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2023-05-29 10:14:44
[극장에서 본] H&M이었다가 발렌시아가
<슬픔의 삼각형,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모든 상들을 싹쓸어 갔지만, 후보군에 있었던 이름들도 쟁쟁했던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 감독 - 각본" 등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영화 <슬픔의 삼각형>.
굿즈의 출시 유무로 해당 영화의 기대치를 반영할 수는 없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으로 나오기도 했다. - 무려, 경쟁작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였다.
영화는 "칼 - 야야"모델 커플을 비롯해 사회 주요 각개 인사들이 승선한 호화 크루즈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상황 또한 예상한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는데...
1. 팔은 휘는데, 공은 뻗어나간다.
제목만 보더라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 부문의 수상 "황금종려상"까지 받았으니 어려움을 나타내는 척도 "예술성"이 한없이 높아만 보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본 작품 <슬픔의 삼각형>은 이야기를 이해하는 테에 큰 어려움이 있는 영화가 아니지만, 직관적인 방향성은 도리어,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영화는 총 3개의 챕터로 구분 짓는데, 첫 번째부터 남성 모델과 여성 모델의 임금 차이와 남성 모델들이 성범죄에 노출된 환경을 언급하며 우리의 통상적인 인식을 뒤엎는다.
그런 점에서 "칼 - 야야"의 식당 말다툼 장면은 상당히, 흥미롭다.
가볍게 본다면, 남자와 여자의 사랑싸움으로 볼 수 있겠지만 "돈 - 평등"이라는 바라보는 입장 차이는 뒤바뀐 성 역할을 넌지시 제시한다.
결국, 이런 관계는 2번째 챕터에서 한껏 더 노골적으로 비치지만 단연 재밌는 이야기는 마지막 3번째이다.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를 보면, 가장 아래에 있는 "생리적인 욕구"를 시작해 가장 맨 위에 있는 "자아실현"까지 피라미드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 학자에 따라 순서대로 실현해야만 하는 것과 꼭 이루지 않더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음으로 나눠져 있다.
그런 점에서 앞선 1, 2번째 이야기는 "자아실현"과 같은 높은 욕구의 이야기였다면, 마지막 3번째는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안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2.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했을까?
이렇게만 본다면, "안전"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갖춰야만 '계급'이 발생하는 이론에만 기댄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영화는 좀 더 깊이 파고든다.
역사에서 "계급"이 발생한 것에는 농업이 발전하며, "잉여 생산물"의 발생으로 생겨난 규율 중 하나이다.
앞서 1번째와 2번째에선 "여성 - 남성 모델", 그리고 승선한 이들의 돈이 "잉여 생산물"이었듯이 마지막 3번째에서의 "잉여 생산물"은 어디에 해당될까?
앞서 말한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에서 "안전"을 포함한 생리적 욕구는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는 "피라미드"로 표현되는 계급도에서 "노동자"로 비치기도 한다.
그리고, 위로 갈수록 권력자들은 소수로 나타나는데 3번째 이야기는 당연하게 이를 역전시켜 전개한다.
이처럼 영화는 "잉여 생산물"의 발생으로 계급이 만들어졌다 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상황을 봐야 한다.
마치, 선거기간에만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의원들의 상황처럼 우리는 어떤 상황에 봉착하고 있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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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노동에 영화라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어서
※영화 〈내일의 기억〉, 〈더 파더〉, 〈노매드랜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존 스타인벡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라고. 하지만 달리 보자면 또 그만큼 즐거운 외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 플랫폼에 적을 둔 사람들은 진정으로 고독을 즐길 줄 알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생각만 쌓아 둔 채 글쓰기를 제쳐두었다. 그게 본심이 아니라면 나는 단지 외로운 노동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가 뭐라고 한 적 없어도 글을 쓰기 위해 앉아있는 거라면, 분명 나는 그 즐겁고도 외로운 감정이 그리웠던 것이다. 본 영화는 늘어만 가고 쓰고 싶은 글은 산더미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온지라 마음만 급하다. 이건 그간 봤던 영화들을 짧게 정리한, 말하자면 습작이나 초고와 비슷한 글이다. 아마 여기서 곧 발전할 글들이 생기리라 확신한다.
1. 내일의 기억 Recalled | 2021 | 서유민 | 99분
기시감, 흔히 ‘데자뷔 Déjà Vu’ 로 불리는 이 현상은 프랑스어로 "이미 본” 이란 뜻으로 최초의 경험을 마치 이전에 봤다고 느끼는 착각을 말한다. 처음 온 장소가 과거에 와 본 것처럼 익숙하고 방금 한 행동이 예전의 기억과 어렴풋이 일치하는 순간은 누구의 일상이든 찾아온다. 하지만 생사를 넘나든 큰 사고를 당해 이제야 의식을 찾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누구든 그 진위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기억을 잃은 수진이 단란한 가정에서 겪는 기이한 데자뷔로부터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관객을 집중시키는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과 조각난 기억을 함께 맞춰가는 추리의 맛이랄까. 이미 여러 영화에서 써먹은 소재와 구상에도 이 정도 재미를 뽑아내는 감독의 역량은 눈길을 끈다.
