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1-30 11:14:31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영화 [서브스턴스] 리뷰
이 글은 영화 [서브스턴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글은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가상의 상황에서 편지를 받았다고 제발 믿어주라(?)

리지 씨에게.
안녕하세요.
우선 너무 늦게 당신의 이야기를 영화관에서 만나게 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저 역시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라는 같잖은 헛소리를 최근까지도 들으면서 자란 사람이기에. 당신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참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먼저 영화를 본 친구들은 분명 징그럽고 피 튀기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막상 영화관을 나올 때 저를 지배했던 감정은 당신을 향한 슬픔과 동병상련이었습니다. 이런 감정의 부조화는 마치 당신과 또 다른 당신의 관계처럼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마음이 꽤 오랫동안 복잡했어요. 어쩌다 거울 속의 당신을 스스로가 미워하게 된 것일까.라는 물음에 제가 감히 답을 낼 수도, 내기도 어려웠거든요. 저의 얕은 생각과 비루한 기억력을 거스르고 또 거슬러 올라가서. 그 미움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를 더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답(?)이 나오더라고요.
단 한마디였습니다. 당신의 빛남(sparkle)을 가져간 것은. 타인. 그것도 당신보다 더 나이가 들었으면 들었지.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남자의 단 한마디. 아마도 당신은 여태껏 스스로 빛을 내는 별(항성)인 줄 알고 살아왔을 텐데. 그 비수는 참 힘이 세서. 당신의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던 핵융합의 심장부에 꽂혀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당신 안의 반짝임을 스스로가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평판을 반사해야만 빛나는 행성이 되어버린 순간이라고 할까요. 아, 그리고 저는 당신이 새우를 씹던 하비의 입을 찢어놓지 않았다는 그 절제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저였으면 포크로 아마 콧구멍을 후벼 팠을 거예요.

한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은교]에서는 이런 문장(대사)이 있습니다.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말이죠. 분명 당신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패배감과 상실감. 그리고 더 이상 스스로 빛날 수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도 없으니 반사되어 빛나기라도 할 수 없다는 초조함이 아마도 수의 탄생을 부추기는 힘이 되어버렸으리라고 생각해요.
나였어도 그랬을 것입니다. 저 역시 또 다른 나의 탄생을 막을 수 없었을 거예요. 과연 누가 당신의 선택에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그리고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가정을 한다면. 차라리 저는 수의 탄생 이후에 당신이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어쨌거나 서브스턴스 제공사(?)측의 말처럼 당신과 수는 하나였으니까. 두 사람 간의 균형이 지켜질 것이라는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당신이 멍하니 TV앞에 앉아서 수의 탄생 전 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과의 데이트에 앞서 스스로의 모습을 부정이라도 하듯 립스틱을 빡빡 닦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미워하는 듯한 당신의 모습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언젠가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물론 그 어떤 위로도 당신에겐 통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수를 탄생시킨 것은 당신이고. 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젊음을 누리고 싶었던 것도. 그리고 그토록 증오했지만. 어쩌면 당신에겐 가장 필요했을 하비의 인정을 바랐던 것도 당신이었을 테니까요. 다시 한번 더 빛나고 싶다는 스스로의 욕망이 이토록 큰지. 당신도 몰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욕망이라는 게.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깊이의 우물 같은 것이니까요.

육신이라는 게 참 덧없지요.
분명 미워해 마지않던 50대의 당신이었잖아요. 하지만 그마저도 수에게 하루 이틀, 야금야금 빼앗기고 난 후의 당신의 눈빛은 참 아팠습니다. 그리워하고 있더군요. 커다란 액자 속 스스로가 미워했던 그 모습을 말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절박감은 수에게도 찾아왔죠. 그녀가 늦게 깨달은 것인지. 당신이 일찍 깨달은 것인지. 줄 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의 치아가 뽑혀나가는 그 순간만큼은 그저 한 사람의 절박함과 공포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토록 기다렸던 시간의 정중앙에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순간으로 기록되어야 할 그 순간에. 피를 흘리다 못해 분사하는 당신의 모습은 여태 하고 싶었던 본심을 모두에게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괴물인가. 아니면 당신들이 괴물인가. 아니지, 우리 모두 괴물인거지.라고 울부짖는 것만 같았어요. 마치 영화 [샤이닝]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그 괴기스럽기도, 또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는 장면에서. 저는 허망하게 흩어지는 당신의 살점과 피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주변 세탁소에서 기함을 토하며 그냥 이 옷을 버리라고 말할 것 같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꼭 당신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아 물론 정상적인?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피를 그만큼 흘릴 수도 없을뿐더러 그만큼 흘리면 명예의 전당까지 기어갈 힘도 없겠지만. 이것은 저의 직업병이며 영화적 허용이라 보고 넘어가도록 하죠(?)

마지막 인사를 뭐라 해야 할지 참으로 많이 망설였습니다.
