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서2023-05-13 13:58:26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 2023>
<더 스퀘어>에 이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신작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왔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포스터처럼 이런저런 괴소문이 자자한 영화 중 하나인데, 오늘 리뷰에서는 영화는 어떤지부터 시작해서 영화가 담고 있는 것들과, 또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볼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우선 전작인 <더 스퀘어>가 예술가의 위선과 특권의식을 다뤘다면 <슬픔의 삼각형>은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젠더와 계층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의 삼각형은 마치 계급을 나타날 때 삼각형을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는 내내 이것을 전복시키면서 대담하고 강렬한 풍자를 이어갑니다. '온갖 위선과 무지로 뒤덮인 상류층이 계급이 전복된 사회가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독특하고도 과감하게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더불어서 영화는 마르크스 등의 어록을 언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을 직접적으로 이용해서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탁월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매우 심오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재미없지 않습니다. 저도 영화 내내 몇 번이나 웃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로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워서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러닝타임이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2시간 반으로 꽤나 긴 편인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게 됩니다. 시사회에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웃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영화 중반부에 그 유명한 구토 장면이 나옵니다. 이 구토는 상류층의 위선을 가장 강렬하게 풍자하는 요소로 영화적으로 굉장히 중요하지만 비위가 약하신 분들이라면 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저도 반쯤 스크린을 바라보지 못한 것 같은데, 빈속에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 장면만 주의하신다면 영화 전체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보실 수 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훌륭합니다. 우디 해럴슨부터 시작해 해리스 디킨슨, 샬비 딘 모두 훌륭하지만 영화 3장부터 등장하는 돌리 데 레온의 연기가 특히나 인상 깊습니다. 스포일러로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영화가 어떠한 지점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말로는 형용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 장면에서 이어지는 엔딩은 강렬합니다.
영화가 함유하고 있는 주제가 최근 많은 영화들에서 다뤄지고 있기도 하고, 본 영화에서 어떠한 독특한 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리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많이 다뤄진 것뿐이지 여전히 유효한 주제기 때문에 독창적인 변주만 있다면 저는 만족이네요. 감독의 전작인 <더 스퀘어>를 보고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루벤 외스틀룬드 특유의 유머 스타일이 있는데, 그걸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이 영화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작인 <더 스퀘어>보다 좋았네요. 시사회에서 나눠준 굿즈도 전부 마음에 들었고요. ㅎ
+) 샬비 딘의 명복을 빕니다.
Relative contents
-
- 새로운 곳에 뿌리내리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
먼 이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이민의 길을 떠난다. 고국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거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이민의 길은 사실 쉽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가면서 조건이 좋지 않은 일부터 시작해야 새로움의 삶을 천천히 익숙한 삶으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일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나은 일을 찾고 가족들과 삶을 이어나간다.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가족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 힘든 이민의 삶을 받아들이고 점점 그곳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어떤 나라에서든 이민자들의 삶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여전히 그런 과정을 거친다.
사실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이 꼭 이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전혀 새로운 곳에 이사 가게 되어 살게 되거나 다른 환경으로 가게 될 때 우리는 그런 경험들을 한 번쯤은 겪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찾아 다시 삶을 만들어 나가는 장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할 때, 그 쉽지 않은 현실을 앞에 두고 가족들은 때론 서로 의견 대립을 하고 싸운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손을 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곳에 온전히 뿌리내리기 위해 의지할 곳은 바로바로 옆에 있는 가족뿐이다.
영화 <미나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제이콥(스티븐 연),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김) 가족이 알칸소의 새 집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미국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제이콥과 모니카의 가족이 다시 새로운 지역 알칸소로 이주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이콥은 바퀴가 달린 집과 그 주변의 땅에 농장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하는 일을 하며 같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미국 대도시의 삶에 잘 적응하지 못한 듯한 이들은 새로운 곳으로 옮겨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거주 환경과 주변을 본 모니카가 실망감을 토로하지만 여기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남편 제이콥의 말에 일단 그곳에서의 삶을 준비한다.
제이콥이 준비하는 농장은 그의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제이콥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 주변의 땅에서 물을 찾는 일이다. 물길을 찾는 외부인을 불러와 살펴보거나 자신이 직접 땅을 파서 땅속의 물을 찾아 농사에 활용한다. 제이콥이 늘 물에 신경 쓰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 물은 꽤 중요하다. 물만 잘 공급된다면 농사를 짓기 수월하고 이들 가족이 큰 불편함 없이 뿌리내려 사는데 도움이 된다.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물이 끊겼을 때 가족을 압박하는 것은 생활의 불편함 뿐 아니라 경제적인 압박도 포함된다. 그들이 목이 타는 것과 같이 마음속도 타들어가고 부부는 의견 대립으로 충돌한다.
제이콥은 자신의 농장에서 작물을 성공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믿고 부단히 매달린다. 반면 모니카는 실패할 수도 있는 농장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병아리 감별을 지속적으로 하길 원한다. 그리고 조금은 더 큰 도시로 이주하여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를 원한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위하지만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 제이콥은 농장의 성공이 가족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부단히 매달린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그리는 안정적인 상황이 그의 눈앞에 보인다. 그래서 그는 그 농장을 포기할 수 없다. 그 농장의 성공이 바로 가족의 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모니카는 적은 돈을 벌더라도 바로 지금 안정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당장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농장일에 매달리는 제이콥과 의견 대립을 하게 된다.
