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6 21:19:41
[SIWFF 데일리] 서로의 손을 잡고 벗어나자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우천사)
SYNOPSIS
1999년, 폭력이 만연하던 종말론의 시대. 무엇 하나 쉽지 않던 그 시절, 어느 여름보다 뜨거웠던 소녀들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
PROGRAM NOTE
고교 태권도 선수 주영(박수연)에게 그해 여름은 서글프고 찬란하다. ‘정상’여고 태권도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 같이 비정상적이라 세상이 소문대로 멸망이라도 해버렸으면 싶은데, 우연히 만난 예지(이유미)와 사랑에 빠진 다음부터는 자꾸 영원을 꿈꾸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두 갈래로 간극을 넓혀 나간다. 한쪽은 폭력과 비리로 얼룩져 있고, 다른 한쪽은 설렘과 애틋함으로 물들어 간다. 영화는 삐삐와 공중전화 같은 소품, 향수를 자극하는 가요 등으로 시대를 다채롭게 재구성하면서 두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는 여성 청소년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나이와 성별, 신분을 이유로 위계를 나누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목격하는가 하면, 사랑과 우정이 북돋는 용기에 힘입어 이에 저항하고자 나선다. 영화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청소년을 조명하고 체육계 미투 운동을 상기시키는 에피소드를 전개하면서 어른의 역할에도 질문을 던진다. 다만 인물 곁에는 못되고 못난 어른뿐만 아니라, 제 한계를 확인하며 고민에 빠지거나 타인의 감정을 그 자체로 수용해 주는 어른 또한 자리한다. 덕분에 소녀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경직된 시선에 압도당하지 않고 저마다 소망하는 방향으로 애써 나아간다. 그 길은 미래의 천국보다 현재의 사랑을 기꺼이 택하는 것이기에, 영화는 끝내 반짝이는 순간을 꺼내 보인다. [차한비]

유행은 돌고 돈다. 똑딱이 디카와 DSLR이 ‘보급형’이 된 세상에서 필름 카메라가 아성을 되찾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캠코더가 유행하더니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통해 캠코더를 위시한 2000년대 카메라들까지 유행이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1999년은 내가 아직 문화를 향유하기엔 너무 어렸던 나이임에도, 어쩐지 자꾸 대중문화 속에서 소환된 덕분에 기묘한 감각으로 흐릿하게 돌아보게 되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그리운 그 시절로 회고하니 자꾸 그리운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러는 동안 약간의 위화감이 들었다. 그건 ‘과연 그립기만 한 시절이 맞나?’ 하는 것이었다. 비위가 약했던 어린 날의 나는 그 시절 웬만한 공중화장실이 괴로웠던 것도, 버스 뒷자석이나 페인트 칠해진 벽 위에 수정액 혹은 매직으로 적혀 있던 낙서들이 얼마나 날 서 있었는지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이 좀더 익숙하던 시대였다. 1999년은 분명 그랬다.
그 시절의 몽글몽글한 감성과, 그 시절의 폭력성을 동시에 재현하는 영화는 그래서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이하 우천사)가 필요했다. 물론 <오징어 게임>으로 이제 그의 연기력 모르는 사람 없게 된 배우 이유미, 담담해 보이는 표정으로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는, 내겐 너무나 ‘믿고 보는’ 배우 박수연에 대한 기대도 한 몫 했다. 그리고 <담쟁이>로 우리에게 찾아왔던 한제이 감독까지.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영화 미술팀이 얼마나 꼼꼼하게 노력을 기울였는지 느껴진다. 델몬트 유리병, ‘사랑’ 액자, 야광 별, 옥색 가구… 90년대 집의 무드가 물씬 풍겨 나는 곳. 그 집에서 자란 주영(박수연)은 정상여고 태권도부에 속해 있다. 학교명은 올라야 할 ‘정상’을 지향하고자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 위해 비정상을 감내해야만 한다. 방관은 숱하게 일어나고, 심지어 교육을 빙자한 폭력조차 만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벽면에는 “방관도 폭력이다” 혹은 “제3자도 가해자다” 같은 ‘맞는 말’이 적힌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을 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학대 같은 조건도 “다 하는 건데”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정하고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어머니가 있음에도, 주영은 그 비정상의 세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구조화된 폭력의 세계니까.

거기에 사이렌을 울리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다 주고 싶은 첫사랑,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같이 있으면 다 아름다운 두 개의 거울 같은 사랑을 외면할 자신이 있는지. 그러나 아직 어린 소녀들의 주변은 부서지기 너무나 쉽다. 세기말의 흉흉한 세계에서는 더더욱.
