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0-02 15:38:02
9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9월 다섯째 주
추석 영화 3파전 승자는? 두구두구두구!!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주말 관객수 80만명을
넘어서고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1위에올라섰습니다.
강동원의 두 번째 퇴마 이야기와 그 뒤를 잇는 실화 바탕의 마라토너 이야기까지 극장을 달군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같이 알아보아요 ✍.
[국내 박스오피스]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개봉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나온 한국 영화 3편 가운데 가장 먼저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돌파하고 1위에 올라섰으며그 뒤로 <1947 보스톤> <거미집>이 각각 2위, 3위에 올랐습니다. ‘천박사’가 높은 예매율을 유지하고 있어 남은 연휴에도 1위를 지킬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전 세계가 사랑하는 파라마운트 인기 TV시리즈 ‘퍼피 구조대’의 두 번째 극장판 <퍼피 구조대: 더 마이티 무비>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퍼피 구조대'는 지난 2013년 첫 방영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TV 시리즈로 다양한 직업과 능력을 가진 각기 다른 강아지 캐릭터들이 등장해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해내는 히어로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에서는 오는 10월 6일 개봉예정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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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감성을 풀어낸 관계의 이야기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다녀온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시사회. 영화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부터 윤여겨 봤던 마가렛 퀄리가 나온 작품이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를 하며 보러간 작품이었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시놉시스
평범한 건 싫어요. 특별해지고 싶어요.
1995년 작가를 꿈꾸는 조안나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에 CEO 마가렛의 조수로 입사한다. 출근 첫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의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응대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조안나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답장을 보내려고 한다. 자신을 좀처럼 봐주지 않는 회사에서 그녀는 점차 상사들의 눈에 들기 시작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점차 변화시켜나간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나에게 더욱 인상적이었던 작품
주인공 조안나는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 부분으로 시작으로 나는 이 영황에 빠져 들었다. 왜냐면 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시와 출판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래서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조안나를 보며, 그리고 신입으로 들어간 조안나는 보며 올해 처음 입사한 내 모습이 많이 떠올라서 감정 이입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기계적인 답변을 달아야 할 때도 있지만, 회의와 미팅을 하며 자유롭게 어딜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재치있게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따뜻한 버전이 아닐까?
사수로 있었던 마가렛과 그녀의 조수 조안나. 이 둘의 관계를 보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와 앤디 삭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는 앤디 삭스를 엄청 부려먹었다면 오히려 마가렛은 제대로된 일감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각각 앤디와 조안나가 회사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실망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각각 잡지사와 출판업계에 있으면서 앤디와 조안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나셨고, 그 속에서 자신을 조금 더 회사에 맞춰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상사에게 시련이 닥치고, 그녀들을 보살피면서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둘의 사이는 점차 신뢰를 하는 관계로 이어진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점차 성장하던 이들은 이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다시 떠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가 비슷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굉장히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잡지사를 다룬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정서의 출판업계를 다룬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는 따뜻한 감성을 더 느낄 수 있었다. 1995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그 아날로그한 감성과 아름다운 뉴욕의 가을 거리를 배경으로 그 따뜻함이 배가되어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올바른 헤어짐이란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를 보면서 느낀 것은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다는 것이다. 조안나는 버클리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친구를 불러 뉴욕에 놀러온다. 놀러온 뉴욕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다고 생각하면서 뉴욕 생활을 시작해버린다.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들어간 곳이 작가 에이전시였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남자친구에게 제대로 된 이별을 통보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게 된다. 그렇기에 전 남자친구는 조안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런 조안나는 그 편지를 죄책감에 읽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던 중 워싱턴 출장을 간 김에, 사실은 전남친이 초대해준 음악회에 가고자 워싱턴 출장을 자발적으로 임한 조안나는 그곳에서 전남친과 제외한다. 둘은 그저 우리 그만 만나자. 라는 간단한 말 한 마디면 됐을 일을 왜 그렇게 못했을까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장면은 아마 조안나에게 가장 영향을 크게 준 장면일 것이다. 이러한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조안나의 태도는 양쪽에 발을 담군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연락을 안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확히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를 한 상태는 아닌 전남친과 현남친 사이에서,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며 시를 쓰고 싶지만 쓰지 않고 마가렛에게는 그저 조수로서 자신이 담당한 작가 제리에게는 작가로서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조안나의 모습을 자주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대화 이후 조안나는 맺고 끊음을 정확히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배려해주지 않는 현남친과의 관계도 확실히 정리하고, 우물쭈물 쓰지 못했던 시들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에 도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이전시에서 맡은 바 계약을 완벽히 처리하고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마가렛에게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며 헤어짐의 인사를 당당하게 건넬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관계에서든 그 관계가 사람 사이이든, 물건이든, 상황이든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같은 업계(?) 종사자여서 눈길이 더 갔고, 뉴욕의 분위기에 취해 뉴욕을 가고 싶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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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식, 혐오의 자기합리화
