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10-07 18:53:16
[BIFF 데일리] 천천히 찾아오는 것
영화 <깜빡이는 불빛> 리뷰
Director] 아누파마 스리니바산Anupama Srinivasan, 아니르반 두타Anirban Dutta
Program note]
인도-미얀마 국경 근처의 외딴 마을 토라에는 도로가 없고 수도가 없고 학교나 병원도 없다. 인도 독립 70주년이 훌쩍 지났지만 오랜 반란의 역사 탓에 세상에서 밀려나 잊혀진 마을 토라에 어느 날 전기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환한 불빛을 볼 수 있으리라는 장밋빛 희망에 들뜬다.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냉장고를 들여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 생각에 마음이 들썩이고, 마을 남자들은 땅을 파고 전봇대를 세우느라 진땀을 흘린다. <깜빡이는 불빛>은 온 마을에 첫 전구가 켜지는 날까지 토라 사람들의 이상과 현실, 희망과 좌절을 다정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지켜본다. 타고난 유머러스한 낙관과 역사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의 열망이 깜빡이다가 환히 켜지는 불빛 마냥 눈부시다. (강소원)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하기 무섭게, 예상했던 질문이 바로 나왔다. “영화 속 사람들이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인도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과 가까워 보인다. 혹시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이해를 위해 ‘인도-미얀마 국경 근처’라고 표현된 지역은 마니푸르(Manipur) 주, 더 넓게 말하면 인도의 북동부 지역이다. 이쪽 사람들은 확실히 우리가 통상적으로 인지하는 인도 사람들의 얼굴, 터번과 멋진 수염과 큰 덩치로 흔히 표현되는 북인도 사람들이나, 상대적으로 더 진한 갈색 피부와 둥근 눈을 한 남부 인도의 얼굴과는 다르다. 외려 흔히 생각하는 동아시아 쪽의 얼굴에 가깝다. 실제로 인도 북동부의 토착 부족민들은 티베트 혹은 미얀마 쪽과 더 가까운 혈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담은 나가(Naga) 족의 경우에도 나갈랜드(Nagaland)와 마니푸르 주에 주로 거주하지만, 미얀마에도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다. 옛날에는 외부 교류가 많지 않았다가 영국인 선교사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인도 타 지역에 비해 기독교인 비율이 높다는 것 또한 독특한 특징이다.
1940년대 말 인도라는 국가가 세워진 이후로도 이들은 끊임없이 각자의 독립국을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또 인도 국내에서의 차별로 이어졌고, 이 영화 <반짝이는 불빛>은 그 중에서도 아주 외딴 지역의 ‘토라’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전기도 수도도 학교도 일자리도 없는 마을. 사람들이 달밤에 손전등에 의지해서도 춤과 노래를 멈추지 않는 마을. 태양열 전지를 동원해 한밤중에도 농작물 정리하는 바지런한 손길을 멈추지 않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정부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마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풍경이 정직하게 담겨 있어, 영화는 얼핏 TV프로그램 <인간극장>의 한 장면처럼 소박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고된 농사 중 기숙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아침, 아직 붓기가 빠지지 않은 얼굴로 멀거니 차를 마시다 말고 남편에게 촬영 팀 바나나라도 갖다 드리라고 말하는 구멍가게 아주머니 ‘자스민’의 얼굴은, 그야말로 우리가 아는 똑똑하고 적극적인 아주머니의 모습 그 자체다. 15년 가량 주민들과 관계를 쌓았다는, 실제로 전기 공사를 진행하는 인부들의 옆 방에서 먹고 자고 발전기를 돌리면서 촬영하고 무려 7년을 녹여 영화 작업을 했다는 감독들의 접근이 이 거리감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동시에 영화는 이들이 사는 현실에 언제라도 서늘한 긴장감이 서릴 수 있는 곳임을 살짝살짝 표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독립군 생활을 하고 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는 노인 ‘캄랑’은 여전히 라디오로 평화 협정 진전 소식을 들으며 “끝이야…”하고 허탈하게 웃기도 하고, 지난 투쟁의 역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에 대한 열망이 있다. 이따금 뉴스에서 전해지는 특정 지역 통행 금지령이나 심상치 않은 연기나 총 소리는 여전히 이들의 삶이 언제든 긴장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거기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에는 자유와 주체성이 또렷하다. 없는 불빛에 의지해서 합창 연습을 하는 찬송가 가사 또한, “나가 지역 젊은이는 특출하고 공부도 잘한다”거나 “넓고 비옥한 땅을 모두가 부러워한다”면서 지역의 색깔과 자부심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 자의식을 바탕으로, 이들은 이전에도 몇 번 불발되었던 전기 연결이 과연 이번에는 될까 의구심을 품은 시선으로 느리작느리작 진행되는 공사 과정을 지켜본다. 특히나 독립 운동을 오랜 기간 해온 캄랑 노인은 전기 공급도, 평화 협정 임박 소식도 온전히 믿지 않는다. 그에게 이런 소식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진짜 올 때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오랜 기간 피부로 체득한 감각일 것이다.

