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3-03-28 12:53:53
코미디언 박성광의 감독 데뷔 영화 '웅남이' 스포일러 포함
쿠키 있음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웅남이
(23.03.22 개봉)
감독: 박성광
출연: 박성웅 등
코미디언 박성광 님의 상업 영화 데뷔작 '웅남이'!
원래 연출과를 나오셨고 감독의 꿈이 있으셨다고 해요
어느 평론가의 이 바닥이 만만하냐는,, 평을 봤는데
그 정도로 재미없진 않았거든요
제가 개화냈던 소울메이트보다 20배는 나았고요
첫 데뷔작 치고 이 정도 센스면 괜찮다 싶었어요
물론 저는 앞뒤 안 가리고 웃기기만 하는
킬링 타임용 영화도 좋아하고
개그맨 특유의 말장난도 좋아하기에
개취일 거 같긴 합니다
사실 이렇게 좋았다~ 고 해도
리뷰를 쓰면 아쉬웠던 점만 나열하게 되긴 해요
'웅남이'는 오락성과 작품성,,
둘 다 잡으려다 둘 다 애매하게 놓친... 영화였어요
오락성만 가지고 간 코믹 영화엔 <컴백홈>이 있는데요
제가 정말 안 좋아하는 조폭+느와르였음에도
2022 TOP5영화에 꼽힐 만큼 배꼽 잡았거든요
'웅남이'는 <싱크홀>처럼
무언가 교훈을 줄 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오락성만 챙겼어도 제몫은 했을 영화인데
아무래도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이었는지
어떻게든 진지함을 몇 스푼 첨가하려 하더라고요
그러나 그 진지함이 몇 초 못 간다는 점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박성광 님 같았달까요
창작자는 본인의 모습을 캐릭터에 녹인단 말이 있긴 한데
제가 지금껏 개콘 등에서 봐 온
박성광 님의 모습과 흡사한 캐릭터만 열댓 명이었어요
그러니까 남녀노소 성향 다른 캐릭터가 10명이 넘는데
다 박성광 같은 말투를 구사하고 있는......??
그래서 정말 웃기다! 하는 장면도
다같이 웃기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되더라고요
캐릭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불필요한 캐릭터가 너무 많아요 ㅠㅠ
이이경 님도 같이 무대인사 돌길래
투 탑인가 보다 했거든요 근데 아니었음...
그냥 일개 친구일뿐인데,, 좀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
근데 그 독특한 캐릭터가 한둘이 아니에요
여사친은 술에 집착해서 웃기고,
여경은 욕을 잘해서 웃기고, 남경은 철없어서 웃기고,
아주 자암깐 나오는 단역까지도 어이없어서 웃기고
그렇다 보니 장면마다 힘 있게 웃기는 게 아니라
소소하게 피식거리게만 된달까요
그리고 스토리 개연성이 좀 약했어요
웅남이에게 형제가 있거든요 (박성웅 님 1인 2역)
어쩌다가 둘이 떨어지게 되었고
각자 엄마, 아빠와는 어떤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풀어 줬으면 했어요
웅복이는 왜 아빠를 죽이려다가 못 죽였으며......
(어릴 때 챙겨 줬긴 한데 감정선이 이어지진 않음)
차라리 처음부터 웅남-웅복 구도로 갔어야
엔딩에서 웅복이가 폭탄을 떠안을 때 슬펐을 거예요
그리고 폭탄 자기가 떠안았으면서
어떻게 돌아왔는지 설명 1도 없이 해피로 끝남,,, (??)
그리고 감독만 알고 가는 게 지나치게 많은 느낌?
웅남이가 25년만 살 수 있다는 오해를 했을 때
아빠의 말은 그게 아니었다는 건
그냥 바로 뒷장면에 배치했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끝까지 모르쇠하다가 쿠키처럼 나오더라구요
추측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만,,
관객은 알고 웅남이만 몰랐다면 더더 웃겼을 거 같아요!
