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Ha2023-05-16 22:41:45
그냥 미간 펴고 웃을 순 없을까
영화 <슬픔의 삼각형> 리뷰
영화 관람 전 봉투를 하나 받았고
적혀 있는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주의※ 이 봉투는 구토용이 아닙니다. 웃음만 담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봉투 속에 웃음을 담아야 할 지 구토를 담아야 할지 헷갈렸고
동시에 저 봉투는 완벽하도록 재치있게, 그 어떤 포스터보다 영화를 더 잘 설명하고 있음을 느꼈다.
영화의 초반부터, 우리는 영화 제목으로 쓰이는 ' triangle of sadness' , 즉 슬픔의 삼각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면 생기는 미간의 주름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다. 주인공 칼은 슬픔의 삼각형을 핀 채 포즈를 취하라고 요구 받는 모델이고, 시키는 대로 걷고, 또 표정을 지어야만 한다. 또한 그는 잘 나가는 모델인 야야의 연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요트에서 만나게 되는 애비게일이라는 존재와 함께 완벽한 삼각형을 이루게 된다.
야야에게 주어진 협찬으로 요트에 타게 된 두 사람은, 그 속에서 많은 부자들을 만난다. 비료 사업을 하는 남자, 무기사업을 하는 부부, 사진 속의 모습으로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 야야와 칼 커플까지,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상관없이 결국엔 돈이 많은 부자들이 요트 위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료 사업을 하는 부자 부부의 아내는, 샴페인을 따라주던 여자 직원과 역할 놀이를 하자며 요구를 한다. 그리고 이 막무가내의 요구는 요트 안의 모든 직원들이 모두 수영을 해야한다는 말도 안되는 명령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자의 선한 의도이건 말도 안되는 억지이건 상관없이, 요트 속 본래의 규칙과 벗어나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요트는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요트의 흔들림은, 수 많은 승객들의 구토 증상으로 이어지고, 곧 요트는 아비규환 그 자체가 된다.
수많은 토사물과 배설물로 인해 전복되어버린 승객들의 위엄과 우아함은 곧, 요트의 전복으로 이어진다.
요트가 전복되는 순간, 모든 것은 함께 전복된다.
요트 청소부였던 애비게일은 무인도라는 새로운 요트의 선장이 되고,
태초의 원시시대로 돌아가듯 모계사회가 형성된다.
초호화 요트의 승객이었던 사람들은 애비게일의 명령 아래 몸을 움직이고, 애비게일만이 그들의 추위와 허기를 달랠 수 있다.
또한
칼과 야야, 애비게일 이 세 사람의 관계는 완벽한 삼각형 모양을 이루며
그들의 관계적 우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영화는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지만,
마냥 미간펴고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우리는 슬픔의 삼각형이
과연 어떤 모양으로 남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결국 슬프게도,
한번 생겨버린 삼각형 모양의 피라미드는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며.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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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아가는 그 작은 순간들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따뜻한 정취와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리뷰입니다. 미국 작가 조안나 래코프가 2014년 출간한 자서전 ‘My Salinger Year’을 원작으로, 2013년 〈라자르 선생님〉으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제3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최우수캐나다작품을 수상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이 각색을 맡아 2020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지요. 20대의 주인공이 꿈을 찾아 성장하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지난주 배급사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마이 뉴욕 다이어리〉 출연진, 줄거리 정보
수잔나, 당신은 작가입니까?
미국 버클리에 살던 20대 작가 지망생 조안나, 방학을 맞아 잠시 뉴욕에 사는 친구 제니의 집에 머물다 그곳의 분위기에 심취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결심합니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했고, 마침 인력사무소를 통해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 지적이고 똑 부러지는 상사 마가렛의 업무 보조일로 그녀가 담당하는 작가들과의 일정 조율과 그중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온 팬 레터를 파쇄하고 팬들에게 편지를 받지 않는다고 답장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매일 똑같은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하던 어느 날, 샐린저가 30년 만에 출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되면서 단지 유선으로의 대화이지만, 작가임을 깨닫게 해주며 글쓰기를 독려하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https://tv.naver.com/v/23976657
원제 : My Salinger Year│감독·각본 : 필리프 팔라도│원작 : 2014년 조안나 래코프의 동명 소설│출연진 : 마가렛 퀄리, 시고니 위버, 팀 포스트, 더글러스 부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01분│개봉일 : 2021년 12월 9일│국가 : 캐나다, 아일랜드│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로톤 토마토 신선도 71% 팝콘 65%, IMDB 6.4, 메타 스코어 50점│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9일부터)
신입과 대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트렌디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에이전시 대표 마가렛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고니 위버가 역시 관록을 보여주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부드럽지만 단호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주인공 조안나에는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근래 〈세버그〉 등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마가렛 퀄리가 맡아 대선배 앞에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며 신입사원의 풋풋함과 패기를 드러내주죠. 더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주지만 실루엣과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제3의 주인공 J.D. 샐린저(팀 포스트)의 매력은 관람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이들이 함께하는 90년대 뉴욕 문학계의 향수와 거리를 재현한 풍경 또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줍니다.
조안나, 하루에 15분이라도 글을 쓰세요
젊은 시절을 지나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려봤을법한 자신만의 이상향이 있을 것이고,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의 모습에 금방 빠져들어 꿈을 위해 뉴욕 생활을 단박에 결정하는 단호함에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사회 초년생의 패기로 치부될 용기이지만, 원작자 본인이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 ‘해럴드 오버’에서 1년여간 일했던 경험을 엮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당시 자신의 느꼈던 현실적 감정들이 잘 녹아들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빛났던 그 시기를 잘 묘사해 주죠.
