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3-02-01 22:02:32
딸은 아버지의 애프터썬이었을까
(애프터썬 시사회 리뷰)
** 이 시사회는 씨네랩으로부터 초대받아 참석한 시사회입니다.
애프터썬 2월 1일 수요일 개봉작
감독 / 샬롯 웰스 데뷔작
포스터를 먼저 살펴보았을 때, 아빠와 딸의 여행을 소재로 한 밝은 영화일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영화는 밝은 톤의 장면들 속에서 각 인물들간의 어딘가 불안한 내면을 비춘다. 샬롯은 이혼한 후 딸과 아내와 튀르키예에서 따로 살고 있다. 31살인 아버지 샬롯은 11살인 소피와 함께 일주일동안 튀르키예 여행을 한다. 그 과정을 서로는 캠코더로, 사진기로 담는다. 이 순간들을 큰 소피가 회상하듯이 연출된다.
성인이 된 소피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애프터썬>은 스코틀랜드 출신 샬롯 웰스의 데뷔작으로,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와 실제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데뷔작이라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뛰어난 스토리 구성과, 절제되었지만 깊이 있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부녀간의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애프터썬>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작품 중 하나다.
출처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여행하는 동안 샬롯은 소피를 챙겨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딘가 우울함이 감돈다. 혼자 춤을 추거나, 카펫을 바라보거나, 밤바다에 뛰어들려고 하는 등 다양한 장면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소피는 11살이지만 그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아빠를 챙겨주려고 하는 모습이라거나 소피보다 나이가 많은 오빠와 언니들과 살갑게 같이 지낸다. 또한 아빠가 상황이 여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 챙겨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영화는 파편적으로 나뉘어져 있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부분이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이다. 파편 파편이 모여 중간에는 의문이 들을 수 있지만, 영화관을 나갈 때는 기분이 오묘해진다. 나는 마지막 장면이 왜인지 조커의 마지막 장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방에서 문을 닫는 모습이 비슷해서 그럴까?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는 정말 아름답고 눈부시다. 역시 믿고보는 A24.. 독립, 예술영화의 느낌을 좋아한다면 이 애프터썬이 취향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 맞다. 애프터썬은 뜨거운 햇빛에 지친 피부를 위해 바르는 크림이다. 소피가 샬롯의 애프터썬이었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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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집힐지언정 결코 부서지지 않는
* <슬픔의 삼각형>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슬픔의 삼각형 (2022)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우디 해럴슨, 해리스 딕킨슨, 찰비 딘, 돌리 드 레옹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시간: 147분
국가: 스웨덴, 미국
개봉일: 2023.05.17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한참 기울어져 버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147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비교적 긴 편에 속하지만 젠더와 계급(혹은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빈부격차에 대한 풍자가 쉴 새 없이 이어져 체감 상영 시간은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다.
1부 '야야와 칼'은 전통적인 구조의 남녀 관계가 전복된 산업에서의 연인 관계를 통해 젠더 갈등을 논한다. 남성 모델인 '칼(해리스 딕킨슨)'은 시작부터 인터뷰어에게 대놓고 무시를 당한다. 이는 '칼' 한 사람에 대한 모욕이나 희롱이라기보다는 여성 모델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남성 모델 산업의 실태를 언급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해석된다. 남성 모델의 수입은 여성 모델의 1/3에 불과하며 게이들의 성적 희롱을 견뎌야 한다는 통념이 존재하며 미팅에서 헤프게 웃어보라는 소리를 듣는 둥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오프닝 시퀀스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러한 불합리한 처사가 여성에게 적용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이 보아 왔지만, 성별이 전복된 케이스는 흔히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과 남성 모델 간의 수입 차이는 '칼'과 '야야(찰비 딘)'의 데이트에서 젠더 간의 갈등을 촉발시킨다. '야야'는 여성 모델이기 때문에 '칼'보다 수입이 많고, 훨씬 잘 나간다. 하지만 데이트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쪽은 '칼'이다. 단지 돈을 언급하는 남성은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야'는 본인이 '칼'보다 수입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굳이 본인이 돈을 내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는 않는다. 그녀의 무신경한 행동은 '칼'의 분노를 유발하고,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치닫는다. 어찌 보면 '칼'의 행동은 쪼잔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 또한 연인 관계에서 비롯된 성적 고정관념 때문에 생긴 시각일 터다. 결국 남자는 '팩트'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여자가 문제를 인식하게끔 만들고, 여자가 본인의 행동을 인정하는 것으로 두 남녀의 싸움은 일단락된다. 상처가 될 법한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둘 사이에는 얄팍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고, 또 SNS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이해관계로도 얽혀 있다.
2부의 '요트'는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계급 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다. 돈으로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부자들, 그리고 군말 없이 지시를 따라야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이들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인플루언서 커플까지. 영화 포스터에 볼 수 있듯 세 계급은 마치 삼각형 같은 구도를 이루고 있다. '슬픔의 삼각형'이란 1부 모델 오디션 장면에서 언급된 미간 사이의 주름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계급 간의 구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 계급이 전부는 아니다. 삼각형에 낄 수조차 없는, 부자들의 눈에 띠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노동자 계급이 뒤편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요트에 오른 최상류층들은 위선과 모순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다. 일례로,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했다며 애정을 다지는 부부는 수류탄을 제조하는 방산업자다. 전쟁으로 남의 목숨을 팔아 번 돈으로 부를 축적한 작자들이 '사랑'을 논하고 있으니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똥(비료)'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왕이 된 러시아 갑부의 아내는 어떠한가. 그녀는 연회를 준비하는 요트 직원들로 하여금 수영하며 놀 것을 지시한다. 근무 중에 수영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이지만 직원들은 이에 불복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트 위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러시아 부자는 자신이 마치 노동자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선량한 사회지도층이 된 듯 도취된다. 영화는 모순으로 똘똘 뭉친 인간 군상들을 통해 노골적일 정도로 자본주의가 만든 계급사회를 풍자한다.
