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2 16:02:19
영화를 더 가까이, [CLOSER TO CAROL] 텀블벅 오픈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 '겨울'하면 혹시 떠오르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영화 <캐롤>을 떠올리곤 한답니다.
오늘은 이런 <캐롤>을 테마로 기획된 프로젝트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바로바로... 이름부터 설레이는
[ CLOSER TO CAROL ]
이라는 프로젝트인데요~ 지금부터 클로저 투 캐롤에 대해 씨네랩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
<클로저 투 캐롤>은 영화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의 첫번째 프로젝트입니다.
먼저 [클로저]를 소개해 드릴게요.
"Hello, stranger?"
영화 <클로저>(2004)의 첫 대사였던 '나탈리 포트만'의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정적인 영화였던 만큼 '데미언 라이스'의 ost "The Blower's Daughter"가
더 기억에 남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I can’t take my eyes off you”
영화를 볼 때만큼은 철저히 관객의 입장에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봄에도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을 끌어당기고, 우리는 속절없이 관계의 틈으로 빠져듭니다. 이것이 영화의 매력이고, 저희가 영화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클로저 프로젝트는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지고, 향을 맡고, 맛을 보기도 하며,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나누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더 가까이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어요.
영화 <캐롤>

줄거리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CINE PICK!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고, 호주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미네이션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타임즈 선정 20세기 100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캐롤>은겨울만 되면 국내에서 재상영을 할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기도 해요.
<클로저 투 캐롤>
클로저 팀에게 <캐롤>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해요.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들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 갖고 싶은 물건들을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클로저 투 캐롤>은 클로저 팀의 이러한 마음을 듬뿍 담아서 구성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특별해요.
영화 <캐롤>의 팬이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을 상품들을 지금부터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
시그니처 박스
테레즈가 일하던 장난감 코너 한 켠에 놓여 있던 박스를 기억하시나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에 판매된 "Carol・Sue"라는 인형 박스인데요, 소품의 디테일까지 살아 있는 이 작품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클로저의 무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광택이 없는 고급 재질을 통해 빈티지 무드를 살린 박스는 "캐롤"의 시그니처 컬러이자 원 박스의 색감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 하였습니다. 박스 상단에는 CLOSER TO CAROL 금박 로고가 박혀 있으며, 패키지 옆면에는 <캐롤>을 드러내는 아이콘이 담겨 있습니다.
흑백 일회용 카메라
<캐롤>에서 카메라는 매우 중요한 소품입니다. 사람을 찍는 것이 어쩐지 프라이버시 침해 같다고 말하던 '테레즈'가 '캐롤'이라는 인물을 찍기까지. 그 심정의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니까요.
Some people change your life forever.
영화 포스터에 쓰인 글귀처럼 테레즈의 인생이 바뀌게 된 그 순간을, 우리 인생의 찰나를 간직할 수 있도록. '테레즈'의 카메라 Argus C3를 그대로 담아낸 흑백 일회용 카메라입니다.
디셈버 노트
한 글자씩 소중히 담아낸 '캐롤'과 '테레즈'의 약속처럼, 모두의 일상에 설레는 계획과 약속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테레즈와 캐롤의 첫 약속이 적힌 1952년 12월 21일 페이지가 내지로 담긴 노트입니다.
명대사 각인 연필
캐롤과의 약속을 써내려가던 장면, 테레즈에게 보낼 편지를 써내려갔을 마음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추억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연필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작은연필가게 흑심'과의 협업을 통해 '캐롤' 시그니처 컬러 Cherry Red 색상으로 제작된 연필이에요.
두 사람의 사랑이 돌고 돌아 모두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에서 '캐롤'과 '테레즈'의 약속의 날 "DEC 21, 1952"와 클로저 투 캐롤 프로젝트가 기획된 날 "CLOSER TO CAROL, 2022"를 각각 연필에 새겼답니다.
패턴 편지지 세트
Red & Green 은 크리스마스 대표 컬러인 만큼 겨울에 특히 자주 사용되는 색상입니다. 2016년 이후, '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 작품이 된 <캐롤>에서도 '캐롤'과 '테레즈'의 첫 만남 장면을 비롯하여 의상, 소품 등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이 색감을 느낄 수 있죠.
