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02 17:37:31
[BIFAN 데일리] 로맨스 없이도 로맨틱
영화 <킬링 로맨스>

감독] 이원석
출연] 이하늬 이선균 공명 배유람
시놉시스] 대재앙 같은 발연기로 국민 조롱거리로 전락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남태평양 ‘콸라’섬에서 운명처럼 자신을 구해준 재벌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결혼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한편, 서울대가 당연한 집안에서 홀로 고독한 입시 싸움 중인 4수생 ‘범우’(공명)는 한때 자신의 최애였던 여래가 옆집에 이사온 것을 알게 되고 날마다 옥상에서 단독 팬미팅(?)을 여는 호사를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단의 사업 확장을 위한 인형 역할에 지친 여래는 완벽한 스크린 컴백을 위해 범우에게 SOS를 보내게 되고 이들은 여래의 인생을 되찾기 위한 죽여주는 계획을 함께 모의하는데…

2023년 개봉작 중 입소문으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역시나 <킬링 로맨스> 아닐까. “재미있겠네. 다음에 봐야지…” 정도로 가볍게 바라보고 있던 이 영화는 극단의 호불호 후기와, 해탈한 듯한 배우들의 인터뷰, 무대 인사 후기까지 죄다 재미있었다. 이제 영화만 재미있으면 되는데. 나는 <킬링 로맨스>를 보기 전에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부터 보았다. 이십대 초반 아직 풋풋하던 내가 극장에서 보기엔 너무… 포스터가 이상해 보였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았고 생각보다 웃겼으며 생각보다 뇌리에 남았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무반주 음악에 흠… 하핫… 핫초ㅑ… 하며 뻘쭘한 춤을 추던 배우 오정세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 버렸다.)
이것도 재미있겠군! 웃기겠군! 좋겠군! 기대하며 <킬링 로맨스>를 보았다. 재미있었고 웃겼고 좋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영화의 어느 한 구석이 나의 오타쿠 감성을 자극하고 말았으니… 나는 감동까지 받아버리고 말았다. 팬과 스타, 로맨스 없이 로맨틱한 그 관계에 대하여.

#1. 브리트니 스피어스 <Lucky>
태초에 “She was everywhere”였던 누군가가 있었다. 존재 자체로 센세이션. 그를 모두가 “사랑”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랑”은 너무 일방적이고 그만큼 오해와 편견에 빛을 잃기도 쉬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Lucky> 노래 가사처럼, 그토록 사랑을 받는 스타는 밤에 혼자 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센세이션이 저물고, 세상은 “사랑”할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의 여래(이하늬 분)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브리트니의 노래 가사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무수한 말, 쏟아지던 조롱과 비슷한.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노래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HOT의 <행복> 말이다.
기묘한 마이페이스로 밀어붙이면 상대는 기세에 눌리기 쉽다. 마치 괴한을 쫓던 그의 “powerful punch”처럼. 그러나 비대한 자의식에 자리를 내어주느라 상대의 자아에는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의 언어와 행복의 노래를 가장한다 해도. 이미 세간은 이 가장을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로 담아낸 지 오래다.

#2. HOT의 <행복>과 레드벨벳의 <행복>
조나단의 입버릇은 ‘완성’이다. 그러나 그가 완성한 프레임 속 여래의 미소는 랄라텐 광고 속의 미소 반만큼도 살아있지 않다. 옆집 사수생 범우에게 받아 든 랄라텐을 예의 실력으로 순식간에 마셔버린 다음 미소를 짓는 여래는, 랄라텐 마시는 속도 하나만으로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실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연예인인데 말이다. 그는 조나단의, 조나단을 위한, 조나단에 의한 조나단 월드에 갇혀 있다.

조나단이 귤을 쥐는 순간, 이 영화에 귤이 처음 등장한 순간, 아직 아무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왜 소름이 돋았을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폭력의 수단이 무엇이든 폭력은 폭력이다. 뭐든 폭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하는 건 그 폭력성이다. 새콤달콤한 귤에 죄가 없다고 귤을 이용한 폭력이 죄 아닐 리 없을 것이다.
수단에 감정 이입하는 건 모두 틀렸다. 폭력의 수단뿐 아니라 행복의 수단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노래는 새로 부르면 된다. 레드벨벳의 <행복>을 불러도 되는 거고, HOT 노래를 NCT가 리메이크할 수도 있는 거고요. (참고로 그 곡은 행복이 아니라 <캔디>이며, 공명의 동생 도영은 거기 없었지만… 이선균 씨 참고 바랍니다.) 게다가 잘 들어 보면 여래의 필모그래피에는 이미 <행복>이라는 제목의 작품도 있다. 수단은 바꿔치울 수 있다. 중요한 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고, 칸트처럼 말해 보자.

#3. 에픽하이 <fan> 대신 자우림의 <fan>
가스라이팅 앞에 기꺼이 “bad girl”이 되겠다 일갈하고, <제발>을 부르며 일어선 여래의 분연한 얼굴은 분명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다. 그 덕분에 방범등은 꺼지는 순간 축포가 되고, 바로 그 순간 달은 가득 차올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내가 계속 주목하게 된 건 여래와 범우 사이의 마음이었다. 7년째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노래로 자기 삶을 응원한다는 건 어떤 마음인가. 비록 범우는 여래의 소원을 척척 이루어 주지도, 여래와 같은 마음으로 손발을 척척 맞추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여래가 돌아갈 과거가 다시 여래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그런 범우가 영화 속에서 불가능을 넘어 소통하는 법을 아는 인물이라는 점 또한 괜스레 뭉클하게 느껴진다. 그런 목소리라면 닿을 것이다. 여래에게 닿았듯이. 진심으로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했으나 끝내 대중과 화해하지 못하고 떠난 어떤 이들에게도.
