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7-18 17:04:50
진실이 궁금한 영화 | 기억의밤
기억을 잃은 남자, 기억을 하게 하려는 남자
여기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와, 기억을 되찾아 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기억의 밤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뭐가 진실인지 알지 못해서 한번 보게 된다면 끝까지 보게 되는 반전이 한가득 품고 있는 영화 기억의 밤.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감독 / 각본 : 장항준
출연진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개봉일 : 2017년 11월 29일
평점 : 8.43
스트리밍 : tvN , NETFLIX, Wavve
기획 의도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된 형 유석. 동생 진석은 형이 납치된 후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납치된 지 19일째 되는 날 돌아온 유석은 그동안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온 뒤로 어딘가 변해버린 유석을 의심하던 진석은 매일 밤 사라지는 형을 쫓던 중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두 남자의 엇갈린 기억 속 감춰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야 한다.
여담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장항준 감독의 9년 만의 스크린 복귀 작품이다.
영화 기억의 밤은 주연 배우인 강하늘과 김무열의 연기력만으로 초반부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며
꼬여버린 진실을 찾기 위해 몰입감을 선사해 줬다.
영화의 평점은 대체적으로 기자 평론가보단 관람객 평점들이 후하게 작용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기억의 밤 결말을 살펴보자면...
20년 전 한 가정집에서 일가족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석(김무열)은 진석(강하늘)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석은 해리성 기억 상실증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상태로 가선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미리 섭외한 가족 전체가 현장을 재현하며 진석의 기억을 꺼내기 위해 노력한다.
잠깐, 기억이 돌아온 진석은 누군가의 살인청부 때문에 실수로 두 모녀를 죽이게 되었었죠.
결국 유석과 진석 모두 자살을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작품은 작품의 완성도보단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에 더욱더 눈이 갔던 작품이었어요.
무엇보다, 진실 밝히려는 김무열과 사실을 알아내려는 강하늘의 압도적인 강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던 영화 기억의 밤.
무더운 여름날에! 킬링타임으로 딱 좋은! 영화 기억의 밤 추천드리고 싶어요~
한줄평 : 강렬하면서 무서운 누군가의 기억.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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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래비티에 담긴 주제와 흥미로운 이야기들 #8
환몽(幻夢) CINE 리뷰 8화_ 영화 그래비티 해석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이번엔 왓챠 회원님들의 멋진 한줄평과 함께 했습니다!
이전까지 이런 우주영화가 없었기에, 개봉했을 당시 평단의 극찬이 엄청났었는데요.
있는 그대로 느끼고 체험해도 엄청나면서, 숨겨진 비유와 상징, 알고 보면 재미난 이야기까지 모두 준비해봤습니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래비티'
- 압도적인 오프닝
- 영화의 주제 : 중력과 삶의 의지에 관하여
- 영화 속 비유와 상징
- 알쓸신잡 : 과학적 고증 오류와 아닌강(?)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환줄평 / 몽줄평영화 '그래비티'를 보고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래비티 #그래비티해석 #알폰소쿠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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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게임?에 앞서 복습하는 목숨을 건 방탈출 게임? '이스케이프 룸'
영화 흥신소 - 알고보면 쓸데없이 재밌는 영화리뷰
'이스케이프 룸2 : 노 웨이 아웃' 관람에 앞서 복습하는 '이스케이프 룸'입장료 없다는 말에 덜컥 들어와버린 방탈출게임장
우승하면 만달러의 상금을 받지만
실수하면 목숨을 받아가는 곳#출구가_입구 #원룸_데쓰매치
과연 이들은 이곳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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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스트> 예고편
당신이 알던 세상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 어느 날 강력한 비바람이 몰아친 뒤, 기이한 안개가 몰려온다.
데이빗은 태풍으로 쓰러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읍내 그의 어린 아들 빌리와 옆집 변호사 노튼과 함께 다운타운의 마트로 향한다.
하지만 데이빗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는 도중 동네 노인이 피를 흘리면서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 뛰쳐 들어왔다.마트 밖은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체 불명의 안개로 뒤덮혔고, 정체불명 거대한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는다.
마트 안에는 주민들과 데이빗, 그의 아들 빌리가 고립되었고, 지금 밖으로 나간다면 모두 죽는다는 미친 예언자가 그곳을 더욱 절망스럽게 만든다.
몇 시간 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괴물들의 등장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살기 위해 살아 남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들 앞에 펼쳐진 것들은 인류의 재앙일까?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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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테인티드> 메인 예고편
조직에게 버림받고 15년의 수감생활 끝에 출소해 두문불출하던 ‘랜스’는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고자 또 한 번 위험천만한 제안을 수락한다.
반대파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해치운 ‘랜스’의 범행 현장을 목격한 생존자가
경찰의 보호를 받게 되자 위협을 느낀 조직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랜스'를 제거하려하고,
그의 유일한 친구인 ‘안나’에게 마저 손길을 뻗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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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영화 리뷰 <길복순>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시놉시스]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고야 마는데…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스포일러 주의#스타일리쉬 그 잡채
영화 길복순을 보다보면 스토리가 정말 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시퀀스 자체가 굉장히 감각적이다. 여타 다른 액션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촬영 기법과 편집 기법들이 등장해서 눈이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복순이 딸 재영이 담배 피는 것을 알게 되자 이를 시뮬레이션 돌려보면서 어떻게 하면 마음의 문을 닫은 딸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지 상상한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인듯 현실인듯 그 경계가 모호하게 편집을 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도 또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하는 관객의 생각과는 다르게 바로 현실로 돌아오면서 관객과의 밀당을 제대로 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길복순과 차민규의 1:1 대결 씬에서는 그 시뮬레이션의 절정을 보여준다. 실력적으로는 차민규가 절대우위에 있기에 차민규는 길복순의 수를 하나씩 생각하면서 길복순의 공격에 맞춰서 복순을 죽이는 장면들을 상상한다. 처음에는 현실처럼 이를 그려내다가 이렇게 길복순이 죽는다고? 허무하게?라는 감정이 들 때쯤 다시 길복순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이 장면들이 차민규의 상상 속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이 차민규의 집무실 모든 공간에 꽉 채워지면서 너무나도 많은 차민규가 너무나도 많은 길복순을 하나씩 죽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기술적으로 차민규가 절대적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면서 과연 길복순은 어떠한 수를 내놓을지 관객으로써는 기대가 되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서 관객과의 밀당을 잘 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시리즈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들의 서사과 깊이감이 더욱 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들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길복순이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캐릭터는 소비적으로 쓰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였다. 다들 길복순과의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어서 캐릭터별 매력을 느끼기에는 굉장히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별 서사를 쌓고, 그 속에서 길복순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가서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길복순과 적이 되어 그녀를 공격할 때 오히려 더 길복순의 입장에 더욱 감정적 동조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사실 영화 길복순은 화려한 액션신을 볼만했지만 길복순의 선택에 대해서, 그리고 길복순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 관객들이 함께 공감할 만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성은 딸을 제외하고는 보여지지가 않아서 그녀의 선택에 따른 책임에 함께 불안해하거나 슬퍼하거나 안도하기에는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멋진 액션과 딸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 속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가 있다. 바로 ‘용기’다. 다양한 용기 중에서도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다. 딸 재영은 레즈비언으로 같은 반 친구와 사귀고 있었고, 이를 알게된 남학생이 재영과 한달 동안 사귀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재영은 싫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남학생에게 상해를 입히고 정학을 당하게 된다. 처음 이유를 말하지 않았던 재영은 결국 용기를 내서 엄마 복순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당황한 엄마는 이렇다할 말도 없이 회사 전화를 받고 쌩하고 나가버린다.
