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11 14:33:01
9월 2주차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유재선 감독의 입봉작 <잠> 개봉 첫주 1위,<오펜하이머>는 300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북미박스오피스에선 더 잔인하고 무섭게 돌아온 <더 넌2>가 1위를차지했다고 합니다.
9월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하실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유재선 감독의 영화 <잠>이 개봉 첫 주 주말에 3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몰고 있는데요.누적 관객 수 53만 명으로 주말 관객 수 13만 명을 모은<오펜하이머>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서는데 성공하였습니다.<오펜하이머>는 누적 관객 수 299만 명으로 3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 뒤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달짝지근해: 7510>은 각각 3위와 4위에 올라섰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스크린 테스트 이후 추가 촬영으로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바뀐 <더 넌2>이 매출액 3260만 달러를 기록하며 <이퀄라이저3>를 밀어내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컨저링3>를 연출한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1956년 프랑스 한 성당에서 신부가 죽은 채 발견되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아이린 수녀가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국내 개봉은 오는 27일에 공개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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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한 연출이 스릴러를 만날 때
매해 넷플릭스가 발표하는 OTT 영화/드라마 라인업 중에서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등 주요 연휴 때 공개되는 작품들은 넷플릭스 내부에서 공들인 기대작들이다. 막상 공개했을 때 기대치를 밑도는 경우들이 최근 많았지만, 다행히 '살인자ㅇ난감'은 시청자들의 원하는 수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최우식)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추적극이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헷갈리는 제목처럼 '살인자ㅇ난감'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작품이 달라 보인다. 우발적 살인을 통해 다크히어로가 되어가는 이탕의 우여곡절 서사를 그리는 듯하면서도 정의와 악인의 경계 묻는 작품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살인자ㅇ난감'의 가장 큰 특징은 웹툰 원작인 작품들 상당수에서 보여줬던 것과 달리 최대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가려고 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안전한 선택이라 볼 수 있겠지만, 원작 자체가 워낙 훌륭하기에 지루하거나 단조롭진 않다. 충실히 따라가되, 현실에 발붙이는 표현력 덕분에 실제로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살인 소재의 스릴러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 숨 막히는 듯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공기가 느껴진다. 예를 들면, 살인 장면을 일차원적으로 나열하거나 잔인한 장면을 보여줘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고 유려하게 살인 장면을 넘겨가는 연출력이 감각적이다. 이야기를 스타일리시하게 전개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수위가 매우 높은 장면이 나오긴 하나, 비비드 컬러처럼 산뜻함을 안겨주고 있다. 'POP'하다고 평한 손석구의 한마디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연출을 맡은 이창희 감독이 선사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이 극대화되는 또 다른 장면은 8화 클라이맥스다. 이탕과 장난감의 투샷은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시청자들의 오감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리고 '살인자ㅇ난감'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면면의 컬러 강하다. 유약한 살인자 이탕, 촉 하나는 끝내주는 형사 장난감, 보는 것만으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형사 출신 연쇄살인범 송촌(이희준), 정의구현을 위해 살인자들을 서포트하는 살인조력자 노빈(김요한) 등 각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히고 손을 잡는 관계성 변화에 재미가 샘솟는다.
여기에 이탕이 처단하는 피해자들에게 '알고 보니 숨겨진 가해자'란 프레임을 씌워 살인과 단죄 사이에서 보는 이의 묘한 감정을 끌어올린다. 특히 이탕의 살인이 어느 정도 멈추는 중반부부터는 주요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더욱 치중하며 '단죄하기 위한 살인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묵직하게 던진다.
다만 독특한 캐릭터들의 불협과 화음, 그리고 변주가 강하게 다가오기에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메인 사건의 임팩트가 점점 약해진다. 또 중반부터 강한 캐릭터성을 내뿜고 있는 송촌이 등장하면서 이탕 대 장난감의 추격극이 조금 느슨하게 비치기도 한다.
캐스팅 단계부터 찰떡이라고 평가받던 '살인자ㅇ난감' 주연 배우들은 뚜껑을 연 이후에도 그 기대치를 그대로 이어가는 중이다. 이탕 역을 맡은 최우식의 평범함과 무해하면서 불행한 얼굴, 그러면서 살인할 때 바뀌는 그의 표정변화를 보며 '이탕은 최우식이어야 했다'는 극찬을 이끌어낸다. 손석구는 특유의 야생적인 연기력이 장난감 형사에 착붙하면서 매력이 극대화된다. 또 이희준은 송촌으로 분하면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히는 데 성공했다.
