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23 13:19:03
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한 주의 절반이 가고 절반이 남은 목요일!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2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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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새로운 모험 떠나는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째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오는 6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2008년 개봉한 전작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이어 1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 영화인데요, 전설적인 모험가이자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가 '운명의 다이얼'을 찾기 위해 또 한 번 새로운 모험에 뛰어드는 액션 어드벤쳐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의 상징과도 같은 해리슨 포드가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나섭니다. 반면 전작들의 감독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총괄 제작자로만 함께할 예정이며, <로건>, <포드VS페라리> 등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해리슨 포드 외에도 피비 월러-브리지, 안토니오 반데라스, 존 라이스 데이비스, 매즈 미켈슨 등이 합류해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디에이징 기술과 분장을 통해 인디아나 존스의 젊은 시절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전해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구교환 주연 SF영화 '왕을 찾아서' 촬영 돌입

2019년 영화 <봉오동 전투> 이후 원신연 감독의 신작인 <왕을 찾아서>가 구교환, 유재명, 서현, 박예린 등의 캐스팅을 확정 짓고 첫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왕을 찾아서>는 1980년 여름, 비무장지대 마을에 찾아온 정체불명의 거대한 손님을 맞이하게 된 군의관 '도진(구교환)'과 마을 주민들의 모험을 그린 SF 영화이며, 유재명은 정의감 넘치는 마을 주민 '주복' 역을, 서현은 마을 보건소의 유일한 간호사 '정애' 역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FX 기술력과 원신연 감독의 연출력이 만난 작품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장가에 새로운 영화 흐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종서 할리우드 데뷔작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3월 개봉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이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붉은 달이 뜬 밤, 폐쇄병동을 탈출한 의문의 존재 모나(전종서)가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이들과 완벽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미스터리 펑키 스릴러'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 <버닝>으로 데뷔와 동시에 칸 영화제에 진출한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작으로, 이외에도 BFI런던국제영화제, 취리히영화제, 멜버른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전 세계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낸 기대작입니다.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은 영화만의 기묘하고도 펑키한 분위기가 강조되어 궁금증을 안기는 동시에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에어 조던 성공 실화 다룬 영화 '에어' 4월 개봉

대표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의 '에어 조던' 성공 실화를 다룬 영화 <에어>가 4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에어>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아르고>로 3관왕을 달성한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벤 에플랙의 신작으로, 1984년 업계 꼴찌를 달리며 존폐 위기에 처해 있던 나이키가 당시 NBA 신인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에게 모든 것을 검으로써 극적인 성공을 이뤄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농구화 브랜드 '에어 조던'의 탄생 비하인드를 담았기에 브랜드 팬은 물론 다양한 관객층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출을 맡은 벤 애플렉의 출연과 더불어 그의 절친이자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공동 수상했던 맷 데이먼이 출연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윌 스미스 폭행사건 이후 '위기 대응팀' 만든 아카데미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는 시상자인 크리스 록이 탈모증을 앓는 자신의 아내를 놀리자 무대 위로 올라와 그의 뺨을 때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발생시켰는데요, 해당 사건은 전 세계로 전파를 타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 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카데미는 윌 스미스의 향후 10년간 아카데미 행사 참석을 금지시킨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후속 조치로는 올해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 '위기 대응팀'을 신설해 '잠재적인 실시간 비상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카데미의 최고 경영자 빌 크레이머는 "기존에 없던 위기 대응팀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예상할 수 없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계획하는 모든 일에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홍상수 신작 '물안에서' 베를린 영화제서 첫선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 <물안에서>가 현지시간으로 22일, 독일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관개들에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물안에서>는 새로운 영화적 비전을 담은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인 '인카운터스'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아웃포커스를 활용했다는 점과 61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을 비롯해 여러 실험적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첫 상영일이었던 이날 500석이 전석 매진되었고, 관객 층은 젊은 영화학도 등 학생들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화는 배우를 꿈꾸던 젊은 남자가 영화를 연출하겠다며 같은 학교에 다녔던 남녀와 섬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출연 배우 세명은 모두 홍상수 감독이 건국대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의 제자들이라고 합니다. <물안에서>는 앞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세 차례 더 상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

드림웍스의 대표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가 2025년 3월 개봉을 목표로 실사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크레시다 코웰의 책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총 3편 개봉했으며, 전설적인 바이킹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히컵'이 우연히 부상당한 드래곤 '투슬리스'를 만나며 벌어지는 모험을 담은 만화영화 시리즈입니다. 전 세계에서 16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했고, 우리나라에서도 25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인데요, 실사 영화도 오리지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영화 <라라랜드>, <드라이브> 등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마크 플랫까지 합세해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관개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다양한 드래곤들의 모습이 실사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에 팬들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저희는 새로운 영화 소식들로 다시 돌아올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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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제된 악의 미학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악역 캐릭터로 빠지지 않는 그 이름, 한니발 렉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그는, 영화 속에서 신입 FBI 요원 클라리스 스털링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범죄 심리 스릴러의 정점을 찍으며 동시에, 둘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애틋함은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는 작품으로 만든다.