폭발할 것 같은 세계였던 동시에, 그 폭발을 핑계로 폭력을 숨겨보려는 이들이 있는 세계이기도 했다. 세기말의 흉흉한 소문들과 권위 의식이 뒤섞이는 이상한 세계이기도 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손길들이 작은 삶들을 짓뭉개려 했지만,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햇볕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듯 말랑말랑한 첫사랑의 안온한 온도와, 그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장 차가운 세상에서 가장 뜨거워져야 했던 온도까지 하나에 모두 담았다. 그 극명한 온도 차를 오가다 보면 관객은 목도하게 된다.
소녀가 소녀를 구한다는 것을. 거칠고 폭력적이고 꼬여 있는 세상에서. 사랑이든 우정이든 운동이든, 동기가 무엇이든 그들 모두에게 자유롭게 뛰는 체육관 하나가 필요했음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무관하게 지구 종말은 부분적으로 사실이었을지도 모르다. 사랑이 없고, 깨어진, 그 모든 날들이 어쩌면.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다. 수정액으로 여기저기 날 선 낙서가 적혀 있는 세상을 막연하게 거칠다 느꼈던 어린 시절에서, 수정액과 수정 테이프를 섞어 사용하던 학창시절을 지나, 이제는 오래 전 한 개 사둔 수정 테이프가 집 어딘가 굴러다니지만 좀처럼 쓸 일이 없는 그런 날들을 산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준 마음들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자신을 태워서라도 모든 걸 내어주고 싶은 첫사랑의 애틋함, 가볍고 즐겁지만 그 이상을 분명 간직하고 있는 우정, 같은 상처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스크럼을 짜고 연대할 수 있는 마음. 부디 주영과 예지, 다른 아이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서로 손을 잡고 벗어나자. 사랑 없음으로 종말에 이르는 세상을.

2023. 08. 26. 10:30-12:2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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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즈가 돌아왔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이 지난 2019년 1월 '비틀즈' 공식 SNS에 '비틀즈'의 음반 제작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결국 북미 배급사였던 '디즈니'와의 협의 끝에 극장용 영화가 아닌 TV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는데요.
피터 잭슨 감독이 다룬 영상은 비틀즈의 Let It Be/Get Back 제작 과정을 담은 21일 간의 미공개 영상과 현장의 음성이 담긴 영상이기에, 전 세계 비틀즈 팬들은 당초 예상되었던 2시간 짜리 편집본보다 더 긴 영상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신이 난 모습인데요. 이 앨범이 제작되었을 당시는 '비틀즈' 멤버 간의 불화가 극에 달한 시점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난해 피터 잭슨 감독이 공개한 클립을 통해 팬들이 알지 못했던 멤버들의 관계가 드러나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10월 13일 (북미 기준) <비틀즈: 겟 백>의 새로운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예고편은 전무후무한 최고의 그룹 비틀즈가 곡을 써내려가는 과정은 물론, 녹음부터 콘서트로 이어지는 장면까지 말그래도 비틀즈의 한 앨범의 제작부터 활동 과정까지가 모두 담겨있는데요. 원체 곡을 빠르게 쓰는 것으로 유명한 그룹이기에, 이 여정이 3주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 서사 안에는 그들이 불안, 초조함을 느끼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최고의 합을 보여준 이 앨범 이후 그들이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기에 관객 입장에서 이 다큐멘터리가 더 와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시간 가량의 영화에서 그 3배에 달하는 TV 시리즈로 커진 <비틀즈: 겟 백>은 비틀즈 역사의 마지막 장을 돌아보는 거대한 회고의 일환으로, 비틀즈의 1969년 1월을 돌아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이는 전 세계 비틀즈 팬들에게 특히 큰 선물일텐데요. 그저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영화 혹은 드라마 팬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회고는 단순히 '작품성'만을 논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피터 잭슨 감독이 다듬은 '비틀즈'의 "Get Back"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3일에 걸쳐 공개될 예정인데요. 2021년 11월 25~27일로 공개일을 픽스한 만큼, 11월 국내 출시되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국내 팬들 역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은 볼 수 없어 더욱 소중한 장면들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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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다른 발상의 조각들
한국 단편 경쟁 - 한국단편경쟁 6
<COMPUTER>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0분
감독 김은성
출연 김일지, 장지훈 등
줄거리
주연은 일지의 게임 중독 때문에 동거하던 집을 나가 버리게 되고, 다시 여자친구 주연의 마음을 잡기 위해 주연 앞에서 컴퓨터 부수는 계획을 세운다.
리뷰
<COMPUTER>는 섭리를 어기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목적론'이다. 목적론이란 사물은 목적에 의해 규정되고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이론인데, 쓰임 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가 그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어안렌즈를 활용하여 장면을 구성해 굉장히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해 냈고, 이러한 연출은 영화 속 뒤틀린 질서에 관해 이야기한 것 같았다. 영화는 목적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며, 주변 사물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했으며, 예측 불가한 전개와 긴장감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였다.