위선자들의 향락과 사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악천후로 크루즈가 흔들리자 부자들은 최고급 음식을 앞에 둔 채 저항 없이 토사물을 내뿜기 시작한다. 고상한 척으로 절대 막을 수 없는 생리 현상 앞에 수치심을 느낄 여력 따위는 없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일지라도 한낱 먹고 싸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화는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변기를 붙잡은 채 괴로워하며 배설물 속을 헤엄치는 부자들의 모습은 안쓰러움이 들기는커녕 폭소를 부른다. 비위를 자극할 정도로 더럽고 노골적인 장면들을 활용하긴 했지만 그들의 과거 행적을 돌이켜 본다면 이 정도는 자비로운 처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요트가 박살 나는 순간 역시 그들이 저지른 위선이 바다 위 암초가 되어 스스로를 나락으로 굴러떨어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평화나 운운하던 방산업자들은 결국 본인들이 만든 수류탄에 의해 종말을 맞았으니까.
요트는 전복됐고, 온전할 것만 같았던 삼각형은 뒤집혔다. 3부 '섬'은 계급의 최하위 층에 있던 화장실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옹)'이 그를 고용한 상류층 위에 군림한다. 제아무리 부자들일지라도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트에서 그들이 뱉은 토사물과 똥을 닦던 여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혈혈단신으로 겨우 목숨만 건진 이들은 아주 잠깐 동안 함께 화합하여 작은 평등 사회를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불을 피우고,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에비게일'이 등장하면서 8명의 소수 집단에도 자연스레 계급이 생겨나고 이들만의 생존 질서가 형성된다. 기존의 계급이 역순으로 뒤집히는 것도, '에비게일'을 중심으로 한 모계사회가 형성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쯤 돼서 1부의 '야야'와 '칼'의 대화를 한 번 더 소환해 본다면 영화는 더욱 재밌어진다. 앞서 '야야'와 젠더 고정관념에 대해 열띤 입씨름을 벌였던 '칼'은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같은 포지션에 가두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섬에 떨어진 이후 '칼'은 '야야' 앞에서 어떻게 행동했던가. '에비게일'을 도와 물을 길어오고, 일손을 돕는 것은 '야야'였으며 '칼'은 가만히 앉아 한밤중에 프레첼이나 훔칠 뿐이었다. 마치 본인이 성적 고정관념의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던 그는 막상 여자친구를 지켜주어야 할 순간이 닥치자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야야'는 더 이상 그에게 섹시한 남성이 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았다. 앞서 여자친구에게 성토하듯 외쳤던 '칼'의 이상과 논리도 결국 모순에 불과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관객은 '에비게일'이 요트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뎌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내가 누구지?'라 묻는 '에비게일'에게 '화장실 청소부'라 답하는 관리인 ‘폴라'를 통해 작업 노동자들에 대한 평소의 인식이 드러난다. 애초에 요트도 없어진 마당에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책이 무슨 소용이람. 따라서 '에비게일'이 이룩한 작은 혁명은 관객의 응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며 꼼짝없이 그를 선장으로 모시는 돈 많은 남성들의 태도 변화는 일종의 ‘사이다’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계급 구조가 뒤집혔을 때, 이상적인 평등 사회가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게 곧 드러난다. 섬의 주도권을 잡은 ‘애비게일’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마르크스주의‘를 추구하는 듯했다. 능력 없는 남성에겐 식량이 주어지지 않았고, 몸이 불편한 여성은 일을 못해도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제공받았다. 엄격하지만 합리적이고, 규칙만 잘 지킨다면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 법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집단 내에 균열을 일으키는 장본인은 시스템을 만든 ‘애비게일’ 쪽이다. 그녀는 구조정에서 잘생긴 백인 남성인 ‘칼’과 잠자리를 즐기고, 성을 착취당한 '칼'의 손에 쥐어지는 건 고작 프레첼 한 봉지뿐이다. 이는 곧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구조를 선악 관계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불합리함을 경험했던 계급 최하위의 노동자가 권력을 쥐었을 때 그들 역시 자신들을 착취했던 부자들과 다를 바 없는 모순적인 인간으로 얼마든지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부는 작품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야야'와 '애비게일'은 무인도인 줄 알았던 섬에서 리조트를 찾는데 성공한다. 섬에 문명이 존재하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건 희망적인 소식일 터이나 기쁨에 젖은 '야야'와 달리 '애비게일'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어둡다.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애비게일'이 만든 임시 사회의 끝을 의미한다. '애비게일'은 다시 화장실 노동자의 위치로 되돌아갈 것이며 그녀 앞에 굴복했던 부자들은 다시 계급 최상위층에 올라 그녀를 부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리조트는 '애비게일'에게 희망 같은 존재가 돼줄 수 없다.
