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8-19 10:05:22
8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주말 관객 수 1위 <에이리언: 로물루스>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공개 첫 주말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파일럿>은 개봉 3주 차에도 장기 흥행을 보이며 4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되었고
광복절을 맞이해 개봉했던 <행복의 나라>는 3위, <트위스터스>는 4위 <빅토리>는 6위에 머물렀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4150만 달러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으며 <데드풀과 울버린>이 1조 4564억원을 벌어들이며 역사상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R등급 영화가 됐습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식민지를 떠난 청년들이 버려진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 도착한 후, 에이리언의 무자비한 공격을 피하며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전작들과 달리 민폐를 부리는 인물이 적다는 점과 적재적소에 삽입되고 오마주 된 에이리언 시리즈의 레퍼런스, 떡밥 회수 등 에이리언 골수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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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까고 쏘고 쑤시는 마블 지저스의 MCU 입성기!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까고, 쏘고, 쑤신다. 연신 쉬지 않는 구강 액션으로 촌철살인을 날린다. 대상은 바로 마블! 나락 끝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는 마블의 현 상황을 이렇게 깔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데드풀은 마블 저격수로 등장해 그 임무를 다한다. 자칭 마블의 메시아이자 마블 지저스라 말하며 이곳을 구원하러 왔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연신 자조적 웃음을 짓게 한다. 하지만 그의 임무는 이게 다가 아니다. 울버린도 데려와야 하고, 폭스 영웅들과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도 소개해야 한다. 가끔 관객들과 대화도 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마블의 빅픽처를 그려야 한다. 그래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보는 재미가 있지만, 때로는 그 재미가 반감되기도 한다.
데드풀은 이제 데드풀이 아니다. 어벤져스 면접 낙방 이후 상심이 커진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슈트를 벗고 중고차 딜러로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산다. 여자 친구도 떠나고, 삶의 의욕이 없어진 그에게 남은 건 소중한 친구들. 이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던 그는 시간 변동 관리국(TVA)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미스터 패러독스(매튜 맥퍼딘)는 울버린(휴 잭맨)이 죽고 난 뒤 신성한 타임라인을 누군가는 구해야 한다며, 웨이드에게 의미 있는 임무를 맡기려 한다. 단, 친구들이 있는 세계는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고민에 빠진 데드풀은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타임러퍼를 빼앗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는 살아있는 울버린을 데려오기 위해 타임라인 여행을 하고, 끝내 한 명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근데 하필,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술만 퍼마시는 최악의 울버린을 데려온 것. 자신의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던 패러독스는 TVA로 온 이 둘을 변종들의 쓰레기장이라 불리는 보이드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이들은 프로페서 엑스의 쌍둥이 동생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를 만난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전 시리즈보다 한층 더 복잡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이전 <로키> 시리즈를 통해 등장한 TVA와 마블이 지향하는 멀티버스 세계관을 통해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영역은 확장되고, 그로 인해 다뤄야 하는 것들도 많아졌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와 세계관이 더 커지는 건 당연지사지만, 마블에서도 아웃사이더 히어로였던 그에게 이번 확장은 그 자체로 새로움이자 큰 도전이다. 이는 인사이더, 즉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데드풀의 MCU 입성을 위한 통과의례로도 보인다. 초반에 어벤져스 면접 장면은 이를 증명한다.
이번 여정은 데드풀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울버린도 동참한다. 울버린의 10번째 스크린 나들이라는 점에서 반가움은 크지만, 한편으로는 <로건>을 통해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 캐릭터의 재등장은 우려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숀 레비 감독은 과감히 울버린을 합류시킨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캐릭터가 곧 20세기 폭스의 마블 히어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울버린을 통해 디즈니에 흡수된 20세기 폭스에서 선보였던 히어로를 소환하고 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향수와 자극한다. 극 중 울버린은 쟈니(판타스틱 4), 엘렉트라, 블레이드, 갬블, X-23, 퍼니셔, 데어데블 (퍼니셔와 데어데블은 입으로만 전해진다.) 등 <인사이드 아웃>의 ‘기억의 뒤편’과 비슷해 보이는 보이드에서 이들을 마주하며, 데드풀과 함께 안내자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산드라와 최후의 대결을 펼치려는 이들을 도와주며 과거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을 일부 씻어낸다. 더 나아가 과거 자신이 해내지 못했던 세상의 위기를 몸 바쳐 막아낸다.
