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3-09 20:27:20
가장 빛났던 그때, 우리는 함께 였다. | 영화 소울메이트
찬란했던 그때 그시절
오늘은 제가 완전 따끈따끈한 아직 개봉 전인 영화 소울메이트 시사회를 다녀왔어요!
아니 시사회가 있길래 저~ 볼래요!! 라고 응모했다가?
오세요~~ 라고 해서 신나게 보고 왔어요! (With 나쵸와 함께.)
오랜만에 담백하면서 풋풋한 한때를 회상하면서
최근 본 영화 중에 너무 재미있게 보고 와서 관람 후기 남겨봅니다!
단, 아직 개봉 전 영화라 스포는 없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감독 : 민용근
각본 : 강현주
출연진 :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개봉일 : 2023년 3월 15일
기획 의도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두 여성, '미소'와 '하은'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겼는 관계의 굴곡을 그린다.
둘만의 안온한 세계는 10대 후반 무렵, '하은'이 동급생 '진우'와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겪는다.
자유분방한 '미소'는 도시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좇고,
'하은'은 고양에 남아 안정된 생활을 꾸미면서 둘은 그렇게 점차 멀어진다.
모든 것을 함께 한 찬란했던 시절, 우리 모두의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
여담
영화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중국에서 이 영화 인기가 많아 역대 최초로 여우주연상 공동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주연배우 중 한 명인 전소니는 과거 SBS 낭만 닥터 김사부 2의 여자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뻔 했지만, 그 역할에는 이성경으로 바뀌었다.
후기 및 쿠키
영화 소울메이트는 풋풋한 10대의 그 시절에 친구밖에 모르고,
그 친구를 동경하며 서로가 서로의 삶이 부러우며 동경하며 닮아 가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고, 각자 다른 이유로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너무 잘 풀어냈다.
낭만과 청춘 찬란한 그때의 그 시절의 영화를 표현한 줄 알았는데
더 나아가 깊이가 있었던 아주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봤습니다.
소울메이트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면 휴지는 필수!
한줄평 : 함께 있으면 행복했던 그때, 이젠 서로다른 우리.
Relative contents
-
- 12년 만에 다시 만난 기념비적 SF
잘생긴 사람이 부산 사투리로 어떤 말을 한다. 남자는 입담이 엄청 좋다. 이 남자의 이름은 '사이먼 도미닉', 이하 '쌈디'다. 굉장히 좋은 행보로 AOMG의 사장을 지나 현재 한국 힙합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 남자. 이 사람의 언더신에서의 행보는 아주 훌륭하다. 여전히 그는 한국 힙합의 전설이 되어 좋은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글쓴이도 쌈디를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이렇든 저렇든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계기는 MBC의 <아바타 소개팅>이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말을 저렇게 재미있게 한다고? 그 프로그램 자체의 아이디어도 신박했다. 일단 누군가가 직접 보이지 않은 채로 타인을 대하면 민망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내 일 아니거든. 이 프로그램은 그 지점을 똑똑하게 활용하며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몇몇 레전드 클립을 남겼다.
어떤 영화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건 대단한 일이다. 단순히 <범죄도시 2>에서 손석구 배우의 카리스마로 그가 스타덤에 오른 것도 굉장히 좋은 일이다. 일단 손석구 배우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어떤 영화가 TV 프로그램 몇 개 만들다 못해 '아바타'라는 개념 자체를 갖고 온 것이라면 그건 감독이 선견지명이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아, 이 영화는 이 선견지명만 남기고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다.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SF 명작이 되어 그렇게 남아있다. 12년을 돌아 메타버스를 꿰뚫은 영화를 만나보자. 다음 주 수요일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하는 <아바타>다.
아주 먼 미래
2150년. 상이군인 제이크 설리는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도 없이 혼자서 사는 것 같다. 나라를 위해 투신했지만 보상이 노력한 만큼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게 잊히고 있는 제이크. 어떤 술집에서 웬 부랑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다. 정신을 차릴 즈음 누군가가 말을 건다. "이 자가 제이크야?" "맞는 것 같은데요." 남자 둘은 제이크를 끌고 어딘가로 향한다. 도착한 곳은 일종의 연구실이다. 여기가 뭐하는 데야? 처음 겪는 상황이다. 어리둥절한 제이크.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그레이스 박스는 싹수가 없다. 아무튼 제이크에겐 임무가 주어진다. 1kg당 2천 달러나 하는 물질 언옵테늄을 채취하는 것. 이 언옵테늄이 있다면 가상의 행성 판도라를 개발해 인류의 평화로운 삶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대규모 부대를 판도라에 파견하는 인류. 판도라에는 원주민 나비족이 살고 있었다. 인류는 나비족과의 공존을 위해 가상으로 된 몸 '아바타'를 만들어 외계인과의 소통에 나선다.
아바타를 통해 외계인과 통신하는 제이크. 임무를 하던 도중이었다. 원래 판도라에서 살던 외계 동물에게 공격을 받고 무리에서 낙오된다. 절망스러운 상황. 헤매던 제이크를 오마티카야 부족의 여전사 네이티리가 발견하고 그를 구해준다. 묘하게 시작되는 인연. 사실 네이티리는 제이크에게 화살을 겨눴지만 사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바로 지역의 수호신 같은 존재 에이와가 이를 제지한 것. 제이크에게 뭔가 다른 걸 느끼는 네이티리. 살고 있는 고향으로 데려간다. 술렁이는 부족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와의 계시를 받았다는 네이티리의 말에 제이크가 부족과 함께 동화되는 것을 허락한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동상이몽인 채로 서로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과연 아바타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지
글쓴이는 97년이다. 이 영화의 개봉 연도는 2009년이다. 이때 <무한도전>이 인기가 많았다. <무한도전>의 팬이었던 나. 엄마는 많이 바빴기 때문에 주말이 아니면 극장에 갈 수 없었다. 토요일 저녁 6시 40분. 애매한 시간대에 표 예매를 잡았다. <무한도전>이 삶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극장 가기 직전까지 엉엉 울었다. "우리 아들. 왜 그래? <무한도전> 보고 싶어?" 지금 다시 생각하면 이마빡을 손바닥으로 쳐버리고 싶지만 아무튼 그땐 <무한도전>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3시간 분량이 끝나고 난 뒤 뭔가 신세계가 열린 느낌이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SF였던 <아바타>. 메이플스토리를 필두로 한 아바타 게임은 적지 않았지만 그걸로 이런 서사를 짰다는 건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다.
