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09-10 00:57:38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영화 <딸에 대하여>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 엄마와 딸의 위치, 심경 변화
- 수박의 의미
-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의외의 인물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202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개봉일 : 2024.09.0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6분
감독 : 이미랑
출연 :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본문에서 인물의 이름은 극 중에서 사용되는 이름인 그린, 레인, 제희(노인)와 엄마로 표기 (엄마의 이름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나오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엄마의 이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 그대로 ‘엄마’로 표기하겠습니다.)
<딸에 대하여>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른 것 같지만 닮아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연인과 유한한 삶의 끝에 서있는 노인. 네 여성들의 아픔과 사랑을 재료로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다.
영화는 외적으로 폭발하는 지점 없이 주인공인 엄마의 내면에 집중하며 진득하게 나아간다. 외부 사건의 자리를 대신 채운 짧은 침묵과 방문 사이를 들여다보는 눈, 사랑 위로 자라난 아픈 말들엔 엄마의 두려움과 슬픔이 깃들어있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인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의 딸인 그린은 7년 동안 만난 동성 연인 레인과 동거를 하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엄마는 자신의 수박은 숟가락으로 대충 떠먹으면서도 딸이 먹을 수박은 예쁘게 썰어 준비하는, 딸을 사랑하는 엄마지만 딸이 함께 데려온 동성 연인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엄마는 인생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보며 살고 있다. 그녀는 연고 하나 없이 요양원에 방치되어 있는 노인 제희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제희는 한 어린이 제단의 설립자로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희생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제희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노인이다. 제단 사람들과 언론인들의 관심이 끊긴지는 한참이고 가정을 이루지 않아 찾아올 자식도 없다. 제희에게 남아있는 건 작은 손가방 하나와 곧 끊길 예정인 제단의 지원금뿐이다.
엄마는 이런 제희가 가엾다. 그리고 제희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안에 자신과 그린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 같아 두렵다. 남편, 아이 하나 없이 버려진 노인의 미래가.
그래서 엄마는 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동성 연인과의 사랑을 반대한다. 딸을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지만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엔 엄마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
극 중에서 엄마는 그린의 엄마, 요양보호사 여사님으로만 그려진다. 그녀의 이름은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갈 뿐,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도 없다. 서서히 나를 잃어가는 중년 여성의 불안감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 앞에서 더욱 짙어진다. 영화는 떨리는 중년의 마음을 따라가며 엄마와 딸의 두려움. 그리고 여전히 엄마의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것을 재조명한다.
<딸에 대하여>는 동성 연인과 엄마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퀴어 영화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늙어감과 외로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모녀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으니 꼭 성소수자인 딸이 아니어도 20대 이상의 딸이 있는 모녀관계라면 혼자보단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어린 딸과 엄마보다는 어른인 딸과 엄마에게 추천!)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엄마는 딸이 자신과 다르게 살아가길 바란다.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엄마의 바람대로 그린은 자신의 행복을 찾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린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성소수자를 위해 투쟁한다.
엄마의 눈엔 딸의 사랑과 정의감이 소꿉장난과 오지랖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렇게 모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동성연애에 관계도 없는 다른 강사의 부당 해고 집회에 얼굴을 팔고 다니다니. 엄마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붙잡고 대체 왜 그러냐며 소리친다.
그린은 엄마가 자신에게 부당한 거, 싫은 거는 말하라고 가르쳤다고 답한다. 엄마는 몰랐지만 딸은 엄마의 가르침대로 잘 자랐고 엄마도 여전히 부당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는 손발이 묶인 제희와 그것을 방관하는 동료를 향해 소리친다.
“어떻게 저게 남의 일이야. 우리라고 저렇게 안 될 줄 알아?”
부당 해고 사건에 대해 말하던 그린도 엄마와 똑같이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전여전 그 자체인데 엄마는 그걸 모른다.
한숨 쉬어가며 나와 우리를 이해하다.
문밖을 서성이던 엄마, 문안에서 자고 있던 딸. 두 사람의 위치 변화 / 결말 해석
요양원 과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던 엄마는 제희와 함께 요양원에서 쫓겨난다. 엄마는 제희를 찾아 깊은 산속 병동을 방문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엄마보다 더 어린 딸들은 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식구를 받아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희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와 그린, 레인은 함께 장례식을 진행한다. 엄마는 제희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지독하게 붙잡고 있었던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린이 어르신이나 자신처럼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고.
그런데 엄마는 이제 인정하려고 한다. 그린의 곁에는 레인이 있고 두 사람과 함께 웃고 싸워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딸이 자신의 등 뒤를 지켜줄 수 있을만큼 자랐다는 것을.
그린은 엄마 대신 상주에 이름을 올리고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킨다. 그 덕분에 항상 문밖에서 전전긍긍하며 딸의 방을 바라보던 엄마는 이제 방 안에서 편하게 잠에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횡단보도에서 함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또 다른 딸들의 앞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엄마는 딸에게 예쁜 수박만 주고 싶다
수박의 의미
엄마는 그린이 집에 오기 전, 그린을 위해 커다란 수박을 산다. 엄마는 홀로 오르막길을 오르며 힘겹게 수박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수박을 반으로 뚝 잘라 절반은 예쁘게 썰어 그린을 위해 남겨두고 절반은 TV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대신해 홀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져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푹푹 파먹다 금세 비어버린 수박처럼 어느덧 엄마의 인생도 탄생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위치에 다다른다. 엄마는 이제 나이 먹는다는 게, 혼자가 된다는 게 두렵다. 그리고 2층 집에 사는 세입자 가족처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지 못할 딸이 걱정된다.
