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3-05-23 07:42:44
화려한 동시에 더럽고 추잡한 그 시대 영화판, 그럼에도 영화를 사랑한다고 외치고 울부짖는 (사랑보단 토로에 가까운) 고백
영화 <바빌론> 리뷰
위플래쉬, 라라랜드로 주목받은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최신작.
1920년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에 있는 영화계 인물들을 담는 이야기로, 말 그대로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판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면 뿐만 아니라, 더럽고 추잡한 똥과 오줌, 구토, 섹스가 난무하는 어두운 이면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그렇기에 영화에 대한 고백은 맞지만, 사랑의 의미라기 보다 진실 토로의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도 담겨있다.
영화가 어떻게 변하든, 영화 속 배우들과 제작자들이 떠나가든, 영화는 불멸하며 그러므로 영화에 관계된 모두는 불멸하며, 그에 대한 사랑도 불멸하다고 3시간 내내 강렬하게 호소하고 울부짖는 영화라 말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 죽는 것" 이라는 원피스에서의 한 대사처럼, 영화 예술 또한 창작자들이 죽어도 그들의 예술은 불멸하기에 그들 또한 불멸한 것이다.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의 정의와 본질을 아우르는 황홀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놓치면 안될 영화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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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오대수’, 사이버 렉카로 생존하라
6★/10★
배우 오태경이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의 아역을 맡은 것은 행운이었을까? 적어도 〈좋.댓.구〉를 찍을 때쯤의 오태경에게는 행운이 아닌 듯하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아역배우’라는 편견을 넘기 어려워 연기 기회가 줄어들고 점점 잊혀가는 배우 오태경.* 변화를 모색하고자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채널에는 파리만 날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조롱한다. 갈 데까지 간 태경은 큰맘을 먹는다. ‘어린 오대수’를 벗어날 수 없다면 돈이라도 벌어보자는 것.
〈올드보이〉 오대수 분장으로 구독자 앞에 등장한 그가 새로 내세운 콘셉트는 구독자 소원 수리다. 구독자가 어떤 부탁을 하던 오대수 분장을 하고 출동해 소원을 들어주는 식이다. 별 반응이 없던 이전 유튜브와 달리 새 채널에는 구독자가 스멀스멀 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액을 후원한 구독자가 소원 하나를 의뢰한다. 광화문 광장에 아무 말 없이 피켓만 들고 있는 남자의 사연을 알아봐달라는 것.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의외로 만만치가 않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적힌 피켓을 든 남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피켓만 들고 있다가 사라져버린다. 태경이 아무리 그 앞에서 말을 걸고 도발해도 꿈쩍도 않는다. 이에 ‘피켓남’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하고, 어느새 태경의 유튜브 채널과 피켓남은 전 사회적 화젯거리가 되기에 이른다.
〈좋.댓.구〉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이 곧바로 돈과 영향력으로 전환되는 시대의 모습을 그린다. 스크린라이프 형식을 차용한 영화는 내내 인터넷 방송 화면으로 이어지는데, 유튜브 이용자의 댓글과 ID를 비롯해 온라인 방송 제반 등을 현실감 있게 재현해 몰입감을 높인다. 구독자 수를 합치면 4,000만에 이른다는 실제 인플루언서들과 깜짝 놀랄 만한 카메오도 많이 나와 재미를 더한다. 진실‧사실보다는 관심‧호응이 더 중요한 우리 시대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영화를 따라가는 재미는 상당하다. 관객과 수싸움을 하려 드는 반전이 아니라 영화의 플롯과 메시지를 살리는 반전이 연이어 이어진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이버 렉카’의 난립에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겠다는 회의가 들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믿음의 불가능은 회의를 불러오지 않는다. 어차피 처음부터 사람들이 원했던 건 진실이 아닌 관심거리였을 뿐이고,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유튜버는 자신이 그 관심의 통로가 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리틀 오대수’가 사이버 렉카들 틈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그들의 선동에 들썩이며 부화뇌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렉카들은 동시대인들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상민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오태경 배우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고 밝혔고, 오태경 배우 역시 이 영화의 70~80% 정도가 자신이 이야기 같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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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지난 5월 6일 넷플릭스의 <안나라 수마나라>가 전세계로 공개되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중에서 '뮤지컬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만큼 한국의 뮤지컬 미디어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바로 보고 싶었으나 최근 일이 너무 밀려 어제 날을 잡고 1화부터 6화까지 한번에 정주행했다.
