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18 08:57:44
9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잠>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올해 한국의 3번째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9월 9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잠>이 개봉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손익분기점 100만명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올해 세번째 한국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2위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으로 주말동안 3만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다음으로 오펜하이머가2만5천여명의 관객수를 동원하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더넌2>가 차지했습니다
더 넌2’는 루마니아 수녀원 사건 4년 후, 수녀 모습을 한 악마가 다시 나타나면서 드러나는 공포와 충격적인 진실을 그립니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으로 ‘컨저링 유니버스’ 사상 가장 강력한 악마로 꼽히는 발락의 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베니스유령살인사건>이 그 뒤를 이으며 2위에 올라섰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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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신이 추는 칼춤
강아지 한 마리 죽음으로 발생한 나비효과는 과연 어디까지 퍼지는가. <존 윅> 시리즈는 액션 장르의 고점을 갱신하는 액션 영화라고 치부한다. 후속 편이 나올수록 화려하고, 고도화되는 액션의 질은 고혹하기까지 하다. 검은 방탄 슈트를 입으며 적들을 피로 물들게 하는 모습이 마치 피어오른 붉은 꽃이 그려진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한다. 바바야가, 존 윅, 조니, 조나단, 부기맨 등 별명도 참으로 많은 사신(死神) 존 윅이 추는 라스트댄스 <존윅 4>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존 윅 4> 스틸컷
<존 윅 4>라는 제목이 다가오는 느낌은 <존 윅> 시리즈를 끝맺는 수미상관을 보여준다. 1편 제목이 <존 윅>이었던 반면, 후속작 2,3편은 각각 '리로드', '파라벨룸'이라는 부제가 있었다. 킬러들의 세계관에서 최고 회의로부터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아무도 얻지 못할 자유를 통해 '헬렌'의 다정한 남편이 되고자 한다. <존 윅 4>는 <존 윅> 시리즈의 끝맺음이다. 애초에 영화가 끝맺음을 짓기 위해 흘러간다. 이들도 아무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사람을 죽이고, 최고 회의 간부를 몇 차례 죽인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도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장르를 있는 힘껏 선사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사막에서 말을 타고 추격하는 장면과 마지막 플롯에서 케인(견자단)과 권총 한 자루로 자웅을 겨루는 일대일 장면은 웨스턴 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액션을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이다. 그리고 <존 윅:파라벨룸>에서도 등장했던 동양 무술을 이번 영화에도 선보이는데, 오사카 콘티넨탈 호텔이라는 장소에 맞는 일본식 검술도 등장하여 동양 무술 액션에 폭을 넓혔다. 심지어, 이번 등장인물에 동양 무술영화의 대가인 '견자단'까지 등장하니 깊이까지 더한다. 배우 견자단이 맡고 있는 '케인'은 존 윅(키아누 리브스)과 비슷하듯 비슷하지 않다. 케인(견자단)은 장님인데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적들을 소탕한다. 칼과 총, 주먹으로 해결하는 케인이지만, 존 윅은 이번 편에도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다.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기억이 남는데, 이소룡이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이자 동양 무술의 폭을 넓혔다는 취지에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존 윅> 시리즈는 장소에서 가져올 수 있는 특징을 액션으로 활용할 줄 안다.
그러나 <존 윅:리로드>부터 장소의 특징뿐만 아니라 화려한 색감과 조명이 가미된 장소에서 선보이는 액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색채와 조명을 배경으로 벌이는 고도화된 액션 장면들은 오직 <존 윅>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미장센이 돼버렸다. 그러나 감각적인 색채와 조명을 배경으로 벌이는 액션이 재미는 더하지만, 자칫 관객 눈을 더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존 윅 4>는 로테이션 액션 촬영에 더 비중을 중요시했다. 후반부 프랑스 시내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또 한 번 신선함을 선보인다. 프랑스 이름 모를 시내 내부와 개선문, 사크레쾨르 대성당과 성당까지 가기 위한 222 계단 등에서 펼치는 액션은 장소 특징을 살린 것과 동시에 자연광이 비치는 풍경의 미학까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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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전 2> 기대 이하의 스릴과 예상외의 헛헛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용산역 혈투 이후 모습을 감춘 '서영락'(오승훈). 경찰이 성과를 자축하는 사이, '원호'(조진웅)는 계속해서 서영락을 쫓는다. 그가 이선생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대신 이선생의 수법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그를 붙잡아 진짜 이선생으로 가는 길을 알아내려 한다.