울버린과 20세기 폭스의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히어로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리얼 스틸> <프리 가이> 등 중요하고 인기 있는 이들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워 자신만의 영웅담을 만들었던 숀 레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궤를 같이한다. 모든 이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우리의 기억 속에 묻어뒀던 영웅들 또한 어벤져스 못지 않은 이들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안티히어로 데드풀, 다크히어로이자 뮤턴트인 울버린은 어벤져스가 아니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나름의 최대치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벤져스 못지않은 영웅으로 보인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통해 이들은 함께 나온 적이 있는 탄생부터 함께할 운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휴 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겉모습은 물론,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데드풀과 울버린은 최적의 파트너다. 아웃사이더이자, 이기적 행동, 힐링 팩터(재생능력), 말 못 할 고통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아래, 서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연합해 자신들에게 닥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재미로 다가온다.
영화는 세계관 확장과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합류도 몸집이 커졌지만 기존 시리즈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핏빛 액션과 병맛 코미디, 19금 농담과 욕이 난무하는 콘셉트는 시리즈의 정체성이 되었는데, 감독은 데드풀과 TVA와의 초반 대결 오프닝 장면을 통해 이를 잘 보여준다.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보여주는 버린의 멋진 살육(?) 율동 션은 디즈니에 인수되었어도 그 수위는 예전과 같다고 처음부터 못 박는 것 같다. 이후 보이드에서 설전을 벌이는 데드풀과 울버린의 대결, 카산드라와 한 판 대결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시리즈의 그 맛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전 시리즈의 쾌감이 이어졌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울버린의 가세와 멀티버스로 인한 세계관 확장에 따라 정작 데드풀다운 맛은 다소 떨어졌다. 특히 해야 하는 이야기가 많은지라 이번 영화에서 데드풀은 호스트 역할에 충실한 느낌이 강하다. 물론 그의 심리적 고통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그만의 과정과 노력이 등장하지만, 전편과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부족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여기에 20세기 폭스 히어로들의 등장도 향수를 자극하지만 <스피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느꼈던 감흥까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멀티버스 활용 면에서도 다각도로 머리를 썼지만, 기시감과 피로감은 여전하다. 더불어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이스터에그의 높은 진입장벽, 임팩트가 약한 빌런 활용도 등 마블 영화에서 지적되었던 부분이 반복되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공교롭게도 영화를 본 당일 美 ‘2024 코믹콘’을 통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빌런 닥터 둠 역을 복귀,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고 공개될 <어벤져스>의 새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울버린(20세기 폭스 히어로 포함) 복귀는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기존 어벤져스에 데드풀, 울버린 등 뮤턴트들의 합세는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지켜봐야 할 듯. 그러고 보면 일명 마블 심폐소생술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데드풀과 울버린>이 한 셈인데, 그럼 별 수 있나! 봐야지! 참고로 쿠키는 두 개다. 하나는 감동 그 자체, 하나는 폭소를 자아낸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참여한 크리스 에반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평점: 3.0 / 5.0
한줄평: 마블 지저스가 되기 위한 데드풀의 일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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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다른 발상의 조각들
한국 단편 경쟁 - 한국단편경쟁 6
<COMPUTER>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0분
감독 김은성
출연 김일지, 장지훈 등
줄거리
주연은 일지의 게임 중독 때문에 동거하던 집을 나가 버리게 되고, 다시 여자친구 주연의 마음을 잡기 위해 주연 앞에서 컴퓨터 부수는 계획을 세운다.
리뷰
<COMPUTER>는 섭리를 어기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목적론'이다. 목적론이란 사물은 목적에 의해 규정되고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이론인데, 쓰임 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가 그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어안렌즈를 활용하여 장면을 구성해 굉장히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해 냈고, 이러한 연출은 영화 속 뒤틀린 질서에 관해 이야기한 것 같았다. 영화는 목적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며, 주변 사물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했으며, 예측 불가한 전개와 긴장감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였다.
<오로라>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31분
감독 박형진
출연 김니나, 김수희 등
줄거리
어머니의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다단계 강사를 하는 니나. 일을 그만 두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자신의 집에서 빛나는 오로라를 보게 된다. 다음날 어머니의 병원비를 들고 가는 길에 다단계 물품을 환불해 달라고 하는 남매를 만나게 되는데…
리뷰
<오로라>는 다단계 종사자 니나의 애처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 한 명을 나쁘다고 칭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니나는 다단계 일을 하며 많은 아픔을 겪으며, 누군가의 호의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호의를 바라지 않았던 그 순간에 니나는 누군가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끝은 아름답기보다는 현실적인 엔딩이었다.
