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14 12:43:29
3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또는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올봄,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울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소울메이트>부터
DC코믹스의 유쾌 발랄 히어로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까지.
개성 넘치는 이번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소울메이트
Soulmate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4분
감독: 민용근
출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등
개봉: 2023.03.15.
배급: (주)NEW
시놉시스
1998년, 처음 만났다. 2004년, 첫사랑이 생겼다. 2010년, 각자 어른이 되어간다. 2014년, 흔적을 따라간다. 지금, 그리움을 그린다. 2023년 3월 15일, 당신의 소울메이트가 찾아옵니다.
CINE PICK!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제주도를 배경으로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미소'와 '하은'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의 굴곡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혜화, 동>으로 일찌감치 평단으로부터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민용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았는데요, 인물의 시간을 따라가는 묵직한 연출이 인물 간의 우정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생까지 조명해 몰입감을 더했으며 원작과 달리 그림을 중요한 소재로 다룬 점 또한 돋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소품과 설정들은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큰 재미요소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샤잠! 신들의 분노
Shazam! Fury of the Gods

개요: 액션, 모험 | 미국 | 130분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제커리 레비, 애셔 앤젤, 아담 브로디 등
개봉: 2023.03.15.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신들의 힘을 갖게 된 빌리(애셔 앤젤)와 친구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슈퍼히어로의 삶을 즐기게 된다. 그러던 그들 앞에 잃어버린 힘을 되찾고자 그리스 여신 헤스페라(헬렌 미렌)와 칼립소(루시 리우)가 나타나게 되고, 세상은 혼돈에 빠지게 되는데…
CINE PICK!
<샤잠! 신들의 분노>는 DC코믹스의 신작으로, 신의 능력을 가진 문제아 슈퍼히어로들과 빼앗긴 힘을 되찾으려는 신들의 대결을 그린 액션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이 전편에 이어 이번 작품도 연출을 맡았으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았던 폴 커비가 참여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샤잠' 역의 제커리 레비부터 '빌리 뱃슨' 역의 애셔 앤젤, '프레디 프리먼' 역의 잭 딜런 그레이저 등이 전편보다 한층 더 성장한 슈퍼히어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한편 2022년 미국배우조합상 평생 공로상에 빛나는 헬렌 미렌과 루시 리우가 맡은 새로운 빌런들의 활약상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플레인
Plane

개요: 액션, 스릴러 | 미국, 영국 | 107분
감독: 장-프랑소와 리셰
출연: 제라드 버틀러, 마이크 콜터 등
개봉: 2023.03.15.
배급: (주)누리픽쳐스
시놉시스
파일럿 ‘브로디’는 운항을 하던 중 폭풍을 만나게 되고, 필리핀의 한 섬에 비상착륙 한다. 상공에서 마주한 폭풍의 영향으로 관제탑과의 통신이 끊기고 비행기에 이상까지 생겨버린 상황. 브로디는 섬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FBI에게 연행되던 살인범 ‘가스파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 사이, 섬에 있던 무장 세력들이 나타나 남겨져 있던 동료들과 승객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며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고, 브로디는 무장 세력으로부터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가스파레와 힘을 합쳐 탈출을 향한 아찔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CINE PICK!
영화는 비상착륙한 섬에서 마주한 무장세력으로부터 납치된 승객들을 구하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살인마와 손을 잡는 한 파일럿의 긴박한 모습을 그린 액션 스릴러로, <비독: 파리의 황제>, <블러드 파더>, <원 와일드 모먼트>,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 <어썰트 13> 등 다수의 영화의 감독과 연출을 맡으며 2019년 제73회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오브 더 페스트상을, 2009년에 제34회 세자르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던 장 프랑소와 리셰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또한, 국내 번역의 경우 <미드웨이>, <나이브스 아웃>, <존 윅 3: 파라벨룸>, <데드풀> 시리즈, <보헤미안 랩소디>, <스파이더맨: 홈커밍>, <웜바디스> 등 수많은 영화의 번역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번역가 황석희가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개요: 코미디, 드라마 | 아일랜드, 미국, 영국 | 114분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케리 콘돈, 배리 케오간 등
개봉: 2023.03.15.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 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절친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은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 정도로 다정하고 돈독한 사이다. 어느 날, 돌연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콜름’. 절교를 받아들일 수 없는 ‘파우릭’은 그를 찾아가 이유를 묻지만 돌아오는 건 변심한 친구의 차가운 한마디 -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 관계를 회복해 보려 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기만 하고 평온했던 그들의 일상과 마을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절교 선언, 평온했던 삶이 뜨겁게 타오른다!