당신은 그래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이해한다 라는 뭉뚱그린 말로도 그간 입은 상처를 다 보듬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동안 외로웠죠.라는 개똥철학도 건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힘내라는 뻘소리도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최후는 바닥에 묻은 케첩의 말로처럼 참 처참했지만. 그러면서도 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끝나버렸죠. 이 모든 것이 아 시발 꿈처럼 느껴지는 마지막이었기에 더 어떤 말로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른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당신이 겪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절대 없어지지 않겠죠. 두 번째 당신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저 역시 그 푸른 드레스를 입은 살덩어리를 괴물이라 부르지 않을 자신은 없습니다.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도망갈걸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기억될 거예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이죠. 그게 정말 당신이 원했던 것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신.
그…. 주삿바늘은 한 번쓰고 버리신 거 맞죠? 어우.. 제발..
[이 글의 TMI]
1. 이렇게 자도 될까 싶을 정도로 연휴 내내 자는 중.
2. 이럴 거면 그냥 겨울잠을 자라.
3. 노동요 추천받습니다.
#영화리뷰 #최신영화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서브스턴스 #데미무어 #영화리뷰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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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분노로 품은 실화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이 이끄는 대학생들, '애비 호프먼(사챠 바론 코헨)'과 함께 움직이는 히피들이 시작한 반전 시위는 경찰 및 주 방위군과 대치하는 폭력 시위로 이어진다. 이를 닉슨 행정부가 반전 분위기를 잠재울 기회로 삼은 결과, 미국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를 받은 연방검사 '리처드 슐츠(조셉 고든 래빗)'는 마지못해 주요 운동가를 공모 혐의로 기소한다. 그 결과 톰, 애비, 제리와 시위에 참가한 적도 없는 흑표당원 '바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을 포함해 총 7명의 운동가들은 모의죄를 저질렀다고 지목되어 재판에 넘겨진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윌리엄(마크 라일런스)'은 '전직 법무부 장관(마이클 키튼)'을 증인으로 세우는 등 최선을 다하지만 이미 각본이 짜인 재판의 흐름을 뒤바꾸지는 못하고, '시카고 7인'도 톰과 애비를 중심으로 정치적 신념 차이로 인해 점점 분열되기 시작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배급사가 파라마운트에서 넷플릭스로 변경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제목에 포함된 '트라이얼(trial)'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법정 드라마다. 특히 피고(인)의 유무죄와 사건의 진상을 가리는 수싸움에 주목하기보다는 <변호인>과 <도가니>처럼 재판받는 사건을 통해 사회의 문제와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목적의 법정 드라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종종 진실을 알리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겠다는 분노에만 주목해 주인공들을 지나치게 도구화하는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와 <스티브 잡스>의 각본가로 이름을 떨친 애런 소킨이 각본, 연출을 맡은 결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는 위의 함정을 무사히 피한 법정 드라마이자 사회 고발 영화로 완성되었다.
베트남 전쟁 반전 운동과 흑백차별 반대 시위로 혼란했던 미국을 배경으로 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뜨겁다. 영화는 실제 연설 장면과 시위 사진으로 문을 열면서 당시 사회적 분노에 사실성과 구체성을 더한다. 더 나아가 순전히 반전 운동의 열기를 끌어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재판을 조작하는 미국 연방 검찰과 법무부의 모습을 초반부에 배치하기도 한다. 이 대목은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 명분도 없고, 인권도 무시하며, 국민의 뜻에도 반하는 전쟁의 이미지와 대비되면서 그들의 분노에 강력한 정당함을 안긴다. 그 결과 시카고 7인이 공통적으로 지닌 뜨겁게 불타오르는 정당한 분노에 관객들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자연히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는 익숙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검증된 방식으로 타오르는 감정선에 장작을 더한다. 검찰, 경찰, FBI가 한 몸이 되어 수많은 거짓 증언을 늘어놓으며, 판사는 변호인과 피고인들의 이의 제기는 모두 묵살한 채 철저히 연방 검찰의 편에서 재판을 진행한다. 힘겹게 찾아낸 증인의 증언도 판사의 자의적인 판단 아래에서 소멸되어 버리며, 재판 도중 인종차별도 자행된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동력이었던 분노는 자연스럽게 권력을 향한 분노, 기득권층을 향한 분노, 정당한 제도와 법률을 지키지 않는 위악자들을 향한 분노로 확장된다. 물론 이러한 전개는 <변호인>에서도 위와 유사한 내용을 찾을 수 있듯이 분명 법정 드라마의 클리셰지만, 이번만큼은 충분히 그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법정 드라마와 별개로 영화는 7명의 피고인 중 특히 톰과 애비 그리고 바비에게 집중하며 다른 맥락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에도 주목한다. 학생운동의 리더인 톰과 히피들을 이끄는 애비는 반전 운동의 지향점과 시위 방식을 두고 치열하게 싸운다. 톰이 제도 안에서의 투쟁을 주장하는 반면, 애비는 제도 자체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제도권 밖에서의 저항을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저항과 투쟁의 과정에서 모든 진보 세력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방법론의 아이러니로부터 비롯한 또 다른 결의 뜨거움도 함께 묘사한다.
