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15 15:51:17
잔잔한 감동을 주는 로드 무비 모음
<체리 향기>부터 <그린 북>까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모두들 무탈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수요일, 대리만족을 시켜줄 로드 무비 모음을 가져왔어요!
이란 영화계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대표작 <체리 향기>부터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에 빛나는 <그린 북>까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8편의 로드 무비와 함께할 준비가 되셨나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체리 향기(1997)
Taste of Cherry

시놉시스
바디(호마윤 엘샤드)는 자동차를 몰고 황량한 벌판을 달려간다. 그는 지나치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며 자신의 차에 동승할 사람을 찾는다.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수면제를 먹고 누운 자신의 위로 흙을 덮어 줄 사람.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는 그의 간절한 부탁에도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앳된 얼굴의 군인도, 온화한 미소의 신학도도 죽음이란 단어 앞에선 단호하게 외면할 뿐. 드디어 한 노인이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박물관에서 새의 박제를 만드는 노인은 그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며 작지만 소중한 삶의 기쁨들을 하나씩 펼쳐 놓는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현듯 삶에 대해 강한 애착을 느끼는 바디. 운동장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도시의 하늘 너머 펼쳐지는 저녁노을의 눈부신 빛깔. 밤이 오고 바디는 수면제를 먹고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 안에 눕는다. 아침이 오면 그는 그토록 바라던 죽음을 얻게 될까? 아니면?
CINE PICK!
영화 <체리향기>는 1997년 칸 영화제에서 이란 정부의 출국금지 조치로 출품되지 못하다가 폐막 3일 전 프린트를 몰래 빼내 기습적으로 상영,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는 기적을 이룬 작품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체리 향기'는 11세기 이란의 시인이었던 오마르 하이얌의 시 구절 "삶을 즐기려면 죽음이 쫓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체리 향기를 맡아보라.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체리는 가장 달콤하고 아름다운 과일 중 하나이고, 그렇기 때문에 체리의 향기가 삶의 환희를 나타낼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게 감독의 생각이었다고 하네요. 영화는 자살을 기도하는 한 남자의 하루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가 차를 몰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출연한 배우들의 경우 모두 감독이 길거리에서 캐스팅한 일반인으로, 주인공에게 삶의 기쁨을 알려주는 노인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촬영이 끝나자 이름도 밝히지 않고 사라져 크레딧에도 실제 이름이 아닌 시나리오 상의 배역 이름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메이킹 필름이 짧게 삽입되어 있는데, 이는 극영화의 형식을 취하되, 조작된 겉모습 이면의 진실성을 잡아내려 했던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이니, 삶에 지치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꼭 보시길 추천드려요.
명대사
"좌회전해주세요."
"이 길은 모르는데요."
"난 알아요. 돌아가는 길이지만 편하고 아름다워요."
미스 리틀 선샤인(2006)
Little Miss Sunshine

시놉시스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대학 강사 리차드. 이런 남편을 경멸하며 이 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는 엄마 쉐릴.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9개월째 묵언 수행 중인 아들 드웨인. 그리고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는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 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CINE PICK!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미국의 부부 감독인 조나단 데이톤, 발레리 페리스의 2006년작 영화입니다. 미국 최고의 콩가루(?) 집안사람들이 딸의 어린이 미인대회 참가를 위해 낡은 승합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며 그리는 화해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렉 키니어, 스티브 카렐, 토니 콜렛,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스린, 알란 아킨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호연을 펼쳤고, CF와 뮤직비디오로 명성을 얻었던 감독 부부의 연출 또한 호평을 얻었습니다. 캐스팅 과정에서 고심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독특한 가족구성원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훌륭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완성된 깜찍한 영화랍니다.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며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명대사
"결과야 어떻든 네 힘으로 노력했다는 게 중요해."
"진짜 패배자는 질까 무서워서 시도도 안 하는 사람이란다."
"힘겨웠던 시절들이 삶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라고 했단다. 그게 자신을 만들었으니까."
기쿠지로의 여름(1999)
Kikujiro

시놉시스
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 하지만 마사오는 전혀 즐겁지 않다. 할머니는 매일 일을 나가시느라 바쁘고 친구들은 가족들과 함께 바다나 시골로 놀러 가버려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 어느 날 먼 곳에 돈을 벌러 가셨다는 엄마의 주소를 발견한 마사오. 그림 일기장과 방학숙제를 배낭에 넣고 엄마를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친절한 이웃집 아줌마는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전직 야쿠자 남편 기쿠지로를 마사오의 보호자로 동행시킨다. 왕복 600km의 여정. 그러나 그 여행은 마사오도 기쿠지로도 잊을 수 없는 생애 최고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는데... 52세 철없는 어른과 9세 걱정 많은 소년. 그들이 마침내 찾은 것은?!
