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24 10:04:19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편지 쓰는 걸 좋아하시나요?
디지털 기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은 많지 않지만,
화면 너머의 정갈한 글씨보다 손으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에서 더 진심이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일까요? 여전히 많은 영화에서 '편지'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쓰이곤 한답니다.
오늘은 가슴 절절한 연애편지부터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는 따뜻한 편지까지!
다양한 편지가 등장하는 아름다운 영화 5편을 소개해 드릴게요.
시월애(2000)
A Love Story

우편물을 부탁하는 편지로부터 시간을 거스르는 사랑까지
감독: 이현승
출연: 이정재, 전지현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판타지
러닝타임: 94분
단역 전문 성우 은주(전지현)는 1년간 살던 바닷가의 집 '일마레'를 떠나며 우편함 안에 다음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긴다. 그러나 그 편지는 시간을 거슬러 은주보다 먼저 '일마레'에 살았던 건축가 성현(이정재)에게 전달되고,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사이가 된 두 사람. 급기야 성현은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은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미래의 은주는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하고 과거의 성현에게 자신과 그가 헤어지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은주를 사랑하게 된 성현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게 되고, 성현이 자신의 부탁 때문에 사고를 당함을 알게 된 은주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성현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가 늦지 않게 그 편지를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영화의 제목 '시월애'는 한자로 썼을 때 '時越愛'로, 직역하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비주얼로 호평을 받은 동시에 영화제, DVD 등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초에 한국영화 팬덤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손꼽히며, 2006년 할리우드에서 <레이크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하였다.
성현에게 보내는 은주의 편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사람들이 가까워지면
점점 더 기대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들 너무 멀리 있어요.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요?
그냥 약속을 잊으신 거면 좋겠어요.
84번가의 연인(1987)
84 Charing Cross Road

도서주문 편지에서 시작된 20년의 우정
감독: 데이비드 휴 존스
출연: 앤 밴크로프트, 안소니 홉킨스, 주디 덴치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0분
가난한 작가인 헬레인 헨프는 대단한 독서광으로 읽고 싶은 고전들을 싸게 사 보기 위해 영국 런던 84번지에 있는 중고책방에 편지로 책을 주문한다. 이를 계기로 서점 직원 프랭크 도엘과 평생을 정신적 교류를 나누는 정신적 연인이 되어 편지로만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때론 귀한 책 한 권에 함께 감동하고 때론 분노하면서 사소한 주변 얘기도 곁들며 가며 인생을 논할 수 있었던 건 프랭크, 헬레인 두 사람 다 따뜻한 인간애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신, 여유롭고 유머가 풍부한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프랭크가 죽기까지 영국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헬레인은 프랭크가 죽고 난 후 어느 날 문득 그녀가 그토록 동경했던 그 서점에 가서 감상에 젖는다.
뉴욕의 무명작가와 런던의 고서점 관리인이 실제로 1949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채링크로스 84번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영화의 대부분이 두 사람 간에 오간 편지글로 채워져 있으며, 긴 세월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영화 속 사건들에 당대의 역사 또한 고스란히 녹아 있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랭크에게 보내는 헬레인의 편지
전 고전 작품을 즐겨 읽는 가난한 작가인데
이곳엔 제가 원하는 책이 없어요.
있어도 가격이 비싸죠.
찾고 있는 책의 목록을 동봉합니다.
목록 중 5달러 이하의 책이 있다면
이 편지를 주문서로 여기시고
그 책들을 제게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헬레인 헨프 드림.
윤희에게(2019)
Moonlit Winter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 나도 네 꿈을 꿔.
감독: 임대형
출연: 김희애, 김소혜, 나카무라 유코 등
장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05분
"윤희에게, 잘 지내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여러 단편영화들을 통해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임대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 번째 장편영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굵직한 내공을 보이고 있는 김희애와 나카무라 유코가 주연으로 함께했으며, 개봉 이래로 팬덤 '만월단'까지 만들어내며 호평일색을 받았다. 국내의 여러 퀴어 영화들 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아닌 부모 세대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윤희에게 보내는 쥰의 편지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너는 나를 잊었을 수도 있겠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으니까.
갑자기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나 봐.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판타지, 멜로/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166분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스,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자신이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가는데…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집필한 단편 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세븐>, <파이트 클럽>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아름다운 영상미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작품이다.
딸에게 보내는 벤자민의 편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너무 늦은 건 없단다.
내 경우엔, 너무 이른 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꿈을 이루는 데 시간제한은 없단다.
원한다면 언제든 새롭게 시작해도 돼.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혹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 바라마.
캐롤(2016)
Carol

단 한번, 겨우 전한 진심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18분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재능 있는 리플리>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범죄 소설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자전적 소설이자 유일한 로맨스 소설인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영화의 계절적 배경인 겨울만 되면 재상영을 할 정도로 국내 팬층이 두텁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테레즈에게 보내는 캐롤의 편지
우연이란 건 세상에 없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차라리 일찍 이렇게 된 걸 감사히 여겨요.