세상에는 범우의 다락방 같은 방이 얼마나 많을까. 부디 거기서 울려 퍼지는 팬의 노래가 에픽하이의 곡보다는 자우림의 곡에 더 가까웠으면 한다. 가질 수가 없는 미친 사랑을 괴로워하는 마음보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더 행복하니까.

#4. 그리고 어느 팬에게 남은 말
한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우리 오래오래, 시간을 따라 함께 기쁘게 뛰어보자고. 땀 나고 타조 깃털 휘날리는 길이더라도, 같이 뛰어가고 싶다고. 뜬금없는 타이밍에 노래를 부르고(“누나 왜 노래를…”), 거기서 함께 힘을 얻으면서 가보자고. 무지하게 겁나도 끝까지. 그렇게.
나는 당신 얼굴의 자연스러운 주름, 세월 따라 더해지는 표정, 그런 것들을 오래 보고 싶다고. 그런 모습이 좋다고. 그냥 이 작업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즐거운 것이었으면 한다고.
로맨스가 아니어도 충분히 로맨틱한, 어떤 행복이라고.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1일 19:30-21:17 한국만화박물관 (상영코드 337)
7월 5일 19:30-21:17 CGV소풍 4관 (상영코드 733)
Relative contents
-
- '널 꼭 사랑하겠어'라는 집착이 꾼 악몽
우리는 신혼부부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 수진과 현수다. 두 사람은 아직까지 연애 초반의 풋풋함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두 사람. 현수는 배우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현수를 위해 수진은 임산부의 몸을 이끌고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못내 미안한 현수. 하지만 이런 미안함도 신혼부부라면 함께 이겨낼 수 있다. 사실 현수와 수진은 굉장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 바로 두 사람 사이의 아이가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만 할 것 같은 두 사람.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일상이 만족스럽다.
어느 날. 현수가 자다 일어나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갑자기 느닷없이 일어나서 뭐라 중얼거리는 현수. “누군가 들어왔어”란 말을 한다. 난데없는 잠꼬대에 아내인 수진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문 밖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밖으로 나가보는 수진. 침실 근처에 있는 드릴을 무기 삼아 누가 있는지 물어본다. 사실 별거 없었다. 다시 잠에 드는 수진. 수진과 현수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이 이야기를 나눈다. 글쎄. 어제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 별 일 아니네. 수진이 퇴근하고 난 다음 이뤄졌던 대화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다시 잘 준비를 앞두고 있다. 갑자기 얼굴을 벅벅 긁는 현수. 현수나 수진이나 여기까지는 별 일 아닌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현수의 얼굴에 피가 흥건한 채로 큰 상처가 생긴다. 경악하는 수진. 두 사람의 잠에 끔찍한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묘한 기시감
영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향수가 있다. 첫 번째는 구로사와 기요시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일본의 영화감독이다. 기요시는 무의식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던 예술가다. 일본 영화 역사상 가장 큰 발자국을 찍은 <큐어>, 2006년에 발표한 <절규>가 대표작이다. <잠>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은 갈래가 나뉘는데, 이는 기요시의 필모그래피와 유사하다. 구체적으로 비슷한 영화는 <큐어>다. 두 영화(<큐어>, <잠>)의 주인공 서사는 공통점이 있다. 내적으로 미쳐가는 인물을 각기 설득력 있게 표현한 것이다. 또 기요시는 시각적으로도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괴함을 묘사했다. <큐어>의 엔딩신이 나 <회로>에서 웅덩이와 관련한 장면들이 그렇다. 이는 <잠>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영화에서 카메라가 침대 밑을 비추는 신이 있다. 이 장면은 <큐어>에서 주인공이 아내를 살해하고 난 다음을 연상케 한다.
다음은 두 오컬트 영화 <유전>과 <곡성>이다. <유전>을 단지 가족영화로만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가족이기 때문에 거역할 수 없는 요소가 영화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 <잠> 역시 가족이기 때문에 알거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이야기에서 중요하다. 또 <곡성> 같은 경우는 극 중 서스펜스를 만드는 것을 어느 정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돼서 이 부분을 깊게 풀어쓸 수는 없지만 <곡성>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공통점을 쉽게 찾으실 것이다. 이렇게 병치시킨 이야기 때문에 단점도 느껴진다. <유전>과 <잠>의 캐릭터가 조금 비슷한데, 정유미, 이선균 두 배우의 호연으로 끝까지 몰입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이 세 영화들이 생각난다고 해서 <잠>이 남 따라 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잠>은 기존 호러영화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유재선 감독의 영상언어로 깔끔하게 재구성한 영화다. <큐어> <유전> <곡성>과 분명한 차이점이 되는 지점이 있다. 주인공 수진과 관련된 부분, 현수의 직업, 딜레마를 왜 다뤘는가에 대한 부분 등 기존의 영화들과 구분되려고 했던 수가 돋보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구분되는 차이점은 영화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몇 장면들은 공간이 열리면 열리는 대로 닫히면 닫히는 대로 그 특이점을 보여준다. 수진의 동선과 관련된 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벌이는 행동이라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것들은 <유전>, <곡성>, <큐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연출 방식이었다.
이건 몰랐지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예상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정유미 배우가 맡은 수진 캐릭터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영화를 이끈다. 여주인공이 플롯의 핵심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수진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과 이에 대한 근거를 쌓는 과정은 영화가 다른 호러/미스터리물에 비해 가지는 분명한 차이점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수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관객들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끔 사건을 배치한다. 예를 들어 수진의 어머니 캐릭터, 중반부에 등장하는 핵심 조연 둘, 현수의 리액션이 그렇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진의 내면묘사다. 100분 언저리의 짧은 러닝타임에 굵직한 사건이 많아 지나치기 쉬우나 초반부 이 인물이 갖고 있는 설정은 사실상 이야기의 모든 지점을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이 사소한 요소들을 후반부에 방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유미 배우의 호연이 돋보인다.
