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로빼뚜로2023-09-21 20:39:22
추석에는 갈비를 뜯으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자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리뷰
2019년 작품인데 한국 개봉은 2023년 9월 20일이니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재미있게도 영화 속에 그려지는 명절은 설날이지만, 한국 관객과 추석을 앞두고 만나게 되었다.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날이 아닌가. 깊은 맛이 나는 양념에 재운 갈비, 채소를 따로 볶아 씹는 맛이 아삭한 잡채, 쑥갓 고명으로 정갈함을 더한 동태전 등을 밥상에서 마주하였을 때, 당신은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포스터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창래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학창 시절 그의 최선은 높은 성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좋은 대학교는 가족과 떨어져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 서부에서 정반대 쪽인 동부까지,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창래는 창래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창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느라 힘들었고, 엄마는 그런 아들을 보며 어색한 공기를 느꼈다. 창래는 늘 그랬듯이 혼자 알아서 잘 크는 아들이었다. 예일대에 입학을 했고,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취업을 하며 '아시안 아메리칸 엄마'들이 바라는 '드림'을 이루었다.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갈비는 살코기가 뼈에 어느 정도 붙어 있도록 저미는 것이 중요하다. 뼈가 있어야 고기 맛이 더 사는 법이다. 갈비는 고기만큼 양념장도 중요한데, 그중에 배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면서 단맛을 추가해 주기 때문에 빠뜨리면 안 된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른 것이 어미의 마음이지 않은가. 비록 몸은 미국 땅에 발 붙이고 살지만, 엄마는 자신이 먹어본 음식 맛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정성 들여해 주었다. 때로는 아들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 영어 실력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 역시 영어 공부에 매진하지 못하는 게으른 어미 탓이지 아들 창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남편은 지금껏 라면조차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데, 엄마를 위해(어쩌면 창래 자기 자신을 위해) 명절 상차림을 해내는 창래의 음식 솜씨는 분명 엄마를 닮았다.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창래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1995년 발표한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이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그려내며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영어로 소설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먼 친척을 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에세이는 1995년 작가가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병하던 시기에 쓴 글이었다. 이 글을 중국계 미국인 웨인 왕 감독이 읽고, 영화화를 제안하였다. 웨인 왕 감독도 어머니가 파킨슨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즈음이었다. 어머니는 그를 뱃속에 품은 채 미국 땅으로 건너왔다. 언젠가 가족과 이별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는다.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미국인들은 집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 그러나 창래네 집은 신발을 문 앞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양말 바람으로 집 안을 다닌다. 카펫이 깔려있긴 한데 바닥 보일러가 없으니 발이 시릴 것 같다. 카펫은 전체 세탁이 어려워서 더러워지면 알코올로 그 부분만 닦아낸다. 집 안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맞을까. 벗는 것이 맞을까. 그때 솔직히 미안했었다고 말해볼까. 이문세 '옛사랑'은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다.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자꾸 올라가네.
노래를 들으며 그리움이 가득 담긴 댓글을 읽어보자.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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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불시착이 외로움을 품어주는 착륙의 순간으로.