일반적으로 꿈이란, 인간의 무의식을 기반으로 하거나 이러한 무의식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억압된 욕망이 투영되어 만들어진다. 즐겁고 행복한 꿈보다 어딘가 어긋나 있고 이상한, 불쾌하거나 불안한 꿈을 더 많이 꾼다. 불쾌한 꿈은 깨어난 이후 행복한 꿈보다 기억이 더 오래 지속된다. 이런 명제를 두고 보면 무의식은 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의식이 있을 때 역시 우리는 행복한 기억들보다 불쾌하고 불안한 기억들이 더 자주 상기되고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꿈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법한 일들을 경험하게 한다.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폴이 다른 사람들의 꿈속에 등장해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꿈의 주인을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의 초반, 폴은 자신의 딸을 시작으로 주변인들의 꿈에, 더 나아가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인들의 꿈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으로 반복해서 등장하게 된다. 그들의 무의식 속 폴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일까? 사실 우리는 이 꿈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 ‘폴’이라는 인물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혹시나’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폴이 사람들의 꿈속에 처음처럼 그냥 가만히 서 있는 사람으로 등장했다면 호기심에서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꿈속에서 자신을 죽이는 사람으로 처음 마주한 폴에 대한 두려움이 형성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이 사람이 평소에 어떤 행실을 가지고 살았던 그것은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 강렬한 꿈은 좀처럼 잊을 수 없기에 불쾌함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꿈에서 나를 죽인 사람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다면 불쾌함이 자연스레 표출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잘 아는 사람을 좀처럼 증오하지 못한다.’는 윌리엄 해즐릿의 신조는 다르게 말하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증오하기 수월하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더욱 쉽다. 그렇다면 현실이 아닌 꿈에 나타나 나를 비현실적으로 죽이는 사람을 현실 속에서 혐오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즉, 인간의 무의식을 통해 나타난 꿈이 현실 속 혐오라는 폭력의 수단으로 사용되며 과연 이것이 합리화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겠다. <드림 시나리오>(2024)는 이렇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무의식)를 빌미로 꿈을 이용해 비현실적인 혐오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도 나왔듯 원래 모든 밈은 꿈이 된다는 말이 있고, 인터넷에 도배가 된 폴의 꿈을 꾸는 건 쉬웠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폴에 대한 꿈을 꾸는데, 어떻게 자신만 꾸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면 과연 정말 전 세계 사람들이 폴에 대한 꿈을 꾸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욕망과 심리라는 것은 자신은 특별하게 보이고 싶고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기피한다. ‘사람들은 꿈의 내용을 의미 있는 어떤 내용으로 대체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고 이야기한 프로이트의 말처럼 자신의 꿈이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며 공감받기를 원하고,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가고 싶어 한다. 일명 도파민이라는 핑계로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세상에 더욱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자극적인 꿈의 내용에 폴을 집어넣어 실제 자신이 꾼 꿈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꿈의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역시 트렌드에 합류하여 주목받기를 바라는 욕심에 눈이 멀어 폭력에 가담한 것이 아니겠는가. 허구의 이야기는 누군가를 몰아가기에 아주 적합한 수단이다.
폴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로 등장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몰리의 꿈에 그녀의 무의식 속 잠재되어 있던 성적 욕망을 드러내 보이는 역할로 나타난다. 이는 폴이 타인의 꿈속에서 처음으로 ‘행동’하는 순간이다. 이를 시작으로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폴이 점차 학생들의 꿈을 시작으로 이외 사람들의 꿈에 꿈의 주인을 죽이거나 몰리의 꿈과 비슷하게 성적인 욕망의 사람이 된다. 트라우마가 트렌드라는 폴의 말에 수긍하는 듯 트라우마라는 원인을 내세워 폴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사회의 암묵적인 룰이 된 셈이다. 현실에서는 아무런 짓도,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짓도 하지 않은 폴은 꿈으로 인해 가해자가 되어있다. 현실에서는 그를 죽이기 위한 조증 환자가 집에 침입하여 피해자가 된 폴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꿈속에서는 꿈의 주인을 죽이는 가해자가 된다는 말인가. 이는 다수의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보다 한 명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 더욱 쉽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 말이 같다면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 악몽의 시작인 동시에 폴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합리화하는 것의 시작일 것이다. 입소문은 빠르고 꿈만큼이나 왜곡되기 쉽다. 꿈을 검열하고 왜곡하도록 강요하는 심리 상태 역시 무의식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매주 수업에서 보는 교수가 꿈속에서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나를 죽이려고 달려든다면? 꿈의 주인은 불안하고 실제로 ‘나’를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이러한 꿈을 꾼 학생이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전파했다면 ‘혹시나’하는 불안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에게는 자신을 죽이는 꿈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점차 다수의 사람 꿈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도 폴은 위험한 존재가 된다.
