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4-05 15:11:52
식목일 기념 식집사들을 위한 플랜트 힐링무비
<리틀 포레스트>부터 <타샤 튜더>까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인데요, 마침 그간의 건조함을 싹 달래주는 듯한 단비가 유난히 반가운 하루입니다.
한창 목말랐던 식물들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최근 연달아 일어났던 산불 피해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오늘은 씨네랩 역시 식목일을 맞아 다양한 식물을 소재로 한 힐링영화 모음을 준비해 봤어요.
아끼는 식물과의 동거를 즐기고 있는 식집사에게도,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예비 식집사에게도, 또 봄이니만큼 푸릇푸릇한 영상미를 즐기고 싶으신 분에게도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들입니다.
배고픈 마음과 속을 채워 나가는 농촌살이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부터
유명 동화작가의 삶과 아름다운 정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8편의 플랜트 힐링무비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리틀 포레스트(2018)
Little Forest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배고픈 마음과 속을 채워 나가는 농촌살이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 혜원. 그렇게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데…고단한 도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이 소꿉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나고 사계절의 자연 속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통해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힐링 드라마.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모든 건 타이밍이다.
친구들은 모른다.
나도 이곳의 토양과 공기를
먹고 자란 작물이라는 걸.
타샤 튜더(2018)
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감독: 마츠타니 미츠에
출연: 타샤 튜더 등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천상의 정원을 일궈낸 동화작가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베스트셀러 동화 작가이자 「비밀의 화원」과 「소공녀」,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카드 삽화를 그리고 30만 평 대지를 천상의 화원으로 일구며, 꿈꾸는 대로 살았던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 타샤가 직접 들려주는 그녀만의 행복 스토리!
정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이 정원을 만드는 데 삼십년이 걸렸어요.
꽃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바라보면 알 수 있어요.
좋아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면 다른 곳을 떠나세요.
할 수 있을 때 행복을 찾으세요.
인생 후르츠(2018)
Life Is Fruity
감독: 후시하라 켄시
출연: 츠바타 슈이치, 츠바타 히데코, 키키 키린 등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1분
주렁주렁 인생미학
90세 건축가 할아버지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못 하는 게 없는 슈퍼 할머니 ‘츠바타 히데코’, 둘이 합쳐 177살, 혼자 산 날보다 함께 산 날이 더 긴 부부는 50년 살아온 집에서 과일 50종과 채소 70종을 키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슈이치는 설계 의뢰를 받고 늘 꿈꾸던 자연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건축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데…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
인생은 살수록 아름다워진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바람 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
자연의 소리는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다.
식물카페, 온정(2021)
Plant Cafe, Warmth
감독: 최창환
출연: 강길우, 김우겸, 박수연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75분
당신을 위한 식물 처방전
종군 사진기자로 일했던 주인공 ‘현재’는 파키스탄 전쟁 당시의 트라우마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다. 퇴사 후 다시 찾은 할아버지의 수목원에서 어린 시절 느꼈던 식물과의 특별한 교감을 떠올린다. 식물로부터 살아갈 용기를 얻은 ‘현재’는 도심 속 <식물카페, 온정>을 운영하게 된다. 본인의 반려식물과 함께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카페를 찾은 손님들에게 ‘현재’는 병든 식물은 물론 병든 마음에 필요한 그만의 식물 처방전을 건넨다.
사람도 때마다 분갈이가 필요하다.
뿌리가 자라다 못해 흙 위로 올라오는 것처럼
마음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자꾸 밖으로 삐져나올 때
마음이 가는 그곳으로
사람도 분갈이를 해야 한다.
자라는 게 티가 나지 않는 식물은
그 시간 동안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식물도감(2018)
Evergreen Love
감독: 미키 코이치로
출연: 이와타 타카노리, 타카하타 미츠키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5분
제철 요리와 함께하는 무공해 힐링 로맨스
어제는 머위밥, 오늘은 달래 파스타… 이츠키는 자연에서 얻은 제철 식재료로 그녀를 위한 맛있는 요리를 하고, 사야카는 점점 그와의 시간을 통해 무의미한 일상에 활기를 찾고 작은 행복을 발견해나간다. 항상 ‘혼자’였던 삶이 ‘함께’가 되면서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아가씨 괜찮다면 날 주워가지 않을래요?
