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5-14 18:54:19
전복된 세상에 어서 오세요
영화 <슬픔의 삼각형> 리뷰

<슬픔의 삼각형>이 시작되면 관객은 처음부터 기묘한 감각에 휩싸인다. 한가득 모여 있는 남자 모델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인데, 이 영화가 우리를 어떤 롤러코스터에 태울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요” 식으로 상큼한 미소를 환하게 짓는 H&M 모델 표정과, “너희는 모두 내 발아래 있어” 식으로 얼굴을 굳히고 사람을 내려다보는 발렌시아가 모델 표정을 번갈아 짓게 시키면서 사회자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다 현대 패션계와 인스타그램 광고들을 얼마나 잘 요약해 주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몸을 걸치는 수단이었던 옷과 장신구가 이제 사람의 내면까지 절여 버리려고 드는 게, 재미있긴 하지만 징그러울 때가 있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뒤이어 모델들을 인터뷰하면서, “수입이 여자 모델의 1/3밖에 안 되고 작업 거는 게이들도 상대해야 하는” 남자 모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뭐냐고 자조적으로 물을 때는 정말 기분이 묘했다. 2022년 기준으로 여성은 동일 직군에서도 남성보다 31.5% 임금을 덜 받고 있으며, 서비스직으로서 인간 대 인간의 기본적인 친절을 베풀다가 별의별 수작질과 심지어 “꼬리 쳐 놓고 이제 와서 모르는 체를 한다”는 의문의 분노까지 받았다는 사람 이야기가 수두룩한 세상을 살고 있기에.

그리고 나면 이 영화는 마치 3개의 꼭짓점처럼 3개의 파트를 톡, 톡, 톡 찍고 엔딩까지 쉼 없이 달린다. 참고로 이 영화에 대한 모든 마케팅 문구는 진실이었다. 아, 참고로 문구는 아니지만 마케팅에 가히가 붙은 것도 나를 미치게 웃기는 요소이다. 게다가 (밈 아니고 진짜로) 포브스 선정 “올해 가장 웃긴 영화.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라는 말이 진짜였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지의 “이 우스꽝스러운 시대에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영화”라는 말도. 더불어 “어른들을 위한 롤러코스터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도 믿어주기를 바란다.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이자 “끝나고 나서 할 얘기가 있는 영화”는 모든 영화의 주장이지만, 이 영화는 정말 가급적 영화관에서,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시길. 다만 구토와 오물이 적나라하게 나오니 비위가 약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마음의 준비 하셨다면, 그럼, 전복된 세상에 어서 오세요.

#1. 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
영화의 1부는 인플루언서 모델 야야와 그 남자친구 칼의 이야기다. 칼도 모델이지만 쇼의 중심에는 야야가 있고, 칼은 관객석에서도 VIP 등장으로 밀려나 뒷줄에 적당히 끼어 앉는 신세이다. 마치 제니 홀저의 작업물 같은 느낌으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글씨가 번쩍거리는 쇼의 관객석에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평등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조지 오웰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아직 자본으로 가시화되지 않는 “자산”을 자본보다 더 많이 가진 상태이다. 다시 말해 페이보다 #협찬 이 더 많다는 것. 그렇기에 돈 문제로 얼마든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지만 그러는 순간 “섹시하지 않”아진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같은 상황은 다른 단어로 풀어진다. 야야에게는 “섹시하지 않”은 돈 이야기가 칼에게는 “그저 관찰한 것”, “돈 문제가 아닌 것”으로 계속해서 풀어진다. 칼은 “성별 고정관념”에 휩싸이지 말자고 이야기하며 돈 내는 문제를 가지고 따지지만, 그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손으로 막아서고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것에 어떤 젠더 권력이 작용하고 있는지, 가슴팍에 돈을 끼워준 야야의 행위가 왜 그토록 기분이 나빴는지. 돈 얘기가 아니라지만 이야기는 돌고 돌아 돈으로 간다.

자본주의 사회의 수사학은 현란한 언어로, 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하여 정신을 꼬드긴다. 칼과 야야의 관계에서도 그 양상이 재연되지만, 2부 ‘요트’에서 만나는 부자들이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양상을 들어 보면 헛웃음이 자꾸 나온다.
요트에서 승무원을 쥐락펴락하는 러시아 부호 여성은 “우리는 모두 평등 We are all equal” 하다는 말과 “삶은 불공평한 것 Life is unfair” 이라는 말을 한 입에서 낸다. 바로 뒤이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명령”한다는 말까지 육성으로 내뱉는다. 그런데도 승무원은 핀으로 고정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비위를 맞추다가 결국 Yes와 No의 간단한 대답조차 헝클어지고 만다.
재차 강조되는 평등은 얼마나 모순된 말인가? 현대에는 더 이상 계급이 없다고 교과서에 나오지만, 동시에 우리는 너의 노력으로 어디론가 올라가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근로 소득의 힘을 점점 얕보는 사회를 살고 있다. 계급이 없다면 <기생충>이 계급 우화였을 리가. <기생충>에서는 계단으로, <행복한 라짜로>에서는 농민들의 마을로 표현되었던 계급이 이 영화에서는 요트 속 사람들의 옷차림과 그들이 머무는 자리로 표현된다. 일하는 위치에 따라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지고 음악 취향조차 달라진다. 노력으로 얼마든지 자본을 얻을 수 있는 무한의 자유가 주어진 척하지만, 자유롭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무엇이, 우리와 함께, 있다.