당신도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 나를 떠올려 줘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질 삶과 함께.
하지만 그때까지는 만나지 않기로 해요.
난 할 일이 많아요. 당신은 훨씬 많겠죠.
나는 당신의 행복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네요.
당신을 놓아줄게요.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헤어져야만 했던 캐롤과 테레즈.
그런데 이런 영화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편지지 세트가 있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지금 바로 텀블벅에서 진행되고 있답니다.
바로 영화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에서 기획한 [클로저 투 캐롤] 프로젝트!

잠깐! [클로저]는 또 뭐고, [클로저 투 캐롤]은 또 뭐냐구요?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바~로 설명해 드릴게요!

[클로저]는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지고, 향을 맡고, 맛을 보기도 하며,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나누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더 가까이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영화로 발견하는 취향 커머스 플랫폼'이에요.

[클로저] 팀에게 <캐롤>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해요.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들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 갖고 싶은 물건들을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클로저 투 캐롤]은 클로저 팀의 이러한 마음을 듬뿍 담아서 구성품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특별하답니다. 영화 <캐롤>의 팬이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을 상품들을 지금 바로 소개해 드릴게요.
https://tumblbug.com/closertocarol





오늘도 유용한 정보가 되었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따뜻하고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
Relative contents
-
- 가을에 보기 좋은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하나인 백로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죠!
그래서 가을의 분위기를 맘껏 느낄 수 있도록 가을에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와 함께 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을에 보기 좋은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ly..., 1989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학 졸업 후 뉴욕행을 함께 하게 된 해리와 샐리.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명제로 두 사람은 설전을 벌이고,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인 서로를 별종이라 생각한다.
뉴욕에 도착한 두 사람은 짧은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헤어진다.
몇 년 뒤, 우연히 서점에서 재회한 두 사람.
샐리는 연인과 이별했고 해리는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 받았다.
두 사람은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비로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샐리는 헤어진 연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고 뒤늦은 이별의 아픔에 슬퍼한다.
해리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고 위로의 키스는 뜻밖의 하룻밤으로 이어지는데…
cine pick!
멕 라이언 배우를 로맨틱 코미디의 아이콘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이다. N차 관람한 사람이 많을 정도로 역대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Little Forest: summer&autumn, 2014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도시에서 생활하다 쫓기듯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
시내로 나가려면 한시간 이상이 걸리는 작은 숲 속 같은 그 곳에서 자급자족하며 농촌 생활을 시작한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과 채소, 그리고 제철마다 풍족하게 선물해주는 자연의 선물로 매일 정성껏 식사를 준비한다.
음식을 먹으며 음식과 얽힌 엄마와의 추억을 문득 떠올리는 이치코에게 낯익은 필체의 편지가 도착하는데..cine pick!
삼시세끼 제철 재료로 정성을 들여 요리하고, 먹는 일상적인 행위를 담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하며 색다르고 따뜻하다. 뜻밖의 위로가 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자신의 삶에 있어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추
Late Autumn, 2010
ⓒ 네이버 영화
synopsis
수인번호 2537번 애나. 7년 째 수감 중, 어머니의 부고로 3일 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시애틀 행 버스, 쫓기듯 차에 탄 훈이 차비를 빌린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그는,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훈은 돈을 갚고 찾아가겠다며 억지로 시계를 채워주지만 애나는 무뚝뚝하게 돌아선다.
7년 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자기만 빼 놓고 모든 것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낯설기만 한 애나.
돌아가 버릴까? 발길을 돌린 터미널에서 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된 둘의 하루.
시애틀을 잘 아는 척 안내하는 훈과 함께, 애나는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이름도 몰랐던 애나와 훈. 호기심이던 훈의 눈빛이 진지해지고 표정 없던 애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를 때쯤,
누군가 훈을 찾아 오고 애나가 돌아가야 할 시간도 다가오는데...
cine pick!
1966년 영화 <만추>의 리메이크작으로 짧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또한 <만추>로 탕웨이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한 외국인 배우가 됐다.
원스
Once,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제 사랑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믿었던 ‘그’
삶을 위해 꿈을 포기했던 ‘그녀’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마법처럼 시작된 만남
마음까지 안아줄 감미로운 하모니가 다시, 바람처럼 밀려온다cine pick!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뮤직 로맨스 영화 <원스>!
관객부터 평단까지 연이은 호평으로 2007년 최고의 영화로 떠오르기도 했다.
진심이 가득 담긴 음악을 담아 감동을 전한다.
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2002
ⓒ 네이버 영화
synopsis
‘캐시’는 누가 봐도 행복하고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늦게까지 야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문을 연 순간…남편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다. 당황한 나는 곧바로 집에 돌어와, 불꺼진 침실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뒤늦게 들어온 남편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고백할 게 있어. 나, 예전부터…” 혼란스럽기만한 나에게 남편의 고백은 차라리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남편은 바람핀 게 아니라 아픈 거라고. 고치면 나아질 수 있다고… 그날 이후 남편은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난 우리의 사랑을 위해 더욱 노력했다.