팀 클로저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6가지 패턴은 <캐롤>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영화 속 장면과 분위기를 가득 담아 제작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패턴 마스킹 테이프, 떡메모지, 판 스티커, B&W 스티커팩, 파자마 세트 등 다양한 구성품이 준비되어 있으니 평소 <캐롤>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라면 꼭 한번 둘러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아래 사이트에 접속하시면 더 많은 상품사진과 구성품을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
https://tumblbug.com/closertocarol
생각을 얼릴 만큼 찬 공기와 성냥 냄새, 날리는 눈을 맞으며 빨갛게 언 손으로 필름카메라를 감는 장면 등 "겨울"과 매우 맞닿아 있는 영화 <캐롤>.
좋아하는 영화를 물건으로 소장하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게 분명해요.
이번 겨울 나에게, 또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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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그리스> 개봉기념 ! 넷플릭스로 떠나는 방구석 여행 5
여러분 ! <트립 투> 시리즈를 아시나요?
<트립 투 이탈리아>로 시작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트립 투> 시리즈가
이번 <트립 투 그리스> 2021.07.08 개봉을 마지막으로 시리즈 막을 내린다고 해요.
약 10년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린다니, 아쉬움이 가득한데요.
코로나 19로 인하여 여행을 못가 몸이 근질근질 하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씨네랩이 여행 쿨타임 잔뜩 채워줄 방구석 랜선 여행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1. 트립 투 잉글랜드 The Trip - 마이클 윈터바텀
2021.07.15 공개 예정
코미디 / 영국 / 112분
영국 여행
" <트립 투 이탈리아>를 즐긴 당신, 이번엔 잉글랜드다! 막 중년에 접어든 두 남자 스티븐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영국 북부 최고의 레스토랑을 도는 여행을 떠난다.
6일동안 6개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흔적을 따라가며
예술과 사랑, 인생을 논하는 두 남자.
여전히 인텔리전트한 잉글리쉬 듀오의 먹고 마시고 웃는 여행이 시작된다.
Trip Maketh Man! "
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 라이언 머피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39
이탈리아, 인도, 발리 여행
"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언제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결심한다.
일,가족,사랑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일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리즈.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
이제 인생도 사랑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3. 맘마미아 ! Mamma Mia! - 필리다 로이드
코미디, 뮤지컬,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독일 / 108분
그리스 여행
"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엄마 도나와 살고 있는 소피는 행복한 결혼을 앞둔 신부.
그러나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그녀의 계획에 흠이 있다면
결혼식에 입장할 손을 잡고 갈 아빠가 없다는 것!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는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게 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결혼식 전날, 소피가 초대한 세 남자가 그리스 섬에 도착하면서 도나는 당황하게 되는데 ...
과연 소피의 아빠는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
4.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To All The Boys : Always and Forever - 마이클 피모그나리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미국 / 115분
한국여행
"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입시는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라라 진.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나의 미래, 거기에도 피터가 있을까? "
5.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 벤 스틸러
모험,드라마,판타지 / 미국 / 114분
아이슬란드 여행
"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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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가 상실된 시대, 여전히 부재중
"고액의 연금을 수령하는 노인들이 청년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총성이 울리고, 피에 젖은 남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비슷한 노인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플랜 75' 정책이 시행된다.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백만 원으로 일주일을 지내다가 안락사하도록 권유받는다. 영화 내에서의 사회는 노인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참 이상하게도 영화에 나오는 어떤 노인도 청년 세대를 갉아먹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젊어서 나라에 헌신했던 그들은 여전히 성실히 근무지에서 일을 하고, 집 근처의 쓰레기를 주우며, 낡은 집에서 홀로 삶을 연명하고 있다. 연금을 수령해서 호화롭게 사는 노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노인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청년층이 문제일까? 하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청년 중에 그 누구도 주변의 노인에게 증오의 감정을 품지 않았다. 그들은 멍하니 앉아있는 노인에게 라멘을 건네거나, 외롭고 쓸쓸한 노인을 일부러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지속적으로 노인 혐오 범죄를 보도한다. 정작 현실에는 몇 없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은 문제만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 말은 '플랜 75'라는 정책이 결국 그 누구에게도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노인도, 청년도, 이 정책에 수혜를 받는 자는 아무도 없다.
미치 씨는 함께 일하던 친구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자 집에 찾아가 본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식탁에 엎드린 싸늘한 시체. 노인에게 죽음은 현재의 공포다. 미치 씨는 마찬가지로 독거노인인 자신 역시 언제 고독사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집은 철거 대상이고, 아무리 뛰어다녀도 일자리는 구할 수 없고, 2년 치 집세를 낼만큼의 경제적 자유도 없다. 미치 씨는 죽음이 자기 코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비참한 방식으로 알게 된다.