#2. 전복의 맛, 통쾌한가요?
그러나 이 세계는 폭풍우 속에서 기울고, 이내 전복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부유층은 자기의 스타일대로 최선을 다해 자기 일을 설명하지만, 그 일이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생각해 보면 이들이 아무리 우아하고 고상하게 앉아 있어도 징그럽게 보인다. 극단으로 가는 천민자본주의, 사유가 부재한 사회에서 마케팅에만 절여진 뇌들이 모이면 얼마나 징그러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서비스직이라면 누구나 ‘가끔은 그냥 바보들에게는 고개를 끄덕이는 게 제일 빠르지…’ 하고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할, 영 바보 같은 이미지도 이들 중에 덧씌워진다.
거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풍자의 오물에 넘어뜨린다. 불안하게 떨리던 잔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아기 우는 소리와 풍랑 소리에 정신이 없는데 피아노 음악은 계속 흐른다. 결국 비싼 술도, 비싼 식재료로 만든 음식도, 심지어는 스스로가 가치 있는 다시 말해 “비싼” 사람이라 믿었을 사람들까지 바닥에 토사물과 함께 구른다. 이 영화는 그렇게 자본주의를 오물과 함께 바닥에 굴린다. 풍랑 속에서 사람들은 구르고 있는데 조타실은 비어 있고, 선장은 술에 거나하게 취해 있다. 대처와 레이건과 케네디를 인용하는 러시아 출신의 자본주의자 비료상, 마크 트웨인과 마르크스와 레닌을 인용하는 미국 출신의 마르크스주의자 선장의 술 냄새 나는 대화도 재미있다. “당신들이 풍요 속에 헤엄칠 때 세계는 빈곤에 허우적거린다”고 선장이 일침을 놓을 때는 속이 시원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 말을 듣는 부자들은 현재 토사물과 오물 사이를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부자들은 어둠과 오물 속에서, 미국이 자본으로 아작 내고 망친 나라들의 이름을 들으면서, 타인이 자기 얼굴에 전조등을 비추는 경험을 한다. 살기 위해 국경선을 넘는 사람들, 예컨대 베네수엘라에서 국경선을 넘어 미국을 향하던 사람들이 했을 경험이었다. 이 배는 자본주의 전복의 배다. 아무 사정도 봐주지 않고 가차없이 전복은 계속되다가 끝내, 배까지 전복되고 8명만이 살아 남아 무인도에 다다른다. 자본과 능력주의와 성별과 우리 사회를 이루는 수많은 것들을 뒤집은 끝에, 마침내 세계의 전복이 일단락된다. (거기에서의 내용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아껴둔다.)
그러나 이 전복, 통쾌하기만 한가? 미친 듯이 웃다가, 가감 없는 토사물에 ‘으…’ 하다가, 모처럼 영화관에서 사람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다 보니 정말 ‘어른들을 위한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통쾌하게 웃다 보면… 웃다가 생각해 보니 웃을 때가 아니다. 제가 바로 그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마케팅에 절여져 사는 사람이랍니다? 영화를 보고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건 단지 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 사람들처럼 자본을 많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왜 저들이 가진 역겨운 면면은 저에게 다 있는 걸까요?

#3. 삼각형과 원
삼각형과 원은, 전혀 닮아 보이지 않지만 의외로 수학적으로는 제법 비슷하게 묶일 만한 성질이 많이 있다…고 언젠가 들은 것 같은데, 학교 졸업한 지 너무 오래라 구체적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검색을 해 보니 삼각형 하면 외접원과 내접원을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고, 관련 공식 유도에서도 서로를 많이 써먹는 것 같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삼각형과 원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거다.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나는 원을 떠올렸다. 삼각형은 어떻게 굴려도 다시 삼각형이다. 정삼각형인지 이등변삼각형인지 그 모양조차도 변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위치에 따라 어디가 밑변인지가 달라질 뿐이다. 그래 봤자 넓이는 똑같이 구해진다. 또 다른 교착 상태에 머무를 뿐이다. 그리고 그 사회에 똑 같은 얼굴로 금방 잘 적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해서 괴로워지는 사람이 누구냐가 달라질 뿐이다.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그 지점을 생각한다. 요트에서의 삼각형과 무인도에서의 삼각형을 놓고 보면 비슷한 위치에 놓인 사람도 전혀 다른 위치에 놓인 사람도 있다. 처한 자리가 달라지면, 똑같은 재능 똑같은 노력을 갖고도 전혀 다른 성과를 내게 된다. 어제까지 비웃음을 사던 사람이 뭐 하나로 빵 뜨면 칭송을 받는 세상, 그러다가도 또 금방 비난을 받는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삼각형 위를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미끄러지는 우리를, 나를 이 영화에서 본다.
볼 때는 미친 듯이 즐거운데 보고 나서는 할 얘기가 자꾸 생각나는 영화라면, 두말할 것 없이 좋은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좋다.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모든 대화가 쫀득쫀득하게 구성된 이 영화의 롤러코스터에서 정신을 놓은 다음, 나와서는 삼각형과 원,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공리주의, 서비스직의 애환, <기생충>과 <행복한 라짜로>, 트로이의 목마… 등등 매우 ‘있어 보이는’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다가 그조차 나의 위선 같다는 찝찝함을 안고 집에 돌아오면 된다. 그러고도 며칠 정도 이상하게 이 영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포브스가 옳았다. 볼 때는 “올해 가장 웃긴 영화”였는데, 보고 나니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삼각형과 원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실 분을 찾습니다.