그렇게 킬러들과 싸움 이후 집으로 돌아온 복순은 다시금 재영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복순은 재영에게 자신이 솔직하게 킬러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딸이 국정원이냐고 물어보자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영은 보안상 말할 수 없다는 국정원의 규칙을 지킨다고 생각을 하고, 복순은 이런 재영을 보면서 솔직한 딸과 달리 자신은 자신의 직업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으로 차민규 대표와의 1:1 대결씬에서도 차민규는 길복순의 손에 죽기로 이미 결심을 한 상태였고, 이를 딸 재영에게 보여주기 위해 cctv를 연결해 재영에게 보내준다. 재영은 결국 자신의 엄마 복순이 한 남자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복순은 하지 않던 기도를 하며 집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솔직하게 먼저 딸에게 밝히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 그리고 딸이 엄마의 모습을 보고 놀라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딸 재영이 이런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 재영이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히기 전까지 느꼈을 오만가지의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재영은 그런 엄마에게 자신이 본 영상을 모른척하며 엄마를 품어준다. 재영과 복순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두 모녀의 관계 회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기회가 왔을 때 솔직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필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나름의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다만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훨씬 더 탄탄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함께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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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상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의상, 패션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의상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를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와 함께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의상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클루리스
Clueless, 1995
ⓒ IMDB
synopsis
베버리 힐스 고등학교의 셰어는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양오빠 조시와 함께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살아가는 셰어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해결하는 등 10대에 이미 삶의 패턴을 형성해가고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직 소녀인 셰어에게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할 지가 너무나 단순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셰어는 토론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자 성적을 올리기 위해 친구 디온과 함께 독신인 홀 선생과 노처녀 가이스트 선생을 엮어 주고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그 후 학교에는 타이라고 하는 소녀가 전학을 오는데 셰어는 촌스러운 친구 타이를 세련되게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파티와 쇼핑에 데리고 다니며, 남자친구까지 소개시켜준다. 하지만 남자친구 문제로 타이와 싸우게 되면서 셰어는 세상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는데...
cine pick!
하이틴 영화이자 예쁜 의상으로 유명한 영화 <클루리스>.
돌고 도는 유행으로 현재 영화 속 의상을 따라 입기도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영화이다.
타이틀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빈티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기적 같이 입사했지만 화려한 세계가 낯설기만 한 앤드리아.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 일하며 칼 같은 질타와 불가능해보이는 미션에 고군분투한다.
cine pick!
패션 영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 매거진 회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보니 굉장히 트렌디한 패션을 볼 수 있다.
상의원
The Royal Tailor, 2014
ⓒ 네이버 영화
synopsis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최초 궁중의상극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대결을 그린다.
cine pick!
궁중 의복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준 영화 <상의원>.
의상 제작비에만 10억원을 사용하고, 한복 제작에 동원된 전문가가 거의 50명에 달할 정도로
그 시대의 의상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저마다 다른 꿈을 지닌 마치 가문의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이웃 로리와 시끌벅적하지만 따뜻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의 삶에는 각기 다른 숙제가 놓이게 된다.
cine pick!
제32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은 영화 <작은 아씨들>.
개봉 당시, 고전 의상을 완벽하게 재해석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의상 안에 캐릭터의 성격도 엿볼 수 있어, 영화에서 또 다른 언어로 작용하기도 한다.
크루엘라
Cruella,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재능은 있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에스텔라’가 남작 부인을 만나 충격적 사건을 겪게 되면서
런던 패션계를 발칵 뒤집을 파격 아이콘 ‘크루엘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cine pick!
약 277벌의 의상 제작을 완벽하게 해내며 제 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 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이루게 되었다.
감탄만 나오는 의상과 퍼포먼스로 눈이 즐거운 영화이다.
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그 이름 구찌. 내 것이 될수록 더욱 갖고 싶었던 이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었던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cine pick!
오스카 수상 의상 디자이너인 잔티 예이츠가 의상을 맡으며 구찌 패밀리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캐릭터들의 특징을 드러냄과 동시에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다.
스펜서
SPENCER,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cine pick!
실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아이콘이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코디를 완벽하게 재현한 영화 <스펜서>.
많은 양의 레퍼런스 자료를 찾으며 연구한 결과,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미장센과 의상으로 극찬을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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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 섹션 영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2021' 리뷰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출연] Ansel Elgort, Rachel Zegler
시놉시스] 1957년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사이드. 산후안 힐 지역의 허물어져 가는 공동주택과 언제 들이칠지 모르는 철거 장비의 위협을 배경으로 두 라이벌 갱단, 터프한 리프의 제트들과 베르나도의 푸에르토리코계 사크들이 우위를 놓고 겨룬다. 승자독식의 패권 다툼을 두고 열린 학교 댄스 행사에서 제트의 싸움꾼 토니와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자 살벌한 영역 전쟁의 기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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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다며 본 광고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굉장한 에너지와 힘찬 넘버, 그리고 다양한 색감들을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에 뮤지컬 영화에서 자신의 끼를 펼쳤구나 하며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 보지 못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던 영화였다.
화려한 색감 속 가치를 부여하다개인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화려함’ 때문이다. 이러한 화려함을 영화로 그대로 옮겨와 무대의 한계상 보여줄 수 없었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고 의상들에 변화를 주면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의 색감을 굉장히 다채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 다채로움 속에서도 일정한 규칙이 엿보였는데, 기존 맨해튼에서 살던 백인 그룹에서는 무채색과 주로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는다면, 푸에르토리코계 사람들은 정렬적인 빨간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그들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외형적인 생김새도 물론 차이가 바로 드러났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색감을 통해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움 속에 내재된 차가움을 표현하는 파란색은 결국 미국이 자유를 표방하고 있으나 그 속에는 냉정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색 그 자체로 열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빨간색은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며 새로운 이 맨해튼에서의 핍박을 이겨내는 수단으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주인공 마리아가 토니와 함께 도망치려는 그날 밤 마리아는 파란색 옷을 입고 토니 앞에 등장하는데, 결국 이 미국이라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스스로의 색을 버리고 미국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국의 실정을 넌지시 비춰주고 있었다.
맨해튼에 드리운 구분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명목상 국가원수는 미국 대통령이지만 직접 뽑은 지사가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섬이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그들이 살던 곳을 벗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 있었고, 맨해튼에 정착하면서 백인과의 갈등이 생긴다. 계속해서 밀려들어 오며 영역을 넓혀나가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을 보면서 점차 밀려나는 백인들은 반감을 품고,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어떻게 해서든 쫓아내려는 백인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공존은 이뤄지지 못하고, 푸에르토리코인은 푸에르토리코인끼리! 라는 신념으로 이어진다. 이 신념 때문에 토니와 마리아는 쉽게 사랑을 할 수 없게 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제트파와 샤크파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구분을 하고 있을까? 나와 너, 우리와 그들과 같이 끊임없이 우리라는 집단을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와 다른 이들을 좋게는 신기한 눈으로, 나쁘게는 경멸의 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결국 우리들 스스로 화를 입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분노는 분노만 낳을 뿐
자신의 눈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토니를 본 마리아의 내면에는 분노만이 남게 된다. 치노가 쏜 총을 빼앗아들며 치노를 향해서 그리고 제트파와 샤크파를 향해 모두 총을 겨눈다. 결국 서로를 구분하고 영역을 차지하려는 것이 모두에게 화를 입힌 것이다. 결국 피를 보고 나서야 두 갱단은 반성과 화해의 모습을 보인다. 토니를 함께 들고 카페로 옮기면서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제트파와 샤크파에 상관없이 말이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속담이 있긴 하지만 과연 이러한 복수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끝이 날 수 있는 것일까. 분명 누군가가 먼저 시작을 한 싸움이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복수를 주고받다 보면 이 악순환 속에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해지지 않고, 되갚음만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분노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노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다시금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방지책을 세우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비극적인 결말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제천국제영화제에서의 시작 영화로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 티저 영상으로 접했을 때는 그저 신나는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속에는 구분과 분노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로운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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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13 13:00
메가박스 제천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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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으면 좋은 거 아니겠어?