<오로라>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31분
감독 박형진
출연 김니나, 김수희 등
줄거리
어머니의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다단계 강사를 하는 니나. 일을 그만 두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자신의 집에서 빛나는 오로라를 보게 된다. 다음날 어머니의 병원비를 들고 가는 길에 다단계 물품을 환불해 달라고 하는 남매를 만나게 되는데…
리뷰
<오로라>는 다단계 종사자 니나의 애처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 한 명을 나쁘다고 칭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니나는 다단계 일을 하며 많은 아픔을 겪으며, 누군가의 호의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호의를 바라지 않았던 그 순간에 니나는 누군가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끝은 아름답기보다는 현실적인 엔딩이었다.
<sub)구독과 조아영#일상>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19분
감독 김국희
출연 조아영, 김국희 등
줄거리
유튜버가 되어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아영은 오늘도 브이로그를 찍어 본다. 그러나 맘처럼 잘 되진 않는다. 어딘가 찍어 올리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런 아영에게 아영의 삶을 늘 위협했던 존재가 다시 찾아온다. 영화는 그런 그녀의 삶을 휴대폰 시점샷과 그녀의 브이로그 셀프캠으로 보여 준다.
리뷰
<sub)구독과 조아영#일상>은 브이로그라는 형식으로 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촬영 방식을 택하며 흥미를 유발하였다. 우리가 유튜브에서 흔히 많이 본 요소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의 삶 속에 가장 가까이 있는 휴대폰을 통해 아영의 일상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가정 폭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감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갈 곳을 잃었던 뉴스를 보고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지의 행성>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3분
감독 김성민
줄거리
터널 너머 미지의 행성으로, 그는 매일같이 그리운 누군가가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리뷰
영화 <미지의 행성>은 죽음과 이별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인간의 삶을 남다른 발상을 통해 시각화한 작품이다. 공동묘지 속 무덤들이 마치 각각의 사람이 사는 고유의 행성처럼 표현하며, 애도하는 과정을 누군가의 행성에 놀러 가는 환상적인 여정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사람마다 애도하는 과정이 다르지만, 단순한 슬픔으로만 보이지 않길 바란 감독의 생각이 고스란히 보이는 영화였다. 또한 음악이 더 해져 이러한 의미가 더 잘 다가왔던 것 같다.
<50cm>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3분
감독 김소정
출연 이진하, 신가영 등
줄거리
시각장애인 가영과 그녀의 애인 은정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라톤을 준비하지만, 계속해서 다투게 된다.
리뷰
<50cm>는 화면비를 4:3으로 구성하며 가영과 은정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마라톤에서 가영과 은정은 정해진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로 가면서 화면비가 16:9로 넓어지는 연출을 하였다. 이 연출을 통해 가영과 은정이 세상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길이 아닌 둘만의 길을 갈 때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또한, 이 연출과 더불어 등장했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는 극의 감정을 더욱더 극대화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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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함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헤어스프레이>
오늘의 영화는 바로,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을 흥겹게 만드는 <헤어스프레이>입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뮤지컬 | 미국 | 115분
감독 아담 쉥크만
출연 니키 브론스키, 존 트라볼타, 퀸 라티파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60년대 볼티모어. 댄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꿈인 트레이시.
남들보다 뚱뚱한 몸매의 트레이시는 댄스 쇼 참가를 위해 오디션에 참가한다.
<헤어스프레이>의 T.M.I
출처: 네이버 영화
원작은?
<헤어스프레이>는 1988년 동명의 코미디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200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배우
<헤어스프레이>의 주연 니키 블론스키(트레이시 역)는 고등학교 때 생일 기념으로 본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오디션에 지원했으나 어리다는 이유로 낙방하게 되었고, 2007년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에 캐스팅 되었습니다.
<헤어스프레이>에서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 턴블레이드는 존 트래볼타가 여장을 하여 맡았습니다. 영화 프르듀서인 크레이그 자단과 닐 메론이 존 트래볼타가 영화 <그리스>의 주인공을 맡았기에 에드나 턴블레이드 역으로 캐스팅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합니다.
<미스터 핑키의 헤프티 하이더웨이>라는 의상실을 운영하는 미스터 핑기 역을 맡은 제리 스틸러는 1988년 원작 영화에서 윌버 턴블래드를 연기했었습니다.
"유쾌함 속 묵직한 메시지"
출처: 네이버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196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실제 1960년대는 인종 차별이 만연했을 시기이다.
영화도 역시 이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인종 차별, 외모로 인한 차별 등 다양한 차별을 다루었는데요.
사실 이 부분만 보면 매우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뤄 가볍게 보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이런 무거운 주제를 재치 있게 풀어나갔습니다.
차별에 맞서 평등한 사회로 변화하자는 좋은 메시지까지 담은 영화입니다.
