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3-05-25 03:23:20
비에른 안드레센의 삶의 이면,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리뷰
배우, 비에른 안드레센.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주연 배우로 유명한 배우이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 밖에 안드는 외모로, 그는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런 그의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통해 그에게 붙은 별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그러나 그의 삶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런 그를 응시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제목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은 당시 베니스에서의 죽음 영화에서의 유명세로 붙은 별명이다.
다만 이 다큐를 통해 비에른 안드레센 배우에게 붙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이라는 별명은 정말 평생을 따라다는 별명이자 낙인이었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어린 나이에 얻은 인기다 보니 당연히 좋은 의도만으로 접근하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감이 잡혔지만, 정말 어린 나이에 아동학대급으로 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한 비에른 안드레센의 가정사도 가슴 아프게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이 다큐멘터리는 비에른 안드레센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다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지금의 안드레센 배우가 바닷가에서 번갈아서 보여지는 후반부 장면은 정말 인상깊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비에른 안드레센 배우에 관심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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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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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간도 / 無間道
무간도 / 無間道
/ 스포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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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경찰이지만 삼합회에 언더커버로 들어가 있는 진영인(양조위).
그리고 삼합회지만 경찰에 들어가 있는 유건명(유덕화).
마약을 밀거래 하는 삼합회를 잡기위해 진영인과 국장은 몰래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진영인이 정보를 알려줄때마다
삼합회가 알고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는 것을 보고
국장은 경찰내부에 첩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일한 이유로 삼합회 내에 첩자가 있음을 알게되는 삼합회 보스.
이 일을 계기로 경찰과 삼합회 모두 내부 첩자를 알아내기 위해
서로를 미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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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난 원래 느와르영화 별로 안좋아했는데..
내가 안좋아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제대로 된 느와르를 보지 않았기 때문..
이 영화는 찐이다.
신세계, 디파티드 등 많은 영화들이 무간도에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지만
이만큼의 느낌을 따라오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느와르 영화라고 하면 잔인하고 어둡고 욕하고 공격적인 영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걸수도..)
진짜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가 엄청 어둡지도 않고, 욕도 많이 안하고, 잔인하지도 않은데
엄청 긴장된다.
진짜 포스터에 적힌대로 가장 완벽한 느와르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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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씬
1. 봉투에 적힌 '표'자를 알아본 진영인
2. 마지막 엘레베이터 씬
내가 여태껏 가장 최고라고 생각했던 엘레베이터 죽음씬은
올드보이의 유지태 엘레베이터 씬인데,
이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가장 인상깊은 엘레베이터 죽음씬은 무간도의 마지막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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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점
이런 명작에 내가 뭐라고 아쉬운점이네 아니네 라고 하기 좀 뭐하지만..
보면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1. 갑자기 '읭?' 스러운 감동의 물결, 로맨스 연출..
아니 갑자기 이렇게 추억을 회상하고 갑자기 이런 노래가 나온다고??
갑자기 로맨스를 한다고?? 갑자기??
-> 근데 이러한 부분이 이 영화의 매력일수도.. 그리고 뭐 엄청 방해스러운 연출도 아님. 개연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좀 읭 스럽긴 했다.
2. 기승전결이 뭔가 기 승 전... 결!!!!!!! 이런 느낌.
'기'부분은 아주 후다닥 지나가서 전혀 지루하지 않음.
'승'부분도 나름 쫄깃함
근데 '전'부분이 약간 힘이 빠진다.. 뭔가 맥아리가 없어진다..
(이 부분에서 '읭?'스러운 부분들이 등장하기 때문일수도..)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결' 부분으로 치닫더니 끝부분에서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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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부분
일단 양조위, 유덕화 모두 연기를 개잘한다. 진짜.
특히 다른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유덕화의 매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유건명 캐릭터가 정말 소름돋는 캐릭터인것 같다.
진짜 독한인간이다.
그리고,,, 진영인은 그냥 너무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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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만든 무간도에 갇혀버린 유건명"
YELM
* 본 콘텐츠는 블로거 YELM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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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기억 속에는 실사로 남다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기억 속에는 실사로 남다
영화 리뷰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감독]호아킴 도스 산토스, 켐프 파워스, 저스틴 K. 톰슨
출연] 샤메익 무어, 헤일리 스테인펠드
시놉시스] 여러 성장통을 겪으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 모랄레스. 그 앞에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우먼 그웬이 다시 나타난다. 모든 차원의 멀티버스 속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되지만, 질서에 대한 신념이 부딪히며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긴다.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서는 멀티버스의 세계가 열린다.