제목이 '슬픔의 삼각형'인 이유는 사회의 계급 구조가 뒤집힐지언정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는, 그 완고한 특성이 절망과 허무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애비게일'은 8명의 생존을 돕는 데 일조했으나 현실로 복귀했을 때 그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곤 기껏해야 '야야'의 비서 자리다. '야야'가 은연중에 내비친 멸시 어린 태도에서 이들 사이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애비게일'은 마침내 분노한다. 리조트를 발견한 건 '야야'와 자신뿐. 눈앞의 대상을 제거한다면, '애비게일'은 지도자로서의 권력을 누리고 젊고 잘생긴 남성의 몸을 계속해서 탐할 수 있다. 살의가 넘쳐흐르는 독사 같은 그의 표정,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에 젖은 '야야', 그리고 뒤늦게 '야야'를 구하러 가는 '칼'의 삼각 구도로 이야기는 끝난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지만 '칼'과 '야야'의 로맨스도, '애비게일'의 행복도, '야야'의 생존도 모두 기대되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은 하나같이 다 모순적이고, 그놈이 그놈이니까. 본작은 모든 걸 조목조목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과 풍자를 휘갈겼지만 궁극적으로는 폭력과 욕망, 위선으로 똘똘 뭉친 모든 인간의 몸뚱이를 해체해 적나라하게 전시한다.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은 관객의 씁쓸한 감정을 한없이 끌어올리고, '칼'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슬픔의 삼각형'을 절로 찌푸리게 된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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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얕은 명과 아주 짙은 암
압구정 문지기
강남구 압구정동의 어느 날. 대국이 형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지앞이 넓다. “안녕. 거기서 일하면서 불편한 거 없어?” “사장님. 여기를 이렇게 하면 대박 난다니까!” “오늘 머리 바꿨네!” 대국이 형은 오늘도 압구정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간섭하고 있다. 이 양반은 하는 일이 없나? 정답. 대국이 형은 그냥 백수다. 다른 사람한테 자기를 소개할 때 ‘사업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직업이라곤 없다. 남에게 건네는 명함은 ‘조기축구회 회장’이라는 타이틀 뿐. 아내는 왠지 없는 듯 보이고 딸과는 떨어져서 살고 있다. 집은 예전에 살던 아파트가 아닌 조기축구회 사무실이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내실은 비어있는 대국이 형. 사람들도 겉으로는 대국이 형에게 반가운 척 하지만 내심 그렇게 유쾌하게 그를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다시 현재로 시점을 돌린다. 압구정동에서 아는 지인들을 만난 대국. 어느 식당에서 미정과 대화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오빠. 그거 알아? 건달 조태천 걔가 성형외과 사업을 하려는 거. 그리고 그 사업에 박지우라는 의사가 있대. 지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대국. 지우는 예전에 잘 나가던 성형외과 의사였다. 그러나 성형외과 안에서 일하던 간호사의 배신으로 면허가 정지되어 야인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아. 쟤가 좀 하는 애구나. 그런데 어디서 봤는데? 머리를 굴리는 대국. 그래. 그랬었지. 대국의 고등학생 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의 동생이었다. 어렸을 때 자주 봤었어! 걔가 그럼 그렇지! 무릎을 치는 대국. 지우에게 접근한다. “야. 나 대국이 형인데. 나한테 아이디어가 있어. 한국에서 시도 한 번도 안 했던 거야.”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범죄도시 2>가 개봉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마블리' 마동석 배우가 신작을 발표했다. 글쓴이가 아는 마동석 배우는 그야말로 슈퍼스타다. 파이기의 부름을 받아 <이터널스>에 출연해 마블 영화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직도 안젤리나 졸리랑 같이 같은 장면에 나왔던 게 신기하다. 또 <범죄도시 2>로 팬데믹 이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의 원톱 주연을 맡았다. 상업적으로만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을 잡았을까? 이 배우가 <부산행>과 <베테랑>을 기점으로 인지도를 얻기 전에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부당거래>에도 출연했던 경력이 있다. 서서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인기를 끌어올린 마동석. 2022년 12월의 현재, 그에게 주어진 '흥행 보증수표'라는 타이틀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지. 그만큼 잘 된 작품이 많으니까.
<압꾸정>은 이 마동석이라는 이름의 네임드 파워를 전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첫 번째. 마동석 배우 연기 잘한다. 새삼 영화 보면서 마동석 배우 연기 잘한다고 느꼈다. 일단 초입부에서 대국은 실없는 캐릭터성을 관객에게 서서히 쌓아 올린다. 우리가 아는 마동석 배우는 무력이 강한 캐릭터다. 영화의 후반부에 대국의 싸움실력에 대해 묘사되긴 하지만 전반부는 이를 뒤집는 장면이 있다. 마동석 배우는 이를 정확히 이해라도 한 듯 영화에서 마석도와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일례로 지우를 설득하는 장면이 있다. 지우에겐 두 가지 페널티가 있다. 이 두 페널티를 대국이 해결해주는 듯한 묘사가 영화에서 제시된다. 이 문제들을 대국이 전적으로 그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여기서 한 문제는 전적으로 그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었고, 다른 문제는 대국의 내면을 묘사하면서 중반부에 회수된다. 여기서 마동석 배우는 두 해결 방식에 차이점을 두며 후자에서 이야기에 임팩트를 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대국은 말을 잘하는 캐릭터다. 이 때문에 좀 비정상적인 캐릭터가 굉장히 쉬워 보이는 화법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곤 한다. 이 '두루뭉술하게' 라도 넘어갈 수 있는 이유는 마동석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역시 베테랑은 클래스가 다르다.
