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3-11-13 22:45:34
힘들고 지친 당신에게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리뷰
어두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 하지만 '밤의 시간'이 지속되는 어떤 누군가에겐 아침이 과연 올 지 불안감과 걱정이 앞선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렇게 답한다. "언젠가는 아침이 옵니다"라고.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내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과 자신이 근무하는 정신병동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담아낸다. 드라마는 정신병동 근무가 처음인 정다은이 고군분투하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병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첫 회에 첫 장면부터 눈길을 끈다. 정다은이 자기 전, 그리고 출근하면서 현대인의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최근 현대인들이 정실질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걸 알린다. 그러면서 다른 병과와는 달라 보이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자들의 복장, 풍경을 담아내 관심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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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 독립영화제 선댄스 출신 띵작.zip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여겨지는 선댄스 영화제는 매년 1월, 미국 유타주에서 개최되는 축제 같은 영화제입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으로 유명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이름 없는 한 영화제를 후원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선댄스'(Sundance)라는 이름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레드포드 본인이 맡은 배역의 이름을 본따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인들의 '축제'처럼 여겨지던 '선댄스'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급부상한 것은 1989년, 선댄스 출품작이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부터인데요. 이후, 코엔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배우 및 감독들을 배출해내며 신인 감독의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하는 영화제입니다.
이렇듯, 많은 씨네필들에게는 선댄스영화제 출품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데요. 작년 한 해 국내외를 크게 들썩인 작품 <미나리> 역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선댄스' 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죠.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선댄스' 출신 작품들이 국내 극장을 찾아준다고 하는데요! 과연, 선댄스 출신 작품 중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작품은 어떤 작품이 있으며, 올해 개봉하는 선댄스 출신 기대작으로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지금부터 같이 한 번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저수지의 개들>, 1992년 제8회
범죄, 드라마 | 미국 | 99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 출연 : 하비 케이틀, 스티브 부세미, 쿠엔틴 타란티노, 팀 로스씨네pick : 비디오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시절 하루 종일 비디오를 보았다는 소문난 영화덕후 '쿠엔틴 타란티노'는 1990년,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대본 고료로 16mm 흑백판 <저수지의 개들>을 제작하고자 마음먹지만, 그의 시나리오에 매료된 '하비 케이틀'의 제작 지원과 출연까지 얻어내게 됩니다. 마침내 92년 선댄스 영화제에 그의 작품을 선보인 이후, 전 세계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영화를 홍보한 타란티노 감독은 이후 <펄프픽션>으로 곧바로 '명감독'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요. 하지만, 정작 9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따로 있으니! 그 작품은 바로 <인 더 수프>?! <저수지의 개들>에도 출연한 스티브 부세미와 세이무어 카셀, 스탠리 투치, 제니퍼 빌즈에 짐 자무쉬까지 화려한 출연진 속, 눈에 띄는 인물이 또 있습니다. 선댄스 띵작 <미나리>의 일꾼 할아버지 역의 '윌 패튼' 배우! 이쯤 되면, 그는 독립영화의 역사 그 자체가 아닐까요?
<500일의 썸머>, 2009년 제25회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95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마크 웹 | 출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씨네pick : 75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작품이자, 국내 로코 추천 모음에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 <500일의 썸머> 역시 독립영화로써 '선댄스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가졌습니다. 10년 넘게 회자되며 몇 차례 재개봉까지 이끈 영화는, 당시 호평과 함께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마크 웹 감독 역시 소니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감독으로 낙점되며 상승세를 탔습니다. 2009년 선댄스에는 <500일의 썸머>의 '조셉 고든 레빗'이 연출한 24분짜리 단편영화 <스팍스> 또한 출품되었는데요. 그 외에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바로 한국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있습니다. 이충렬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개봉 당시 290만 명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하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특성과 독립 영화의 한계를 극복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였는데요. <워낭소리>는 국내 다큐멘터리 작품 최초로 선댄스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에 진출한작품이기도 합니다.