역시 리뷰 쓸 땐 좋은 말을 안 하게 되네요...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값은 아깝지 않았어요
중간에 나갔다는 평이 있던데
전 그 정돈 아니었습니다 하하
쿠키가 가장 웃기다고 하던데 ㅋㅋㅋㅋㅋㅋㅋ
쿠키 스포 하자면 정우성 님이 깜짝 등장하십니닷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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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구해도 좋겠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않은 우리들은 보통 세상을 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삶은 힘들고, 여러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에 때론 꼬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남을 미워하기도 한다. 특히나 모든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점점 루저가 되어가기도 한다. 그건 특별히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단 자꾸만 꼬여가는 그 상황이 풀리지 않아 스스로 몽니를 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몰래 비판 글을 쓰기도 하고, 누군가는 계속 조용히 용서를 빌고 다닌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집에만 박혀 있는다. 그들 스스로는 모르지만, 그들은 조용히 세상의 루저가 되어간다. 자신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점점 그들은 지상에서 멀어진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이미 지하로 내려가버린 루저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삶이 끝나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이식 수술을 받아 다시 세상으로 던져졌을 때, 그들에게 주어진 어떤 능력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번째 감정] 태권소녀 완서의 외로움
완서(이재인)에게는 친구가 없다. 늘 외로움에 빠져 있고, 특히나 엄마가 없다는 상실감은 완서의 삶에 그늘을 드리운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빠(오정세)는 딸을 사랑하지만, 과거 주변 사람들을 심장마비로 떠나보낸 기억 때문에 완서가 또다시 심장마비로 쓰러진 이후엔 과도할 정도로 딸을 감싼다. 완서는 보호받지만 동시에 고립된다.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 완서는 좋지 않은 굴레에서 계속 오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심장 이식을 받고 다시 살아난 후에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살아는 있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은 무뎌져 있다. 외톨이 같은 느낌은 여전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도 낯설다. 그런 그녀에게 초능력은 놀라움보다 당황스러움이다. 왜 나에게 이런 게 생긴 걸까. 그 의문은 곧 두려움으로 바뀐다. 그런 두려움을 없애려고 완서는 달리고 또 달린다. 운동만이 그녀를 달래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겪으며, 완서는 조금씩 바뀐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그들 역시 외롭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외로움은 서로를 향해 손을 뻗을 때 작아진다. 때론 다투고 밀어내기도 하지만, 무언가 자신이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완서의 외로움은 조금씩 옅어진다. 능력이 그녀에게 준 것은 초능력 그 자체보다, 다시 누군가를 믿고 다가설 수 있는 용기였다. 완서는 그렇게 진짜 친구를 만나고, 처음으로 웃는다.
[두번째 감정] 초능력자들의 소심함
완서 주변에 모이는 초능력자들은 하나같이 평범하고 소심하다.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은 더 잘 나가는 작가들에게 악플을 달고, 표절을 저질렀던 과거를 숨긴다. 야쿠르트 매니저 선녀(라미란)는 자신의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한 죄책감 속에 살고, FM작업반장 약선(김희원)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공사장에서 위험을 묵과했던 과거가 있다. 힙스터 백수 기동(유아인)은 욕심도, 꿈도 없이 하루를 떠돌 뿐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사람’은 아니다. 다만 ‘잘못된 선택’을 했던 사람들이며, 그 선택의 결과로 삶이 한없이 작아진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 사이에는 묘한 동질감이 생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들은 서로를 지키려 애쓴다. 기동과 지성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위험한 상황에선 서로를 구하려 뛰어든다. 그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지만, 조금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평소엔 소심하고 약해보이지만, 위기의 순간엔 놀라운 용기를 보여준다. 개인으로는 작지만, 함께일 때 커지는 존재들. 하이파이브라는 팀이 점점 진짜 팀이 되어갈 때, 우리는 그들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본다. 그저 소심한 루저들 같았던 사람들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며 영웅이 되어간다.
[세번째 감정] 교주 영춘의 욕망
영춘(신구/진영)은 나이가 많은 사이비 교주다. 이미 많은 신도들을 거느리고, 부를 쌓았으며, 사회적 영향력도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젊어지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심장 이식을 계기로 초능력을 얻게 되자, 그는 다른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흡수하고자 한다. 더 강해지고, 더 젊어지기 위해.
그의 욕망은 선을 넘는다. 딸과의 관계마저 무너뜨릴 정도로, 그는 모든 인간관계를 철저히 수단화한다. 하이파이브 멤버들을 철저히 깔보고, 조롱한다. 그는 권력자다. 그리고 자신이 무너질 리 없다고 믿는다. 하이파이브와의 대결은 그래서 흥미롭다. 순수한 욕망과 진심어린 연대가 부딪칠 때, 관객은 자연스레 후자에 응원을 보낸다.
영춘의 욕망은 단순한 악당의 클리셰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에서 자주 마주치는 탐욕의 얼굴이다. 나이를 먹어도 끝나지 않는 소유욕, 상대를 수단으로 여기는 방식, 그리고 거기서 오는 파괴. 이 영화는 초능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욕망의 파괴력과 순수함의 회복력을 대비시킨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시민 히어로 영화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초능력이 생겼을 때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선과 악의 구도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통쾌함을 준다. 평범한 이들이 결국 권력자를 이기는 설정은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이 설정이 가진 재미를 영화는 유쾌하게 잘 살려낸다. 특히나 사이비 교단의 일과 함께 그들의 활약을 보여주는데, 이미 사이비 교단에 세뇌된 평범한 사람들을 평범한 인물들이 구한다는 설정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써니>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연출은 이번에도 빛난다. 유쾌하고 통통 튀는 리듬감,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리는 방식, 그리고 만화적인 설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톤이 훌륭하다. CG는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이 장르의 특성상 수용 가능한 범위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 보기에도 부담이 없고, 후속편도 기대해볼 만한 영화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강형철 감독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출 덕분이다. 그의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박자처럼 흐른다.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히고,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지고, 액션이 펼쳐지는 순간엔 딱 만화책을 펼쳐본 듯한 쾌감이 있다. 이건 작은 화면보단, 제대로 된 사운드와 넓은 스크린에서 느껴야 더 짜릿하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정서 자체가 유쾌하고 명랑해서, 관객이 많을수록 더 힘을 받는 영화다.