그런 작은 대립에도 불구하고 모니카와 제이콥은 서로의 그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모니카는 제이콥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은연중에 만들어준다. 비록 제이콥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가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는다. 또한 자신의 엄마인 순자(윤여정)를 미국으로 불러와 자신과 남편이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한다. 순자는 이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윤활유이자 물 같은 존재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미국으로 올 때 가져온 고춧가루, 멸치 등은 밥상에 올라올 음식이 되어 가족들에게 고국의 맛을 선사하고, 그가 가져온 화투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놀이가 가진 재미를 알려준다. 비록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외할머니와 데면데면해 하지만 아이들은 곧 그것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조금씩 외할머니는 이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되어간다.
그 익숙해진다는 것이 곧 친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완전히 마음을 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이 영화 속 데이빗과 앤 도 마찬가지다. 대화조차 잘 통하지 않는 외할머니에게 그들이 친숙함을 금방 느끼기는 어렵다. 처음 외할머니를 만난 데이빗은 연신 할머니 같지 않다며 혼자 중얼거리는데, 한국의 할머니를 처음 만났고 기대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이 일하러 간 시간,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데이빗과 앤은 외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조금 떨어진 냇가에 산책을 나간다. 특히 데이빗은 그 산책의 시간을 보내며 순자와 교감하고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질병도 서서히 회복해나간다. 그렇게 모든 가족의 마음속에 익숙함이 자리해나갈 때 비로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운이 만들어진다.
<미나리> 속 특별한 장면들은 대부분 외할머니 순자와 데이빗이 만들어낸다.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은 짧은 한국어와 영어를 통해 이야기하는데 냇가 옆에서 데이빗과 부르는 원더풀 미나리 송에서도 정감이 느껴지고 티격태격 장난치는 듯한 두 사람의 행동도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순자는 데이빗이 눈에 보이는 위험을 보이는 곳에 놓고 관리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심장병이 있어 늘 뛰기를 두려워하는 데이빗에게 그 위험을 직면하며 관리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데이빗은 마음도 몸도 서서히 치유가 되어간다 이 영화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면 외할머니와 손주가 만들어낸 이런 앙상블 때문일 것이다.
순자는 고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냇가에 뿌려 미나리를 키운다.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는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니카와 데이빗 가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가족에게 물만 있으면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큰 문제없이 정착할 기회가 만들어진다. 영화 후반 군집을 이루어 아주 잘 자라는 미나리의 모습은 어쩌면 이 가족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는 이들 가족이 잘 정착하여 살게 되는지, 농장 운영은 성공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보여준다. 결국 다섯 명의 가족이 결코 떨어질 수는 없고 앞으로도 같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타오르는 농장에 뛰어든 제이콥과 모니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들은 싸운 직후였고, 이별의 결심까지 한 후였다. 하지만 남편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물이 타오르자 그것의 일부라도 구하고자 이리저리 물건을 불 밖으로 빼는 모니카의 모습에서 남편의 노력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그들이 결국 같이 그것을 해결해 나갈 것임을 보여준다.
가족의 고난사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영화 <미나리>는 긍정적인 영화다. 잠깐씩 모습을 비추는 알칸소의 이웃과 교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에게 호의적이다.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보고 친해지려 다가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폴(윌 패튼)은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웃으로 등장하지만 결코 나쁜 인물이 아니다. 이해 못할 행동을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제이콥의 농사가 잘되길 빌면서 일손을 돕는다. 악의 없이 이 가족이 그 땅에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어쩌면 영화 속 그의 주술이 실제로 가족의 마음이 안정되도록 심리적인 도움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농작물 수확도 잘할 수 있었고, 집안에 나쁜 일들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이민자들 주변에 있었던 좋은 이웃들의 모습을 폴이라는 인물이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폴이 이민자인 그들을 이상하게 취급하지 않은 것처럼 가족도 폴을 하나의 이웃으로 대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공감하며 관람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부부의 이야기, 어떤 사람은 외할머니와 손주들의 이야기 그리고 본인이 이민자라면 이민자 자체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이민자들의 경험이 담겨 있지만 아주 보편적인 가족의 정서를 담고 있어 널리 공감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미나리 리뷰>
-
- <로스트 도터> 리뷰
우연히 영화 시사회에 갈 기회가 생겼다.
<로스트 도터>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던 내용은
윤여정 배우님께서 존경하시는 올리비아 콜맨 주연 영화라는 것과
《나의 눈부신 친구》를 쓴 엘레나 페란테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뿐이었다.
귀여우신 여정 쌤과 올리비아 콜먼 - <뜻밖의 여정> 5회
최근 엘레나 페란테 소설에 푹 빠져
《나의 눈부신 친구》 드라마까지 섭렵한 친구가 있어서 옆에서 간간이 봤었다.
영화도 그 드라마 같은 느낌일까? 하는 정도만 기대하고서 시사회에 참여했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스트 도터> 시사회 티켓 배부 부스.
저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실은, 하필이면 시사회 날 당일에 하루 종일 폭우가 내려서
이 비를 뚫고 먼 용산까지 가서 볼만한 영화일까
기대보다 우려가 훨씬 더 큰 상태로 관람을 했었다.
결론은 그런 핑계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것!
종일 기분이 가라앉은 날이었는데
이 영화 덕분에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 있었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2022 아카데미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2021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작품으로,
<다크나이트>의 레이첼로 유명한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배우 올리비아 콜맨과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등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이고
전 세계 37개 부문 103개 후보에 오르며 극찬을 받았다.
영화의 주제는 포스터에 적혀있듯
'아름답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 엄마'에 대한 내용이다.
인지도 있고 사랑받는 스타인 배우들이 한데 모여
이런 이야기에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감격스럽다.
용기 있는 여성들의 업적이 아닌가
자식들이란 끔찍한 부담이에요.
