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9-03 14:49:44
제주 바다,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스르고 접붙여
〈물꽃의 전설〉
87년 동안 물질을 해온 현순직 해녀와 이제 막 해녀 일을 시작한 30대의 채지애 해녀. 〈물꽃의 전설〉은 두 해녀 사이에 놓인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스르고, 접붙인다. 해녀 일에 대한 현순직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녀는 물질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았고, 그곳에서 항상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순직은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종종 바다로 나가 지난날을 회상한다. 이미 중년이 된 막내아들은 혹시나 어머니가 또 바닷속에 들어갈까 걱정되어 전화로 신신당부하고, 현순직은 속내를 들켰다는 듯 웃는다. 현순직에게 바다는 삶 그 자체다.
채지애 해녀는 사회생활을 해녀 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채지애의 어머니는 대학을 나오고 직장에 다니던 딸이 해녀 일을 하겠다는 게 영 마뜩잖았다. 그녀의 말마따나 해녀 일은 “낭만적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고된 노동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채지애의 어머니는 아기 우윳값이라도 벌겠다는 절박함으로 수십 년간 물질을 해왔다. 제주의 해녀라면 눈 내리는 바다에서 물질한 후 외로이 숨비 소리를 낼 때의 고독함과 친해져야만 한다. 그러나 동시에, 딸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녀 물질의 목표였던 딸과 같은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지난 삶에 대한 딸의 이해와 공감이라는 형태로 돌아왔음에 대한, 즉 그녀의 노동이 소외되지 않았음에 대한 떳떳함의 발로일 것이다.
해녀가 경력이 쌓이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상군 해녀’라 불린다. 현순직은 상군 중의 상군인 ‘대상군 해녀’였다. 대상군 해녀는 구전되어 내려오는 바닷속 지도와 지형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해녀에게만 허락된 이름이다. 현순직은 지금도 그 풍경이 눈에 훤하다는 듯 바다별 특징과 그곳에서 잡을 수 있는 해양 생물을 줄줄이 읊는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황홀한 바닷속 ‘들물여’로 채지애와 함께 향한다.
그러나 현순직의 기억과 지금 제주 바닷속 정경은 일치하지 않는다. 채지애는 현순직이 일러준 곳에 들어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물꽃을 찾아 헤매지만 끝내 실패한다.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채지애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들물여에 가면 물꽃을 볼 수 있다고 고집스레 자신만만해하던 현순직은 아쉬움에 탄식한다. 들물여뿐만이 아니다. 제주의 해녀들이 자주 물질을 나가는 바다도 공장에서 배출된 폐수로 시야가 뿌예지는 일이 잦다. 제주 바다는 해녀들에게 이전만큼 많은 것을 내줄 수 없다. 그만큼 병들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 두 여성이 목격하고 기억하는 일터의 모습이 이토록 다르다. 이는 현순직과 채지애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현순직은 짙은 제주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래서 그녀의 말은 영화에서 자막과 함께 나온다. 섬이라는 제주의 지역성과 그녀가 일터에서 습득한 언어의 특성상 표준어를 쓰는 일반 대중이 매끄럽게 듣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채지애는 현순직의 말을 자막 없이도 알아듣고, 현순직과 능통하게 소통한다. 그런 그녀조차 현순직의 기억과 경험을 온전히 따라갈 수 없다는 데서, 영화는 아릿함을 자아낸다. 그렇다면 대체 해녀도, 제주도민도 아닌 사람들에게 현순직이 목격한 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단 말인가!
〈물꽃의 전설〉이 두 해녀를 함께 들물여로 보낸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두 해녀의 관계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들물여로 보낸다. 현순직이 가진 것이 채지애를 경유함으로써만, 즉 ‘번역’을 거쳐야만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다큐멘터리의 장르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장면을 삽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언급했듯, 〈물꽃의 전설〉은, 채지애는 끝내 현순직의 기억 속 풍광에 접속하지 못한다. 제주 바다는 이 모든 실패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혹은 실패의 아픔마저 보듬겠다는 듯 처연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이 영화가 자아내는 아릿함을 더한층 부각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현순직과 채지애 사이의 시간을 곱씹게 한다. 점점 오염되가는 제주 바다에서, 들물여의 뭋꽃은 현순직과 그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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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다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록해준다는 것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무언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에 가서 꼭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이 영화를 보고 피로해졌으니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 등의 생각이 드는 것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짐한 것을 꼭 실천하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다짐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자'였다.