앞서 말하자면 드라마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뮤지컬 영화(드라마) 특유의 감성과 볼거리를 최대한 잘 살리고자 노력한 것이 눈에 보였다. 네이버 웹툰 원작 <안나라 수마나라>와는 다소 그 분위기가 차이가 있지만 오히려 리메이크된 드라마의 분위기가 더 좋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 글을 통해 '뮤지컬 영화(드라마)'의 간단 이야기와 함께 <안나라 수마나라> 간단 리뷰, 볼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뮤지컬 영화> 어디까지 아세요?
▶ 사실 뮤지컬 영화는 아주 아주 오래된 장르의 영화이다. 오래된 영화를 좋아하시지 않거나 영화사, 영화학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대부분 <맘마미아> <라라랜드> <레미제라블> 정도로 뮤지컬 영화를 처음 접할 가능성이 큰데, 뮤지컬 영화의 시초는 무려 1927년 <재즈 싱어>이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오던 시절, 음악과 효과음에 관하여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기인 만큼 20년대 후반 부터 TV가 대중에게 보급되기 전까지인 50년대 까지는 정말 무수히 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8)>를 필두로 <환타지아(1940)>, <피노키오(1940)>, <아기코끼리 덤보(1941)>, <아기사슴 밤비(1942)> 등 디즈니사가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최초로 시도한 시기도 이 당시이다.
▶ 다만 50년대 전세계적으로 TV가 차츰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영화 시장 자체가 상당히 침체되는데 이때 당시에 뮤지컬 영화는 특히나 심한 타격을 입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도 뮤지컬 영화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는 <파리의 미국인 (1951)>, <Singin' In The Rain (1952)>, <The Band Wagon (1953)>, <7인의 신부 (1959)> 4작품 개봉하여 뮤지컬 영화는 역사로 사라지진 않고 잘 버텨주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뮤지컬 영화 장르 특성상 20 ~ 30대 여성관객이 주를 이룬 터라 매니아틱한 한계가 있어 현재까지 넘어오더라도 다른 장르영화에 비하면 그 수가 현격하게 낮다. 그래서 가끔 한 번씩 나오는 뮤지컬 영화를 보면 개인적으로 환장하는 이유이다...ㅎ
※ 위에 언급된 작품 이야기도 더 디테일하게 하면서 뮤지컬 영화 자체에 대해서 더 길고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긴한데 ,그렇게 하면 역사 수업마냥 너무 길고 재미 없어져서.. 나중에 반응이 좋으면 한 번 더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 <뮤지컬 영화> 호불호가 왜 심한거야?
▶ 뮤지컬 영화는 영화가 가진 시, 공간적인 제약 없이 조금 더 사실적으로 시각적 효과를 사용해 흥미를 유발하고 영화를 보면서도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이야기에 '노래'와 '안무'가 반드시 혼재되어 줄거리를 전진시키거나 등장인물을 발전시킨다. 즉, 기존 영화에서 당연하게 지켜지던 '인-과'와 '기-승-전-결'의 형태가 흔들리게 된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노래와 안무로 갑자기 모든 갈등 상황이 풀린다던가, 너무 슬픈 상황에 갑자기 주인공이 노래 한 곡 불렀더니 내적 발전을 이룬다던가 하는 것이 좋은 예시이다. 보통의 영화라면 갈등 해소를 위한 장치 혹은 사건이 있어야하고, 등장 인물이 내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만큼의 시련과 계기가 있어야하는데 '뮤지컬 영화'에는 이게 명확히 없다. 이렇듯 영화 감상에 있어 '서사(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대리만족이나 간접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뮤지컬 영화'는 다소 유치하고 '영화'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보통 영화는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뮤직비디오'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뮤지컬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뮤지컬 영화'가 갖는 이 고유의 특징 자체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 반대로 '뮤지컬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런 서사 중심의 이야기 전달이 아닌 뮤지컬 영화의 '연출'자체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뮤지컬 영화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기엔 영화 자체의 압도적 연출에 반해 그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그 '장면'들이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뮤지컬에서는 할 수 없는 영화라는 미디어 장르에서만 가능한 극한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연출'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매력적인 특징이다. 영화라는 공간을 정말 영화처럼 쓰는 장르는 당연코 뮤지컬 영화가 최고이다. 현대 영화에선 찾기 힘든 정말 다양한 미장센이 쓰이고 시각적으로 화려한 다양한 색채와 효과가 쓰인다. 오히려 영화라는 편집이 들어가는 미디어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아닐까. 이러한 뮤지컬 영화의 특징은 어떤 장르영화 보다도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 영화는 서사나 등장 인물의 감정을 노래와 안무가 이끌어간다. 이 부분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나 너무 힘들고, 슬퍼."라고 한 마디 대사로 전달되면 되는 주인공의 감정이 노래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굉장히 서정적이고, 한 마디 대사보다는 길지만 오히려 감정선의 공유는 함축적이다. 이 함축적인 감정의 공유가 영화(드라마)를 보는 내내 지속되고 끊이 없이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굉장히 뜬금 없는 타이밍에 나오는 '노래'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굉장히 함축된 타이밍에 나오는 '노래'라는 것이다.