한 사람만을 향해있던 내 마음에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이애미로 훌쩍 여행도 함께 떠나보지만, 남편의 우울증은 날로 심해져갔다. 그 무렵 새로 온 정원사 ‘레이몬드’는,친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던 나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심없이 그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나면 지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많은 것이 달랐지만, 함께 있으면 편하고 좋은 우린, 둘도 없는 친구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사랑을 고백해왔다. 한 사람만을 향해있던 내 사랑이 지금 흔.들.리.고.있.다.
cine pick!
잔잔하게 감성을 건들이는 차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을 볼 수 있어 더더욱 가을 감성에 빠져들 수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2022년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 예측 <브래들리 쿠퍼>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할리우드 소식은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영화 속 베스트 TOP 10 캐릭터입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의의 최근 신작인 <나이트메어 앨리>에 제작자 중 한명으로 또한 배우로서 출연했는데요.
북미에서는 개봉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일자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2년에는 상반기에는 개봉을 하지 않을까 예상이 됩니다.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브래들리 쿠퍼는 <웨딩 크래셔>(2005)와 <행오버>(2009) 등 코미디 영화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과 <아메리칸 허슬>(2014)에서 엄청난 연기로 비평가들의 극찬은 물론
오스카 후보에도 여러번 노미네이트 된 엄연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습니다.
어느 덧 20년차가 넘는 할리우드 배우가 된 브래들리 쿠퍼. 이제는 감독으로서도 훌륭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타 이즈 본>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행오버>에서 <나이트메어 앨리>까지 브래들리 쿠퍼의 영화 속 베스트 캐릭터를 알아보면서
2022년 오스카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이트메어 엘리>,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리커리쉬 피자> 속에서의
역할까지 알아보겠습니다.
TOP 10. <조이(JOY)> (2016,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브래들리 쿠퍼는 '닐 워커'역으로 홈쇼핑 채널 QVC의 경영 이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또한 2013년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감독인 데이비드 O. 러셀과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니로 배우들이 모두 다시 만난 작품이네요.
TOP 9. <웨딩 크래셔> (2005, 데이빗 돕킨 감독)
'잭 색 로지' 역으로 극중 잘난 척하는 가벼운 캐릭터인데요.
브래들리 쿠퍼는 초창기에는 약간 재수없고 밉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것 같습니다.
TOP 8. <행오버> (2009, 토드 필립스 감독)
'필' 역할로 대학동창인 세 친구 중의 한 명인 역할입니다.
친구 '더그'의 결혼을 앞두고 총각파티를 위해 라스베가스로 떠나게 되는데.
잔뜩 술을 마시며 놀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친구 '더그'는 사라지고, '더그'의 결혼식은 당장 내일이고..
'더그'를 찾기 위한 친구들의 좌충우돌, 난장판이 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역할로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TOP 7. <아메리칸 허슬> (2013,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2014년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
'리치 디마소'역으로 극 중 사기범을 잡는 FBI요원 역을 맡았습니다.
<아메리칸 허슬>은 브래들리 쿠퍼가 제작자 중의 한명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며,
브래들리 쿠퍼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상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합니다.
TOP 6. <리커리쉬 피자> (2021,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존 피터스' 역으로 분량은 극 중에서 7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급력만큼은 기억에 충분히 남는 역할을 맡았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에서 후보로 지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하니, 과연 그의 연기가 궁금해집니다.
TOP 5.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2012,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에이버리 크로스'역으로 극 중 경찰관입니다.
생계를 위해 은행 강도일을 벌인 루크(라이언 고슬링)를 과잉진압하며 죽이게 되며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매일매일 힘들어하는 역할입니다.
TOP 4.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2,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정신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여전히 조울증을 앓고있는 '팻' 역할을 맡았습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 5백만 달러 이상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브래들리 쿠퍼는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TOP 3. <아메리칸 스나이퍼> (2014,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미군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명사수 '크리스 카일' 역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데요.
전쟁에 참전하는 한 남자의 복잡한 내면 연기를 가슴 아프면서도 순수하게 해석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당시 2014년 북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이면서 브래들리 쿠퍼는 또 다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TOP 2. <나이트메어 앨리> (2021,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
카니발 유랑단 '열 가지 쇼'에서 마술 무대를 담당하는 영리하고 잘생기고 야심찬 청년 '스탠턴 칼라일'역을 맡았습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이면서 또한 이번 2022년 오스카의 남우주연상을 받을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TOP 1. <스타 이즈 본> (2018, 브래들리 쿠퍼 감독)
<스타 이즈 본>의 감독이면서 '잭슨 메인'역으로 참여한 작품.