주연 이외 모든 배우의 역량이 모자람 없이 가득 들어차 있다. 술 취한 진상 아저씨, 편의점 사장과 알바, 일진 고등학생 등 분량이 많지 않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도 아주 리얼한 생활 연기를 보여준다. 그중 노빈 캐릭터를 맡은 배우 김요한은 또 다른 날 것을 드러내며 '사이드킥' 이상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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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되는 법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우리, 둘>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꿈꾼다. 그 이야기 속에서, 설령 그 이야기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당신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당신의 이야기는 다채로워질 수도 있고, 그저 그런 평범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고민하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진정한' 주인공(hero)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신은 당신의 영웅담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1. 방황하는 젊은이
여기, 우리와 마찬가지의 고민을 품은 젊은 기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가웨인'이다.
가웨인은 그 유명한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나오는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아서왕의 조카로, 그는 원탁의 기사 중 유일하게 그만의 '영웅담'이 없다. 기사 서임식은 다가오는데, 이렇다 할 업적도 세우지 못했으니 그는 날로 초조해지기만 한다. 그리하여 방황한다.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한다. 무엇도 해내지 못할까봐. 그래서 말한다.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나이다.'라고.
2. 과업의 서막
가웨인이 준비가 되었거나, 말거나, 운명의 순간은 다가온다. 어느 크리스마스 절기의 만찬에 정체 모를 녹색 기사가 찾아온 것이다. 한 손에는 죽음의 상징인 도끼를, 다른 한 손에는 호랑 가시 나무를 들고서! 그가 제안한 바는 이랬으니, '나의 목을 벨 기사는 누구인가? 내 목을 베는 자는 영광을 얻으리라. 그러나 1년 후 나의 녹색 예배당으로 와 내게 목을 베여야 하리라!'
그 섬뜩한 '목베기 게임'에 응한 것은, 다름 아닌 젊은 가웨인이었다.
가웨인은 녹색 기사의 목을 베었고, 이 초자연적 존재는 스스로 베인 목을 옆구리에 낀 채 말달려 돌아간다. 1년 후 가웨인의 목을 벨 날을 기약하며!
가웨인은 그 게임을 받아들임으로써 영웅이 되었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시련의 시작임을 모르지 않았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녹색 기사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는 대단한 행패를 부린 것도 아니고, 그저 어떤 신비롭고 기괴한 제안을 했을 뿐이다. 가웨인은 얼마든지 그 제안에 응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응했다. 우리들이 우리에게 닥치는 운명을 마지 못해 받아들이는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운명의 여정에 어쨌든 올라야 하는 법이므로.
그리하여 가웨인은 1년 후 모험을 떠난다. 그의 얼굴에는 결연함과 용기보다는 막막함과 걱정이 더 많이 맴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십자가를 짊어진 그리스도 같기도 하고, 신벌로 과업을 부여받은 비극적 운명의 그리스 영웅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1년 후에 죽을 것을 알면서 누리는 영광은 얼마나 찰나와 같았을까. 그는 매 순간, 녹색 기사에게 목을 베일 것을 걱정하며 살아갔으리라. 그럼에도 그는 여정을 떠난다. 과업을 수행하는 것은 모름지기 모든 영웅의 필수 조건이니까.
3. 자아 찾기의 여정, 그리고 시련
여정은 고달프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그는 도적에게 가진 것을 죄 털리기도 하고, 피로는 언제나 그의 몸을 뒤덮는다. 어쩌면 그는 몇 번이고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안락한 성 안에서, 그가 사랑하는 이들의 애정을 받으며, 그저 향락에 빠져 사는 것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므로 이런 고난은 다 내버리고 돌아가고 싶다고. 그러나 그는 나아간다. 그의 삶의 '영웅'을, 그의 삶을 빛낼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했으므로.
다행히 그는 완전히 혼자는 아니다. 그에게는 정체 모를 여우 조력자가 있고, 기나긴 여정 끝에 도달한 버틸락 성에서는 그를 살갑게 맞이해 주는 성주 내외가 있다. 그들 덕분에 그의 여정은 마냥 버겁지만은 않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젊은 가웨인에게 달콤하기만 했을까? 우리는 때론 달콤한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가장 화려한 독버섯의 독이 가장 치명적인 것처럼 말이다.
고달픈 여정만이 그를 시험에 들게 한 것이 아니란 소리다.
버틸락 성주는 그를 극진히 대접하면서 특이한 제안을 한다.
"자네가 머무는 동안 나는 내가 사냥해 온 사냥감을 줄테니 자네는 자네가 여기 머물면서 이 성에서 얻은 것을 주게."라고. 그리고 가웨인은, 그 성에서 성주 아내의 입맞춤과 녹색 벨트를 받는다.
그는 정직한 기사로서 성주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성주 아내의 유혹을 애써 뿌리쳤지만 그녀가 내미는 마법의 녹색 벨트, 그러니까, 차고 있으면 어떠한 상처도 나지 않는다는 그 물건을 거절하지는 못한다.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1년간 고민했던 비극적 운명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을터였다.
