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7 10:31:37
3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예정 영화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부터
12,000명의 여성을 구한 비밀단체 '제인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 <콜 제인>까지.
특별한 감성과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스즈메의 문단속
Suzume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2분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쇼박스
시놉시스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CINE PICK!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7년 영화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만 3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입니다.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내용을 담았으며,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재난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스즈메의 이야기를 몰입감 넘치게 펼쳐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1년 만에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터라 더욱더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해 국내에서의 흥행 성적 또한 기대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똑똑똑
Knock at the Cabin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00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루퍼트 그린트 등
개봉: 2023.03.0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휴가를 떠난 한 가족은 별장에 무단침입한 낯선 방문자들과 대치하게 된다.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와 낯선 방문자들은 세상의 종말을 막으러 왔다며, 가족 중 한 명을 희생시켜야만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잔혹한 선택을 하게 하는데… 가족을 살리면 인류가 멸망하고, 인류를 살리면 가족이 죽는다!
CINE PICK!
영화 <똑똑똑>은 <식스센스>, <23 아이덴티티> 등을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으로, 인기 공포 소설 <세상 끝의 오두막>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휴가를 떠나 별장에서 단란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화목한 가족의 일상이 불청객의 방문으로 인해 무너지는 이야기를 담아 '인류를 구할 것인가, 당장 나의 가족을 구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통해 공포스러운 상황을 조성한 작품입니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나리오와 이를 통해 전달하는 인생의 메시지가 돋보이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론'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루퍼트 그린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드랙스'로 알려진 데이브 바티스타 등이 출연해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위기에 처한 가족은 게이 커플과 그들에게 입양된 동양인 여자아이로 구성되어 자신들을 혐오해 온 사람들이 포함된 인류, 혹은 자신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준 가족을 택할 것인지 결정해야만 하는 잔인한 상황 속에 놓이며 갈등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콜 제인
Call Jane
개요: 드라마 | 영국 | 122분
감독: 필리스 나지
출연: 엘리자베스 뱅크스, 시고니 위버, 케이트 마라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누리픽쳐스, (주)영화특별시SMC
시놉시스
1968년 시카고. 임신으로 목숨이 위험해진 ‘조이’는 긴급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에 참석하지만 남성으로만 구성된 그곳에서 임신 당사자인 ‘조이’의 의사는 무시된다. 결국, 전원 ‘반대’라는 결과에 절망한 그녀는 “임신으로 불안하다면, 제인에게 전화하세요”라는 벽보 광고에 작은 희망을 걸어보는데…
CINE PICK!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개봉하는 영화 <콜 제인>은 <캐롤>의 각본을 맡아 여성 서사의 강자로 인정받은 필리스 나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임신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조이'가 '제인스'를 만나 세상을 바꾼 변화의 불씨가 되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인스'는 실제로 낙태가 금지되어 있었던 1960년대에 임신으로 고통받던 12,000명의 여성을 구한 비밀 단체인데요, 실화가 주는 힘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대표 우먼파워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뱅크스, 운미 모사쿠, 케이트 마라가 출연해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조건 없이 서로를 돕는 여성들의 연대의식과 주체적 인물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팝 음악이 <콜 제인>만의 희망찬 무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대 어이가리
A Song for My Dear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이창열
출연: 선동혁, 정아미, 김유미, 장태훈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영화사 순수
시놉시스
30년 넘게 남편 ‘동혁’과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아내 ‘연희’. 국악인으로 전국을 떠돌던 ‘동혁’은 아내의 부탁에 고향에 정착하기로 한다. 행복한 전원생활도 잠시, ‘동혁’은 ‘연희’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나한테는 당신밖에 없잖아. 약속해 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동혁’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만 같은데…
CINE PICK!
<그대 어이가리>는 30년 넘게 함께한 아내 '연희'가 불치의 병에 걸리며 일상이 무너진 남편 '동혁'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노부부의 이야기로 공감을 자극하는 <그대 어이가리>는 개봉에 앞서 해외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현재까지 전 세계 51관왕을 기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요, 특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여우주연상, 촬영상 등 이야기와 연출, 음악 모든 면에서 수상한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삶과 죽음, 부부관계에 대한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스토리 속 '창(唱)'과 전통 장례 문화는 <그대 어이가리>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적 미와 짙은 '한(恨)'의 정서를 담았으며, 약 3개월 동안 주 2회씩 빠짐없이 만나며 연기적인 디테일을 완성한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6번 칸
Compartment No.6
개요: 멜로/로맨스, 드라마 | 핀란드, 독일, 에스토니아, 러시아 연방 | 107분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
출연: 세이디 하를라, 유리 보리소프 등
개봉: 2023.03.08.