<위플래쉬>, 2014년 제30회
드라마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데미언 샤젤 | 출연 :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씨네pick : 선댄스 영화제와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처음 공개된 이후, 전 세계 씨네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독립영화계의 전설 같은 영화입니다. 데미언 샤젤 감독이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든 <위플래쉬>의 단편이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과 함께 미국단편 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그리고 <위플래쉬>가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후, 본인이 진정으로 만들고 싶었던 영화 <라라랜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위플래쉬>는 2014년, 선댄스 심사위원대상은 물론, 관객상까지 수상하며 평론가부터 대중까지 모두를 사로잡았는데요. 그해 선댄스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음악' 영화로는 에밀리 브라우닝 주연의 <갓 헬프 더 걸>이 있습니다. 펀딩을 통해 12만 달러의 모금에 성공하며 제작된 <갓 헬프 더 걸>은 선댄스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베를린 영화제에도 초청된 작품입니다.
<팜 스프링스>, 2020년 제36회
코미디, 멜로/로맨스, 판타지 | 미국 | 90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맥스 바바코우 | 출연 :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씨네pick : 역대급 띵작을 배출해낸 '선댄스'에서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로도 잘 알려진 배급사 '네온'에 2,250만 달러에 판매되며 선댄스의 최고 판매가를 경신한 영화 <팜 스프링스>가 올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타임루프 코미디 <팜 스프링스>는 북미 OTT 플랫폼 'Hulu'에서 공개된 이후, <기생충>의 기록을 넘어 역대 훌루 영화 최고 스트리밍 기록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선댄스 이름에 걸맞는 코믹 로맨스 영화 <팜 스프링스>는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 스프링스의 어느 리조트에서 항상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세상에 갇히게 된 남녀의 예측불가 코믹 로맨스를 그리는데요. TV 시리즈 "브룩클린 나인나인"의 '앤디 샘버그'와 앞서 소개한 <위플래쉬>의 교수님 J.K. 시몬스가 출연하며 올여름 더위를 신박하게 날려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같은 해 심사위원대상은 <미나리>에게 돌아갔지만, 수상과 흥행은 무관하다는 선례가 있었기에 기대해볼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8월 19일, 올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영화
<팜 스프링스>의 개봉을 기다리며,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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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유아인의 찐 연기가 만난 영화 <승부> 리뷰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의 생일 축하를 받으며 함께 점심을 하고 아내와 함께 용산 CGV를 찾았다. 며느리가 준비한 골드클래스 티켓 덕분에 집처럼 아늑한 공간에서 영화 <승부>를 관람했다.
김형주 감독의 <승부>는 단순한 바둑판 위의 수 싸움을 넘어, 승부의 세계에서 제자와 스승 사이의 뜨거운 감정과 관계의 깊이를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이 바둑알을 놓는 순간,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손끝의 떨림과 상대를 보는 눈빛은 영화에 온전히 빠져들게 했다. 어느새 승부(대국)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며,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영화는 김형주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이병헌, 유아인, 조우진이라는 탁월한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시너지를 이룬 작품이다. 바둑판 위에 앉은 두 인물의 대결이 마치 권투 링 위에서 몸이 부딪히는 한 판 승부처럼 숨 가쁘게 펼쳐지는 건 감독의 섬세한 연출 덕분이리라. 바둑을 전혀 모르는 관객까지 끌어안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조훈현이 다리를 떨면 그 판은 무조건 잡는다’ 등의 긴장 포인트를 요소요소에 심었다. 클로즈업과 침묵의 활용, 교차 편집을 통한 긴장감 조성, 그리고 배우들의 내면 연기를 끌어내는 디렉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영화 <승부>는 배우들의 찐 연기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병헌과 유아인, 두 배우의 대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처럼 느껴질 만큼 강렬했다. 이병헌(조훈현 역)은 오랜 시간 바둑세계에서 군림한 노련한 바둑황제로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유아인(이창호 역)은 젊고 날이 선 도전자로서 스승과 제자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병헌은 공격적인 기풍으로 냉철한 승부사 역할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유아인은 인내하며 지키는 기풍으로 스승에 맞서 승부욕이 가득한 도전자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한다. “물고 뜯고 덤비고 싸우라”고 말하는 스승에게 “그건 선생님 스타일이고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맞서며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을 응축시킨다.