앞서 이야기한 과연 정말 전 세계 사람들이 폴에 대한 악몽을 꾸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자신을 죽였다는 정확한 꿈의 내용이 주변인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그저 ‘죽이는 꿈’을 꾸었다는 허황된 말들뿐이다. 정확한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꿈에 근거가 어디 있겠는가. 자신이 꾸었다고 하면 꾼 것인데. 누가 이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까. 이로 인해 꿈으로 인한 선동은 다른 것들보다 선동되기 훨씬 수월하다. 개인의 말이 곧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질투는 타인의 성취나 유리한 입장에 배가 아프거나 괴로워하는 마음이다. 특별해 보일 것 없는 사람인, 존재감 없고 제대로 된 연구 논문 하나 내지 않은 채 여전히 명성 없는 대학교수인 폴이 갑자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게 되고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은 몇몇 사람들 입장에서는 질투가 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고작 많은 사람들의 꿈에 나왔다고 해서 한순간에 인기를 얻은 폴이 어떻게 눈엣가시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얼룩말처럼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튀었기 때문에 타깃이 되기도 쉬웠다. 어째서 사람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꿈을 통한 개인의 상상과 생각을 가지고 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왜 이렇게 쉽게 혐오에 휩싸이는가. 꿈이라는 가상을 현실까지 끌고 와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이때 그로테스크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학생들의 악몽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정서적 격발 기제를 푸는 심리 치료를 진행하지만, 트라우마를 치료하기는커녕 오히려 트라우마가 더욱 악화한다. 꿈으로 인한 불쾌감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도 지속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폴에게 자신들과 같은 불쾌감을 쥐여 주고 싶었다. 이후 폴의 차에 학생들은 낙서를 해 두고, 폴에게 욕설을 날리는 등 폴에게 실제로 위협을 가하며 이 상황을 핸드폰으로 찍거나 구경한다. 마치 이런 폴의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학생들을 향해 격분하는 모습이 폴의 실체임을 이미 알았다는 듯 비아냥거리기에 바쁘다. 인간은 악을 갈망하는 마음이 있어서 나쁜 짓을 하며 이를 통한 만족을 얻게 된다는데,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은 혐오밖에 없다는 말일까. 어쩌면 학생들은 트라우마를 옳은 방법으로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혐오가 그들이 원했던 치료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악몽으로 인해 폴은 교수로 있던 학교에서 정학을 당하고, 가족의 불화가 생기고, 학생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등 폴의 주변 사람들이, 심지어는 폴이 모르는 사람들 모두 폴에게 등을 돌린다. 더 이상 폴은 꿈과 상관없지 않다. 꿈속의 ‘남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폴과 달리 사람들에게 꿈속의 ‘남자’는 ‘폴’이 되었다. 누가 폴을 피해자라고 생각하겠는가.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건 쉬우며 가해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 자신이 가해자의 입장에 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서든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며, 심지어 자신이 실제로 타인에게 해를 가하고 있음에도 자기합리화를 하기에 바쁘기 때문에 진짜 피해자를 구별해 낼 인지가 부족하다. 이렇게 폴은 무의식으로 인한 의식의, 피해자의 의견은 묵살되는 사회의 완벽한 피해자가 되었다.
사람의 상상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는 것도 전부 사람의 상상이다. 타인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것은 끝이 없다. 심지어 다수의 사람이 한 사람을 향해 같은 비난을 쏟아내면 그것을 오롯이 받아내는 폴은 어떻게 될까. 폴은 자신이 자신을 죽이는 악몽을 꾼다. 폴이 현실에서 손가락질받으며 가해자라는 인식이 지속되고, 결국 폴마저 이러한 인식 속에 잡아먹힌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자기 내면이, 그 내면의 어두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에 대해 스스로 의심하게 되고, 이는 무의식 속 잠재되어 있던 불안이 폴의 꿈을 통해 나타난다. 결국 폴은 이런 사회적 혐오에 처참히 무너진다. 그리고 이는 겉잡을 수없이 번져 끝내 자기혐오로 다가온다. 자기혐오는 자신을 죽이는 일이고, 자신을 죽이면서까지 자기를 혐오하는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상상이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무의식이 무의식에서 그치지 않은 결과인 셈이다.
꿈속 누군가를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했던 폴은 결국 현실에서마저 자신을 포함한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된다. 단 한 번의 사고로 폴은 완벽한 피해자에서 예정되어 있던 완벽한 가해자로 변한다.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된 폴은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사라져 버린다. 꿈에서 사라진 폴이 점차 잊힐 때쯤 그렇게 혐오했던 폴을 다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노리오’가 개발된다. 긍정적인 꿈을 꾸게 해 줄 수 있는 제품이고, 폴 없이는 존재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꿈에 나타나는 힘을 사람들을 겁주는 데 사용해 안타깝다는 말을 통해 여전히 폴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폴이 타인의 꿈에 나타나 꿈의 주인을 죽인 것이 폴의 자의였다고 확정 짓는 대목이다. 사람들의 상상은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예전의 감정은 되살릴 수 없듯 인생 역시 되돌릴 수 없기에 더 이상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완벽한 혼자가 되어버린 폴은 무중력 상태가 되어 여전히 공중을 떠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드림 시나리오>는 이러한 무의식이 현대 사회 속 혐오와 폭력이 ‘자기합리화’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낸다. 하지만 사실, 무의식에 근거한 혐오와 폭력이 자신에게만 합리화될 뿐 모두에게 실제로 합리화되지 않는다. 무의식에서 폭력을 당하는 것과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 당하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다. 폴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전부 무의식 속의 ‘누군가’가 아닌 의식이 명확히 존재하는 ‘인간’이다. 자신이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것이 잘못되었다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 모두가 자기 행동에 동조하기 바쁘다. 세상은 변하지만, 사람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근본이 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 있지만 세상이 변함에 따라 혐오를 대하는 방법은 변해가는 세상에 맞게 달라져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혐오가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혐오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를 먼저 앞서서 혐오하기에 바쁘다. 누군가가 선동을 시작하면 개인 속에 잠재되어 있던 혐오가 기어 올라와 기어코 폭력을 휘두른다. 폭력을 휘둘러야 만족하고 만다.