CINE PICK!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은 일본을 대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기타노 다케시(배우로서의 예명 비트 다케시)가 연출, 주연을 맡은 1999년 영화입니다. OST이자 영화의 무드와 잘 어울리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독주곡인 'Summer'로 유명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이 곡만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3 원소로 불리는 코미디, 폭력, 센티멘털리즘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전반에 어우러져 있으며, 그러면서도 조금 더 가볍고 천진난만한 분위기로 타 작품들보다 가볍게 시청하기 좋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의 일본을 배경으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명대사
"이건 천사의 종이라는 거야.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이 종을 울리면 천사가 와서 도와준대."
"다음에 우리 또 엄마 찾으러 가자."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기쿠지로다, 바보야!"
델마와 루이스(1991)
Thelma & Louise

시놉시스
보수적인 남편을 둔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잔 서랜든).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함께 휴가를 떠난 두 친구는 휴게소에서 그녀들을 강간하려는 한 남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즐거웠던 여정은 순식간에 끝을 알 수 없는 도주가 되어버린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사막을 달리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그녀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멕시코로 향하는 길목에서 매력적인 카우보이 ‘제이디’(브래드 피트)가 나타나게 되고,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델마’를 지켜보며 ‘루이스’는 조금씩 불안감이 커진다. 한편, 강력범으로 수배가 된 그녀들은 좁혀오는 수사망과 함께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CINE PICK!
영화 <델마와 루이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91년 작품으로, 여성 주인공들을 내세운 로드 무비입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으로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출연해 19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명 모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대신 각본가 칼리 쿠리가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촬영상, 감독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음악은 한스 짐머가 담당하였고, 무명 시절의 젊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준 높은 페미니즘 영화로 평가받기도 하는데요, 리들리 스콧이 작업 당시 전통적으로 남성이 주인공을 맡았던 버디 무비 장르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었다고 합니다. 감독의 전작인 <에일리언>에서 역시 전통적으로 남성이 맡아왔던 역할에 여성을 캐스팅하기도 했지요. 절벽을 넘어 떨어지는 자동차의 모습이 담긴 결말 씬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강렬한 장면인 만큼 여러 매체에서 오마주, 패러디되고 있습니다. 밝고 화사한 색감의 야외 씬들의 향연 또한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명대사
"별 개떡 같은 재미가 다 있군. 돌아서, 기억해 둬. 여자가 저렇게 우는 건 재밌어서가 아니야."
"신사숙녀 여러분,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갈 때까지 바닥에 엎드려 주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계속 가는 거야."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
The Motorcycle Diaries

시놉시스
23살의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퓨세)’는 생화학자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남미대륙 횡단을 계획한다. 안데스산맥을 가로질러 사막을 건넌 후 아마존을 거쳐 베네수엘라까지 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 여행을 통해 만난 세상은 지금까지 알던 현실과 너무 다르고, ‘퓨세’와 ‘알베르토’는 세상의 불합리함에 분노한다. 청년 ‘퓨세’의 인생을 뒤흔든 생생한 기록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는 이 여행을 통해 훗날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추앙받은 세기의 우상, '체 게바라'로 거듭난다. 열망으로 가득 찬 ‘두 청년’과 한 대의 낡은 모터사이클 ‘포데로사’. 그리고 이들이 시작한 8,000km의 여정. 인류의 역사를 바꾼 특별한 여행기가 공개된다!
CINE PICK!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그라나도와 체 게바라가 쓴 두 권의 여행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로드 무비인 전작 <중앙역>으로 유명세를 얻은 월터 살레스 감독의 영화로, 주인공 '퓨세' 역할은 이냐리투의 <아모레스 페로스>, 알모도바르의 <나쁜 교육> 등으로 유명한 가엘 가르시앙 베르날이, '알베르토' 역할은 <종이의 집> 속 '팔레르모' 캐릭터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가 맡았습니다. 영화는 몇 년 뒤면 '체'라는 애칭을 갖고 베레모를 쓴 혁명가가 될 체 게바라가 아직 '퓨세'로 불렸던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름답지만 험한 라틴아메리카의 흙길, 그 안에서 가혹한 현실로 인해 고통받고 있던 사람들을 보듬으며 혁명의 꿈을 키워 나가는 푸세의 성장이 마음을 울리는 영화입니다.