그런데도 플롯을 영화가 쫓아가지 못한다는 기분을 받는다. 실마리를 풀어가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무의식의 깊이를 구현한 수직적 이미지가 툭툭 끊기는 영화의 편집을 만난다면 관객은 수진과 함께 혼란에 빠지고 만다. 모든 감독은 비장한 각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구현한다. 물론 그게 영화의 만듦새와 함께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는 ‘한국적 신파’에 치가 떨린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간의 경험에 크게 덴 나머지 나름의 인장으로 넘길 수 있는 장면도 과민 반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결말의 신파적 요소가 굳이 거슬린다면 〈해운대〉의 신파를 되새겨보며 이 정도면 영화적 기능으로 인정해 줬으면 한다. 만약 누군가가 등장 배우의 논란으로 영화도 보지 않은 채 덮어놓고 비판을 하고 싶다면 성인 수준의 상식에 미치지 못한 판단으로 드라마 전체를 망가뜨린 인물과, 이를 덮을 만큼 가십과 의혹만으로도 매장의 위기를 받는 인물 중 누가 현재의 가시적 해악에 더 가까운가를 생각해 보자.
2. 더 파더 The Father | 2020 | 플로리앙 젤러 | 97분
〈리어왕〉에서는 권력의 소용돌이에 비극적 선택의 첨병이 된 아버지로, 〈두 교황〉에서는 종교적 상징이자 시대와 평화의 ‘아버지’로 자신의 존재를 질문하고 토론하며 결국 내게 주어진 자리의 무게를 깨닫는 인물이 된다. 심지어 〈토르〉에서는 세상을 다스리는 신의 기원이자 두 슈퍼히어로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안소니 홉킨스’에게 〈더 파더〉만큼 노골적으로 현대의 아버지를 연기하는 것이란 어쩌면 심심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탄탄한 각본을 여전히 놀라운 연기로 끌어가는 80대의 배우가 보여주는 진가는 그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서 조금씩 드러나도록 완급조절을 한다는 사실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안소니’의 눈에 이 세상은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다. 시공간의 왜곡과 변주는 원작인 연극을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였기에 가능했던 탁월한 지점이다. 내 눈앞의 무엇인가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내가 알던 세계가 의심받는 상황만큼 공포를 자아내는 것도 없다. 돌이킬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진실에 이해하려 애쓰는 안소니의 모습은 숙연하며 시종일관 놀랍다. 극적인 감정의 파고를 홀로 묘사하는 장면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의 제목이 ‘나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인 이유는, 그를 지켜보는 딸 ‘앤’이 바라보는 시선이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달라지는 아버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딸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먼’의 연기 또한 눈을 뗄 수 없다. 어떤 감정이든 금세 관객이 이해하도록 만드는 능력은 미묘한 표정과 눈빛이 대답해주고 있다. 결국 모두의 삶을 위해 내리는 어떤 선택의 장면에 보이는 처연함과 머뭇거림, 슬픔과 확신이 뒤섞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뇌와 우주는 놀랄 만큼 비슷한 구조와 패턴을 보여준다고 한다. 달리 ‘소우주’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우주 宇宙라는 단어에는 ‘집’이 두 번이나 들어간다. 영화 속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주인공인 안소니의 집은 사라지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집과 실제 물리적 공간인 집이 교차하고 어긋나며 공포와 혼란을 극대화한다. 뇌라는 우주가 사라지는 동안 나를 지탱하고 보호했던 집 역시 희미해져만 간다. 그렇게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막막함이란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안소니를 두고 떠나야만 하는 불가역적 소멸의 정서와 조응한다.
3. 노매드랜드 Nomadland | 2020 | 클로이 자오 | 108분
올해 보았던 영화 중 최고를 꼽자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집과 일터,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은 ‘펀’은 밴 하나에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을 유랑한다. 동명의 원작이 사회 현상을 포착하고 기록한 르포라면 영화는 책에 담긴 여러 인물을 펀이라는 가상의 인물에 대입해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헤쳐가는 유목민들, 더 나아가 인간의 실존과 삶, 영화의 근원에 관해 화두를 던진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클로이 자오 감독은 집을 소거한 삶의 공백에 우리가 놓거나 놓지 않는 것들을 찾아가는 한 인간으로 대답한다. 제작에 참여한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직접 출연한 영화 속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떠도는 인물의 고독과 치열한 생의 모습을 마치 실존 인물처럼 연기한다. 사회 영화를 연상시키는 끊임없는 노동의 이미지는 배우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치와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해답을 바라는 구도자의 순례는 결국 출발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과거의 그와 지금은 다르다. 기억으로 가득 찬 집과 사막을 뒤로한 채 다시 떠나는 밴의 뒷모습은 영화의 완벽한 엔딩이다.
배우가 아닌 실존 인물을 그대로 영화에 녹여내 가상의 상황을 연기한 등장인물들은 현실감을 더욱 높여준다. 연출과 실제를 넘나드는 영화의 연출은 가상 인물인 펀에게도 유효하다. 사실 펀을 연기한 프란시스 맥도먼드도 영화의 절반까지는 ‘펀’보다는 프란시스 자신처럼 보인다. 유목민 선배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는 펀의 모습은 영화의 인물이 아닌 다큐멘터리의 호스트로도 보인다. 그래서 〈노매드랜드〉는 중반까지는 미국의 사회 현실을 포착한 다큐멘터리에서, 그 이후 펀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순간 그의 서사로 채워진다. 펀과 맥도먼드라는 두 인물이라는 정체성이 동화되고 중첩되는 과정은 영화라는 예술이 왜 인간에게 유효한가를 잘 드러낸다.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며 결국 커다란 서사가 자신의 이야기로 수렴하는 것이 곧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깨닫는다.