마침내 전기는 아주 천천히 주민들을 찾아온다. 수풀을 헤치고 나무를 베고 전봇대를 하나씩 설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전봇대가 마을 한복판으로 다가오고, 지연 끝에 자재가 도착해서, 집집마다 두꺼비집 판과 전구 자리를 설치하고… 그러다 마침내 마을 첫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우리 나라 옛날 모습처럼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모여서 다 같이 영화를 보고, 냉장고를 들인 기념으로 구멍가게에서는 주스를 얼린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들이 바란 바로 그 크리스마스에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몇 해 지연되어서나마 그들은 비로소 불 밝힐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그러나 평화 협정은 여전히 저 멀리 있다. 전기뿐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의 미래 또한 자연스럽게, 이내 도래하기를 바라게 되는 영화였다. 이들의 단단한 자의식이 무너지지 않고도 평화로이 살아갈 수 있기를. 깜빡깜빡 서서히 들어오는 백열등처럼 찾아와 주기를. 이들은 어둠 속에서도 작은 불빛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캄랑 노인의 말대로 “어둠과 빛은 같지 않”으니까.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10.04-13) 상영시간표]
10월 05일 19: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2관(상영코드 055)
10월 07일 16:30 CGV 센텀시티 2관 (상영코드 160)
10월 10일 14:00 CGV 센텀시티 1관 (상영코드 380)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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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부족한 서사,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영상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같이 생활을 하게 된다. 서류적은 부분을 떠나서 서로 이어진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인체의 화학 작용을 통해 많은 것을 공유하고 주고받는다. 그런 달콤한 시기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와 함께 가족이 된다. 두 사람만 생활할 때와 아이가 생긴 이후의 생활은 다르다. 서로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가졌던 두 사람은 이제 아이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꽤 강하게 쏟아내고 이런저런 크고 작은 사고와 위험에도 대처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대체적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경험했던 일들이다. 우리를 키워낸 부모님 세대를 봐도 그렇고 지금 막 부모가 된 젊은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서로 돌보고 지켜줘야 할 대상이 늘어났다는 건, 무언가를 같이 공유할 존재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희생과 배려를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상대방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추가된다. 그래서 위협적인 것이 주변에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집단의 이동은 어쩌면 좀 더 나은 환경을 찾아다니는 인간의 본성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최근에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은 전편에서 연인이 된 제이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가족을 만들고 지켜내는 과정이 담겨있다. 13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이야기에도 그런 시간의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직접 낳은 아이들인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 로아크(브리튼 달튼), 투크티리(트리니티 블리스)와 입양한 아이들인 키리(시고니 위버), 스파이더(잭 챔피언)를 키우고 있다. 한 부족의 리더로서 큰 문제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부족을 이끌 수 있었던 제이크는 어느 날 지구인들이 다시 판도라 행성에 대규모로 돌아오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부족을 떠날 준비를 한다.