13년이 지났다. 마블이 휘황찬란한 영화들을 발표하고 드니 빌뇌브가 <듄>을 발표했다. 긴 시간 동안 SF 장르에 햇살 같은 축복이 내렸다. 그런데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아바타>의 임팩트를 넘어선 SF가 없었다는 것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도 파란 피부에 신기하게 생긴 외계인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 무슨 날개 달린 외계 생물체를 달고 비행하던 쾌감은 지금 봐도 신선하다. 어릴 때야 '그때 그거 쩔었지'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가진 시각적 쾌감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거장이 가진 연출력 덕택에 나왔다. 180분 동안 살짝 진부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매 번 다른 느낌으로 끌고 간 감독의 개인능력이 돋보인다. 괜히 기념비적인 SF가 아니다.
뭐가 있냐면
일단 시각화 수준이 대단하다. 이 영화는 SF영화다. SF영화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시각적인 게 중요할 것이다. 기존의 세계를 새로 만드는 게 이 영화의 주요 과제다. SF이니 만큼 기존에 없는 대신 설득력 있게 사실적으로 가상의 현실을 구현해야 한다. 이곳에서의 CG 연출은 우리를 설득하기 충분하다. 일단 나비족을 CG로 연출한 방식은 '적당히 신선하다'라는 말과 어울린다. 우리는 살면서 외계인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처럼 구성하되 외관만 살짝 빗겨 난 형식을 썼다. 또 부분적으로 근육질의 묘사도 인간의 것을 따온 것이 보인다. 다들 '불쾌한 골짜기 이론'에 대해 알 것이다. 기괴함과 신선함의 차이는 정말 간발의 차다. 그런데 이 영화가 초반부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건 이 시각 연출의 힘이 크다. 또 판도라에 사는 외계동물 연출도 공룡을 연상케 하는 좋은 시각화였다. 우리 인류가 처음 탄생하기 이전에 공룡이 살았다. 그리고 판도라 역시 도시를 개발하기 이전이다. 이 점에서 '인류의 역사와도 닮으면서 신선함을 유지했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공룡들을 활용한 액션도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 타고 다니는 동물이 있다. 이 타고 다니는 동물을 가지고 하는 전투신이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데, 실제로 이 동물들을 타고 싸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장면을 구성했다는 이야기인데 운동의 디테일이 구석구석 살아있어 생동감을 더한다.
이런 시각화를 뒷받침하는 이야기 구성도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 영화 줄거리 별 것 없다. 자연을 개발하려는 인간과 원주민의 대립은 우리 역사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를 설정한 건 어느 정도 노림수가 있다. 우선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것도 분명히 의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감독이 하고자 했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글쓴이의 생각은 이야기를 통해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시각화에 힘을 빡 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외계 문명과 소통하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럼 3자의 관점에서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게 뭘까? 외계인과의 신기한 소통 과정일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를 신선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각화에 힘을 주는 것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가 조금 진부하더라도 액션과 CG에 힘을 주는 방식은 우리 요즘 할리우드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단 올해 국내에서 800만 관객을 동원한 <탑건 : 메버릭>만 봐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베테랑 조종사 메버릭의 이야기가 서사의 전부다. 그럼에도 메버릭의 저세상 액션 하나만큼은 정말 끝장났다. 이렇게 이 영화가 후의 상업영화들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건 그렇게 어려운 가정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외계인들과의 소통' 중 어떤 것을 소재로 삼았는지 생각해보면 이는 감독의 노림수가 꼼꼼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주인공 제이크의 인물 설정이 흥미롭다. 바로 하반신 마비라는 점이다. 이 하반신 마비라는 특성은 1) 초반부에 아바타를 연결하고 난 다음의 카타르시스 2)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할만한 근거 제시 3) 후반부 인물의 선택지에 합리적인 근거 제시라는 점에서 꼼꼼하다. 또한 액션 신에서 탈것이 되어주는 동물과의 교감을 넣은 것, 후반부에 인류와의 대립이 있는 것, 네이티리의 전투신까지 '이걸 넣으면 영화의 시각적 요소가 풍부해질 것'을 고려한 티가 난다. 일단 아크란과의 교감과 비행은 극에서 중요한 위치도 차지하면서 불필요하게 삽입하지 않았다. 인류와의 대립 액션신은 핵심 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꼼꼼히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도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를 설득할 수 있다. 또한 네이티리의 맨몸액션은 초반부에 이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방식 중 하나다. 이 사람이 내적으로 강인하지만 그렇다고 빈틈이 아예 없는 인물은 아니라는 걸 경제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12년을 돌아 다시 직면하다
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테마 중 하나는 '인간의 것은 과연 무엇인가?'다. 대사에서도 언급된다. '모든 에너지의 것들은 잠시 빌린 것이며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이 영화가 개봉한 2009년 12월부터 세계는 다양한 사건을 맞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팬데믹 사태를 겪어도 변하지 않았던 뜨거운 감자는 사실 명확했다. 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지구 온난화 문제였다.
