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1-22 15:55:25
실제 알콜, 약물중독에서 벗어난 배우들, 추천영화 3편
"이 끔찍해 보이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어려운 것은 결정하는 것이다."
감옥에 갈 정도로 구제 불능의 중독자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가 마리화나를 피워보라고 권하면서 처음 마약을 접했다고 합니다.
중독되는건 순식간이지만 벗어나는건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벗어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약물, 알콜중독에서 벗어난 배우들의 말과 함께 알콜중독을 다루고 있는 영화 세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알콜중독을 다룬 영화 3]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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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왁킹과 농악의 이질적 결합으로 혐오를 비틀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포즈〉는 북미 퀴어 하위문화의 유산인 왁킹 댄스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한편 트랜스젠더이자 드래그 아티스트인 모지민의 예술과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에는 그녀가 발레복을 입고 고향 집 경운기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공작새〉를 보며 이 두 작품이 떠오른 이유가 있다. 〈공작새〉의 주인공 신명은 트랜스젠더 왁킹 댄서다. 동시에 호창농악(고창농악)과 굿을 계승하는 집안의 ‘장손’이다. 퀴어 문화와 전통적인 것의 이질적 조합. 〈공작새〉는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을 너끈히, 그리고 아름답게 해낸다.
신명은 간절하다. 1천만 원 상금이 걸린 왁킹 댄스 대회 결승을 앞두고 아버지의 부고 전화가 오지만 그녀는 신덕길(아버지)의 죽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절연한 지 오래인, 이제는 남인 남자의 죽음보다 대회 상금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수술하지 못한다면 신명은 군대에 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녀는 패배한다. “너만의 컬러가 없어”라는 심사평과 함께. 신명은 수술비를 마련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때마침 신덕길의 제자인 우기가 신명에게 말한다. 신명이 신덕길의 추모 굿을 하면 유산을 물려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신명은 어쩔 수 없이 죽을 만큼 떠나고 싶었던 고향으로 돌아와, 마찬가지로 죽을 만큼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과 마주한다. 트랜스젠더 왁킹 댄서가 작고한 호창농악 전수자이자 절연한 혈연의 추모 굿을 해야만 하는 기묘한 상황이다.
영화에는 신명이 왁킹 댄스를 추는 장면과 굿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서로 전혀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던 두 장르의 예술이 여러 사건과 신명의 몸을 경유해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든다. 마침내 엔딩에서 신명이 왁킹과 굿을 결합한 추모 굿을 할 때, 지금껏 그녀가 예술가로서 결여한 ‘컬러’와 함께 전통의 색다른 계승이 완성된다.
〈공작새〉는 개성 있는 예술가의 탄생과 변주를 곁들인 전통의 계승 과정을 짜임새 있게 채운다. 핵심 서사는 모두가 인정하는 호창농악의 후계자가 성별 정체성 문제로 완전한 외부자가 된 후,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트랜스젠더를 향한 비난은 대개 ‘타고난’ 성별을 거부한다는 데에 대한 사회문화적 거부감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오래된 혐오의 문법을 비튼다. 신명이 호창농악 전수자라는 ‘타고난’ 운명을 트랜스젠더로서 되찾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신명의 할아버지이자 덕길의 아버지가 신명과 같은 존재였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여성스러운’ 행동으로 ‘몸을 팔며’ 예술을 전수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밑에서 손가락질받으며 성장한 덕길은 자기 아버지와 같은 자식을 보면서 갈등하고 만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명이 ‘여자처럼’ 굴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받을 상처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는 혐오의 논리와 더불어 감정마저 비틀어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끔 한다.
영화 중반부, 신명이 무릎 꿇고 엎드린 채 냇가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고 있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신명에게는 오히려 물속이 숨쉬기 편안하다는 듯 오래도록 이어진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 성별 이분법이 당연한 세계, 모두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계에서 신명이 숨 쉴 공간은 없다. 때문에 타인이 숨 쉴 수 없는 공간에서는 역설적으로 신명만이 호흡할 수 있다. 그런 세상에서도 신명은 떳떳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사촌 동생이 성소수자인 것을 감춰주기 위해 억울한 상황에서 누명을 쓰는 신명에게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비난한다. 하지만 정작 신명에게 부끄러운 것은 남들의 손가락질이 아니라 자신이 고통스레 경험한 적대적 세계에 사촌 동생을 던져버리는 일이다. 타인은 신명의 것이라 오인된 행위에 손가락질하지만, 신명은 근거 없이 비난받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공작새〉는 한 예술가가 자기 개성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소수자의 윤리가 품은 가능성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훌륭하게 엮어낸 영화의 울림은 신명이 추모 굿을 하는 강렬한 엔딩신에서 덕길의 의지를 담아 활활 불타오르는 신성한 나무를 닮아 뜨겁고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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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리오사 | 모래맛과 쇠맛은 덜고, 눈물맛은 더하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문명 붕괴 45년 후. 풍요로운 ‘녹색의 땅’에서 지내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는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의 바이커 군단에 납치돼 가족과 행복을 모두 잃어버린다. 인질이 된 퓨리오사는 디멘투스의 어깨너머로 황무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힌다.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킬 날만을 기다리며.