이때 시카고 7인 중 가장 이질적이고 시위와의 관련성도 약한 바비의 존재는 의미심장하다. 가장 동떨어져 있기에 서로 다른 측면의 분노를 연결하는 데 있어 역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변호인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미 중립성을 잃은 판사는 재판을 강행하면서 그의 발언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톰과 애비가 서로 싸우는 동안, 그는 재갈 물리고 손을 포박당하는 와중에도 억울함을 토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스스로를 희생해 흑백차별이 부조리를 온몸으로 고발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문제에 분노하고 사회에 끊임없이 고함치는 것 그 자체가 변화를 위한 투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손수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결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화는 7명의 피고인이 선고받은 형량과 유무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끝내 서로의 신념과 방식을 이해한 톰과 애비를 비춘다. 애비는 자신들이 왜 반전 운동을 하고, 징집에 반대하는지에 대해서, 자신들의 재판이 얼마나 불공정한 지에 대해서 피고인이자 증인으로 자격으로 재판장 안에서 주장한다. 톰은 시위대를 거리로 이끈 주역이었음이, 신념을 위해 제도와 법률을 가장 먼저 위반한 반골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톰은 7명의 피고인을 대변하는 최후 발언권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정당함을 잃은 사법제도에 저항한다. 마치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과 화해를 보는 듯한 결말은 이렇게 서로 다른 결의 분노를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낸다.
애런 소킨의 각본은 이처럼 서로 다른 분노의 감정이 한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는데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여태 그가 각본을 맡은 작품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실화를 바탕으로 인물들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데 능하다. 또한 긴 시간 동안 쌓여 있었던 긴 이야기의 시공간 배경을 마음껏 섞은 뒤에 특정 사건과 시점에서 빠른 템포로 전개시키며 긴장감과 반전을 조성하는 재주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동업자들이 마주 앉은 조정 협상 테이블 위에서 그들의 개인사와 양면성을 낱낱이 드러낸다. <스티브 잡스> 역시 신제품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짧은 순간의 잡스를 포착해 가족사와 대인관계 등 업적에 가려진 그의 인간적인 흠결을 가차 없이 스크린으로 불러온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애런 소킨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개인사를 지닌 채 시카고에 모인 주인공을 재판 대기실이나 재판 준비 사무실 같은 한 테이블에 모아 놓는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해 그는 캐릭터들의 성격, 이념, 소신 등 상이한 화학물을 한데 섞어서 터뜨려 버린다. 시위 동기나 시위 진행 등 과거 시간대의 사건을 대화 중간마다 적절히 삽입시키며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덤이다. 그 결과 주된 플롯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와중에도 영화는 짧은 순간 안에 개개인의 서브플롯을 전달하고, 멋진 반전을 선보이며 사회고발적 메시지와 주제의식에 깊이를 더하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는 특별한 작가를 만날 때 실화가 얼마나 강력한 감정적 힘을 지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남는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시대와 상황, 쟁점은 달라져도 그 안에 담긴 갈등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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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 없는 멜로 영화
사랑은 이기적이다 못해 잔인하기까지하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던 때에는 세상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의 세상 역시, 그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사랑의 속성을 이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는 어쩌면 이 모든 일말의 행동들이 ‘사랑에 빠진 나’를 위해 행하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돌고 돌아 기어코 만난 주연들이 아닌, 그 들 주위에 허우적대는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돌아온 매튜는 사업차 홍콩으로 가기 전, 우연찮게 한 호텔에서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 리사의 흔적을 찾는다. 아무 말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그는 그녀의 발자취를 뒤쫓던 중 리사의 아파트를 찾게 되나 자신이 리사와 다른 여자를 착각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이름마저 같은 그녀에게서 매튜는 도무지 리사의 흔적을 지울 수 없고, 결국 그는 자신의 추억을 더듬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리사를 찾기에 이른다.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주연으로 시작하여 조연으로 끝이 나는 영화다. 대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두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관객들이 그 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반대로 사랑 이면에 있는 그 잔인함에 절로 마음이 갑갑해진다. 엔딩크레딧이 오르고 나서도 여전히 매튜를 사랑하고만 또 다른 리사(알렉스)가 끝까지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튜를 향한 애잔하고도 처절한 알렉스의 짝사랑 탓에 그의 친구 루크 역시 자신의 사랑을 철저히 외면당한다. 순식간에 주연에서 조연들로 전략해버린 사람들의 처량함에 결말이 야속하기까지하다. 그러므로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미치도록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가 아닌 그토록 이기적이고도 씁쓸한 사랑 그 이면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에 자행되고 마는 수많은 이기적인 선택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는 사람들, 상처 주는 사람들. 행복하면서도 불행하고,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이중성.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 이중성에 대한 잔인하고도 씁쓸한 멜로 아닌 멜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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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엄마는 엄마가 아니잖아
벌써 20년이 넘도록 은퇴를 번복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마 그의 최고 문제작이 될 듯하다. 난해하다는 평가부터, 최고라는 극찬까지 사람들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심지어는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도 시사회에서 "나도 무슨 얘긴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언급을 했다. 그만큼 이 애니메이션은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숨겨진 뜻을 해석하려 들지 않고 그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애니메이션처럼 동화를 보는 기분으로 따라가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세계물일 뿐이다. 그래도 역시, 이야기는 통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싶어 지는 것들 투성이다. 특히 가장 중심인물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스튜디오지브리, 나아가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상징하는 이야기들로 꽉 차있고 그 안에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장부였지만 결핵으로 평생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어머니와, 군수공장으로 비행기를 만들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대부분 애니메이션에는 그래서 마더 콤플렉스, 강인한 여성상, 20세기 초 전투기에 대한 로망 등이 가득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주인공 마히토는 엄마가 있던 병원이 불타 엄마가 돌아가시고, 도쿄대공습을 피해 시골 공장 근처로 이사 간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곳에서 몇 년을 보내는 도중, 집 근처 신비한 탑과 집 근처에 사는 왜가리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렇게 도쿄대공습을 피해 공장 근처 시골집으로 이사 가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시골집으로 가서 이상한 세계로 가는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실제 어머니는 병원이 불타 일찍 돌아가시진 않았고 오래 사셨다.