<sub)구독과 조아영#일상>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19분
감독 김국희
출연 조아영, 김국희 등
줄거리
유튜버가 되어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아영은 오늘도 브이로그를 찍어 본다. 그러나 맘처럼 잘 되진 않는다. 어딘가 찍어 올리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런 아영에게 아영의 삶을 늘 위협했던 존재가 다시 찾아온다. 영화는 그런 그녀의 삶을 휴대폰 시점샷과 그녀의 브이로그 셀프캠으로 보여 준다.
리뷰
<sub)구독과 조아영#일상>은 브이로그라는 형식으로 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촬영 방식을 택하며 흥미를 유발하였다. 우리가 유튜브에서 흔히 많이 본 요소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의 삶 속에 가장 가까이 있는 휴대폰을 통해 아영의 일상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가정 폭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감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갈 곳을 잃었던 뉴스를 보고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지의 행성>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3분
감독 김성민
줄거리
터널 너머 미지의 행성으로, 그는 매일같이 그리운 누군가가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리뷰
영화 <미지의 행성>은 죽음과 이별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인간의 삶을 남다른 발상을 통해 시각화한 작품이다. 공동묘지 속 무덤들이 마치 각각의 사람이 사는 고유의 행성처럼 표현하며, 애도하는 과정을 누군가의 행성에 놀러 가는 환상적인 여정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사람마다 애도하는 과정이 다르지만, 단순한 슬픔으로만 보이지 않길 바란 감독의 생각이 고스란히 보이는 영화였다. 또한 음악이 더 해져 이러한 의미가 더 잘 다가왔던 것 같다.
<50cm>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3분
감독 김소정
출연 이진하, 신가영 등
줄거리
시각장애인 가영과 그녀의 애인 은정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라톤을 준비하지만, 계속해서 다투게 된다.
리뷰
<50cm>는 화면비를 4:3으로 구성하며 가영과 은정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마라톤에서 가영과 은정은 정해진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로 가면서 화면비가 16:9로 넓어지는 연출을 하였다. 이 연출을 통해 가영과 은정이 세상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길이 아닌 둘만의 길을 갈 때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또한, 이 연출과 더불어 등장했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는 극의 감정을 더욱더 극대화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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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함께 추락한 영화
우리는 많은 재난을 접한다. 교통사고 같은 인간의 실수나 기계의 오작동으로 일어나는 일들도 있지만 자연이 주는 여러 가지 재해들을 피할 수 없다. 태풍, 홍수, 가뭄, 지진 등 다양한 자연재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가지 재해를 예측하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다양한 자연재해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많이 대비되어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 피해를 받고 있고, 다시 극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한다. 지구 온난화까지 가속화되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폭우나 가뭄이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도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재해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런 재해가 일어나면 인간들은 힘을 쓰기 어렵다. 재해를 피해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고, 그렇게 재해가 한 번 휩쓸고 간 터전은 복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돕고 어떤 사람들은 기부를 하기도 하지만 그중에도 나쁜 사람들은 존재한다. 이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살길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다. 어쩌면 이런 재해들이 인간이 가진 광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의를 가지고 있지만 혼란의 틈을 노린 일부는 다른 사람의 생명줄을 뺏거나 훔치면서 자신들의 삶만을 바라본다.