<오늘 영화>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연애다큐>의 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연인 사이인 교환과 하나는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사전제작지원금을 받기 위해 둘의 셀프 연애 다큐멘터리(프로젝트명: 러브(LOVE))를 촬영한다. 이 다큐는 캠코더를 들고 교환과 하나가 계속 서로를 찍어줌으로써 완성한 작품이다.
이들은 1차에 합격하고, 2차 피칭심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하나의 '변덕'과 예술성 취향의 차이 등을 이유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교환은 둘의 작품이 심사에서 합격하여 사전 제작지원금 500만원이 지급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하나에게 이 소식을 알리며 연애다큐를 다시 찍자고 한다.
헤어진 뒤로 다시 교환과 만날 생각이 없었던 하나는 처음에는 거절한다. 하지만 전시회를 구경하다 300만원짜리 도자기를 깨트려버린 하나는 지원금 500만원 중에서 300만원을 가져간다는 조건을 걸고 결국 교환과 다시 연애다큐를 찍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교환의 가족잔치에도 참여한 하나는 갑자기 다큐를 촬영하러 나오지 않았고, 며칠 후 교환에게 깨진 도자기를 택배로 보낸다.
교환은 깨져버린 도자기를 온 집안에 본드냄새를 풍기며 억지로 다시 붙인다.
그리고 본드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도자기를 들고 하나를 찾아간다.
-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내레이션처럼 나오는 대사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그 순간의 상대방의 모습을 영구적으로 남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도 함께 기억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은 화면 위에 보여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남긴 사람의 마음도 함께 담아져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를' 찍느냐- 만큼 중요한 게 '누가' 찍느냐-라고 생각한다.
교환과 하나가 열심히 연애다큐를 찍고 있는 장면들이다.
진짜 내가 한 커플의 연애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 나는 갑자기 아빠에게 교환이를 소개시켜줄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변덕이었다.
두 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탔는데 아직 여의도롤 못 벗어나서도 아니고, 지식인에서 봤다는 그 저질스러운 오줌소태 퇴치법이 소용없어서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변덕이었다.
'변덕'.
때로는 그 단순하다고 느껴지는 변덕 때문에 많은 모습이 바뀌곤 한다.
변덕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거나 쌓아왔던 어떤 일을 단숨에 그르치기도 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고,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다.
변덕 때문인데 뭐 별 수 있나.
- 교환이는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해서 많이 신경쓰는 타입이다.
EIDF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작 공모를 알리는 뉴스에 교환이 자꾸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다. 너무 재미있다.
이런 유머포인트가 정말 너무 진짜 완전 좋다..
보다보니까 약간 무한도전 <TV전쟁> 에피소드에서 자꾸 서성거리는 정준하 같기도 하다.
화면에 자꾸 나오는..
교환: 셀프 연애다큐멘터리 '연애다큐' 가제를 기획한 구교환, 이하나 커플입니다.
이하나 배우와 저는 실제 연인입니다.
이하나 배우는 저희 집에서 같이 삽니다. 아니, 거의 같이 잡니다.
근데 저는 부모님이랑 같이 삽니다.
하나: 그렇다고 저희가 결혼을 약속한 사이는 아니구요.
구교환 어머님, 구교환 감독님의 어머니께서는 저한테 매우 잘해주십니다.
맛있는 걸 많이 주십니다. 참외는 어디서 사오시는지 껍질채 먹어도 참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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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그래서 주제가 뭔가요?
교환: 반지의 제왕에도 주제가 있죠? 뭐, 좆밥 호빗이 큰일을 해낸다든지?
마찬가지로 저희 다큐에도 주제가 있는데요, 그 호빗이··· 아라곤과···
2차 피칭심사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정말 영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만 전달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이 장면에 가득하다.
주제가 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좆밥 호빗이 큰일을 해내는'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꺼내는 교환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내 웃음포인트이다. 너무 재밌어.. 너무 웃겨
그리고 황급히 하나가 교환의 마이크를 뺏는다.
심사를 마치고 둘은 치킨을 시켜 먹는다.
하나는 양념을 좋아하는데 교환은 후라이드만 주문했다.
그럼 반반을 시키면 되는 거 아니냐는 하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교환은 왜 양념을 고집하냐면서 또 카메라를 꺼내든다.
술을 마시다 전시회에 가자는 하나의 전화를 받고 교환은
- 내가 어쩌다 문화예술오타쿠를 만나가지고···
라는 말을 남긴다.