? <안나라 수마나라>는 어땠어? 볼까 말까?
▶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이태원 클라쓰>의 연출을 맡은 김성윤 감독님의 작품 <안나라 수마나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드라마 자체는 인생에 대한 아름다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게 쉽지 않은 사회에서 꼭 사회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단 한 사람만 믿고 지지해준다면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메시지 말이다. 너무나 동화같은 소재지만 현대를 살면서 이보다 필요한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는 총 6부작으로 '아이', '일등', '리을'의 관계를 통해 서로 발전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렇게 보니 감독님이 예전에 연출하신 <드림하이>가 생각도 나네요.. 보신 분이 있으시려나ㅋㅋ)
▶ 드라마가 '뮤지컬 드라마'라고 하여 크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솔직히 엄청 심하게 '뮤지컬'적 요소가 강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애초에 김성윤 감독님이 <안나라 수마나라>를 "감성 성장 드라마"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음악은 작품 속 인물의 성장에 따른 순간 순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지 엄청나게 이야기의 중심 축을 이끌고 갈만큼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극불호 하시는 분이 아닌 이상 <라라랜드>정도는 엄청 재밌게 보진 않았지만 적당히 재밌게 봤다하시는 분은 한국적인 뮤지컬 드라마의 만남이 너무 어색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그래도, 애매하다면 1화 정도 보시고 나머지를 볼지 말지 결정하셔도 괜찮을 것이다. 1화 분위기가 거북하지 않다면 나머지 5개의 회차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 <안나라 수마나라> 원작과는 어때?
▶ 개인적으로 웹툰이나 소설등으로 원작있는 작품의 영화나 드라마화에서 원작과 비교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원작의 오래된 팬 분들이 무작정 깎아 내리는 것도 싫고, 매체 자체가 다른 두 작품을 그렇게 비교하는 게 그리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안나라 수마나라>도 원작이 흑백 웹툰인 것에 반해 드라마 내내 상당히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빛을 굉장히 신경써서 사용한다. 나아가 각 캐릭터의 성격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딱히 비교할 것이 없다. (원작과 다르다고 해서 작품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작품이 나쁘면 그냥 작품이 별로인것이지..) 다만 웹툰이든 드라마든 <안나라 수마나라> 속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원작의 팬이라면 원작과는 이런 차이가 있구나 하면서 감상하셔도 재밌을 것이고 원작을 아예 모르시는 분이라면 이런 소재의 뮤지컬 드라마가 있구나 하면서 감상하시면 좋을 것이다.
▶ 최근 넷플릭스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이 장르물 중심이었기 때문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은 <안나라 수마나라>를 통해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고 아름다운 연출을 감상하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추천하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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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리에 박히는 강렬한 영화
지난 5월 12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5월 25일 개봉 예정인 <더 노비스> 초청 시사회에 참석했다.