#스포일러 유의#
실사 영화를 보고 있는걸까??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본지 거의 3주가 다 되어 간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으면서 영화를 떠올리면 디즈니나 지브리와 같은 애미네이션을 봤다는 느낌보다 실사 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작품이었다. 분명히 2D와 3D 그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애니메이션이 분명했음에도 마일스와 그웬, 그리고 다른 스파이더맨들까지 이들을 연기한 배우가 누구였지? 하고 떠올리면 그제서야 아,, 이거 애니메이션이었구나 뒤늦게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해당 작품이 실제 배우들로 연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이건 애니메이션이어서 가능했던 작품이었다는 확신에 찬 감상평을 내릴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만화이기에 표현할 수 있었던 캐릭터의 움직임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오히려 뚝뚝 끊어지는 연출을 통해서 박진감이 더 살 수 있었던 부분 등 만화적인 요소를 부각하면서 영화의 집중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던 만화의 매력적인 부분들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결국에는 희생을 해야 되는가?
영화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은 스파이더맨이 참 안쓰럽다는 것이었다. 평행 세계 속 존재하는 아주 많은 스파이더맨들은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각자의 세계에서 다른 얼굴과 성격, 가정 환경에서 자라가지만 결국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희생을 통해서 다른 모든 이를 구하는 그런 희생적인 캐릭터였다.
이러한 과정이 없으면 진정한 스파이더맨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스파이더맨 세계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법칙에서라면 절대 스파이더맨이 되서는 안됐었던 마일스가 ‘스팟’의 농간으로 스파이더맨이 됐고, 평행세계의 대장 미겔 오하라는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마일스에게도 동일한 스파이더맨의 루트를 걷도록 강요한다.
하지만 이를 피해 마일스는 도망치면서 파트1은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왜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물론 한 세계가 사라진다고 설명은 되고 있지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가가이 들었다. 마블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희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따라야만 한다는 게 성격상 이해가 되지는 않아서 도망친 마일스를 속으로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과연 마일스가 파트2에서는 어떻게 기존 스파이더맨들을 저지하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지 기대가 되는 포인트기도 하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주얼, 설정, 사운드, 음악 등 영화의 모든 요소가 궁합을 잘 이루고 있었고, 화려함 속에서도 캐릭터의 서사를 잘 풀어내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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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두둥실 휘감은 무지개 너머, 영화 <오즈의 마법사>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유명한 작품일수록 잘 읽어보지 않게 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충은 아니까? 다른 고전도 유명한 문구만 알면 '뭐.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니까'하면서 넘기듯이. 책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얕고 넓은 교양으로만 관심이 있어서 그럴 거다. 오즈의 마법사도 비슷하다. 아, 오즈의 마법사? 알지 알지.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나오는 그 이야기. 아, 그리고 영화 OST에는 좋아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도 나오고. 주디 갈랜드가 도로시로 나오잖아. 윈드오케스트라에서 벌써 두 번이나 OST를 연주하기도 했어. 하지만 내용을 더 깊이 물어본다면 하다못해 오즈가 어떤 인물인지조차 잘 모르는 게 들통날 것이다. 그러다 드디어 읽어볼 마음이,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에 할 일 없는 일요일 저녁. 넷플릭스도 왓챠도 동하지 않는 저녁, 책장에 꽂힌 <오즈의 마법사> 책을 꺼내 들게 된 것이다.
네 다음 1939년생(!)
아차 싶었다. 선물 받아놓고 너무 고이 모셔놔 버렸네. 동화니까 술술 읽힐 테니 부담 없이 펼쳤다. 책 표지와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일러스트도 소담하니 반가웠다. 책이 좋아지는데 일러스트도 크게 한몫했다. 정말 동화 같았으니까. 얼마 되지 않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만 읽으니 아쉬워 영화도 같이 보았다. 그래, '그' 주디 갈랜드가 도로시로 나오는 그 영화 <오즈의 마법사>. 1939년에 이만한 작품을 만들었으니 문화유산에 기재될 만하다. 우리가 일제강점기일 때 어느 곳에선 이런 판타지 영화가 제작되었다니! 물론 지금 CG를 생각하면 이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다시 눈을 비비고 제작연도를 생각해보자. 1939년. 지금 어떻게 영화가 제작되는지 보다 그때 어떻게 찍었을지가 더 궁금할 지경이다.