성주가 그에게 성에서 묵던 며칠 간 무엇을 얻었냐고 하자, 그는 성주에게 그의 아내에게서부터 받았던 입맞춤을 돌려준다. 그러나 녹색 벨트는 돌려주지 않는다. 대담하게 꾀를 부리는 그 숱한 고전 속의 영웅들처럼. 그것은 부정직과 비겁일 수 있을테지만, 어쩌면 영웅이라는 미명 하에 그것이 용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웨인은 녹색 예배당으로 향한다. 그가 떳떳하지 못하게 얻은 녹색 벨트를 차고서.
4. 시련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녹색 벨트만 있으면 그는 죽음의 위협과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의 순간까지 그것을 찬 채 고개를 숙인다. 속이려고 한 것이다. 그 초자연적 존재를!
그러나 가웨인은, 그 최후의 순간에, 주어진 과업을 불명예스러운 속임수로 마무리한 결과를 예측한다. 거짓으로 얻은 왕위는 그를 좀먹어 들어갈 터였다. 사랑하는 이와 저버리고, 그의 왕국을 위협에 빠트리리라. 그것이 부도덕한 영웅이 맞이할 결과일테니. 그 상상속의 말로는 처참했다.
그러므로 그는 그 짧지만 끔찍한 고뇌 끝에 마침내 이야기한다.
"잠깐! 이 벨트를 풀고 나서 나의 목을 베시오!"
그렇게 이야기하며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에는, 마침내 과업을 완수한 영웅의 광채가 깃든다. 그렇다. 그는 그 많은 유혹들 중 가장 떨쳐내기 어려운 스스로의 유혹을 떨쳐낸 것이다.
가웨인은 목에 베였을까? 그는 목숨을 잃었을까?
영화 내용만 봐서는 그것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장면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그가 그의 임무를 영웅답게 완수하고 영광스럽게 그의 고향으로 되돌아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으레 과업을 수행한 다른 영웅들이 그러하듯이.
숱한 시련과 유혹 속에서 방황하는 가웨인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네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미래는 달콤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예측불허하며, 그래서 우리를 두렵게 한다. 삶은 녹록치 않다. 사람들은 우리가 '청춘'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기대와 굴레를 씌우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우리 삶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제대로 빛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고뇌가 우리의 뇌를 가득 채우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달콤한 속임수에 눈을 돌린다. 나와 타인을 속이는 일은 내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쉬우므로.
그러나 우리의 젊은 기사 가웨인처럼, 우리도 때때로 우리의 '목베기 게임'에서 기꺼이 우리의 녹색벨트를 풀어내야 한다. 두렵다고 피해가는 것은 운명을 상대하는 바른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속임수를 버리고 모두의 앞에서 떳떳해짐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영화는 신비롭고 상징적이다. 반지의 제왕처럼 스펙터클한 전쟁씬을 바랐다면 조금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중세 기사의 이야기라든가, 아서왕 이야기의 큰 팬이라면, 혹은 방황하는 청춘으로써 눈 앞에 닥친 운명으로부터 자꾸만 도망치고 싶어지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한번쯤 관람해봐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줄거리 외적인 부분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다양한 인종이 출연했다는 점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을 맡았던 데브 파텔은 인도계이고, 그의 어머니를 맡은 사리타 초우드리는 인도계 영국배우이다. 오늘날 영국 인구의 적지 않은 수가 인도계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캐스팅은 현대적 감수성을 반영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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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화요일은 화이트 데이였죠. 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사탕을 주고받으셨나요?
그렇지 않으셨대도 뭐! 사탕 같은 거 없으면 어때요~ 씨네랩이 여러분들 곁에 있잖아요 >.<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 질 재미있는 영화 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달달하기만 한 판타지 로맨스는 지겨울 때가 있지 않나요?
마냥 예쁘고 잘난 주인공들보다는 찌질하면서도 인간적인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쓰이듯이요.
그런 의미로 오늘은 여러분들께 달콤 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명대사 제조기, 현실 연애 바이블 <500일의 썸머>부터
제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7편의 로맨스 영화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클로저(2005)>
Clos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3분
“Hello, Stranger!”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 기사를 쓰고 있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서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앨리스’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 ‘안나’ 역시 ‘댄’에게 빠져들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우연히 만난 마초적인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하지만 ‘댄’의 끊임없는 구애를 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앨리스’와 ‘래리’는 상처를 받게 되는데…
사랑은 하트 모양처럼 간단하지 않아.
넌 사랑을 알려면 멀었어. 타협이 뭔지 모르거든.