살아숨쉬는 캐릭터의 품격
주인공 클라리스 스털링은 FBI 연수생으로, 연쇄 살인범 ‘버팔로 빌’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그녀가 범죄자를 추적하던 중 자신의 과거와 겹쳐 보이게 되고, 한니발 렉터 박사에 의해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안겼던 사건을 꺼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자신이 지키지 못한 양들의 울음소리에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그녀는 과거를 마주하고, 피해자를 구출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극복했다. 영화는 스털링의 내면을 세밀하게 조명하며, FBI와 범죄자의 세계에서 자신 내면과 싸우며 극복하고 한니발 렉터의 주도권을 서서히 잡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인상깊게 남는다.
한니발 렉터는 잔인한 식인 살인마이면서도 품격과 예의를 갖추었으며, 뛰어난 지적 능력까지 지닌 인물이다. 그의 대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면도날 같은 질문이며, 그를 마주한 순간 상대는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내면의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렉터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양들의 침묵>을 단순한 스릴러에서 심리적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연출 중 하나는 한니발과 스털링의 관계다. 렉터는 스털링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그녀를 조롱하거나 협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스털링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두 사람은 감옥이라는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그 안에서 위험하면서도 은근한 신뢰가 싹튼다. 첫 만남은 신인 스털링을 한니발을 아래로 내려다봄으로써 상하관계가 형성되었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한니발과 클라리스는 수평적인 관계이자 클라리스가 주도권을 가진 관계로 발전한다. 스털링은 렉터를 경계하면서도 그의 조언을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를 얻으며, 렉터 역시 그녀에게 흥미를 느끼고 독특한 방식으로 돕는다. 이러한 긴장과 협력의 균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양들의 울음소리’는 그녀가 외면하고 싶었던 트라우마를 상징하며, 결국 그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의 범죄자가 아니라 내면의 상처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리고 한니발 렉터는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형상화한 존재다. 그는 살인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버팔로 빌보다 훨씬 정제된 지성과 매력을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대비는 악(惡)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며,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을 허물어버린다.<양들의 침묵>은 공포와 긴장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리적 여정이다. 클라리스 스털링의 상처와 성장, 그리고 한니발 렉터라는 미스터리한 존재의 이중성은 매력적인 스토리로 살아숨쉰다.
변화를 원하는 것은 버팔로 빌뿐만 아니라 클라리스 스털링 그리고 한니발 렉터 또한 마찬가지다.
한니발과 클라리스는 서로가 서로를 만남으로써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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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작년에 돌아가신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과 흐믓한 기분이 들었다. 루스의 삶을 보면서, 역사에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이 나타나 역사의 진보를 이뤄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즉, '루스'는 특정한 개인이면서 역사발전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인물의 현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 '루스'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존재로서의 '여성'이자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멋진 드라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초기 공동체 - 모계사회 - 를 제외하고 줄곧 남성이 주류였던 사회였다. 즉, 같은 인간이면서도 단지 '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은 여성은 착취하고 억압하고 학대했다. 남성이 권력을 갖게 된 시기를 마르크스는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면서부터라고 했다. 이건 인류가 채집경제를 벗어나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를 말하며, 농경, 정착, 집단화의 과정을 거치며 인류는 문명을 이루기 시작했다.
