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04 11:28:39
9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8월 30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타겟>이 주말 관객수 16만명을 동원하면서 2위에 올라섰습니다. <오펜하이머>는 3주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관람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300만을 돌파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8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오펜하이머>가 3주 연속 정상을 지키며 2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전주와 비교했을 때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300만 돌파까지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입니다. 또 8월 30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타겟>이 1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2위에 올라섰습니다. 380만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위, <달짝지근해:7510>는 100만 명을 넘기며 4위에 자리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덴젤 워싱턴, 다코타 패닝 주연,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의 3번째 영화이자 최종장인 <더 이퀄라이저3>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바비>는 북미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전세계 매출 1조원을 넘기며 2023년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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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데타 / Benedetta, 2021
작년 12월 1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 <베네데타>는 총 13,547명의 관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상업적인 흥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국내 개봉 당시 본 작품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습니다. - 그 이유는 본 작품의 포스터인데, 그 모습이 "수녀"가 한 쪽 가슴을 노출시켰거든요.
문제는 이게 국내로 들어오면서 수정된 것이고, 문제의 해외 포스터에는 '유두와 유륜'까지 모두 노출이 되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수녀"라는 단어로 알 수 있듯이 종교와의 관련성도 있어 보기도 전부터 모든 이들의 주목을 이끌었죠.
그렇게, 까먹고 있다가 이번 2월 25일에 "왓챠"에 <베네데타>가 공개되었는데요. - 과연, 어떤 작품이 있는지?,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17세기 유럽, 한 소녀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한 수녀원에 도착합니다.
그 누구보다 신앙심이 깊은 소녀의 이름은 "베네데타", 시간은 흘러 한 명의 수녀로 어엿하게 성장한 그녀에게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발생하는데요.
'그녀가 성녀인지, 아님 사기꾼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대사까지 내려오는데...진짜 뭐가 맞을까?
1. 진짠가?
영화 <베네데타>는 실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레즈비언 수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 한들, 외설적인 포스터와 "종교"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라 해당 작품의 131분은 섣불리 손대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에 "하느님"을 보여줘 '어찌 운을 띄어할지?'부터 고민이 드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는 해당 영화는 그녀를 바라보는 캐릭터들과 함께 관객들을 동일시하려 합니다.진짜 맞나?
시작과 함께 성모상이 그녀에게 떨어지거나 떠돌이 용병들에게 위기에 모면하는 모습, 그리고 빙의를 의심케하는 모습 등 해당 장면들은 그녀를 "성녀"로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믿음에 부응하려는 듯, 하느님마저 등장시켜 이를 확신으로 낙인 시키려 합니다.
관객들마저 그녀를 일말의 의심 없이 "성녀"로 받아들이던 그 순간, 하나의 의심할 만한 구석을 보여줍니다.2. 이게, 왜 나오는데?
극에서 "성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에 "원장 수녀"는 '성흔이 나온 사람들에게는 하나같이 월계관이 씐 머리에도 있었다'라는 말을 꺼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내 머리에 피를 흘리는 "베네데타"를 다음 장면에서 보여주는데요.
근데, 그녀의 발밑에 유리 조각이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극 중 한 등장인물에게도 보여줍니다. - 왜, 이런 장면을 보여주었을까요?진짜, 맞나?
영화 <베네데타>에서 나오는 수녀 혹은 신부, 그리고 교황청까지 모두 신을 섬기는 자들로 등장하지만 그 누구보다 현실적인 인물들입니다.
극 중 "베네데타"를 수녀원에 인도하지만, 지참금을 주지 않는 이상 받아주지 않는데요.
이에 "부자는 지옥에 갈 수 없다"라는 말로 거래를 하려는 원장 수녀와 비단을 물에 빠트려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라는 말은 그들이 말하는 신성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관객들에게 말하고자는 바는 '그녀가 성녀인지, 아님 사기꾼인지?'가 아님을 의심하게 됩니다.3.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이후 영화는 "진실"에 대해 이런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서로 실오라기 없는 상태에서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 "베네데타 - 바르톨로메아"의 관계와 이를 파헤치려는 '바르톨로메아'에게 "고문"은 대비를 이룹니다.
분명히, 소리가 새어 나오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다를뿐더러 '진실'의 정의도 달랐습니다.
"베네데타 - 바르톨로메아"의 관계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주체였다면, '바르톨로메아의 고문'은 그들 스스로가 아닌 '신'에게 가려져 있으니까요.
마치, 흑사병에 걸린 것을 숨기려는 교황청 대사의 옷깃처럼 말이죠.결국, 뭐가 맞을까?
마지막에 보여주는 시민들의 믿음은 "양가성"을 더 부각시킵니다.
