푸가 있었다.
남자는 라푸가 고난을 겪은 자신을 위해 잔치를 연 줄 알고 있었다. 아니었다. 라푸가 이 잔치의 목적은 신을 죽일 수 있는 ‘네크로 소드’의 보유자를 처치하고 난 다음 스스로를 자축하기 위함이라고 답한다. 충격받은 남자. 라푸의 마지막 신자라고 믿었던 남자는 차가운 말을 듣는다. 라푸는 말했다. “너에게 보상이란 없다. 마지막 신자에게 영원한 보상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라며 남자를 조롱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네가 아니어도 나를 따르는 신자들은 많아!” 분노하는 남자. 화를 내는 남자의 목을 조르는 라푸. 그때, 어디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크로 소드는 남자에게 이 신을 죽이고 이터니티의 제단으로 가라며 남자의 용기를 북돋는다. 네크로 소드를 잡고 라푸를 사살한 남자. 네크로 소드의 계시를 들은 남자는 그렇게 신 하나, 둘 씩 사살해 이터너티에 도착해 딸을 살리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신 도살자 고르는 그렇게 탄생했다. 온갖 종류의 신을 죽이고 다니는 고르를 토르와 제인 포스터, 발키리가 힘을 합쳐 제지하려는 내용이 본작의 줄거리다.
그냥 적당히 재미있음
내가 기억하기엔 이 영화 마블의 페이즈 4에서 기대작 축에 속했다. 새로운 히어로들의 등장 <이터널스>와 <샹치 : 텐 링즈의 전설>과는 달리 어벤저스의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토르의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이는 특별한 게스트가 있을 예정이었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과는 궤가 달랐다.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오리지널 토르의 이야기를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개봉 전주부터 시사회 평이 심상치 않더니 적지 않게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극장에 <탑건 : 메버릭>이 날개 달린 듯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 이 영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던 감이 있다. 솔직히 나도 별로 기대를 안 하고 갔다. 마블의 최근 타율이 지지부진하다는 세간의 평가 때문은 아니다. 좀 얄미웠다. '이럴 거면 <헤어질 결심> 상영관 좀 늘려주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런 나와 많은 분들의 우려가 통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냥 무난했다.
이 둘은 존재감부터가 달라
일단 이 영화에 있어 가장 먼저 호평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나탈리 포트만과 크리스찬 베일이다. 일단 '마이티 토르'로 컴백한 나탈리 포트만은 사실상 극을 이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마이티 토르 캐릭터는 물리학자지만 신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물리학자'와 '신과 사랑에 빠짐'은 사실 살짝 모순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인간이 신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뭐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나 자연스럽게 통하는 일이지 우리 일상 속에선 아무래도 앞 뒤가 안 맞는 일이다. 이 할리우드의 위대한 배우는 이 두 가지 지점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극을 이끈다.
일단 인간 제인 포스터의 측면이다. 제인 포스터는 물리학자다. <토르 : 다크 월드>에서 결별하고 난 후 나름의 성과를 내며 성장한 제인 포스터. 제인 포스터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토르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거리감과 그 시간 동안 얻었던 명과 실을 묘사해야 한다. 이게 영화를 이끄는 주요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감정의 밀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 긴 시간 동안 참아왔던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 토르와의 사랑이야기 둘 다 멜로 베테랑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스킬이 잘 나타났다. 극 중에서 토르와 제인의 연애사가 주마등처럼 샤삭 스쳐가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솔직히 두 배우의 내공 차이가 너무 대놓고 드러났다. 나탈리 포트만이 웃는 신은 정말 그 사람이 사랑스러워 웃는 것 같은 느낌이라 마블 영화들이 아닌 다른 멜로를 보는 듯한 이질감이 확 느껴진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감정연기의 명확함을 보여주는 베테랑의 품격이었다.
또 제인 포스터는 마이티 토르이기도 하다. 슈퍼 히어로서의 사려 깊음이나 액션 연기도 동시에 보여줘야 했다. 이것 역시 굉장히 좋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일단 슈퍼 히어로서의 내면 연기는 나탈리 포트만이 잘하는 감정연기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소화한다. 이 사람은 눈빛, 행동 하나하나가 선한 느낌이 든다. 배우가 얼마나 마인드셋을 잘하고 영화에 임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었다. 또한 이 사람은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점점 진행되며 내면이 변하게 된다. 이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만한 사람의 성격을 탄탄하게 드러내는 좋은 묘사가 돋보였다.
다음은 크리스찬 베일이다. 슈퍼히어로 권위자가 이번에는 빌런으로 돌아왔다. 유달리 뛰어난 이해도 때문인지 크리스찬 베일은 돋보일 때 돋보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적절하게 강약을 조절했다. 이 강약조절 덕에 영화에 힘을 줄 때 힘을 주는 부분이 돋보이는 효과가 있다. 우선 고르가 신 도살자가 되어 흑화하는 부분에서 목소리 톤이 변하는 방식은 왠지 익숙한 맛인 것 같지만 알면서 봐도 뛰어나다. 이후에 고르가 악당이 돼서 하는 악한 행동들을 보면 어쩔 때는 리액션의 연기를 하고 다른 때에는 주체적으로 상대방의 리액션을 끌어오는 연기를 한다. 마블 페이즈 4의 빌런들이 굉장히 뛰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드라마 <팔콘 앤 윈터 솔저>에서 살짝 아쉬웠던 것 말고는 거의 다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감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신 도살자 고르는 '만다린-아가사-드레이크 장군-킹핀-시니스터 스트레인지 등'에 버금가는 강력한 존재감이었다. 마이티 토르와 함께 극을 이끄는 주요한 동력 중 하나였던 고르. 이 인물 구경하러 극장에 가도 티켓 값 중 9천 원은 한다.