잉여생산물의 발생은 노동생산성이 증가한 결과이며, 이는 공동체 시기에 모든 구성원이 채집 활동을 했던 것과 달리, 집단의 우두머리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고, 다른 구성원이 생산한 잉여생산물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잉여생산물을 취득한 집단의 우두머리는 지혜롭고 경험이 많은 노인이었고, 그는 신과 대화하는 무당이기도 했다. 그 우두머리가 꼭 남성은 아니었다.
잉여생산물의 집적, 농업에서 남성노동력의 우월성,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 기간, 여성의 생리와 임신, 출산이 갖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신비로움과 두려움, 공동체에서 존재했던 다부모, 다자식 형태에서 일부일처 또는 일부다처제로 나아가는 원인 역시 남성이 잉여생산물을 독차지하고, 여성을 사회적 존재에서 대상화, 소외시키면서 경제적, 사회적 권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핏줄에 대한 집착으로 발생한 사회적 계약이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는 건 모든 인종, 모든 지역, 모든 사회에서 공통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잉여생산물을 독점하려는 남성 집단의 담합과 여성을 소유하려는 남성 집단의 연대가 암묵적 또는 공공연하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 '가부장제'가 굳건하게 뿌리내린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남성이 권력을 차지하는 방식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일정한 패턴을 갖는다.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던 초기에 남성(집단)은 물리적 폭력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동시에 금기(터부)를 만든다. 여성의 생리를 부정한 것으로 규정하고, 집단에서 배재하는 방식으로 시작한 금기는 점차 다양하고 세분화하면서 여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존재'로 규정해 나간다.
집단(사회)의 규정은 남성 중심, 남성 위주로 재편되고, 여성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며, 모든 기득권, 권력의 독점, 경제적 이익을 남성이 차지하도록 구조를 만들어 가고, 공고히 한다. 이런 지배 규칙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사회제도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모든 사회경제 제도, 노예제, 농노제, 자본제에서 주류는 남성이었고, 그들의 사회는 가부장제를 핵심으로 한다.
'여성과 계급'의 문제는 어느 시대든 가장 급진적이며 본질의 문제였다. 둘 사이에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고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여부는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성 문제는 늘 계급 문제에 가리거나 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계급 해방은 극소수 착취 계급을 무너뜨리며 착취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지만, 여성 해방은 인류 보편의 평등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이며 여성 해방은 자연스럽게 계급 구조도 해체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즉, 경제적 착취 구조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형태를 달리하며 노예제, 농노제, 자본제 등으로 옮겨갔지만, 여성의 차별, 착취는 계급 발생과 함께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성차별, 성불평등이 강제되는 사회는 멸망했으며, 자본주의 체제 역시 성차별, 성불평등이 강화된 사회구조여서 계급 갈등과 함께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는 두 개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자본주의 체제도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페미니즘'이 공산주의 이론에서 나타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공산주의 이론은 계급해방과 인간해방을 동시에 주장하며, 이때 인간해방은 양성평등을 기본 전제한다. 또한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해방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즉, 공산주의는 계급의 철폐와 함께 인간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체제다. 지금까지 몇 나라에서 실험한 공산주의는 실패했다. 그래서 '현실 사회주의'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류의 미래가 지금과 같은 소수 착취자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를 폐기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그것이 꼭 '공산주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소수에 의한 다수의 착취, 남성에 의한 여성의 착취 같은 착취 구조는 점차 평등을 향해 나가고 있음을 역사의 발전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이 사회적 존재를 드러내고, 자신의 위치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할 때마다 가부장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런 시도를 방해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남성과 여성을 적대적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어리석은 남성 대중은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이 여성에 의해 침범당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온 남성들에게는 남성우월주의가 마치 물속에서 물고기가 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느껴지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있는 것처럼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자신의 숨 쉴 권리를 찾으려 하는 당연한 행동을 남성 일반은 자신(남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체제에 안주한 기득권자인 남성은 여성을 억압하는 지금의 사회구조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단지 '성'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기득권에 소속되며, 특혜를 누린다. 반면 여성은 똑같은 능력을 가졌거나 더 나은 능력이 있어도 남성보다 적은 보상,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여성은 본질적으로 진보적이며, 사회 변화의 주체다. 그럼에도 여성은 여성만으로 세계를 변혁하지 못한다. 계급 투쟁이 여성운동보다 근본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 나는 물론 둘 다 근본적이라고 본다 - 보편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여성운동은 계급투쟁과 동행하거나 포용해야만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계급투쟁에서 여성운동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동시적이며 본질적인 과제인 것이다.