CINE PICK!
<이니셰린의 밴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천재 극작가이자 노련한 영화감독인 마틴 맥도나가 2017년 영화 <쓰리 빌보드> 이후로 내놓은 신작입니다. 맥도나 본인이 과거에 집필한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했으며, 여러 작품에서 함께해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 잡은 콜린 파렐과 브렌단 글리슨이 주연 배우로 출연했습니다. 영화는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한쪽의 일방적인 절교 선언으로 어긋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엄청난 호평 속에 각본상,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수상,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영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편집상에 모두 이름을 올렸으나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하였습니다. 1920년대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아일랜드 내전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두 친구의 절교는 아일랜드 내전의 분열과 같이 우화적인 측면이 있다"라고 말한 감독의 설명과 같이, 두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작은 섬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거듭되는 분열과 재앙,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조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영웅
A Hero

개요: 드라마 | 이란, 프랑스 | 128분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아쉬가르 파라디, 아미르 자디디, 모센 타나반데 등
개봉: 2023.03.15.
배급: 영화사 진진
시놉시스
"사람들이 날 존경해요" 빚을 갚지 않아 수감 중인 라힘은 주운 가방 속 금화를 팔아 보석금을 내려다 주인에게 돌려준 후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의 평판이 높아질수록 주변의 의심은 깊어지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라힘의 사소한 거짓말은 점차 커다란 파국을 몰고 오는데… 가장 길었던 이틀 간의 귀휴가 시작된다.
CINE PICK!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제93회 전미비평가위원회 2관왕, 제33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3관왕 등 전 세계 영화제 13개 부문 수상 및 38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어떤 영웅>은 일상 속 딜레마를 그린 영화를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으로, 한순간에 영웅이 되었다가 한순간에 파국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모럴 서스펜스 영화입니다. 파라디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 세상에 진정한 영웅이란 게 존재하는지,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죄가 되는지 등의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며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보스턴 교살자
Boston Strangler

개요: 스릴러 | 미국 | 112분
감독: 맷 러스킨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캐리 쿤, 크리스 쿠퍼 등
공개: 2023.03.17.
채널: 디즈니+
시놉시스
보스턴 일대에서 세 명의 여성이 목 졸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레코드 아메리칸’ 신문의 저널리스트 ‘로레타’는 유일하게 세 건의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하지만 생활부 소속이란 이유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지 못하게 되고, 그 사이 네 번째 살인사건이 또다시 발생한다. 도시를 최악의 공포로 몰아넣은 정체불명의 교살자. ‘로레타’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료 ‘진’과 함께 목숨을 걸고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결정적 용의자에 닿은 순간, 사건의 진실을 가로막았던 편견을 뒤로하고 모든 걸 내던진 취재를 시작하는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 실화 최악의 연쇄살인사건, 목숨을 건 최초 보도가 시작된다!
CINE PICK!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인 <보스턴 교살자>는 전미 역사상 가장 악명 높았던 범죄를 일으킨 '보스턴 교살자'를 최초 보도한 두 여성 저널리스트 '로레타'와 '진'이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 사건을 집요하게 쫓는 내용의 범죄 실화 추적극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살인의 추억> 연출 당시 찾아본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 잔혹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요,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 리들리 스콧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영화 <크라운 하이츠>로 제33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맷 러스킨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주연 배우로는 <비긴 어게인>과 <이미테이션 게임> 등의 다양한 영화에서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할리우드 스타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했으며, 무엇보다도 사건 당시의 보스턴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실제 사진 기록 자료를 참고해 놀랍도록 디테일한 뉴스룸 세트, 의상 디자인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OTT 신작 등 총 여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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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 모션만큼은 포기 못해!