감독이자 각본가 제임스 카메론은 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환경에 대한 소재만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 것 같다. 이야기 전개는 어디서 봤다. 또 소재는 우리 책에서 많이 읽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익숙한 소재를 갖고 왔다고 해서 절대 깊이가 얕지 않다. 인류가 자기를 희생하기 위해 타자들을 어디까지 희생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과학의 진일보를 어디까지 바라볼 것인가, 복제인간은 과연 인간과 어떤 차이점을 갖는가,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논의, 대화와 소통 없는 의사소통 방식까지 영화는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져 넓은 이야기를 한다. 과연 이게 2009년의 세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아닐 것이다. 금세 우리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생각난다. 팬데믹 사태를 불신했던 몇몇 정상들도 생각난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인형에 대한 논의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런 일에 대해 감독은 각각의 해결책도 제시하지만 결정적인 키워드로 어떤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뭐. 사람에 따라 고리타분하게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인 걸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0여 년을 지났지만 시대상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것은 제작자들의 인사이트가 탁월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뛰어난 영화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삶에 대해 통찰해보면 좋은 영화가 <아바타>가 아닐까?
-
- 지배종인 인간의 존재의미를 묻는다
진화한 유인원(Ape)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디스토피아 행성. 유인원은 세상의 지배종이 되었고 인간들은 사냥의 대상에 불과하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웨스 볼 감독이 연출하고, <아바타: 물의 길> 조쉬 프리드먼이 각본을 썼다. 제작비는 1억 6천만 달러, 한화로 약 2200억 원이다. 평균제작비 약 100억(홍보비 추가 총제작비는 약 125억)이 드는 한국 상업 영화를 20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대작이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리부트(Reboot)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리부트 영화의 유행을 가져왔다. 놀런 감독은 오래되어 폐기 수준에 있던 배트맨의 캐릭터에 새롭게 스토리를 입혀 대박 흥행을 가져왔다. 이후 많은 리부트 영화 시리즈가 시도되었고 혹성탈출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혹성탈출 시리즈처럼 한국에서도 마동석의 <범죄도시> 성공으로 시리즈 영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개별 독립된 영화는 유명감독의 대작 영화일지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시리즈 영화의 장점은 예측가능성이다. 경험을 토대로 제작비 규모와 개봉 시기를 정하기가 쉽다.
캐릭터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시간 등 영화 초반의 빌드업 과정을 과감하게 줄이고 바로 본론에 들어가 관객을 몰입하게 할 수 있다.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되면 흥행의 강력한 엔진이 된다. 시리즈 영화는 스핀오프(번외 편)와 프리퀄(전사)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할 수 있어 확장성도 크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인간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망할 수 있는 지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태양계 행성의 지배종이 된 유한한 존재인 인간. 영화는 인간의 욕망과 교만으로 결국 문명을 잃어버리게 될 디스토피아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화면 크기가 감동을 다르게 한다.’는 아내의 말에 동의한다. 영화를 방구석 1열이 아닌 극장에서 보는 주된 이유다. 우리는 용산 CGV 아이맥스 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마치 실제 유인원들이 영화에 출연한 듯 얼굴에 나타나는 섬세한 감정표현, 거대한 숲이 된 고층 빌딩, 프록시무스 군단의 거처인 폐기된 크루즈선 등을 큰 화면에서 실감 나는 영상으로 즐겼다.
러닝타임은 다소 긴 145분이다. 이 정도의 상영시간이라면 놀라운 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야기(Story)와 서사(Narrative)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관객이 중간에 피로도를 느끼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옥에 티를 찾자면 그렇다.
-
- 출산이란 무엇인가
임신과 출산은 인간에게 엄청난 사건이다. 생명으로 태어나 삶을 누리다가 나와 비슷한 생명을 낳고 주검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삶의 순환이다. 우리의 몸은 생명을 낳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간은 임신과 출산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임신과 출산은 세포의 관점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터지는 우주적 재난을 이겨내고, 끝없는 시련을 거쳐 다세포생물인 하나의 아기로 탄생한다. 우리는 임신과 출산을 인간의 입장으로만 바라보았지, 세포 입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진 않았다. 이전에 <마이키 이야기>와 같은 영화에서 정자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적이 있으나, 그것은 완전히 나이브하게 연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 세포의 관점에서는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질까?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는 임신과 출산을 세포의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재난 영화다. 그리고 한 인간이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임신과 출산으로 비유해, 단순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안락한 세계로부터 이탈 - 사정
영화 <그래비티>는 허블 우주 망원경이 돌고 있는 궤도인 지상 600km의 고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지구의 대기권은 대략 100km 정도로, 600km까지 올라가게 되면 거의 공기가 없다. 인간은 지구의 표면에서 살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공기나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인간이 지표를 떠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임무전문가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허블 망원경 궤도에 우주왕복선을 타고 올라왔다. 임무 사령관인 우주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수리하는 라이언 스톤 옆에서, 괜히 우주 유영시간 기록을 늘리고 있다가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그녀를 옆에서 도와준다. 그러다 갑자기 사고가 터진다. 러시아가 자국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폭파시킨 잔해-데브리스들이 연쇄반응(케슬러 신드롬)을 일으켜 라이언 박사와 코왈스키 일행을 덮친다. 재미있게도, 이 사건들은 인간이 사정하는 과정을 정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그럼 정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정자는 고환에 있는 세정관에서 만들어진다. 세정관 속에 정원세포가 있고, 이것이 제1정모세포, 제2정모세포, 정세포를 거쳐 정자로 성숙한다. 이렇게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74일이다. 영화 시작 때 코왈스키는 이번 임무가 기분이 좋지 않다며 자신의 아내가 바람피우던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74년형(!) GTO를 몰고 떠나 버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코왈스키는 계속해서 성과 관련된 잡담을 계속한다.