<로스트 도터> 中
부끄럽지만, 오래전부터 '만약 내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을 상상해왔다.
막 태어난 조카를 보고 귀엽다고 말하면 주위 어른들은
"애 낳을 때 됐네", "네 아이 낳으면 더 귀여울걸?" 하곤 했다.
그렇지만 난 내 아이를 낳아도 훌륭한 모성애를 보이지 못할 테고
나보다 내 아이를 더 사랑할 자신이 없어 절대 아이를 갖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는 책임감 없이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과 유사하다.
'임신거부증'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느끼는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임신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아이도 엄마의 이런 마음을 알아채고선
살기 위해 본인의 존재를 숨기고 몰래몰래 자란다고 한다.
임신 중에도 태동도 없고, 입덧도 없고, 배도 나오지 않고, 월경도 정상적으로 한다.
너무 두렵지 않나? 그 사실을 안 후로 난 내가 혹여나 임신을 한다면
뱃속의 내 아이가 100% 그럴 것 같아서 미안하고 끔찍하고 두렵기만 하다.
이게 나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고 올바르지 않은 사고라 여겼는데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나만 그런 게 아니란 걸
이 영화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영화의 인물들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낳은 건 아니지만,
출산 이후 여성에게 당연시되고 신성화되는 모성애에 대해
통렬한 시각을 제공한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극장에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다른 사람이 되어 나오게 한다던데, 딱 그러지 않았나.
아름답지 않은 모성애가 실존함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에겐 위안을 주고 그런 신화를 믿는 모든 이에게 충격을 주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어두운 얘기만 계속하게 됐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세 주연 배우의 연기력과 미모와... 이모저모
호소력 짙고 기품 있는 올리비아 콜맨과
고혹적인 다코타 존슨과 미소가 매력적인 제시 버클리,
이 셋이 한 영화에 나오는데 안 볼 이유가 있을까?
솔직히 제시 버클리 때문에 한 번 더 보고 싶다ㅎ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배우지만
필모 도장 깨기 하고 싶어질 정도로 빠져들었다.
연출도 좋았다.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한 '레다'는 아름답고 고즈넉한 그리스로 휴가를 간다.
묵게 된 숙소에는 풍성한 과일 바구니가 준비되어 있고
해변의 관리인은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행복감에 젖어들 때면 늘 불편한 상황들이 레다를 간섭해온다.
기분은 나빠져도 크게 문제 있는 요소들은 아니어서
레다를 예민한 여자 정도로 생각하게 한다.
여자의 활력과 생기를 상징하는 과일의 이면을 보여준다던가
고즈넉한 해변에 시끌벅적한 대가족이 파티를 하러 온다던가 하는 정도.
그런 요소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두 여성이 계속해서 시선을 주고받는 장면도 인상 깊다.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무심코 서로에게 눈이 가고,
엄마들만이 나눌 수 있는 감정을 눈빛으로 주고받는 섬세한 표현이었다.
많은 여성들, 나아가 여성이 아닌 모두가
이런 영화를 보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로스트 도터>는 다가오는 7월 14일부터 극장에서 상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1) 평점: 10/10점
2) 한줄평: 나를 용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영화
-
-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를 서너 번 봤지만, 이번에 보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 영화를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의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 기존의 영화 해석에서는 주인공 윌리엄 머니의 심리적 변화와 기존의 서부영화가 보여주었던 전형적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서부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과거 미국 서부영화에서 뛰어난 총잡이로 활약해 왔고, 영화, TV 시리즈에서도 머플러를 휘날리며, 시가를 물고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총잡이의 아이콘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에도 출연해 미국 서부영화를 희화화하는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존 웨인 이후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 깊게 각인된 인물이다.
이 영화는 과거 화려했던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총을 놓고 시골에서 농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물 간 과거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는 어린 아들과 딸을 키우며 외진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 윌리엄 머니 역을 맡은 것은 필연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다른 배우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과거에 유명하고 잘 나가던 총잡이였기 때문이며, 그 인물이 시간이 흘러 퇴물이 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기 때문이다.
퇴물이 된 윌리엄 머니는 몰락한 서부영화를 상징하며, 이제는 흘러간 한 시대의 영화(榮華)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영화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평범한 농부로 살아가던 윌리엄 머니에게 스코필드 키드가 찾아와 함께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거절한다. 그가 다시 말을 타게 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다. 키우던 돼지가 콜레라에 걸려 죽게 되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돈이 필요하게 된 것과, 스코필드 키드가 말한 내용에서, 카우보이에게 어떤 여성이 칼로 난자당했다는 말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 나레이션은 처음과 끝에만 나온다. 나레이션은 윌리엄 머니가 어떤 인물인가를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여기서 관객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윌리엄 머니가 총을 버리고 시골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며, 아내는 두 아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악당은 개과천선해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를 개과천선하도록 만든 사람이 그 악당의 아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언듯 봐도 윌리엄 머니의 두 아이 - 딸과 아들 -는 어리다. 나이로만 보면 윌리엄 머니에게는 손자처럼 보인다. 그의 아내는 겨우 스물 아홉살에 세상을 떠났다. 윌리엄 머니와 아무리 적어도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윌리엄 머니를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시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윌리엄 머니는 죽은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으며,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11년 동안 총을 잡지 않았다. 그러니 아들의 나이는 많아야 열한 살일 것이고, 딸은 여덟, 아홉 살 정도로 보인다. 윌리엄 머니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 때문에 가능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만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의 과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의 인성이 하루아침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잔인하고 흉포한 인간이지만, 그것이 타고난 인성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그의 삶 전체가 어떤지 관객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성들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모습은 나타나지 않지만 윌리엄 머니의 아내가 중요하게 드러나며, 윌리엄 머니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기는 빅 위스키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내건 현상금이다. 1870년대 와이오밍주는 준주였으며 미합중국에 포함되기 직전이었다. 이때도 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 와이오밍주는 인구가 50만 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주정부다. 중서부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가져야만 했다.