파트2에서도 크게 나아진 점을 느끼진 못했다. 대신 이거 하나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슬로 모션 기법을 지독하게 사랑해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파트1이 공개된 지 4개월 만에 파트2를 내놓은 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는 코라(소피아 부텔라) 일행이 마더월드를 상대로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파트1에서 대패를 당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노블 제독(에드 스크레인)은 전함을 이끌고 벨트 공격에 나서며, 코라 일행은 벨트 주민들과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방어 태세에 돌입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파트1의 단점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마더월드의 최종병기급으로 훌륭한 전투력을 지녔던 코라가 하루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되는 서사나 네메시스(배두나)의 과거, 반란군 일행이 벨트 주민들과 유대를 쌓는 과정 등에 좀처럼 몰입할 틈을 주지 않고 빨리빨리 전달하기 바빠 보였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벨트 전쟁 또한 꽤나 색다르진 않았다. 지하, 실내, 공중, 함선 등 다양한 배경을 활용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노력은 느껴지긴 하나, 시도 때도 없는 슬로 모션이 속도감을 떨어뜨린다. 액션이 주는 쾌감은 1도 없으니 전투 신이 나오기까지 1시간가량 기다린 시청자들에겐 다소 힘 빠지게 만든다.
극 중 빌런들의 활용법 또한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절치부심하여 코라를 쫓아온 노블 제독은 전편에서 생존한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이 들 만큼 허망한 최후를 맞이하며, 최종 보스 격인 발리사리우스 섭정(프라 피)은 코라의 회상 신에만 등장했을 뿐이다.
네메시스 역으로 반란군의 한 축을 담당한 배두나를 향한 기대도 다소 허무하게 다가왔다.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으로 존재감을 피력하긴 했으나, 정작 그를 활용한 액션이나 다른 감정 신 등 분량은 많지 않았다는 것.
탄탄한 플롯과 스토리라인 없이 무리하게 세계관을 만든 잭 스나이더의 과욕은 '아미 오브 데드'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다. 파트2까지 기대치를 못 미치는 졸작을 보인 가운데, 아직 '레벨 문'이 파트3이 남았다는 점이다. '레벨 문' 세계관에 더 이상 기대할 만하거나 반전이 될 만한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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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방법
나의 특별한 형제
줄거리
온 몸을 움직일 수도, 감각을 느낄 수도 없는 '세하'와, 늘 5살 아이지만 수영만큼은 수준급인 '동구'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책임의 집'에서 만나게 된다. 어느 날, 물에 빠진 세하를 동구가 구하면서 둘은 한 몸처럼 특별한 형제로 살아온다. 아이들이 자라고,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신부님이 돌아가시자, 다른 친구들과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차마 떨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독립을 결심하지만, 수영대회 때문에 TV에 나온 동구를 보고 동구의 엄마가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계획은 조금씩 틀어진다. 과연 두 사람은 무사히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방법
숨은 의미 찾기
세하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그게 혼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니다.
동구는 수영장에서 도착지점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도착지점에서 기다린다던 엄마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함께 살아갈 가족을 잃었고, 희망을 잃었다. 하지만 서로를 만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가족이 되었고, 그래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갖게 되었다. 세하는 동구가 밀어주는 휠체어가 아니면 어디도 갈 수 없다. 그건 전동휠체어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뒤에 늘 동구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어디로 갈 지 생각하고 나아갈 수 있다. 세하는 동구의 머리지만, 그 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동구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동구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도 힘든 세하가, 자신을 위해 수영장에 같이 와 주고 기다려주기 때문에 수영장에서 집까지 올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세하가 늘 방향을 알려줘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늘 자신을 기다려주는 세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도착지점으로 골인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아가는 것도, 집에 도착하는 것도, 서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살 수 있는 집을 찾아 헤매지만, 서로가 없으면 그 집은 의미없다. 가족이 없는 집에는 희망도 없으니까.