스승과 제자의 대결은 두 배우의 환상적인 연기로 폭발적인 긴장감을 만들며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제자는 이기면서도 흔들리고, 스승은 지면서도 패배로 무너진 좌절감을 끝내 극복하려고 한다.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가르친 제자가 스승을 넘어섰을 때의 씁쓸함과 허탈함을 이병헌은 극도의 절제와 깊은 눈빛으로 보여준다. 이병헌은 어린 제자에게 모든 타이틀을 빼앗긴 쓰라림을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핑그르르 차오르는 눈물에 담는다. 이기지 못하는 초조함, 결국 져버린 초라함, 지울 수 없는 열패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아인은 승자의 기쁨과 스승에게 패배의 고통을 안겨드렸다는 송구함을 동시에 안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놀라운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조우진(남기철 9단 역)은 두 인물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배우려고 하지 말고 이길 궁리를 해보라”며 이창호를 자극하고, 제자에게 진 조훈현을 진심으로 격려한다.
투자배급사 바이포엠(BY4M)이 배급한 이 작품은 원래 창고에 묵혀있던 영화였다. <소방관>에 이어 <승부>도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덕분에 OTT(넷플릭스)가 아닌 극장에서 큰 화면과 생생한 사운드로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못하다. 때때로 실수를 하고, 그 때문에 대가를 치른다. 유아인은 큰 잘못을 저지르며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배우는 연기로 그를 성원하는 관객에게 보답해야 한다. 그가 대가를 치르고 영화계에 복귀해서, 보다 성숙한 연기로 관객에게 다시 빛나는 스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승부>는 바둑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긴박한 드라마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바둑판 너머 치열하게 사는 인생의 의미를 보여주며,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임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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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예술
마이 뉴욕 다이어리
줄거리
1995년 뉴욕, 대학생인 조안나는 우연히 여행 온 뉴욕에 머물며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당장 수입이 없어 작가 에이전시에 비서로 취업하게 된 조안나.
출근 첫날부터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인 샐린저의 팬레터에 정해진 양식으로 답장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는데…
'나'의 예술
숨은 의미 찾기
조안나의 곁에는 전남친 칼과 현남친 돈이 있다. 이들은 조안나의 삶의 방향을 바꿀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다. 어느 사람의 곁에 있는지,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지에 따라 조안나가 나아가는 방향이 시시각각 틀어지기 때문이다.
현남친 돈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허세에 찌든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다.
돈은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글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는 오랫동안 새로운 책을 출판하지 않는 샐린저를 두고 '진짜 작가가 아니다'라고 비난하거나, 유명 잡지사를 비꼰다거나 하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게다가 벌이가 시원찮으면서도 굳이 한 달에 500달러짜리 아파트를, 그 아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조안나 이름으로 계약하거나, 조안나가 쓴 글을 보며 비웃는 등 여자친구에게는 지속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본인이 제 글을 착실하게 쓸진 모르겠으나, 이런 모습들에서 그가 오랫동안 등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조안나는 그런 돈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조안나는 뉴욕에 우연히 여행 왔다가 이곳에 반해서 정착했다. 자신의 글로 성공하겠다는 일련의 목표를 세웠지만 오래 머물수록 그 목표와는 멀어진다.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하면 작가와 가까워질 줄 알았건만, 오히려 글 쓰는 시간만 줄었다.
"넌 글도 안 쓰고 있잖아."
"나도 안 쓰는 건 아니야."
그녀는 남자친구와의 결혼 때문에 뉴욕을 떠나겠다는 친구에게 '넌 진지하게 작가가 될 마음이 없었구나'라며 은근히 비난하는 말을 한다. 그 말에 발끈 한 친구는 '돈은 글을 쓰고라도 있지'라면서 손 놓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조안나에게 팩트 폭력을 때려버린다. 그러자 조안나는 변명한다. 자신도 팬 레터에 답장하기 위한 편지들을 쓰고 있다면서.
