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02 17:37:31
[BIFAN 데일리] 로맨스 없이도 로맨틱
영화 <킬링 로맨스>

감독] 이원석
출연] 이하늬 이선균 공명 배유람
시놉시스] 대재앙 같은 발연기로 국민 조롱거리로 전락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남태평양 ‘콸라’섬에서 운명처럼 자신을 구해준 재벌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결혼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한편, 서울대가 당연한 집안에서 홀로 고독한 입시 싸움 중인 4수생 ‘범우’(공명)는 한때 자신의 최애였던 여래가 옆집에 이사온 것을 알게 되고 날마다 옥상에서 단독 팬미팅(?)을 여는 호사를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의 사업 확장을 위한 인형 역할에 지친 여래는 완벽한 스크린 컴백을 위해 범우에게 SOS를 보내게 되고 이들은 여래의 인생을 되찾기 위한 죽여주는 계획을 함께 모의하는데…

2023년 개봉작 중 입소문으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역시나 <킬링 로맨스> 아닐까. “재미있겠네. 다음에 봐야지…” 정도로 가볍게 바라보고 있던 이 영화는 극단의 호불호 후기와, 해탈한 듯한 배우들의 인터뷰, 무대 인사 후기까지 죄다 재미있었다. 이제 영화만 재미있으면 되는데. 나는 <킬링 로맨스>를 보기 전에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부터 보았다. 이십대 초반 아직 풋풋하던 내가 극장에서 보기엔 너무… 포스터가 이상해 보였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았고 생각보다 웃겼으며 생각보다 뇌리에 남았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무반주 음악에 흠… 하핫… 핫초ㅑ… 하며 뻘쭘한 춤을 추던 배우 오정세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 버렸다.)
이것도 재미있겠군! 웃기겠군! 좋겠군! 기대하며 <킬링 로맨스>를 보았다. 재미있었고 웃겼고 좋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영화의 어느 한 구석이 나의 오타쿠 감성을 자극하고 말았으니… 나는 감동까지 받아버리고 말았다. 팬과 스타, 로맨스 없이 로맨틱한 그 관계에 대하여.

#1. 브리트니 스피어스 <Lucky>
태초에 “She was everywhere”였던 누군가가 있었다. 존재 자체로 센세이션. 그를 모두가 “사랑”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랑”은 너무 일방적이고 그만큼 오해와 편견에 빛을 잃기도 쉬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Lucky> 노래 가사처럼, 그토록 사랑을 받는 스타는 밤에 혼자 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센세이션이 저물고, 세상은 “사랑”할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의 여래(이하늬 분)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브리트니의 노래 가사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무수한 말, 쏟아지던 조롱과 비슷한.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노래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HOT의 <행복> 말이다.
기묘한 마이페이스로 밀어붙이면 상대는 기세에 눌리기 쉽다. 마치 괴한을 쫓던 그의 “powerful punch”처럼. 그러나 비대한 자의식에 자리를 내어주느라 상대의 자아에는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의 언어와 행복의 노래를 가장한다 해도. 이미 세간은 이 가장을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로 담아낸 지 오래다.

#2. HOT의 <행복>과 레드벨벳의 <행복>
조나단의 입버릇은 ‘완성’이다. 그러나 그가 완성한 프레임 속 여래의 미소는 랄라텐 광고 속의 미소 반만큼도 살아있지 않다. 옆집 사수생 범우에게 받아 든 랄라텐을 예의 실력으로 순식간에 마셔버린 다음 미소를 짓는 여래는, 랄라텐 마시는 속도 하나만으로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실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연예인인데 말이다. 그는 조나단의, 조나단을 위한, 조나단에 의한 조나단 월드에 갇혀 있다.

조나단이 귤을 쥐는 순간, 이 영화에 귤이 처음 등장한 순간, 아직 아무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왜 소름이 돋았을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폭력의 수단이 무엇이든 폭력은 폭력이다. 뭐든 폭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하는 건 그 폭력성이다. 새콤달콤한 귤에 죄가 없다고 귤을 이용한 폭력이 죄 아닐 리 없을 것이다.
