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로빼뚜로2023-09-21 20:39:22
추석에는 갈비를 뜯으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자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리뷰
2019년 작품인데 한국 개봉은 2023년 9월 20일이니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재미있게도 영화 속에 그려지는 명절은 설날이지만, 한국 관객과 추석을 앞두고 만나게 되었다.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날이 아닌가. 깊은 맛이 나는 양념에 재운 갈비, 채소를 따로 볶아 씹는 맛이 아삭한 잡채, 쑥갓 고명으로 정갈함을 더한 동태전 등을 밥상에서 마주하였을 때, 당신은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포스터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창래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학창 시절 그의 최선은 높은 성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좋은 대학교는 가족과 떨어져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 서부에서 정반대 쪽인 동부까지,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창래는 창래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창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느라 힘들었고, 엄마는 그런 아들을 보며 어색한 공기를 느꼈다. 창래는 늘 그랬듯이 혼자 알아서 잘 크는 아들이었다. 예일대에 입학을 했고,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취업을 하며 '아시안 아메리칸 엄마'들이 바라는 '드림'을 이루었다.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갈비는 살코기가 뼈에 어느 정도 붙어 있도록 저미는 것이 중요하다. 뼈가 있어야 고기 맛이 더 사는 법이다. 갈비는 고기만큼 양념장도 중요한데, 그중에 배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면서 단맛을 추가해 주기 때문에 빠뜨리면 안 된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른 것이 어미의 마음이지 않은가. 비록 몸은 미국 땅에 발 붙이고 살지만, 엄마는 자신이 먹어본 음식 맛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정성 들여해 주었다. 때로는 아들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 영어 실력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 역시 영어 공부에 매진하지 못하는 게으른 어미 탓이지 아들 창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남편은 지금껏 라면조차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데, 엄마를 위해(어쩌면 창래 자기 자신을 위해) 명절 상차림을 해내는 창래의 음식 솜씨는 분명 엄마를 닮았다.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창래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1995년 발표한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이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그려내며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영어로 소설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먼 친척을 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에세이는 1995년 작가가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병하던 시기에 쓴 글이었다. 이 글을 중국계 미국인 웨인 왕 감독이 읽고, 영화화를 제안하였다. 웨인 왕 감독도 어머니가 파킨슨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즈음이었다. 어머니는 그를 뱃속에 품은 채 미국 땅으로 건너왔다. 언젠가 가족과 이별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는다.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미국인들은 집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 그러나 창래네 집은 신발을 문 앞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양말 바람으로 집 안을 다닌다. 카펫이 깔려있긴 한데 바닥 보일러가 없으니 발이 시릴 것 같다. 카펫은 전체 세탁이 어려워서 더러워지면 알코올로 그 부분만 닦아낸다. 집 안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맞을까. 벗는 것이 맞을까. 그때 솔직히 미안했었다고 말해볼까. 이문세 '옛사랑'은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다.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자꾸 올라가네.
노래를 들으며 그리움이 가득 담긴 댓글을 읽어보자.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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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가짜 페르시아인이 뇌리에 새긴 불편한 진실
이 글은 씨네랩에서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초청 받은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우리 주변의 '가짜'들
살다보면 우리는 숱한 가짜들을 마주한다.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들을 말하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짜란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다른 탈을 뒤집어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이들은 어떠한 목적에 의해 그러한 개인의 고유한 특질을 감추거나 가리고 또다른 가면을 쓴다. 이유는 다양하다. 정말로 자신이 가장한 삶처럼 살고 싶어서일수도 있고, 피치 못하게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해서일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본질과 가면(페르소나)를 양립시켜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러한 가짜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아주 견고하고 확고한 의지, 혹은 신념이다. 꼭 어떤 것을 해내야만 한다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질' 역시 그러한 가짜의 탈을 쓴 사람 중 하나이다.
2. 살기 위해 가짜가 되다.