그러던 어느 날, 퓨리오사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황무지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가스타운'을 점령한 디멘투스가 '시타델'의 지도자 '임모탄 조'(러치 험)와 평화 협정을 맺으면서 그녀를 임모탄 조에게 넘겨 버린 것. 믿음직한 동료 ‘잭’(톰 버크)의 도움을 받으면서 퓨리오사는 시타델의 전사로 거듭나고, 그녀는 아껴두었던 복수의 칼날을 마침내 꺼내든다.
형 만한 아우 여기 있다
2015년 여름에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는 신드롬이었다. 강렬한 모래맛 영상미와 쇠맛 액션은 센세이셔널했다. 드라마를 최소화하고 액션에 집중하는 <매드맥스> 시리즈 중에서도 유달리 액션에 힘을 잔뜩 준 덕분이었다. 전작이 <해피 피트>와 <해피 피트 2>인, 70세 노감독 조지 밀러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관객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국내에서는 390만 관객, 월드와이드 3억 7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평단도 다르지 않았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을 싹쓸이했고, BBC가 100대 21세기 영화에 선정하기도 했다.
자연히 속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를 향한 기대는 컸다.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에서 주인공 맥스보다도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퓨리오사의 과거사를 다룬 프리퀄로, 제77회 칸 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9년 만에 돌아온 프리퀄은 그 기대에 부응한다. 비록 전편만큼의 모래맛과 쇠맛은 아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는 퓨리오사의 눈물이 그 빈자리를 훌륭히 채우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궁금했던 모든 것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를 보고 한 번쯤 가졌을 의문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다. 늪지대로 변하기 전 녹색의 땅의 모습. 그곳에서 보낸 퓨리오사의 유년 시절. 그녀가 납치당한 계기와 시타델에서의 성장기. 그가 임모탄 조의 전적인 신뢰를 받는 장군으로 거듭나는 서사시와 의수를 달게 된 사연. '버자드'와 '바위 라이더'의 정체. 심지어는 맥스와의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까지.
과거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도 않는다. 전편과의 연계점을 명확히 보여주며 퓨리오사의 전체 서사를 곱씹게 만든다. 어머니를 죽인 빌런 디멘투스에게 복수하는 퓨리오사. 그녀는 복수를 통해 그에게 빼앗긴 어머니와 유년 시절을 되찾고, 구원을 얻고자 한다. 이는 본편에서 그녀가 유독 임모탄 조의 여자들, 곧 엄마가 될 여성을 구원하려고 애쓴 동기로 작용한다.
또 그녀가 디멘투스를 응징하는 방식은 그녀가 시타델을 점령한 후 새로운 녹색의 땅으로 만드는 전편의 결말을 더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처럼 <퓨리오사>의 결말이 전편의 시작으로 곧장 이어지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분노의 도로>의 하이라이트가 삽입된 엔딩 크레디트 덕분에 그 감흥은 배가 된다.
모래맛과 쇠맛이 덜한 이유
물론 전편과의 차이가 작지는 않다. 전편이 퓨리오사의 탈출 계획이라는 사건을 쫓은 반면, <퓨리오사>는 퓨리오사를 캐릭터에 주목하기 때문. 전자가 직선적이라면, 후자는 곁가지 더 많고 서정적이다. 정키 XL이 다시 참여한 음악만 봐도 접근법의 차이가 분명하다. 웅장하고 공격적이었던 <분노의 도로>의 음악과는 달리 <퓨리오사>의 음악은 간결하고 단순하다. 이는 빨간 기타리스트의 존재감이 전편 같지 않은 이유다.
액션도 마찬가지다. 물론 양과 질은 진일보했다. 4륜 이상 차량 35대와 바이크 110대가 동원된 액션 시퀀스의 스케일은 압도적이다. 연출도 더 입체적이다. 패러글라이딩과 차 아래 공간을 활용해 전편보다 더 입체적이고 공간감이 느껴지는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루는 분량이 늘어나다 보니 액션 시퀀스 사이 공백은 상대적으로 길다. 그 결과 전체적인 임팩트가 덜하고, 모래맛과 쇠맛이 약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접근법의 변화는 캐릭터를 다룰 때도 일장일단이 있다. 퓨리오사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그녀만의 특별함은 사라지는 듯하다. 퓨리오사는 기존 할리우드 여전사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캐릭터였다. 싸우는 목적이 달랐다. 퓨리오사는 현재의 삶 대신 더 나은 삶과 구원을 찾았다. 그래서 맥스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임모탄 조의 여자를 빼돌려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땅을 향해 달릴 생각만 했다.