남성들은 총을 갖고 싸우거나, 처음부터 총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도떼와 살인자들이 날뛰면 현상금 사냥꾼들이 그 뒤를 쫓았던 시대였다. 보안관은 그 지역의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이 영화에서 '리틀 빌'이 그런 인물이다. 리틀 빌도 과거에는 무법자, 범죄자로 살았지만, 운이 좋아서 작은 마을의 보안관이 되었고, 그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남성들의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보통은 평범하게 살았지만, 살기 어려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원인은 가부장사회의 구조적 압력 때문이다. 즉, 사회가 여성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빅 위스키에 사는 여성들도 자신들이 원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포주에게 묶여 있는 몸이며, 카우보이에게 얼굴을 난자당한 여성은 심각한 피해자였음에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포주가 카우보이에게 말을 일곱마리 받는 것으로 보안관 리틀 빌이 판결한다. 여성은 피해당사자였음에도 마치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포주는 여성들을 '재산'이라고 말한다. 즉,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보안관 리틀 빌 역시 여성들을 무시하고, 여성을 가해한 카우보이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한다. 이것은 명백히 남성우월주의자의 모습이며, 여성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방으로 당하기만 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단결해 가해자인 카우보이를 응징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여성들은 힘들게 모은 돈을 현상금으로 내놓고, 두 명의 카우보이를 죽이는 사람에게 돈을 주겠노라고 소문을 낸다.
여성들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천한 일-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을 하지만, 스스로 자존과 명예를 지키려는 그들의 최소한의 행동이었다. 자신들(여성들)을 함부로 대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본때를 보임으로써 다른 남자들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애송이 스코필드 키드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청년은 왕년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라면 카우보이 두 명을 쉽게 처치하고 무려 1천 달러라는 거액을 둘이 나눠 가질 수 있을 거라 계산했다.
하지만, 스코필드 키드가 윌리엄 머니를 발견했을 때, 윌리엄 머니의 몰골은 형편 없었다. 다 늙어가는 시골 촌뜨기 농부였고, 자기 몸도 온전히 가누지 못하는 퇴물 늙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키드는 함께 할 생각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따라오라고 말하고 먼저 길을 떠난다. 윌리엄 머니는 옛 동료 네드 로건과 함께 키드를 따라간다. 윌리엄 머니의 과거를 가장 잘 아는 네드 로건은 원주민 여성과 둘이 조용하게 살고 있었다. 그 역시 윌리엄 머니와 함께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지만, 지금은 평범한 늙은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현상금을 노린 세 명은 어렵게 빅 위스키에 도착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차가운 빗속을 오는 동안 심한 몸살을 앓게 되고, 여기에 리틀 빅에게 걸려 호되게 엊어 맞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키드와 로건은 2층에 있는 여성들을 찾아 올라갔다가 리틀 빅에게 걸리지 않고 도망하고, 셋은 마을 외곽 허물어진 집에서 겨우 모일 수 있었다.
이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을 돕는 사람도 역시 여성들이다. 특히 윌리엄 머니는 리틀 빅에게 죽을 만큼 구타당하고, 몸살까지 앓아서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여성들이 돌아가면서 간호하고, 구완해 정신을 차린다. 즉, 이 영화에서 서사가 이어질 수 있는 바탕에는 여성들의 헌신이 깊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헌신은 사건에 묻혀 관객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카우보이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윌리엄 머니가 쏴죽이고, 다른 한 명은 스코필드 키드가 쏴죽인다. 총잡이라고 큰소리 치던 스코필드 키드는 화장실에 쭈그려 앉은 카우보이를 쏴죽이고, 처음 사람을 죽였다고 머니에게 고백한다. 결국 로건도 살상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키드도 현상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남은 건 윌리엄 머니.
그가 다시 총을 잡게 되는 동기는 오랜 친구 로건의 죽음 때문이다. 이 정보를 알려준 사람도 역시 여성이다. 마을 보안관 리틀 빅과 그 일당에게 사로잡힌 로건은 모진 고문을 당하다 죽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머니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다.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술을 끊었지만, 로건이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술을 마신다.
이후 벌어지는 쌀롱에서의 결투는 과거 서부영화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멋진 결투가 아니라, 그저 개싸움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살인 장면이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도이며, 서부영화는 더 이상 멋지고 화려한 총싸움도 아니고, 과거의 서부영화가 보여준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장면들이다.
윌리엄 머니는 뛰어난 총잡이가 분명하지만, 그는 총을 잘 쏜다기보다, 죽음 앞에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리틀 빅 일당은 총을 쏘기는 해도 이미 당황하고 있으며, 윌리엄 머니의 명성에 기가 죽었고, 총에 맞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다보니 명중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윌리엄 머니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한 태도로 정확하게 상대를 향해 총을 쐈고, 다섯 명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었다.
