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6 13:05:49
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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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200만 돌파 기념 전국 응원 상영회 개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해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전국 응원 상영회를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응원 상영회는 관객들이 상영관에서 각자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응원 구호 등을 외치면서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직접 보는 것처럼 더 특별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이벤트로, 예매 관객 전원에게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특별 응원봉이 증정되며. 별도의 응원 도구 지참이나 선수 유니폼 착용 등 자유로운 형태의 응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김다미X전소니X변우석 ‘소울메이트' 3월 15일 개봉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주연 영화인 '소울메이트'가 오는 3월 15일 개봉할 예정입니다. 영화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2023 아카데미 기획전' 개최하는 CGV

CGV가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21일까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17편 작품을 상영하는 '2023 아카데미 기획전'을 개최합니다. 기존 국내 상영 작품은 물론이고 'TAR 타르', '더 웨일' 등 국내 미개봉작도 포함돼 있어 후보작들을 궁금해하는 영화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더 배트맨',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바빌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아바타: 물의 길', '애프터썬', '엘비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탑건: 매버릭' 등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작품들도 다시 상영할 예정입니다.
부산 영화의 전당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별전' 개최

부산 영화의전당이 오는 19일까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1957년 핀란드에서 태어난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1983년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무대를 현대 헬싱키로 옮겨 재해석한 '죄와 벌'로 장편 데뷔하였으며, 이번 특별전에서는 '죄와 벌'을 비롯하여 '햄릿, 장사를 떠나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프롤레타리아트 3부작' 등 총 16편이 상영될 예정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멜린다 딜론' 별세

'캡틴 아메리카’ ‘사랑과 추억’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멜린다 딜론이 향년 83세로 별세했습니다. 멜린다 딜론은 1963년 드라마 ‘디펜더스’로 데뷔해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으며, 이후 '캡틴 아메리카’(1990), ‘사랑과 추억’(1992), ‘매그놀리아’(2000)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세상의 끝까지 21일’이 고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할리우드 퇴출 배우 아미해머 '성폭행 피해' 주장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세상을 바꾼 변호인’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며 식인과 불륜, 성폭행 의혹으로 할리우드에서 퇴출된 배우 아미 해머(Armie Hammer)가 어린시절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13살 때 청년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그 상황에서 무력했고 스스로 성적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그 일을 계기로 성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관심사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아미 해머는 파산한 상태로 영국령 케이먼 제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콘도 세일즈 및 예약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웅남이' 3월 개봉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코믹 액션 영화 '웅남이'가 3월 개봉됩니다. 영화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하여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내용으로, '젠틀맨', '내안의 그놈', '신세계' 등 느와르부터 액션, 코미디까지 폭넓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압도적인 장악력을 과시하는 박성웅의 1인 2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성웅은 곰에서 인간이 된 캐릭터로, 전직 경찰이자 지금은 동네 백수인 '웅남'과 국제 범죄 조직 2인자인 '웅북'을 동시에 연기합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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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극장가의 위기는 팬데믹 이후 매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가 총 5,470만 달러로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했습니다.파라마운트의 신작 <노보케인>이 누적 수익 870만 달러로 1위를,
<미키 17>과 <블랙 백>이 누적 수익 약 750만 달러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한 주말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도 1,000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썰렁한 극장가에 곧 개봉을 앞둔 디즈니의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펼친 인상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낸 레이첼 지글러가 주연을 맡은 <백설공주>는
북미 개봉 첫 주 5,000만~5,6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대받고 있습니다.
국내 극장가 역시 한산하긴 마찬가지입니다.
1위를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주말 관객 수 32만 명을 불러들여 누적 관객 수 26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인기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제작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 누적 관객 수 20만 명을 돌파하며 2위를,
교황 선거를 다룬 <콘클라베>가 지난주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최근 개봉했던 디즈니 프린세스 실사 영화인 <인어공주>가 국내 누적 관객 수 64만 명에 그친 가운데,오는 19일 개봉하는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 영화 <백설공주>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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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happy new year! 12월 마지막주 박스오피스 입니다!