하지만 <퓨리오사>를 보고 나면 전편에서 목격한 퓨리오사의 서사가 장대한 복수극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곧 그녀 역시 빼앗긴 삶에 대한 복수와 모성애 때문에 싸우는 일반적인 여전사 중 하나로 전락한다. <에일리언>의 리플리나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처럼. 퓨리오사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된 나머지 그녀의 신비감, 아우라까지 약해지고 만다. 프리퀄의 근본적인 한계까지는 넘지 못한 셈이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하지만 퓨리오사의 복수극을 곱씹어 보면 약간의 아쉬움은 금세 자취를 감춘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에 응축된 이야기를 뜯어보는 재미 덕분이다. 특히 새 빌런 디멘투스와 퓨리오사의 관계가 흥미롭다. 의외로 둘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가족을 잃었다. 디멘투스는 아이를, 퓨리오사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렇게 악만 남은 둘은 복수와 생존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채 발악한다.
그런데 발악의 방향성은 정반대다. 디멘투스의 발악은 파괴적이다. 딸의 유품인 인형을 망토에 매단 채 사막과 황야를 헤집고 다니면서 약탈하고, 자기 같은 피해자를 다시 만들어낸다. 퓨리오사는 다르다. 그녀는 현재를 딛고 새 미래를 꿈꾼다. 고향에서 가져온 열매의 씨앗을 심어 새 나무를 키우려 한다. 즉, 디멘투스가 절망적인 현재에 갇힌 반면, 퓨리오사는 현재의 모래 폭풍을 뚫고 미래를 바라본다.
이 대목은 전편 못지않게 인상적인 여성 서사다. 디멘투스와 퓨리오사의 대립은 파괴적인 부성애와 재생산의 모성애의 대조나 다름없으니까. 그래서 퓨리오사는 아버지를 자처하는 디멘투스와의 관계를 끊어낸다. 그를 단순히 고문하거나 죽이지 않고 그의 몸 위에 나무를 심어 그를 살아있는 거름으로 삼는다. 그녀가 잭과 동료이자 연인이 되는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잭 역시 다음 세대를 먼저 생각할 줄 알기 때문.
액션을 넘어 정치극까지
더 나아가 퓨리오사의 복수극은 정치 드라마로 확장된다. 퓨리오사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임모탄 조와 디멘투스의 차이는 명확하고, 그 덕분에 그들의 합종연횡을 지켜보는 묘미도 커진다. 사실 퓨리오사는 디멘토스보다도 임모탄 조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단지 물과 같은 자원의 독점 여부를 두고 비전의 모습과 방법론이 달랐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임모탄 조는 퓨리오사가 그러했듯이 디멘투스와 싸울 수밖에 없다. 미래를 걱정하는 자와 현재만 사는 자의 충돌은 필연적이니까. 실제로 임모탄 조가 물, 가스, 식량, 무기 공급을 유지하며 장기적인 생존을 추구하는 반면, 디멘투스는 지금 당장 먹고살고 자원을 소비하기에 급급하다. 문명 붕괴 45년 후라는 시간대를 고려하면 이 전쟁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치극의 묘미는 <매드맥스> 세계관이 확장하는 데도 공헌한다. 두 빌런은 전편에서 짧게 언급된 공간을 오가며 전쟁을 펼치기 때문. 전작이 사막과 황무지라는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세 개의 도시가 전면에 등장해 권력의 삼각형을 묘사한다. 재등장한 시타델은 물론, 유전 한가운데에 위치한 가스타운과 거대한 광산을 연상시키는 무기 농장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두 주연의 연기도 일품이다. 안야 테일러-조이의 경우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약한 소녀부터 냉철한 여전사까지 더 폭넓은 이미지를 소화하며 미완의 퓨리오사를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디멘투스는 잔인함과 유머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아낸 크리스 헴스워스 덕분에 임모탄 조에 비견될 만한 빌런이 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퓨리오사>는 전편 못지않은 걸작이다. 사건이 아닌 인물을 다루다 보니 덜 직선적이고,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더 풍성해진 <매드맥스> 세계관을 맛보고, 퓨리오사의 복수극을 두세 번 곱씹어 보는 경험은 거부하기 어려운 영화적 경험이다. 전편에 열광한 관객이라면 더더욱.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분노의 도로> 그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모래와 쇠를 달구는 그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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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I'll Take Care of You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고
거기엔 아주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김지연, 「마음에 없는 소리」 p.194그냥 무난하게 살아도 공들일 것이 참으로도 많은 삶. 여기, 양쪽의 세계를 넘나들다 어느 한쪽도 놓지 못하고 더욱더 지극하고 괴로울 공들임을 자청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SYNOPSIS
한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고 있는 10대 네지마. 그런 네지마의 인생이 라이벌 패거리의 지나를 만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적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비밀리에 연인 관계를 맺는다. 네지마는 조직원으로서의 자아와 지나를 향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그 누구도 이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제 네지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본 작품은 감독의 창작 의도에 따라 2:1 화면비로 제작되어 상영 시 스크린 상하좌우에 여백(윈도박스)이 포함됩니다.