일정 부분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실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적은 분량에도 주인공에게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얼굴 없는 작가 제리 때문에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이 생각났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관계, 분위기 등은 추워진 날씨를 녹여줄 만큼 따뜻했고, 결말에 이르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각성하는 장면에서 무한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죠. 아마도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출간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많은 공감을 하실 듯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흘러가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시련이나 고난이 없이 무난히 흘러가는 것에 너무 잔잔하다라 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90년대 배경의 뉴욕에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 듯합니다. 저야말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였는데 이걸 보고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보는 계기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즐거운 밤 되시고요,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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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섬가이즈 | 잘생긴 이유를 찾는 공포 코미디 오컬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 하지만 실상은 한 번 보면 겁을 먹지 않을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첫인상의 소유자들. 그들은 이사 온 첫날부터 험악한 인상 때문에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의 의심을 사지만, 그간 꿈꾸던 유럽풍 저택을 수리하며 새 출발을 고대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재필과 상구는 의도치 않은 위기에 처한다. 펜션에 놀러 왔던 대학생 '성빈'(장동주) 및 친구들과 마트에서 갈등을 빚고, 그들 중 하나인 ‘미나’(공승연)를 호수에서 구하다가 납치범으로 오해받기까지 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이사 오던 길에 죽은 걸 발견해 집 뒤 야산에 묻어준 흑염소가 오래전 봉인됐다가 탈출한 악마 '바포메트'로 밝혀진다. 그렇게 재필과 상구는 이사 첫날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마주한다.
한국 영화에 수혈된 새 피
올해에도 어김없이 들리는 말이 있다. '한국 영화의 위기'. 팬데믹이 끝난 후로 여전히 관객 수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천만관객을 돌파한 <파묘>와 <범죄도시4>를 제외하고 100만 관객을 넘은 한국영화는 <시민덕희>, <외계+인 2부>, <그녀가 죽었다>, <건국전쟁>까지 4개에 불과하다. 2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은 없다. 중박 영화가 사라진 채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주된 이유로는 비싼 영화값과 OTT 영향력의 확대가 꼽힌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원인이 더 있다. 그중 하나가 새로움의 부재다. <범죄도시> 같은 브랜드 파워는 갖추지 못한, 스타 배우와 익숙한 소재 및 구성으로 무장한 텐트폴 영화의 실패가 그 방증이다. 반면에 <잠>, <파묘>처럼 다소 낯선 장르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품은 의외로 성공했다. 즉, 흥행 공식을 반복하는 권태로움이 영화관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키운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핸섬가이즈>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오컬트, 코미디, 고어, 심지어 뮤지컬까지 그간 한국 영화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장르와 소재만 골라 모았다. 그러면서도 마냥 가볍지는 않은, 뼈 있는 웃음을 자아낸다. 치지 말라는 공만 때렸는데 보기 좋게 장타를 만든 셈이다. 비록 마이너 한 장르라서 당장의 흥행은 어려워도, <핸섬가이즈> 같은 도전과 실험이 이어지면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낯선 맛으로 가득한 한 상
<핸섬가이즈>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상술했듯이 장르다. 쉽게 다루기 어려운 장르만 골랐다. 우선 눈에 띄는 장르는 오컬트다. 과거 외국인 선교사가 간신히 봉인해 둔 '바포메트'가 전해져 오던 예언대로 깨어날 때, 그를 막을 세 명의 사도 혹은 천사가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소재 자체는 <검은 사제들>과 비슷하지만, <천박사: 퇴마 연구소>처럼 무겁지는 않은 비슷한 톤 앤 매너를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면서도 오컬트 공포 영화 이상으로 놀랄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원작인 <터커 & 데일 Vs 이블>의 색채를 빼지 않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고어한 연출이 꽤 빈번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분쇄기에 빨려 들어가거나, 나무에 찔려 죽은 시체에 구멍이 나는 식이다. 그 앞뒤로 코믹한 연출을 더해서 충격을 상쇄하고는 있지만, 15세 이상 관람가가 맞나 싶은 수준으로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묘사인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뮤지컬 영화 요소도 일부 차용했다. 상구와 미나가 같이 설거지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처럼 '설거지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3'이라는 테이프를 틀고 춤을 춘다. 강아지와 함께 합을 맞추기도 하고, 거실을 마치 무대 위처럼 누빈다. <킹스맨> 시리즈가 연상되는 B급 감성도 가득하다. 이처럼 <핸섬가이즈>는 한국 영화에서 실험적이라고 평가할 법한 화법만 모아둔 작품이다.
코미디라는 접착제
그런데도 <핸섬가이즈>는 난잡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각 장르의 재미도 모두 맛볼 수 있다. 코미디가 그 원동력이다. 우선 코미디 자체의 타율이 높다. 원작을 보지 않은 이상, 클리셰를 끊임없이 비트는 웃음 포인트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 일례로 <핸섬 가이즈>는 여름 여행을 간 친구들이 한 명씩 죽는다는 익숙한 펜션 괴담을 차용했다. 그런데 펜션 대신 서양식 주택과 기도실을 활용해 오컬트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변환한다.