수단에 감정 이입하는 건 모두 틀렸다. 폭력의 수단뿐 아니라 행복의 수단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노래는 새로 부르면 된다. 레드벨벳의 <행복>을 불러도 되는 거고, HOT 노래를 NCT가 리메이크할 수도 있는 거고요. (참고로 그 곡은 행복이 아니라 <캔디>이며, 공명의 동생 도영은 거기 없었지만… 이선균 씨 참고 바랍니다.) 게다가 잘 들어 보면 여래의 필모그래피에는 이미 <행복>이라는 제목의 작품도 있다. 수단은 바꿔치울 수 있다. 중요한 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고, 칸트처럼 말해 보자.

#3. 에픽하이 <fan> 대신 자우림의 <fan>
가스라이팅 앞에 기꺼이 “bad girl”이 되겠다 일갈하고, <제발>을 부르며 일어선 여래의 분연한 얼굴은 분명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다. 그 덕분에 방범등은 꺼지는 순간 축포가 되고, 바로 그 순간 달은 가득 차올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내가 계속 주목하게 된 건 여래와 범우 사이의 마음이었다. 7년째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노래로 자기 삶을 응원한다는 건 어떤 마음인가. 비록 범우는 여래의 소원을 척척 이루어 주지도, 여래와 같은 마음으로 손발을 척척 맞추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여래가 돌아갈 과거가 다시 여래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그런 범우가 영화 속에서 불가능을 넘어 소통하는 법을 아는 인물이라는 점 또한 괜스레 뭉클하게 느껴진다. 그런 목소리라면 닿을 것이다. 여래에게 닿았듯이. 진심으로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했으나 끝내 대중과 화해하지 못하고 떠난 어떤 이들에게도.
세상에는 범우의 다락방 같은 방이 얼마나 많을까. 부디 거기서 울려 퍼지는 팬의 노래가 에픽하이의 곡보다는 자우림의 곡에 더 가까웠으면 한다. 가질 수가 없는 미친 사랑을 괴로워하는 마음보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더 행복하니까.

#4. 그리고 어느 팬에게 남은 말
한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우리 오래오래, 시간을 따라 함께 기쁘게 뛰어보자고. 땀 나고 타조 깃털 휘날리는 길이더라도, 같이 뛰어가고 싶다고. 뜬금없는 타이밍에 노래를 부르고(“누나 왜 노래를…”), 거기서 함께 힘을 얻으면서 가보자고. 무지하게 겁나도 끝까지. 그렇게.
나는 당신 얼굴의 자연스러운 주름, 세월 따라 더해지는 표정, 그런 것들을 오래 보고 싶다고. 그런 모습이 좋다고. 그냥 이 작업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즐거운 것이었으면 한다고.
로맨스가 아니어도 충분히 로맨틱한, 어떤 행복이라고.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1일 19:30-21:17 한국만화박물관 (상영코드 337)
7월 5일 19:30-21:17 CGV소풍 4관 (상영코드 733)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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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 현실 속 총 천연색 꿈
이 글은 영화 [더 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샤흐리야르 왕의 마음이 이랬으리라.
불륜을 저지르는 왕비의 모습을 지켜만 보았을 왕의 마음이 로이(리 페이스)는 어쩐지 이해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지금 자신의 꼬라지를 본다면, 오히려 왕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찰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가련한 환자는 사랑에 배신당한 것도 모자라, 커리어 까지도 자신의 척추처럼 박살 나게 생길 위기였으니까. 이 기구한 운명을 꼼짝없이 견뎌야만 하는 답답함을 알아주는 누군가라도 등장해 주면 좋으련만. 지금 로이의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리 봐도 아직 숫자를 3까지 밖에 모르는 것만 같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운타루)의 존재가 전부였다.