누가 혹은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했는가
물론 문화유산이 된 것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다. 도로시를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지만 실제론 도로시에게 주어진 건 괴롭힘과 약물, 다이어트를 강요한 어두운 현실. 주디 갈랜드는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을 후회했을까? 성공은 역시 독이 묻은 행운이었을까? 그녀의 입장은 알 수 없지만 영화는 그녀가 출연하지 않았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하게 초반부터 나오는 그녀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얌전한 버전의 스칼렛 오하라를 보는 듯한 당돌하면서 귀여운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모른다. 슬픈 얘기를 많이 듣고서 봐서 그런가 간혹 투덜거리면서 봤다. 아니, 얼굴이 어때서, 체구가 어때서! 왜 못생기고 살이 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는지! 좋기만 한데.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대체 불가능하게 좋은데! 카메라가 문제였을까, 사람들의 눈이 문제였을까? 심지어 그녀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우리에게 수많은 웃음과 행복을 주고 본인은 불행했을 주디 갈랜드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면, 그 와중에 어딘가 찜찜했다면 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와 책의 기본적인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도로시는 강아지 토토와 함께 토네이도로 집째(!) 날아와 버렸다. 도로시는 고향인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친구 3인방 허수아비는 뇌를,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갖고 싶어서 함께 오즈를 찾아가게 된다. 오즈는 소원을 들어줄 테니 서쪽의 마법사를 없애라는 조건을 달았고 약속을 지켰더니 알고 보니 위대한 마법사는커녕 도로시와 집이 멀지 않은 서커스 극단 마술사. 오즈의 실체는 실망스러웠으나 모두들 원하던 것을 가지고 도로시는 토토랑 같이 집에 돌아온다. 참으로 행복한 이야기.
그러나 차이점이 명백히 존재한다. 갈등구조.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그들이 원하던 소원. 책에는 특별한 갈등구조가 있지는 않으며, 장애물이 있다 해도 함께 노력해서 고비를 넘긴다. 이미 3인방은 뇌와 심장과 용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왜 당신들만 몰라!) 뇌가 없는 허수아비가 고민의 순간 해결책을 찾아낸다거나,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이 발밑에 벌레를 다치게 할까 봐 안간힘을 쓰고, 용기가 없다는 사자가 깊은 물살을 점프해서 친구들을 데려다주고 위험할 땐 '크오와왕'하면서 위협도 할 줄 안다. 이쯤 되면 내 머리와 몸통과 내면에 있는 것은 뇌인가, 심장인가, 용기인가. 실제로 오즈가 서쪽 마녀를 없앤 대가로 준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 밖에 서로에게 의지하며 위기를 헤쳐나갔다는 점, 그리고 각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 또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 약간 잔인하기는 하다. 양철 나무꾼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굳이 40번의 도끼질로 40마리의 늑대를 죽였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반면 영화는 갈등구조를 뚜렷하게 표현하기 위해 서쪽 마녀를 지속적으로 악역으로 입력시킨다. 책에서 읽을 땐 그저 오즈가 서쪽 마녀를 없애야지만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는 일종의 '퀘스트'에 불과했는데 영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종종 나와서 도로시와 3인방을 괴롭히고 염탐한다. 큰 위기는 외부의 도움을 받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에메랄드 시로 가기 전에 양귀비꽃 들판 장면이다. 책에서는 도로시, 토토와 겁쟁이 사자가 양귀비 냄새에 취한 걸 보고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가 바쁘게 열 일 하고, 어쩌다 친구가 된 쥐 친구들의 도움을 보태 빠져나왔다. 영화에선 나무꾼과 허수아비는 그저 '어쩌지'를 반복하다가 북쪽 마녀가 뾰로롱 분홍색 비눗방울을 타고 와서 눈을 내려주면서 해결된다. 거 참, 예쁜 장면이긴 했지만 김 빠졌다. 4인방의 활약이 궁금했지, 북쪽 마녀님이 눈을 내리는 걸 기대하진 않았으니까.
"그럼 저한테 뇌를 못 주시나요?"
허수아비가 물었습니다.
"너는 뇌가 필요 없어.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으니까. 아기들이 뇌가 있다고 많이 아는 건 아니잖아. 경험을 통해서만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단다. 세상을 오래 살수록 경험도 많이 쌓이는 법이야."
(중략)
"그러면 내 용기는요?"
