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0-22 12:54:34
이토록 친밀한 존재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 <보통의 가족>(2024)






다들 이야기한다. 부모만큼은 자식을 믿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그걸 알게 된 부모는 속상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온전히 아이를 믿는다는 건,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어디까지 아이를 믿어야 할까?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느 정도까지 그 잘못을 추궁하고 훈계해야 할까? 부모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제목에 '보통'이 들어가지만, 사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회적 지위와 좋은 직업을 가진 상류층이다. 이들의 자녀는 좋은 교육을 받고 최고의 환경에서 학창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로, 원작과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상류층 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을 했다. 이들의 지위는 자녀들의 법적 문제조차 덮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자녀의 미래에 관한 고민이 복잡하게 얽힌다.
[첫 번째 감정] 형 재완의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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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성공한 재완(설경구)은 법적 문제가 생긴 상류층 자녀를 변호하며 형량을 최소화하려 애쓴다. 그가 변호사로서 내리는 판단에는 상대방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재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태도는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에게 안정감을 부여하며, 그 안정감은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마련해 준다.
딸이 노숙자 살인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재완은 평소 자신이 사건을 대하던 방식 그대로 상황을 처리하려 한다. 즉,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딸이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수십 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재완에게 이러한 방향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이미 그려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사건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굳이 밝히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영화의 중반까지 재완은 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동생 재규(장동건)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과 계속해서 충돌한다. 재완에게는 도덕적인 판단보다는 안정적인 판단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두 번째 감정] 재규의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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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는 종합병원의 유명한 의사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돕고, 그 환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원비를 내지 못할지라도 일단 치료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또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는 인물로,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진 따뜻한 성격을 지녔다. 그의 아내 연경 또한 여러 봉사 활동을 하는 따뜻한 인물이다. 이 부부는 기본적으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아들이 노숙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재규와 연경의 의견은 갈라진다. 재규는 아들을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연경은 아무도 모르니 묻어버리자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단단한 도덕성은 균열을 일으킨다. 연경은 그 도덕성을 계속 깨뜨리려 하고, 재규는 이를 붙잡고자 애쓰지만 아들의 눈물을 보며 결국 무너지고 만다.
영화의 중반까지 재규는 도덕적인 것을 지키자는 입장이었으나,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흔들리게 된다. 중반 이후에는 재완이 도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재규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감정] 아이들의 도덕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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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지른 혜윤(홍예지)과 시호(김정철)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다. 혜윤은 부모 몰래 좀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시호는 소심하게 억눌린 생활을 이어가지만 결국 그 억눌림이 폭발하게 된다. 이들이 노숙자를 공격한 사건은 흐릿한 CCTV에 담겨 뉴스에 보도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들이 알아보고 추궁하는 상황이 된다.
영화 전반에 걸쳐 혜윤과 시호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재규와 연경은 시호에게서 반성의 기미를 보았다고 느낀다. 이는 관객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으로, 혜윤은 전혀 반성하지 않으며 완전한 도덕 불감증을 보인다. 그 영향으로 시호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상류층 부모의 힘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들은 정말 반성을 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에게 도덕적인 성향이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바라보지만, 적어도 관객들에게 그들은 그저 범죄를 저지른 철없는 10대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들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들이 태어난 이후의 모든 것들을 판단해서 그걸 상황속에 녹여내 바라본다. 그러니까 전혀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의 도덕불감증이 부모의 도덕불감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도덕은 마비된다.
영화가 제시하는 아이러니
<보통의 가족>은 후반부로 갈수록 두 형제의 태도 변화가 폭발력을 발휘하는 영화다. 도덕적인 재규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안정적인 재완이 그 안정을 깨려는 행동을 한다. 두 사람의 모든 선택은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객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만약 우리도 이들처럼 사회적 지위가 있다면, 재완처럼 자녀를 위해 범죄를 덮어줄 수 있을까?