*영화는 5월 17일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꼭 사람 많은 상영관에서 보세요.
**이 글은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한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나무처럼 되고 싶은 그녀가 벗어날 수 없는 것!
[들어가기 전에]
2024년 10월 10일, 제124회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한강 작가다.(짝짝짝!) 저절로 국뽕이 차오르는 이 소식은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예상을 깬 선정이었기에 놀라움이 더 크다. 온 국민이 약속이나 한 듯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작가의 책이 이름을 올렸고, 11일 오전 유명 서점 기준 13만 부가 팔려나갔다. 미국 아마존도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서적 가운데 1,2, 4, 8위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국가적 큰 기쁨과 흐름에 편승하고 싶어 한강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채식주의자> 리뷰를 올린다.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썼던 글이 있어 조금 다듬고 추가했다. 아쉽게도 현재 OTT, VOD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하지만 곧 OTT, VOD 플랫폼에 서비스되거나 재개봉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6년 맨부커상 수상 시 CGV아트하우스에서 <채식주의자>를 특별 상영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영혜(채민서)는 악몽을 꾼다. 그리고 채식을 결심한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남편과의 성관계도 거부한다. 그녀의 낯선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건 남편뿐만 아니라 가족도 마찬가지다. 참지 못한 아버지(기주봉)는 억지로 그녀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참지 못한 영혜는 칼로 손목을 긋는다. 이후 언니 지혜(김여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영혜. 한편, 지혜의 남편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민호(김현성)는 아내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듣는다. 슬럼프에 빠진 터라 새로운 영감을 찾던 민호는 아내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고민 끝에 그는 영혜에게 누드모델을 제안한다.
<채식주의자>는 하루아침에 채식을 결심한 한 여성이 남성주의 사회에서 자행된 폭력의 역사를 뒤로한 채 이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그린다. 그녀의 채식 계기인 꿈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며 그 실마리를 전한다. 약하면 강자에게 고기로 먹힌다는 약육강식의 말처럼, 영혜는 아버지의 폭력과 강압에 시달리며, 마치 강자에게 먹힌 고기처럼 살아온 셈이다. 고기와 자신을 동일시한 그녀는 육식 자체가 자신의 살을 뜯어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혜가 가진 거부감은 아버지, 남편 등 남자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
외관상으로 봐도 주변 사람들과 결이 다른 영혜는 순수성을 갖고 있다. 이는 엉덩이에 남아있는 몽고반점으로 잘 나타나는데, 폭력으로 물든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가로서 민호의 눈에는 영혜의 순수성이 보였을 터. 나무가 되고 싶은 그녀의 몸에 보디 페인팅을 하고, 비디오 작업을 통해 이를 담아내려 한다.
순수한 예술로서 그녀를 대하는 듯하지만, 민호의 행위는 영혜의 아버지가 행한 폭력과 유사성을 보인다. 특히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민호는 욕망으로 가득차고, 형부와 처제사이라는 금기까지 넘어선다. 이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명목아래 폭력을 눈감아주던 사회의 잔재는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목적아래 또 다른 폭력으로 전이된다. 이후 영혜는 이후 친언니의 돌봄을 받지만, 또 다른 폭력이 기다리고 있다.
영혜를 중심으로 뻗어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한편, 더 넓은 의미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들의 탐욕도 보인다. 음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려는 그녀는 곧 자연인 셈. 오로지 자신의 목적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 그녀를 착취하는 이들은 결국 그녀를 구원하지 못한다.
원작인 한강의 동명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감독은 이중 영혜와 민호의 이야기가 중심인 ‘몽고반점’을 다른 단편들 보다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룬다. 온몸에 꽃을 그린 영혜와 예술이 아닌 욕망이 몸을 지배하며 그녀의 몸을 탐하는 민호의 모습은 글보다 영상 구현이 더 잘 맞아 보인다. 감독도 이런 강점을 알고 있다는 듯 비주얼 부분에 신경 썼고, 채민서는 감량, 김현성은 증량을 통해 각각 식물적, 동물적 느낌을 잘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오랫동안 빛을 발하지 못한다.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화 지문과 상황 연출에 공을 들였지만, 캐릭터의 이미지를 너무 부각한 나머지 각 인물의 심리 묘사와 감정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영혜는 앙상한 뼈마디와 온몸에 그려진 꽃의 이미지로 그녀의 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긴 하지만 역부족. 후반부 죽음보다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열망도 온전히 와 닿지는 않는다. 후반부 금기를 넘어선 관계는 다소 선정적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 구성적으로 밀도가 높았던 원작의 팬으로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영문도 모른 채 나무가 되어가는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 지혜처럼, 관객 또한 말라가는 영혜를 바라볼 뿐이다. 결국 인물과 이야기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해 완성도란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 태생적으로 원작이 갖진 난해함과 비주류성의 늪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다만 원작을 읽은 이들이 상상 속으로 그려냈던 작품 속 이미지를 가시적으로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사진 제공: 스폰지
평점: 2.5 / 5.0
한줄평: 한강 작가의 텍스트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다!
-
-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하루를 더 영화롭게 보내기 위해 극장에 가신 분이 계시다면 빈 손으로 극장을 나서진 않으셨는지요?