하나는 먼저 와서 전시회의 커플 사진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숙취로 힘들어하는 교환은 뒤늦게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하나는 이런 교환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먼저 전시회장 밖으로 향한다.
사람이 꽉 차 있는 엘리베이터를 본 교환은 얼른 엘리베이터에 탔고, 하나가 가만히 서 있자 하나에게 밑에서 만나자는 수신호를 보낸다.
하나는 이 모습을 가만히 서서 보다가 큰 소리로 웃더니 교환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나가버린다.
하나와 헤어진 교환은 노래방에서 변진섭의 '로라'를 열창한다.
실제로 구교환 배우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부른 노래도 로라라고 한다.
완전.. 진짜 다큐다..
영화 <세마리>에서 윤종신의 '부디'를 부르는 교환 배우를 보고도 한 생각이지만 담백하게 노래를 참 잘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교환은 2차 피칭심사도 합격하여 최종적으로 사전제작지원금 500만원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하나에게 연애다큐를 다시 찍자고 한다.
처음에 이를 거절했던 하나는 전시회장에서 도자기를 깨트리게 되었고, 결국 300만원을 본인이 가져간다는 조건 하에 다시 연애다큐를 찍기로 한다.
<연애다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교환과 하나는 어느 날, 교환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사진관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손님 한 분의 여권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정하면서 교환이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 하나야. 난 이렇게 가게에 손님이 딱 들어오잖아? 그럼 이 사람이 증명사진 찍으러 온 건지, 여권사진 찍으러 온 건지 딱 안다?
내 이 여자도 여권사진인줄 딱 알았어.
눈이 너무 슬프잖아.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여.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인다.'
이미 그 눈에서 떠나기로 결심한 슬프고도 단단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 말을 하는 교환의 눈빛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교환의 가족잔치에도 초대된 하나는 그곳에서 노래를 불러보라는 가족의 성화에 이선희의 '인연'을 부른다.
-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난 여배우니까.
하지만 이날 이후 하나는 연애다큐를 찍으러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교환에게 하나가 보낸 깨진 도자기가 도착한다.
교환은 온 집안에 본드 냄새를 풍기며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인다.
- 나는 하나가 왜 도자기를 보냈는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건 이하나의 편지다.
이미 깨져버린 도자기.
산산조각나서 온 집안에 본드냄새를 풍기면서 다시 붙여야만 원래의 모습을 간신히 갖출 수 있는 도자기.
하지만 원래의 깨끗하고 정교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하는 도자기.
자칫 잘못 만지면 손이 베여서 다칠수도 있는 도자기.
이미 깨져버린 하나의 마음, 깨져버린 교환과 하나의 사이.
자칫 잘못 건드리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게 되어버렸다.
- 우리 엄마가 너 되게 미워해. 집에 본드 냄새 많이 난다고.
이걸 내가 붙이면서 진짜 생각을 많이 했어.
이렇게 막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거 있잖아.
잘했어. 잘 보냈어, 응.
그리고 교환은 자신이 열심히 붙인 도자기를 하나의 앞에서 떨어트린다.
당연히 이미 한 번 깨졌었던 도자기는 산산조각이 났다.
- 이거 딱 붙여놓고나서 이걸 보니까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든 줄 알아?
봐봐. 안 예쁘잖아.
'안 예쁘잖아'.
이미 깨져버린 도자기는 다시 열심히 붙여봐도 안 예쁘다.
이미 떠난 사람도 붙잡아봤자 그 마음이 이전과 같을 리가 없다. 오히려 더 이질적이다.
교환도 이를 깨진 도자기를 붙이면서 깨달았다.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여봐도 안 예쁘듯이, 이미 깨져버린 하나의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져버린 하나와의 사이도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 대사가 나오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유난히 예뻐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기록물들에는 모두 사랑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순간의 장면만 포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누군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나의 마음, 나의 사랑까지 모두 담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정말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모습을 마음을 담아 기록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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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하게 일상을 담는 카메라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박강아름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다. 촬영 중 성만과 인연이 닿아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아름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싶었고 성만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프랑스에 적응한 아름과 다르게 성만은 낯선 타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사 노동뿐이었다. 결국 주부 우울증이 생긴 성만을 위해 아름은 집에서 운영하는 ‘외길식당’을 제안한다. 외길식당을 찾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름에게 결혼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카메라를 든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싱글을 졸업한 박강아름 감독이 가족으로서 새 출발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 새 출발이지만 매번 즐거운 일만 있을 순 없다. 특히 사적 다큐멘터리를 다루는만큼 박 감독의 작품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카메라의 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솔직함을 넘어선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30대의 자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자녀 보리와 반려견 슈슈의 이야기인 ‘슈슈와 보리’라는 차기작 또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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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 오브 도그> 리뷰
<파워 오브 도그>(감독 제인 캠피온)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등 출연
2021.11.17 개봉
<파워 오브 도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여성 영화 감독 중의 한 명이라고 알려져있다.
