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6-22 10:01:43
6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500억원 투자한 <무빙> 예고편 공개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15일, 오는 8월 9일 공개를 확정 지었습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입니다. ‘무빙’은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돌파한 원작 웹툰 ‘무빙’의 강풀 작가와 드라마 ‘킹덤 시즌2’ 박인제 감독을 비롯해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에 참여한 최고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웰메이드 프로젝트로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과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배우의 만남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냥개들>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글로벌 1위

넷플릭스(Netflix) '사냥개들'이 공개 2주 차에 톱 10 리스트 1위에 올랐습니다.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이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TV(비영어) 부문 정상에 올라 핫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21일 넷플릭스 톱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고 전 세계 83개 국가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2> 7월 28일 공개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D.P.'는 여러 작품상을 수상하고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준호역 정해인은 "시즌1과 이어지는 하나의 작품이며 조금 더 밀도 있고 깊어진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헌병대 103사단 D.P.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캐스팅 공개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들의 라인업이 공개되었습니다.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동안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의 캐스팅도 확정되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습니다. 한편 1차 라인업에 여성캐릭터가 보이지 않아 많은 팬들의 아쉬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 <지옥> 아이스너 어워드 아시아 작품상 후보

연상호 감독, 최규석 작가의 <지옥>이 '아이스너 어워드' 아시아 작품상후보에 올랐습니다. ‘윌 아이스너 어워드’는 미국 만화의 거장 윌 아이스너(Will Eisner)의 이름을 따 1988년에 탄생한 미국의 대표 만화 시상식이며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만화 시상식입니다.'지옥'은 어느 날 갑자기 초자연적 현상을 겪은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지옥 같은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며 넷플릭스에서 공개와 동시에 흥행1위를 차지했습니다.
박찬욱감독 <전,란>제작 이유, "넷플릭스 가장 좋은 지원"

박찬욱 감독님은 <전,란>을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된 과정을 밝혔습니다.
넷플릭스가 간섭없이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 줘서 즐겁게 작업을 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회사들이 영화계에 본격 진출하면서 생긴 변화를 언급하며 영화 제작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똑같은 영화임에도 100억원으로 찍느냐, 150억 원으로 찍느냐에 따라 결정적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전,란>은 300억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는 박찬욱 감독과 협업에 대해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영광이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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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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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서니, 영화는 시(poetry)이자 모호함(ambiguity)이다." 저는 항상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킹 아이스> 안소니 첸 감독 인터뷰 (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씨네랩 | 특히, 전작 <일로 일로>는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들었는데요. 감독님의 작품들은 언제나 사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지만,그 안에 보편성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브레이킹 아이스> 역시 본인의 청춘과 닮아 있는 지점이 있을까요? 더불어, 개인적인 기억을 영화로 확장시킬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솔직히 말해서 <브레이킹 아이스>가 제 청춘을 많이 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담아내려고 했고, 그 세대가 제 세대와는 정말 많이 다르다고 느꼈거든요. 저는 80년대에 태어났지만, 90년대나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와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요. 70~80년대 세대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세대였어요. 그냥 계속해서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세대였죠. 그래서 저는 요즘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탕핑(躺平, 누워서 산다)' 현상이 굉장히 흥미로웠고 궁금했어요. 왜 사람들이 일을 멈추고, 꿈을 멈추고,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걸까? 제 세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또 나아갔으니까요.
제가 기억하기론,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도 사실 불과 10년 정도밖에 안 되었어요. 예전에는, 예를 들어 상사에게 혼이 나더라도 그냥 참아내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거든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내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해요”라고 말하는 걸 자주 듣게 돼요. 실제로 포스트 프로덕션 회사에서 회의 중에 어떤 젊은 친구가 갑자기 회의실을 나가더니 우는 걸 보기도 했죠.
이런 차이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기도 했고, 특히 영화를 팬데믹 기간 중에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심리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팬데믹 동안 저도 꽤 우울했거든요. 그 불안감, 우울감, 그리고 환멸감을 저 또한 강하게 느꼈어요. 그래서 이 세대의 청년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제 청춘은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저는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생일 때 결혼했거든요. 그래서 어떤 모험을 즐긴다거나 삶을 허비하는 식의 시간을 거의 보내지 못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저에게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다시 젊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또 작품에는 두 개의 내러티브가 있잖아요. 하나는 카메라 앞에서 배우들이 재미있게 연기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카메라 뒤에서 저와 배우들이 매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시간이죠. 마치 제가 이 젊은 세대의 일부가 된 것 같았어요. 팬데믹 동안 우울했던 제가 다시 젊음을 되찾은 것 같은…
씨네랩 | 특히, 영화 속 세 인물의 청춘은 모두 다르게 그려지고 있는데요. (꿈에 좌절한 청춘(나나), 타인의 기대에 맞춰 버겁게 달리다 탈이 난 청춘(하이펑), 주어진 삶만 살아내다 의미를 잃은 인물(샤오)를 통해 ‘청춘의 불안’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던 것 같은데, 세 인물 중 가장 공감가는 인물과, 그리기 가장 어려웠던 인물은 누구였는지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저는 '하오펑'을 담아내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정신 질환을 다루는 게 정말 어렵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을 영화에 담아내는 건 어려운 작업이니까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촬영하면서 점점 더 그(하오펑)와 연결되어 갔어요. 우울과 그의 싸움이 제 싸움처럼 느껴졌거든요. 팬데믹 기간에 제가 느끼던 바로 그 감정들과 씨름하고 있었던 거죠.