“모든 시작은 불시착”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영화 ‘마카담 스토리’는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마주하지 않는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한 만남과 인연이 한없이 이어지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비슷한 모양새로 흘러가 지루할 틈도 없이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마카담 스토리의 원제가 ’Asphalte’ 인 것처럼 잿빛이 가득한 이 도시를 비춘다. 홀로 살아오던 이들이 가지고 있던 내면의 외로움을 우연한 만남으로 채워가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력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이들이 들은 정체불명의 소리는 울음 / 악령 / 호랑이라는 형체 없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공포였지만 정체가 밝혀지며 왠지 모를 허무함이 몰려온다. 다만 끝내 아무도 잠그지 않은 무관심 속의 물체의 정체를 알려줌으로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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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기 위해 회의를 시작하고 스테른 코비츠는 엘리베이터 수리비 내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어느 날, 사고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이동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비극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한동안 절망에 빠져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는 밤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근처 병원의 스낵 자판기로 가 끼니를 해결한다. 그곳에서 만난 간호사와 매일 밤 만나 담소를 나누며 잿빛 같은 그의 하루에 빛이 조금씩 새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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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담 아파트에 이사를 온 잔 메이어는 작동이 잘 안되는 엘리베이터에 곤란을 겪고 있었고 그를 본 샬 리가 집에서 나와 그를 도와준다. 하지만 감사 인사도 없이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모습을 바라보는 샬리의 모습. 그리고 며칠 후, 자기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잔에게 다가간다. 문을 여는 동안 나누는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잔의 직업은 샬리의 궁금증을 더하고 그들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샬레의 소통 부재, 잔의 아들과의 소통 부재라는 의외의 공통점을 찾고 그렇게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재를 채워주는 순간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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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는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게 되고, 도움을 받기 위해 방문한 집에 ‘하미다’를 만난다. 불어를 모르는 존 매켄지와 영어를 모르는 하미다는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불편함의 시간을 보낸다. 나사에서 존을 데리러 오기 전의 시간까지 ‘쿠스쿠스’를 비롯한 소통의 교감을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의 불편함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가는 따스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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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안 문테아누, 영화 <보더랜드> 출연 확정!
플로리안 문테아누, 영화 <보더랜드> 출연 확정!
할리우드 리포트 Variety지에 따르면, 루마니아 복서 출신 배우 플로리안 문테아누(Florian Munteanu)가 일라이 로스(Eli Roth)가 연출을 맡은 영화 <보더랜드(Bordaerlands)> 출연을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 원작 속 ‘크리그’역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헤비급 복싱 선수 시절 235파운드(약 106kg)를 기록하고 별명이 ‘매우 고약한(Big Nasty)’으로 알려진 문테아누에게는 매우 적합한 캐스팅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Variety
그는 케이트 블란쳇, 케빈 하트, 제이미 리 커티스 그리고 잭 블랙을 포함한 출연진에 합류하게 됐다. 아리나 그린블랫는 ‘타이니 티나’역을 맡게 됐다. 게임에서 독일어로 ‘전쟁’을 뜻하는 크리그는 도끼를 휘두르며 불을 내뿜는다. 라이온스게이트가 <보더랜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문테아누는 이전에 마이클 B. 조던과 악연으로 얽힌 ‘빅터 드라고’역을 <크리드2>에서 선보였으며, 마블의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텐 링스>에서 ‘레이지 피스트’역으로도 출연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일라이 로스는 “문테아누는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미쳤고, 잔인하고 야만적인 이중인격자 크리그의 인간미 또한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크리그의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는데, 문테아누는 내가 생각치 못한 방법으로 크리그를 살려냈다”고 밝혔으며 “그는 훌륭한 크리그가 될 것이고, <보더랜드>의 훌륭한 배역들과 완벽하게 어울릴 것이다”고 전했다.
출처 : Variety
<보더랜드>의 각본은 <체르노빌> HBO TV 미니시리즈를 만든 크레이그 마진(Craig Mazin)이 완성했다. 프로듀서 아비 아라드(Avi Arad)와 아리 아라드(Ari Arad) 및 아라드 프로덕션(Arad Productions)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으며, 픽쳐스타트(Picturestart)의 에릭 페이그(Erik Feig)도 참여한다.
원작 ‘보더랜드’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6천 8백만 대 이상이 팔릴 정도로 가장 인기 있는 비디오 게임 프렌차이즈 중 하나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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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렁이는 조명 속에서도 변함없이 빛나는 우리의 추억.