"OST"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OST이죠.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영화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노래가 흘러나왔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약 17곡의 노래가 나오는데,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싶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트레이시가 부른 'I can wait'가 삭제되었는데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으니까 영화를 다 본 후, 한 번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방구석 콘서트를 열 수 있는 영화,
지금까지 영화 <헤어스프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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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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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재스민> - ‘내가 아닌 타인을 통해 내 세계를 정의했을 때’
블루 재스민 (Blue Jasmine, 2013)
개봉일 : 2013.09.25 (한국 기준)
감독 : 우디 앨런
출연 :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바비 카나베일, 피터 사스가드
내가 아닌 타인을 통해 내 세계를 정의했을 때
이름, 꿈, 좋아하는 것, 가치관, 외모, 가족, 타인들과의 관계, 경제적 조건, 직업 등.. 이 모든 조건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나의 세계는 내 스스로 확립해가야 한다. 내가 아닌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타인을 통해 내 세계를 건축하고 그것을 ‘나’라고,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을 때, 세계 가운데 있는 타인이 쏙- 빠져나가버린다면? 나에겐 무엇이 남을까.
잘나가는 사업가 남편‘할’을 만나 갖고 있던 이름도 바꾸고 전과 다른 1% 상류층의 삶을 즐기던 재스민은 할의 몰락과 동시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녀는 비싼 명품과 파티, 여유로운 취미생활을 즐기며 자신을 ‘나는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할의 존재가 사라진 후 재스민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에 꾸던 꿈, 경제적 능력, 남편과 아들, 명품. 모든걸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순식간에 바뀐 삶에 끼어있는 모든 것들이 재스민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여동생 진저, 낯설다 못해 수준 떨어져 보이는 진저의 남자들. 재스민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보다 모든 걸 다 가진 삶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나를 채워가기보단 모든 걸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고 그를 위해 거짓도 불사한다.
재스민은 여전히 재스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명품 가방을 들고 명품 재킷을 걸친다. 하지만 그녀가 걸친 명품들은 맑게 빛나지 않는다. 스스로 무너트린 세계에 머문 채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은 공허할 뿐이다. 주인공 재스민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이 모든 감정을 설명한다
블루 재스민 시놉시스
NEW YORK 명품을 휘감고 파티를 즐기던 뉴욕 상위 1%의 ‘재스민’! 사업가 ‘할’과의 결혼으로 부와 사랑을 모두 가지게 된 ‘재스민’. 뉴욕 햄튼에 위치한 고급 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맨해튼 5번가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던 상위 1% 그녀의 인생이 산산조각 난다. 바로, ‘할’의 외도를 알게 된 것.
SAN FRANCISCO 모든 것을 잃은 그녀, 화려하지만 우울하다! 결혼생활을 끝내버리고 하루아침에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가 된 ‘재스민’은 여동생 ‘진저’에게 신세를 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오른다. 명품샵 하나 없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그녀. 모든 것은 낯설기만 하고, ‘진저’와 루저 같아 보이는 그녀의 남자친구 ‘칠리'가 불편하다.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혼잣말은 늘어만 가고 신경안정제마저 더 이상 듣지 않던 어느 날, 그녀는 근사한 외교관 ‘드와이트’를 만나면서 한줄기 희망을 발견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기서 새로 시작해야죠.”
자넷, 아니 재스민은 잘나가는 사업가 남편 할을 만나 상류층의 삶을 즐긴다. 하지만 할이 전 남편이 되자 재스민은 상류층 부인이 아닌 가진 것 없는 여성이 된다. 그녀는 뉴욕을 떠나 동생 진저의 집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모든 걸 탈탈 털렸다고 말하면서도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일등석에 앉아온 재스민은 옆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지금 이 상황은 별거 아니며 곧 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는 식으로 허풍을 늘어놓는다. 영화 내내 재스민은 상류층으로 돌아갈 거라는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 꿈이 계속될수록 재스민의 눈은 점점 더 공허해졌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점점 더 애틋함으로 가득 찼다.
재스민의 동생 진저는 재스민과 다른 삶을 살았다. 재스민이 상류층이었다면 진저는 중상류층에도 닿지 못하는 삶을 산다. 진저는 기술자인 전남편 오기와 뉴욕으로 놀러 가 재스민을 만난 날, 재스민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이고 복권 당첨금을 전부 날린다. 그 일을 계기로 오기와 이혼까지 했지만 진저는 재스민을 미워하지 않는다.
잘 나갈 땐 돌아보지도 않다가 이제 와서 동생을 찾는 못난 언니 재스민은 여전히 진저의 사는 수준과 동거남 칠리, 동료 에디를 평가한다. 두 사람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우선 상류층도 아니고, 교양도 없어 보이는 칠리와 동료. 재스민은 그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다시 일어설 계획을 짠다.