또 하나는,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정과 리듬감 있는 몸짓 때문이다. 이재인 배우의 완서는 외로운 표정과 밝은 표정을 오가며 관객의 마음을 이끈다. 무엇보다 치사량의 귀여움이 영화 내내 분출된다. 그리고 박진영 배우가 연기하는 영춘은 과장된 듯하면서도 소름끼치는 욕망을 화면 가득 퍼뜨린다. 다른 하이파이브의 멤버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유아인의 연기도 흠잡을 곳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들의 감정이 그대로 잘 느껴진다. 그런 감정의 미세한 결들이 얼굴과 몸짓으로 살아있는 영화라, 집에서 보기엔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이파이브>는 결국, 큰 화면에서 관객과 함께 웃고 몰입할수록 더 힘이 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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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편지 쓰는 걸 좋아하시나요?
디지털 기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은 많지 않지만,
화면 너머의 정갈한 글씨보다 손으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에서 더 진심이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일까요? 여전히 많은 영화에서 '편지'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쓰이곤 한답니다.
오늘은 가슴 절절한 연애편지부터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는 따뜻한 편지까지!
다양한 편지가 등장하는 아름다운 영화 5편을 소개해 드릴게요.
시월애(2000)
A Love Story
ⓒ 익스트림무비
우편물을 부탁하는 편지로부터 시간을 거스르는 사랑까지
감독: 이현승
출연: 이정재, 전지현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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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 전문 성우 은주(전지현)는 1년간 살던 바닷가의 집 '일마레'를 떠나며 우편함 안에 다음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긴다. 그러나 그 편지는 시간을 거슬러 은주보다 먼저 '일마레'에 살았던 건축가 성현(이정재)에게 전달되고,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사이가 된 두 사람. 급기야 성현은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은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미래의 은주는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하고 과거의 성현에게 자신과 그가 헤어지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은주를 사랑하게 된 성현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게 되고, 성현이 자신의 부탁 때문에 사고를 당함을 알게 된 은주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성현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가 늦지 않게 그 편지를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영화의 제목 '시월애'는 한자로 썼을 때 '時越愛'로, 직역하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비주얼로 호평을 받은 동시에 영화제, DVD 등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초에 한국영화 팬덤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손꼽히며, 2006년 할리우드에서 <레이크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하였다.
성현에게 보내는 은주의 편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사람들이 가까워지면
점점 더 기대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들 너무 멀리 있어요.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요?
그냥 약속을 잊으신 거면 좋겠어요.84번가의 연인(1987)
84 Charing Cross Road
ⓒ MUBI
도서주문 편지에서 시작된 20년의 우정
감독: 데이비드 휴 존스
출연: 앤 밴크로프트, 안소니 홉킨스, 주디 덴치 등
장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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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작가인 헬레인 헨프는 대단한 독서광으로 읽고 싶은 고전들을 싸게 사 보기 위해 영국 런던 84번지에 있는 중고책방에 편지로 책을 주문한다. 이를 계기로 서점 직원 프랭크 도엘과 평생을 정신적 교류를 나누는 정신적 연인이 되어 편지로만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때론 귀한 책 한 권에 함께 감동하고 때론 분노하면서 사소한 주변 얘기도 곁들며 가며 인생을 논할 수 있었던 건 프랭크, 헬레인 두 사람 다 따뜻한 인간애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신, 여유롭고 유머가 풍부한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프랭크가 죽기까지 영국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헬레인은 프랭크가 죽고 난 후 어느 날 문득 그녀가 그토록 동경했던 그 서점에 가서 감상에 젖는다.
뉴욕의 무명작가와 런던의 고서점 관리인이 실제로 1949년부터 무려 2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채링크로스 84번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영화의 대부분이 두 사람 간에 오간 편지글로 채워져 있으며, 긴 세월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영화 속 사건들에 당대의 역사 또한 고스란히 녹아 있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랭크에게 보내는 헬레인의 편지
전 고전 작품을 즐겨 읽는 가난한 작가인데
이곳엔 제가 원하는 책이 없어요.
있어도 가격이 비싸죠.
찾고 있는 책의 목록을 동봉합니다.