사실 제이크는 이 부족에서 투르코 막토 라는 구원자로 불렸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리더이자 부족을 지키는 존재였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가족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아빠일 뿐이다. 좀 더 공격적인 부분을 보강하고 돌아온 지구인들을 본 제이크가 처음 느끼는 건, 바로 두려움이다. 자기 자신의 죽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가족과 부족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그 두려움의 감정이 <아바타: 물의 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며 영화 내내 이어진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그 두려움을 느낀 후, 부족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이 결정한 건 일단 위험을 피해 보이지 않는 곳에 숨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의 부족에 찾아가 조용히 숨어 지내려고 한다. 실제로 그건 꽤 긴 시간 동안 효과가 있었다. 조용히 살며 그의 가족들은 바다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으며 영화는 그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바닷속의 새로운 생명체들과 아름다운 풍경은 그들이 느낀 두려움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이번 영화의 중심은 제이크 가족 이야기
제이크 가족이 바다 부족과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도 담긴다. 특히나 에테이얌이나 로아크 등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바다 부족의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다투는 과정도 꽤 디테일하게 담겨있다. 그러니까 전편이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사랑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2편에서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가족들의 삶과 적응하는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지구인들의 침공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위한 양념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1편에서 사망한 군인인 쿼리치(스티븐 랭)도 다시 등장한다. 이미 지구인 쿼리치는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그의 기억과 습성이 이미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아바타에 전송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아바타 모습을 한 쿼리치의 부대원들이 제이크 가족을 추적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빌런이고 쿼리치라는 인물의 카리스마도 여전하지만, 전편과 동일한 인물들이 단지 아바타의 모습으로 바뀌어 재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은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영화 속 제이크는 전편에서는 인간과 아바타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가족을 지켜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줄 알았던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고 이번 이야기 속에서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피하려고 하지만 영원히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이크의 성장은 이번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아이들이 판도라 행성의 바다 생명체들과 교류하고 위협에 맞서는 것을 통해서 성장하는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제이크와 네이티리 가족 전체의 성장기로 봐야 할 것 같다.
부족한 서사, 그 단점을 잊게 만드는 뛰어난 영상미
1편이 우리에게 그 당시 최고 기술력을 화면으로 보여준 것처럼, 이번 후속편에서도 최고의 영상과 특수효과를 영상에 담았다. 이번엔 바닷속으로 카메라를 옮겨 아름다운 바다 생명체들을 보여주고 주인공들이 그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꽤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마치 해상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마치 눈앞에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화면은 이것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그야말로 지금 우리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효과가 눈앞에 펼쳐진다.
화면만큼은 최고 수준이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조금 아쉽다.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가족 서사로 이이기의 규모 자체가 조금은 축소된 느낌이 있고, 19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그렇게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아서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제이크 가족이 위협을 피해 숨었다가 위협에 대항하는 이야기 정도로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1편에 비해 좀 더 단순해진 서사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까지 축소시킨다.
전체 이야기 자체는 한 가족이 겪는 혼란과 성장 서사다. 최소 3편까지 제작 중이고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흥행한다면 몇 편이 더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아바타: 물의 길>은 앞으로 이어질 대서사의 발판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느낌이 강한 영화다. 1편에 비해 서사는 조금 부족하지만 화면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은 감각은 뛰어나다. 체험형 영화로서 3D나 아이맥스, 4D, 돌비 사운드관 같은 다양한 특수 상영관에서 체험하면서 보기 좋은 영화다. 이렇게 시각적 만족도가 주는 장점이 다른 단점을 상쇄하고 더 높은 평가를 하게 만든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인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등도 전편과 같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캐릭터들이어서 크게 새로운 느낌은 없지만 전편의 연기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속편을 만드는데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CG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완성도 높은 화면을 보여주면서 급하게 찍어내는 것이 아닌 장인이 만들어낸 영상과 영화가 어떤 식으로 완성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그가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아바타> 시리즈의 다음 서사와 영상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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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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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웅>, 12월 21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는 12월 21일 개봉을 확정하였다.
<아바타: 물의 길>, 한국 최초 개봉 기념 내한
ⓒ 네이버 영화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한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내한한다고 한다.
2003년 화제작, 극장 재개봉
ⓒ 네이버 영화
CGV에서 2003년에 개봉한 화제작 8편을 모아 '한국영화 리덕스' 상영회를 12월 2일부터
5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올드보이>,
<장화,홍련>, <지구를 지켜라!> 등을 상영한다.