달이 지구로 추락하는 재난을 다룬 영화 <문폴>
영화 <문폴>은 달이 지구로 추락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겪는 재해를 화면으로 옮긴 영화다. 주인공 브라이언(패트릭 윌슨)은 유능한 우주비행사다. 자신의 파트너 조(할리 베리)와 함께 십 년 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괴물체를 만나게 되고, 신입 동료를 잃는다. 브라이언은 괴물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나사 고위층에서는 믿지 않았고, 동료 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브라이언은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된다. 그 사건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의 그는 이혼한 상태이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지 못하다. 나사에서는 불명예스럽게 해직되었고 우주에 대한 특강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조는 여전히 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임무를 지시하고 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멀어진 관계가 다시 동료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게 되는데 몰락한 영웅과 현재의 영웅이 재난 앞에 협력하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영화 속 달은 지구 주변을 돌던 궤도를 벗어나 점점 지구 쪽으로 다가온다. 그것을 발견한 음모론자 KC 하우스먼(존 브래들리)은 우연히 브라이언과 만나 나사로 향하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브라이언과 KC 하우스먼은 세상에서 배척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다. 자신의 말은 사람들에게 음모론으로 인식될 뿐이고, 소수를 제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믿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데 브라이언은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의 관계도 좋지 못하다. KC브라이언의 주변 역시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의 아픈 어머니를 제외하면 그의 주변에는 의지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렇게 소외된, 버려진 영웅이라고 부를법한 인물들이 완전한 전문가 영역인 나사에 가서 그들의 지식으로 재난을 해결하는 모습은 한편으론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과거 여러 재난 영화들이 집중했던 건 바로 스케일 큰 재난 장면이다. 재난 자체가 이런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고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도 도시가 파괴되고 달의 중력 영향 때문에 벌어지는 재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재난 영화를 좀 더 긴장감 있게 만드는 건 그런 재난 장면 자체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그러질 때 더욱 고조된다. <문폴>에서는 브라이언과 재혼한 아내 가족들의 관계, 그리고 KC하우스먼과 주류 나사 직원들 간의 갈등 관계가 보여지고, 이에 더해 조와 그의 전 남편과 아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그러니까 여느 재난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큰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영화 형식을 이 영화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해 속에서 나쁜 마음을 드러낸 약탈자들까지 등장해 긴장감을 높이려고 한다.
과거 재난영화들의 특징을 그대로 다시 재활용하는 영화
달이 지구로 떨어진다는 설정 자체는 신선하다. 새로운 재난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어디로 피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꽤 긴장감이 느껴진다. 또한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에 가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고, 지구의 가족들은 좀 더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긴장감을 높이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혼란한 틈 속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해 자신의 안위를 챙기려는 사람들도 등장시켜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구성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모든 조합이 그렇게 성공적으로 안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영화 속 재난 장면들은 꽤 스케일이 크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는 과거 <인디펜던스 데이>나 <투모로우>, <2012> 같은 재난 영화에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감독이고 이 세 영화들은 꽤 많은 흥행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문폴>에서 그가 연출한 재난 모습은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이 이미 많은 영화에서 여러 번 보아온 것들이다. 그래서 화면의 재난 상황에 집중해서 보게 되지만, 도시의 파괴나 여러 장면들이 이미 과거 재난 영화들에서 본 것들이라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은 크게 약해진다.
또한 영화가 집중하는 가족의 탈주극도 <2012>에서 이미 수차례 본 적이 있고 그것을 다루는 방식 자체도 2020년에 개봉했던 <그린랜드>의 혜성 충돌 위기 상황에서 사회 시스템에서 버려진 가족의 이야기 보다도 대충 묘사되어 있다. <그린랜드>에서 겪는 가족의 이야기가 <문폴>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탈주극보다 훨씬 긴장감이 높고 공감이 간다. 그러니까 이번 <문폴>은 달의 추락이라는 아이디어 이외에는 이미 본 재난 이미지와 인물 구도를 가지고와 다른 방식으로 짜짓기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브라이언을 연기한 배우 패트릭 윌슨과 조를 연기한 배우 할리 베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나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아쉬운 구성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래도 KC 하우스먼을 연기한 배우 존 브래들리의 연기는 눈에 들어온다. 모든 인물 중 가장 마이너 한 감성을 가진 그가 우주까지 나아가 그만의 농담을 보여주고 또 진지한 모습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관객이 감정 이입할만한 캐릭터가 되었다.
영화 <문폴>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아쉽지만 달이 지구로 가까워지면서 지구에 벌어지는 재난들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약하게나마 재난 상황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도 다루고 있어 극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길만한 킬링타임용 영화로서의 기능은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재난 블럭버스터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문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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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함이라는 감정과 허무함을 딛고 일어나는 인간에 대한 영화 《나를 찾아줘》
이영애의 복귀작이었던 영화 《나를 찾아줘》. 기대를 하면 항상 실망이 따라오곤 했었는데 이 작품만큼은 예외였던 그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서도 인간 본질에 대한 탐색적인 주제를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영화 《나를 찾아줘》 시놉시스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 숱하게 반복되던 거짓 제보와 달리 생김새부터 흉터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낯선 이의 이야기에 정연은 지체 없이 홀로 낯선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자신의 등장을 경계하는 듯한 경찰 홍경장과 비슷한 아이를 본 적도 없다는 마을 사람들. 그들이 뭔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 정연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6년 전 사라진 아이, 그리고 낯선 사람들. 모두가 숨기고 있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사람들영화 《나를 찾아줘》를 보면서 가장 처음으로 띠용~~했던 장면은 정연의 남동생이 정연을 이용하는 장면이었다. 윤수를 찾으러 다니다가 교통사고 당해 죽은 남편을 보내고 폐인이 된 정연에게 걸려온 전화를 대신 받은 남동생은 윤수가 살아있다는 제보전화가 왔음을 정연에게 알리지 않는다.