또 영화는 마동석 배우의 캐릭터 '마블리'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싸움 잘하게 생긴 외모의 마동석 배우. 이를 살리듯 실제 트레이너 출신이었다는 점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러니까 오히려 귀여운 모습이 더 부각된다. 영화는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마동석의 귀여움을 강조한다. 태천을 만나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 눈 반짝이며 사업 아이디어에 설명하는 모습 등등 관객석에서 '귀여워!'라고 말할 장면이 많다. 그리고 전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는 마동석 배우의 능청맞음에 의존한다. 이건 그냥 영화를 1분 이상만 봐도 안다. 저런 외모에 저런 코디를 하면서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은 마블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반대 측면에서 대국의 무력을 묘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저런 덩치에 싸움 못한다고 하면 더 이상하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꼭 저런 애 한 명쯤은 있었다. 이를 현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만든 세팅일까? 영화에서 액션이 아예 없진 않다. 역시 마동석 배우의 캐릭터성을 잘 활용한 셈이다.
슈퍼히어로의 사이드킥
그렇게 마동석 배우의 특성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영화. '<범죄도시> 제작진 참여'라는 포스터 문구는 다른 점에서 빛을 발한다. 바로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했던 조단역들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점이다. 일단 가장 마지막 시퀀스에 브로커로 등장하는 인물이 누군지는 적지 않겠다. 마동석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사람을 제외하고, <범죄도시 2>에서 '최용기' 역을 맡았던 차우진 배우, '장 씨 형제'의 일원을 맡았던 김찬형 배우, '유종훈' 역을 맡았던 전진오 배우가 줄현한다. '빅 펀치 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 이름을 보여주듯 '범죄도시'에서 봤던 이름과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 좋았다. 어떤 배우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맡았던 역의 정반대를 맡은 지점이 재밌기도 했다. 이렇게 톱스타의 이름값이 중요한 영화에 카메오라도 출연해야 이름을 알리는 것 아니겠어? 위에서 언급했던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잘하는 것은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조단역이 아니었던 정경호, 오연수, 오나라 배우도 연기가 좋았다.
돌림노래
이렇게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를 잘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영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처럼 한 인물의 성공담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는 2022년이다. 이 영화가 굉장히 올드하고 식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글쓴이는 일단 올해 개봉했던 <킹메이커>, 2006년에 개봉한 <라디오스타>와의 차이점이 어떤 것이 있을까를 주안점으로 두고 영화를 봤다. 딱히 없다. 소재만 다르다. 그런데 인물 갈등구조나 캐릭터의 세팅이나 굉장히 전형적인 패턴에 의존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영화 내내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다. 아. 중간에 오나라 배우를 필두로 한 뮤지컬이 나오는데 그건 그나마 신선했다. 그 외의 것들은 '이 사람이 진짜 흑막일 거야' 싶은 그대로 흘러간다. 초반부 대국과 지우가 힘을 합치겠지. 그럼 둘이 협업을 해야겠지? 그럼 대국이 자기 인맥이 넓으니까 인맥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거야. 그런데 저거는 말이 안 되는데? 그럼 후반부에 회수가 된다. 돈 갖고 하는 사업인데 둘이 엄청 예민할 것 같은데? 그대로 영화 안에서 묘사된다. 아무리 웃음과 감동을 목표로 둔 영화라고 해도 창작자의 오리지널리티가 없이 얕게 흘러가는 건 좀 너무했다.
이야기의 내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영화의 강점은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영화는 그게 전부다. 일단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세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극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은 네 명이다. 미정, 지우, 오연서 배우가 맡은 규옥이다. 영화의 시놉시스와 예고를 읽은 분들에게 '이 사람 어떤 캐릭터 일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바로 설명이 딱 흘러나올 것 같다. 미정은 성격 좋지만 실력은 없는 그런 사람. 지우는 얕은 사회성으로 대국이라는 기회를 놓칠 사람. 규옥은 왠지 신비로운 매력을 품기는 냉미녀. 그리고 이게 끝이다. 영화는 이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지 않았다. <육사오>에서 박세완 배우가 맡은 '연희'와 고경표 배우가 맡은 '천우'의 이름이 기억나는 것과는 다르다. 그냥 단지 마동석 배우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사람들의 캐릭터성을 희생한 느낌이 좀 있다. 그중 최고는 오연서 배우가 맡은 '규옥'이다. 극 중에서 규옥이 있는 에스테틱 샵의 손님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여기서 규옥이 갖고 있는 비밀이 공개된다. 이 비밀은 영화에서 아~무 연관이 없다. 그리고 오히려 이 비밀이 후반부 전개에 걸림돌같이 느껴진다. 아니 그럼 그걸 이용해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심지어 오나라 배우가 맡은 '미정'은 거의 존재감이 없다. 오나라 배우가 코미디 연기로 어찌어찌 존재감을 채우긴 하지만 미정이 뭘 했는가?라고 하면 '과연 가장 중요한 조연으로 불릴 만 한가'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 이렇게 캐릭터 세팅에서 희생한 것이 많기 때문에 대국이라는 인물도 뭔가 매가리가 없다. '마석도'에게서 볼 수 있었던 강력한 액션과 코미디. 우리가 마동석 배우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볼 수 있었던 '마블리'의 상큼 발랄함. 진작에 봤던 내용을 두 번 보기 때문에 이야기의 허술함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럴 거면 그냥 <범죄도시 2>를 다시 보지 왜 이걸 만든 걸까? 하는 의문이다.