현수 캐릭터 역시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현수의 직업은 배우지만 담당 배우 이선균처럼 유명한 인물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맡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무명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은 영화의 배경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이 설정이 영화에서 다른 두 가지의 핵심 소재를 은유하는 것으로 영화가 묘사하고 있으면서 영화가 다루고 있는 딜레마를 표현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인물의 설정을 인간의 도리와 부부가 지켜야 할 선으로 표현한 점은 영화가 갖고 있는 창의성이다.
두 가지의 갈림길
영화의 이야기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관객들끼리 다양한 해석을 토론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류 여론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예상할 수는 있지만 반대측면에서 이야기를 바라봐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두 설정 각자가 갖고 있는 디테일이 살아있어 n회차를 해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두 딜레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다 함께’라는 부분이다. 수진과 현수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묘사도 둘의 연대를 두고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전개하는지에서 온다. 가족이 다 함께 모이거나/해체되어 있는 것이 영화의 갈등구조인데 이 부분을 염두하고 본다면 이 영화가 어떤 부분을 염두하고 짠 이야기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맑은 눈
이 영화에서 이선균, 정유미 두 배우는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다. 정유미 배우의 수진 캐릭터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원동력이다. 헤어스타일에 따른 각기 다른 감정변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영탁 역 이병헌 배우가 생각나는 퍼포먼스였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3부를 잊지 못할 것이다. 글쓴이도 3부를 보면서(물론 1,2부도 정유미 배우의 연기가 감탄스럽다) 이 배우가 이런 연기도 잘할 것 같았어 감탄했다. 글쓴이 같은 사람들은 아마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나 <우리 선희> <다른 나라에서> 같은 작품으로 기억하지 드라마에서의 활약상은 잘 모른다.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그녀의 다른 얼굴이 흥미롭다. 이병헌 배우와 함께 온갖 '~주연상'의 유력 후보다. 파트너인 이선균 배우는 내내 깔아주는 듯한 퍼포먼스를 하다가 강력한 임팩트 한 방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가진 위압감과 장면 연출은 박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꼽자면
영화의 단점을 굳이 뽑자면 ‘이야기를 다 보고 나서’로 함축할 수 있다. 강한 템포로 뛰어다니는 영화이기 때문에 몇 장면은 생략한 것 같다. 수진의 감정선이 더 들어가면 영화가 더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수의 내적 갈등이 좀 더 들어갔다면 엔딩 해석이 더 폭넓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의 딜레마만을 다루기 위해 캐릭터가 약간 희생된 것이다. 하지만 관람에 큰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
- 거장들의 명작을 오마주한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 "아름답고 다정하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 <Citynews Toronto>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동시에, 쏟아지는 극찬 해외 리뷰들!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 될 <로봇 드림>의 명작 오마주 미리 만나보아요
로봇드림 & 맨하탄
로봇드림 & 원스
로봇드림 & 오즈의 마법사
뉴욕 맨헤튼에 혼자 사는 '도그'에게 단짝 반려 로봇이 생기며 벌어지는
꿈같은 일상을 그린 리드미컬 무비!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노미네이트
제76회 칸 영화제 특별 상영 부문 공식 초청
제 47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콩트르상 부문 대상
제 36회 유럽영화상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
-
- 이젠 나에게 네가 있어 나의 보물 , 나의 친구
스페인 스캄의 원작은 노르웨이 웹드라마 <스캄> 시리즈이며 스캄은 유럽에서 많은 나라들이 리메이크를 했다. 그중 리뷰해볼 드라마는 티빙에서 공개된 스페인 스캄이다.
스페인 스캄은 원작과는 약간 다른 각색을 시도 하였다.
시즌1에서는 사이버 불링에 대한 심각성을 다루고 시즌2는 원작 스캄과 다른 리메이크작은 퀴어 시즌이 남성 퀴어 청소년을 다루었다면 스페인은 처음으로 여성 바이섹슈얼 청소년들을 다루고 있다. 시즌3는 노라가 대학생 남친으로 부터 당한 가스라이팅, 사이버 성범죄를 다루며 시즌4는 무슬림 흑인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아미라의 삶을 다룬다. 나랑 정반대의 나라의 청소년 드라마를 보고 이상하게도 공강 되었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고 나를 위로해주기도 한 드라마였다. 제각각인 네명이 졸업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겠다는 목적 하에 모였다. 이들은 도덕적이지도 그렇다고 비도덕적이지도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우리가 청소년기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 그리고 화해와 반성, 성장,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
시즌1 주인공인 에바는 친한 친구의 남친과 사귀게 되어 평생의 절친과 사이가 흐트러지고 친구가 없는 외로움을 남친과의 사랑으로 달래려고 한다. 하지만 남친도 친구가 따로 있고 남친의 모임에 낀 이방인 같은 존재가 된다. 에바는 남자친구와 있지만 굉장히 외로워 보인다. 여성들의 우정은 이성과의 사랑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깊게 공감 되었다. 에바는 어떤 사진에 의해 사이버 불링을 당하고 그 범인이 자신의 친구인 비리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신보다 먼저 나서주는 크리스,노라,아미라가 곁에 있었다. 하지만 에바 -비리 둘의 관계를 여성의 적은 여성으로 다루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비리가 저지른 실수를 다시 본인이 수습을 하며 끝낸다 . 비리의 찌질한 모습 조차도 한국에서 10대를 보낸 여성이라면 이해가 되게끔 연출 했으며 둘은 화해를 한다. 또 에바는 자신의 절친 한테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화해의 손길을 건내고 에바는 자신을 위해 잠시 남자친구와의 거리를 두기로 한다.