플랜 75 정책에 의해 일자리를 제공받은 청년들은 노인들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 물론 나도 늙으면 언젠가 이런 식으로 죽음을 강요당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도 존재한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그보다 더한 공포는 노인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수 없다는 지독한 현실에 대한 공포이다.
미치 씨의 전화 상담사였던 요코는 고객과의 마지막 전화를 끊고 규정까지 어겨가며 개인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본다. 아무리 신호가 가도 받지 않는 전화. 뻔히 휴대폰 기종과 맞지 않는 케이스를 끼우고 있는 것이 너무도 거슬린다. 더 이상 요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미치 씨를 직접 만났던 요코는 알고 있다. 그녀가 마지못해 플랜 75를 신청했으며, 아직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러나 휴대폰에 맞지 않는 케이스처럼,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이 정책에 자신을 끼워 맞출 뿐이다.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방치해야 하는 자신, 그리고 더 많은 젊은이들과 눈을 마주친다. 그녀의 눈동자는 묻고 있다.
노인을 죽이고, 죽여야만 한다고 주장한 일본 정부의 정책은 노인 혐오 범죄와 무엇이 다른가?
노인 혐오 범죄에 대한 해결책이 되었는가?
한편, 외국인 노동자인 마리아는 필리핀에서 심장 치료를 받는 딸을 살리기 위해 죽은 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된다. 죽은 자들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마리아는 비싼 시계를 건네받는다. 손사래를 치지만 같이 작업하는 사람은 한사코 시계를 마리아에게 쥐여준다.
"죽으면 이것들은 다 쓸모없어. 쓸모 있으려면 누군가가 써야만 해."
어차피 그들은 기억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이 물건을 내가 쓴다는 사실조차 모를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노인들과 함께 불태우느니, 산 사람이 유용하게 쓰는 것이 낫다.
미치 씨와 함게 호텔에서 일하던 친구는 우리 모두 플랜 75를 신청해서 편하게 여생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정작 호텔에서 해고된 이후에 걸려온 미치 씨의 전화를 귀찮아한다. 당연했다. 그녀에겐 돌아갈 가족이 있었으니까. 이제 내겐 돌봐야 할 손녀가 있고, 용돈을 주는 딸이 있으니까. 그런 사람에게 미치 씨는 그저 타인일 뿐이다.
마리아는 능숙하게 일본어를 하며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등, 완전히 일본 사회에 귀속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교류하고 도움을 받는 것은 함께 고국을 떠난 외국인 노동자들뿐이다. 우리는 마리아를 자연스럽게 타인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노인을 살처분해서 얻은 여유로 누군가를 돌본들,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노인을 쫓아내고 얻은 방에서 덜 늙은 노인을 재우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일까?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타인이고 남일뿐이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자신은 곧 죽을 것이니 이 시계를 가져가라고 하면, 당신은 받을 것인가? 백범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의 시계와 자신의 것을 기꺼이 바꿔 들었던 것은, 둘 사이가 의미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책임지라고 하기 이전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그 후에야 책임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마리아는 결국 유품 속에서 돈뭉치까지 발견하게 된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누군가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죽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절실한 건 돈이나 무조건적인 책임이 아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돈을 함께 쓰고 싶은 누군가이자, 의미 있는 시간이다.
영화에는 미치 씨 말고도 한 명의 노인이 더 등장한다. 바로 히로무의 삼촌이다.
인생 마지막 만찬이 될 평범한 식사를 차멀미에 게워낸 노인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다. 그는 미치 씨와는 달리 어떠한 저항도 없이 죽음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눈을 감는다. 그가 수십 장의 헌혈증을 미련 없이 버리듯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조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기억해 줄, 이제는 세상에 남게 될 유일한 사람을 만났기에.
미치 씨가 모든 걸 내려놨다고 생각한 마지막 순간에, 죽음을 거부한 이유는 정확히 그 반대일 것이다. 정기적으로 노래방에 갈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씻어내면 물기를 꼭 닦아내는 습관이 있으며, 볼링장에서 처음 만났던 두 번째 남편과의 추억을 회상해 줄. 그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두려웠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자그마한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해 줄 누군가를 찾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진정 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안락한 죽음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 잊히지 않고 기억해 줄 가족과 같은 존재. 그런 존재들을 지켜주어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울타리.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회다. 지금의 사회는, 국가는, 부재중이다.