군수공장으로 비행기를 만드는 아버지가 그대로 나오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마을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애니메이션은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최대한 전쟁에 대한 언급이나 일본의 피해를 강조하진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자해를 했는데도 다른 아이들이 그랬을 거라 철석같이 믿는 아빠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하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가져와 집안에 늘어놓는 비행기의 유리덮개들은 줄지어있는 유리관 같은 모습이다. 이렇듯 자국민들도 죽음으로 내몬 전쟁의 실체를 은근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실제로 종종 일본의 제국주의가 타국에 남긴 상처를 비판했고, 군수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전쟁부역자라 부르며 싸우기도 했다.
스승과 친구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시대적 상황이 상황인지라 드러나는 정도일 뿐이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승이었던 타카하타 이사오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이자 대표이사인 스즈키 토시오에 대한 이야기다. 스즈키 토시오가 개봉 전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왜가리는 스즈키 토시오 본인이다. 자신과 했던 대화들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녹아있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즈키 토시오는 애증의 관계다.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의 기자였던 스즈키 토시오가 미야자키 하야오 특집기사를 내려고 찾아갔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무시하며 문전박대한 일은 유명하다. 마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끈질기게 마히토를 찾아오는 왜가리와 흡사하다. 왜가리가 이상한 유언비어를 떠들고 다녀서 죽이고 싶어 하는 것도 비슷하다. 스즈키 토시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만든 <게드전기> 홍보를 할 때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로 홍보해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분노한 적이 있다. 여러 루머와 안 좋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스즈키 토시오가 지브리 초창기 작품들을 히트시킨 프로듀서임에는 분명하므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생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걸 알고 애니메이션 속 마히토와 왜가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자기 길을 가려는 감독'과, '감독을 속이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이용해먹기도 하는 프로듀서'의 밀당이 느껴진다.
또 애니메이션 속 큰할아버지는 타카하타 이사오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토에이 동화'입사 선배로, 애니메이션에서 영화적인 내러티브와 훌륭한 미장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감독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으로는 <반딧불이의 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추억은 방울방울>, <이웃집 야마다 군>, <가구야 공주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내러티브가 잘 잡힌 미야자키 하야오의 20세기 작품들은 전부 타카하타 이사오가 조언을 하거나 참여한 작품이다. 그만큼 그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와 구성 미장센 등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었다. 그는 <원령공주>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오로지 자기 멋대로 내달리는 작가주의적 작품이 되는 건 그래서다. 이것을 알고 애니메이션 속 큰할아버지의 대사나 행동을 잘 살펴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를 얼마나 존경했었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작 도중 사망했다.
인터뷰에는 나오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탑 안의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키리코는 그의 그림스승이었던 천재 작화감독 오오츠카 야스오일 것 같다.(지브리의 채색 담당인 야스다 미치요라는 이야기도 있다) 키리코는 불꽃이 나오는 막대기로 선을 그리며, 그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오오츠카 야스오도 단순한 그림 스승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험난한 애니메이터 인생을 이끌어준 선배이기도 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숲으로 들어가 사라진 마히토의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마히토는 탑으로 들어간다. 불에 타 죽은 마히토의 엄마가 살아있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왜가리를 따라서. 그 탑은 원래 우주에서 떨어진 물건으로, 아주 이상한 것이라고 한다. 큰 할아버지는 그 밖에다 건물을 만든 것이라고. 탑의 속 안으로 빨려 들어간 마히토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젊은 시절의 엄마와 하녀 키리코도 만난다. 탑 속의 세상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스즈키 토시오와 타카하타 이사오의 인연을 담고 있는 만큼 이 세계가 <애니메이션의 세계> 그 자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마주하는 황금문에는 '나를 배운 자는 죽는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거대한 무덤이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상업미술 업계 중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같은 사람을 수없이 반복해서 그려야 하는 일,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관객에게 이해시키도록 변형해서 멋있게 만드는 일, 내 그림이 아닌 그림을 수천 장씩 그려야 하는 고통, 그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중노동이다. 심지어 박봉. 나 역시 디자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므로 그 고통을 어느 정도는 안다.