흔히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라고 불린다. 거대한 쇳덩어리가 한 나라의 정체성과 상징을 드러낸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단단한 금속에 몸을 실은 유약한 인간은 그 넓은 땅덩어리를 쉼 없이 움직이며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 유목민은 미국이 어떻게 건국하였고 여기까지 오게 된 그 정당성을 알려준다. 하지만 거창한 의미 안에는 피와 눈물로 맺힌 비운의 삶이 녹아있다. 노매드 nomad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 transfer 하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이는 곧 밀려난 이들의 피난처 shelter를 전제한다. 필그림과 아메리카 선주민, 개척시대에 희망을 찾아온 이들, 그리고 부동산과 경제위기가 몰아낸 차 안의 노매드들. 상징으로 추앙받는 한가한 말들에는 나라는 존재가 부유하는 미국인의 역사가 담겨있다. 그들은 여전히 떠돌아다니며 외면받는 존재이지만 바퀴 자국으로 미국이라는 땅에 궤적을 남긴다. 영화 속 미국이라는 땅에 잠든 오랜 역사가 새겨진 돌과 화석은 그래서 노매드를 닮았다. 단단한 돌에 새겨진 바람구멍은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연약한 인간의 발자취,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단하게 남아 있는 미국의 수많은 자동차에 담긴 인간의 삶과 기억을 나타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은 더는 그 자리에 없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던 빌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는 한 화석처럼 영원히 살아남아 흔적을 남기고 말 것이다.
4.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 2021 | 샤카 킹 | 126분
흑인 민권 운동사에 빠질 수 없는 1968년,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서거로 혼란스러웠던 미국에는 극좌파 민권 운동단체 ‘흑표당’이 세력을 결집하고 있었다. 당의 두 창립자 휴이 뉴턴과 바비 실은 각자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압적인 재판을 받고 있었다. 흑인 민권 지도자의 잇따른 부재로 구심점을 잃기를 바랐던 미국 정부와는 달리 위대한 혁명가는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기 마련이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서 투쟁을 이끌었던 20살의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은 뛰어난 언변과 협상력으로 대중을 선동하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에 FBI는 그를 반체제 인사로 규정, 그를 감시하기 위해 비밀 정보원을 투입한다. 차량 절도와 FBI 사칭으로 구속 위기에 놓인 윌리엄 오닐에게 이 은밀한 제안은 거부할 수 없었다. 흑표당에 들어간 오닐은 그를 감시하는 동시에 점차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직면하고 헴프턴에 동화된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오로지 민중을 위한 혁명을 외친 ‘블랙 메시아’와 그를 감시한 ‘유다’의 삶으로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미국의 역사를 보여준다.
BLM 운동과 트럼피즘의 후폭풍,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소수자의 입지가 좁아 든 작금의 시기에 영화는 60년 전으로 돌아가 혁명과 변혁, 진보의 길에 둘러친 억압과 폭력을 드러낸다. 제목처럼 영화는 ‘유다’의 시선으로 ‘메시아’를 들여다본다. 전체주의와 국가주의의 광풍에 ‘유다’ 윌의 배신이란 너무도 평범한 시민이 사회와 상황 앞에서 생존이라는 목표에 움직이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오닐 역의 ‘라키스 스탠필드’는 고뇌와 갈등 앞에 선 불안한 심리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된 사회에서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오닐의 피폐한 모습은 인간성과 도덕을 상실한 파시즘의 권력에 신념을 강요받는 무력한 인간을 묘사한다.
공포의 시대에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생리에 헴프턴은 단호히 부정한다. 직설적이지만 정확히 핵심과 구조를 꿰뚫는 화술을 지닌 그는 권력이라는 적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와 사랑을 내세운다. 뛰어난 선동가이자 정치가인 그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배포로 무지개 연합을 만들어 세력을 규합한다. 맹방기가 걸린 백인 빈민 교회에 당당히 들어가 고통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결국 그들을 설득해 당당히 남부의 깃발 앞 연단에서 백인들을 설득시키는 모습은 경이로우면서도 현대 정치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사유하도록 만든다. 위대한 인물을 연기하기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다니엘 칼루야’는 그의 삶을 되새기며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연설 장면에서도 머뭇거림 없이 카메라의 시선을 이겨내는 칼루야의 모습은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데 일조한다.
