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3-02-16 11:49:47
미쳐있었기에 시대를 풍미했고, 사랑했기에 세계를 떠났던 이들의 이야기
영화 <바빌론> 리뷰
미쳐있었기에 시대를 풍미했고, 사랑했기에 세계를 떠났던 이들의 이야기
영화 <바빌론> 리뷰
감독] 데이먼 셔젤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시놉시스] 모든 순간이 영화가 되는 곳ㅡ'바빌론'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
지난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저스틴 허위츠가 내한을 해서 콘서트를 열였었다. 이 콘서트에서 현재 작업 중인 영화가 바빌론이고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음악이 정말 잘나왔다고 자랑을 했었다. 그래서 그 작품이 어떻든 음악 하나는 좋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개봉을 기대했던 작품이었던 영화 <바빌론>. 바빌론은 기대했던 만큼 음악도 최고였고, 작품성도 정말 좋았던 수작이었다.
영화 산업을 이해한다면 극호일 작품
데이먼 셔젤과 저스틴 허위츠 조합의 영화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었다. 물론 그 둘의 작품을 다 본것은 아니지만 라라랜드와 위플래시는 그닥 내 취향은 아니었다. 물론 음악은 좋았지만 캐릭터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극호였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단 한번도 시계를 찾지 않을 정도로 지루한 장면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1920년대부터 무성영화가 발전하면서 이 시대를 호령했던 극 중 주인공 브래드피트와 떠오르는 신예 마고 로비. 이 둘이 점차 유성영화로 발전해 나가면서 무너져가는 그들의 영광을 굉장히 짜임새 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는 시대적 배경과 그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았는지, 그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와 인종차별과 같은 인권 문제, 대중예술로 치부되면서 고급 예술이라 칭송받던 연극과의 대립 등 영화가 발전해오면서 직면한 정치적,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갈등들을 녹여내고 있어서 영화 그 자체를 넘어서 산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박수를 치고 나올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캐릭터들의 총집합
영화 바빌론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렇게까지 무엇인가를 좋아할 수 았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 속 캐릭터들은 영화에 대한 진심을 각자 나름대로 풀어낸다. 브래드 피트의 경우에는 1920년대 무성영화의 상징인 인물 잭 콘래드로 등장한다. 하지만 고전만 찍는 당시의 영화 산업을 보다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다. 방탕해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영화의 다음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유성영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영화 산업계에서 잭 콘레드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저버린 태양이라는 수식을 달자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마고 로비도 역시 마찬가지다. 마고 로비는 무성영화의 전성기 시기 제작자의 눈에 들어 단번에 스터덤에 오른 신예 배우 넬리 라로이 역을 맡았다. 그녀 역시 무성영화 속에서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었을 뿐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오자 목소리의 한계와 싸보이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물이 되어버린다. 갖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견디기 힘들어했던 그녀는 결국 다시 밑바닥 인생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그녀의 유일한 친구 매니 토레스에게 돌아가 행복한 말년 맞는가 싶더니만 영화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녀는영화에게 버림받은 이상 더이상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인지 그를 떠나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배역 하나는 따내기 위해 대사 한 줄을 더 얻기 위해 범죄행위를 하는 이물들까지. 영화 바빌론 속에는 영화엗 대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영화에 광기 어린 사랑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런 그들은 결국 영화 산업계에 버림을 받으면서 다 죽음을 맞이한다. 오히려 영화 산업계와 멀어지고 이제 더이상 영화 작업을 하지 않는 매니 토레스만이 살아남아 바뀌어가는 영화사를 눈으로 지켜보며, 자신을 포함한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써 내려갔는지 확인을 할 수 있게 된다.
왜 바빌론알까?
영화 바빌론을 보러가기 전 영화 제목이 바빌론이어서 고대시대 공중정원을 만들었던 바빌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바빌론은 비유의 표현이었다. 우리가 바빌론을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고대도시이자 환락의 세계, 그리고 존재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만나볼 수 없는 환상과도 같은 시대라는 이미지로 생각한다. 영화 바빌론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라는 산업을 폭발적으로 발전시킨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만나볼 수 없지만 꿈만 같았던 1920년대의 영화 산업시대를 들여다보면서 그 세계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 면에 얼마나 많은 타락과 아픔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미쳐잇었기에 그 시대를 풍미해쏙, 사랑했기에 그 세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고백을 담음 작품이었다. 영화 산업의 태동과 변화의 찬란함, 그리고 그 이면을 함께 보여주었기에 영화를 다 보고 나온다면 왜 바빌론이 제목이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올해 볼 작품이 많겠지만 아마 영화 바빌론은 2023년 손에 꼽히는 명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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