내가 대학생 때, 같이 날밤새며 과제를 해 추레한 모습으로 과실을 나서는데 원서를 내러 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난 친구들과 이렇게 소리쳤다. "여긴 지옥이야! 도망가려면 지금이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황금문의 문구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어리둥절하는 마히토는 펠리컨들에게 떠밀려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가지고 온 유일한 무기인 활은 다 망가져버렸다. 그래, 그렇게 멋모르고 이 업계에 들어오게 되는 거야. 게다가 그 망가진 활처럼, 네가 기존에 배운 건 다 쓸모없거든. 다시 배워. 애니메이션을 배운다고? 넌 이제 죽었다.
젊은 키리코는 '와라와라'라고 하는 생명을 돌보고 있다. 이 세계에서 그가 하는 일은 무덤을 지키는 것과, 와라와라에게 먹을 것을 팔아 그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을 돕는 일이다. 애니메이션은 그런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게 생명을 주어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반복된 그림 몇 장을 그렸을 뿐인데, 그 그림은 살아서 움직이고 뛰어다닌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스승인 오오츠카 야스오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진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생명을 창조하는 것만큼 숭고한 일이다. 비록 그 일을 배운 너는 죽겠지만. 응.
그러나 이 세계에도 위험한 존재가 있다. 펠리컨들과 앵무새들이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먹어치우는데 몰두한다. 펠리컨은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생명인 와라와라를 먹어치운다. 앵무새들은 뜨거운 숨을 훅훅거리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펠리컨은 갈라파고스화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상징한다. 후대 양성의 실패, 보수적인 정치환경, 국내 내수만으로도 돌아가는 경제, 오타쿠 문화의 확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침체되게 만들었다. 와라와라처럼 생명력 있는 애니가 태어나는 것을 갉아먹는다. 80~90년대만 해도 정말 독창적이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예전 황금기 같은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다. 또한 제살을 깎아먹는 업계는 스튜디오 지브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수많은 재능 있는 애니메이터를 키워냈지만, 정작 모회사나 제작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만 감독으로 원하기 때문에 제자들이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는 늙고 죽어가고 있다.
앵무새는 남의 말을 따라 하는 존재다. 큰 덩치에 식욕에 침잠되어 훅훅거리는 모양새. 앵무새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토록 혐오하던 오타쿠들과 흡사하다. 앵무새들은 '애니메이션을 배운자'즉 애니메이터들을 먹이로 삼는다. 그들의 삶을 갈아 만든 모에화, 먹잇감에만 관심이 있다. 작업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업계가 똑같은 성적 모에화 대상물만 만들게 한다. 그리고 오타쿠는 대체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남이 만든 것에 열광하고 남이 만든 걸 보고 만드는 2차 창작(팬픽)에 열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타쿠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했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
하지만 이런 위태위태한 세상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균형을 맞추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큰 할아버지, 타카하타 이사오다. 돌들을 깎아 만든 블럭을 아주 세밀하게 쌓아 만든 균형. 타카하타 이사오의 애니메이션은 그런 느낌이다. 큰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그 블럭을 물려주고, 이 세계, 애니메이션의 균형을 지키게 하고 싶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멘토로 참여했던 작품들은 망상이나 상상보다는 현실적인 내러티브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하지만 잉꼬대왕, 오타쿠들의 대왕은 성격이 급해서 그 유산이 전달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다. 결국 블럭을 쪼개버리고, 큰할아버지가 유지하던 세상은 무너져버린다.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못한 유산은 사라져 버린다. 스튜디오 지브리도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물려받지 못해, 지난 9월 닛폰 테레비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사람들은 타카하타 이사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하지만, 둘은 연출방향 자체가 다르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참여하지 않은 후기작들이 급격히 망상적인 작가주의적 애니메이션으로 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도 타카하타 이사오가 물려주려고 한 것들을 다 물려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듯하다. 큰 할아버지가 물려주려고 한 블럭들 중, 그 난리통에 한 개만 겨우 가지고 나왔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전 세대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지 못한 불완전한 세계였던 셈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제 자신의 친구와 스승들이 죽어가고 자신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마땅한 자신의 후계자가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 지브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신의 블럭을 펠리컨과 앵무새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팬들은 또 다음 세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느꼈던 생명과 감동을 느껴야 할까. 이것에 대한 답은 바로 새엄마 나츠코와의 일화가 말해준다. 마히토는 엄마가 죽고, 엄마의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새엄마로 들어온 나츠코와 데면데면하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새엄마를 엄마로 인정하고 엄마라고 부르는 일은 쉽지 않다. 마히토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나츠코는 이미 아버지의 아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나츠코가 숲 속 탑 안으로 들어가 산실에 들어가 힘들어하고 있는 장면은, 아직 관객들에게 '진정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래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가 만든 첫 작품 <게드전기>는 엄청난 혹평속에 팬들은 그 작품을 인정조차 하기 싫어한다. 게다가 최근 고로의 작품은 3D 애니메이션이었다. 수작업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선 정말 파격적인 행보인 셈이다.