재스민은 원래 인류학자가 되려고 했다. 영화의 초반, 할을 만난 재스민은 “대학을 졸업해서 뭐해요. 인류학자가 될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다. 상류층 남편을 만났으니 모든 걸 다 가진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더 이상 공부하고 노력하며 꿈을 좇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사실은 재스민이 모든 걸 다 가진 게 아닌, 모든 걸 가진 남자가 재스민을 가졌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샌프란시스코로 온 재스민은 이제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졸업해서 뭐하냐”고 말했던 대학에 다시 가겠다고, 공부를 해서 인테리어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재스민은 집중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쉴 틈 없이 도지는 신경쇠약 증상을 이겨내기 위해 약을 통으로 삼켜내며 노력한다. 처음 해보는 병원 접수일과 컴퓨터 배우기. 이렇게 해서 언제 상류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재스민은 다시 내가 아닌 남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돈이 있어야 사람이 살잖아요.”
파티에서 만난 외교부 소속 상류층 남자 ‘드와이트’. 재스민은 상류층에 속하는 그의 직업을 듣자마자 온갖 거짓말을 술술 뽑아낸다. 전 남편이 외과의사였으며 사고로 사망했다고, 아이는 없고 자신은 인테리어 전문가라고. 재스민은 드와이트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고 드와이트의 연락이 늦을 때마다 불안감에 떤다. 다시 상류층의 삶으로 데려가 줄 유일한 통로가 끊기는 건 아닐까. 진저는 약을 한 움큼 집어먹는 재스민을 보며 “거짓말을 들킨 거 아니냐”고 가볍게 말을 던지고, 재스민은 진저의 말에 크게 화를 낸다.
“거짓말이라고 하지 마!”
모든 게 진실은 아니더라도 일부 진실이 섞여있으니 내 말은 거짓이 아니다.라는 게 재스민의 입장이다. 재스민의 세계는 항상 그래왔다. 진정 소유한 건 하나도 없으나 모든 걸 소유한듯한 느낌이 드는 삶. 할이 재스민에게 주던 모든 게 진실은 아니었지만 눈앞에 있는 상류층의 일상은 진실이었던 삶. 재스민은 그 거짓 같던 삶을 잊지 못하고 있다.
재스민은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들과 다르게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한다. 재스민의 아들 대니는 할의 사기 행각이 밝혀지자마자 일찌감치 집을 나간 후 중고 악기점을 차렸고 “과거는 모두 잊겠다”고 말하지만 재스민은 화려했던 과거를 버리지 못한다. 진저는 재스민과 함께 간 파티에서 만난 현실과 동떨어진 로맨틱한 남자 ‘알’에게 끌렸지만 알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현실로 돌아와 다시 칠리와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재스민은 여전히 누군가가 선물해 줄 상류층의 삶을 기다리며 거짓말을 반복한다.
“난 달리 꿈이 없었어.. 그래도 늘 뭔가 하고 싶었어.”
할을 처음 만나던 날 들었던 노래 ‘블루문’. 재스민은 이제 그 노래의 가사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늘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소유로서의 가치, 경제적인 가치만 따지다 이제 진짜 나를 모르게 된 그녀. 재스민이 걸친 명품 옷은 땀에 절어 볼품 없어지고 재스민은 한껏 흐트러진 모습으로 집을 나선다. 타인의 존재로 완성한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무너뜨린 그녀는 여전히 현실을 되찾지 못하고, 현실과 허상의 공허한 간극 사이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재스민이 활짝 피어날 밤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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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공감으로 만들어낸마블 영화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아주 형편없는 생활을 하던 사람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생각을 다시 잡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전체 인생에서 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다. 그 기쁜 순간을 지나고 화학물질이 만드는 인체의 사랑 호르몬 분비가 끝나는 시기가 되면 열정적인 사랑도 시들어간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위해 뛰어든 두 사람의 삶은 이미 꽤 많은 변화를 이룬 후일 것이다. 정말 상대방을 위하는 존재를 만났다면 두 사람은 자신의 바뀐 삶에 적응하며 열정적인 사랑 대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자신의 동반자의 손을 잡고 같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두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을 통해 그들의 삶의 에너지를 그다음 세대로 서서히 내린다. 그렇게 아주 완벽한 모습의 가족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불만이 쌓여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로 인한 그늘은 다른 어떤 상황에서보다 어두울 것이다. 남은 사람은 그 자신이 운명을 다할 때까지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또 남은 가족들을 챙겨갈 것이다. 두 사람이 만들었던 그 가족이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지 아니면 깨져버릴지는 순전히 남은 가족들의 몫으로 남는다.