황정민·염정아 주연 <크로스>, 크랭크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크로스>가 약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1월 13일(일) 크랭크업했다.
<헤어질 결심>, 청룡영화상 6개 부문 수상
ⓒ 네이버 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은 지난 25일에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6관왕을 차지하였다.
해외
<유포리아>, 독일판 제작 진행 중
ⓒIMDB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독일에서 리메이크가 될 예정이다. 아직
캐스팅과 관련된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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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룩이 온기와 구원이 되기까지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야적장에서 하루종일 석탄과 장작을 나르며 일하고 집에 돌아온 빌 펄롱(킬리언 머피)의 손은 까만 얼룩이 져있다. 빌은 모자와 외투를 벗어두고, 현관 바로 앞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손과 얼굴에 묻은 검댕을 꼼꼼히 닦아낸 후에야 아내와 딸들이 있는 거실로 들어간다. 펄롱은 비누와 솔만 들어있는 케이스를 꺼낸 후 세면대에 받아 놓은 물이 까맣게 변하고 자신의 손은 깨끗해질 때까지 비누 거품을 내고 솔로 문지른다. 펄롱이 손을 씻는 과정을 클로즈업으로 반복해서 등장한다.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아내와 다섯 딸에게 한 점의 더러움도 묻히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는 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좁은 현관 통로는 따뜻하고 깨끗한 거실로 들어가기 전 더러움을 닦아내는 중간 지대의 역할을 한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이어지는 좁은 문은 닫혀 있지 않지만 집의 공간을 분리한다. 영화 속 카메라는 문틀 너머에 펄롱을 위치시키며 일정한 거리감을 조성한다. 하나뿐인 가족을 잃은 어린 시절, 새벽에 수녀원의 석탄 창고를 들어갔을 때, 수녀원에서 겁먹은 소녀들을 볼 때 문틀 안의 펄롱이 느끼는 감정은 고독함과 고뇌다. 동명의 원작 소설에서 클레어 키건은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라는 문장으로 펄롱의 고뇌를 표현한다. 삶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감각은 보는 이의 마음을 강력하게 붙잡는다.
1920년대부터 시작하여 1990년대까지 이어진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는 조금이라도 타락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여성을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며 삶의 자유를 빼앗았다. 미혼모, 성매매 여성, 고아, 남자들에게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까지 대상은 불명확하며 넓었다.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의 여성들이 가는 감옥이었다. 아일린은 우리의 딸과 그 아이들은 다르다며 차갑게 선을 긋는다. 마을 사람들이 짐짓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수녀원의 영향력이 마을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펄롱의 딸이 다니는 세인트마거릿 학교는 수녀원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수녀원은 펄롱의 야적장을 이용하는 주요 고객이고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돈을 주고 있다. 감금된 여성들의 노역으로 쌓아 올려진 풍요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장면이 있는 법이다.
선의는 언제나 옳다고 배워왔지만, 현실에서 선의를 베푸는 것은 복잡한 용기다. 누구나 모른 척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뜻 손을 내미는 일은 무언가를 무릅쓴 사람의 행동이다. 까맣고 차가운 석탄은 스스로를 태워 밝고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태울 용기와 작은 불씨가 필요하다. 펄롱에게 그 부싯돌 역할이 된 인물은 수녀원에 의해 석탄 창고에 갇힌 어린 소녀 세라다. 어깨에 무거운 석탄을 둘러업고 석탄 창고 안으로 들어간 펄롱은 어둠 속에서 세라를 발견한다. 공교롭게도 미혼모였던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이름을 가진 소녀는 출산을 5개월 앞둔 채 수녀원에 의해 석탄창고에 갇혀 추위와 어둠에 떨고 있었다. 기댈 곳 없는 아이를 보호하는 일은 수녀원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가 되고 만다.