위에서 말한 애니메이션 업계의 펠리컨들, 여러 사정으로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의 후계자가 될만한 인물은 아버지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한 미야자키 고로밖에 없게 되었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사망한 지금 앞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마저 사망하게 된다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으로 나올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고로가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행보를 보니 3D 쪽으로 가게 될 것 같다. 그것을 지브리의 팬들이 받아줄 것인가? 고로의 애니메이션을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라 인정할 것인가? 엄마가 죽어서 갑작스레 새엄마가 된 나츠코에게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죽은 엄마를 살릴 수는 없다. 죽음은 죽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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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는 새엄마를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고 있다. 고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랑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나 '흉내 내는'것을 싫어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성격을 존중한다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도 역시 이전 세대의 유산을 다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온전하게 애니메이션 세상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노라고 고백한다. 좋든 싫든, 미야자키 하야오는 떠나게 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는 세상, 그대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자, 그대들이여.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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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나오는 리뷰들을 보니, 충격적 이게도 이 작품이 일본 제국주의 미화로 알려지는 것 같다. 일단, 지브리의 타카하타 이사오는 일본 공산당 출신으로 제국주의 비판하는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반딧불의의 묘>도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내용을 보면 일본의 제국이 '자국민마저'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비판하는 이야기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공산당원은 아니지만, 공산당지에 만화를 연재한 경력이나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일본의 좌파는 자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한다. 지브리의 두 거장이 그런 성향이니 지브리 전체는 사실 말할 것도 없다. 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역시 도쿄대공습이 나오지만,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거나 무서운 모습보다는 병원이 불타는 모습이 보일 뿐이고, 도쿄대공습이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전쟁에 대한 피해나 반성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이 애니메이션은 그냥 반전영화가 되어버리므로, 그걸 최대한 피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에 집중한 것이다. 다음 장면은 그것을 더 잘 드러낸다.
마히토가 이사 간 시골 학교의 아이들과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기가 죽을뻔했다는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돌로 자기를 쳐서 자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한 게 아니라 넘어져서 그랬다고 하지만, 군수공장을 하던 아버지는 아이들이 그랬을 거라며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 장면은, 도쿄대공습이나 원폭이 일본의 자해와도 같은 원죄이며 제국이 그것을 남탓하고 있고,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변명하지 않는 일본국민을 비유하는 장면이다. 마히토는 아니라곤 하지만 거기서 더 강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마히토는 상처를 스스로 냈다고 큰할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이런 지브리가 제국주의 미화라니, 그건 좀 억측이라 생각한다. 전작 <바람이 분다>도 일본 내부에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전쟁미화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오히려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전쟁무기 광인 자신을 비판한 내용이다.
진짜 제국주의 미화는 일본 제국의 '대동아공영'을 은근하게 깔고 있는 <크리에이터>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슈도 안되었던 점이 사실 더 의아하다.
*키리코 캐릭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오오츠카 야스오이길 바랬으나, 이전 스즈키 토시오의 언급에 의하면 지브리 채색 담당이었던 야스다 미치오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우'라고 부르기도 했던 야스다 미치오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바람이 분다>까지 거의 모든 지브리의 작품에 채색을 담당해왔었다. 사실 오오츠카 야스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 스승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는 맞으나, 지브리가 만들어질 때 합류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이 일하면 몸이 너무 힘들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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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넷플릭스 공개예정 신작추천
2021년 7월 넷플릭스 신작영화!
넷플릭스 7월 볼만한 신작영화 추천5편!
킹덤: 아신전
런닝타임: 1시간 33분
7월23일 공개
장르: 호러, 스릴러
감독: 김성훈
출연: 전지현, 박병은, 김시아
비극과 배신이 삶을 덮치고 기이하고 불길한 뭔가를 발견한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여인, 오직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그녀가 짙은 어둠을 마주하는데...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예고편 보러가기▼
지오스톰
런닝타임: 1시간 49분
7월21일 공개
장르: SF, 스릴러
감독: 딘 데블린
출연: 제라드 버틀러, 짐 스터게스, 애비 코니시
위성 시스템으로 기후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인류
하지만 이 재난 예방 시스템이 갑자기 오류를 일으킨다면?
일찍이 본 적 없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한 과학자가 시간과의 사투를 벌인다
예고편 보러가기▼
어트랙션
런닝타임: 2시간 12분
7월16일 공개
장르: SF, 액션
감독: 표도르 본다르추크
출연: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올레크 멘시코프,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모스크바 한복판에 추락한 외계 우주선
현장에 남겨진 비행 물체에 접근한 율리아는 휴머노이드 하콘과 조우한다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며 하콘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스페이스 워커
런닝타임: 2시간 16분
7월16일 공개
장르: SF, 드라마
감독: 드미트리 키셀레프
출연: 예브게니 미로노프, 콘스탄틴 하벤스키, 블라디미르 일린
우주 탐사 경쟁이 한창이던 냉전시대
소련이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
성고의 기쁨도 잠시, 비행사들에게 일촉즉발의 위기가 닥치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내일도 우린 사랑하고 있을까
런닝타임: 1시간 39분
7월16일 공개
장르: 로맨스, 코미디
감독: 저우난
출연: 안젤라베이비, 리훙치, 황보쥔
아름다운 동료 시민을 짝사랑하는 남자
포상휴가로 떠난 핀란드에서 그녀가 사고를 당해 일시적 기억상실에 걸린다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딱 하루만 유효한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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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차, 영화 위클리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국내·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가 찾아왔습니다.