감독
마리옹 드세뉴라벨
출연
리나 엘 아라비, 에스테르 베르네-롤랑드 등
노랗고 어둑한 상영관 안이 까맣게 물들고, 까만 화면이 빛을 품은 이미지로 발현한다. 귓전을 때리는 음악과 화면 중앙을 크게 채운 이름들. 인물의 뒷모습을 바스트 샷으로 잡은 첫 씬이자 첫 컷, 그리고 엔딩크레딧 같은 롱테이크를 보며 생각했다. 어, 나 이거 좋아할 거 같아. 동시에 용두사미로 끝날까 봐 커지는 기대만큼 괜히 조마조마해지는 마음. 간단한 시놉시스만 읽고 보는 영화의 묘미는 이런 게 아닐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네지마. 서로를 굉장히 잘 아는 듯 얼굴만 봐도 웃음부터 나오는 사이였다. 여름 바캉스를 어디로 떠날 작정으로 일상을 평화롭게 보내던 중 네지마의 시선이 문득 멈춰 선다. 복도에 가득한 짐. 짐의 크기나 규모로 보아서는 이사를 온 것 같다. 왠지 모를 호기심인지 네지마는 짐의 주인이 내는 소리를 홀린 듯 따라간다. 그리고 보았다. 앞으로 자신에게 온갖 혼란을 안겨줄 여성, 지나를.
학교. 반주 소리만 듣고 무슨 노래인지 맞추는 게임에 학생들은 치기 어린 경쟁심을 부렸다. 네지마도 눈을 반짝이며 소리에 집중하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도발에 은근히 응한다. 그 공간에는 지나도 있었는데, 네지마는 그와 슬쩍슬쩍 눈을 맞춘다. 그러다 완전히 지나에게로 시선이 쏠리게 된다.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서 엇갈리듯 끝없이 닿았던 시선. 둘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눈빛으로 모든 게 통하는 것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호기심을 드러내고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애석하게도 지나가 속한 무리는 네지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하지만 네지마는 지나에게 사적인 마음을 품었고, 양쪽에서 티 나지 않게 줄타기를 하려 든다. 네지마 무리가 늘 차지하던 벤치에 떡하니 누워있는 지나를 말로 설득해 내쫓으려는 식으로, 친구들이 지나와의 접점을 만들지 않게.
그러나 네지마는 서툴다. 설명이 불충분했다. 무작정 나오라고,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우리 자리라고 하면 누가 설득이 될까. 애석하게도 네지마의 마음을 모르는 친구들은 지나를 위협하면서까지 그 자리에서 쫓아낸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사촌 지나가 다쳤으니 지나 무리도 가만있을 리 없다는 게. 두 집단의 사이는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친구들의 도 넘은 행동에 지나는 크게 상처받고, 둘 사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갈라선 것 같지만 풍덩, 시원한 물이 둘의 갈라진 틈을 메운다. 서로 한 번씩 아픔을 주고받은 셈이다.
네지마는 아파트 복도에서 저도 모르게 지나에게 입을 맞추고, 그 자리를 도망친다. 샤워하면서 입술을 벅벅 문질러봤자 마음에 새겨진 흔적이 사라질 리 없다. 자꾸만 걷잡을 수 없이 깊어가다가 둘은 자신들만의 비밀 아지트를 옥상에 만든다. 비치 타월 같은 러그를 깔고, 가볍게 먹고 마실 음식물을 두고. 우리가 자유롭게 누비는 땅에 비해서는 협소한 공간이지만, 사방이 뻥 뚫렸기에 마냥 자유로워 보인다. 둘만의 바캉스 같기도 하고.