말레피센트를 이은 여성 빌런 캐릭터를 디즈니에서 또다시 선보였다. 체감적 반응은 말레피센트보다 더 파급력이 큰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한 영화계 불황을 잠시나마 잊게 할만한 흥행과 대중의 평가가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그저 패션을 앞세운 영화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상류층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을 대중적인 시각에서 다시 재해석한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대중문화의 등장을 화려한 옷을 매개로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 여성들의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은 시대정신의 반영
영화의 배경은 70년대, 영국 런던이다. 70년대의 영국을 가장 빨리 이해하려면, 한국에서 흥행한 영화 중 하나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떠올리면 된다. 그 시절의 섹스 피스톨즈, 등 펑크 록 가수들이 영국 전역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펑크 록이란 '누가나 할 수 있다'라는 평등주의적 "Do it yourself"라는 슬로건을 내밀며, 단순한 음악부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했던 장르로 평가받는다. 미국에서의 펑크록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음악을 상징하는 movement의 성격을 띄었다면, 영국에서의 펑크록은 자본가들과 노동자들 사이의 부의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악화되고, 상류층에 대한 적대감, 계급 의식에 대한 적대감 등에 대한 표현이 적나라해졌던 상황을 고려해 영국의 상황을 비관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시선을 그린 음악 장르였다. 이런 펑크록의 정신은 패션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는데, 펑크록 신봉자들이 구현한 패션은 가히 모스트모던적인 패션으로 평가받을 만큼 극에 달한 자유와 그에 따른 난해함을 동반했다.
이런 영국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펑크 록이 등장했던 70년대의 영국에서는 크루엘라의 등장이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크루엘라와 바로네스 사이의 개인적인 서사가 존재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바로네스와 크루엘라의 대결은 상류층의 패션과 상류층을 비난하는 대중들이 구사한 포스트모던적인 패션의 대결에서 그 당시에는 포스트모던이 우위를 범하던 시기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며, 크루엘라는 대중들이 원하는 예술을 보여준 펑크록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상류층의 패션을 대변하는 바로네스를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골탕먹이는 크루엘라의 모습은 자유분방하게 상류층을 거리낌없이 골탕먹이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 일종의 혁명가였는지도 모른다.
빌런이 사랑받는 이유 그리고 사랑받는 빌런이란
크루엘라와 바로네스는 엄밀히 따지면 빌런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투명하게 착한, 신데렐라가 없다.
그렇다면, 크루엘라가 선한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바로네스와 크루엘라는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인물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나의 경쟁자를 끌어내려서라도 내 존재감을 빛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점이 그렇다. 이렇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려면 착한 척은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바로네스와 크루엘라의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네스는 정말 절대적으로 악하다못해 싸이코패스가 되어버렸지만 크루엘라는 일말의 양심은 간직하고 살아간다. 위험한 욕망을 실현하는 사람을 빌런이라고 가정한다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빌런은 인간다움을 간직한 빌런들이다. 나쁜 짓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미치지 않아서 이 나쁜 짓의 근원적 이유가 이해가 가는 캐릭터들이다. 크루엘라가 그렇다. 아마도 죽은 자신의 엄마가 심어준 최소한의 사회성 덕분일 것이다. 바로네스와 크루엘라는 정말 많이 닮았지만 바로네스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범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가 몸만 인간으로 살아가는 괴물이 되었고, 크루엘라는 엄마의 존재, 친구들의 존재재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버팀목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면서도 바로네스의 명성 외에는 그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가면서 골탕먹인다. 그렇게 그녀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위험한 욕망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얻을 메시지는 뭘까. 착한 척은 버려두고, "내가 하고 싶다는데, 누가 말려"의 마인드로, 속된 말로, 개썅마이웨이로 살아가는 그녀가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남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유념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그녀의 발칙한 무례함은 오히려 시원함으로 다가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남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우리도 우리 자신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욕심에 대해서 조금은 솔직해져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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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수평적 교환을 통한 소통의 성취
현대 사회 구성원 가운데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유동하는 정보들과 부유하는 자의식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불안정한 사회에서 나를 둘러싼 다른 존재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에서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므로, 늘 누군가와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외계인과 인간의 소통을 그리는 다양한 텍스트들은 소통을 둘러싼 맥락 변화에 수반되는 자연스러운 문화적 징후이다. 드니 빌뇌브의 SF 영화 <컨택트(Arrival)>(2016)에서 외계의 존재를 상대하는 임무를 맡은 웨버 대령은 “그들이 뭘 원하고, 어디서 왔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며 언어학자들을 다그친다. 상당수의 인간은 웨버처럼 지구를 방문한 불청객을 향해 의구심과 불안감을 표출할지도 모르겠다. 불가해한 타자와 대면하는 순간에 인간은 어떻게 선택하는가. 이때 <컨택트>의 루이스 박사는 낯선 타자와의 소통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루이스는 외계의 존재와 원활히 대화하고 싶다. 웨버 대령에게 ‘캥거루’ 일화를 드는 루이스는 오역 없는 명확한 상호 의사전달을 위해서 기본이 되는 사항을 놓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외계인이라는 타자를 적 혹은 침략자와 동등한 층위로 인식하지만, 루이스는 편견을 접어두고 소통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한다.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헵타포드로부터 특별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자 군인과 분석관들은 조바심을 느끼지만, 루이스는 이내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그들의 언어를 감지할 수 없다면, 우리의 언어를 그들에게 제시하는 방식 말이다. 루이스는 군인, 과학자들과 대비된다. 그녀가 수평적인 교환을 지향한다면, 후자의 집단은 수직적인 질문 혹은 강요에 매달린다. 루이스는 타자를 향한 편견을 완전히 거둔 채 그들 앞에 나서고, 나머지 인원은 몇 겹의 벽을 세우느라 소통의 성취와 멀어진다. 영화에서 루이스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오염 방지 슈트를 벗어던지고 헵타포드를 찾아간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루이스를 보며 놀라워한다. 루이스가 선형적인 인간의 개념 대신 헵타포드의 비선형적 개념, 언어와 시간에 관한 낯선 형태의 사유를 수용하여 그들의 사고 체계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컨택트> 스틸컷
관계의 전도가 만들어내는 소통의 형태
구로사와 기요시의 SF 영화 <산책하는 침략자>(2017)에는 발화된 언어를 학습하려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외계인은 지구를 침략하려고 한다.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고등한 존재들이다. 극 중 한 외계인은 인류를 멸망시키는 일이 며칠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고, 지구의 기술력이 형편없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이때 외계인들이 굳이 인류 절멸을 위한 사전 답사라는 명분으로 인간에게서 뭔가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간의 관점에서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그렸던 <컨택트>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관계의 역학을 다르게 묘사한다. 외계인이 주체고 인간이 객체로 전도된 인상을 풍긴다. 더 나아가 영화에서는 외계인에게 신체를 뺏긴 신지의 아내인 나루미가 매우 흥미로운 인물로 묘사되는데,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전도된 관계에서 나루미가 어떤 존재로 기능하는지 들여다본다면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추출할 수 있기도 하다.