ⓒ 네이버 영화
<클로저>는 영화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연출을 맡은 그에게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안겨 준 작품입니다. 이미 연극으로 전 세계 100대 도시에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성공을 거둔 패트릭 마버의 동명의 희곡 [클로저]를 각색하여 만들었으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지요. 특히 클라이브 오웬과 나탈리 포트만은 해당 영화로 제6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남·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작가를 꿈꾸는 런던의 부고 담당 기자 '댄'과 그의 연인 '앨리스', '댄'과의 불륜을 저지르는 사진작가 '안나'와 그녀의 남편 '래리'라는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감독은 “우리는 사랑의 처음과 끝만을 기억하고 그 중간은 편집해 버린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사물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는가, 삶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가”라는 말로 영화를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주인공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랑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진정 사랑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독하게 어긋나는 인물들은 뜨거운 사랑을 호소했던 '처음'을 뒤로하고 그 어떤 타인보다도 큰 고통을 안겨 주며 헤어지고 맙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네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의심, 질투, 거짓말, 상처뿐인 진실로 뒤덮인 '사랑' 그 자체라 더욱 씁쓸한 영화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또한 이 영화의 잊지 못할 한 부분이랍니다.
블루 발렌타인(2012)
Blue Valentin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4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의대생 신디.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이 나타난다. 자신의 모든 걸 받아주고 안아주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 신디는 딘과 결혼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간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이삿짐센터 직원 딘.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신디에게 반해버린 그는 그녀에게 안식처 같은 남자가 돼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점점 지쳐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사랑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그와 그녀의 사랑 사이, 찬란한 트루 러브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나한테 맹세했잖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잖아.
맹세했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사랑의 불꽃이 점차 꺼져 가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부부 '신디'와 '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냉랭한 현재와 따뜻했던 과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보다 확연히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장면은 슈퍼 16mm로, 현재의 장면은 HD로 촬영하는 등 현재와 과거를 형식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블루 발렌타인>이 고통스러운 이유은 비단 두 사람의 현재가 비극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과거가,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라이언 고슬링이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미셸 윌리엄스가 탭댄스를 추는 길거리 씬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파트랍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1)>
Take This Waltz
ⓒ 네이버 영화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6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엔 새것이었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 네이버 영화
공교롭게도 또 한 번 미셸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네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주인공 '마고'가 다정하면서도 친구 같은 남편 '루'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 도중 만나게 된 남자 '대니얼'에게 이끌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마고'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극에 이끌리면서도 자신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택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요, 플롯 자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할 수 있지만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는 이라면 누구나 느껴 보았을 '불안'과 '의심'이라는 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과정을 밉지 않게, 너무나 현실적으로 담아낸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해요. 또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360도 회전씬은 영화의 메시지가 응축되어 담겨 있는 백미이기도 하니 놓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500일의 썸머(2010)>
500 Days of Summ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클로이 모레츠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 ‘톰’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에 완전히 빠졌다.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썸머’ 친구인 듯 연인 같은 ‘톰’과의 부담 없는 썸이 즐겁다. “저기… 우리는 무슨 관계야?”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우리 모두의 단짠단짠 연애담!” 설레는 1일부터 씁쓸한 500일까지 서로 다른 남녀의 극사실주의 하트시그널!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는 거야.
다음번에 다시 생각해 보면 오빠도 알게 될 거야.
ⓒ 네이버 영화
<500일의 썸머>는 '현실 연애의 바이블' 격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로맨스 영화인데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이 그의 모든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자 '썸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녀와의 이별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톰의 입장에서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 사건들을 차례로 보여주는데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어떤 일로 다투었고, 또 어떤 엔딩을 맞이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애의 환상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결말부에 다다랐을 때에는 정반대의 연애관을 갖게 된 점 또한 이 영화의 인상 깊은 부분이랍니다. 연애와 관련해 현실적인 명대사가 워낙 많은 영화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담론이 오갈 수 있는 영화이기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고들 하죠. 미완한 내가 완벽한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 혹은 그녀가 평생의 짝이라고 믿었다가도 그 환상이 깨졌을 때의 당혹감. 그럼에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녹아 있는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2019)>
Marriage Story
ⓒ 네이버 영화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아담 드라이버,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내 양육법을 엄마랑 비교해!아빠는 몰라도 엄마는 안 닮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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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어, 우리 아버지도 닮았고. 가끔은 우리 엄마 같기도 해!
물론 어머님을 제일 닮았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보다가 어머님이 생각나 역겨울 때도 있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결혼 이야기>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2019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영화는 노아 바움백 감독 특유의 맛깔나고 현실적인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이미 연기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요, 이혼을 앞두고 양육권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큰 호평을 얻었어요.