처음 가보는 광화문 씨네큐브라 굉장히 기대했는데 영화관 시설 자체는 좌석 사이에 거리도 넓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만 영화관 내 취식이 안돼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못 본점은 다소 아쉬웠다..ㅠㅠ
아무래도 관리 인원이 적다보니 극장 내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취지가 아닐까 싶다.
본격적으로 <더 노비스> 관람 후기 및 개인적인 리뷰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없이 적으려고 하는데, 혹시 영화 정보에 민감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25일 개봉 이후 다시 이 글을 찾아주시면 감사하겠다.
? 영화 <The Novice>
1. 강렬한 심리 스릴러물
▶ 영화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주인공의 '1등'을 향한 광기어린 집착에 관한 심리 스릴러물]이다. 살인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고 사건도 형사도 없지만 <더 노비스>는 스스로의 영혼을 살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심리적 스릴러물이다.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을 좀 먹는 열등감과 오직 1등을 향한 집착으로 인해 망가지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범죄 수사물보다 더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 초반에는 주인공의 심리와 모습으로 하여금 관객에게 '와 정말 힘들겠다.' '엄청 훈련이 힘들겠네' 등의 공감을 사게하는 듯 하지만, 종장에는 관객을 철저한 관찰자로 만든다. 관객은 불안감에 좀먹힌 주인공의 모습을 러닝타임 내내 보면서 처음에는 안쓰럽다가도 종장에는 '저렇게 까지 해야하나?' '끔찍하다'와 같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영화가 의도적으로 주인공이 불안해하는 이유, 광기어린 집착에 대한 타당성 등을 정확하게 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관객은 그저 1등을 향한 광기어린 집착에 대한 묘한 불쾌감과 그런 모습에 끔찍함을 느끼게 된다. 굉장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플롯 구성이다.
▶ 이런 주인공의 집착과 불안감을 잘 연출한 영화를 생각하면 역시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블랙 스완>이 떠오른다. 애시당초 이번 영화 <더 노비스>의 감독 로던 헤더웨이가 이번 작품을 두고 “조정을 소재로 한, <블랙 스완>의 느낌이 드리워진 <위플래쉬>” 라고 말을 했을 만큼 <블랙 스완>의 분위기와 정말 흡사하다. <블랙 스완>역시 발레를 하는 주인공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질투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카메라 무빙과 혼란스러운 컷 전환을 통해 잘 연출한 작품이다.
2. <위플래쉬>가 떠오르는 색다른 음악 연출
▶ 영화 <더 노비스>는 음악적 연출에 있어 상당히 진심이다. 영화 내내 대사 없이 음악과 카메라 연출로 주인공의 긴장감, 불암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엄청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조정'이라는 물 위에서 하는 스포츠를 소재로 삼고 있는 이 영화는 물 위에서의 <위플래쉬>라고 생각이 들만큼 음악과 연출적인 면에서 정말 많은 신경을 썼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 사용이 다소 클리셰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테지만, 앞서도 설명했 듯이 범인이 나오지도 귀신과 같은 무서운 존재가 나오지도 않는데 오직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데 있어 적절한 음악 사용을 통해 컷을 전환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 반가워요 '이사벨 펄먼' 배우님 !!
▶ 마지막으로 이사벨 펄먼 배우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09년에 개봉한<오펀 : 천사의 비밀>을 제외하고는 배우님이 나오는 다른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오펀 : 천사의 비밀>에서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인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으신 배우이다. 이번 <더 노비스>에서는 한 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당시에는 밖으로 배출하는 광기어린 연기를 보여주셨다면 지금은 자기 자신을 좀먹는 소름끼치는 내적인 연기를 보여주신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번 영화에서 너무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셨다. 사실상 <더 노비스>는 이사벨 펄먼 배우님 1인극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 한줄 평
" 뇌리에 강렬하게 박히는 강렬한 스포츠 심리 스릴러물, 그런데 거기에 <위플래쉬>같은 음악적 긴장감을 더한. "
※ 아래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요! 영화 보고 나서, 다시 돌아와서 의견을 적어주세요! ※
? 개인적으로 궁금해요!