이념의 특성상 여성의 권익에 적극적이었던 흑표당과 국가의 대립에 한 축을 담당하는 뛰어난 여성 인물들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헴프턴의 연인이자 운동가인 데보라 존슨은 그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지적한다. 인간적이면서 강인한 여성으로 모든 상황이 종결된 마지막 장면에 잡히는 그의 감정은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헴프턴의 동료 주디 하몬은 영화 내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진보적인 조직의 면모를 보이며 신념 앞에 불굴의 의지를 드러내는 역할을 소화한 ‘도미니크 손’의 커리어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영웅과 비극적 최후, 그리고 배신과 선택은 범죄 영화 〈무간도〉를 떠올리면서도 탁월한 정치 영화로서 그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특히 소수자를 결합하는 연대의 유산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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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제32회 고담어워즈 수상작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지 시간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2회 고담어워즈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고담어워즈는 미국 최대의 독립영화 지원단체가 후원하는 시상식으로
오스카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대표적인 어워즈이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우수 작품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네이버 영화
제32회 고담어워즈에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해외 개봉 당시 10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토대로 3,000개로 확대되었고,
1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식지
않은 열기 속에서 박스오피스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 <All That Breathes>
ⓒ IMDB
올해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은 <All That Breathes>가 수상하였습니다. <All That
Breathes>은 인도의 솔개와 솔개를 돌보는 사람들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유수의 영화제에 노미네이션 되었으며, 제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와
제66회 런던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최우수 주연상 - 다니엘 데드윌러 <Till>
ⓒ IMDB
올해 최우수 주연상은 <Tiil>의 다니엘 데드윌러 배우 가 수상하였습니다. <Tiil>은
1955년,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엄마가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8%, 관객 지수 97%, 시네마 스코어에서 A+을 받는 등
관객과 전문가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최우수 조연상 - 키 호이 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네이버 영화
에블린을 다중우주로 이끄는 웨이먼드 역을 연기한 '키 호이 콴' 배우가 올해 고담어워즈
최우수 조연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키 호이 콴은 영화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연기와 현란한 무술 실력을 선보이면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의 아련함을 연기하며 극의 드라마와 액션을 균형있게
이끌어나갔다.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 - [파친코]
ⓒ Apple TV+
올해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 부문은 [파친코]가 수상을 하였다. 작년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국 시리즈가 연달아 이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파친코]는 2017년에 출판한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수상 소감 당시 시즌 2를 막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국제 영화상 - 레벤느망
ⓒ 네이버 영화
올해 국제 영화상은 <레벤느망>이 수상했다. <레벤느망>은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촉망받던 미래를 빼앗긴 대학생 ‘안’이 시대의 금기로 여겨지던 일을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신인 감독상 - 샬롯 웰스 <애프터썬>
ⓒ IMDB
올해 신인감독상은 <Aftersun>의 샬롯 웰스 감독이 수상하였다.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와 실제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뛰어난 스토리 구성과 깊이 있는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신인 배우상 - 그라치야 필리포비치 <무리나>
ⓒ IMDB
올해 신인 배우상은 <Murina>의 그라치야 필리포비치가 수상하였다. 영화는 브라질,
크로아티아, 미국, 슬로베니아에서 공동 제작한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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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애니메이션
아이와 시사회에 가는 날이다. 아이와 처음 가는 시사회에서 볼 영화는 <캐리와 슈퍼콜라>라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유튜브 채널 캐리TV에 등장하는 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전날 아이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이는 시사회가 무엇인지 내게 되물었다. 새로운 영화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는 행사이고 아빠가 시사회에 신청해서 당첨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신나 했다. 유튜브에서 가끔씩 보던 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라니, 아이는 무척 기대했다.
수많은 시사회에 참석했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시사회는 처음이었다. 영화에는 캐리와 그의 장난감 강아지 인형 콜라가 등장한다. 외계에서 악당에게 쫓기던 마스터가 우연히 콜라 인형을 발견하고 그곳에 숨는다. 그리고 그 인형 안에서 움직이며 자신의 초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캐리와 만난 마스터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즐겁게 흘러간다. 극장에 들어가 팝콘을 먹던 아이는 캐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온 신경을 화면으로 모은다. 그리고 어떤 때는 나를 향해 소리를 치기도 한다. “아빠 어떡해? 위험해!”
내가 어린 시절에는 시사회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영화 마케팅이라는 것도 방법이 한정되어 있었으니 개봉 전 선 상영이라는 것도 흔치 않았다. 극장에 표를 사서 본 영화들은 기억에 있지만 그때 옆에서 같이 영화를 봐주던 어머니의 반응은 별로 기억에 없다. 지금 나의 아이도 나의 반응은 그렇게 중요하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 오래도록.
영화는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무척 재미있는 모험활극이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캐리와 친구들이 나오고 초능력을 쓰는 외계인이 강아지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시선을 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같이 춤추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캐리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어떤 아이들은 춤을 추고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화면을 보다 밖으로 나오며 아이에게 물었다.
“재미있었어?”
“엄청 재미있었어!!”
아이에게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던 것 같다. 추석 때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편하게 보기에 좋은 영화다. 아이들과 같이 놀라고 웃고 춤추다 보면 어느덧 악당을 무찌른 캐리와 춤을 추는 아이를 만나게 될 것 같다.
아이와의 첫 시사회. 매번 혼자 극장을 찾고 있는 나에게는 무척 소중한 기억이다. 아마도 이 순간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필요한 순간에 재생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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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에 걸맞은 그 이름 '리들리 스콧'
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싶다.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맘껏 살 수 있는 인생이면 괜찮을 것 같다. 돈이 없다는 건 사람의 기분을 많이 좌지우지한다. 가령 이 사회복무요원 제도도 200만 원 월급을 받으면 할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한 달에 70만 원 받고 일하는 건 아무리 봐도 심했다. 또한 돈이 많으면 이 카페에서 초코 라테를 마시고 돈가스를 맛나게 먹고 가도 괜찮으니 금전적인 여유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인생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솔직히 내가 글을 쓰는 것도 돈 벌고 싶어서라고 했을 때 '아니오'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애써 아닌 척했지만 나는 사랑받기 위해서, 혹은 돈 벌고 싶어서 어떤 일을 벌인다. 난 배 굶주린 게 너무나도 싫다. 그래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만약 굉장히 유명한 언론사에서 나를 스카우트하면 어떡하지? 나 내가 쓴 글이 있는 한 회사가 엄청나게 유명세를 타면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유명세를 타 인세를 받았다 치자. 그 후의 내가 계획한 행동들도 있다. 300만 원은 저축하고 100만 원은 내가 사고 싶은 걸 살 것이며 100만 원은 내 생활비로 쓸 거다. 유명해지면 인세만 받고 끝나지 않잖아? 강연 같은 것도 들어오게 될 테니 부수적인 수입도 있지 않을까? 그럼 기획자로서, 작가로서 인정받는 것이니 외적인 사랑도 날 찾아올 거라 생각한다.