때는 세계 제2차 대전. 나치 독일의 야욕은 온 유럽을 집어 삼키고, 그들의 광기는 인종학살적인 경지에 이른다. 뛰어난 종만을 살려서 더 나은 인간종을 만들겠다는 우생학의 골조 아래에 숱한 비-아리아인(흔히 전통적인 독일 민족이라고 일컫어지는)들이 '청소'당했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유대인은 이들의 대표적인 학살 대상 중 하나였다. 유대인인 '질'은 이들의 인종 청소로부터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수용소로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그가 다다른 곳은 소위 '쓸모 없는 인간'은 지워지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곳.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바로 그곳에서 질은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을 사칭한다. 정작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모르면서!
하늘이 도운 걸까? 이 가짜 페르시아인이 끌려간 곳에는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독일군 대령 '코흐'가 있었다. 질이 알고 있는 단어는 '아버지'를 뜻하는 '바바' 뿐이지만, 살려면 그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쳐야 했고, 그리하여 이 가짜 페르시아인은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위해 필사적으로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단어는 대충 지어낸다 쳐도, 가르칠 단어는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날텐데 그 많은걸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인가? 한참을 고전하던 질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이름과 인상에서부터 단어를 착안해내고, 그 기발한 발상으로 말미암아 2000개가 넘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 단어에서 시작되었던 언어는 이윽고 문장이 되고, 문장은 일련의 이야기가 된다. 살기 위해서 만들어낸 가짜가 이름과 이름들이 견고하게 엮임으로써 하나의 실제하는 언어가 된 것이다.
3. 가장 평범한 악인들
질과 코흐는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거듭하면서 묘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코흐는 질을 철저하게 착취하는 입장이면서도 그에게 나름대로의 '관용을' '베풀'고, 질은 그 얄팍한 관용 속에서 코흐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알아 나간다.
코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이기적이고, 쪼잔하며 얼마쯤 완벽주의자적인 면모도 있다. 요리사였던 그는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그들을 학살하는 독일군 장교들을 배불리 먹인다. 그는 직접 누군가를 죽인 적은 없지만 학대한 적은 있고, 적어도 간접적으로 독일군의 광기어린 살인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냉혈한일 것만 같은 그 코흐도 퇴역 후 낯선 땅에서의 안락한 여생을 꿈꾸고,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가정하며 친애를 표했다. 그는 그 자신이 평범한 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 대단한 만행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평범한 악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작중에 나오는 독일군 모두가 그러하다. 그들은 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악행을 합리화한다. 코흐는 스스로의 손을 직접 더럽히지는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또 어떤 병사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잣대로 평가된 '유대인들의 저급함'을 학대의 근거로 삼는다. 이러한 믿음은 거의 종교와도 같다. 때때로 종교가 우리 역사를 뒤흔들어 놓았듯이, '그러니까 저들은 그르고 나는 옳다'는 이기적인 신념은 그들을 광기로 몰아넣는다. 그 대단한 파시즘적인 발상에의 추종과 '나 자신의 안락함'을 위한 외면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고, '치우고', '묻었다'.
4. 살아남은 가짜 페르시아인과 가짜 페르시아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 질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그가 만들었던 언어, 즉, 수용소에서 죽어간 약 2000여 명의 사람들의 이름 역시 살아 남았다. 처절한 생존의 의지가 만들어 낸 어떤 기적이다.
페르시아어를 배운 코흐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건 영화를 직접 보는 편이 좋겠다. 이 영화가 악인을 그리는 방식은 대단히 흥미로워서, 이를 관찰하는 것 역시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신념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신념은 사람을 죽이고, 어떤 신념은 사람을 살린다. 신념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각이어서 얼마든지 그릇될 수도 있는 것인데, 때때로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나 신봉한 나머지 그것에 매몰되곤 한다. 우리는 언제든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할지라도 그러한 가짜들이 진짜인 우리를 집어 삼키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 영화의 독일군들처럼!