배급: 싸이더스
시놉시스
고대 암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 그녀는 무르만스크행 기차 ‘6번 칸’에서 낯설고 무례한 남자 '료하'와 만나게 된다. 거리를 두려는 여자와 가까워지려는 남자.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되고… 이 여행의 끝에 불완전한 그들은 어떻게 될까?
CINE PICK!
영화 <6번 칸>은 핀란드 대표 작가 로사 릭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을 연출한 유호 쿠오스마넨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90년대를 배경으로 무르만스크행 기차의 '6번 칸'에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두 남녀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변해가는 감정과 관계를 그렸는데요, 제74회 칸영화제에서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 휴대폰, SNS, 구글 지도도 없는 90년대 아날로그 여행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형식이 아닌 필름 촬영 방식을 고수했고, 조명의 경우 오래된 조명이나 현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옛 조명들을 활용했다고 하며, 주인공 '라우라'의 비디오카메라, 워크맨, 공중전화를 이용한 연인과의 전화 통화까지, 하나하나 90년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색다른 감성의 볼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주는 특별한 감성을 간직한 작품들이 여럿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되는데요, 고민조차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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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아름, 그는 왜 결혼했을까?
세상에나, 내가 30대라니. 무슨 일이야!?
“30대, 미혼, 여성”
이 사회가 나를 카테고리화하는 무시무시한 키워드들이다. 성별에 대한 만족도는 꽤나 높아 (아마도) 바꿀 일이 없어 고정값으로 상정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앞의 두 키워드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특히 10년간 익숙하게 나를 위로했던, 소위 ‘앞자리 수’가 변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과 그 시기가 겹쳤다. 그 말인즉슨 어떤 ‘무뢰한들’의 무차별적이고 무심한 질문 폭격에 답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한번 해가 지났음에도 아직도 삼십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는.. 말 못 할 어려움을(혹은 현실 부정 단계를) 겪고 있다.
<구글 이미지 검색 키워드 : turning 30 meme.. ㅎㅎ>
아니, 도대체 왜?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던 '자존감 낮고 나이가 세상에 전부인' 그런 부류가 바로 나였단 말인가?
29.99였던 어제와 30.00이 된 그날의 나는 정말이지 혼란스러웠다.
“너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야. 피부도 잘 챙겨야 해. 나중에 나이 들어 후회한다.
선크림 하고 아이크림은 필수라고.”
막 잠에서 깨, 동생이 군대에서 신던 초록색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담배를 사러 가면서도 고민은 깊어진다. (로션도 잘 안 바르는데.. 아이크림이 필수라니!! 너무해!!)
우리는 30대 인간에게 사회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수많은 미디어와 인간관계를 통해 배워왔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30대의 지침서 따위는 받지 못했단 말이다!!
첫 30대를 살아보는 어른 아이의 패닉은 곧 나이듦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불안과 혼란의 카오스가 오직 나만 겪는 현상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세상에는 너무 멋진 30대들이 넘쳐난다.
그에 비해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고, 아직도 모르는 것, 어설픈 것 투성이다.
심지어 누군가 집에 어른 계시냐고 물으면 어색하게, “어.. 엄마 안 계시는데요”라고 답하는 어리숙한 나라는 사람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기능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인간이 30대가 되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30대의 쓰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폭풍을 몰고 왔다.
우선 나는 한 번도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감격에 찬 얼굴로 모두에게 축복받으며 ‘버진로드’를 걷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비혼주의라고 굳이 나를 규정하지 않지만(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변명이다) 학생 신분이 지속되면서 나에게 이런 구체적인 상상은 사치에 가까웠다.
결혼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여성으로서 나의 신체와 그 선택은?
적지 않은 나이의 신체를 가진 미혼 여성이자, 도태된 사회적 동물로서 나는 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꼬리를 무는 이후의 고민들은 한층 더 골치 아픈 문제였다.
미혼과 비혼은 적법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나의 자궁, 난자들에 대한 고민도 끊이지 않는다.