그러나 오히려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 앞니 빠진 암살자(?)를 내 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자신이 결국 그렇게 넘고 싶어 하는 요단강(?)도, 쉽게 건널 방법이 생길 것만 같았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의 운명까지 내걸어 볼 심산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망치러 온 이 구원자의 손길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로이는 입을 열었다. 이 얕고 가는 자신의 목숨줄을 좌지우지하게 될지도 모르는 꼬마 샤흐리야르 왕 앞에서. 로이는 기꺼이 세헤라자데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 암살자의 스턴트는 실로 대단했다.
로이가 수행할 수 없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스턴트 역할을 거리낌 없이 수행했다. 물론 이 초보 복면에게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3이 넘어가는 숫자에 기겁을 하기도 하고(!) 공범인 주제에 도덕적 잣대가 너무 높아 대역을 하지 않겠다며 생떼를 부리기도 했지만. 세헤라자데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황홀경에 빠져 망설임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미션 수행의 시간이나 방법도 치밀해져 갔다.
하지만 마지막 미션의 벽은 이 하룻강아지 대역에게는 여전히 조금은 높았다. 닿을 듯 닿지 않아 힘껏 까치발을 해야 할 것임을. 로이는 알 수 있었다. 로이는 반드시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이루고 싶었고. 그러려면 알렉산드리아에게 연료를 계속 불어넣어 까치발의 끝에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 간신히, 하지만 반드시 쥐어져야만 했다.
그는 환상의 이야기 속에서라도 스턴트를 이어가야만 했다. 오디어스를 찾아가는 여정은 더 험하고 어려워져 갔고. 그의 애달픈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마스크 밴디트는 충실하게 로이의 대역을 해냈다. 알렉산드리아의 눈이 여전히 처음처럼 빛나는 것을 보면서. 로이는 현실의 자신도. 자신의 대역인 밴디트로서도. 조금은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도, 삶도 조금씩 간절해지는 세헤라자데는 자꾸만 자신의 왕이자 대역인 알렉산드리아 앞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로이는 다리에서 떨어지던 순간을 떠올렸다. 모두가 실패했다며 손가락질을 하던 그 순간을. 단 한 번의 낙하로 인해. 자신이 알던 사람들의 등 외에는 이제 기억할 수 있는 모습은 없을 것만 같았다. 로이는 고개를 들었다. 원래 서 있던 곳이 참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로이를 대신해 그 높은 곳에 안간힘을 써서 올라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낙하해 버린. 이 꼬마 스턴트역을 보며. 로이는 이제 정말 모든 것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로이의 작은 왕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라고 명령했지만. 세헤라자데는 이제 이 허무맹랑한 모험의 끝이 자신의 손으로 이뤄져야 함을 알고 있었다. 로이는 환상 속 모든 인물들을 추락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이 실패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죽음으로 가는 길이며 인물들의 마지막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추락은 마치 영화 [인셉션]의 킥(kick)과도 같아서. 두 세계에 모두 존재하는 사람들을 그저 한 세계에서 추방할 뿐. 그 어떤 의미의 실패도, 죽음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한 번의 추락으로 인해 겁에 질린 로이는 그 사실조차 쳐다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전해주기 위해. 겁쟁이인 자신을 대신해 기꺼이 추락을 감행했고. 결국 그를 죽음이라는 망상에서 구해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는, 결국 세속적 욕심이 3까지 밖에 없는 무자비한 왕(?)에게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추락이자 실패라 여겼던 작품을 이 꼬마 대역에게 보여주겠다는 결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심의 끝에. 두 운명 공동체(?)는 겨우 웃어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쫓은 뒤 덩그러니 둘 만 남아버린 환상의 세계는 이제 끝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몇 번이고 재생될 것만 같은 유일하고도 독특한 이야기가 되어. 두 벤디트의 뱃속에서 영원히 날갯짓을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추락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힘차게 날아오르면서.