내가 쓰는 가면은 어떨까. 나는 내 가면을 올바르게 닦고 있을까? 나의 본질과 본질이 아닌 것은 어떻게 분리해야 할까? 내가 그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세계를 배우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수밖에는 없을 거 같다. 나만 생각해서는 내 가면에 내가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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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풍년이 될 2023년
지난 10일 (현지 시간), 파라마운트사가 다가올 영화 <트랜스포머>와 <스타 트렉>의 개봉 연기를 발표하였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SF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프리퀄로 제작된 <트랜스포머: 라이즈 오브 더 비스트> (Transformers: Rise of the Beasts)은 본래 2022년 6월 24일 개봉될 예정이었는데요. 아쉽게도, <트랜스포머> 속편의 개봉일은 현재 2023년 6월 9일로 약 1년 연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제목조차 미정인 <스타 트렉> 속편의 개봉일 역시 2023년 6월 9일에서 2023년 12월 22일로 연기되었는데요.
이로써, <트랜스포머>의 다음 장을 열 리부트작은 정체불명의 소니-마블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은 날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트랜스포머>가 마블과 정면대결을 펼친다면, <스타 트렉>은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즌과 대결을 펼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는 <원더우먼 1984>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패티 젠킨스'로 낙점되었는데요. 이변이 없는 한, 2023년 크리스마스 시즌 극장가는 '스타'들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랜스포머>의 속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많지 않은데요. <트랜스포머: 라이즈 오브 더 비스트>의 감독은 <크리드 2>의 감독이었던 '스티븐 카플 주니어'이며, <인 더 하이츠>의 안소니 라모스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도미니크 피시백'이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 이외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는데요. 파라마운트사에 큰 성공을 안겨주었던 흥행 시리즈인 만큼, 차기작 역시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2007년 개봉한 시리즈 제 1편은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을 맡아 시리즈의 창대한 시작을 열었으며, 최근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주연을 맡은 리부트작 <범블비>(2018) 역시 평론가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시리즈가 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SF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타 트렉>의 속편은 제목조차 알려져있지 않은데요. 감독과 출연 배우는 물론이며, 내용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영화가 과연 <스타 트렉>의 새 길을 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사의 대표 시리즈의 귀환을 기다려보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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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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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범죄도시 4>, 18일 크랭크인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가 18일 네 번째 시리즈 촬영에 돌입했다고 한다. 4편에서는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잡는 이야기를 담았다. 4편의 메인 빌러은 김무열이 맡았다고 한다.
김태리, 드라마 <정년이> 출연
ⓒ TVING
배우 김태리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인 <정년이>의 출연한다고
밝혔다. 웹툰 '정년이'의 작화를 담당한 나몬 작가는 윤정년의 초기 이미지 구성 당시
김태리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밝혀 많은 이들이 김태리의 출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커넥트>, 12월 7일 공개
ⓒ 디즈니+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12월 7일에 전체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지독한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를 담았다.
해외
<프린세스 다이어리>, 3편 제작 확정
ⓒ 네이버 영화
디즈니에서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1,2편의
주연 배우 앤 해서웨이의 출연 여부는 불분명하나, 이전에 출연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던 적이 있다.
한국계 스파이더우먼 '실크', 드라마 제작 확정
ⓒ 마블 코믹스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스튜디오와 손 잡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실사 시리즈 <실크: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실크는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를 물었던 초능력 거미에 물려 히어로 '실크'로 거듭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캐서린 오하라, <비틀쥬스2>로 복귀
ⓒ IMDB
영화 <비틀쥬스 2>에 1편에 '딜리아' 역으로 출연한 배우 캐서린 오하라가 복귀한다고 한다.
팀 버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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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2022년 1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1월! 신작 추천5편
지금 우리 학교는
1월 28일 공개
장르: 스릴러, 좀비
크리에이터: 이재규, 천성일, 김남수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김병철, 이규형 등
좀비 바이러스 발생의 시발점이 된 고등학교
이곳에 갇힌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아야만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염되여 좀비가 되고 만다...