그러나 원호는 서영락을 체포하지 못한다. 그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하기 직전, 중국에서 온 진짜 이선생의 대리인 ‘큰 칼/섭소천’(한효주)이 사태 수습을 위해 서영락을 태국으로 납치했기 때문. 또 여전히 이선생의 마약을 탐내는 ‘브라이언’(차승원)의 계략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원호는 태국으로 향한다. 이선생에 대한 단서를 찾고 마약을 둘러싼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독전 2>, 미드퀄이라는 실험
<독전>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속편 <독전 2>. 감독도 바뀌고 일부 배우도 달라졌지만, <독전 2>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미드퀄이라는 형식이다. 미드퀄은 전편 이후 시점을 다루되 결말은 동일한 속편을 말한다. <300>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300>은 테르포밀레 전투를 중심으로, 플리타이아이 전투를 에필로그로 등장시켰다. <300: 제국의 부활>은 두 전투 사이에 벌어진 살라미스 해전을 다뤘다. <독전 2> 역시 전편 용산역 시퀀스와 노르웨이 결말 장면 사이의 시점을 다룬다.
<독전 2>가 한국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미드퀄 형식을 택한 이유는 짐작가능하다. <독전>은 개봉 당시 후반부 전개가 어설프고, 결말이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선생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너무 급하게 끝나고, 결말로 이어지는 내용이 빈약했기 때문. <독전 2>는 이처럼 관객들이 전편 결말에 품은 의문을 해결하려는 작품이다. 즉, 마지막에 누가 왜 총을 쐈는지 묻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줘야 했다.
고로 미드퀄은 일종의 절충안이다. 3/4 지점까지는 전편의 연장선상이다. 진짜 이선생을 찾는 악전고투를 또 한 번 보여준다. 그 이후로는 인물의 전사(前事)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덧붙이며 정해진 결말로 나아간다. 속편 느낌을 주면서도, 나름의 재해석을 통해 중간 과정의 완결성을 높이려 했다. 안타깝게도 <독전 2>의 실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독전 2>에 무엇을 기대하든 간에 기대를 채우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로 전편을 재해석하다
사실 <독전>에서 돋보인 지점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임팩트였다. 특히 '진하림'(김주혁)과 그의 파트너 '보령'(진서연)이 마약을 하는 연기가 화제였다. <독전>은 마약이라는 소재의 자극성을 강조하고, 이를 발판 삼아 스릴러 형사물로서의 장르적 쾌감도 덩달아 살려냈다. 개연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우직하게 강점을 극대화한 영화가 <독전>이었다.
그런데 <독전 2>에는 전편의 핵심이었던 두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이에 <독전 2>는 아예 새로운 길을 걷는다. 새롭게 투입된 섭소천을 단순한 대체재 이상으로 써먹는다. 둘에 비해 임팩트는 약하더라도 스토리텔링에 힘을 줄 수 있는 새 구심점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섭소천은 미치광이 악역이 아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이선생이 거둔 불쌍한 소녀였고, 그녀는 평생 동안 이선생을 아버지로 따랐다. 더 나아가 그에게서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녀가 이선생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신종 마약을 개발하고 마약 판매처를 늘린 이유다.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는 곧 <독전 2>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전편이 마약을 둘러싼 이전투구였다면, 이번에는 마약이 아닌 마약을 이용하려는 인물들의 동기에 주목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처럼 <독전 2>는 새로운 캐릭터와 미드퀄이라는 형식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속편이지만 전편의 재해석까지 야심 차게 시도한다.
마약과 인생의 허무함
<독전 2>의 실험은 일정 부분 성공했다. 우선 캐릭터들의 성격이 더 확실하게 부각된다. 특히 마약에 대한 집착보다는 개인적인 목적이 전반적으로 강하게 드러난다. 서양락은 변화가 가장 크다. 전편에서는 이선생 이름을 판 이들을 응징하는 최종 빌런이었다. 반면에 이번에는 친부모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선생을 만나 사과를 듣고, 복수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원호의 캐릭터성도 선명해진다. 전편에 그는 조카처럼 아끼던 정보원 수정을 잃은 분노와 마약상을 검거하겠다는 경찰로서의 책임감이 더해진 캐릭터였다. 동료를 또 잃는 <독전 2>에서는 경찰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개인적인 원한에 사로잡힌 인물에 더 가까워진다. 브라이언은 여전히 이선생의 마약과 이권을 쫓지만, 그 와중에도 서양락이 안겨준 모멸감을 되돌려주겠다는 복수심으로 충만하다.