미국의 컨트리 음악 스타 가수 역할을 맡았으며 극 중 앨리(레이디 가가)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연기호흡과 노래 호흡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스릴을 준 작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살아있어, 뜨겁고 치열하게
- 살아있어, 뜨겁고 치열하게"액트 업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학술회로 추정되는 무대에서 누군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한 단체가 무대 뒤에서 좁은 틈을 통해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발표자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확성기 소리와 함께 무대에 들이닥친다. 이들은 '액트 업 파리(ACT UP PARIS)'다. 이어서 영화의 타이틀이 뜬 후, 영화는 곧장 관객을 이들의 회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관객은 주인공 '나톤'이 액트 업 파리의 신입 회원으로 들어가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영화의 시작부터 간접적으로 액트 업 파리의 구성원이 된다. 빈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이들의 회의는 이 영화의 핵심이 집결되는 곳이다. 회의실은 치열한 토론의 현장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단체의 활동 방향에 대해 토론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계획한 활동을 실행한 후에는 그 결과에 대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다시 토론하며 찾아낸다. 회의실은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는 공간인만큼 그만큼의 갈등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이 불일치할 때, 때로는 서로를 공격하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당장의 갈등보다도 자신의, 모두의 생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회의실은 에이즈(AIDS) 교육의 현장이다. 이들은 에이즈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생길 때마다 회의실에서 발표하는 형태로 그 내용을 함께 공유한다.영화의 회의 장면들이 사실감 있게 구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화를 연출한 로빈 캉필로 감독이 실제 ‘액트 업 파리’의 회원이었다는 사실이 있다. 실제로 로빈 캉필로 감독은 인터뷰에서 "액트 업 파리 운동을 하고 나서 25년이 지났는데도 에이즈 HIV 감염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자신이 예전에 활동했던 걸 영화로 만들어서 문제의식을 부각하고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영화는 '액트 업 파리'라는 단체의 성공담을 담아낸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의 종반부에 다다르면 액트 업 파리는 결과로 보자면 사실상 실패한 단체였음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다. 액트 업 파리의 승패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다가오는 실패의 결과를 보이길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에 대해 덤덤한 태도를 취한다. 또한 이 영화는 거창한 계몽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에이즈나 액트 업 파리에 대한 다수의 정보를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영화는 그것을 통해 관객을 깨우치려는데 주목적을 두지 않는다. 교육적인 측면이 강한 영화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영화는 정보의 전달보다도 그 내부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모습과 그들이 열정적으로 투쟁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담아내는데 주력한다."살아있어, 이렇게 뜨겁게"영화의 제목 '120BPM'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120BPM은 1980~90년대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하우스 뮤직의 사운드 리듬을 의미한다. 실제로 80~90년대 유럽 클럽, 그중에서도 게이 클럽에서 주로 틀던 음악의 대부분이 120BPM 하우스 음악이었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 또한 마찬가지로 모두 같은 120BPM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120BPM은 또한 사람의 심장이 뛰는 속도, 심장박동수를 의미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처럼 춤을 출 때나 섹스를 할 때의 빠른 심장 박동 말이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 박자가 사람의 심장 박동처럼 들리는 순간이 여럿 존재한다. 특히나 영화의 시작점에서부터 들리던 느린 박자의 비트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금 선명하게 들릴 때 그렇게 느껴진다.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로 시작되던 영화가 다시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를 내며 끝나는 것이다. 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수미상관은 이 영화의 교차편집 시퀀스들,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와 그 의미가 정확히 일치한다.영화에는 액트 업 활동과 춤이 병치되는 시퀀스가 네 차례 등장한다. 첫 번째 시퀀스에서는 멜톤 제약 연구실에 쳐들어가 결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한 후 돌아오는 장면에서 클럽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두 번째에서는 어느 학교에서 에이즈 예방법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세 번째에서는 미테랑에 대한 시위행진을 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영화의 가장 마지막이자 네 번째에서는 보험업자들에게 션의 재를 뿌리며 정치 장례를 하는 장면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 시퀀스에서 클럽의 부유하는 먼지는 곧장 에이즈 바이러스로 변해 그것이 어떻게 체내 세포를 공격하는지를 시각화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시퀀스에서는 춤을 추는 장면 뒤에 나톤과 션이 섹스를 하는 장면이 곧장 이어지고, 세 번째 시퀀스에서는 춤을 추는 장면과 나톤이 허공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에 이어 병상에 누워있는 션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이다. 마지막의 교차편집 시퀀스는 두 장면을 병치해 만든 앞선 세 교차편집 시퀀스와 그 형식이 다르다. 션의 정치 장례와 액트 업 구성원들의 춤, 나톤과 티보의 섹스. 이 세 장면이 빠르고 촘촘하게 이어지며 반복된다.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라 할만한 부분이며, 사실상 앞선 세 교차편집 시퀀스를 압축해 보여주는 시퀀스다.다시 앞선 세 시퀀스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 교차편집 시퀀스는 에이즈가 인간의 몸을 공격하는 방식 즉, '죽음(死)'으로 끝나며, 두 번째 교차편집은 나톤과 션의 섹스 즉,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 세 번째 교차편집은 병상 위에서 힘겹게 숨 쉬고 있는 션 즉, '생(生)'으로 끝난다. 이제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를 들여다보자. 션의 죽음 이후 액트 업 구성원들은 그의 평소 바람대로 정치 장례를 준비한다. 그들은 파티에 가 보험업자들에게 션의 재를 뿌린다. 모두가 함께 재를 뿌리는 순간에 그들이 춤을 추는 모습과 나톤과 티보의 섹스 장면이 교차편집된다. 마지막 시퀀스의 빠른 교차편집 안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안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병치된다. 그들은 자신들은 죽지 않았음을, 여전히 뜨겁게 살아있음을 춤을 추고 섹스를 하며 세상을 향해 증명한다. 바로 이 순간, 영화의 첫 장면에서 들었던 박자의 비트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같은 박자에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이윽고 비트가 멈추고, 화면이 완전히 암전 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때의 고요한 침묵은 관객이 액트 업의 구호 "Silence = Mort(Death)"를 떠올리게끔 만든다.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던 관객은 적어도 그 순간 사유할 시간을 갖는다. <120BPM>은 관객에게 엄청난 수준의 계몽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작점부터 이 영화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대신 영화는 1980년대 당시를 살아내던 소수자들의 열정과 투쟁, 그리고 그 안의 연대를 멜로 드라마의 형태로 그려낸다. 그 속에서 그들은 열렬히 사랑하며 무엇보다 소중한 1분 1초의 순간을 살아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이들의 절박하고도 아름다운 열정의 몸부림은 현시점에도 여전히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 우리는 살아있다고. 뜨겁게, 그리고 치열하게.