전작으로는 <피아노>, <내 책상 위의 천사>, <여인의 초상>, <브라이트 스타> 등이 있다.
특히 <피아노>(1993)는 그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알리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파워 오브 도그>로 돌아온 제인 캠피온은 역시나 그의 명성을 증명하듯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진출, 은사자상을 수상하여 다시 한번
그를 기다려온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파워 오브 도그>는 1925년 미국 몬타나에서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을 중심으로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와 주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필은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여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마초적인 매력으로 주변엔 늘 그를 따르는 동료들이 있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는 로즈(커스틴 던스트)라는 과부와 결혼하게 되고 로즈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맥피)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갑작스런 동생의 결혼으로 인해 왠지 모르게 필은 분노하게 되고, 그 분노는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에게 향한다. 영화는 바로 그들 관계에서는 오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주된 영화의 장치로 극을 이끌어간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서부터는 주의 부탁드립니다*
[필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필은 표면적으로는 마초적이고 위압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로 나온다. 열댓명의 무리를 이끄는 리더로 보이며 로즈를 처음 만난 식당에서도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에게 무례하게 대하고 비아냥대며 놀려대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필의 전사를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는 오래 전 그가 존경하고 추앙했던 '브롱코 헨리'라는 남자 인물이 언급된다.
단순히 한 인물을 존경하는 것을 넘어서 필이 사랑하는 남자였던 걸로 예상이 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20년대는 환영받지 않고 배척되었을 감정이었을 것이며 '브롱코 헨리'가 세상을 떠난 후 필은 극심한 외로움을 겪었을 것이다.
예상컨대 그 후, 필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본색을 감추기 위해 더욱 마초적이고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인물로 변해갔을 것이다.
[필은 로즈의 아들 '피터'와 어떤 관계였을까]
필은 갑자기 결혼 소식을 전한 조지와 그의 가족(로즈와 피터)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자신들의 재산을 위협하는 경계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비교적 우애가 깊었던 동생 조지를 빼았겼다는 일종의 질투심이 더 컸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필은 피터를 놀려대고 괴롭히지만 점차 그 둘은 가까워진다. 필은 피터에게 승마를 가르쳐주고 밧줄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피터와 점차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예전에 필이 존경하는 '브롱코 헨리'와의 관계처럼 필과 피터는 어느새 가까운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필의 입장으로 본다면 예전 브롱코 헨리를 떠올리게 되는 '사랑'의 감정을 암시하게 된다.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의 입장으로 바라보다]
로즈는 조지와 결혼하고 필과 조지 가족의 구성원이 되면서 가장 심리적인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그는 필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부터 불안해하며 급기야는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로즈와 조지의 결혼 생활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기도 하다.
필과 자신의 아들 피터가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을 목격하기 시작하면서 로즈의 불안한 감정은 최고조에 이른다.
피터는 겉보기에도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영화 초반부에는 필과 그의 무리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상처 받기도 한다. 피터 역시 조지의 가족 구성원이 되면서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피터는 어머니 로즈를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머니를 괴롭히는 필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피터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필과 가까워지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며, 그 계획은 복수의 형태가 될 것이고 차근차근 계획을 실천하기에 이른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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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인기 많은 <오징어 게임>, 제가 한번 직접 봤습니다
난 드라마 잘 안 본다. <나의 아저씨>나 <DP>, <인간 수업>도 안 봤다.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가 뭐야?라고 묻는다면 장혁의 <추노>를 꼽을 것이다. 점점 살다 보니 TV가 있는 안방에 들어가지 않게 됐다. 나의 아저씨도 본다 본다 말은 했지만 한 10초 봤을 것이다. 나는 드라마에 진심이 아닌 편이다.