예고편 보러가기▼
초즌
1월 27일 공개
장르: SF, 스릴러
크리에이터: 야니크 타이 모스홀트, 크리스티안 포탈리보
출연: 말라이카 베렌트 모센다네, 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베르 등
덴마크의 조용한 마을에 도사리고 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17살 소녀와 친구들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면서 소녀의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신문기자
1월 13일 시즌1 공개
장르: 스릴러, 드라마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쓰치무라 가호, 오노 카린, 하시모토 준, 덴덴, 유스케 산타마리아, 사노 시로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 스캔들을 파헤치는 한 신문기자
그녀가 집요하게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 팬을 꺾으려는 세력의 힘은
더욱 거세지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마더 안드로이드
1월 7일
장르: SF스릴러
감독: 맷슨 톰린
출연: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알지 스미스, 라울 카스티요 등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켜 모든 것을 장악해버린 세상
출산을 앞둔 젊은 커플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약 없는 여정을 이어간다
어떻게든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하기에...
예고편 보러가기▼
로얄 트리트먼트
1월 20일
장르: 로맨틱, 코미디
감독: 릭 제이콥슨
출연: 로라 마라노, 메나 마수드 등
매력적인 왕자의 결혼식에서 일할 기회를 잡은 뉴욕의 미용사,
하지만 둘 사이에 핑크빛 기운이 감도는데
사랑이 먼저일까? 왕족의 의무가 먼저일까?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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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 표류기
그림자꽃
줄거리
평범한 평양 시민 김련희 씨는 2011년, 간 치료 차 중국에 방문한다.
병원비는 예상보다 비쌌고, 그녀는 브로커에게 ‘한국에선 금방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에 속아 북한 여권을 뺏기고 한국에 들어온 김련희 씨.
그로부터 11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가족들 품에 돌아가지 못한 채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남한 표류기
숨은 의미 찾기
영화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김련희 씨가 한국을 떠나 북한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인권보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간첩은 돌려보내서는 안 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돕거나, 상처 준다.
김련희 씨는 대놓고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에는 익숙한 듯했다. 물론 댓글을 읽는 그녀의 표정은 서글펐지만. 들리지 않는 척 무시하기도 하고, 맞서 싸우기도 한다. 사실 그보다 그녀를 더 아프게 하는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위로하는 척,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그녀를 상처 주는 사람들이었다.
"북한 여자들은 왜 다 획일화되었느냔 말이야."
그저 분위기를 띄우자고 노래를 한 구절 불렀을 뿐이다. 그랬더니 북한 노래는 하나같이 똑같다며 체제를 들먹이는 사람들. 다 같이 즐기자고 노래해 보라며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노래가 끝나니 체제가 문제라며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 말을 듣고 있는 김련희 씨의 표정은, 대놓고 욕지거리를 날리는 사람을 바라볼 때보다 몇 배는 더 씁쓸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하고, 예술로 하나가 될 거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한 배신의 몫은 훨씬 컸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때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마주할 수도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이승준 감독은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과 우리나라의 비슷한 점을 찾아보자고 생각해서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노라 고백했다. 그 의도에 충실하게, 영화는 체제에 대한 토론이나 정치적 싸움을 담기보단 우리네 모두가 살아가는 영상을 담아내려 애썼다.
그들 역시 사람 가득한 출근길을 지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면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며 회포를 푼다. 특히 김련희 씨와 그의 딸인 리련금 씨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겹쳐 보이는 장면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이토록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다를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 왜 떨어져 살아야 하는가?
더불어 주인공인 김련희 씨는 가지 못하는 평양의 모습을 영화에서 담아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김련희 씨의 가족인 리금룡 씨의 리련금 씨가 생활하는 모습은 이승준 감독과 친분이 있는 핀란드 영화감독이 찍어온 것이라고 한다. 같은 나라 사람인 이승준 감독도, 평양이 고향인 김련희 씨도 만나지 못하는 가족을, 다른 나라 사람이 대신 만나고 온다는 것이 어딘가 모순적이지 않은가.
김련희 씨가, 또한 우리가 그들의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건 오직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영화 내에서 김련희 씨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던 장면은 예정에 없던 장면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반갑고 아쉽게 느껴졌을 통화가, 분단된 쓰라린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켜준다.