그 덕분에 전편에서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지만, 후반부 급전개 때문에 부각되지 못한 감정선이 제대로 살아났다. 열린 결말이었던 마무리도 확실한 메시지로 수렴한다. 노르웨이 설원을 배경으로 한 결말은 헛헛함이라는 종착지를 보여준다. 각자 인생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마침내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불쑥 찾아오는 공허함이 담겨 있다. 복수 혹은 인생이라는 마약이 선사한 쾌감 후에 찾아오는 쓸쓸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래서 <독전>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새로워진다. 1편이 누가 이선생이라고 믿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독전 2>는 자기 인생의 신념과 목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묻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독전> 시리즈의 영어 제목이 괜히 'believer(믿는 사람)'가 아닌 것. 일반적이지 않은 하얀 배경의 엔딩 크레디트를 배경으로 들려오는 OST 'Hallelujah' 역시 실험적인 속편의 성격과 지향점을 한 번 더 강조한다.
<독전 2>의 실험이 독이 된 이유
그러나 과감한 도전인 만큼 뒤따르는 부작용도 크다. 사실 <독전>의 흥행은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 소재의 자극성과 장르적 쾌감이 이뤄낸 결과였다. 그러니 전편의 쾌감을 기대한 관객 입장에서는 <독전 2>의 후반부는 의아하거나 맥 빠진다는 인상으로 남기 충분하다. 반대로 1편에서 더 완성된 서사를 기대한 관객은 전편에서 이미 본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인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독립적인 완성도도 아쉽다. 의도한 측면이 있더라도, 섭소천을 다소 형식적으로 묘사한 결과 빠진 돌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섭소천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중국 출신 악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장된 몸짓과 늘어지는 말투로 시비를 걸고, 슬로 모션이 그녀를 꾸며준다. 전형적이다. 그러다 보니 섭소천이 다른 캐릭터를 완전히 압도하는 느낌도 없고, 태국에서의 총격전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영화 구성도 최선은 아닌 듯하다. 시간대가 엉키면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기 때문. 섭소천의 사연, 브라이언과 이선생의 인연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 시간대가 현재 시간대 중간중간 삽입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최후반부 드라마와는 직결돼도, 중반부까지 극의 중심을 차지하는 이선생 추격전과는 크게 연관되지 않는다. 오히려 템포를 끊고 루즈하게 만들 뿐이다. 카 체이싱을 비롯해 규모감이 상당한 총격전이 등장하는데도.
차라리 태국에서의 클라이맥스를 기점으로 삼고, 기점까지 이르는 각 인물의 행보를 각기 따로 쫓은 후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면 어땠을까 싶다. 어차피 여러 챕터로 나눠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큼, 클라이맥스 즈음에 각 캐릭터의 사연을 조각모음하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뚜렷하게 보였을 테니. 덩달아 각 인물의 동기나 행보를 추측하는 미스터리도 더 강해지고, 전체적인 긴장감도 더 높아졌을지 모른다.
넷플릭스라 다행일지도
이처럼 시리즈물로서 <독전 2>는 호불호의 여지가 크다. 전편을 기대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결이 다른 영화로 느껴질 수 있다. 안 나오는 캐릭터도 있고, 캐릭터성의 변화도 크다. 또 열린 결말로 남겨둔 마무리에 명확한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자유로운 해석을 통제한다는 인상도 남을 수 있다. 즉, <독전 2>는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부정적인 반응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업 영화다.
그러나 플랫폼이 넷플릭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OTT 작품에 대한 관객의 심리적 저항, 만족도의 기준점이 극장 개봉 영화와 다른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니까. 그렇기에 넷플릭스라면, 시리즈물 중에서도 꽤 도전적이었던 <독전 2>의 실험이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서영락을 연기한 배우가 류준열에서 오승훈으로 바뀐 것만큼이나 이질적인 속편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Acceptable 무난함
어떤 이유로도 헛헛하거나 허탈할 미드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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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칠일(三七日), 미신과 믿음 사이
- 감독: 박강
- 출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 장르: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2분
- 개봉: 2022년 11월 24일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보신 뒤에 읽어보세요!