영화는 지금 이 시대에 충분히 벌어질 법한 사회적, 가족적 딜레마를 던진다. 자녀가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도덕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영화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점점 쪼개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에 대한 굴레가 얼마나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영화 속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선택들은 때로는 가족의 결속을 위태롭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중시하게 되면서, 과거처럼 절대적인 신뢰와 희생을 기반으로 한 가족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서로를 보호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이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가족이란 굴레가 무너져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2019년 <천문: 하늘에 묻다> 이후의 작품이다. 장동건과 설경구가 연기한 두 형제의 변화는 영화의 중후반부를 강하게 이끌며, 그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색감의 대비와 캐릭터 간의 대립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도 훌륭하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최근의 사회적 문제를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도덕과 안정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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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년전 오늘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 바로 N년 전, 오늘 개봉한 영화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오늘은 무려 12년 전에 개봉한 개리 위닉 감독의 <레터스 투 줄리엣>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네이버 영화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샬롯의 거미줄>,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을 연출한 게리 위닉이 연출했으며,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인 타임>의 출연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이 담겨져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우며, 테일러 스위프트, 콜비 카레이 등이 OST에 참여해 귀까지 즐겁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Google Play 무비, 웨이브, Apple TV에서 대여하여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레터스 투 줄리엣>의 T.M.I
1. 실제로도 담벼락에 편지를?
ⓒ 네이버 영화
영화처럼 줄리엣의 집은 존재하지만 담벼락에 편지를 쓰는 공간이 있지는 않고,
내부 박물관에 우체통이 있어서 그곳에 편지를 적어 보낸다고 합니다.
2. 실제 이야기인가?
ⓒ 네이버 영화
영화의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2006년에 출판된 리즈와 세일 프리드먼의
동명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고 한다.
3. 클레어와 로렌초
ⓒ 네이버 영화
50년 전 사랑에 대한 고민을 적었던 클레어 역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배우와, 클레어의 첫사랑인
로렌초 바르톨리니 역의 프랑코 네로 배우는 실제 부부 사이다.
<레터스 투 줄리엣> 명대사
ⓒ 네이버 영화
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어요.
이젠 용기를 내세요. 가슴의 소리를 따라가는 거에요
ⓒ 네이버 영화
난 완벽주의자니까.
그건 겁쟁이라는 말과 같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레터스 투 줄리엣>이 좋았다면?
ⓒ 네이버 영화
아직 <레터스 투 줄리엣> 속 이탈리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이탈리아 배경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을 추천드립니다!
<레터스 투 줄리엣>처럼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힐링 영화입니다.
<투스카니의 태양>은 네이버 시리즈온과 Google Play에서 구매 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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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 전복, 좌초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2022)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해리스 디킨슨, 찰비 딘, 우디 해럴슨, 돌리 드 레온, 즐라트코 버릭 외
장르: 코미디/드라마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47분
시놉시스:
호화 크루즈에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
<슬픔의 삼각형>은 <더 스퀘어>(2017)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내놓은 신작으로 해당 작품 역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전작에서는 지식인의 위선적 면모를 신랄하게 풍자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지금의 세계를 구성하는 계급적 이슈를 종횡무진으로 다룬다.
영화는 크게 3부의 구성을 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칼(해리스 디킨슨)과 아야(찰비 딘)의 이야기를 통해 젠더 이슈를 메인으로 다룬다. 동시에 첫 장면에서의 'H&M과 발렌시아가' 시퀀스처럼 영화의 냉소적 태도와 거침없는 풍자를 명확하게 가이드하는 역할을 한다.
#이탈
칼과 아야가 속한 모델 업계는 타 직종과 다르게 남성 모델이 여성 모델에 비해 1/3 수준의 페이를 받는다. 성별임금격차가 남성에게 작용하는 특이한 상황은 오히려 여성이 '미(美)'의 영역에 한해서만 가치를 높이 인정받는다는 성역할 고착화의 현실을 보여준다. 어찌됐건 칼은 아야에 비해 수입이 적은데, 남성으로서 데이트 비용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은근한 불만을 갖고 있고 결국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불만이 터져 버린다. (자기 입장에서) 성평등을 외치는 '쪼잔한 남성' 칼의 모습은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운 코믹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칼의 상황은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여러 상황들의 축소판으로 느껴진다. 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채 대두되는 '역차별' 담론을 꺼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젠더 이슈를 다룬 영화들의 조류를 이탈한다.