"너가 북한에 돌아가는 것은, 그거는 이제 안 되는 거야."
고된 타향살이에 지친 김련희 씨는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을 당시 함께 건너온 동지들을 만났다. 그동안 못 나눈 안부와 한국에 건너올 때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이었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던 동지들은 김련희 씨에게 북한은 더 이상 갈 수 없노라고 못을 박았다. 그 말은 앞서 자신을 상처 주던 남한 사람들의 것보다 훨씬 묵직하고 날카로웠다. 한때는 목숨을 의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앞장서 그녀더러 포기하라는 가혹한 현실을, 그녀는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을 평양 시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남한의 체제가 잘못되었고 이념과 사상이 달라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은 아니다. 평양시민이라는 단어는 '어디의 누구'가 아닌 '누군가의 누구'로 살고 싶은 그녀의 소망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뿐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자신을 '서울시민'으로 칭하는 것을 두고 우린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에겐 서울에 마음을 뉠 집이 있고, 의지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스스로를 '서울'이라는 공동체에 속해있음을 약속하는 단어에 불과하다. 김련희 씨는 서울 어딘가에 누워 있어도, 서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어도 진정 쉬지는 못한다. 그녀가 속해있는 공동체는 평양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평양시민'이란 평양에 있는 나의 집, 나의 가족들의 김련희로 살고 싶노라고 말하는 것임을, 왜 우리는 또렷이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까.
영화가 끝나기 직전, 스크린에는 탑골공원 근처를 배회하는 김련희 씨의 뒷모습으로 가득 찼다. 문득 해외여행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나와 다른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 그 속에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나. 그 순간의 나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어지러운 거리를 방황하는 김련희 씨의 뒷모습에 담긴 것은 설렘이나 기대가 아닌, 혼란과 당혹스러움이었다.
나는 내가 원해서 그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가득 매운 인파 속에서 나는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그 사실에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김련희 씨는 자신의 의지로 한국에 온 게 아니다. 원치 않았던 여행, 길을 잃었지만 아무에게도 길을 물을 수 없는 게 그녀의 처지다. 내겐 너무나 익숙한 풍경, 익숙한 사람들의 스침이 그녀에게는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이 되어 지나갔을 일이다.
"길어야 1년, 2년일 거야."
종각 거리를 배회하는 뒷모습에는 김련희 씨가 딸과 통화하는 음성이 겹쳐서 흘러나왔다. 언제쯤 오냐는 딸의 물음에 김련희 씨는 길어야 1, 2년이라며 딸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11년째 남한 땅에 표류 중이다.
'북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닌, '가족에게 가는' 길
감상평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아줌마 김련희입니다.”
영화를 보기 앞서 이승준 감독님과 김련희 씨 두 사람이 함께 올라 짤막한 무대인사를 남겼다. 그때 김련희 씨는 자신을 ‘평양 아줌마’라고 소개하며 수줍은 듯 웃었다. 그 짧은 단어를 듣는 순간부터 가슴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울림이 가득 퍼져나갔다. 맹숭맹숭한 그런 기분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15년도부터 찍기 시작해 19년도에야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김련희 씨는 혼란스러운 한국 역사의 중심에 서서 모든 것을 겪고 느끼며 살아왔다. 간간이 느꼈던 절망과 희망들의 폭이 너무나도 커서, 나까지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았다. 북한과 멀어지는 것 같아 초조하다가도 다시 가까워지는듯해 안심하고. 이제 곧 돌아갈 수 있겠구나 싶어 설레다가도, 계속해서 출국금지명령을 받아 절망하는 과정이, 비단 김련희 씨 개인의 것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가족이 있잖아요. 그 누구도 가족을 뺏겨선 안 돼요."
김련희 씨의 말마따나, 인간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살았든 죽었든, 좋든 싫든 누구나 가족이란 것이 있다. 이념과 체제 너머, 그녀는 인류가 기본으로 누려야 할 '행복'이라는 권리를 빼앗겼다고 호소한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자신의 북행을 반대했던 수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가족이 북에 머물러 있어도, 지금은 대립 상태이니 평생 거기에서 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우린 그녀의 문제를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그만이다. 가족하고 살고 싶다는 말,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잘못된 게 아니지 않은가.