히로무는 20년 만에 만난 삼촌에게 플랜 75의 신청서를 받아든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 그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히로무는 안락사 당한 노인들의 시체가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안다 한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고작해야 삼촌과 함께 밥을 차려 먹고, 살아온 삶에 대한 대화도 나누며 찜찜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전부. 이미 숨이 멎은 삼촌의 시체를 직접 화장하기 위해 모시는 것이 최선.
히로무와 요코는 제재를 받고 있다. 3촌 이내 가족의 사무는 담당해선 안 되며, 전화 상담사가 고객을 실제로 만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감정적 동요의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노인들이 죽지 않길 바라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과정에 대한 접근은 없이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한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영화는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청년들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 노인들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의지를 가진 사람이 없다. 이러한 의지의 상실은 사람들에게 무기력증을 선사한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의지가 없는 것은, 선택인 것일까?
우리에게서 상실된 의지는, 정말 우리가 원해서 상실한 것일까? 아니라면 어떠한 부재로 인해 '상실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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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지 없는 몸
‘젖꼭지 3차 대전’은 방송국 내 여성 몸에 관한 검열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다소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감독은 ‘블랙코미디’ 장르를 염두해두고 만든 작품으로 보인다. 올해 ‘괴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최성은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 (사실, 최성은 배우가 출현했다고 하여 궁금함이 컸던 영화였다) 괴물에서 보여준 연기와 정반대라 신선하면서도 어색함이 있었다.
이 영화는 다소 ‘어색하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소재의 무거움 때문인지, 과장되게 표현하며 그 무게를 떨치고, 최대한 유쾌하게 풀어가기 위해 힘을 많이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있었긴 하였으나 작위적이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중요한 이유를 말해보자면, 어떻게든 말을 하였다는 점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젖꼭지’를 마치 없다는 듯이 대하는 이 미디어, 특히나 대중과 꽤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방송계에서는 금기시 된다는 모순점이 참 기가 막힌다. 단지 성별의 구분에 따라서 여성의 신체는 성적대상화가 당연시되고, 이에 수치스러운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이런 불합리한 인식에 부정하지 않는 것은 그 풍토를 유지시키며 힘을 가하는 것이다. 이에 영화는 ‘너희들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식의 모습을 비춰주는 것이 대리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통쾌함을 선사하기 위해 다소 유쾌함을 끌어 내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유쾌함을 잘못 조절하면 되러 우스꽝스럽게 표현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말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노브라로 인해 옷의 굴곡으로 보이는 젖꼭지의 모양, 젖꼭지라는 언어 그 자체, 여아의 젖꼭지. 여성들의 젖꼭지는 하염없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가려져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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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국제영화제 개막식.
2021년 12월 17일
제 1회 울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작년에 울산국제영화제 프레페스티벌이 열렸지만 본격적으로 첫 영화제를 시작하게 된만큼 약간의 긴장이 돋보였던 제 1회 울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것이 돋보였다.
다른 도시에 있는 영화제에 비해서 늦게 시작해서 지금은 작을지도 모르지만 1회, 2회, 3회를 거듭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울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이고르 드랴차 감독의 하얀요새라는 작품이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으로, 국내에는 울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작품이고 12월 29일 13시에도 상영이 된다.
우리의 문화와 전혀 다르고 또 정반대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서 더욱 흥미진진했던 하얀요새는 청년의 삶이라는 이름만큼은 비슷해서 더 감명깊게 볼 수 있었다.
그 하얀요새는 정말 단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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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파쿠르는 발버둥치면 칠수록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정반대의 삶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나를 만나면서 희망을 꿈꾸게 되고 그 희망 속에서 하얀 요새를 발견한다.
불안정한 삶과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불안정한 사랑까지 끌어안기에는 무리였을지도 모를 그 외벽은 무의미하게 무너지고 마는 것들을 멍하게 쳐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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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본 ‘있는’ 드라마, 1승하는 법을 아르켜줄게~
오합지졸 팀을 이끌고 단 1승을 위해 노력하는 언더독 이야기. 배구라는 스포츠를 선택해 영화로 옮긴 <1승>은 새로움보단 익숙한 스포츠 소재 영화의 서사를 밟는다.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았던 이들이 모여, 서로 부딪히고, 싸우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다 마침내 한계를 넘어 승리를 거둔다는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배구 풀세트 접전보다는 세트스코어 3:0으로 마무리 짓는 셧아웃 승리처럼 보인다. 마치 깔끔하게 스포츠 전작들이 닦아 놓은 루트대로 가겠다는 의지처럼, 영화는 후반부 보장된 감동의 스파이크를 날린다.