마치면서
정제 탄 수.. 단순당 최고!!
그들의 인생은 서로를 만나기 전 까지는 흑백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로를 만나는 순간부터 꾸게 된 모든 꿈들은 총천연색이었다. 차갑고 메말랐던 일상이 이렇게 질감과 색감으로 넘쳐나는 것으로 변화할 때까지의 지분은 거의 모두 알렉산드리아에게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 영화를 보며 그저 잿빛에 지나지 않았던 회사원의 하루를 예쁘게 물들여 준. 같이 영화를 봐준 친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만두 또 먹으러 가쟈!!!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추락, 스턴트, 그리고 세헤라자데의 모티브를 가지고 글을 써 보았습니다.
[이 글의 TMI]
1. 정말 물리적으로 시간이가 없다. 돌아버림
2. 환상 속 5인조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후레쉬맨 같아서 빵 터짐
3. 이런 뽀송한 질감의 영화 너무 좋다
[다음 리뷰 예고]
미키 17!!
원작이랑 얼마나 다를지(?) 기대된다. 근데 봉감독님 나빠.. 애를 원작보다 열 번이나 더 죽였어ㅠㅠ
#더폴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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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024년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던 <위키드>가 개봉 첫 주 만에 누적 수익 1억 1,40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2024년 개봉작 중 세 번째로 높은 첫 주말 흥행 기록이라고 합니다. <위키드>는 현재 로튼 토마토 90%을 기록하며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의 성공과는 다르게 <위키드>의 영화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초 2016년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2019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러나 그 개봉일은 유니버설의 <캣츠>에게 넘어갔고, 다시 2021년으로 연기되면서 <씽2게더>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감독 역시 <빌리 엘리어트>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서 <인 더 하이츠>의 '존 추' 감독으로 한 차례 교체된 바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총 2부작으로 구성된 <위키드>는 투입된 제작비만 3억 5천만 달러 이상에 달하며, 유니버설 스튜디오 역사상 가장 비싼 영화로 기록되었습니다. 후속작인 <위키드: 파트2>는 내년 하반기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보다 한 주 늦게 북미에서 개봉한 <글래디에이터 Ⅱ>는 누적 수익 약 5,500만 달러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였습니다. 제작비가 약 2억 1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만큼, 국제 시장에서의 성과가 흥행 성공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해외에서 1억 6,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약 4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고작 300만 달러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위키드>는 북미에서의 성공에 비해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65만 명을 불러들이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침체된 극장 상황을 짐작케 했습니다. <위키드>와 함께 개봉한 <히든페이스>가 누적 관객 수 35만 명으로 2위를, <글래디에이터 Ⅱ>가 누적 관객 수 72만 명으로 1위에서 3위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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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의 세상에 사랑을 담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다가온다. 친척이나 지인, 가족 중에서 돌아가시는 분이 있을 때 처음 경험하는 죽음은 때론 슬프고 때론 조용하다. 조금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만나게 된다면, 슬픔과 처음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된 이후에는 상대방을 현실에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길게 남는다. 장례식을 통해 짧게나마 작별인사를 하지만, 더 이상 상대방의 반응은 들을 수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렇게 죽음은 아주 긴 이별이 된다.
여기에 특별한 AI프로그램이 있다. 죽음을 맞은 가족이나 지인의 디지털 데이터와 정보가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AI 프로그램 안에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만들어진 가족과 영상통화 형식을 통해 대화하고 소통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음 직전에 자신의 정보를 관련 회사에 보내 자신의 모습을 AI 프로그램 안에 만들어둔다. 장례식이라는 이별의 절차를 보내지만, 그 이후에도 가족들은 큰 상실감 없이 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다루는 영화가 바로 <원더랜드>다.