앞으로도 씨네픽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2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습니다. 개봉 후 343만 명이 관객 수를 돌파했고 전체 예매율 역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어 2024년 새해에도 파죽지세의 흥행 기세를 이어갈 것 같습니다. <서울의 봄>이 <노량: 죽음의 바다> 주말 관객 수 3만 명 차이로 73만 명을 기록하면서 2위, 애니메이션 예매율, 외화영화 1위를 기록한 <짱구 극장판>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웡카>가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제치면서 다시 1위로 올라섰습니다. 많은 논란고 소문 속에서 개봉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아쉬운 평가가 이어지며넛 2위에 올라섰고, <미니언즈>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제작진의오리 가족의 모험을 그린 <인 투 더 월드>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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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와 함께 돌아온, 넷플릭스 7월 공개 예정작
안녕하세요! 씨네랩이 소개해드린 넷플릭스 6월 공개/종료 예정작, 잘 감상하셨나요?
6월에는 많은 명작들이 종료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죠.
이번 공개 예정작에는 여름인만큼, [공포/스릴러]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공포 영화와 함께 올 여름 더위를 같이 날려버리시길 바랄게요!
그럼, 7월 공개 예정작! 함께 보시죠!
1. 제8일의 밤
미스터리, 스릴러 Ι 한국 Ι 115분
공개일 : 21.07.02
감독 : 김태형
출연 :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 붉은 달이 뜨는 밤, 봉인에서 풀려난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제8일의 밤, 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면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지옥의 세상이 될 것이다.
“때가 되었구나. 전해라… 놈이 왔다”
북산 암자의 ‘하정 스님’(이얼)은 2년째 묵언수행 중인 제자 ‘청석’(남다름)에게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에 관한 전설을 들려주며, ‘선화’를 찾으라고 유언을 남긴다. ‘청석’은 주소지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떠나던 중 사리함을 잃어버리고 그곳에서 정체모를 소녀 ‘애란’(김유정)을 만나게 된다. 한편, 괴이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고,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와 후배 ‘박동진’(김동영)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괴시체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이어간다.
“놈이 필요로 하는 걸 없애는 거다”
세상을 등진 전직 승려 선화, ‘박진수’(이성민)는 귀신을 천도해야 한다는 숙명을 외면한 채로 살아간다. 돌연 그를 찾아온 ‘청석’으로 인해 애써 모른 척해온 과거와 마주하는 ‘진수’. 그러나,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진수’는 ‘그것’이 눈을 뜨기 위해 밟아야 할 7개의 징검다리 중 존재를 알고 있는 유일한 징검다리를 찾아 길을 나서는데...
끝을 알 수 없는 밤의 세상이 열린다! "
2. 피어 스트리트 파트 1 :1994
호러, 스릴러 Ι 미국 Ι 107분
공개일 : 21.07.02
감독 : 리 자니악
출연 : 키아나 머디라, 올리비아 스콧 웰치, 벤저민 플로레스 주니어
" 연이어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작은 마을. 공포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녀의 복수라는 설이 나돈다.
악의 실체를 캐내려는 10대들. 수 세기에 걸친 어둠의 심연을 감당할 수 있을까. "
3. 트롤헌터 : 라이즈 오브 타이탄
애니메이션, 액션, 어드벤쳐 Ι 미국,멕시코 Ι 106분
공개일 : 21.07.21
감독 : 조핸 매트, 프란시스코 루이즈 벨라스코, 앤드류 L. 슈미트
출연 : 스티븐 연, 닉 오퍼맨, 에밀 허쉬, 디에고 루나
" 어둠의 세력이 다가오고 있다. 지구를 파괴하고 세상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에 맞서 일어선 <트롤헌터> <3언더> <위저드>의 영웅들.
굳게 손 잡은 그들을 맞이하라. 운명을 걸고 싸워라 "
4. 블러드 레드 스카이
액션, 공포, 스릴러 Ι 독일 Ι 121분
공개일 : 21.07.23
감독 : 피터 쏘워스
출연 : 페리 바우마이스터, 알렉산더 셰어, 카이스 세티
"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과 밤 비행기에 오른다.