싸롱 밖에도 리틀 빅 일당이 있었지만, 윌리엄 머니는 당당하게 외친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면, 그 사람의 가족, 친구도 모두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엄포였다. 이건 실제 벌어지지 않겠지만, 충분히 공포를 느낄 만큼 윌리엄 머니의 과거 악행은 유명했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결국 윌리엄 머니가 꼭 하고픈 말은 이 마지막 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실화는 아니지만, 윌리엄 머니가 빅 위스키의 악당들을 모두 처치한 이후 와이오밍주는 미국연방에 포함되고, 여성들의 참정권은 미국연방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악당이 보안관을 하는 불법도 사라지게 된다. 즉, 미국의 흑역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윌리엄 머니는 두 아이와 함께 살던 곳을 떠나고, 소문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로 갔다고 한다. 와이오밍에 남았던 사람들은 금 때문에 온 경우가 많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금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와이오밍을 찾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서쪽 끝 캘리포니아까지 갔다. 윌리엄 머니 역시 더 이상 와이오밍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고, 신변의 위험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도시에 정착해 평범한 노동자가 되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총을 잡은 건, 그가 갚아야 할 빚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에서 진 빚은 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알 것 같다.
-
- 명연기를 선보이는 강아지 출연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정말 봄이 온 것만 같아 설레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여러분,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국제 강아지의 날'인데요, 매년 3월 23일에 반려견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 촉구 및 버려지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권장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랍니다.
영어로는 'National Puppy Day'라고 해요.
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강아지 사진을 찾아보는데요, 어쩜 그렇게 다들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불행하던 삶에 한순간에 행복해 지곤 해요. 그런데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다가 무책임하게 버려버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죠. 하지만 강아지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질렸다는 이유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생명을 내팽개치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런 뜻깊은 취지를 가진 '국제 강아지의 날'을 기념해 강아지가 출연한 영화 8편을 가져와 봤어요.
명연기를 선보이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모습에 함박웃음이 지어지다가도 가슴 찡한 장면에는 눈물이 주룩 흐르는! 감동적인 강아지 영화와 영화 속 명대사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베일리 어게인(2017)
A Dog's Purpose
ⓒ 네이버 영화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트립, 섀도우, 몰트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귀여운 소년 ‘이든’의 단짝 반려견 ‘베일리’는 행복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다시 시작된 견생 2회차, 아니 3회차?! 1등 경찰견 ‘엘리’에서 찰떡같이 마음을 알아주는 소울메이트 ‘티노’까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성별과 생김새, 직업(?)에 이름도 바뀌지만, 여전히 영혼만은 사랑 충만! 애교 충만! 주인바라기 ‘베일리’ 어느덧 견생 4회차, 방랑견이 되어 떠돌던 ‘베일리’는 마침내 자신이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 네이버 영화
So, in all my lives as a dog, here's what I've learned.
Have fun, obviously.
내가 개로 살면서 깨달은 건 이거야.
즐겁게 살아.
Don't get all sad faced about what happened andscrunchy-faced about what could.
Just be here now.
지나간 일로 슬픈 얼굴 하지 말고
다가올 일로 찌푸리지 마.그냥 현재를 살면 돼.
ⓒ 네이버 영화
Humans are complicated.
They do things dogs can't understand.
Like 'Leave.'
인간들은 복잡해.
그들은 개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잖아.
'이별하는 것' 같은.
마음이...(2017)
Hearty Paws...
ⓒ 네이버 영화
감독: 박은형, 봉수
출연: 달이, 유승호, 김향기 등
장르: 가족,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11살 나이답지 않게 듬직한 소년 찬이, 그리고 찬이의 6살 배기 떼쟁이 여동생 소이. 이렇게 두 오누이는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살고 있다. 어느날 찬이는 강아지를 갖고 싶어 떼 부리는 소이를 위해 생일 선물로 갓 태어난 강아지를 한 마리를 훔쳐온다. 소이는 엄마가 자기 마음을 알고 보내준 것 같다며 강아지 이름을 마음이라 짓는다. 그렇게 세 식구가 된 찬이, 소이, 마음이는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한때를 보내게 된다. 어느덧 1년이 지나고 이제 마음이는 찬이가 없을 때 소이를 친구처럼, 오빠처럼 돌볼 만큼 큰 늠름한 개가 된다. 그 해 겨울, 꽁꽁 언 강변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잊은 채 신나게 썰매를 타던 세(?) 남매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온다. 살얼음이 깨지면서 소이가 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이를 잃게된 찬이는 그 모든 것이 마음이 때문이라 생각하고 무섭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엄마도 떠나고 소이도 떠난 그 집이 싫어진 찬이. 소이의 유품인 분홍색 책가방을 챙겨 메고 찬이도 어디론가 떠난다. 홀로 남겨진 마음이는 찬이를 찾아 나서는데. 과연 마음이는 찬이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찬이는 마음이의 진심을 알게 될까?
ⓒ 네이버 영화
마음아 나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사실 나 너 훔쳐 왔다.
소이가 생일이었는데 강아지가 갖고 싶다잖아.
미안해, 너도 엄마 많이 보고 싶었을 텐데...
ⓒ 네이버 영화
이제 헤어지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 꼭 지켜줄게.
하치 이야기(2010)
Hachi: A Dog's Tale
ⓒ 네이버 영화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리차드 기어, 사라 로머, 조안 알렌 등
장르: 가족,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23년 12월, 아키다현 오오다테. 흰눈이 소담스레 내리는 어느 겨울날, 흰눈처럼 하얀 하치가 누렁이, 검둥이 형제들과 함께 태어난다. 아키다현청 토목 과장은 그중 하얀 강아지를 자신의 은사인 동경제대 농학부 교수 우에노 박사에게 보내기로 한다. 태어난지 한달, 세상에 눈뜨기도 전에 강아지는 동경으로의 낯선 여행을 시작한다. 동경 시부야에 우에노 교수 댁에 보내진 흰둥이. 하얀 색 털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강아지는 단번에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유독 애정을 느끼는 우에노 교수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서있는 이 강아지를 보고 八자라는 뜻의 '하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볕드는 마루에서 하치의 벼룩을 잡아주고, 첨벙첨벙 목욕도 함께 하는 우에노 교수님의 하치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서 부인이 질투할 정도다. 하치는 교수님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교수님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매일 시부야 역으로 출근하는 교수님을 배웅하고, 저녁에는 마중 나가며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도중 쓰러지신 교수님은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이를 모르는 하치는 매일같이 시부야 역에서 교수님을 기다린다. 한해, 두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우에노 교수를 기다리는 하치. 1935년 3월 8일, 눈내리는 시부야 역에서 긴 기다림 속에 하치도 영영 눈이 되어 버리는데.