주인공 클리셰도 비틀어서 유머로 활용한다. 무당이나 퇴마사 같던 재필과 상구가 사실 그저 전원생활을 꿈꾸는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었다는 식이다. 작중 모든 사건이 우연한 사고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장면들은 급격한 장르 전환으로 인한 어색함을 감춰주고, 통일성과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소품을 허투루 쓰지 않는 디테일도 인상적이다. 한 번 등장한 소품은 어떤 식으로든 임팩트 있게 재등장한다. 부러진 기둥처럼.
배우들의 조합도 코미디를 역으로 강화한다. 사실 이희준, 이성민 두 주연 모두 악역이나 흑막의 이미지가 더 강한 배우다.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대통령과 경호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런 그들을 푼수 동생과 츤데레 형 조합으로 활용하면서 대중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파괴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공승연 활용법도 남다르다. 20대 초반이라 가능한 독특한 입담이 또 하나의 웃음 포인트다.
코미디에 뼈가 있다
심지어 코미디는 단순히 코미디로 끝나지 않는다. <핸섬 가이즈>를 관통하는 모티브가 편견의 역이용이기 때문. 영화는 두 주인공을 억울한 상황에 던져 놓고, 당황한 그들의 리액션을 유머 재료로 삼는다. 상구가 마트에서 넘어진 미나를 일으켜 줘도, 상민이 호수에서 실족사할 뻔한 미나를 구하고 CPR을 시도해도, 그들은 성추행범으로 오해받는다. 로드킬 당한 염소 사체를 치워도 지나가던 경찰은 그들을 살인범으로 의심한다.
특히 타인들이 유독 그들만 의심하는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들의 행동은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그들의 험악한 인상과 외모가 문제다. 재필과 상구는 자신들의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도, 자격지심도 없다. 그러나 타인들은 그들의 얼굴만 보고서 가장 안 좋은 상황만 가정한다. 오직 외모 때문에 차별받는 것은 아니지만, 오해를 살만한 상황에서는 그들의 외모가 결정적인 심증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이처럼 코미디 뒤편으로 은연중에 깔린 메시지는 두 주인공과 대학생 일행의 대비를 통해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외견상 말끔해 보이고, 별장과 골프장을 골라 다니는 부유한 대학생들이 알고 보니 마약과 성폭력 범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 그 덕분에 재필과 상구가 겪는 해프닝을 보고 웃다 보면 마음이 슬며시 불편해진다. 대학생이 무고한 피해자일 것이라는 편견을 자각하게 되니까.
코미디와 오컬트의 연결고리
이에 더해 오컬트적인 전개와 코미디에 담긴 메시지가 예상외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덕분에 <핸섬가이즈>는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가톨릭 베이스의 퇴마물인데, 영화의 메시지가 천주교 교리와 직접 맞닿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핸섬가이즈>라는 제목도 압축적이라서 흥미롭다. 외모에 대한 편견을 기독교적인 선악관으로 전환하는 제목이기 때문이다.
흔히 신약 성경의 예수는 구약 성경의 모세가 남긴 십계명 같은 율법을 단 두 조항으로 요약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을 공경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특히 예수는 이웃 사랑을 강조한다. 소외받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자기 가족처럼 아끼라고 가르친다. 설교뿐만 아니라 실천도 한다. 죄인, 여성, 세리, 사마리아 사람, 문둥병 환자 등 당대에 사회적으로 멸시받던 이들에게 그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핸섬가이즈>는 이를 미나를 대하는 태도와 연계해 오컬트적으로 풀어낸다. 성빈과 친구들은 미나를 철저히 무시하고 이용해 먹으려 한다. 지방 출신에 집도 가난하고 가진 것도 없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그들은 '병조'(강기둥)를 운전기사 겸 요리사로 부려 먹는다. 재필과 상구는 다르다. 그들은 귀찮거나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먼저 선행을 베푼다. 위기에 처한 미나를 구하고 도와줄 때도, 로드킬 당한 흑염소를 매장할 때도.