물지 않아요.
예절교육 받은 착한 아이랍니다.
잡초라는 이름은 없어.
모든 풀에는 이름이 있어.
모리의 정원(2020)
Mori, The Artist's Habitat
감독: 오키타 슈이치
출연: 야마자키 츠토무, 키키 키린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은둔화가 쿠마가이 모리카즈의 말년을 다룬 실화 바탕 영화
30년 동안 정원을 벗어난 적 없는, 작은 것들의 화가 모리카즈 아내 히데코와 조용하게 소소한 일상을 누리며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싶지만 그의 정원에 자꾸만 예기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햇살, 바람, 새소리..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모리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일본의 원로배우 키키 키린의 유작이 된 작품.
못 그려서 좋아요.
잘 그린 그림은 끝이 뻔하거든요.
못 그린 그림도 작품입니다.
이 정원은 남편의 전부예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4)
Attila Marcel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베르나데트 라퐁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삶을 되찾기 위한 기억여행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33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그녀가 준 차와 마들렌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
네게 바라는 건 그게 다야.
수도꼭지를 트는 일은 네 몫이란다.
Vis ta vie.
네 인생을 살아.
낮과 달(2022)
The Cave
감독: 이영아
출연: 유다인, 조은지, 정영섭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제주도에서 만난 남편의 첫사랑
남편과 사별 후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이사 온 민희는 성격 좋은 동네 이웃 목하와 그의 음악하는 아들 태경을 만나 친분을 다지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상실의 아픔을 분노 게이지로 다스리게 되는 민희, 평온했던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오만년 전 ‘구 남친’의 기억을 강제 소환당한 목하. 두 여자의 예측 불가, 밀고 밀리는 관계가 시작된다!
낮에도 달이 뜨는 거 알아요?
보이지 않아도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거죠.
나는 과거나 미래 그런 거 그립지 않아요.
지금이 딱 좋아요.
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그럼 즐거운 식목일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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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차 -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버리고
*2017년도 영화 칼럼으로 발행한 글을 각색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 원고를 쓰기 전, 생각의 끈을 잡고 놓지 않으려고 애써 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금세 주의가 분산된다. 나이가 들수록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그럴 여유가 사라짐과 동시에, 삶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져서 그런 것인 듯 싶다. 누군가 나에게 싱가포르에 와서 직장 생활 하는 자신이 비자와 연계된 이유로 마치 ‘생계형 직장인’ 같다는 말을 했었다. 디아스포라(Diaspora)의 삶이 안정될 수록 더 갈망하게 되는 것이 늘어난다. 영주권 발급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최초 5년짜리 영주권이 내 삶에 시사 하는 바도 이리 큰데 하면서, 나는 2012년도 영화 화차(火車)를 생각해 냈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도 불륜이라는 스캔들 때문에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하는, 영화 ‘아가씨’의 수려하고 여리여리하고 아름다운 이 배우가 임팩트 있는 배우로서 탈바꿈된 영화는 화차가 아니었을까.
영화 속에서 첫 남편과 식당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선영의 전 모습.
그녀에게는 아버지를 죽게 해 달라는 그래서 빚을 청산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과 신앙이 있었다.
화차라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수레 위에 총을 수십 개 장치하여 이동이 손쉽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총을 쏠 수 있게 한 조선시대 무기’라고 검색이 되지만, 일본에서는 ‘영화의 제목인 '화차'는 불 화(火), 수레 차(車)로, '지옥으로 가는 불수레'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화차는 헤이안 시대 일본 전설 속의 수레라고 하며,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불 수레이며 화차에 한번 올라탄 사람은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다고 한다. 이 무시무시한 제목 속 여주인 경선(김민희 분)은 왜 자신이 화차에 올라타 운명을 재촉해야 했는지 안타깝도록 절실하게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5년 전에 본 영화라서 모든 스토리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경선이 자신의 빚과 과거를 모두 끊어내기 위해 선영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친구가 되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새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 수의사였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서, 펜션에서 술을 마시고 친구의 목을 졸라 살해하며 울부짖는 경선. 이 영화에서 김민희의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슬프고, 그로테스크하고, 단죄해야 하지만 이해는 가는 그런 역할을 잘 소화했다.