외계인이 인간에게서 개념을 탈취하는 목적은 의외로 간명하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해서 효율적으로 정복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 침략자들은 어딘가 엉성하게 지구를 침공 계획을 세운다. 인류를 절멸시키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면서도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탐구해보겠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이들은 인간에게서 주요한 가치를 뺏는다. 이를테면 ‘가족’. ‘소유’, ‘일’과 같은 개념들이다. 기묘한 소통의 형태, 양방향이 아닌 뒤틀린 단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되면서, 두 개체 간의 관계 양상에 변화가 생긴다. 우리 처지에서 철저한 타자인 외계인이 주체인 인간과 유사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외계인의 관점에선 주체(외계인)의 객체(인간)화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 속 세 명의 외계인 중에서 주인공 격인 신지는 이러한 모호성을 내포한 존재다. 이 관계의 역학은 다소 폭력적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단방향 소통 구조는 흡사 원주민의 문명을 지워내는 제국들의 만행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묘한 관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 방금 사용한 예시는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폭력적인 단방향의 소통이긴 해도, 정체성이 모호하게 묘사되는 존재인 신지를 통해서 타자성을 수용하는 개체의 심리를 고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신지의 아내인 나루미는 외계인과 기존 신지의 의식이 융합된 포스트휴먼 격인 새로운 남편을 바라보면서 혼란에 빠지는데, 영화에 묘사된 나루미의 대응 방식에서 또 다른 낯선 타자와의 소통에 있어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발견된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신지의 정체를 파악한 당국에서 신지를 잡아가려고 하자, 나루미가 이를 눈치채고 신지와 함께 도망친다. 나루미는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주체성과 객체성의 분리가 모호해진 존재인 신지를 향한, 그러니까 탈경계화된 존재를 향한 인간의 손길은 다층적인 소통의 층위가 생성되는 기회를 만든다.
관계의 전도가 촉발하는 새로운 소통의 형태는 <산책하는 침략자>뿐 아니라 <컨택트>에서도 발견된다. 시간성에 관해서 새로운 인식 체계를 받아들인 루이스는 일종의 포스트휴먼이다. 그녀에게 과거-미래-현재는 모두 동일선상에 놓인 채 공존하는 시점들이다. 미래를 엿보는 ‘현재의 나’는 곧 그 대상인 ‘미래의 나’와 정신을 공유할 수 있다. 단순한 미래 예지 능력을 갖춘 존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시간관념을 장착한 포스트휴먼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런 루이스는 모호한 존재성을 떠안은 채, 헵타포드에게 그랬던 것처럼 인류에게 손길을 내민다. 이 루이스의 행동들이 단순히 결정론적 관점에서 예정된 행동이 아닌, ‘선택’처럼 묘사됐다는 점이 타자를 향한 루이스의 심리와 행위가 내포하는 지점을 다변화한다. 루이스에게 다수의 평범한 인류는 일종의 타자처럼 기능할 수 있지만, 이 전도된 관계에서 피어나는 루이스의 선택들로 또 다른 소통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미지의 영역처럼만 보이던 우주는 21세기 들어 더욱 선명해졌고,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외계 존재와 같은 불분명한 타자는 우리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외계의 존재와 맞닥뜨리는 먼 미래의 순간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불가해한 타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사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책하는 침략자> 스틸컷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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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히 생산되는 '나' 속에서 진정한 내 이름을 찾기.
자본과 번호, 이름과 사랑
퇴근하고 잔뜩 지친 몸을 이끌어 지하철에 오른다. 각자의 온도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의 뜨끈한 등과 어깨를 꾹, 꾹 밀며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 본다. 한 정거장 지나자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순간, 당신의 눈이 드물게 번쩍 빛난다. 그러나 옆에서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던 중년 여자가 당신보다 훨씬 빠르게 엉덩이를 붙여버린다. 당신은 미간을 팍 구기고 다시 고개를 숙여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다. 유해한 도파민이니, 뇌세포를 파괴한다느니의 말들은 쓸모없다. 무의미한 작은 직사각형의 세상으로 당신은 있는 힘껏 오늘로부터 도망친다.
결국, 21 정거장 내내 서서 온 당신은 길거리에서도 핸드폰에 눈을 떼지 않는다. 아무리 편한 운동화를 신어도 언덕을 오르는 종아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것만 같다. 당신은 길고도 긴 여정 끝에 엘리베이터를 타 버튼을 누르다가 무심코 거울 속 자신과 마주한다. 그 속의 사람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당신의 자리가 아닌) 당신의 자리를 뺏은 중년 여자와 얼굴이 겹쳐지면서, 핸드폰으로 겨우 외면했던 질문이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
"내가 원래 이런 표정이었나?"
나는 정말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름 모를 여자와 비슷하게 생긴 거울 속 나는 몇 번째 '나'일까?
블랙 코미디 + SF + 우화의 공식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지독히 사실적이면서도 어쩐지 동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 코미디 + 우화' 공식으로 성공한 작품을 말하자면 당연히 <기생충>(2019)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자본과 계급으로 분명하게 나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 속이 울렁거리면서도 어쩐지 헛웃음이 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폭싹 젖는 감각이 생생한 동시에 몽롱한 동화 같으니 말이다. 한국 SF 장르와 봉준호 감독 세계관에 한 획을 그은 <설국열차>(2013)도 디스토파이 세계관에서 아주 긴 열차 칸으로 나뉜 계급 이야기다. 위와 아래, 앞과 뒤. 뒤집으면 언제든 서로가 될 수 있는 구조. 그는 열과 행의 이미지로 끊임없이 자본주의에 잠식된 현재와 미래를 그리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그의 대표적인 크리처 무비인 <괴물>(2006)과 <옥자>(2017)도 전체적인 세계관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빠질 수 없다. 이렇게 계승한 블랙 코미디 + SF + 우화로 더욱 견고해진 봉준호 감독의 작가 주의 세계관을 통해 <미키 17>(2025)이 세상에 나왔다.
<미키 17>은 지구가 멸망을 앞둔 디스토피아적 근미래 배경이다.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자고 주장하는 이들과 망가진 지구를 어떻게든 고쳐서 쓰자 주장하는 정당의 대립이 이루어지는 혼란함 속에서, 친구 '티모'와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진 주인공 '미키'는 빚쟁이를 피해 지구를 떠나려고 한다. 얍삽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티모와 달리 자존감도 낮고 기술도 없었던 미키는 어떻게든 영토 개척 프로젝트 우주선에 탑승하기 위해 모두가 기피하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한다. 접수를 받는 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지원서를 제대로 읽었는지 몇 번이나 물어봤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익스펜더블은 진짜 '극한 직업'이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 미키를 앞세운다. 우주선을 고치는 줄 알았더니 사실 방사능 실험이었고 끔찍한 고통 속에서 어떻게 몸이 망가지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4년의 항해 끝에 도착한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으니, 당연히 미키가 먼저 땅을 밟고 있는 힘껏 공기를 마신다. 그리고 피를 토한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몇 번이고 죽음은 미키'들' 덕분에 다른 요원들도 마음껏 차가운 입김을 볼 수 있게 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은 꽃핀다. 주변 사람들의 무시와 일상에 도사리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미키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건 다름 아닌 '나샤'의 사랑이다. 미키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곁을 지켜주는 나샤를 사랑하면서도, 최고의 요원인 그녀가 왜 하찮은 자신을 사랑하는지 의문을 품으며 그녀를 내조한다.
그날도 17번째 미키는 추락사로 몸이 반토막이 나 죽었어야 했는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얼떨결에 살아남아 지나가던 티모에게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티모는 떨어진 무기만 챙기고 다친 그를 향해 재수 없는 질문만 툭 던진다.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
그렇게 덩그러니 남은 미키는 행성의 주인인 '크리퍼'에게 잡아 먹히며 최후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크리퍼는 잡아먹긴커녕 미키를 질질 끌고 가 얼음 동굴 밖으로 내보낸다. 크리퍼가 자신을 눈밭에 던져 얼려 죽일 작정이라고 생각한 미키 추위에 떨며 힘겹게 함선으로 돌아온다. 잔뜩 지친 몸을 침대에 내던지는 순간, 어떤 인기척에 이상함을 느끼고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신, 미키 '18'과 마주한다.