이륙 후, 비행기가 테러리 스트들에게 점령당하자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힘겹게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으며 "
5. 클래식 호러 스토리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Ι 이탈리아 Ι 95분
공개일 : 21.07.14
감독 : 로베르토 데 페오, 파올로 스트리폴리
출연 : 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러츠, 프란체스코 루소, 펩피노 마조타, 윌 메릭, 율리아 소볼
" 공유 차를 타고 가던 다섯 명의 동승객. 그런데 뜻밖의 사고가 발생해 모두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숲속. 대체 어떻게 여기 오게 됐을까. 우선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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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록한 세계에서 이야기는 돌고 돌아
세계는 발명되는 것이지 발견되지 않는다. 전체가 곧 각각의 합이라면, 개인이 느끼는 감각의 총체적 집합을 통해 에도 시대 일본의 전반적인 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테다. 하늘이 이어져있어 이 나라와 (기껏해야 가까이는 조선과 명나라뿐이었을) 저 나라들 바깥의 무언가가 더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 시대, 더군다나 배를 한참 타야만 수도로 나갈 수 있는 시골 마을에서라면 ‘세계’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개념이다.
나라를 위해 고언하다 면직된 사무라이 출신의 겐베이는 고명딸 오키쿠와 함께 빈곤층의 공동주택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 그들에게 계급적 추락은 별 타격이 없는 일이든가 아니면 그들이 변화에 원체 빨리 적응하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왜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평등이란 언어가 발명되기도 전에 평등의 감각을, 평등해야만 한다는 정언명령을 몸에 새겨 갖고 태어나는 것 같은 사람들. 시대에 따라 예수나 붓다 같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을 사람들.
겐베이는 올곧고 열려있는 사람답게 가난한 하층민들에게 빠르게 친절한 ‘선생님’으로 인식되고, 불가촉천민처럼 취급되는 똥지게꾼 청년 츄지와 야스케를 포함한 모두와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츄지와 야스케는 똑같이 가난해도 가장 만지기 싫고 보기 싫은 배설물을 다루는 업에 속한다. 그 사람들 앞에서, 역류한 변소 앞에서 코 막고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바로 겐베이다. 오키쿠 역시 겐베이의 성정을 똑닮은 사람. 그는 절에 나가 빈민층 아이들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친다.
겐베이는 또한 세계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들어 알고 있는 유일한 마을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츄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세계에서 당신이 제일 좋다고 말해줘. 그게 최고의 말이야.”라고 일러주곤 운명을 받아들이러 가는데, 공교롭게도 츄지가 연정을 품은 상대는 그의 딸 오키쿠다. 이날 겐베이는 옛 후배였던 사무라이들이 청해온 결투 끝에 살해당하고 아버지를 지키려던 오키쿠도 목을 다쳐 목소리를 잃는다. 비극적이고 고전적이고, 겐베이의 말을 빌리자면 '뒤떨어진' 죽음 전후의 각 장 제목이 묘하다. 원통한 오키쿠. 분노한 오키쿠. 기력을 잃어 방에서 칩거하고 한 계절 넘게 밖으로 나오지 않는 오키쿠.
츄지는 오키쿠를 걱정하고 츄지에게 똥지게꾼이 되라고 권유했던 형 야스케는 원래 하던 대로 할 일을 한다. 시대가 시대이지 않았다면 아무리 격하됐대도 전 사무라이 집안의 따님인 오키쿠와 천민 중의 천민인 츄지는 절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정쟁에 휘말린 겐베이가 파문되지 않았다면 오키쿠가 빈민들의 연립주택까지 끌려내려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850년대 후반, 메이지 유신이 채 5년도 남지 않았고 번은 막부의 사절단을 시해하기도 하는 혼돈의 시대라면 어떤 반체제적인 사랑이든 가능해진다.
계절이 몇 번 더 흐르고 오키쿠는 조금씩 회복하며, 츄지는 기어이 “이런 나라도 괜찮겠어요?”란 질문에 수줍게 끄덕이는 오키쿠에게 차마 말로 ‘세계에서 당신이 제일 좋다’는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그러기엔 그의 마음이 너무 크고 절절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눈이 소복이 쌓일 긴 시간 동안 하늘과 땅을 번갈아 계속 가리키고 두드리고 오키쿠를 가리키고 자기 가슴팍을 치는 반복된 모션으로 오키쿠를 어리둥절하게 할 뿐이다.