#전복
인플루언서인 아야가 호화크루즈 티켓을 협찬 받으면서 칼과 아야는 크루즈에 승선하게 되고 그곳에서 다양한 배경의 상류층 사람들을 만난다. 2부에서 영화는 수평의 공간처럼 보이는 배 안에 수직적 계급구조를 배치한다. 여유롭게 배 위에서 햇살을 쪼이는 사람들은 부유한 백인 상류층이다. 그들이 돈을 모은 방식은 '무기를 팔아서', '똥(비료)을 팔아서', '기술을 팔아서' 등등 다양하지만 인종적 구성은 매우 획일적이다. 그리고 이 부자들을 떠받들며 후한 팁을 노리는 직원들 역시 백인이다. 부자들보다 경제적 계급은 낮지만 인종적 계급은 동일한 2등 승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 아래에서 청소와 기기 설비 등 각종 궂은 일을 도맡는 아시아계 직원이 이 배의 3등 승객이다. 서구 열강 중심의 제국주의적 자본주의가 만든 부의 불평등과 인종적 착취가 배 한 척에 고스란히 담겼다.
깔끔한 부자들의 위신과 체면을 영화는 가만 두지 않는다. 악천후와 파도가 몰아치는 궂어진 기상 속 진행된 선상 디너 파티에서 부자들은 심한 멀미로 인해 먹은 음식을 연신 토하고 설사한다. 배설물 속에서 뒹구는 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돈으로 빳빳하게 세운 부자들의 체면이 마구 구겨진다. 이후 보여지는 '똥 팔이' 디미트리(즐라트코 버릭)와 토마스 선장(우디 해럴슨)의 대화는 압권이다.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철저한 자본주의자가 된 러시아인 디미트리, 마르크스주의자이지만 자본가들을 위해 호화크루즈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마스. 이들이 술에 진탕 취한 채 서로의 이념을 대변하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조롱하는 모습은 이념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냉소주의적 화룡점정이다.
배를 쥐고 흔드는 악천후, 만취한 선장. 호화크루즈의 위기는 그러나 이곳이 아닌 악천후가 맑게 개인 후에 찾아왔다. 공해상의 해적은 수류탄(크루즈의 승객 중 무기 제조업체 대표의 제품)을 던져 크루즈를 파괴하고, 몇 명의 생존자만이 인근의 섬으로 떠내려온다. 선상 계급의 전복이 시작되었다. 마치 자본주의에 의한 소외로 자리를 빼앗긴 제3세계의 주민이 체제에 일격을 날리듯이(실제 테러 행위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좌초
이제 섬에는 호화 크루즈에서 떠내려 온 일곱 명의 생존자가 남았다. 다양한 인종과 경제적 계급, 그리고 남자 셋 여자 넷. 자본주의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무인도에서 이들은 기존의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 각자의 생존 능력에 의해 다시 위계질서를 세운다. 여기서 크루즈의 3등 승객이었던 애비게일(돌리 드 레온)이 사냥 및 조리 실력으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리고 우두머리의 아래로 폴라(비키 베를린)와 아야 두 여성이 빠르게 합류하면서 나머지 남성 집단(과 장애 여성)을 통솔하는 모계 사회가 형성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야가 미(美)의 우수함으로 인해 많은 보상을 얻었다면 이곳 무인도에서는 칼이 미적 기준으로 애비게일의 눈에 들어 식량을 따로 배급받는 특혜를 얻는다. 드미트리의 롤렉스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똥' 취급을 받음은 물론이다. 기존의 계급 사회가 완벽하게 뒤집어진 자리에 마련된 새로운 사회. 과연 이 사회는 우리가 바라던 사회인가?