이렇듯 여성 청소년들의 실수를 무조건 나쁜 것 으로만 표현하기 보다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리는 넘어 질 수 있고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를 통해 한 단계 더 배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즌2 에서는 양성애자인 크리스와 요아나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크리스와 요아나가 사랑하는 과정에선 요아나의 정신적 질환으 로 인해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이상하거나 특이하게 그려내지 않았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들이고 기다려준다. 자신이 헤테로인줄 알았던 크리스가 전학생 요아나로 인해 흔들려하는 모습, 무슬림 친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것 같다고 고민하는 모습들이 현실적이기도 하였고 귀엽기도 하였다. 아직 10대 여성 청소년을 다룬 퀴어 드라마는 적기에 이 드라마는 뜻깊은 드라마 였다. 그 외에도 여성들이 다 같이 피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들, 여성의날 시위에 나가는 장면들 등 여성 감독님으로써 다루고 싶어 하신 여성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내셨다.
이 다섯명의 주인공들이 힘들 일을 겪으면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안아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10대 시절에 내 친구들에게 저렇게 까지 진심이었나, 조금만 더 잘해 줄 걸 후회가 되기도 혹은 아직도 남아 있는 친구들이 있음에 고맙다는 감정이 들기도 하였다. 스캄의 주인공들은 약간은 특별하다고 불리우는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이 드라마 속에서 특이한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남들과 똑같이 일상 생활을 하고 그들은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리의 일상 속 평범한 하루에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 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미성숙하고 삐끗되는 청소년기지만 서로와 서로가 있기에 의지할 수 있고 앞으로 성장할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끝났지만 언제 어디서나 행복한 에바,크리스,노라,아미라,비리 이길.
+ 이 리뷰에서 다루지 않은 다른 시즌들도 정말 의미 있는 시즌이고 원작의 각본이 워낙 좋기 때문에 리뷰를 읽어보시고 흥미 있으시면 원작도 꼭 보셨으면 좋겠다!!
-
- '어린이'에게 배우는 삶의 태도
다니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싶다고 생각한 지 몇 년 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소위 말하는 안정된 대기업, 연차에 맞는 괜찮은 연봉, 그리고 내가 늘 사랑해 왔던 PD라는 직업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나의 일터.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선배가 되면서,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회사가 원하는 업무 사이에는 점점 거리가 생기고 있었다. 일이 더이상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해온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반짝 반짝 빛나는, 젊고 열정 넘치는 20대들의 도전을 보며, 부러웠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돌보아야 할 아이가 둘이고, 무엇보다 체력도 떨어졌다. 핑계도 가지 가지 였다.
‘이건 정말 아닌데…’ 하는 마음과 ‘ 이만한 회사가 없지’ 라는 마음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보내기를 몇 년이 흘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과 답답함이 목까지 차 올랐을 때, 안온한 직장생활에서 다시 야생의 세계도 나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도전하라고 용기를 준 것은 뜻밖에도 영화 <루카>였다.
루카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해안 마을 포르토로소의 바닷속에서 사는 어린 바다괴물로, 양떼를 지키는 양치기 처럼 물고기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물고기들이 달아나자 바다마을을 돌아다니며 물고기들을 찾아 모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바다 밖 세상의 인간의 물건인 시계와 카드 같은 것을 줍게 된다. 곧이어 인간들의 모터보트를 발견한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루카는 보트가 어디에서 오는 지 할머니와 부모님께 물어보는데...할머니께서 물 위의 육지괴물 마을에서 온다고 말하고, 엄마는 "호기심 많은 물고기는 잡혀!" 하고 말하고, 육지 근처는 가지 말라고 한다. 루카는 다시 일을 하러 간다.
호기심 많은 루카는좀 전에 시계와 타로카드를 주운 그 곳 주변에서 축음기를 발견하고 신기해하는데 그 사이에 잠수복을 입고 작살을 든 누군가가 루카의 뒤에서 나타나 "내 물건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고, 루카는 도망가지만 막다른 동굴에 갇혀 도망칠 수 없게 된다. 잠수복을 벗어 보인 것은 육지괴물이 아닌, 루카와 같은 바다괴물인 알베르토였다. 자신이 어제 고기잡이 배에서 훔쳐낸 물건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 왔던 알베르토는 축음기뿐만 아니라 루카의 지팡이까지 가져가 버렸고, 루카는 알베르토를 따라가는데, 알베르토는 그대로 바다 밖으로 나가고, 지팡이를 이용하여 루카까지 육지로 끌어 올린다.