펄롱은 자주 어릴 적 기억에 휩싸인다. 주로 창과 거울을 통해 이어지는 플래시백은 펄롱의 과거와 현재를 묶어준다. 아버지가 없었던 어린 자신과 자식을 키우며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의 얼굴은 과거의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현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괜찮은 걸까?” 펄롱은 아일린에게 묻는다. 아일린은 경제 사정을 묻는 것인지, 부부의 안위를 묻는 질문인지, 자녀들의 미래를 묻는 질문인지 의아해하며 적금을 넣고 있으니 괜찮다고 답한다. 그러나 ‘우리’에는 그보다 더 넓은 의미의 가족, 나아가 공동체 전체의 안위를 포함하고 있다. 펄롱은 어린 세라에게서 자신의 어머니를 본다. 모두가 자신의 딸이자 어머니다.
펄롱은 세라에게 손을 내미는 것으로 어린 자신 역시 구원한다. 영화는 원작 소설과 달리 어린 세라의 아이를 엄마와 헤어지게 두지 않는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이 그랬던 것처럼 세라와 그의 아이를 보호하며 한 가족을 지키게 된다. 펄롱은 세라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간다. 좁은 현관 통로에서 간단하게 손을 씻은 펄롱은 아직 얼룩이 가득한 세라의 손을 잡고 거실로 함께 들어간다. 언제나 고독함과 고뇌와 고단함의 프레임이었던 문틀 너머로 희망과 확신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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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누적관객수 500만을 돌파하며 국내 역대 디즈니, 픽사영화 누적관객수 1위로 올라선 <엘리멘탈>
과 시리즈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6년 만에 경신한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까지 넷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해볼까요?
[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7월 넷째 주, 1위를 차지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그 뒤를 잇는 <엘리멘탈>은 총관객수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디즈니,픽사의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개봉한지 4주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직도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일 개봉한 <명탐정코난: 흑청의 어영>이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1.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
주말관객수 300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개봉 이후 두 번째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완성도 높은 액션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만 팬데믹 여파를 고려해도 개봉 11일째 500만명을 넘어섰던 '미션 임파서블:폴아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입니다.
2. <엘리멘탈>
<엘리멘탈>이 <인사이드 아웃>을 넘어 역대 픽사1위 영화로 등극했습니다.
현재까지 50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고있으며 6월 14일 개봉후 역주행하며 6주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2위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전 세대의 호응과 입소문으로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흥행 기록에도 이목이 쏠릴 예정입니다.
3.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이 개봉당일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꺾고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시리즈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6년 만에 경신했습니다.좌석 판매율 개봉당일 34% 관객수 11만명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인기를 다시한번 입증했습니다. 극장판으로는 26번째이며 지난 4월 일본 개봉 당시 900만 명 관객 동원을 하며 시리즈 최강 흥행을 한 작품입니다.
4.<바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을 꺾고 1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좀처럼 기세를 못펼치고 있는 형태입니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로 커리어를 쌓은 그레타 거윅은 새로운 여성상의 '바비'를 그려내면서 개봉이전에도 전세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요. 다음주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
5.<인시디어스: 빨간 문>
공포마니아라면 꼭 본다는 <인시디어스>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 <인시디어스: 빨간 문>은 북미를 제외한 21개국에서 3170만 달러를 기록하고, 북미를 포함해 6400만 달러랄는 글로벌 오프닝 수익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역대 공포영화 글로벌 오프닝 스코어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지게 되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7월 넷째주 <바비>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에서 같은 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꺾고 개봉 첫날 약 900억이 넘는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북미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는 한편 <오펜하이머>는 관람등급이 높아 관객층이 제한되는데도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올해 개봉한 같은 등급의 영화 <존 윅4>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바비>와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둘이 합쳐 만든 <바벤하이머>라는 애칭이 붙으면서 흥행에 시너지를 내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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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 도전적인 밑그림을 덮은 무미건조한 채색
2092년, 지구의 환경오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이 우주 위성궤도에 만든 새로운 보금자리 UTS로 향한다. 그러나 UTS에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정적인 관계로 돈이 부족한 많은 이들은 지구에 그대로 남거나 우주를 떠돌며 힘겹게 살아간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인 ‘태호’(송중기), ‘장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도 가족과 동료들을 잃은 파란만장했던 과거는 뒤로 한 채 돈 되는 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며 살아간다. 어느 날, ‘승리호’는 사고 우주정에서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박예린)’를 발견하고, 그녀와 관련된 음모를 깨달은 뒤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승리호>는 보는 재미가 확실하다. 우주선 내부나 우주 도시의 거리, 클럽, 도박장, 우주선 수리장처럼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낸 세트 미술은 미래의 세계관에 자연히 빠져들게 만든다.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우주선들의 추격전과 액션은 <신과 함께> 이후 한국의 CG 기술력이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방증처럼 보인다. 전작인 탐정 홍길동처럼 본래 만화와 현실을 오가는 과장된 영상미를 보여주던 조성희 감독이기에 UTS의 마을이나 설리반의 사무실처럼 CG가 살짝 어색한 장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비주얼 측면의 성과는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한 현실이 야속할 정도다.