사정한다는 행위는 인간에겐 쾌락일지 몰라도, 정낭에 잘 있던 정자의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벌어지는 우주적 재난이다. 정자는 사정하지 않고 몸속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고환에서 흡수해 사라진다. 그러나 몸 밖으로 배출되면 급격하게 수명이 줄어든다. 특히 혐기성 세포인 정자는, 인간이 산소가 없으면 죽는 것과 반대로 산소와 닿는 것이 치명적이다. 질 안으로 배출되면 정액과 질액이 있으므로 3일 정도는 생존할 수 있지만, 몸 밖으로 사정해 공기에 노출되면 1시간 안에 죽는다. 마치 <그래비티>에서 공기가 없는 광활한 우주로 조난당하는 라이언 스톤과 정반대지만 같은 이야기다. 자신이 태어난 세계로부터 타의에 의해 이탈하는 것이다. 정자의 안락한 세계는 부서지고 외계로 던져진다. 그것이 사정이다.
이제 라이언 스톤과 코왈스키는 지구와의 교신이 완벽하게 끊어졌다. 몸 밖으로 배출된 정자도, 자신을 만든 몸과 교신을 할 수 없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라이언 스톤과 코왈스키는 하얀 우주복에 긴 끈으로 연결된 모습을 하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우주정거장을 찾아간다. 정자 역시 긴 꼬리를 가지고 헤엄치며, 자신들이 살기 위해 난자를 찾아간다.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 속 새로운 보금자리 - 수정
라이언 스톤이 우주정거장에 있는 소유즈 호에 들어가기까지 다른 우주비행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사고 당시 희생된 우주왕복선의 승무원들부터, 그를 우주정거장까지 데려다준 코왈스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왈스키는 전문 우주비행사답게, 전혀 멘탈이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존을 계산해 라이언 스톤을 살린다. 우주정거장에 겨우겨우 도착한 라이언 스톤은, 에어락에서 자신의 우주복을 벗어던지고 에어락에서 웅크린 채로 공기의 안락함을 잠시 느낀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수많은 정자들이 죽음의 어려움을 이기고 난자에 도착해,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단 하나의 정자만 난자 속에 들어가 수정하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정자가 활동성을 가졌기에 수정되기 전 인간을 정자에 비유하는 컨텐츠가 많았지만, 사실 정자에 비해 난자가 훨씬 크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세포다. 그리고 난자가 꼬리가 없다 하여 수동적으로 차례차례 하나씩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자 역시 수많은 난포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성숙한 난자가 배출된다. 가장 먼저 성숙한 난자는 다른 난자가 성숙하지 못하도록, 난포자극 호르몬을 억제해 다른 난포들의 성숙을 방해한다. 난자는 인간의 세포 중 가장 큰 세포이며, 정자는 인간의 세포 중 가장 작은 세포다. 참고로, 알도 난자이므로 알은 하나의 세포다.
원래 <그라비티>의 재난 상황에서는 라이언 스톤보다 코왈스키가 생존할 가능성이 더 컸다. 우주유영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고, 무중력 상황에 훈련되어 있고 아주 익숙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자신이 당연히 살 줄 알았기에, 라이언 스톤을 구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우주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겨우 매달리게 된 끈이 버티기엔 둘의 합쳐진 운동에너지가 너무 컸다. 코왈스키는 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질량을 줄여 운동에너지를 줄임으로써 라이언스톤을 살렸다. 이 과정에서 훈련받은 우주인인 코왈스키의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평온하게 결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통의 우주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훈련받은 대원 답지 않게 감성적이 되어버린다. 특히 작품성이 낮은 SF에서 이런 장면에 '신파극'을 넣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연출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그런 영화는 이미 시대가 지났고, 실제 우주인들도 그렇지 않다. 굉장히 담담하고 냉철하다. 아폴로 13호와 지상 나사 기지의 통신 "휴스턴, 문제가 생겼어(Houston, we have a problem)"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고에도, 얼마나 우주인들이 냉정하게 기지와 교신하는지 보여주는 예시다. 코왈스키는 그처럼 농담을 섞어가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한다. 오히려 그래비티는 우주인의 감정을 극도로 절제해, 주인공 라이언 스톤과 관객의 감정을 더 극대화시켰다.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마치 라이언 스톤이 우주정거장 에어락에 안착하기까지 코왈스키의 희생이 필요했던 것처럼. 정자 하나가 난자와 수정하기 위해, 수억의 정자들이 동시에 출발해 죽음을 쌓아간다. 정자의 죽음이 많아야 수정이 되는 이유는, 먼저 도착한 정자들이 효소를 방출해 난자의 방어막인 난구세포를 없애고 죽기 때문이다. 생명은 수많은 죽음 위에 만들어진다.
외계로부터의 교신 - 태교
라이언 스톤은 우주정거장 ISS로 피했지만, 우주정거장에선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 급하게 소유즈 호를 타고 탈출한다. 그러나 소유즈호는 펴진 낙하산에 걸려 표류하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날아온 파편들에 의해 우주정거장은 산산이 부서진다. 그 탈출과정에서 소유즈호는 몇 안 남은 연료마저 다 써버렸다. 그리고 라이언 스톤은 절망한다. 라이언 스톤은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톈궁과 AM주파수를 통해 교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교신은 톈궁이 아니라, 지상에 있는 영어를 못하는 남자 '아닌강'이 받게 되고 둘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각자의 이야기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 라이언 스톤은 우주 멀리 사라진 코왈스키의 환영을 보게 된다.