자신을 의심해 병에 걸린 자들의 등장으로 공포심에 떠는 시민들의 모습은 앞서 '그녀가 성녀인지, 아님 사기꾼인지?'를 의심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는 마지막에서 그 정답을 말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르톨로메아'가 '베네데타'에게 '진짜를 말하라'라고 하지만, 이내 옷을 입고서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가는데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흑사병에 걸린 사실을 숨기던 교황청 대사처럼 말이죠.4. 그래도, 청소년 관람불가
단순하게 '야한 영화(?)'쯤으로 봤다가 된통 당했지만, <베네데타>는 이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이상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 맞겠죠.
노출이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이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장면부터 감탄이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베네데타>를 연출한 "폴 버호벤"은 <원초적 본능>으로 커리어가 설명되니까요)
어찌 보면, 최근에 보았던 <모럴센스>때문이라도 더 만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극 중 "베네데타"가 성을 봉쇄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장면이며, "진찰"을 확인할 서류를 보여줘야 하는 모습이 어째?
※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해당 영화를 야외상영을 했다는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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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이 밀려오다 부딪히는 파도처럼. 빅 리틀 라이즈 (2017-2019)
이렇게 여성들의 연대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매 화마다 등장하는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는 그들이 매번 마주하는 풍경이자, 순간들이고 때로는 이들을 한 곳으로 이끌어 위로해주기도 한다.
드라마 오프닝 장면부터 오랫동안 기억해두고 싶다. <빅 리틀 라이즈> 속 이들은 모두 '엄마'라는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이들의 학교를 데려다 주기 위해 차를 모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클로즈업하며 스쳐 지나가는 표정을 담아낸다. 누군가에겐 놓치기 쉬운 일상의 일부분인 순간을 이렇게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적이 있었던가. 드라마는 몬터레이에 사는 다섯 인물들(메들린, 제인, 셀레스트, 레나타, 보니) 속 관계의 매듭을 풀어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제목에서 짐작했듯이, 그들에게 '거짓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기제, 또는 우정과 연대 그 자체이다. 이들 사이에는 '크고 작은 거짓말'들이 존재하고, 이를 대하는 각각의 다른 시선들을 따라가 보면 이들의 선택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시즌 1이 그들이 거짓말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이라면, 시즌 2는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진실들을 마주하게 되는 그들의 선택이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이 다섯 인물이 지목되고, 과거 회상 방식으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되묻게 하며 시즌 1은 시작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은 이들 중 과연 누가 범인인지를 예측하는 데 있어 일종의 내기를 하는 듯하다. 다들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결코 누구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이 게임. 점점 사건에 가까워질수록 이들은 의심이 가는 행동들을 하며 걷잡을 수 없이 의심은 커진다. 시즌 1의 마지막화는 그동안의 늘어뜨린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어가며 실마리를 잡고, 그렇기에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여운을 남긴다. 누구 하나가 단독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다 함께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더 이상의 불행을 막고, 자신을 가로막던 고리를 끊기 위해 대응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미궁의 인물이었던 보니가 직접적인 행동을 했던 것이 바로 <빅 리틀 라이즈>가 말하고 싶었던 바이다. 여성들의 시기와 질투보다는, 연대와 포용이 앞서는 순간들. 외부의 진술들이 그들을 내던지고 있을 때 누구보다 똘똘 뭉친 그들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그 순간의 시작은 어쩌면 1화에서 우연히 메들린을 도와주는 제인에서부터 이미 시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즌 2 속 그들은 거짓말에 직면하고, 이로 인해 감당해야 할 것들을 떠안으며 혼란에 빠진다. 가정 폭력, 성폭행과 같은 과거의 트라우마들은 시간이 흘러도 그들 한구석에 자리 잡아 있고, 가끔은 갑작스럽게 일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 또한 절대 아물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들에 맞서는 태도를 보인다. 결국 양육 재판에서 승리하고, 다시 사랑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며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까지 이들은 함께한다. 다 같이 경찰서로 가는 뒷모습을 비추며 우리들의 시선은 멈춘다.
무엇보다 극적인 '성장'이나 희망을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어딘가에 부딪히면 마구 부서지는 파도처럼, 그들은 수없이 무너짐과 갈등을 반복한다. 그렇지만 그들에겐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자신을 위해, 계속 나아간다. 우리가 늘 느끼고 지나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던 관계들을 담아낸, 섬세함과 온기가 가득한 작품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W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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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아웃 2 | 기쁨과 불안 속에서 나를 찾아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라일리'(켄싱턴 톨먼)의 행복을 위해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바삐 일하는 ‘기쁨’(에이미 포엘러), ‘슬픔’, ‘버럭’, ‘까칠’, ‘소심’. 그들은 라일리가 아이스하키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다음날 떠날 하키 캠프에 대한 걱정 없이 그녀가 잠들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 후 기쁨은 좋은 기억만을 골라서 라일리의 신념과 자아가 만들어지는 '신념 저장소'에 배치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음날 새벽 예기치 못하게 잠에서 깬다. 라일리의 사춘기가 시작돼 본부가 갑작스러운 리모델링에 돌입했기 때문. 이에 더해 새로 등장한 감정 ‘불안’(마야 호크), ‘당황’, ‘따분’, ‘부럽’이는 연신 최악의 상황과 미래만을 가정하며 기쁨과 충돌한다. 갈등이 이어지자 불안은 결국 기존 다섯 감정을 본부에서 내쫓아 버린다. 그렇게 기존 감정들이 본부로 돌아가려 애쓰는 사이, 라일리는 점점 불안한 사춘기에 빠져든다.