<오징어 게임>은 스킵하는 장면 없이 나온 당일날 9시간 만에 정주행을 끝냈다. 이 작품이 엄청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건 진짜 초 쩌는 작품이다' 싶었던 <추격자>나 <곡성>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 <랑종>을 보고 극장에서 나온 다음과 비슷하달까? 적당히 잘 만든 작품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무려 <오티스>를 이겼다는 말이 들리니 말이다. 나 역시 이 드라마가 재미있었던 사람으로서 내가 느낀 소감을 이 브런치에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아쉬운 지점은 있다. 흑막의 정체가 너무 쉽게 예상이 간다던지, 몇몇 인물의 개연성에 있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던지, 베드신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5화의 다리 건너기에서 더 영리한 수를 쓸 수 있지 않은지 등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법한 의문점 역시 나도 갖고 있다. 근데 나는 단점을 제외하고 황동혁 감독이 어떤 걸 의도하고 만든 지 예상할 수 있었고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전적으로 나의 의견이며 실제 이 드라마를 만든 제작자들이나 배우들의 의견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그냥 사람들이 제시하는 각기 다른 해석 중 하나로 읽어주신다면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아래부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흑막은 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된 논리를 펼치는가?
죽은 줄 알았던 일남이 살아서 기훈에게 쪽지를 보냈다. 기훈은 놀란 눈빛으로 쪽지가 적어놓은 장소를 향해 걷는다. 기훈이 묻는다. "당신. 누굽니까." 일남이 대답한다. "저기. 저 남자 말이야. 술에 취했는지 몇 시간째 저러고 있어. 행색으로 봐선 노숙자 같은데. 저대로 놔둔다면 금방 얼어 죽을 텐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자네라면 어쩌겠나. 가던 길 멈추고 저 냄새나는 인간쓰레기를 도와주겠나." 이 대사는 일남을 상징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일남은 지나가는 사람을 '인간쓰레기'라고 규정한다. 다음의 일남의 대사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 돈은 자네의 운과 노력의 대가야. 자네는 그 돈을 쓸 수 있어. 삶은 짦아." "자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내 고객 한 둘이 그러더군. 살면서 더 이상 즐거운 게 없다고." "자네가 잊은 게 있어. 난 아무에게도 게임을 강요한 적이 없어. 자네도 제 발로 다시 돌아왔잖아." 일남은 이 <오징어 게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결과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마치 시스템을 만든 조물주와도 같이.
일남은 이 '오징어 게임'을 만든 인물이다. 이 <오징어 게임>에서 프런트맨이 중요시하게 주장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평등과 소외된 이에 대한 수용이다. 전자는 111번 참가자가 스태프들과 결탁해 부정을 취한 게 드러날 때 말했던 논리다. 후자는 미녀가 깍두기처럼 남겼을 때 주장한 말이다. 프런트맨이 주장했다고 해서 일남과 무관하냐? 당연히 아니다. 프런트맨은 운영 스태프들을 총괄하는 입장임과 동시에 호스트의 분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프런트맨의 논리가 일남의 주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곧 <오징어 게임> 전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일남이 이 게임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평등과 배려다. 나름대로는 '하류인생들에게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민주적인 방식에 따라 준 것이다. 근데, 이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문답이 있다. 그래서 결국 이 과정이 옳았는가? 아니다. 평등과 배려를 원칙으로 해 1명의 우승자를 찾는 이 <오징어 게임>은 죽는 사람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방식이다. 자세한 묘사를 찾을 필요도 없이 이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옥도와도 같다. 앞서 쓴 바와 같이 사람이 죽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른 측면을 본다고 해보자. 2화를 봤을 때, 과연 이 456명의 참가자들에게 있어 현실이 게임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까? 애초부터 게임을 재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5대 5로 여론이 나뉘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실에서 위기를 겪은 사람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게임은 다르다. 누군가는 현실에서 연탄불에 생을 끝내려고도 하는데, 게임은 살아남기만 한다면 큰돈을 가질 수도 있다. 난 이 2화에서 각자 인물들이 처한 설정과 게임이 대비된다는 지점과 일남이 <오징어 게임>을 기획한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애초부터 황동혁 감독은 이 설립 의도가 합리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한국사회의 시스템을 만든 기득권층의 모순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지나가는 인간쓰레기'라고 정의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심지어 어떤 게임에서는 그가 실제 조물주와 비슷하게 쥐락펴락 갖고 놀았다. 우리 스스로에게 간단하게 물을 수 있다. 이 일남의 스탠스는 옳았나? 아니다. 일남과 프런트맨의 논리는 '겉으로는 평등과 원칙을 주장하지만 결과는 살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모순이다. 또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살릴 권한은 없다. 그것이 상금과도 같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기할 수 있는 도구를 준다고 해도 말이다. 이 과정이 실제로 평등과 배려를 깔았다 하더라도, 하위계층에 대한 거의 유일한 구제책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냥 아닌 건 아닌 거다. 우리는 이것들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이미 수백 번도 넘게 사회정의에 대해 석학들이 논의했다. 근데 이 논의가 다 유의미했냐? 아니다. 그거 다 이뤄졌으면 모두가 다 살기 좋았다. 그러니까 이 대한민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스템은 모순투성이인 셈이다. '하위 계층에게 올라갈 기회를 준다. 참여에 대한 강제 없이'가 서로를 죽이는 논리지만 우승자를 골랐던 이유가 '너랑 노는 게 재미있어서'인 것도 이에 대한 근거다. 두 질문은 '왜 게임의 승리자로 나를 설정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대답한 것과 같다. 애초부터 일남에게 누구를 살리는 데 있어 내적 논리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소외된 사람들은 살리고 패배자는 총으로 쏴버리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말을 못 지키는 것이다.