[첫 번째 감정] 엄마 바이리의 배려
바이리(탕웨이)는 불치병에 걸려 죽음 직전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될 자신의 딸을 걱정한다. 그 걱정은 결국 원더랜드라는 AI 서비스를 신청하게 만든다. 자신을 디지털화하는 그녀의 결정은 바로 딸을 배려한 것이었다. 직접 만나는 건 더 이상 할 수 없지만, 영상 통화를 통해 딸은 엄마와 계속 소통할 수 있다. 실제로 바이리의 죽음과 장례식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딸이 바이리와 영상 통화하는 장면은 실제 살아있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딸을 위한 그 배려로 딸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바이리의 엄마 화란(니나 파우)다. 그녀는 화면 속의 바이리를 진짜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면서 진짜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화란은 이미 딸의 죽음을 받아들인 상태고 개인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난 이후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란에게는 AI로 만들어진 바이리가 아무리 딸과 똑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고 있더라도 인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원더랜드라는 AI 세상 속의 바이리는 생전의 그녀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고고학자로서 유물을 탐사하는 장소에서 일을 하는데, 그런 모습을 자신의 딸에게도 보여주어 꿈을 키워주는 역할도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죽음 직전 만들어낸 원더랜드의 세상은 모두 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화를 하고,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면서 그는 딸에게 무한한 사랑을 선사한다.
모든 진실이 딸에게 공개된 순간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인 장면이 만들어진다. 딸은 그 사실을 생각보다 금방 받아들이고, 이내 그 상황에서 자신이 계속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장면은 아직 어린 딸의 심리를 무척 현실감 있게 담은 장면이다. 딸은 화면 속 엄마에게 잘 때 책을 계속 읽어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 옆에 있던 바이리의 엄마 화란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 역시 무척 좋은 장면이다. 화란은 화면 속 바이리를 그제야 비로소 딸로 인정한다. 그리고 딸이 죽은 이후의 슬픔을 그제야 터뜨린다.
[두 번째 감정] 연인 정인의 그리움
원더랜드에 자신이 그리워하는 존재를 넣은 다른 사람이 있다. 정인(수지)은 연인인 태주(박보검)를 원더랜드의 세계에 만들어 넣어두었다. 실제 태주는 사고로 혼수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매일 찾아가 자신의 연인을 보고 오지만 현실에서는 대화할 수가 없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정인이 택한 건, 이별이 아니라 자신만의 태주를 AI로 만드는 것이었다. 혼자 남았다는 그리움은 정인을 원더랜드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 세계와 접속하면서 정인은 자신이 가진 그리움을 잊어간다.
아침마다 정인을 깨워주는 AI 태주는 친절하고 밝다. 늘 웃는 얼굴로 우주비행사의 모습을 한 태주가 화면 속에 등장하면 정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해진다. 화면을 보며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한다. 여느 연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비록 현실의 태주는 누워있지만 정인의 태주는 원더랜드의 세계 속에 이미 존재한다. 그렇게 정인은 현실의 태주와 점점 멀어진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태주는 진짜 태주의 모습과 진짜 똑같을까?
현실에서 결국 태주가 깨어나는 걸 본 정인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현실의 태주는 삶의 안정성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듯, 여러 실수를 반복하면서 정인을 당황스럽게 한다. 하지만 AI에 만들어놓은 태주는 그렇지 않다. 정인이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고, 자신의 기분에 맞춰 대해주는 존재다. 현실의 태주와 AI태주 사이의 괴리를 느낀 정인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혼란스러워한다. 정인이 자신이 사랑하는 태주를 너무나 그리워해서 만들어낸 AI 태주는, 어쩌면 정인이 기억하는 태주의 좋은 면만 담긴 것이 아닐까.
[세 번째 감정] 원더랜드에 담긴 사랑
AI프로그램인 원더랜드는 아직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미래에는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미 특정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상 VR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영화 <원더랜드>의 설정은 충분히 현재의 우리들이 공감할 만한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원더랜드에 특정 인물을 넣어두는 것은 대부분 사랑 때문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혹은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을 사랑해서, 그 존재를 AI로 만들어 프로그램 속에 넣고 시간이 날 때마다 평소처럼 대화를 해나간다. 그렇게 상대방을 보고 위안을 얻고 관계를 계속 이어나간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과한 욕심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원더랜드와 같은 기술이 발전하여 실제로 실현 가능해진다면, 죽음은 완전한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지금 현재 시점에 AI 와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를 던진다.