모든 순간들이 기록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특히 우리 안에 자리 잡아 행복하게 만드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리워지는 그때를 볼 때, 나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을 때도 있다. 지금을 만들어내 과거를 바라보겠지만 결코 무심하지 않을 감각의 결정체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가까이서는 볼 수 없었던 그 순간을 담은 영화 '애프터썬'은 2월 1일에 개봉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예술 영화가 개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해서 상영관에서 내려가기 전에 봤다. 일찍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완전히 놓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봤던 영화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사랑이 다채로웠음을 새삼 느끼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 모습 그대로 빛나고 있는 마음이 불투명한 곳에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말로 쉬이 표현되지 않았던 마음을 영상의 언어로 표현하며 저마다의 사랑이 펼쳐진다. 그렇게 우러난 마음의 형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지 않는 영원한 기록물로 남아 혹시라도 지금의 소피와 과거의 아빠를 연결해 준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그들의 모습은 마주치는 시선 너머의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순간순간을 연결해 주는 영상이라는 기록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끼게 해 준다.
지나쳐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마주하는 추억의 모습이 항상 빛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좀 서글프게 느껴진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때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세월이 지나 빛이 바래진 그때의 모습은 슬프더라도 자신의 기억 속에서 만큼은 반짝이며 일렁이는 빛을 유지하며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잔잔하게 표현되는 감정들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조각조각 나버린 추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물결을 만들어낸다. 그 물결에 온갖 기억이 다 쓸려나가도 바래지지 않을 소피와 아빠의 사랑 한 조각은 여전히 거기 그리고 여기에 남아있다. 비록 거친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것을 추억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그때의 희미한 기억을 계속해서 재생하며 아빠도, 딸도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둠 속에 잠식되기도 했고 웃음으로 가득 메우기도 했던 슬픔을 마주한다. 오래된 만큼 빛바랜 화면은 내가 굳게 믿고 있던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에 도달해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로 변해있었다. 곳곳에 매몰된 우울을 밀어내고라도 내어주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빠의 다정함을 이제야 마주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곳에는 빛으로 가득 메워주고 싶었던 모습이 맴돈다. 홀로 빛과 어둠이 차례로 번쩍거리는 곳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버틸 수 없이 흔들리던 그 공간에서 원래 있어야 할 그곳으로 돌아가며 빛의 흔적을 짙게 남긴다. 시점이 어긋나며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딸과 아빠가 마주하는 순간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장면이 끝나면 두 사람은 그때처럼 부둥켜안고 따뜻함을 나누고 있을 것만 같다.
영화는 그 순간의 기억을 담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영화의 모습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개인의 취향과 감상은 언제나 다르니까.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는 짙게 피어나는 색감 속에 즐비한 감정의 나열은 다소 복잡하게 보였다. 명확하게 표현되는 것들이 적은 탓에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이들 사이의 모든 것들이 덕지덕지 붙은 데다가 뒤섞인 느낌이 들었다. 또한 기억의 격차 사이에 생략된 이야기들은 20년 사이의 감정선을 모두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거칠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난잡하게 섞이다가 마음을 울리며 끝끝내 맴돈다. 영화를 볼 때도, 보고 나서도 닿지 않을 것 같았던 영화의 향취는 또 다른 기억으로 다가와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이 여운은 소피가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아빠를 이해한 것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 자체로 애프터썬이다. 기억의 향취가 가득해 아득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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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뒤덮였지만 삐뚤어진 죄책감으로 채워진 엄마라는 이름
해안가에 휴가를 온 레다는 웃음을 지으며 휴가를 보낸다. 등대의 불빛이 들어차는 공간과 파도 소리로 가득한 해안가는 그가 정적인 고찰에 젖어 들기엔 딱 맞았다. 그것도 잠시 세상의 소음을 모두 밀어 넣은 듯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평화가 깨진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들은 접근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던 레다의 눈에 니나가 들어온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레다가 니나를 바라보던 일방적인 시선이 서서히 서로를 응시하게 된다. 마주하지는 않던 두 사람이 한 사건으로 인해 시선이 시선을 잇는 순간을 마주한다. 해변이 혼란에 빠지면서 레다는 자신의 과거와 겹치는 모습에 회상에 젖어들고 딸로 인해 두 사람은 만난다. ‘딸’과 ‘인형’ 사이에서 본인 그 자체가 되고 싶은 그런 장면들이 반복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방식이 다소 어지럽게 만든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던 레다의 불안한 죄책감이 드러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경계선 사이에서 레다는 선택했고 그 선택은 무의식 속의 죄책감으로 남는다. 레다가 선택했던 도피성 결혼과 포기는 오로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레다는 또 다른 이름인 니나에게서도 볼 수 있으니 결코 끝나지 않은 어머니이자, 딸이다. 보이는 구간을 그저 바라보며 그러기로 했던 수많은 순간이 깨지기 시작한다. 불안한 것 자체가 모성인 걸까. 자연스럽게 엄마를 찾고 부르면 불안한 그런 상태에 놓이는 그런 불안함은 답이 없는 주관식 문제 같다.