캐릭터 연출 칭찬해, 하지만
또한 이 둘의 인물 연출은 왜 마블이 좋은 감독을 섭외하는가? 의 답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마이티 토르의 액션 연출은 이 인물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였다. 열심히 벌크업 해 온 나탈리 포트만의 열연에 힘입어 묠니르를 활용한 액션 연출, 처지에 따른 조명 사용 방식 차이, 메이크업 형식, 머리색을 비롯한 코디까지 영화에서 토르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하게 달랐던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타이가 와이티티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마이티 토르의 초중반부, 극후반부 액션신은 '이 영화의 강점은 액션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는 단순히 배우의 연기력으로만 소화하는 것이 아니다. 연출 방식으로 최선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도 썼듯 떨어져 있었던 연인의 과거가 얼마나 서로 외로웠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은 제인 포스터와 토르의 멜로 연기 디렉팅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고를 유심히 보면 신 도살자 고르의 색감 연출이 뭔가 다르다는 걸 볼 수 있다. 그렇다. 고르가 빌런으로서 악행을 벌이던 곳은 색이 없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컬러풀한 영화의 색감과는 다른 방식으로 고르에게 위압감을 부여한다. 뭐 감독이 각본까지 참여한 것으로 보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는 게 어느 정도는 당연할지도 모르나, 각본 자체에서 '신 도살자 고르'는 뭔가 매가리가 없다. 대신 딱 연출자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 자체의 러닝타임 동안 고르의 색을 활용한 분위기 드러내기는 효과적이었다. 비주얼적으로 눈 쪽에 분장을 덧붙이면서, 액션 연출할 때도 후반부에 토르가 썼던 무기와 네크로 소드가 부딪히는 방식의 묘사는 빌런의 악함이 관객의 머리에 흔적을 남기는 역할이다. 이는 곧 후반부의 하이라이트로 이어진다. 인물의 강점을 극을 이끄는 힘으로 치환시킨 감독의 연출력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또한 크리스 햄스워스의 액션 연기 역시 좋았다. 극에 이 배우의 나체가 나온다. 진짜 남자가 봐도 섹시한 햄스워스다. 그 섹시한 몸으로 액션 연기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 사람이 토르라는 슈퍼히어로에 찰떡인지를 잘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마블 히어로들 중에 액션 연기가 가장 자연스러운 배우가 아닐까 싶다. 멜로 연기는 나탈리 포트만에게 좀 부족했다. 그러나 이 부족했던 액션 연기의 '간지와 멋'으로 제 값을 해낸다. 물론 뭔가 열정이 있는 배우인 것 같아서 더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크리스 햄스워스가 필모 보는 눈이 처참한 수준이던데 뭐랄까 터닝 포인트가 있으면 더 인기를 얻고 대단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발키리의 각본 상의 캐릭터 설정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이 캐릭터가 없어도 영화의 이야기는 술술 전개된다. 그 대신 차후에 있을 영화들 이 발키리가 출연할 것이며 이를 위해 그녀의 성격을 묘사하는 대사가 몇 번 나온다. 이 지점에선 중요하지만 이 영화에선 사실 발키리의 역할을 로키가 나와서 맡아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극에서 개성이 없다. 전적으로 테샤 톰슨의 매력으로만 극을 이끈다는 건 각본 성립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 그 대신 이 인물에서도 타이카 와이티티의 연출력 자체는 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이 인물 역시 액션 연기 및 연출이 좋았다. 극에서 마블의 차후 시리즈들을 위해 기능적으로 쓰였다는 페널티가 있음에도 발키리가 기억에 남는 건 연출 자체는 좋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 왓챠피디아를 보면 몇몇 사람들이 이 인물의 특정 속성에 할 말이 많은 것 같던데, 발키리는 애초에 지구인이 아니다. 외계인이다. 그래서 사실 발키리가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 뭐 지구인이었어도 문제가 없기야 하겠지만 외계인의 내면을 이해 못 할 거면 마블 영화 왜 보나? 싶다.
이 외에도 CG를 잘 사용한 영화이기도 했다. 러셀 크로우가 맡았던 특정 역할이 기억난다. 이 인물이 좀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서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는 없겠지만, 이 인물이 있는 신전 묘사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가졌던 강점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굉장히 구체적이면서도, 우리가 예전에 봤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반으로 한 공간 묘사가 탁월했다. 이 궁전뿐만 아니라 스톰브레이커의 활용법, 초반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액션 연기,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전투신까지 이거 분명히 CG로 작업했을 텐데 아마 이 것에 1년은 쓰지 않았을지 생각이 든다. 제작진의 노고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도 무방한 이유가 CG 사용에도 있다고 본다.
코르그야 조용히 좀 있어라
또 이 영화에 있어 압도적으로 단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일단 모든 엔딩 크레딧을 보고 여러분이 이 이야기 방식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다. 극의 핵심을 이끄는 데 있어 '..?' 싶으면 그게 맞을 것이다. 근데 이 부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적으면 맥 빠질 것 같으니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쓰면 재미없을 단점을 지나 영화의 큰 단점은 코르그가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캐릭터가 적당히 유머를 보여주면 좋은데 너무 유머에 집착한 티가 난다. 아마 전작의 장점을 승계하려던 욕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작은 꽤 호평을 받았던 영화였다. 헬라의 강력함이 토르의 각성서사와 어울리며 보는 쾌감이 있었다. 이에 곁가지로 작동하는 유머가 제 값을 톡톡히 했다. <토르 : 라그나로크>가 호평받았던 이유가 굳이 유머에만 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를 잇고 싶었는지 재미없지도 않은데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은, 타율 낮은 루머를 좀 자주 해서 물리는 감이 있다. 코르그 캐릭터의 대사 1/2로 줄여도 이 영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 코르그가 하는 유머는 1절 못하고 2,3,4,5 절하는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정도다.
또한 토르 역시 말이 너무 많다. 이 역시 전작 3편에서의 장점을 어설프계 승계하려다가 만들어진 단점인 것 같다. 동생도 잃고 아버지도 잃고 한 눈도 잃을 뻔하고 거의 모든 걸 잃을 뻔했던 가련한 삶의 토르. 뭐 이렇다고 해서 매일 똥 씹으며 살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근데 좀 진중해야 할 때 진중해질 필요는 있다. 이 적당한 선이 없이 불필요하게 말이 너무 많다. 아이언맨도 익살스러울 땐 익살스럽다가 외로운 내면 연기를 해야 할 땐 선을 지켰다. 토르는 그게 없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만큼의 어마어마한 능력자도 아닌 탓에 이런 단점이 더더욱 도드라진다.