한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마블 영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히어로 영화지만 한 부부의 사랑이야기에서 파생된 이야기다. 웬우(양조위)는 수세기 동안 텐 링즈를 이끌며 세상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열 개의 팔찌를 낀 그는 팔찌의 힘으로 다양한 조직과 싸우면서 자신의 조직인 텐 링즈를 운영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세상의 어두움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탈로라는 신비한 세계의 힘을 빼앗기 위해 그곳에 갔다가 입구에 지키고 있던 여인 리(진법랍)을 만난다. 팔찌의 힘을 이용해 싸우는 웬우를 막기 위해 맞서 싸우는 리는 아주 부드럽고 우아하게 웬우를 막아선다. 그 둘은 한동안 매일 서로 만나며 대결을 벌이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
웬우와 리는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들의 기존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웬우는 팔찌를 빼고 악행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았다. 리는 탈로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아들 샹치(시무 리우)와 딸 샤링(장멍)을 낳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아내 리의 죽음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그들이 만들었던 사랑은 아주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냈지만 한 순간에 큰 그늘이 지고 말았다. 영화는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 가족 가운데 아들 샹치의 시점을 중심으로 하여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어쩌면 마블 영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랑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 샹치의 가족 이야기가 기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것은 웬우가 가진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가장 강력한 빌런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가 가진 감정을 완전히 공감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그가 행하는 악행은 결국에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웬우는 영화의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에 그의 표정은 우리가 흔히 보던 악당의 모습이 아닌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가 행하는 악행의 이유가 드러나는 후반부가 되면 관객은 더욱 그의 감정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 상치보다 공감 가는 캐릭터 웬우
물론 영화의 주인공은 샹치다. 영화 초반은 샹치가 미국에서 일을 하며 혼자 생활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케이티(아콰피나)와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그는 아버지 웬우가 보낸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예전 삶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나간다. 동생 샤링과 다시 만나고 결국에는 웬우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다시 만난 아버지 웬우와 같이 앉은 샹치와 샤링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한 가정의 그늘이 만들어진 이후, 각자가 짊어지고 있던 그늘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 변하게 했는지를 재회한 그날 이 가족의 식사 장면으로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웬우는 자신에게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가며 좋지 않은 선택을 하지만 자신의 자녀인 샹치와 샤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웬우가 샹치와 샤링을 볼 때 나타나는 단호한 눈빛에는 따뜻한 연민이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웬우가 샹치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애증일 것이다. 아내의 죽음의 순간에 함께 있었던 아들에 대한 원망과 그래도 사랑했던 아들에 대한 애정을 가진 웬우의 감정은 배우 양조위의 눈빛과 몸짓으로 훌륭하게 표현된다. 그래서 적어도 샹치 캐릭터의 첫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샹치가 아닌 웬우가 진정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격투 액션 장면은 마치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속도감과 타격감을 통해 중국 무협 영화들에서만 보던 화려한 격투 액션을 마블 세계관 안에 훌륭하게 가지고 왔다. 때론 빠르게, 때론 부드러운 액션 장면으로 강약 조절을 해나가던 영화는 후반부에는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CG 액션과 화려한 무기들을 등장시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액션 장면들은 그동안 마블 영화들에서 볼 수 없는 종류의 무협 액션이 다채롭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샹치가 활용하는 무술은 강력한 동작으로 강하게 타격하는 형태다. 이는 아버지인 웬우와 텐 링즈의 고수들에게 배운 스타일이다. 반면에 어머니인 리와 탈로를 지키는 사람들이 쓰는 무술은 부드럽게 상대의 힘을 이용해 반격을 가하는 스타일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격투 스타일은 캐릭터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 웬우와 리가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서로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상대방의 스타일에 끌려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상반된 스타일의 두 사람이 만나 어찌 보면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샹치도 아버지의 격투 스타일로 시작했지만 탈로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무술을 배우면서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의 스타일을 모두 받아들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통 무협 스타일과 마블 히어로 액션 스타일의 성공적인 조화
마블은 새로운 페이즈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얼마 전 개봉했던 <블랙 위도우>에서는 러시아 국적이나 배경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또한 많은 대사를 실제 중국어로 구사하게 하여 더욱 해당 문화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아마도 향후 개봉하게 되는 마블 영화들에는 더욱 다양한 국적의 히어로나 인물들이 포함되고 해당 문화권의 특징들도 영화에 담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블 영화에서 한국어가 들리거나 그 외의 나라 언어들이 높은 비중으로 포함된다면 마블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샹치가 처음 소개되는 영화다. 그래서 샹치의 캐릭터의 특성과 격투 스타일이 어디서 왔는지, 그 근원에 대해 알려주고자 구상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샹치가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는 샹치의 윗 세대의 이야기가 끝맺어진다. 샹치의 아버지 웬우와 어머니 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죽음으로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까지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샹치 캐릭터의 모험은 그가 등장할 다음 마블 영화부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대사가 중국어로 이루어지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이 영화의 개봉이 금지되어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개봉을 하지 못하는 이 영화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극장 개봉에 들어갔으며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마블 영화를 보여준 마블 스튜디오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새로운 페이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이터널스>, 12월에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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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을 숨겼더니 가감 없이 드러나는 욕망의 민낯
언더워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타 지휘자 성진(송승헌)이다. 신혼부부인 성진. 아내 수연(조여정)의 집안에 돈이 아주 많다. 첼리스트인 수연. 선남선녀에 돈까지 많고 직업도 서로 맞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성진에겐 외로운 구석이 있다. 아내에게 쌀쌀맞은 성진. 까칠한 남편의 태도에 수연의 마음속에 상처가 늘어난다. 충동적인 수연. 갑자기 흔적도 없이 숨어버리는 것을 계획한다. 어디 나 없이 살아봐! 화가 난 수연. 짧은 영상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로 한다. 합창단에 첼리스트가 사라졌다. 새로운 연주자를 뽑아야 한다. 첼리스트 공고를 내는 성진. 이 빈자리에 묘한 매력의 여성 미주(박지현)가 지원한다. 미주에게 끌리는 성진. 사라진 아내와 본능처럼 이끌린 미주 사이에 성진이 갈등한다. 과연 수연은 어디로 갔을까? 수연과 미주 사이에서 누굴 골라야 할까? 그리고, 그게 전부일까?