부끄럽지 않은 동생
2015년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그전까지 픽사는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침체기였다. 일상에서 잊고 지내던 가치를 일깨우는 픽사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토이 스토리 3> 이후 개봉한 <카 2>, <몬스터 대학교> 등은 속편인데도 미묘한 평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가 건재할 뿐만 아니라, 픽사만의 영역을 개척했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 꿈, 무의식, 기억처럼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해서 독창적인 비주얼을 선보였고, 유년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기점으로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의 교과서가 됐다. <소울>, <엘리멘탈>만 해도 <인사이드 아웃>의 콘셉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렇기에 9년 만에 돌아온 속편 <인사이드 아웃 2>의 어깨는 무거웠다. 전편의 충격과 신선함을 유지하되,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로도 한계가 명확하다. 여러 아이디어를 가능한 많이 살리려 과욕을 부리다 보니 전편에 비해 만듦새가 다소 아쉽다. 하지만 1편의 명성을 잇기에는 충분하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깊은 맛이 나고, 픽사가 늘 그랬듯이 성인 관객에게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기쁨과 불안이 만나 '나'를 빚다
<인사이드 아웃 2>의 핵심은 사춘기다. 13살 청소년은 여러 변화를 겪는다. 부모님과 난 데 없이 싸우기도 하고, 과거와 다른 취미를 갖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순수한 어린아이가 비아냥거리는 법도 터득한다.
극 중 기쁨과 불안의 대립은 사춘기의 혼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쁨은 현상 유지가 목표다. 라일리가 즐겁고 재밌는 기억만 간직한 채 지금 모습 그대로이길 바란다. 안 좋은 기억은 무의식 저편으로 던져 버리고, 라일리의 자아를 좋은 기억으로만 채우려 한다. 하지만 새 친구와 환경을 마주한 라일리에게 기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쁨의 지시를 따르자 하키 캠프에서 선배들에게 찍히고, 코치에게 한 소리를 듣기만 하니까.
이에 감정 컨트롤 본부는 이제 불안에게 넘어간다. 불안은 하키 캠프나 고등학교를 비롯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만을 걱정한다. 부정적인 예상과 미래만 라일리에게 보여주면서 라일리를 다그친다. 처음에는 불안이의 계획이 통하는 듯하다. 라일리는 롤모델인 '밸'(릴리마르)의 눈에 들고, 선배들과 코치에게도 실력을 어필한다. 하지만 불안이 이어지면서 라일리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자기 신념과 확신마저 잃어버린다.
하지만 기쁨도, 불안도 잘못은 없다. 이 모든 변화가 '나'를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까. '신념 저장소'의 변화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기쁨이 가져다 놓은 기억만 가득하지만, 나중에는 불안이 가져놓은 기억이 더 많아진다. 끝내는 모든 기억이 한 데 뒤엉켜서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새로운 라일리의 자아를 만들어 낸다.
픽사는 이번에도 픽사했다
따라서 기쁨과 불안의 갈등은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나 다름없다. 고유한 자아와 신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감정이, 그리고 모든 기억이 있는 그대로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 모두를 있는 그대로 곱씹어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그러니 기쁨의 비중과 역할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쁨이 단지 유치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불안하고 힘든 순간마다 과거의 기쁜 기억이 '나'를 지탱해 줄 테니까. 이는 결국 기쁨이 다시 감정 컨트롤 본부를 제어하는 이유다. 슬픔도 다른 감정만큼 중요하다는 전편의 메시지와 유사한 귀결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라일리의 성장 서사는 성인 관객이 더 감동받는 대목일 수도 있다. 특히 20대나 30대 초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 커 보인다. 대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발돋움하는 또 한 번의 사춘기를 거치는 시기에는 기쁜 일보다 우울한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이드 아웃 2>는 각자의 사춘기를 되짚어 보고, 지금의 자기 상황도 투영하면서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라일리의 성장은 생각보다 더 거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밸이나 코치가 보는 나'보다 '내가 보는 나'가 더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그런데 이 교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유효하다. 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따르는 게 중요해진 현대 사회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즉, <인사이드 아웃 2>는 현대 사회가 나날이 불안 사회가 되어가는 이유까지도 예상치 못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탄탄한 기초공사
이러한 스토리는 <인사이드 아웃 2>의 탄탄한 구조 덕분에 더 잘 전달된다. 아이스하키 규칙을 영리하게 이용한 수미상관 구성이 대표적이다. 아이스하키 반칙 중에는 마이너 페널티가 있다. 상대를 막기 위해 신체나 장비를 과격하게 쓰는 반칙으로, 이 반칙을 범한 선수는 2분간 페널티 박스로 퇴장당한다. 라일리는 영화 시작과 끝에 한 차례씩 마이너 페널티를 범한다. 영화는 이 순간을 활용해 라일리의 사춘기를 요약한다.