그녀는 엉뚱한 곳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팬 레터에 답장하는 것이 자신이 이 뉴욕에 정착한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이는 돈이 사람들에게 자신이 작가 지망생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처럼 일종의 회피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직시하는 순간 무너져 내릴 것 같기 때문이다.
조안나는 변명은 점점 더 늘어난다. 글을 쓰고 있냐는 샐린저에게 그녀는 일이 바쁘다고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다 알고 있다. 자신이 변명할 뿐임을, 이미 자신이 처음 이곳에 와서 느꼈던 열정과 열의는 다 꺼져버렸음을.
그런 상황에서도 조안나가 돈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건, 지금이 안락해서이다.
경제적으로 시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피나는 노력을 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때의 피나는 노력은 단순히 등단이라기보단 자신이 하고자 하는 예술을 제 안에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사실 조안나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조차 모른다. 그저 대학 공모전에 한 번 당선되었다는 것 외에 그녀에겐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도 없다. 도무지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자기 자신조차 모르기에, 차라리 변명하고 외면하는 지금 이 상황이 더 안심되는 것이다.
전남친 칼의 편지를 읽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잠깐 나오긴 하지만 칼은 플루트 연주자다. 자신만의 길을 확실하게 정해두고, 그 방향을 향해 올곧게 나아가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조안나는 한때 그의 곁에 머물며 그에게 의존했다. 칼이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일종의 착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 글이나 읽으면서 분석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내 글을 쓰는 거야."
뉴욕에 머물기 전, 조안나는 제법 안정적인 길을 확보했으나 뉴욕에서 돈을 만난 후 마음이 바뀐다. 막상 불안정해도 자유로운 돈의 모습을 보니 그쪽에 속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돈에게 속한 이상, 이미 바뀌어버린 자신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명확한 방향을 정해 나아간다는 확신이 없으므로 칼에게 제대로 된 이별 통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중간 어디쯤 꽉 끼어버린다.
조안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드디어 샐린저의 책들을 접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다잡게 된다.
그녀는 칼과 돈에게 의존하던 마음을 바로 세운다. 그들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하고자 했던 예술이 무엇이었는지 갈피를 잡게 된다. 그녀는 여태껏 왔던 팬 레터를 읽으며 수없이 많은 질문을 고민하고 그에 대해 한 글자, 한 글자 친절한 답장을 시로 써낸다.
타인과 소통하고 그 안에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것.
위로와 격려를 또 다른 편지로 써서 세상에 부치는 것.
그것이 그녀가 진정 바라던 예술의 형태였던 것이다.
다 써낸 원고를 잡지사에 갖다주고 나서야 조안나는 샐린저의 주머니에 팬 레터를 넣게 된다. 이제 팬 레터가 제 주인을 찾아가야 하는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연 샐린저에게 들어간 편지는 또 어떤 예술이 되어 나타날까. 그것을 기대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내' 이야기?
감상평
한동안 멍했다. 상징을 뜯어내서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저 가만히 영화를 봤고, 영화를 보고 나오니 어떤 장면도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 자체가 컷편집이 너무 많은 탓에 뜨문뜨문 기억나는 탓도 있지만, 아마 너무 내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라서 팩트 폭력 맞고 2000원 추가된 듯.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지금 당장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내가 멈춰있음을 인지하기도 힘들 만큼. 그럴 때면 어김없이 우울해졌다. 그리고 글이 좋으면서 싫었다. 애증을 품은 채 내 글을 읽으며, 나는 대체 왜 이러고 사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나조차도.