내 수박은 아무렇게나 팍팍 퍼먹어도 괜찮지만 딸은 예쁘게 썰어진 수박을 먹이고 싶은 게, 내 삶은 모나게 흘러가도 괜찮지만 딸의 인생은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게 엄마다. 엄마의 말대로 그린과 레인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결혼, 법적 보호자, 아이를 가진 가정.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엄마는 동성애자의 삶이 이성애자의 삶보다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린을 말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엄마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어른이자 믿음을 나누는 연인이다. 그린과 레인은 커다란 수박을 반반 나눠 들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설령 무겁고 쉽지 않은 인생이라 해도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인생의 무게를 나눠들고 함께 웃으며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영화엔 그린과 레인이 들고 온 수박이 부서지거나 소비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굳이 필요 없어서 해당 장면을 넣지 않은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이걸 이유 삼아 영화가 두 사람이 함께 짊어지고 갈 인생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레인
치매 증상이 심해진 제희는 수시로 배변 실수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인지 기저귀를 차는 것은 한사코 거부한다. 엄마는 어르신이 편한 게 제일이라며 귀찮은 빨래와 목욕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요양원 과장과 관계자들은 비품을 너무 많이 쓰고 빨래도 너무 자주 한다며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눈칫밥을 먹던 엄마는 제희에게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는데 제희는 그것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몰래 침대를 벗어나 자신을 찾으러 온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실수까지 한다.
엄마의 2층 집에 세 들어 사는 부부는 여전히 싱크대 위에서 물이 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전에 불렀던 분들 말고 진짜 전문가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엄마는 그들의 요청대로 다시 전문가를 부르고 물이 새는 걸 잡으려면 천장을 다 뜯는 대공사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듣는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채워놓은 기저귀, 임시로 해결해 놓은 누수는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사람의 마음도, 사람과 사이의 문제도 그렇다. 평범하지 않다고, 나와 다르다고 억지로 막고,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마음도 바뀔 거라고 대충 덮어놓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있다.
그린은 몰라도 레인은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현실적인 문제에 떠밀려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레인이 엄마와의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편한 건 말씀해달라, (그린에게) 우리만 참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하는 거다. 관계에 확신을 갖고 있다.. 레인은 차가운 엄마 앞에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고 갑작스레 등장한 제희를 정성껏 보살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아마 레인이 없었다면 엄마는 더 오래 아니 어쩌면 평생 딸을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레인은 미움이 뚝뚝 새어 나오고 있던 모녀 관계를 지붕부터 뜯어 싹 고쳐낸다.
처음엔 당연히 엄마와 딸 그린의 갈등이 중점으로 그려지고 레인의 비중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레인이 모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이야기를 봉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그려져 더 좋았다.
생각보다 더 곱고 어른스러웠던 레인과 빛나는 눈으로 레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하윤경 배우의 모습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엄마의 마음속주름 하나까지도 모두 느끼게 해준 오민애 배우와 반질반질하고 예쁘고 단단한 자갈 같은 그린을 보여준 임세미 배우도 함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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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킬 수 없는 길을 택하더라도, 청춘
청춘(靑春)
1.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 또는, 그 시절.
2. 왕성한 정열과 힘찬 기세와 기백으로 나아가는 상태를 비겨 이르는 말.
(출처: Oxford Languages)
'청춘'을 다룬 영화 한 편을 감상했습니다. 껴안고 있는 두 여인과 그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의 실루엣, 영화 감상 전부터 호기심과 긴장감이 솟구쳤습니다. 청춘을 그리는 대만 영화 특유의 방식을 사랑하기에 이 영화를 거리낌 없이 선택했습니다. 제58회 금마장 영화제 공식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청춘시련>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1월 22일(화)에 진행된 <청춘시련>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청춘시련>은 2022년 12월 1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청춘시련
Terrorizers
'샤오장'과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유팡'에게 그녀와 같은 집에 살던 '밍량'이 칼을 휘두릅니다. '샤오장'은 간신히 그를 막아섰죠. '밍량'은 옛 애인이라서 그랬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청춘시련>은 한 도시에 사는 '유팡', '밍량', '샤오장', 그리고 '모니카'의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젊음은 무서울 것이 없고 사랑한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이 포스터 속 카피는 <청춘시련> 속 젊은 청춘들이 죄와 결부될 만큼의 위험한 사랑을 하고 있음을 넌지시 시사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의 인물들은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문제들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밍량'은 검으로 사람을 베는 게임에 심취해있고(게임 중독), '모니카'는 과거에 촬영한 포르노 영상물을 동의 없이 배포한 전 애인으로 인해 배우 인생의 발목이 잡혔습니다(불법 유포). 이 와중에 '모니카'의 포르노 영상물을 보고 사랑에 빠진 '밍량'은 그녀의 뒤를 쫓고(스토킹), 외로움과 공허함을 겪던 '유팡'과 '모니카'는 서로를 보듬어주다가 관계를 갖습니다(성소수자).
청춘들은 본디 종잡을 수 없습니다. '청춘'이라는 이름을 제목에 달고 나온 영화라서 그런지, 이 영화의 이야기도 종잡을 수 없게 흘러갑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알아낼 수 없는 것이 청춘이듯이, 이 영화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청춘들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택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들이 겪는 '청춘시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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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젊음은 무서울 것이 없고 사랑한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카피와 '청춘시련'이라는 제목으로 포장하기에 '밍량'의 행동은 도를 지나칩니다. 망상에 빠진 한 남자가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우연히 포르노 영상 속 배우 '모니카'를 길거리에서 만난 '밍량'은 그녀에게 푹 빠진다. 귀가하는 '모니카'의 뒤를 쫓아 몇 층에 거주하는지 알아내고, 키를 복제해 몰래 집에 들어가 자는 '모니카'를 지켜본다. '모니카'와 사랑에 빠졌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모니카'를 힘들게 하는 전 남자 친구를 대신 폭행해주기도 한다.