꿈만큼 현혹되기 쉬운 것도 없다. 우리는 꿈을 꾸면 그 꿈에 대해서 의미를 해석하기에 바쁘고, 불쾌한 꿈을 꾼다면 그 무의식 속 불쾌함이 의식까지 영향을 미치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된다. 하지만 이러한 ‘불쾌감’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 그 누구에게도 혐오 받을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혐오 받을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혐오할 권리는 존재하는가.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가. 생각이란 무엇이고, 또 이런 생각에 기초한 상상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생각과 상상을 끊임없이 타인을 포함한 자신의 혐오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생각이 혐오의 수단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인가? 생각은 사실 단순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각이 혐오로 흘러가지 않도록 막을 힘이 충분히 존재한다.
우리는 혐오가 유행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혐오가 밈이 된다. 우리는 정말 살면서 한 번도 타인을 혐오한 적이 없을까. 내가 사용하는 밈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문장이지는 않을까. 제삼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것이 명백한 혐오임에도 불구하고 혐오가 아니라고 자기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비판이라는 명목하에 비난이나 혐오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타인을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혐오가 혐오라는 것을, 혐오를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소리 낼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이런 용기를 내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누군가를 혐오하기보다 우선 이러한 현상이 합리화되는 사회를 충분히 의심하고 경멸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더 이상 폭력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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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가는 총탄과 폭탄으로 개연성을 무마한 영화 《베를린》
하정우와 전지현의 투닥거리는 연기를 좋아하는데 영화 《베를린》을 보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봐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처음 볼 때부터 그렇게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저 멋지고 예쁜 배우들의 연기를 그저 감상하면 되는 영화였으니 말이다.
영화 《베를린》 시놉시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
그 곳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는 불법무기거래장소를 감찰하던 중 국적불명,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뒤를 쫓던 정진수는 그 배후에 숨겨진 엄청난 국제적 음모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한편 표종성을 제거하고 베를린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는 그의 아내 연정희를 반역자로 몰아가며 이를 빌미로 숨통을 조이고, 표종성의 모든 것에 위협을 가한다. 표종성은 동명수의 협박 속에서 연정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녀를 미행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베를린》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액션은 정말 멋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글을 쓰자면 액션신은 정말 멋있었다. 화려한 멋으로 치장된 액션이라기 보다는 정말 저 상대방을 빠른 시간 안에 죽이겠다는 최적화된 동선으로 액션합이 맞춰져 있어서 굉장히 멋있게 다가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 2가지가 있는데 하정우가 끌려가는 전지현을 구하기 위해 승합차에 매달렸을 때, 두 사람의 감정이 애틋한 상태에서 구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전지현이 총상을 입어서 도망갈 수 없게 되자 쫓아오는 류승범을 없애버리는게 낫다고 판단한 하정우가 성치 않은 몸으로 들판에서 싸우는데 그 장면 역시 멋있었다. 약간 서부영화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근데 언제부터 애틋했더라?
정말 궁금한 점은 하정우와 전지현, 언제부터 영화 속에서 이렇게 애틋했을까? 하정우와 전지현은 극 중에서 결혼한 사이라고 해도 그렇게 알콜달콩 서로가 죽지 못해 안달난 사이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내 기준 둘이 정략결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하정우를 처리하러 온 공작원들을 피해 둘이 도망가는 과정에서 뭐,,, 전우애??? 사선에서 같이 살아남아야한다는 그런 동지애가 발동한 것일까? 아니면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갑자기 솟아난 부성애와 모성애 때문일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를 의심하고 믿지 못했는데 갑자기 서로만을 믿기 시작하고, 죽을거 뻔히 알면서 구하러 가고, 전지현이 죽자 처절하게 울고,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한석규는 어쩌다 동료가 되었나
또 하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남한의 한석규는 언제부터 하정우를 그렇게 챙겼나?다. 내가 영화를 대충 본 것일까? 아니 분명히 첫 장면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심지어 방아쇠까지 당겼던 사이인데, 하정우가 전지현 구하러 가겠다고 하니까 뒤에서 엄호를 해주질 ksg나 둘이 도망가는 거 류승범이 못쫓아오도록 총알까지 박혀가며 도와주질 않나, 그리고 총상을 입은 전지현을 마지막까지 간호한 것은 한석규였다.