명대사
"본 적 없는 세상이 그리울 수도 있나요?"
"어떻게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이토록 무참히도 짓밟아버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전에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또 다른 인류에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중앙역(1998)
Central Station

시놉시스
브라질의 수도 리우 데자네이루. 산업화에 실패한 도시의 중앙역. 노처녀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중앙역 한 구석에서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편지를 대필해 주는 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믿음이 없는 도라는 나름대로 절실함이 담긴 편지를 아무 거리낌 없이 쓰레기통에 버린다. 습관처럼 버린 편지들 속에는 어린 아들 조슈에(비니시우스 드 올리베이라)를 홀로 키우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나의 절실함이 쓰인 편지도 있다. 아나는 편지를 부탁한 후 중앙역 건널목에서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다. 홀로 남은 조슈에는 도라의 곁에 머물고 도라는 그 조슈에를 입양소에 팔아넘긴다. 그러나 그곳이 아이들의 장기를 팔아넘기는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죄책감에 조슈에를 빼돌려 함께 조슈에의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CINE PICK!
영화 <중앙역>은 위에서 소개해드린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감독이기도 한 월터 살레스의 1998년 작입니다. 역에서 편지를 대필해 주는 일을 하던 노처녀 도라가 한 소년의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길에 동행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그해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월터 살레스는 브라질 출신으로 이전에는 다큐멘터리 연출을 주로 하다가 <중앙역>을 통해 주목받는 영화감독으로 급부상하였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도라'와 '조슈아'의 여정을 통해 브라질의 현실을 가까이서 보여주며, 세상에 신뢰를 잃은 어른이 아이와의 우정을 통해 되찾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라' 역의 브라질의 국민 배우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조슈아' 역에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발탁된 신발닦이 소년 비니시우스 드 올리베이라가 출연해 가슴 따뜻해지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명대사
"너희 아빠는 네 말대로 꼭 오실 거야. 우리 아빠도 좋은 면이 있었던 것 같구나."
"날 기억하고 싶을 땐 우리의 작은 사진을 꺼내보렴."
"그리운 게 너무 많다. 너무 많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시놉시스
자신의 꿈은 접어둔 채 16년째 ‘라이프’ 잡지사에서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월터 미티. 해본 것도, 가본 곳도, 특별한 일도 없는 월터의 유일한 취미는 바로 상상! 상상 속에서만큼은 ‘본 시리즈’보다 용감한 히어로, ‘벤자민 버튼’보다 로맨틱한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 어느 날, ‘라이프’지의 폐간을 앞두고 전설의 사진작가가 보내온 표지 사진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당장 사진을 찾아오지 못할 경우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 월터는 사라진 사진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연락조자 닿지 않는 사진작가를 찾아 떠나는데…
지구 반대편 여행하기, 바다 한가운데 헬기에서 뛰어내리기, 폭발직전 화산으로 돌진하기 등 한 번도 뉴욕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상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많은 어드벤처를 겪으면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그 순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CINE PICK!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배우와 작가, 감독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활동으로 인정받은 벤 스틸러가 처음으로 진지한 정극 연출을 맡아 감독과 주연배우로 활약한 영화입니다. 1939년에 쓰인 동명 소설(원제인 The Secert Life of Walter Mitty)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상상 멍 때리기'에만 몰두하던 월터 미티가 어디론가 사라진 숀 오코넬의 25번 필름을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1947년작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이며,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고귀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진지한 메시지를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풀어냈습니다. 북유럽의 그림 같은 풍경과 함께 다양한 패러디와 판타지에 가까운 월터의 공상 씬들로 꽉꽉 채워져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명대사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에 머물고 싶지."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유령 표범처럼 아름다운 것. 월터 미티."
그린 북(2018)
Green Book

시놉시스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하는데…
CINE PICK!
영화 <그린 북>은 제43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3관왕에 이어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피터 패럴리 감독의 휴머니즘 영화입니다. 평단의 호평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에게도 인기를 얻어 북미에서 총수익 3억 416만 달러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실존인물들을 모티프로 제작되었으며, 인종차별과 화합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케미와 유머로 유쾌하고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영화입니다.
명대사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뭐죠?"
"외로워도 먼저 손 내미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천재성 만으로 충분하지 않죠. '용기'가 있어야 해요."