장애인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감상평
아마 이 영화를 통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배우들의 연기가 미쳤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이 영화의 시선이다. 장애인도 그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극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수영강사인 미현이 두 사람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그들도 누릴 수 있다는 걸 왜 인식하지 못했을까. 그들은 같이 모이면 공놀이를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고기파티를 하기도 하고, 함께 게임을 하며 놀기도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늘 아파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상처를 털어내고 살듯이 그들도 상처를 치유하고 즐거운 일상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일상을 자연스럽게 녹여서 보여준 것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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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탕한 여성'을 단죄하라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1961)이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 파격적인 기법과 아름다운 화면 등으로 화제가 된 영화라 한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이 영화의 가장 의미심장한 요소는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이다. 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요즘, 기법이나 화면이야 상대적으로 ‘낡은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은 그렇지 않다. 전자가 영화사에 관심 있는 사람에 한정된 이야깃거리라면, 후자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1912년 파리다. 독일에서 온 쥴과 프랑스인 짐은 문화·문화적 취향이 맞아 금세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절친한 두 사람 사이에 까트린이라는 여성이 나타난다. 까트린은 매력적이면서도 당돌한 인물이다. 언젠가 쥴, 짐과 함께 연극을 본 후에는 여성 주인공이 숫처녀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쥴은 지속적으로 정숙한 여인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와 짐이 까트린을 만나기 전에 무수히 많은 여성을 서로 소개해주고 종종 성매매를 했음에도 말이다. 쥴에게 ‘정숙함’은 젠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 가치다.
논쟁을 이어가던 까트린이 돌발 행동을 한다. 갑자기 강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자 쥴은 크게 당황하고 까트린은 그제야 그런 쥴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여기까지는 까트린의 당돌함이 나쁘게만 묘사되지 않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논쟁을 마주하자, 자기 의견을 독특한 방식으로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매혹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잠깐의 공백을 거친 후, 쥴은 까트린과 결혼한다. 역시 까트린을 욕망했던 짐은 낙심하지만 우정의 이름으로 쥴과 까트린을 축복하고 그들의 집에 방문한다. 그러나 짐은 행복하지 못한 쥴과 까트린을 목격한다. 쥴은 짐에게 까트린이 결혼하면 정숙해질 거라 믿었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까트린이 자신과의 관계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애인을 두고 있다는 점도 고통스레 털어놓는다. 까트린의 당돌함이 본격적으로 악마화되는 건 여기서부터다. 여성에게만 정조 관념을 강요하는 남자에게 도발적으로 반격했던 까트린이 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쉽사리 변덕에 휩싸이는 존재, 즉 늘 욕망의 결핍에 시달리는 여자로 재현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까트린을 놓칠 수 없는 쥴은 짐이 여전히 까트린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래서 다소 놀라운 결단을 내린다. 까트린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운 쥴이 짐에게 까트린과의 결혼을 제안하는 것이다. 까트린의 자유분방함을 비난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욕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쥴의 고육지책이다. 이 과정에서 까트린에게는 점차 남자를 홀려 망가뜨리는 ‘팜므파탈’, ‘요부’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
까트린은 쥴, 짐과 함께 지내면서 잠시나마 ‘두통이 올 정도의 완벽한 조화’를 느낀다. 까트린의 욕망은 남자 둘이 있어야 겨우 채워질 정도로 거대하다는 식이다. 여기에 그녀에게 구애하는 또 다른 마을 남성 알베르까지 더해진다. 문제는 까트린이 크게 변덕을 부려 끝내 만족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통제할 수 없는 여성의 욕망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질문한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진다.
결국 짐은 오락가락하며 여러 남자를 탐닉하는 까트린을 떠난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했던 또 다른 여자와 서둘러 결혼한다. 짐이 떠나자 거대한 욕망으로 비틀거리던 까트린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짐에게 총을 들이대며 협박해도 짐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자동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해버리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여성의 운전은 자율성(혹은 통제되지 않음)으로 해석되어왔다. 때문에 까트린이 거칠게 운전한다는 건, 그녀 욕망이 끝내 무언가를 파괴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동반자살은 필연이었다.
