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3-04-24 23:41:44
엄청난 액션에 가려진 킬러의 감성
-<존 윅4>(2023)
지친 뒷모습을 한 사람이 계단을 계속 올라가려 시도한다. 그의 주변에는 그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몇 번을 쓰러지고 두들겨 맞아도 다시 일어서는 그 남자는 수많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의 어깨는 축 쳐졌고 무척 외로워 보인다.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죽은 자신의 아내가 남긴 강아지와 함께 살다가 그 강아지 마저 죽자 그 복수를 시작으로 계속된 공격을 받아봤다.
<존 윅4>에서 존 윅은 모든 사람에게 공격받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하나의 목표로 계속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겨우 버티고 있던 몸과 마음도 지쳐간다. 딱 존 윅의 상황이 그런 상황이다. 물러서는 것은 죽음이고 그 싸움에 이긴다고 해서 특별히 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존 윅의 삶은 이미 지옥 안에 있었을 것이다.
액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영화
<존 윅> 시리즈는 액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1편을 시작으로 4편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몸을 움직이는 액션은 점점 복잡하고 화려해졌다. 그 자체가 존 윅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커지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가 시리즈 초반에 보여주는 권총 액션은 무척 깔끔하고 간결하다. 하지만 자동차 추격을 벌이거나 근접 격투 액션이 이어지면 스케일이 커지면서 인물들의 대결에 집중하게 된다.
시리즈 속에서 온갖 고난을 겪는 존 윅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본적으로 애잔함이다. 이 이야기 안에서 가장 유명하고 전설적인 킬러지만 은퇴를 선택한 그를 죽음의 시장에 다시 끌어낸 건 작은 강아지였다. 그러니까 감정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인물이 무척이나 감성적인 이유로 다시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다른 킬러들이 그에게 달려들어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 이어지고 존 윅은 아무 거리낌 없이 죽여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존 윅을 계속 응원하게 된다. 액션의 통쾌함도 있겠지만 그가 보여주는 감성적인 부분이 더욱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높여준다.
어쩌면 영화에 등장하는 강아지들이 그런 감성적인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나왔던 4편 모두 강아지가 등장하고 심지어는 킬러들과 함께 적을 공격한다. <존 윅4>에도 한 킬러와 함께 등장하는 강아지는 이번에도 존 윅과 그를 돕는 동료들과 함께 싸운다. 존 윅이라는 캐릭터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감성적인 부분을 거의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가 강아지를 대할 때나 강아지를 위험으로부터 구할 때 존 윅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영화에 따뜻함을 덧붙여준다.
액션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공감도 불러오는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 윅4>의 액션이 훌륭하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무척 다채롭고 빠르고 난이도가 높다. 후반부로 갈수록 대단한 볼거리들이 이어진다. 특히나 후반부 개선문 앞에서 펼쳐지는 카체이싱과 격투액션은 어떤 식으로 촬영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훌륭하다. 이외에도 중반에 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총격 액션을 위에서 보여주는 장면도 마치 게임 화면을 보는 것처럼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런 다양한 액션 장면도 무척 훌륭하지만 이 시리즈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존 윅 특유의 감성도 꽤 훌륭하다. 존 윅이라는 캐릭터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딱딱해 보이지만 애잔하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그가 과거에 차가운 킬러였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무척이나 감성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영화가 존 윅의 뒷모습을 꽤 많은 장면에서 보여주는데 어려운 상대를 연속으로 만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영화에서 존 윅에겐 몇 명의 조력자가 등장한다. 이번 4편에서는 킬러들이 쉬는 호텔을 운영했던 윈스턴(이안 맥쉐인)이 유일하다. 물론 후반부가 되면 조력자가 몇 명 더 등장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존 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건 윈스턴뿐이다. 윈스터는 본인의 빼앗긴 자리를 다시 되찾으려는 욕망이 무척 큰 인물인데, 한 편으로는 그가 존 윅을 돕는 것이 개인의 욕망 때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가 개인적으로 존 윅에게 어떤 동료애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윈스턴도 존 윅이라는 캐릭터에 정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계단에서 벌어지는 격투다. 200개가 넘는 그 계단을 모두 올라가야 최후의 결투를 벌일 수 있는 거리에 도착할 수 있다. 존 윅은 이 계단에서 수도 없이 넘어지고 계단을 굴러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다시 계단 위를 향한다. 어쩌면 그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잃었기 때문에 더욱 조직에 대항하는 그 목표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킬러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 그는 수많은 적의 공격을 막아내며 계단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개선문과 계단 액션
우리는 시리즈 안에서 존 윅을 돕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났다. 윈스턴을 시작으로 바워리 킹(로렌스 피쉬번), 샤론(랜스 레딕), 소피아(할리 베리), 케인(견자단) 같은 다양한 인물들은 완전한 존 윅의 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그를 돕게 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은 존 윅이 실제로 다른 킬러들에게 어떤 인물로 다가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영화에서는 그들은 존 윅의 편에 설지 아니면 반대편에 설지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존 윅 역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는 조금은 감정 없고 딱딱해 보이는 킬러로서의 존 윅에 딱 맞는 배우다. 60살이 가까워지고 있는 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액션을 여전히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연기하는 존 윅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감성적이면서도 측은함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에서 존 윅과 대결을 벌이는 케인 역을 맡은 견자단도 인상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장님역할을 맡은 그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적을 물리치고 최종적으로 존 윅과 대결을 벌이면서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존 윅> 시리즈가 만들어낸 킬러들의 세계관은 다채로운 액션을 만들어내고 보여주기에 적합한 세계관이다. 앞으로도 이 세계관의 이야기가 더 관객들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아나 디아르마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발레리나>가 현재 제작 중에 있고, 킬러들이 쉬는 호텔인 콘티넨탈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콘티넨탈> 도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존 윅>에서 소개된 다양한 킬러들의 다양한 액션과 서사를 다양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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