아시다시피, 저는 정말 그와는 접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떤 지점에서 그와 연결된 거죠. 사실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삶이 저를 절대 쓰러뜨릴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거야, 계속 갈 거야'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를 촬영하면서, 이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들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저는 그게 팬데믹 기간 동안 저 자신, 즉 영화감독으로서 겪었던 위기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야만 했어요. 영화관이 문을 닫았을 때, 정말 너무 막막했거든요. 언제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너무 혼란스러웠죠. 아시다시피 저는 잔잔하고 절제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장르 영화나 공포 영화, 대작 같은 걸 만드는 감독이 아니거든요. 흥행 위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아니고요. 저는 정말 조용하고 섬세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별다른 사건이 없는 작고 조용한 영화를 보러 극장을 다시 찾게 될 때, 과연 제가 영화감독으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약간의 위기나 우울증 같은 것에 빠졌던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새로운 출구를 찾는 거잖아요. 이 영화가 저에게는 새로운 출구였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말했어요. 제 첫 두 편의 영화는 싱가포르에서 만들었는데, 이제 제가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고향으로 돌아가, 저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영화를 만들지 않을 거라고 저 스스로 다짐했거든요. 그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땅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에서 영화를 만들도록 스스로 다그쳤습니다. 같이 일해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태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고요. 익숙한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보통은 늘 같은 조감독이나 같은 배우들 한두 명이 있었고, 편안함을 주는 익숙한 사람들이 있기 있었죠. 하지만 이번엔, 그냥 저 자신을 그 밖으로 끌어냈고,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영화를 만들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고요.
씨네랩 | 저희는 특히, 단군신화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웠는데요. 영화가 “불안한 청춘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인 만큼, 100일의 인고 끝에 갈망하던 사람이 된 곰의 서사가 청춘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타국의 신화의 어떤 지점이 흥미로웠는지, 극으로 발전시키는데 고민은 없으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음, 중국엔 ‘장백산’이 있고,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백두산’이 있잖아요. 산을 처음 본 순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어요. 저와 제 프로듀서가 함께 그 산을 올랐던 기억이 나는데, ‘천지’라고 불리는 호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더라고요. 정말 감동적이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걸 꼭 영상으로 담고 싶었고, 이곳을 배경으로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산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해봤는데, ‘곰’에 관한 이 전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리고 유명한 한국 노래 ‘아리랑’과도 연결되어 있고요. 그 신화에 대해 더 자세히 읽어봤을 때, 사실 예전에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모든 세부 사항은 알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곰이 인내하고 견뎌내서 결국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동했어요. 정말 시적이고 감동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그걸 현실로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쓸 때, ‘우리는 그냥 전설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직접 곰을 보여줄 거야’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고요. 저는 ‘나나’라는 인물의 캐릭터와 이 ‘곰’ 사이에 어떤 유사점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나가 자신의 실패를 마주해야 하는데, 그 서사에서 위안을 얻거든요. 저는 그 경험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감동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네, 저는 그 신화가 지닌 문화적, 정치적 의미나 부담 같은 건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게는 그 신화 자체, 그 전설 자체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감동적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곰’을 영화 속에 데려오는 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씨네랩 | 그리고 영화에 아리랑이 등장하죠. 아리랑을 듣는 세 청춘의 모습을 보면서, ‘승화’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승화’는 에너지를 전환하는 개념인 만큼, 물리적, 심리적인 측면에서 모두 활용되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감독님이 영화를 비유할 때 사용하신 얼음이 가지는 물리적인 성질과 세 인물들이 여러 경험을 통해 얻는 심리적인 변화가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을 담고 있는 아리랑이 정말 알맞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한’과 ‘아리랑’을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어떤 의미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안소니 첸 | 네, 백두산에 관한 글을 읽어보다가, 그 민요(아리랑)가 백두산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리랑은 여러 버전이 있잖아요. 그런데 아주 초기 버전에 ‘가장 추운 겨울에도 백두산에는 꽃이 피어난다’는 구절이 있었어요. 그 구절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영화에 꼭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캐스팅팀에게 이 곡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죠. 그들이 그 가수를 찾아주었고, 그녀를 캐스팅하고 녹음을 진행했어요. 저는 노래가 위로가 되면서도 동시에 좀 애절하고, 씁쓸한 느낌이 들게 불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방식으로 당신을 감동시키는 목소리를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제가 항상 믿어왔던 것이기도 하고, 영화 학교 시절, 파벨 파블리코프스키라는 정말 훌륭한 폴란드 감독님께 배웠죠. 그는 영화 <이다>로 오스카를 받았고, 칸에서도 상영된 <콜드 워>라는 영화를 만들었죠. 그분이 영화 학교에서 저에게 늘 말씀하셨어요. "앤서니, 영화는 시(poetry)이자 모호함(ambiguity)이다." 저는 항상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질 때 영화는 정점에 도달할 수 있죠. 제가 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그거였습니다. 저는 항상 시와 모호함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그 모호함은 '이건가? 아니면 저건가?' 같은 질문에서 오는 거죠. 흑백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거예요. 영화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회색 지대'에 있을 때 나타나죠. 뭔가 깊은 감동을 받았지만, 완벽히 이해하거나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런 지대요.
그게 파벨 감독님이 학교에서 저에게 가르쳐주신 거고, 아, 사실 저는 최종 편집본을 확정하기 전에 항상 감독님께, “감독님, 바쁘신 거 알지만, 편집을 마쳤어요. 2일 안에 봐주실 수 있나요? 제가 최종 편집본을 확정해야 해서요.”라고 말하며 편집본을 보내드려요. 그리고 감독님은 항상 저를 위해 그렇게 해주셨습니다.
씨네랩 | 감독님께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셨는데, 이 부분이 이후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을까요? 질문 드린 이유는, 감독님께서는 작품 간 텀이 긴 편인데, 작품 구상이나 시나리오 작업 등을 긴 호흡으로 작업하는 걸 선호하시는 걸까요?