ⓒ 네이버 영화
Hachi, my friend, Parker is never coming home.
But if Hachiko wants to wait, then Hachiko should wait.
You want to wait for him, don't you?
Have a lonv life, Hachi.
하치, 파커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더이상 기다릴 필요 없단다.
그렇지만 너가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리렴.
그를 기다리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오래오래 살려무나 하치야.
ⓒ 네이버 영화
They taught me the meaning of loyalty.
That you should never forget anyone that you loved.
And that's why Hachi will forever be my hero.
그들은 제게 충성심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하치는 영원한 저의 영웅입니다.
리틀 큐(2020)
Little Q
ⓒ 네이버 영화
감독: 나영창
출연: 임달화, 양영기, 나중겸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독특한 반점을 지닌 매력 덩어리 강아지 리틀 Q. Q는 진 씨 부부의 사랑과, 안내견 훈련사 ‘사이먼’의 세심한 훈련을 거쳐 까칠한 맹인 셰프 ‘리’에게 매칭된다. 실명으로 인해 성격이 예민해진 ‘리’는 여러 번 Q를 내쫓지만, Q는 충직하게 그의 곁에 머물며 그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러한 충성심에 힘입은 ‘리’는 이제는 반려견이 된 Q와 함께 디저트를 연구하며 세계를 누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리’는 병을 얻게 되고 둘은 이별을 직면하게 되는데..
ⓒ 네이버 영화
Dogs are color-blind, so they can see the world only in black and white.
That's probably because they left us all the beautiful colors.
개는 색맹이라서 흑백으로만 보인대.
그건 아마 우리에게 아름다운 색을 남겨주었기 때문일 거야.
ⓒ 네이버 영화
As Q gave me so many things,
I'll be with him no matter how much time has left for us.
Q는 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주었어.
그러니 Q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든 난 같이 있어줄 거야.
말리와 나(2020)
Marley&M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이빗 프랭클
출연: 오웬 윌슨, 제니퍼 애니스톤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가족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인생 Stage 1. 행복했던 그들에게 기상천외한 선물이 도착했다?!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니(제니퍼 애니스톤)와 그녀와는 정반대로 꿈을 좇으며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존(오웬 윌슨).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제니와 존은 뜨거운 열애 끝에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고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신혼의 달콤함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새로운 가족을 원하는 제니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데… 인생 Stage 2.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그래도 우리는 가족입니다! 하루 아침에 생긴 사랑스러운 가족, 강아지 ‘말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제니와 존. 하지만 가족이 늘어간다는 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말리 때문에 제니와 존은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자신들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말리’ 덕분에 점점 가족의 의미를 알게되는 존과 제니. 하지만 이들에게도 이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 네이버 영화
A dog doesn't care if you're rich or poor, educated of illiterate, clever or dull.
Give him your heart and he will give you his.
강아지는 당신이 돈이 많든 없든, 교육을 잘 받았든 못 받았든, 똑똑하든 멍청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저 당신의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그 아이도 당신을 사랑해 줄 거에요.
ⓒ 네이버 영화
Such short little lives our pets have to spend with us,
and they spend most of it waiting for us to come home each day.
강아지들의 생은 너무나 짧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그 대부분의 시간을 매일 우리가 집에 오길 기다리는 데 써 버려요.
벨과 세바스찬(2013)
Belle and Sebastian
ⓒ 네이버 영화
감독: 니콜라스 배니어
출연: 펠릭스 보쉬, 체키 카료, 디미트리 스토로지 등
장르: 모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알프스 언덕. 6살 꼬마 세바스찬은 할아버지와 함께 양떼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의 양떼가 습격을 당하고 마을 사람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은 옆 마을 양치기에게 쫓겨난 미친 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알프스 언덕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세바스찬은 떠돌이 개와 마주치게 되고 소문과 달리 선한 눈망울의 겁먹은 개에게 다가간다. 어른들 몰래 개를 돌보기 시작한 세바스찬은 ‘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은 어느새 세상 가장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냥총을 든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 앞에 벨의 존재가 들킬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 네이버 영화
Not because I'm young, but because they don't trust me.
내가 어려서가 아니라 나를 믿지 못해서겠지.
ⓒ 네이버 영화
I believe in you, Belle.
벨, 난 너를 믿어.
퀼(2010)
Quill: The Life of a Guide Dog
ⓒ 네이버 영화
감독: 최양일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시이나 깃페이, 카가와 테루유키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도쿄의 한 주택에서 리트리버 5마리가 태어난다. 그 중 옆구리에 새가 날개를 편 것 같은 이상한 얼룩이 눈에 띄는 한 마리가 있다. ‘새의 날개’라는 의미의 이름이 붙여진 강아지 ‘퀼’은 맹인 안내견으로 키워진다. 맹인 안내견 훈련센터에서 매번 낙오생으로 남는 퀼이지만, 그에게는 주인의 명령을 꼭 지키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이후 모든 훈련을 마친 퀼은 첫 파트너인 와타나베 미츠루를 만나게 된다. 이 고집 센 아저씨와 퀼은 점차 서로의 호흡을 맞춰 나가고, 함께 걸으며 행복을 느낄 때쯤 생각지 못한 이별이 찾아오는데...