미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성빈의 외모나 재력에만 주목하고, 겉모습만 보고 재필과 상구의 호의를 의심한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며 자기 편견을 반성한다. 영화는 이러한 차이를 오컬트적으로 풀어낸다. 예수의 말대로 선행을 베푸는 재필, 상구, 미나는 바포메트를 무찌를 예언 속 천사로 밝혀진다. 그들을 무시한 성빈과 친구들은 악마를 깨울 제물이 된다. 겉모습을 이용한 유머를 단순한 코미디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반 숟가락 남은 마지막 아쉬움
다만 <핸섬가이즈>라는 실험이 완벽하지는 않다. 원작 영화를 봤거나, 장르 영화 마니아라면 매끄럽지 않은 지점이 적지 않다. 더 잔인하거나 코미디 상황에서 더 뻔뻔하게 연출했어야 할 장면이 있다고 여길 수 있으니까. 이에 더해 애써 감추고 있지만, 장르가 변환되는 지점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문법이 충돌하거나 타이밍이 다소 어색한 지점이 순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또 원작을 리메이크하면서 한국적인 감성을 더하려고 했는데, 이 지점에서도 망설이는 듯한 지점이 있다. 일례로 박지환 배우를 경찰 역으로 캐스팅한 이상, <범죄도시> 속 '장이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묘사를 통해 더 강한 웃음을 유발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신부님을 등장시킬 때도 <검은 사제들>을 오마주 하는 식으로 현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은 크게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슷한 장르와 전개가 반복되는 한국 영화라는 호수에 꽤 묵직한 돌멩이 하나가 던져진 거처럼 보이니까.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핸섬가이즈>라는 돌멩이는 더 용감해 보이고, 그 파란이 더욱 멀리 퍼져 나가기를 바라고 싶어지기도 한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치지 말라는 공만 골라 쳐 만들어 낸 기대 이상의 3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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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은 게 아닌 잠시 묻어두었을 뿐
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다. 스토리 부문이 아쉽기도 하지만, 신카이 감독이 만드는 작화 퀄리티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너의 이름은>(2016)을 보고 앞으로 이런 아름답고 놀랄 만한 영화들이 무수히 나온다는 미래에 흥분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양한 영화들을 보고 내 생각을 적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어 영화 글을 적어야겠다고 다짐한 방아쇠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수많은 명작들을 뒤로하고 <너의 이름은>으로 영화 글을 적어야 하겠다고 다짐한 나 자신이 지금 생각해보면 서툴고 웃긴 계기다. <초속 5센티미터>는 <너의 이름은>이 떠오르는 영화이자, 그 시절의 내가 품었던 마음을 느끼게 해 준 영화다. 그리고 첫사랑도.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2016), <초속 5센티미터>(2007)
<초속 5센티미터> 네이버 스틸컷
작화
신카이 마코토 감독하면 빠지지 않는 키워드다.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작화는 실제 사물과 매우 흡사한 퀄리티를 꾸민 작화로 유명하다. <초속 5센티미터> 역시 도시와 자연 풍경과 책, 옷 등과 같은 사물이 실제 공간과 사물을 연상케 하는 작화를 보여준다. 이 영화 과연 2007년 작품인가 감탄을 자아내는 퀄리티.
그러나 인물의 작화는 사물을 표현한 작화보다 떨어진 퀄리티를 보여주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주변 작화에 더 큰 매료가 되기 때문이다.
황혼
잠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 <너의 이름은>(2016)과 이 영화 장면을 비교해보고 싶다. 두 영화 공통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해가 지는 노을 풍경 즉, 황혼 시간대다. 황혼 시간대에 두 남녀가 같이 있는 장면을 통해 더 낭만적이고, 주황빛이 돋아나니 따뜻한 색감을 보여준다. 다만 이 황혼의 연출 목적이 두 영화가 다르다. <초속 5센티미터> 2부 '코스모 노트' 중 타카키와 카나에가 만난 황혼 장면은 타카키를 향한 카나에의 짝사랑이 노을빛을 통해 더 애틋하게 담기지만,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타키와 미츠하가 만나는 황혼 장면은 보고 싶었던 두 남녀의 만남이 노을빛을 통해 더 절실하고 소중한 시간처럼 다가온다.
여담으로, 또 하나 찾은 두 영화의 비교점은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상승과 하강이다. <초속 5센티미터>는 가고시마 지역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장면과 우주선이 상승하며 나타난 거대하고 하얀 연기가 등장한다. 이 장면이 <너의 이름은>에서 하늘에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하강하는 운석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첫사랑
<초속 5센티미터>는 잊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감정을 보여준다. 타카키가 첫사랑 아키라와의 만남을 잊지 못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그 중간에 카나에가 타카키를 좋아하는 짝사랑 장면도 보여주지만 타카키가 추구하는 감정은 아키라와의 첫사랑이다. 그리고 그는 성인이 돼서도 다른 여자와의 만남은 고작 1센티미터 밖에 다가오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아키라를 그리워한다. <초속 5센티미터>는 첫사랑에 대한 설렘과 감정을 전해주고, 첫사랑이 지닌 미련 또한 전한다. 잊기 싫어 묻어 두었던 첫사랑의 흔적을 영화가 잠시 꺼내어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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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 아렌트가 자랑스럽게 생각할 '존 오브 인터레스트'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독일인 부부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에델)와 헤트비히 헤스(산드라 휠러)다. 세계 2차 대전 중이다. 일에 충실하는 루돌프 회스. 아예 집 옆에 일터가 있을 정도로 일에 진심이다. 조용한 일상.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사니 두려울 것이 없다. 다만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사는 집 옆에 있는 것이 아우슈비츠 수용소고, 루돌프는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임무를 받았다는 것이다.
우선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가까스로 다 읽은 한나 아렌트의 책 두 권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개념 ‘악의 평범성’에 대해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누구나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인 함의를 품고 있다. 바로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가 중요한데, 생각하거나 관심 갖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다 보면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녀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한 남자를 조명한다.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아이히만은 재판 중에서 당당하게 “나는 조직이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남자의 궤변에 격분한다. 하지만 서서히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아이히만이 우리 평범한 사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발상의 전환이 일어난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는 이 아이히만의 모습을 포착하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무사유(Thougtlessness) 하나만으로도 평범한 직장인이 역사에 남는 전쟁범죄자가 된 것이다.