1부에서 칼은 아야에게 성역할의 구분 없이 평등하기를 요구했다. 2부에서 드미트리의 아내는 크루즈의 직원에게 평등한 관계형성을 위해 같이 풀에서 수영하자고 제안했고, 결국 크루즈의 전 직원이 업무를 멈추고 수영을 즐겨야만 했다. 그러나 3부에서 어떠한 신분의 구속도 받지 않는 여섯 명의 사람들은 스스로 신분을 형성해 서로를 감시하고 구속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무인도에서 전복되었지만 그 자리에 세워진 새로운 사회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재빠르게 좌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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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탄압과 폭력, 착취에서 해방되기 위해 어떤 혁명가들은 체제의 전복을 외친다. 그러나 단순히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이상사회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슬픔의 삼각형>이 사회에 던진 냉소가 그래서 뼈아프다. 만약 무인도에 러시아 자본주의자 드미트리가 아니라 아메리칸 맑시스트 토마스가 살아남았더라면 무인도 사회의 모습은 어땠을까. 잠깐 덧없는 상상을 해보지만 영화가 전한 강력한 냉소는 이내 공허한 상상을 차단하고 만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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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남, 혈연, 죽음은 선택할 수 없다
유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대낮에 졸린 상태인 다섯이서 좋지 않은 화질과 음질로 보긴 했지만, 두 시간 내내 긴장이 풀리지 않는 상태로 영화를 봤다.
역시 다시 봐도 이 영화는 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가 아니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불쾌감과 긴장을 후반에 극대화시키는 영화인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넷플릭스
영화를 보면서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직면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의 흐름 때문이었다. 곡성에서는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로 대표되는 무지가 핵심이었다면 유전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같은 오컬트 공포 영화인 랑종과 비교하면 유전은 초자연적인 부분보다는 악마 숭배자 조직과 관련된 반전,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는 주제의식이 더 강조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넷플릭스
정말 복선이 많고 모든 복선을 다 회수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혼자서 처음 봤을 때보다 이번에 봤을 때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대화하면서 새로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다.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보면 정말 묘한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인 애니와 딸인 찰리의 눈 색이 똑같은 것과 목이 잘린 듯한 장난감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이 영화는 첫 장면과 끝 장면이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첫 장면은 마치 파이몬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주인공 가족의 집이 디오라마로 보이고, 파이몬 강림 의식인 마지막 장면 역시 같은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은 인간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는 노자의 말처럼 인간들의 증오, 숭배, 사랑 등의 발버둥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그 자체로 보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시선처럼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출처: 넷플릭스
영화 유전의 줄거리를 정말 간단하게만 적어 보자면 악마 숭배자인 앨런이 아들에게 파이몬을 넣으려다 남편과 아들이 죽고, 남자로 태어나길 원했던 손녀 찰리에게 빙의시키는 것에 성공한 후 숭배자들의 계략으로 인해 결국 손자인 피터에게 찰리의 영혼이 옮겨감으로써 결국 파이몬이 남자의 몸으로 강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그냥저냥 재밌게 볼 수 있는 오컬트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성인부터 아역까지 모든 배우들의 미친 연기와 흔한 점프 스퀘어 없이 많은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어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것 때문에 줄거리를 아는 상태로 영화를 보더라도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출처: 넷플릭스
항상 영화를 보고 함께 영화의 각 장면에 대해 떠들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유전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공포영화인 것 같다. 당장 지금 생각나는 장면들만 적어도 몇 문단은 넘어갈 것 같아서 적지는 않지만,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미드소마까지 이어서 본 뒤 같이 떠들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 영화에는 정말 너무 불쾌한 장면이 2~3개 나온다는 것 정도? 그래도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당장 혼자서 보길 추천한다.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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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오브 인터레스트: 사운드가 쌓아 올린 공포의 몽타주
존 오브 인터레스트: 사운드가 쌓아 올린 공포의 몽타주
(출처: 네이버 영화)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2024)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전형적인 홀로코스트 영화가 아니다.