(*안소니 첸 감독은 2013년 영화 <일로 일로>를 통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안소니 첸 | 예전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하곤 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정말 특별한데, 어느 순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충동이 확 일어났거든요. 팬데믹 동안 2년 내내 집에만 앉아 있는 게 너무 지겹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영화감독으로 존재해야 해. 내가 아직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느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죠.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중국에 있는 제 프로듀서 파트너에게 연락해서 "영화 만들 겁니다!" 했더니, 그가 "무슨 영화요? 대본 있어요?" 묻더라고요. "아니요" 했죠.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정말 미친 일이었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한겨울인 12월에 촬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8월이었습니다! 12월 1일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아이디어는 8월에 떠올렸고, 10월 4일에 중국으로 날아갔어요. 그리고 21일 동안 격리까지 해야 했죠. 그 이후에 백두산을 직접 오르고, 연길의 모든 장소를 답사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을 제가 직접 전화로 캐스팅했어요. 중국에서 정말유명한 배우들이라 보통은 굉장히 바쁘거든요. 그런데 팬데믹 기간 중에는 사람들이 비교적 한가하다는 걸 알게 됐죠. 일이 줄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말 그대로 전화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12월에 시간 되세요?" 했더니 그들이 "네" 하더라고요. 아마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답사까지 마친 다음에도 완전한 대본이 없었어요. 조금 더 확장된 스토리와 트리트먼트 정도만 있었죠. 그리고 상하이로 돌아갔는데, 배우들이 다 저를 만나러 날아왔던 게 기억나요. 다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세 명 모두요. 중국에는 개별 룸이 많은데, 거대한 원형 테이블에 주동우 배우를 비롯해서 세 배우가 앉아 있었죠. 그들 뒤편에는 매니저들이 있었고요. 점심을 먹는데 그들이 묻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은 있나요?" 그때는 이미 10월 말이었죠.
아직 대본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하자, '아, 그럼 스토리가 뭐예요?' 이런 분위기였죠. 그래서 제가 스토리를 들려주기 시작했어요. '피겨 스케이터가 있는데, 투어 가이드로 일하고... 그리고 누구랑 같이 산에 올라가는데, 그러고 나면 이런 일이 벌어지고, 곰을 만나고... 그리고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 있고...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이런 식으로 장면들을 묘사해줬어요. 어떤 장면은 대본이고, 어떤 장면은 그냥 제 머릿속에 있는 거였죠.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이 저를 보더니 '와, 정말 시적이고 감동적으로 들리네요. 그런데 대본이 없잖아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들에게 물었죠. "그래도 이 영화 하실 거예요?" 그랬더니 다들 "네" 하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매니저들은 다들 "아아아아..." 이런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완전히 망할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렇게 모든 사람들을 설득한 거죠.
결국, 촬영 10일 전까지 아무도 대본을 읽지 못했어요. 제가 촬영 10일 전에 최종 대본을 완성했거든요. 그때 연길에 있었는데, 12월 1일에 촬영을 시작했으니 11월 한 달 내내 연길에 있었던 거죠.정말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11월 20일 오전 9시에 대본을 끝냈습니다. 잠을 안 잤죠.
낮에는 장소 답사를 하고 회의를 하면서, 대본을 쓰고 쓰고 또 썼죠. 그 사이에 배우들이 베이징에서 연길로 출발했고, 매니저들이 '지금 출발하는데, 대본을 볼 수 있을까요?' 묻는 겁니다. 프로듀서는 '아, 아직 대본이 준비가 안 됐어요. 10시에 드릴게요'라고말했고, 배우들이 탄 비행기가 오후 3시에 도착했죠. 마침내 제 대본이 완성되었을 때, 팀 전체가 복사하느라 바빴습니다. 아무도 대본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복사하고 복사하고 또 복사하고... 그리고 저녁 7시가 됐죠.
호텔 방에 배우들, 촬영 감독, 프로듀서, 각 부서 팀장들, 미술 감독까지 다 같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대본을 처음으로 읽었죠. 특히 배우들이 대본을 읽고, 또 읽고, 많이 읽더라고요. 많이 다른 캐릭터들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에 촬영 감독님이 "와, 이거 정말 감동적이고 아름답네요"라 말했고, 저는 "좋아요, 그럼 이제 촬영합시다!" 외쳤습니다. 네, 촬영 시작 10일 전에 대본이 완성되었던 거였죠.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에필로그)
인터뷰를 진행하며 안소니 첸 감독님의 MBTI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요. 확신의 E(외향형)일 것 같았지만, 역시나 E(외향형)이었던 감독님. 관련한 일화도 들어봤습니다.
안소니 첸 | (MBTI 아시나요?) 네, E랑 I 같은 거요. 압니다. 제가 고등학교 16살 때 MBTI 테스트를 해봤어요. 기억은 나는데, 제가 완전 외향형(E)이라는 건 확실히 기억나거든요. 나머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외향형인 건 분명해요.
제가 만든 영화 중에 가장 미친 영화였어요. 상하이 격리 호텔에서 대본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첫 주가 지난 후에, 어느 시점에 싱가포르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어요. "나 정말 큰일에 휘말린 것 같아. 이 배우들을 다 영화에 참여하게 했는데, 대본이 안 나오고, 완성된 대본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어." 그냥 '프로젝트 취소한다고 하고, 코로나에 걸렸다고 말해버릴까?' 싶었죠. 코로나 걸렸다고 하는 게 최고 변명이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기억나는 게, 친구들이 제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야, 네가 이 미친 영화를 만들겠다고 도전을 시작했으니, 그냥 끝내야지."라고요. 그래서 그냥 밀어붙였습니다.