사춘기가 오기 전 라일리는 퇴장을 당해도 큰 걱정을 안 한다. 오히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경기에 다시 투입되기를 기다린다. 반면에 사춘기를 본격적으로 겪는 라일리는 다르다. 홀로 페널티 박스에 앉아서 극도의 불안함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러한 공황 상태를 겪었기에 라일리는 한 단계 성장한다. 자기의 단점, 부끄러운 과거, 잘못, 비밀까지도 자각하고 받아들이고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비로소 낼 수 있다.
이에 더해 자칫 따로 놀 수 있는 라일리와 감정들의 플롯을 이어주는 가교도 메시지의 울림을 극대화한다. 라일리의 플롯은 그녀가 하키 캠프에서 새로운 선배와 친구를 만나며 겪는 변화가 핵심이다. 감정들의 플롯에서는 불안을 비롯한 새 감정이 기쁨과 슬픔 같은 기존의 감정과 만드는 여러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이때 <인사이드 아웃 2>는 라일리와 불안을 '후배'라는 위치에 동기화하면서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다양한 상상력의 명과 암
구조를 탄탄히 잡은 후에는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꾸미려 애쓴다. 특히 <인사이드 아웃 2>는 시각 효과나 캐릭터가 전편만큼 신선할 수는 없으니, 화려함과 다양함으로 승부를 보는 듯하다. 이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전편보다 다채로워진 시각효과 자체는 인상적이다. 특히 사춘기의 특성에 걸맞게 라일리의 머릿속을 더 정교하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를 들어 감정 컨트롤 본부는 사춘기가 되자마자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는데, 이는 사춘기를 겪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또 라일리가 예전과 달리 비아냥거리거나 냉소하자 '의식의 흐름' 강은 거대한 폭포로 변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상술한 신념 저장소부터 비밀을 간직한 금고 등 스토리텔링의 배경이 되는 새로운 장소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기존 픽사 작품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시도도 흥미롭다. 금고에 갇힌 다섯 감정이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블루피', '파우치', '랜스 슬래시브레이드' 같은 2D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는 라일리의 과거를 상징하는 장면이자, 3D 애니메이션의 틀을 깨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같이 안겨주는 순간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나 <장화신은 고양이 2>처럼 픽사 이외의 스튜디오에서 시도한 연출을 픽사스럽게 응용한 듯 보이기도 한다.
다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단점으로 작용하는 대목도 있다. 바로 캐릭터다. 새로운 감정이 넷이나 튀어나오다 보니 응집력이 다소 부족하다. 불안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비중을 받은 캐릭터가 없다시피 할 정도다. 또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특성상 한정된 러닝타임 내에서 여러 캐릭터의 플롯을 다뤄야 하니 템포도 급해진다. 전편에서 빙봉이 사라지는 장면처럼 눈가에 물이 고이게 하는 완급조절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계 혹은 가능성
이에 더해 사춘기를 다루는 영화라서 남는 아쉬움도 하나 있다. 사춘기의 변화 중 빼놓을 수 없는, 이성 관계에 대한 묘사가 없다시피 하다. 라일리가 밸을 좋아하는 것도 이성애든, 동성애든, 양성애든, 사랑에 관한 내용이라 보기는 어렵다. 롤모델에 대한 동경이자 새로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에 가까우니까. 이는 아무래도 가족 단위 타깃 관객과 관람가를 염두에 둔 픽사와 디즈니의 한계가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다음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3편에서 다룰 이야기를 남겨두는 게 아닌가 싶으니까. 1편도 기쁨이 '고작 12살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라고 말하며 끝났지만, 2편에서 바로 13살이 되자마자 사춘기에 접어들었듯이. <인사이드 아웃 2>가 비록 전편만큼의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형 못지않은 동생이기에 가능한 기대 혹은 상상일지도 모르겠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성인에게도 2분 페널티가 필요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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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영웅의 탄생
7★/10★
바다와 사막 위의 인간을 익스트림 롱숏으로 잡을 때, 그 안의 피사체는 작디작다. 극도로 작아진 그의 형태로 인해 그가 어떤 고난을 겪는 중인지,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떤지, 그의 운명이 얼마나 가혹한지는 사소해진다. 파도와 모래의 흐름만이 장관처럼 펼쳐져 점처럼 작은 사람과 그의 고통스러운 현재는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데서 익스트림 롱숏의 역설적 미학이 도출된다. 카메라 속 그들은 수많은 다른 고통받는 인간처럼 어려운 시기를 겪는 중일 뿐이지만, 고통받는 인간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개별적 고난은 그리 쉬이 제쳐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네갈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 세이두와 그의 사촌 무사의 이야기가 그렇다. 성공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가족 몰래 고향을 떠나는 두 청소년은 유럽, 즉 ‘낙관적 미래’를 향한 여정의 잔혹함을 온몸으로 겪는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는 내내 돈을 뜯어내려는 온갖 브로커들만 득시글거리고, 불안정한 정세의 틈새를 파고들어 먹고사는 경찰과 반군 역시 두 사람의 생존을 위협한다. 몸값 요구, 고문, 노예 시장에서의 거래……. 탈락하는 순간 죽는 이 가혹한 여정의 목표는 이제 유럽이 아닌 생존 그 자체다.