돈은 이렇게 미래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그래서 모두의 삶에서 돈은 참 중요하다. 생활이 편하니까.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으니까. 근데 앞에서도 언급했듯 돈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무슨 범죄를 저질러서 착복한 돈이 아니라면 잘 나가는 기업의 CEO나 정치인쯤 되는 사람들은 존경까지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돈이 없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돈이 많으면 그 외 부수적인 것들도 따라오니 사람의 인생은 돈이 많거나 그렇지 않거나로 나눌 수 있다는 말도 그렇게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나 열심히 살았다'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를 만족하고, 또 타인의 관심을 얻는 방식엔 '비싼 브랜드 제품 사기'가 있을 것이다. 브랜드 구찌는 이런 우리의 욕구에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라이톤이나 지갑, 가방 뭐 그런 것들은 나같이 스니커즈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돈 하나로 내가 사고 싶은 걸 산다는 건 별게 아닌데 우습게도 가끔 우리는 이런 것들로 개같이 일 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에휴. 돈이 별건가. 쉽게 딱 얻고 끝나면 좋을 텐데. 내 아내(남편)가 돈 많은 사람이라면 일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통장에 꽂힐 텐데. 이걸 얻기 위해서 난 어떤 노력까지 해야 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이란 걸 느끼게 된다. 그럼 '내가 돈에 농락당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싶다. 결국에 내 인생에 중요한건 재미라는 거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거다. 자, 지금 상영관에 어쩌면 중요하고, 또 그 사람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이 매개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있다. 작년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의 메가폰을 잡았던 감독 리들리 스콧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막장 드라마를 가지고 돌아왔다. 영화 보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좋은 참고자료가 되면 나는 많이 기쁠 것 같다.
소시민이었던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해서
이 영화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구찌'의 운영과정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이 중심이 되는 영화다. 파트리시아 레지아니는 20대 중반의 운송회사를 운영하는 부모를 둔 평범한 여자다. 그러다 구찌 일가의 구성원이었던 마우리시오 구찌를 한 파티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처음엔 가족 간의 갈등이 있어 구찌 운영의 실질적으로 개입하지는 못했지만 점점 그녀는 돈에 대한 욕심을 밖으로 표출하게 된다. 영화는 이 욕망에 대해 조명한다. 욕망을 어떻게 발현시키고 또 이 이야기의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금방 찾아보면 이 영화의 엔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가 진짜 '무엇'에 관해 다루는 가에 있어 중요한 건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면이다. 어떻게 욕망에 의해 사람의 내면이 변해가는가. 그런 철학적인 문제를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엔 변해가는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는 '욕망에 의해 변해가는 사람'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레이디 가가가 맡은 파트리시아 레지아니를 국한 짓는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그녀뿐만 아니라 변호사, 이른바 '금수저' 집안 등 다방면의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행동들을 벌인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와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영화의 줄거리가 리들리 스콧이라는 거장의 손 아래에서 매끄럽게 뽑혔으니 블랙코미디로서도, 스릴러로서도 좋은 기능을 한다.
덜어서 완성시킨 영화의 이야기
이 영화는 자체적으로 완급조절을 잘 했다. 실화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쳐내 비교적 순한 맛의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한 가족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엔딩신으로 끝이 나는 가정이 있다고 치자. 이게 한국 아침드라마 감성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서 그렇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상영된다고 치면 ‘이게 뭔가’ 싶은 구석이 있을 것이다. 감독 리들리 스콧은 이 과제도 효과적으로 해낸다.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사건을 그대로 실으면 '이게 내 이야기가 아니고 금수저들의 속사정일테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영화는 오히려 톤을 적당히 가볍게, 또 무겁게 유지해 극의 설득력을 높였다.
또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람들의 내면을 각본상의 허점이 없게 무난하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감독이라고 치자. 여자 주인공이 극의 중심이라고 쳤을 때,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녀에게 돈이 더 중요한 결혼 사유였다'를 표현하려면 어떻게 장면을 그릴 것인가? 난 '돈만이 결혼의 이유'이거나 '사랑이 결혼의 이유'로 연출할 것 같다. 감독은 이 사이의 묘한 선을 잘 타고 넘어간다. 사랑도, 돈도 놓치지 않는 캐릭터 작법을 보여준다. 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만큼 뛰어난 거장이기 때문에 이 실화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고, 또 무난하게 뽑아낼 수도 있으니 과연 그가 이 극의 감독인 게 다행인 셈이다.
레이디 가가의 재발견
나에게 있어 레이디 가가는 가수다. 내가 10대 때 '포커페이스'가 나왔고 길거리 지나가다 많이 들었으니 그 곡의 후렴부를 지금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전작 <스타 이스 본>에서도 듣기야 했지만 이렇게 카리스마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은근히 작은 체구의 그녀가 뛰어난 호연을 펼쳐 주인공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데 큰 무리가 없다. 다른 배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역시 아담 드라이버일 것이다. 감독의 전작 <라스트 듀얼 : 후의 전투>에서 인면수심의 무식남 역할을 맡은 것과 비슷하다가도 다른 느낌을 풍긴다. 집에 박혀서 변호사 공부만 하는 숙맥에서 역시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이 역시 탁월했다.아, 이 영화에 자레드 레토 나온다. '자레드 레토 나온다'를 강조하는 이유? 보면 안다.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나름대로의 배역의 어려움도 있다. 근데 유심히 안 보면 그를 알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다른 역 알 파치노는 해마다 기력이 쇠하는 노인 역할을 잘 완수했다.