정말 미친 모험이었죠. 제 인생에서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아마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요. 매일 심장마비 올 것 같았거든요. 아시다시피, 너무 불확실하니까요. 보통은 대본 하나 쓰는 데 2년 정도 걸리거든요?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정말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나의 아파트를 찾고 있었는데, 그래서 여러 부동산 중개인들과 약속을 잡고 다른 아파트들을 보러 다녔던 게 기억나요. 중간중간에 시간이 빌 때, 공원을 하나 봤어요. 공원에 들어가서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자고 했죠. 그런데 사람 대신 동물들을 발견했어요. 원숭이랑 사슴 같은 게 있더라고요.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들이 이곳에 들어가는 장면을 썼습니다. 거기는 동물원이 아니에요. 실제로는 공원인데,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공공 공원이에요. 도심 한가운데 있는 센트럴 파크 같은 곳이라고 상상해보세요. 동물들이 정말 많았죠. 그래서 밤에 그곳을 배경으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정말 비현실적이었고, 제가 본 모든 것이 영화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즉흥적이었던 적은 없었어요.
좀 미친 짓이었죠. 하지만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살면서 한 번쯤 미쳐보고 싶다면, 아직 젊을 때 지금 해야 해." 왜냐하면 제가 40대, 50대가 되면서는 이런 종류의 위험을 감수할지 모르겠거든요. 위험을 덜 감수하게 되고, 훨씬 안전하게 가려고 할 테니까요. 그렇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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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에는 갈비를 뜯으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자
2019년 작품인데 한국 개봉은 2023년 9월 20일이니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재미있게도 영화 속에 그려지는 명절은 설날이지만, 한국 관객과 추석을 앞두고 만나게 되었다.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날이 아닌가. 깊은 맛이 나는 양념에 재운 갈비, 채소를 따로 볶아 씹는 맛이 아삭한 잡채, 쑥갓 고명으로 정갈함을 더한 동태전 등을 밥상에서 마주하였을 때, 당신은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포스터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창래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학창 시절 그의 최선은 높은 성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좋은 대학교는 가족과 떨어져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 서부에서 정반대 쪽인 동부까지,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창래는 창래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창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느라 힘들었고, 엄마는 그런 아들을 보며 어색한 공기를 느꼈다. 창래는 늘 그랬듯이 혼자 알아서 잘 크는 아들이었다. 예일대에 입학을 했고,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취업을 하며 '아시안 아메리칸 엄마'들이 바라는 '드림'을 이루었다.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갈비는 살코기가 뼈에 어느 정도 붙어 있도록 저미는 것이 중요하다. 뼈가 있어야 고기 맛이 더 사는 법이다. 갈비는 고기만큼 양념장도 중요한데, 그중에 배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면서 단맛을 추가해 주기 때문에 빠뜨리면 안 된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른 것이 어미의 마음이지 않은가. 비록 몸은 미국 땅에 발 붙이고 살지만, 엄마는 자신이 먹어본 음식 맛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정성 들여해 주었다. 때로는 아들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 영어 실력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 역시 영어 공부에 매진하지 못하는 게으른 어미 탓이지 아들 창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남편은 지금껏 라면조차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데, 엄마를 위해(어쩌면 창래 자기 자신을 위해) 명절 상차림을 해내는 창래의 음식 솜씨는 분명 엄마를 닮았다.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창래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1995년 발표한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이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그려내며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영어로 소설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먼 친척을 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에세이는 1995년 작가가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병하던 시기에 쓴 글이었다. 이 글을 중국계 미국인 웨인 왕 감독이 읽고, 영화화를 제안하였다. 웨인 왕 감독도 어머니가 파킨슨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즈음이었다. 어머니는 그를 뱃속에 품은 채 미국 땅으로 건너왔다. 언젠가 가족과 이별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는다.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미국인들은 집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 그러나 창래네 집은 신발을 문 앞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양말 바람으로 집 안을 다닌다. 카펫이 깔려있긴 한데 바닥 보일러가 없으니 발이 시릴 것 같다. 카펫은 전체 세탁이 어려워서 더러워지면 알코올로 그 부분만 닦아낸다. 집 안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맞을까. 벗는 것이 맞을까. 그때 솔직히 미안했었다고 말해볼까. 이문세 '옛사랑'은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다.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자꾸 올라가네.
노래를 들으며 그리움이 가득 담긴 댓글을 읽어보자.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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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시> | 지나치게 디즈니다워서 엉망인 100주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사 '매그니피코 왕'(크리스 파인)이 다스리는 왕국 '로사스'. 100살이 된 할아버지의 소원이 이뤄지길 고대하는 소녀 '아샤'(아리아나 드보즈)는 매그니피코를 도우러 간 자리에서 우연히 그가 숨겨 온 어두운 진면목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그런 아샤 앞에 무한한 힘을 지닌 특별한 '별'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별은 염소 '발렌티노'(앨런 튜딕)에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별의 힘을 믿고 매그니피코의 음모를 막기로 결심한 아샤는 일곱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녀의 계획을 먼저 눈치챈 매그니피코는 야욕을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폭주하기 시작하고, 아샤와 친구들은 예상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디즈니의 모든 것'이 문제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각자 고유한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픽사 애니메이션은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에게도 소구력이 있다. 예상 못한 뭉클함에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경험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특유의 이미지가 가장 공고한 제작사라고 볼 수도 있다. 디즈니만의 매력 두 가지는 백 년간 변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동화와 뮤지컬이다. 물론 디즈니도 <주토피아>, <모아나>, <겨울왕국>처럼 동화를 변주하기는 했다. 그러나 드림웍스처럼 동화를 파괴하고 재창조하지는 않았다. 또 설령 작품 평가가 부정적이어도, 디즈니의 음악만큼은 대체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100주년 기념작 <위시>는 이러한 디즈니만의 이미지를 온전히 구현하려는 노력이 가득 담긴 선물 세트다. 지극히 동화적인 이야기에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피터 팬> 같은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의 오마주가 가득하다. 귀를 즐겁게 하는 뮤지컬 음악 사이로는 디즈니 특유의 교훈과 새로운 사회에 발맞추려는 변화가 깃들어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디즈니스러운 만듦새는 끝내 <위시>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 100년 간 쌓아 올린 디즈니의 유산을 한 데 모아놓고 보니, 그들끼리 충돌하면서 여러 모순을 드러내고 만다. 그로 인해 <위시>는 자기만의 매력도 좀처럼 찾지 못한다. 결국 디즈니의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도, 즐길 것도 없어지고 말았다.