요즘은 일부러 리뷰나 에세이를 따박따박 날짜 맞추거나 분량 맞춰서 쓰지 않는다. 정말 쓰고 싶을 때만 한다. 이 영화도 내가 보고서 리뷰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봤다. 애초에 리뷰와 에세이 모두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긴 하지만, 최근 들어 의무적으로 느끼는 것 같길래. 우선순위로 의무를 가져야 하는 건 소설인데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인생에 정해둔 우선순위가 밀려나지 않게 항상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젊은 날을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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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속작이 있기에 원작일 수 있던 것들
전작보다 후속작이 더 좋은 영화는 도통 찾기 어렵다. 한 영화에서 사건은 이미 마무리되고, 인물들의 정체성도 완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완성조차 코끼리의 일부이자 하나의 시선에 불과할 뿐이지만, 어쨌거나 시선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하나로 동의할 수 있었고 그것이 작품이 완성이라 불릴 수 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품의 세계를 창조하는 욕심과 세계를 연명하려는 의지는 엄연히 다른 듯하다. 이미 완성되었으니까.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완성된 시선에서 벗어나 위험하게 다른 곳을 비추어보던가. 혹은 그 시선을 뚜렷이 한다거나. 물론 그럼에도 창작자에게 수많은 선택과 실험의 기회가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가든 좋고 전작보다 더 좋아지는 사례도 수도 없이 많지만, 결정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니. 바로 전작과의 비교다.
단순히 무엇이 낫냐는 평가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작품의 세계를 발전했는지, 새로운 요소들은 세계의 본질을 홰손하지 않는지. 이전 작품에 대한 오마주를 표했는지 등. 무수한 작품의 가능성만큼 잣대도 수없이 생기고, 시리즈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잣대는 끝없이 올라간다. 그런 어려움을 뚫고 좋은 후속작을 만들다니. 그 어려움을 어렴풋이라도 느끼면 후속작들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간도2>는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무간도2>는 전작의 프리퀄이다. 참신하고 날카로웠던 전작에 비하면 여러모로 파격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쇼트는 길어지고 카메라는 더 이상 역동적이지 않다. <대부>에서 느끼던 중후한 기운이 거리의 네온사인을 압도하는 듯 한편으로 공존하는. 짧은 러닝타임을 제외하면 연출 면에서 전작을 넘어 홍콩영화 대부분과 비교해도 이질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 이들과도 연결점이 있으니. 바로 시대와의 작별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역사는 그것의 정당성이나 비판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탐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그것의 이해관계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완전히 해소될 수 없고, 삶의 터전과 순수함이 훼손된 채 다른 세계로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무간도2>에서 선역과 악역은 없으며 모든 인연이 꼬여있다.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혹은 자발적으로 머무르는 인물들이 서로를 탓하고 있다. 신분을 숨긴 채 조직에 잠입하고, 이득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원한 고통을 뜻하는 무간지옥에 어울리는 모습, 이러한 점에서 <무간도2> 역시 홍콩영화이고, 어쩌면 더욱 처절하게 시대상을 표현했을지 모르겠다.
특정 시대상을 잘 담은 명작은 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느낄 수 있는 여운이 있다. 기원전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건 물론 그리스에 가본 적조차 없는 사람도 고전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역사와 사상을 공부하고, 그것을 현재의 시대로 치환해 교훈을 얻곤 한다.