이런 전형적인 서사에 변주를 가하는 건 인물들이다. 특히 선수가 아닌 감독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펼치는 건 새롭다. <슈퍼스타 감사용>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유명한 국내 스포츠 영화는 모두 선수들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1승>은 김우진의 성장을 중심축으로 가져간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실패를 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과거 자신의 장점을 남들이 알아봐 주지 않았던 것을 반복하지 않고, 선수들의 강점을 칭찬하고 단점을 장점화 시킨다. 이런 노력은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자체로 성장 서사의 원동력이 된다. 여기에 좋은 말로 하면 전형적이지 않고, 나쁜 말로 하면 지가 하고 싶은 대로 마케팅을 하는 구단주 또한 감독과 팀을 자기 방식대로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렇듯 선수들에 포커싱을 맞추지 않은 영화는 기존 스포츠 영화에서 자주 사용했던 카타르시스, 자칫 신파로 비칠 수 있는 눈물 젖은 감동은 과감하게 컷한다. 마치 <1승>이 추구하는 성장 서사는 이런 게 아니라는 것처럼 신파로 매몰되려는 순간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장단이 있는데, 신파로 인한 감정의 질척거림은 덜한 대신, 가슴을 울리는 여운의 시간은 짧다. 쉴 새 없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세트를 가져가야 이기는 배구 특성을 오롯이 옮긴 듯한 영화는 단점을 장점화 시키며 1승을 향한 담금질을 계속한다. 이게 우리 영화의 성격이라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기대했던 코미디 부분은 절묘한 티키타카가 이뤄져 웃음을 전하기 보다는 주전 공격수인 송강호, 박정민에게 의존하는 패턴을 고수한다. 역시 에이스라 말할 수 있는 송강호의 능청스러움, 여기에 틀을 마구마구 깨버리는 박정민의 돌파 능력은 웃음을 전하기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패턴이 읽혀 새로움은 덜하다. 여기에 감독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임에도 선수들의 고른 서사 소개가 나오지 않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1승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부분이다. 극중 강정원은 영화 <록키>를 예로 들며, 모두들 록키가 챔피언 아폴로를 이기고 챔피언이 되는 줄 아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승리가 목적이 아닌 성장 서사를 더 좋아한다고, 우리는 그 단 1승을 하는 서사를 만들거라고 덧붙인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하지만 신연식 감독은 강정원을 통해 ‘각본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다. 영화는 강정원의 각본대로 감독과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한계를 깨뜨리고 성장해 1승을 향해 뛴다. 한 번도 인생이란 게임에서 승리를 해보지 못한 실패자들이 의기투합해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은 담담하게 그렸음에도 울림은 크다. 록키의 승리처럼 이들의 1승을 자축하듯 <록키>의 OST ‘고잉 더 디스턴스(Going the Distance)’가 흐르는데, 이 장면은 그 자체로 빛을 낸다.
스포츠 영화, 특히 배구 영화라는 지점에서 팬이든 팬이 아니던 간에 얼마나 리얼하게 배구 경기 장면을 구현했는지 궁금해질터. CG의 도움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배구 경기의 특성과 재미를 잘 살린다. 전 배구선수인 한유미, 시은미는 물론, 이민지, 차수민, 신윤주, 장수임 등 배우들의 놀라운 실력도 리얼리티를 살린다. 특히 다양한 카메라 기술로 구현한 랠리 장면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장식한다. 여기에 몸보다 말로 승부하는 조정석은 물론, 상대 팀 감독으로 나오는 신진식, 김세진, 해설자로 등장하는 이숙자,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연경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구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말 선물이다.