평범해도 괜찮아. 어차피 동화니까.
<위시>의 이야기는 평범하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형식만큼이나 전형적이다. 늘 그렇듯이 악의를 지닌 악역과 그로부터 고통받는 공주가 등장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공주는 여러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예상대로 빌런을 꺾는 데 성공한다. 권선징악이라는 환상은 뛰어난 기술력과 아름다운 목소리 덕분에 더 빛난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평범한 이야기를 비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위시>가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초심을 찾으려는 시도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상술했듯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본래 맛깔나게 동화를 들려주는 할머니나 유모 같은 존재였다. 관객에게 순수한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것이 디즈니 작품의 목적이었고, 디즈니의 매력이었다.
<위시>의 그래픽과 음악만 봐도 초심을 강조하려는 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기존 작품에 비해 단순하고 직관적인 그래픽이 눈에 띈다. 동물 털까지 세밀하게 만들어낼 줄 아는 최신 기술력을 좀처럼 뽐내지 않는다. 외려 직접 그리거나 손으로 나무를 파내 만든 판화로 찍어낸 듯한 느낌이 강하다. OST도 마찬가지다. 그 유명한 디즈니의 오프닝 음악을 변주한 선율이 가득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위시>는 지극히 동화답기에 오히려 신선하다. 지난 몇 년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항상 변화를 쫓느라 바빴다. 동화가 아닌 소재를 찾거나, 동화를 변주하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시도는 관객을 매료하기도 했지만, 디즈니만의 개성을 잃고 픽사 작품을 닮아간다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시>의 지극히 원형적인 이야기가 역으로 인상적일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형식과 내용의 충돌
문제는 <위시>의 동화적인 형식이 정작 내용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시>는 제목대로 소원에 대한 동화다. 로사스 국민은 매그니피코 왕에게 진심에서 우러난 소원을 맡긴다. 왕은 매달 로사스를 위협하지 않는 소박한 소원 하나만을 이뤄준다. 그는 로사스 사람들은 자기가 맡긴 소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왕에게 소원을 안전히 맡기는 데에 만족한 채로 살아간다.
아샤는 이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다. 소원을 이뤄주는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하고, 공익을 위해 개인의 소원을 희생하며,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자유와 가능성을 평생 뺏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래서 아샤는 왕 대신 별에게 소원을 빈다. 로사스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소원을 되찾고, 소원을 이루기 위해 살도록 해달라고. 그러자 이 소원을 들은 별은 땅에 내려와 아샤와 함께 모든 소원을 되찾는 여정에 나선다.
<위시>는 이 과정을 통해 다음처럼 말한다. 소원을 이룰 개개인의 자유와 가능성은 별처럼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고, 구속될 수 없는 존재니까. 이 대목이 발단이다. <위시>의 교훈은 형식만큼이나 동화적이다. 그런데 그 교훈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은 동화로 포장될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그 결과 <위시>는 동화와 현실, 형식과 내용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동화로 노래할 수 없는 현실
실제로 <위시>의 교훈은 익숙한 현실을 소환한다. 우리 모두 하나의 별이니 자존감을 갖고 전진하자는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은 이야기다. 이는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량과 가능성을 살리고, 재능을 오롯이 발전시켜 최상의 결과를 만들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사회를 지배한 미국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이고, 더 나아가 능력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발현인 셈이다.
그런데 스크린 너머 관객의 현실에서 <위시>의 교훈은 이미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소원을 지녀도 재능과 가능성을 찾을 수 없는 환경에 처했거나, 재능을 알더라도 계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소원을 이루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하기도 하다.
심지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지적대로 운이 따라 성공한 사람들에게 모든 과실이 쏠리고, 실패한 이들과의 차이가 벌어지고, 패자들이 멸시받는 일이 많아지기도 했다. 즉, 스크린 너머의 현실에서는 능력주의에 대한 회의감, 기회의 평등에 대한 의문, 신자유주의 체제애 대한 불신이 나날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소원을 이루자'는 <위시>의 교훈은 제목만큼이나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자연히 <위시>의 메시지는 하늘에서 땅으로는 내려와도, 스크린 너머까지는 닿지 못한다. 오히려 현실을 동화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순간 거부감을 키울 뿐이다. 동화로 포장할 수도 없고, 환상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는 현실을 기만하는 것 같은 위선마저 느껴진다.
