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펜2023-11-20 13:12:4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푸른 눈의 사무라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지난 11월 초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푸른 눈의 사무라이>. 장편 영화 각본 작업과 시리즈 작업으로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마이클 그린과 앰버 노이즈미가 제작과 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마이클 그린은 넷플릭스와 최근 전속 계약을 체결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을 작업 중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제작된 작품이지만 그 배경은 일본을 소재로 하고 있고 사무라이 소재이기에, 성우진들은 랜달 파크, 마야 어스킨, 마시 오카 등의 아시안 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총 8부작의 다소 짧은 호흡의 시리즈로, 제인 우를 비롯한 다섯 명의 감독이 번갈아가며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맡았다.
일본의 에도 시대인 17세기, 혼혈 검사 '미즈'의 복수를 다룬다. 미즈는 일본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푸른 눈을 물려받았으나 눈빛의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과 차별을 당하고 '악마'라는 수식을 얻는다. 어머니와 일찍 헤어진 후, 야유를 피해 도망치다가 외딴 곳에 기거하는 한 맹인 도공과 함께 살며 검에 대한 기본기를 익힌다. 미즈의 목적은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 그러니까 자신이 태어날 시기 즈음 일본에서 머물렀던 백인 유럽 남성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푸른 눈의 사무라이>는 미즈의 복수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일단락되는 지점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출생의 비밀과 복수가 가미된 로드 트립 등 일반적인 사무라이 물이나 소위 말하는 '찬바라'(검이 부딪히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장르가 갖춰야 할 기본이 잘 녹아있다. <푸른 눈의 사무라이>의 첫 번째 화에서는 '미즈'라는 검객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하며 절대 권력 아래 제멋대로 흘러가는 가공된 에도 시대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데, 이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이 첫 번째 화가 끝나면서 비롯된다. 앞서 말했듯 일반적인 사무라이 장르인 듯하지만 주인공 미즈가 남장 여자라는 신분이 말미에 드러나고, 그 이후부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말하자면 뻔한 찬바라 장르가 주인공의 성별을 치환했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로 인해 '뻔하지 않은' 장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남성들이 군림하는 싸움의 세계에서 남장 여자라는 컨셉의 애니메이션은 <뮬란> 등을 통해 알려지고 전파된 바 있지만, <푸른 눈의 사무라이>는 단지 그 소재를 적극적으로 캐릭터에 입히는 것에 그치지 않아 주목할 만하다. 백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사이에 혼혈로 태어났고, 백인의 눈과 피부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어디서든 차별받는 사람이 되었으며, 자신에게 입혀진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검기를 익힌다는 설정이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푸른 눈의 사무라이>의 두 제작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의 아이를 바라보며 <푸른 눈의 사무라이>가 시작되었다고 밝힌 그들은, 누구도 튀어보이고 싶지 않고 튀는 자를 억압하려 노력한 답답하고 절망적인 시대를 다뤄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미즈를 비롯한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자신을 억압하고 정형화하는 굴레를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결국 그것을 스스로 이루게 된다. 갇힌 새장에서 날아가듯 자유를 찾아 각자의 사명과 신념을 향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매 에피소드마다 흘러 넘친다.
입체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성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8부작 내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갖가지 변주를 꾀하는 연출이 가장 인상적이다. 2D/3D 하이브리드 기술로 제작되어, 3D를 사용하더라도 2D의 수작업을 연상케하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식은 이런 화려하고 회화 같은 분위기의 연출을 기술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특히 5화의 인형극의 형식으로 설명되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 플롯 연출은 압도적. 실화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전체 애니메이션 등급을 18세 이상으로 수위 상향을 꾀한 선택은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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