복제의 사이클
'익스펜더블'은 사뭇 다른 원작과 영화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까지의 '복제 인간'과 다른 점은 미키가 자신이 익스펜더블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것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징그럽고 코믹한 정치인 마샬 부부의 영토 개척지 정책의 핵심은 좋은 유전자로만 구성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몇 번이나 복제된 미키는 불량품에 불과하다. 나샤와 카이, 과학자 도로시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도 미키가 느낄 고통과 죽음을 경시한다. 죽음에 대한 무례한 질문을 던지고, 누구도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살피지 않는다. '그게 네 쓸모고 직업이야.'라는 폭력적인 말 한 마디면 미키마저도 고개를 끄덕이니까. 과학자와 의료진도 처음엔 프린팅 되는 몸을 잘 받아줬지만, 나중에는 바닥으로 꼴사납게 떨어져 구겨진 몸에 주사 바늘을 꽂을 뿐이다.
시체, 쓰레기 등 자본과 사회의 찌꺼기는 모두 '사이클러'에 던진다. 용광로처럼 생긴 사이클러는 단순히 쓰레기를 소각하는 게 아닌, 단백질을 다시 분해하고 재생산해서 다음 미키를 만들어내고 선원들의 식사가 된다. 익스펜더블이 아닌 인물들도 자기도 모르게 이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셈이다. 미키는 끊임없이 소각되고 다시 출력되며, 권력에 의해 멸시받는 노동자들의 응집된 몸이 된다.
꼭 프린터기에 들어가야만 복제 인간의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마샬 부부는 특히 우수한 가임기 여자 요원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의 원대한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궁, 아니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샬 부부를 향한 카이의 날카로운 질문처럼 그들에게 여성은 다른 의미의 '인간' 프린터다. 인류 번식과 자신들의 부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를 출산할, 인간이지만 프린터의 역할을 해줄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크리퍼와 인간의 첫 대면에서 미키가 아닌 제니퍼가 죽었을 때 추악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카이와 제니퍼가 연인 사이인 줄도 모르고, 여성이라면 당연히 남성과 결합해 아이를 생산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거란 편견도 끼얹으며 말이다.
다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일파 마샬은 이상하리만치 '소스'에 집착한다. 살아있는 베이비 크리퍼의 꼬리를 잘라 바로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장면은 경악스럽다. 굳이 손가락에 찍어 맛을 보라고 권유하고, 배양육인지도 모르고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는 미키에게 메인 디쉬가 아닌 소스 맛이 어떤지 묻는다. 이렇듯 소스는 일파가 강력하게 표현하는 권력의 상징이자 일개 노동자들과 자신의 차이다. 효율을 위해 정해진 칼로리 안에서 구역질 나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닌, 맛과 건강을 추구하고 음미하는 삶이 최고의 권력인 것이다. 미키를 공개적으로 무시하긴 하지만, 마샬 부부의 눈에는 다른 노동자들도 비슷하다. 노동자 1, 노동자 2, 비위를 잘 맞추는 노동자, 말을 안 듣는 노동자. 선원들은 자신들을 미키와 달리 분명한 이름과 존엄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겠지만, 부부의 시선에선 언제든 대체 가능하고 휴지 조각 같은 존재들일뿐이다. 생존을 인질로 잡고 있는 자본의 힘이 있는 한 사이클러는 무엇보다 뜨겁고 부지런히 권력을 위해 움직인다.
인간보다 나은 크리퍼
’Creepy’에서 유래된 이름인 ‘크리퍼‘는 마마 크리퍼를 중심으로 완전한 공동체 생활을 한다. 인간의 시선에선 낯선 외형이 두렵고 징그럽긴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니플하임에 마음대로 정착해 들쑤시고 다니는 인간이야 말로 외계인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 이름도 꽤 무례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크리퍼들은 인간을 잡아먹는 생명체도 아니었고, 유일한 친구인 티모마저 외면한 위험에 빠진 미키를 구해준다. 미키는 크리퍼의 의도를 완전히 오해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나샤는 '크리퍼가 구해줬다'라고 정확하게 짚어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2000)를 본 사람들이라면 크리퍼를 보자마자 ‘오무’가 떠올랐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 나라와 나라의 대립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 ‘나우시카’가 전쟁을 멈추기 위해 오무 무리들과 소통하는 장면은 미키가 통역기를 사용해 크리퍼에게 곧 가스가 살포될 테니 도망치라고 알리는 장면과 비슷하다. 크리퍼가 본격적으로 서사에 등장하는 시점부터 영화는 어쩐지 애니메이션처럼 보인다. 이러한 지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장르 믹싱 기법이 눈에 띈다.
크리퍼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소통하며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미키의 이름도 잡혀있는 베이비 크리퍼 ‘조코’를 통해서 들었을 것이다. 마마 크리퍼는 외형이 똑같은 두 베이비 크리퍼의 이름을 정확히 구분한다. 죽은 아이는 ‘로코’, 잡혀 있는 아이는 ‘조코’. 마마 크리퍼를 중심으로 하나의 정신을 공유하지만, 그들은 명확하게 각자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으며 공동체가 힘을 합쳐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잘 알고 있다. 외형도 전부 다르고 고유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치환되는 인간들이, 정작 동료가 위험에 빠진 순간 힘을 합치는 이들은 지극히 소수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아마 미키가 크리퍼였다면 마마 크리퍼는 단순히 그의 이름에 번호를 붙여 구분하는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익스펜더블이라는 비윤리적인 직업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더 앞서 삶의 터전인 행성을 그렇게 오염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역사를 넘나들며 과학적,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으니 당연한 대가라는 말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받은 만큼만 되갚고, 선의를 보이는 이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태도. 이러한 크리퍼의 자세에서 우리는 진작 갖추어야 할 인간성을 배운다.
나를 마주하기
영화는 미키 ‘17’과 미키 ‘18’이 대면하면서 본격적인 위기에 닥친다. 미키 18은 지금까지 누적된 미키의 정보를 다운로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키 17과 완전히 반대의 성격이다. 뭐만 하면 죽여버린고 말하며 높은 폭력성을 띄고, 대책 없이 충동적이며, 엄청 밝힌다. 17은 자신을 가차 없이 죽이려는 18과 몸싸움을 하면서 나샤에게 전해 들었던 지금까지의 미키와는 차원이 다른 녀석이라는 걸 실감한다.
시간을 앞당겨 익스펜더블이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을 때로 돌아가본다.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거라고 주장하자마자 한 미친 과학자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멀티플'을 만들어 노숙자를 죽인다. 둘도 아니고 셋이나 만들어 무고한 이들을 잔인하게 죽인 사건을 계기로, 익스펜더블은 공식적으로 지구 안에서 시행이 금지되며 멀티플은 중범죄가 된다.
다시 돌아와 미키 18을 죽이려고 나름 노력해 보는 미키 17의 눈을 보자. '또 다른 나'와 처음 마주한 그는 이제 곧 세상에서 사라지고 죽을 거란 공포와 자신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다는 놀라움, 혼란 등에 빠져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채 몸이 반쯤 사이클러 속에 들어간다. 반면, 미키 18은 17에 대한 확실한 반감이 있다. 거울을 보듯 겁에 질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모습에 17은 더 혼란스럽다.