이렇게 오늘은 로드무비 7편을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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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없는 농담에 가려진 소비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
사실 프랑스 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 철학을 논한다는 명분 아래 귀신 씨나라까먹는 소리하는 것 아닌가 싶었던 영화도 꽤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다분히 주관적이고 편견 가득한 말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철학도 현실에 적용할 수 없다면 그저 한 사람의 궤변이 될 수 있고, 누군가 정의를 외치며 극단적으로 도덕을 들이밀게 된다면 그는 내 말을 들어달라고 떼쓰는 어른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정의로운 명제일지언정 현실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외침이 얼마나 정의로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프랑스 영화들은 수많은 철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게 하는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낸다는 인식이 있다. 환경 문제, 채식, 인종차별, 젠더갈등 등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고민하게 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가끔 딱히 서사가 있지 않으면서 대사에 온갖 철학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내용의 영화를 볼 때의 길을 잃어버린 내 눈동자는 어떻게 숨길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간만에 적당한 유머와 함께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의 주인공은 3명이다. 대출빛에 허덕이며 가족들에게 짐 취급 받고 있는 브루노와 알베르 그리고 과도한 소비를 하는 현대인의 문제를 꼬집으며 인간의 소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주도하는 비영리단체장인 캑터스다. 인간의 과도한 소비의 결과를 대표하는 두 남자와 극단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캑터스의 상반된 모습이 의외로 웃기다. 당장 돈이 없으니 온갖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어쩌면 비굴해 보일만큼 살아가는 두 남자에 반해, 넓은 집에 살면서도 흔한 소파와 의자 마저 없어 바닥 생활을 하는 캑터스를 보고 있자면 정말 세사람 다 별나다 싶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당장 밥먹을 돈도 없어서 비영리단체를 돕고 있으면서 이 와중에 알베르는 캑터스를 이성적으로 좋아하기까지 하다니, 참 이 남자 살만한가 싶었다. 철이 없는 것인지, 즉흥적이라고 해주어야 할지 참 어이가 없으면서도 막판에 귀여워보이기까지 한다. 참 한심하다 싶다가도 또 무슨 사고를 칠지 지켜보게 된달까. 그 장단을 브루노가 맞춰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두 사람 죽이 잘 맞는 커플 같아 보인다. 러브라인은 알베르와 캑터스가 그리고 있는데, 왠지 내 눈에는 이 두 남자가 찐사랑이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웃긴 장면을 꼽아보자면, 두 남자의 채무 면제를 도와주는 남자 마저 알고보니 도박 중독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이었다는 설정이다. 매번 카지노에 입장 금지 당하면서도 끝까지 들어가보려고 온갖 변장을 하는 모습이 꽤나 코믹하다.
캑터스 캐릭터도 참 특이하다. 인간의 소비로 인한 환경 문제를 꼬집는 사람인 만큼, 극단의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한다. 개인적으로 캑터스는 아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모든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게 캑터스의 맹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미니멀리스트를 '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다는 물건을 하나 구매하고, 그 하나를 잘 관리하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있는 나로서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했었다.
<주의!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편견에 가득찬 주관이 가득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충족하고 사는 것도 인간다움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캑터스의 논리는 환경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인간의 기본적인 취향 찾을 권리 조차 묵살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인간의 과도한 소비는 환경을 망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의 소비자들을 막아가며 돈 쓰지 말라고 앞을 막는 행위는 도를 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을 사러 왔을 지도 모르는데, 무조건적으로 소비는 나쁘다고 규정짓고 당신들도 참여하라고 강요하는 듯한 강력한 시위를 계속하는 것은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어느 나라든 환경운동이든 젠더 갈등이든 도덕적 잣대로 내가 맞네, 네가 맞네 끊임없이 토론하게 되는 운동들을 주도하는 운동가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과격한 운동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동요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내 나름대로 생각해본다면, 극단성에 있지 있나 생각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환경 문제의 경우,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큰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환경을 지켜보겠다고 이미 만들어진 제품들을 사지 않고 극단적으로 소비 지출을 줄이라는 요구에는 응해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캑터스가 진두지휘하는 이 비영리단체에서 정말 환경운동만을 위해 참여하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브루노, 알베르 외에도 다른 한 명의 회원도 캑터스를 좋아해서 맴돌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각 관계가 아닌, 사각관계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캑터스만이 진심이고, 모두가 약간의 군중심리로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장면도 있었다. 인간의 신념은 생각보다 유약하고, 신념이라고 외치는 사람들 중에서 진짜 신념은 몇 명이나 될지 이런 쓸데없는 생각도 스쳤다.