페미니즘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백인 부르주아 여성'이 주도하는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그보다 앞서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기 위한 노동계급 투쟁에서 페미니즘은 여성해방과 노동계급해방을 동시적 과제로 선정했다. 노동계급은 8시간 노동, 주5일 노동, 생리휴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업에서 성차별 철폐, 가사노동의 사회적 보상 등 양성평등을 위한 투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은 적어도 공식적으로 성차별 금지, 여성노동의 착취 금지, 여성의 사회적 노동의 인정 등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이것도 현대 자본주의 초기부터 노동계급이 피흘리며 싸워온 결과였다.
루스 긴즈버그의 삶은 여성의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에 크게 기여했다.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과 의지가 사회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가는가를 잘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루스 긴즈버그가 체제-미국 자본주의-내에서 가능한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는 노력을 했다면, 로자 룩셈부르크는 체제의 변혁을 통해 인간해방을 이루려는 시도를 하다 참혹하게 살해 당한 경우다. 사회주의 변혁운동에서도 여성은 비주류였으며, 중요한 결정에서 소외되거나, 더 탁월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지도부에서 배제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여성운동은 체제에 매수 당하거나 자발적으로 남성기득권에 투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여성(과 여성운동)은 본질에서 진보적이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부르주아 여성운동은 남성 기득권에 기생 또는 공생 관계로 만족한다. 이들 부르주아 여성(운동)은 자신을 '명예남성'으로 인식하며, 남성 권력이 던져준 부스러기 권력에 만족한다.
여기에 극히 일부 여성(운동)은 남성을 '적'으로 상정하고 무차별 공격한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 남성기득권 구조가 비난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남성 일반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건 19세기 아나키스트의 테러를 떠올린다. 그들은 권력을 가진 적을 살해하면 혁명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겼지만, 체제와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남성 일반은 여성(운동)의 동지이자 지지자이자 동지이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은 여성이 남성을 공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리석은 남성 일반을 견인해야 하며, 각성한 남성과 함께 힘을 모아 사회를 변화시켜야 궁극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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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택시>로 보는, 최근 한국 드라마의 몇 가지 단상
이제훈 주연의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모범택시>는 피해자들을 대신하여 흉악한 범죄자들을 사적으로 처리하는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 사람들의 복수 대행극이다. 학교폭력 논란으로 배우가 교체되는 논란을 겪기도 한 이 드라마는 1회 10.7%로 시작한 시청률이 2회 13.5%로 상승하며 기분 좋은 첫 주를 맞이했는데, 나는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공을 보면서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거나 혹은 화제가 되었던 한국 드라마 간에 몇 가지 유사성이 눈에 띄어 그것들을 적어보려 한다.
1.
중국산 김치, 악덕 고용주, 무기징역 범죄자의 조기 석방 등 <모범택시>가 응징해가는 대상엔 한국에서 벌어진 몇몇 범죄 사건을 어렵지 않게 대입할 수 있는데, 드라마 역시 이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극중 한 범죄자 이름이 ‘조두철’이다). <빈센조>가 마피아를 내세워 대기업의 횡포를 처단하고, <경이로운 소문>이 ‘카운터’들을 내세워 악귀들을 물리쳤던 것처럼 <모범택시>도 음지의 조직이 형사사법기관을 대신해 본인들의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응징한다. 이처럼 최근 한국 드라마에선 공권력이 부패하고 제기능을 못하는 것을 넘어, 그 자리를 사적 개인과 집단이 대체하고 있다.