지상에 올라오자 인간과 똑같이 변해버린 루카는 겁에 질린채로 비명을 지르지만 알베르토가 루카를 진정시키고, 곧 주위를 둘러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높은 하늘. 바닷속과는 다른 풍경에 잠시 넋을 잃은 듯 감탄하지만, 이내 육지로 올라가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을 떠올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시작 부분을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물속 세상을 한번도 나가 보지 않은 루카가 알베르토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가게 되었을 때, 타인에 의해서지만, 이제까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능력을 알게 된다. 인간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 ! 나가보기 전엔 알지 못했던 능력은 자신을 둘러싼 안전한 세상 밖으로 나아가야만 발현 되는 것이었다. 나가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육지위로 올라 가면 바다괴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이 되는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타인에 의해서 끄집어 내어지는게 아닌 스스로(!) 자신의 힘과 의지로 바다 밖 세상을 나가기엔 두려움이 가득한 루카의 표정에서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어서 나가. 다른 세상으로 발을 내딛어. 그 곳이 바다 속 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하게 될꺼야.’ 루카가 스스로 바다 밖으로 나오는 그 짧은 순간의 장면에 나는 마음을 다해 외쳤다. 그 것은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다 밖 세상으로 나온 루카는 물에 닿으면 바로 본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바다 괴물을 사냥 하는 사람들 때문에 잦은 불안감과 위기를 겪지만, 새로운 세상의 법칙을 익히고 , 친구를 사귀고, 적도 만난다. 그리고 루카도, 바다 밖 세상 사람들도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성장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성장 영화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말자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자고 말하고 있다. 이 성장의 서사의 사운데 내가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은 ,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루카의 태도였다.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은 루카를 보며,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바닷속에 살던 아이가 바다 밖 세상으로 나오고, 더 넓은 머나먼 하늘의 별과 행성을 보고 배우고 나아가고 싶어하는 루카의 호기심과 열정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우리도 살아가는 내내 지녀야 할 마음이 아닐까? 성장은 어린이만 하는게 아니니까. 살아가는 내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지녀야 할 태도를 작은 바다아이 루카로부터 배웠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퇴사를 하고 다른 세상으로 한발을 내 딛었게 되었다.
-
- 노라 에프론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을 때
노라 에프론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을 때
- 끝나지 않을 운명적 사랑에 대한 믿음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뻔하지만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늘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를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그 플레이 리스트에는 왜 예전에 즐겨보던 작품들뿐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저 재미있게 보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게 해주었던 로맨틱 코미디만의 몽글몽글함이 이제는 장르적 쇠퇴를 맞이한 것일까?
할리우드 또한 시대별 로맨틱 코미디의 특징을 볼 수 있는데 1930년대 계급 차이를 극복하는 남녀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스크루 볼 코미디를 시작으로, 50~60년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앞세운 관습적인 역할을 지나 90~2000년대 전문직 여성까지 세상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점도 있는데,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업적 경력에도 언제나 실수를 남발하고 꼭 위기 상황에 남자 주인공이 구해주며, 사회적 성공과 반대로 연애의 부재로 사랑에 굶주려 있다는 점이다. 또한, 남자 취향을 맞춰주는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관념을 내세우며 언제나 파트너의 행동에 맞춘 쿨한 매력을 겸비한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불공평한 관계를 이상적으로 그려나갔으니 양산형 영화가 쏟아지는 흐름에 갈피를 잃고, 정치적 올바름이라 부르는 PC 요소들의 대두되며 더욱 괴리감이 생겼으리라.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아날로그 감성으로 치부되는 사랑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일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사랑과 운명을 믿고 싶다면 꼭 기억해 달라고 언급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 뉴욕 타임스와 에스콰이어의 기자이자, 에디터로 활동했고 소설과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이며 90년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 노라 에프론이다. 인간의 소통에서 비롯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들어 가는 두 사람의 운명적 이끌림을 통해 사랑의 힘을 전하며 관객의 감정적 동조를 일으킨다. 시대가 흐르며 여타 장르들과의 혼재를 통해 다양한 변주로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는 로맨스가 유행되었지만, 그때 그녀의 작품을 보면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통해 이루어지는 판타지에서 만족감과 감동을 안긴다. 어쩌면 남녀 관계와 사랑에 대해 가벼워진 사회 분위기에 운명은 고리타분한 올드 스타일일지도 모르지만, 달콤하면서도 녹진한 로맨스 코미디를 만나보고 싶다면 그녀가 남긴 흔적을 따라 즐거운 무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참 낭만적인 일일 것이다.
모든 것은 카피다(Everything is copy)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소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자기 경험을 이야기로 이끌 수 있다는 평범한 삶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점에 대해 노라 에프론이 남긴 한마디 ‘모든 것은 카피다(Everything is copy)’. 정확하게는 그녀의 어머니가 남긴 말이지만, 우스갯소리를 덧붙여 정작 본인의 카피는 언제쯤 나올지 몰랐던 것 같다. 대표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나온 지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특별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객들 대부분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경험할 남녀의 만남에서 다가오는 설렘을 다루며 빠져들 수밖에 없는 멜로/로맨스를 선보였다. 특히, 말장난 섞인 가벼운 하위 장르로 여겨졌던 로맨틱 코미디에서 알면서도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을 통한 하나의 형식적 법칙으로 정립하며 시대를 대변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파워우먼으로 꼽히게 된다.
대체로 뻔하고 명확한 형태로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과정에도 오히려 관객이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로 전환시키고, 밀고 당기는 연애의 매력을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를 통해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표현한다. 이 같은 전개는 고전 로맨스 소설의 대가 제인 오스틴과도 같은 맥락을 보여주면서도, 기존의 장르적 관습을 비틀며 시대상을 반영한 노라 에프론식 로맨틱 코미디로 거듭난다. 운명에 대한 믿음을 유쾌하면서도 절절한 고백으로 이어가며 아직도 그녀의 작품을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도 될 근사한 낭만으로 가득 찬 사랑의 기억을 머물게 만든다. 현실에 존재할지는 미지수일지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를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감독으로 추앙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당연한 이유일 것이다.