영화는 주인공 '찰리'와 '니콜'이 서로의 장점을 적은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요, 사실 그 편지는 이미 두 사람이 파경을 맞은 상태에서 쓴 것으로, 이혼 상담 중 서로 그 편지를 읽지 않겠다며 싸우는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영화는 이혼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까지 아주 근거리에서 지켜봅니다. 한때 너무나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이기심과 오해 속에 벌어진 두 사람 간 거리는 결국 좁혀지지 못하는데요, 미움과 원망, 그럼에도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일 것입니다. 찰리와 니콜이 다투는 씬, 이혼 과정 끝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찰리가 홀로 노래를 부르는 씬 등 명장면 또한 정말 많아서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We Made a Beautiful Bouquet
ⓒ 네이버 영화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연애는 살아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 네이버 영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륵주륵>,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랑을 했다'라는 과거형 문장에서 보이듯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담은 것으로 호평을 받으며 권태기와 함께 식어가는 장기 연애를 탁월하게 묘사, 마지막 이별까지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일본 멜로의 감성보다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일본에서는 무려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크게 흥행하기도 했답니다. 주연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의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여기 또한 몰입을 돕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천생연분처럼 모든 게 꼭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던 사랑의 시작부터 현실의 벽 앞에 변모하고 마는 사랑의 모습에 관객들 역시 함께 웃고 울다가, 또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 네이버 영화
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 나간다.
내가 너와 헤어지고 후회되는 건
네가 얼마나 멋진 지 깨닫게 하지 못했단 거야.
난 늘 뭔가 잘못될까 걱정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하지만 정작 잘못된 건 내가 걱정한 게 아니었지.
ⓒ 네이버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노르웨이의 영화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오슬로 트릴로지' 중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영화로, 주인공 '율리에'가 자신이 원하는 진짜 삶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또 그 과정에서 그녀가 만나는 연인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주연을 맡은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원제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처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 임신과 불만족스러운 연애 등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실수를 거듭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변덕스러운 청춘에게 건네는 감독의 위로와도 같이 느껴지는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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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다음번에는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_국내 편'으로 돌아올게요 :)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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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포일러 포함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2022.11.30 개봉)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미치에다 슌스케, 후쿠모토 리코 등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보고 왔어요. 솔직히 제목 무슨 투바투 노래도 아니고... 길고 못 외우겠고 일본틱하고 그렇잖아요? 영화를 보고 나시면 왜 이런 제목인지 아실 겁니다 진짜 이렇게 딱인 제목이 없어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가장 행복한 오늘을 줄게' '잊고 싶지 않아' 토루와 마오리의 명대사인데요. 어느 대사가 들어가도 딱 들어맞는 제목이죠? 저 대사 두 개가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랍니다.
저는 소설로 먼저 봤다고 했잖아요? 솔직히 소설로 봤을 땐 이렇게까지 깊은 감명은 없었어요. 그냥 뻔하디 뻔한 일본 소설이다 싶었거든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 있는 여주에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심어 주는 남자 주인공, 알고보니 그에게는 심장병이......?! 말도 안 되는 3류 드라마 줄거리 아닌가요. 여주의 기억 상실마저도 너무 판타지스러운데 남주까지 심장병 걸려서 죽어 버린다니......
게다가 인기 있는 소설 작가가 남주의 친누나이며,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는 하루하루 버티다싶이 한다는 그런 설정은 왜 넣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누나가 쓴 소설의 내용이 전개에 등장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마지막에 이즈미를 도와주는 인물일 뿐이거든요.
실제로 그때 별점 세 개 반을 주면서 '일본 소설은 다 거기서 거기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긴 하겠네'라고 코멘트 달았었네요. 그런데 정말 영화로 나올 줄이야...... ㅋㅋㅋㅋㅋ
B급으로 만들었으면 개망했을 스토리인데 연출, 각색, 영상미가 정말 뛰어나서 다 했다 싶은 작품이에요. 포스터부터 영상까지 필름 카메라 느낌으로 찍어서 청춘물 느낌이 나게 한 것도 한몫 하는 거 같고요. 토루와 마오리가 등장할 때마다 햇빛에 솨르륵~ 비추는 남녀 둘의 비주얼이...... 지나쳐... 눈물 날 정도로 잘생기고 예뻐서 더 보고 싶은......
원래 소설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토루 시점 - 마오리 시점 - 이즈미 시점 이런 식으로 넘어가거든요. 시간 순서대로 쭉쭉 흘러가는 느낌인데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이즈미 시점으로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이즈미 시점을 유지해요. 물론 주인공은 토루와 마오리기에 그 둘의 이야기를 포함!
이즈미의 눈으로 이야기를 따라갔기에 더 처지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됐던 듯해요. 현재 - 과거 - 다시 현재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완벽한 각색이었다는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일본 영화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유치하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간 건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따라올 영화가 없는 거 같아요! 소설을 보셨든 안 보셨든 꼭 한 번씩 관람하셨으면 하는 영화랍니다! 너의 췌장 나는 어제의 너와 등등은 안 봤지만...... 너의 이름은이랑 견주어 보았을 때 비슷한 정도의 감동이긴 해요! 개인적으로는 너의 이름은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실제로 상영한 지 한 달이 다 되었는데도 상영관이 꽉 찰 정도로 관람객이 많았고
(N차 하시는 분들 정말정말 많아 보였음)대부분이 많이 우시더라구요 물론 저도 ㅠㅠ......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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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마지막 주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했을까?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에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계속 개봉을 한다는거!