목록 중 5달러 이하의 책이 있다면
이 편지를 주문서로 여기시고
그 책들을 제게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헬레인 헨프 드림.윤희에게(2019)
Moonlit Winter
ⓒ 네이버 영화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 나도 네 꿈을 꿔.
감독: 임대형
출연: 김희애, 김소혜, 나카무라 유코 등
장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05분
"윤희에게, 잘 지내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여러 단편영화들을 통해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임대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 번째 장편영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굵직한 내공을 보이고 있는 김희애와 나카무라 유코가 주연으로 함께했으며, 개봉 이래로 팬덤 '만월단'까지 만들어내며 호평일색을 받았다. 국내의 여러 퀴어 영화들 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아닌 부모 세대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윤희에게 보내는 쥰의 편지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너는 나를 잊었을 수도 있겠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으니까.
갑자기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나 봐.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 네이버 영화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판타지, 멜로/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166분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스,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자신이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가는데…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집필한 단편 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세븐>, <파이트 클럽>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아름다운 영상미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작품이다.
딸에게 보내는 벤자민의 편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너무 늦은 건 없단다.
내 경우엔, 너무 이른 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꿈을 이루는 데 시간제한은 없단다.
원한다면 언제든 새롭게 시작해도 돼.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혹시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 바라마.캐롤(2016)
Carol
ⓒ 네이버 영화
단 한번, 겨우 전한 진심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18분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재능 있는 리플리>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범죄 소설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자전적 소설이자 유일한 로맨스 소설인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영화의 계절적 배경인 겨울만 되면 재상영을 할 정도로 국내 팬층이 두텁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테레즈에게 보내는 캐롤의 편지
우연이란 건 세상에 없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차라리 일찍 이렇게 된 걸 감사히 여겨요.
당신도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 나를 떠올려 줘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질 삶과 함께.
하지만 그때까지는 만나지 않기로 해요.
난 할 일이 많아요. 당신은 훨씬 많겠죠.
나는 당신의 행복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네요.
당신을 놓아줄게요.서로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헤어져야만 했던 캐롤과 테레즈.
그런데 이런 영화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편지지 세트가 있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지금 바로 텀블벅에서 진행되고 있답니다.
바로 영화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에서 기획한 [클로저 투 캐롤] 프로젝트!
잠깐! [클로저]는 또 뭐고, [클로저 투 캐롤]은 또 뭐냐구요?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바~로 설명해 드릴게요!
[클로저]는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지고, 향을 맡고, 맛을 보기도 하며,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나누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더 가까이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영화로 발견하는 취향 커머스 플랫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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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용한 정보가 되었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따뜻하고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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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 엄마와 딸의 위치, 심경 변화
- 수박의 의미
-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의외의 인물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202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개봉일 : 2024.09.0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6분
감독 : 이미랑
출연 :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본문에서 인물의 이름은 극 중에서 사용되는 이름인 그린, 레인, 제희(노인)와 엄마로 표기 (엄마의 이름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나오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엄마의 이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 그대로 ‘엄마’로 표기하겠습니다.)
<딸에 대하여>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른 것 같지만 닮아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연인과 유한한 삶의 끝에 서있는 노인. 네 여성들의 아픔과 사랑을 재료로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다.
영화는 외적으로 폭발하는 지점 없이 주인공인 엄마의 내면에 집중하며 진득하게 나아간다. 외부 사건의 자리를 대신 채운 짧은 침묵과 방문 사이를 들여다보는 눈, 사랑 위로 자라난 아픈 말들엔 엄마의 두려움과 슬픔이 깃들어있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인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의 딸인 그린은 7년 동안 만난 동성 연인 레인과 동거를 하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엄마는 자신의 수박은 숟가락으로 대충 떠먹으면서도 딸이 먹을 수박은 예쁘게 썰어 준비하는, 딸을 사랑하는 엄마지만 딸이 함께 데려온 동성 연인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엄마는 인생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보며 살고 있다. 그녀는 연고 하나 없이 요양원에 방치되어 있는 노인 제희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제희는 한 어린이 제단의 설립자로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희생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제희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노인이다. 제단 사람들과 언론인들의 관심이 끊긴지는 한참이고 가정을 이루지 않아 찾아올 자식도 없다. 제희에게 남아있는 건 작은 손가방 하나와 곧 끊길 예정인 제단의 지원금뿐이다.
엄마는 이런 제희가 가엾다. 그리고 제희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안에 자신과 그린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 같아 두렵다. 남편, 아이 하나 없이 버려진 노인의 미래가.