겉보기에 멀쩡했던 빛깔 좋은 과일들은 짓눌려 썩어있었다. 미처 뱀이 되지 못한 과일들이 그렇게 과일 향을 풍기고 있었지만, 베개에 붙어 힘차게 소리를 내며 울고 있던 매미는 그런데도 살아있음을 드러낸다. 엉망진창 덕지덕지 붙은 모래알처럼 엉겨 붙었던 이들은 자신의 책임이자 사랑이었다. 때론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을 끈적하게 만들 정도로 찾지만, 그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니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죄책감이 마지막이 되어서야 파도에 쓸려내려 가는 듯하다. 레나의 감정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기존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변명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나도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바다에 파도가 밀려오듯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는 나를 사랑할까? 언제부터 나를 사랑했을까?” 질문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2초의 시간과 욕망의 시간조차 사치가 되는 순간들에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성애는 삐뚤지만 여전히 아름답지 않은 참혹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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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주차 최신 씨네뉴스 2호
여러분은 션 베이커의 <아노라> 어떠셨나요?
📢<아노라>의 션 베이커가 차기작은 코미디 장르, “솔직히 무섭고 부담감 크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두 번째 7월 2주 차 최신 영화 소식이 도착!
<아노라>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모두 거머쥔 뒤, 션 베이커 감독은 어떻게 이를 잇는 후속작을 만들까 고민하며 ‘코미디’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베이커는 “아노라 이후 부담감이 밀려오고 있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면서도 새롭고 다른 무언가를 보여 주고 싶다. 솔직히 무섭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그동안 희극적 요소를 품은 드라마나 비극을 만들어왔다면, 이번에는 ‘코미디에 비극적 요소를 섞는’ 쪽으로 밀고 나가고 싶다”고 전하며, “레드 로켓”에서 보여준 뒤틀린 에너지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도 암시했습니다.
제작진 중 네온(Neon) 등 <아노라> 팀이 다시 함께하기를 희망하며, 지난해, 가을 촬영을 목표로 장소 답사를 마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노라>라는 엄청난 성과 후의 차기작은 부담감이 어떨지 상상도 안가네요… 션 베이커의 코미디는 과연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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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문제가 아니다. 약자가 여자였던 케이스였을 뿐
* 해당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남성 중심의 미국 대표 보수 언론 채널인 폭스 뉴스에서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 한 목표를 향해 달려들지만 성향은 각기 다른 세 여자가 있다. 능력있는 재원이지만 대학교 때 미스 아메리카로 뽑힌 경력으로 인해 미녀 아나운서 타이틀에서 아나운서보다 미녀라는 타이틀이 더 치우친 그레첸 칼슨, 영화 상에 나오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섹시하기엔 너무 똑똑하고, 똑똑하다고 하기엔 너무 섹시하다는 평을 듣는 폭스 채널 간판 진행자 메긴 켈리 그리고 앞서 소개된 두 아나운서를 보고 꿈을 키운 새로운 시대의 야망녀 케일라 포스피실.