꼼꼼한 접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하나하나 되짚어볼 때 놀라웠던 건 욕망이란 소재를 잘 접근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이 영화에서 베드신을 비롯한 여러 수위 높은 장면들이 들어갈 이유가 필연적이다. 왜? 인물들의 욕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드신의 존재를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낼수록 인물들이 가진 내면이 그대로 노출된다. 세 주인공 중 성진이란 인물은 영화의 이 기획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진은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커다랗게 난 인물이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고 분명히 아내인 수연에게 사랑을 느끼기는 한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미주에게 강하게 끌린다. 이 양측에서 충돌하는 인물의 내면이 곧바로 베드신에서의 성진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 성진의 모습이 영화 안팎에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가 한쪽으로 확 기울어진 성진의 모습이 ‘쟤 저러다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라는 긴장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욕망이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스릴러로서의 장르 특성을 베드신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베드신의 존재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극적인 전개에 영향이 간다. 글쓴이는 이 영화가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3인방이 스스로의 욕망에 갇혀 자기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게 영화의 뼈대라고 치면 영화 안에서 모든 인물들을 한 번에 휘감을만한 사건이 필요하다. 또 인간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사건이 필요하다. 이걸 한꺼번에 엮는다면 어떤 사건이 필요할까? (예고에서도 읽을 수 있듯) 부부관계인 성진과 수연 사이에 갑자기 끼어든 미주의 관계성을 핵심으로 삼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니다. 또 이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생각할만한 것을 뒤엎는다는 점에서도 영화 안에서 베드신은 필수적이다. <헌트>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정재 배우가 감독이었던 영화다. 이 영화에서 액션 시퀀스들은 인물이 처한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히든 페이스> 역시 베드신의 존재가 인물의 내면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베드신과 욕망이라는 소재를 오랫동안 깎아온 감독의 장인정신이 빛난다고 볼 수 있다.
저렴하지 않게
이 영화’를 보며 예상외로 좋았던 건 소위 말하는 ‘때깔’이 좋았다는 점이다. 이 때깔이라는 것은 욕망을 다룬 영화 중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연출지점이다. 왜? 우리 일상 속을 예로 들어보자. ‘난 원래 솔직한 게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보통 실언할 확률이 높다. 영화 역시 이런 사람들과 궤를 같이하는 감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에게 품격과 진솔함이 같이 존재하듯 ‘인간의 본질’만 두드러지게 강조하면 연출력이 비판받기 쉽다. 대표적으로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지금 당장 구글에 검색하면 좋은 영화라는 평가만큼 혹평이 많다. 해외의 시네필들이 남긴 ‘잔혹하다’라는 평도 평이지만 정성일 평론가가 남긴 평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시간의 순서를 역순으로 뒤집기만 했다’이라는 코멘트가 있다. 이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영화가 표현하는 높은 수위에 비해 영화가 담고자 하는 그릇의 크기가 넓지 않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이 <히든 페이스>는 이런 장르적인 특성을 잘 이해한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보여주는 베드신을 제외하고 나머지 장면들을 보면 김대우 감독이 시청각적인 연출 자체에도 힘을 굉장히 줬다는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음악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마에스트로라는 직업적 특성을 영화 밖에서도 꺼내오듯 영화 안에서 현악기가 많이 들린다. 이 삽입된 클래식 음악이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탁월했다. 전자음악 위주였다던가 <서울의 봄>처럼 영화의 중후함을 드러내는 음악이 들어갔다면 이질감이 드는 연출이었을 텐데 이 <히든 페이스>는 개성을 잘 살렸다. 이 연출 때깔을 잘 살리는 장면이 후반부에 몇 있다. 성진이 양자택일의 순간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있다. 또 수연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몇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인물이 음악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또 영화에서 관음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도 극의 품격을 높이는 좋은 수였다. 몰래 훔쳐본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행동이다. 일상을 사는 우리 대부분은 남을 염탐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각자 살기 바쁘니까. 이런 일상성과 염탐이 충돌한다는 속성 때문에 이것을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가 몇 있다. <이창>이나 <헤어질 결심>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같은 작품들이 사랑하기 때문에 염탐한다는 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채택했다. 