① 19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년 발표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는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처럼 여겨지는 대화들이 즐비한 고전적이고 익숙한 스타일인 동시에 노라 에프론이라 각본가로서 현대적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를 정립한 첫 히트작이다. 두 사람이 이어지기까지 12년의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고,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마치 ‘제2의 연인’ 속 결혼 전을 보는 듯한 전개를 보인다. 1977년 봄 시카고 대학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졸업과 함께 직장이 있는 뉴욕으로 우연히 동행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라는 결론이 날 수 없는 명제로 설전을 벌이고 서로를 별종이라 칭하며 헤어진다. 몇 년 뒤, 각자의 이별과 이혼을 통보받은 시기에 운명처럼 재회하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은 늘 해리와 샐리 주변을 맴돌았고, 그저 서로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라는 선을 긋고 다가가는데, 두려움을 느낀다. 스킨쉽과 인간관계에 대한 두 사람의 첨예하고 장황한 설명은 지칠 법도 한데, 결국 헤어지기 싫다는 애증을 넘어서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보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으로 즐거움을 준다.
재치 있는 각본과 별개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로맨스는 아니지만, 빌리 크리스탈과 맥 라이언의 따뜻하고 포근한 케미스트리는 설렘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견고히 하고, 사소한 단점 하나도 사랑하게 만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성장은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오랜 친구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연인이 된다는 뻔한 전개와 뻔한 결말에도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으로 인정받는 것은 우리가 아는 그 평범함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가 5년 공백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노부부(연기자들) 이야기들이 들어간 부분은 이런 삶의 진리를 전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언제 처음 만났고, 언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짧지도 길지도 않게 말해주며 각자의 사연들을 통해 해리와 샐리의 이야기에 진정성 있는 현실을 입힌다. 마치 해리와 샐리에게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이런 인생의 평범함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노라 에프론은 보편적인 삶 속의 전형성을 벗어나는 캐릭터들과 운명적인 상황들로 극적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관객에게 영화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카츠 델리’ 식당에서 맥 라이언의 ‘가짜 오르가슴’이라는 잊히지 않을 명장면은 이제 노장 반열에 접어들었지만, 당시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스탠 바이 미’로 명장 반열에 오른 로브 라이너의 창의적인 연출력과 ‘아리조나 유괴사건’, ‘빅’ 등의 촬영 감독을 거쳐 ‘아담스 패밀리’와 ‘맨 인 블랙’ 등 독특한 세계관을 펼친 베리 소넨필드가 의기투합해 빛났던 재능꾼들의 젊은 시절이리라 생각된다.
② 1993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인정받은 뒤 1992년 ‘행복찾기’로 감독까지 데뷔한 그녀는 현재까지 대중들에게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감독으로 자신을 각인시킨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를 발표한다. 극 중 여주인공 애니가 매일 밤 보며 대사까지 외우는 1957년 ‘러브 어페어’에서 영감을 받아 쓴 각본을 바탕으로,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 사랑을 믿으시나요?’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풀어헤친다. 이후 ‘유브 갓 메일’에서도 빛나지만, 남녀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에 대한 설정에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적 감성을 품고 있다. 지금은 앱으로 간소화까지 된 라디오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듣는 것만으로 수천 마일이 떨어진 대륙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희망적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아내와 사별한 뒤 실의 빠져있는 아버지 샘을 위로하려는 아들 조나의 발칙한 사연으로 시작된 운명의 장난은 매일 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진심이 담긴 그의 행복한 추억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애니의 마음을 강타해 공감 어린 눈물을 흘리게 하며 결혼을 앞둔 약혼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이고 운명이라 여겨지는 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이별과 상처가 되는 순간이 교차하며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해리와 샐리가 서로에 대해 고민한 많은 시간만큼 여기에서도 우연을 가장해 마주치는 세 번의 장면들로 에프론은 운명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하나의 암묵적인 룰 같은 장치는 마지막 엠파이어 빌딩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으로 감독의 확신에 찬 답변으로 보인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을 바라보는 방식은 실제 마주하지 않기에 오롯이 배우들이 홀로 표현하는 감정선에 집중한 채 과거 50~60년대 로맨스 드라마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간접적인 소통으로 인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애틋함을 더한다. 라디오라는 청각적인 요소를 통해 사연을 주고받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느리고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낭만적이었던 과거의 향수들이 불현듯 찾아온 운명이 보내는 신호를 믿고 싶은 마음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운명의 사랑에 대한 답변을 나타내는 듯하다. 1990년 ‘볼케이노’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을 보고 캐스팅한 것이겠느냐는 궁금증이 생길 만큼, 서로에 대한 감정의 확신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연기는 마법과 같은 사랑을 향한 90년대를 관통하는 낭만을 짙게 한다. 셀린 디온과 클리브 그리핀이 듀엣으로 부른 ‘When I Fall In Love’, 태미 와이넷의 ‘Stand By Your Man’ 또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감독의 따뜻하면서도 달콤한 감성 한 스푼을 더해준다.
③ 1998년 <유브 갓 메일>
전작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의 애틋함에 안타까웠던 것인지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 컷에 담아 1998년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로 찾아온다. 지금 시대에 유행하는 독립서점처럼 보이는 길모퉁이 서점과 웹서핑 초기 시절의 이메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사랑스러운 상황들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문학과 뉴욕을 사랑하는 공통점을 가진 뉴요커 조와 캐슬린이 우연히 채팅룸에서 만나 친분을 쌓지만, 현실에서는 앙숙인 대형 체인 서점 폭스 북스의 사장과 길모퉁이 서점의 사장으로 빚어지는 갈등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담는다. 동생 델리아와 함께 집필한 이번 작품에서 자매의 문학적 소양 차이를 두 캐릭터에 녹여낸 듯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조지 버나드 쇼의 ‘캠벨 여사와의 서신 교환’, 영화 대부 등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는 문화적 언급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성향과 성격임을 남녀 주인공에게 부여한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추억과 낭만을 간직한 작지만 예쁜 서점을 지키려는 감성적인 캐슬린과 따뜻한 마음에도 전형적인 비즈니스 마인드에 차갑게 비치는 조의 설정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의 쫄깃한 밀당을 더욱 마음 졸이게 한다.