그래서 약간 개연성 무엇? 영화 다시보기를 해야되나? 근데 그렇게까지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감정이 든 채 영화는 마무리되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베를린은 액션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보니 개연성에는 크게 중점을 안 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개연성이 아쉬웠던 영화 《베를린》. 하지만 그 아쉬움이 느껴질 때마다 폭탄 펑~ 총알 피슉!! 날아가서 보는 데에는 재밌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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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기억의 파편을 통한 연대와 마음
여름의 카메라 Summer's Camera
Korea | 2024 | 83min | Fiction | 전체관람가 | Asian Premiere
▶Director
성스러운 Divine SUNG
▶Cast
김시아 이은솔 유가은 배영란 곽민규
▶시놉시스
아빠를 따라 사진을 찍던 여름은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카메라에서 손을 놓게 된다. 그런 여름이 축구부 에이스인 연우에게 첫눈에 반해 고등학교 때 아빠가 쓰던 카메라로 홀린 듯 사진을 찍는다. 필름을 현상하자 그 속에는 고등학교 시절 아빠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있다. 여름은 사진들 속에서 아빠의 비밀을 보게 된다. 과연 여름은 첫사랑을 이루고 아빠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까?
#기억의 파편을 통한 연결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기억의 파편이자 그중에서도 필름은 직접 감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기억을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이다. <여름의 카메라>는 그런 기억의 파편을, 어느 ‘여름’의 기억을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필름 카메라를 이어서 사용하는 여름은 현상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빠의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여름의 사랑은, 그리고 여름이 마주하는 아빠의 사랑은 필름과 참 닮아있다. 여름이 마주하게 되는 아빠의 사랑은 뜨거웠던 그의 계절 중 일부일 뿐이고, 그 사랑의 주인인 아빠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기억처럼 더 이상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기억의 파편은 이제 필름이라는 물질을 통해 딸 여름에게 전해져 그녀의 관점에서 새로이 감각되고, 재생될 뿐이다.
기억의 파편, 감각되는 물질을 통한 이러한 연결은 <여름의 카메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재일조선인이나 조선인과 같은 디아스포라의 기억이나 홀로코스트의 기억처럼 역사적 기억이 후세대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중요히 언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의 당사자, 체험의 당사자가 사라졌을 때 그 기억은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 <여름의 카메라>와 함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임흥순 감독의 <기억 샤워 바다>에서는 ‘옷’을 통해 디아스포라로서의 한 사람의 삶이 후대로 전승되고 있고, 작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는 영화 필름이 과거 단절된 영화와 인물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여름의 카메라>에서 여름은 필름을 통해 아빠와 이어지고, 새로운 인연과 연결된다. 그렇게 아빠가 쓰던 여름의 카메라는 하나의 매개로서 여름을 곳곳으로 연결하고 그녀의 일상에 스며든다.
#매개체로서의 필름과 여름의 연대
<여름의 카메라> 속 인물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끈끈하게 연대하는데, 그들이 서로에게 다가가고자 애썼다기 보다 그들의 첫 만남은 모두 의도치 않은 우연함으로 시작된다. 여름은 우연히 축구부 연우를 만나 셔터 소리가 들리는 듯한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필름을 현상하여 의도치 않게 보게 된 사진에 의해 아빠의 과거 기억과 마주하게 되며, 그 기억을 따라가다가 마루를 만난다. 그리고 이런 우연한 만남은 따뜻한 연대로 이어진다. 이때 여름의 중요한 매개체는 ‘필름 카메라로, 여름이 사진을 찍어주고 현상하고, 그 실물을 다시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을 직접 실천하며 인물들과 그녀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진다.
<여름의 카메라>에서 필름이 인물들 사이를 연결하고, 단절된 무언가와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여름의 커밍아웃과 정체성 또한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여름이 가장 가까운 절친인 민정에게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 민정은 이미 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하며, 여름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현상된 사진 덕에 마루에게는 의도치 않게 첫 만남부터 연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는데, 이것은 당혹스럽거나 난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루와 공통분모를 형성함으로써 그와 더욱 가까워지고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고, 여름 자신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함으로써 연우와 마음을 트고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여름의 카메라>에서 여름의 정체성은 인물들 간의 연대를 더욱 견고하고 단단히, 친밀하게 만드는 것이 되고, 그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때로는 함께 성장하는 친구가, 때로는 유일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지가 되며 다양한 형태로 연대하고, 함께 성장하며 순수하고도 뜨거운 계절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과 다양한 형태의 연결을 꿈꾸게 한다.
감독은, 5/5일 진행된 <여름의 카메라> GV에서 ‘밝은 퀴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한 점에서 <여름의 카메라>는 감독님이 목표하신 바에 아주 부합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푸르른 배경과 따스한 색감은 주인공들의 통통 튀는 말투와 어우러져 햇살 같은 그들의 청춘을 돋보이게 하고, 인물들이 내뱉는 툭툭 내뱉는 진솔한 마음들은 숨기거나 걱정하고, 끙끙 앓아야 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와 나눌 수 있는 것,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됨으로써 인물의 성장과 미래를 향한 여정에 기여한다. 여름의 사진처럼 그들의 사랑과 아픔, 청춘과 우정은 이내 지나가 붙잡을 수 없겠지만, 그들이 나눈 설렘과 기억은 이 영화를 통해 그들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 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 4. 30. ~ 2025. 5. 9.