삼칠일, 아이가 태어나고 스무하루째 되는 날이다. 이를 세이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기간 동안은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이웃의 출입을 삼가게 하고, 특히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출입을 절대 금한다고 한다. 우리집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 금줄을 걸었고, 동네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하는 것이 금줄을 거는 것이었다. 물론 그 금줄이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나에게 미신을 믿느냐고 물으면 맹신하지는 않지만 믿는다. 불교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삼재가 있는 해에는 신중하고, 안 좋은 꿈을 꾸면 조심했다.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할아버지 장례가 있고 얼마 뒤에 있던 친구의 결혼식은 참석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작은 아이를 만나는 것에 신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삼칠일 이런 문제가 아니라 장례식장에는 병균이나 아기들에게는 치명적인 세균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녀와서는 안 만나는 게 좋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다. 어쨌든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가 어찌 되었던 간 이런 가벼운 미신, 혹은 징크스는 꼭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게 심해지면 맹신이 되는 거고.
우진(서현우 배우)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잘 믿는 아내와 장모님의 말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몸에 좋다는 한약을 지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도 팔기도 한다. 한의학이나 한약, 다린 약 등을 미신으로 보고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쩌면 우진의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고 삼칠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 전 여자 친구의 부고 문자를 받는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지만 도의적으로 가려고 결정한다. 도의적일지 죄책감일지 알 수는 없지만 장례식장에서 우진은 전 여자 친구의 세영(류아벨 배우)의 쌍둥이 여동생인 예영을 만난다. 죽었다고 했는데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똑같은 모습에 소름이 돋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6년이나 만났다면서 쌍둥이 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서 우진이 세영을 어떻게 대했는지 예상되기도 했다.
세영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우진과의 사이에 아이도 있었지만 죽었다. 이게 원인이었다고 했다.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했을 때 우진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예영이 전했다. 끝내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다행이다."이지 않았을까? 세영이 그렇게 무너진 이유로 타당하다. 더구나 예영이 왜 유산되었는지 알아봤다고 했다. 우진은 다른 사람들, 자신의 아내에게까지 줬던 아이와 산모에게 좋은 한약을 세영에게도 줬었다. 건강원에서 우진은 아이가 생기는 약, 아이가 없어지는 약이 있을 리가 없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 약이 문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우진이 준 약을 아무 의심 없이 먹은 세영은 아이를 잃었고, 우진은 좋아했다. 그리고 우진은 건강원에서 지어온 약들이 그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좋은 약이라고 하는 것을 아내, 더불어 처형에게까지 줬다. 우진은 그 약의 효과를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하기도 해야 했다. 자기는 잘못이 없어야 하니까.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며 아내가 양복 주머니에 넣은 액막이 팥을 버려버렸고, 문 앞의 소금은 뿌리지 않고 들어왔다. 그러자 자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액땜을 하기 위한 다른 행동은 처형의 아이를 유산하게 만들었다. 아니, 정말 그 액땜으로 인해 생긴 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의심 가는 것은 그뿐이다. 이제 우진은 미신을 믿을 수밖에 없다. 죽은 세영이 자신과 자신의 아이에게 저주를 내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장례식, 심지어 발인까지 함께 한다.
우진이 세영이 저주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에는 '죄'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했던 세영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죄책감, 세영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만든 죄의식, 아이를 죽게 만든 죄악. 흔히 그런 말들이 한다. 잘못한 게 없으면 무섭지도 않다고.
우진은 금줄을 언제나 선뜻 뛰어넘지 못한다. 아내가 무서워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가 무서웠다면 장례식도 가지 말았어야 맞지만.
금줄은 '신성한 곳임을 표시하는 새끼줄'이다. 갓 세상에 태어나서 삼칠일도 되지 않은 아이, 그리고 그 어머니는 신성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런 금줄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만 거는 것이 아니다. 장을 담을 때, 잡병을 쫓고자 할 때, 성황당 같이 신성한 영역을 나타낼 때도 쓴다. 신성한 곳을 표시하는 것도 있지만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막으면 잡귀의 침범을 방어할 목적으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악귀가 뛰어넘거나 다가가지 못하는 선이 금줄이다. 그 금줄을 우진은 아빠지만 건너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진은 장례식에서 세영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세영의 장례식에 가면서 스스로가 악귀가 된 것이다. 어쩌면 세영의 아이를 죽였을 때 이미 악귀가 되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을 세영이 깨워줬을지도 모른다. 이제 괜찮아진 아이가 세영과 같은 버릇을 했을 때 우진의 선택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최악을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진은 이미 금줄을 넘은 악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의문이었던 것은 우진의 아내(심은우 배우)는 어떻게 자유롭게 금줄을 드나들었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엄마니까, 엄마는 아이를 지켜야 하는 존재니까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내도 우진과 같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친구가 보낸 문자에 6년 사귄 여자 친구라는 문구를 보고 안 것이 아니었다. 세영의 이름을 보고 바로 알았고, 친구의 문자를 확인해 본 것은 우진이 또 장례식장 혹은 발인식에 갈 것인지를 확인해 본 것뿐이었으리라.