역시 냉동난자가 유일한 답인가? 오늘이 앞으로의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이 아니던가? 그런데 내 난자를 어디에 쓸 것인가? 아니 나는 난자 보관비용이나 부담할 수 있나?
그리고 이러한 고민에 난생처음 그리고 아주 ‘적나라한’ 선택지를 던지는 다큐를 보았다.
그리하여,
“<박강아름 결혼하다(Areum Married)>(2021)”
우리 사회에 시의성 있는 화두를 던져온 박강아름은 그의 전작 <박강아름 가면무도회>를 통해 잘 알려진 감독이다. 전통적인 관습과 가치관을 대물림하는 가부장에 대한 전복과 투쟁, 정형화되고 규정적인 여성상과 ‘미’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점철된 감독의 세계관에 난데없이 ‘결혼’이라니? 묘한 배신감이 느껴졌다. 결국 제도적 굴레 안으로 그 또한 편입하는 것인가! (물론, 필자는 결혼에 대해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
그러나, 그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처절하게 거대 담론에서 소외된 두 개인의 결혼 생활과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하지만 한 없이 가까운 또 다른 개인의 탄생과 성장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 노골적인 연대기, <박강아름 결혼하다>에서 그려지는 가장권의 전복,
여성 주도의 가모장(matriarchy)의 풍경을 보며 나름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한다고 자부하는 나의 편협함을 발견하곤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가계를 걱정하는 박강아름 감독의 우환과 '영수증' 그리고 그의 집사람이 누리는 3유로짜리(사실 박강아름 감독은 그 값의 절반도 안 되는 일반 커피를 마셨다. 이들의 참사랑은 영수증에서조차 드러나는가!!) 카페 프라페의 행복을 보며 내 안에는 분명 누군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게다가 나라는 인간은 ‘결혼’의 이미지를 곧장 ‘웨딩 세리머니’와 연결시키지 않았던가? 순백의 드레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아, 몇 초 가량 박강아름 감독의 연주와 행복한 미소 그리고 새하얀 드레스를 본 것 같기도 하다)
두 인간이 만나 한 집에서, 그것도 저 멀리 낯선 땅 프랑스에서 살아간다. 게다가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박강아름 감독과 ‘집사람’. 이 두 사람은 나에게는 너무나 용감하고 무모했고 대단하고 절박했고 그리고... 투머치였다! 이 모든 상황이 한 씬에 들어와 있다니. 공포 그 자체였다.(물론 영화는 감독 특유의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진짜 너무너무 앞 발을 꽉 깨물고 싶은 닥스훈트까지. 이것이야말로 30대 기혼자들의 진정한 카오스란 말인가!!?
아직까지는 여성의 신체로만 가능한 재생산의 기능을 수행하고 다시 바깥양반으로 돌아가는 박강아름 감독을 보며 나는 다시금 나의 신체와 생식 가능성을 가진 남은 난자들에 대해 생각했고 또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 새로운 선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감독이 몸이 좋지 않은 집사람을 끌고 덩케르크로 간 날은 바다를 보기에 그리 완벽한 날씨는 아니었다. 그러면 어떠한가? 낑낑거리며 유모차를 옮기는 바깥양반을 보며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집사람은 터벅터벅 돌아와 함께 둘 사이의 보리를 옮긴다. 여성과 남성 부인과 남편 바깥사람과 집사람. 이런 단어들로는 그들이 함께 걷는 그 길을 전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그들은 서로의 균형을 맞추며 나란히 걷고 있지 않은가?
영화가 끝나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집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스포를 막기 위해 영화에 대해서는 이쯤 이야기해야겠다.