비슷하지만 미세한 차이점이 있는 얼굴로 나란히 서있는 둘의 모습은 마치 자아 분열의 가시화된 것 같다. 얼음 동굴에서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듯 던진 티모의 질문은, 실험쥐처럼 수없이 이용당하는 미키의 내면에 잠들어있던 자기 방어와 누적된 폭력성을 발현시킬 트리거로 작용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미키 17이 처음으로 욕하고 분노하는 존재가 18이라는 점이다. 처세술에 강하고 얍삽한 티모를 비꼬는 발언은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부당함을 주장하거나 무례함에 대응한 적 없던 미키 17은 나샤에게 접근하는 또 다른 '나'를 향해 화를 참지 못한다. 심지어 마샬 부부와의 만찬에서 입에 올리지도 못할 끔찍한 고통과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7이 씩씩 거리는 대상은 다름 아닌 18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호기심에 빨간 버튼을 눌러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미키는 죄책감에 모든 우선순위에서 자신을 제외한다. 17의 이러한 위축된 태도는 18의 화를 키운다. 만찬에 초대해 놓고 실험 중인 배양육을 먹인 것도 모자라, 타인의 목숨보다 카펫이 소중한 부부에게 뭐라고 하고 나왔냐는 질문에 17은 작은 목소리로 답한다.
"저녁 식사 감사하다고... 하고 나왔어."
그런 수모를 겪고도 감사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냐고 불같이 화를 낸 18은 당장이라도 케네스를 죽이겠다며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정말 그를 향해 망설임 없이 총구를 겨눈다. 폭발하는 공격성이 온전히 '나'를 지키기 위해 표출될 때, 관객은 17을 향한 18의 반감이 애증이었음을 깨닫는다. 생각해 보면 미키 18은 17과 대치하던 중 티모를 보자마자 사이클러에 던져 죽이려 든다. 비록 분열된 두 사람이지만 미키가 처음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시도한 순간이었다.
내가 너라서 알 수 있는 열등감과 자기혐오, 그리고 트라우마. 빨간 버튼 따위로 사고가 날 만큼 자동차를 엉망으로 만든 회사 잘못이라는 18의 말은 평생 미키가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그는 무모하고 폭력적인 또라이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용기'의 다른 이름이었다.
뻔해도, 결국 우리를 구하는 건 사랑
서로 으르렁 거리는 17과 18 사이에서 혼자 신난 사람은 다름 아닌 연인 '나샤'다. 지금껏 다양한 미키를 봐온 나샤는 정반대 성격의 두 미키를 보며 굉장히 흥분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신날 수 있냐는 미키 17의 질문에 그녀는 '반대 상황이라면 너도 나처럼 좋아할걸?'하고 가볍게 받아친다. 멀티플인걸 숨겨줄 테니 미키를 나누자는 카이의 말에는 불같이 화를 낸다. 16이든 17이든 18이든, 나샤에게 미키는 오로지 단 한 명이니까.
나샤는 엉뚱한 면이 있지만, 인정받은 소수 정예 엘리트 요원으로서 단단한 내면과 외면을 갖춘 인물이다. 미키는 다방면에서 월등한 그녀가 대체 왜 가장 낮은 계급인 자신과 사랑을 나누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바이러스와 각종 실험으로 죽어가는 미키를 두고 볼 수 없던 그녀는 직접 진공복을 입고 실험 캡슐 안으로 들어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자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서 희생하는 자를 돌본다.
베이비 크리퍼를 구하기 위해 몸이 묶인 채 이로 밧줄을 잡은 나샤는 미키에게 신호를 받고 'C3' 전략을 펼친다. C3는 아기를 안는 것 같은 자세로, 미키와 나샤의 섹스 체위 중 하나이다. 칼로리마저 철저히 계산하고 먹어야 하는 우주선 안에서 섹스는 가장 비효율적인 에너지 활동이다. 마샬 부부는 생존을 빌미로 니플하임에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섹스를 금지시키지만, 그들은 장난으로 체위를 그려가며 계속 몸을 겹친다. 나샤가 미키의 전략으로 베이비 크리퍼를 구해 눈밭을 달리는 장면은, 그들의 섹스가 결여된 존중과 냉소적 자본주의로 만들어진 노동과 권력보다 더 가치 있음을 증명한다.
케네스와 대치하던 18은 기어코 죽음의 순간을 마주한다. 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은 케네스는 그런 감정이야 말로 인간성의 증거라고 자극한다. 그러나 미키 18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나샤와 함께 서 있는 미키 17을 보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름을 불러줄 사랑이야말로 지금 모두에게 필요한 본성이라는 것을. 뒤에 붙는 거지 같은 숫자 따위는 집어치우고 미키 '반스'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지금까지 그들을 괴롭혔던 동그란 버튼을 꾹 누른다.
거대한 스케일의 SF 영화로 봉준호 감독은 사랑을 말한다. 너무 큰 서사와 화제성에 비해 작은 주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만 더 고민해 보자. 사랑이 조금 뻔하긴 해도, 작았던 적은 없다. 우리는 언제부터 나를 사랑하는 것도, 너를 사랑하는 것도 식상한 말처럼 느껴져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나? 무수한 호칭에 짓눌려 더미 속에 묻혀버린 내 이름을 건져 먼지를 툭툭 털어주고, 어쩐지 낯선 내 얼굴도 한 번 바라보자. 그리고 힘이 남는다면 아끼는 이들의 이름도 찾아 숫자는 치워버리고 광이 나게 닦아보자. 미키와 나샤, 크리퍼의 사랑으로 우리는 그 가치를 배웠으니까.
무수히 생산되는 '나' 속에서 진정한 내 이름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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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래비티에 담긴 주제와 흥미로운 이야기들 #8
환몽(幻夢) CINE 리뷰 8화_ 영화 그래비티 해석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이번엔 왓챠 회원님들의 멋진 한줄평과 함께 했습니다!
이전까지 이런 우주영화가 없었기에, 개봉했을 당시 평단의 극찬이 엄청났었는데요.
있는 그대로 느끼고 체험해도 엄청나면서, 숨겨진 비유와 상징, 알고 보면 재미난 이야기까지 모두 준비해봤습니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래비티'
- 압도적인 오프닝
- 영화의 주제 : 중력과 삶의 의지에 관하여
- 영화 속 비유와 상징
- 알쓸신잡 : 과학적 고증 오류와 아닌강(?)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환줄평 / 몽줄평영화 '그래비티'를 보고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래비티 #그래비티해석 #알폰소쿠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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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게임?에 앞서 복습하는 목숨을 건 방탈출 게임? '이스케이프 룸'
영화 흥신소 - 알고보면 쓸데없이 재밌는 영화리뷰
'이스케이프 룸2 : 노 웨이 아웃' 관람에 앞서 복습하는 '이스케이프 룸'입장료 없다는 말에 덜컥 들어와버린 방탈출게임장
우승하면 만달러의 상금을 받지만
실수하면 목숨을 받아가는 곳#출구가_입구 #원룸_데쓰매치
과연 이들은 이곳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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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스트> 예고편
당신이 알던 세상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 어느 날 강력한 비바람이 몰아친 뒤, 기이한 안개가 몰려온다.
데이빗은 태풍으로 쓰러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읍내 그의 어린 아들 빌리와 옆집 변호사 노튼과 함께 다운타운의 마트로 향한다.
하지만 데이빗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는 도중 동네 노인이 피를 흘리면서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 뛰쳐 들어왔다.마트 밖은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체 불명의 안개로 뒤덮혔고, 정체불명 거대한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는다.
마트 안에는 주민들과 데이빗, 그의 아들 빌리가 고립되었고, 지금 밖으로 나간다면 모두 죽는다는 미친 예언자가 그곳을 더욱 절망스럽게 만든다.