동화라서 보이는 구멍
물론 <위시>는 나름대로 형식과 내용, 메시지와 현실의 간극을 메우려고 애쓴다. 유머, 노래, 화려한 CG를 총동원한다. 하지만 끝내 동화라는 한계를 벗어나려 하지는 않으며, 결국 동화라는 이유로 생략된 수많은 현실은 수많은 구멍을 낳는다. 우선 동화라는 이유로 평범한 이야기를 옹호할 수 없다. 오히려 드라마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겨울왕국> 감독인 크리스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캐릭터도 매력이 없다. 전형적인 동화의 주인공인 아샤와 그의 아버지는 흥미롭지 않다. 귀여움만 어필하는 염소도 <겨울왕국> 속 스벤에 비하면 존재감이 부족하다. 반전을 염두에 둔 '왕비'(안젤리크 카발)도 근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한 '주체적인 여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매그니피코가 강렬하다. 행적은 뻔하지만, 과하게 무게 잡는 대신 유머로 잔뜩 무장한 악역이라서 차라리 새로워 보이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는 디즈니의 야심 찬 변화도 설득력을 잃는다. 아샤에게는 일곱 난쟁이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성별과 인종으로 이뤄진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다양성을 부각하려는 시도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인종별로 고정관념적인 외모를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니까. 당장 아샤의 가장 친한 친구 '달리아'(제니퍼 쿠미야마)만 해도 동아시아인임을 보여주기 위해 키가 작고, 통통하며, 안경을 쓴 여성으로 그려졌다.
이에 더해 동화의 근본적인 한계가 또 한 번 디즈니의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다양한 인종과 성별이 작품 내에 공존한다고 해도 다양성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저 병풍에 불과하다. 동화는 특정한 주인공 한 명의 이야기이고, 필연적으로 그의 특징만 부각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처럼 디즈니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줘야 할 변화도 <위시>에서는 결국 모순으로 귀결된다.
엔딩 크레디트만 빛난다
그럴수록 <위시>에는 100주년을 기념하겠다는 강박만이 남는다. 물론 강박의 순기능도 있다. 모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교집합 내지는 프리퀄 같은 오마주는 디즈니 작품을 보며 자란 관객에게 독특한 감동을 안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녹아 있는 엔딩 크레디트 역시 100주년에 걸맞은 인상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다만 이 모든 노력은 찰나의 기쁨일 뿐이다. 과거의 영광은 변화한 현실을 보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할리우드에서도 꿈과 환상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잘 그려내기로 유명했던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작 치고는 중요한 미덕을 여럿 빼먹은 셈이다. 그러니 <위시>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안에 담긴 디즈니의 현재와 미래가 마냥 화려해 보이지는 않으므로.
Poor 형편없음
동화와 현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표류 중인 디즈니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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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전 세대가 사랑하는 레전드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개봉부터
드림웍스 인기 캐릭터 쿵푸팬더의 새로운 시리즈 공개까지!!
그럼 7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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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엘비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59분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오스틴 버틀러, 톰 행크스 등
개봉: 2022.07.13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줄거리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
지역 라디오의 작은 무대에 서게 된 ‘엘비스’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하고,
그에게 매료된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받는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는 이를 목격하고‘엘비스’에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자라난 동네에서 보고 들은 흑인음악을 접목시킨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되고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톰 파커’까지 가세해 ‘엘비스’는 그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평생을 함께한 매니저 ‘톰 파커’와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영화는 시대를 뒤흔든 아이콘이자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신예 '오스틴 버틀러'와 미국의 국민 배우 톰 행크스의 만남으로 이 둘이 어떠한 시너지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수많은 명곡과 비주얼적인 부분에 감각이 뛰어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져 눈과 귀 모두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다.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10분
감독: 미츠나카 스스무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등
개봉: 2022.07.13
배급: CJ ENM
줄거리
극악무도한 폭파범 ‘플라먀’에 의해 교묘한 함정에 빠진 아무로 토오루!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진 ‘플라먀’,
유일한 단서는 아무로 토오루가 그의 경찰 동기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하루.
이와 동시에 결혼식의 신부가 된 경시청의 사토 형사는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 없는데…관전 포인트
꾸준하게 인기를 누린 최고의 추리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25번째 극장판이 개봉한다.
이번 극장판은 서스펜스 넘치는 추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역대 최대 흥행작인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을 제친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 누적 관객 수 64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00분
감독: 알렉스 가랜드
출연: 제시 버클리, 로리 키니어 등
개봉: 2022.07.13
배급: 판씨네마(주)
줄거리
남편의 죽음 이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국 시골 마을을 찾은 '하퍼'
어느 순간부터 집 주변의 숲에서 온 정체 모를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공포에 질린 '하퍼'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경찰관, 목사, 바텐더, 심지어 어린 소년까지
그들 모두 기묘한 반응을 보이는데…관전 포인트
<엑스 마키나>의 알렉스 가랜드 감독과 <유전> <미드소마>의 A24가 제작을 하며 공포 대작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뉴욕 프리미어에 참석한 이들은 광기 서린 공포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에 찬사를 보냈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95분
감독: 최재훈
출연: 장혁, 브루스 칸, 이서영 등
개봉: 2022.07.13
배급: 아이에이치큐, 영화사 륙
줄거리
은퇴 후 성공적인 재테크로 호화롭게 생활하는 전설의 킬러 ‘의강’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고생 ‘윤지’를 떠맡게 된다.
단기간 보호자 역할만 하면 될 거라고 가볍게 여긴 순간 ‘윤지’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관전 포인트
제24회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동시에 해외 48개국에서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룬 작품이다.
대한민국 대표 액션 장인 배우 장혁과 베테랑 액션 배우 브루스 칸이 만나며 뛰어난 액션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뒤틀린 집
ⓒ 네이버 영화
개요: 공포 | 한국 | 91분
감독: 강동헌
출연: 서영희, 김보민, 김민재 등
개봉: 2022.07.13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딴집에 이사 오게 된 가족. 엄마 ‘명혜’는 이사 온 첫 날부터 이 집이 뒤틀렸다고 전하는 이웃집 여자의 경고와
창고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로 인해 밤잠을 설친다. 아빠 ‘현민’은 그런 ‘명혜’를 신경쇠약으로만 여기고,
둘째 딸 ‘희우’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마주하지만 그 사실을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잠겨 있던 창고문을 열고 만 명혜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전건우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뒤틀린 집>.