▶ 곧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이번 영화를 감상하시고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사실 이 영화의 결말이 일정 부분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과연 다른 분들은 어떤 결말로 이 영화를 이해하셨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결말 부, 주인공은 비와 천둥이 치는 악천우 속에서도 홀로 경주를 마치고는, 기록을 적는 게시판에 가서 기록을 적고 기록과 함께 자신의 이름도 지워버린다. 이후 숙소를 나오며 영화는 엔딩 타이틀이 올라간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의 기록을 관객은 알 수 없다는 점과 주인공이 이름을 지우고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집착을 벗어버렸다기 보다는 결국 1등이 되지 못해 포기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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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당신을 사랑했더라면.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당신을 사랑했더라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최악의 다른 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도 또 다른 선택을 하는 율리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의 이상향과 사랑은 빠져들었다고 생각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에는 많은 문제에도 포기하지 않는 성격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가 아닌 정신과 감정을 좇던 율리에는 사람 자체를 담는 일을 선택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무엇이든 해내며 끊임없이 변화를 마주하는 율리에 와 그를 아우르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로 하여금 최악의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큰 힘을 싣는다. 좀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여자와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은 왜 그에게 있어서 최악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율리에는 정착하지 못한 채 지나간 시간 앞에서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편안함 앞에서 족쇄를 느끼기도 하고 낯섦에서 자유를 느끼며 또 다른 선택을 한다. 율리에는 현재의 감정과 지금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감정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것들을 남겨둔 채 세상이 멈춘 것처럼 끊임없이 달린다. 그렇게 도착한 사람과 사랑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 놀라우면서 동시에 부러웠다. 도저히 쉽지 않은 그 선택은 자신을 위해, 자신에 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것 중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 없기에 더더욱 그랬다. 현실을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를 제쳐두며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선택할 수 없었을 텐데 그는 온몸으로 혼란에 부딪힌다.
그가 지나쳤던 것들에 의해 다시 배우기도 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아가고 생각으로 그치지 않는 행동은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자신의 본질을 찾아간다. 받아들이는 의연함과 현재에서 비롯된 미래를 잃었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 내가 사라지면 내가 기억하는 너도 사라질 거라는 말로 남는다는 것도 그가 했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가 했던 선택이 결코 쓸모없는 행위가 아녔음을 방증한다. 수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후회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이유인가 보다.하지만 그 사랑에도 끝은 존재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흩어져 사라지고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을 마주한다. 사랑할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최악이었던 내가 보였다. 사랑할 땐 최악이 되었던 '나'는 '나'를 사랑하기에 더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수많은 챕터를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가 했던 선택과 사랑은 그저 치기 어린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르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욕심, 누군가에겐 상처였던 율리에의 사랑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며 진정으로 원하던 사랑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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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함의 위대함이 담긴 따뜻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개봉 전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잘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재능을 찾는 과정은 계속 이어진다. 그 무언가를 빨리 찾은 사람들은 그 길을 자신의 길이라 믿고 최선을 다해 그 능력을 배우려 노력하고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그 능력을 이용한 직업을 찾아서 생활을 해나간다. 그 특별한 재능은 한 사람을 특정 짓는 것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을 찾는 과정은 삶에서 꽤 중요하고 어쩌면 그것을 찾는 과정 자체가 삶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재능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성인이 될 때까지 특별한 무언가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많은 일 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을만한 일을 찾는다. 그렇게 자신만의 직업이 생기고 그것을 해 나가지만 좋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모습을 동경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팬이 되기도 하고, 그들과 가까워지고 힘이 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재능을 찾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모습을 꿈꾸지만 마음 깊숙한 곳엔 열등감이 싹트기도 한다. 그런 나쁜 생각들을 억누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정적 감정은 겉으로 표출되기보다 안에 쌓여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그것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은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이다.