(하지만 가수 이랑의 잔잔한 목소리가 그리 녹록지 않은 자신의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써 내려가는 박강아름 감독의 에세이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는 것과, 곳곳에 삽입된 스톱모션 이미지와 그의 ‘하이퍼 리얼’한 다큐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라는 정도는 공유해도 되겠지)
* 해당 리뷰는 씨네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브런치 삐뚜로빼뚜로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ppeeppae/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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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좌절이 아닌 설렘이 될 수 있기를
좌절이 아닌 설렘이 될 수 있기를
한국경쟁 섹션 영화 ‘낮은 목소리’ 리뷰
감독] 박영광
출연] 성민준, 강신철, 이현서
시놉시스] 합창단 솔로이스트 동윤은 이른 변성기 탓에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한다. 한편, 몇 달 동안 불편한 관계에 있던 미연과 중호가 최근 들어 더욱 심상치 않다. 동윤은 합창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지만, 대회가 다가올수록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미연과 중호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해체 직전의 가족, 11살 동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합창을 하며 두 사람의 이혼을 막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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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는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두려워할까? 그리고 이미 겪은 일이기에 아이들이 처음 겪는 변화에 무덤덤하게 넘어가지는 않았을까? 영화 ‘낮은 목소리’는 우리 모두가 경험했고, 아이들은 이제 막 경험하는 변성기를 통해 벌어지는 좌절과 또 다른 설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어른들은 몰라요영화 ‘낮은 목소리’는 변성기를 겪으면서 솔로이스트 동윤이 점차 음역대가 낮아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뺏길까 걱정하고 염려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솔로이스트로써 착실하게 쌓아온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만 같아 동윤이는 끝까지 테너 솔로이스트에 매달린다. 하지만 동윤이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은 신경 쓰지 못한다. 동윤이 만큼이나 본인들의 이혼 문제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동윤이 이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동윤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고, 자신의 목 상태에 대한 걱정과 함께 부모님을 모두 자신의 곁에 붙잡아 놓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해서 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고만 싶은 어린아이의 간절한 노력을 보여준다.
어른들의 문제에 대해 아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는 부모의 생각을 굉장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고 빠르게 캐치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이 상처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세상은 부모가 가장 크기에 이들을 붙잡으려는 시도를 끝없이 한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가장 변화를 늦게 알아차리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문제에 함몰된 부모가 아닐까?
체념보다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렘을 안겨주길동윤은 변성기가 찾아오면서 선생님으로부터 솔로이스트가 아닌 베이스를 권유받는다. 변성기 때에는 목소리를 혹사시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동윤이에게 변성기라는 변화가 두렵고, 자신의 노력이 무너지는 계기가 아니라는 것을 따뜻하게 알려주는 존재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처음 겪는 변성기로 인해서 기존의 음역대 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은 굉장히 두렵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게다가 솔로이스트의 자리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 동윤의 상태라면 도대체 자신에게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영문을 몰라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따듯한 관심이었을 것이다. 이 변화가 동윤이의 잘못도, 불행도 아님을 알려주고 이 변화의 기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이나 상태보다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기존의 것을 하지 못한다는 체념보다는 이제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설렘으로 자신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가족과 공동체들이 이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낮은 목소리’는 동윤이 베이스 합창단원으로서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변화를 겪는 아이들이 동윤이처럼 변화를 받아들이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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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2022-08-13 10:30
CGV 제천 1관
207
2022-08-15 10:30
메가박스 제천 3관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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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애니메이션 - 끝내 불발해버린 불꽃,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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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화를 시각 예술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시청각적 예술이라고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초기 영화들은 청각적 요소가 없는 무성영화였으며, 그렇기에 초기 때부터 부각되어 온 것은 시각적 요소였기 때문에 영화를 시각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개인적 성향을 얘기하자면, 솔직히 필자는 영상미 중시 성향이 센 편이라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영상미가 좋다면 웬만해선 호평을 하는 편이다.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도 스토리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이러한 비판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영상미와 음악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니다, 너무나도 커다란 단점이 있다. 장점 하나로 절대 커버할 수 없는.
본 영화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동명의 단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단순히 실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바꾼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다. 필자가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비교 리뷰는 어렵겠지만, 실사를 따로 놓고 봐도 이 애니메이션은 확실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장점부터 얘기하자면 영상미와 OST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샤프트 제작인 만큼 영상미는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 색감과 연출들은 따로 놓고보면 정말 스틸 하나하나가 화보라고 해도 될 정도. 그리고 OST도 정말 호평받을 만한데, DAOKO와 요네즈 켄시의 합작곡이자 본 영화의 주제가인 쏘아올린 불꽃(打上花火)은 원작보다도 더 인지도가 높을 정도이며 유명 DJ인 Porter Robinson이 직접 호평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할 정도이다. 그리고 마츠다 세이코의 유리색의 지구(瑠璃色の地球) 또한 후술하겠지만 본 노래가 나오는 파트는 비판점이 있지만 음악만 따로 놓고 보면 좋은 음악에 속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영화관의 사운드와 스크린으로 음악과 영상미를 듣기위해 예매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의 가치는 이 두가지 뿐이다. 다만 주제가인 쏘아올린 불꽃은 작중에서는 단 한번도 안 나오고 엔딩 크레딧에서만 나오니, 만약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엔딩 크레딧까지 꼭 보고 나오길 강력히 추천한다.