아지트 안에서의 안전함이 현실에서도 무난히 넘어갈 줄 알았는지, 순간 넋이 팔렸는지, 그들은 처음 입맞췄던 복도와 비슷한 파티장에서 입을 맞춘다. 시작은 몰래였지만 계단에서 올라오는 네지마의 친구들은 둘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목격하고, 네지마를 힐난한다. 배신이라고.
이 배신은 단순히 사랑을 숨긴 것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네지마는 알제리에서 온 사람이고, 알제리는 국교가 이슬람교이니 주변의 매몰찬 반응은 당연하기도 하다. 동생마저 언니인 네지마를 외면해서 완전히 홀로 고립된 네지마, 유치원 때부터 함께 알고 지낸 남자인 친구만이 네지마를 두둔하는 동시에 네지마를 공격했다.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며.
네지마는 스쳐가는 말처럼 지나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다 쿨한 줄 안다고. 그래서 그런 척을 해야 하는데 너한텐 솔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나를 택하는 순간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서 꽉 막힌 틀 밖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유일한 사람인 지나를 외면하고 만다. 앞서 말한 것처럼 네지마는 서툴다. '남들이 알고 있는 네지마'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고 욕구를 참아왔으니.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겨우 10대인 이 두 사람이 뭘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은 도망치는 것으로, 한 사람은 계속 연락을 시도하는 것으로 각자의 방향만 추구하다가 뜻밖에도 지나의 사촌 언니가 홀로 있는 네지마를 찾아온다. 겁주거나 경계하려는 게 아니고 조언을 하고자. 이렇게 도망만 다니지 말고 선택을 하라고.
그리고 끝내 네지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정반대인 양쪽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옥상에 자그마한 텐트를 설치하고, 지나를 불러다가 이곳을 보여주고, 밖에선 서로를 싫어하는 것처럼 굴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솔직하게 있자고.
아파트 복도에서 옥상, 그리고 옥상의 작은 텐트까지. 그들이 솔직해질 수 있는 자유의 범위는 점점 좁아져만 갔다. 그럼에도 현실과 바람 어느 한쪽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융화하고자 했던 네지마의 노력이 잔상에 남는다.
아직은 아늑하고 비좁은 세계일지라도 소중한 둘의 세계가 현실과 맞닿을 수 있기를. 희망을 버리기엔 네지마의 선택이 무척 희망차므로, 나 또한 그 희망에 물들고 싶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8/25(THU) ~ 9/1(THU)
2022-08-28 | 17:00 - 18:2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2022-08-31 | 16:30 - 17:5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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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무해하고도 진실된 자작극!
‘어떻게 결혼을 가짜로 해?’ 다큐를 완성하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올리는 영화 <다우렌의 결혼>을 보면 이 말이 나올 법하다. 다큐를 찍기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간 조연출이 신랑 행세를, 그 마을 처녀가 신부 행세를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거짓 결혼에 하객들은 진심으로 이들의 행복을 축하한다. 중요한 건 카메라에 담긴 모든 이들의 모습이 진짜 행복해 보인다는 점이다. 어쩌면 가짜처럼 느껴지는 건 카자흐스탄의 믿을 수 없는 자연 풍광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 조연출 승주(이주승)는 비행길에 오른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결혼식을 찍어오면 입봉 기회를 준다는 말에 이 프로젝트를 덥석 문 것. 하지만 촬영감독 영태(구성환)와 함께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그는 첫 시작부터 삐거덕거린다. 현지에서 만든 연출 유라(박루슬란)는 촬영을 하기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찍기로 한 고려인 결혼식은 늦게 도착해 기회를 날려버린다. 연출자도 없고, 제작비도 떨어져 가는데, 제작사는 어떻게든 찍어오려고 말할 뿐. 승주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이들은 유라의 삼촌 게오르기(조하석)가 있는 마을로 향하고, 그곳에서 가짜 결혼식을 준비한다.