그러나 세이두는 이 과정에서도 같은 처지의 난민을 포기하지 않는다. 경찰에 붙잡힌 무사를 구하기 위해 먼저 유럽에 갈 기회를 마다하고, 수많은 난민을 태운 배를 직접 운전하여 우여곡절 끝에 아무도 죽지 않은 채로 이탈리아에 도착한다. 난민 영웅의 탄생이다. 각자도생을 강제하는, 죽음과 맞닿은 꿈(생존)을 향한 여정에서 세이두는 같은 처지의 난민을 버리고 혼자 생존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역시 이 여정에서 누군가의 호의에 기대 생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숨 빚을 갚는 소박한 행위는 그 행위가 놓인 처참한 현실에서 영웅의 조건으로 거듭난다.
영화가 종종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연결된 존재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세이두의 죄책감을 위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침내 도달한 유럽은 아마도 세이두가 기대한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사막과 바다 위에서 방치된 생명으로 근근이 생존한 삶은 유럽에서도 별다르지 않게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라고 환희에 젖어 외치는 세이두의 마지막 얼굴은 이 청소년 난민 영웅과 그가 관계 맺은 사람들의 운명에 다른 가능성을 싹틔운다. 극우가 득세한 유럽과 난민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는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상상하고 그러모아야 할 것은 바로 이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주조한 극한의 생존 여정에 대한 존중, 그리고 난민을 양산하는 기울어진 글로벌 정치 경제의 맥락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영화의 제목 IO CAPITANO는 ‘나는 선장입니다’의 이탈리아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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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틸라트로즈: 아프간의 기자들> 리뷰
감독] 압바스 리자이
시놉시스] 2021년 8월 15일, 탈레반에 의해 카불이 함락되고, 아프가니스탄의 일간지 에틸라트로즈 소속 기자들은 기로에 선다. 이대로 피신할 것인가,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할 것인가. 결국 신문사 대표는 탈레반에 저항하는 시위를 취재하기로 결정을 하지만, 혹독한 시련에 직면한다. 다섯 기자가 체포되고, 두 명이 끔찍한 고문을 당한 것. 영화는 그렇게 탈레반의 거짓 약속과 아프가니스탄의 비통한 현실을 고발한다.
작년 카불공항에서 IS테러가 일어나면서 전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사실 개인적으로 IS라는 무장단체의 테러 자체는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무자비함은 지속적으로 봐왔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활주로까지 가득차있었고, 비행기 바퀴와 날개를 잡아서라도 이곳을 떠나려는 저 간절함과 극박함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안타깝게 다가와서 아직도 카불공항 테러는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에틸라트로즈: 아프간의 기자들>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관한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리더의 존재
영화 <에틸라트로즈: 아프간의 기자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바로 편집장이다. 이 팀의 리더였던 그는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언론에 대한 사명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이 두 가지 원칙이 동시에 지켜지기는 솔직히 어렵다.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다면 기자의 사명감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편집장은 솔직하게 말한다.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서 이 현실을 계속해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왜 그래야 하죠?라고 반문한다. 탈레반 하에 있는 언론사는 그들에게 이용될 뿐 언론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끝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키며 남아있는 것은 허영심에 불과하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비통한 현실을 보도할 수 있는 방법은 아프가니스탄 내부가 아니라 외부이기에 편집장은 어떻게 해서든 기자들을 무사히 다른 나라로 망명을 보내려 한다.