▶상영일정
2025. 05. 03 (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 (GV)
2025. 05. 05 (월)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4:00 (GV)
2025. 05. 06 (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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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최고의 티켓파워, 배우 브래들리 쿠퍼 #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100인 선정,
포브스 셀러브리티 100인에서 두 차례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탑배우 중 한명인
배우 브래들리 쿠퍼에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또한 곧 개봉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에 출연하는만큼
많은 영화팬들이 기다려왔을텐데요.
그 전에 앞서 '브래들리 쿠퍼'의 #톺아보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1. 프로필(Profile)
이름 : 브래들리 찰스 쿠퍼
(Bradley Charles Cooper)
출생 :1975년 1월 5일
국적 : 미국
직업 : 배우
2.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데뷔과정
<섹스 앤 더 시티 시즌2>(위) , <웻 핫 아메리칸 썸머>(아래)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주식중개인이었던 아버지와 방송국 NBC에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프로그램을 학습하면 많은 시간의 주말을 보냈고,
대학교에 졸업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을 배웠다고 하네요.
알 파치노, 알렉 볼드윈, 잭 니콜슨, 숀 펜 등이 졸업한 뉴욕배우 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1988년 <섹스 앤 더 시티 시즌2>의 잘생긴 미청년 역할로 극 중 '사라 제시카 파커'의 마음을 훔치는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2001년 <웻 핫 아메리칸 썸머>로 영화에 공식적으로 데뷔합니다.
3. '브래들리 쿠퍼'의 주요 필모작
- 2006년 작 <웨딩 크래셔>, 로지 역
출연진 : 오웬 윌슨, 레이첼 맥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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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잘난 척하는 가벼운 캐릭터로
브래들리 쿠퍼의 약간 재수없고 밉상인 연기를 볼 수 있다"
- 2009년 작 <행오버>, 필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에드 헬름스,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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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극 중 좌충우돌, 아수라장!
제대로 된 끝판왕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
- 2013년 작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에이버리 크로스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라이언 고슬링, 에바 멘데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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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경찰관 '에이버리 크로스 역으로
극 중 '루크'를 과잉진압하여 죽이게 된다. 그 죄책감으로 매일매일 힘들어하며
고뇌하는 섬세한 감정선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 2013년 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팻 솔리타노 역
출연진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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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여전히 조울증을 앓고있는
'펫 솔리타노'역
브래들리 쿠퍼의 웃기고 울리는 최고 내공의 연기의 진가를 볼수 있는 작품 "
- 2014년 작 <아메리칸 허슬>, 리치 디마소 역
출연진 :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레미 레너, 제니퍼 로렌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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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헤어부터 의상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
극 중 사기범을 잡는 FBI요원 '리치 디마소'역으로
진지하면서도 뭔가 우스꽝스러운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를 볼 수있다"
- 2014년 작 <아메리칸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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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군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스나이퍼로 평가받는 '크리스 카일' 역
전쟁에 참전하는 한 군인(인간)의 복잡한 내면연기를 놀랍게 표현해내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 2016년 작 <조이>, 닐 워커 역
출연진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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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채널 'QVC'의 경영 이사인 '닐 워커'역으로
브래들피 쿠퍼만의 젠틀하고 스마트한 연기와 모습을 볼 수 있다 "
- 2018년 작 <스타 이즈 본>, 잭슨 역
출연진 : 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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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컨트리 음악스타 '잭슨' 역으로
브래들리 쿠퍼의 상남자같은 매력의 연기는 물론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
- 2022년 작 <리코리쉬 피자>, 존 피터스 역
출연진 : 알라나 하임, 쿠퍼 호프만, 숀 펜, 톰 웨이츠, 브래들리 쿠퍼, 베니 사프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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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970년대의 유명 영화 제작자 '존 피터스'역으로
브래들리 쿠퍼는 극 중의 짧은 분량이지만 엄청난 파급력의 연기를 볼 수 있다
헤어부터 의상까지 엄청난 싱크로율을 표현해냈다"
- 2022년 작 <나이트메어 앨리>, 스탠턴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윌렘 대포, 루니 마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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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유랑단의 멤버 '스탠턴' 역으로
잘생기고 영리한 야심찬 청년의 모습을 연기한다.
극 중 많은 여성 캐릭터들의 인기를 얻는만큼
치명적인 옴므파탈의 매력의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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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배우 '브래들리 쿠퍼' #톺아보기 시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영화제작자로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
앞으로도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다양한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씨네랩은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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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진실은 사실과 맥락의 만남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유럽을 탈환하려는 영국군은 시칠리아 상륙을 앞두고 마치 그리스가 작전 목표인 것처럼 히틀러를 기만할 작전을 궁리한다. 이미 독일군의 방어선이 시칠리아 배치된 가운데, 그들을 꾀어내려는 영국군의 수많은 작전들은 모두 실패로 귀결된다. 그러던 중 해군 정보장교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와 ‘찰스 첨리(매튜 맥퍼딘)’는 부관인 '이언 플레밍(자니 플린)'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른바 ‘민스미트 작전’을 계획한다. 익사한 해군 장교로 위장한 시체에 가짜 작전 계획을 흘려서 독일군이 자연스럽게 영국군의 기만책에 속도로 만들자는 것. '고드프리(제이슨 아이삭스)' 제독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처칠(사이먼 러셀 빌)'은 민스미트 작전의 시행을 지시한다. 이에 몬태규와 첨리는 '진(켈리 맥도널드)'과 '헤스터(페넬로페 윌턴)'의 도움을 받아 런던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노숙자의 시체를 영국의 해군 장교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위장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었던 듯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사진과 공연 티켓도 준비하며 빈틈없는 첩보 작전을 준비한다.