근데 티켓값은 해
단점을 쭉 이야기했지만 영화관에서 또 못 볼 영화는 아니다. 난 재밌었다. 몇몇 단점이 눈에 띈 것도 맞다. 그러나 은근히 웃긴 유머와 마이티 토르/신 도살자 고르/발키리/토르 네 인물의 간지, 또 건즈 앤 로지스를 위시로 한 빵빵한 BGM 선택은 '역시 마블이다'라고 생각하기 충분하다. 그러니까, 영화는 대중성 있는 소재를 골랐고 사실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돋보이는 이유는 기존에 이런 소재들을 골랐던 영화에서 더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앞에서 쓴 액션 영화로서의 장점도 분명하고 두 캐릭터의 사랑이야기를 보여줬다는 부분에서도 나름의 이야기 전개가 확실하니 극장에서 보지 말아야 할 영화는 또 아닌 것 같다. 시사회 평도 별로고 CGV 에그 지수도 별로라 '헐'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친구, 연인들과 함께 시원한 극장에서 즐거운 데이트를 하기에는 역시 충분하다. 엄청 잘 만든 수작도 아니고 망작도 아닌 극장에서 보기 좋은 영화다. 그냥 우리가 영화관에 가서 좋은 시간 보내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개봉 전에 <탑건 : 메버릭>과 <헤어질 결심>, 이, 2주 있다가 <외계+인>이라는 안 좋은 대진표가 있다 하더라도 극장 한번 더 가시는 건 그렇게 안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쿠키는 보고 가셔요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 끝까지 봐야 한다. 이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는 역시 마블 히어로 중 한 캐릭터의 주요 챕터라는 점이다. 이 것은 후의 마블 영화와 드라마에서 적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쿠키가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일단 첫 번째 쿠키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이 인물이 원작 상으로는 선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윈터 솔저처럼 후에 반동 인물로 활약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 인물이 왜 등장할까? 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영화의 감상 포인트중 하나다. 두 번째 쿠키는 사실 생각해보면 '굳이?' 싶다. 그러나 글쓴이의 생각은 현재 페이즈 4가 이어가고 있는 주요 키워드를 보여주기 위해 이 장면을 넣은 게 아닐까 싶다. 둘 다 앞으로의 MCU에 중요하게 작용할 이야기니 극장에 가신 분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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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죽이는 나의 사랑, <피터 본 칸트>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터 본 칸트 Peter von Kant, 2022
프랑스, 드라마, 85분
감독: 프랑수아 오종
나를 죽이는 나의 사랑, <피터 본 칸트>
사랑은 난감하다. 입으로 소리 내어 발음하면 달콤한데,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땐 한없이 어렵다. 솔직한 만큼 씁쓸하다. 좋으면서도 아프고, 모르는 척해도 다 알 것만 같고, 낯설다가도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해진다. 영원한 사랑, 불멸의 사랑, 조건 없는 사랑, 헌신적인 사랑, 이기적인 사랑... 사람들은 틈만 나면 사랑에 조건을 붙인다. 그리고 누구나 사랑을 원한다. 사랑은 그 힘을 받아 스스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변화해 인간의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 바꿔 놓는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어 동시에 한계 없이 존재하는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이란 사실이다. 사랑은 개인의 영역에 들어가는 순간 권력을 과시하고 무한한 힘을 발휘한다. 특별한 조건? 필요 없다, 나만 좋으면 된다. 그다음 당신도 좋다면, 난감해도 사랑이란 걸 할 수 있다.
결과는 각자 감당하면 되는 일이고.
<피터 본 칸트>엔 사랑이 쏟아진다. 말로, 눈으로, 손짓과 발짓을 포함한 몸짓은 물론이고 인물들의 침묵마저도 전부 사랑을 얘기한다. 무엇이 사랑이고, 사랑이 아닌지 구분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스토리가 품은 반전도 인물이 숨긴 배신도 아니다. 천재 감독, 피터의 파격적인 짝사랑과 절절한 외사랑, 그리고 모두를 죽이고 다시 피어날 끝사랑, 그야말로 '사랑'이다.
아주 사적인 피터만의 사랑, 영화 제목이 '피터 본 칸트'인 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얘기다.
영화 <피터 본 칸트> (스틸컷, 다음)
쓰레기를 반복적으로 찍어내기 바쁜 할리우드(?)와는 다른 차원의 예술 작품을 만든다고 자부하는 영화감독 피터는 거대한 창이 세 개나 달린 저택에서 어시스턴트 칼을 두고 새 작품을 위해 대본을 집필 중이다. 하지만 그는 대본 집필에 열성적이지 않다. 자신의 성공을 질투해 끝나버린 사랑, 즉 이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층 예민해져 뭐든 듣고 보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칼에게 더 날카롭고 무례하게 이래라저래라 한다. 칼은 자신의 고용주를 남몰래 사랑한다. 피터를 향해 있는 칼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피터에겐 그냥 눈알 따위로 보이는 게 슬플 뿐이다. 해서 칼은 매일 무표정한 얼굴로 피터의 손과 발이 되어 집 안을 누빈다.
한때 자신의 뮤즈였던 시도니가 찾아오자 피터는 대본에 녹여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사랑에 대한 본인의 철학과 상념을 열정적으로 토해낸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술과 담배, 마약으로 본격적인 이야기 장을 만들고 각자의 사랑을 주고받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너무나 개인적인 견해이자, 누군가의 생각으로 모두의 가슴에 와닿는 명언이 아니다. 딱 내뱉는 순간 흩어지는 물거품이다. 영양가 있고 포만감도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들이 내쉬는 담배 연기만큼이나 가볍고 허하다. 마치 헛배가 부른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언제나 나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진리라고 강조한다.
영화 <피터 본 칸트> (스틸컷, 다음)
자신감 넘치는 시도니는 자부심까지 넘치는 피터에게 무명 배우 아미르를 소개한다. 방금 전까지 사랑을 험담했던 피터는 아미르를 보자 사랑에 빠진다. 이때의 카메라 동선이 흥미롭다. 피터와 아미르가 처음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데, 그 찰나의 순간 피터의 눈이 반짝인다. <피터 본 칸트>는 아미르와 피터가 사랑에 빠지는 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선도 매우 간결하고, 무척 간단하다. 의미를 두지 않는 컷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래 음미하며 볼 컷도 아닌 것이다. 피터와 아미르의 사랑이 모두가 예상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걸 미리 보여준 정도랄까.
피터는 자신이 가진 부와 권력, 자존심, 자부심까지 전부 이용해 아미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독과 연인의 위치를 능숙하게 바꿔가며 적재적소에 아미르에게 꿈과 사랑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나의 차기작은 아름다운 너를 위한 영화이며 우린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정복도 할 수 있기에 반드시 함께 해야한다고 말한다. 무명 배우 아미르는 피터의 구애를 받아들인다. 아미르에게 요구되는 건 사랑뿐이고, 완벽하게도 그는 피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었다. 그에게 사랑은 꿈을 위한 조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혼했고 아내가 호주에 살지만, 아직 세상에 자기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그에겐 가정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을뿐더러 최우선의 고민거리도 될 수 없었다. 반면 피터에게 아미르의 사랑은 삶의 연료로 필요했다. 전부와 일부의 줄다리기, 피터와 아미르의 사랑은 처음부터 다른 선상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길 위를 달린다.