그녀는 운다. 친구를 살해하고 새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기쁨에 또 웃는다.
영화의 도입부는 경선(선영의 삶을 빼앗은) 이 약혼자인 문호 (이선균 분)과 결혼 한 달을 앞두고 시부모님께 인사 가는 길에서 시작된다. 빗속에서 휴게소에 들렀으나 그녀는 돌연 사라져 버리고, 문호는 연유를 알 수 없이 그녀의 뒤를 쫓는다. 사촌 형인 형사에게 부탁해 찾아낸 그녀의 과거는 놀랍다. 원래 경선은 결혼한 적이 있었고, 남편은 건실하게 식당을 운영했고 그녀도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가 들이닥쳐 생활이 망가져 버린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를 죽게 해 달라고, 빚을 탕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작은 빚에서 시작된 사채가 커진 것을 막지 못해, 그리고 또 이어진 빚을 막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녀는, 가족이 없는 선영이라는 수의사와 만난다. 그리고는 위의 전개이다. 피칠갑을 하고 속옷 차림으로 진짜 선영을 살해하고 선영으로 거듭난 경선. 그녀는 죄책감에 울부짖는 것인지 안도감에 미소 짓는 것인지 모를 새벽을 보내고, 시체를 유기한 다음 선영의 동물병원에서 일하다가 문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문호와 선영. 선영의 과거에 대한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문호는 선영(경선)을 사랑했고,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너로 살라며 도망치라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된 기차역에서 선영은 읊조린다.
“나?? 나 강선영 아니야..... 나 사람 아니야.. 쓰레기야... 내 곁엔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타인의 모든 것을 빼앗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자신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라고 자위한다. 일본에서의 원작이 1992년에 써진 것을 감안하면 타인의 ‘명의 도용’이라는 범죄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면 일본 내의 사회적 이슈를 모티브로 인간의 삶을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이 영화를 한국의 영화관에서 혼자 봤던 (왜 '혼자였다는' 사실은 잊히지 않는지) 2012년 3월은 내 인생에서도 정말 추운 겨울이었다. 동트지 않은 새벽이 가장 춥다고 직장을 잠시 쉬던 그때 나는 참 많은 방황을 했더랬다. 건강 차 휴직한다고는 했으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휴식이 온전히 휴식이 될 수 없었다. 영화 속 경선에 나를 이입한 건 아니었지만,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생기는 이러한 사회의 범죄가, 한국에서도 점점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은 해 봤었다.
미야베 미유키 책 중에 재밌게 읽었던 낙원, 그리고 모방범. 사진은 네이버에서 찾았다.
그때 썸 타던 남자친구 집에 있던 책들을 빌려와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정말 밤새서 읽었다.
그 이후의 한국 사회는 (지금은 내가 오히려 가끔 가는 곳이 되어 버렸기에 변화를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더 급격히 일본화되어가고 있다. 1인 가구의 확산화, 전통적 가족 형태의 붕괴, 사회활동 이외 취미활동의 다변화, 반려동물과 식물 추구, 졸혼, 선택적 결혼, 묻지 마 범죄, 그리고 사회적 범죄, 성매매, 인신매매, 돈을 위해서 라면 희생되는 인권. 한국의 사회적 안전망이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악함과 잔학성을 막을 정도로 촘촘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점차 더 촘촘하게 변해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학창 시절 일본의 문화를 동경해서 일본어를 배웠던 나는,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것들을 알 즈음 한국인의 정이나 따뜻함, 융통성 등을 더 높이 사게 되었다. 한국은 아직 꿈틀대는 날 것의 생동감이 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생명의 샘이 솟아오른다. 민초의 힘은 여론을 형성하며 특권층을 제재하는 힘이 되어 왔다. 세계를 살펴봐도 이런 나라는 흔치 않다. 코로나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회의 모럴(morale)적 제재가 되기를 바라본다. 작금의 나는 한국의 문화나 식품은 환영받지만,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사람들에게 배척 받는 외국인으로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 원고를 썼던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온전히 나 자신으로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고,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경제적으로 착취당했던 것도 어느 정도는 벗어났다. 돈이라는 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고 하는 건 가진 자들의 이야기일도 몰라. 잘 살다가도 한 순간 삐끗하면 절벽 낭떠러지로 내몰릴 만큼,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경선처럼 자신의 모든 걸 지우고서라도 빚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 볼뿐. 힘들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 볼뿐. 이런 선한 마음들이 모여 선한 영향력을 내기를 바라볼 뿐,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씁쓸한 밤이다.