기막힌 우연처럼, 영화관을 나서며 이어폰을 꽂았더니 투애니원의 '컴백홈'이 흘러나왔다. 평소라면 그저 흥얼거리며 들었을 그 노래를 가사 한 자, 한 자 곱씹어가며 들었다. 나는 김련희 씨가 '북한으로 돌아가길' 바라진 않는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길',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이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으나,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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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버전의 내가 되고 싶어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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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까지도 종종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생각하고 느끼는 내가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다니.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또 '나'라는 것으로 태어나서 지금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무언가가 될까. 지금 나의 이 비루한 영혼(같은 게 있다면)이 다시 태어나도 또 내가 될까.
(이 주제와 관련하여 존 페리,『개인의 동일성과 불멸성에 관한 대화(2017)』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어릴 적에는 내가 갖지 못하여 소망했던 것들, '피아노를 가진 나'라든지, '공놀이를 잘하는 나'라든지, '가출한 나' 같은 모습들을 상상하곤 했다. 내 상상 속에서는 내가 빛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피아노를 땡땡 치고 엄마는 옆에서 책을 읽고, 발야구를 할 때 저 멀리까지 공을 뻥 차고, 밤거리를 헤매는 내가 있었다. 현실의 나는 피아노도 없고 소위 말하는 '개발'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수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보고 왔다. 그 이후로 각자의 유니버스에 살고 있던 스파이더맨이 어쩌다 한 자리에 모였고, 로키는 여러 모습의 로키를, 완다는 다른 삶을 사는 완다를 만났다. MCU는 멀티버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었음을 간파한 듯하다.
그러나 나는 히어로도 아니고 초월적인 힘을 가지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이다. 마블의 멀티버스는 특별한 존재들만의 우주이니 나같은 미물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특별한 존재들이 세상을 구할 때 나는 행인1로 지나갔다가, 우주가 뒤바뀔 때는 또 사라졌다가 하는 NPC에 불과하다.
한편, A24의 영화들은 그 행인1들을 조명한다. MCU에서 우주괴물이 지구를 괴롭힐 때 으악 소리 한번 못지르던 행인1들은 A24의 영화에서 방황하는 레이디 버드가 되기도 하고, 미국으로 이민가서 미나리를 키우기도 하고, 집도 절도 없어 아이를 입양보내야만 하는 플로리다의 미혼모가 되기도 한다.
멀티버스가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데다 너무 긴 제목 탓에 큰 기대 없이 영화관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제 울어라!'하는 장치만 나와도 쉽게 울어버리는 울보긴 한데 멀티버스 액션 코믹 영화를 보면서 울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망한 버전의 나
미국에서 코인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과 웨이먼드 부부가 있다. 이들은 홍콩에서 무작정 이민을 온, 이를테면 <첨밀밀>의 소군과 이요 같은 사람들이다. 에블린의 앞에는 수만 개의 영수증이 펼쳐져 있다. 국세청에서는 이들의 비용처리를 문제삼아 세탁소가 문을 닫을 판이다.
아들을 원했던 에블린의 아버지는 에블린이 태어날 때부터 실망했다. 웨이먼드와 결혼한다 하여 또 실망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그렇게 싫어했던 딸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형편이다. 에블린은 언제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사업가로 성공한 모습을 보이지도 못하고, 딸 조이는 몸에 문신이 있는 동성애자라 아버지 앞에 떳떳하게 내놓을 수가 없다.
사업은 망하기 직전인데다 딸은 엇나가고, 에블린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마당에 웨이먼드는 왜 이리도 태연한가. 치열하게 사는 에블린의 눈에 허허실실 웃기만 하는 웨이먼드는 한심하기만 하다. 빨래주머니에 장난스럽게 눈알 스티커를 붙이는 것마저도 꼴보기 싫다.