그래서 엄마는 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동성 연인과의 사랑을 반대한다. 딸을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지만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엔 엄마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
극 중에서 엄마는 그린의 엄마, 요양보호사 여사님으로만 그려진다. 그녀의 이름은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갈 뿐,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도 없다. 서서히 나를 잃어가는 중년 여성의 불안감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 앞에서 더욱 짙어진다. 영화는 떨리는 중년의 마음을 따라가며 엄마와 딸의 두려움. 그리고 여전히 엄마의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것을 재조명한다.
<딸에 대하여>는 동성 연인과 엄마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퀴어 영화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늙어감과 외로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모녀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으니 꼭 성소수자인 딸이 아니어도 20대 이상의 딸이 있는 모녀관계라면 혼자보단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어린 딸과 엄마보다는 어른인 딸과 엄마에게 추천!)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엄마는 딸이 자신과 다르게 살아가길 바란다.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엄마의 바람대로 그린은 자신의 행복을 찾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린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성소수자를 위해 투쟁한다.
엄마의 눈엔 딸의 사랑과 정의감이 소꿉장난과 오지랖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렇게 모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동성연애에 관계도 없는 다른 강사의 부당 해고 집회에 얼굴을 팔고 다니다니. 엄마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붙잡고 대체 왜 그러냐며 소리친다.
그린은 엄마가 자신에게 부당한 거, 싫은 거는 말하라고 가르쳤다고 답한다. 엄마는 몰랐지만 딸은 엄마의 가르침대로 잘 자랐고 엄마도 여전히 부당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는 손발이 묶인 제희와 그것을 방관하는 동료를 향해 소리친다.
“어떻게 저게 남의 일이야. 우리라고 저렇게 안 될 줄 알아?”
부당 해고 사건에 대해 말하던 그린도 엄마와 똑같이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전여전 그 자체인데 엄마는 그걸 모른다.
한숨 쉬어가며 나와 우리를 이해하다.
문밖을 서성이던 엄마, 문안에서 자고 있던 딸. 두 사람의 위치 변화 / 결말 해석요양원 과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던 엄마는 제희와 함께 요양원에서 쫓겨난다. 엄마는 제희를 찾아 깊은 산속 병동을 방문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엄마보다 더 어린 딸들은 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식구를 받아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희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와 그린, 레인은 함께 장례식을 진행한다. 엄마는 제희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지독하게 붙잡고 있었던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린이 어르신이나 자신처럼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고.
그런데 엄마는 이제 인정하려고 한다. 그린의 곁에는 레인이 있고 두 사람과 함께 웃고 싸워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딸이 자신의 등 뒤를 지켜줄 수 있을만큼 자랐다는 것을.
그린은 엄마 대신 상주에 이름을 올리고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킨다. 그 덕분에 항상 문밖에서 전전긍긍하며 딸의 방을 바라보던 엄마는 이제 방 안에서 편하게 잠에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횡단보도에서 함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또 다른 딸들의 앞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엄마는 딸에게 예쁜 수박만 주고 싶다
수박의 의미엄마는 그린이 집에 오기 전, 그린을 위해 커다란 수박을 산다. 엄마는 홀로 오르막길을 오르며 힘겹게 수박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수박을 반으로 뚝 잘라 절반은 예쁘게 썰어 그린을 위해 남겨두고 절반은 TV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대신해 홀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져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푹푹 파먹다 금세 비어버린 수박처럼 어느덧 엄마의 인생도 탄생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위치에 다다른다. 엄마는 이제 나이 먹는다는 게, 혼자가 된다는 게 두렵다. 그리고 2층 집에 사는 세입자 가족처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지 못할 딸이 걱정된다.
내 수박은 아무렇게나 팍팍 퍼먹어도 괜찮지만 딸은 예쁘게 썰어진 수박을 먹이고 싶은 게, 내 삶은 모나게 흘러가도 괜찮지만 딸의 인생은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게 엄마다. 엄마의 말대로 그린과 레인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결혼, 법적 보호자, 아이를 가진 가정.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엄마는 동성애자의 삶이 이성애자의 삶보다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린을 말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엄마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어른이자 믿음을 나누는 연인이다. 그린과 레인은 커다란 수박을 반반 나눠 들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설령 무겁고 쉽지 않은 인생이라 해도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인생의 무게를 나눠들고 함께 웃으며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영화엔 그린과 레인이 들고 온 수박이 부서지거나 소비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굳이 필요 없어서 해당 장면을 넣지 않은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이걸 이유 삼아 영화가 두 사람이 함께 짊어지고 갈 인생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레인
치매 증상이 심해진 제희는 수시로 배변 실수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인지 기저귀를 차는 것은 한사코 거부한다. 엄마는 어르신이 편한 게 제일이라며 귀찮은 빨래와 목욕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요양원 과장과 관계자들은 비품을 너무 많이 쓰고 빨래도 너무 자주 한다며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눈칫밥을 먹던 엄마는 제희에게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는데 제희는 그것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몰래 침대를 벗어나 자신을 찾으러 온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실수까지 한다.