하지만 일본 문학 공부하던 그 시절 내가 읽은 소설의 탑은 바로 이것, '살인의 문' 원판.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은 문고본. 한 번쯤 살면서 생각해 볼 화와 살인의 욕망에 대해 다뤘다. 너무 그럴싸해서 나의 욕망도 함께 얹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고 싶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아일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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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속에서 찾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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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가 영화 관련한 피드에서 영화 <미스트>의 결말이 최악의 반전이라며 평 남긴 것을 보고 궁금해서 보기 시작한 영화 <미스트>. 그런데 정말 결말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봐야할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를 못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최악이라는 결말이 칭찬인 그런 영화였다.
영화 <미스트> 시놉시스
당신이 알던 세상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 어느 날 강력한 비바람이 몰아친 뒤, 기이한 안개가 몰려온다. 데이빗은 태풍으로 쓰러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읍내 그의 어린 아들 빌리와 옆집 변호사 노튼과 함께 다운타운의 마트로 향한다. 하지만 데이빗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는 도중 동네 노인이 피를 흘리면서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 뛰쳐 들어왔다. 마트 밖은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체 불명의 안개로 뒤덮혔고, 정체불명 거대한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는다. 마트 안에는 주민들과 데이빗, 그의 아들 빌리가 고립되었고, 지금 밖으로 나간다면 모두 죽는다는 미친 예언자가 그곳을 더욱 절망스럽게 만든다. 몇 시간 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괴물들의 등장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살기 위해 살아 남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들 앞에 펼쳐진 것들은 인류의 재앙일까?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미스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괴물이 어떻게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웬만한 SF영화를 보다보면 그 괴생명체 혹은 문제의 원인이 어떻게 발생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명확한 설명이 되지 않으면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감정이 든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 <미스트> 속에서는 이 안개의 원인과 괴생명체에 대한 출현의 이유는 군인을 통해서 짧게 설명된다. 하지만 그 해결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크게 의문을 품지 않았던 점은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를 굉장히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SF적 요소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주제 자체가 SF의 미래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과 혼란한 시대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해서 다룬 내용이다보니 SF적 요소에 대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몰입에 전혀 방해가 되는 않았다. 여기서 깨달은 점은 주제를 확실히 전달하고 그 메인 테마를 밀도감있게 풀어내는 것이 관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예측가능한 종교에 매달리는 사람들
종교를 믿지 않는 나로써는 영화 중반부터 시작된 하느님에 대한 맹신과 예언에 몰두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상당히 불편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설득의 과정이 굉장히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미친 여성의 헛소리에 불과했던 말들이 그저 사이비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의도치 않 하나 둘씩 맞아 떨어지면서 가망이 없어 보이는 미래에 여자의 말대로 벌어지는 현재 속에서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 혼란하거나 개인이 너무나도 힘들 때 도대체 왜 종교에 귀의를 하는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영화 <미스트>에서 조금 그 의문이 해결됐던 것 같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 변주가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당장의 현실 속에서 종교와 같은 교리는 나름의 예측가능성을 선산한다. 교리에 따르면, 성경에 따르면 현재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고 다음은 이럴 것이다 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선호를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서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을 굉장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믿지 않는 저를 이렇게 설득할 수 있을 정도면 말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 대하여
영화 <미스트>를 최악의 결말과 반전이라고 평하는 이유는 막판 5분에 다 담겨있다. 종교에 다 홀려버린 사람들과는 분리를 선언하며 데이빗은 아들과 일부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최대한 갈 수 있는 곳까지 안개와 괴물을 피해 달려간다. 하지만 안개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ㅚ물을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계속 앞으로 향해 달려나가던 차는 결국 연료가 모자라 멈추고 만다. 뒤에서는 괴물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고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괴물에 잡아 먹히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총으로 자살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 괴물에 잡아 먹히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총을 자살을 하는 방법박에 없다. 하지만 차에 탄 인원은 5명, 탄환은 4개. 데이빗은 결국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은 괴물에 잡아먹히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게 괴물에게 소리를 지르며 발악하는 순간 데이빗의 눈에 목격된 것은 서서히 걷혀가는 안개와 상황을 정리하러 온 군부대였다. 조금만 기다렸다면 모두가 살 수 있었지만 극심한 공포와 미래는 이제 없다는 낙심은 죽음만이 방법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이렇게 허탈하고 허망한 반전을 보면서 인간은 정말 한 치 앞을 보지못한다는 사실과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는 미래를 낙담하며 안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굉장히 잘 풀어낸 비극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미스트>는 보는 내내 종교와 인간 본성에 대해 굉장히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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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 여독처럼 슬쩍 사라질 고독이었다면, 영원한 그 이름 속에서 머물렀겠지.