가족을 위해서, 연인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영화 속 사람들은 AI 세상 속에 자신을 넣는다.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서로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한다. 기술로 만들어진 사랑의 세상이 바로 원더랜드다. 원더랜드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때론 그 기술적인 것들이 과하게 느껴지지도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랑은 영원히 이어진다. 영화는 각 인물들이 이 새로운 세계 때문에 겪게 되는 혼란과 고민을 세심하고 감성적으로 담았다.
영화 <원더랜드>는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특히 바이리 역을 맡은 탕웨이는 엄마로서 자신이 가진 감정을 극에 그대로 녹여 폭발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들보다 바이리의 서사가 특히 더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탕웨이와 바이리 엄마를 연기한 니나 파우의 연기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정인 역을 맡은 수지의 얼굴에선 이제 비로소 배우의 느낌이 나고, 정인의 감정이 널뛰는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무척 아름다움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감성적으로 풍부한 느낌이 드는 영화음악을 사용해 원더랜드라는 새로운 세상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여준다. 이 기술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이 시스템으로 인해 변화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각각 따로 노는 느낌을 주지만, 적어도 바이리 가족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의 단점을 상쇄할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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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여운 건 내가 아닌 당신들이지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은 하나같이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이야기 구조를 띠고 있다. 그리고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도 갈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신작인 '가여운 것들'도 같은 궤를 띤다. 기괴하고 독한 면이 강하지만, 인간의 본면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들고 동시에 벨라 벡스터(엠마 스톤)의 여정을 응원하게 만든다.
천재 외과의사, 혹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불리는 갓윈 벡스터(윌렘 대포)의 손을 거쳐 벨라는 태아의 뇌를 장착하고 다시 태어난다. 탄생의 비극을 모른 채 그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삐뚤빼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어떠한 편견이나 좌절, 자기혐오에 갇혀 있지 않은 순수한 모습으로 말이다.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이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유혹을 덜컥 받아들이면서 벨라의 기묘한 여정이 시작된다. 리스본부터 파리까지 여행하는 동안 덩컨은 모자라지만 아름다운 벨라를 탐해 자신의 욕망을 채울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을 훨씬 빗나가는 벨라의 매력에 되려 덩컨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한순간에 머저리로 전락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최후를 지켜보게 된다.
잠을 잘 때마다 성장하는 벨라는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발칙하다. 파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섹스를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자발적으로 사창가에 취업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이 ‘생산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포주(캐서린 헌터)에게 직접 매춘 여성이 고객을 고를 수 있는 제도를 제안해 그야말로 '거침없다'.
이 지점에서 관람객 일부는 여성혐오로 판단하며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벨라의 '선택'이다. 그의 여정과 선택에 거부감이 느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벨라가 거부하는 '사회적인 통념'일지도 모른다. 여성의 성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이라는 틀 안에 길들여진 대중에게 성적 욕구를 드러내고 충족하는, 즉 주체적인 여성 벨라가 불편한 존재일 것이다. 영화는 벨라를 향한 관객의 시선 안에 담긴 통념이란 '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건드린다. 또한 영화 속 배경이 19세기 유럽사회인 걸 감안하면 벨라의 행보는 가부장제를 뒤흔들었다.
벨라의 성장과 함께 맞춰나가는 색의 확장으로 연출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갓윈의 집 안에만 있던 벨라의 삶을 좁은 어안 렌즈에 흑백화면으로 표현했다가 그녀의 모험이 시작됨과 동시에 탁 트인 컬러 화면으로 전환된다. 여기에 초현실적이고 동화적인 스팀펑크 배경과 어우러져 기묘한 기운이 강해진다.