엄마의 2층 집에 세 들어 사는 부부는 여전히 싱크대 위에서 물이 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전에 불렀던 분들 말고 진짜 전문가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엄마는 그들의 요청대로 다시 전문가를 부르고 물이 새는 걸 잡으려면 천장을 다 뜯는 대공사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듣는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채워놓은 기저귀, 임시로 해결해 놓은 누수는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사람의 마음도, 사람과 사이의 문제도 그렇다. 평범하지 않다고, 나와 다르다고 억지로 막고,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마음도 바뀔 거라고 대충 덮어놓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있다.
그린은 몰라도 레인은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현실적인 문제에 떠밀려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레인이 엄마와의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편한 건 말씀해달라, (그린에게) 우리만 참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하는 거다. 관계에 확신을 갖고 있다.. 레인은 차가운 엄마 앞에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고 갑작스레 등장한 제희를 정성껏 보살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아마 레인이 없었다면 엄마는 더 오래 아니 어쩌면 평생 딸을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레인은 미움이 뚝뚝 새어 나오고 있던 모녀 관계를 지붕부터 뜯어 싹 고쳐낸다.
처음엔 당연히 엄마와 딸 그린의 갈등이 중점으로 그려지고 레인의 비중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레인이 모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이야기를 봉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그려져 더 좋았다.
생각보다 더 곱고 어른스러웠던 레인과 빛나는 눈으로 레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하윤경 배우의 모습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엄마의 마음속주름 하나까지도 모두 느끼게 해준 오민애 배우와 반질반질하고 예쁘고 단단한 자갈 같은 그린을 보여준 임세미 배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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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인간'이 느낀 세상의 고독 영화 8선
‘이방인’이 되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외계인, 인형, 트롤, 뱀파이어 등 ‘비인간’이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요?
영화로 만나보아요
미국 디트로이트와 모로코 탕헤르라는 먼 거리에 떨어져 지내는 뱀파이어 커플 아담과 이브. 수세기에 걸쳐 사랑을 이어온 이들이지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아담은 인간 세상에 대한 염증으로 절망에 빠져 있다. 이브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디트로이트행 밤비행기에 몸을 싣고 마침내 두 사람은 재회한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브의 통제불능 여동생 애바의 갑작스런 방문은 숨겨두었던 뱀파이어의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하는데… 21세기 현대사회, 아담과 이브는 과연 영원한 삶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식량이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보내진 에일리언이 ‘로라’라는 아름다운 지구의 여인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식량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생물체를 찾던 ‘로라’는 트럭을 몰고 스코틀랜드의 거리를 여행하면서 외로운 남자들을 유혹하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점점 더 많은 남자들과 접촉하던 로라는 다정한 한 남자를 만나 사랑 받는 여자의 기분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는데...
“내가.. 평범한 여자애가 아니어도 좋아해줄래?” 12살 소년, 영원한 사랑을 만나다.. 눈 내리던 밤, 외로운 소년 오스칼은 옆집에 이사 온 창백한 얼굴의 소녀 이엘리를 만난다. 곧 소년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 이엘리.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조용하던 마을에서 기이한 살인 사건이 계속되고, 오스칼은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공기인형 ‘노조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람과 같은 감정이 생긴다. 마음과 감정이 생긴 ‘노조미’는 우연히 비디오 가게 점원 ‘준이치’를 보고 호감을 느끼고, 그가 일하는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꿈꾸고, 사랑하고, 감정을 갖게 된 ‘노조미’는 알바 중, 팔이 찢기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몸 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준이치’에게 보이고 마는데… 공기인형 ‘노조미’가 차가운 세상을 향해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후각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기묘한 능력과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로 세상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수상한 짐을 가득 든 남자 ‘보레’가 나타나고, 그는 ‘티나’ 자신도 몰랐던 그녀의 특별한 모습을 일깨워주기 시작하는데…
“나는 당신의 눈에서 슬픔을 봤어요” 죽음과 고독의 냄새가 풍겨나는 곳 ‘Bad City’. 한 뱀파이어 소녀가 밤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고요한 길거리를 누비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소녀는 우연히 만난 소년에게서 슬픔을 느끼는데… 외로운 뱀파이어 소녀와 고독한 인간 소년의 핏빛로맨스가 시작된다.