ⓒ 씨네21
He was just a 'normal guide dog', but...
the best 'normal guide dog' ever.
정말 보통의 맹도견이지만...
최고의 보통 맹도견이었어.
에이트 빌로우(2004)
Eight Below
ⓒ 네이버 영화
감독: 프랭크 마샬
출연: 폴 워커, 브루스 그린우드, 문 블러드굿 등
장르: 모험, 드라마, 가족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미국인 지질학자 데이비스(브루스 그린우드)는 운석을 찾기 위해 남극의 탐사대원 제리 쉐퍼드(폴 워커), 그리고 8마리의 썰매개들과 남극탐사에 나선다. 잘 숙련된 8마리의 썰매개들 덕분에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데이비스와 제리는 썰매개들을 남겨두고 다른 탐사대원들과 부상치료를 위해 남극을 떠나게 된다. 꼭..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생존이 불가능한 땅,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은 제리의 약속을 기다리며 추위와 배고픔, 악천후 속에서…. 그렇게 175일이 지난다. 한편, 그들을 버려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제리는 자신의 일부였던 썰매개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 네이버 영화
I'll be back. I promise.
꼭 돌아올게. 약속해.
ⓒ 네이버 영화
These dogs are my family.
You can't just leave them out there.
이 개들은 제 가족이에요.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남은 일주일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 정체성과 원팀의 감동
정체성과 원팀의 감동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리뷰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카렌 길런, 폼 클레멘티프
시놉시스] ‘가모라’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피터 퀼’이 위기에 처한 은하계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가디언즈 팀과 힘을 모으고,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미션에 나서는 이야기
#스포일러 유의#
이토록 기존 팝을 잘 쓰다니사실 대부분의 영화들은 영화를 위한 OST를 제작한다. 그래서 그 영화만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음악들을 영화 속에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가오갤 시리즈는 아니었다. 친구가 영화를 보기 전 한 가지 힌트를 줬는데, 가오갤 시리즈는 기존 팝송들을 영화 곳곳에 재비치를 해서 그 팝송을 영화 속에 대입해서 듣는 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이미 잘 알려진 팝송의 경우 색이 너무 강해서 영화 색을 가리면 어쩔까 우려했지만 아니었다. 어쩜 그렇게 적재적소에 위치를 시켰는지 제임스 건의 탁월한 음악적 선택 능력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영화 가오갤 3는 Creep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시작한다. 별종으로 평생을 살아온 로켓의 자기혐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곡이었다. 정말 찰떡같은 곡이기도 했고, 익숙한 노래가 들리다 보니 초반 영화 집중도를 끌어오는 데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로켓의 정체성 찾기
가오갤 3를 보기 전 1, 2를 보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꾸 로켓이 자기는 라쿤이 아니라고 할 때마다 라쿤인 걸 알면서도 라쿤이 되길 거부하는 것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라쿤과 같은 생체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기에 (물론 실험을 통해 얻게 되긴 했지만)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본인이 라쿤인걸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나도 어렸을 때 실험대상으로 끌려왔고, 그들로부터 다양한 실험을 당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탈출 후 가디언즈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으니 자신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험을 당하고 자신의 친구들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 속에서 평생을 살다 보니 자신 스스로를 바라볼 용기 조차 없었을테니 말이다.
마지막에 인간 실험체들을 모두 구하고, 자신과 같은 동물 실험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로켓은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면하고, 이제는 더이상 피하고 도망치지 않고 동물 실험체들을 모두 구해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철장에서 발견한 어렸을 적 자신과 똑같이 생긴 어린 라쿤들을 보면서 눈물이 차오르는 로켓 라쿤. 그 철장 안에 적혀있던 글은 라쿤이었다. 자신이 진짜 라쿤이었음을 로켓은 아마 그 때 스스로 확실하게 인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면하고, 결국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스스로임을 깨닫고 용기있게 도망치지 않은 로켓 라쿤. 덕분에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알게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젠 우리도 멤버인가
마지막에 울컥했던 부분은 그루트가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다. 물론 로켓이 자신의 과거를 똑바로 바라보고 아기 라쿤을 구할 때부터 이미 울고 있긴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큰 한 방은 그루트의 대사였다. 이제까지는 그루트의 모든 대사는 아임 그루트! 아임 그~루트~~~ 처럼 억양만 달라질 뿐 대사는 같았다. 그래서 가오갤 멤버들이 통역을 해줘야만 다른 이들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 다른 이에는 아마 관객들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오갤3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루트가 I love you, guys!라고 말한다. 나도 사랑한다고 그루트가 말을 한다. 10년 동안 아임 그루트가 전부였던 그루트가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서 1차 충격을 받았고, 다시 생각해보니 가오갤 멤버들은 그루트의 발언에 전혀 놀라지 않은 것을 보니 10년 동안 그루트를 봐 온 관객들이 이제 벽을 넘어 그루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팡-하고 터졌다. 사실 고작 150분을 함께 했는데 말이다. 전작들을 보지 않았음에도 150분밖에 함께 하지 않은 사람마저 울릴 정도였으니 1, 2편을 다 챙겨보고 가오갤3를 만난 관객이라면 더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마지막 장면에 감동을 넣어둔 제임스 건의 큰 그림에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그 장면에서 영화관에 있던 관객들은 일동 탄성이 튀어나왔고,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서사가 너무나도 완벽했던 작품이었다.
이 멤버로 다시 가오갤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돌아올 확률이 매우 희박해보여서 너무 아쉬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명작이었다.