장점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단점 뿐이다. 누가 뭐라해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이다. 위에서 필자가 영상미를 중시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스토리가 형식이 갖춰져있을 때의 이야기이지 심각할 정도의 미달 수준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원더풀 데이즈에 호평을 한 것도 서사가 급전개에 난잡한 부분이 있지만 심각한 미달 수준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스토리가 심각할 정도로 미달이다. 이러한 미달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너무 길게, 자주 반복되는 쉽게 말하자면 '만약에' 세계의 반복인데, 사랑을 이루기 위해 반복하는 만약에가 너무 길게, 여러번 나온다. 그렇기에 비록 이미 본 부분을 빠르게 보여준다고 해도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늘어지는 모습은 원작에 비해 40분 가량 늘어난 러닝타임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인데, 실제로 반복되는 부분은 20~30분 가량을 잘라내도 이해에 영향이 없을 정도라고 느꼈다. 또한 열린 결말이라는 것도 좋게 말해 열린 결말이지, 나쁘게 말하자면 결론을 내지 않고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후반부의 연출에 비해 너무나도 허무한 엔딩이기에, 이러한 아쉬움은 배가 되어간다. 그리고 위에서 색감과 연출들을 따로 놓고보면 좋다고 했는데, 일부 장면의 연출들은 이질적인 부분이 있다. 유리색의 지구 파트에서는 뮤지컬 영화 색채를 보이는 파트인데, 갑작스럽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연출이 나온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식 연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앞과 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연출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연출과 영화의 서사가 조화롭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이다. 또한 일부 연출 또한 선정적 요소가 세 불편함을 느꼈다. 특히 선생님의 가슴을 가지고 친구들 사이 뿐만 아니라 교실에서도 섹드립을 날리는 거나, 선생님의 가슴을 선생님의 남자친구가 가슴이 작아진 것 같다며 만지려 하는 것도 전혀 유쾌하지 않고 불편하기만 하다. 후자의 경우에는 현실과 또 다른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고는 하나, 영화를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눈치채기 힘든 요소이며 이러한 또 다른 세계임을 상기시키는 연출은 불꽃의 모양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완벽한 실패작은 아니다. 영상미와 OST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주목해볼만 하다. 하지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주제가인 쏘아올린 불꽃은 엔딩 크레딧에서만 나오는지라 본 작품의 평가에는 영향을 끼치기 어렵고, 영상미 또한 서사와의 조화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 영화를 불꽃에 비유해보자면, 분명 하늘을 아름답게 빛낼 수 있는 불꽃이었는데, 끝내 불발해버린 불꽃이고 만것이다. 아예 불량품이 아니었다보니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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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가짜 페르시아인이 뇌리에 새긴 불편한 진실
이 글은 씨네랩에서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초청 받은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우리 주변의 '가짜'들
살다보면 우리는 숱한 가짜들을 마주한다.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들을 말하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짜란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다른 탈을 뒤집어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이들은 어떠한 목적에 의해 그러한 개인의 고유한 특질을 감추거나 가리고 또다른 가면을 쓴다. 이유는 다양하다. 정말로 자신이 가장한 삶처럼 살고 싶어서일수도 있고, 피치 못하게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해서일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본질과 가면(페르소나)를 양립시켜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러한 가짜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아주 견고하고 확고한 의지, 혹은 신념이다. 꼭 어떤 것을 해내야만 한다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질' 역시 그러한 가짜의 탈을 쓴 사람 중 하나이다.
2. 살기 위해 가짜가 되다.
때는 세계 제2차 대전. 나치 독일의 야욕은 온 유럽을 집어 삼키고, 그들의 광기는 인종학살적인 경지에 이른다. 뛰어난 종만을 살려서 더 나은 인간종을 만들겠다는 우생학의 골조 아래에 숱한 비-아리아인(흔히 전통적인 독일 민족이라고 일컫어지는)들이 '청소'당했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유대인은 이들의 대표적인 학살 대상 중 하나였다. 유대인인 '질'은 이들의 인종 청소로부터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수용소로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그가 다다른 곳은 소위 '쓸모 없는 인간'은 지워지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곳.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바로 그곳에서 질은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을 사칭한다. 정작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모르면서!