재난과 범죄 장르의 성격을 지닌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시스템의 무능과 부재를 표상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닐 텐데, <모범택시>는 시스템의 불가능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더 말할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이를 잘 나타내는 인물이 장성철(김의성)이다. 그는 가해자들을 비합법적으로 단죄하는 ‘무지개 운수’의 리더이면서, 대외적으로는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파랑새 재단’의 대표이기도 하다. 각각의 역할은 놀랍지 않지만, 두 역할을 함께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자의 한계를 드러낸다. 정성철은 가면을 쓴 정의의 사도인 셈인데, 그가 가면을 써야만 했던 이유에는, 법의 처벌과 국가적 지원만으로는 피해자들의 억울함과 범죄자의 뻔뻔함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자리한다. 사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의 법 감정을 대변해준다는 점에서 통쾌하지만, 그것이 통쾌하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2.
<모범택시>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한번 <경이로운 소문>을 빌려와야겠다. 두 드라마의 흥미로운 공통점은, 범죄자를 응징하는 인물이 개인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집단을 이뤄간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들은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우리들’이다. 전 특수부대 장교인 김도기(이제훈)를 제외하면, 평범한 택시회사 직원들로 구성된 인물들은 <경이로운 소문>의 ‘카운터’들이 계급적으로 최상위에 있거나 시민들의 우상인 할리우드식 슈퍼히어로의 모습보다 동네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등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던 것과 닮아있다. 덧붙여 할리우드의 히어로들이 체제를 ‘대신’하여 외계의 적들과 싸울 때, 한국의 히어로들은 내부의 체제와 ‘대립’한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영웅’이 아니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연대하는 ‘시민’인지도 모르겠다.
3.
최근 한국 드라마에선 삽화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 같다. 메인 플롯이라는 줄기 위에 다양한 삽화들로 가지를 내는 것은 미니시리즈가 예전부터 자주 사용해 오던 방식이지만, 최근엔 삽화들이 메인 플롯 앞에 서는 듯 보인다. <모범택시>도 2회까지 무지개 운수의 구성원들과 주인공 김도기의 사연은 암시로만 등장할 뿐,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감정이입의 대상이자 극을 끌어가는 인물들의 전사 없이 그들의 역할만 주어진 상태에서 삽화들이 서사를 주도한다. 그리고 이 삽화들은 정체되거나 탈선하는 법 없이 곧게 활주하는데, 악인들이 큰 무리 없이 주인공(들)에게 해결되는 ‘사이다’ 전개에서 오는 쾌감이 상당하다. 이는 사연의 여백을 사건으로 채워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영상 콘텐츠들이 OTT 플랫폼에 맞춰 숏폼의 형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 시간짜리 미니시리즈들의 자연선택일지도 모르겠다. 2% 넘게 상승한 시청률은 시청자들이 이런 방식에 동의했다는 방증일 텐데, 나 역시 동의하지만, 한편으론 숨 가쁘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르물 사이에서 조용히 마음을 적시던 우리네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교차한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헤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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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응과 반항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자연인 되기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은 이런저런 사연으로 속세를 떠난 사람(대부분은 남자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 이들이 꽤 되는 것 같다.
자연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로그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자연인의 식사 장면이다. 무척 비위생적여 보여도 자연인들은 말 그대로 자연인이기에 속세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다. 집을 스스로 짓고 고칠 줄도 알아야 한다.
돈을 내면 밥을 주고, 돈을 내면 집이 지어져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돈을 내면 해결되는 곳이 도시다. 이 간단한 시스템 속에 우리는 옹기종기 붙어 산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인구보다 많다. 가뜩이나 좁은 땅덩어리를 더 좁게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 치이는 게 일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9호선 급행열차를 타면 인간이 압축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실감한다. 어딜가나 사람이 쏟아진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하차 시 한무더기로 쏟아지는 사람들을 보며, 또 환승을 하기 위해 통로를 걷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 무리의 일원이면서도 숨이 턱턱 막혔다. 강남역이든, 코엑스든, 홍대든, 서울 어디를 가도 사람이 가득하다. 군중 속에 섞이는 게 왠지 모르게 편안하면서도 불편하다.