어떻게 구했어? 소품으로 구현한 당시의 구찌
브랜드 구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회사의 제품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난 구찌 제품을 보고 한 번도 고급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같이 돈이 많이 드는 브랜드가 왠지 모르게 꺼려지는 나의 습성 때문은 아닐 것 같다. 그냥 구찌는 요즘 들어서 뭔가 촌스러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1980~1990년대의 구찌 제품을 보고 엥? 싶었다. 이래서 구찌가 구찌구나! 하는 생각을 거의 처음으로 하게 됐으니 말이다. 영화 전체에 구찌 제품이 쓰이는데 이걸 일부러 소품용으로 제작했는지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꽤나 고증을 잘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명품 보는 재미로도 영화는 즐겁다.
꼭 실화를 읽고 나서 영화를 보지 말 것
이게 실화 바탕이라 관련 기사 쓱 읽고 가는 게 도움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난 이거 오히려 반대한다.우리 한국에 살면 '막장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나? 그 글을 읽으면 관련한 드라마들이 생각나서 영화가 주는 재미를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스윽 가는 게 관객 입장에서 도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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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에 귀천 없듯 액션 연기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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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스턴트맨처럼 하면 어떡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콜트. 콜트는 좀 특별하다. 바로 스턴트맨이다. 몸값이 비싼 할리우드 배우들의 대역으로 액션 연기를 대신하는 콜트. 하지만 이런 콜트도 사람이다. 옆구리가 시린 콜트. 마땅히 기회(?)가 없으니 그냥 소같이 일만 한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사람은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 조디(에밀리 블런트)다. 영화 제작 스태프의 일원이었던 조디. 조디와 콜트는 서로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린다. "끝나고 뭐 해요?" 작업 거는 콜트. 조디와 콜트, 서로 사랑하기 5분 전이다. 마지막 액션 신만 찍고 나면 1일 시작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다. 허리를 크게 다친 콜트. 위축된 자신의 처지에 자존감이 급락한 콜트는 이내 잠수이별을 고한다. 화가 난 조디.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콜트가 잘 아는 제작자(해나 매딩엄)가 콜트에게 전화를 건다. "일자리가 들어왔는데. 조디가 감독인 영화야. 팀에 들어올래?"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뛰어나갈 기세다. 신난 콜트. 하지만 콜트에겐 문제가 생겼다. X를 구하려다 X 되게 생겼다. 영화 하나 찍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고추장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이 영화를 장르적으로 구분한다면 액션/로맨스물이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다양한 재료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선택은 영화의 이야기 줄거리 외/내적으로 좋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피로 두르고 있는 로맨스/액션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의 흐름 상 콜트와 조디의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사건의 배경이 두 남녀의 첫 만남이 있었고 콜트가 어떤 사건을 겪고 느닷없이 잠수를 탄다. 이후 ‘잠수를 탔기 때문’에 쌓여있는 인물 간의 오해가 이야기에서 중요하다. 이 오해를 풀고 싶은 것이 콜트의 핵심이다. 그냥 단지 ‘직업이 스턴트맨이니까’라고 보기엔 중반부 찍고 넓어지는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하니 영화가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심지어 중후반부를 보면 영화의 로맨스적인 특성을 대놓고 드러내기도 하는데 허무맹랑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지는 플롯을 로맨스라는 장르적인 특성으로 연결했다. 쉽게 말해서 '그래!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있으니까!'로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야기 상에서 액션이 등장하는 이유도 필연적이다. 직업이 스턴트맨이니까 액션을 보여주는 과정이 당연하다? 물론 제목과 직업에 대한 부분도 크게 작동하지만 중구난방으로 튈법한 영화 속 사건을 잇는 장치가 액션이 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이 <스턴트맨>은 영화를 만드는 영화다. 이런 플롯을 설정한 이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보여주면 당연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지? 이 과정에서 스태프들의 노고도 나오고 영화감독과 제작자 사이의 관계도 재미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중에 더 중요한 것. 이 영화의 제목은 ‘스턴트맨’이다. 스턴트맨은 일종의 대역으로서 액션 연기를 대신하는 존재다. 그러면 영화 안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연기를 하든 뭘 하든 이 직업군들에겐 중요한 제약이 있다. 이 배우들의 목숨은 하나고 역시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 점을 보여주려면 ‘목숨이 하나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 그러려면 액션이 들어가는 것이 필연적이다. 연기로 몇 겹을 쳐도 목숨이 하나인 걸 두각한 연출을 보여줬다.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장르를 소비한 것이 아닌 셈이다.