설마,, 에이,, 알려주겠지 했는데 돈이 필요했던 정연의 남동생은 정연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정연에게 공중전화에서 윤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며 돈을 요구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혈연관계라고 해도 돈 앞에서는 언제나 자신이 먼저구나 싶었다.
무너져가는 누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 절박함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갈취하는 모습을 통해서 같은 핏줄을 나눈 사람도 저러는데 완벽힌 남인 사람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인간관계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었다.
허무함에 대해 다루다
영화 《나를 찾아줘》를 다 보고 느꼈던 감정은 ‘허무하다, 허탈하다’였다. 윤수를 찾으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찾다가 윤수가 죽고, 알고보니 정말 윤수가 아니었던,, 정말 허무했다. 평소 같았으면 ‘와,, 이 영화는 도대체 뭘까?, 주인공은 내내 뻘짓을 한걸까?’하고 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 인생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 뭐,,’이런 생각이 들었다.
애써 노력해도 막상 그 결과를 보고 나면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했나 현타가 오고, 허무함과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거기서 또 좌절하기 보다는 또 다른 목표점을 찾아내서 노력하고 성취해가는 것이 인생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는 그 모습을 ‘실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잘 풀어내고 있었다. 인생에서 허무함과 허탈감을 느끼는 정도를 실종된 아이를 과정에서 느끼는 부모의 심정과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나를 찾아줘》는 ‘실종’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허무함이라는 감정을 잘 풀어내면서 감정의 경험을 확장시켜준 것 같다.
인간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 캐릭터들
영화 《나를 찾아줘》를 높이 평가하는 이쥬 중 하나는 필자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과 영화의 시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린아이들을 제외한 어른들을 선악의 모습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윤수를 잃어버린 정연 마저도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사람에게 독극물을 쓰기도 하고, 윤수의 위치를 몰래 알려준 경찰 역시 집단 속에서는 똑같이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아이들은 몰라도 사회화가 된 어른들은 이런 선악의 구조를 모두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시선에 맞춰 상황에 따라 선의 모습을 드러낼지, 악의 모습을 드러낼지 사람들은 결정한다. 집단 속에 있을 때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취득하기 위해 선과 악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 영화 《나를 찾아줘》의 캐릭터들이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이 됐다.
굉장히 부정적이고 암울한 감정에 대해 섬세하게 풀어낸 영화 《나를 찾아줘》. 인간의 선악에 대해 그리고 허무함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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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다섯 스물하나>정답보다 풀이가 중요한 순간이 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이라는 난적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 온 수많은 이들은 아마 다음 두 문장을 숱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풀이를 쓰면서 문제를 풀어라." 그리고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답을 찾아내는 게 지상 최대 과제인 한국의 학생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은 사실 머나 먼 안드로메다나 아스가르드 마냥 낯설기만 한 조언이었다. 그저 조금 더 꼬고 길어진 풀이를 요구할 뿐, 같은 개념과 원리를 요구하는 문제들을 줄줄이 틀리기 전까지는. 이는 한 편의 인생 드라마가 되는 듯했던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범한 패착이기도 하다. 답을 위해 과정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역시 정답에 도달했는데도 허탈하고 공허하게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했다. 바로 한국의 <라라랜드>였다. 이미 그 정답은 드라마의 시작에서 다 알려져 있었다. 나희도의 첫사랑인 백이진과 딸인 김민채의 성씨가 다르다는 점은 90년 말, 2000년대 초의 청춘을 추억하는 드라마의 로맨스가 결코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라는 암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즉,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커플의 완성 혹은 결혼으로 이어지는 로맨스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 대신, 사랑과 꿈이라는 갈림길을 함께 걸은 두 청춘의 동행을 보여줄 것임을 일찌감치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두 주인공의 관계는 <라라랜드> 속 세바스찬과 미아와 꼭 닮아 있으며, 그래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한국의 <라라랜드>라 할 수 있다. <라라랜드>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재즈와 연기를 할 이유와 열정이 되어줬던 세바스찬과 미아.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서로 다른 꿈을 좇는 현실 앞에서 갈라진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세바스찬은 배우인 미아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해 "리허설 같은 건 아무데서나 할 수 있으니 함께 가자"라고 말한다. 반대로 미아 역시 세바스찬의 세계를 모르기에 밴드 투어가 언제 끝나는지를 묻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렇다고 해서 <라라랜드>가 그저 연애에 실패한 청춘의 새드엔딩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으니 한편으로는 해피엔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물다섯 스물하나> 역시 두 인물의 세계와 두 세계의 충돌에서 비롯된 갈등, 그리고 두 주인공 모두 그들의 세계를 포기하지 못할 것임을 보여줘야 했다.