마법능력을 가진 마드리갈 가족의 이야기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개개인이 각기 다른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드리갈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그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특별한 마법의 힘을 얻지 못한 미라벨(목소리:스테파니 비트리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드리갈 가족은 할머니 아부엘라(목소리:마리아 세실리아 보테로)가 얻은 촛불의 마법 덕분에 모든 가족들이 각자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마법의 문을 열어 자신만의 능력을 얻는다. 미라벨도 그 시기가 되어 마법의 문 앞에 서지만 그에게는 마법이 주어지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의 능력은 다양하다. 미라벨의 엄마 훌리에타(목소리:앤지 세페다)는 음식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언니 루이사(목소리:제시카 다로우)는 힘이 세서 무엇이든 들고 옮길 수 있다. 또 다른 언니 이사벨라(목소리:다이앤 게레로)는 자유자재로 아름다운 꽃을 만들 수 있다. 그 밖에도 날씨를 조절하거나 작은 소리를 잘 듣고, 미래를 보는 등의 능력을 가진 가족들의 모습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실제로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마드리갈 가족은 그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마드리갈 가족을 신성하게 여긴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미라벨이 등장할 때, 그의 모습은 그저 밝아 보인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마드리갈 가족들이 가진 마법을 하나씩 설명할 때 그의 얼굴은 자랑스러움과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하지만 그가 특별한 마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의 표정은 아쉬움이 가득하고 실제로 미라벨의 표정도 작은 아쉬움이 보인다. 이내 다시 미소를 되찾고 자신의 가족들의 능력으로 충분하다는 미라벨의 말은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잘 보여준다.
가족 중 유일하게 평범한 미라벨, 그가 가진 감정
<엔칸토:마법의 세계>의 초반, 극을 이끄는 주된 감정은 아쉬움이다. 주인공 미라벨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은 마법에 대한 아쉬움과 약간의 열등감을 천천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굉장히 낙천적이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건 미라벨이 가진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그가 가진 가족에 대한 사랑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중반 이후 미라벨의 행동을 이끄는 건 아쉬움과 열등의 감정이라기보단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염려다.
마드리갈 가족의 집에 생기는 균열과 파괴는 미라벨에게만 보인다. 그 균열과 파괴가 왜 일어나는지, 왜 미라벨에게만 보이는지 같은 미스터리가 이 애니메이션이 가진 이야기의 동력 중 하나다. 이 단순한 미스터리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이 애니메이션 안에는 특별히 악당이라고 할만한 사람이나 얄미운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적 긴장감이 끝까지 잘 유지된다. 특별한 악당 하나 등장시키지 않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디즈니의 힘이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초반 관객은 미라벨의 어려움과 아쉬움을 보게 되지만 각 가족 구성원들의 감정과 진심이 드러나게 되는 중반 이후에는 그들이 가진 감정과 고충을 알게 된다. 미라벨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가족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알게 되고, 결국에 할머니가 가진 생각들까지 알게 된다는 측면에서 다르게 보면 가족의 감정을 알게 되는 어드벤처 영화로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결국에는 각 가족 구성원들까지 세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 자체가 많다.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캐릭터는 총 12명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등장인물이 많기도 하다. 이들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각기 다른 색깔로 표현해 가족들의 특징을 뚜렷하게 담았다.
아름다운 색감과 음악으로 가득 찬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무엇보다 <엔칸토:마법의 세계>는 화려한 색감을 가진 영화다. 각 가족 구성원들의 색깔을 다르게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동물들과 건물들의 색감은 화려하다. 또한 뮤지컬 장면에서 등장하는 폭죽 장면과 축제 모습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디즈니의 다른 애니메이션인 <주토피아> 제작진들이 다시 모여 만든 영화라서 아름답고 화려한 화면이 돋보인다. 또한 이번 영화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지점이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과 음악들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기 뮤지컬 <해밀턴>의 작사/작곡/주연을 맡았고, 디즈니 <모아나> OST에 참여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음악 작업에 참여하여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가 좋은 돌비 시네마에서 관람한다면 더욱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한 가족 구성원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현대 확장된 가족의 의미로 해석해 볼 여지도 있다. 