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국내
CGV, 장국영 추모 19주기 기념 특별전 개최
출처 | 네이버영화
CGV에서 23일부터 장국영 추모 19주기 기념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국 20여 개의 CGV에서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아비정전>,
<동사서독 리덕스> 등 3편을 상영한다. 특별히 CGV 용산아이파크몰,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서면에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와 <동성서취>도 볼 수 있다.
한 기사에 따르면 CGV 여광진 편성팀장은 “장국영 사망 19주기를 맞아 그가 스크린에서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번 특별전을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정호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신작 <디스클레이머> 캐스팅
출처 | louisvuitton 인스타그램
배우 정호연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디스클레이머>에 캐스팅되었다.
이 작품에서 배우 정호연은 케이트 블란쳇, 케빈 클라인과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디스클레이머>는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첫 Apple TV + 시리즈물입니다.
<뜨거운 피>, 개봉 전 예매율 1위 달성
출처 | 네이버영화
23일 개봉 예정인 <뜨거운 피>가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21일 기준 예매율 36.1%에 도달했다.
<뜨거운 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자,
소설가 천명관 작가의 영화 입봉작이다.
<문폴>, 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출처 | 네이버영화
<문폴>은 <2012>, <투모로우>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74개의 스크린에서 누적관객 수는 13만 명을 넘으면서,
4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폴>은 추락하는 달을 막기 위한 모험을 그린 영화이다.
해외
북미·유럽에 '쥬만지' 놀이공원 조성
출처 | Sony Pictures and Merlin Entertainments
지난 17일, 소니 픽처스와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북미와 유럽에
영화 <쥬만지>를 주제로 한 놀이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테마 호텔, 상품 판매점까지 갖춘 테마파크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듄>, 오디오 협회에서 최고상 수상
출처 | 네이버영화
지난 19일, <듄>은 제58회 CAS 어워즈에서
시네마 오디오 소사이어티로부터 사운드 믹싱상을 수상했다.
<더 배트맨>, 3억 달러를 돌파하다
출처 | 네이버영화
<더 배트맨>이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3월에 경쟁작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매주 인상적인 흥행 성적을 보였다.
<더 배트맨>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이어 두 번째 대유행 영화가 되었다.
<더 배트맨>은 76개 해외 시장에서 4,910만 달러를 추가해
전 세계적으로 5억 9,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알렉산드라 쉽, 그레타 거윅의 <바비> 합류
출처 | 버라이어티
<틱, 팀... 북!>에 출연한 알렉산드라 쉽이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바비>에 합류하게 되었다.
아직 자세한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고,
오지 주연 배우와 배급사만이 알려져 있다.
이번 주에는 또 어떤 영화 소식이 찾아올지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다음 주에 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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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마음속 울림을 이해하는 것
코다 (CODA, 2021)
개봉일 : 2021.08.31 (한국 기준)
감독 : 션 헤이더
출연 :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 말리 매트린,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사랑이란 마음속 울림을 이해하는 것
에릭 라티고 감독의 2014년작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작 <코다>
<코다>는 코다 루비와 그의 가족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려낸다. Coda는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 청각장애 아이를 말하며 루비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다다.
<코다>라는 영화를 기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싱 스트리트>에서 첫사랑과 꿈에 빠진 풋풋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던 퍼디아 월시 필로 배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싱 스트리트>이후로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이며 한동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었던 그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되다니. 그것도 새로운 음악영화로! 이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만큼의 존재감은 아니었지만.. 그의 새로운 노래를 짧게라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가족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인 루비는 어업을 하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새벽마다 고기를 잡고 경매장을 들락날락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일을 마치고 등교한 학교에선 가족들의 청각 장애를 주제로 한 놀림과 따돌림을 받지만 루비는 가족들에게 불평 한 번 하지 않는다. 10대 때 가질만한 꿈과 목표를 내려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말없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루비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루비는 수어를 사용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수어를 학습하고 수어를 통해 소통해왔다. 가족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루비에게 가장 편한 표현법은 자연스레 수어가 됐다. “노래 부를 때 느낌에 대해 설명해 봐”라는 미스터V의 질문에 루비는 입보다 손을 먼저 움직인다.
말이 없어 가장 조용하면서도 소음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온 루비는 학교라는 큰 사회에 부딪히기 전까진 말하는 방법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매일, 매시간 함께하는 가족들과 수어로 대화를 하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루비와 가족들에게 수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루비의 가족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그들의 수어를 쉽게 이해해 주지 않았고, 가족들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잖아.”라고 체념하며 세상에서 점점 소외된다.
