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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드레2025-09-20 09:30:10

[30th BIFF 데일리] 삶을 담은 여행, 낯선 풍경에서 나를 찾다

영화 <여행과 나날> 리뷰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는 일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익숙한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된다. 영화 <여행과 나날>은 바로 그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조금은 추상적 이게 다가올지도 모를 낭만적인 여행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일본 거장 만화가 츠게 요시하루의 단편 「해변의 서경」과 「혼야라동의 벤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줄거리는 명확하지 않지만, 고독과 허무, 스쳐가는 풍경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비춘다. 영화는 이 두 편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슬럼프에 빠진 한 각본가가 낯선 땅을 여행하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배우 심은경이다. 일본 영화계에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낯선 풍경 속에 서 있는 한국인으로 존재한다. 단순히 ‘배우’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향을 떠난 개인의 정체성과 불안, 그리고 자신을 지탱하는 언어를 온전히 품어내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그 모습은 마치 창작자로서의 작가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과도 겹쳐 보인다.

<여행과 나날이>는 사건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설원의 풍경, 인물의 뒷모습, 스쳐 지나가는 대화 같은 미묘한 장면들 속에 ‘삶’의 흔적을 담아낸다. 관객은 누군가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는 대신 타자로서 그 거리를 유지하며 바라보게 된다. 바로 그 거리감 속에서 ‘여행이란 무엇이며 내 삶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번 작품은 특히 차세대 일본 감독 미야케 쇼와 심은경의 첫만남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원작의 고독과 허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스크린에 옮겨내며 낯선 풍경과 인물의 내면이 밀접하게 연결한다. 낯설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여행만을 담아내지 않았다. 삶을 담은 여행, 그리고 낯선 풍경에서 펼쳐지는 허허벌판에서 비로소 나를 찾게 되는 여정이다.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일상 역시 낯설게 바라보는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상영 스케줄


09-19 12:1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09-20 12:30 영화의전당 소극장

09-24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작성자 . 민드레

출처 . https://brunch.co.kr/@mindirrle/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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