라이언 스톤이 외부세계(아닌강, 코왈스키)와의 대화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살 길을 찾는 모습은, 마치 태아가 자궁 외부에서 오는 소리나 산모의 영양과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자라나는 '태교' 유사하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게 되어 수정란이 되고, 태아가 되면 산모와 분리된 생명체가 된다. 산모와 태아는 태반을 통해 임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 속에 태아는 양막에 둘러싸인 채 양수 속에서 몇 개월의 삶을 살아간다. 태아는 엄마나 외부의 세계나 외부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태아가 16주부터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태교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사실 태교가 얼마나 태아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태교가 실제로 태아를 교육하는 효과가 있거나 성장하는데 직접적인 형향을 준다기보다는, '태아를 잘 키우고 있다'는 마음을 주게 해 산모를 안정시키는 데 더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 어떤 것에서 안정을 느끼는지는 평소 산모의 생활에 따라 다르므로, 사람마다 태교의 방법도 달라진다. 꼭 남들이 하는 것처럼 모차르트 음악을 듣거나, 교육적인 동화책을 읽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양수 속에 있는 태아는 <그래비티>에 라이언 스톤처럼, 우주공간에 있는 우주인과도 같다. 온 우주에 자신만이 고독하게 있고, 외부의 소리는 이해하기 힘든 소리들로 들린다. 외부의 사람들은 태아가 자신의 말소리를 알아듣는다며 좋아하고 불러보곤 하지만, 태아는 라이언 스톤이 아닌강의 말을 듣는 것처럼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 정도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비티>에 나온 아닌강의 교신내용은,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이자 <그래비티>의 공동 각본가이기도 한 조나스 쿠아론이 만든 단편 <ANINGAAQ>에 잘 나와있다. <ANINGAAQ>은 라이언 스톤이 듣던 목소리가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그때 들리던 개 소리는 어떤 거였는지 알게 해 준다. 이 역시 생과 사에 대한 여운을 남기는 단편영화이다.
중력의 세계로 - 출산
코왈스키의 말을 듣고 각성한 라이언 스톤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진다. 두려워하고 포기하고 싶어 하는 상처 입은 인간에서, 냉정하고 용기 있게 살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으로 바뀌었다. 살려고 하는 그녀의 몸부림엔 거칠 것이 없다. 라이언 스톤은 소유즈호의 착륙장치를 발사시켜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톈궁으로 다가가고, 소화기를 써서 톈궁의 가까이로 간다. 톈궁도 이미 데브리스에게 많은 손상을 입어, 속력이 떨어져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중이었다. 라이언 스톤은 전혀 개의치 않고 톈궁으로 들어간다.
라이언 스톤은 ISS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톈궁에 도킹하고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우주선인 중국의 선저우호를 찾는다. 영화 상에서 선저우호와 소유즈호는 같은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나오지만, 모두 중국어로 쓰여있어 쉽지 않다. 점점 톈궁은 지상으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 때문이다. 우주의 궤도를 안정적으로 돌던 우주선은 대기권과의 마찰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망가진다. 우주에서 라이언 스톤과 같은 우주인을 자궁 속 태아처럼 감싸고 지켜주던 우주 정거장과 우주선은, 이제 분해되기 시작한다. 중력이 없던 세계에서 중력의 세계로, 생명이 없던 공간에서 생명의 세계로. 출산이 시작된 것이다.
출산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내 안락한 세계를 파괴하는 과정이다. 출산을 하지 못한다면 태아는 산모의 영양분을 계속해서 빨아먹고 사는 기생생물일 뿐이다.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막은 일종의 알껍질이다. 이 알껍질을 깨지 못한다면 산모도 태아도 죽을 수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로 유명한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처럼.
라이언 스톤은 딸이 사고로 죽은 것을 계속 자책하며, 그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둬버렸다. 상처받은 인간이 고통과 우울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안락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죄책감으로 감싸고, 그 안에 숨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주에 홀로 떨어져 나와 고립되었던 라이언 스톤처럼, 세상과 단절된다. 상처를 외면하면 치유되지 않는다. 상처는 들여다보고, 벌리고, 약을 발라야 치료된다. 라이언 스톤은 이도저도 아니고, 하염없이 드라이브를 하며 그냥 되는대로 살아갈 뿐이었다. 그때 코왈스키의 환영이 한 말은 라이언 스톤이 고통으로 자신을 감싼 세계를 깨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신의 선택이야.
계속 가기로 했으면 그 결심을 따라야지.
편하게 앉아서 드라이브를 즐겨.
두 발로 딱 버티고 제대로 살아가는 거야.
집에 갈 시간이야."
편하게 있을 수도 있다. 세상을 외면하고 혼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죽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집에 갈 시간이다. 딸의 죽음을 보내 줄 시간이다. 그리고 살기로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라이언 스톤은 죽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딸의 죽음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깨고 나오기로 한다.
톈궁은 대기권 진입으로 모든 것이 불에 타며 녹아내린다. 라이언 스톤이 알던 세계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산산이 부서진다. 그것은 바로 숭고한 출산의 광경 그 자체다.
------------------------------------------------------
중력의 세계인 지구로 떨어진 라이언 스톤은 마치 양막을 찢고 나오듯 선저우 호의 문을 열고, 양수 가득한 우주선에서 밖으로 나온다. 중력은 사물을 끝없이 중심으로 떨어트린다. 하지만 라이언 스톤은 그것에 굴하지 않았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 흔들거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그녀는 고통을 깨고 나와 새로 태어났다. 고통을 이겨내고 일어선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고통을 들여다 보고, 그 고통을 깨고 나와 떠나보내고 다시 태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하기로 했으면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삶이기 때문이다.
-
- 경성크리처 2 | 의도가 느껴지려면 일단 맛있어야지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에 몸을 던진 후 나진이 뇌에 파고들어 초인적인 괴력과 불사, 불로의 능력을 갖게 된 '윤채옥'(한소희).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타인을 해치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낸다. 대신 그녀는 능력을 살려 실종자를 찾아주는 뒷거래로 생계를 꾸린다. 어느 날, 의뢰를 받아 몰래 들어간 모텔 방에서 윤채옥은 놀라운 사람을 발견한다. 이미 죽었어야 하는 옛 연인 '장태상'을 똑 닮은 '장호재'(박서준)를 발견한 것.