이 ‘악의 평범성’을 제시한 것은 후대에 엄청난 파급력을 낳는다. 당연하다. 원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잖아? 이긴 자들은 승자의 입장에서 상대방, 그러니까 악의 근원을 “이 집단이 이래서 문제야!”로 퉁칠 수 있다. 아니면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라고 규정하면 쉽다. 잔다르크가 마녀로 지목당해 화형 당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종교라는 잣대가 명확하다. 또 서양의 기독교나 동양의 맹자가 인간에겐 원죄/악한 본성이 있다고 해석한 것도 악이라는 개념이 특정한 상황 하에 만들어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리고 그게 되게 대단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인류 역사상 히틀러 같은 존재는 흔하지 않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보면 악은 특정한 무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는 이를 전적으로 거부한다. 특정한 무언가가 있기에 대단하다던가 굉장히 특이한 게 아니다. 그냥 전적으로 평범한 사람일 뿐, 생각 없이 산 것의 총합체라고 정의한 것이다. 물론 한나 아렌트 이전의 역사가들이 악에 대해 이렇게 규명한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도 그 악의 형태가 구현되고 있다. 가령 영화에서 온갖 비명소리가 들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회스 부부의 모습은 분명한 악이다. 아니면 유대인의 코트를 빼앗아 입는 헤트비히의 모습 역시 분명한 악이다. 하지만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무사유’의 과정을 두 측면에서 보여준다. 어떻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아이히만이 보여주듯, 조직에 흘러가는 남자(루돌프)와 타인에게 무관심한 여자(헤르비히)를 통해서. 또 <인간의 조건>에서 한나 아렌트가 역설하듯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을 강조한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다.
가장 먼저 탐구해야 할 인물은 루돌프 회스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루돌프 회스가 조직 내에 꽉 박혀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영화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이 연출은 꼭 필요했다. 왜? 루돌프 회스가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역사적인 상황과 결부시켜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야 이 영화가 비판하고자 하는 악의 속성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영화는 이를 위해 건조하게 그의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을 보여준다. 가령 외부 협력업체가 와서 회스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 속 두 남자는 그냥 대표자들끼리의 대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는 그가 직장인으로 얼마나 자기 하는 일에 투신하는지를 묘사한다. 좀 필요 없어 보이는 전화 장면이 여러 번 들어간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기에 특별한 설정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아우슈비츠 옆에 사무실이 있고 거기서 산다는 특징은 가정적이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루돌프 회스의 모습을 보여주기 쉽다. 열심히 일하고 난 다음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아버지 회스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루돌프라는 인물에게 가장 첫 번째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는 직장인으로서의 업무나 가정의 안녕이 아니다. 나치라는 조직이다. 나치의 일원으로서 소속됐다는 한 가지 사실이 이 사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 왜? 초반부터 영화가 이 인물의 내면을 이미지로 강조하고 있다. 루돌프 회스가 누군가에게 축하받는다. 그런데 그 축하를 해주는 사람들이 나치 조직원들이다. 얼핏 보면 회색 옷 입은 사람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 된다(심지어 배경도 회색 저택이다). 영화가 고의적으로 카메라를 멀리 떨어트려서 누가 루돌프 회스인지 알 수 없게끔 묘사하는 것이다. 축하받는 사람과 하는 대상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명백하게 수신자와 발신자가 정해진 행동을 흐려놓겠다는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보다 조직을 강조한 것이다.
또 이 인물이 직장인으로서의 활동반경과 쉴 수 있는 집의 바운더리가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산다는 것도 이상한데 거기서 일을 한다는 건 더 기괴하다.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이 조직에 잡아먹힌 루돌프의 모습을 보여주는 설정이 되는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루돌프가 전출을 가니 마니 하는 설정이 들어간 것도 흥미롭다. 사실 이 에피소드 자체가 굳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안 간 거라서 굳이 알 필요도 없고, 갈등이 격정적이지도 않다. 영화의 기-승-전-결이 이 전출 여부를 두고 쌓아 올린, 소위 ‘빌드업’ 한 것도 아니라 맥 빠지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일이 이 가족에게 끼친 영향이 중요하다. 조직이 루돌프 회스의 가족공동체를 해체시킬 정도로 주인공(회스)에게 절대적이었다는 의미다. 나치와 히틀러의 말이라면 뭐든 다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엔딩신에서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내면의 무언가를 갖고 있지만 결국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 역시 인물의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무의식이 영화의 플롯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루돌프의 내면을 보여주는 연출은 후반부에서 다시 반복된다. 초반 루돌프가 축하받는 장면과 후반부 나치 조직원들끼리 회의하는 장면은 수미상관처럼 반복된 것 같다. 왜? 회의를 주체하는 장면을 가장 첫 신에선 보여주지 않는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부감 숏으로 화자를 숨긴 것이다. 이다음 장면을 보면 영화 안의 회의 주제에는 회스가 제시한 근거가 중요하게 설정되어 있다. 다음 장면은 회스가 자기 의견을 역설하는 장면을 넣으면서 회의의 끝을 분명하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루돌프 회스가 회의에서 중요하다는 것만 묘사하고 그 안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루돌프 회스가 이 당시 나치라는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도 근거를 찾을 수 있으나, 영화 초반부를 생각해 보면 수미상관처럼 조직 안의 루돌프 회스를 강조하기 위함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사운드의 힘만 믿은 게 아닌 비주얼의 힘이 조직에 휩쓸리는 루돌프의 모습을 보여줬다. 악의 평범성을 드러내는 연출인 것이다.