영화 <피터 본 칸트> (스틸컷, 다음)
먼저 식어버린 건 아미르다. 호텔 생활을 하는 아미르를 자기 집에 살게 한 피터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을이 된다. 아미르는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당연하게 갑이 됐다. 피터가 먼저 을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미르는 피터의 헌신적인 사랑과 자신의 쌓여가는 업적으로 인해 소위 말해 버릇없는 애가 됐다. 자신이 모든 걸 조정할 수 있고, 뭐든 해도 괜찮다고 믿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귀중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이 된 것이다. 그와 같이 속물적이고 세속적이지만, 그보다 더한 것을 바라는 피터는 애원과 원망을 섞어가며 다시 아미르의 마음을 잡으려 한다.
아내를 만나러 가겠다는 아미르와 추잡스러운 몸싸움까지 벌인 피터는 자기 돈까지 건네며 흔한 연인의 사랑싸움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한다. 다시 그에게 이별, 아니 버림 이후의 시간이 온 것이다. 피터의 성공을 질투해 헤어지게 된 전 연인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피터는 늘 그런 유형의 사랑을 해 온 남자다. 자기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상대의 일부만 갖는 그런 사랑. 그것이 자신의 예술을 돋보이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결국 피터는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집에 놀러 온 딸과 엄마 그리고 친구 시도니에게 분풀이하기 시작한다. 딸의 사랑을 콧방귀 뀌며 비웃고, 돈을 빨아먹는 기생충, 노력이란 걸 해본 적 없는 흉측한 늙다리 창녀, 할리우드 쓰레기나 찍는 배우라 욕하며 마지막까지 아미르의 전화를 기다리다 쓰러진다.
영화 <피터 본 칸트> (스틸컷, 다음)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이 된 채 차라리 죽고 싶다며 오열하는 피터를 진정시키는 건 그의 엄마다.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아들을 가엽게 여기는 그녀의 손길에 피터는 아이처럼 안겨 운다. 사랑은 늘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엄마의 조언에 자신이 그동안 누리고 취했던 사랑이 잘못됐음을 시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건 없는 사랑이라면서 소유를 위한 사랑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까지 한다. 이후 그토록 기다렸던 아미르의 전화를, 감정이 배제된 냉철한 전 연인으로서 받는다. 꼭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의 사랑엔 배움이 없다. 배움을 가장한 태움이 있을 뿐이다. 피터는 처음부터 자기 사랑에 대해 타인의 이해를 바라지 않았다. 불신도 의심도 필요치 않았다. 그에게 사랑이란 자기 작품과 같고, 가장 열정적이며 아름다운 불꽃이다. 언제든 발화되어 주변의 것을 다 태우고 끝나는 삶이다. 따라서 피터에게 필요한 건 다른 불꽃이다. 그는 조건 없는 사랑을 원하는 척, 그 사랑을 줄 수 있는 척 칼에게 향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본 칼에게 진짜 사랑을 고백하는 것처럼 너에 대해 말해달라고 속삭인다. 맹목적인 숭배를 받기 위해 아미르에게, 그 전의 아미르와 같았던 이들에게 썼던 방식을 또 답습하는 것이다.
칼은 대답으로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그리곤 지금까지 살았고 앞으로도 평생 살 것만 같았던 피터의 집에서 제 발로 떠난다. 미친 고용주를 견디지 못한 걸까? 드디어 한계가 온 걸까? 아니다, 칼이 원한 사랑이 아니었을 뿐이다. 피터의 엄마가 말한 사랑처럼, 피터의 딸이 처음 남자 친구에게 느끼는 사랑처럼, 본인만이 설명할 수 있기에 가장 솔직하게 원할 수 있는 '나'의 사랑과 다르기 때문이다.
감히 예상하건대, 칼이 원한 사랑엔 분명 '동등'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 <피터 본 칸트>(스틸컷, 다음)
텅 빈 집 안에서 홀로 아미르의 테스트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피터, 그는 자신을 죽이는 사랑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없다. 몇 번이고 스스로를 죽이더라도, 자기가 바라는 아름다운 사랑을 또 꿈꿀 것이 분명하다.
그게 피터이자, <피터 본 칸트>다.
관객은 칼의 시선으로 피터를 열심히 관찰하다 나중에서야 제삼자로 그에게서 완전히 멀어진다. 아미르와 시도니에게서도 마찬가지다. 가까워졌다가, 찰나의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리를 둔다. 지독한 일인칭 이야기는 사실 수많은 예시 중 하나에 불과하고, 칼의 이탈에 명백한 이유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상 피터의 사랑을 원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피터, 아미르, 시도니는 사랑에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야만 삶이 진행되는 인물들이다.)
"모든 이가 사랑하는 것을 죽이네."
시도니의 노래 중 한 구절이며, <피터 본 칸트> 속 세 사람의 사랑 해석본이다.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은 반드시 사랑하는 것을 죽이면서 사랑을 한다.' 정도가 되겠다
이야기를 이끄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빨려들 수밖에 없는 음악이 본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시도니를 보여주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피터에게 전화하라고 시킨 시도니의 모습은 <피터 본 칸트>가 유일하게 가져간 긴장감이자, 뼈 있는 반전이며 풍자의 대상을 끝까지, 정확하게 겨눈 한 방이다.
p.s <피터 본 칸트>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1972)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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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쓸 필요가 없었던 단어 비상선언
헐. 눈 뜨니 8월이다. '그래도 올해는 시간이 좀 빨리 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런 건 좀 너무하다. 영화 몇 편 보니까 전반기가 끝났다. 팬데믹 초반부, 기대작들의 보도자료를 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미 개봉됐다. 물론 현재 사회복무요원인 나. 올해가 최대한 빠르게 후다닥 가는 것은 나를 위해 무조건 일어나야 할 일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니까 시간이 야속해진다. 나 진짜 20대 후반이 되는 거야? 20대 후반은 싫은데 다음 즐거운 일은 빨리 오면 좋겠다. 비단 이런 내가 나한테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근데 시간은 앞으로만 달려간다.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뭐 방법이 있어? 그냥 맞이하는 수밖에! 각자의 즐거움을 찾아 좇는 게 현명하게 나이를 드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쏜살같이 달려간 끝에 어느새 2022년 8월이다. 여름 빅 4 영화 중 세 번째 차례가 왔다. 주인공은 <비상선언>이다. 작년 12월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 연기가 되었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그 시간이 벌써 지나갔다. 전도연, 송강호, 이병헌이라는 큰 이름에 많은 분들이 기대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2년을 돌아 개봉한 만큼 영화가 숙성되지는 않았던 느낌이다. 앞으로의 운행이 성공적으로 이륙할지 비틀거리다 불시착할지는 봐야 알 것 같다. 2020년의 인천 국제공항으로 가서 이 비행기에 탑승해보자.