현실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내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밑에 깔린다는 걸 알면서도 살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남을 밟고 일어날 거라고 예상 못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이 원리원칙에 대해 하위계층이던 상위계층이던 사실 다 알고 있다. 내가 이기면 누군가가 진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린 이 <오징어 게임>에 강제가 아닌 철저히 본인의 의지로 스스로를 갈아 넣고 있다. 마음 한 구석에 총알 몇 방 맞아가며 말이다. 내 생각에 황동혁 감독은 이런 아이러니에 대해 표현하려고 일남과 프런트맨의 논리를 이렇게 설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 감독은 현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VIP의 구성과 플레이어들에 대해 알아보자. 다양하게 나눠진다. VIP는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이다. '한국의 게임이 이렇게 재밌다니'라고 말하는 거 보면 각국의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또 동성애자도 있다. 이 부분은 드라마를 잘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2번에서도 언급할 것과 같이 한국의 <오징어 게임>은 평등과 정의를 중요시한다. 또 약자에 대한 배려도 지킨다. 외적으로 보면 기득권층은 각계각층서 온 사람들에 심지어 동성애자까지 껴 있는 평등한 세상이다. 플레이어들에게 부조리가 일어나는 걸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도덕성은 틀렸다. 자기들이 생각하는 도덕성은 지키면서 그 외적인 건 뭐가 일어나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난 이 인원 구성이 한국사회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한다. 내지는 이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소수가 중심이 되는 사회지만 이는 결국 기득권의 이해관계 아래 놓여 있을 뿐이다. 감독은 '이 드라마가 현실에 대한 은유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인원 구성부터 힌트를 준 것이다. 굳이 안 넣어도 됐을 탈북자와 외국인 노동자, 치매노인이라는 설정도 있으니 말이다.
3. 프런트맨과 29번 스태프는 왜 등장하는 것인가?
프런트 맨이 2화인가 3화 즈음에 대사를 치는 장면이 있다. 난 이것만 듣고도 담당 배우를 맞출 수 있었다. 음성변조를 넣기야 넣었는데 난이도는 쉽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또 지영 역(이유미 배우)이 새벽에게 모히또와 몰디브 어쩌고 하지 않나? 그것도 프런트맨의 정체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전작이 <남한산성>이었다는 것도 복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또 막상 가면을 벗을 때 솔직히 너무 멋있어서 깜짝 놀랐다. 에이 뻔하지 싶었는데 육성으로 '헉' 소리가 나온 것이다. 눈빛 연기가 대단했다.
아무튼,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29번 스태프의 정체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9번 스태프는 잠입한 황준호다. 황준호는 실종된 형을 찾고 있다. 직업은 경찰이다. 물론 경찰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가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처음 잠입할 때 29번 스태프를 때려눕히고 변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경찰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영에도 능하고 총도 곧잘 쓰는 부분도 경찰이라는 장점이 작용했다. 그런데 경찰이라는 직업 본질적인 것에 대해 따져보자. 경찰은 사회 부정의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직업적 특성은 황준호의 임무 2순위, 집단살인에 대한 진상규명의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그렇게 모험을 떠나 휴대전화로 이 <오징어 게임>의 전말을 대략적으로는 알리기는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데,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프런트맨의 정체였다. 황준호의 형이자 전직 경찰관이었다. 정의를 추구해야 할 인물이 세상 가장 부조리한 곳의 수장이 되어있었다. 이 <오징어 게임>의 기득권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경찰이 집단살인이 난무하는 곳의 기득권이 되었다는 건 굉장한 아이러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세태와도 닮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이루는 부조리함은 나쁜 사람들만 모였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 아닐 것이다. 우리가 아는 정치인들. 금융인들. 기업인들. 나름대로의 선한 논리는 다 있을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선택지가 정말 없었을까? 아니다. 우리에겐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을 뿐. 그냥 눈 뜨고 일어났는데 2021년에 이런 부조리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프런트맨 역시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 기생하는 선택지를 골랐으며 이 게임에 대해 폭로하고자 했던 인물(황준호)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형이라는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은 것이 결과로 제시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감독은 시스템에서 사회정의를 건져 올릴 수 있는 자구책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차피 우리는 이해관계가 만든 판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사회 부정의를 해소에 현실에 기여하는 방식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하는 셈이다.