두 번째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은 루돌프의 아내 헤트비히 회스다. 이 인물이 이 영화에 차지하는 물리적 비중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 비중치고 영화 안에서 유효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인물은 플롯 전면이 아닌 영화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이야기를 담당한 캐릭터처럼 보인다. 근거는 간단하다. “내가 이 집을 가지려고 17년 동안 고민해 왔다!”라는 대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강조하고 싶은 것. 이 인물의 동선이다. 이 인물은 집 밖에 멀리 나가지 않는다. 루돌프가 타 지역으로 나가거나 헤트비히 어머니가 그녀의 집으로 도착한 것과는 대비된다. 전업 가정주부인 것으로 보이는 헤트비히. 남편 루돌프에게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라는 말을 듣는다. 후반부 루돌프와의 갈등에서도 이 사람은 집 밖에 나가기 싫다. 남편을 속여서라도, 유대인들 고용해서라도 만든 집이니 만큼 애착이 강한 것이다. 이렇게 집에 박혀있는 헤트비히.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면 자기 집 안에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능통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 인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인물은 집안사정에 그렇게 밝은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관심이 짧은 것처럼 느껴진다. 첫 번째 근거. 이 사람이 집 안에 일어나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증거는 대놓고 드러난다. 이 영화의 사운드 지분 중 크다고 볼 수 있는 아기의 울음소리도 그 예시 중 하나다. 그냥 ‘왜 이렇게 울까?’ 한 마디면 엄마로서의 역할이 끝나나? 후반부에 남자 형제들끼리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다투다 형이 동생을 장난으로 가두는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서 동생이 울고불고 소리 지르지만 어머니 헤트비히는 알아채지 못한다. 중후반부 폴란드 소녀가 사과를 수용소 근처에 묻는 장면이 있다. 그때도 이 헤트비히는 인기척을 느끼지만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강가에 재가 떠다니는 것도 헤트비히가 아이들을 씻는 장면은 있지만 원인을 예방한 다 던가 하는 진단이 없다.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취해있기만 하지 실질적으로 ‘일 잘한다’라는 말을 듣기엔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영화 후반부에 묘사되는 루돌프 회스의 불륜은 이 인물(헤트비히)의 무능력함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어디 다른 곳에서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루돌프의 집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서 불륜이 이어진다. 루돌프의 아이가 “아빠 땀 냄새나!”라고 말할 정도로 이 남자의 불륜은 이 가정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남편이 속였기 때문에 불륜을 저지른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루돌프 회스는 실제로도 가정적이지 않은 인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헤트비히 의 대사 “오래전에 (전출이) 결정 난 것으로 보이는데 왜 말하지 않았냐”라는 말은 과연 그녀가 남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이 집안이 화기애애하다는 시각적인 만족감에 도취되어 가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자각하지 못한다는 건 그녀의 분명한 패착이다. 마치 나치 독일과 히틀러가 집권하고 난 다음의 모습이 1차 대전 전후의 독일을 재건하고 있다고 믿었을 독일인들처럼 말이다. 글쓴이가 헤트비히가 2차 대전 당시의 독일인들을 비유하고 있다는 건 여기에서 온다. 나의 행동이 독일의 재건을 위해서라는 자기기만, 가정에 착실한 어머니라는 자기기만이 나치당의 지지자들과 헤트비히에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이 비유에 의미를 부여하니 영화 안의 두 대사가 더 와닿는다. 유대인 학살이 기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은 채, “너희들(유대인)은 나 덕에 편하게 사는 거야”라며 남편이 널 재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폭언을 하는 것. 그녀가 가진 모순을 이 영화가 폭넓게 묘사하는 것이다. 또 후반부에 루돌프가 헤르비히에게 “우리의 성과”라는 식으로 “우리”를 강조하는 것이 흥미롭다. 당연하다. 자국민들을 속인 나치의 군인들도 당연히 문제가 있지만, 심정적 동조자로서 학살에 ‘무관심’과 ‘자기기만’으로 참여한 당시 독일인들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단지 일상만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그 이면에 담긴 의미가 무시무시한 좋은 각본의 힘이다.
두 캐릭터 말고 이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중요한 것은 카메라와 사운드다. 우선 카메라. 이 영화가 카메라로 일상을 담는 방식이 특별하다. 그냥 일상적인 걸 담으면 모르겠는데 어디에서 훔쳐보는 것처럼 화면을 담았다. 실제로 검색해 보면 어렵지 않게 이 영화의 촬영 기법을 찾을 수 있다. 세트장을 만들고 카메라를 많이 설치한다. 대신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이건 중요하다. 억지로 드라마를 배격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대놓고 있다. 그럼 그건 대놓고 영화다. 배우들이 서로 얼굴 보면서 연기한다. 감정의 이입을 유발하고 곡진한 무언가를 탐구한다는 것. 이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에 대치되는 부분이다. 관심을 떼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응집성을 위해서라도 감정이입을 유발하면 하고 싶은 걸 보여주기 어렵다. ‘얘 나쁘지?’가 되는 순간, 인물의 표정이 보이는 순간 비명의 의미가 옅어진다. 영화가 그은 선을 스스로 넘는 것이다. 촬영 구도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확하게 만드는 연출이었다.