물러설 곳 없는
사람 많은 바글바글한 공항. 여러 사람들이 보인다. 몇 명은 여행 준비에 들떴고 누구는 이별하느라 슬플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을 공항이지만 비행기 부기장 현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본 것 같다. 아닐 거야. 다시 비행기로 가는 현수. 현수를 비춰주던 카메라는 의문의 승객 진석에게로 옮겨간다. 진석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다. 인천 국제공항 항공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진석. 금세 직원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여기, 사람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가 뭐예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답을 거부하는 항공사 직원. "이야기 못 할 이유가 없지 않냐"라고 말했지만 답을 끝끝내 거부한다. 진석은 언짢은 표정으로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다 못해 한마디 덧붙인다.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요. 걸레 같은 게" 진석은 하와이행 티켓을 끊고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에서 진석은 무언가 하고 있다. 겨드랑이를 살짝 열어서 무슨 통을 넣고 있는 진석. 사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인물이 있었다. 수민이었다. 진석은 탑승수속 대기줄에서 수민이를 발견한다. 말을 거는 진석. 수민이 옆에는 수민의 아버지 재혁이 있었다. 이혼했어요? 왜 엄마는 없어요? 불필요하게 꼬치꼬치 캐묻는 진석에게 '이상한 사람이네’ 대응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탑승한 지 머지않아 화장실로 들어가는 진석. 진석은 화장실의 천장에 어떤 가루를 뿌려놓고 혼자 나온다. 이륙한 비행기. 비행기 안, 다들 즐거워 보인다. 교복을 입고 비행기를 탄 학생들도 보인다. 휴가를 앞둔 경찰 인호의 아내도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난다. 어떤 아저씨가 눈에 피를 뿜으며 끔찍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때 이 아저씨는 비행기 내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게 전부였다. 끔찍한 살인 수법에 경악하는 승객들. 금세 이 범인의 진범인 진석이 승객들 앞으로 나서며 '이 비행기에 탄 모든 이가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도망칠 곳 없다.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한다. 이 전대미문한 전염병과 함께 비행기를 탄 승객들. 이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땅에선 경찰 인호가, 하늘에선 승격 재혁이 최선을 다한다.
압도적인 첫 시퀀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초반부라고 말할 수 있다. 진석이 항공사 직원에게 욕설을 하는 전반부. 이때 카메라 잡는 구도는 뭔가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다. 이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진석은 우연히 만난 악 같은 존재다. 이 사람의 범죄 동기는 초반부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정석적으로 빌런이 누구인지 딱 보여주기엔 뭔가 엇나간 진석. 진석의 첫 등장부터 시작해 관객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생각해야 한다. 또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잘생기고 선한 만큼 뒤틀려있는 진석의 성격을 효율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한 대비를 위해 항공사 직원과 진석의 표정이 나란히 제시되어야 한다. 이 영화의 촬영은 이를 위해 일거양득의 선택지를 보여준다.
이 시퀀스의 촬영 구도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바로 임시완 배우의 연기력은 이 장면에서 임팩트를 쾅 주고 시작한다. 이 인물의 대사들을 살리는 이 연기뿐만 아니라 대사들도 잘 썼다. ‘걸레 같은 게’라는 단어도 잘 골랐다. 또 욕 하기 전에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라고 여직원에게 말하는데 이 마저도 진상 손님의 한 부분을 잘 구현한 좋은 작문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소한 장면에서 진석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주니 영화가 좋은 시작을 한 셈이다. 그리고 그다음 시퀀스가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바로 테러 모의하는 장면을 넣은 것이다. 가타부타 설명할 필요 없이 '이 놈은 이러고도 남을 놈'을 보여주는 좋은 장면 구성과 연출이었다. 또 이렇게 빌런이 누구인지 바로 보여주는 건 과감하게 미스터리를 포기하겠다는 말도 된다. 이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중후반부가 넘어가서 이야기의 전환이 이뤄지는데 그 하이라이트 신을 위한 준비 자체로서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초중반부 진석 캐릭터가 왜 이렇게 하나? 의 이유를 경제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연출이었다.
제작진 칭찬해
이 첫 시퀀스에서 이 영화가 쏘아 올린 시발점은 중반부까지 내내 힘차게 작동한다. 일단 비행기 이륙 장면이 사실적으로 잘 찍혔다. 아마 비행기 이륙 자체는 실제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비행기 출발할 때의 연출은 사실적으로 잘 뽑혔다. 또 이 도입부 외적으로 비행기 안에 빛이 들어오는 구도를 잘 잡았다. 또 비행기 내부의 공간감 역시 탁월하다. 비행기 안이라는, 폐쇄라는 속성이 이 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일단 갑갑해야 빠져나올 구멍 없는 진석의 잔혹함이 극대화가 될 것이다. 안 그래도 답답한 것이 시각적으로도 강조되는 역할인 것이다. 또한 전염병의 위험함을 묘사할 때 공간이 좁아야 '저 사람 저렇게 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은 비행기 연출을 보여줬다. 또 비행기 운행 동안 빛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하와이까지의 비행이 1시간 땡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당연히 비행기 안에서 들어오는 햇빛의 색이나 발현 구도 등등 때마다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또 비행기 세트장을 잘 만들었다. 적당히 비좁은 비행기라 결함이 없이 무난하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비행기 내부 구조도 그렇지만 비행기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화면들도 깔끔했다. 조종석에서 바라보는 하늘, 관객들 쪽 창가에서 보이는 모습까지 CG를 썼다고는 믿기 살짝 어려울 정도다.
이 탁월한 비행기 구현에서 시작해 영화는 초중반부까지의 서스펜스를 압도적으로 유지한다. 일단 중반부까지 사운드를 활용한 강약 조절은 아주 뛰어나다. 인호가 아내와 통화하는 신의 사운드, 진석에게 깔리는 배경음악, 현수와 재혁의 관계까지 나름 빠른 탬포의 정박으로 이어지는데 가사가 없이도 인물을 설명하는 좋은 연출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일단 흑막 진석이 자기를 드러낼 때 가운데에서 나온다. 그런데 비행기 내부의 길이 가운데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부여된 설정일 것이다. 이때 진석에게 집중되는 촬영은 제작진의 열일이 빛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첫 번째 희생자가 피를 토하며 죽을 때 굉장히 끔찍한 방식으로 죽는다. 이제까지 본 재난영화 중 아예 본 적 없던 느낌? 그 신체부위가 터지는 건 실제로 본 적 없었던 것 같다. 아이디어의 창의성이 돋보였던 부분이다. 또한 진석이 흑막임을 직감하고 누군가가 그의 집에 방문하는 시퀀스가 있다. 거기서 나온 시체 역시 미술팀이 디자인을 잘 구현했다. 비닐로 칭칭 쌓여있음에도 피가 범벅인 시체를 보면 이 병의 잔혹함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진다.