최근, 침체된 극장을 살리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굿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종이 티켓이 사라져 감에 따라, 언제부턴가 대형 극장에 자리 잡은 '포토 티켓'을 비롯하여 한정판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굿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았다'는 기억을 소장하고, 자신의 영화로운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기억의 조각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니즈에 맞게 극장마다 '스페셜한 굿즈'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에서도 '굿즈 맛집'이라고 소문난 한 극장을 소개해보려 하는데요!
바로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을 위한 CGV 아트하우스! 입니다.
CGV 아트하우스는 2021년 1월, <블라인드>를 시작으로
매월 다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로움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특히, 아트하우스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된 스페셜한 굿즈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페셜한 그림 덕분에 빠르게 소진되는 '잇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로운 순간을 소장하게 해준다는 굿즈 맛집 한 번 같이 구경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블라인드 (Blind, 2007)
로맨스, 멜로, 드라마 |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 출연 : 요런 셀데슬흐츠, 핼리너 레인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그를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 마리는 어릴 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씨네pick : <블라인드> 속 명장면에 작품의 의미까지 담아낸 렌티큘러 포스터.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씨스타가 부릅니다. "있다 없으니까."
블라인드 (Blind, 2007)
드라마 | 홍콩 | 9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왕가위 |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첸"우리 다시 시작하자."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씨네pick : 지금 가지 못해 더 특별한 이과수 폭포와 남미 특유의 색채가 담긴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귓가에 Happy Together~~가 들려오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 (Shades of the Heart, 2021)
드라마 | 한국 | 8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김종관 | 출연 :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씨네pick : 사람이 많은 공간보다는 오히려 벗어나 있는 장소.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마법처럼 비어지는 공간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종관 감독의 코멘트에 정말 잘어울리는 포스터라 더 갖고싶은 포스터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2021)
드라마 | 한국 | 9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홍성은 | 출연 : 공승연, 정다은"제가 왜 미안해야하죠? 잘못한게 없는데."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씨네pick :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는 현대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점점 불편한 것이 많아지는 게 과연 나쁜 걸까요?
슈퍼노바 (SUPERNOVA, 2020)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9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해리 맥퀸 | 출연 :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야."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씨네pick : 가장 찬란했던 삶과 기억.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기에 여정을 떠납니다. 찬란했던 삶과 사랑을 추억하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담긴 포스터. 참 아름답죠?
웬디 (Wendy, 2021.6.30 개봉예정)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벤 자이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우린 절대로 늙지 않을거야"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씨네pick :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을 담고 있는 영화 <웬디>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터팬과 웬디"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인만큼 '렌티큘러'라는 점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을 기록하는 굿즈"는
영화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영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굿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이상진의 <창밖은 겨울>
본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작년 전주 영화제에서 볼 영화가 없어서 선택한 영화였다. 당연히 기대감도 없이 심드렁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는데 꽤나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흥미로워지기 시작한 지점은 MP3의 주인을 기다리는 공기사의 태도였다. 나의 질문은 “MP3로 어쩔 건데?”였다. 아주 사소한 무언가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혹은 버린 MP3로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간다.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거나 명작은 아니다. 분명 이 영화는 누군가의 습작품처럼 미학적인 야심보다는 이야기에 충실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영화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따뜻함은 어떤 특정한 장면이나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작점은 분명 진해라는 공간에서 드러난다. 작년 전주에서 보았을 때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내가 이 영화에서 “좋다”라고 생각한 지점들이 어떤 지점들인지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보면서 첫 장면부터 집중해서 영화를 보았다. 내가 본 느낌은 감독이 “진해”라는 공간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지형적인 쇼트나 진해만의 특색이 느껴지는 쇼트는 없다. 그러나 버스 안에서 찍은 시점 쇼트나 몇몇 풍경 쇼트들은 마치 누군가가 항상 일상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소중한 순간들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좋다.
영화의 첫 장면은 버스를 모는 공기사로 시작한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틀린 것이다. 우린 화면에서 버스를 모는 공기사를 보지만 첫 장면에서 우리는 보는 것이 아니라 들어야 한다. 첫 장면은 아침방송으로 시작한다가 맞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공기사의 전 여자친구가 공기사에게 이별 통보를 하면서 한 말이 아침방송을 듣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건 아마도 영화를 하는 사람 혹은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디테일이지 않을까. 맨날 밤을 새는 직업. 혹은 언제 일어나고 언제 자는지 정해지지 않은 삶. 이 부분을 지적한 까닭은 이 영화는 디테일이 꽤나 훌륭하게 설정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심지어 MP3를 고치러 방문한 문구점에서 주인 할아버지가 돌고 돌아서 돌아가라는 대사 또한 마치 공기사의 마음과도 같지 않은가. 이 돌고 도는 것은 로터리에서 시각화된다. 영화관에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은 그것이 웃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진행시키는 감정이거나 혹은 어떤 은유적인 표현들의 디테일들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공기사가 아침방송을 듣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영화를 포기한 이유와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결합된 것임은 추정이 가능하지만 정말 아침방송을 듣고 싶다고 이야기한 전 여자친구의 말 때문에 그는 버스 기사가 된 것일까. 이렇게 생각이 닿는 순간 어쩌면 공석우는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겠구나 싶다.