사자가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넌 이미 용기 있는 사자야. 너에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자신감이야. 생명이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위험에 처하면 두려워하기 마련이지. 그런 두려움을 이기고 위험에 맞서는 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란다. 그런데 넌 그런 용기를 이미 많이 가지고 있잖아."
(중략)
그러자 양철 나무꾼이 물었습니다.
"내 심장은요?"
"글쎄, 그건 말이지. 네가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게 오히려 잘못인 것 같아. 심장은 사람들을 대부분 불행하게 만들거든. 그 사실을 알면 심장이 없는 걸 행운으로 여길 텐데. "
- p. 234-236
<오즈의 마법사>의 핵심. 즐거운 소원 성취 시간이다. 오즈는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에게 "네가 원하는 건 이미 너에게 있거나 딱히 받을 필요가 없는 거야"라는 식의 답변을 한다. 뇌가 없어도, 용기가 없어도, 심장이 없어 보여도 이미 다 제 기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 역시 당사자에게 믿음을 더해주는 정도다. 허수아비에게는 왕겨와 핀, 바늘로 만들어진 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것)를 주고, 양철 나무꾼에게는 겉은 비단에 속은 톱밥인 심장을 넣어주고, 사자에겐 마치 초록색 병에 든 액체를 접시에 놓고 이걸 마시면 용기로 변한다고 하면서 만족스러운 선물을 준다. <어린 왕자> 뺨칠 설득력 아닌가. 자, 네가 원하는 뇌도, 심장도, 용기도 여기 있어.
어디 보자, 자네에게 필요한 건 말일세
"당신이 약속한 양철 나무꾼의 심장은 어떻게 되는 거지? 또 약속한 겁쟁이 사자의 용기는? 허수아비의 뇌는?"
"누구나 뇌를 가질 순 있어. 그건 열등하고 소모적이야. 땅이나 바다에서 사는 모든 겁쟁이 하등 생물이 뇌를 가지지. 내가 있던 곳의 대학에선 모두가 위대한 사상가로 태어난다네. 그들이 졸업을 하면 네 것보다 나을 바 없는 뇌로 깊은 생각을 해낸단다. 네가 갖기 못한 건 졸업장이야. 따라서 나에게 갖춰진 지적인 권위와 '대학위원회의 공식적인 인정'에 따라 여기 당신에게 영예로운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바이네."
"사자, 자네는 용기가 없어 도망간다는 망상에 빠져있지. 지혜와 용기를 착각하는 거야. 내가 있던 곳의 영웅을 얘기해주자면 해마다 그들은 도시 한복판에서 퍼레이드를 벌인다네. 그들은 자네와 다른 게 없어. 자네가 갖지 못한 것은 메달이야. 마녀에게 맞선 특출난 용맹과 뛰어난 공적으로 자네에게 훈장을 수여하네. 자넨 전설적인 용사임을 기억하게."
"양철 친구, 자넨 심장을 원하지. 심장이 없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네. 심장은 완벽히 만들어지지 않는 한 실용적일 수가 없다네 내가 있던 곳에 매일 선행만 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네. 사람들은 그를 '선행자'라고 불렀지. 하지만 그가 큰 심장을 가진 건 아니었어. 자네가 갖지 못한 건 단지 표창장이야. 따라서 자네에게 친절에 대한 감사로 기꺼운 마음으로 존경과 애정의 선물을 주겠네. 그리고 기억하게, 감성적인 친구여. 심장은, 자네가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단 얼마나 자네가 사랑받느냐가 중요하다네"
-영화 <오즈의 마법사> 中
영화에서는 당사자의 믿음과 안도를 위한 선물이라기보다 타인에게서 인정받을 수 있는 증명용으로서 선물을 주었다. 허수아비에게 뇌라는 게 있는 건 쉽지만 '위대한 사상가의 똑똑한 뇌'를 주고자 박사학위를 주고, 사자에게도 보통 크고 작은 용기가 아닌 '영예로운 용기'를 뜻하는 메달을, 양철 나무꾼에게도 그냥 콩닥거리는 심장 말고 '착한 심장'을 가진 걸 보여주려고 심장 모양으로 똑딱거리는 시계를 표창장이라며 준다. 사실 저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실제 현실이라면 박사학위와 메달과 표창장에 껌뻑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여태까지 지켜오던 동화적인 이야기가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아 아쉬웠다. 박사학위와 메달, 표창장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걸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럼 그들은 다시 뇌와 용기, 심장이 없는 존재란 말인가. 누구를 위해 증명해야 하는가. 게다가 저 박사학위는 잘못하면 학위 위조에 걸릴지도 모른다! 저 메달, 저 표창장 역시 공신력이 있는 것인가? 사기꾼 아니랄까 봐 선물도 사기로 준 건 좋은데 나중에 뒤탈이 있을 만한 선물이다. 오즈가 착한 사람이면서 나쁜 마술사라고 본인이 한 말이 맞는 말인가 보다. 마술사가 현실적이면 나쁜 마술사지, 안 그런가?