이 장면은 결혼 전의 까트린이 쥴과 논쟁하며 강물에 뛰어든 장면과 겹친다. 그리고 두 장면 사이에는 주체적 욕망의 소유자였던 여성이 자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파멸하는 과정이 있다. 쥴이 둘의 죽음을 회고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그는 까트린과 짐의 사랑이 자신과 짐 사이의 우정만 못했다고 자위하며 마지막까지 까트린을 우정을 파괴한 여자라고 비난한다. 자신이 그런 까트린을 그토록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은 것처럼 말이다.
〈쥴 앤 짐〉은 자기 욕망을 소유한 여성을 단죄함으로써 두 남성의 우정을 상찬하는 이야기 구조를 취한다. 그러나 그토록 ‘위대한’ 쥴과 짐의 우정은 여자 없이는 불가능한 공허한 것이었다. 쥴과 짐은 예술과 사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는 데서 우정의 근거를 찾지만 이는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의 우정은 여자를 탐하며 파리를 돌아다니며 깊어졌을 뿐이다. 작가인 짐은 쥴과의 우정을 담은 자전적 소설에서 둘의 관계에 ‘동성애’적 요소도 있다고 말하는데, 이 둘의 관계는 동성애라기보다는 여성을 타자화함으로써 남성 연대를 도모하는 호모소셜에 가깝다. 이를 ‘퀴어적 관계’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적 기만이다.
영화 속 모든 여성 캐릭터가 부정적으로만 그려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쥴과 짐에게 여성은 하룻밤 상대이거나,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상대, 지독한 수다쟁이,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지고지순한 사람, ‘아름다운 물건’일 뿐이다. 그들이 까트린에게 매혹된 건 그녀가 단일한 이미지로 뭉뚱그려져 타자화된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가 정해놓은 안전한 영역을 벗어난 여자(팜므 파탈, 요부)는 ‘위험’하다. 그래서 쥴은 애타게 까트린을 욕망했음에도 역시 남자들 간의 우정만 한 게 없다고 뒤늦게 주절거린다. 놀라운 정신승리다.
요컨대, 〈쥴 앤 짐〉은 여성을 타자화한 것을 예술적 성취로 포장해온 오랜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영화다. 〈쥴 앤 짐〉의 관람을 강력히 권한다. 이 작품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명작’이어서가 아니다. 〈쥴 앤 짐〉은 남자가 예술을 빌미로 여성의 삶과 욕망을 제멋대로 재단해온 역사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한 텍스트다. 갖지 못할 바엔 죽이겠다는 까트린의 태도를 영화가 그려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욕망하여 저항하는 여자’의 계보에 까트린을 추가하여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이 영화를 재독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쥴 앤 짐〉이 ‘명작’이라면, 오직 시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만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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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후보작 발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드디어 2022년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이 발표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신대로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의 예상을 빗나간 수상 후보작 선정도 여럿 눈에 띕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OTT작품들의 작품상 후보 선정, <돈 룩 업>이 대표적이구요,
인디영화 <코다>의 작품상 후보 선정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약진입니다.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색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랐습니다.
<기생충> 이후 또 한번 아시아 영화 감독의 놀라운 성과를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국제영화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 수상이 유력하지 않을까 많~~이 예상해봅니다.
그럼 주요 부문 수상 후보작은 톺아보도록 할게요! :)
작품상
1. <파워 오브 도그>
2. <드라이브 마이 카>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4. <듄>
5. <코다>
6. <킹 리처드>
7. <리코리쉬 피자>
8. <나이트메어 앨리>
9. <벨파스트>
10. <돈 룩 업>
▶너무 쟁쟁한 후보군들이 많지만 조심스레 <파워 오브 도그>의 수상을 예상해봅니다.
감독상
1.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2.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3. <리코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4.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 작품상과 마찬가지로 올해 너무나 많은 극찬을 받은 작품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의 수상을 예측해봅니다.