만약 시사회에 감독이 참석했고 관객들에게 질문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또 다른 질문은 공기사의 엄마를 찍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묻고 싶었다. 그 이유는 이 영화에서 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장면과 졸혼을 이야기한 뒤에 거리를 걷는 장면은 모두 뒷모습으로 찍혔다. 이 뒷모습이 유달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영애와 걸을 때 패닝으로 뒷모습이 보이는 것과는 다른 감정적 효과를 자아낸다. 영애와 걷는 장면이 많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영애와의 걷는 장면에서의 뒷모습은 마지막 쇼트에서 정서적 힘이 발휘된다. 그런데 이 마지막 쇼트도 앞에서의 뒷모습과는 다르다. 앞에서의 두 쇼트는 정면으로 찍을 수도 있는 쇼트다. 여기서 뒷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당연하게도 이 영화가 화제가 된다면 아마도 한선화라는 배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는데 난 예능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다만 한선화가 아이돌이었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는 연기를 계속해도 되겠다는 관객들의 인정을 이 영화에서 얻어낸다. 그건 어쩌면 <건축학개론>의 수지와도 같다. 수지와 한선화를 비교하는 건 아니다. 다만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이라는 캐릭터는 내면을 표현하거나 딜레마를 겪거나 혹은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건 <창밖은 겨울>에서 영애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캐릭터를 감싼다. 연기라기보다는 마스크와 감독의 영리한 디렉션이 결합되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영애의 입에서 탁구 시합을 나가려는 것이 탁구에 남은 미련인지 후회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고 대답했을 때 공기사는 미련인지 후회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영화 협회에 다시 참석한다. 난 여기서 공기사가 얻는 대답이 미련일지, 후회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연출할 지도 궁금했다. 다시 보고 있는 과정에서도 첫 번째 감상에서 놓친 이 답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감독은 여기에 미련도 아니고 후회도 아니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또다시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가 미련인지, 후회인지도 깨닫기 전에 저쪽에서 미련도 후회도 없다는 답을 준다. 그 순간 미련이건 후회이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거기서 이미 끝난 것이라고 감독은 이야기한다.
MP3가 돌고 돌아서 결국 결국 공기사에게 도착한다. 그것은 전 여자친구를 거치고 유실물 센터를 거쳐서 수리를 받고 마침내 영애에게 도착했을 때 그 MP3의 이어폰은 영애과 공기사가 한 쪽씩 끼게 된다. 이제 우리는 돌고 돌아서 마침내 MP3가 목적지를 찾았다는 것을 느낀다. 이 순간 우리는 따뜻함을 느끼지만 그것보다는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디테일의 힘, 즉 돌고 돌아서 MP3가 도달하는 곳을 공기사가 돌고 돌아 영애에게 도달했다는 것으로 일치시킨 기분 좋은 유쾌함을 느껴야 한다. 아, 오랜만에 보는 진정으로 따뜻한 한국 영화다.
2022년 11월 23일.
-
- 지금이 가장 빛나는 시
영화 <패터슨>은 단조롭다면 단조롭고, 풍성하다면 풍성한 일주일을 담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운전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그 날 분량의 창작 혼을 발휘해 무언가를 리폼하고 있고, 저녁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서 동네 바에 들러 맥주를 한 잔 들이켜는 삶. 본인의 이름과 같은 패터슨이라는 도시에서 그렇게 매일 비슷하지만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패터슨의 일주일이다.
작은 진폭으로 일상은 매일 다르게 변주된다. 어떤 날은 아내가 컵케이크를 굽고, 어떤 날은 기타를 사고 싶다고 한다. 어떤 날은 버스를 운전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남성들의 대화를 듣게 되고, 어떤 날은 이 마을에 유일한 아나키스트 십대 커플의 대화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내내 패터슨은 끊임없이, 부지런히, 쉬지 않고 시를 캐낸다. 버스를 출발하기 전에, 점심시간에, 작은 노트를 들고 앉아서 계속 쓴다. 직장 동료가 아침마다 "물어본 김에 말이야" 하면서 매일 다르게 변주되는 일상에서 자질구레한 불평을 셀 때, 패터슨은 매일 다르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적확한 단어로 붙잡아 엮으며 시를 쓴다.
가끔 나도 시를 쓴다. 휴대폰 메모장에 [작은 시]라는 폴더가 있다. 다듬다 만 시, 언젠가 빚어내고 싶은 시어, 만족스럽게 완성한 시, 다시 읽다가 반쯤 지운 시, 같은 것들이 섞여 있다. 그것들을 모아 언젠가 공모전에 시를 내보려고 한 적이 있다. 최소 편수에 맞추기 위해 그동안 썼던 모든 시를 다 끌어모으다가 도저히 부족해 중2병 시절 썼던 노트까지 뒤진 적이 있었다. 그 시를 모두 인쇄해 침대 위에 펼쳐놓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묶어 보면서 순서를 배열하는 내내 나라는 인간의 지난 십여 년 변천사를, 어쩌면 나의 내장 같은 것을 펼쳐놓고 있는 기분이었다. 십수 년의 장구한 시간이 불과 몇십 장 되지 않는 종이로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매일 다른 시구를 적는 패터슨이 굉장히 다작(多作)한다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패터슨 자신에게는 그런 의식이 없다. 그는 공모전 같은 곳에 내기 위해 시를 정리하고 묶는 일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그의 시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세상에 내놓자고 계속해서 그를 설득한다. 아내는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과 패턴을 과감하게 집안 곳곳에 드러내고, 자신 있게 컵케이크를 만들어 마켓에 내놓으면서 두근두근 기대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새로이 가슴 뛰는 일이 생기면 남편을 졸라 기타를 사고, 혼자 뚱겨 보면서 이미 포크 아티스트가 된 것처럼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남편의 시를 마음 다해 자랑스러워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은 분명 아름답고 다정하다. 그리고 글은 분명 읽는 사람에게 닿아야 하니 사실 그의 말이 맞다. 패터슨이 그토록 좋아하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또한 그의 시를 소리쳐 드러냈기에 지금 패터슨의 손에 시집이 놓여있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마음은 글을 쓰고 싶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옛날과 달리 꼭 등단을 하거나 학력이 높거나 특이한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니어도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등단보다 셀럽이 되는 쪽이 책을 내기엔 훨씬 빠르고 쉬울지도 모른다. 우후죽순처럼 책이, 작가가 솟아나는 세상. 그곳에서 우직하게 얼굴을 붉히며, 아직은 드러내지 않을 시를 쓰는 사람은 확실히 섬 같은 구석이 있다.