이 영화의 장르적인 내실을 까보면 온갖 것이 섞여있는 영화 전주비빔밥이라고 볼 수 있다. 글쓴이가 각본을 잘 썼다고 느끼는 지점 중 하나인데 이 영화의 핵심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할리우드의 역사를 영리하게 훑으며 긴 시간 동안 있어왔던 ‘스턴트맨’의 존재를 비추고 있다. 이것은 영화의 핵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왜? 할리우드가 어떤 장르를 만들든 간에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이 부분을 강조하듯이 호러, sf, 코미디, 미스터리, 애니메이션, 판타지 등등 여러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포용한다. 그리고 스턴트맨 콜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결하니 안 본 분들 입장에서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거친 부분이 있다. 긴 시간 동안 존재해 온 어떤 집단의 사람들을 2시간으로 압축시킨다? 당연히 매끄럽지 못하다. 이 부분은 영화의 호불호가 될 수 있다. 가령 주인공의 중요한 과제 톰 라이더를 찾는 부분에서 좀 불필요하다고 생각할만한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소재는 영화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어떻게’에 대해 생각해 보시라고 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그 이질감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콜트가 직접 겪는 개고생이 영화의 역사가 앞으로 계속 진보되어도 잊히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참기름도 있다구
이 영화는 또 오마주로 가득 찬 영화이기도 하다. 왜 오마주가 필요했을까?를 써보자면, (위에도 쓴 내용이지만) 현재를 넘어 과거의 스턴트맨에 바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의도야 충분히 좋다. 하지만 스턴트맨’만’ 중요하다고 하면 그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 우선순위가 부여된다면 영화감독이 직업인의 윤리에 있어 어긋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스턴트맨>은 예전 영화들을 끊임없이 호명함으로써 연출가로서의 윤리를 살렸다. 스턴트맨의 헌신도 물론이지만 그만큼 노력했던 선배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턴트맨 출신이었다가 영화감독이 된 감독의 당사자성을 살려 이야기를 만든다면 "왜 내가 스턴트맨에서 영화감독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갈 만했는데, 이 영화의 감독이 좋아할 만한 장면을 오마주 했으니 만드는 사람의 진정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특징을 살려 영화에는 한 페이지로 적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오마주들이 들어가 있다. 어느 단계에서 어느 장면이 오마주다!라고 쓰면 영화의 재미가 급감하기 때문에 대략적으로만 서술해 본다. 영화 첫 번째 장면이 콜트가 스턴트맨 일을 하다가 사고를 겪는 장면이다. 이 장면 보면 <미션 임파서블> 1편이 연상된다. 그리고 영화 안 극중극은 콜트 역의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맡았던 영화 중 어느 작품을 연상되게 한다. 시각적인 부분도 이 장르의 역사에서 이것저것 가져온 듯한 걸로 이루어져 있다. 또 조디라는 인물 역시 할리우드의 누군가가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은 연출로 중요하게 강조시키는데 오마주한 인물이 할리우드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영화가 할리우드의 현재를 보여주려고 했던 의도가 보인다.
<거미집>과의 공통점, 차이점
이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은 작품은 작년에 개봉한 <거미집>이다. <거미집>의 서양판이 이 <스턴트맨> 같을 정도로 공통점이 있다. 우선 주인공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김열/조디)이라 그 내용이 전적으로 들어갔다는 점, 시대적인 맥락(1970년대/2024년 현대의 할리우드)이 들어간다는 점이 그렇다.
이 공통점의 내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거미집>의 김열(송강호)과 <스턴트맨>의 조디가 만드는 창작의 의미가 각각의 영화 안에서 표현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가령 <거미집>에서 김열이 방구석에서 보여주는 모든 장면은 이상의 ‘날개’가 연상될 정도로 개개인의 욕망을 더 깊숙하게 투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안의 이야기를 만드는 건 김열이 촬영장의 리더로서 겪는 온갖 개고생이 핵심이다. 웃음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전미도(전여빈)이다. 전미도는 김열의 창작을 지원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미도가 풍기는 광인의 포스는 이야기가 미진하다고 느낄 즈음에 등장해서 영화를 이끈다. 반대로 <스턴트맨>의 조디가 만드는 영화는 후반부의 장면이 인물들의 상황과 겹치는 되는 지점이 있다. 심지어 기존 영화들의 오마주를 그대로 활용해서 인물의 내면과 감정적인 하이라이트가 겹쳐지게 하는 장면까지 있다(심지어 제목으로도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 안의 로맨스를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 와도 닿아있다. 어느 장면을 넘어서 영화와 현실이 무너지는 분기점이 있는데 이 부분은 감독이 의도한 바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에게 영화는 현실의 업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둘째로 시대적인 맥락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공통점을 읽을 수 있다. 전자 <거미집>에선 1970년대의 맥락이 등장한다. 당시 김열이 직면한 여러 애로사항 중 하나는 당시 행정부가 예술가들에게 제약을 둔다는 것이다. 이 장애물은 스트레스 한가득이었던 김열의 창작물에 장애물이 되며 인물의 고통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이 모든 고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거미집>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억할 카메오가 나오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구성하는 방식을 보면 그 모든 속박보다 창작자에게 깊고 크게 다가오는 장애물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왜? 이 장면이 일어나는 전후맥락에는 문공부라는 시대적인 맥락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장면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카메오가 김열에게 창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장면이다. 시대적인 맥락이 없다면 이 장면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에 대한 문제를 시대적인 맥락도 가져와 보충한 것이다. 하지만 <스턴트맨>은 이것과는 살짝 다르다. 이 영화에는 2020년대 할리우드에 있던 사건 중 가장 인상 깊은 스캔들이 등장한다. 또 특정 소재는 2024년의 현대사회를 암시하는 듯하다. 이 두 요소가 왜 굳이 등장했을까? 바로 2024년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 너희들 봐라!라는 의미다. 영화 외적인 요소를 굳이 안으로 가져와서 이야기의 구분선을 흐린 것이다. 이런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타겟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높인다. 사실 이렇게 영화가 외적인 맥락과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병치시켜서 우리에게 와닿게 설정했다는 것 자체는 흔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왜 스턴트맨일까? 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영화에 나오는 영화배우의 노고에만 감탄하며 액션영화를 보곤 하지만 이들 아래에 수많은 스턴트맨이 있었다. 스턴트맨에서 스턴트 하다 다치면 영화 내적인 사건이 외적으로 향한다고도 볼 수 있다.