<다우렌의 결혼>은 진짜를 찍고 싶은 한 남자가 가짜 결혼식을 만들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심의 힘을 깨닫는 내용이다. 승주는 찐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하청으로 받은 해외 영상에 가짜 이름을 지어내는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입봉의 꿈을 놓지 않는다. 비루한 현실에 봉착했어도, 심지어 이국땅에서 가짜 결혼식을 만들고 직접 신랑 역을 할 정도로 그에게 꿈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놓친 게 하나 있다. 진심을 담는 방법이다. 극 중 제작사 대표에게 자신이 만들려는 다큐 <갈치의 꿈>을 피칭하는 장면이 나온다. 새끼 갈치가 어른 갈치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아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에 대표는 생김새가 비슷한 새끼 갈치를 어떻게 알아보고 어른이 될 때까지 담을 거냐고 반문한다. 그만큼 현실화가 어렵다는 말인데, 이는 진짜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전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답을 하는 것처럼 승주는 가짜 결혼식을 촬영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진심을 담는다면 아무리 거짓으로 포장된 자작극이라고 할지라도 보는 이들에게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말 그대로 감독은 승주를 통해 겉이 아닌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가짜 신부 역할을 하는 아디나(아디나 바잔)를 통해 비춘다. 카자흐스탄에서 주목받는 양궁선수였지만, 아픈 엄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사는 그녀는 자신의 꿈처럼 살지 못한다. 어쩌면 아예 마음을 접은 상황. 하지만 가짜 신랑인 승주와 연을 맺으면서 잊고 지냈던 꿈을 되살린다. 지금은 자신이 그리던 삶과 다른 가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간 진짜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가짜 신랑이지만 승주가 지닌 진심이 가닿아 그녀를 변화시킨 것이다.
그 변화는 아디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너무나 착하고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이 결혼식이 진짜라고 생각하며 승주와 아디나를 축복한다. 그리고 결혼식에 참여해 행복하게 살라는 말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흥겹게 춤을 춘다. 그 순간 이 결혼식은 진짜가 되고, 승주의 진심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국 진심이 이들을 엮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야기 자체는 허술하다. 다큐를 완성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승주는 매번 난관에 봉착하지만, 고민에 비해 쉽게 해결된다. 승주와 아디나의 감정 교류도 미흡하고, 난데없이 등장하는 멧돼지 사냥 장면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하지만 큰 고민 없이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감사하며, 친한 사람들과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처럼, 관객 또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 분위기에 동화된다.
이주승, 구성환 콤비는 영화의 분위기를 전하는 안내자를 자처하는데, 이주승은 극의 중심을 잘 잡아나가고, 구성환은 마을 사람들처럼 잘 먹고 잘 쉬는 모습만으로 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힐링 되는 카자흐스탄의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의 표정은 이내 마음을 정화시키며, 전통 음식과 결혼 풍습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극 중 승주가 가짜 결혼식을 하기 위해 선택한 카자흐스탄 이름은 다우렌이다. 이 의미는 바로 ‘행복한 시간’. 이토록 무해하고도 진실된 자작극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 그대로 행복한 시간을 마주할 것이다.
사진 제공: ㈜트리플픽쳐스
평점: 2.5 / 3.0
한줄평: 이토록 무해하고도 진실된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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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과 방 사이의 섬
온갖 유형 테스트가 범람하고 있다. 각종 심리테스트나 백문백답처럼 옛날 싸이월드에서 하던 것들이 여전히 0과 1의 세계에 돌아다니는 걸 보면 유행이 정말 돌고 도나 보다. 대부분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MBTI 테스트 변용이라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가끔 해본다. 나도 뭐라고 언어화해본 적 없는 취향을 딱 표현하는 말을 찾아내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공유하면서 내가 아는 그들의 성향과 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어서.
국내 유수의 영화제들도 ‘영화 취향 테스트’ 같은 걸 많이 하던데, 무의식 중의 취향을 확인하곤 한다. 지난 5월 전주에서 내 영화 고르는 기준에 ‘포스터’가 상당히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확하게는 분위기. 포스터나 예고편 영상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느낌이 좋으면 일단 본다. 설령 시놉시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시놉시스에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나 장점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킬링 오브 투 러버스>도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으나 시놉시스 읽고는 볼지 말 지 고민했다.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동의하고 별거 중인 부부, 결혼과 육아로 단절된 꿈을 되찾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한 아내,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새로운 애인, 그리고 거기서 펼쳐지는 감정의 자기장. 음, K-드라마로 다수의 삼각관계 클리셰에 단련된 K-유교걸은 이런 오픈 릴레이션십의 쿨한 면면이 편치 않다고.
그래도 포스터나 예고편 영상에서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일단 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점, 최근 <기생충>이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아트영화에서 손꼽히는 작품들을 계속 배급해온 북미 배급사 NEON에서 선택한 작품이라는 설명도 고민을 끝내는 데 일조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짧은 시 한 편의 전문을 떠올렸다.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내가 이 영화에서 본 건 오픈 릴레이션십 안에 놓인 세 사람의 쿨한 감정 놀음도 관능적인 육체 관계도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초라하고 보편적인 인간 감정,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과 그 실패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문이 굳게 닫힌 각자 마음의 방, 그리고 방과 방 사이 놓인 섬이었다.
영화는 기승전결을 천천히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긴장의 한복판에서 대뜸 시작한다. 잠들어 있는 아내 니키와 그 연인 데릭에게 총을 겨누다가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한숨을 푹 쉬고는 창문으로 집을 빠져나와 달리는 남편 데이빗의 모습에서.