관객이 목격하는 것은 수용소 내부의 참상이 아니라, 담장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한 한 가족의 일상이다. 그러나 영화는 시각적인 정보만으로
이 가해자의 삶을 조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운드가 화면 위로 쌓이며
'수직 몽타주'를 통해 전율을 만들어낸다.
사운드의 대위법, 두 개의 세계를 가르는 수직 몽타주
에이젠슈테인이 제시한 수직 몽타주 (Vertical Montage)는 영상과 소리가
단순한 동기화가 아니라, 각자의 리듬을 가지면서 충돌하거나 병치되는 방식이다.
그는 사운드를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또 하나의 독립적인 층위로 작동시키며
의미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글레이저는 수직 몽타주의 원리를 적용한다고 볼 수 있다.
화면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의 가족이 등장한다. 그들은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며, 아내는 수영을 즐긴다. 그러나 사운드는
이 평온한 풍경을 허락하지 않는다.
① 가시화되지 않는 공포: 들려오는 참상의 소리
관객이 듣는 것은 울타리 너머에서 들려오는 처형 소리, 기차의 기적 소리,
희미한 비명과 절규이다. 하지만 인물들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수용소의 기계음과 끊임없이 타오르는 화염은 영화 내내 들리지만,
이 소리는 이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사운드의 병치는 시각적으로는 평온한 장면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이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② 음향적 충돌: 대립하는 리듬과 감정
에이젠슈테인의 몽타주 이론 중 '대위법적 사운드 몽타주'는 영상과 사운드가
조화되지 않고 충돌할 때 감정을 배가한다고 본다. 글레이저의 연출은 이러한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잔디 위를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벼운
대화 뒤로 불길과 비명이 어우러진다. 이러한 음향적 몽타주는,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고 있는 장면과 청각적으로 경험하는 장면이 충돌하며 형성되는
불협화음 속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미니멀리즘적 이미지와 음향의 폭력성
이 영화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공포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학살의 현장을 직접 담지 않는다. 그러나 소리는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형태로 우리를 압도한다. 시각적으로는 단순한 인물의 움직임,
가정집의 평범한 풍경이 담기지만, 청각적으로는 아우슈비츠의 거대한 산업적
학살이 무겁게 다가온다. 즉,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시각적 충격이 아닌
음향적 공포를 통해 홀로코스트의 악몽을 환기한다.
정리하자면 조너선 글레이저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사운드를 단순한
보조적 요소가 아니라, 의미를 창조하는 몽타주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에이젠슈테인의 수직 몽타주 기법과 같이 '보이는 세계'와 '들리는 세계'의
간극을 통해 관객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전쟁영화, 홀로코스트 영화처럼 강제 수용소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참상 속에서도 일상을 지속하는
가해자의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운드를 통해
구축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폭력을 내면화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듣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스크린이 아니라 관객의 청각 속에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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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감의 무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히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가족, 직장, 사회에 대한 책임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게 되면 부모로서의 책임도 생기고, 직장에서는 팀을 이끌거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책임도 생긴다. 이런 책임감이 인생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만들지만, 동시에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책임감은 단순히 의무를 다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민하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의사나 비행기 조종사 같은 직업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들의 결정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최고의 판단을 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있다.