남우주연상
1. <비잉 더 리카르도> (하비에르 바르뎀)
2. <파워 오브 도그> (배네딕트 컴버배치)
3. <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
4. <맥베스의 비극> (덴젤 워싱턴)
5. <킹 리처드> (윌 스미스)
▶ 앤드류 가필드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결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 <파워 오브 도그>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역대급 인생연기로 극찬 받으면서,
조금 더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여우주연상
1.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2. <잃어버린 딸> (올리비아 콜먼)
3. <페러렐 마더스> (페넬로페 크루즈)
4. <빙 더 리카르도> (니콜 키드먼)
5.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 가장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가장 각축을 벌이는 부문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네요.
남우조연상
1.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2. <코다> (트로이 코처)
3. <파워 오브 도그> (제시 플레먼스)
4. <비잉 더 리카르도> (J.K 시몬스)
5.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 맥피)
▶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 맥피과 제시 플레먼스가 같은 작품에서 가장 큰 수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역시 흐름이 코디 스밋 맥피의 수상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여우조연상
1. <잃어버린 딸> (제시 버클리)
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3. <벨파스트> (주디 덴치)
4.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5. <킹 리처드> (안저뉴 엘리스)
▶ 여우조연상은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대결로 보입니다.
다만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떠오르는 신예 배우를 선호한다는(?) 면에서 아리아나 드보스 배우의 수상이 예상되네요.
각색상
1. <코다>
2. <드라이브 마이 카>
3. <듄>
4. <잃어버린 딸>
5. <파워 오브 도그>
▶ <드라이브 마이 카>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인데요.
그래서 충분히 <드라이브 마이 카>의 수상 가능성도 크다고 짐작됩니다. <듄> VS <파워 오브 도그> VS <드라이브 마이 카>의 대결로 보입니다.
각본상
1. <벨파스트>
2. <돈 룩 업>
3. <킹 리차드>
4. <리코리쉬 피자>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 돈 룩 업>과 <리코리쉬 피자>의 대결로 예상됩니다. 각본상도 수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인 것 같습니다.
촬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파워 오브 도그>
4. <맥베스의 비극>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프로덕션의 힘, 촬영상 부문인데요. 아무래도 2021년 엄청난 스케일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듄>의 수상 가능성을 예상해봅니다.
의상상
1. <듄>
2. <나이트메어 앨리>
3. <크루엘라>
4. <시라노>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편집상
1. <듄>
2. <킹 리처드>
3. <파워 오브 도그>
4. <돈 룩 업>
5. <틱, 틱...붐!>
분장상
1. <크루엘라>
2. <듄>
3. <타미 페이의 눈>
4. <커밍 투 아메리카>
5. <하우스 오브 구찌>
미술상
1. <나이트메어 앨리>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 <맥베스의 비극>
음향상
1. <벨파스트>
2. <듄>
3. <파워 오브 도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음악상
1. <돈 룩 업>
2. <듄>
3. <엔칸토: 마법의 세계>
4. <페러렐 마더스>
5. <파워 오브 도그>
주제가상
1. <킹 리처드>
2. <엔칸토: 마법의 세계>
3. <벨파스트>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포 굿 데이즈>
시각효과상
1. <듄>
2. <프리 가이>
3.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4. <007 노 타임 투 다이>
5.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장편 애니메이션상
1. <엔칸토: 마법의 세계>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3. <루카>
4.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5.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장편 다큐멘터리상
1. <중국몽>
2. <아티카>
3. <나의 집은 어디인가>
4.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5.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쏘다>
국제영화상
1.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
2. <나의 집은 어디인가> (덴마크)
3. <신의 손> (이탈리아)
4. <교실 안의 야크> (부탄)
5.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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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인데요.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2관왕에 올랐습니다. :)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수상 후보작 발표 콘텐츠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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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계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감각되고 기억된다.