여느 때처럼 '모니카'의 집에 숨어든 어느 날,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유팡'을 목격한다. 외국으로 떠나는 '모니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겁내지 말아요, 내가 지켜줄게요. 시집와요. 결혼해요."라는 헛소리를 시전하다가 경비원에게 붙잡힌다. 더는 '모니카'와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 그는 몰래 촬영한 '모니카'와 '유팡'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고, '유팡'에게 칼부림한다.
영화의 원제가 'Terrorizers(공포감을 조성하는 사람)'라는 점에서 볼 때, 이 영화가 주목하려는 인물이 바로 '밍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 묘사한 것처럼 영화 중후반부를 장악하는 '밍량'의 이야기는 이처럼 거의 스토킹 범죄자의 범행 진술서와 같은 수준입니다. 피해자의 극복 과정은 거의 보여주지 않고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만을 뒤쫓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범죄자 '밍량'의 서사를 풀어내는 데 사용한 시간과 열정을 다른 인물들에게 할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 ⊙
"청춘, 청춘이여! 할 말이 없을 때 다들 이렇게 말하지."
극 중에서 연극에 도전하는 '모니카'의 대사를 빌어 이 영화의 감상 후기를 요약하고 싶습니다. 다들 할 말이 없을 때면 청춘을 들먹이곤 하지만, 청춘이라는 말로 포장하기 어려운 것도 있는 법입니다.
Summary
떠났다, 모두가.
분명 날 사랑한다고 했는데도.
어느 대낮, ‘밍량’은 데이트 중인 ‘유팡’에게 칼을 휘두르고 도주한다.
그는 자신이 ‘유팡’의 전 애인이라고 주장하고, 사건에 휘말린 네 명의 청춘이 서로를 마주한다.
도시를 충격에 빠트린 최악의 사랑
난, 떠나지 않는 사랑이 하고 싶어
Cast
감독: 호위딩
출연: 린 바이 홍, 이목, 지크린, 진정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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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눈먼 두사람 ; 영화 블라인드 리뷰
이 글은 영화 [블라인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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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에 얇게 치약을 바르면 된다고 하지만 그거 바를 정성이면 제가 이를 닦고 산책을 나갔겠죠? 저는 게으릅니다.
저는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저희 집식구들 모두 시력이 좋은데 저만 그렇습니다 . (참고 1) 요새처럼 마스크가 제2의 문신이 되는 일상이면 안경에 김이 서려 시각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 교정술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닙 니다. 하지만 현미경을 많이 보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빛 번짐이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인 그런 수술을 쉽게 선택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그 어떤 감각보다도 제게 중요한 것은 바로 시력입니다. 조금만 안경에 문제가 생겨도 불안해합니다. 그러니 건강한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온 마음 가득 담뿍 담으며 살다가 시력을 잃어버린 루벤의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요. 집이 제아무리 부자라 해도. 루벤이 갇혀 있는 어둠을 걷어줄 수 있는 안경은 구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출처:네이버 블로그 [은하계 반지하]
" 이 거울 조각들은 세상 모든 지역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이 작은 거울 조각이 사람의 눈에 들어가게 되면 본인은 그것을 알지 못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는 모든 것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이 보는 것의 가장 나쁜 부분만 보게 된다. 그 거울 조각이 심장에 박힌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의 마음이 꽁꽁 언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
눈의 여왕
후천적 사고는 참으로 명사수였습니다. 정확하게 루벤의 아름다운 눈을 겨냥해 활시위를 당겼죠. 그리고 그 화살은 보기 좋게 과녁을 맞혔습니다. 점점 시야는 희미해지는데, 자신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자신만 못 본다는 생각에 루벤은 미친 듯이 발악합니다. 덕분에 화살은 더 깊숙하게 박혀 루벤의 자존감까지 관통해버리고 말았죠.
안타깝게도 영화에는 화살을 맞은 또 다른 짐승이 등장합니다.
어릴 적부터 학대를 받아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마리입니다. (참고 2) 길고 오래된 학대에 대한 기억은 마리가 다른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려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겉모습 은 학대의 흔적인 흉터로 가득합니다. 그녀의 고개가 다른 사람의 눈높이까지 쉽사리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루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상처받은 두 짐승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주기 위해 처음 만나게 됩니다. 루벤은 루벤대로. 마리는 마리대로. 눈과 가슴에 모든 것을 차갑고 나쁘게만 보는 거울 조각이 박힌 채로 말입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어린 카이, 소중한 카이, 드디어 너를 찾았어!!"
그러나 카이의 몸은 뻣뻣하고 차가웠으며 앉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어린 겔다가 흘린 뜨거운 눈물이 카이의 가슴에 떨어지더니 그 기운이 카이의 심장까지 전해졌고 얼음조각 같던 심장을 녹여주고 심장에 꽂혀 있던 작은 유리조각마저 씻겨내 버렸다. 카이와 겔다는 그 의자들에 앉고 나란히 손을 잡았다. 그러자 장엄했지만 춥고 텅 비어 있던 눈의 여왕의 궁전이 악몽처럼 그들 기억에서 사라졌다.