이들은 한 사람에 대한 내부 고발을 진행한다. 바로, 폭스 채널의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고발하는 것이었다. 로저 에일스의 여성 아나운서들의 내면 속에 들끓고 있는 야망을 이용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고, 그 욕망을 채워준 데에 대한 대가로 아나운서들의 야망을 채워준 것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들의 내부 고발을 포장했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일을 겪고, 같은 고민을 했던 워싱턴의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일들을 침묵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룬다.
1. 여성 아나운서는 아나운서이기 전에 여성인가, 여성이기 전에 아나운서인가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에서 무심코 지나간 대사인데, 마음에 걸렸던 대사는
"외모에 신경을 안쓴다고? 여잔데?"였다.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뉴스를 시청하는 대중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하지만 사실은 그들은 대중보다도 1차적으로 폭스 뉴스 채널을 지배하는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위한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분명 남성 중심의 미국 대표 보수 언론 채널인 폭스 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세 여성들의 모습이 이해가 될리가 없다. 이 영화는 폭스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사실은 로저 에일스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그가 정해준 규칙인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발 뒤꿈치를 다쳐가며 하이힐을 신어가며 텔레비전 화면에 한 번이라도 나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워싱턴의 여성들을 극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영화 속 로저 에일스의 대사 중에
"미디어는 비주얼 매체야. 눈에 보이는 너의 외모, 몸매 모두 중요한 요소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일어서서 한 번 돌아봐."
"풀샷으로 잡아!!! 다리를 보여주란 말이야!!!"
등의 대사를 보면 미디어가 얼마나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성적 대상화를 당연시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아나운서를 뽑는 기준에 외모가 항상 들어가고, 하다못해 기상캐스터의 조건에도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듯 미디어에서 뉴스를 소개하는 사람마저 예쁘고 섹시한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관례화된 것은 결국 이 로저 에일스가 만든 관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여성만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남성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위 영화에서 보여주는 성적 대상화 문제는 "로저 에일스가 남자고 당한 사람이 여자다"라고 하는 젠더적인 프레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로저 에일스가 권력자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하필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남자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자가 고통받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고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면서 싸울 것이 아니고, 남자와 여자를 비교하기 이전에 권력을 가진 성별이 어느 쪽이었는지 구분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권력자가 남자였기 때문에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여성들은 그 권력자에게 복종했던 것이다. 성관계를 하든, 성적인 무례한 농담을 견디든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에서 무심코 지나간 대사인데, 마음에 걸렸던 대사는
"외모에 신경을 안쓴다고? 여잔데?"
였다.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외관은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대중보다도 1차적으로 폭스 뉴스 채널을 지배하는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위한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게 더 큰 문제였다.
2.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폭풍전야의 정체기
로저 에일스를 처음 고발한 사람은 그레첸. 그레첸은 퇴사 전, 고발을 준비할 당시까지만 해도 자신의 편을 들어줄, 자신과 같은 성적 요구를 받은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싸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발이 진행되자, 폭스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는 여성 동료들은 여러가지 분파로 나뉘기 시작한다.
로저 에일스의 측근들 중의 여성들, 다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는 사람들, 진짜 모르는 사람들, 갈등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부류들은 로저 에일스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로저 에일스가 없으면 폭스 채널이 없다고, 당신들의 직장도 없어진다고 로저 에일스의 입장을 설파하며 여성들에게 암묵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일부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들 중에는 진짜 로저가 그랬을 리 없다고 굳게 믿으며 로저에게 충성하는 부류도 있을 것이고, 로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본인도 알고 있었겠지만 생존을 위해 일종의 위선적인 행동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선이든 무지였든 우리들은 생존을 위한 암투에서 파생된 부작용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벤져스에나 나올 법한 도덕적인 마은드로 악의 축인 로저를 고발하는 정의를 실현했었을까?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기만 해도 바쁜 우리들은 그렇게 영화 속에서 나올 만한 사람들처럼 영웅적이지 않고, 무언가 큰 결정을 할 때에는 평판, 가족의 체면 등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레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고발 초반 상황은 한없이 웃프기만 하다. 이들의 각기 다른 모든 선택들이 이해가 가고, 공감도 되어서.