몇 시간 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괴물들의 등장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살기 위해 살아 남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들 앞에 펼쳐진 것들은 인류의 재앙일까?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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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테인티드> 메인 예고편
조직에게 버림받고 15년의 수감생활 끝에 출소해 두문불출하던 ‘랜스’는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고자 또 한 번 위험천만한 제안을 수락한다.
반대파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해치운 ‘랜스’의 범행 현장을 목격한 생존자가
경찰의 보호를 받게 되자 위협을 느낀 조직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랜스'를 제거하려하고,
그의 유일한 친구인 ‘안나’에게 마저 손길을 뻗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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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영화 리뷰 <길복순>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시놉시스]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고야 마는데…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스포일러 주의#스타일리쉬 그 잡채
영화 길복순을 보다보면 스토리가 정말 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시퀀스 자체가 굉장히 감각적이다. 여타 다른 액션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촬영 기법과 편집 기법들이 등장해서 눈이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복순이 딸 재영이 담배 피는 것을 알게 되자 이를 시뮬레이션 돌려보면서 어떻게 하면 마음의 문을 닫은 딸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지 상상한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인듯 현실인듯 그 경계가 모호하게 편집을 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도 또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하는 관객의 생각과는 다르게 바로 현실로 돌아오면서 관객과의 밀당을 제대로 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길복순과 차민규의 1:1 대결 씬에서는 그 시뮬레이션의 절정을 보여준다. 실력적으로는 차민규가 절대우위에 있기에 차민규는 길복순의 수를 하나씩 생각하면서 길복순의 공격에 맞춰서 복순을 죽이는 장면들을 상상한다. 처음에는 현실처럼 이를 그려내다가 이렇게 길복순이 죽는다고? 허무하게?라는 감정이 들 때쯤 다시 길복순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이 장면들이 차민규의 상상 속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이 차민규의 집무실 모든 공간에 꽉 채워지면서 너무나도 많은 차민규가 너무나도 많은 길복순을 하나씩 죽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기술적으로 차민규가 절대적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면서 과연 길복순은 어떠한 수를 내놓을지 관객으로써는 기대가 되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서 관객과의 밀당을 잘 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시리즈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들의 서사과 깊이감이 더욱 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들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길복순이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캐릭터는 소비적으로 쓰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였다. 다들 길복순과의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어서 캐릭터별 매력을 느끼기에는 굉장히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별 서사를 쌓고, 그 속에서 길복순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가서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길복순과 적이 되어 그녀를 공격할 때 오히려 더 길복순의 입장에 더욱 감정적 동조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사실 영화 길복순은 화려한 액션신을 볼만했지만 길복순의 선택에 대해서, 그리고 길복순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 관객들이 함께 공감할 만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성은 딸을 제외하고는 보여지지가 않아서 그녀의 선택에 따른 책임에 함께 불안해하거나 슬퍼하거나 안도하기에는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멋진 액션과 딸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 속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가 있다. 바로 ‘용기’다. 다양한 용기 중에서도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다. 딸 재영은 레즈비언으로 같은 반 친구와 사귀고 있었고, 이를 알게된 남학생이 재영과 한달 동안 사귀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재영은 싫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남학생에게 상해를 입히고 정학을 당하게 된다. 처음 이유를 말하지 않았던 재영은 결국 용기를 내서 엄마 복순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당황한 엄마는 이렇다할 말도 없이 회사 전화를 받고 쌩하고 나가버린다.
그렇게 킬러들과 싸움 이후 집으로 돌아온 복순은 다시금 재영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복순은 재영에게 자신이 솔직하게 킬러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딸이 국정원이냐고 물어보자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영은 보안상 말할 수 없다는 국정원의 규칙을 지킨다고 생각을 하고, 복순은 이런 재영을 보면서 솔직한 딸과 달리 자신은 자신의 직업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으로 차민규 대표와의 1:1 대결씬에서도 차민규는 길복순의 손에 죽기로 이미 결심을 한 상태였고, 이를 딸 재영에게 보여주기 위해 cctv를 연결해 재영에게 보내준다. 재영은 결국 자신의 엄마 복순이 한 남자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복순은 하지 않던 기도를 하며 집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솔직하게 먼저 딸에게 밝히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 그리고 딸이 엄마의 모습을 보고 놀라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딸 재영이 이런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 재영이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히기 전까지 느꼈을 오만가지의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재영은 그런 엄마에게 자신이 본 영상을 모른척하며 엄마를 품어준다. 재영과 복순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두 모녀의 관계 회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기회가 왔을 때 솔직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필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나름의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다만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훨씬 더 탄탄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함께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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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상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의상, 패션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의상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를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와 함께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의상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클루리스
Clueless, 1995
ⓒ IMDB
synopsis
베버리 힐스 고등학교의 셰어는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양오빠 조시와 함께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살아가는 셰어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해결하는 등 10대에 이미 삶의 패턴을 형성해가고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직 소녀인 셰어에게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할 지가 너무나 단순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셰어는 토론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자 성적을 올리기 위해 친구 디온과 함께 독신인 홀 선생과 노처녀 가이스트 선생을 엮어 주고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그 후 학교에는 타이라고 하는 소녀가 전학을 오는데 셰어는 촌스러운 친구 타이를 세련되게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파티와 쇼핑에 데리고 다니며, 남자친구까지 소개시켜준다. 하지만 남자친구 문제로 타이와 싸우게 되면서 셰어는 세상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는데...
cine pick!
하이틴 영화이자 예쁜 의상으로 유명한 영화 <클루리스>.
돌고 도는 유행으로 현재 영화 속 의상을 따라 입기도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영화이다.
타이틀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빈티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기적 같이 입사했지만 화려한 세계가 낯설기만 한 앤드리아.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 일하며 칼 같은 질타와 불가능해보이는 미션에 고군분투한다.
cine pick!
패션 영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 매거진 회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보니 굉장히 트렌디한 패션을 볼 수 있다.
상의원
The Royal Tailor, 2014
ⓒ 네이버 영화
synopsis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최초 궁중의상극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대결을 그린다.
cine pick!
궁중 의복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준 영화 <상의원>.
의상 제작비에만 10억원을 사용하고, 한복 제작에 동원된 전문가가 거의 50명에 달할 정도로
그 시대의 의상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저마다 다른 꿈을 지닌 마치 가문의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이웃 로리와 시끌벅적하지만 따뜻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의 삶에는 각기 다른 숙제가 놓이게 된다.
cine pick!
제32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은 영화 <작은 아씨들>.
개봉 당시, 고전 의상을 완벽하게 재해석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의상 안에 캐릭터의 성격도 엿볼 수 있어, 영화에서 또 다른 언어로 작용하기도 한다.
크루엘라
Cruella,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재능은 있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에스텔라’가 남작 부인을 만나 충격적 사건을 겪게 되면서
런던 패션계를 발칵 뒤집을 파격 아이콘 ‘크루엘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cine pick!
약 277벌의 의상 제작을 완벽하게 해내며 제 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 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이루게 되었다.
감탄만 나오는 의상과 퍼포먼스로 눈이 즐거운 영화이다.
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그 이름 구찌. 내 것이 될수록 더욱 갖고 싶었던 이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었던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cine pick!
오스카 수상 의상 디자이너인 잔티 예이츠가 의상을 맡으며 구찌 패밀리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캐릭터들의 특징을 드러냄과 동시에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다.
스펜서
SPENCER,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cine pick!
실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아이콘이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코디를 완벽하게 재현한 영화 <스펜서>.