-
- 4번 만에 갱년기 치료 뚝딱, 요상한 서비스
*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감독 소피 하이드는 영화 <52번의 화요일>로 2014년 제30회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16살의 빌리는 성전환 수술을 하려는 엄마와 떨어져서 살면서 1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만난다. 52번의 화요일을 겪으며 욕망, 책임,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후 소피 하이드 감독은 단편, 다큐멘터리 등의 활동을 이어오다 2019년 로라와 타일러의 우정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탐구를 이야기하는 소설 원작 영화 <애니멀즈>를 내놓았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에는 소피 하이드 감독의 자신감이 가득 들어있다. 이것은 감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게다가 그 이야기는 연기 인생 40년 만에 파격 노출을 감행하기로 한 배우 엠마 톰슨의 지원으로 더욱 탄탄해진다. 배우 다릴 맥코맥도 감독과 배우의 보이지 않는 압박 사이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소소한 코미디가 적재적소에서 소재의 무거움을 누그러뜨리지만, 영화 전체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2022> 포스터
<성의 즐거움을 모르며 중학교 종교 교사로 은퇴한 60대 여성>
낸시(서비스 이용을 위해 만든 가명)는 남편이 2년 전에 죽었고, 아들과 딸 모두 타지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비슷한 연배의 애인이 있지만, 젊은 남성이 주는 에너지는 무엇일까 궁금해 큰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기로 한다. 그는 생전의 남편과 아주 재미없는 성생활을 하였고, 학교에서 성매매의 문제점에 대해 가르쳤으며, 치마를 짧게 올리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불러 걸레라고 혼을 냈었다. 그러나 첫 성매매에서 리오(서비스 제공을 위해 만든 가명)를 만나 폭풍 질문을 쏟아낸다. 성 노동자들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고객들은 어떤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그들의 어머니도 자녀가 이런 직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그는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하다.
다시 리오를 만난 낸시는 이번에 해야 할 일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진도를 나가보려고 한다. 해보고 싶었지만 사회적인 통념에 갇혀서 또는 남편이 터부시 해서 못했던 것들을 리오에게 털어놓고 하나씩 클리어 해 나간다. 리오의 도움으로 성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던 낸시는 자신도 리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그의 진짜 이름을 궁금해하고, 그의 진짜 삶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어 한다. 심지어 교사로 일했던 경력을 내세우며 그의 어머니와 상담하는 것을 자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리오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리오와 마지막 만남에서 낸시는 자신을 속박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호텔 1층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한 때 가르쳤던 제자에게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고, 리오와 자신의 관계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가 성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리오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이별의 말을 하고, 낸시는 리오가 없어도 자신의 몸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성의 즐거움을 모르며 중학교 종교 교사로 은퇴한 60대 여성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석유 회사에 다닌다고 가족에게 거짓말하는 성 노동자>
리오는 아일랜드계 기독교 학교를 다녔다. 어른들이 없는 주말에 친구들을 불러 놀다가 여럿이 엉켜 뒹구는 모습을 어머니가 목격하고 난 후, 그는 어머니에게 죽은 자식이 된다. 심지어 길에서 만나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쳐 버린다. 성 노동자의 과거 상처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낸시 앞에서 무장해제가 되어 버렸다. 현재에 집중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활과 거리를 두고 몸에 대한 소통을 해야 고객이 원하는 판타지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양한 유형과 욕구를 가진 고객들과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그가 만든 '리오'는 낸시의 공격에 무너져버린다. 그는 결국 평정심을 잃고 고객에게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 보이고 만다.