실제로 초반에서 중반부로 흐르는 전개 역시 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나희도와 백이진 사이에 흐르는 감정선을 단순한 연애 플래그로 활용하는 대신, 사랑과 우정 혹은 사랑과 동지애 사이를 줄 타는 미묘함으로 남겨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펜싱과 기자라는, 전혀 다른 두 세상이 만나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서사에 더 가까웠다.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누명을 쓴 나희도의 억울함을 백이진이 기자로서 풀어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패배가 눈앞까지 온 상황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희도를 보면서 기자로서 버틸 힘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 사랑으로 발전했던 이들의 관계가 각자의 꿈과 커리어라는 목표를 넘어서지 못해 갈라지고,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로 남는 것도 놀랍지는 않다.
물론 이처럼 정답이 이미 반쯤 공개된 상황에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시청자들을 유인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정답에 이르는 풀이 과정에서 클리셰를 파괴하는 신선한 매력을 선보이며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자칫 흔한 트렌디 드라마의 전철을 밟을 뻔한 전개에 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적절히 혼합해 차별화시킨 점이 대표적이다. 백이진의 경우, 그는 사실 나희도와 고유림이라는 두 여성 주인공 사이에서 백마 탄 왕자님의 위치에 있어야 할 인물이다. 하지만 IMF라는 시대적 맥락은 그룰 <상속자들>의 '차은상' 못지않은 캔디로 만든다. 또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희도의 성장을 위해 기능적으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흩어진 가족을 다시 모으고, 또 기자로서 성장하는 본연의 서사를 충실히 보여준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지만, 그 시절을 재현하는 데에만 집중한 안일함은 없는 것이다.
또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스포츠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부각하면서 뻔한 삼각관계를 비튼다. 나희도와 고유림은 백이진을 두고 연적으로 부딪힐 수도 있는 사이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두 여성 간의 분노와 질투의 감정 대신 동병상련에서 기인하는 연대에 주목한다. 그들은 펜싱 선수이기에 서로가 서로만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을 공유하고, 그 결과 서로에게 선의의 라이벌이자 단짝 친구로 우정을 쌓는다. 이는 익명의 온라인 채팅에서 만난 친구의 정체가 공개되는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다. 그 덕분에 나희도와 백이진의 관계에서 동지애가 부각되듯이 고유림과 백이진의 관계에서는 남매의 정이 두드러질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는 고유림이라는 캐릭터의 주체성과 입체성이 극적으로 살아난 배경이기도 하다. 그녀는 남주의 사랑을 받기 위해 발악하는 대신,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 수많은 좌절과 성장을 경험한다.
이처럼 클리셰를 벗어날 줄 아는 과감함과 로맨스에 함몰되지 않는 각 캐릭터의 성장 서사의 시너지 덕분에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우며 아련한 청춘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다섯 주인공이 각자 마음에 한 구석에 가진 어둠을 신파나 눈물로 들추어내기보다는, 미소 끝에 머금고 다시 정진하는 전개가 반대로 돌린 수도꼭지 같은 청량함을 선사한 것이다.
그러나 신선함, 청량함, 아련함과 같은 장점은 후반부에 들어 극의 기본적인 짜임새가 무너지자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초여름의 밤을 떠올리게 하는 청춘물이자 성장드라마는 어느 순간 사랑에 울고 웃기를 반복하는 익숙한 멜로드라마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클리셰를 주도적으로 파괴하던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신파와 눈물의 진부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망설임을 모르던 나희도는 남자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다. 백이진이 사랑 대신 커리어의 성공을 택하는 변화 과정은 울음과 소주로 가득하다. 현실에서도 만날 수는 있겠으나 꽤나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고유림의 이민 사연 역시 눈물로 점철되어 있다.