많은 양의 레퍼런스 자료를 찾으며 연구한 결과,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미장센과 의상으로 극찬을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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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에 대한 노래
오버 더 레인보우 섹션 영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2021' 리뷰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출연] Ansel Elgort, Rachel Zegler
시놉시스] 1957년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사이드. 산후안 힐 지역의 허물어져 가는 공동주택과 언제 들이칠지 모르는 철거 장비의 위협을 배경으로 두 라이벌 갱단, 터프한 리프의 제트들과 베르나도의 푸에르토리코계 사크들이 우위를 놓고 겨룬다. 승자독식의 패권 다툼을 두고 열린 학교 댄스 행사에서 제트의 싸움꾼 토니와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자 살벌한 영역 전쟁의 기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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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다며 본 광고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굉장한 에너지와 힘찬 넘버, 그리고 다양한 색감들을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에 뮤지컬 영화에서 자신의 끼를 펼쳤구나 하며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 보지 못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던 영화였다.
화려한 색감 속 가치를 부여하다개인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화려함’ 때문이다. 이러한 화려함을 영화로 그대로 옮겨와 무대의 한계상 보여줄 수 없었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고 의상들에 변화를 주면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의 색감을 굉장히 다채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 다채로움 속에서도 일정한 규칙이 엿보였는데, 기존 맨해튼에서 살던 백인 그룹에서는 무채색과 주로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는다면, 푸에르토리코계 사람들은 정렬적인 빨간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그들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외형적인 생김새도 물론 차이가 바로 드러났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색감을 통해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움 속에 내재된 차가움을 표현하는 파란색은 결국 미국이 자유를 표방하고 있으나 그 속에는 냉정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색 그 자체로 열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빨간색은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며 새로운 이 맨해튼에서의 핍박을 이겨내는 수단으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주인공 마리아가 토니와 함께 도망치려는 그날 밤 마리아는 파란색 옷을 입고 토니 앞에 등장하는데, 결국 이 미국이라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스스로의 색을 버리고 미국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국의 실정을 넌지시 비춰주고 있었다.
맨해튼에 드리운 구분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명목상 국가원수는 미국 대통령이지만 직접 뽑은 지사가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섬이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그들이 살던 곳을 벗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 있었고, 맨해튼에 정착하면서 백인과의 갈등이 생긴다. 계속해서 밀려들어 오며 영역을 넓혀나가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을 보면서 점차 밀려나는 백인들은 반감을 품고,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어떻게 해서든 쫓아내려는 백인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공존은 이뤄지지 못하고, 푸에르토리코인은 푸에르토리코인끼리! 라는 신념으로 이어진다. 이 신념 때문에 토니와 마리아는 쉽게 사랑을 할 수 없게 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제트파와 샤크파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구분을 하고 있을까? 나와 너, 우리와 그들과 같이 끊임없이 우리라는 집단을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와 다른 이들을 좋게는 신기한 눈으로, 나쁘게는 경멸의 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결국 우리들 스스로 화를 입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분노는 분노만 낳을 뿐
자신의 눈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토니를 본 마리아의 내면에는 분노만이 남게 된다. 치노가 쏜 총을 빼앗아들며 치노를 향해서 그리고 제트파와 샤크파를 향해 모두 총을 겨눈다. 결국 서로를 구분하고 영역을 차지하려는 것이 모두에게 화를 입힌 것이다. 결국 피를 보고 나서야 두 갱단은 반성과 화해의 모습을 보인다. 토니를 함께 들고 카페로 옮기면서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제트파와 샤크파에 상관없이 말이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속담이 있긴 하지만 과연 이러한 복수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끝이 날 수 있는 것일까. 분명 누군가가 먼저 시작을 한 싸움이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복수를 주고받다 보면 이 악순환 속에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해지지 않고, 되갚음만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분노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노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다시금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방지책을 세우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비극적인 결말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제천국제영화제에서의 시작 영화로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 티저 영상으로 접했을 때는 그저 신나는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속에는 구분과 분노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구분과 분노로부터 자유로운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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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8-13 13:00
메가박스 제천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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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으면 좋은 거 아니겠어?
말레피센트를 이은 여성 빌런 캐릭터를 디즈니에서 또다시 선보였다. 체감적 반응은 말레피센트보다 더 파급력이 큰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한 영화계 불황을 잠시나마 잊게 할만한 흥행과 대중의 평가가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그저 패션을 앞세운 영화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상류층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을 대중적인 시각에서 다시 재해석한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대중문화의 등장을 화려한 옷을 매개로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 여성들의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은 시대정신의 반영
영화의 배경은 70년대, 영국 런던이다. 70년대의 영국을 가장 빨리 이해하려면, 한국에서 흥행한 영화 중 하나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떠올리면 된다. 그 시절의 섹스 피스톨즈, 등 펑크 록 가수들이 영국 전역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펑크 록이란 '누가나 할 수 있다'라는 평등주의적 "Do it yourself"라는 슬로건을 내밀며, 단순한 음악부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했던 장르로 평가받는다. 미국에서의 펑크록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음악을 상징하는 movement의 성격을 띄었다면, 영국에서의 펑크록은 자본가들과 노동자들 사이의 부의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악화되고, 상류층에 대한 적대감, 계급 의식에 대한 적대감 등에 대한 표현이 적나라해졌던 상황을 고려해 영국의 상황을 비관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시선을 그린 음악 장르였다. 이런 펑크록의 정신은 패션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는데, 펑크록 신봉자들이 구현한 패션은 가히 모스트모던적인 패션으로 평가받을 만큼 극에 달한 자유와 그에 따른 난해함을 동반했다.
이런 영국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펑크 록이 등장했던 70년대의 영국에서는 크루엘라의 등장이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크루엘라와 바로네스 사이의 개인적인 서사가 존재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바로네스와 크루엘라의 대결은 상류층의 패션과 상류층을 비난하는 대중들이 구사한 포스트모던적인 패션의 대결에서 그 당시에는 포스트모던이 우위를 범하던 시기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며, 크루엘라는 대중들이 원하는 예술을 보여준 펑크록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상류층의 패션을 대변하는 바로네스를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골탕먹이는 크루엘라의 모습은 자유분방하게 상류층을 거리낌없이 골탕먹이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 일종의 혁명가였는지도 모른다.
빌런이 사랑받는 이유 그리고 사랑받는 빌런이란
크루엘라와 바로네스는 엄밀히 따지면 빌런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투명하게 착한, 신데렐라가 없다.
그렇다면, 크루엘라가 선한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바로네스와 크루엘라는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인물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나의 경쟁자를 끌어내려서라도 내 존재감을 빛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점이 그렇다. 이렇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려면 착한 척은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바로네스와 크루엘라의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네스는 정말 절대적으로 악하다못해 싸이코패스가 되어버렸지만 크루엘라는 일말의 양심은 간직하고 살아간다. 위험한 욕망을 실현하는 사람을 빌런이라고 가정한다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빌런은 인간다움을 간직한 빌런들이다. 나쁜 짓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미치지 않아서 이 나쁜 짓의 근원적 이유가 이해가 가는 캐릭터들이다. 크루엘라가 그렇다. 아마도 죽은 자신의 엄마가 심어준 최소한의 사회성 덕분일 것이다. 바로네스와 크루엘라는 정말 많이 닮았지만 바로네스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범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가 몸만 인간으로 살아가는 괴물이 되었고, 크루엘라는 엄마의 존재, 친구들의 존재재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버팀목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면서도 바로네스의 명성 외에는 그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가면서 골탕먹인다. 그렇게 그녀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위험한 욕망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얻을 메시지는 뭘까. 착한 척은 버려두고, "내가 하고 싶다는데, 누가 말려"의 마인드로, 속된 말로, 개썅마이웨이로 살아가는 그녀가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남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유념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그녀의 발칙한 무례함은 오히려 시원함으로 다가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남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우리도 우리 자신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욕심에 대해서 조금은 솔직해져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