흐리고 눈 쌓인 회색 지면에서 데이빗은 달리고, 음산하고 불안한 음악이 그 뒷모습을 따라간다. 흔히 생각하는 화성 악기의 느낌이 아니라, 일상의 소음들을 기묘하게 조합해 낸 느낌의 음악이다. 삐걱거리는 소리들이 무너져가는 관계를 드러내고, 차 문 닫는 소리들이 총소리처럼 쾅쾅 울린다. ‘체호프의 총’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그 법칙을 뒤집는 총이라는 생각도 든다. 첫 시퀀스는 그렇게 영화 전체를 멋지게 끌고 가며 영화의 짜임새를 단단히 한다. 시작된 긴장감은 영화 내내 사람을 콱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음악과 함께 사람을 영화에 가둬놓은 건 화면 비율이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4:3 비율의 화면이었다. 사실 나는 화면 비율이나 사운드 등을 예민하게 인지하는 사람은 아니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4:3 화면비는 모를 수가 없다. 옛날 텔레비전 드라마 비율이었으니까. 극장에서는 무성영화 시절에나 쓰던 비율이었고,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지 한참이라, 이제 와이드 스크린에 익숙해진 내 눈에는 화면이 좁다고 인식된다.
영화 배경으로 보이는 들판은 너무나 광활하여, 적막하고 쓸쓸할 만큼 넓게 펼쳐져 있는데, 정작 인물들은 운전석에 꽉 끼어서 대화한다. 영화의 많은 순간 운전석에서 같은 각도로 잡히는 데이빗과, 모처럼 잡은 데이트를 자꾸 뚝뚝 끊는 것 같은 아내 니키. 타이트하게 잡힌 얼굴로, 운전석에 고정된 옆얼굴로, 피로한 표정으로, 눈을 보지 않은 채로 하는 대화. 좁은 화면 비 안에서 좁게 멈춰 나누는 대화.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교착 상태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안정감이라곤 없이 불편하고 어긋난 두 사람의 삐걱거리는 관계 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의 데릭은 비집고 들어서려 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세 연인의 감정싸움이다.
이 영화를 전형적인 감정싸움 이상으로 넘어가게 하는 데에는 아이들의 존재감도 한몫한다. 어떻게 저렇게 딱 그 나이 아이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지. 막내들의 옹알거리는 대화나 행동들, 사춘기에 맞아 엄마아빠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한 큰딸의 혼란스럽고 짜증 나는 마음 같은 것들이 그들의 대사와 표정에 너무나 잘 들어가 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나온 공원에서, 로켓에 흥미를 보이다가도 잘 되지 않으니 토라지는 큰딸의 복잡한 마음도,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뒤돌아서는 누나를 보며 민망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아빠에게 “고마워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 동생의 뻘쭘해진 마음도.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돌아보는 그 순간들이 이 영화의 파편 같은 관계들을 끌어모은다. 니키와 데이빗의 전사가 자세히 묘사되지 않지만, 두 사람과 아이들 사이 몇 마디 대사에서 성긴 추측이 가능하다. 서로를 사랑한다 하며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아이를 넷 낳았고, 터울이 좀 있는 걸 보니 육아의 무한 굴레에 빠져 있었을 것이고, 당연히 힘들어 허덕이는 순간들이 있었을 테고… 그러다 보니 이 선택을 위해 기각되었던, 사랑에 비해 빛을 잃은 듯 보였던 다른 선택지들을 돌아볼 요량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도 동의하는 기이한 행태의 별거를 시작한 데까지. 그 후로도 시간이 점점 소용돌이치며 위태로워질 때까지.
일상의 소리들이 음산하고 불안한 음악을 이뤄낸 것처럼, 불행은 그렇게 일상의 크고 작은 틈에서 쌓이는 것인지 모른다. 차 문 닫는 소리가 끝내 총소리에 이른 것처럼. 배려의 겉옷을 입은 그 마음은, 딱히 크게 누구 잘못도 아니었던 마음들은, 아이들만큼도 못했다. 아장아장 걷는 걸음을 이제 막 벗어난 아이만큼도 서로에게 이르지 못했다.
잘해보고 싶었던 마음들이 실패로 돌아갈 때, 이것이 최선이었나 돌아보게 될 때, 스스로가 초라해질 때, 구질구질한 마음들이 복잡하게 안을 메울 때, 차라리 지지부진한 관계에 깔끔하게 선을 긋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 때. 더 잘해보려고 내린 선택이 회오리처럼 더 휘몰아쳐,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때 삶의 문제를 녹이는 실마리는 무엇일까.