7월 마지막 주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7월 4주 개봉영화 5편!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 2021
1991년 소말리아 내전,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입니다.
김윤석 조인성의 첫 호흡이자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베를린' 의 제작진이 다시 모여 확장된 2021년 해외 도시 프로젝트죠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의 상황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진행된 100% 올로케이션으로 현실감을 올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김윤석 조인성의 신선한 조합과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까지
존재감 있는 배우 캐스팅부터
이국적인 풍광의 모로코 올로케이션
첫번째 추천영화 "모가디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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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크루즈 Jungle Cruise , 2021
캐리비안의 해적을 이을 디즈니 액션 어드벤처의 신세계
영화 "정글 크루즈"는 재치 있는 선장 ‘프랭크’와 용감하고 자유분방한 식물 탐험가 ‘릴리’가
신비로운 힘으로 둘러싸인 아마존에서 고대 치유의 나무를 찾기 위해 벌이는 스릴 넘치는 모험을 그린 와일드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디즈니가 전설의 어트랙션과 함께 미지의 세계 아마존으로 옮겼는데요.
오랜 기다림 끝에 월트 디즈니의 "정글 크루즈"에 탑승한 주인공은 바로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비롯, 모험과 액션 장르에서 최고의 흥행 배우인 드웨인 존슨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통해 대체 불가한 매력으로 새로운 여성 액션 배우상을 만들어 가는 에밀리 블런트
월트 디즈니의 상상 속으로 떠나는 환상적인 여행
살아있는 숲, 고대 전설, 신비로운 생명체, 그리스 신화 아마존두번째 추천영화 "정글 크루즈"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방법: 재차의 The Cursed: Dead Man’s Prey , 2020
드라마에서 영화로 확장된 '방법'
드라마'방법' 의 특별한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영화 "방법: 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방법'의 연상호 작가와 '부산행' 김용완 감독이 만났는데요
"방법: 재차의"를 위해 드라마 오리지널 제작진과 '부산행', '곡성',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미스터리 흥행 제작진이 총출동했다고 합니다.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방법’(謗法)을 소재로
한국의 샤머니즘과 오컬트를 접목한 신선함 그 특별한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거죠
죽음의 저주 ‘방법’(謗法)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엄지원, 정지소, 정문성, 김인권, 고규필, 권해효 ,오윤아,이설
'방법' 오리지널 패밀리와 새롭게 합류한 NEW 캐릭터까지세번째 추천영화 "방법: 재차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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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크랙 Breach , 2020
살아남기 위한 우주 최후의 서바이벌!
영화 "배틀크랙"은 제2의 지구로 가는 우주선 헤라클레스 호에
인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가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수로 인해 새로운 지구로 인류를 이동시켜야 한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통해 '에일리언'을 잇는 새로운 SF영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죠
거기에 브루스 윌리스의 믿고 보는 액션 씬으로 기대감을 더하면서
에일리언을 생각나게 하는 외계 생명체까지 새로운 SF액션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다시 돌아온 브루스 윌리스와 새로운 에일리언의 탄생
네번째 추천영화 "배틀크랙"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갈매기 Gull , 2020
2021년 가장 압도적인 올해의 여성영화
영화 "갈매기"는 일평생 스스로를 챙겨본 적 없는 엄마 ‘오복’이 험한 사건을 당한 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맞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올해의 여성영화 "갈매기"는 신예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으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신동민 감독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와 함께 공동 대상을 수상한 화제작이죠
‘오복’을 연기한 정애화 배우의 현실감 있는 연기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도움이나 증언을 뿌리치는 사회 속 여성문제!
어머니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오복이라는 존재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두 발 딛고 일어서는 투쟁의 과정
다섯번째 추천영화 "갈매기"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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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비할수록 채워지는 이상한 마법을 손끝으로 느껴본다면
※영화 〈시티 라이트〉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기 도시를 떠돌아다니는 한 남자가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낡고 펑퍼짐한 양복과 맞지 않는 모자, 지팡이뿐인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길모퉁이에서 꽃을 팔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에게 부토니에를 사려했을 때 남자는 알게 되었다. 소녀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깐의 만남 이후 그는 길 위의 삶을 그만두기로 한다. 대신 자신을 위해 웃어주는 한 사람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는다.