집이 천국입니다
우리의 도로시는? 도로시랑 토토는 정말 고생 많았다. 물론 우연찮게 못된 마녀를 제거해주는 대단한 일을 하고 왔지만 말이다. 다른 친구들이 선물을 받을 때 속으로 참 애간장을 많이도 태웠고. 애당초 책에선 은색 구두였고, 영화에서는 빨강 구두였던 마녀의 구두 사용법만 알았어도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아서 그녀는 구두를 구두의 용도로만 썼고 고생 끝에 집이 천국이라는 쉬운 결론을 얻었다. 영화가 더 김 빠지는 건 도로시가 짐작건대 아픈 와중에 꿈을 꾼 것처럼 표현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처음에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을 만났을 때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냐는 말을 하는데 그게 복선이었다니! 병문안 온 아저씨 삼인방이라나! 세상에, 이게 다 꿈이라니 너무 서운하지 않나. 진짜 갔다 왔는데! 하면서도 집이 천국이라는 도로시 얼굴은 보기 좋지만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면에서 책의 전개와 결말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영화는 책으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선사한다. 도로시의 집은 흑백이나 갈색이었던데 비해 오즈의 나라에서는 총천연색으로 비친다. 갑자기 모든 게 색깔이 생겼을 때의 그 아름다움이란! 또 도로시만큼이나 토토를 잘 부각해주었다. 강아지를 괴롭힐 때마다 도로시는 돌직구를 날리는 프로 강아지 사랑꾼이었고, 토토 역시 원작에는 없던 위기의 순간 도로시를 구하는데 크게 일조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저 작은 강아지 토토가 매우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심지어 어떻게 영화를 찍었을까 싶을 정도. <Somewhere over the rainbow>라는 언제 들어도 좋은 주디 갈랜드의 노랫소리에 깨알같이 손을 주는 토토의 귀여움까지 확인할 수 있고, 오즈의 세계를 예쁜 원색으로 꾸며놓고 노래와 춤이 가득한 축제로 만들어주었으니까. 마지막으로 <Ding-Dong, The Witch Is Dead>, <Follow the Yellow Brick Road>, <If I Only Had A Brain> <We're Off to See the Wizard>처럼 아기자기한 수록곡이 중독적으로 귀를 맴돈다.
김동인의 <무지개>라는 소설에서는 무지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다. 조금만 더 가보자고 하다가 눈 깜짝할 새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소년들이 넘쳐난다. 그 이야기 속 무지개가 위험하고 절대 만날 수 없는 존재였다면 오즈의 마법사 속 무지개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진짜 무지개였다. 위험하지도 않고 희망을 주는 좋은 무지개. 꿈이든, 꿈이 아니었든 어떤가. 영화 속 도로시에겐 자려고 하면 생각나는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마음이 둥실 휘감겨서 무지개 너머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오즈와 함께 하는 기분인걸. 감사해야겠다. 무지개를 손에 움켜잡으려는 게 문제지, 무지개 너머를 꿈꾸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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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흥행에 성공했던 <마녀>의 후속자부터 <토이스토리> 버즈의 솔로무비까지!!