시대 불문이랄까. 당시의 홍콩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복합적인 시대상을 그대로 떠안는 젊은이들이 있다.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그 속에서도 사랑은 불안하게나마 피어난다. 하지만 그 순수함만큼은 불안해질 수 없기에 항상 고뇌하고 희생을 감수한다. 무엇보다 그 영화의 끝이 행복하든 슬프든 시대의 변화를 역행할 수 없다는 진리를 끝내 이기지 못한다. <무간도2>는 이 점을 영리하게 이용한다. 촬영이나 편집 기법은 독창적이고, 되려 주제 의식을 보강했다. 전작의 당위성을 보여주고 인물들에 입체감을 더해준다. 본작의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예영효는 그 구심점을 확실히 해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리고 엔딩은 지나간 시대에 헌사를 보내며 과거의 향수를 원동력으로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무간도'라는 강렬한 제목처럼 이전도 그다음도 인생은 시대 불문 지옥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연과 사랑이 언제나 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흔히들 홍콩영화는 이제 끝이 나버렸다고 말을 한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두각을 드러내는 영화가 적은 것도 사실이니. 철거된 네온사인들처럼 그때의 스타들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직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의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시대 불문의 가치를 상기한다면. 독창성을 되찾는다면. 무엇보다 목소리를 낼 용기를 되찾는다면 홍콩영화는 다시금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간도2>가 홍콩영화의 황금기 마지막 세대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간도 2>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속작’을 애타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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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작은 부조화와 모순들
내게 있어 <이터널스>(2021)는 의외로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영화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노매드랜드>(2020) 한 편만 본 나의 편협하고 얕은 식견으로 넘겨짚는 것일 수 있겠으나, 이 영화에서 나는 자오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났다는 생각에 앞서, 영화의 크고 작은 요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감독의 작가 의식과 제작 환경 간의 괴리뿐만 아니라, 인물과 관객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자연광을 최대로 활용하고 로케이션을 섬세하게 기획한 뒤 인물들을 공간에 동화되게 만드는 오묘한 질감의 서정성. 사실 <노매드랜드>에서는 이런 요소들을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이터널스>에선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자오가 연출한 영화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으면 그런 서정미를 느끼기 정말 힘들다. 인류사 초기 문명의 태동기에 이터널스 멤버들이 한 명씩 우주선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익스트림 롱 숏을 떠올려 보면 더욱 명확하게 생각이 정리된다. 장면을 잇는 리듬도 살짝 성급하게 느껴져서 관객과 인물들이 모두 자연 풍광에 스며들 기회를 쉽게 주지 않는 영화인 것 같다. 차라리 최근에 봤던 <듄>(2021)의 아득한 사막이 진득하게 뿜어내는 텁텁한 물성, 그리고 그 속에서 황량한 표정을 제대로 각인시켰던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을 감싸는 모래폭풍이 문득 그리워진다.
사실 <이터널스>에선 인물들이 공간에 녹아들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건 영화의 존재적 의의와 결부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영역이긴 하다. 바로 서사의 문제다. <이터널스>는 제한된 분량으로 페이즈의 확장 및 세계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 잡은 MCU 영화다. 자오의 작가적 역량이나 의식과는 별개로 마블에서 <이터널스>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충족 기준치가 존재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로 본격화시킨 페이즈 4에서 이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때 영화는 욕심 그득한 선택을 내린다.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되 마블 세계관에 종속된 영화처럼 느껴지게 온갖 장치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영화가 핵심으로 고려하는 드라마의 깊이는 매우 얕다. 표면만을 건드리며 듬성듬성 훑는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사실 파편화된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들이나 매우 헐거운 다성적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들이라도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영화들이 얼마든지 있다. 왕가위의 <중경삼림>(1994)은 도통 맥락이라고는 찾기 힘든 낯선 인물들의 사연을 과감히 교차하고 나열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드라마의 측면에서 영화의 화술을 이해하는 관객은 매우 많다. 그런 점에서 <이터널스>는 관객들이 캐릭터와 함께 호흡을 맞출 여지를 남기지 않는 듯 보인다.
물론 이에 관한 변호 혹은 항변의 시도가 예상된다. '이터널스'는 그냥 인간들이 아닌 초월적, 신화적 존재들이며, 칠 천 년 넘게 지구에서 버텨 온 그들의 사연을 우리 입장에서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중요 맥락에서만 짚어보는 방식이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변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터널스>는 10명이나 되는 이터널스 멤버들 각자의 사연을 하나씩 챙겨주려고 하면서도 이들과 숙명적인 관계로 얽혀 있는 데비안츠와 셀레스티얼까지 건드려야 하는 엄청난 규모의 대서사를 두 시간 반 만에 단숨에 전개한다. 교차되는 시간대에 있어서도 하루 전이나 일주일 후 등이 아니라, 몇 세기는 기본이고 현대에서 바빌론 문명의 시간대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는 과감한 작법을 선보인다. 인류사의 중요 맥락을 건드리는 시간대 교차라는 겉핥기 화법으로 대서사 전개 시의 맹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흐름에 종속된 주요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다루는 방식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힘들뿐더러 영화의 화법과는 어울리지 않는 접근이다.