허술한 이야기
이렇게 마동석이라는 톱스타에게 의존했다고 해서 이야기의 구멍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예상대로 쭉쭉 흘러가는 이야기. 그렇게 좋은 쪽으로만 흘러간다면 이야기의 현실성이 떨어진다. 인생이란 원래 안 좋은 일도 일어나곤 하니까. 대국과 지우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이 갈등 세팅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엄연히 인물들이 범죄를 일으킨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범죄를 만드는 데 있어 극에서 어떤 인물들이 배신한다. 여기서 인물의 감정선에서 섬세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한 암시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설마 이거를 위해서?' 싶은 것이 후반부에 그대로 이어진다. 떡밥을 뿌리는 방식이 조악한 느낌? 또 좀 내면의 내실이 없어도 사업가로서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대국, 무려 의사인 지우의 인물 세팅을 다 뒤엎을 정도로 의심 없이 쉽게 지나간다.
또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화재 사고가 있다. 이 화재를 위해 필수적으로 제시돼야 한 준비물들이 있다. 대국의 준비물을 묘사하는 방식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을 떠돌려 특정 장소에 가는 대국. 이 인물들을 따돌리는 과정이 치밀한가? 에 대한 건 당연히 의문이다. 또 따돌리고 난 다음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게 묘사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국과 갈등을 겪는 어떤 인물의 준비물도 허점이 많다. 이 인물의 원래 성격 묘사에 의존하는 걸 좀 넘어선 느낌? 이 갈등에서 특정 인물이 갖는 감정선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영화의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 큰 약점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 두 캐릭터의 속성을 제외하고, 화재 자체에 대한 CG처리는 많이 조악하다. 뭔가 타고 그을린다는 느낌이 없다. 대놓고 컴퓨터 그래픽 같아 깔끔하지 못한 뒷심이 느껴진다. 영화에서 이 화재가 지나가고 제시되는 진한 감동이 감독이 가장 말하고자 하는 부분일 텐데, 후반부의 이야기가 엉성하다 보니 후반부에 감정이입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에 개봉했을 법한
이게 만약에 3년 전인 2019년 12월에 개봉했다 하더라도 올드하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럴만하다. 영화에서 부분 부분 제시되는 낡은 구석은 깔끔하지 못한 완성도에 기름을 붓는다. 대국의 액션신, 가장 첫 번째 시퀀스에 등장하는 카메오, 극후반부 두 인물 연출. 배달 앱을 극에서 어떻게 다루는가? 에 대한 방식. 대국의 무식함. 미정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 극에서 티가 안 나려고 해도 날 수밖에 없는 뭔가 예전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이야기가 과거를 다뤘다고 해서 영화의 모든 것이 올드할 필욘 없다. 오연서, 정경호, 마동석 배우의 팬이라고 해도 이런 이유를 들어서 보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연서 배우? 아~~ 주 예쁘게 나온다. 정경호 배우? 무슨 20대 중반의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마동석 배우? 역시 멋있는 배우다. 오나라 배우? 수상 축하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올드한 영화의 흐름때문에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이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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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어데블 | 자경단이냐, 변호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슈퍼히어로의 도덕적 딜레마
독일의 법학자 엘리네크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말했다. 법은 외적인 행위에 대한 강제적 규범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율적이고 내면적 동기에서 기인하는 도덕의 영역 중 일부만 제한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법과 도덕은 딜레마를 낳는다. 도덕적으로는 옳아도 법적으로는 규제돼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답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이 딜레마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철학적 바탕을 이룬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는 기본적으로 현행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다. 그렇기에 일부 시민, 경찰, 검사나 정치인은 그를 경계하고 통제하고자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민들은 슈퍼히어로의 선한 의도를 믿기에 그가 옳은 일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 그들의 희망은 슈퍼히어로가 의심받고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영웅다운 일을 해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슈퍼히어로는 부상당하거나 강력한 적이 등장했을 때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도덕적 동기를 의심하고, 주어진 법에 순응하려 할 때 그는 약해진다. <스파이더맨 2> 속 피터 파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브루스 웨인, <어벤져스: 엔드게임> 속 토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젊은 찰스 자비에까지. 그들은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 정체성을 잃고, 위기에 처한다.
디즈니+로 공개된 MCU의 새로운 드라마 <데어데블: 본 어게인>(이하 <데어데블>)도 마찬가지다. <데어데블>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넷플릭스에서 시즌 3까지 공개되었던 <마블 데어데블>의 후속작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변호사 쉬헐크>에서 먼저 카메오로 등장한 '맷 머독/데어데블'(찰리 콕스)의 MCU 복귀작 역시 역시 슈퍼히어로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다.
익숙한 고뇌
<데어데블>은 데어데블로서의 활동을 포기하는 맷 머독을 비추며 시작한다. 친구인 '포기 넬슨'(엘든 헨슨), '캐런 페이지'(데보라 앤 월)와 평온한 저녁을 보내던 와중에 맷은 '포인덱스터/불스아이'(윌슨 베델)의 기습을 받는다. 맷은 포인덱스터를 제압하는 데 성공하지만, 총에 맞은 포기가 사망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인덱스터를 옥상에서 떨어트려 죽이려 한다. 데어데블만의 불살주의를 지키지 못한 것.