-
- B급 좀비 활극
씨네랩 시사회에 초청받아 개봉 전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질 때가 있다. 돈이 없을 때 취직도 하기 어렵고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도움이 안 되는 존재들로 보인다. 심지어는 자신의 운을 갉아먹는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은 계속 안 좋은 상황을 부르고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건 주변에 잘 보이지 않던 친구나 동료들이다. 서로를 의지해서 손을 잡아끌며 달려가다 보면 어느덧 밝은 빛이 보이는 출구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의 20대와 30대들은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있다. 주변엔 그저 앞을 보며 자신을 물어뜯으려 하는 사람들이 쫓아오고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취업과 결혼까지 이어지는 어려운 코스는 한 단계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계속 이어지는 재난 영화의 서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척 힘든 발걸음이다.
강남 한 건물에 나타난 좀비
영화 <강남좀비>는 강남의 한 건물에 좀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재난 영화다. 주인공은 이 건물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현석(지일주)과 민정(박지연)이다. 이들은 한 유튜브 채널을 만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현석과 민정은 월급이 몇 달째 밀려있고, 회사는 사무실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회사의 사장은 채널의 조회수가 높지 못해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계속 미룬다. 또한 민정은 사장으로부터 계속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현석과 민정은 답답해 보이는 인물들이다. 제대로 된 취업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장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제대로 옳은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특히나 민정은 경력을 쌓아야 재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사장의 행동에 반발을 하지 못한다. 그나마 현석은 불편한 상황에 놓은 민정을 도우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이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한 일들이 화면에 펼쳐진다. 중반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회사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중에서 먼저 희생되는 건, 건물의 가치에 집착하는 건물 주인과 유튜브 조회수에 신경 쓰는 사장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죽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안위에 신경 쓰다 먼저 좀비가 되어 버린다.
이야기의 후반부는 현석과 민정이 건물에서 좀비를 피해 도망 다니는 과정이 계속 이어진다. 영화 <강남좀비>는 한 건물 안에서 다양한 공간으로 주인공들을 이동시키며 벌어진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 <메이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남녀 주인공이 회사 안에서 싸움을 벌이며 여러 장소를 이동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건물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지 그 과정을 주욱 따라간다.
영화 <강남좀비>의 목적은 단순하다. 좀비를 등장시키고 그 수를 늘려 중심인물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그들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활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인공 현석은 태권도 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라 격투 장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좀비들은 일반적인 좀비와 다르게 흡혈귀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판단을 하면서 격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일반적인 설정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답답해 보이는 두 주인공의 뒤를 따라가는 좀비 활극
여느 좀비영화들처럼 사회적인 메시지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임금체불하고 성추행을 일삼는 고용주와 돈 밖에 모르는 건물주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고 결국 남게 되는 현석과 민정도 자신의 내적 불만을 제대로 사회에 말하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그들을 공격하는 좀비들을 헤치며 탈출하려 하는 모습은 현재 젊은 층이 겪는 지옥 같은 직업 사회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미와 장점은 이 정도다. B급 좀비 영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사업적 재능이 없어 보이는 사장과 강남의 건물주임에도 돈에 집착하는 건물주는 너무 만들어진 빌런 캐릭터처럼 보여 실소를 자아낸다. 분장을 한 좀비들의 모습도 다소 어색해 보인다. 까만 눈이 그나마 무서움을 느끼게 하지만 몇몇 좀비들은 너무 분장한 티가 많이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영화에서 현석역을 맡은 지일주는 <용루각:비정도시> 같은 B급 액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한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도 특유의 액션 연기로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민정 역의 박지연은 아이돌 그룹 티아라 출신의 배우다. 차분한 톤으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이수성 감독은 <전망 좋은 집>을 연출한 이후, <일진> 같은 액션 영화들을 연출해 왔다. 이번 <강남 좀비>도 비슷한 느낌의 액션영화다. 서사나 사회 고발, 캐릭터의 특성보다는 영화 중반부터 벌어지는 추격 활극이 그나마 이 영화에서 유일한 볼거리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주간 영화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어요.
https://contents.premium.naver.com/rabbitgumi/rabbitgumi2
-
- 분노를 품은 배트맨, 새로운 고민을 가지고 돌아오다!
맷리브스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새로운 배트맨이 돌아왔습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 이후 배트맨 솔로 영화는 오랜만인데요.
배트맨 솔로영화 답게 무척 어둡고 혼란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브루스 웨인, 배트맨의 고민을 잘 느낄 수 있죠.
분위기와 어울리는 영화 음악과 빌런 리들러의 존재가 배트맨의 생각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줍니다.
다크나이트 이후 무척 만족스러운 배트맨 솔로 영화입니다.
전체 리뷰는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제 Rabbitgumi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ug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리뷰/해석:동성애에 대한 시선을 바꿔준 영화, 사랑에 조건은 없다.
#타오르는여인의초상#퀴어영화#동성애
오랜만에 너무 볼만한 영화를 본거 같습니다. 영상이 길지만 시청 바랄게요!
-
- 넷플릭스 <스위트홈 2> 공식 예고편
“인간은 바이러스고, 괴물이 백신이다” 괴물화 법칙이 깨지자 점차 허물어지는 인간과 괴물의 경계!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스위트홈의 귀환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12월 1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
-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1차 예고편
모든 것은 악마가 시켰다!
1981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잔혹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악마가 살해하도록 시켰다고 주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사건의 배후에는 악마에게 빙의된 소년이 있었는데…
초자연 현상 연구가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 중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실화!
진실 혹은 거짓? 살인사건의 범인, 인간인가 악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