츄지와 오키쿠 사이 싹트는 마음만큼이나 야스케의 이야기-성,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위치가 눈길이 간다. 야스케는 ‘본래’ 지게꾼으로 시작한 사람이라 처음엔 폐지를 주워 팔다가 사정이 정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지게꾼이 된 츄지와 출발부터 다르다. 츄지는 종이라는 매개를 통해 글을 배우는 일에 대한 일말의 동경을 가졌고, 그와 떼어놓을 수 없는 신분에 대한 불만 섞인 자각이랄까 확장으로의 욕심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는 젊은이다. 하지만 야스케는 무례에 발끈하되 운명에는 저항하지 않는다. 야스케에게는 성실하게 하루하루 일해 먹고살며, 종종 극장으로 놀음을 가는 취미만이 그와 남을 다르게 하는 자의식의 전부다.
야스케는 심지어 분별없는 상층민 고용주가 그들에게 똥지게를 통으로 들고 뿌렸을 때, 그래서 츄지가 벌떡 일어나 화낼지 말지 고민하던 그때조차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무릎 꿇고 먼저 잘못을 비는 이다. 이상하게 비굴하지 않은 그의 속죄는, 고민 없는 순응보다는 고민을 이미 모두 끝내버린 이의 체념과 요령 좋은 처세에 가까워 더 슬프다. 야스케가 웃자 망연히 서 있던 츄지까지 덩달아 웃음이 터지는 장면은 ‘하위계급(혹은 소수자)의 웃음은 언제건 무조건 권력자를 불안케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시대가 그를 그냥 그렇게 초연히 비껴서 있게 두지 않는다. 그 후로도 그는 여러 번 쫓겨나고, 똥을 맞고, 더러운 파리 소리를 듣고, 그 꼴을 오키쿠에게 목격당해 수치를 겪기까지 한다. 오키쿠와 츄지의 로맨스가 살금살금 전개될 때 그 옆에서 흐릿한 관찰자의 위치를 유지하던 야스케는 돌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이야기꾼이 되는 거란 말이지”라고 아무렇지 않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츄지조차 흰소리를 하는 것처럼 여상히 넘겨버린 이 말이 사실 그의 가장 깊은 곳에 그도 모르게 잠재된 소망일지니.
야스케는 실제로 이야기를 잘한다. 그의 넉살은 츄지도 오키쿠도 (아직) 따라할 수 없는 겹겹의 애환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성실은 실제로 한 마을을 굴린다. 그가 오지 않으면 변소가 넘친 공동주택 인근은 아예 기능이 마비되고 만다. 에도 시대 막부 권력이 붕괴되고 ‘세계’가 도래하고 유신과 전쟁이 찾아오기 직전의 1858~59년, 이 마을에서 가장 천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한 사람을 고르자면 다이묘도 유지도 불경 외는 법사도 아닌 야스케인 것이다. 야스케를 겁박해 쫓아낸 한 무사의 집에서 내내 노름하던 동료 무사 중 하나가 정겹게 “아, 고생하는구먼 자네. 하지만 우리보단 자네 처지가 나을지도 몰라!”라고 인사를 건넨 것은 그가 (겐베이처럼)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야스케는 가장 낮은 곳에 도사린 폭발적인 잠재력을 상징하는 이야기의 조각이다. 가장 천한 것과 가장 고귀한 것, 먹고 싸는 일, 이곳의 사람과 저 집의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것. 그것이 이 순환하는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 X 하라다 미츠오 프로듀서
에무시네마 24/02/25 미니 GV
- 흑백 - 컬러 교차는 왜?
사카모토 준지 감독 : 일단 개인적으로 흑백극을 좋아하는데. 현대극을 찍으면서 흑백 시도하면 의도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맘껏 흑백일 수 있는 영화 찍고 싶었다. 단편집 영화이기 때문에 각 장의 엔딩을 알리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체 흑백으로 하면 옛날에 만든 영화인가 하고 착각할 수도 있고.
하라다 미츠오 프로듀서 : 기본적으로 순환형 경제에 대한 의식을 저변으로 삼은 영화인데, 이 ‘순환형 경제’란 현대에도 이어지는 얘기이기 때문에 컬러를 통해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려 했다.
- 일본의 ‘좋은날 프로젝트’(후대에 전해주고 싶은 영화) 일환으로 시작된 영화. 만든 계기는?
하라다 미츠오 : 삼십여 년간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파서 잠시 영화계 떠난 동안 우연찮게 환경과학자들을 만났다. 일반 대중에게도 드라마성을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전하고 싶어졌고, 그게 바로 여생 동안 만들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에도 시대가 순환 경제의 최고봉이었다고 들었다. 과학자들이 많은 조언을 줬고, 분뇨의 순환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고 싶었다.