이렇게 소소한 요소들을 살려 1차적인 목표는 잘 충족하는 이 영화. 이야기가 한번 변하는 터닝포인트가 있다. 이 터닝포인트까지의 이야기 구성이 적절하게 잘 분배되어 있다. 인물 간의 사정 이런 거 필요 없다. 땅에서 경찰 인호의 범죄/미스터리 영화가, 비행기에선 악역 진석의 재난영화가 벌어지는데 이 두 이야기가 각자의 장르적 특색을 잘 살리며 극을 이끈다. 일단 범인이 누구인지 뻔히 드러나는 영화가 이 작품이다. 이는 후반부의 메시지 전달과 비행기에서의 상황에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범인은 이미 위에 있으니까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럼 뭐를 쫓을까? 당연히 백신이다. 이 백신을 쫓아가는 과정을 나름의 뚝심을 활용해서 이끈다. 반대로 비행기 안은 무섭다. 테러 때문에 내가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이때의 막연함을 드러내기 위해 진석의 특성 중 하나가 괄호 처리된다. 이 괄호 처리가 무엇인지 보고 싶은 분들은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분명히 의도된 것이며 비행기에서의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소재다. 이 외에 항체군이 있는 인물들 팔에 기포가 생기는데 이런 섬세한 부분도 영화의 초중반부를 이끄는 아주 좋은 원동력이 된다. 잘 만든 두 편의 스릴러를 보는 느낌?
고래 사이에 있는 새우
사실 이것을 선회하는 압도적인 장점은 임시완 배우의 캐스팅이다. <변호인>과 <미생>에서 시작한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는 아마 이 영화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기했던 첫 시퀀스에서 임시완 배우의 모든 것이 전부 완벽했다. 눈빛, 말투, 목소리 톤, 발음, 대사 내용까지 초반부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훌륭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비행기에 탄 사람이 전부 죽었으면 좋겠어요" 장면에서 역시 이 인물의 광기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사실 같은 영화에 나온 전도연, 이병헌, 송강호 배우가 좀 전형적인 역을 맡아서 두드러지는 것도 있다. 엄청난 차이점이 있는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임시완식 사이코패스'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극을 이해하는 배우의 이해도가 빛난 지점이다. 초중반부 서스펜스가 유지되는 이유 중 한 50%이 임시완 배우의 눈빛 연기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가령 극 중에서 자기가 흑막인걸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비행기 안에서 일종의 소동이 있다. 이때 영어를 뭐라 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진다. 분명 이 임시완 배우는 연기하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 짧은 2~3분짜리 유사 액션신에서도 인물의 악랄함이 벌어진다. 신기한 일이다. 좀 몇 번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인물의 성격이 드러난다니. 극을 보다 보면 이 장면이 주는 광기에 많은 분들이 감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두 영화를 붙였다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의 최종 흑막으로 충분한 연기였다. 아마 주요 시상식에서 이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실패할 수가 없는데?
미술도 좋고, 음향도 좋고. 핵심 조연 임시완 배우의 연기도 좋고. 우리나라 영화에서 가장 위대한 대배우 3명이 나오는 만큼 주연진들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 세 배우는 연기 잘한다는 말이 아까울 정도다. 또 박해준-김소진-김남길 세 배우는 든든하게 자기 몫을 해낸다. 이 세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한다고 하면 뭐랄까 극이 탄탄해지는 느낌이다. 특히 김소진 배우 엄청 좋은 배우인 것 같다. 어? 이 영화 잘 안될 리가 없는데? 비경쟁이지만 칸에도 초청되고. 배우들도 대단하고. 소재도 신선하고. 악당 캐릭터 설정도 정말 색다른데? 완성도도 깔끔해서 이 영화에는 결함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러닝타임의 반환점을 돌아 중후반부가 된다.
너무 많은 걸 희생하는 것이 아닌가
빠른 템포에 섹시한 몰입감까지 영화는 단점이 없다. 그나마 찾자면 박해준 배우 대사가 잘 안 들리고 전도연 배우 비중이 별로 없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굉장히 많은 양의 비판을 들어야 했던 건 후반부에 나온다. 일단 이 영화의 장르는 사회에 대한 풍자극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테러에 대응하는 재난영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스릴러 영화 두 축은 결국 가장 중요한 러닝타임 1시간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케이. 이건 그럴 수 있다. <부산행>부터 시작해서 여러 영화에서 이런 시도를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를 위해 너무 소재가 막 소비된다. 일단 이 영화에서 외국 국가 두 나라가 등장한다. 지금 2022년이다. 이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엄청 잘 나가는 국가들이다. 이 나라들이 그 선택을 거부한다? 이거부터가 뭔가 이상하다. 이는 단지 선진국이라서만 그럴까? 그 외에 분류되는 나라들도 굳이 이걸 거부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어떤 나라는 이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거부하기 위해 군사를 동원하기까지 한다. 이거 이럴 필요가 없다. 뭐 나라 간의 외교 이런 것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셈이다. 그냥 이 나라 수장한테 좀 연락하고 그냥 끝난다. 단순히 주인공의 고난을 묘사하기 위해 허술하게 이야기를 짠 셈이다.
또 예고에도 나오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영화 전반적으로 확인하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해 어떤 소재는 희생된다. 일단 전도연 배우가 맡은 역할 숙희는 국토부 장관이다. 숙희는 경찰인 인호와 함께 TF팀을 구성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근데 장관이라는 이름값이 있음에도 인간들이 말을 안 듣는다. 뭐 영장 없으면 말 안 듣는 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지만 나라 여론이라는 것이 있다. 저렇게 전면에 나서는 부처 수장을 무시할 수 있는 집단과 조직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있을지 의문점이 든다. 역시 마찬가지로 극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납작하게만 극에서 사용한 셈이다.