그들을 비난하기엔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할 지 결론이 나지 않을 만큼 민감한 문제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과정 속에서 로저에게 성적인 요구를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고 있는 메긴의 자아분열적인 모습, 즉, 마음 속으로는 그레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머리는 폭스에서 쫓겨나면 내 밥줄은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로저를 억지로라도 미화하는 모습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게도 공감이 갔다. 메긴이 양심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는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철저하게 공화당 지지자인 집안에서 태어나 폭스 채널에 애사심이 깊은 케일라는 과도기적인 인물로 묘사가 된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 똘똘 뭉친 케일라는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와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회사 내의 고위직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그 접촉은 그녀를 로저에게로 인도한다. 그 과정에서 로저의 어김없이 그녀에게 돌아보라고 지시하고, 치마를 올리라는 주문을 하는 눈빛은 예상대로 변태적이었다. 폭스 채널에 대한 애사심, 업적들의 주역이 외모 지상주의자를 넘어 잠자리 킬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케일라의 얼굴은 정말 울기 직전이었다. 자신의 야망을 이뤄내기 위한 선택이 자신을 해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안 표정이었다. 그녀가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뉴스 채널의 진행자가 되는 데에 미모와 능력 뿐만이 아니라 로저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야 되는 관문이 있음을 알고 난 뒤부터 그녀의 정신 상태는 파괴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레첸의 바람대로 내부 고발에 참여하기 직전에 그녀가 보인 눈물은 자신이 선택한 과거의 과오를 감당해내지 못할 만큼 그녀는 아직 어린 사람임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다.
정리하자면, 로저의 성적인 욕구에 대해 알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침묵하고 체념했던 메긴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레첸과 같은 사람이 고발할 때도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것이고, 또, 이후에 이후 세대인 케일라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친 것이다. 하지만 메긴 같은 사람들도 끊임없이 갈등하다가도 결국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한다. 그 수는 23명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이 영화는 영화계 하비 와인스타인 사례와 정말 흡사하다는 것이었고, 미투 운동보다 더 이른 시점에 진행되었던 내부 고발 사건이었다는 것이었다. 근 2,3년 동안 확실히 '옛날엔 다 그랬어'로 일축되던 인권 침해의 폐해들이 쌓이고 쌓여 더이상 공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미투 운동도 그렇고, N번방 사건도 그렇고 말이다. 가끔 바람을 피거나 폭력적인 배우자를 두고도 그런 배우자를 버리지 못하는 엄마들이 종종 하는 말 중에서 이런 말이 있다.
"옛날에 우리네 엄마들은 다 참고 살았어, 그렇다고 이혼하는 것은 더 안되는 일이었으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식으로 묵살되는 소수자, 권력 구도에서 약자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수많은 체념들을 견뎌내었던 것일까 연민이 들면서도 앞선 세대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어쩔 수 없었던 체념의 결과가 이후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 또 마냥 연민의 감정만 느끼지는 않는다. 원망할 대상을 찾긴 찾아야 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향해 원망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네 사람들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든 사회구조, 그리고 그 사회구조를 만들어낸 로저 같은 사람들을 욕을 해야 할 텐데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내부 고발이 성공하는 해피엔딩이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권력형 괴롭힘 문제는 일상 속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오는 뒷맛이 참 씁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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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메인 예고편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돈을 벌고 공부하며 고군분투하던 ‘안란’.
어느 날, 간절히 바라던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몇 번 본적도 없는 어린 남동생이 안란에게 덜컥 맡겨진다.
동생을 키우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누나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어른들.
“내 인생에는 너만 있는 게 아냐.
나에게도 우주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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