직원들을 안전하게 망명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관련 기관에 직원들의 서류를 등록시키고, 우선적으로 비행기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을 점점 압박해오는 탈레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기구 및 단체들과 화상미팅을 가지며 현재의 상태와 보급, 망명에 대한 도움 요청을 지속적으로 한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고, 직원들이 탈레반에게 잡혀들어갔다가 고문을 당하고 돌아올 때에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던 편집장이 회의에서 자신의 직원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리더의 무게와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남겠다는 직원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편집장의 모습은 끝까지 직원의 안전부터 생각한 이 시대의 참리더가 아니었나 싶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그토록 카불공항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비행기 바퀴에, 날개에 매달리면서 까지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안전일 것이다. 내일의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그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이유는 안전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탈레반은 굉장히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코란을 보지만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했던 기존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탈레반은 엄격한 잣대로 코란을 해석했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 속에서 굉장히 큰 제약이 따랐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옷을 입을 수 없었고, 여성들의 경우에는 직업을 가질 수도, 눈을 제외한 몸의 모든 부분을 가려야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용납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그동안 누려왔던 자유와 선택을 지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을 질 수 있었던 환경이 파괴되면서 그들은 기본적인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다른 나라로의 망명을 원한 것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자유의 부재는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의 공포와 비슷하다는 것을 이 작품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에틸라트로즈는 과연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카불의 일간지로서 아프가니스탄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자유를 회복할 수 있을까? 에틸라트로즈의 기자들이 다시 한 데 모여 보도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시간표
2022-09-24 11:00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103호
209
2022-09-28 10:30
메가박스 백석점 2관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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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더 위험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황궁아파트에 어서 오세요
영화의 배경은 주인공이 머무르고 있는 ‘황궁 아파트’ 이외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가정하에 시작한다. 난장판이 된 세상. 집을 잃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동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법이 사라진 아파트 밖 세상. 화폐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 그런 세상에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며칠 안 남은 듯하다. 아파트의 주민이었던 민성과 명화. 둘은 신혼부부다. 가족이 됐다는 즐거움과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자연재해가 벌어졌다. 아빠한테 안 가도 될까? 불안해하는 명화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민성. 하지만 돈도 무엇도 의미가 없이 생필품만 있는 이 세상에 부부만 덩그러니 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민성. 어렵게 복숭아 캔 하나를 구해왔다. 명화랑 먹어야지! 막연한 바람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민성의 집에 입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부부의 아파트에 아들과 어머니 모자가 들어왔다. 명화는 아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하지만 민성의 생각은 다르다. 아니 일단 우리부터 살아야지.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사소한 의견 차이가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 같다. 사실 이 아파트에 손님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외부인들이 서서히 문제가 되고 있었다. 민성은 명화와는 다르게 원주민들이 아닌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나가길 바라고 있다. 폭풍전야의 황궁 아파트. 어느 날 아파트의 어느 호수에 불이 났다. 모두 어쩔 줄 모를 때 한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불을 진압한다. 남자의 이름은 김영탁.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김영탁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가진 문제들을 하나, 둘씩 해결해 나간다.
지옥도이자 천국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취한 전략은 ‘재난이 왜 벌어졌는가’에 집중하지 않고 이 이후의 리액션에 집중한다. 재난 이후의 상황을 그리는 작품이야 많았다. 올해 공개됐던 <정이>만 봐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외국영화의 경우에는 <미스트>가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대중적으로 잘 알고 있는 재난영화로는 <설국열차>가 있다. <설국열차>가 설정한 ‘기차 밖의 상황’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유사하다. 매우 춥기 때문에 탑승객(거주민)들은 밖으로 나가면 존재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다. 공간 안에 이 인물들이 온갖 수를 써서 잔류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계급 격차가 발생한다. <설국열차>의 경우에는 ‘칸’으로 등장인물들에 차등을 두며 계급을 나눈다. 공간을 통해서 인물 간의 계급과 현 세태가 받아들일 사회구조가 모순적인지를 드러내는 봉준호 감독이 구사한 일종의 비유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 <설국열차>와 공통점을 가진다. 우선 한 공간을 바탕으로 계급 격차를 나눈다. 외부 세상이 전부 무너졌는데 계급 격차가 어떻게 나뉠까에 대한 부분이 영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로서 사회를 어떻게 풍자하는지가 가진 영화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어떻게(how), 누가(who) 계급을 나누고 또 그사이에 들어가는가에 대한 묘사가 영화가 묘사하고 싶었던 한국 사회의 구멍이자 그림자가 된다. 반대로 차이점은 비유의 방식이다. <설국열차>가 꼬리 칸과 머리 칸의 대비를 통해 사회계급 간의 격차를 비유로 드러냈다면 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 삶의 현실적인 부분과 닿아있다. 한국적인 특성으로 리얼리티를 높인 셈이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디테일한 부분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높인 것과 유사하게 영화 플롯 구조의 입체성을 부여했다.