비록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고, 친구들과도 그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 구성원들 간에도 평범한 사람과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뿐만 아니라 개인의 주변부로 이야기를 확대해도 충분히 공감 갈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심 캐릭터인 미라벨은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만들어낸 화합과 치유의 정서는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는 평범함이라는 위대한 마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 포스팅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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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유의 팔레트는 누군가의 페르소나가 되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는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4명의 감독이 가수 아이유이자 배우 이지은을 각기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후 만들어낸 각기 다른 단편 영화들의 모음집이다. 그 중에서 나는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오래"의 해석의 키가 될 노래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글은 페르소나 전체에 대한 리뷰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단편을 본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보고 난 후에 느낀 점이 있었다면, 이 단편들을 나름대로 해석한 글을 자신있게 발행하기에는 내가 느낀 느낌들이 너무 모호해서 내 해석을 독자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싶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난해하기도 했고, 나조차도 이 영화를 이해했다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뷰를 쓸 생각이 없었던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을 해석할 때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를 뒤늦게 찾아내어 주연배우의 앨범이 영감이 되어 하나의 영화가 된 것이 신기해 뒷북이지만 글을 쓰고 있다. 아마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아이유팬카페 러브유
나는 배우 이지은보다는 가수 이지은의 팬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로서의 그녀가 발매한 수록곡들을 많이 찾아듣는다. 그 중에서 많이 듣는 앨범은 Palette 앨범인데, 그 앨범 속에 Jam Jam이라는 노래를 다시 듣다가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최소 수십번은 들었던 노래인데, 가사가 갑자기 꽂히면서 이 가사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데자뷰를 느꼈다. 그 전에는 사실 이 노래를 들었던 이유는 가수의 음색이 도드라지는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왜 이 가사가 섬뜩할까 싶었다. 기억을 되돌려보니, 난 이 가사를 영상화했던 한 단편을 본 적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이 단편이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알 만한 사람끼리 이 정도 거짓말엔
속아주는 게 예의 아닌가요
될래 그깟 멍청이 뭐든 해봐요 우리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마요 (JAM)
설탕이 필요해
난 몸에 나쁜 게 좀 필요해
뜨뜻미지근한 건 그만해
막 솔직하겠다고? 그게 뭐라고
I need some sugar
I need something fake
진심이란 게 뭐야? 난 상관 안 해
둘 다 알잖아 Limit 곧 끝날 텐데
식기 전에 날 부디 한껏 녹여줘 Babe
Jam, 설탕 탕 탕 사랑 랑 랑
Jam, 설탕 탕 탕 사랑 랑 랑
사랑한다고 해, 입에 발린 말을 해 예쁘게
끈적끈적 절여서 보관할게
썩지 않게 아주 오래
I need some sugar
I need something fake
천연 그런 거 몰라 자극적이게
굳이 알려고 하지 말자, 의미 그놈의 의미
어서 다 녹여줘 Babe
내가 가사만 보고, 해석한 바로는, 의미없는 인간 관계에 대해 비웃는 사람의 시니컬한 모습을 상상했었다. 현대인들의 인간 관계 속에서 진심이란 생각보다 찾기 힘들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웃어야 하는 일도 다반사이고, 진심을 주었다고 생각한 관계 속에서 미묘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이 노래에 등장하는 설탕은 인간 관계에 고통받던 내가 진심인 척 다른 이들 앞에서 페이크를 연기한 나는 지금 너무 지쳤으니까 내 몸에도 페이크 같지만 확실한 자극을 주는 매개체를 선물하고, 너무 남에게 보였던 위선에 대해 곱씹지 말고, 의미 같은 건 찾지도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곡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이 나에게 보인 fake, 내가 남에게 보인 fake 모두 다 의미없는 것들이니까. 그런데 이 단편을 보고 나서 가사를 다시 읽어보니, 여자주인공을 사랑을 게임처럼 하는 팜므파탈로 설정한 이 해석이 더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사랑과 여자의 위대함을 운운하며, 남자는 여자의 사랑 없이는 의미없는 존재라는 둥 특유의 개소리를 시전하는 남자, 자신은 다른 남자와는 차원이 다른, 여자를 존중하고, 아끼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남자라는 자부심이 있는 이 남자도 결국은 보통 남자였다. 그런 남자의 하찮음을 꿰뚫어본 여자는 진정한 사랑은 구속일 뿐이고, 의미있는 관계 따위는 없다고 비웃으면서 자신이 현재 처한 미적지근한 애정관계에 돌파구를 찾고 싶다면 네 마음, 네 심장을 내보여 증명이라도 하라고 요구하며 오히려 적반하장의 역설을 보여준다. 그런 적반하장을 시전하는 여인의 마음으로 이 가사를 읽어보면, 이 여자의 팜므파탈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영화를 보면, 가사에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끊어진 연결고리를 다시금 이을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여자는 남자를 가지고 고단수로 밀당을 시전한다. 남자는 자신에게 관심없는 여자에게 자신이 뭘 포기했는지 구구절절 읊어가면서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지만 여자는 그것이 다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한다. 여자가 자신을 떠나갈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남자의 고군분투가 애잔해 보일 때가 있다.