그럼 6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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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마녀(魔女)Part2. The Other One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37분
감독: 박훈정
출연: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등
개봉: 2022.06.15
배급: (주)NEW
줄거리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
관전 포인트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탄생한 두 번째 마녀인 신예 신시아부터
이미 두터운 팬층이 있는 박은빈, 이종석, 김다미 배우 등의 출연까지 더해지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버즈 라이트이어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앤거스 맥클레인
출연: 크리스 에반스, 타이카 와이티티, 피터 손 등
개봉: 2022.06.15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토이스토리>의 첫 번째 스핀오프 작품이자 버즈의 보이스 캐스트로 크리스 에반스가 참여하게 되며,
화제를 모았다. 제작하는데 약 5년 6개월이 걸린 작품인만큼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아의 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9분
감독: 김정은
출연: 김정영, 하윤경, 김우겸 등
개봉: 2022.06.16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홀로 살아가는 경아에게 힘이 되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딸 연수는 독립한 뒤로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진 남자친구가 유출한 동영상 하나에 연수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리고
이 사건은 잔잔했던 모녀의 삶에 걷잡을 수 없는 파동을 일으키는데…관전 포인트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아의 딸>.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종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일본 | 123분
감독: 가타야마 신조
출연: 사토 지로, 이토 아오이, 시미즈 히로야 등
개봉: 2022.06.1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연쇄살인마를 목격한 아빠가 갑자기 사라진 후, 일터에서 아빠의 이름을 쓰는 연쇄살인마를 본 딸이
진실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스릴러.
관전 포인트
<실종>은 감독의 실제 경험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화이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도쿄!>, <마더>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한 감독이자 섬세한 연출로 유명한
카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OTT 공개 예정작
불도저에 탄 소녀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2분
감독: 박이웅
출연: 김혜윤, 박혁권, 오만석 등
공개: 2022.06.15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영화이다.
관전 포인트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김혜윤 배우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혜윤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고 몰입감이 높은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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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공화국에 던져 잔인할 정도로 짓궂은 질문
7★/10★
사상 초유의 대지진이 일어나 서울의 모든 건물이 무너졌고, 딱 하나의 건물만 살아남았다. 바로 황궁 아파트. 생존자들이 하나둘씩 황궁 아파트로 모여든다. 누군가는 그들을 자기 집에 들이고, 누군가는 자꾸만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며 불안을 느낀다. 아노미 상태가 이어지자 주민회의가 열린다. 몸을 던져 아파트 단지 내 화재를 막은 영탁이 대표로 선출되고 아파트는 빠르게 질서를 확립해나간다. 영탁의 지침은 간단하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 영탁은 기존의 모든 위계와 도덕, 질서가 무용해진 환경을 ‘주민 vs 외부인’의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구도로 빠르게 정리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기존 재난 영화와 다른 길을 간다. 보통의 재난 영화는 재난 장면의 스펙터클을 향해 서서히 나아간다. 우리는 주인공들이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던 사람들과 재난의 징조가 교차하는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여럿 떠올릴 수 있다. 이들 영화에서 거대한 재난은 영화의 중후반부, 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미 재난이 일어난 후에 시작된다. 이유가 있다. 대지진보다 그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기존 생활방식이 대지진보다 더 큰 재난이 아니냐고 묻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수많은 사람이 아파트에 살길 희망한다. 그리고 개별 아파트는 거주민의 품격을 대변한다고 여겨진다.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바로 옆의 드림 팰리스 주민들에게 종종 무시당했다. 드림 팰리스 주민들은 황궁 아파트 주민이 자기네 단지 내부로 오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고, 그 근거로 종종 집값을 들먹였다. 아파트의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드림 팰리스 주민들은 더 비싼 아파트에 사는 자신들이 황궁 아파트 주민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난은 드림 팰리스와 황궁 아파트의 지위를 뒤바꿨다. 떵떵거리던 드림 팰리스 주민들은 황궁 아파트 주민들에게 제발 자신들을 받아달라고 읍소한다. 그러나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시큰둥하다. 지금껏 그들이 받아온 모욕을 생각한다면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이들은 그저 재난 이전에 자신들이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줬을 뿐이니까.
물론 위계를 나누는 선은 두 아파트 사이에만 있지 않다. 자가, 전세, 월세, 대출 여부 등의 기준은 황궁 아파트 내부에서도 위계를 만든다. 그러나 대지진 후 황궁 아파트 주민회의 참가자들은 ‘너그럽게’ 모든 형태의 거주자를 주민으로 인정해준다. 그러나 여기까지. 그들의 온정은 더 넓게 확장되지 않는다. 재난 이후 아파트라는 특권은 오직 황궁 아파트 주민에게만 허락된다.