풍수지리 괴담과 한국 현대 가족상을 바탕으로 제작하며 한국 전통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게다가 다수의 히트곡을 제작한 작곡가 윤상이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써 데뷔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 네이버 영화
개요: 판타지 | 일본 | 104분
감독: 카자마 히로키
출연: 아카소 에이지, 마치다 케이타, 유타로 등
개봉: 2022.07.13
배급: (주)영화사 그램
줄거리
30살까지 ‘동정’이라는 이유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마법사가 된 ‘아다치’와
이로 인해 7년 짝사랑의 진심을 들켜버린 ‘쿠로사와’는 그 누구보다 달달한 사내 연애 중이다.
하지만 비밀스럽고도 행복한 시간도 잠시, ‘아다치’의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장거리 커플이 된 둘은
연애 최대 위기를 맞게 되고, 서로가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5주 연속 오리콘 드라마 만족도 1위를 차지했으며 전국에 '체리마호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의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배우들의 완벽한 케미와 함께 애드리브가 더해지며 영화에 더욱더 자연스럽게 빠져 들게 만든다.
로스트 도터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22분
감독: 매기 질렌할
출연: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등
개봉: 2022.07.14
배급: (주)영화특별시 SMC
줄거리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는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단번에 시선을 빼앗긴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갑자기 니나의 딸이 사라지고 레다는 옛 기억을 떠올리는데…관전 포인트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사랑]을 원작으로 한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 올리비아 콜맨, 세계적인 인기 스타 다코타 존슨, 신예 제시 버클리가 만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또한, 배우 메기 질렌할의 감독으로써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고, 후보에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OTT 공개 예정작
쿵푸팬더: 용의 기사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감독: 피터 해스팅스 등
출연: 잭 블랙, 리타 오라 등
공개: 2022.07.14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엘리트 영국 기사와 파트너가 된 전설의 전사 포. 마법의 무기를 찾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악당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라!
관전 포인트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 시리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자막과 더빙 두 가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번 작품에는 이전 시리즈부터 '포'의 목소리를 맡았던 '잭 블랙'와 '엄상현'이 참여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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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펜서’라는 미래
민주적 제도로 선출되지 않은 근현대 국가의 왕족 중 다이애나 스펜서만큼 전 세계적 이목을 끈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81년 영국의 왕위 계승 서열 1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해 두 명의 아들을 낳고 1996년 이혼한 그녀는, 이혼 후 1년 만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의 외도, 왕가 사람들과의 불화, 비극적 죽음 등 다이애나 스펜서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가 왕실을 둘러싼 권위와 절제라는 암막을 뚫고 나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녀가 왕실의 고상함·비밀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다정함·활력·봉사활동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말이다. 어쨌든 그녀에겐 ‘왕실의 의무’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다.
〈스펜서〉는 왕실의 권위에 짓눌려 질식해가는 다이애나 스펜서가 자신을 되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왕실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한 별장이다. 별장은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별장에 들어갈 때부터 그렇다. 여왕을 포함한 모든 이는 별장 입구에서 몸무게를 재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으며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는지를 ‘1.4kg 증량’으로 추후에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다이애나에겐 누군가의 ‘위트’로 시작된 이 ‘전통’이 버겁기만 하다. 매 식사에 입을 옷이 정해져 있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보고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왕실의 의무, 권위, 품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모든 일에 그녀는 숨이 막힌다.
다이애나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 할수록, 그녀를 옥죄는 보이지 않는 사슬도 더 강해진다.* 그리고 끝내 다이애나가 ‘미쳤다’는 말이 돌기 시작한다. ‘미쳤다’라는 혐의는 통제되지 않는 여성을 굴복‧소외시키는 가장 손쉽고 강력한 방법이다. 그녀가 왕실의 권위와 의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해왔던 모든 저항과 이로 인한 균열이 광기의 징후와 그 파괴적 결과물로 독해되기 시작한다. 다이애나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헨리 8세에 의해 간통‧근친상간 혐의를 받고 처형된 앤 불린의 환영을 마주하는 장면도 이 연장에 있다. 앤 불린의 환영은 다이애나에게 왕실의 의도를 체현하지 못하는 여자는 실제적 혹은 상징적 죽음이라는 형벌을 받아왔음을 일깨워준다. 다이애나의 첫째 아들 윌리엄의 말(“모두를 위해 잠깐 마음을 꺼줘”)도 그녀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어린이에서 소년으로 성장 중인 그는 어머니가 기로에 서 있음을 안다. 그래서 다이애나에게 ‘마음을 끄고’ 자신의 곁에 머물러달라고 애원한다.
다이애나가 윌리엄의 요청에 따라 마음을 끄고 왕실의 질서에 굴복해야만 할까? 그때 다시금 앤 불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앤 불린의 환영은 다이애나에게 도망치라고 말한다. 아들이자 왕자인 윌리엄은 ‘마음을 끄고’ 자신의 곁에 있어 달라고 요청하지만, 왕비인 동시에 자기 의지를 가진 여성이었던 앤 불린은 도망가라고 조언한다. 연대하는 자의 목소리가 피를 나눈 자의 목소리보다 강할 때도 있는 법이다. 앤 불린과의 조우 이후, 다이애나가 춤을 추는 장면, 자전거를 타는 장면, 어딘가를 향해 뛰는 장면이 뒤따른다. 춤, 자전거, 달리기는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행위다. 움직이는 자는 어딘가에 묶여 있을 수 없다. 다이애나가 그러했듯이.