하지만 이 카메라를 활용한 연출 중에 정말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시각적인 것으로 사방이 막힌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모든 샷에서 벽이 강조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벽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에서 굳이 벽을 보여준다는 게 핵심이다. 중후반부에 어떤 남자가 벽 너머의 풀숲에 어떤 것을 뿌리는 장면이 있다. 일반적인 카메라워킹이라면 벽을 등지고 찍는 게 맞다. 그런데 굳이 이 장면에서 벽과 남자, 풀숲이 같이 등장한다. 벽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더 나아가 청각적인 요소는 벽과 충돌하며 영화에 균열을 낸다. 남자가 숲에 무언가를 뿌리는 장면에서 들리는 소리. 어떤 남자가 비명인지 절규인지 질문인지 모를 소리를 지른다. 곧바로 총성이 들린다. 카메라는 여기서 총에 맞는 사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벽만 보여준다. 마치 소리가 벽에 부딪힌 것처럼. 그 대신 관객들은 상상력이라는 게 있어서 벽과 소리만 보여줘도 이 상황이 어떤 일인지 대충 예상할 수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사운드를 강조하는 이유? 아니 그 이전에 사운드를 어떻게 강조했을까? 벽의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줘서 이 영화 안에 쳐져있는 벽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본 사람에게 벽의 의미는 간단하다. 무관심이라는 벽이다. 계속해서 안에 있는 야채니 꽃이니 라일락이니 수영장이니 하는 것들을 보여주지만 무관심이라는 벽이 인물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벽의 의미는 앞에서 언급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닿고 있다. 악의 평범성을 이 영화가 사운드와 카메라의 존재로 보여준 것이다. 이 벽의 존재 덕에 카메라는 무엇을 찍을지에 대한 고민도 끝냈다. 분명한 악에 대해서는 카메라로 찍고 희생자들은 사운드를 통해 표현한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악에 익숙한 악인이 되는 셈이다. 이 맥락에서 열 카메라로 표현한 소녀를 설명할 수 있다. 악이 아닌 무언가의 존재, 그러니까 유대인에게 사과를 주는 따뜻한 마음이 이 영화의 카메라에 담기지 못한 선의가 된다. 사운드만 부각되는 것이 아닌 촬영에 의한 연출이 영화의 주제를 강조했다.
이 영화의 사운드는 영화의 핵심을 담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단란한 가족들의 일상 속 비명이 틈입한다. 이 비명이 가지는 임팩트는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의견을 말할 것 같다. 비명도 비명 나름이다. 어떻게 기괴한 소리만 다 골라서 삽입했는지 이런 요소들도 다 감독의 감각이 크게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 <언더 더 스킨>에서 외계인(스칼렛 요한슨)이 지구인들과의 교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사운드로 치환된 셈이다. 이 선택은 아주 좋았다. 학살의 진상을 원초적인 방식으로 다가가게 한다. 원초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우리 일상 속에서 비슷한 것만 보면 생각난다는 의미다. 이 의미는 중요하다. <헤어질 결심>에서 감정적인 임팩트로 관객에게 큰 효과를 낸 것과는 다르게 신기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청각을 아주 잘 활용했다. 이 영화 예술의 근본에는 무성영화라는 게 있다. 이 말은 즉슨 영화라는 예술 자체가 시각적인 걸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인지심리학에서 인류는 시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영화라는 예술이 가진 두 특징을 과감하게 무시하며 청각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하지만 영화가 청각적인 것을 활용하는 방식의 화룡점정은 오프닝과 엔딩에 있다. 이 영화의 청각적인 요소에는 뭐가 담겨 있을까? 비명이다. 유대인들의 절규가 담겨있다. 오프닝을 본다. 오프닝은 검은색 화면인 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첫 장면부터 청각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힘을 꽉 주는 것이다. 이 기점으로 영화의 청각적인 것에 대해 연이어 생각해 보면 이후에 비명소리가 들린다. 대신 시각적인 부분이 청각적인 장면과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 그럼 비명소리가 이 이야기의 이전에 깔려있다는 의미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으로 날아간다. 루돌프가 헛구역질을 한다. 현대의 박물관 노동자가 건물을 닦는다. 닦는 소리가 부스럭거린다. 그리고 다시 영화의 시점으로 돌아와 루돌프 회스가 어둠으로 걸어간다. 시점이 세계 2차 대전 한가운데로 돌아간 것이다. 그다음이 엔딩이다. 이 영화의 엔딩은 오프닝처럼 청각적인 요소만 부각한다. 영화 후반과 초반이 비명소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간이 직선으로 흘러가는 일상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타임라인인 것이다. 영화의 과거와 미래, 오프닝과 엔딩이 청각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영화 안에서 비명소리가 청각적인 요소로 강조된다는 것. 그렇다면 영화의 과거와 미래를 이 감독이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홀로코스트는 곧 비명과도 같았다는 의미처럼 들렸다. 악인들이 시선을 돌리지 않아 만든 비극이 홀로코스트라고 말한 셈이다.
괴물 같은 영화다. 음향, 촬영, 각본, 연출 모든 부분에서 한 부분의 극점에 다다른 능력을 보여줬다. 심지어 산드라 휠러를 위시로 한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뛰어나기까지 하니 무결점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굳이 꼽자면 극의 재미를 부각한 영화가 아니라서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위험부담(?)에도 글쓴이가 장점으로 확신하는 것이 있다. 정말 필요한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영화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만큼 징글징글하고 강박적으로 관객에게 질문한다. 사실 이 사람들이 왜 인간 근처도 가지 못하는지는 영화가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하는 부분은 곧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과도 이어진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관계성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적인 행위부터 시작해 불멸하게 남는 여러 기록까지, 또 공/사적인 공간의 필요성까지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다 함께 살아가는 것에서 온다고 역설했다. 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이 <인간의 조건>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아주 속 깊게 우려낸 사골국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대화하는 사소한 것들, 공간들, 하녀의 움직임부터 루돌프 회스의 동선과 공간까지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조건>의 목차처럼 느껴진다. 충격적인 영화다. <액트 오브 킬링>과 함께 과거의 비극이 단지 과거에만 국한될 것이 아닌, 날카롭고 깊은 인사이트를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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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감독 X 스티븐 연 배우의 <성난 사람들> 에미상 싹쓸이!