꿈 같은 건 딱히 없고 그저 아빠의 어업을 이어받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족의 틀안에만 갇혀있던 루비는 합창단을 시작하고, 마일스와 미스터 V를 만나면서 조금씩 세상으로 나온다. 가족들과 세상을 이어주던 유일한 통역사로서 가족들의 말을 전하는 것 외에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내지 못하고 담아두기만 했던 루비가 무대 위에 오르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보이는 순간이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루비는 크게 노래를 불러도 아무도 들어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왔고 가족들은 더 이상 루비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의 뒤편으로 숨을 필요는 없다. 입으로 말하는 언어도 손으로 말하는 언어도 모두 예쁘고 각자의 가치를 갖고 있는 소중한 언어다. 중요한 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는지 아닌지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울림과 마음이라는 걸 <코다>는 말하고 있다.
코다 시놉시스
음악의 마법에 빠질 시간!
가장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된 여름의 노래!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루비는 음악을 듣고 루비의 가족들은 음악의 울림을 느낀다. 루비는 고기를 잡을 때마다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위로한다. 루비의 아빠 프랭크는 정확한 음을 듣진 못하지만 트럭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을 좋아한다. 강한 진동만을 느낄 수 있는 루비의 가족들은 루비가 어떤 음을 가진 노래를 부르는지, 어떤 가사를 읊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루비의 마음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루비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가족들은 루비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루비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며 자신의 이야기와 꿈을 저편으로 미뤄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목소리에 담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여러 개인데 들어줄 사람도, 그럴 여유도 없었던 루비의 좁은 세상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미스터 V와 마일스가 등장하고 루비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된다.
“너는 할 말이 있니?”
미스터 v는 루비에게 묻는다. 루비는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묻는 미스터 v에게 말 대신 수어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다. 미스터 v는 루비의 목소리와 수어에 담긴 마음을 읽고 루비를 돕기로 한다. 루비는 미스터v의 가르침을 받으며 가족들을 위해 꾹꾹 눌러왔던 말들을 노래에 담아낸다. 그리고 여느 10대처럼 첫사랑을 하고, 그 순간의 두근거림을 마음껏 느낀다. 꿈을 갖고 사랑을 하고. 가족들을 대신한 목소리가 아닌 내 마음속에 담긴 울림을 세상에 뱉어내는 루비의 모습이 이제야 여느 10대처럼 보인다.
“우리의 공동체는 따로 있어.”
가족들은 농인들은 농인들 만의 세계가 있다며 한계를 규정하고 벗어나지 못한다. 프랭크와 재키는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루비에게 의지하고, 사람들의 입모양을 관찰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려 노력하는 레오를 아이 취급할 뿐이다.
가족들에게 루비는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기에 프랭크와 재키는 루비에게 많은 기대를 건다. 대학 대신 이제 막 풀리기 시작한 가족 사업을 위해 희생해 주기를. 어쩌면 그들은 루비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왔을지도 모르겠다. 루비도 그것이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해야 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각자의 삶과 꿈이 존재하기에 이젠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과 성장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루비는 마일스와의 첫 듀엣 무대에서 온 마음을 바친 무대를 선보이고 가족들은 무대를 지켜본다. 그날 밤 프랭크는 루비의 목에 손을 대고 루비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울림을 느낀다. 루비의 목소리를, 음의 높낮이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프랭크는 루비가 어떤 마음을 담아 노래를 하고 있는 지 온전하게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온 마음을 바치는 심정으로 노래하라"던 미스터 V의 가르침은 루비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일을 가족들 대신, 가족들과 함께 이뤄온 루비는 이제 가족들 없이도 다른 이들 앞에 설 수 있게 됐고, 수어와 목소리 모두에 마음을 담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대학 오디션 무대에서 루비는 가족들과 심사위원들 앞에서 수어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듣지 못하는 가족들도 노래에 담긴 자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린 무력하지 않아
레오는 루비의 가족들 중 가장 진취적인 인물이다. 그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눅 들지 않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으며 가족들이 루비에게 의지하기보단 루비의 꿈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 자신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부모님에게 불만이 있어도 묵묵히 가족들의 곁을 지킨 그는 자신이 무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레오는 수어를 사용한다 해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고, 다른 사람들이 수어를 배워 우리와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엔 레오의 말처럼 몇 개의 수어를 배워 가족들과 소통하는 거티와 조합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들은 서로의 표현 방법을 존중하고 배워가며 비로소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가족과 타인을 향한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버스조차 혼자 타지 못하게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마일스와 코다로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앞에 나서야 했던 루비. 두 사람은 사뭇 다른 가정에서 자랐다. 마일스는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루비 가족을 부러워했고 그로 인해 해프닝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루비는 마일스의 마음을 오해하고 그와 거리를 두지만 마일스는 루비 가족에 대한 부러움과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며 루비에게 다시 다가간다. 마일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루비는 마일스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루비와 가족들도 그렇다. 매일같이 배 위에 울려 퍼졌던 루비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는 가족들은 루비의 꿈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차후 루비의 노래가 주는 울림을 느끼게 된 가족들은 루비의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겉모습과 표현하는 방법에 집중하기보단 마음속에 담긴 울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는 마음을 나누기 힘들 것이란 하찮은 편견 따위는 저 멀리로 집어던지고 그들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울림과 감정에 집중해 보자. 들리지 않아도 진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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