4. 결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난 주인공 성기훈이 결국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딸을 주도적으로 키울 수 있었냐? 아니오. 돈 쓸 수 있었냐? 아니오. 만원도 못 써 은행 직원에게 돈을 빌린다. 상우 어머니에게 진상을 세세히 말할 수 있었냐? 아니오. 살리고 싶은 사람들 다 살리고 빠져나왔나? 아니오.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냐? 아니오. 승리는 했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일남이 마지막 병원에서 했던 말이 이 인물에게 제일 중요하다. 이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냥 재미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성기훈은 드라마의 끝까지 본인의 허술한 부분만 드러나다 끝난다. 검은 머리의 성기훈은 부조리가 벌어질 동안 손가락만 빨다가 끝난 셈이다. 근데 한 변곡점을 통해 머리 색이 바뀐다.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분기점을 상징하는 사건이 있다. 게임의 호스트 일남과의 내기다. 일남은 '자네는 아직도 사람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패배한 듯 보인다. 이 내기에서 이긴 이후에 염색을 한다. 머리색을 주인공의 각성이라는 상징으로 가정해보자. 빨간 머리로 염색한 장면은 '이 인물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특별한 해결방법으로 시스템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것의 암시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빨간색으로 염색 안 한다. 보통 그런 차림이면 눈에 띈다. 오징어 게임, 아니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파란 모자를 쓰고 검은색 머리 스타일에 대해 무난한 코디라고 받아들인다. 기훈은 머리의 염색을 통해 한풀 더 각성해 이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당연히 쉽진 않겠지. 맞은편 지하철에서 의문의 남자와 재회하는 장면을 보자. 다른 남자가 따귀를 맞고 있는걸 뻔히 보면서도 다른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우의 어머니에게 돈을 주고 떠나거나 게임의 참여자가 되는 등 일반적인 관념을 깨는 입장이 되려고 노력한다. 황동혁 감독은 각본을 촘촘히 쓰면서 색상의 대비나 머리색이라는 상징으로 어떻게 이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오징어 게임>을 받아들일 것인지 암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결말의 의미는 성기훈이 이제 우리 사회의 패배자가 아닌 맞서 싸우는 주체가 된다는 의미. 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쓰다 보니 막 뱉어낸 것 같다. 전적으로 나의 생각이니 무조건 따른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난 좋은 드라마를 본 것 같아 시간이 후딱 갔다고 생각한다. 시즌 2 계획 없다고 하던데 솔직히 그냥 하는 소리일 거라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에 후속작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아. 정호연이란 탑 모델을 배우로 발굴해준 황동혁 감독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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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봄 영화 한 편 어떠신가요?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혹시 오늘 4월 20일이 어떤 날인지 아시나요?
오늘은 바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고, 복지 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한 날인 '장애인의 날'입니다.
이러한 날에 여러분들에게 꼭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가치봄 영화'입니다.
그럼, '가치봄 영화'가 무엇인지 자세히 한번 살펴볼까요?
'가치봄 영화'란?
ⓒ 영화진흥위원회
가치봄 영화란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설명해 주는 음성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입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라고도 많이 알려졌지만, 이외에도 지칭하는 단어가 많아 혼선을 줄이기 위해 '가치봄 영화'라는 이름으로 통일시키기로 하였습니다.