무엇보다 빛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두 남자의 허술함이 참 웃기다. 그 사기를 칠 머리로 돈을 벌었다면 진작에 갚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알베르가 돈이 궁해서 공항에서 압수된 중고 물품을 파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았겠구만 싶은데, 또, 프랑스 은행에서 공적 문서의 중요 정보를 화이트로 지우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면 '내가 괜한 인간에게 기대를 걸었다' 싶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했던 말이,
'영화 속의 인물이니 웃고 재밌어하지, 실제로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미쳐 돌아버리고, 끝내 손절치지 않았겠냐'였다. 이런 사람들은 픽션에서만 엮였으면 좋겠다.
총평
가끔 심각한 서사만 찾아다니다 보면, 이런 가벼운 영화를 찾게 된다. 킬링타임으로 적당한 영화다. 그리고 캑터스 역의 여배우가 예쁘게 나온다. 이 배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도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현대물에서보니 새롭고, 자연스럽게 예뻐서 보기 좋았다.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만은 않게, 토론을 유발하는 적당히 괜찮은 영화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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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역사를 착취한다, 바로 이렇게
7★/10★
영화의 마지막, 한 남자가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로 무대 아래 청중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1920년대에 있었던 아메리카 선주민과 그들의 재산을 노린 백인들의 범죄(〈플라워 킬링 문〉의 줄거리) 이야기다. 화자는 이 거대하고 체계적인 범죄의 색출이 FBI의 창립자 J. 에드거 후버 덕에 가능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FBI와 이 조직이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를 은근히 드높이는 용비어천가란 소리다. 무대 위에는 화자 말고도 이야기의 주요 대목마다 적절한 소리를 넣는 특수 효과 전문가들과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렇다. 이 무대는 영화를 닮았다. 그리고 이 무대와 영화의 닮음은 〈플라워 킬링 문〉의 서사와 결합해 하나의 메시지를 이룬다.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영화가 필연적으로 이를 스펙터클로 전시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즉 영화는 역사를 착취하기를 피할 수 없다는 자기 성찰적 메시지 말이다. 기막힐 정도로 시니컬한 통찰이다.
이제 영화의 시작으로 가 보자. 아메리카 선주민 오세이지족의 땅에서 기름이 난다. 마을의 부보안관이자 유력 인사인 킹(로버트 드 니로)의 말을 빌리자면, 오세이지족은 ‘똑똑하게’ 처신했다. 땅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대신 이윤의 지분을 얻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부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돈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인다. 오세이지족이 머무는 곳도 마찬가지다.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참전 후 돈을 벌기 위해 먼 친척인 킹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어니스트의 말투와 행동, 생김새에서 드러나듯 그는 가난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 때로는 거칠지만 종종 얼뜨기 같은 하층 계급 남성성을 체현한 인물이다.
킹은 어니스트에게 솔깃한 제안을 건넨다. 네가 제법 번지르르한 외모를 가졌으니 부유한 오세이지족 여성을 대상으로 운전기사 일을 하며 그중 한 사람을 부인으로 맞이하라는 것. 오세이지족 가족의 일원이 되면 상속을 통해 정당한 재산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 윌프리드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윌프리드는 몰리에게 접근하고, 둘은 결혼한다.
한편 마을에서는 오세이지족 선주민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중이다. 그러나 수사 기관은 그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오세이지족은 이들 사건이 자기 재산을 노린 백인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돈만 가졌을 뿐 수사권 등 공적 권력을 행사할 권한은 없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킹과 윌프리드의 주도로 몰리의 가족도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어머니, 언니, 동생……. 몰리는 윌프리드를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 윌프리드 역시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지만 킹의 범죄 제안을 완전히 거스르지는 못한다.