절친한 형 '권용길'(허준석)과 함께 흥신소 일을 하면서 간신히 입에 풀칠하던 장호재. 밀린 월세에 의해 압박받던 그는 의뢰를 받아 향한 모텔 방에서 의뢰인 대신 사체와 윤채옥을 발견한다. 윤채옥이 곧바로 모습을 감춘 나머지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던 호재는 윤채옥을 찾아 진상을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장호재와 윤채옥은 미처 몰랐던 진실과 그들을 노리는 과거의 적에게 한 걸음씩 다가선다.
맛을 빼먹은 의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성황리에 끝났다. 시청자도 많았고, 수많은 밈을 만들어냈다. '의도가 느껴져야 한다'는 안성재 셰프의 일관된 심사평도 그중 하나다. 음식을 먹는 순간 셰프의 의도가 분명하게 느껴져야 활용된 기술이 유의미하다는 그의 미식 철학은 공감 혹은 의문을 자아내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안성재 셰프의 말에는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2>는 안성재 셰프의 심사평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듯한 드라마다. 창작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전편이 일제의 만행을 장르적으로 풀어내려 했다면, 이번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는 현 세태를 비판하고자 한다. 문제는 전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의도를 보여주는 데 지나치게 힘을 쏟은 나머지 밑바탕이어야 할 맛, 곧 드라마의 재미를 놓쳐 버렸다.
분명한 의도
<경성크리처 2>가 겨냥하는 대상은 확실하다. '토착왜구'다. 일제를 미화하거나 일본의 정치적, 역사적 입장을 옹호하는 한국인 혹은 그러한 현상을 비판하려고 한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후에도 친일파가 급변하는 세태에 발맞춰 부와 권력을 유지했으며,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 현실을 시나리오에 녹여냈다.
악역 캐릭터만 봐도 의도가 보인다. '마에다'(수현)와 옹성병원 위에 지어진 전승제약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일본군 장교와 일본인, 친일파의 후손이 협력해 과거의 연구를 이어가는 이 조직은 토착 왜구의 정의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그들의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일제 패망 후 정부 수립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혼란했던 한반도. 마에다는 그 틈을 타서 장태상과 그의 동료들을 제거하고 재산과 영향력을 되찾았다.
이러한 전개는 한국전쟁을 지렛대 삼아 경제를 재건한 일본과 혼란을 틈타 과거를 씻어냈던 몇몇 친일파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정작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권준택'(위하준)의 자손은 임대료 걱정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다는 모습도 현대사의 비극을 환기하기에 충분하다.
더 나아가 그들의 대사에는 친일파, 뉴라이트, 일본 우익의 사관을 반영되어 있다. 마에다는 양아들이자 시즌 1 막바지에 사망한 명자의 아들 '승조'(배현성)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또 장태상에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이제 새롭게 관계를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속삭이기도 한다. 마치 식민지 근대화론을 필두로 한 일본 측 사관을 요약해 보여주는 듯하다.
의도만 남은 디시
에피소드 7개에 꽉꽉 눌러 담은 메시지는 사실 비판하기 어렵다. 피식민지국 국민 입장에서는 항상 관심을 갖고 염두에 둬야 할 이야기가 맞기 때문이다. 역사적 맥락에 들어맞을 뿐만 아니라 시의적으로도 적절해 보인다. 중국, 러시아, 북한의 공조 긴밀해지는 만큼 한국, 일본, 미국의 협력도 중요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경성크리처 2>가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두고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논제를 제시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메시지를 뻔하게 만드는 기제다. 기시감이 강한 클리셰의 반복은 의의가 중요한 의도마저도 거부감이 느껴지게 한다. 극 중 분량이 상당한 액션이 대표적이다. 나진을 맞은 이들의 초인적 괴력과 속도를 활용한 연출은 돋보이지만 구성은 식상하다.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기생수>와 유사하고, MCU의 <시크릿 인베이젼>과도 흡사하다. 팔을 대신하는 촉수를 활용하는 식의 아이디어는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드라마의 정체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크리처물'을 표방하지만 전편의 세이싱 같은 괴물의 비중이 거의 없다. 크리처물에게 기대할 법한 시각적 쾌감이 사라지면서 차별점도 잃었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퀄리티도 아쉽다. 어두운 복도, 공터, 폐공장에서 주로 액션이 펼쳐지다 보니 회차가 지날수록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인상이 짙다. 경성의 화려함과 옹성 병원의 스케일을 강조하며 눈을 즐겁게 한 지난 시즌과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멜로는 살았다
그래도 마지막 보루를 지켰다는 점은 위안이다. 두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세밀해진 덕분에 로맨스의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 사실 지난 시즌은 장태상과 윤채옥의 멜로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첫눈에 빠진 운명적이 사랑이라는 클리셰를 답습했고, 둘이 사랑을 싹 틔우는 과정도 못 보여줬다. 로맨스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옹성병원에 갇힌 채 각자 사투를 펼쳤으니까.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거는 선택에 자연히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시즌 2는 두 주인공 간의 감정선을 영리하게 그려냈다. 10부작에서 7부작으로 분량을 줄이고, 각자의 서사를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시키면서 아련함을 극대화했다. 전반부는 윤채옥이 이끌어 나간다. 그녀는 어머니 세이싱으로부터 나진을 이식받아 불로 및 불사의 존재로 79년간 홀로 지냈다. 시즌 1에서의 첫 만남과 같은 구도로 이뤄지는 윤채옥과 장태상의 재회는 그녀의 그리움과 쓸쓸함을 극대화하고 뇌리에 각인시킨다.