7★/10★
모계는 기록되지 않는다. 유전적‧정서적으로 부계보다 모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과학이고 현실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부계에 기입된 존재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교토에서 온 편지〉는 세 자매와 엄마의 삶을 좇으며 이 기록되지 않은 계보가 어떻게 복원되고 활성화되는지를 보인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세 딸은 엄마와 함께 삶을 꾸렸다. 첫째 혜진은 의류매장 매니저로 일하며 ‘K-장녀’로서 집안의 생계를 주로 책임지고, 둘째 혜영은 작가를 꿈꾸고 서울로 향했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부산의 고향 집으로 내려온 상태다. 막내 혜주는 엄마와 언니들 몰래 춤을 배우며 서울에서의 생활을 꿈꾼다.
화자는 세 자매의 엄마다. 평생 돌봄으로 가정을 꾸려온 화자는 지금도 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는 일을 하며 돌보는 일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 화자에게 치매가 찾아온다. 자꾸 무언가를 깜빡하고 급작스레 딸을 호출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평생 남을 돌봐온 화자지만 정작 자신이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자 당황스럽다. 집에 머물며 세 딸 중 화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혜영은 엄마의 치매 진행을 늦추기 위해 자주 옛 기억을 들추며 엄마가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화자와 혜영의 대화는 엄마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였다는 데 이른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부모의 서로 다른 국적을 밝히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환대받지 못한다는 걸 배운 화자는 혜영에게조차 이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혜영은 엄마에게 온, 일본어로 쓰인 편지를 본다. 화자가 한국으로 넘어올 때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진 엄마가, 즉 세 자매의 외할머니기 보낸 편지였다.
화자가 감추고 싶은 기억이 조금씩 드러나는 동시에, 세 딸이 버텨내는 현실의 무게는 점차 버거워진다. 혜진은 꿈만 좇는 ‘무책임한’ 동생들과 돈을 버느라 소진되어가는 자기 삶이 안타깝고, 혜영은 자꾸만 멀어지는 꿈 때문에 괴로운 상태며, 혜주는 엄마와 언니가 자기 꿈을 응원해주지 않는 상황이 불만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화자의 침울함과 각기 다른 이유로 촉발된 세 딸의 분노가 한자리에 모여 동시에 분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오히려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인 후 새로운 국면이 도래한다. 각자에게 기대되는 통상적 가족 역할을 말없이 수행하는 대신, 그 역할과 자신의 현재가 어떻게 부딪히는지를 쏟아내자 기존과는 다른 관계를 정립할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화자도 마찬가지다. 화자는 꼭꼭 감춰온 속내를 꺼낸다. 화자는 교토에 가고 싶다. 오래전 편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서.
세 딸과 함께 간 일본. 편지의 발신지는 정신병원*이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전 환자라 기록이 남아 있질 않았다. 즉 공적 기록으로는 혜진, 혜영, 혜주 그리고 화자의 모계를 더는 추적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여성들은 비록 공적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더라도 일상적 돌봄과 서로에 대한 연민/연대의 마음으로 관계를 다져왔다. 세 자매와 화자가 모계를 복원하는 데 ‘실패’했음에도 그 실패를 함께 겪어냈다는 감각으로 현실에서 새로운 자리를 벼려내듯이. 이들의 이야기는 무한히 다채로운 모녀 관계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관계 역동이 빚어내는 재생산/돌봄 노동에 빚진 사람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딱딱한 공적 기록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을 무언가 찐득한 것이 기록되지 않은 모계를 새로이 의미화해나간다는 데서 오는 위로 말이다. 현실에 착근한 이들의 이야기는 기록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질문하며 ‘기록할 만한 것’의 영역을 넓힌다. 감각되고 기억됨으로써. 사라지지 않고 존재함으로써.