2022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화제작 <스펜서>를 지난 주 씨네랩 초청 사전 시사회를 통해 만나고 왔다.
어느덧 개봉일이 다가왔다는 사실! 더 많은 분들이 좋은 영화를 봤으면 하는 마음에 널리널리 홍보중이다. 올해 놓치면 후회할 작품 중 하나.
2013년에 비슷하게 ‘다이애나 스펜서’를 다룬 작품이 있다.
나오미 왓츠 주연의 <다이애나>라는 작품인데, 똑같은 인물의 일대기를 그렸지만 초점은 완전히 다르다. <다이애나>는 궁정에서 별거생활을 하던 시점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스펜서>는 완전히 별거생활을 하기 전, 3일 간 궁정에서의 성탄절 연휴를 보내며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인물의 모습을 그렸다.
기대를 어느 정도 하고 갔지만, 훨씬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영화의 화면 비율부터 자글자글한 필름의 포근한 감성까지 살리며 1980년대 영국의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했다. 광활한 자연 경관과 올곧게 펼쳐진 왕실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영화에 매료되었다. 이 모든 것을 담은, 잔잔하지만 묵직한 에너지가 살아있었던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두고두고 생각난다. 한 번 더 관람하고 싶을 정도.
사실,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혼자 이끌어 간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와 흡입력을 2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다채롭게 표현해야 했고, 관람 전 제일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트와일라잇>의 벨라, <카페 소사이어티>의 보니 등 이전 작품에서 보여진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그 틀을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의문들은 영화를 보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영국 억양은 물론, 고개를 기우는 각도부터 걸음걸이, 사소한 제스쳐 등 인물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치열하게 한 흔적이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느껴질 정도로 듬뿍 담겨 있었다. 결국, 실사 인물을 연기한다고 함은 관객들을 설득하는 것과 같다.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된 그 인물의 선명한 이미지의틀을 오롯이 본인의 역량으로 깨야 하고, 그 자체가 영화의 의미가 된다. 인물의 서사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낸 명분은 또다른 해석으로 변화를 줘야하고 동시에 감동을 줘야 한다.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 무른 과정들을 섬세하게, 성공적으로 해냈다.
비로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기 위한 그녀의 몸부림, 그것이 고독이든 여독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의 부재는 영원한 이름으로 남았을 테니. 자신의 수많은 감정들과 부딪히고, 단단했던 신념의 조각들이 처참히 부서지며 모든 것이 멈췄지만, 이름을 부르는 순간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스펜서.’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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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게 올림.
<위플래시, 2014>와 <라라랜드, 2016>만으로 평단과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미언 셔젤"의 신작 <바빌론>은 어떤 영화일까? 그에게 있어 '가장 많은 제작비 8천만 달러를 썼다'는 것도 있겠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로 결정된 표현 수위랄까? 하지만, 이런 기대들과 다르게 영화 <바빌론>은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 혹평과 함께 흥행에 실패했다. 다가오는 "아카데미"에서도 많은 부문에 후보 지명에도 실패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영화는 화려함이 극에 달하는 1920년대 미국의 한 파티장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그렇게, 짧은 인연들을 남긴 이들은 각자 "할리우드"로 들어가 그곳의 변화를 직면하게 되는데...