익명에 숨긴 채 서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행동과 매번 울리는 ‘You've Got Mail!’의 알림은 그들이 이미 서로를 알고 미워하지만 깨닫지 못했다는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장치가 되고, 결말에 이르러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전환된다. 서로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들이 쌓여 그들이 마주한 혼란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감독의 운명론적 이야기는 컴퓨터를 켰을 때 설렘과 즐거움을 주었던 ‘You've Got Mail’ 알림음과 ‘당신이길 바랐어요’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다시 한번 감수성을 폭발시킨다. 소소한 일상, 누구나 해보는 고민들, 사람들 간의 따뜻한 대화들이 담긴 섬세한 묘사들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처럼 여겨질지 모르는 지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중간에 놓인 감독만의 감성을 품는다. 늦게 데뷔해 단숨에 최전성기에 오른 감독으로서 뉴욕을 향한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을 가장 뉴욕다운 풍경으로 담아낸 실력,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의 더할 나위 없는 호흡, 꿈같은 사랑이 전하는 특유의 안락함은 이 작품을 최고는 아니더라도 명작으로 기억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운명과 뉴욕을 사랑한 뉴요커
우리가 사랑한 노라 에프론의 필모그래피에는 공통적으로 뉴욕이 배경에 꼭 들어간다는 것 외에도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는데, 첫째로 운명을 믿는 마음을 담아낸다. 조금 지나간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일명 ‘자만추’라는 정해진 소개팅이나 맞선이 아닌 남녀 주인공 모두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연애를 추구한다. 지고지순한 순애보 끝에 다다른 일방적인 구애가 아닌 N, S로 분리된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을 말한다. 오랜 친구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서도 일어날 수 있는 남녀의 스파크를 캐치해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믿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운명을 믿고 무작정 기다리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과 스스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내세우는 또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시나리오 데뷔작 ‘실크우드’에서는 진실과 권리를 되찾으려는 노조 대표를, ‘제2의 연인’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상처를 빗대어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커리어 우먼을, 첫 연출 데뷔작 ‘행복찾기’(1992)에서는 판타지 속 백마 탄 왕자님의 등장을 기다리던 공주가 아닌 세상과 타협하기보단 자신에 대한 믿음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으로 인해 변화되는 상황과 이에 얽힌 운명적 상대를 그린다. 보수적인 90년대의 분위기에서 억압되었던 여성의 지위와 사회적 행동의 제약을 깨부수며 신여성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담아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그녀가 만든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았던 맥 라이언의 등장이다. 초창기 두 작품의 시나리오로 연달아 만난 메릴 스트립도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제2의 연인’에서 주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앞서 언급한 ‘행복찾기’에서 싱글맘 코미디언을 연기한 줄리 카브너 역시 큰 전환점을 만들지만, 노라 에프론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연달아 흥행한 세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아 완벽한 페르소나로 거듭나며 배우와 감독으로서 두 사람 모두가 인생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 시절 맥 라이언은 지금도 정석이라 불리는 숏단발컷을 유행시켰고 헐렁한 오버사이즈의 놈코어 룩으로 편안함과 러블리함, 커리어 우먼의 세련미를 동시에 추구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오죽했으면 ‘맥 라이언이 노라 에프론을 만났을 때’라는 제목 패러디가 생겼을 만큼 그저 귀엽기만 했던 한 여배우를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만들며 로맨틱 코미디의 황금시대를 스스로 열었다. 지금의 애인이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고민을 늘 품는 주인공에 어울리는 왠지 모를 나약함과 몽상적인 상상이 어색하지 않은 귀여움은 많은 이들을 판타지에만 존재할 것 같은 운명으로 초대했고 감독이 원하는 사랑은 인생이고, 인생은 판타지라는 꿈을 이루어낸 것이다.
또한, 고전 로맨스에 대한 적절하고 탁월한 활용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카사블랑카’와 우디 앨런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는 ‘러브 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를 효과적으로 배치했으며, ‘유브 갓 메일’에서는 에른스트 루비치의 ‘모퉁이 가게’ 리메이크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일반적인 로맨스 장르에서 보이는 허영심에 비친 비현실적인 요소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짜이지만 있을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첫 작품 ‘실크우드’에서는 기자였던 과거 시절처럼 냉정하게 사건을 파고들었고, 이혼 문제를 다룬 ‘제2의 연인’에서는 사회적인 시선과 문제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토로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내 프레임을 씌우고 언제나 자신을 반영시킨 캐릭터를 통해 희망적 판타지의 결론을 통해 웃음과 설렘을 선사한 것이다. 남녀의 성격묘사에서 서로를 공격해 무너뜨리지 않는 선을 유지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결말을 어색하지 않게 이끌어내는 묘미는 이러한 경험적 요인들이 작용해 관객이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을 파고든다. 그리고 감독에 이르러 공통적으로 내세운 운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두 주인공의 만남에 마법 같은 느낌을 부여해 대중을 만족시키는 전형적이면서도 재미있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는 클래식 할리우드의 느낌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별은 영원히 반짝인다
어쩌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기는 지났어도 한참 지났을 요즘이다. 주인공 커플들이 재미를 선사하려고 온갖 멜랑꼴리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애틋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브리짓 존스의 일기’,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로맨틱 홀리데이’, ‘500일의 썸머’, ‘비포 선라이즈’, ‘노트북’,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좋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정확히 로맨틱 코미디로 한정 지었을 때 2000년대 중반 이후 큰 성과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이 다시 불길을 살리려 하지만, 지금 영화 업계에서 슈퍼히어로물이나 액션 영화 등 속편, 스핀오프, 리부트라는 명명하에 흥행하면 좋다는 식으로 찍어내는 제작사의 방식도 현실적 어려움을 더한다. 궁극적으로 볼만한 작품이 아니면 극장에 가지 않을 정도로 삭막해진 현실과 DM으로 고백과 이별을 전하는 세대들에게 있어 과거 로맨틱하고 희망적이며 사랑스러운 운명의 만남으로 관객의 애간장을 태우며 감정을 이입시켰던 전형적인 로맨스 방식은 이제 꿈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 자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이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감성과 레트로라는 문화를 이끌며 다양해진 OTT 서비스를 통해 고전 멜로/로맨스와 로맨틱 코미디를 접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 점에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그걸 전문용어로 개멋 부린다 그러지. 좀 더 고급진 말로는 낭만이라 그러고. 난 믿고 있어’라는 명대사처럼 시대가 변하며 뻔한 로맨스라 여겨지는 지금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보는 영화 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고 저장되며 로맨스 하면 TOP 10에 꼽히는 건 희망적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로맨스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첫사랑처럼 다가온 운명의 두근거림과 가슴 뛰는 순간들을 경험하며 타고난 이야기꾼의 감성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시대적 분위기와 세대의 취향은 시시각각 바뀌어 갈지 몰라도 최소한 낭만은 계속 이어지고, 여전히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또 다른 노라 에프론의 등장을 희망하며 사라지지 않을 로맨틱 코미디의 별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언제고 다시 시작될지 모를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에 대해 칼럼식으로 써봤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 드웨인 존슨 주연, DC 빌런 영화 <블랙 아담> 개봉일 확정!