나는야 박찬욱 키드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박찬욱 감독의 향이 어느 정도 풍겨있다. 최근작 <헤어질 결심>에서 중요했던 건 시점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해준과 서래는 서로 사랑했다. 하지만 그 시점이 엇갈려 서로 사랑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시점의 엇갈림은 민성-명화 두 인물의 관계, 또 영탁과 그 나머지 인물들 간의 이해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박쥐>에서는 작품에 서려있는 광기를 묘사하기 위해서 카메라나 음향이 굉장히 중요했다. 후반부 즈음에 김혜숙 배우 캐릭터 쪽에 클로즈업 역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핵심으로 작동한다. 또 영화에서 기괴하게 틈입하는 청각적인 대사가 몇 줄 있다. 이 부분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복수의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했다.
그중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의 향수가 느껴지는 지점은 장면의 시각화다. ‘적당히 잘 사는 아파트’를 영화에서 미술로 표현한 방식은 <박쥐>의 태주가 머무르는 집이 연상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각적인 디테일을 하나하나 다 챙긴 지점이 초반부에 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장면인데, 그 단역/엑스트라 동선이 깔끔하다. 또 이야기 듬성듬성 들어가 있는 유머가 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건조한 분위기에 유머가 들어간 것과 유사한 특징이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있다. 영탁(이병헌)의 가장 마무리 장면은 <복수는 나의 것>의 엔딩신 아이러니와 병치된다. 이런 디테일한 요소도 박 감독의 영향이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가장 크게 ‘나는 박찬욱 키드다’라는 인장을 쾅 박은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OST 삽입곡이 있다. 이 장면을 딱 둘러싸고 ‘왜 이 노래가 들어가야 했는가’에 대한 부분, 또 그 이전에 이 노래를 부르는 인물의 캐릭터 자체가 박찬욱 감독의 캐릭터 작법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거시적이면서 미시적으로
영화가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일단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무슨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집’에 대한 집착이 서려있다. 명화/민성 부부는 신혼부부다. 이 부부는 집을 얻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영화 대사로 표현된다. 이 대사로 표현된 부분은 재난 이후에 인물들이 대화할 때도 등장한다. 이 대화를 나누는 신에 첫 등장하는 금애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집단의 우두머리가 갖고 있는 위선을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층수마다 재난 이전에 사람들이 서로 계급을 나눴다는 묘사가 등장한다. 이 부분이 영화의 어떤 지점에서 중요한지 체크하며 보는 것도 작품의 재미요소다. 이 외에도 영화에서 주민들의 직업, ‘집단이 합의해서 내린 의사결정’의 맹점, 유토피아의 진정한 의미까지 작품이 갖고 있는 ‘한국적인 요소’가 걸리적거리지 않고 더 극적인 분위기를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는 점은 영화의 굉장히 큰 강점이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분노에 공감할 수 있고 그 토대에 부동산이 있다. 엄태화 감독이 부동산이라는 소재를 탁월하게 해석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더 큰 장점은 반대측면에 있다. 바로 박보영 배우가 맡은 ‘명화’ 캐릭터 세팅이다.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명화’와 유사한 인물은 흔하다. 우리 한국사회에도 명화와 비슷하게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보영 배우는 이를 디테일하게 살릴 수 있을 만큼 선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 캐스팅만 보면 ‘이 영화에서 너무 전형적인 패턴으로 묘사된 것 아니냐’라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에 이 명화의 말을 어떻게 터트려서 마무리지었는지가 있다. 또 이 인물이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을 때 바로 반대에서 ‘마냥 그렇지만은 않아’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장르의 클리셰를 주파하는 좋은 선택지였다.
왜 다들 잘하지
이 영화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은 장점은 배우의 연기다. 아마 이 영화가 입소문을 탄다면 배우들의 호연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병헌 배우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묘사한다. 어떻게 입체적인가?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 보고 ‘아 이 사람 후반부에 이렇게 될 것 같네’의 너머를 묘사한다. 점점 드러내는 광기가 아니라는 점이 아주 중요했다. 이 부분은 이야기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데 있어 아주 중요했는데, 한국 최고의 남자배우답게 정말 잘 이해해서 표현했다. 이런 유사한 캐릭터는 우리가 <악마를 보았다>나 <마스터> 같은 빌런 연기로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선한 사람이 파멸을 맞이한다는 설정은 <달콤한 인생>에서도 봤던 모습이다. 이 이병헌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뚫고 나오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아마 내년 백상예술대상 같은 시상식에서 후보 지명 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김도윤, 박지후 배우 역시 경력에서 손꼽힐 만큼 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박서준, 박보영 배우는 그동안 전형적인 영화에만 출연했다. 키 크고 잘생겼지만 어딘가 허당인 구색이 있거나(<드림>, <청년경찰>)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특화(<과속스캔들>)가 된 캐릭터였다. 이 작품에서 두 배우는 필모그래피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 특히 박서준 배우는 열정이 느껴졌다. 김선영 배우는 후반부를 보면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한국영화의 수많은 캐릭터들을 정공법으로 부숴버린다. 이 사람이 <세 자매> 분했던 배우라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박지후/김도윤 배우는 <벌새>나 <럭키 몬스터>에서 봤던 연기의 연장선상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 두 배우의 연기가 당연히 좋았지만 혜원/도균이 캐릭터 핵심은 인물 연출이다. 관객분들이 이 두 사람의 특정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실 것 같다.