'민스미트 작전'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지중해 일대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서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낸 작전이다. 흔히 민스 파이로도 알려진 영국의 전통 음식인 '민스미트(Mincemeat)'라는 이름에서 이 작전은 그 목적이 드러난다. 고기(meat)라는 이름과 달리 말린 과일과 스파이스, 으깬 사과, 시트러스, 견과, 그리고 (때때로) 약간의 브랜디로 속을 채운 음식처럼, 연합군의 공격을 예측해 시칠리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독일군을 유인하기는 미끼를 던지는 작전인 것이다.
통상적인 첩보영화와는 다른 <민스미트 작전>
그래서인지 <미스 슬로운>으로 이름 알린 존 매든 감독과 <1917>, <이미테이션 게임>의 제작진이 만난 <민스미트 작전>은 전쟁에는 보이는 전쟁과 그렇지 않은 전쟁이 있다는 독백을 통해 첫 장면부터 서로 속고 속이는 첩보작전의 내막, 그 회색 지대의 전쟁을 펼쳐 보일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즉, 앞으로 두 시간 동안 '민스미트'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민스미트는 바로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윌리엄 소령의 스토리다. 문제는 스토리라는 민스미트가 누군가에게는 예상과 달리 달고 맛난 반면에,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실망만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민스미트는 단지 독일군만 속일 뿐만 아니라, 작중 주인공들도 낚고, 심지어는 관객들까지도 낚아채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스미트 작전>에서는 흔히 첩보영화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공식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거대한 전투씬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스파이 간의 치열한 정보전이나 속고 속이는 간계나 음모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작전을 세우고, 상대가 속아 넘어오도록 기다림을 가지고 미끼를 흔드는 과정보다는 윌리엄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군인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그의 가짜 신분을 만들고, 닮은 사람을 골라 가짜 신분증을 만들고, 그의 성향과 성격도 가정하고, 있을법한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만드는 세세한 과정이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스미트 작전>에는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드는 고충으로 가득하며, 이는 통상적인 첩보영화에 가득한 팽팽한 긴장감과는 다른 결의 긴장감이 러닝타임 내내 감도는 이유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사실과 맥락
흥미로운 것은 몬태규와 첨리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드는 방식이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이 지적한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리프먼은 그의 저서 <여론>에서 "진실의 기능은 감춰진 사실들을 밝혀내 그 사실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개별적인 사실을 파악하는 것과 그것들의 조합을 찾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즉, 사실이 눈에 보이는 텍스트(text)라면 그 텍스트들이 모인(con) 연관성, 곧 맥락((context)을 파악해야만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민스미트 작전' 역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이나 사안은 윌리엄 소령을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그 사건들이 위치한 맥락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물에 빠져 익사한 시체와 작전 계획, 연애편지가 텍스트라면, 그것들의 조합은 특정한 맥락 안에서만 의미가 생긴다. 이 작전의 본질은 각각의 사실이 갖는 취약성과 위험성을 간파해 역이용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사실과 맥락의 관계성을 그저 독일군을 상대할 작전의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않는 대신, 독일군을 낚을 미끼를 만드는 주인공들의 삶으로 확장시킨다. 그렇기에 영화의 진면목은 그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들어 내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사실을 어떠한 맥락 안에서 풀어낼 것인지 고뇌하는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인물들의 고충은 두 가지 형태로 묘사된다. 우선 하나는 첩보영화에 걸맞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이다. 직속상관인 고드프리 제독으로부터 몬태규의 동생이 소련의 첩자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듣고 몬태규를 감시하게 된 첨리.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실과 사건은 몬태규도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의해 지배된다. 반대로 동생이 그저 한량이라고 생각하는 몬태규는 첨리가 증거로 내세운 동생의 각종 활동 사항이 그저 유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첨리에게 날을 세운다.