20세기 문화예술을 말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 최고의 예술가이자 감독, 제작자 찰리 채플린의 영화 〈시티 라이트〉는 사랑에 빠진 눈먼 소녀를 지키기 위해 가난한 남자가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스 장르에는 언제나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는 중세 기사도 문학인 ‘로망스’부터 시작되었다. 기사와 귀부인이라는 계급과 신분의 차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플라토닉 사랑을 자아낸다. 닿지 못하는 사랑의 결실은 곧 귀족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수호하는 매뉴얼이 된다. 명예와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겸손하고 금욕적인 기사도의 원형은 당대의 사회 질서를 지배했다. 이후 로망스가 로맨스 소설로 변화하면서 ‘낭만적 사랑’의 서사가 등장하고, 현대에 와서는 사라진 신분과 계급 대신 다양한 심리적, 물질적 장애물로 세분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가로막은 집안과 신분을 지난 현대의 작가는 사장과 평직원, 북한의 장교와 남한의 유명 배우, 심지어는 도깨비와 인간 사이의 장애물까지 만들어낸다. 독자, 시청자, 또는 관객은 이 미끄러지는 위치와 관계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격차로 발생하는 오해와 편견, 이별과 재회에 이목을 집중한다. 하지만 로맨스 장르의 또 다른 특징은 독자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사랑과 이별에 갈등하고 위기를 맞는 이들은 결국 절대적인 사랑의 힘이라는 우연 혹은 필연으로 재회하고, 행복한 결말을 이룬다. 롤러코스터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갈등의 연속에도 이미 독자는 이 바람 잘 날 없는 사랑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품는다. 독자는 로맨스 안에서 현실과 다른 환상적 사랑의 결실을 바라기 때문이다.
과거의 로맨스는 주로 우월적 지위의 완벽한 남성이, 그보다 낮은 지위의 선량하지만 수동적인 여자 주인공을 구원하고 해방하는 드라마였다. 이는 현대의 로맨스 장르에서도 여전히 통용되는 법칙이다. 다만 그 안에서 여러 설정과 관계성의 변주를 준다. 앞서 언급했던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처럼 믿을 수 없는 능력의 탈인간을 남자 주인공으로 설정하거나,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근대의 조선 양반집 여성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한국계 미국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로맨스 장르에서 특징 중 하나는 한쪽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두 사람의 결핍이 서로 마주하며 성장해 동등한 지위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은 여성 캐릭터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이제 로맨스의 여성은 과거의 인습에 따라 ‘도덕적 미덕’을 구현하는 존재로 남아있지 않다. 자신의 욕망과 목표를 정확히 인식하고 주체적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무조건 선량하거나 씩씩한 캐릭터도 아니다. 좌절과 절망, 탐욕과 부정을 숨기지 않기도 하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거침없이 행동한다. 과거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전복되기도 하며 미스터리, 공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확장된 장르의 변용과 해체도 이루어진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현실적 인식과 다양성의 확장이 맞물린 로맨스의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연대와 성장의 길로 함께 들어서는 관계가 된다.
〈시티 라이트〉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마법에 빠진 것처럼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를 관통하는 이 무조건적 선의와 환대의 가치는 유성 영화의 시대에 들어선 1930년대를 마주 선 찰리 채플린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결된다. 찰리 채플린이 연기하는 남자는 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는 단벌 신사다. 평소처럼 길을 걷다 첫눈에 반한 소녀는 소리만 듣고 우연히도 고급 자동차에서 나오는 부유한 남자와 그를 착각한다. 남자는 당황하지만 소녀의 사정을 이해하고 그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집도 절도 없는 사정은 본인도 마찬가지기에 여느 때처럼 방황하며 고민을 하던 중 강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한 남성을 구한다. 그는 이 도시의 백만장자였고, 목숨을 살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찰리 채플린을 금세 친구로 사귀고 집으로 초대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술을 즐기는 이 백만장자는 찰리의 여러 사정을 묻지 않고 통 크게 그를 환대한다. 소녀를 돕기 위해 돈을 건네주기도 하고, 잠자리도 제공해 주는 등 선의를 베풀어 준다. 불의의 사고로 그와의 기억을 잃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성영화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1930년대 음향 기술의 도입에 반기를 들었던 그는 사회의 부조리에도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부의 불평등과 인간의 가치 하락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로써 영화는 사회의 약자들에게 가닿을 수 없는 도시의 불빛에 휘청거리는 소시민을 연기한다. 소녀의 집세와 개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얻으려 했던 그의 노력은 안타까움 속에 담긴 익살스러운 슬랩스틱에 담겨 웃음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자아낸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 보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경찰에 쫓기는 범죄자 신세가 되어서야 소녀에게 돈을 쥐여줄 수 있던 그의 마음은 오로지 한 곳으로 향한다. 자신도 변변치 않은 현실에도 소녀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일대기는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의 무성영화가 주는 그 울림과 가치를 고집스럽게 지켜내려는 감독 찰리 채플린의 심정과 닮았다.