<이터널스>에서 태고의 질감을 불러오고자 신화적 존재들을 대자연의 풍광과 버무려서 담아내려는 시도는 애초에 클로이 자오의 영화가 주안점으로 두던 것들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이터널스>는 자오(및 제작진과 파이기)의 판단 미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오의 연출력이 발휘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시공간의 맥락과 연동시키면서 관객에게 스며들게 하는 순간들이다. <노매드랜드>에서 펀과 밥이 햇빛을 받으며 의자에 앉아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속내를 공유하던 순간이 내게는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터널스>에서도 역시 그런 지점들이 발견되는가? 아, 의문 포인트가 잘못됐다. 애초에 <이터널스>는 그럴 수가 없는 영화다. 기본적으로 관객과 인물들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는 시공간의 괴리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늘 함께 해온 초월적이고 신비한 존재들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그런 미지의 존재들이 갑작스레 인간들처럼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하려고 한다. 연인이 섹스를 할 때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은 사실 많이 오글거리는 데다가 배우들의 합도 잘 안 맞아 보였다. 여기서도 역시 영화의 항변이 소환될 수 있을까? 이들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터널스 각각의 사연을 보면서 인간의 인식 체계로는 이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리라 짐작해야만 하는 걸까? 그러기엔 영화가 이 각각의 멤버들을 너무나 '인간적'으로 묘사하려고 한다는 점은 분명 모순이다. 이터널스 멤버들을 찬찬히 살피면, 겹치는 면모가 하나도 없다. 현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듯 인종과 성별, 성적 지향성, 신체 특성 등에 따라 열 명의 캐릭터들이 마치 그 자체로 모종의 인류 집단을 표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터널스 멤버들은 절대자 같은 능력을 지녔음에도 인간적이어야만 한다. 캐릭터들의 다양성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쟁점이 되기 이전에, 이미 영화 내적으로 서사와 결부된 영역에서 다뤄질 수 있지 않은가. 이들은 연약한 수호자들이며, 고뇌와 혼란에 사로잡혀 선택해야 하는 불완전한 자들이다. 그리고 그 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딜레마의 문제가 바로 <이터널스>의 서사를 전개하는 동력이 된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그로 인한 부산물에 주목하는 <이터널스>에선 그에 따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신없이 나열되는 인물들의 사연을 토대로 생성되는 감정선을 단숨에 증폭시킬 매개체들이 적재적소에 유려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에 타율이 신통치 않은 마블식 유머와 멤버 간의 시너지가 잘 느껴지지 않는 어쭙잖은 액션(길가메시와 테나, 킨고와 마카리 등이 합을 맞추는 장면들은 많이 아쉽다)이 있다는 점은 분명 패착이다. 어쩌면 예견된 운명인가. <이터널스>는 코믹스 원작 세계관 기반의 상업영화라는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터널스>는 그 자체로 어정쩡하고 모호한 영화가 된다. 주제가 모호하다거나 영화 자체가 불가해한 매력을 뿜어낸다는 말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방향성이 정해진 각각의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맥락이 연동되지 않은 채로 마구 뒤섞인 모호한 상태에 놓인 영화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사실 나는 <이터널스>가 어떤 영화일지 궁금했다. 과연 클로이 자오만의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작가 의식과 상업성 추구를 오가는 줄타기를 얼마나 유려하게 선보일 것인가 등과 같은 의문들은 이 영화에 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여러 군데에 손발을 걸쳐놓은 의뭉스러운 인상만을 남긴다. 규모와 디테일의 부조화, 어필하려는 지점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모순점들이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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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인 1역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마스크 걸>!
주인공 김 모미는 고현정, 나나,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1명이
배역을 맡아 화려한 라인업과 함께 베일에 싸인 한 명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자 그럼 <마스크걸> 외 영화 개봉작 3편, 같이 알아볼까요?
마스크걸
Mask Girl
ⓒ 넷플릭스
개요: 드라마 | 한국 | 7부작
감독: 김용훈
출연: 고현정, 안재홍, 엄혜란, 나나 등
오픈: 2023.08.18.