드웨인 존슨 (a.k.a. 더 락)이 그의 신작 DC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 아담>의 개봉일이 2022년 7월 29일로 연기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실은 미국 남자 농구 챔피언십 경기 직전 광고를 통해 생중계됨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도 게재되며 DC 신작 다운 '광고 스케일'을 자랑하였는데요. 작년, 코로나19 확진 후 완치 판정을 받은 '드웨인 존슨' 단독 주연 영화이기에, 개봉일 연기는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 신작 <블랙 아담>은 '조커' 이후 DC의 두 번째 단독 '슈퍼 빌런' 영화로, 2019년 개봉한 <샤잠!>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블랙 아담' 캐릭터는 1940년대 DC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역대급 힘을 지닌 인물로, 영화는 그가 점차 안티-히어로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낼 예정이라 합니다. <샤잠!>과 <블랙 아담>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드웨인 존슨'은 포브스가 선정한 2020년도 세계 최고 수입을 올린 남자 배우 1위에 오르기도 하였는데요.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부터 직접 출연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까지 제작 및 출연한 모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였기에, <블랙 아담> 또한 기획 단계부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게다가, 007 시리즈의 5대 제임스 본드였던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을 확정지으며 더욱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마법사 '닥터 페이트' 역으로 연기 인생 첫 '슈퍼히어로' 영화에 도전하였는데요. 마법에 한해서는 '전지전능' 그 자체인 닥터 페이트는 '헬멧'을 이어받는 자가 능력을 계승받기에, 향후 세대 교체 또한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로 인기를 끈 '노아 센티네오'가 '아톰' 역으로, 다수의 범죄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사라 샤히'가 중세 시대 혁명을 이끄는 대학 교수 '아드라아나'로 출연하여 흥행 가도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DC의 모든 영화들이 2021년, 북미에서 극장과 HBO Max 동시 개봉될 예정이기에, <블랙 아담>의 개봉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연기된 것은 영화와 DC 팬들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밀린 개봉일은 디즈니의 다섯 번째 '인디아나 존스' 영화와 같은 주차인데요. 디즈니와의 정면 승부를 택한 워너 브라더스의 이런 결정이 과연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되는 바입니다. 또한, 2022년 7월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미니언즈 2>(7/1 개봉 예정), 디즈니-마블의 <블랙 팬서 2> (7/8 개봉 예정), 조니 뎁이 퇴출된 <신비한 동물사전 3>(7/14 개봉 예정), 그리고 '겟아웃', '어스'를 이을 조던 필 감독의 호러 신작 <캔디맨>(가제)가 모두 개봉할 예정이기에, 역대급으로 박 터지는 박스오피스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들어본 적은 있는데 본 적은 없는 영화 #4
환몽(幻夢) CINE 리뷰 4화_ 영화 '원스'!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로 유명한 영화 원스!
Falling Slowly도 알고, 들어본 적도 많지만
혹시... 보셨나요..?- 한국에서 영화 '원스'가 갖는 중요한 의미!
- 30초 영화상식 : ‘슬리퍼히트’가 무엇인가요?
- 이거 실화냐? 주연 배우끼리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랑영화
- 음악과 사랑 사이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몽's 한줄평
영화 '원스'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
- 비상선언 - 이 작품이 신파로 느껴지지 않은 이유
-
‘비상선언’: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 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데…
-
- 영화 <말리그넌트> 30초 예고편
폭력 남편의 죽음 이후, 연쇄 살인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릴 적 상상 속의 친구 ‘가브리엘’이 진짜로 나타나는데…
“가브리엘, 넌 대체 누구야?”
-
- 영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메인 예고편
해가 저물면 골목 구석구석에 전동 흴체어 소리가 울린다. 나영은 매일 밤낮으로 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캣맘’이다. 선천적인 장애와 악화되는 병세로 그는 자신의 끼니도 챙기기 버겁다. 사람들은 그를 나무라지만 권나영은 꿋꿋이 길고양이를 돌보며 살아간다. 가장 낮은 곳에서 길고양이의 동반자를 자처한 그의 삶을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