1. 왜, <바빌론>이어야만 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바빌론>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다.
이런 이유에는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영화가 겪었던 변화의 변곡점을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본다면, 주인공 "개츠비"는 금주령이 있던 시절 술을 팔아 경제적인 부호가 된 인물로 도덕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이처럼 겉은 화려할지 몰라도, 속으로 곯아가고 있는 게 이 시기 미국 사회의 전반이다!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초반 대저택 파티이다!
굉장히 부도덕한 사건이 발생하는 데에 제시하는 해결 방안으로 큰 코끼리에 이목을 집중시켜 축 늘어진 여자를 안고 나가는 것이다!
이외에도 알고도 눈을 감아주는 경찰의 비리까지 좋은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게 그때의 미국이고, <바빌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에는 "화려함"으로 대신되는 제목 <바빌론>에 숨겨져 있다.
해당 작품에 그 어느 장면들보다 "계단"이 나와 위로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들이 자주 내비쳐 "바벨탑"을 생각하게 만든다.
"구약성서"에서도 나오는 "바벨탑"은 하늘에 도달하려다가 무너져버린 건축물로 해석하기로는 "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무모함"으로 볼 수 있다. -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발전" 혹은 "문명의 고도화"로도 해석된다!2. 결국, 영화에게 보내는 편지
그런 점에서 "제임스 맥케이(토비 맥과이어 분)"과 함께 터널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이 영화가 설명하려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아닐까?
앞서 약에 취해 축 늘어진 여성 또한 계단 아래로 내려갔던 것처럼 해당 장면도 내려가면 갈수록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사라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어찌 보면, 성경에서도 태양이 비치지 않는 지하에는 온갖 나쁜 일들이 행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미지가 아닐까?그렇다고 위에 올라간다 해도 상황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피부 색깔과 성적 취향들을 숨기고 그들 사이에 숨어 있으려 한다.
어찌 보면, 1920-30년대 미국에서 가장 심했던 "인종차별"까지 언급하며 '문화적 부흥기'라고 말하기가 머쓱할 정도로 어두운 곳까지 비춘다.
하지만, 영화 <바빌론>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는 하는 바는 "영화"이다.하나의 장소에서 여러 세트장을 지어 "공장"처럼 찍어내던 현장에서 하나의 스튜디오로 바뀌어가듯이 "무성"에서 "유성"까지 그 시기에 겪어나갈 영화들의 발전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사랑을 비를 타고1952>이다.
해당 작품 역시, "무성"에서 "유성"으로 넘어가는 시절의 이야기를 담아냈으며 음향에 대한 시행착오들도 에피소드로 있다. - 캐릭터들도 본다면,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분)"와 "라나 버몬트"의 구성이 비슷하다!3. 3줄 요약 좀...
여기에 해당 작품을 비롯하여 많은 영화들의 장면들이 쏟아져 흐르는 엔딩까지 <바빌론>이 말하려는 바는 뚜렷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나긴 분량이 아닐까?
짧은 분량이 감독의 역량을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바빌론>의 분량은 189분으로 그가 연출해온 <위플래시2014, 106분>와 <라라랜드2016, 128분>, 그리고 <퍼스트맨2018, 141분>보다 가장 많다!점점, 분량이 많아지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라는 것으로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보다 핵심만 딱! 짚어준다면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 tmi. 1 - '데이미언 셔젤'은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아이폰으로 '디에고 칼바'와 아내이자 배우 '올리비아 해밀턴'의 2시간 버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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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상한 퀴어 로맨스'로 사랑의 조건을 질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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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1972년 독일 쾰른.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저명한 영화감독 피터가 귀찮은 듯 침대에서 일어난다.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새로운 영화의 제작이 결정되었는데도 그렇다. 곧 그 이유가 밝혀진다. 피터의 영화로 데뷔한 후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가 된 친구 시도니와 대화하며, 피터는 얼마 전 동성 애인과 헤어진 후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한다. 영화의 예술성에 심취하여 세상의 모든 속물을 비웃는 피터는 자신의 사랑 역시 영화와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즉, 피터는 지금 ‘비련의 여주인공’ 상태다.