“집안의 주도권을 되찾아!” 킹과 몰리 사이의 긴장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사다. 이 대사는 백인 남성인 윌프리드가 오세이지족 선주민 여성 몰리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장악해가는 과정이 가부장적 권력을 재확립하는 일의 일환임을 보여준다. 부권 확립은 백인의 권력을 재강화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가난한 백인과 부유한 선주민이라는 ‘뒤집어진’ 구도를 ‘바로잡는’ 일 말이다. 킹과 윌프리드가 몰리 가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범죄는 백인 남성의 국가인 미국의 권위가 어떻게 확립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범죄를 응징하는 주체 역시 백인/국가 권력이라는 점이다. 몰리는 마을 안에서는 선주민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워싱턴으로 향해 대통령에게 수사를 촉구한다. 이후 후버가 창설한 FBI의 전신인 조직의 요원들이 파견되어 킹과 윌프리드를 수사하고 ‘정의’를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몰리는 윌프리드가 몰래 투약한 안정제에 취해 내내 시체와 같은 상태에 머문다. 즉 사건의 당사자인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배제당한 채 수동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백인 남성이 주체(수사 기관)와 타자(범죄자) 역할을 독점하고, 착취당한 선주민은 역사의 무대에서 내쫓긴다.
요컨대 〈플라워 킬링 문〉은 불법적 폭력과 합법적 권리(상속)를 결합해 미국이 어떻게 소수자를 착취하며 부와 권위를 확립해왔는지를 고발해온 마틴 스코세이지의 문제의식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코세이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무대 위에서 오세이지족의 비극을 그럴듯하게 가공해 들려주는 남자는 거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이야기마저 스펙터클로 소모될 수밖에 없음을 보인다. 무대 앞에는 부유한 백인 남녀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무대 위 화자를 보고 있다. FBI가 킹과 윌프리드를 처단하는 이야기는 백인/남성 국가의 설립 과정의 에피소드로 소비될 때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듯이. 이 장면은 역사적 비극을 소비 가능한 이야기의 형태로 유통하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자조와 냉소, 무기력감의 토로다. 영화란 무엇인지에 관한 시끌벅적한 논쟁의 중심에 선 마틴 스코세이지는 역사적 비극과 이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마주한 출구 없는 폐쇄적 회로를 그려내 미국, 그리고 영화를 고발한다. 그가 영화 거장이라면,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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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토반>으로 보는 1995년 vs 2020년 세대 공감 직장 생활!
1995년 을지로,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말단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들의 우정과 연대 속 뿌듯한 성장을 공감과 재미,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배우들의 기대 이상의 만점 케미로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일주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 1995년을 살아간 직장인과, 2020년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찐" 직장 생활을 탐구해보자.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직장 생활!
입사 8년차 말단 사원인 세 친구가 거대 기업에 맞서 싸워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90년대 그 시절에 볼 수 있었던 회사 생활을 리얼하게 담아내 1995년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뜨거운 공감을, 2020년 현실 청춘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삼진그룹’의 말단 사원 세 친구,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뭉친다. 자신들만의 아지트인 옥상에 올라가 과자를 먹으며 함께 수다를 떨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푼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세 친구의 스트레스 극복 방법은 2020년 직장인들에게도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믿고 의지하는 친구,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직장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다.
그땐 그랬지~! 이젠 볼 수 없는 직장 생활!
한편, 2020년에는 볼 수 없었던 1995년 회사 생활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먼저, 1995년에는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사무실이나 회의실 테이블 위에 담배와 재떨이가 필수품처럼 비치되어 있었던 90년대를 그대로 재현해낸 ‘삼진그룹’ 사무실은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던 시대적 분위기를 살려냈다. 마케팅부 회의 중 담배를 피우는 반은경(배해선) 부장과 페놀 유출 사건으로 ‘삼진그룹’을 취조하는 검사(김태훈) 등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현재의 우리에게 꽤 낯설다. 담배의 유해성과 간접흡연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2012년부터 공중이용시설의 흡연이 전면 금지되어, 지금은 보지 못하는 풍경이 되었다.
두 번째로 90년대에는 팀원들의 커피를 타는 일을 누군가 전담하는 것이 당연했다. ‘삼진그룹’ 말단 사원들은 상사와 팀원들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탁탁 커피를 타는 일이 출근해서 아침에 하는 중요한 업무이다. 유니폼을 입은, 전 부서의 말단 직원들이 탕비실에 모여 커피, 설탕, 프림을 비율에 맞게 타는 모습은 1995년 직장 생활을 경험한 관객들에게 격한 공감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자영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커피 10잔을 12초 만에 타내는 신기록 보유자인 만큼 얼마나 많은 커피를 탔을지 짐작하게 한다. 오늘날 점심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캡슐 커피나 믹스 커피를 취향별로 각자 알아서 마시는 요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과 20여 년 전의 회사 풍경과 문화다.