하지만 시각 효과를 잠시 제쳐둔 채 "<승리호>가 최초의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성공적인가?"라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승리호>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그 재해석을 보여줄 때 할리우드의 기존 문법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문제를 노출한다.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 영화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사실 영화 장르로서 스페이스 오페라는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320만 관객을 간신히 넘겼고, 그 이후 시리즈는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MCU에 속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도 27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으며 <스타트렉> 시리즈도 100만을 간신히 넘는다. 이처럼 스페이스 오페라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부극의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적인 영화의 대명사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실제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용어는 1941년 SF 작가이자 평론가인 윌슨 티거가 최초로 사용했는데, 이는 서부극을 뜻하는 호스 오페라(horse opera)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였다.
서부극을 구성하는 이른바 '미국적' 토대는 두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개인주의이며 다른 하나는 개척주의 혹은 팽창주의다. 우선 서부극의 주인공은 대게 독선적이고 개인적인 반-영웅이다. 기존의 규범과 규율에 복종하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해 사람들을 구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은 이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다. 루크 스카이워커, 아나킨 스카이워커, 한 솔로, 레이 등은 하나 같이 선대의 가르침, 제다이의 규율을 무시하고 자신의 직감이나 판단을 쫓는 경우가 많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팀원들도 스타로드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타노스를 때린 것처럼 개인적인 돌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도 마찬가지다.
또한 서부를 개척하고, 혼돈과 질서가 없다고 여겨진 땅을 문명화하는 이야기를 보여줬던 서부극은 흔히 미국인의 정신이라고 표현되는 서부로의 개척주의, 팽창주의가 영화에 투영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스페이스 오페라는 말이 우주선으로, 미국 서부의 평야나 사막이 우주와 행성들로, 미국의 원주민을 외계인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1960년대에 케네디 대통령이 '뉴 프런티어(new fronier)'를 외치며 미국 서부를 전 세계, 심지어 달로 확장시킨 것처럼 동시대에 제작된 <스타트렉>에서도 미국(U.S.)을 상징하는 U.S.S. 엔터프라이즈 호는 우주 각지를 탐험한다. 이러한 미국 중심의 개척주의, 팽창주의의 전통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에서 백인, 흑인, 황인 가리지 않고, 또한 지구인과 외계인을 가리지 않고 전부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식민지의 피지배자로 근현대 시기를 보냈던 한국인에게 본질적으로 미국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단순히 화면에 태극기를 보여주거나 '승리호'라는 우주선 이름을 한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미국적 기반에 토대를 두지 않는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리호>는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우선 미국 중심의 개척주의, 팽창주의에서 탈피한 세계관을 선보인다. 주인공들이 기본적으로 통역기를 사용하며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나이지리아 피진어 등에 이르는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는 것이 단적인 예시다. 그 외에도 미국의 개척, 팽창주의에 대한 반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주인공들이 우주 쓰레기 처리선을 타고 다니는 장면,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유층만 사는 우주도시와 황폐화된 지구를 오가는 초반부 장면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단에 다다른 풍경에 대한 상상화를 그려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의 폐해를 비판한다.
이는 생태주의적 접근과도 궤를 같이 한다. 서부 개척을 화성 개척과 등치시키며, 자연을 개발하고 소비한 뒤 새로운 개발 대상을 찾아 나서는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63 빌딩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가운데 더 높은 빌딩들이 서 있는 서울을 보여주는 오프닝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영화의 주된 갈등이 도로시를 죽이려는 설리반과 지키려는 승리호의 대립에서 비롯되는 가운데, 이 갈등이 지구를 파괴하고 화성으로 이주하는 설리반과 지구들 되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는 주인공들의 대조를 이루는 선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유다. 또한 어린아이로 등장하는 도로시 캐릭터 자체가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을 담은 존재이기 때문에 태호가 과거에 딸을 잃은 기억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전개는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기도 한다.