이것은 곧 ‘염탐’을 통해 인물을 지켜보는 인물의 모습을 관객들이 지켜봤고, 그 모습에서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낀다!라는 의미다. 염탐을 염탐하는 관객들을 노리고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이 <히든 페이스>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 ‘염탐하는 인물들’이다. 수연, 미주 역시 누군가를 염탐하는 입장이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사실 성진도 염탐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염탐에 따라 인물의 내면을 영화가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욕망으로 뒤엉키는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그 욕망은 타인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구현된다. 만약 누군가가 타인을 관음 하지 않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영화가 그저 그런 삼류 에로영화가 될 것이다. 그냥 하는 행위 자체만 중요하니까. 그러나 <히든 페이스>처럼 지켜보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면 욕망이라는 소재를 캐치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리액션만 보여주면 되니까. 이런 측면에서 영화가 저렴하지 않은 톤을 유지하기 위해 소재와 장르를 잘 이해해서 고른 선택지는 아주 흥미롭다.
한 번 뒤엎은 팜므파탈
이 영화가 가진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은 팜므파탈을 색다르게 해석했다는 점이다. 가령 <헤어질 결심>에서도 서래가 딱 그런 예시 중 하나로 보인다 2 묘한 매력을 풍기는 서래. 하지만 그 영화의 중심을 자세하게 들여보면 팜므파탈이 아닌 이유가 그 영화가 가진 낭만적인 성격을 강화시키는 장치가 된다. 이 <히든 페이스>는 팜므파탈을 <헤어질 결심>과는 다르게 더 너절하고 끈적하게 해석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그리고 그 뒤엎은 팜므파탈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장르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가끔 사랑영화가 사랑을 곧 추락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본작같은 해석은 사랑의 결과를 다방면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감독이 나름대로의 창의성을 표현했다고도 생각한다.
안 골라도 되는 선택지
이 영화의 엔딩은 엔딩과 플롯이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의문부호가 강하게 든다. 이 영화에서 맥락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한다는 건 중요하다. 중반부터 예고와 포스터로 읽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이루는 자세한 사항이 이야기 안에 담겨있다. 여기에 인물들이 나름 입체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핍진성은 글쓴이 입장에서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관음과 욕망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그러다가 후반부가 인물들의 선택이 입체적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걸 골랐다. 다방면으로 생각하다가 갑자기 욕망 그 자체에만 천착한 엔딩으로 끝낸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 그 자체로 흘러간 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쓴이는 좀 더 섬세하고 자세했으면 이야기의 밀도가 더 촘촘했다고 생각한다. 욕망-욕망-욕망-욕망으로만 이야기가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이야기다.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의 구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마무시한 조여정
이 영화에 대한 글쓴이의 총평은 '좋은 영화'다. 엔딩이 좀 '이게 뭐지' 싶지만 그 직전까지 끌고 가는 영화 내적인 몰입감이 좋아서 스릴러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 그리고 일단 조여정 배우의 연기가 대단하다. 초중반부까지 흔한 치정극 같은 영화가 중반부터 자신만의 톤으로 변주하는데 이 역할을 조여정 배우 혼자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지현 배우가 배우로서 과감한 선택을 고른 것 물론 대단하다. 하지만 이 박지현 배우의 야심이 조여정이라는 배우가 조율하는 극의 흐름이 아니었다면 그저 그렇게 묻혔을 거라 생각한다. 기대보다 좋았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조여정이라는 배우가 빛났던 <히든 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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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라이트 감독 신작,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강추 ?)
- BGM Solace - Nomyn Voyeur - Jingle Pu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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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트루 스토리> 공식 예고편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케빈 하트와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한 <트루 스토리>에서, 셀럽과 범죄, 거짓말의 세계에 휘말린 두 형제의 긴장감 넘치는 여정이 펼쳐진다. <트루 스토리>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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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트레이서> 캐릭터 예고편
이번에도 세금 먹튀 안 걸릴지 알았지? 똑똑똑 국세청에서 독한 놈들 나왔습니다! 실력 탑재 나쁜 돈 쫓는 독한 놈들의 통쾌한 추적 활극 '트레이서' 캐릭터 예고편 전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