"너희들이 어린아이들처럼 되지 못하면, 너희들은 천국에 갈 수 없다. "
눈의 여왕
처음 만난 순간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부딪침은 있었죠. 시각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 루벤과 달리. 이상하게 마리는 루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소리 지르고 막 대해도. 마리는 정해진 시간에 루벤을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루벤은 마리의 손길 아래서 점점 순한 짐승이 되어 갑니다. 마리가 책을 읽어주는 그 시간만큼은 욱신거리는 자신의 상처를 잊을 수가 있었죠
.그것은 마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마리가 가진 단점들을 루벤은 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마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외모가 아닌 마리 자체를 봐 준 사람을 만난 순간이었을 겁니다. 가난하고 흉측하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마리를 좋아해 준. 사람이기도 했고요. 자신은 알 지 못할 순수한 표정으로 마리에게 조금씩 호감을 보이는 루벤이 싫을 리가 없었습니다.
루벤은 점점 마리 옆에서 웃음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마리 역시 루벤의 옆에서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그들의 마음에 깊이 박혔던 유리조각은 서로에 의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죠 .
루벤은 점점 마리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어 하지만. 마리는 자신을 느끼려 하는 루벤의 손길에 자신의 추함이 드러날까 두려워합니다. 탐스러운 붉은 머리에. 스물한 살의 마리. 그것이 자신이라고 포장합니다. 그저 마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루벤은 마리의 말을 참고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녀의 초상화를 완성해 나갑니다.
사진출처 : 티스토리
카이의 생각들은 여전히 그의 눈 안에 들어가 있는 유리조각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는 완벽한 구조를 지닌 모양을 많이 조립해서 서로 다른 단어들도 표현해냈지만, 본인이 그렇게 만들어내고 싶은 단어가 있었지만 만들어 내지 못한 단어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영원'이라는 단어였다. 눈의 여왕이 그에게 말했었다. "네가 그 단어를 알아낼 수 있을 때, 너는 너 자신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이 모든 세상과 새로운 스케이트 한 쌍을 줄게"그러나 카이는 그 단어를 만들 수가 없었다.
눈의 여왕
하지만 심술궂은 운명은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주치의는 루벤에게 시력 회복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알려줍니다. 꿈에만 그리던 마리를 직접 만날 수 있던 생각에. 루벤은 한껏 신이 났지만. 마리는 그렇게 될 경우 끔찍한 자신의 겉모습을 보고 루벤이 떠나버릴 까봐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마리의 거짓말을 알고 있는 루벤의 어머니 케서린 역시. 슬슬 마리가 원망스럽습니다 .
루벤이 시력을 찾게 되었을 때. 마리의 실제 모습에 실망하게 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모습이 걱정되었을 테죠. 이미 너무도 깊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나빠지기 시작한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몸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 모든 것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복잡해진 마리는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 루벤을 바라봅니다.
이제 피어나는 20대의 삶을 시작하는 자신의 연인. 그토록 그리던 시각을 찾고 나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것을 알고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은 마음을 거두지 않을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목에 기꺼이 목줄을 끼워 마리의 손에 단단히 고삐를 쥐여준 자신의 지고지순한 연인을 바라봅니다. 마리는 그저 서재에 숨어 한없이 우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이 드넓은 세상에서 홀로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그것은 모두 깨진 유리조각 때문이야. 하나는 카이의 심장에 박혀있고 아주 작은 유리 파편이 그의 눈에 들어갔어. 이 유리조각들을 빼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는 다시는 인간과 같은 따뜻한 영혼을 가질 수 없어. 카이는 눈의 여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돼.
눈의 여왕
마리는 결국 떠나기로 합니다. 사랑해 마지않는 자신의 어린 연인을 두고.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로 합니다. 그리고 영영 놓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손에 단단히 쥐어진 루벤의 고삐를 천천히 놓아줍니다.
마리가 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 루벤은. 고통 속에서 수술을 마칩니다. 마리는 눈을 뜨기 전에도. 그 후에도. 자신의 앞에 없었습니다. 설상가상 자신의 곁에서 묵묵히 모든 것을 지켜봐 주던 어머니까지 세상을 뜨게 되죠. 루벤은 눈을 뜨고 모든 것을 얻을 것 같았지만. 시력을 잃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이 그토록 그렸던 세상을 볼 수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자신의 연인은 모습을 감춘 뒤였죠.
루벤은 정처 없이 떠돕니다.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머나먼 여행도 떠나봅니다. 하지만 마음은 흙탕물처럼 가라앉아 잠잠해지기만 할 뿐. 조그마한 충격에도 다시 섞여 루벤의 마음은 매번 혼탁해지기만 합니다. 그 원인은 언제나 마리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었죠.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이 영화는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 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루벤이 카이 , 그리고 마리가 겔다 . 라고 말을 하죠. 하지만 영화상에서는 루벤의 시력 회복 수술을 기점으로 이 역할은 바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반부의 차가운 루벤을 바꿔준 것이 마리. 라면 후반부의 차가운 마리를 치유해 주는 것은 다시 루벤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서로에게 서로가 없이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그것이 절실히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이 안타까운 연인이 도서관에서 재회하는 신(Scene)부터라고 할 수 있죠.
루벤은 외모로는 마리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자신이 기억하던 향기와 책을 읽어주던 목소리로 도서관의 사서가 마리임을 확신합니다. 자신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애절하게 말을 하지만. 마리는 그런 루벤의 마음이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견디지 못해 결국은 돌아설 것이라고 단정해버립니다. 그리고 루벤의 손길과 마음을 다시 한번 뿌리치게 되죠.(참고 3)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 가는 마리를 보며, 루벤의 마음은 다시 한번 흙탕물이 되어버립니다.
"장미는 피었다가 지지만, 아기 예수는 항상 볼 수 있다"
지붕 옆 테라스 의자에 앉아 있는 카이와 겔다는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아이처럼 순수했다. 초여름이 되었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초여름이었다.
눈의 여왕
루벤은 선택을 하기로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마리가 없는 세상은 자신에겐 의미가 전혀 없었죠. 그녀가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이 단 하나뿐이란 것을. 루벤은 너무도 쉽게 찾아냅니다.