포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캐런마저 뉴욕을 떠나자 맷은 깊이 고뇌한다. 불살주의마저 지키지 못한 이상 데어데블이 과연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지, 폭력으로써 범죄에 맞서는 자경단이 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회의한다. 고민 끝에 그는 자기 내면의 규범이 아니라 외적 규범, 곧 법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데어데블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한 엘리트 맹인 변호사 맷 머독은 합법적으로 세상을 바꿀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그 일환으로 맷은 경찰을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된 '헥터 아얄라'(카마레 데 로스 레예스)의 변호를 맡는다. 그는 헥터가 부패 경찰에 의해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헥터가 사실 '화이트 타이거'라는 자경단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를 도왔다는 전력을 강조한 끝에 무죄를 받아낸다.
하지만 헥터가 무죄 판결을 받은 바로 그날 밤에 살해당하자 맷은 다시 한번 좌절한다. 합법적인 방식으로 선을 추구하고 실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마저 배신당하자 그는 데어데블 마스크를 다시 만지작거린다. 법이 무용하다면, 불법이라 해도 데어데블의 힘과 능력을 이용하는 게 도덕적으로 옳은 게 아닐까 자문하면서.
시의적절한 빌런의 등장
여기까지만 보면 <데어데블>의 서사나 메시지는 특별하지 않다. 다른 히어로들이 경험한 도덕적 딜레마, 정체성의 위기를 맷 머독도 똑같이 경험한다. 그러나 <데어데블>에는 두 가지 특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호크아이>와 <에코>에 얼굴을 비추며 MCU에 복귀한 빌런, '윌슨 피스크/킹핀'(빈센트 도노프리오)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악역으로 묘사된 킹핀 덕분에 데어데블의 고뇌는 다른 히어로들과 다른 결을 갖추는 데 성공한다.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다가 돌아온 MCU의 '블립' 사건 이후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진 뉴욕. 킹핀은 이를 데어데블, 화이트 타이거, 스파이더맨 같은 자경단의 탓으로 돌리면서 대중들의 불안함과 기대감을 공략한다. '레드 후크 부두'와 같은 우범지대를 재개발하고, 영장을 팔요로 하지 않는 초법적 권한을 가진 자경단 특별 수사대 출범과 같은 사이다 공약을 내세운 끝에 킹핀은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
킹핀의 정치적 성공은 극우 정치인의 등장을 MCU에 맞게 각색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중의 사회적 불만과 불안함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들의 지지에 힘입어 민주적으로 집권한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후에는 합법적인 척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는다. 일례로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는 당선인 신분일 때 사적으로 발행한 밈코인을 위해 대통령이라는 직위와 백악관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부두 재개발 사업을 사업 확장과 탈세에 악용하려는 킹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특히 킹핀이 자기가 사주한 테러를 명분 삼아 뉴욕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순간, 맷 머독의 고뇌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다. 불법적인 내용을 형식적 정당성으로 가리려는 킹핀의 독재를 합법적 수단은 막지 못한다. 이에 법과 도덕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맷은 데어데블의 길을 다시 걷기로 결심한다. 설령 위법하더라도 도덕적으로는 옳은 길을 선택해야 비로소 킹핀에게 맞설 수 있을 테니까. 이처럼 히어로의 정체성 회복 서사를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 공동체 차원의 이야기로 확장하면서 <데어데블>은 차별화에 성공한다.
보여주지 않아서 부각되는 갈등
두 번째는 <데어데블>의 구조와 연출이다. <데어데블>에서는 히어로와 빌런이 좀처럼 만나지 않는다. 데어데블과 킹핀은 1화와 8화에서 각각 한 번씩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접점이 없다. 둘이 한 액션 시퀀스에 함께 등장하는 장면도 없다. 그 대신 드라마는 그들을 편집으로 이어 붙여서 킹핀과 데어데블이 서로를 의식하고,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다음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가시적 충돌을 보여주지 않는 연출은 오히려 그들의 신념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이다. 윌슨 피스크가 뉴욕 시장과 킹핀 중 후자로 거듭나고, 맷이 변호사가 아닌 데어데블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과 흥분으로 물드는 뉴욕의 밤거리를 만족스럽게 내려다보는 킹핀과 혼란스러운 거리의 소음을 들으며 데어데블의 필요성을 깨닫는 맷 머독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드라마의 메시지도 구체화한다. <데어데블>은 다음 시즌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킹핀과 데어데블의 싸움을 예고하며 막을 내린다. 이때 카메라는 킹핀이나 맷 머독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바텐더, 전직 경찰, 변호사, 상담사, 기자와 같은 일반 시민들의 얼굴을 한 명씩 비추고, 그들이 킹핀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길과 맷을 도와 킹핀에게 맞서는 길 중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 암시한다.
이는 시민의 역할, 곧 시민적 덕성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설령 법을 위반할지언정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실질적인 위법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가 시민에게 주어져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니까. 즉, 만약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에만 포커스를 맞췄다면 상대적으로 희미해졌을 사회적, 공동체적 차원의 메시지를 결말을 통해 다시 한번 환기하는 셈이다.