덥수룩한 머리에 별다른 존재감도 없던 영탁은 이 모든 과정을 능숙하게 처리해 재난 이전이라면 그가 결코 갖지 못했을 명예를 얻는다. 완장을 찬 영탁은 그 누구보다도 주민을 지키는 데 열심이다. 그는 드림 팰리스 주민들이 그러했듯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장벽을 쌓고 경계를 강화한다.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식량을 구하러 바깥으로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주민이 아니면서도 몰래 아파트에 숨어들고, 위험 끝에 얻은 과실을 무상 취식하는 자들이 있다. 영탁과 그를 따르는 대다수의 주민들은 그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른다.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존재들은 색출, 퇴출되어야 한다. 황궁 아파트 주민이라도 바퀴벌레를 돕는 자들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황궁 아파트 주민들의 바퀴벌레 색출은 나치의 유대인 색출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는 나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미 끝났고, 인류가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너무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영탁/주민/바퀴벌레에게서 히틀러/나치/유대인(쥐)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히틀러와 나치도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영탁과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아파트를 사수하려 했듯이 말이다. 국가주의적 욕망이 아파트를 매개한 자본주의적 생존 욕망으로 변화한 것 말고는 둘 사이에 별다른 차이는 없다. 한국 현대사의 ‘빨갱이’ 색출 메커니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시대와 맥락을 조금씩 바꾸면 황궁 아파트의 ‘바퀴벌레 색출’과 닮은 폭력의 역사적 사례는 무수히 많다.
때문에 문제는 영화를 보는 누구도 영탁과 황궁 아파트 주민들을 쉽게 손가락질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간주하는 시대의 욕망이 폭력의 정당성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다. 혹은 외피를 바꿔 등장한 폭력의 체제에 손쉽게 속아 넘어갈 만큼 피상적으로만 역사를 배웠다고 할 수도 있겠다. 대지진보다 무서운 재난은 이미 집값과 아파트의 격을 따지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단지 한 번에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대신 조금씩 우리를 좀먹으며 서서히 사회의 밑동을 갉아내는 중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기존 재난 영화와 전개가 다르다는 점,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다. ‘재미’에 관한 통상적 기준을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이병헌이 있다. 매번 다른 결의 독보적 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이번에도 존경과 미움을 한몸에 받는 영탁이라는 인물을 탁월하게 연기해내며 서슬 퍼런 존재감을 뽐낸다. 그의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리는 몇몇 장면이 이를 대변한다. 재난 영화의 문법 대신, 영탁이 변화와 그의 비밀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는 충분할 것이다. 평범한 공무원이었으나 서서히 영탁에게 물들어가는 민성과 영탁의 대척점에서 공동체를 대변하는 명화를 연기한 박서준, 박보영의 연기도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영탁의 든든한 조력자인 부녀회장을 연기한 김선영이 극에 선사하는 현실감도 몰입에 큰 역할을 한다.
장르의 관습을 비켜 간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무엇보다 ‘너라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잔인할 정도로 짓궂은 영화의 질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잠깐이라도 멈춰 설 계기가 필요한 우리에게 도착한 시의적절한 재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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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가 이어져야하는 이유
기술이 발전한 만큼 다양한 범죄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단순한 폭력사건부터 시작해서 지능범죄까지 이런저런 범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 범죄 예방과 해결을 위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동분서주 활동하고 있다. 그런 경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고,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은 사건 해결과 범죄자 처벌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에서의 범죄는 피해자에게 무척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주 사소한 범죄도 있지만 심각한 살인이나 조직범죄는 우리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파고든 영역은 바로 그 지점이다. 대중들이 공포심을 가질만한 사건을 선택해 그걸 더 극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능력을 빌려와 악을 처벌한다. 명확한 선악구도 속에서 마형사가 휘두르는 주먹은 꽤나 통쾌하게 느껴진다.