자신이 두 번 다시 못 보게 될 세상을. 루벤은 두 눈 가득 담아봅니다.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하지만 그다지 미련 따위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가 원하는 세상은 결국 눈을 감았을 때야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러니 루벤 은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찔러버리는 행동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암흑으로 돌아간 루벤을 비추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그렸던 마리의 모습과 실제 마리의 모습이 달랐을지언정. 자신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죠. 다시 장님이 되었으니 자신의 연인 마리가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루벤은 웃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의 끝을 열린 결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꽉 찬 돌직구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배경을 보세요. 차갑고 시린 겨울이 아닌 (최소) 봄이 배경입니다. 루벤의 마음이 마리로 인해 완전히 녹았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마리의 마음도 자신이 녹여줄 것임을 다짐하는 루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죠.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아직도 이런 미련하고 초라한 사랑이 존재할 것 같냐고 반문도 하겠죠. 하지만 카이와 겔다의 여행이 끝이 나고 봄이 온 것처럼. 둘은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해 낼 것입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그 "초라한"사랑으로 말입니다.
참고 1.
저희 집 사람들은 생활 패턴이 매우 규칙적입니다. 저는 뭐 말 안 해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부모님이나 남동생이 잠들었을 때 책이 읽고 싶었었는데 그게 안되니 작은방에 숨어서 불도 켜지 않고 책을 읽었죠. 덕분에 혼자만 시력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주워 온 거 아닙니다.
참고 2.
마리는 백색종(알비노) 비슷한 병으로 인해 학대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참고 3.
저 장면에서 아 같이 가라고!!!!!라고 소리 지를 뻔함.
[이 글의 TMI]
1. 영화관에서 스피커 바로 밑자리에 앉는 바람에 루벤이 소리 지르면서 난리 칠 때마다 고막 나가는 줄 알았음.
2. 최근 다이어트를 하시는 잇님들이 많아지셔서. 다이어트 관련 글도 쓰려고 합니다. 욕 주의.
3. 연애 관련 포스팅을 계획하고 써 내려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도 순수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생각함.
4. [눈의 여왕]이 기억 안 나서 [겨울 여왕] 이라고 구글에 치고 안 나온다고 구글 탓함. 뎨성합니다.
5. 이 영화는 마리의 입장에서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글 or 연애에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다시 쓸 예정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igo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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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이라는 시대의 거울
특종에 혈안이 된 기자,상진이 있다. 그는 대기업 만전이 엮인 일이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취재를 감행한다. 하지만 그의 기사는 인터넷상에서 오보로 판명되어 그는 회사에서 축출된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리만큼 만전의 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접근하는데, 자칭 댓글부대라고 주장하는 일명 찻탓캇이 그의 삶에 들어와 그를 휘젓고 간다. 찻탓캇은 인터넷의 댓글이란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누군가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여론을 뒤집는 검은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검은 세력의 선두에 만전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1. 아무도 모른다.
인터넷 세상에서의 물타기란 당연한 현상이다. 물타기를 해서라도 여론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현재의 세상은 여론이 곧 돈이고 권력이다. 그 지점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분야가 마케팅일 테고, 부정적으로 이용하는 쪽이 댓글로 하는 여론 조작일 것이다. 인터넷 세상 속 소문은 얼굴을 대면하는 소통보다 퍼지는 속도가 빠른 데다가 짜깁기했을지언정 일말의 증거가 있기 때문에 소문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 진짜인 것처럼 만드는 방법은 따로 있다. 사실의 진위 여부보다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영화는 댓글 속에서 오가는 소문이 진실로 인식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스킬을 다 오픈하는 영화이다. 여론을 만드는 분야에서의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올드미디어의 기자인 상진은 인터넷 속 여론을 그저 헛소리로 치부하지만 그는 그런 헛소리 때문에 직업을 잃는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진실이 올드미디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그는 댓글 속 세상과 자신이 속해 있던 세상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 버린다. 그는 인터넷 속 만전에 대한 음모론에 빠져 헛소리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만전의 음모는 존재하는 것일까.
2. 상진의 앞날은
'완전한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짜 같은 것처럼'
상진은 수많은 기사를 써왔지만 그가 한 팩트체크는 증거가 딱히 있었다기 보다는 사람의 증언에 기대어 기사를 썼기 때문에 조금 위험한 지점이 있었다. 사람이 하는 말은 간사하게도 바뀔 수 있었고, 그가 몸담고 있는 미디어는 진실을 파고든다는 이미지로 살아가는 업종이기에 이런 허술한 팩트체크 능력은 그에게 독이었다. 완전한 진실을 외치는 올드 미디어보다 '이거 진실인데 아니면 어쩔 수 없지'의 마인드로 올리는 인터넷 글, 댓글들은 파급력이 훨씬 세다. 오히려 그글을 접하는 상당수가 한정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데다가 팩트체크에 대한 대단한 의무와 책임감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찻탓캇은 얼굴을 들이밀었기에 실재로 존재하는 댓글 부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증언 속 팹택 등의 동업자들은 정말 있는 것일까. 내 생각엔 단 한 명의 인물로서의 팹택이 있었다기 보다는 수많은 댓글러 속의 유형 중 팹택 같은 유형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댓글 속에서 의견을 내는 유형이 다 다른 만큼 소문이 퍼지기를 부추기는 유형도 있고, 한참 동조하다가 일이 잘못되면 갑자기 양심선언하는 부류도 있는 것 같다. 찡뻤킹 처럼 말이다. 여러 유형의 댓글 이용자들을 한 사람의 캐릭터로 형상화한 건 아닐까. 결국 찻탓캇, 찡뻤킹, 팹택 등은 댓글을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아닐까.