리오는 인터넷에서 석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모아 가족들에게 메일로 안부를 전해오고 있었다. 낸시의 말을 듣고 군인으로 일하는 동생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솔직하게 공개하였는데,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며 석유 회사에 다닌다는 말은 전혀 믿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낸시에게 전했다. 리오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의 삶에서 한결 후련해진 마음을 느낀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석유 회사에 다닌다고 가족에게 거짓말하는 성 노동자
<극강의 가성비로 만든 스마트한 영화>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은 호텔 방 안에서 촬영되었다. 심지어 공간이 달라지면 긴장감이 높아질 것 같다는 낸시의 취향에 의해 같은 방으로 만남이 예약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머무는 호텔 방도 모두 같았다. 물론 최대한 앵글을 바꾸며 장면 전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공간의 제약을 확장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배우의 대화는 마치 로드무비처럼 여정이 있는 듯이 그려졌다. 물론 호텔 밖을 나가지는 않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에 가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길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호텔 방 안의 공간은 소파, 침대, 거울, 화장실의 크게 네 곳으로 세분화할 수 있겠다. 소파는 대화와 경청의 공간, 침대는 여정의 공간, 거울은 사색의 공간, 화장실은 현실의 공간이 되어 동반자와 함께 몸의 여정을 통한 해방을 그린다. 또한 그동안 미디어가 여성의 몸을 다루었던 전형적인 방식에서도 탈피하여 극강의 가성비로 만든 스마트한 영화다.
호텔 방 안에서 로드무비가 가능하다.
리오는 가족들에게 석유 회사에 다니면서 석유시추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다니며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를 하는 일을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리오의 직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 “믿으세요. 굶으면 구원받습니다.” 극단주의의 메커니즘
6★/10★
몇몇 사람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배경에 대한 온갖 말과 추측이 난무할 것이다. 명확한 것은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뿐이니까. 사람들은 금세 혀를 찰 것이다. 파편화된 채 흩뿌려진 근거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집단 자살을 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죽은 자들은 곧 ‘극단주의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불릴 것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은 금세 그들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갈 테다. 그러나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집단 자살에 동참한 사람 중 그들처럼 ‘상식적인’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면? ‘상식적인’ 사람을 정신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위험한 신념을 품게 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면? 죽은 자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성급히 단정 짓는 일은 왜 그들이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 질문할 기회를 박탈한다. 〈클럽 제로〉는 상상력을 발휘해 왜 누군가가 극단주의의 강력한 추종자가 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질문한다. 다양한 형태의 극단주의가 난립하는 요즘 시대에 긴요한 상상력이다.
상류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에 노백이 영양교사로 임명된다. 노백은 늘 끝까지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카라티를 입고 다니며 흥분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한다. 옷차림부터 언행까지, 노백이 특정한 형태의 완벽주의/극단주의의 상징임이 암시된다. 그는 다양한 이유로 식이법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그들에게 ‘의식하며 먹기’를 제안한다. 처음에는 심호흡하며 먹기 등의 간단한 요법만 제시하던 노백은 점차 식사량을 줄이고 마침내는 아무것도 먹지 않음으로써 얻게 될 자유를 설파한다. 학생들을 자신의 신념에 동참시키기 위해 노백이 사용하는 기술들은 기묘하고 절묘하다. 이런 유의 얼토당토않은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고할 만하다.
먼저 학생 개별에 밀착하여 각자의 사연에 맞는 계몽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을 주체로 호명한다. 호명은 주체화의 조건이다. ‘너는 새로운 식이법의 주인공이야’라는 속삭임은 자기 쓸모와 미래를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방황하는 인간이 갖기 어려운 주체로서의 역능과 효능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체성의 토대가 마련되면, 그에 반하는 행동(즉, 먹기)에 죄책감을 느끼게끔 한다. 힘에 부칠 때는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고 북돋는다. 이탈자나 회의자가 생기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계몽으로 이것이 자유를 향한 고난의 길임을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기성 사회의 상식에 반하는 가치, 즉 진정한 자유의 추구에서 과학적 사고는 거부된다. ‘옳은 일’에는 과학 따위가 들어설 곳이 없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신념을 잘 따라오는 자에게는 포상이 주어진다. ‘클럽 제로’라는 비밀 조직에 입회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클럽 제로 입회가 자유를 성취했다는 증거라는 사고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비밀 임무를 주어 내부자들의 결속과 소속감을 다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선민의식을 낳는다. 진짜 자유를 아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위계가 생기는 것이다.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총화總和하면서는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신념을 재확인한다. 내부 구성원 이외의 관계망을 약화시키거나 끊는 건 필수다. 이 영화에서는 자녀의 거식拒食을 걱정하는 부모가 그 관계망의 핵심이다. 부모의 애정 어린 간섭의 의미를 자유에의 훼방으로 뒤바꿔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조차 구성원 간 신념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신념 공동체를 완전히 이탈하지 못한다. 먹지 않아 쓰러지는 친구 옆에서 몰래 먹으며 눈치를 볼 뿐이다. 구성원들에게 이 신념 공동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사회적 사망 선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건 이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부모, 학교 당국이 논의를 시작하지만 이미 늦었다. 노백을 해고해도 아이들은 바뀌지 않는다. 그의 신념은 아이들에게 이미 깊숙이 새겨졌다. 식이법에 대한 학생들의 간절함에서 시작된 노백의 극단적 신념 공동체는 그들이 클럽 제로 입회 후 ‘위대한 길’로 갔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혹은 ‘구원’받는)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그 아이들이 정말 ‘낙원’으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족‧학교에 머물며 만들어갈 미래가 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모와 학교(사회)는 진작 더 촘촘하게 아이들(구성원)의 마음을 살폈어야 했다.