사랑에 굶주린 소녀와 소년의 뼛속 시린 첫사랑 열여덟 살이 된 매런은 유일한 가족인 아빠마저 곁을 떠나자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를 찾는 길에 오른다. 절망 가운데 자신과 같은 식성을 가진 소년 ‘리’를 만나고, 동행하는 길 위에서 사랑을 느끼지만 매런에게 사랑은 늘 파멸과 마찬가지였기에 이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다.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매런은 리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이 길의 끝에서 매런은 고대하던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 하다가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실험 도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에 이르고,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하지만 그 피는 상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렸다. 피를 원하는 육체적 욕구와 살인을 원치 않는 신앙심의 충돌은 상현을 짓누르지만 피를 먹지 않고 그는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살인하지 않고 사람의 피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상현은 그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기도를 청하는 신봉자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 친구 ‘강우’와 그의 아내 ‘태주’를 만나게 된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태주의 묘한 매력에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을 느낀다. 태주 또한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와 무능력한 남편에게 억눌렸던 욕망을 일깨워준 상현에게 집착하고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태주를 사랑하게 된 상현은 끝내 신부의 옷을 벗고 그녀의 세계로 들어 간다. 인간적 욕망의 기쁨이 이런 것이었던가. 이제 모든 쾌락을 갈구하게 된 상현은 신부라는 굴레를 벗어 던진다. 점점 더 대담해져만 가는 상현과 태주의 사랑.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태주는 두려움에 거리를 두지만 그것도 잠시, 상현의 가공할 힘을 이용해 남편을 죽이자고 유혹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더욱 그를 조여오는 태주. 살인만은 피하고자 했던 상현은 결국 태주를 위해 강우를 죽이기 위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사랑,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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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끔 이 모든 게 꿈같을 때가 있다. 당장 눈을 뜨면 내 침대 이불 안이었으면 좋겠다. 이럴 때마다 눈을 감아 생각해본다. 아.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지금 당장은 직장인이 되는 거다. 공부 열심히 해서 자격증 많이 따야지. 못 이룰 거라고는 생각 않는다. 근성과 인내라면 내가 최고니까. 내다 버린 시간 몇 해가 있어서 빠르게 직장을 갖지는 못한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을 살아가는 수밖에. 이렇게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야 분명하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잘할 테니까. 이 생각 회로로 나는 나를 격려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나에 대한 위로가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온 세상의 비극이 오롯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고 나마저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기분이다. 그럴 때면 주위를 둘러본다. 한 분야의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것도 한계가 보인다. 이거 해서 뭐해. 어차피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텐데. 누군가를 찾는다. 내 인생의 영웅, 그러니까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한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나면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거야. 사이가 좋은 사람이라면 사실 당장 연락을 해도 된다. 친하니까.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누군가가 주위에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알면서도 나는 한 가지에 매몰될 때가 있다. 언젠간 만날 테지. 나를 떠났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땐 어쩔 수 없었어. 누구나 그런 사연 하나쯤은 있고 다들 그 시간이 억울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꿈에 기댄다. 그래. 그 사람을 만나면 그동안 있던 일을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거야.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고 미워했지만 난 나를 떠난 누군가를 되게 많이 좋아했거든. 어차피 떠나갈 걸 알면서도.
<꿈의 제인>은 외로움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소현이라는 주인공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이 대화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듣는 사람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듯 무엇이 진짜인지 말해주지 않은 채 영화가 시작된다. 첫 번째 이야기. 영화 주인공 소현에게는 제인이라는 친구가 있다. 제인은 소현과 함께 살던, 정호 오빠의 애인이다. 소현은 한때 정호 오빠와 모텔방에서 함께 살았다. 제인과 소현은 이렇게 정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현은 제인의 가출청소년 팸에 합류하고 이 덕에 친구가 생긴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정호의 행방을 찾는 두 사람. 비틀비틀거리는 인생을 서로에게 기댄다. 둘은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함께 산다면 제인과 가출청소년팸은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희망은 러닝타임이 시작되고 30분 만에 깨진다. 한 계기로 인해 소현이의 행복은 붕괴되고 이 희망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다음 희망은 지수다. 지수는 제인의 팸에서 만났던 언니다. 도둑질 누명 씌우기에 폭력까지 일삼는 팸이지만 소현이는 이곳이 아니라면 갈 데가 없다. 그렇게 어려운 삶을 이어가던 도중 팸에 지수가 들어온 걸 본다. 지수는 가족이 없는 소현과는 다르다. 함께해줄 친동생도 있고 미래라는 것이 있어서 소현의 부러움을 산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 지수에게 기대는 소현. 위축되다 못해 찌그러졌고, 이런 하루하루가 힘겹지만 지수와 함께라면 일상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희망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 기점을 시작으로 지수는 소현이와 멀어진다. 소현이는 이 일에도 무기력하게 방관하며 지수라는 희망도 떠나보낸다. 그렇게 주인공은 버려진다. 내가 버려졌고 나란 걸 인지하고 있을 때쯤 다시 소현의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다시 제인 언니를 만나던 영화의 초입으로 돌아간 것이다. 주인공은 다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이 시점까지의 1시간이 마치 꿈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영화는 이게 전부다. 어느 상황이 진짜인지. 누구에게 대화하는지.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정호 오빠는 어떤 사람인지. 제인 언니는 실존하는 사람인지. 영화는 인과관계를 부숴가며 어느 시점으로 도착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제인 언니가 뉴월드라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던 시점으로. 언니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딱 한마디를 한다. 그리고 관객인 우리들에게 한마디 한다.