바로 '세영 씨 장례식장'이라고 한 것이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알고 있는 대목이기도 했지만 아이가 아팠던 것에 대한 분노를 세영에게 하는 것 역시 우진과 세영 사이에 있었던 아이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 세영의 장례식장에 가서 예영을 봤지만 별로 놀라지 않았던 것에 아마 예영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아니면 세영과 같은 얼굴을 한 예영 때문에 우진이 흔들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우진은 세영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친구들도 모를 정도로 빠르고,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냥 상상을 하자면 우진은 세영과 같이 살면서 현재의 아내와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내가 우진을 좋아해서 아이가 없어지는 약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 역시 우진처럼 세영의 죽음, 세영의 장례식, 예영의 존재를 두려워한다. 아내가 미신에 빠진 것은 자신의 죄를 알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내는 이미 우진보다 먼저 금줄을 뛰어넘은 악귀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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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막 스릴 있거나 미스터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쁘지 않았다.
시사회가 끝나고, 질문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아내가 언제부터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한 것) 서현우 배우 얼굴 보고 다 까먹었다. 세상에, 배우님 대체 방송 카메라 빨을 왜 이렇게 안 받으시는 건가요? 너무 잘생기셔서 계속 배우님 얼굴만 구경했다. 그러고 넷플릭스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나온 것까지 정주행하고 또 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배우님 화면빨 진짜 안 받는다고. 하- 배우에게 좋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실물 미남이다. 그걸 못 담는 카메라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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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 거장이 만든 영화 음악들이란 역시!
이 영화는 영화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어렸을 때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인해 음악 학원에 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트럼펫 연주자이며 엔니오 모리꼬네도 음악 학원에서 트럼펫을 배웠는데 자신은 평범한 소년이었으며 지금처럼 음악계의 거장으로 남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또한 음악 학원에서 페트리시라는 유능한 선생님을 만나고 제자가 되는데 이때부터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곡가 인생이 시작된다.
돈을 벌기 위해 극장에서도 일하고 군에 입대하여 군악대로 생활하기도 했던 엔니오 모리꼬네가 어느 날 좋은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건 바로 서부극 영화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다. 서부극에서 나오는 인물들과 풍경을 떠올리며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는 그의 모습에 한스 짐머가 그를 왜 극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미국의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었다. 70년대와 80년대의 서부 영화 음악을 주름잡았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안타까운 흑역사이지만 훗날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는 쾌거도 이룬다.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도 수상식에서 언급하길 엔니오 모리꼬네가 베토벤과 바흐와 모차르트와 견줄 만큼 위대한 작곡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칭찬에도 엔니오 모리꼬네는 200년 후에나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작곡한 영화 음악들이 미국의 팝,락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줬으며 리메이크해서 나온 곡도 꽤 있다고 들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천재적인 창작 센스는 아무나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고전적인 클래식과는 다르게 현대음악을 했으며 그래서 영향력이 크다고 유명한 음악가들이 말한다. 걸작을 만드는 엔니오 모리꼬네는 정말 마에스트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음악인들의 존경 대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며
영화 음악의 한 획을 그은 천재적인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영화 음악은 달랐을 것이라고 한다. 필자도 창작이란 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열정을 보며 나도 참신한 창작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선지에 그려놓은 음표가
천재 거장을 만들다!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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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와 함께 돌아온, 넷플릭스 7월 공개 예정작
안녕하세요! 씨네랩이 소개해드린 넷플릭스 6월 공개/종료 예정작, 잘 감상하셨나요?
6월에는 많은 명작들이 종료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죠.
이번 공개 예정작에는 여름인만큼, [공포/스릴러]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공포 영화와 함께 올 여름 더위를 같이 날려버리시길 바랄게요!
그럼, 7월 공개 예정작! 함께 보시죠!