세번째, 90년대 말단 사원들은 상사의 지시라면 뭐든 해내야만 했다. ‘삼진그룹’ 말단 사원들은 구두닦이 배달, 담배 심부름, 재떨이 비우기, 짐 옮기기 등 회사 내 온갖 잡무를 도맡아 한다. 전날 야근하며 부원들이 먹었던 야식을 치우고, 담배까지 사서 책상 위에 놓는 말단 사원들은 언젠가 진짜 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버틴다. 직급과 무관하게 누군가의 서포트를 넘어, 각자의 고유한 업무를 하는 현실 청춘들과는 다른 낯선 모습을 보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서로 달라 더 눈에 띄는 개성과 매력. 그리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뭉친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입사 8년차 말단 사원들이자 회사와 맞짱 뜨는 세 친구로 분해 전 세대, 남녀노소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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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 어린이와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바로 씨네키즈 플러스 입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뒤에 붙은 번호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해서 5,10,14 로 나누어져 구성됩니다.
제가 본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규칙과 질서의 세계에 적응해가는 아이들을 위해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예술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선별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상영 영화는 "피벗" 입니다.
*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은 지양해야 하는 표현이지만, 애니메이션의 주제 상 구분하여 적겠습니다.
영화 피벗의 주인공은 농구를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옷들 (드레스나 원피스) 보다는 캐쥬얼한 옷들을 좋아합니다. 화장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어머니는 자꾸 화장품과 원피스들을 건네주는데요,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의 말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할 것인지 갈등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원피스의 꽃들이 눈을 달린 몬스터처럼 변하는 연출 방식이 좋았습니다!
두번째 상영 영화는 "여름눈"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여름눈인 이유는 여름과 눈은 공존할 수 없는,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의 상황이 벌어나질 않기 위해서 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녀가 돌고래를 만나 구해주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적으로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눈이 즐거웠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환경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이었습니다!
세번째 영화는 "돼지공은주" 입니다.
돼지공은주는 보면서 동화책을 토대로 제작되었다는게 느껴졌다. 어린이 동화에서 느껴질만한 상상력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놉시스는 평범한 5학년 공은주가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자애로부터 돼지공주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후,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반지를 받게 되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반지라는 소재는 좋았지만, 반지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도 개연성이 높지는 않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다른 영상들에서 많이 나왔던 반전요소이기에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엄마의 대사를 통해서 모든 설정과 얘기를 말해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하려는 메세지는 좋았습니다!
네번째 영화는 하회, 허! 이다.
이 작품은 중간에 랩이 들어가서 신선하다고 느껴졌던 애니메이션이다. 전통적인 느낌과 노래를 섞어서 신명나게 표현한 점이 좋았습니다.
다섯번째 영화는 "내 이름은 말룸" 입니다.
말룸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말룸이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 후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노래와 함께 너무 아름답게 잘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씨네키즈 플러스 10은 제가 가장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들이었는데요! 다양한 영화를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장편과 달리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영화제가 아니면 따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제에 오시면 단편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어요!!! 아이들과 손잡고 와서 보기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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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어디로 보든, 어떻게 보든 문과생이었던 나의 학창시절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당연히 수학이었다. 수식을 이해하고 아니 외워서 대입해서 푸는 것은 그나마 쉬운 일이었는데 증명문제가 나오면 암담해졌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 할 수 없는 이상한 문제일 뿐이었다. 특기였던 엄청난 암기력으로 증명의 과정을 모두 통채로 외워서 맞춘 적도 있었지만, 문장 너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에 맞딱드리고 나면 ‘이걸 꼭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엔 지구 온난화나, 부의 재분배, 인권문제 같은 것들이 많은 데, 이걸 왜 증명해야 하는가? 하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수학을 포기하는 나 자신을 합리화 시켰다.