다른 하나는 로맨스다. 윌리엄 소령을 창조해야 하는 몬태규는 직원인 진의 사진과 실제 사연을 빌리고, 그녀가 직접 쓴 연애편지를 이용해 윌리엄의 가짜 연인을 만든다. 이 로맨스에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몬태규는 그의 약혼반지를 구매한 후 약혼녀의 모델인 진의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클럽에 드나들면서 생생한 연애 감정을 만든다. 문제는 몬태규와 진의 업무라는 단편적 사실이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세 개의 이야기와 삼각관계를 자아낸다는 점이다. 진을 짝사랑하는 첨리는 상관과 부하 직원의 관계 이상으로 보이는 둘을 보면서 질투에 사로잡힌다. 첨리에게 몬태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 진은 그간 봐온 몬태규의 모습과 그로부터 로맨틱한 감정도 가짜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이 그저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몬태규는 뒤늦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는 독일군이 볼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왜곡시켜야 할 이들이 정작 눈앞에 놓인 퍼즐 조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사실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감동
<민스미트 작전>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 앞에서 눈물 흘려야 했던 이들의 개인적 고뇌와 실패를 다시금 군사 작전을 둘러싼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윌리엄 소령의 시체를 스페인 해안가에 보냄으로써 입안한 작전을 모두 실행에 옮긴 몬태규와 첨리. 이제 본인들도 독일군이 보여주는 파편적인 사실만을 통해 나치의 계획을 간파해야 하는 만큼, 그들은 제한된 사실만 볼 수 있는 독일군이 의도한 대로 잘못된 맥락을 추론하기만을 기도한다. 이때 그들이 독일군의 반응과 시칠리아 상륙 작전의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맛 본 이상 그들이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나치의 스파이를 모두 파악하여 감시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차에 난데없이 등장한 새로운 스파이의 존재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과 삼각 로맨스, 그리고 그들의 작전 계획에 종지부를 찍는 이유다.
한편,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의 끝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비틀어 뭉클한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성공적인 기만 작전 덕분에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는 데 성공한 연합군. 경미한 희생이 있었을 뿐이라는 처칠의 전보는 이를 두고 기뻐하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러나 전보의 글자 사이사이에는 검은 연기로 가득한 가운데 사망자와 부상자를 수송하는 시칠리아 해변의 풍경이 숨어있다. 몬태규와 첨리도 긴 시간 매달린 작전이 성공했는데도 소소하게 자축한다. 이렇게 영화는 동일한 사실도 다른 맥락 사이에 놓인다면 기쁨과 슬픔, 또 허망함이라는 상이한 감정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 윌리엄 소령의 무덤을 비추는 엔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국가적 시점에서는 영웅이지만, 가족에게는 그저 실종된 남매이자 아들이다. 사회 공동체 입장에서는 희생정신의 상징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전쟁의 희생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묘비를 비추는 장면에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정반대로 갈릴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민스미트 작전>은 적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운다는 절박함 만큼이나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해군 정보국장 부관이자 <007> 시리즈의 작가인 ‘이안 플레밍’이 있다. 영화는 ‘민스미트 작전’의 초안이 된 ‘송어 메모’를 작성한 바 있는 그가 마치 007 시리즈의 일부 구절을 집필하는 듯 독백하는 장면으로 수미상관 구조를 이룬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어떠한 맥락 안에 사실의 조각들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와 번민을 전쟁영화의 틀을 빌려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작가라고 외치는 첨리의 대사나, 'M'과 MI6의 존재를 비롯해 해군 장교 출신인 제임스 본드의 유래를 암시하는 대목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문제는 이처럼 사실과 사실을 엮는 맥락, 그리고 사실을 통해 진실을 유추하는 이야기가 일관된 주제를 전달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스미트 작전>이라는 제목을 보고 관객들이 기대할 장르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집필해 독자들이 납득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주인공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의 고뇌를 다루는 영화의 감동은 첩보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첩보 장르 치고는 쫄깃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고,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많다. 즉, <민스미트 작전>은 예고편과 포스터, 공개 전 정보라는 사실을 통해 관객들이 만들어낸 첩보 영화 내지는 전쟁영화라는 콘텍스트와는 다른 진실을 선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독일군을 속이려는 영국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연적을 속이는 주인공, 그리고 전쟁영화와 첩보영화의 탈을 썼지만 실제로는 로맨스와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민스미트는 상반된 반응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간파한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탄탄하고 깊은 메시지로 가득한 파이를, 기대와 다른 내용에 속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실망 가득한 파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꽤나 시원시원한 전개와 템포가 상당히 빠른 편집 덕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전자의 재미만으로도 러닝타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사실, 맥락, 진실의 관계로 속을 가득 채운 민스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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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 시나리오 - 니콜라스 케이지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투영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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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한심하고, 평범 그 자체여서 언제 어디서나 존재감 없는 ‘폴’로 인해 온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왜? 그가 지구상 모두의 꿈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실존 인물 맞나요? 왜 당신 꿈을 꾸죠? 도대체 누구세요?” SNS 메시지 폭주, 인터뷰 출연, 광고 모델 요청은 물론, 심지어 꿈속 만남이 현실로 이어지는 기막힌 일까지! 꿈속 남자에서 모두가 꿈꾸는 남자로 거듭난 ‘폴’! 하지만 갑자기 그가 등장하는 모든 꿈들이 악몽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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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무녀도> 30초 예고편
영험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는 이름난 무녀 '모화'
아들 '욱이'를 절에 보내고 아픈 딸 '낭이'를 애지중지 키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10년만에 돌아온 아들 '욱이'와 그가 섬기는 예수님이 '모화' 자신의 삶을 점점 흔들기 시작하는데...
스러지는 모화의 삶, 마지막 굿판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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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 메인 예고편
충격 실화 퇴마 파일! 어둠 속 숨겨진 바티칸의 비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