재밌는 건,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전작들과 달리 '가여운 것들'은 약간 다른 결을 그려낸다. '더 페이버릿', '더 랍스터', '킬링디어'만 하더라도 많은 인물들이 어리석음과 나약함으로 무너지는 비극으로 향하지만, '가여운 것들'의 세계관은 제법 낙관적이다. 벨라는 자유의지로 통제하며 사람들로 인해 타락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성장한다. 부조리한 세상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한다. 시작과 달리 영화 말미에 다다랐을 때, '가여운 것들'이 벨라에서 벨라를 제외한 모든 인물로 바뀌는 것도 이 여파일 것이다.
벨라를 기괴한 괴물이 아닌 끝까지 신뢰하는 인물들도 있는데 이들이 과학자라는 점도 흥미롭다. 벨라의 아버지 격이자 그녀가 '신(God)'으로 부르는 갓윈은 고통을 이성적 사고로 견뎌내려고 한다. 온몸이 수술 자국들로 가득하지만, 원흉인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세상의 진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갓윈의 제자 맥스(라미 유세프) 또한 벨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순수 관찰대상으로 벨라를 처음 접했던 맥스는, 격정에 빠져 추락하는 덩컨과는 다르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재회한 엠마 스톤은 '더 페이버릿'에 이어 '가여운 것들'에서 비범한 연기력을 펼치며 관객들을 압도한다. 벨라의 성장과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그의 열연이 이 영화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시간의 흐름과 성장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벨라의 걸음걸이 및 말투까지 포착해 자연스레 담는다. 골든글로브·영국 아카데미를 포함해 여우주연상만 26개를 거머쥐었고 '2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이어지는 데 다 이유가 있다.
다양한 배우들이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마크 러팔로가 개인적으로 눈이 갔다. 다양한 작품에서 입체적인 연기력을 펼친 베테랑 배우인 건 잘 알려져 있긴 하나, 한동안 MCU 헐크에 눈이 익었기 때문. 한순간에 추락하는 바람둥이 덩컨을 연기하며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노련하게 이끌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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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이 궁금한 영화 | 기억의밤
여기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와, 기억을 되찾아 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기억의 밤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뭐가 진실인지 알지 못해서 한번 보게 된다면 끝까지 보게 되는 반전이 한가득 품고 있는 영화 기억의 밤.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감독 / 각본 : 장항준
출연진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개봉일 : 2017년 11월 29일
평점 : 8.43
스트리밍 : tvN , NETFLIX, Wavve
기획 의도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된 형 유석. 동생 진석은 형이 납치된 후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납치된 지 19일째 되는 날 돌아온 유석은 그동안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온 뒤로 어딘가 변해버린 유석을 의심하던 진석은 매일 밤 사라지는 형을 쫓던 중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두 남자의 엇갈린 기억 속 감춰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야 한다.
여담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장항준 감독의 9년 만의 스크린 복귀 작품이다.
영화 기억의 밤은 주연 배우인 강하늘과 김무열의 연기력만으로 초반부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며
꼬여버린 진실을 찾기 위해 몰입감을 선사해 줬다.
영화의 평점은 대체적으로 기자 평론가보단 관람객 평점들이 후하게 작용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기억의 밤 결말을 살펴보자면...
20년 전 한 가정집에서 일가족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석(김무열)은 진석(강하늘)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석은 해리성 기억 상실증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상태로 가선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미리 섭외한 가족 전체가 현장을 재현하며 진석의 기억을 꺼내기 위해 노력한다.
잠깐, 기억이 돌아온 진석은 누군가의 살인청부 때문에 실수로 두 모녀를 죽이게 되었었죠.
결국 유석과 진석 모두 자살을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작품은 작품의 완성도보단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에 더욱더 눈이 갔던 작품이었어요.
무엇보다, 진실 밝히려는 김무열과 사실을 알아내려는 강하늘의 압도적인 강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던 영화 기억의 밤.