이 영화를 말할 때 헬렌 켈러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찰리 채플린과 그의 짧은 만남은 영화의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찰리 채플린과 헬렌 켈러는 국가의 억압과 독선에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대중과 미디어에 비치는 헬렌 켈러는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딛고 삶을 이어 온 투혼의 인물’ 정도였다. 모두가 행복한 동화 속 헬렌 켈러의 삶은 그의 스승 설리번 선생님과의 유대관계와 우정, 박애와 사랑의 성녀, 그 정도뿐이다. 정말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철저히 가려지고 윤색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헬렌 켈러는 서른 살까지의 인생까지다. 알려지지 않은 그는 공산주의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였고, 1900년대 초반 미국 사회당에 입당해 여성과 노동자, 유색인종의 권리와 평등을 위해 싸웠다. 여러 신문의 칼럼과 저서로 부정의한 사회로부터 투쟁해 온 헬렌을 보며 사람들은 그가 장애인과 사회복지 운동 외의 다른 운동에 투신하는 것을 싫어했다. 대중이 정해놓은 성스러운 이미지로 ‘숭배’ 해야 하는 ‘천사’가 정치 세력에 옮아 ‘불순한’ 사회운동을 하다니. 견디지 못한 언론은 그를 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장애인이라는 그의 정체성을 과거에는 ‘삼중 장애의 역경을 딛고 세상에 나온 영웅’으로 추앙했지만 비난의 대상이 된 이후 ‘세상 물정 모르는 장애 여성의 치기’로 격하한 언론의 이중성은 극에 달했다. 장애를 단지 극복해야 할 비정상적 양태로 바라본 편협한 시각은 등을 돌렸을 때 더욱 모진 차별과 비난의 무기로 활용되었다.
찰리 채플린도 같은 곤경에 처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과 빈곤의 굴레를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한 그의 영화는 냉전 시대의 광풍 앞에 ‘공산주의적 선동’으로 몰린다. 소아성애자라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그는 결국 미국을 떠나 이민을 간다. 여성이자 장애인으로 사회의 진보를 위해 투신했던 헬렌의 삶에 감명을 받은 찰리는 〈시티 라이트〉에서 도시의 불빛을 볼 수 없던, 아니 도시의 따가운 시선에 가려진 한 소녀가 선한 의지와 노력으로 결국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사적으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영화 줄곧 원경에서 시민들의 군상, 그 안의 찰리 채플린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던 카메라는 눈을 뜬 소녀가 그의 얼굴이 아닌 손끝으로 남자를 알아보는 장면에서 또렷이 서로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관객은 무조건적 희생과 사랑의 연대라는,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어 보이던 가치를 묵묵히 이어나간 끝에 마침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게 되는 두 사람의 표정을 만난다. 고난 끝에 찾아온 행복이 현실이 되기 바라는 감독의 간절함은 참고 참다 마지막에 드디어 시선을 가까이 두는 탁월한 완급조절로 드러난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 의미를 전혀 알 수도 없는 ‘평화와 번영’ 동상 위에서 대범하게 잠을 청하는 유쾌하고 날카로운 찰리 채플린의 시선은 이렇듯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마음을 울리는 직접적인 메시지로 표출한다.
우리는 사랑과 연대가 가진 힘을 알고 있다. 저 큰 도시 한 구석에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동상 하나 세운다고 그 가치는 실현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몸부림이겠지만, 자신의 곤궁함을 받아들이면서 한 인간의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그의 몸이 오히려 가장 시대의 변화를 추동하는 상징으로 내세울 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상이 아닌 행동이다. 우리의 진가는 사회에 겉돌고 외면받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난달부터 우리는 서아시아의 한 나라가 무너지는 장면을 바라봤다. 한순간에 억압의 과거로 퇴보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타인을 포용할 만큼 충분히 밝은 도시의 불빛에 비해 비좁은 시민들의 인식은 여러 이유를 들어 세상의 불의와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만다. 사회에 내 집 하나 없이 무시당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해학을 담아 웃음과 눈물을 만든 찰리 채플린은 영화 내내 웃지도 않고 전 세계의 관객을 웃겼다. 어쩌면 우리는 난민과 이주민을 카메라 뒤편에서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닫힌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꺼이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줌을 당겨 그들을 만나고 손을 잡는 것이다. 다정함은 세상을 구한다. 그래야 절망 앞에 웃을 수 있고, 선의지를 담은 표정으로 타인을 반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마침내 행복을 찾은 남자의 이름은 리틀 트램프, 작은 방랑자이다.
※ 이 글은 파랑달의 브런치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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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1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차우"를 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보자
범죄없는 마을로 공인(?)받은 곳 삼매리에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풀기위해 형사 경찰 포수 생태연구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이지만
문제 해결은 커녕 피해만 늘어난다.
삼매리는 다시 범죄없는 마을로 거듭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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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즈미켈슨#칸_남우주연상#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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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영화 '더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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