(감독님 반응은?) 감독님은 흔쾌히 받아들임… 그래서 심지어 처음 시나리오 제목은 ‘에도의 똥’이다…
- 똥은 어떻게 만드셨는지...
사카모토 준지 : 거리에 뿌리는 거나 일반적인 씬에 쓴 건 박스로... 입에 들어가는 장면에선 배우가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밀가루 글루텐을 썼다
- 현대 일본영화보다도 1900년대 일본영화 같았는데, 촬영 관련해 옛 느낌을 살리기 위한 디테일은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었는지?
사카모토 준지 : 시대극 두 번째로 만들어보는데, 이전 것은 사실 영화화되지 못했지만 공부는 많이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다음 시대극은 완벽한 고증을 거쳐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검토하다 보니 그 시대 감독님들은 오히려 자유로웠고 극에 많은 거짓말을 포함하고 있었단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현실의 속박을 좀 신경 쓰지 않고 만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쿠로사와 아키라는 흑백 영화를 찍은 대표적 감독인데 음영 대비를 위해 먹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방법도 참고하고, 세트에 분무기로 물 뿌려서 흐릿함과 더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흑백이라 더 도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배우들도 많이 노력해주었다. 쿠로키 하루는 마스크부터 기모노를 잘 소화하는 배우이기도 한데, 그 자신도 기모노를 입고 사는 방법이나 인사법을 공부해오기도 했다.
- 세계라는 단어 없었던 에도시대를 콕 집어 배경으로 한 이유?
270년간의 에도시대 중 말기를 표현했다. 조선 등 쇄국 정책 펴던 몇 안 되는 나라들과 함께 일본이 문호 개방하라는 압력 받던 시대여야 했다. 외부와 일본이 섞이려던 시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 세대를 어떻게 볼지… ‘세계’를 굳이 끌어들인 후 삼 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세계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제작하지 않았다면 제목에 세계가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 라스트씬의 볼록하게 찍은 숲의 의미는?
스님의 세계에 대한 설명, ‘여기서 출발하면 결국 반드시 저기서 돌아온다는 의미’를 구체화하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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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 끝은 있는거야! 영화 <트루먼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기 딜레마가 하나 있다. 한 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다른 다수의 사람들은 힘들어진다. 다른 사람들 때문에 이 아이는 영원히 갇혀 살게 된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한 게 중요하다면, 웰컴 투 공리주의. 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의 수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만 해도 어느 면접에서 '공리주의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불가피하다면 최선이라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트루먼쇼>, 영화 한 편으로 정말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바로 그 딜레마가 가정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면? <트루먼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루먼 버뱅크, 태아 때부터 30대로 추정되는 현재까지 하루 24시간 그의 모든 것이 전 세계에 방송된다. 나의 모든 것이 나도 모르는 이들에게 공유된다니. 이건 비밀인데, 하던 말, 나만 알고 싶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까지 모두. 소름끼친다. 방송국에 입양되었으니 이런 식으로 쓰일 수 있다나.
영화에서 트루먼을 제외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방관한 모든 인물이 악당이다. 그러나 한 사람만 꼽자면 프로듀서를 대표적으로 꼽겠다. 트루먼쇼는 트루먼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모욕의 집합체다. 그는 사람 대접을 받은 게 아니라 돈 되는 투자처였다. 트루먼쇼는 트루먼에 대한 동의없는 일방적인 사기이자 감금, 사생활 침해, 인권 유린이자 착취다. 죄목을 몇 개나 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루먼은 진실을 알지 못한다. 프로듀서는 그의 신인 양, 그의 아버지라도 되는 양 스크린에서 그를 쓰다듬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한다. 프로듀서는 그가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즉흥적인 삶을 살지 못하도록, 이 섬을 벗어날 수 없도록 그에게 트라우마나 시련을 주었다. 물을보면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도록. 그를 위해 섬을 전부 꾸몄고, 인간관계는 배우들로 채워넣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롱런하는 드라마를 보듯 흥미롭게 시청할 뿐이다. 그들에겐 어차피 '방송 프로그램'일 뿐이니까. 가끔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트루먼쇼는 대세다.