과정을 잊게 만드는 결과물
다만 킹핀과 맷 머독을 일부러 조우시키지 않은 선택은 일장일단이 있다. 서사적으로는 영리하지만, 장르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긴다. 히어로와 빌런이 좀처럼 만나지 않으니 절대적인 액션 분량이 줄어들고, 클라이맥스라고 할 만한 장면도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 데어데블의 초인적 감각을 살린 고유의 액션 스타일은 건재하지만, 슈퍼히어로 장르의 쾌감을 살리지는 못한 것. 결국 다음 시즌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액션씬의 부재는 잡음이 많았던 제작 과정의 여파처럼도 보인다. <데어데블>은 본래 <마블 데어데블>과는 달리 법정물로 기획됐지만, 내부 시사회 평가가 좋지 않자 촬영 도중 작가와 감독들을 해고한 뒤 방향성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새롭게 추가된 에피소드인 1, 8, 9화에만 액션 시퀀스가 집중된 것은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데어데블의 MCU의 복귀는 아쉽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인 듯하다. 제작 과정의 난맥상을 고려했을 때 데어데블과 킹핀의 첫 발걸음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서사와 시의적절한 메시지로 꽉 차 있으니까. 이에 더해 '카말라 칸/미스 마블'의 아버지인 '유수프 칸' 같은 캐릭터를 활용해 MCU와의 연계도 있지 않았으니 <데어데블: 본 어게인>은 기존 팬들도, MCU 팬들도 모두 만족할 후속작 겸 복귀작처럼 보인다.
Exceeds Exectations 기대 이상
캐릭터 서사도, 현실적 맥락도 놓치지 않고 MCU에 안착한 헬스키친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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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과 돌봄 속 물의 이미지
<말없는 소녀>는 이미 돌봄의 감각을 잊은 관객의 몸과 마음마저 어루만진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각색한 영화 <말없는 소녀>는 무심한 부모 사이에서 방치된 아이가 애정과 돌봄의 손길로 다시 성장을 시작하는 어떤 여름을 그린다. 시골의 벌판에 코오트를 찾는 소리가 매섭게 울려 퍼진다. 카메라는 가만히 고개를 내려 웃자란 풀밭 사이에 모로 웅크려 그대로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비춘다.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서 비틀거리는 위태로운 이 아이가 코오트(캐서린 클린치)다.
코오트는 사람들의 눈빛을 피해 눈을 돌리고 말을 삼키며 도망가는 것이 익숙하다. 코오트는 어른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의자에 튀어나온 솜, 귓가의 귀걸이, 버려진 담배꽁초 따위로 시선을 돌린다. 말수 적은 소녀를 대신한 시점숏은 코오트가 보고 느끼는 바를 충실히 전달한다. 가사와 육아에 지친 엄마는 여섯 번째 아이를 배에 품은 채 분주하다. 엄마의 지친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 역시 코오트다. 코오트는 타인의 시선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간다. 에이블린(캐리 크로울리)과의 첫 만남에서 코오트는 에이블린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말없는 소녀>는 모든 대사가 사라져도 무방할 정도로 말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영화다. 왜곡되고 범람하는 말 대신 시선과 침묵이 영화를 이끈다.
코오트의 언니들은 송아지와 아기의 탄생에 대해 말하다가 아빠 댄이 들어오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문다. 이 가족의 소리를 억누르는 힘은 댄에게 있다. 댄은 영어를, 엄마 메리와 아이들은 아일랜드어를 사용하며 코오트는 학교의 또래 친구보다 영어에 서투르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코오트의 집을 단절된 침묵의 공간으로 만든다. 킨셀라 부부 역시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에이블린이 영어로 흘러나오던 라디오를 꺼버리자 아침 식탁 위에는 식기들의 조용한 부딪침과 새의 지저귐만이 남는다. “아무 말 안 해도 돼. 언제나 그걸 기억하렴. 많은 사람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은 걸 잃었단다.” 침묵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존중하는 어른의 존재는 말 없는 소녀에게 침묵이 불행의 증거만은 아님을 일깨운다. 압박에 못이겨 짓눌린 침묵이 아닌 공기 사이에 따스하게 스며드는 침묵도 있음을 보여준다.
부실한 점심을 먹은 코오트는 다른 아이의 책상 위에 있던 우유를 몰래 따라 마시려 한다.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들에 의해 엎질러진 우유는 코오트의 치마를 적신다. 코오트의 옷이 젖는 일은 몇 번씩 일어난다. 첫 장면에서 코오트가 그토록 숨었던 이유는 침대에 소변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킨셀라 부부의 집에 간 첫날밤에도 코오트는 오줌으로 침대와 옷을 적신다. <말없는 소녀>에서 목을 축이고 몸을 적시는 행위는 내면과 외면의 결핍과 갈증을 드러낸다. 에이블린은 코오트를 손수 목욕시킨다. 아이의 몸은 따뜻한 물속에서 깨끗하게 씻겨진다. 몸에 비누칠 하는 소리와 살갗이 부드럽게 쓸리는 촉감은 어떤 대사보다도 따뜻한 환대의 표현이다. 경제적 궁핍과 내면의 척박함을 채워주는 물속에서 코오트는 시든 꽃이 물을 머금듯 생기를 찾아간다. 예컨대 션과 에이블린이 따라주는 모든 음료는 클로즈업으로 천천히 찍혀 있다. 우유 한 잔 마음껏 마시지 못하던 아이는 갈증을 해소해낸다. 킨셀라 부부의 집을 떠나기 전 코오트는 샘터에 홀로 가서 물을 떠 오려다 도리어 물에 빠지고만다. ‘양동이와 그 안의 물에 반사된 소녀의 모습’이라는 이미지에서 시작된 <맡겨진 소녀>에서 이 부분은 물속에서 코오트와 똑같은 손이 “물속으로 끌어당긴” 것으로 묘사된다. 온몸을 적신 샘물은 세례이자 양수로 코오트는 마침내 새로운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코오트가 떠나가는 킨셀라 부부의 차를 뒤쫓아 뛰어가는 동안 사랑이라 부를 만한 기억들이 불려 나와 화면을 채운다. 마침내 션의 품에 안긴 코오트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댄의 모습을 흐릿하게 본다. 청각보다는 시각과 촉각에 집중하는 <말없는 소녀>에서 가장 중요한 발화는 코오트의 목소리로 간결하게 전달된다. 두 번의 “아빠”는 댄이 걸어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와 션과 에이블린의 사랑에 부응하는 의미로 각각 쓰인다. 침묵과 돌봄 속에서 다시 태어난 소녀는 명료한 목소리로 새로운 가족을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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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우 시네마 특징
슬로우 시네마(Slow Cinema)는 영화에서 느리고 여유로운 서사, 긴 러닝타임, 롱테이크와 같은 기법을 특징으로 하는 영화 장르 또는 스타일을 말합니다. 이 스타일은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장면이 강조되는 주류 영화와는 달리, 시간의 흐름과 일상의 디테일을 강조하며 관객에게 깊은 명상적 경험을 제공하는데요.