하늘이 도운 걸까? 이 가짜 페르시아인이 끌려간 곳에는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독일군 대령 '코흐'가 있었다. 질이 알고 있는 단어는 '아버지'를 뜻하는 '바바' 뿐이지만, 살려면 그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쳐야 했고, 그리하여 이 가짜 페르시아인은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위해 필사적으로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단어는 대충 지어낸다 쳐도, 가르칠 단어는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날텐데 그 많은걸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인가? 한참을 고전하던 질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이름과 인상에서부터 단어를 착안해내고, 그 기발한 발상으로 말미암아 2000개가 넘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 단어에서 시작되었던 언어는 이윽고 문장이 되고, 문장은 일련의 이야기가 된다. 살기 위해서 만들어낸 가짜가 이름과 이름들이 견고하게 엮임으로써 하나의 실제하는 언어가 된 것이다.
3. 가장 평범한 악인들
질과 코흐는 가짜 페르시아어 수업을 거듭하면서 묘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코흐는 질을 철저하게 착취하는 입장이면서도 그에게 나름대로의 '관용을' '베풀'고, 질은 그 얄팍한 관용 속에서 코흐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알아 나간다.
코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이기적이고, 쪼잔하며 얼마쯤 완벽주의자적인 면모도 있다. 요리사였던 그는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그들을 학살하는 독일군 장교들을 배불리 먹인다. 그는 직접 누군가를 죽인 적은 없지만 학대한 적은 있고, 적어도 간접적으로 독일군의 광기어린 살인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냉혈한일 것만 같은 그 코흐도 퇴역 후 낯선 땅에서의 안락한 여생을 꿈꾸고,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가정하며 친애를 표했다. 그는 그 자신이 평범한 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 대단한 만행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평범한 악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작중에 나오는 독일군 모두가 그러하다. 그들은 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악행을 합리화한다. 코흐는 스스로의 손을 직접 더럽히지는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또 어떤 병사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잣대로 평가된 '유대인들의 저급함'을 학대의 근거로 삼는다. 이러한 믿음은 거의 종교와도 같다. 때때로 종교가 우리 역사를 뒤흔들어 놓았듯이, '그러니까 저들은 그르고 나는 옳다'는 이기적인 신념은 그들을 광기로 몰아넣는다. 그 대단한 파시즘적인 발상에의 추종과 '나 자신의 안락함'을 위한 외면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고, '치우고', '묻었다'.
4. 살아남은 가짜 페르시아인과 가짜 페르시아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 질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그가 만들었던 언어, 즉, 수용소에서 죽어간 약 2000여 명의 사람들의 이름 역시 살아 남았다. 처절한 생존의 의지가 만들어 낸 어떤 기적이다.
페르시아어를 배운 코흐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건 영화를 직접 보는 편이 좋겠다. 이 영화가 악인을 그리는 방식은 대단히 흥미로워서, 이를 관찰하는 것 역시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신념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신념은 사람을 죽이고, 어떤 신념은 사람을 살린다. 신념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각이어서 얼마든지 그릇될 수도 있는 것인데, 때때로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나 신봉한 나머지 그것에 매몰되곤 한다. 우리는 언제든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할지라도 그러한 가짜들이 진짜인 우리를 집어 삼키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 영화의 독일군들처럼!
