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최우수 연기상을, 불과 며칠 전 12월 10일 유럽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2023년 새틀라이트 어워즈 2개 부문(여우주연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를 비롯해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코르사주 리뷰입니다. 바이에른 공국의 둘째로 태어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가 되어 당대 사회에서 빛나는 외모로 칭송받았고 지금도 유럽에서는 시씨라는 별명과 함께 아름다운 황족으로 기억되는 황후 엘리자베트를 그립니다. 여성미를 뜻하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숨 막힐 듯한 황실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어 했던 마흔 살이 된 그녀의 삶을 매력적인 연기와 풍부한 감정선으로 관객에게 표출해냅니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여러 부분에 노미네이트되고 수상도 이어지는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에겐 뜻깊은 작품이 되리라고 생각되네요. :)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코르사주 정보 및 예고편
당신은 그걸 대표하는 얼굴이 되면 되는 거요
시놉시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1킬로의 머리를 이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것뿐이다. 갑갑한 황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엘리자베트는 자유를 찾아 자신을 조이던 코르사주를 벗고 스스로의 초상을 완성하려 한다.
예고편│Trailer
원제: Corsage│감독·각본: 마리 크로이처
출연진: 비키 크립스, 플로리안 테히트마이스터, 카타리나 로렌츠, 마누엘 루비, 아론 프리즈, 로자 해야이 외 多
장르: 드라마, 전기, 역사│상영 시간: 114분
국가: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독일, 프랑스│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평론가 7.2, 왓챠피디아 예상 3.7, 로튼토마토 신선도 87%, IMDB 6.8, 메타 스코어 80점
개봉일: 2022년 12월 21일
수상 이력: 75회 칸영화제 배우상(주목할만한 시선_비키 크립스), 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TVE-어나더 룩 상-특별언급 (마리 크로이처), 58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실버휴고 퍼포먼스상 (비키 크립스), 35회 유럽영화상 수상유러피안 여우주연상 (비키 크립스), 66회 런던국제영화제 작품상 (마리 크로이처)
# 영화 코르사주 후기
우리는 대표적인 인물의 삶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전체적으로 ‘마리 앙투네트’, ‘재키’, ‘스펜서’등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지만 어떻게 보면 유럽, 특히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많이 알려진 황후 엘리자베스 또는 씨시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국내의 미비한 인지도를 생각하면 일반 대중에게 매력을 어필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미를 강제적으로 옥죄는 장치로 알 수 있는 뉘앙스처럼 시대의 어긋난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여성들을 비상식적으로 학대했고 실패했는지 쉽게 알 수 있기에 흥미를 가지게 합니다. 부가적인 여왕의 타이틀에 대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지만, 공식 석상에 나가기 전 코르셋을 한없이 단단히 조이고 허리를 재기 전 물속에서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체크하는 장면은 얼마나 많은 중압감이 그들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들려 케이지에 갇힌 여성들을 보며 결코 오지 않을 해방에 대한 동경과 맞닿은 안타까움, 우울함은 완연하게 갈라진 틈에 놓인 그녀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게 관객들을 이끌어갑니다.
감상을 하다 보면 연출을 맡은 마리 크로이처 감독이 한 인물에 대한 전기나 시대극의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기보다 19세기에도, 그리고 21세기에도 아름다움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자유와 해방에 대한 여성 서사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아름다움으로 일관된 여왕이라는 정체성이 주는 억압을 일부 받아들이지만, 끝없이 벗어나려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행동들은 쓸쓸한 왕실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대변해 줍니다. 결국 자신을 평생 압박한 코르셋과 1kg가 넘는 가발, 거추장스러움에도 품위라 여기는 황제의 수염, 썩을 때로 썩은 이빨을 틀니로 가리면서도 끝없이 초콜릿을 먹는 사촌 루드비히 2세까지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왕조에서 느꼈을 부패한 권위와 허울뿐인 위용은 그러한 인내에도 불가피한 도피를 행하게 만듭니다. 자신을 짓누른 겉만 화려한 궁전 실내가 미니어처처럼 바뀌는 시점은 마음속 한계가 임박했음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 속 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유명인들의 정신적 괴로움과 다를 바 없는 누군가 간절히 원했을지 모를 호화로운 생활과 하늘 아래 있는 최고의 귄위에 뒤따르는 고통이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시대상 속 개념과 모습을 떠나 아름다움만을 외치는 행태가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묘한 공명이 나아지지 않은 정형화된 초상화에 안타까움이 묻어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마지막 온몸을 내던진 탈출의 짜릿한 해방감은 많은 여성 관객에게 큰 공감과 질문을 던질 것 같습니다. 더불어 비키 크립스는 작품 내 인용된 최초의 활동사진 속 엘리자베트처럼 자신의 캔버스에 완벽히 그를 담아 속박을 벗어나려는 한 여인의 몸부림을 완벽히 소화하며 여운을 남겨주죠. 다만, 여타 유명 인물들보다 낮은 국내 인지도에 세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관람 전 잠깐의 검색을 통해 파악하면 더욱 좋은 관람이 되리라고 생각되네요. :)
한 줄 평 : 정형화된 초상화의 해방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