노백이 아이들을 휘어잡는 과정의 서스펜스 강도가 더 높았다면 좋았겠다 싶다. 그러나 동시에 바로 여기서 영화 속 극단주의와 우리 주변의 극단주의를 면밀히 비교해볼 적당한 비평적 거리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은 감안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극단적 신념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적이 있던(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람으로서, 영화는 적당한 객관화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극단적 신념의 메커니즘을 미스터리 장르로 버무려내는 시도는 장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끝끝내 남는 질문도 있다. 어떠한 극단적 신념이 정말 옳은 것이라면? 그 신념으로 부조리한 세계를 뒤집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역사는 때때로 극단주의가 옳았음을 증명한다. 때문에 ‘극단주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은’ 극단주의인지를 감별하는 안목과 구성원이 ‘나쁜’ 극단주의에 거리를 둘 수 있게끔 하는 사회의 자정 능력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잘 지내나요, 조제.
영화의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듯 개인적으로 로맨스 영화는 나라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로맨스를 즐겨보는 편인데 양국의 로맨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한국 로맨스는 빠른 전개속도를 가진 현실적인 맛으로 본다면, 일본 로맨스는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나 특별한 소재들을 보는 맛이 있다. 다만, 2000년대 로맨스는 양국을 불문하고 조금씩 닮아있다. 좀 더 간단명료하고 편안하고 담백하지만 깊은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 영화의 전개 속도는 느릿한 반면, 인물들이 세세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때문에, 2000년대 일본 로맨스 영화도 국내 영화만큼이나 좋아하는 편인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 중 가장 좋았던 영화로 꼽을 수 있겠다.
일본 로맨스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조금 특별하다는 데에서 시작된다. 불치병이라던가 환상이라던가 같은 것들 말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런 소재들을 활용하는데 조금 유난하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2000년대 일본 로맨스는 이런 유난함의 적절한 균형을 잘 맞추는 듯 하다. 주인공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분)또한 마찬가지다. 배경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조제는 걸을 수 없다. 영화 전반적으로도 이유는 알 수 없다. '걸을 수 없다' 라는 전제 조건에서 이미 영화는 시작되어있다. 다만, 유난한 소재에 비해 사건진행은 사소하게 진행된다. 연출상 일본 특유의 문화가 보여 조금 당황스럽지만 뚜렷한 자극 없이 천천히 로맨스의 전개 방식을 따라간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런 면에서 매력적인 영화였다. 자칫하면, 로맨스 영화라는 틀을 벗어나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는 표현하기 어려운 소재를 두고 관객으로 하여금 완전한 한 편의 로맨스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뒤로 미뤄놓고 ... 영화 속 첫번째 관람포인트는 영화 속 여백에 있다. 배경음악과 필름화된 사진들의 적절히 교차시켜 영화 사이에 짧은 여백을 만들어낸다. 전반부에서는 오프닝의 느낌을 살려주려 한 것이 느껴지지만, 후반으로 돌입하며 감정선을 길게 이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둘째로, 당시 년도의 시대상과 배경을 보는 것에 재미가 있다. 국내 정서와는 다른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에서 오는 재미도 영화가 주는 특별한 요소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전반적인 배치와 연출에 있다. 영상미는 둘째치고, 전개속도와 더불어 시점의 큰 변화 없이 영화를 끌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영화 속 인물들의 양상은 다양하고 시점은 츠네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것이 영화를 후반부까지 잘 이끌어간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제목부터 아이러니한 조합에 이끌려 영화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제목의 의미는 영화만큼이나 특별하다. 주인공인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와의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의 본명인 '쿠미코'라는 이름을 숨기고 '조제'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현실에선 움직일 수 없고 무엇도 할 수 없는 몸이지만 소설 속 '조제'라는 이름을 통해 사랑을 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 전반적으로 그녀는 '조제'로 남아있다. 무엇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쿠미코는 어디에도 갈 수 없기에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인 '호랑이'는 그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다만, 츠네오를 만난 뒤 츠네오와 함께라면 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츠네오는 상쇄시킬 수 있는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제는 아주 외로운 곳에서 살았다. 그녀의 공간은 몇 평 되지 않는 방안이었고 만나는 사람은 할머니가 전부였으며 그녀에게 탈출구는 오직 이른 아침에 나가는 산책이 전부였을 뿐이다. 그런 그녀의 삶에 불쑥 등장한 츠네오였다. 함께 밥을 먹고, 외출을 하고, 시간을 나누며 둘은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한다. 그녀의 할머니가 나타나 조제에게 이런 삶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를 다시끔 찾아간다. 어쩌면 물고기는 그녀의 삶을 간접적으로 비추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일정한 공간과 틀에서 제 몸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한정적인 삶만을 살아야 했던 그녀 스스로를 물고기에 투과했을 수도 있고, 결국 츠네오 덕분에 한계에서 벗어나 바다로 떠나게 되어 그녀의 삶이 한층 더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일 수도 있고, 그와 함께 묵은 숙소에서 물고기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물고기라 칭하며 쓸쓸함에 오는 동질감이었을 수도 있다. 