그만큼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개미들은 여기저기 숨어있다는 뜻이겠지.
상진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만전에 대해 집착적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어떤 결론도 제시하지 않는다. 상진이 만전을 이겼는지, 만전에 먹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하기 위해 댓글러들의 방식을 이용하는 모습에서 올드미디어보다 댓글 하나의 파급력이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이 속해있던 올드미디어의 방식을 버렸구나 하고 느꼈다. 그렇게 되면 그가 그렇게 외치던 기자의 정체성은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것이 전부였던 것인가. 그리고 이제 그는 만전을 향한 독립적인 투쟁을 시작한 것인데, 찻탓캇의 얘기를 곱씹어보자면, 왜 그가 만전의 계략에 빠진 것만 같지 싶었는지 모르겠다. 만전은 왠지 상진이 이 길로 빠지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 이거 음모론인가.
이렇게 음모론은 한 개인의 마음에 바이러스처럼 자라난다. 댓글은 이런 심리를 자극하는 매개체다. 그 안에 일말의 진실이 담겨있을지 모르니 우리는 모두 자칭 탐정이 되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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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파도 감독의 신작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月下老人. 달 월, 아래 하, 노인 노, 사람 인의 한자로 풀이하면 ‘달 빛 아래의 노인’이 된다. 중국 고대 설화에서 시작되어 붉은 실로 남녀의 다리를 묶어 인연을 맺어주는 전설 속의 노인을 뜻한다. 현대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중매인 중매하는 중매쟁이를 뜻하기도 한다. 멜로/로맨스 장르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2)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구파도 감독은 전작 공포 스릴러 <몬몬몬 몬스터>로 2017년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다. 두 장르는 다르지만 각각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감독은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로 판타지 로맨스물이라는 장르를 소화해낸다. ’사후세계’, ‘환생’이라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보고 있자면 묘사하는 사후 세계의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세계관이 국내 작품 <신과 함께>가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은 <신과 함께>를 보고 2001년에 쓴 소설 <月老>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밌다. 복합적인 장르의 혼합과 스토리 진행 호흡에서 B급 영화로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렇게 넘기기에는 핵심으로 다뤄지는 소재가 중요하게 느껴진다.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사자(使者)로 일하게 된 주인공에게 주어진 임무는 인간들의 연(緣/부부가 되기 위한 젊은 연인의 연)을 이어주는 일이다. 이에 따라 파생된 배경이자 사자로 등장하는 주된 인물은 샤오룬/핑키/원한을 가진 악령까지 세 명이 된다. 이들의 생전 애정 관계를 풀어보자. 짝으로 다니게 된 샤오룬과 핑키 중 핑키는 나름 연이라고 생각했던 남성으로부터 배신당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인물이다. 사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던 중 그 남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환생이 불가한 악령이 되는 것에 흔들리기도 한다. 그때 나타난 악령 운명 깃발을 떨어트리게 하는 샤오룬의 등장은 복선처럼 후에도 핑키의 운명을 다른 길로 안내한다. 여기까지’ 딱히 생전에 미련이 없을 것만 같은 평범한 ‘전사’라면 샤오룬은 끈끈한 연을 맺던 연인이 있던 인물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줄곧 샤오미를 따라다니며 결혼해달라고 설득한 끝에 그 답을 받으려는 순간 벼락에 맞아 죽게 된 샤오루는 이승에 사랑하는 연인 샤오미를 남겨두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악령은 500년 전 부하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끊임없이 이 일을 잊고 환생하는 부하들을 보며 원한을 품고 악령이 된 인물이다. 이 셋은 크게 두 분류 사랑을 하던 사람/사랑을 하고 싶었던 사람로 나뉘며 그 중 후자에 속하는 핑키와 원령은 그 중에서도 원한의 정도로 다시 나눌 수 있다. 핑키 또한 원한을 가지고 자신을 죽인 남성을 죽일까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려 새로운 연을 찾아간다. 하지만 비슷하게 애정(관계)을 갈망하던 악령의 원한은 점점 집착으로 변해 멈출 수 없게 된다. 이들은 저승에서까지 애정을 갈망하는 이승과는 별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 저승까지 가지고 가는 일이라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전생의 기억을 잃었던 가진동이 키우던 강아지 아루를 만나 기억을 되찾으며 그와 동시에 혹은 기억이 떠오르기도 전에 느꼈을 감정이 느껴지는, 가진동(샤오룬 역) 얼굴의 미세한 떨림은 모든 서사를 제쳐두고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저승에 가게 된 이의 아픔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판타지/공포/로맨스 멜로의 뒤죽박죽이지만 완성도 높은 장르를 오가며 2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는 장면들 와중에도 감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핵심소재가 한몫했다는 의견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사후 세계에서 받는 묵주에서 악행으로 인한 3알이면 돌고래로 환생할 수 있다는 디테일한 설정들에서 환생을 기대해보게 만든다. 2021년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된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국내 영화사벌집에서 공동제작 및 수입하여 그린나래미디어를 통해 2월 9일 개봉한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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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얼마전 일하는 엄마들과 밥을 먹다가 육아와 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보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엄마들이 사회생활을 한참 하던 때, 그러니까 불과 10년전만 해도 육아휴직이라는게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디 여자애가 서울로 학교를 가냐는’ 외할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외할머니집에서 걸어서 10분거리의 대학교를 가야 했다. 불과 25년전이었는데 외할머니는 아들이 아닌 ‘가시나’를 대학에 보내는 것도 못마땅해 하셨다. 아주아주 보수적인 지역의 보수적인 어른이었지만, 엄마와 아빠가 강력히 주장해서 대학을 보낸 것이다.