그리고 몇몇 소재는 좀 불필요하기까지 하다. 초반부에 인호와 동료 경찰이 진석이 사는 곳으로 조사를 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때 아이가 인호에게 "이 아저씨 영어 못해서 못 알아먹는 것 아냐?"라고 한다. 이 대사가 엔딩까지 아~무 영향도 없다. 또 첫 번째 희생자가 화장실에서 감염될 때 "이코노미 석 화장실 수준 참"이라고 승무원에게 폭언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 역시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계급적인 코드를 섞에서 우리나라의 한 단면을 비꼰다? 근데 그게 뚝심 없이 대사 몇 줄로 소비되니까 실없는 소리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어떤 여학생들이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교복 입고 나온다. 무슨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친구들끼리 여행 가는데 교복 입고 여권 써서 비행기 타고 간다. 내가 고등학생 때는 등하교 시간 외에 교복을 입고 싶은 마음이 단 1도 들지 않았다. 그냥 어린 배우를 써도 될 텐데 교복을 굳이 입힐 이유가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재혁의 딸 수민은 여자임에도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다. 이 설정도 굳이 필요하나? 싶다. 그냥 애초에 수민이 남자여도 이야기 전개에 큰 무리는 없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이 배우가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이 엇갈림을 꼭 넣어야 함'이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만약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이건 아닌데' 싶다. 단지 그 장면을 위해서 여자애가 남자 화장실에 몰래 가는 꼴이 좋은 건 아니니까.
그런데 상기한 이런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큰 단점이 있다.
좀 아니라고 생각했어
이 영화의 가장 결정적인 단점이 되는 지점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우리 현대사에서 겪었던 몇몇 사건들이 생각난다. 처음에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이런 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진일보했나?'라고 묻는 게 아닐까 싶었다. 또 전염병이 사람들을 떠다니면서 병세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묘사도 뭐 갈라 치기를 소재로 삼고 싶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모든 메시지들을 전부 뒤집는다. 이야기의 맥락상으로서 아예 불필요하면서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구체적으로 인물들은 후반부에 굉장히 중요한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이 영화의 초반부와 부분적으로 모순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 선택을 할 것이라고 극 내내 암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100여 명의 승객이 모두 동의한다(애초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도 신기하다). 그냥 단지 엔딩부에 힘을 주려고 그 많은 인과관계와 핍진성, 개연성을 전부 깔아뭉개버렸다. 그리고 아름답지도 않은 그 광경을 바람직한 덕목으로까지 연출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에 힘입어 작위적인 신파극도 있어 이 선택이 감동적이라는 메시지까지 영화에 내포했다. 난 이 감동적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연출이 굉장히 폭력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가 어느 땐데 단지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선택지를 고를까? 그리고 그게 이뤄진다 한들 어느 철학자가 그걸 정의롭다고 말할까? 각본가의 마음에는 이 선택이 자유로운 것이 되는 걸까? 다수만큼이나 소수가 중요해졌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이 개인 소셜 미디어로서 탁월하게 기능하는 시대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메시지가 제시된 것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굉장히 안타깝고 아쉬우며 두렵기까지 하다. 내가 앉은자리 옆자리에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해 할 말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2022년이다. 물론 다수 중요하다. 그게 이 세상의 모든 것보다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지점 하나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전하는 혹평이 사실 납득이 간다. 이 혹평이 한국영화가 성장하는 지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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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미의 행렬 (Funeral Parade of Roses)' 리뷰
아트나인 ‘재팬무비페스티벌’ 상영작 중 하나인 <장미의 행렬>을 봤다.
포스터 속 인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보게 됐는데 영화 자체도 포스터 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하고 강렬했다.
“나는 상처이자 칼날이며 사형수이자 사형집행인이다”라는 문구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가 실험적이었다.
여러 이미지가 아주 짧은 시간 깜빡이듯 노출되며 인상을 남긴다든지 하는 독특한 편집이 많았다.
조금 패션 필름 같기도 한 부분도 있었고…
에디라는 게이보이(영화 속에서 쓰는 단어다)가 주인공이다.
그는 게이바에서 잘나가는 호스트로 마담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맨 얼굴의 에디와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화려한 옷을 입는 에디는 다른 사람 같다.
이 장면에서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가면 아래 가면이 또 있기도 하다는 대사가 나오는 게 인상 깊었다.
성매매 업소의 마담을 ‘엄마’라고 부른다는 말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 생모와 마담, 두 가지 인물 모두에 대해 에디가 가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머리 너무 예쁘고 자꾸 거울에 비친 이미지가 나오는 것도 자아 성찰, 또는 자아의 분리를 상징하는 것 같아 좋았다.
복선
스포를 절대 읽지 말고 봐야 된다. 그래야 이 영화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엔딩 때문에 원래는 별점 3점 정도로 생각하다가 4점을 줬다.
영화는 사람은 끊임없는 부정을 통해 영혼의 궁극에 이른다는 문구로 끝맺는다.
이렇게 나오는 문구들도 좋았고 위에서 말했듯 영화 자체도 스타일리시하고 실험적이다.
미장센도 좋고… 결말이 특히 충격(positiv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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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가 업이 된다면? <비긴 어게인>
영화 <비긴 어게인>
댄은 음반 프로듀서이다. 그냥 프로듀서도 아니고, 실력 있는 음악인을 발굴해 키워낸 전적이 있는 전문가다.
그러나! 테스트용 CD 꾸러미를 신경질적으로 훑고 CD꾸러미에서 이거다! 싶은 음악을 찾지 못해 분노한 나머지
차창 밖으로 CD를 다 내팽개친다.
그가 하는 행동에서는 프로다운 여유나 인내심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야 아니야 젠장 아니라고!
프로페셔널한.... 댄?
영화 <비긴 어게인>은 크게 두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된다.싱어송라이터 그레타, 음반 프로듀서 댄.
댄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되기 시작할 때, 시청자가 마주하는 댄의 모습은 흔히 '어느 분야의 프로페셔널'이라고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멀어 보인다.
좁고 지저분한 아파트에서 힘겹게 눈을 떠서 옷을 챙겨 입고 에너지 넘치는 걸음으로 일터로 향하...
지 않고! 다시 누워 잠을 청한다.한 잠을 더 자고 일어나서도 여전히 피곤한 상태로, 한 손에는 테스트용 CD꾸러미를 들고 나선다.
믿음직스럽지 않은 생활환경과 행동이 영 '프로답지 않아'보이던 댄.
그런데, 그날 저녁, 바에서 그레타의 연주에 상상 속 소리를 입히는 모습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이 사람, 진짜 (프로+전문가) 구나!
영화 첫 장면, 기타 반주만으로 담담하게 들려오던 그레타의 곡.
댄은 그 곡에 피아노와 첼로 멜로디까지 얹어서 뇌내 편곡한다.영화 비긴 어게인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특선영화 등으로 다시 보게 될 때, 댄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상상해본다. 저 사람도 한때는 음악을 취미로만 여기던 사람이 아닐까?
취미를 본업으로 삼는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던 때와는 전혀 달라진다.
목표로 삼은 기간 내에 특정한 질적 수준을 달성하려면 자신을 쥐어 짜내게 된다. 댄은 그 방법이 알코올이었다.