이런 나에게 골드바흐의 추측, 2 보다 큰 모든 정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그러니까 ‘1+1+1 = 3’이 성립한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에 매진하고 있는 주인공 마거리트에 대한 이야기는 수포자의 입장에서 조금 신선했다. “아니 그걸 증명하지 못했다고?” 하는 놀라움과 “그걸 왜 증명해야 하는 걸까?” 라는 궁금증. 그리고 “그걸 증명해내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라는 호기심 (문과생의 의식의 흐름) 그리고 수학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괜찮을까. 라는 약간의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영화는 ‘그걸 증명해 내고 싶은 사람’ 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무려 11명이나 배출한 수학계의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의 수학 천재 마거리트. 지금까지 누구도 증명하지 못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고자 하는 세미나에서 오류를 제기하는 사람으로 인해, 수학으로부터 도망치고 만다. ‘증명에 실패했다.’ 라는 단순한 이유보다 대학이라는 한정된 사회에서 수학의 세계에만 있던 마거리트에겐 어떤 충격 같은 것이었다. 나보다 더 천재인 것 같은 다른 동료. 나에게 실망하고 나를 놓아 버린 것 같은 교수. 증명에서 오류를 지적 받은 것은, 단순히 마거리트가 증명하고자한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한 부정뿐만 아니라, 어쩌면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 와장창 깨져 버리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데미안> 중에서’
마거리트는 막 알이라는 세계에서 나오려는 중이다. 알껍질 밖의 세상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니, 불안과 공포를 가질 법도 한데, 마거리트는 지금까지 단단하게 자신을 보호해 주었던 알껍질이세상으로 가지 못하는 차단막이라고 생각 했던 것일까. 고민없이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냥(!) 해 나간다. 꼭 묶어 두었던 어떤 마음이 터져버린 것처럼.
매 순간의 경험은 우리의 가치를 만들기 마련이다. 수학의 세계, 그러니까 정(正)의 세계에서만 형성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마거리트는 새롭게 만난 반(反)의 세계에서 원나잇, 마작, 클럽…윤리와 가치관이 배제된 것 처럼 거침없이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신념과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다시 사랑하는 수학을 시작한다. 수학만 탐구하던 삶에서, 수학을 사랑하는 삶으로.
수학은 공식대로만 하면 언제나 명쾌하게 답이 나오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학의 공식과 법칙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야 말로, 깊이 탐구하고 고민하며 길을 찾아가야 하는 인생과 닮은 학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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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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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명필름아트센터, 한글날 맞이 <에.에.원> 특별 상영
ⓒ 명필름아트센터 인스타그램
명필름아트센터에서 한글날을 기념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특별상영을 한다.
관람 시 한글 버전 티켓과 패러디 포스터 <돌> A2 포스터를 증정한다고 한다.
CGV+OTT, 정액제 상품 출시
ⓒ 특허청
CGV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결합한 월 정액제 상품 CGV를
출시할 예정이다. 정확한 가격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한다.
웹툰 <문유>, 4DX로 10월 개봉
ⓒ 네이버 영화
네이버 인기 웹툰 <문유>가 웹툰 최초로 4DX로 제작된다. <문유>는 지구로 향하는 운석 '파이'를
막기 위해 달로 갔다가 홀로 남겨진 주인공 문유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담았다. 모션그래픽과 카메라를
활용한 움직임을 더하는 등 오감을 자극하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
미드 <커뮤니티> 영화화 확정
ⓒ IMDb
스트리밍 서비스 Peacock에서 유명 미국 드라마 <커뮤니티>의 영화화를 확정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Community: The Movie>로 원작 드라마의 여러 배우가 그대로 출연한다고 한다.
<헌트>,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 개막작 선정
ⓒ 네이버 영화
런던아시아영화제 측에서 지난 28일, 영화 <헌트>를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개막작 <헌트>의 감독이자 주연인 이정재 배우가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놀라 홈즈 2>, 11월 공개
ⓒ enolaholmes 인스타그램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에놀라 홈즈 시즌 2>가
11월 4일 오후 4시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편의 주연이었던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과
헨리 카빌이 출연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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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시대] 끝장리뷰 | 대만과 중국 | 에드워드 양의 양가성 | 예술에 대한 코멘트 | 오프닝, 결말해석 | 제목분석 | 아킴과 찰리 채플린 상징
[독립시대](199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대만
Chapter 2 예술
00:00 독립시대
01:20 대만 은유
02:45 유자의 곤혹
04:07 제목 분석
04:57 아킴과 채플린
08:18 양덕창 예술론
09:40 오프닝, 결말해석
11:39 별점 및 한 줄 평
11:5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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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461개의 도시락>
15살 코우키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뮤지션인 아빠 카즈키와 단 둘이 함께 살게 된다. 아빠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매일 도시락을 사줄 것을 약속하고, 대신 코우키는 학교에 빠지지 않고 등교하기로 약속한다. 학교에서 아빠의 도시락이 때로는 시한폭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절친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1년을 유급하여 한 살 어린 친구들과 같은 반에서 생활하는 것도 부모님의 이혼도 적응이 안 되는 코우키는 방황을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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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임 유어 맨> 리뷰 예고편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르 시작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