중반부부터는 장태상이 극을 이끈다. 그는 마에다가 억지로 투여한 나진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겨우 나진을 적출하고 기억을 잃은 채로 1년간 장호재로 살아왔다. 과거의 악연과 비극을 모두 잊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는 윤채옥과 재회한 후로 점차 기억을 되찾고 끝내 장태상으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전승제약이 잡아간 윤채옥을 구출하러 간다.
그 끝은 다크 초콜릿 같다. 윤채옥은 나진을 제거당하고 기억을 잃은 상태로 평범한 대학생활을 영위한다. 반면에 장태상은 장호재라는 이름으로 죽지 못하는 삶을 홀로 살아간다. 그들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간, 서로 맞바꾼 삶의 궤적은 한눈에 들어온다. 해피엔딩 같지만 정반대의 상황을 마주한 쌉쌀한 멜로를 완성한다. 이러한 결말은 <경성크리처 2>가 최소한의 몫은 해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이유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성크리처 2>는 예술 작품의 본질을 간과한 여러 작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은 창작자가 미적 감각 속에 의도를 숨겨서 전달하고, 수용자는 미적인 즐거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의도를 발견 혹은 체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경성크리처>는 창작자의 의도가 너무 강하게 드러나는 반면, 미적 감각과 기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나머지 역효과가 발생한 듯 보인다.
이는 쿠키 영상대로 시즌 3가 나오더라도 기대가 크지 않은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쿠키 영상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시즌 3은 나진이 세상에 퍼짐으로써 그 유산을 비로소 사람들이 직시하고 맞서는 전개를 보여줄 듯 싶다. 나진을 현재까지 남은 일제의 유산이나 저주로 이해한다면, 지난 두 시즌 동안 보여준 의도의 연장선상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시즌 3만큼은 철저히 장르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반일이라는 가치와 메시지는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 달리 말해 두 주인공의 멜로와 액션, 그리고 크리처물의 정체성만 살아나도 작가의 의도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Poor 형편없음
반일이라는 의도를 감싸지 못한 액션과 크리처물의 맛
-
- 오롯이 일어설 수 있는 용기
매번 신비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왔던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신작 ‘그린 나이트’로 돌아왔다. 미지의 존재인 용과 유령의 이야기를 지나 이번엔 아서 왕의 전설 속 인물인 가웨인의 모험을 조명할 예정이다.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각색한 이번 이야기는 <슬럼독 밀레니어>, <라이언>의 주연을 맡은 데브 파텔과 <툼레이더>, <데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을 예고하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로 유명한 J.R.R 톨킨이 현대어로 해석한 작품답게 중후한 중세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자연을 통해 가웨인이 모험 중에 겪는 혹독함과 경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웨인(데브 파텔)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왕이자 삼촌인 아서(숀 해리스)를 찾는다. 둘 사이가 소원했던 것에 맘이 쓰였던 아서는 조카와 친분을 위해 서로의 무용담을 나누기를 원한다. 하지만 평소 방탕한 생활을 이어 온 가웨인은 수많은 전설을 남긴 아서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한다. 침묵이 이어지던 순간 적막을 깨고 몸이 나무로 이뤄진 거한이 등장한다. 자신을 녹색 기사(랄프 이네슨)라고 소개한 거한은 자리를 매우고 있는 수많은 기사들에게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한다. “녹색 기사의 목을 배는 자는 명예와 재물을 얻게 되지만, 1년 후 녹색 예배당을 찾아 목을 배여야 된다”는 말에 누구도 선뜻 나서려 하자 가웨인이 직접 녹색 기사의 목을 밴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녹색 기사는 떨어진 머리를 주우며 “1년 후”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성을 떠나면서 가웨인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만다.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유령’을 재해석해 감성적으로 담아낸 <고스트 스토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을 들어낸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 로워리 감독은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납득시키는 장치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미지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설득력은 그의 세계관을 이루는 메시지 또한 부각한다.(※이후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한정된 공간에서 더 넓은 세계로의 모험
배경에 차이가 있을 뿐 로워리 감독의 작품을 이루는 핵심 주제는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는 인물의 성장이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에 만족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틀에 박힌 삶을 살던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마치 하나의 모험극처럼 담고 있다. <고스트 스토리>가 한정된 공간에서 흐르는 시간의 모험이었다면 <그린 나이트>는 다양한 로케이션을 탐방하며 수많은 시련을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 전설의 홀로서기
기사가 되기 위한 가웨인의 모험을 다루는 방식은 익히 알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악으로부터 선을 구하는 용맹한 기사의 모습보단 찌질하고 구차한 한 개인의 여정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하지만 시련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껍질을 부수고 태어나는 새 생명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숭고하게 과정을 다루고 있다. 로워리 감독의 작품 속 시련의 과정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프고 힘들지라도 결국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자립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 변화를 두려워했기에 그들의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녹색 기사와 가웨인의 결투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웨인의 전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목숨을 건 여행이 없었다면, 그들의 전설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린 나이트 >
-
- 내가 사랑하는 모든 다큐들에게.
N년차 OTT 구독자로서,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양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항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볼 때 어딘가 아쉬운 몇 % 의 부분들을 마저 채워주는 느낌이다. 그동안 봐왔던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겠다.
