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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3-10-03 22:13:06

목적지 없이 귀신처럼 떠돌다 끝나는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 스포일러 없는 리뷰

아무튼 퇴마사

 

이 영화의 주인공은 퇴마사 천박사다. 큰 차를 끌고 천박사와 강도령이 이동하고 있다. 차의 뒷부분에 짐들이 바리바리 쌓여있다. 강도령, 그러니까 인배는 이게 맞나? 싶다. 몇 번 따라다녀 보니 이 퇴마가 나름 고객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면 다행인 셈이다. 이번 고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배와 천박사. 기본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번 고객은 중학생이다. 점점 부모에게 투덜대는 딸. 얼핏 보면 이 집안에 되는 일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한 강도령과 천박사. 두 사람이 차에서 주섬주섬 짐을 꺼낸다. 근데 이거 차 견인 안 되겠지? 어차피 조금 하고 나올 건데 고객 부부의 딸은 대놓고 ‘주작이지?’ 의심한다. 원래 처맞기 전에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고 한다. 아마 용한 퇴마사를 만나지 않으니까 이런 소리를 아무렇게나 막 하는 것 같다.

 

 

 

퇴마가 진행된다. 안 믿었던 부부의 딸. 딸의 눈빛이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한 기운이 왠지 모르게 집안 전체에 흐르는 것 같다. 확실히 진짜인 것 같다. 부정적인 기운이 이 집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강도령과 천박사가 무엇인가를 꾹꾹 누르고 있다는 건 부부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유리도 깨지고 붉은색 액체도 흘리고 별의 별것이 보이는데 리스펙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이 퇴마의 뒷면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천박사와 강도령은 귀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쪽에 가까웠던 것이다. 가짜 퇴마사인지, 진짜 의사인지 구분이 안 되는 천박사. 천박사에게 특별한 고객이 찾아왔다. 진짜 귀신을 다루는 고객이 온 것이다. 과연 천박사는 고객 유경을 둘러싼 저주를 없앨 수 있을까?

 

 

 

만화 같은 이야기

 

이 영화는 만화 같은 이야기를 줄거리로 삼고 있다. 실제로 김용태, 후렛샤가 연기한 <빙의>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을 잘 활용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만화란 매력적인 세계관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만화 시리즈인 마블 코믹스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만약 이 만화에서 다루는 에피소드가 타노스와의 일전이라고 가정한다. 그럼 우선 타노스가 어떤 욕망이 있어 빌런으로서의 목표를 이루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준다. 욕망만 있으면 안 된다. 그만큼의 무력이 있어야 한다.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탄생한다. 무작정 싸우기만 하면 또 안된다. 인피니티 스톤들을 모으기도 하고, 외계 행성에 있는 슈퍼히어로도 새롭게 등장시킨다. 슈퍼히어로들이 연대를 통해 빌런 타노스를 무찌른다. 전우주적인 존재를 이기는 힘이 캐릭터들의 매력과 연대라는 감정이 된 것이다.

 

 

 

본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 설경의 비밀>은 만화가 가진 매력적인 세계관을 그대로 승계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관을 이끌어야 할 천박사(강동원)는 개성이 빛나는 캐릭터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 안에서의 천박사는 허상인 퇴마능력을 뛰어난 추리능력으로 둔갑시킬 만큼 능글맞다. 이 능력 묘사는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이 능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초반부 유경과 천박사가 대면하는 신이 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사실상 진정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관객은 유경이에게 감정이입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이야기 안에서 천박사의 수가 너무 대놓고 드러나면(사기행각이 들킨다면) 영화를 끌고 가는 동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장면에 현실성을 부여해서 초반부의 설득력을 만들었다. 이 초반부 이후 전개는 장르가 급변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코미디/액션에서 호러/오컬트로 급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데, 스타트를 잘 끊어 후반부까지의 토대를 세운 것이다. 