시집 한 권 내지 않았어도, 늘 자신을 버스 운전기사라고 소개해도 패터슨에게는 그런 섬 같은 시인의 면모가 보인다. 먼 훗 날 패터슨 시의 누군가가 (예를 들면 엄마와 언니를 기다리며 시를 쓰던 여자아이 같은 누군가가) 패터슨의 초기 시집을 들고 걸어 다닐 것만 같은, 지금 이 모습은 그 시대의 프리퀄 같다는 예감에 휩싸인다. 좋은 시는, 시인은 시간을 초월하므로 과거는 먼 미래를 닮아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해서, 조바심이 난다. 더 좋은 문장을, 더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길을 잃는다. 글을 향한 짝사랑은 그렇게 갈지자걸음을 걷는다. 정말 좋은 문장으로, 좋은 이야기로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싶어 하다가도, 어떨 때는 그냥 내 이름자 박힌 책과 작가라는 타이틀과 거기서 나오는 지적 허영심만 쏙쏙 취하고 싶은 것 같다. 세상에 인정받는 글을 보며 부러워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 마음이 비단 시와 글에 대한 마음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정답을 모르고 시험지를 받아 든 학생의 태도로 사는 게 문제라는 걸. 고쳐야지 마음 먹지만 그것조차 하나의 과제로만 부여하곤 하는 스스로를 잘 안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 일본인이 던진 말처럼, 때로는 여백이 상상의 여지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패터슨이 일상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시를 쓸 수 있는 지금, 아직 등단 전이고 원고 청탁이나 강연 요청이 들어오지 않고 그에 대한 비평이 들려오지 않는 지금이 그에게 가장 빛나는 시를 쓸 수 있는 때인지 모른다. 정말 그의 정수가 흘러나오는 건 지금일 것이다. 누군가의 초기 작품이란 가장 거친 날것으로 그가 드러나는 방식이니까. 가장 그다운 것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니까.
그 사실이 기묘하게 나에게 위안을 준다. 지금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시간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것들을 이루어가는 시간이라는 점이. 패터슨이 긴 다리를 성큼성큼 옮기며, 그냥 좋은 사람 소리 듣는 평범한 이웃처럼 웃으며, 그런 날들을 담담하게 사는 모습을 바라보면 지금이 그의 가장 빛나는 시라는 생각이 드니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어느새 조바심을 내려놓고, 여백이 주는 여지를 즐길 수 있다.
패터슨이라는 캐릭터뿐 아니라 이 영화 자체가 나를 그렇게 가르친다. 개가 납치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협박처럼 들리는 젊은이들의 경고 이후에도 패터슨은 여전히 개를 바 밖에 묶어놓는다. 조금 머뭇거리다 개에게 "납치당하지 마."라고 말해두는 게 전부다. 당연히 납치 예방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부부가 개를 잃어버리게 될까 계속 불안했다. 1장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쏴야 한다며? 어디서 체호프의 총 얘기는 주워듣는 바람에. 그러나 그건 나만의 불안이었다. 단편적인 지식은 나름의 쓸모가 있지만, '그래야 한다'라고 사람을 옭아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너무 많은 순간 누군가의 정의를 기다린다. 시란? 시는 이런 거야. 시는 어떤 순서로 묶어야 하지? 이런 규칙에 따라 묶어야 하는 거야.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바보짓을 자꾸만 반복한다. 이런 건 문예창작과에 갔으면 배웠으려나? 안 되면 조상 탓이라고, 툭하면 전공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누군가 맞다고, 혹은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주길 기다린다.
시는 그런 마음 바깥에 있다. 그리고 거기에 시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평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모른다. 다만 지금 쓰는 대로, 나의 시들은 내가 묶고 싶은 대로, 그 느낌과 그 속도가 맞다. 잘 되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 대로 담담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맞다. 마음이 또 불안해지거든 눈을 들어 패터슨을 보자. 그리고 조용히 작은 노트를 펴자. 다시 지금의 빛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
-
- 몇 번 봤었어도 재밌는 폐쇄 산장 스릴러물
난 오늘도 혼자 카페에 왔다. 이게 불만이란 건 아니다. 바로 옆자리에 여자분 둘이 앉아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어팟을 끼고 있어서 뭐라고 들리지는 않는다. 오. 한 분은 그냥 반팔을 입었다. 벌써 반팔을 입나? 싶다가도 4월 말의 제주는 또 반팔을 입어야 시원하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옆옆자리에도 여자분 둘이 앉았다. 바로 옆자리의 여자분들과는 다르게 큰 목소리가 에어팟을 뚫고 들어온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까르르 웃고 있다. 빤히 쳐다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볼 필요는 없을 테니 그냥 내 모니터에만 집중했다.