"불행도 함께 영원히 지속되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여러분과 즐거운 날이 있잖아요. 어쩌다 이렇게 행복한 날이 있겠죠. 그럼 된 거죠 뭐. 우리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아요. 이 뉴월드에서." 영화는 소현이가 자해한 흔적에 'unhappy'란 도장을 찍고 끝난다. 이 영화의 종착지는 불행이었다. 이 도장을 띡하니 찍고 끝난다. 결국 끝까지 무엇이 정말인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이 엔딩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뭐지. 이거 뭐지. 그래서 무얼 말하는 거지. 그리고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해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난 알고 있었다. 뭐가 진짜 중요한지는 사실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요소가 아니었다. 소현이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였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감독에게 한방 맞았다. 나라고 해서 달랐나. 난 두렵다. 많이 무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날 떠나갈까 봐. 또, 날 미워하게 될까 봐 걱정이 많다. 나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만 그건 사실 내가 날 속였던 거짓말이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자그마한 희망에 기대 울고 웃는다. 어차피 이 사람들도 나를 떠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난 즐거운 기억과 경험에 기댄다. 더 이상의 무언가가 있냐고? 아니. 이게 내가 수능도 치고 성인이 됐으며 대학생활의 끝자락까지 와서 느낀 인생의 전부다. 어차피 삶은 배드 엔딩이다. 행복은 말 그대로 NG들 중에 찾을 수 있는 한 컷쯤 된다. 행복은 이렇게 내 삶에서 멀리 있었다.
이렇게 행복은 우리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영원한 게 있나. 그런 건 없다. 보통날 사랑한 것들은 나를 떠나갔다. 혼자서 영화관 가는 취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단골 극장이 경영난을 겪은 탓에 잠시 쉬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나는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간다는 것이 타인의 깊은 이해를 유도한다는 걸 알 때의 기분은 참 복잡하다. 이때 화를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 그냥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걸 깨달을 때의 그 며칠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면 외로운 기분이 그날 하루 가득하다. 이거 지나면 다시 행복해질 거야. 아니었다. 정도와 이유에 따른 차이만 있다 뿐이지 난 항상 불행한 사람이었다. 사랑받을 수 있다면 불행하지 않았을 텐데. 난 그러기엔 내 주위 사람들을 아껴주지 못해서 항상 잡생각이 많았다. 매일매일 늘 똑같았다. 늘 씁쓸했던 것 같다. 외로움도 느끼고 말이야. 나만 이런가? 아니다. 나만 힘든 거 아니다. 이 지구 상의 모든 인물들 각자에게 힘든 이유가 있다. 보통 내가 겪는 고통은 나 스스로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이 이유로 외로움도 느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 스스로지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거든.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개 같은 하루하루가 일상인 게 우리가 느끼는 전부다. 무엇이 잘되면 다른 무언가가 안되고. 누구와 친해지면 누구와 멀어지고. 사실 따지고 보면 불행한 일은 인생 전부의 디폴트 값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 시간이 있어서 우리가 행복이란 걸 알게 되는 거 아닐까? 희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꿈꿔온 희망이 무너져봐야 그 시간이 좋았다는 걸 알았다. 마치 제인에게 기대고 지수에게 의지하는 소현처럼 말이다. 이 <꿈의 제인>은 이 지점에 대해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어느 상황이 나에게 더 불행할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날 움직이는 건 사소한 희망이다. 보통 이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개 같은 게 인생이다. 삶의 희망은 알아서 꺼져간다. 그래도 우리가 이런 삶을 버틸 수 있는 건 우리가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소현의 행복한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보여준다. 각본을 이렇게 쓴 이유는 분명할 것이다. 영화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근본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다. 정말 추구해야 할 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인과 지수와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면 그건 사실 판타지에 가깝다. 사람이기 때문에 밝은 결말이 나올 수 없다. 영화는 이런 비극을 기본 전제로 깔고 행복한 시간에 대해 붙박인 인물을 보여주며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목표. 목적. 그에 따른 불행. 그런 건 사실 다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께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그냥 그러면 된 거다. 인생은 한 편의 꿈과도 같아서 한번 깨어나면 행복하다는 자각이 사라진다. 그럼 어때? 이 불행과 행복이 꿈이면 어때? 인생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이게 이 영화와 우리가 느꼈던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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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 영화 '듄' 기초 요약
- 1984 영화 '듄' 비하인드 스토리 소개
- 듄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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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예언자> 메인 예고편
4월 2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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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메이커> 캐릭터 예고편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