‘여자도 전문직을 해야해.’ 결혼해서도 원가족인 외할머니의 투병생활을 돌보고, 남동생들을 케어하며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지만, 내 딸만은 그렇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엄마의 결연한 의지 덕에 나는 외할머니가 그렇게 싫어 하셨던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직업인 PD가 될 수 있었다. 꽤나 진취적인 직업군에 속하지만, 그래도 여자 PD가 육아휴직을 하고 다시 복직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 된 것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2000년 초에 결혼 한 여자선배들을 떠올려 보면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그만 둔 선배가 더 많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쓰고 돌아온 선배가 나보다 한살 많은 선배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엄청난 변화 속에 놓여 있는 중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마지막 씬에 직접 출연한다 )1950년대 하버드 로스쿨엔 전체 학생의 2%에 해당하는 9명의 여학생 밖에 없었고, 심지어 여자 화장실도 없었다고 한다. 수석졸업을 하고 두아이 까지 키웠지만, 로펌에서는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고 (거절하는 이유도 가지 가지다. 애나 돌봐야지 일은 언제 할거냐. 이미 작년에 여자를 뽑았다. 회사의 다른 여자들이 질투할거다? 등등 )그녀는 로펌 대신 결국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1970년대에 남성보육자와 관련된 한 사건을 접하고 이것이 남성의 역차별 사건이며,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하게 된다. 모두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할때. 긴즈버그는 남편과 딸의 지지에 힘입어, 성별을 근거로 한 (On The basis of Sex (원제)) 178건의 합법적 차별을 무너뜨릴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
“백 년 동안 계속 져 왔다고 해도 이기려고 노력하는 걸 멈출 이유는 없죠.”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서 딸 제인이 엄마 루스에게 하는 말이다. 이 대사는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그러고 보면 인종차별만큼이나, 성별에 근거한 차별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 의의도 정당하고, 의뢰인도 정당하지만, 여성들을 한세기 넘게 같은 논쟁에서 져왔다는 루스에게 딸 제인이 하는 저 말이 이 영화를 다 말해주는 것 같았다.
둘이 함께 택시를 기다릴 때 성추행 발언을 하는 남자들을 향해
“엄마, 남자들이 여자에게 저런식으로 말하게 두면 안돼.” 라고 시원하게 욕을 하는 딸을 보며,
“넌 자유롭고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 여성이야. 20년 전엔 이렇게 행동하지도 못했어.시대가 이미 변했어.“ 하고 말하는 엄마 루스.
차별이 차별인 줄도 모르고 지나왔던 시대를 지나, 우리 자녀들의 열망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되는 조항을 다시 검토하여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던 법정씬에서는 여지 없이 또 울컥했다. 실패하고 절망하더라도 결국엔 변화한다는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 영화.나는 어쩌면 이런 변화의 역사에 살아있는 증인일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라며 차별을 받았지만, 그걸 깨려는 엄마, 이모와 같은 어른들의 도움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고, 이제 딸을 낳고 엄마가 되고 또 나의 일을 하는 이 시간 속에서, 내 딸을 위해 나 역시 매일 매일 크고 작은 싸움을 계속 해오고 있는 중이니까.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작은 행동이 모여 세상을 바꾼 다는 것을 이미 겪었으니까. 승리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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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촬영팀 세컨드 / 촬영팀, 그리고 나
씨네피커는 7월 한달 간, 현재 방영중인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촬영팀 세컨드로 참여하고 있는 형정훈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있어요. 오늘은 그 세번째 시간입니다. 아버지와 영화를 보던 청소년에서, 영화과에 진학하고 이제는 촬영현장에서 일한 지 5년차가 되었는데요.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Q. 어떤 일을 하든 3년차가 지나면, 슬럼프가 찾아오는 법이라고 하잖아요. 이제 5년차가 되었어요. 혹시 촬영팀을 하면서 그만두고싶었던 적이 있나요?
A. 저는 오히려 드라마 첫 작품 시작할 때 그 생각을 좀 많이 했어요. 저는 학교에서도 선배들이 ‘열심히 하는 친구다’ ‘잘하는 친구다’라는 소리를 들었고 동기들 사이에서도 ‘촬영을 잘하는 친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래 나는 잘하는 친구야, 열심히 하는친구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드라마 현장을 갔는데 너무 부족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위에 있던 형님에게 ‘이렇게 하면 안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라는 꾸중을 많이 들었거든요. 저는 정말 이 촬영 일을 하면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뿌듯함이나 행복함을 느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처음으로 그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 내가 정말 행복하고 좋아하던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더 자괴감이 드는 느낌이었죠. 주변 친구들한테도‘너무 힘들다’ ‘그만둬야하나?’ 하고 상담도 많이했구요. 그러다가 깨달은 순간이 한 번 있어요. 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 사람이나를 미워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의 어떤 행동이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 즈음에 다른 분들이 ‘정훈이 고생한다’ ‘제일 막내 고생하네’라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게 정말 위안이 되었어요. 그 작품이 끝나고 지금 촬영팀으로 이직을 했는데 이직을 하고 나서 꾸중했던 그 형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다음 작품같이 해줄 생각 없냐” 라고. 그때 그렇게 나한테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연락을 준 건 ‘내가 잘 못했던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이 팀에서 막내로 있고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는데. 그 때가 좀 다시 회복을 한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했구나, 잘했었구나.’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가 저 스스로 이겨낸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처음이라,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A. 힘들다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당시엔 힘들었겠지만, 이게 내 직업이나 장래를 흔들 정도의 고통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어느 정도 전우애라고 해야 하나? 옆에 사람도 버티고,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나 나보다 체격이 작은 누나나 이렇게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연한 느낌같은 것도 있었어요. 처음 1년은 적응하는 게 힘들었는데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서 계속하다 보니까 이제는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잠을 못자고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적응이 되었고요.