모니터에 집중하니 왠지 생각 안 나는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아무 말 대잔치로 내용을 줄줄줄 쓸 수 있을 것 같다. 별다른 것 없이 힙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사람들만 봤는데 갑자기 할 말이 생긴다. 그러니까, 왜 영화를 보기 시작했더라? 나도 저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 인간적으로 할 이야기 정도는 있어야지. 2022년의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이놈은 뭐하는 놈일까'싶었을 때, 난 사람들과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실없는 이야기만 하곤 했다. 그래서 영화 한창 좋아할 때 그냥 사람들이랑 다양한 대화를 해보고 싶어 덕질(?)을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 본 <박하사탕>이나 <문라이트> 같은 영화들이 가벼운 작품이 아니기도 하고 그때 썼던 글도 그런 느낌들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지금의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원래 사람 살면서 가볍게 재미있는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부담 없고 뒷맛도 깔끔하다. 또 그런 이유로 내가 그냥 순수 재미로 가득한 영화들에 어느 정도 호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이거야 말로 오히려 영화 보는 이유지! 재밌으면 좋은 영화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주인공 다비는 마약중독자다. 치료 센터에서 마약중독 해소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다비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그렇게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가족에게 전화가 온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전화였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센터. 어찌어찌 전화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 가족과 연락하고 이내 집으로 갈 채비를 마친다. 차를 타서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역시 삶은 원하는 걸 한 번에 가져다주지 않는다. 한 번에 쭉쭉 향하면 좋았을 걸 밖에는 폭설이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어느 산장에 도착하게 된다. 산장에는 중년의 남, 녀 둘과 어쩐지 주위 산만해 보이는 남자 하나, 또 건장한 남자가 있다. 다들 목적지가 있지만 날씨가 이런 탓에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산장 속 일행들은 게임을 하기로 한다. 카드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냥 모르고 지나치면 좋았을 사실을 알아버렸다. 산장 밖에 덩그러니 주차돼있는 차를 지켜보니 웬 아이가 납치되어 있었다. 아이는 어떤 병의 영향으로 긴 시간 동안 약을 먹지 않으면 죽게 된다. 밖에는 폭설이 몰아치고 무기도 없으며 경찰도 오기 어려운 이 상태. 주인공 다비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산장에서 온갖 노력을 기한다. 아이를 구하고 산장에서 탈출하는 것이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밥 같은 서스펜스
1) 폐쇄된 공간 2) 날씨 안 좋음 3) 통신까지 안됨 4) 뭔가 불안해 보이는 인물. 이 네 가지가 이 극에 설정된 배경이다. 이런 영화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올드>도 살짝 비슷한 느낌이고 <23 아이덴티티> 역시 그랬다. 이런 긴장감 사실 익숙하다. 특히 눈 오는 산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사골보다 더 상위 개념을 갖고 와야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긴장감은 좋았다. 이 이유로 흑막의 정체를 들고 싶다. 왠지 다른 스릴러물과는 다른 템포였다. '범인이 누구냐?'를 통해 주는 영화적 재미를 포기하고 후반부의 빠른 템포를 선택했는데 선택지를 잘 고른 느낌이다. 공간적 배경이 많이 익숙함에도, 또 이런 장르영화가 가져다주는 비꼼과 조소가 식상함에도 극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갈등 구조를 다른 템포로 비틀었기 때문이었다.
또 인물 설정도 괜찮았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구석이 있던 것도 맞지만 절묘하게 클리셰를 비틀었다. 이 역시 흑막의 정체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무슨 코멘트를 하면 그냥 대놓고 결과를 말해주는 셈이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극을 보다 보면 '어 좀 의외다' 싶은 부분이 있다. 이 외에도 인물의 처지 변화도 신선했다.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미국 독립영화가 이런 느낌일까
저번 주에 <태어나길 잘했어>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우리나라 독립영화를 보다 보면 새로운 배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나름 한국영화 팬이라고 생각했는데 홍상표 배우 빼고는 다 초면인 분들이었다. 뭐 이건 <꿈의 제인>을 보고 구교환, 이주영, 이민지 배우를 처음 알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 역시 좀 생소한 배우들이 나왔다. 이런 신선함은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가끔 할리우드에도 나오는 배우들이 나오는 것 같다는 식상함을 느끼곤 한다. 황정민. 정우성, 이정재, 이병헌, 최민식, 송강호 배우 연기 잘하는 거 아는데 너무 자주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맥락이 해외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정신병 걸린 천재 베네딕트 컴버배치, 능력 있는 섹시가이 다니엘 크레이그, 기상천외한 세상 속에서도 꿋꿋한 에밀리 블런트, 속에 쌓인 거 많은 제시 플레먼스, 시간 여행하는 레이철 맥아담스, 말 많은 라이언 레이놀즈까지 할리우드도 은근 섭외 클리셰 있다. 뭐 이 배우들이 그만큼 스타성이 있으니까 중용받는 것이지만 한 편으로는 인물만 봐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곤 한다. 이 영화는 신선한 얼굴을 보여주며 보다 더 다른 방식의 이야기 전개에 힘을 부여한다.