1. 제8일의 밤
미스터리, 스릴러 Ι 한국 Ι 115분
공개일 : 21.07.02
감독 : 김태형
출연 :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 붉은 달이 뜨는 밤, 봉인에서 풀려난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제8일의 밤, 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면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지옥의 세상이 될 것이다.
“때가 되었구나. 전해라… 놈이 왔다”
북산 암자의 ‘하정 스님’(이얼)은 2년째 묵언수행 중인 제자 ‘청석’(남다름)에게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에 관한 전설을 들려주며, ‘선화’를 찾으라고 유언을 남긴다. ‘청석’은 주소지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떠나던 중 사리함을 잃어버리고 그곳에서 정체모를 소녀 ‘애란’(김유정)을 만나게 된다. 한편, 괴이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고,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와 후배 ‘박동진’(김동영)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괴시체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이어간다.
“놈이 필요로 하는 걸 없애는 거다”
세상을 등진 전직 승려 선화, ‘박진수’(이성민)는 귀신을 천도해야 한다는 숙명을 외면한 채로 살아간다. 돌연 그를 찾아온 ‘청석’으로 인해 애써 모른 척해온 과거와 마주하는 ‘진수’. 그러나,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진수’는 ‘그것’이 눈을 뜨기 위해 밟아야 할 7개의 징검다리 중 존재를 알고 있는 유일한 징검다리를 찾아 길을 나서는데...
끝을 알 수 없는 밤의 세상이 열린다! "
2. 피어 스트리트 파트 1 :1994
호러, 스릴러 Ι 미국 Ι 107분
공개일 : 21.07.02
감독 : 리 자니악
출연 : 키아나 머디라, 올리비아 스콧 웰치, 벤저민 플로레스 주니어
" 연이어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작은 마을. 공포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녀의 복수라는 설이 나돈다.
악의 실체를 캐내려는 10대들. 수 세기에 걸친 어둠의 심연을 감당할 수 있을까. "
3. 트롤헌터 : 라이즈 오브 타이탄
애니메이션, 액션, 어드벤쳐 Ι 미국,멕시코 Ι 106분
공개일 : 21.07.21
감독 : 조핸 매트, 프란시스코 루이즈 벨라스코, 앤드류 L. 슈미트
출연 : 스티븐 연, 닉 오퍼맨, 에밀 허쉬, 디에고 루나
" 어둠의 세력이 다가오고 있다. 지구를 파괴하고 세상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에 맞서 일어선 <트롤헌터> <3언더> <위저드>의 영웅들.
굳게 손 잡은 그들을 맞이하라. 운명을 걸고 싸워라 "
4. 블러드 레드 스카이
액션, 공포, 스릴러 Ι 독일 Ι 121분
공개일 : 21.07.23
감독 : 피터 쏘워스
출연 : 페리 바우마이스터, 알렉산더 셰어, 카이스 세티
"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과 밤 비행기에 오른다.
이륙 후, 비행기가 테러리 스트들에게 점령당하자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힘겹게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으며 "
5. 클래식 호러 스토리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Ι 이탈리아 Ι 95분
공개일 : 21.07.14
감독 : 로베르토 데 페오, 파올로 스트리폴리
출연 : 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러츠, 프란체스코 루소, 펩피노 마조타, 윌 메릭, 율리아 소볼
" 공유 차를 타고 가던 다섯 명의 동승객. 그런데 뜻밖의 사고가 발생해 모두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숲속. 대체 어떻게 여기 오게 됐을까. 우선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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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다큐멘터리란 장르와 의도에 적합한 영화.
“모르겠어요 여성국극이 하고 싶어요 그냥.”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재미없는, 지루한, 사회고발적인’ 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보는 여행 Youtube 마저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한다면 다큐멘터리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게 된다.
다큐는 재미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김여사’ 라는 말이 있다. 여성 운전자를 낮잡아 비난하는 말로 여성은 운전과 같이 관행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다고 알려진 환경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비아냥이 포함된 말인데, 일반적으로 운전자 수가 남성이 조금 더 많고 사고자 수는 남성이 3.3배나 더 많다.(자료 참조)
그렇다고 ‘김여사’라는 여성혐오 표현을 즐겨쓰는 사람의 입버릇이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전체사고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거나, 운전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고는 여성 운전자 수가 현격히 높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지 모른다.