영화는 사슬을 자르고 나온 다이애나의 움직임이 어디로 귀결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그녀가 내면의 죽음을 거부하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그 큰 용기 덕에 어떤 가능성을 얻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 가능성의 크기는 그녀가 두 아들을 위해 들른 햄버거 가게 직원에게 자신을 ‘다이애나’가 아닌 ‘스펜서’로 소개하는 장면에서 가늠할 수 있다.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아닌 자기 내면에 솔직한 ‘스펜서’가 품은 가능성의 크기 말이다.
유폐된 과거‧현재로부터 벗어나 ‘스펜서’라는 미래로 나아가는 그녀의 여정이 불의의 사고로 너무 짧게 끝나버렸다는 게 아쉽다. 나는 영향력 있는 실존 인물이었던 스펜서에게 어떤 공과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스펜서가 왕실의 권위‧품위와 여성 혹은 전통과 여성이 맺는 관계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의 영역을 극적으로 넓혀줬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펜서의 삶을 담은 책 《나, 다이애나의 진실》에 나오듯, 그녀는 “새로운 시대의 윤리”를 열었다. 여전히 강력한 권위와 전통의 질곡 속에서, 많은 사람이 다이애나가 스펜서로 나아가는 과정의 감동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감독이 다이애나의 고통을 어떻게 조명할지 많이 고민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에는 다이애나가 왕실 구성원과 있는 자리에서 거북함을 느끼는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신 홀로 있을 때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다이애나의 표정과 감정을 그만큼 밀착하여 담는다. 얼굴 클로즈업 장면마다 절망과 고독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영화를 본 후, 기자 출신의 작가 앤드루 모튼이 쓴 《나, 다이애나의 진실》을 읽었다. 다이애나가 책을 낸다는 걸 왕실이 알아서는 안 됐기에 간접 인터뷰, 비대면 인터뷰, 서신 교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비밀리에 완성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다이애나의 삶을 포괄적·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만, 시종일관 다이애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쓰인 책이어서 이 책만으로 그녀의 성취와 그 위상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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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평론가 만점 영화 리스트
입추가 지나자, 마법같이 선선해진 요즘. 밤 산책을 다니기 좋은 날씨죠.
여러분, 이동진 영화 평론가를 아시나요?
영화가 개봉하면 모두가 주목하는 이동진 평론가가 만점을 준 영화들만 모아왔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되신다면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 리스트를 참고하시길 바라면서 이동진 평론가 만점 영화 리스트, 함께보시죠!
1.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 사라 폴리
Synopsis : 결혼 5년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순도 100%의 사랑 영화, 마음의 기척을 응시하다.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2.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 봉준호
Synopsis : 1986년 경기도.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살해하거나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하는 물품을 이용한다. 심지어 강간사 일 경우, 대부분 피살자의 몸에 떨어져 있기 마련인 범인의 음모 조차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송재호 분)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오라기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근처의 절과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 나서고,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선제공격에 나선 형사들은 비오는 밤,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함정 수사를 벌인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또다른 여인의 끔찍한 사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고 냄비처럼 들끊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형사들을 더욱 강박증에 몰아넣는데...
한국영화계가 2003년을 자꾸 되돌아보는 가장 큰 이유.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3. 옥희의 영화 Oki's Movie (2010) - 홍상수
Synopsis : 영화과 학생 옥희는 자신이 사귀었던 한 젊은 남자와 한 나이 든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아차산이란 곳에 만 일 년을 사이에 두고 각 남자와 한 번씩 찾아왔던 경험을 영화적으로 구성해본 것이다: 그 산에서 각기 다른 두 남자와의 경험을 공간별로 짝을 지어놓고 보여준다. 주차장, 산 입구, 정자 앞, 화장실, 목조 다리 앞, 산 중턱 등의 공간에서 각자 다른 행동과 대화들, 그들과의 모습이 짝지어 보여지면서 우린 두 경험 사이의 차이와 비슷함을 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린 옥희와 두 남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떤 총체적 그림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구조와 공간 대신 정서와 시간을 바라보는 홍상수의 새 경지.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4.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 기예르모 델 토로
Synopsis :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숲으로 숨은 시민군은 파시스트 정권에 계속해서 저항했고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군이 곳곳에 배치된다. ‘오필리아’는 만삭의 엄마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숲속 기지로 거처를 옮긴다. 정부군 소속으로 냉정하고 무서운 비달 대위를 비롯해 모든 것이 낯설어 두려움을 느끼던 오필리아는 어느 날 숲속에서 숨겨진 미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산이고 숲이자 땅”이라 소개하는 기괴한 모습의 요정 ‘판’과 만난다. 오필리아를 반갑게 맞이한 판은, 그녀가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이며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 가지 임무를 끝내면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넨다. 오필리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현실 속에서 인간 세계를 떠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이보다 깊고 슬픈 동화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다.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5.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 허진호
Synopsis :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어느 겨울 그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를 만난다.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서 삐걱거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헤어져"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이 변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어찌 할 바를 모른다...
허진호와 이영애와 유지태, 그들 각자의 최고작.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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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윅에 환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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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존윅 챕터4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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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티> 메인 예고편
밑바닥부터 시작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던 존 고티는 뉴욕 최고의 마피아 조직 감비노 패밀리 두목인 카를로 감비노의 조카를 유괴, 살해한 범인을 처리하며 정식 조직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점차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던 그는 마침내 감비노 조직의 대부 자리에 오르며 미국 전역을 들썩이는 유명인사가 되지만, 자신뿐 아니라 조직과 가족들은 위험에 노출된다.
거대한 도시 뉴욕 위에서 군림한 절대권력의 마피아 대부
존 고티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