1. 섹스토피아(2017)
원제_Liberated: The New Sexual Revolution
미국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민낯을 확실히 알려준 다큐. 감독이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대학교 봄방학을 즐기는 모습을 촬영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성에 대해 다소 개방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에 사실 좀 많이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사랑'의 개념과는 많이 멀어진, 그저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하루를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보내는 것이 다반사 된 그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람을 한 인격이 있는 개체로 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는 비정상적인 생각이 일반화되고 있다. SNS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비추는 고정적인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게 되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하지 않을 법한 행동들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바닷가에서 페스티벌을 즐기는 내내 그들은 남자들의 무차별적인 접촉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하고, 너무 대놓고 이상한 행동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맞서 대항하고, 당황해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진정한 해방이란 외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와 몸을 되찾고 심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실상을 촬영하고 있던 시기, 해당 구역에서 집단 강간 사건이 일어나 큰 파장을 일으킨다. 오히려 피해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그 상황을 촬영하고 방관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크게 분노한다. 정말 점점 미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에 봤던 다큐멘터리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은 작품이다.
2.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2019)
원제_Fyre
FYRE, 이 축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용두사미이다. 셀럽 모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축제인 양 홍보를 해놓고, 막상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이 도착했을 때는 기본적인 주거시설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음악 페스티벌 하나를 준비하는데 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수많은 비용을 한 사람의 무지와 우매함으로 인해 물거품으로 만든 최악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고, 처음 균열을 발견했을 때에도 그저 강압적으로 축제만 진행하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 밀어붙인 대표의 태도에 말을 잃게 된다.
직장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사건의 흐름보다는 이 페스티벌을 담당하게 된 수많은 직원들이 겪는 심적인 고통과 스트레스에 나도 모르게 이입하면서 보게 되었다. 마치 마감일이 다가왔는데도 기본적인 틀조차 무시한 채 그저 마무리만 하면 된다는 상사에게 시달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심지어 급여 문제도 있어서 기존에 받기로 했던 금액조차도 받지 못하고 일을 진행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사건이 끝난 후 지금까지 트라우마와 심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 축제에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정말 인생에 몇 없을 비극적인 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최고급 숙박을 제공한다는 것과 엄청난 게스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한껏 기대하고 도착한 곳은, 왠 짓다 만 텐트였던 것이다. 심지어 방수시설도 되어 있지 않아 물이 새고,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었다고 한다. 대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기꾼인 게 분명하다. 제일 화가 나는 포인트는 이 모든 사건에 대한 판결 이후이다. 결국 이 대표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고, 지금은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제2의 Fyre 사기극을 준비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오히려 핵심 사건보다 그 이후의 근황을 보는 게 더 힘 빠지는 일인 것 같다.
3. 슈퍼맨 각성제(2018)
원제_Take Your Pills
각성제라고 불리는 '애더럴'을 포함한 약물들의 남용 사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 또한 고등학교 입시 생활을 할 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적은 있지만, 각성제를 주기적으로 먹어본 기억은 없다. 이미 지나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일종의 부스터로 각성제라는 옵션을 추가하게 된 사회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것에서도 사회 구조가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다. 고소득층의 자녀들은 여러 가지 과외를 받으면서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가 비교적 많아지는데, 소득이 낮은 부모의 자녀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성적을 감당해내야 한다. 좋은 점수는 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을 때에는 이런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아이들의 인터뷰가 놀라웠다. 이 또한 어떻게 보면 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또한 ADHD가 있는 아이들이 애더럴을 섭취하게 되면 집중력이 좀 더 좋아진다고 믿는 부모들도 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의 예술적 재능이 약을 통해서 더 잘 발현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약을 먹어야 하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한다. 그 아이는 거의 10년간 약을 먹어왔는데, 실제로 이렇게 약에 의존하는 아이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너무 어릴 때부터 약에 길들여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보다는, 순간의 완화 효과 때문에 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은 것 같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애더럴은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증권사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먹는 약들 중 하나라고 한다. 대체 경쟁에서 이기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다들 이렇게까지 하는지, 경각심까지 들게 한다. 심지어 어떤 제약회사에서는 업무 효율을 증가시켜주는 약을 개발 중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약으로까지 경쟁하는 시대라니, 다음엔 뭐가 될지 무서워진다.
-
- 「스위트홈」 회당 제작비 30억(!)의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프리뷰ㅣ스위트홈 웹툰ㅣ결말포함 스포주의ㅣ여진구?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
? '스위트홈(2020)' 넷플릭스 드라마 보기 전 필수 시청
스위트홈 웹툰 스토리 요약(*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위트홈" 시놉시스1
세상을 차단하고 방 안에 틀어박힌 10대 소년. 현수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인간이 괴물로 변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아직은 사람이니까. 이웃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스위트홈" 시놉시스2
끔찍한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는 그린 홈이라는 낡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한다.
절망에 빠진 그는 점차 그린 홈에 관한 비밀을 깨닫는다.
왜곡된 인간 욕망을 여러 가지 형태로 투영하면서 인류를 몰아내려는 괴물이 그린 홈을 둘러싸고 있으며, 자신을 포함해 그린 홈 주민들은 그 괴물들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스위트홈" 정보
공개일: 2020년 12월 18일
화수: 10부작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StudioN
장르: 호러, 크리처, 생존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연출: 이응복
극본: 홍소리, 김형민, 박소정
출연: 송강, 이진욱, 이시영 외
원작: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
시청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청소년 관람불가[2]#스위트홈 #스위트홈_웹툰 #스위트홈_리뷰
-
- 검은 사제들의 뒤를 잇는 "검은 수녀들" / 단순하지만 독특한 설정 / 크게 무섭지 않은 순한 맛 호러 /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검은 수녀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메인 예고편
테러 인질극 생중계, 그리고 9억 명의 시청자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온에어 스릴러📻 [9월 5일: 위험한 특종] 메인 예고편 공개!
-
- 영화 <풍운3> 예고편
두 영웅의 피할 수 없는 격돌!
가문의 해방을 위해 무술대회에 나선 임가의 ‘임동’과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임동’을 찾아온 광도무관의 ‘오운’
두 영웅의 엇갈린 운명이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