하려면 빈틈없이 제대로나 하지, 곳곳에서 그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실수가 일어났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방송이 라디오에서 들렸다. 하늘에선 조명이 떨어졌다. 그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면 모두가 당황한다. 아이를 갖자는 아내 메릴은 사실 별로 그를 안 좋아한다. 겁쟁이인 줄 알았던 그가 수많은 눈과 카메라를 속이고 그렇게 무서워하던 물로 나아갔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은 대가로 프로듀서가 만든 폭풍우에 휩쓸릴 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내지 않았다. 모두에게 위트있게 인사를 한다. '미리 인사하죠, 굿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그는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만들어진 세상, 거짓된 진실, 빈 껍데기의 평온한 일상에서. 다들 그를 시청하기만 했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그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 프로듀서마저도.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멍청한 듯 했지만 똑똑했다. 시청자가 느낀 감동과 재미는 프로듀서의 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세상 꿀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프로듀서를, 시청자들을 못됐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1998년에 만들어진 트루먼쇼는 놀랍게도 최근의 예능 트렌드와 흡사하다. 프로듀서는 10년, 20년을 앞서 본 선구자인 것이다. 트루먼쇼는 그냥 쇼가 아니었다.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열일하는 연출로 더 많은 광고와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작은 국가의 GDP 수준의 경제적 성공을 이뤘다. 트루먼이 함께 하는 이상 이 수익은 고정적이다. 누가 아나. 늘 단역 자리는 필요하니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의 생활 속 제품 홍보로 소비를 촉진시키고, 그 수익으로 파이를 분배하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바지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신적 안정감은 어떤가. 트루먼이 성장하는 것을 다같이 흐뭇하게 보며 울고 웃는다. 먼 얘기는 아니다. 우리 역시 만나본 적도 없는 연예인과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공감하고 위로받고 힐링받는다.
트루먼쇼의 프로듀서의 말은 사실이다. 트루먼쇼는 좋은 의도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기쁨, 위로를 주는 프로그램.' 다만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 빠졌을 뿐. 전 세계 TV는 리얼리티 쇼가 가득 채웠다. 모델, 가수, 아이돌 등을 뽑는 부분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2016-17년 예능을 쥐어잡은 <나 혼자 산다>, <미운 오리 새끼>, <슈퍼맨이 돌아왔다> 까지. 일상을 노출하는 정도의 차이일 뿐 그리 다르지 않다. 앞의 두 프로그램은 연말 예능프로그램에서 온갖 상을 휩쓸었다. 차이가 있다면 당사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집집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일상에 자리잡았다. 집을 공개하고, 생활하는 날 것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출연자의 '진짜 모습'을 안다고 믿도록. 물론 무엇이 어디까지 진짜인지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지금은 진실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정도지만, 나중엔 사람들의 역치가 높아질 것이다. 더 강한 자극은 진실된 존재의 진실된 감정에서 온다. 몰래카메라가 재밌는 이유와 같다. 예전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존재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어차피 방송은 짜고 치는 대본이 암암리에 있는 게 아니던가? 사람들은 불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익숙하다. 진심이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트루먼쇼 같은 것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돈이 되니까. 사람들이 열광하니까.
훌륭한 프로듀서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할 때의 자세
냉정하게 생각하자. 프로듀서의 역량은 훌륭하다. 눈치를 채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트루먼에 대처하기 위해 그 역시 열심히 대처하느라 바빴다. 갑자기 돌아가신 설정의 아버지를 우연찮게 만나자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개와 대사를 마련한다. 트루먼의 고뇌에 대한 위로, 트루먼과 아버지의 재회. 기쁨의 눈물. 바로 클로즈업을 해선 안 된다. 서서히 멀리서부터 마지막 그의 얼굴로 다가가야 한다. 트루먼이 그가 만든 세상을 박차고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프로였다. 그는 의도적으로 나쁜 역할을 맡기도 했다. 트루먼이 폭풍우에서 모진 고생을 하게 만들었고 폭풍이 지나간 쨍쨍한 햇살에 비친 만족감을 대조하며 극의 밀도를 높였다. 마지막 문을 열고 나가기 전 이 곳에서 계속 함께하자며 그의 내면의 두려움을 건드렸다. 물론 진심도 있었을 것이다. 나와 오래 함께 하자. 그러나 한 구석으로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끝날 때 끝나더라도 레전드는 만들어야지. 부정할 수 없는 최고시청률을 갱신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프로듀서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트루먼에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만두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의 시청자,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 얽힌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찬 눈빛. 그는 트루먼의 인생동안의 시간만큼 그들의 무게 아래 짓눌려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저울에 두자면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트루먼의 벗어나고 싶다는 고민은 묵인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에게 이 상황은 딜레마가 아니다. 이제와서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에 나가지 않는 것이 트루먼에게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어차피 스타가 된 이상 바깥 세상에서도 그가 원하던 자유는 얻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니까. 여기선 고작 갑갑할 뿐이지만 진짜 세상에서 그는 욕을 먹고 상처를 받을테니까. 게다가 적어도 트루먼에게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니까. 심지어 이혼한 후에 재혼할 두번째 아내까지. 귀차니즘이나 결정장애에 빠져있다면 이 만한 직업도 없다.