배급: 넷플릭스
시놉시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CINE PICK!
<마스크걸>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정체불명의 BJ 마스크걸, 나나, 고현정이 모두 김모미 역할을 맡았으며 연대기별 3인 1역을 연기한 세 배우가 세 개의 이름, 세 번의 살인, 세 개의 인생을 살아야했던 파란만장 김모미의 인생을 어떻게 관통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옥만세
Hail to Hell
ⓒ 네이버영화
개요: 모험 | 한국 | 109분
감독: 임오정
출연: 오우리, 방효린, 정이주, 박성훈 등
개봉: 2023.08.16.
배급: 찬란
시놉시스
학창 시절 내내 왕따와 학교 폭력에 시달려 온 나미와 선우는 같은 반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실패 이후, 두 사람은 자신들을 가장 괴롭혔고 지금은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채린을 찾아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종교에 귀의한 채린이 너무도 선한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CINE PICK!
학폭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두 여고생의 로드 무비로 27회 부산국제영화제 CGK 촬영상과 제 48회 서울독립영화제 넥스트 링크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전재준’ 역할을 맡았던 박성훈 배우와 <소년심판>에서 ‘김아름’ 역할을 맡았던 정이주 배우 모두 전작에서 보여준 생생하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너의 순간
Your Moment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 | 한국 | 109분
감독: 이상준
출연: 옥자연, 우지현, 이상일
개봉: 2023.08.16.
배급: 영화로운형제
시놉시스
어느 비오는 날, 우연히 정후의 캠핑카에 뛰어들게 된 영은 그의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고, 이후 둘은 서로의 아픔을 나즈막히 짐작하며 그 해 여름을 함께 보낸다. 정후를 통해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된 영은 사진을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영은 정후의 아버지를 찾아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정후는 분노에 휩싸인다. 아버지를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정후. 이후 정후와 영의 사이는 점점 벌어지게 되고...
CINE PICK!
영화 <너의 순간>은 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로,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해가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강변의 무코리타
Riverside Mukolitta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20분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무로 츠요시, 미츠시마 히카리
개봉: 2023.08.23.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위해 작은 어촌 마을 공장에 취직한 ‘야마다’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낡고 오래 된 ‘무코리타 연립주택’에 입주한다. 그곳에는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집 주인 ‘미나미’ 남의 집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옆집 이웃 ‘시마다’ 아들과 묘석을 방문 판매하는 ‘미조구치’가 살고 있다. 어느 날, ‘야마다’는 인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혼란스러워 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무코리타 연립주택’ 사람들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함께라서 외롭지 않아
CINE PICK!
여유와 따듯함이 공존하는 <강변의 무코리타>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데스노트> 시리즈 ‘L’ 역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마츠야마 켄이치, <은혼>을 비롯해 다수의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로 등장하는 무로 츠요시,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미츠시마 히카리가 출연해 독특한 유머와 가슴 따뜻한 앙상블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킬러의 레스토랑
High Heat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84분
감독: 자크 골든
출연: 올가 쿠릴렌코, 돈 존슨
개봉: 2023.08.17.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놉시스
전직 특수요원 출신 스타 셰프 '아나'(올가 쿠릴렌코)가 마피아의 타겟이 된 레스토랑을 구하기 위해 킬러 본능을 다시 일깨운다.
CINE PICK!
<킬러의 레스토랑>은 ‘웨비 어워드’를 석권한 신선한 감각의 이전 광고 감독 잭 골든이 감독을 맡았으며 전직 특수요원 출신 셰프 ‘아나’가 레스토랑에 잠입한 마피아들에게 맞서며 벌어지는 짜릿한 액션물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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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빈 주연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 / 김우빈의 멋진 액션 연기 / 감동적인 부자의 눈물 /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의 재발견 / 사회정의의 실현 / 성범죄 아동성범죄 불법촬영 척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무도실무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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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괴이> 메인 예고편
"눈을 본 자, 지옥에 갇힌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 4월 29일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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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3> 공식 예고편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7월 1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