<성난 사람들>은 미국 내 계층에 따라 다른 동양계의 삶과 현실적인 인생 역경들을 표현한 드라마로 4월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동양인, 한국계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카카오톡, 한국어, 한인교회, 설렁탕, 라면등 한국적 요소의 등장은 물론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이성진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감정을 녹여낸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등 한국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이번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한국계 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힌것 뿐만 아니라 글로벌 영화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의 문화, 오늘의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내부자들>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내부자들>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직접 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사에서는 <내부자들> 프리퀄을 시리즈물로도 준비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작업과 OTT
시리즈물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라 했습니다.
최민식 주연 <파묘> 베를린영화제 간다
최민식 주연 영화 <파묘>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습니다. 동일한 포럼 섹션 선정작 부문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태용 감독의 <만추> 김지운 감독의 <장효, 홍련>등이 초청된 적이 있으며 <파묘>는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습니다.
<성난 사람들> 에미상 8관왕
한국계 연출가, 한국계 배우, 한국계 제작진이 뭉쳐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에미 시상식 리미티드 시리즈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편집, 의상, 캐스팅상을 받았습니다. 한국계 한국인 연출가가 만든 작품이 에미에서 작품과 각본상을 받은 건 이번이 최초였고 주연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을, 앨리 웡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영화 100편이 명대사 만난다. 영상자료원 '대사극장' 전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16일부터 오는 5월 18일까지 ‘대사극장-한국 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1950~2020년대 제작된 한국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약 80년간의 한국영화사를 조명하는 전시로 100편의 한국 영화 속 대사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풀어낸 ‘대사극장’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서울의 봄> 역대 한국 영화 7위 등극
<서울의 봄>이 역대 한국영화 흥행 TOP7위에 올라섰습니다. 역대 전체 박스오피스에는 <7번방의 선물> <알라딘> <암살>을 뛰어넘으며 10위에 등극했습니다. 개봉 9주차에도 후발주자로 개봉한 <노량>을 제치며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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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영화로 선정된 '나의 여신'은 전통 무속을 심도 있게 재현하면서 특히 굿의 음악적, 무용적 측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8월 12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황동희('나의 여신' 부계석 역) 배우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영화 '나의 여신'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나의 여신'이란 작품은 민속학자 선호가 제주도 최고의 심방(무당)을 연구하기 위해서 소미(무당의 조수)가 되려고 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선호 이전에 원래 심방의 소미였던 부계석 역을 맡았는데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소미가 되려고 하는 선호를 견제하는 역할입니다.
부계석이라는 역을 소화하기 위해 추가로 준비하신 거나 공부하신 게 있으신가요?
직접 제주도 굿을 보기도 했고 한국무용과 현대무용도 배웠습니다. 또 사설도 읽었고 이자람 님에게 판소리를 배우며 준비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배우시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우선, 제가 굿이나 국악 분야를 처음 접하다 보니, 헷갈렸어요. 저는 네 박자에 익숙한데 국악은 세 박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되게 힘들었는데 손수현 배우님이 국악 전공이셔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북 치는 법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굿과 국악은 영화 음악으로 접하기에 흔하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어제 개막식에서 작품 소개 나오는데 서양 음악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근데 <나의 여신> 작품을 소개할 때만큼은 딱 토속적인 음악이 들리니까 신비롭기도 하고 아주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옆에 같이 있던 관객분들도 끄덕끄덕하면서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국제음악영화제이고 제천에서 열리는 만큼 '나의 여신'이 한국에 대한 그런 토속적인 음악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여신'에서 음악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음악에 따라서 영화가 되게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촬영하면서 오케이 컷 모아 놓은 편집본도 보고, 사운드가 입혀졌을 때, 영화 음악이 삽입되었을 때도 보는데 음악을 어떤 걸 넣는지에 따라서 영화가 완전 다르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음악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음악이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부계석을 떠올렸을 때 생각 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계석 역할을 보면서 위플래쉬의 'Caravan'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고 되게 도전적이고 호전적이고 분노와 억압이 많이 담겨 있어서 그 점이 계석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국악이나 전통음악이 아니네요? 그렇다면 부계석을 위한 테마 곡을 만든다면, 그 곡의 제목은 무엇으로 하고 싶으세요?
계선을 보면서 되게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약에 테마 곡 제목을 정한다면 ‘Unstable’로 정하고 싶습니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가 그때 선배님들과의 첫 촬영이라 너무 긴장하고 얼어 있어서 불안정한 상태 그 자체였는데 선호 역할을 맡으신 윤선우 배우님이 “끝나고 내 방으로 와라.” 이렇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긴장해가지고 잘못했나? 실수했나?’ 생각하면서 갔는데 맥주랑 치킨을 사다 놓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리고 손수현 배우님이 모영리당을 위한 우정 링과 첫 촬영 기념 책을 사 주셔서 덕분에 긴장 다 풀리고 되게 재밌게 촬영했었습니다.
배우 황동희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의 이름 자체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일치되는 순간이 올 때까지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신효림, 김민서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에디터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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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나 특정인물에 대한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독전'을 감상했습니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자, 故김주혁 배우의 유작이죠.
영화의 스타일은 독보적이지만 단점도 명백한 영화였습니다.영화 '독전'을 2분만에 제 나름대로 재밌게 구성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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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류준열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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