내가 쓰는 가면은 어떨까. 나는 내 가면을 올바르게 닦고 있을까? 나의 본질과 본질이 아닌 것은 어떻게 분리해야 할까? 내가 그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세계를 배우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수밖에는 없을 거 같다. 나만 생각해서는 내 가면에 내가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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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입니다만
영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말하게 되는 부분인데 픽션을 볼 때에는 어느 정도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미나리>를 보고서 '우리의 뿌리는 소박하지만 위대했다' 같은 결론을 내린다던가, 결국 제이콥과 모니카가 같이 잘 살았을까 같은 해피엔딩을 유추한다던가, 냉전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베이비부머들처럼 '부모님들이 저렇게 고생해서 우릴 키웠다'라고 눈물을 훔친다던가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런 감상들을 느낄 수야 있겠으나 어느 정도 영화를 꽤 많이 봐 온 일정 나이 이상의 성인이라면 그런 개인적 감상과 영화가 보편적으로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분리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의 픽션들의 트렌드인 것 같기도 한데, <미나리> 또한 어떤 특정 페이소스를 자아내기 위한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그저 개인적인 역사의 이야기를 사뭇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묘사한다. 그 가운데에서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격동은 있지만 그것이 어떤 영향과 의미를 가졌는지 작품 속에서 굳이 풀어서 설명해 주지 않는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 영화를 보고 거진 "심심하게 끝났다" 혹은 "결말이 의아했다" 같은 평을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이민자들에게는 좀 더 감정적으로 건드려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입장이 아니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것은 자뭇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가 아니라 스티븐 연의 연기다. 윤여정과 한예리가 정말로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의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반면 스티븐 연의 한국어는 그냥 교포 말투 그 자체다. 정이삭 감독의 묘사와 연출이 얼마나 정확하냐면, 그렇게 어눌한 번역투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스티븐 연의 연기를 통해서도 땅과 자기 일(그니까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사업 그 자체)에 집착하며 개인적 만족과 자아실현을, 자신이 꾸려놓은 가정보다 우선시하는 답 없는 구시대 한국 아버지의 모습을 너무 정확하게 전달했다는 점이다. 제이콥의 모습을 보며 사업 트라우마에 시달린 한국 가정 구성원들이 아마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나리>는 굉장히 한국 문화의 일종의 헤리티지를 예리하게 담아낸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노릇을 하는 제이콥의 모습 외에도 외할머니가 자기의 집으로 데려가거나 혹은 아예 딸의 집에 와서 손주들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보편화된 보육 형식인 나라도 아마 한국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가부장적인 문화적 습성 때문에 한국에서는 부계 쪽 조부모들은 어떤 집안의 문화나 재산을 물려주는 존재로 인식되고 모계 쪽 조부모들은 보육이나 가사 등 좀 더 노동에 가까운 자원을 제공해 주는 조력자로 인식되곤 한다. 흔히 '헤리티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그래서 어떤 가풍이나 그의 뼈대가 된 재산과 성씨를 물려받은 집안의 이야기를 주로 한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외가댁은 이런 집이었다,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는데 사실 따져 보면 외할머니가 어릴 때 키워준 사람들 손 들어 보라고 하면 최소 10명 중 4명은 손 들지 않을까 싶은 한국에서 정말로 가족의 헤리티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외할머니를 포함한 모계 조상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켄 리우의 소설집 <종이 호랑이>는 <미나리>에 비해 좀 더 '아시아적'인 서사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 효도하지 않던 아들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후회막심에 눈물 흘린다는 전래 동화는 유치원 때부터 동양인들이 지겹게 들어오던 것이다. 어쩌면 그 전래동화의 21세기 형 리메이크려나. <종이 호랑이> 뒤로 이어지는 수 많은 단편들에서도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중화권 문화에 기반한, 완전한 당사자의 입장(authentic)보다는 이민자가 느끼는 몇 다리 건넌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인식을 묘사한다.
판데믹 시대에 아시안(이라는 단어로 하나로 묶이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에 대한 인종차별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원래부터도 꾸준히 이야기돼 왔던 것이지만 자극적 사건이 터져야만 주목하는 대중들의 성격 상 2020년~2021년이 기점으로 느껴진다. <기생충>과 <미나리> 같은 영화들이 미국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그렇다. 그들은 무엇이 '아시안 헤리티지'를 대변하고, 그것이 결국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아시안 헤리티지'란 것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데서부터 메타적으로 차별성이 들어있는 것이다. 1 세계에서 아시안이라는 단어에 코카서스인인 인도, 중동 사람들까지 포함해 부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백인들을 대상으로 아시안들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정답은 '아무것도'다. 꼭 아카데미를 타지 않아도(나도 <기생충> 재밌게 봤음, 쿨병 걸린 매국노 아님) 그래미를 수상하지 않아도(BTS 좋아함 다이너마이트 완창 가능), 그러니까 "꼭 K-문화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지 않아도"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할 권리가 있다. <벌새>가 영화사에 남을 위대한 페미니즘 서사였던 것처럼,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집단의 영혼을 대변할 수 있다. 아카데미와 그래미가 아니더라도, 논밭에 집착하는 한국 아버지와 마사지샵에서 일하는 한국 어머니도 문화의 일부고 집단의 속성을 대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변은 그 누구도 설득할 필요가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냥 존재일 뿐 타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아시안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 및 다른 여타 소수자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물론 윤여정 배우님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면 한국인 여성으로서 기분은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나리가 아카데미 무관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고 아쉬울 것도 없다. 애초에 백인 할아버지들이 만든 시상식이 영화계를 과잉 대표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도 정론이 된 지 오래인데, 한국인들의 귀염둥이이자 아시안 스피릿의 수호자가 된 봉준호 감독도 오스카는 로컬이라고 단언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수상 결과에 기뻐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총에 맞거나 평생을 더 가난하게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몇 억 명인 세상에서 우리가 그들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것이 더 세상을 바꾸는 데에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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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하게 그날의 봉오동 이야기를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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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는 잘못하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국뽕으로 흐르거나 영웅만들기 컨셉으로 빠질 수가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봉오동 전투>는 그런 흐름을 보이지 않은 굉장히 담백한 전쟁영화였다. 그래서 전쟁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나도 부담없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봉오동 전투> 시놉시스
임무는 단 하나! 달리고 달려, 일본군을 죽음의 골짜기로 유인하라!