그럴 때면 어디 조용한 데 숨어 있고 싶어진다. 도시에서 조용한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카페에 가도, 도서관에 가도 사람이 가득하다. 자연 속에서 여유 있는 삶, 도시인의 마음에 작은 소망을 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도시에 순응해서 살아간다.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도시인들이 상상하는 자연은 인터넷이 되고, 전기가 들어오면서 차를 타고 나가면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있고, 병원도 있고, 깨끗한 물이 나오는, 그러나 사람은 적고 조용한 곳에서의 삶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지에도, 인터넷도, 전기도, 편의점도, 마트도 없는 곳에 사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마치 자연인처럼.
<여덟 개의 산>은 유럽판 '나는 자연인이다'를 떠올리게 한다.
순응과 반항
피에트로의 가족은 알프스 몬테로사에 집을 빌려 여름을 보낸다. 조용한 마을이다. 피에트로는 그곳에서 브루노를 만난다. 브루노는 마을에서 태어난 마지막 아이다.
원래는 몬테로사에도 아이들이 살았다. 그러나 도로가 뚫리면서, 인구가 유입되기는 커녕 죄다 도시로 나가버렸다. 브루노는 친척들과 함께 소젖을 짜고, 농사일을 돕는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피에트로는 브루노와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면서,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한다. 도시에서 온 피에트로의 가족은 브루노를 도시에 데려가 공부시켰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물론 브루노의 친척들의 입장에서 브루노는 하나의 노동력이고, 브루노가 공부하러 가버리면 일 할 사람이 하나 없어지므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브루노는 도시로 가고 싶어 한다. 처음으로 해 보는 반항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흔하다. 결국 개차반 부모에 의해 좌절되는 것또한.
피에트로의 아버지는 알프스의 모든 산을 오르고 싶다. 아들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산에 가고 싶지도 않다. 열심히 돈 버는 아버지 덕에 꿈만 좇아 살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반항한다.
사실 이 선언은 '너는 반드시 아버지처럼 살게 되어 있다'는 마법의 주문이다. 어떤 이야기에서건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뛰쳐 나가는 아들은 반드시 아버지의 뒤를 밟는다.
아버지는 피에트로의 방황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는 피에트로에게 몬테로사에 있는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남긴다. 당황스럽게도, 브루노만 알고 있다.
귀엽던 아역들이 이렇게 되었다.
산꼭대기, 아주 외진 자리에 지어진 집이다. 이미 다 부서져서 형태도 없다. 아버지는 그곳에 집을 짓고 살고 싶어 했다. 인간들과 모두 단절되어, 오직 자연 속에 파묻힐 수 있는 곳.
서른이 넘어 다시 만나게 된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조금 어색하다. 어릴 때 친구란 그런 법이다. 두 사람은 같이 집을 짓는다. 브루노는 집 짓는 기술자이고 피에트로는 딱히 쓸모는 없다. 그런 면에서 브루노는 몹시도 어른 같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남자다. 반면 피에트로는 여전히 직업도 없고 꿈도 없는 한량이다.
이들의 거리는 피에트로가 데리고 온 친구 중 한 명의 여자가 브루노와 함께 시골살이를 하게 되면서 점점 벌어진다. 두 사람은 함께 소젖을 짜고 치즈를 만든다. 시간이 흘러 아이도 생긴다. 여전히 애 같은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등반했던 길을 따라 가며, 아버지의 흔적을 만난다.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사는 동안, 아버지는 브루노와 함께 산을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 깨달음, 그렇다면 당연히 티베트가 나온다. 피에트로는 아버지처럼 산을 오르는 사람이 된다. 현지에서 여자친구도 사귄다.
피에트로가 쓴 여행 에세이가 대박이 나면서, 피에트로도 떳떳하게, 나름 금의환향 식으로 몬테로사로 돌아온다. 그러나 운명이란 엇갈림의 연속이다.
피에트로가 잘나가게 되자 브루노가 삐걱거린다. 브루노는 오직 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돈 계산이라든가, 속세의 일은 모조리 아내에게 맡겨 둔다. 날로 늘어가는 빚을 감당할 수 없어 아내는 딸과 함께 친정으로 떠난다. 브루노는 혼자가 되었다. 브루노를 돕고 싶지만, 브루노가 원하지 않는다.