시도니는 그런 피터에게 호주에서 온 배우 아미르를 소개한다. 노동계급 출신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잘 풀리지 않는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건너온 아미르는 단숨에 피터를 사로잡는다. 복잡한 사연과 그로 인한 깊은 슬픔. 무엇보다 아름다운 육체와 매혹적인 얼굴. 아미르는 피터의 외로움을 달래줄 최적의 인물로 보인다.
피터는 곧바로 작업을 건다. 물론, ‘작업’은 제삼자의 용어다. 피터는 언제나 사랑에 진심이기에 그가 자기감정을 ‘작업’과 같은 경박한 언어로 부를 일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영향력 있는 영화감독이 배우 지망생에게 끈적한 눈빛을 보내며 ‘너는 재능이 있어. 내가 꽃피워줄게’라고 말한다면, 이건 사랑이 아닌 거래 제안에 가깝다. 나의 영향력과 너의 매력을 교환하자는 거래 말이다. 하지만 ‘사랑에 진심’인 피터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과 아미르가 그 모든 걸 초월해 진정한 사랑에 다다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둘은 곧 연인이 된다. 하지만 피터 마음대로 되는 건 여기까지다. 아미르는 영리하고 영악하다. 자신과 피터의 관계가 사랑의 외피를 두른 거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항상 자기 곁에 있어 달라는 피터의 구걸에 가까운 친밀성 요구에 적당히 거리를 두며 늘 피터를 불안하게 한다. 피터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미르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그러나 매번 불평하면서도 아미르를 떠날 수는 없다. 10대 청년마냥 사랑의 열병에 몸과 마음이 잔뜩 달은 피터가 아미르에게 완벽히 종속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피터 본 칸트〉는 사랑에 관한 성찰과 질문을 던진다. 먼저 두 사람이 마주한 조건을 보자.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나이 든 남자와 매력 자본을 지닌 젊은 여자의 이성애 관계는 젠더에 따라 권력이 불균등하게 배분된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의 형태다. 이러한 교환 관계는 공정하지 않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돈과 명예를 얻기가 쉽지만, 여성이 가진 자원(매력 자본)은 그 반대여서다. 교환하는 자원의 불균등한 가치와 지속성으로 인해, 남자는 여자의 매력 자본을 양껏 소진시킨 후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러 떠난다. 때문에 사랑의 불안증에 시달리는 건 대개 여성이다.* 더 젊고 예쁜 여성이 나타나 자기 자리를 뺏어버릴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터 본 칸트〉에서는 반대다. 돈 많고 영향력 있는 피터가 대개 이성애 관계에서 여성의 몫이었던 비련을 떠맡는다. 퀴어적 비틀기로 인해 가능한 일이다. 중년의 배 나온 백인이자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남자가 상실의 우울감에 젖어 손에 술잔을 들고 슬픈 음악에 맞춰 홀로 느릿느릿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피터는 아미르와 자기 사이에 놓인 관계의 조건을 성찰하지 못하고 자기감정을 사랑이라 부른다. 영화는 시종일관 이런 피터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피터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를 종종 일깨워줌으로써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풍자의 재미가 생겨난다. 상대를 권력관계에 따른 조건의 교환물로만 ‘소유’하고자 하면서도 이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르는 무능한 존재/관념에 대한 풍자 말이다. 영원히 사랑과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고자 하는 피터는 끝내 자신의 사랑 관념을 성찰하는 데 실패한다. 그리하여 권력관계에 기인한 친밀성 교환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어리석고 딱한 사람의 표상으로 박제된다. 폭주 후 엄마 품에 안겨 자장가를 들으며 잠자는 피터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이는 유아기적 퇴행이다. 우리 중 몇이나 여기서 자유로울까?