앞선, '조제'와 '호랑이'에 비해 '물고기'의 의미는 어느 쪽으로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내용으로 돌아와,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던 점은 츠네오가 그녀를 단순 장애인으로써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를 '장애인'으로써 동정하는 것이 아닌 '한 여자'로써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한다. 그의 행동에 특별한 배려는 없다. 그녀를 업어주는 것 외에는 가끔 그녀가 걷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영화 전반적으로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평범히 연애하는 남녀' 그렇게 느껴지게끔 연출을 이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기 떄문에 오히려 사랑의 평범함에 대해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주인공 둘 다 극적인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나 둘의 행동에 큰 변화를 두지 않음으로써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꽤나 적나라한 베드씬을 넣어놓은 이유도 여기 있지 않나 싶다.
영화에 대해 알아보면서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건 이 영화가 마치 '장애'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처럼 비춰진다는 것이다. 물론 놓칠 수 없는 부분이고 감독의 주제의식이 어느정도 엿보이는 장면들도 여럿 볼 수 있다. 다만, 본질이 로맨스인 이 영화에서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사랑'에 관한 고찰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제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장애에 대한 극복으로 당당한 삶' 같은 것들이라기 보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변화와 여정'이라고 이야기 하고싶다. 무엇보다 영화 속 조제의 설정이었던 '장애'가 사실 신체적인 불편함 그 자체를 의미하기 보다 '일상 속 일반인들이 사랑하며 마주하는 일종의 장애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사람을 만나며 우리가 겪는 장애는 신체, 감정, 불안, 재력, 환경 등 어떤 요소도 될 수 있다. 영화 속 설정에서는 신체를 토대로 장애물을 구축해, 사랑하는 사람끼리 마주칠 수 있는 차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츠네오를 누구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츠네오는 진심으로 오열한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담백하게 이별을 말하고서 말이다. 누가 있든 개의치 않고 그저 울기만 할 뿐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정으로서 그녀를 배려한 것이 아닌 짧고도 길었던 1년하고도 몇 달간의 연인 관계였던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담담한 이별이었지만 조제를 두고 돌아서야 했던 츠네오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조제를 데리고 가족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길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에 대한 책임감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츠네오의 모습도 이해가는 슬픈 양면성이 가슴에 남는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라는 무기력한 말과 다르게 전동휠체어를 타고 일상을 보내는 조제의 모습이 한편으론 마음이 놓였다. 넘치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고나서 깊은 후유증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건 남아있는 조제를 위하는 마음이자 둘의 사랑을 옆에서 직관한 후에 오는 상실감일지도 모르겠다. 둘이 결국 이별했으니 비극적인 엔딩이라고 말해야할까? 어쩌면, 우리가 바랬던 것 처럼 '둘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와 같은 엔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원하던 엔딩에 도달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꼭 영화가 결말이 나야만 엔딩이 아닌 것처럼 주인공 둘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또 다른 사랑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몇 평짜리 공간에서 발을 뗀 조제의 앞에도 어떤 날들이 기다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삶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금 억지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해피엔딩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본질과 동시에 사랑이 가진 연약함을 깊게 엿볼 수 있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아쉬움을 달래고 글 몇자로 영화를 담아낸다. 영화 속 츠네오가 그랬듯 조제같은 여자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만 같다.
사진 출처 : <ジョゼと虎と魚たち .> In Movie
-
- 2025년 대한민국에 던지는 질문 / 시빌 워: 분열의 시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시빌 워: 분열의 시간"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네요~
-
- 블랙위도우를 보고 아쉬움이 더 남는 이유 (블랙위도우 스포 리뷰, 쿠키해석)
#블랙위도우 #나타샤 #호크아이
2021. 07. 10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마블다운 영화
01:15 나타샤의 마지막
03:47 호크아이가 만약..?
04:33 엔딩크레딧
05:33 걱정되는 세대교체
06:36 아쉬움과 더욱 여운이 남는 영화
-
-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파이널 예고편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과 마주하게 된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
- 웨이브 <통령소녀> 공식 예고편
혼령과 소통할 수 있는 16살 영매 샤오쩐!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그것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신전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해결해 주던 일상을 보내던 샤오쩐은 한 학생이 전학 오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고, 그 친구를 통해 사랑과 슬픔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