*‘정신병-치매-세 자매의 현재적 고난’이라는 연관관계로도 가부장제하에서의 모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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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이 죽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아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대비하는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늘 속수무책으로 찾아오는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아버지의 죽음을 연습해 보는 딸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이자 촬영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커스틴 존슨
은 아버지인 딕 존슨이 여러 유형의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는 모습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카메라를 드는 것이 일임에도 치매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전, 총명하고 따뜻했던 엄마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버지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서, 그리고, 갑자기 찾아올 아버지의 죽음에 무뎌지기 위해서 죽음을 리허설하는 것이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처음부터 충격적인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손자들의 그네를 밀어주던 딕 존슨이 위에서 떨어진 물건에 머리를 맞고 처참하게 쓰러진 장면이 그것이다. 손자의 그네를 밀어주던 다정한 할아버지이자 유쾌한 인물이 어떠한 주의도 없이 머리에 물건을 맞아 쓰러지는 장면.
이를 보고 놀라 멍하니 있을 관객들에게 영화는 쓰러진 딕 존슨이 스탭들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는 광경을 보여주며 그의 죽음이 허구적 연출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계속해서 딕 존슨이 죽는 여러 사고를 허구적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바로 이것이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의 특징이다. 죽음을 당하는 딕 존슨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멀쩡히 일어서거나 자신으로 분장한 스턴트맨의 죽음을 바라보는 딕 존슨의 모습을 담아내며 관객들을 다시 안심시킨다.
사실, 허구를 다루는 영화에 있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은 허구적 상황을 관객이 믿도록 만드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극 영화의 대부분이 그런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이 허구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한다. 이로써 관객들은 죽음에 무뎌지게 된다. 처음 그려지는 죽음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죽음에, 그리고 그 죽음이 계속해서 허구임을 보여주는 연출 방식에 우리는 적응하게 된다. 즉, 영화가 어느 정도 전개되었을 때는 딕 존슨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는 모습을 보여줘도 그가 아무렇지 않게 나타날 것이라는 걸 알기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 예측 가능하게 관람하게 된다. 물론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관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을 연습한다’라는 주제 덕에 이러한 문제점을 피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에 장난처럼 반응하던 딕 존슨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가상에 죽음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무서워하기도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점차 진지하게 자신의 죽음을 대하는 딕 존슨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우리는 더 이상 공포나 스릴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에 감정에 공감하며 지루
함을 느끼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허구적 연출임을 관객들에게 계속 보여주는 이러한 방식은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
한다. 이렇게 기존 영화들과는 다르게 관객들이 영화에서 빠져나와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이 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우리는 몰입을 방해당함으로써 영화 외부의 시선으로 딕 존슨의 죽음과 그에 대한 그의 반응올 목격할 수 있다. 딕 존슨에게 몰입하게 되면 언젠가 자신에게 닥칠 죽음을 두려워하는 시선을 가지게 되고, 감독인 커스틴 존슨에게 몰입하게 되면 다가올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외부의 시선에서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죽음이라는 넓은 키워드에 주목할 수 있게 된다. ‘딕 존슨’의 죽음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보편적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고 이를 자신에게 대입해 볼 수도 있다.
즉,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딕 존슨이 누군가의 이름 000으로 바꿔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죽게 되었을 때 남겨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와 같이 말이다.
죽음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 특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감정이 굉장히 처절하고 마음 아프게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상일지라도 누군가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을 약간은 유쾌하게 다루고 있으며 죽는다는 것 자체를 무섭고 슬픈 일만으로는 그리고 있지 않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천국에 가 있는 듯한 딕 존슨의 모습이 종종 중간에 삽입된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찍어 먹기도 하고 아내와 춤을 추기도 하며 아픔이었던 자신의 발가락이 펴지기도 한다. 우리는 모르는 죽음 뒤에 벌어질 상황, 즉 사후세계에 대한 불완전한 지식은 사람이 죽음을 무서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후세계를 천국이라는 긍정적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죽음을 두려운 상황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유쾌하고 발랄하게 표현한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에서 ‘000이 죽었습니다‘를 마주하게 될, 그리고 그 000에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가게 될, 더 나아가 000에 내 이름이 들어갈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직감하게 될 어느 날,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주변에 누군가가, 혹은 내가 죽을 날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죽음을 처절하고 비참하게 그려 낸 영화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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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사라져버린 '루시' 그녀는 환상일까?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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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3> 공식 티저 예고편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7월 1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