ⓒ 영화진흥위원회
가치봄 영화의 시작은 바로 영화 <도가니>였습니다. 영화는 청각장애인 인권 침해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각장애인들은 그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1인 시위가 시작되었고, 그 목소리가 모여 가치봄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는 배리어프리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 극장가에서는 여전히 가치봄 영화를 찾기 어렵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개봉작이 180여 편이었지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된 가치봄 영화는 매년 30편 내외였습니다. 또한, 21년도 멀티플렉스 3사 영화상영관에서 가치봄 영화를 상영한 극장은 33관에 불과하였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가치봄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치봄 영화' 보는 방법
먼저, 멀티플렉스 3사에서 예매하는 방법입니다. 일반 영화 예매 방법과 동일하지만, 가치봄 혹은 디지털배리어프리가 적혀있는지 확인 후에 예매하시면 됩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경우, 예매일 기준으로 5일 전부터 예매를 시작한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는 협회 예약을 통한 예매 방법입니다. 협회 회원 여부와 관계 없이 신청이 가능하며, 영화 상영을 진행하는 지역의 농아인 협회를 통해 신청하시면 됩니다.
영화관 외에도 가치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먼저,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하는 방법입니다. 상단 카테고리를 눌러 '가치봄'을 클릭하면 다양한 영화를 구매 혹은 대여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넷플릭스에서는 하단에 자막 설정을 통해 음성 설명과 청각장애인용 자막 기능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치봄 영화 상영 일정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뉴스 -> 상영일정 클릭 -> 월별 상영안내를 살펴보면 됩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사전 신청이 필수입니다!
4월에 볼 수 있는 '가치봄 영화'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의 날 기념 배리어프리영화 상영회를 진행하는데요. 4월 22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영화 <그레타 툰베리> 배리어프리버전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관람료는 무료이며, 예매는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서 하면 됩니다.
신청 링크: https://www.koreafilm.or.kr/pages/PC_00000004
오늘은 이렇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가치봄 영화에 대해 알아봤는데 어떠셨나요?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치봄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되길 바라며 이상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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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종>부터 <더 그레이트 샤크>까지! 올 여름 화제의 공포영화 BIG 3
2021년 더욱 강력해진 죠스의 등장을 알리는 <더 그레이트 샤크>부터 초자연적인 현상을 담은 호러 <랑종>, <귀문>까지 무더위를 한방에 날리기 위해 여름 극장가에 찾아온 공포 영화 BIG 3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봉 전부터 뜨거운 입소문의 '그' 영화! <랑종>
먼저, 오는 7월 14일 개봉 예정인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로,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손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나홍진 감독이 집필한 원안에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오랜 리서치를 통해 태국 현지에 맞게 각색하여 연출한 영화는 몰입도 넘치는 서사와 생동감 넘치는 연출이 더해져 전에 없던 웰메이드 호러 영화로 탄생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은 촬영 감독조차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게 할 만큼 실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듯한 날것의 공포를 선사해 장르의 또 다른 세계로 끌어들일 예정이다.
체험형 공포의 새로운 패러다임! <귀문>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귀문>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 작품으로, 배우 김강우가 생애 최초 공포 연기에 도전해 기대감을 더한다. 또한, 극 중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사건은 예측불허 긴장감을 자아내며 생생한 공포를 예고한다. 여기에, 한국 영화 최초로 2D부터 ScreenX, 4DX까지 다양한 포맷으로 동시 제작된 영화는 여러 호러 장면들을 생생하게 선보이며 리얼함을 배가시킬 전망이다.
더욱 강력해진 죠스의 등장! <더 그레이트 샤크>
이와 함께, 오는 8월 5일 개봉을 앞둔 <더 그레이트 샤크>는 초자연적인 소재를 담은 공포 영화와 차별화 된 원초적 공포의 정점 샤크 무비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더 그레이트 샤크>는 비행기 사고로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게 된 5인의 여행객이 굶주린 식인 상어 떼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숨 막히는 사투를 벌이는 극한 서바이벌 스릴러다. <47미터>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해 신뢰도를 높인 <더 그레이트 샤크>는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 <고질라 VS. 콩> 제작진까지 가세해 상어 비주얼과 바다 배경을 생생하게 구현해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의 최대치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무더운 열대야 속,
오늘 소개한 세 편의 공포 영화와 함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자!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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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공포증을 증발시킨 곧 역주행을 불러올 실화 영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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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https://toon.at/donate/637245550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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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시바 베이비> 메인 예고편
유대인 전통 장례식 '시바'에 강제로 끌려온 대니얼. 친척들에게 남친 유무, 취엽 여부 등 질문 폭격을 당하는 와중에, 평생의 비대상 마야, 스폰남 맥스, 그리고 그의 아내까지 마주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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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나더 라운드> 메인 예고편
살짝,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 ⠀ ?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에 뛰어든 유쾌한 4명의 아저씨들! 따분한 일상을 뒤바꾸고 싶다면? [어나더 라운드] 2022.01.19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