수미산 아래에는 여덟 개의 산(아홉 개라고도 한다)이 있다. 수미산은 불교 세계관에서 세계의 중심이다. 피에트로는 산을 떠도는 사람이며 브루노는 산에 머무는 사람이다. 산에 머무는 사람과 산 주변을 떠도는 사람 중 누가 더 산을 잘 볼 수 있는가. 영화 대사 중 그런 질문이 있다.
브루노는 산을 '자연'이라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게 삶은 자연이 아니라 삶이다. '자연'이란 도시의 기준에서 대상화된 경우가 많다. 자연이라는 휴식, 여유, 평화 따위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실제로 브루노가 사는 자연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하는 마음과 실제로 자연에 들어가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사는 삶의 괴리 정도. 그러므로 우리는 삶에 순응하고 만다.
<여덟 개의 산>은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사실 깨달음과 자연, 티베트, 이런 이야기들이 썩 반갑지 않다. 왜 다들 깨달음은 티베트에 가서 얻는가. 왜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서만 삶을 발견하는가.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모든 걸 이해하고야 마는가.
서양인의 눈에 '깨달음의 장', '신묘한 힘'으로 표현되는 오리엔탈리즘도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관계맺기에 지친 경우가 많다. 가족간의 문제, 사회에서의 문제, 기타 등등. 사람에 질려서 떠나고 만다. 브루노는 산 또는 자연과 관계맺기에는 능했으나 인간관계에서는 서툴렀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저럴 거면 결혼은 왜 하고, 애는 왜 낳았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딱 그런 유형이다.
피에트로의 시점에서 브루노는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자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다. 과연 이들이 나눈 게 우정이었을까, 하면 그 역시 답하기 어렵다. 브루노는 피에트로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무뚝뚝하고 약간 무섭기까지 한 아버지를 대신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약간은 우상화된다.
우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피에트로는 앞으로 나아간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아버지 죽이기>에서처럼, 아버지를 죽여야 어른이 된다. 그렇다고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면 안 되고.
그런 면에서 브루노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순응한다. 브루노와 피에트로의 순응과 반항이 뒤죽박죽 앞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다.
어떻게 보면 산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런 것 같다. 내가 저 산을 한번 조져보겠다!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기 시작해서, 제가 잘못했어요, 하며 내려오는 게 산이다.
*
영화가 매우 길다. 무려 147분이나 된다. 집중력이 부족한 나는 개인적으로 2시간 넘는 영화를 늘 적폐라고 생각해 왔다. 이 영화를 2시간 27분 동안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건, 이 역시 개인적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의 모먼트를 살짝 기대했기 때문. 그런 거 좋아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너무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답할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풍경이 참 아름다운 영화다.
<여덟 개의 산>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더 많이 언급한 것 같다. 사실 좀, 알프스 버전 <나는 자연인이다> 극장판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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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산 The Eight Mountains
개봉: 2023. 09. 20.
러닝타임: 147분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출연: 루카 마리넬리, 알레산드로 보르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대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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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을 위로하는 엉뚱발랄 캐릭터
뉴욕의 프란시스'가 서울의 청춘들에게, <프란시스 하>
코로나 시국에 찾아온 복덩이 '찬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그리고 올여름, 엉뚱발랄 귀여운 어른이! '현실'이 찾아온다!! <생각의 여름>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이제는 감독으로서도 커리어를 인정받은 '그레타 거윅'이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는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연습생 신세인 27살 뉴요커 '프란시스'의 사랑스러운 홀로서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노아 바움백 감독의 작품으로 뉴욕에 사는 주인공 '프란시스'의 이야기가 한국의 2030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특히 어른이 되었지만 철없는 꿈을 꾸는 명랑한 모습의 '프란시스'는 많은 이들의 인생 캐릭터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하고 있지는 않아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막 해보는 것도 좋아" 등의 띵대사 역시 영화의 매력에 한몫했습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찬실'
강말금 배우의 빛나는 등장을 알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역시 관객들이 '찬실' 캐릭터에 열렬한 애정을 보낸 작품입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극복은 셀프! 행복은 덤! 씩씩하고 복 많은 찬실이의 현생 극복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내 영화만 만들고 싶던 프로듀서 '찬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은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은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씩씩하게 스스로의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찬실'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죠.