그 결과 명쾌하고 탄탄했던 캐릭터의 서사는 붕괴되고, 나머지 극의 개연성에도 큰 구멍이 뚫리고 만다. 엄연히 성장 서사여야 할 드라마에서 정작 주인공인 백이진의 성장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대표적이다. 희도는 학교 펜싱부가 해체하고 우상이었던 이에게 냉대를 받는 와중에서도 끝내 금메달과 친구를 모두 얻는다. 유림은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러시아행을 선택한다. 지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연애를 지켜내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분야에서의 성공을 거둔다. 승완은 학교 측의 부조리에 당당히 맞서 쉽게 끝낼 수 있었던 입시의 길을 굳이 돌아간다. 반면에 이진은 줄곧 상황에 무기력하게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결국 희도와의 이별로 귀결된다.
그러니 이들이 예상했던 답을 향해 나아간다 해도,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자연히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로의 감정선을 설명하느라 긴 분량과 대사를 할애한 마지막 화가 그 방증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장 큰 힘은 젊음과 청춘의 판타지를 화면 가득 생생히 살려 놓은 데 있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분명 영원할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빛바래고 흐릿해진 기억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을 품고 있었다. 이처럼 달콤함 끝에 느껴지는 약간의 쓴 맛은 드라마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여전히 넷플리스 TOP10에서 1위 경쟁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일 것이다.
그러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믿어야 했다. 클리셰를 비틀어 만들어낸 시원하고 청량하며 아름다웠던 판타지를 지켜야 했다. 한국의 <라라랜드>가 되겠다며, 현실적이고 알싸한 사랑이라는 정해 놓은 답으로 가기 위해서 늘어지고 진부해질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훌륭했고 또 좋았기에, 기꺼이 일주일을 기다릴 수 있었기에, 더더욱 휘황찬란한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P(Poor, 형편없음)
나쁜 정답은 아니었다. OMR이 아니라 서술형이었던 답안지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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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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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영국 첩보국 일명 '서커스'의 국장, 컨트롤은 부하 짐 프리도에게 밀명을 내린다. 서커스 안에 숨어있는 러시아 스파이 '두더지'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헝가리 장군을 만나보라는 것. 하지만 짐이 만난 장군은 일종의 함정이었고, 그는 살해된다. 그 후, 사건에 책임을 지고, 컨트롤과 함께 물러난 조지 스마일리는 러시아의 첩보국장 카를라가 숨겨놓았다고 전설처럼 언급되곤 했지만 모두가 믿지 않았던 두더지 잡기 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던 와중에 변절했다고 알려져 있던 리키 타르가 그를 찾아와 자신에게 벌어졌던 자초지종을 토로하고, 자신의 보고를 묵살한 서커스를 의심하는 발언을 그에게 쏟아낸다. 이 때, 조지는 리키 타르의 증언을 토대로 서커스의 일원 4명 중에서 누가 스파이일까 고민하게 되는데, 과연 그는 러시아에서 보낸 스파이를 깔끔하게 잡아낼 수 있을까?
1. 액션 신이 없어도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
"아무도 믿지 말게, 짐. 특히 수뇌부 사람들은 말이야."
짐 프리도에게 내려진 컨트롤의 밀명은 서커스 멤버 중에서 두더지가 있으니, 그를 찾아내라는 것이었다. 컨트롤은 짐에게 두더지가 앨러라인일 경우, 암호명으로 팅커, 헤이든일 경우에는 테일러, 블랜드일 경우, 솔져, 에스터 헤스일 경우, 푸어맨으로 지정해 주었다. 그나마 컨트롤이 신뢰하는 서커스 멤버였던 것으로 보이는 스마일리는 자신의 동료를 의심해야 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은밀히 진행한다. 단 한 번의 무력적인 충돌 없이. 그 결과, 그저 남을 믿지 않는 것만으로 스파이를 찾아낸다.
흔히 첩보 영화라면 시원한 액션을 기대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액션 신이 없다. 하지만 충분히 긴장감이 있다. 특히, 스마일리를 돕고 있는 피터 길럼이 리키가 보고하던 날의 업무 일지를 빼돌려 오라는 지시를 행하는 장면에서의 배우는 문서를 유출하는 자신을 보호해야만 하는 그의 급박함과 침착함을 잘 표현해내었다고 생각하며, 그런 연기에 긴장감 넘치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덧입히니, 급박한 상황을 잘 표현하는 음악과 그의 침착한 행동이 조화를 이루어 멋있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제이슨 본, 007시리즈처럼 요원들의 멋있는 액션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것을 타겟으로 잡지 않았다. 스마일리는 사람을 잘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인 캐릭터이다. 무표정 속에서 그는 동료를 수없이 의심하고, 정보원들이 물어다주는 정보도 철저히 그만의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를 보고 있으면 첩보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액션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만 같다.