친밀성을 물질과 별개인 ‘순수한 것’으로 보는 통념은 경계해야 한다. 현실에서 친밀성이 작동하는 방식은 그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불평등한 자원의 교환을 ‘사랑’이라 부르는 형태 또한 경계해야 마땅하다. 〈피터 본 칸트〉는 평등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기 위해 젠더/섹슈얼리티를 비튼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여성의 매력이 압도적으로 강렬한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남성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사회구조적으로 사랑에서 유리한 위치에 자리하는 것과 달리, 여성은 개인의 매력으로만 이 구도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여전히 문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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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사가 곧 가족사, 가족사가 곧 개인사
장재현감독의 <검은 사제들>은 한국에서 오컬트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감독이 오컬트장르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그의 데뷔작을 통하여, 장재현감독은 장르영화감독으로서의 입지를 톡톡히 다졌다. <검은 사제들>부터 <사바하>에 이르기까지 장재현감독은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갔고, <파묘>는 동양의 오컬트를 한국사에 녹아내었다. 거기에 마치 <사일런트 힐>을 연상시키는 크리처물을 더하여 장재현표 오락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묘>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묫바람이 잘못 든 집에 이장을 하게 된 장의사, 무당, 풍수사가 위험한 무언가를 만나게 되면서 이를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총 6장으로 이루어지며 전반부에는 동양의 오컬트로 전개되다가 '무언가'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영화는 크리처물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한국을 넘어 동양 전체의 영역으로 문화가 확장되어 극을 전개해 나간다. 더불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징을 활용하여 극의 개연성과 당위성, 캐릭터의 특성에 부여한다. 극 중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본군들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인물들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였다는 것에서 한국인들의 공통적인 '한'을 이야기의 뼈대로 세운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영화 <파묘>는 크리처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후반부에서부터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악마의 존재가 <파묘>에서는 얼굴까지 클로즈업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크리처물에 낯선 관객들은 유치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초반부에는 고전 오컬트물이 떠오른다면, 후반부에는 영화 <더넌>이라든지 <사일런트 힐> 같은 영화들이 떠오른다는 것인데 <사일런트 힐>에는 있는 긴장감이 <파묘>에서는 다소 약하다.
다만 이는 영화 <파묘>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피할 수 없는 단점으로 보이기에 이것으로 작품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논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시나리오가 극의 당위성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장르의 전환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그렇다고 장르가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계획 하에 이루어진 선택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파묘>는 장재현감독의 오컬트 3부작이라는 것과 한국에서 오컬트장르영화를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자체가 꽤 큰 의미를 지니는 바이다. 물론 작품성이 부족하다면야, 영화의 의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오컬트영화를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대하는 감독의 자세가 연이어 괜찮은 작품을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종합적으로 녹여낸 영화 <파묘>의 결말은 동화책과도 같은 결말로는 끝나지 않기에 오히려 완벽해 보인다. 영화의 결말을 우리나라 역사로 치환해 본다면 이 영화가 왜 구태여 그러한 선택을 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 공통의 상처인 일제강점기가 영화의 소재로 쓰이지 않는 날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가족사가 곧 개인사이자 개인사가 곧 가족사가 되는 공포를 영화 <파묘>는 영리하게 사용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유희적 소비로만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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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영화 VIP 시사회란??
?씨나병의 영화정보? ⠀ ?첫번째 주제? ⠀ 영화 VIP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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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적호서생> 메인 예고편
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는 세상. 청렴한 서생 ‘왕자진’은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상경하던 중, 여우 요괴 ‘백십삼’을 만난다.
‘왕자진’의 몸속에 있는 원혼 구슬을 얻어야만 불멸의 여우신이 될 수 있는 ‘백십삼’은 호시탐탐 ‘왕자진’을 사지로 몰아넣고 구슬을 빼앗을 순간만 노린다.
하지만 함께 악귀를 물리치고 목숨을 건 모험을 헤쳐나가면서 ‘백십삼’과 ‘왕자진’은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백십삼’이 원혼 구슬과 우정을 두고 갈등하는 사이, 그들에게 더 큰 위험이 몰려오는데…
천 년에 단 한 번뿐인 기회
불멸의 여우신이 되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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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떻게든 되는 나날> 예고편
"그런 이유로 첫 키스 상대는 여자애였는데..."
옛 애인 유리의 결혼식에서 만난 '엣짱‘과 '아야',
남학교 교사 '사와‘와 학생 '야가사키',
소꿉친구 '미카‘와 '신짱' 그리고 '사요코'.
여러 가지 사랑의 설렘을 따뜻하게 그리는 옴니버스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