Q 가끔 메이킹 영상을 보면, 촬영팀은 거의 대부분 남자 같았는데, 촬영팀에도 여자스태프들이 많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제가 지금까지 했던 촬영팀은 다 여자 스태프들이 있었고 지금도 같이 하고 있는 누나도 있고, 생각보다 여자 촬영팀이 많이 있어요.
Q 촬영 감독을 꿈꾸는 여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여자 촬영팀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안되는데, 체격이 작은데? 체력이 못 버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더라구요. 그런데제 전 작품을 같이 했던 세컨드 누나의 키가 152cm? 153cm? 굉장히 작고 여리여리한 몸이었는데도 카메라를 잘 들었어요. 저는 그런 장비를 드는 건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오히려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저보다 같이 했던 누나가 장비를 번쩍 잘 들었던 기억이 나요. 신체적인 부분은 노하우를 통해서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촬영팀을 하는 건 어렵겠죠. 어느 정도 본인의 노력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 누나도 체력 기르기 위해 유도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본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하신 것 같고요. 또 여자 촬영팀의 장점은 (물론 남자분들의 개인차도 있겠지만) 세심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장비를 체크한다거나 아니면 정리를 한다거나 이런 부분에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의 단점은 보완을 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면 좋은 자리를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조건 신체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 자리에 들어서지 못한다는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고,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인정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기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Q. 촬영팀에 일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구직 꿀팁을 알려주실수 있나요?
A. 솔직히 지인이나 학교나 이런 인맥이 대표적인 것 같아요. 왜냐면 직접 면접이나 이력서를 올리는 시스템이 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교나 지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좋은 건 우선 학교에 진학을 해서 선배들의 인연을 가지는게 좋긴한 것같아요. <필름메이커스>에서 올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보는데 메이저 급의 드라마나 영화팀은 아마 필름메이커스에서 구하지 않는 편이어서 어쨋든 차근 차근 인맥을 쌓아서 메이저 팀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구요. 처음에는 촬영과 관련된 네이버 밴드나오픈 채팅방같은 것을 찾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혹시 나중에 촬영 메인 감독이 된다면 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A.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들이 거의 장르성이 부각되는 작품들이거든요. <다크홀>은 좀비물이었고, <더 글로리> <마당이 있는 집>도 <유괴의 날>도 다 장르물이었어요. 미스터리, 스릴러, 아니면 범죄 이런 장르물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코미디나 화사한 분위기의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설레는 장면들을 직접 보고 싶고, 그런 분위기도 안해 봤으니 궁금해서 그런작품을 하고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약 메인이 된다면 장르물을 찍고싶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로맨스 코미디물은생각보다 카메라로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장르물과 달라서 내가 잘 찍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을 하면 장르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Q. 요즘은 정말 콘텐츠가 많잖아요. 형정훈님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가요?
요즘 나오는 콘텐츠들이 유튜브나 아니면 쇼츠에 대중들이 익숙해져서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재미 혹은 강한 임팩트를 원하는 영상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그런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저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또 어떤 드라마를 보고 생각을 가질 수 있는시간을 준다면 저는 그게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사운드와 스크린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작품 내용 보다는 기술 적인 것을 많이 봤었는데, 영화 <괴물>을 보고 나서 ‘아 정말 좋은 영화 봤다’ ‘나를 흔드는 영화를 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재밌고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다시 한번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고 본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영화가 저는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촬영팀 형정훈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목표는 저는 항상 모두에게 다 이야기를 하는데 제 친구들 혹은 지인들이 TV나 영화를 보는데 ‘저거 내 친구가 한 거야’가 제 목표예요. 그래서 모두가 알 만한 작품을 제가 직접 카메라 잡고 찍는 게 제 목표입니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생각의 여지를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 자신이 촬영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사람. 인터뷰내내 형정훈님은 작품을 사랑하고, 작품에 진심을 다하는 바른 사람이라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형정훈님이 앞으로 더 성장해 촬영감독 형정훈으로써 참여할 작품이 더 기대가 됩니다. 첫번째 씨네피커 형정훈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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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비스 리뷰 - 시대의 아이콘으로 메세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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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아이돌, 시대의 아이콘, 영원한 슈퍼스타
`엘비스`의 모든 것이 뜨겁게 펼쳐진다!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
지역 라디오의 작은 무대에 서게 된 `엘비스`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하고,
그에게 매료된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받는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는 이를 목격하고
`엘비스`에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자라난 동네에서 보고 들은 흑인음악을 접목시킨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되고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톰 파커`까지 가세해
`엘비스`는 그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평생을 함께한 매니저 `톰 파커`와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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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세계 - 아름다움과 아픔이 비례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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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한 남자가 출소했다. 그가 본 세상은...
13년간 감옥에 복역 중이던 전직 야쿠자 미카미는 새로운 각오를 품고 출소한다.
변해버린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매번 트러블을 일으키지만
주변 이웃들의 작은 관심과 애정으로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자신의 갱생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어 하는 진지한 청년과도 만난다.
하지만 13년이라는 시간의 공백과 범죄자라는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정상이라 말하는 이 세상은 자신이 소중히 지켜온 것마저 버리게 만들어 버린다.
이 세상은 과연 그가 꿈꾸던 멋진 세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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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무도실무관> 공식 예고편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 무도 유단자 '이정도'(김우빈)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의 제안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으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 9월 13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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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내일> 공식 예고편
ㄴ듣도보도 못한ㄱ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등장!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 [내일] 4월 1일 첫방송 본방 놓쳐도 가장 빠른 다시보기는 웨이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