OTT의 장점이 이런 거지 뭐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었을 때가 생각난다. 난 솔직히 그게 그렇게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 못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각본의 구멍이 좀 많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 대박이 터졌다. 이 덕에 배우들이 엄청나게 유명세를 탔다. 특히 새벽 역을 맡았던 정호연 배우는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에 캐스팅됐다고 한다. 원래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많지 않았음에도 완전 대박이 난 것이다. 난 이런 게 넷플릭스의 순기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난하게 재미있는 작품도 수익내기가 쉬워지는 느낌? 만약 넷플릭스 배급이 아니라 JTBC에서 방영됐다면 이만큼 국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그냥 우리나라 드라마 1로 끝나지 않았을까?
<시>나 <밀양>, <기생충>과 <마더>같이 예술적으로도 탁월한 영화가 그냥 인기 많은 작품보다 해외에서 잘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그렇게 불합리한 추론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신과 함께> 같은 경우 외국 관객들이 이해 아예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반면에 <마더> 같은 경우 어머니의 모성애라는 소재와 서스펜스를 전개하는 방식은 나라 구분 없이 탁월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 수도 있다. 이는 곧 우리가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볼 때 예술성이 기가 막히게 탁월하지 않은 것들을 보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타미 페이의 눈>도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 아닌가? 어쩌면 우리나라 관객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모순적인 출발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입된 작품만 보기에는 선택지가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 격차(?)가 OTT가 등장하니 어느 정도는 해소되는 듯하다. 영화 그냥 재밌으니까 보는 거다. 인문학적 소양이나 사람의 깊이가 필요한 영화들도 분명히 의미는 있지만 어떤 이들은 그냥 뇌 비우고 시간 죽이고 싶어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 디즈니 플러스에 이런 미국 독립영화가 들어오니 우리나라 스릴러물을 보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더 생겼으니 이는 분명히 이 플랫폼이 갖는 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수입사에 기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디즈니 플러스 홍보팀 일 진짜 못한다. <출구는 없다> 뿐만 아니라 <조조 래빗>같이 좋은 영화 많은데 이걸 유저들이 일일이 다 찾아서 봐야 한다는 게 참..;
스릴러물의 제1덕목은 뭐다?
너지? 4885. <추격자>는 탄탄한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영화다. 영화 초반부부터 지영민이 나쁜 놈인 거 다 알고 시작하는데도 두 시간 동안 눈을 뗼 수가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스릴러물과는 다른 차이점이 보이긴 해도 영화 자체적인 구실을 나름 다 하는 셈이다. 이 영화가 <추격자> 만큼의 창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그냥 재미있다. 긴장감이 넘친다. 후반부 폭주하는 전개가 좋다. 뭐 그럼 된 거 아니겠어?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고, 장르의 값을 한다! 가끔은 어떤 영화의 해설보다 그냥 재미있는 영상물이 당길 때가 있기 마련이다. <문나이트> 한번 보기에 돈이 아까운 분들에게 이 영화 추천드린다. 주말에 연인, 친구들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영화추천
-
- 오징어게임 말고 젊은남자 '이정재'
<오징어 게임> 성기훈의 <젊은 남자>시절?
📺 오겜3 보기 전에,에디터가 고른 “청춘 이정재” 대표작 5편
담아두고 같이 정주행해요 📂
에디터 픽🎯
<젊은 남자>, <태양은 없다>, <시월애>, <하녀>, <도둑들>
-
- 「돈 룩 업」가짜 뉴스 때문에 빡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포없음) | 돈룩업 리뷰 | 돈 룩 업 영화리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아리아나 그란데 | 빅쇼트 |
? "돈룩업(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리뷰 (*스포없음)
- 돈룩업 영화정보
장르: 코미디, 드라마, SF
감독 | 각본: 애덤 맥케이
원안: 애덤 맥케이, 데이빗 시로타
제작: 제니퍼 매들로프, 애덤 맥케이, 케빈 J. 메식, 스테이시 로버츠 스틸, 스콧 스터버, 제프 G. 왁스먼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타일러 페리, 티모시 샬라메,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키드 커디,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히메시 파텔 등
촬영: 라이너스 샌드그렌
음악: 니콜라스 브리텔
배급사: 넷플릭스
개봉일: 대한민국 2021년 12월 8일, 미국 2021년 12월 10일, 넷플릭스 아이콘 2021년 12월 24일
화면비: 2.39 : 1
상영 시간: 139분
제작비: 7,500만 달러
- 돈룩업 시놉시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존재를 발견한 두 천문학자
임박한 재앙을 전 인류에 경고하려 언론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데 정신이 팔린 세상은 시큰둥한 반응뿐
"그래서요?"
-
- 로켓이 가지고 있던 '한(恨)'이 표출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Rabbitgumi 입니다!
오랜만에 리뷰를 업로드 합니다.
지난 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이미 많은 리뷰어와 관객들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죠.
다양한 관점의 리뷰도 이미 보셨을 거에요.
저는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로켓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과 그가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에서는 일반적인 영화 리뷰 보다는 보면서 떠올렸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달 드려요.
아래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링크를 통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브런치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
- 영화 <스네이크 아이즈: 지.아이.조> 공식 예고편
<지.아이.조> 시리즈 스핀오프
스네이크 아이즈 VS 스톰 쉐도우
친구였던 그들이 적이 된 이유는 있다
마스크 뒤 그들의 이야기
-
- 영화 <히든페이스> 2차 예고편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