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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2025-08-08 23:58:17

오해뿐인 말들, 한발 늦은 진심일지라도

영화 <친밀함> 리뷰

이 글은 영화 <친밀함>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히라노 레이, 사토 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등의 여러 걸작들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오른 하마구치 류스케’. 그는 일상적 소재와 실험적인 연출, 그리고 살아있는 대사들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그렇다면 그의 시작은 어땠을까? 지금의 하마구치를 있게 한 여러 초기작들 중 <친밀함>을 통해 하마구치의 세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친밀함>의 서사 구조는 <드라이브 마이 카>와 닮아있다. 전반부는 연극 친밀함을 준비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후반부는 실제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레이코(히라노 레이)와 료헤이(사토 료)는 연인 관계이다. 레이코는 이 연극의 연출가이며, 료헤이는 각본과 미술을 맡는다. 이들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대사 연습, 인터뷰를 진행하며 연극 친밀함에 다가간다. 그러나 이해관계와 방법론적 차이로 인해 그들 사이에서는 여러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영화의 1부는 연극 친밀함’, 그리고 영화 <친밀함>의 실험 과정이다. 동시에 2부에서 실제 행해지는 연극의 밑바탕이 된다.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오히려 이것은 역할극에 지나지 않는다. 배우는 배우 그자체로 존재한다. 다시 말해 영화 <친밀함> 속 연극 친밀함은 허구인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 속 관객들은 그것에 몰입하고 집중한다. 이는 그들에게는 눈앞에서 움직임(Movement)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친밀함>은 어떠한가? 하마구치 류스케는 도전적이다. 연극이라는 형식을 영화라는 형식으로 다시 감쌌다. 그런데 우리는 연극 친밀함이전의 전사(事)를 알고 있다. 동시에 배우들의 서브텍스트를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연극 친밀함에 몰입할 수 있다. 그들의 움직임과 감정은 진실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친밀함>은 분명 언어와 관계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이다. 그런데 그 대상은 영화 밖에 있는 듯하다. 바로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다. 영화 속 인물들은 언어의 한계로 인해 고통 받는다. 연극 친밀함에서도 나의 언어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을 부정적 의미의 불꽃으로 비유한다. 그럼에도 인간이 감각을 최대한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는 언어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 영화를 하나의 언어로 생각한 듯하다. 그는 영화라는 언어로 관객들과 친밀해지고자한다.

 

친밀함의 엔딩, <친밀함>의 엔딩은 둘 다 뛰어나다. 언어가 갖고 있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말은 지하철의 완행과 급행처럼 그 속도가 다르지만, 같은 역에서 출발하는 그 짧은 순간, 서로를 마주하며 친밀함을 공유한다. 오해뿐인 말들, 한발 늦은 진심일지라도 우연히 마주칠 그 날을 기약하며 안녕을 고하자.

 

작성자 . C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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