프로듀서는 트루먼쇼를 딜레마로 보지 않았다. 한 사람의 완전한 희생으로 다른 이들이 이득을 보는, 일방이 희생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스타와 지켜보는 수많은 지지자들, 윈윈이나 협조 관계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에게 인간도 아니라고 비난의 화살만 퍼부을 텐가. 그는 자신의 일을 그저 잘 알고, 잘 하고 있는 전문가였다. 그는 쇼는 끝이 없다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하나뿐인 스타인 트루먼은 쇼도 끝이 있는 거라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프로듀서는 말문을 잃었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끝을 맞이한 것이다. 아직 트루먼을 보내줄 어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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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떠오를 때마다 외워두고 싶어
지상의 시(Terrestrial Verses)
알리 아스가리, 알리제라 하타미
Iran | 2023 | 77min | DCP | Color | Fiction | 전체관람가 | Korean Premiere
<지상의 시>는 각계각층의 평범한 사람들을 따라가면서, 사회 당국이 그들에게 부과한 문화적, 종교적, 제도적 제약을 맞닥뜨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삽화의 모음과 같이 구성된 이 영화는 얽히고설킨 사회에 대한 미묘한 초상화이다.
'테헤란'은 어쩌면 국내에서 이란의 수도라는 사실보다 서울 강남구의 온갖 기업들이 몰려있는 메인 도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Terrestrial Verse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구에서,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나의 주제를 외치는 에피소드들이 '시'의 연처럼 이어진다.
인구의 99.4%가 (통계상으로는) 이슬람을 믿는 '이란'은 현지에서 술을 마실 경우 징역까지 살아야 할 정도로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1세기를 살아가는 비이슬람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억압과 차별이 국가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이다.
좌 - <축구광 자흐라> / 우 - <노 베어스>
지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이란의 다큐멘터리 <축구광 자흐라>는 테헤란의 축덕 '자흐라'가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남장'까지 하는 비극을 웃프게 보여주었고, 최근 개봉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노 베어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명 감독이 그로 인해 자국에서 출국금지를 당한 비극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지상의 시> 역시 자국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를 매우 풍자적으로 연출하였다. (돌려 깐다)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데이비드'로 짓고 싶었던 남자가 영어(그것도 기독교식) 이름이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거부당하며, 이란의 위대한 이름들을 강요받는 에피소드로 영화는 시작된다.
© 전주국제영화제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공무원을 마주한 한 남자는 온몸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매년 운전면허 갱신을 강요받고, 경찰을 마주한 한 여자는 운전자 본인밖에 없던 '자동차' 안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에 처한다. (심지어 카메라에 찍힌 사람은 본인도 아니었다)
7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9개의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구성된 영화는 자국 감독이 작품으로 인해 출국금지까지 당한 선례를 목격하였음에도 적폐를 적나라하게 까는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냥 '까는' 영화가 아니라, 재미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세계 3대 영화제의 수상작을 다수 배출한 국가임에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국내 개봉을 더욱 소원하는 이유이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19편의 작품 중 이 영화를 콕 집어 소개하는 이유이다.
Salam.
프론트라인 - <지상의 시>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2(목) 14:0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27)
2024.05.04(토) 21: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378)
2024.05.10(금) 14: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927)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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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 글래디에이터 2 / 넘기 힘든 막시무스의 카리스마 / 덴젤 워싱턴의 팔색조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글래디에이터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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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비우스> 파이널 예고편
세상을 파괴할 힘을 가지게된 남자 역대급 액션 예고하는 '모비우스' 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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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여름날 우리> 30초 예고편
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