이 배우들의 호연을 뒷받침하는 데 있어 청각적인 요소를 다 잡았다는 점은 영화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큰 장점이다. 영화에서 배경음악으로 삽입되는 것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다. 하지만 모든 대사가 다 들리는 것은 이 부분은 이야기가 한국사회의 집단이기주의를 풍자하고자 했던 메세지적인 측면에 설득력을 부과한다. 심지어 영화 카메오에 한 배우가 나온다. 이 배우는 속삭이는 딕션으로 유명한데 이 분 마저도 대사가 다 들린다. 저번주 개봉작 <더 문>과 대비된다.
정말 굳이
전체적으로 모든 요소가 딱 달라붙은 스릴러물이지만 굳이 트집을 잡아보자면 영화가 무겁다는 점이 단점이다. 영화가 행복해지는 작품은 아니다. 올해 <범죄도시 3>이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엘리멘탈>은 또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밀수>는 400만을 넘어 손익분기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세 작품은 시각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물의 감정이입으로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대비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정말 굳이’ 뽑는 단점이고 이야기의 완성도의 관점에서 <범죄도시 3>이나 <엘리멘탈>보다 더 훌륭하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한 키워드가 뜨문뜨문 등장한다. 김영탁 캐릭터에서도 보이고, 엔딩 시퀀스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장면들이 관람에 지장이 가는 건 아니지만 이해 못 하는 관객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떤 걸 보여준다는 발상은 오히려 문제의 근원을 따진다는 점에서 좋은 연출이지만 이미 밀도 높은 블랙코미디에 곁가지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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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17시간 시리즈 37분 요약(*액션위주)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분노의 질주 시리즈 정리 요약ㅣ분노의질주9 리뷰ㅣ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리뷰ㅣ
?「분노의 질주9 더 얼티메이트」 리뷰 보기 전, 필수로 봐야하는
분노의 질주 1~8 시리즈 결말포함 요약 정리 영상(*액션위주)
*외전 "홉스앤쇼"(2019) 제외- "분노의질주9" 정보
감독: 저스틴 린
제작: 저스틴 린, 빈 디젤, 닐 H. 모리츠,제프 커센바움, 조 로스, 클레이튼 타운센드, 사만다 빈센트
각본: 저스틴 린, 다니엘 케이시
원안: 저스틴 린, 다니엘 케이시, 알프레도 보텔로
장르: 액션
출연: 빈 디젤, 미셸 로드리게즈, 조다나 브루스터, 존 시나 등
음악: 브라이언 타일러
제작사: 원 레이스 필름스, 오리지널 필름, 로스/커센바움 필름스
배급사: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대한민국 UPI 코리아
개봉일:미국 2021년 6월 25일, 대한민국 2021년 5월 19일
상영 시간: 142분
#분노의질주더얼티메이트 #분노의질주_스토리 #분노의질주_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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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31]직쏘가 생각나게 하는 쏘우의 스핀오프 스파이럴 개봉!! 재밌다!
쏘우의 스핀오프 영화 스파이럴이 개봉했습니다.
배우 크리스락이 기획아이디어와 각본에도 참여했는데요.
주연 배우로도 활약하고 있죠.
코미디 배우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크게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고 있어요.
영화도 쏘우 시리즈의 초기 영화들 처럼 너무 급하지 않게 서서히 발동을 걸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너무 쏘우 시리즈와 동일한 구성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보는 재미는 있네요.
기존의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영화에요.
감독은 대런 린 보우즈만 인데, 쏘우 2,3,4편의 감독이었죠. 다시 원래 잘하던 시리즈로 돌아왔네요.
그동안 공포영화들을 찍어왔지만 사실 거의 B급공포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 전체를 봐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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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 공식 예고편
로버트 해리스가 집필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원작의 영화. 1938년 가을, 전쟁의 위기에 내몰린 유럽. 아돌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준비하고, 네빌 체임벌린 정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중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긴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향하는 영국 공무원 휴 레것과 독일 외교관 파울 폰 하르트만. 협상이 개시되자 두 오랜 대학 친구는 자신들이 얽히고설킨 정치적 음모와 거대한 위협의 정중앙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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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논볼> 메인 예고편
예상치 못한 사고로 형을 잃은 ‘현우’.
‘현우’는 모든 원인이 담임 선생님 ‘연정’의
동생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동생이 저지른 사고로 힘든 일상을 보내던
‘연정’은 ‘현우’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선생님 동생 감옥에 있죠?”
난감하기만 한 ‘연정’은 ‘현우’에게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선생님이랑 바다에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