2. 변절자를 대하는 스마일리의 모습
"전 선택해야만 했어요. 도덕적 선택 못지 않은 미학적 선택이었죠. 하지만 전 그의 수하가 아닙니다."
영화 말미에 스파이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스마일리가 동료들을 추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자신이 러시아 첩보국의 스파이가 된 것은 미학적인 이유였다는 대사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미학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혹시 이미 스파이라고 탄로난 상황에 썩을대로 썩은 서방 세계를 떠나 뜨고 있는 다른 국가의 스파이가 되는 것이 폼나지 않느냐 라는 것일까. 입을 삐죽거리며, 자신의 폼생폼사를 논하는 그를 보니, 조금 찌질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관객의 입장에서 칙칙한 필터로 그려진 한 인간이 배신으로 몰락을 바라볼 때, 모호하지만 강렬한 감정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모호함이 짠함일 수도 있고, 경멸일 수도 있고, 오묘한 감정의 총합이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동료를 배신한 자가 이유랍시고 한 말은 그저 추해 보일 뿐이었는데, 그 추함은 아마도 자신의 변절을 멋있음으로 포장하고자 하는 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일리의 추궁은 감정적이지 않았다. 추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호통을 치면서 추궁을 하고 있긴 하지만 크게 표정을 일그러트린다거나 동료의 배신에 눈물 흘리며 감정적 호소를 하지 않는다. '네가 어떻게 나를 배신할 수가 있어' 같은 신파적인 요소가 없다. 그저 건조하지만 힘있는 말투, 서늘한 눈빛으로 그저 질문할 뿐이다. 정보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자가 가질 수 있는 태도, 굳이 화를 내지 않고도 정보로만 승부를 보고, 차분히 취조하는 그의 태도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두더지의 손아귀에
"실패와 추문만 난무할 뿐 쓸만한 요원이 없어요"
두더지가 잡혔지만 모두가 공범이었고, 결백함을 주장하기엔 너무 멀리와 있었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충성한다는 명분 아래 정보를 유출시키고 있었다. 영국에는 믿을 만한 정보원이 없다면서 자국 디스를 했지만 결국 그들도 변절까지는 아니지만 국가의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두더지의 농간에 놀아나는 요원으로서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그들은 두더지가 짜놓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짐 프리도에게 조용히 살 것을 종용하고, 러시아 첩보원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해고시켜가면서 서커스를 곪게 만들었다. 그들의 의도는 영국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겠지만 말이다. 충성심을 역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다니, 카를라라는 캐릭터는 단 한 번의 얼굴 등장도 없이, 참 존재감이 크다.
그들의 충성심은 영화 막판에 두더지의 정체를 알게 되고, 두더지의 소재지에서 나오며 스마일리와 마주쳤을 때, 그의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는 한 실패자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고, 또다른 실패자는 스마일리의 추궁 장면에서 그가 울먹일 때, 조금 보이는 듯했다. 그들은 변절자가 아니라 속아넘어간 사람들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잘난 척들을 했지만 결국 스파이의 농간에 놀아난 사람들임이 탄로나버린, 작전에 실패한 요원들의 말로를 보니, 첩보 세계의 냉정함이 보였고, 첩보원들은 참 치열하고, 치밀해야 함을 느꼈다. 스마일리의 무표정하고, 치밀한 일처리가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인간으로서 동정해주고 싶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인간적인 이해보다는 철저한 요원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이기에 깊은 인간적 이해는 그만두도록 하자.
4. 총평
한국에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 '공작'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는데, 정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첩보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액션을 위한 좋은 몸이 아니라 눈치와 머리 싸움이라는 것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는 점이 비슷하다. 공작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도 그렇고, 내부에 숨어있는 적을 색출해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첩보 세계에 대해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이 두 영화를 추천한다.
이런 영화들을 볼 때면, 애국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애국은 다른 이들에게 변절일 수도 있는 첨예한 단어이기 때문일까.
※ 해당 영화는 Netflix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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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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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화 중간까지는 엄청난 띵작이었지만
그 이후는... 음... 글쎄요ㅎㅎㅎ 샛별이 10화까지가 그립네요
#보건교사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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