나는 이게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관행에서 밀려온 사고(思考,事故)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고든 간에 굳이 성별로 갈라처서 비난해야 한다면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맞다고 알려주고 싶다. 이처럼 너무 확정적으로 진리처럼 갖게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다큐도 그렇다.
다큐가 재미없다는 선입견 역시 잘못된 사고에서 나온 이미지다. 사고 비율 처럼 이야기 영화와 다큐영화의 포멧을 둘로 나누고 재미있고 와 없고를 나눌 수 있다면 재미있는 비율이 현격히 높은 것은 아마 다큐영화 쪽 일 것이다.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형태를 고르기에 흥미롭고 볼거리가 풍부하다.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감독의 강한 주장에서 시작되는 기획이기 때문에 재밌는 비율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결국 다큐멘터리가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이 영화가 재미있냐 없냐로 결국 이야기 해야하는 것이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라는 3월 19일에 개봉하고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보게된 영화는 분명히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재미는 무엇인가?
“모르겠어요 여성국극이 하고 싶어요 그냥.”
영화의 시작장면 중 춘향을 맡아 햇빛과도 같은 목소리라는 평의 주인공 ‘황지영’ 님의 대사이다. 이 영화는 왜 만들어 지고 이토록 어려운 제목으로 개봉을 했는가 라는 궁금증은 이 영화를 만나게 될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사고일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목표를 왜 원하는지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을 서론에서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밌는 점들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왜 여성국극을 지키고 하고 싶고 사랑하는지 굳이 탐색해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 라는 제목에서 보이듯 사랑하는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되는 거 아닌가 하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의도를 이해해도 공감하지 않는다면 실패라고 했을텐데 영화는 흥미로운 점으로 이것을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주인공들은 여성국극을 어떻게 접하고 시작했는지 간략하게 이야기 한다. 이것이 사랑에 빠지게 된 설명이라고 하면 빈약한데, 그들은 여성국극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장면으로 보여준다.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작은 무대라도 가창하고 관객이 아무도 없어도 의자를 닦으며 공연을 준비한다. 아무런 억지 의미부여 없이 그들의 삶을 우리는 관객으로 바라보며 공감하게 된다. 그들의 어려움 까지 안타까워 하지만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형태의 영화로 감독이나 제작사 등 기록되어야 마땅하고 기록하는 형식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영화로 담게 된다. 영화처럼 시각매체는 스펙타클이라고 불리우는 시각적 쾌감을 자극하고 선사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여성국극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는 뮤지컬을 극장에서 보는 듯 한 요즘의 극장상황에 맞는 스펙타클을 선사한다.
주요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박수빈’과 ‘황지영’님이 모시는 선생님이 그 스펙타클의 예중 하나인데 아흔이 넘은 나이로 허리가 굽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님 이시지만 작은 체구에서 곧은 발성이 극장을 울릴 때 쾌감이 엄청나다.
판소리 등 전통예술은 아마도 너무 클래식 하기 때문에 고리타분 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겪은 여성국극의 장면은 몰입되고 즐거운 창의 소리가 좋지 못한 녹음 환경에서도 깔끔하게 들린다.
이렇기에 영화는 지루하지 않으면서 스펙타클 까지 충족하며 재밌는 영화가 된다. 영화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저렇게 하는 의도와 연출된 상황이 들어가고 ‘인간극장’ 식 첨언이 들어가지 않고 그저 묵묵하고 담백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일본에 가서 여성극을 보고 아쉬워 하는 장면에서 조차 그 감정에 매몰되고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지 않고 흘러간다. 선생님이 여성국극의 보관된 자료를 보는 장면에서 울음을 터트리지만 영화는 그 장면을 길게 늘어뜨리고 감정이 격해지길 바라는 촌스러운 음악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고 담담하게 또 한번 장면을 이어나간다.
제목이 너무 어려워 처음 입에 안 붙었지만 이런식으로 이어지기에 이 영화가 좋은 것은 아닐까 하고 러닝타임의 절반쯤 지났을 때, ‘박수빈’ 님은 전세대 여성국극 출연자들을 모아서 공연을 하기로 한다.