얼버무리고 넘어가
이 영화의 단점은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스턴트맨에 대한 헌사도 보여줘야 하고. 성공한 덕후가 된 감독의 덕질 역사도 보여줘야 하고. 주인공과 관련한 메인 플롯도 보여줘야 하고. 조디가 영화 만드는 이야기도 보여줘야 하고. 현재의 할리우드도 묘사해야 한다. 적어도 이 모든 게 하나의 이야기가 되게 하려면 희생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어떤 조건 몇 개는 생략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초반 조디와 콜트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이 부분을 느꼈다. 단지 그럴 수도 있다고 느끼면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이 장면을 더 길게 늘여도 이야기 흐름에는 큰 문제없지 않았을까? 투박한 이야기 이음새가 인물의 동기를 더 공고히 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졌다.
또 어떤 두 캐릭터는 이 영화의 기획의도에 의해 희생됐다고 생각한다. 아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배경은 나름 합리적이고 꼼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있다면 가능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 인물이 엄청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냥 영화의 핵심만을 전달해 주는 분량만 있었다. 이 부분은 <스턴트맨>의 뒷맛을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다. 그 장면에서 그게 꼭 들어가야 했을까? 사실 그게 굳이 아니더라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다 전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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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과 애(愛)를 위해 날아올라라!
지금까지 차례대로 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영화다. 비행기 곡예 연출은 물론, 지중해 유럽풍 스타일 양식의 건물들과 풍경,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은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9분으로 착각할 듯 만든다. <붉은 돼지>를 보기 전, '내가 왜 주인공이 돼지인걸 봐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응원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돼버린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붉은 돼지> 네이버 스틸컷
전쟁
<붉은 돼지>는 전쟁에 아픔과 전쟁으로 변화된 사회에 대해 표현한다. 가령, 돼지 포르코가 인간이었던 시절, 그의 동료들과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펼치다 본인만 살아남아 적기를 따돌리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쫓기던 중 지친 포르코 눈 앞에 있는 광경은 포르코의 동료 비행기와 적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전투기들이 모여 마치 은하수(milky way)를 떠오르게 만든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에 대한 아픔을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투기 은하수로 위로와 평안을 빌게 한다.
반면, 전쟁으로 변한 사회는 조금 유쾌하게 표현한다. 포르코가 미국 용병 도널드 커티스의 공격으로 비행기가 부서져 수리를 맡으러 간 단골 정비 가게에서 전쟁과 일자리로 마을에 없는 남성들 대신에 여성들이 포르코의 비행기를 수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전투기 몸체를 직접 도면 설계하고, 엔진 화력 검사와 목공까지 도맡으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긴 원인도 전쟁으로 인해 남성들이 징병으로 끌려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기에 <붉은 돼지>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이라는 인식은 못마땅해하는 포르코의 태도를 보면, 당시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대상의 인식도 드러낸다.
돼지
주인공 포르코는 돼지다. 그가 왜 돼지가 돼버렸는지는 영화 내용으로도 크게 다루지 않는다. 포르코의 친한 친구 지나에 말에 따르면 저주라고 표현되고, N사 <붉은 돼지> 시놉시스를 보면 포르코가 국가와 애정 사이의 고민 중 국가를 택했지만 동료의 죽음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회의감과 계속되는 고민으로 결국 돼지가 돼버렸다고 설명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포르코가 돼지가 돼버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강한 캐릭터성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인간의 형태를 띠지만, 주인공 포르코만 돼지라는 캐릭터성을 가진다면 독창적인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받아 영화가 끝나도 기억이 오래가는 효과를 지닌다.
두 번째는 상징성이다. 포르코는 전쟁에 대해 회피하는 염세주의 성향을 보인다. 그가 국가에 대한 희생에 비해 변하지 않는 전쟁 사회에 길 잃은 나그네처럼 유유히 살아간다. 먹고 자는 걸 좋아하는 돼지처럼 포르코가 추구하는 염세주의 성향과 돼지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포르코가 돼지가 된 것은 바로 이런 공통된 상징성이 있어서 아닐까.
액션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이만큼 역동적인 모션과 액션이 있는 영화가 있을까. 전투기 곡예 장면은 한 마리의 유연한 용을 보는 듯했고, 커티스와 대결하는 전투기 액션 장면은 백미다. 엄청나게 화려한 전투 장면은 아니더라도 <붉은 돼지> 다운 인상 깊은 전투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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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타니안 영화 후기 / 911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대우 / 관타나모 다이어리 원작 / 실화바탕 /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작 /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언제나 멋있다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모리타니안”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병행하는 실제 인물들의 감동적인 쿠키영상이 있습니다.#911테러, #관타나모수용소, #실화바탕, #베네딕트컴버배치, #조디포스터, #골든글로브여우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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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좀비크러쉬: 헤이리> 메인 예고편
“세 명의 영웅이 헤이리를 구하리라!”
자고 일어나니 온 동네에 퍼진 좀비 바이러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선(공민정), 현아(이민지), 가연(박소진) 삼총사는
우연히 숨겨진 비리를 알게 되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데..
무더위 통쾌하게 날려버릴 NEW 코믹 액션 어드벤처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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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레센도> 티저 예고편
점점 세게, 점점 강하게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꿈꾼다!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는 평화 콘서트를 위해
오디션을 거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뽑는다.
수십 년간 이어온 분쟁과 갈등을 넘어 오직 음악을 바라보고 모였지만,
깊이 담겨 있던 분노와 증오는 이내 서로를 공격한다.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위해 지휘자 ‘에두아르트’는 진심을 담아 노력하고
영원히 평행선을 걸을 것 같던 이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공연을 하루 앞두고
팔레스타인 클라리넷 연주자 ‘오마르’와 이스라엘 프렌치 호른 연주가 ‘쉬라’가 사라지는데…
오케스트라 공연은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평화를 향한 희망의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