이 부부와 달리 미국에서 나고 자란 딸 조이가 국세청에 따라가 통역을 해주기로 했는데, 할아버지 앞에서 애인과 자신의 관계를 '친한 친구'라고 설명하는 에블린을 보고 조이는 집을 나가버린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인정받고 싶었으면서 정작 자신도 딸을 인정하지 못하는 도돌이표.
불안한 마음으로 국세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 웨이먼드는 갑자기 에블린의 귀에 이상한 장치를 꽂고 핸드폰으로 뭔가를 설정한다. 이상한 행동을 하라는 쪽지까지 써서 준다. 쪽지를 쓴 종이는 사실 웨이먼드가 준비한 이혼서류였다. 웨이먼드도 에블린에게 상처를 받아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웨이먼드의 알 수 없는 행동, 깐깐하기로 소문난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의 으름장, 에블린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때, 웨이먼드는 자기가 남편 웨이먼드가 아닌 다른 우주에서 온 웨이먼드, '알파 웨이먼드'라고 밝힌다. 우주에는 수많은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있고,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 의해 흑화된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망치고 있으니, 이 세계의 에블린이 조부 투파키를 없애라는 것.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게 접속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하지 않을 이상한 짓을 하는 것. 여러 멀티버스 영화에서 학습하였듯 멀티버스는 선택에 의해 갈라진다. 이후 등장인물들은 평소에는 죽어도 하지 않을 기묘한 짓거리들을 하며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속한다.
다른 우주의 디어드리는 에블린과 웨이먼드를 공격한다. 알파 웨이먼드는 남편 웨이먼드와는 다르게 싸움도 잘하고 책임감도 있다. 왜 수만 명의 에블린 중 이 에블린이어야 했나. 그 질문에 알파 웨이먼드는 답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만 한 유일한 에블린이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의 가능성이 너무도 많은 에블린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버전의 수많은 나
노벨문학상을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쓴 <선택의 가능성들>이라는 시가 있다. '무엇보다 무엇을 더 좋아한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는데, 선택이란 아주 작은 차이들과 아주 짧은 순간의 결정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때로 그 찰나의 순간들로 인한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에블린이 웨이먼드를 따라 가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영화는 에블린이 했을지도 모를 수많은 선택의 가지에서 살아가는 에블린들을 소환한다. 웨이먼드를 따라가지 않은 에블린은 배우가 되고, 가수가 되고, 요리사가 되고 쿵후 마스터가 되고, 피자집 광고판을 돌리는 아르바이트생이 되고, 어떤 물건이 되고... '모든 것(everything)'이 된다.
에블린은 빠르게 다른 에블린이 되는 방법을 습득한다. 이마에 검은 동그라미를 찍고 다니는 디어드리와 싸우며 배운 적도 없는 쿵후로, 요리사의 칼질로 악의 세력들을 무찌른다. 그리고 마침내 조우한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다름아닌 딸 조이였다.
아시아인인 엄마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딸이 참 착한데, 나쁜 것이 우리 딸을 조종하는구나!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의 혹독한 훈련으로 정신이 분열되면서 순식간에 이 우주, 저 우주로 다니며 모습을 바꾼다. 에블린은 딸의 모습을 한 조부 투파키를 없앨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싸워보자. 싸워서 설득하자. 원래의 착한 내 딸 조이로 돌아오도록.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의 정신이 깨진 방법과 동일하게 수없이 많은 나를 헤집고 다닌다. 정신을 분열하는 데 성공한 에블린은 이제 어떤 버전의 에블린도 될 수 있다. 더 이상 참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에블린. 요리사 에블린은 부정하게 손님을 끄는 경쟁자를 고발하고, 다른 버전의 웨이먼드에게 상처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을 데리고 '베이글'로 간다. 베이글이란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원이다. 디어드리의 이마에 찍혀있던 검은 원은 베이글의 상징이었다.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어지럽힌 이유는 에블린을 만나서 같이 죽기 위해서였다. 죽고 싶은데 너무 많은 나로 살아가느라 죽지도 못했으니, 같이 사라지자고, 이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에서 이제 벗어나자고.