얼마나 고된지 안절부절 하는 모습도 역시나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이때쯤에는 조금 더 캐릭터를 대변하고 변호하는 편집으로 애정했어도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마저 든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처럼 ‘박수빈’님은 은퇴한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투자 등 자존심을 내려놓고 읍소하는 과정을 지나 공연을 준비하는 시퀀스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그런 과정과 여성국극의 직업으로서 버티는 과정도 볼 맛이 넘치는 다큐라고 음미하며 몰입중인데, 또 한번 재밌는 이야기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선배님들, 동선을 넣으면 창을 하지 못한다는 작은 갈등, 각색하면 안되고 무조건 원작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들 마저 그냥 흘러가게 두며 두근 거리는 공연의 실제 장면까지 보여준다.
‘혜자롭다’ 라는 말은 편의점 도시락 ‘김혜자 도시락’ 에서 비롯된 말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빈약함 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풍부한 구성으로 배불리 먹기 좋다라는 의미에서 ‘혜자롭다’는 풍부하다는 말처럼 쓰게 된 것이다.
실제 연배가 많으신 배우 ‘김혜자’를 존경하는 배우들이 많은 것처럼. 캐릭터들이 선생님으로 모시는 무형문화재 이자 선생님인 ‘조영숙’님의 무대 활력을 보면 당연히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는 느낌도 비슷한데 영화의 스펙타클도 담당하시고 공연까지 보여주니 이 영화 굉장히 ‘혜자스럽다’ 라고 느껴진다. (혹은 영숙스럽다.)
공연을 준비하시며 집중하시는 모습과 앉아있다가 일어나 창을 하시는 모습 등 실제 공연 장면에서도 여성국극이라는 예술을 모르는 내가 봐도 존경하고 재밌다라고 느끼게 되며 영화는 막바지로 향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다시 강조하며 장면을 나열하거나 감정적인 몰입을 바라는 후반 강조 부분 하나도 없이 캐릭터들을 따라간다. 보기 편하고 흥미로워 어떻게 끝날까를 궁금하게 될 쯤 좋은 소식으로 그들은 다시한번 무대를 꾸린다.
역사적 상황이 어쩌고 하며 울음을 바라는 피아노 음악을 까는 노잼영화들과는 다르게 흥미롭게 영화는 끝까지 이어진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저도 여성국극의 주인공들의 노래가 나오며 어깨는 들썩이고 엉덩이는 의자에 그대로 두게 한다.
크레딧과 노래가 끝날 때 즈음에는 제목이 입에 착 붙는다. 이래서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고 하는구나. 나마저도 영원하라고 응원하게 된다. 인생에서 겪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들. 저마다 각자의 가치를 빛내며 만나는 현상들.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기억할지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수 많은 어려움에도 이어지고 기록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번 극장에서 만나라고 권유하고 싶다.
‘재미없는, 지루한, 사회고발적인’ 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나게 해주고 아마 몰랐던 여성국극이라는 스펙터클이 즐겁기 때문에 ‘유수연’ 감독이 영화로 기록되는게 좋겠고 담담하게 기억하는게 관객으로도 좋았기 때문에, 많지 않은 극장수에 상영 시간이지만 충분히 극장에 가볼만 하지 않을까?
영화를 본 후 즐거운 기분에 Youtube에 검색을 하다가 ‘레전드 춘향전’ 공연전체를 보는 놀라움을 만날지 모른다.ㅎㅎ
덧. 참고하면 좋은 감독 인터뷰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111564
더덧.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 통계 자료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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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4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4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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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펠 리뷰 - 에펠탑의 모양이 A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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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몰랐던 에펠의 또 다른 이야기
불멸의 탑을 완성한 에펠의 고뇌와 사랑!
자유의 여신상을 완성하고 프랑스로 돌아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천재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은 1889년 파리의 세계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300m 높이의 탑 설계도를 제안한다.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과 예술가들의 탄원서, 언론의 비평으로 위기에 처하지만 20년전 떠나 보낸 옛사랑 아드리안느를 되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탑을 완성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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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폭군> 캐릭터 예고편
누구보다 먼저 마지막 샘플을 차지해야 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인 네 사람🔥 청소부 '임상' 설계자 '최국장' 추격자 '폴' 기술자 '채자경'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 작품 [폭군] 8월 14일 디즈니+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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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러브, 데스 + 3부> 공식 예고편
5월 20일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이 제3부로 돌아왔다. 팀 밀러(《데드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데이비드 핀처(《마인드헌터》 《맹크》)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 공포와 상상, 아름다움이 한데 섞인 새로운 9개의 에피소드에서 고대 악마를 발견한 사건부터 희극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의 종말까지, 특유의 재치와 독창적인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판타지, 호러, SF 장르의 놀라운 단편들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