슬로우 시네마의 가장 큰 특징인 ‘롱테이크’는 영화 속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동일하게 만들고 관객은 마치 그 장면 속에 있는 것처럼 몰입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며, 더 나아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이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기도 하죠.
슬로우 시네마 대표작 8작품을 소개합니다.
또 현재 상영관에선 슬로우 시네마의 아버지격 안드리에 타르콥스키의 <희생>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팝콘영화 대신 한 장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슬로우 시네마를 경험해보세요.
“만일 영화를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건 타르콥스키 같은 감독 덕분일 것이다.”
-잉마르 베리만-
"난 타르콥스키의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그의 성격과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 그의 영화의 모든 컷은 그 자체로 멋진 이미지이다. 그러나 완성된 이미지는 그의 아이디어의 불완전한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생각은 부분적으로만 실현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극복해야 했다."
-쿠로사와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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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잠>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올해 한국의 3번째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9월 9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잠>이 개봉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손익분기점 100만명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올해 세번째 한국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2위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으로 주말동안 3만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다음으로 오펜하이머가2만5천여명의 관객수를 동원하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더넌2>가 차지했습니다
더 넌2’는 루마니아 수녀원 사건 4년 후, 수녀 모습을 한 악마가 다시 나타나면서 드러나는 공포와 충격적인 진실을 그립니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으로 ‘컨저링 유니버스’ 사상 가장 강력한 악마로 꼽히는 발락의 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베니스유령살인사건>이 그 뒤를 이으며 2위에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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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 오브 더 데드」 넷플릭스 제작비 1,000억원의 좀비영화ㅣ새벽의 저주 결말포함 영화리뷰ㅣ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컷ㅣ넷플릭스 오리지널ㅣ건데ㅣ
? "아미 오브 더 데드(2021, 넷플릭스Netflix)" 예고편 분석
"새벽의 저주(2004)" 영화리뷰 결말포함-영화 정보
장르: 액션, 공포, 범죄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잭 스나이더, 조비 해롤드, 셰이 해튼
제작: 웨슬리 콜러, 데보라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외
촬영: 잭 스나이더
음악: 정키 XL
촬영 기간: 2019년 7월 15일 ~ 2019년 10월 20일
제작사: 미국 국기 스톤 쿼리
배급사: 넷플릭스
공개일: 넷플릭스 2021년 5월 21일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2시간 11분
제작비: 9,000만 달러
독점 스트리밍: 넷플릭스 N아이콘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의 첫 장편 영화 촬영 감독 데뷔작
- 새벽의 저주 정보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제임스 건, 조지 로메로
출연: 사라 폴리, 빙 레임스, 케빈 지거스 등
장르: 공포, 스릴러, 액션- 조지 A. 로메로의 1978년작 동명 좀비 영화 리메이크작
- 시체들의 새벽
#아미오브더데드 #새벽의저주 #넷플릭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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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최신 개봉영화(샹치, 켈리 갱, 코다, 습도 다소 높음, 최선의 삶)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1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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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괴기맨숀> 메인 예고편
공포 웹툰 작가 지우는 아이디어를 찾아 괴기맨숀이라 불리는 허름한 아파트에 도착한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중년의 관리인은
이 아파트에서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504호, 708호… 지우는 사연을 들을수록 홀리기라도 한 듯 괴기맨숀에 점점 집착하게 되는데...!
미스터리한 맨숀! 5개의 에피소드! 괴이하고 섬뜩한 현실 공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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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당신얼굴 앞에서> 메인 예고편
그녀는 고층 아파트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여동생은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 살면서 괜찮은 걸까, 란 의문이 든다.
며칠 전부터 동생 집에 불쑥 들어와 살면서 한국에 다시 사는 걸 경험하고 있다.
숨기는 비밀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살게 하는 맘 챙김을 잘하고 있다.
한 그녀보다 나이 어린 영화감독이 그녀를 영화에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한두 번의 사양을 거쳐 오늘 그 감독을 만나러 간다.
서울 도심 어느 골목에 있는 작고 오래된 술집에서 낮술을 마시는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