그러나 엄마 에블린은 딸을 보낼 수 없다.
할리우드식 인드라망
다시 원래의 세탁소 에블린. 한창 파티가 열려 흥겨울 때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가 찾아온다. 세탁소는 이제 압류될 것이다.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본 에블린은 모든 것이 환멸스럽다. 야구 배트로 창문을 때려 부수고, 될 대로 돼라 싶다.
웨이먼드는 디어드리와 몇 마디 나누더니 다 해결됐다며 에블린을 위로하는데, 어떻게 했냐고 하니 그냥 부드럽게 말했을 뿐이란다. 디어드리도 그의 방식대로 에블린을 위로한다. 아, 지금까지는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힘으로, 또는 분노로 일관했는데 싸움에서 이기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마치 매서운 바람이 아닌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처럼.
그토록 싫어했던 웨이먼드의 눈알 스티커를 이마에 붙인 에블린. 이 눈알 스티커는 '제3의 눈'이 되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와 함께 모든 우주에서 싸우고 싸운다. 모든 생물 버전의 에블린과 조부 투파키와 다 싸우고 나니 이제 무생물인 돌이 되기에 이른다.
돌이 된 조부 투파키는 절벽 끝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때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가 굴러떨어진 낭떠러지에 같이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든 우주의 에블린이 되어 선택한다. 에블린이 상처 준 웨이먼드, 경쟁자였던 요리사, 애인이었던 디어드리... 에블린 없이 혼자서 베이글로 들어가 소멸되고자 하는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묻는다. 이제 그 어떤 모습의 에블린으로 살 수도 있는데, 속썩이는 딸 조이도, 망하기 직전의 세탁소도, 답답한 웨이먼드도 없는 인생, 화려한 배우, 가수, 요리사, 쿵후 전문가, 무엇도 될 수 있는데 왜 다시 돌아왔냐고. 영화 포스터에 쓰인 문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나는 너를 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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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를 형상화한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무척이나 불교적이다. 멀티버스가 우주괴물의 싸움터가 될 수도 있는 한편 무척이나 철학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불교 용어인 인드라망은 우주의 무한한 하늘나라 중 제석천(인드라)에 쳐진 구슬 그물을 말한다. 구슬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비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불교에서 나는 하나의 내가 아니라 모든 것이다. 유일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부처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부처가 되어야 한다. 무아지경이라는 말처럼, 실체가 있는 '나'는 없다. 색깔도 모양도 형식도, 기쁨도 슬픔도 없다. 고로 나의 실체는 없고 세상 모든 것이 '나'이니, 타인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은 결국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과 같다.
나는 늘 내가 아니고 싶었지만 나는 내가 아닐 수 없었다. 뭔가를 잘하는 나, 바보같은 나, 칭찬받는 나, 못된 나, 괄시받는 나를 한 사람의 나로 통합하여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어떤 모습의 '나'는 갖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다.
그래도 어떤 우주에는 대학을 안 간 버전, 다른 전공을 한 버전, 취업을 한 버전, 결혼을 한 버전, 부자가 된 버전, 뭔가를 이뤄낸 버전,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는 버전 등등의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모든 것, 모든 곳에 동시에 내가 있으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주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상영시간 : 139분
개봉일 : 2022년 10월 12일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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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뒷골목에서 미스터리한 능력의 요정 ‘풍식’을 만나 위기를 모면한다.
‘풍식’의 무리와 버려진 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소흑’.
그러던 중 최강 능력의 집행자 ‘무한’이 ‘풍식’을 쫓아 섬에 오자
‘풍식’ 일행은 달아나고, ‘소흑’만 남게 된다.
홀로 남은 ‘소흑’을 요정들의 회관으로 데려가려는 ‘무한’과
‘무한’을 무서운 인간이라 여겨 도망치려는 ‘소흑’.
둘은 여정 속에서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무한’은 ‘소흑’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요정들이 공격받는 의문의 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엄청난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소흑’과 ‘무한’의 앞을 막아서는데…
함께하면 두려울 것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