<생각의 여름>, '현실'
그리고, 데굴데굴 반짝반짝 청춘 이야기 <생각의 여름>에서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시인 지망생 '현실'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제출할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한여름의 컬러풀한 기행을 담은 작품인데요. '현실'은 써지지 않는 시와 떠난 전남친을 붙잡고 여름날 더위와 함께 늘어지지만, 이내 '시가 산으로 갈 땐 산으로 가는 게 답'이라며 씩씩한 발걸음을 나서는 통통 튀는 캐릭터입니다. 또 일견 단순해 보여도 속에 품은 알알이 박힌 씨처럼 다채로운 생각들을 시 쓰기로 풀어낼 줄 아는 멋진 면모도 있죠. 아직 매사가 서툰, 그럼에도 풍부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어른이 '현실'은 관객들의 공감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힘들어도 웃는 자가 일류다!
통통 튀는 감성으로 그린 청춘 영화, 더위 먹은 청춘을 위한 낮잠 같은 영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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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음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죽음을 잊고 삶을 살아간다. 죽음이 느껴지는 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거나 큰 사고를 당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잊고 지내다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죽음을 피하려 무척 조심하게 된다. 모두에게 결국 찾아오는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렇게 아주 가끔만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나의 목숨이 여러 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될까.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는 두려움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죽었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용감하게 위험한 일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도전을 하고 위험한 일들도 해나가다 보면, 어쩌면 하나의 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숨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장화신은 고양이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끝내주는 모험>의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목소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가 모험을 하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의 태도를 볼 수 없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쾌함은 그런 두려움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다. 죽어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는 배부른 왕이나 영주를 괴롭힌다. 엄청나게 축적된 곡물과 돈을 훔쳐 하층민들에게 돌려준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여유가 넘친다. 그런 그는 모험 중에 여덟 번째 죽음을 맞는다. 잠시 후에 다시 깨어난 그는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이제 한 번만 더 죽으면 완전히 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달라진다.
그때부터 늑대 모습을 한 죽음은 장화신은 고양이를 따라다닌다. 처음 늑대를 본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응은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다.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린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겪어보지 못한 공포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도 사라져 버린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그에게 죽는다는 공포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것에 비해 훨씬 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죽음을 종종 겪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죽음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모두의 목숨은 하나지만 매번 죽음의 공포 속에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죽음은 전혀 생각하거나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잠자는 것처럼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는 과정이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전부였기에 8개의 목숨까지 그는 죽는다는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극복기
영화가 보여주는 겁에 질린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모습을 포기해 버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명성과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가 다른 고양이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삶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공포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는 강아지 페로가 장화신은 고양이가 같이 모험을 하게 된다. 페로는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았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의 삶의 태도는 무척 긍정적이다. 자신은 늘 버림받았고 운이 안 좋았으며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친구들의 장점을 말하는, 다르게 보면 바보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인지 그에게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적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목숨은 하나뿐이지만 다시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싶어 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페로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삶에 처음 찾아온 죽음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는 캐릭터라면 페로는 그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달관한 듯한 페로의 모습은 오랜 삶을 살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이고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들이다.
드림웍스사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슈렉>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장화신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다. <슈렉>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여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강아지 페로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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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종」리뷰ㅣ여자가 예쁘고 야한 장면이 나오는 과학적 이유ㅣ스포없음ㅣ영화보는건데ㅣ공포영화 여자ㅣ
? "랑종" 으로 알아보는 공포영화의 과학원리(*스포없음)
- 랑종 정보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페이크 다큐멘터리, 오컬트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각본: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제작: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원안: 최차원, 나홍진
- 랑종 스토리 시놉시스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이 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
#랑종 #랑종리뷰 #랑종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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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브아걸의 리더 제아를 만나고 왔습니다!
레전드 보컬 제아와 함께 파헤쳐 본 영화 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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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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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킬러 케이트가 치명적인 물질에 중독된다. 그녀에게 남은 생명은 24시간뿐. 그 안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을 찾아 복수하려는 케이트.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딸과 손을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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