 

 

 

눈요기 칭찬해

 

영화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 하나는 액션이다. 영화에서 액션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두 명이다. 주인공 강동원, 허준호 배우가 맡은 역할이다. 우선 허준호 배우의 액션연기는 훌륭했다. 허준호 배우가 맡은 범천은. 영화의 기본 설정 상 인물 서사에 곡선을 만들면 모순되는 지점이 있다. 영화가 이를 의식해서인지 초반부와 후반부의 활동 범위 차이를 일부러 대조한 감이 있다. 실제로 영화의 편집이 범천이 실내에 있을 때에는 다각도로 인물을 보여주지만 밖에 있을 땐 테이크가 짧다고 보긴 어렵다. 전반부, 후반부 모두 허준호 배우의 경험치가 빛난 셈인데, 글쓴이는 후반부의 연기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중후반부에 늘어지는 이야기 흐름을 확 휘어잡는 좋은 연기였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cg 시각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에도 당연히 좋은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극 중 중반부에 핵심 조연(특별출연)으로 누군가가 등장한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중요하다. 영화가 이 장면에서 관객에게 준 힌트가 이후 이야기 전개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두 배우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 이전에, 이 이야기를 설득시키기 위해 시각자료를 첨부한 성의가 좋았다. 어떤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시각적인 자료를 적절하게 활용한 예시라고 볼 수 있겠다. 

 

 

 

산만한 연출

 

이 영화의 플롯 구조가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다 보고 나면 산만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긴박감을 조성하는 연출이다. 중반부부터 악당의 정체가 밝혀진다. 이 악당이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를 것 같은 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대표적으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 <더 배트맨>의 리들러가 그랬듯이 말이다. 앞 두 영화가 악랄한 빌런이 잡힐 듯 말 듯 긴장감을 유지했던 것과는 별개로 <천박사 퇴마 연구소 : 설경의 비밀>은 단조롭게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클로즈업이다. 영화에서 그럴듯한 위기가 벌어질 때 인물들은 인상 찌푸리기만 한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영화에 빼곡히 있어 다양한 리액션이 나와야 할 판에, 같은 리액션만 반복하니 단조로워진다. 

 

 

 

또한 이야기에 한 번에 몰입하지 못하게 등장인물 중 몇 명은 영화를 방해하고 있다. 인배 캐릭터는 이야기의 흐름을 자체적으로 방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인물의 억지 유머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있지만 특히 이야기 중반부 즈음 빌런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신에서 강하다. 이 장면에서 영화가 가진 과제는 빌런(허준호)이 이런 인물이라고 관객에게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인배의 캐릭터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인배가 이 장면에서 정확히 이런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본다. 

 

 

 

애매모호해

 

이 영화는 애매모호하다. 코미디라고 보기에도 그렇게 웃음 타율이 높은 것도 아니고, 호러/오컬트라고 보기엔 주요 장면에서 cg티가 나고, 오컬트물로 볼 수 있을 만큼 퇴마라는 것에 중점을 두지도 않았다. 이 영화가 이렇게 모호한 육각형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등장인물 천박사의 퇴마의식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천박사가 딱히 퇴마사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 없다. 그렇다고 무슨 심리치료사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도 아니다. 영화가 천박사를 퇴마사도 아니고 심리치료사도 아닌 무언가로 설정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천박사가 사용하는 도구가 이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도구를 가지고 퇴마의식을 했다던가 유령과 관련된 어떤 것이 나왔던가 하면 이 영화의 장점에 대해 쉽게 수긍했을 것이다. 정작 주인공 천박사가 칼 휘두르는 모습만 기억에 남으니 액션물도 아니고 오컬트물도 아닌 모호한 무언가로 기억되기 쉬울 듯하다. 이러다 보니 영화의 연결고리들이 매끈하지 못하다는 단점도 두드러진다. 확실한 장점이 없으니 불확실한 단점만 느껴진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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