긴장감에 휩싸여 보던 영화에서 한 줄기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순간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가 넷이나 있는 부부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보인 마음 때문이었다. 갑자기 화를 팩 내며 돌아가 버린 누나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누나의 마음이 좋지 않음을 이해하고, 덩달아 마음이 좋지 않아진 아빠를 헤아려 “고마워요”라는 말로 어색한 공기를 뚫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한다. 소용돌이치며 끝도 없이 높아져만 가는 긴장감의 끝, 보는 내내 궁금했던 결말에서 툭 터지던 마음도 함께 생각한다.
나의 방을 벗어나 서로의 사이에 있는 섬으로 나아가는 것. 더없이 차가운 온도일 것만 같았던 이 ‘트랜스픽싱(transfixing; 두려움이나 경악으로 얼어붙게 만드는)’ 로맨스의 끝에 발견한 건 초라한 마음까지도 내려놓고 문을 여는 마음, 사랑이었다.
영화 킬링오브투러버스 X 케빈오 Oh My Sun 콜라보 뮤비. 쓸쓸한 배경과 조용한 사랑이 잘 묻어나 있어 좋았다.
*영화사 블루라벨픽쳐스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영화를 감상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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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세 얼간이> 이후 인도 영화를 고르라면
시놉시스
2001년 인도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한<뒤바뀐 신부들>은 같은 기차에서 길을 잃은 두 어린 신부의 모험을 그린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사건들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과 여성성, 인생 자체에 대해 엄청난 발견을 한다.
EDITOR AMY
인도의 국민 배우이자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아미르 칸이 제작하여 화제를 모은 <뒤바뀐 신부들> .
결혼식을 마치고 풀과 디팍은 발디딜 틈도 없는기차에 오른다.
기차에서 졸던 디팍은 도착지에 도착한걸 알게 되자 베일에 쌓인 신부를 깨우고 황급히 내린다.
하지만 신부는 폴이 아닌 다른 신부임을 깨닫는데..기차에 남겨진 신부 풀, 비밀을 숨기는듯한 또다른 신부 자야.
폭력적인 자야의 남편과 애타게 풀을 찾는 풀의 남편 디팍까지, 인도의 전통적인 문화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낸다!
인도문화
‘인도의 결혼식’이 주 내용인 만큼 영화는 인동의 전통적인 문화와 특성을 녹여냈다.
인도의 사회적, 종교적 특성을 보여주는데 카스트제도는 물론, Pativrata라 하여 결혼한 여성은 남편에 복종하고 정절을
지킬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하는 힌두교 도덕관, 결혼을 할때 신부측에서 과도한 지참금을 마련해야하는 악습,
인도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가정폭력 등 듣기만 해도 구시대적이고 무거운 내용들이지 않은가?
영화는 사회고발을 택하는 대신, 블랙 코미디를 활용하여 뒤트는 방식을 선택했다.
부패한 경찰들은 최선을 다해 돈을 뜯고, 이제 막 결혼한 커플의 남자에게 어른들은
지참금을 얼마나 받았냐며 대놓고 조롱한다. 이런 당당한 태도들이 관객을 더 웃음짓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의 여성
뒤바뀐 두 여성 풀과 자야. 그 둘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극적이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풀은 본인이 살던 주소는 물론 시댁 주소도 모르는 멍청한(?) 면모를 보인다.
지식은 조금 모자랄지 몰라도 생활면에서 야무진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금기시 되는 남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것
뿐만 아니라, 명문 대학교에 갈 정도로 비상한 머리를 지니고 있는 자야는 결혼한 남편에게 벗어나기 위해
홀로 탈출 계획을 세운다. 전통적인 여성, 현대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주체적인 여성을 제시한다.
폴과 자야, 최선책을 택해야만 할까?
두 여성은 자신이 선택한 삶에 최선을 다한다.
폴은 그토록 바래왔던 남편과 재회에 성공하고, 자야는 사람들의 오해와 의심의 눈초리를 벗겨내어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 꿈꿔왔던 대학교로 향한다. 영화는 전통과 현대 둘 중 한편에 발을 올리지
않고 공존을 택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질문은 한국에도 대입을 해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혼이 급증하면서 결혼과 비혼에 관한 토론이 뜨겁다.
서로가 맞다며 기혼자는 비혼자를 비난하고 기혼자는 비혼자를 비난해야만 하는걸까?
스스로 택한 삶이 얼마나 귀한지 생각해봐야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폴과 자야처럼 우리가 행복할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게 최선책이 아닐까.
EDITOR 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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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의 마블 스포일러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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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상은 산돌구름에서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0. 04. 09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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