이미 식어버린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주어진 똑같은 상황 속에서 남자의 경우, 남자는 위선이 가미된 충성심을 요구하고, 여자는 관계의 일시성을 강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사랑했던 표식, 심장을 요구한다. 심장은 한 인간의 혼, 정신, 마음을 상징하는 기관이다. 사랑이 끝난 여자에게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낸 남자의 표정은 세상을 잃은 듯했다. 마치 혼을 잃은 것처럼. 이미 사랑이 식은 여자에게 그 남자의 혼을 상징하는 심장은 그저, 한 때, 사랑을 했던 자신과 연인을 기억하기 위한 일종의 전리품이어서였을까,
그리고 노래가사와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예의". 남자는 자신의 약혼자까지 버려가면서 어린 여자를 선택했는데, 사회적으로 매장되지 않으려면 이 어린 여자와 계속 사랑을 지속시켜 나가야할 사회적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남자에게 예의란 자신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충성심을 내보이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오히려 남자에 대한 사랑이 식었음에도 가식으로라도 사랑한다고 일종의 거짓말하고 있는 자신이 더 예의있지 않냐고 맞받아친다. 그리곤 사랑이 식어버린 이 상황을 외면하려는 남자에게 굳이 관계를 지속시켜 나가야 겠다면, 너의 심장이라도 나한테 보여준다면, 유효기간을 늘려주겠다고 딜을 한다.
개인적으로 두 남녀의 각기 다른 비틀린 욕망을 예의라는 단어로 단정지으려고 하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영화의 여자를 단순히 팜므파탈이라고만 하기에는 여자의 역할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해 진지한 척만 했을 뿐 사실은 그저 젊고 예쁜 여자의 미모에 취한 한낱 위선적인 남자를 치명적인 매력과 적당한 무례함으로 참교육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하면 어떨까.
*본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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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수의 모든 것을 걸은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 본 영상은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의 스포일러를 담은 리뷰입니다.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타짜3가 개봉했습니다. 오늘은 타짜 원 아이드 잭 리뷰입니다.
광수 형님의 엉덩이는 나오지만, 순정파 곽철용 형님 같은 특급 조연은 없었습니다.
재밌게 감상해주세요!#타짜3 #타짜원아이드잭 #영화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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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에서 만난 타노스와 콜렉터 #7
환몽(幻夢) CINE 리뷰 7화_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 리뷰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의 후속작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가 개봉했습니다. 숨 막히도록 건조하게 설계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세계관이 그만큼 인상 깊었다는 의미겠지요.
기념하여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를 조금 깊게 이야기 해봤습니다!
(공교롭게도 멕시코라는 땅에서 어벤져스의 타노스와 가오갤의 콜렉터의 조우네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 특징!
- 정의를 위한 악이란?
- CIA와 FBI 이야기
- 아쉬운 점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환줄평 / 몽줄평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시카리오 #시카리오암살자의도시 #드니빌뇌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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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봐야 할 독보적 감성 & 비주얼 [원더랜드] 메인 예고편 공개! 6월 5일 극장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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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티브 맥퀸 : 더 맨 앤 르망> 메인 예고편
‘빠삐용’에 출연하기 몇 해 전,
1960년대를 대표하던 할리우드 스타 배우 ‘스티브 맥퀸’은
평생의 소원이었던 레이싱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프랑스 ‘르망’으로 떠난다.
질주하는 도로 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스크린으로 전달하고 싶던 그는
영화 제작사를 설립해 직접 감독을 섭외하고
레이싱 카에 개조한 카메라를 설치하며 열의를 보이지만,
늘어나는 촬영 회차와 투자사와의 불화로
영화는 점점 그가 원하는 방향에서 멀어져 간다.
여기에 뜻하지 않던 불의의 사고가 더해져
꿈을 향해 질주하던 그에게 브레이크를 걸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