“나만의 1승을 위해 투쟁하는 영화다” <1승>의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가 한 말이다. 딱 한 번 승리의 쾌감을 얻기까지 힘겨움을 겪었거나 그 과정을 겪고 있다면, 이 영화는 올해를 버틴 이들에게 큰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저마다 각본 없는 인생 경기를 찍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작은 힘을 얻길 바란다. 누구나 1승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인생이란 코트로 달려가자!사진 제공: ㈜아티스트유나이티드
평점: 3.0 / 5.0
한줄평: 역시 스포츠영화는 눈물이 필요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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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하루를 음미하는 미식가와 그 하루만을 원하는 결식자 사이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퍼펙트한 미식가가 아닌 퍼펙트함을 간절히 원하는 결식자
- 카세트테이프, 필름 카메라, 소설책의 의미
- 히라야마가 화장실 청소, 집 정돈을 깔끔하게 하는 이유
- 니코, 여사장의 남편. 그림자 밟기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4)
평범한 하루를 음미하는 미식가와 그 하루만을 원하는 결식자 사이
개봉일 : 2024.07.03.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빔 벤더스
출연 : 야쿠쇼 코지, 에모토 토키오, 나카노 아리사, 다나카 민, 미우라 토모카즈, 이시카와 사유리
개인적인 평점 : 4.5 / 5
쿠키 영상 : 없음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인 히라야마는 부지런하고 구김 없는 사람이다. 히라야마는 해가 뜨기 전에 이불에서 일어나 집과 몸을 단장하고 일터로 나선다. 그는 커피 한 캔, 좋아하는 노래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로 출근길을 채우며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더럽혀진 화장실을 최선을 다해 치우고 점심을 먹으며 살랑이는 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퇴근 후엔 따끈한 온욕. 마지막으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는 단골 식당에서 반주를 하고 나면 그의 하루는 끝이 난다. 히라야마는 아침에 단정하게 게어 놨던 이불을 그대로 다시 펼치고 책을 읽다 잠에 든다. 그리고 또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퍼펙트 데이즈>는 평범하지만 충만한 히라야마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과묵한 그는 이런저런 말 대신 깊은 눈을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햇살을 볼 때, 신호등을 건너는 작은 아이들을 볼 때, 아이가 손을 흔들어 줄 때, 나무 사이로 바람이 스칠 때. 히라야마는 부드러운 웃음을 보인다. 흔히 잘났다고, 내가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삶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는 매일 작은 행복을 찾으며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가끔씩 히라야마의 일상에 끼어드는 주변인들은 아름답고 평온해 보이는 그의 삶에 궁금증을 가진다. 청소부일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왜 청소부 일을 하고 있는지, 그 나이에 혼자 살면 외롭지 않은지, ‘다음’이란 어떤 의미인지. 히라야마는 이에 정확히 답하지 않는다. 그가 남긴 공란은 이야기에 작은 틈을 만들었고 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여러 상상을 해보았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퍼펙트한 미식가가 아닌 퍼펙트함을 간절히 원하는 결식자
카세트테이프, 필름 카메라, 소설책의 의미
<퍼펙트 데이즈>는 소소하고 평범한 하루를 완벽하게 음미하는 미식가 히라야마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에겐 히라야마가 미식가임과 동시에 그 완벽한 하루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배고픈 결식자처럼 느껴졌다.
히라야마는 건강한 삶의 루틴을 가진 사람이다. 처음 이 하루를 봤을 땐 평범하면서 아름다운 하루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히라야마의 동료와 가족들이 그의 일상에 몇 개의 질문을 던지고 그의 일상이 바뀌기 시작한 이후엔 내 감상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히라야마는 자연스레 반복되는 삶을 완벽하게 즐기는 사람이라기보단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떠한 상처를 받고 그걸 외면하기 위해 시간을 돌려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에 안착하여 버티고 있는 사람 같다.
히라야마가 어떤 아픔을 겪었고 어떤 시절을 그리워했는진 알 수 없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히라야마가 아이들을 눈에 담고 예뻐하던 모습, 다카시가 결혼, 가족에 대해 물어보던 대사. 그가 7-80년대가 깃든 물건들(카세트테이프, 20세기 중후반부 소설들)을 애용하는 걸 보면 사고로 가족(아내나 자식)을 잃었거나 모종의 이유로 가족(아버지와 여동생)에서 제외되고 그걸 부정하기 위해 문제가 생기기 전, 그가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려 한 건 아닐까 싶다.