1919년 3.1운동 이후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의 무장항쟁이 활발해진다.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하고, 독립군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봉오동 지형을 활용하기로 한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비범한 칼솜씨의 해철과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장하 그리고 해철의 오른팔이자 날쌘 저격수 병구는 빗발치는 총탄과 포위망을 뚫고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한다.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귀신같은 움직임과 예측할 수 없는 지략을 펼치는 독립군의 활약에 일본군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1920년 6월, 역사에 기록된 독립군의 첫 승리,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에 묻혔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봉오동 전투>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교과서에 기록된 한 줄내 기억 속 봉오동 전투는 교과서 속에 기록된 한 줄로 남겨져 있다.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봉오동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리를 거뒀다" 그 때의 전술이 어땟는지는 추가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기본적인 역사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처절하게 전투를 해서 승리를 쟁취했는데 교과서 속에는 저렇게 무미건조하게 서술이 되는구나 하는 감정이 안타까움이 절로 들었던 시간이었다.
무거운 분위기를 살리는 유머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볍게 다룰 수는 없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처럼 굉장히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었을텐데 영화 <봉오동 전투>는 그렇지 않았다. 유해진과 조우진표 유머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무겁게 흘러갈 때마다 그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유머가 등장해서 풉! 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유머가 선을 넘지는 않았다. 봉오동 전투의 진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극이 너무 무겁게만은 흘러자지 않도록 중간중간 유머를 넣어준 감독와 배우의 센스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담백한 전쟁영화
영화 <봉오동 전투>는 굉장히 담백하다. 이 영화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야 말겠다 하는 식의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좋게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전쟁영화를 보다보면 저렇게까지 해야할까 싶은 시퀀스들이 등장한다. 전쟁영화 특유의 클리셰들을 이용해 눈물을 뽑고 애국심을 드높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 <봉오동 전투>는 주인공은 총알이 빗발쳐도 죽지 않는다는 식의 클리셰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관객의 정서를 동요시키고야 말겠다 하는 부분에서는 굉장히 절제를 많이 한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전쟁영화치고 담백하게 영화를 보고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역사 속 단 한 줄의 이야기를 두 시간 동안 접하며 나의 무지에 대해, 그리고 선조들의 치열함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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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더하이츠 영화 후기 /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작 / 남미의 정열이 담긴 흥폭발 띵작 뮤지컬 / 올여름 이 영화는 꼭 봐야해!!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인더하이츠”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있으니 꼭 보고 오세요~^^#뮤지컬, #브로드웨이, #존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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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주 최신 개봉영화(인질, 올드, 언더그라운드, 팜스프링스, 남색대문)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3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인질 #올드 #OLD #언더그라운드 #팜스프링스 #남색대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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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히트 & 런> 티저 예고편
한없이 사랑한 아내가 살해당했다.
그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
어둠 속을 걷는 한 남자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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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핸섬가이즈> 1차 예고편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과 ‘상구’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비밀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 '핸섬가이즈' NEW는 영화, 음악, 드라마, 극장사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의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그룹입니다. NEW 영화사업부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고 NEW 영화 예고편, 미공개 독점 영상 등을 가장 먼저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