무더운 여름날에! 킬링타임으로 딱 좋은! 영화 기억의 밤 추천드리고 싶어요~
한줄평 : 강렬하면서 무서운 누군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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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영화의 공식
어는 날 그저 집에 누워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TV란 나에게 언제나 콘텐츠를 제공한다. 집에 있었을 뿐인데 영화 한 편을 뚝딱했다. 그것도 이미 다 보고 보고 또봐서 내용을 외울 수준으로 많입 본 영화였는데 또 봤다. 왜 90년대 헐리웃 영화는 내용을 다 알면서도 식상하다고 생각을 안하고 보게 되는 걸까. CG도 요즘만 못하고 클리셰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영화 '볼케이노'에 대한 감상평이다.
1. 재난영화의 공식이 된 영화
대단히 신기한 내용은 없다. 단지 LA시내에 용암이 분출된다는 건이 특징이랄까. 지층이 불안정한 지역에 지하철을 만들다니, 이 설정부터가 위험하다. 그리고 이걸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던 설정이 이들을 안전불감증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주었다. 안전불감증은 재난영화를 보는데에 언제나 필요한 요소인만큼 이 영화는 많은 클리셰를 갖고 있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허둥지둥대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언제나 이 재난은 예고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마다 우리 모두 불안함을 안고 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볼 때도 그렇다. 제목이 '볼케이노'이니 화산이 터지는 것은 극명한 사실이고, 지질학자인 에이미 반즈의 친구가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곧 큰 일이 나겠다는 것은 예감하게 된다.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게 깜짝 놀랄만한 사건은 발생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끝까지 관람하게 된다.
그런데 왜 안 지루할까. 나의 모친은 명작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명작이라고 평가했던 걸까. 이 영화가 옛날 영화일지언정 시대착오적인 영화는 아니라는 감상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걸까.
이 영화는 로맨스도 아주 살짝 있고, 가족애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주된 소구포인트는 재난 상황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묘책이 과연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재난 영화는 극단적으로 새드 엔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두들 '이 사람들이 전부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성 없는 생각이라고도 동시에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초반에 사람들이 다치고 희생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LA의 많은 시민들은 살아남는다. 이 정도면 재난 영화로서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데, LA시민들이 살아난 방법이 영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방식이라서 픽션이 해낼 수 있는 가장 훈훈한 재난영화의 결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물은 15분만에 무너뜨리는다는 것은 영화적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라면 가져가야할 허구성과 로맨스, 가족애, 그리고 훈훈한 엔딩이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재난영화의 공식이 아닐까
2.
토미 리 존스의 나름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 지금도 명배우이지만 날라다니던 그 때 그 배우들을 보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 참 좋은 일이다. 마치 90년대의 톰 행크스를 보고 있자면 별 거 안하고 있어도 보기 좋은 팬심이 솟구치는 것과 같다. 이 영화에는 돈치들도 나오는데 어벤져스 시리즈로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의 젊은 모습은 참 신선할 것이다.
그런 배우들이 날라다니던 시절을 보고 있자면 과거의 나를 회상하게 되기도 하고 그렇다. 한 인간의 빛나는 전성기를 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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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카다 3301> 메인 예고편
의문의 웹 조직에게 지능 테스트 메시지를 받은 천재 해커 ‘코너’가 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복잡한 퍼즐을 푸는 과정을 담은 코드브레이킹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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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1차 예고편
최악의 열차 사고, 아내의 죽음 뒤 숨겨진 진실
한 남자의 거침없고 잔혹한 복수가 마침내 폭발한다!가족과 떨어진 채 지내던 현직 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켈슨)는 열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중, 아내의 죽음에 얽힌 사고가 계획된 범죄였음을 알게 된다.
분노가 폭발한 마르쿠스는 범인들을 뒤쫓아 목숨을 건 추격전을 시작하고 자신만의 잔혹한 정의로 그들을 심판하기로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