어제의 흔적을 지워내고 오늘을 사는 히라야마
히라야마가 화장실 청소, 집 정돈을 깔끔하게 하는 이유
그는 카세트테이프를 되감듯 시간을 되감아 자신의 완벽한 하루에 안착한다. 그리고 그 하루가 어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반복적인 삶을 살다 보면 가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제 출근길에 본 것이 오늘 출근길에 본 건지 어제 본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이 헷갈리는 그런 순간. 히라야마는 이런 착각을 통해 자신이 현재 즐기고 있는 완벽한 하루. 그 하루에만 머문다.
히라야마의 하루는 새 파일을 여는 느낌보단 똑같은 백업 파일을 다시 여는 느낌에 가깝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누워있던 이부자리 주변을 정리하고 간밤에 자란 수염을 깎고,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며 어제가 남긴 흔적을 지워낸다. (이때 다카시는 ‘어차피 더러워질 건데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냐’고 묻는다. 젊은 그는 히라야마와 반대로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그는 미래를 위해 일을 그만두고 미래의 여자친구가 될 아야를 위해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턴다.)
세월의 흐름을 외면했던 히라야마
니코, 여사장의 남편, 다카시가 깨놓은 히라야마의 하루. 그림자의 의미
히라야마는 변화와 새로운 날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 그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가 큰돈이 될 거라는 다카시의 제안도 거절하고 ‘다음 약속이 언제냐’는 니코의 물음에 그저 ‘다음은 다음’이라고 흥얼거리며 답을 피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생겼을 때 크게 흔들리거나 분노한다. 갑자기 조카 니코와 동생이 찾아왔을 때, 다카시가 일을 그만두며 자신의 하루 루틴이 깨졌을 때, 주말마다 들리던 가게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단골 술집의 여사장이 장사를 쉬고 헤어진 남편을 만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이 변화들은 히라야마에게 세월의 흐름이라는 커다란 충격을 선사한다.
니코의 성장, 아버지와 술집 여사장 남편이 겪는 노화와 병, 오래된 건물의 철거, 평소보다 길게 일한 탓에 확실하게 느껴진 어제와 오늘이라는 차이. 초침만 달린 아날로그시계를 고집했던 히라야마에게 24시간 그 이상의 흐름은 낯설고 무거운 것이다.
여러 변화가 생긴 하루. 히라야마는 단골 술집에서 술을 먹는 것 대신 강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선택한다. 그때 술집 여사장의 남편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삶을 대화로 한 주제들. 그러다 여사장의 남편이 히라야마에게 묻는다. “그림자는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 히라야마는 바로 직접 그림자를 겹쳐보면 알 거라며 남편을 이끈다. 그리고 촉촉해진 눈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림자 두 개가 겹쳐지면 더 진해지듯 하루에 또 다른 하루가 겹쳐지면 이틀이고 그것이 모이면 세월과 인생이 된다. 지금까지 세월의 흐름을 외면해왔던 그가 드디어 모든 걸 인정하는 순간이다. 히라야마는 그다음날, 어제와 같은 하루가 아닌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두려움, 회한, 떨림이 뒤섞인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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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냥 풀이 아니었다 - 높은 풀 속에서
흥해라 이 영화
높은 풀 속에서 (2019)
- 차로 먼 거리를 이동하다 잠깐 정차한 남매
낯선 그 곳에서 꼬마아이의 구조요청을 듣고 높은 풀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시공간이 뒤틀린 풀숲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극한의 탈출미션 '높은 풀 속에서'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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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옥스포드 살인사건> 30초 예고편
옥스포드 대학 인근의 호화 저택에서 어느 날, 저명한 암호해독가가 살해당한다.
암호해독가의 절친한 친구였던 수학자 아서 셀덤 교수(존 허트)와 이 곳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원생 마틴(일라이저 우드)이 현장을 최초로 발견하고,곧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이 아님을 확신한다.
그날 이후, 셀덤 교수에게 의문의 기호가 적힌 편지가 배달되고
다음날에는 반드시 기이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옥스포드 대학 일대가 공포에 휩싸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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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나의 집은 어디인가> 메인 예고편
늘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했던, 한 남자의 실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왓챠가 수입/배급한 작품 〈나의 집은 어디인가〉를 4월 7일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 CGV 아트하우스 '2022 아카데미 기획전_2D' 기획전에서도 먼저 감상하실 수 있어요! [CGV 상영관 정보] 3/5 (토) : 대구아카데미, 신촌아트레온, 압구정, 용산아이파크몰, 천안 3/6 (일) : 광주터미널,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서면, 여의도,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