통쾌하게 범죄를 해결하는 마석도 형사의 세 번째 영화
2017년에 개봉했던 <범죄도시> 1편은 범죄 누아르의 색깔이 강했던 영화다. 장첸(윤계상)이라는 강력한 빌런을 등장시켜 마석도 형사가 속한 강력반 형사들의 대결을 담은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680만 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왔다. 2022년에 개봉한 <범죄도시2>는 누아르의 색깔을 조금 덜어내고, 마석도 형사의 주먹에 좀 더 무게를 뒀다. 마형사가 주먹을 휘두를 때 둔탁한 효과음이 들어갔고, 그 주먹을 맞는 범죄자들은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야말로 핵펀지로 범죄가 박살 나는 과정을 담았다. 이런 통쾌한 설정 때문에 1,000만이 넘는 관객들이 코로나의 해방감을 이 영화로 표출했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범죄도시3>는 2편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마석도 형사 특유의 호감형 액션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통쾌함이 영화 전반에 가득하다. 전편보다 더 많아진 액션과 유머가 더 가벼운 오락영화로서 훌륭하게 쓰이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해졌지만 전편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또 한 번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첫 주 개봉 이후 50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이 마석도 형사의 활약을 지켜봤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강력한 악으로 등장한다. 1편의 장첸은 모두를 다 씹어먹을 것 같은 극악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장첸의 존재감은 시리즈 전반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2편의 강해상(손석구)도 꽤 강력한 빌런이었다. 주로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종횡무진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며 모든 사람들을 핏조각으로 만드는 인물이었다. <범죄도시3>에 등장하는 빌런은 두 명이다.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가 한국 들어온 마약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 두 인물 모두 꽤 강력해 보이지만 전편들에 등장했던 빌런들에 비해서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새롭게 등장하는 두 명의 빌런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은 온전한 악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빌런이 가진 이야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1편과 2편의 빌런인 장첸과 강해상은 그들이 벌이는 일을 벌이는 방법과 이유에 대한 서사가 조금은 있었다면, 3편에 등장하는 두 빌런인 주성철과 리키에게는 그런 서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빌런들이 뭘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잔인하게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영화 속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그저 돈 때문이라는 원초적인 이유 외에는 다른 서사가 없어 그들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공포심은 전편에 비해 줄었다.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 더 신경 쓴 건, 마석도 형사의 주먹으로 보여지는 타격감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마형사가 범죄자들을 때리는 소리는 더 둔탁해졌다. 천만을 넘은 2편의 성공요인이었던 통쾌한 타격감을 더 강하게 하고 유머를 더 추가함으로써 좀 더 가볍게 마형사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그러니까 성공한 요인에 대한 분석을 한 뒤, 그 성공요인에 영향을 준 강점을 더 극대화시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꽤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이 선택은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강력한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약점인 빈약한 서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만든다. 이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호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배우와 캐릭터의 호감은 앞으로 8편까지 기획된 <범죄도시>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만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큰 강점 아래에서 부족한 서사를 어떤 식으로 보강하고 변주하느냐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범죄들이 존재한다. 그 많은 범죄를 1차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일선의 경찰들이다. 경찰들이 실제로 겪은 여러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나씩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이 <범죄도시> 시리즈는 점점 빈약해지는 서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오고 있다. 볼만한 한국영화가 별로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분노의 질주>나 <인어공주> 같은 큰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개봉한 가운데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 <범죄도시3>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잘 담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여전히 미해결 되고 있는 여러 범죄들 그리고 솜방망이 판결 등 통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영화 속에서나마 통쾌한 범죄의 해결을 보고 싶어 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
<범죄도시> 시리즈는 아주 호감형 캐릭터인 마석도 형사의 무게감이 크다. 여기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빌런이 등장하는 것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이어지는 시리즈마다 빌런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하나의 빌런을 두고 좀 더 탄탄한 서사를 만들어 그 무게감을 늘린다면 꽤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내년에 개봉예정인 4편이 성공하고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영화에 등장했던 여러 빌런들이 한꺼번에 재등장하는 등의 이벤트성 시리즈도 기획해 볼 만하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강점을 비슷하게 반복하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 만큼은 온갖 흉악범죄가 해결되고 통쾌하게 응징당하는 모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식상함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한국에도 마석도 형사라는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 영화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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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주 최신 개봉영화(돈룩업, 마이 뉴욕 다이어리, 캅샵, 몬스타엑스 더 드리밍, 이상존재)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1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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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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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람의 검객> 예고편
절대 악에 맞서기 위해 신념의 검을 든 검객!
에도 막부가 쇠락해 가는 혼돈의 시대.
격변의 시대 뒤에는 이름 없는 무사들의 활약이 있었다.
떠돌이 무사 쇼는 유곽에 팔려온 소녀를 구해주려다
신정부와 에도 정권의 치열한 전쟁 한 가운데 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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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생각의 여름> 런칭 예고편
뒹굴뒹굴 무기력증에 빠진 시인 지망생 ‘현실’.
공모전에 내야할 마지막 시가 데굴데굴 산으로 가자,
새로운 영감을 찾아 집을 나선다.
시가 산으로 가면, 산으로 가는 게 답?
‘현실’은 생각의 여름 속에서 집 나간 영감도 찾고,
호구 잡힌 자신도 찾을 수 있을까?
남다른 현실의 한여름 기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