영화 속에서 댄은 말한다. 술에 취해야만 마법이 벌어지고, 그제야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다고.
취미가 직업이 된다면 어떨까?
대학생 때, 친한 동기가 취미생활을 한 가지 추천해줬다.바로 게임 실황 시청하기! : 누군가가 게임하는 걸 보는 것.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게임 영상을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험 스트레스를 풀 겸, 깜짝 놀라는 소리와 영상으로 잠 깰 겸. 겸사겸사 공포 게임 실황으로 시작했다. 보다 보니 흥미가 생겨서 이 게임저 게임으로 옮겨가고, 방송자도 골라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게임 크리에이터의 팬미팅 추첨에도 응모했고, 어쩌다 보니 당첨이 되어서 팬 미팅에 참여했다.
그 팬미팅에서, 크리에이터는 말했다.여러분, 작은 취미와 강점도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삼을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줬다.일을 하면서 어려움도 분명 있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래서 나는 '저 사람은 천직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구나, 행복해 보인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취미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까?그 팬미팅에 갔을 즈음에는 '나도 행복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내게 있어서 취미란 휴식, 여가다.
그게... 취미니까 (끄덕)꼭 경험을 해봐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난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답을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수개월간 공연 생각하며 눈을 뜨고, 공연을 위한 훈련을 하루 종일 하고, 공연 공부를 하다 잠드는 생활을 해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 취미와 일의 경계를 그어 놓는 삶이 편하다는 것.
공연 관람이 공부시간이 되고,영화 관람이 보충수업이 되는 삶은 힘들었다.
공연을 취미로 남겨둬야 내가 삶 속에서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시뮬레이션
: 취미가 일이 된다면 벌어지는 상황한 번은 연극에 관한 강의에서 지정 공연을 관람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마침,학과 친구와 함께 수강하던 강의라서 어떤 공연 일까 유명한 작품이던데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세일즈맨의 죽음(2013), 극단 성북동 비둘기
단이 없는 무대와 무대를 둘러싼 객석 형태, 무대 중앙에 있는 트레드밀과 그 위를 거의 공연 내내 뛰는 주연배우의 모습은 너무 신선했다. 마침 그 날은 공연 후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날이어서 그 이벤트까지 참여했는데 시간 역시 다른 의미로 엄청났다.
배우 혹은 연출가와 팬의 가벼운 이야기가 오간 것이 아니라, 굉장히 열정적인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관람자 대다수가 공연을 공부하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연극의 구성과 원작의 해석, 작품에 등장한 소품과 장치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이 제작진들에게 향했다.
심지어 연출가는 이런 대답도 두어 번 했다."어.... 그 정도까지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허허.."
본업이 아닌데도 남아있는 흔적
그때 마주쳤던 관객 동기들, 그 열정적이던 질문자들만큼은 아니지만 공연에 꿈을 두고 활동하다 보니 점점 상상 속 세계로 빠져드는 게 더 어려워졌다.
조명이 안 켜진 것, 어떤 소품이 치워지지 않은 것 등이 눈에 더 띈다. 공연 관련자로 가는 트랙을 벗어난 지금도 여전하다.
조명과 무대장치,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극 속으로 몰입하는 게 어렵다.그래도 다른 편으로 본다면, 단 한 번 볼 수 있는 작품을 예전보다 섬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다.
지나가는 장면과 대사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극을 더 분석적으로 감상하고 이해하고 곱씹어보는 습관을 얻었다.이런 '업으로 삼고자 했던 흔적들'을 다른 분야에서 어떤 방법으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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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프 - 안전(safe)과 안전하지 못한(unsafe), 아이러니의 연속
한국 영화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수상한지 벌써 2년이 되었다. 한국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비교적 늦게 주목을 받았지만 초청받은 작품들 대부분이 수상하거나 무관이라도 좋은 평을 받았다. 이러한 경향은 장편 뿐만 아니라 단편에서도 보이는데, 단편 부문에서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뉴스도 많이 뜨고 인터뷰도 자주하고, 여러 영화제에도 초청받으면서 화제를 받은 걸로 아는데, 제작년에 기생충이 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타면서 이 영화도 다시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필자는 이 영화를 상암 한국영상자료원의 영상도서관에서도 VOD로 관람하였다.
이 영화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주인공 민지는 돈을 번다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의 안정성(안전)을 추구하지만, 그 돈을 번다는 행위는 위험(안전하지 못한)하다. 애초에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엔딩에서 극한에 다다르는데, 남자라는 위협을 피하기 위해 금고에서 돈을 빼내고, 자신이 그 금고에 숨는 행위를 통해 안전을 얻는다, 하지만 금고 안에서 핸드폰이 방전되고 금고 안에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끌고온 요소인 '돈'의 요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볼 수 있다. 최후에는 돈의 위치를 인간이 차지하게 되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인간보다 더 가치있게 평가되는 것은 더 이상 드문일이 아니게 되었다.
영화는 1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사운드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감독의 훌륭한 기교를 봄으로서 후속작을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 작품 이후로 문병곤 감독은 활동이 아예 없다. 2014년에 "문감독 예고편: 40 MIN"이 나오기는 했는데 이것은 세이프를 포함해 자신이 제작한 단편을 합쳐둔거라 새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이프 이후로는 장편에 몰두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답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칸 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이라는 훌륭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감독이니, 분명 언젠가 장편, 아니 단편으로라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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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리뷰 - 아버지 부조금으로 장례식장을 노름판으로 만든 불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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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는 반드시 온다!
한때는 잘나가던 큰형님 `호성`(손현주).
8년 만에 출소해 보니 남보다 못한 동생 `종성`(박혁권)은 애물단지 취급이고,
결혼을 앞둔 맏딸 `은옥`(박소진)과 오랜만에 만난 아들 `동혁`(정지환)은
`호성`이 부끄럽기만 하다.
아는 인맥 다 끌어 모은 아버지 장례식에서
부조금을 밑천삼아 기상천외한 비즈니스를 계획하며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데…
그런데…! 하필이면 세력 다툼을 하는 두 조직이 이곳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닌가!
때마침 눈치라고는 1도 없는 `호성`의 친구 `양희`(정석용)가
술에 취해 오지랖을 부리는데...
일촉즉발! 수습불가!
과연 X버릇 남 못 준 `호성`에게 봄날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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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 티저 예고편
위대한 워리어가 되고 싶은 댕댕이 등장!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 티저 예고편 대공개!
고양이 마을에 강아지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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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화란> 메인 예고편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옥이 되다 올가을 가장 깊고 강렬한 느와르 드라마? [화란] 메인 예고편 공개 10월 11일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