영화 <하이재킹>은 이러한 책임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부기장 태인(하정우)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의식과 책임감을 끝까지 지키며, 희생자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동료인 기장 규식(성동일)과 승무원 옥순(채수빈) 역시 마찬가지로 높은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 역시 승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비행기를 납치하는 용대(여진구)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책임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게 비록 잘못된 에너지가 되어 발산되지만 결국에 그의 행동도 책임감에서 비롯된 죄책감이 원인이었다. 이 영화는 각 인물들의 책임감이 어떻게 충돌하고, 그것이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첫 번째 감정] 태인의 책임감
부기장 태인은 과거 공군에서 납치된 여객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어긴 경험이 있다. 그는 승객과 승무원들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명령을 거부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비행기는 납북되었고 태인은 군에서 퇴출당했다. 이러한 과거가 그에게 큰 두려움을 안겼겠지만, 그에게 여객기 조종사라는 직업으로 연결시켜 주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그 일을 그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객기 조종사가 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영화에서 태인은 매우 조용하고 진지한 인물로 묘사된다. 특별히 실없는 말을 하지 않고 항상 침착한 태도로 상황을 대처하는 그는 이 영화 안에서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다. 비행기가 납치당했을 때도 그는 감정적인 반응을 먼저 보이지 않고, 침착하게 그 상황을 대처하며 승객들을 안전하게 내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납치범에게 위협을 당하고 총에 맞는 상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태인의 책임감은 단순한 의무감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사명감으로 보이기도 하고, 과거에 다른 여객기를 납북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도 그에게 더욱 책임감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강력한 힘이 된다. 그는 납북된 선배 조종사의 가족들까지 챙기는 등,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가는 사람이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느 누구도 아닌 태인의 서사가 중심이 된다.
[두 번째 감정] 용대의 분노
납치범 용대는 사실 억울한 인물이다. 북으로 넘어간 형 때문에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 가고 어머니는 혼자 집을 지켰지만, 지병으로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는다. 그는 가족을 살필 기회도 없었고, 그저 감옥에서 출소해서 돌아온 집에 숨져있는 그의 어머니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억울한 상황과 슬픔은 그대로 큰 분노를 만들어낸다. 물론 그의 납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용대의 분노는 그를 비행기 납치로 이끌었다. 그의 분노는 다른 무고한 승객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고, 결국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거나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그는 침착하게 대응하는 부기장 태인을 보며 자신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조금은 만만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용대가 가지고 있는 분노가 그의 판단력을 망가뜨렸기 때문에 그런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용대는 극단적인 선택을 계속해나간다. 북으로 가자는 그의 외침은 후반부로 갈수록 공허하게 들린다. 단지 그의 분노만 화면 속에서 전달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점점 어두워지는 다른 승객들의 얼굴빛에 가려져간다. 그래서 그의 서사 안에서는 그의 행위에 정당성을 가지지만, 비행기 전체의 승무원과 승객들의 서사까지 확대하고 나면, 그 분노는 정당성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분노가 되어버린다.
[세 번째 감정] 규식의 믿음
기장 규식은 처음에는 태인을 믿지 않았다. 공군에서 쫓겨난 태인을 직접 평가하기 전까지는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 태도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담배를 피우며 태인과 규식의 대화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규식은 태인에게 이번 비행에서 착륙을 해보라고 이야기하면서, 태인의 실력을 살펴보려 한다. 외부의 평가는 이미 끝난 태인에겐 그 기회가 그의 경력에 꽤 중요한 기회였다.
이후 비행기가 납치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인은 차분함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 그의 태도를 본 규식은 부기장으로서의 태도를 먼저 인정하게 된다. 폭탄이 터지고, 비행기에 구멍이 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그 상황을 대처하고 승객안심시키는 모습은 충분히 규식에게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준다. 규식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점차 태인에게 의지하게 되고, 결국 그를 전적으로 믿게 된다.
중반부에 규식은 눈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되면서 태인에게 완전히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규식은 마지막 순간에 태인에게 착륙을 맡긴다. 규식의 믿음은 태인이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외부의 판단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믿은 규식의 태도는 매우 감동적이다. 이 영화에서 기장으로서의 역할은 무척 제한적이었지만, 리더로서 가질 수 있는 품격은 충분히 보여준 규식이다.
영화 <하이재킹>은 과도하게 감동코드를 밀어 넣지 않으면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특히 부기장 태인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인데, 그의 우직한 모습이 끝까지 이 영화를 지탱한다. 그가 가진 책임감,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의 믿음이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든다.
비록 분노에 가득 찬 납치범이 벌인 일이지만, 그를 달래고 설득하면서 좋은 상황을 만들려 애쓰는 모습이 긴장감 있게 담겨 있다. 이 영화는 실화의 힘이 장점이 되는 영화다. 비행기 불시착한 모습도 실제와 똑같고, 납치범의 사연도 거의 비슷하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희생된 사람들의 구성도 실제와 동일하다. 실화가 좋았기 때문에 담백하지만 긴장감 있는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에는 유머가 전혀 없다. 성동일과 하정우라는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특유의 개그 연기가 전혀 없다. 또한 외부 비상 센터 같은 정부의 대처를 보여주는 장면도 없이, 온전히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점이 이 영화의 감정들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가 다루는 당시 시기에는 비행기 납치나 납북이 많았다.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누군가를 살리려는 책임감을 가졌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언제나 그런 사람은 사회에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단지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영화 <하이재킹>에는 그런 책임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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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영화의 공식을 담았다. 감상 끝
그리스에서 한 기자가 살해되었다.
언론은 이 일을 CIA가 벌인 일로 몰아가고 있었고, 현장 증거도 꽤나 그럴싸해 CIA가 범인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위기를 느낀 CIA는 그들이 버린 카드인 전직 요원 스티브 베일을 다시 기용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CIA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이 일을 받는다.
함께 임무를 수행할 케이트도 함께 동행하지만 이 남자, 뭔가 감추는 것 같고, 수상하다.
그를 향한 케이트의 의심은 커져 가는데.....
1. 이 리뷰는 액션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고백하자면 나는 액션영화를 보고 액션이 좋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액션 영화를 보려 가서 액션 장면은 전부 눈 감거나 다른 곳을 보면서 허공을 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무리 픽션일지언정 유혈사태를 보고 정신이 온전할 자신이 없다.
그런 사람이 액션 영화에 대한 리뷰를 한다니,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번 리뷰에는 액션에 대한 어떠한 상세한 리뷰도 없다.
정말 죄송하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다분히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뿐일 것이다.
2. 전형적인 미국 친화적인 영웅의 등장
순전히 나의 의견이긴 하지만 다분히 미국적인 히어로물의 몇 가지 공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1. 과묵하고 마이웨이 성향이긴 하지만 임무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굉장한 남성성을 소유한 요원 (아무래도 첩보요원이니 남성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자)
2. 생각보다 낭만을 꽤나 중요하게 여겨서 자신만의 문화적인 취미가 하나씩은 있다.
3. 꽤나 로맨티시스트인 경우가 많다. (언제나 굳이? 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주절주절)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헐리웃 영화의 히어로들은 대충 이 요소들 하나는 해당되지 않을까.
'브릭레이어' 속 스티브 베일도 전형적인 이런 요소들을 모두 갖춘 캐릭터이다. 내가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자신감 하며, 또 그 말을 제대로 이행하는 상남자적 바이브 하며, 그 와중에 음악을 사랑하는 낭만도 놓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메인 빌런인 라덱과의 유대가 있었던 것이 중간중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가 라덱의 죽음 혹은 실종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대충 봐도 그건 알 수 있게 된다.
다분히 공식에 충실해서 캐릭터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액션물은 히어로가 얼마나 멋있는지, 그에 따라 소위 뻑이 가게 되는지에 승패가 갈린다고 생각하는데, 베일은 충분히 멋있지만 그 정도 멋있는 영웅들은 충분히 많이 생각이 나는 것을 보아 다른 영웅들과의 차별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는 아직 나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데드풀의 경우 앞의 모든 요소들을 충족하지만 단 한 가지를 위배했는데, 과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을 그렇게 잘 놀릴 수가 없었다.
토니 스타크 또한 그도 그렇게 과묵하진 않았었다. TMI가 많았던 히어로라고나 할까.
이 공식들에 하나는 위배되어야 사람들이 캐릭터적으로 신선하다고 느낄 텐데, 이 베일 양반은 클리셰 영웅이셨던 것 같다.
분명히 멋있고, 액션도 시원한 편인 것 같은데 그 다음의 장면들이 예상 가능하다.
분명히 멋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계속 생각난다. 예를 들면 토니 스타크... 예를 들면 슈퍼맨 기타등등...
3. 여성 캐릭터들의 클리셰
이 영화들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도 굉장히 예상 가능한 캐릭터들이다.
CIA 중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중에 그리스 지부장은 믿는 것을 보며 '아, 이 분은 전여친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처음에 케이트와는 혐관인 것을 보면서 '아, 케이트와는 로맨스가 생기겠구나'라는 느낌이 오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나의 예상은 대체로 맞아 떨어졌다. 여성 캐릭터들을 주인공의 조력자이기도 하지만 로맨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로 그려내어 아쉽다.
액션 영화와 로맨스 영화는 만드는 데 있어 참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액션 장르 또한 워낙 명작도 많고 하다보니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눈도 많이 높아져 웬만큼의 멋있음과 액션 그리고 캐릭터성만으로는 대중들을 사로잡긴 힘들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만드는 사람들의 고충도 깊어지겠지.
쓰다가 딴 길로 새긴 하는데, 그런 점에서 참 액션의 퀄이 다소 촌스러울 수는 있으나
서사나 캐릭터성으로 봤을 때에는 00년대의 감성을 현 시대 액션 영화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도 그렇고, 원티드도 그렇고.....
그 시절의 액션 영화들이 훨씬 센세이션했었던 것만 같다. 그래서 여러 국가에서 양산되는 새로운 액션 영화를 볼 바에는 이런 과거의 액션들을 내용을 다 알면서도 계속 N차 관람하는 것이 더 재밌는 것 같다.
4. 반가운 배우와의 만남
뭔가 전부 다 디스만 한 것 같은데
오래간만에 반가운 배우를 만나서 그저 반가웠다.
물론 새로운 배우를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지만
이미 알고 있지만 소식을 잘 모르던 배우가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론 에크하트 배우는 나에게 있어 '다크나이트'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배우이고
어렸을 때 몇 가지 영화를 통해 활발히 활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배우인데
간만에 보게 되는 것도 반갑지만 무려 적지 않은 나이일 텐데 중후한 액션 스타의 모습으로 보니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추억의 배우가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내심 기뻤던 것 같다.
그가 나의 가족도 아니고 그렇게 덕질하던 배우도 아니면서 유난인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의 활동을 응원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잘 못 만들었다고 할 만한 영화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 영화가 될만큼
잘 만든 액션 서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액션 자체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없어 액션 서사라고 표현해본다.) 나는 액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싶은 분들이 있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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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1부] 감상평 - 팝콘무비로써는 합격이지만, 어딘가 헐거운 l 아주 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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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팀업무비의 특성상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매력적인 빌런, 혹은 적대자일 것,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능력들을 최소 한 번이상 임팩트있게 연출할 것.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될 것. 그밖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이 세가지만 갖춰져도 분명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일정 부분 긍정하게 만들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어땠을까요? 오늘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전체적인 감상평으로 이뤄져있으나, 리뷰의 특성상 캐릭터, 혹은 개연성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작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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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재개봉 예고편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스파이를 찾아라!
영국의 비밀정보부 요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러시아 스파이의 색출 작전에 실패한 후 은퇴하지만,
본부로부터 다시 한번 비밀 작전을 맡게 된다.
한편, 러시아 고위급 장교를 감시 중이던 현장요원 ‘리키 타르’(톰 하디)는
서커스라 불리는 MI6의 최고위급 간부 4명,
정보부장을 포함한 고위 관료 중 한 명이 스파이임을 알게 된다.
이제, ‘조지 스마일리’는 어제까지의 동료였던 정보부 모든 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임무를 들키지 않고 스파이를 가려내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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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미즈 마블 손에 달려있다!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미즈 마블] 6월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