한편 <승리호>는 연대와 협력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개인주의적인 영웅 서사를 거부한다. 실제로 빌런과 승리호 일행이 대면하는 구도는 언제나 일 대 다의 구도 속에서 이루어진다. 설리반이 승리호 내부로 들어와 그들을 직접 제압하는 장면이나, 카밀라가 우주 공장 내부에서 승리호 일행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초반부만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비난을 퍼붓던 서로 다른 국적의 우주 쓰레기선 승무원들, 서로 믿지 못하던 검은 여우단과 승리호 선원들이 힘을 모아 설리반의 음모를 막는 데서도 영화가 중점을 둔 대목을 눈치챌 수 있다. 이때 상술한 통역기는 연대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영화적 장치다. 따라서 <승리호>의 세계관, 큰 그림, 밑그림은 분명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승리호>가 기존의 할리우드 문법을 사용해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승리호>의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기시감을 피할 수는 없다. 액션의 경우, 업동이가 우주선을 오가며 파괴하는 장면에서는 <토르: 라그나로크>,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무기 안에 잠입하는 전개는 <스타워즈>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우주 쓰레기 혹은 운석 지대와 같은 장애물 지대로 들어가는 것 역시 수십 년간 애용된 클리셰다. 미래의 우주를 그려낸 디테일한 설정도 마찬가지다. UTS의 설정이나 모양새는 <엘리시움>의 설정이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등장한 스카리프 행성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매끈하고 날렵한 할리우드 영화의 우주선"과 다르다는 일각의 평가 역시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전투기의 만듦새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캐릭터의 설정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능글맞은 파일럿, 강력한 여전사, 신체적 능력과 별개로 순박한 인물, 유머와 위기 탈출을 책임지는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조합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다. 이는 전작에서 보인 배우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제각각 다른 과거를 지닌 이들이 승리호라는 우주선에서 하나의 가족으로 묶이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보듬아 준다는 전개 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와 일치한다. 주인공 일행을 매번 위기에 빠뜨리는 여성 서브 악역의 존재, 인간성을 말살한 소년병을 양성해 UTS 기동대로 활용했다는 설정은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 속 스톰트루퍼를 연상시킨다. 결국 미장센이나 디테일한 연출의 측면에서 사실적인 영상을 구현한 기술력과 별개로 뭔가 독창적이나 새로운 것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작법을 빌린 것과 별개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악의 축으로 그려지는 설리반의 서사가 부족한 결과 순이를 지키는 이와 대 죽이려는 이의 가시적인 대립 이면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그의 혈관이 갑자기 부풀고 감정이 폭주하는 것, 로봇처럼 검사를 받는 모습 등 스치듯 지나가는 묘사만으로 인간을 혐오하고 지구를 파괴하려고 하는 그의 동기가 충분히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장선장이나 태호가 설리반과 함께 일했다는 과거사를 보여줄 경우 그들의 철학적 대립이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비판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악역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 짙다. 그 외에도 도로시가 극 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편의적인 전개가 종종 눈에 띈다.
물론 한국 영화 시장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익숙한 전개, 캐릭터, 볼거리를 선택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240억 원의 제작비와 580만 명가량의 손익분기점은 메이저 배급사가 아닌 '메리 크리스마스'의 입장에서 실패를 무릅쓰기 어려운 부담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적인 장면 구도, 연출 등에서 흥행을 위해 자신의 가능성을 지레짐작해서 제한한 듯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된 재해석을 선보였고, 수준 높은 볼거리도 제공했으며, 주제의식과 메시지도 사회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승리호>가 거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는 그 기쁨과 즐거움 못지않게 큰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다.
A(Acceptable, 무난함)
최초의 시도가 주는 뿌듯함과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지 못한 안타까움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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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12년 만에 돌아온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5월 9일 브리짓의 생일로 시작한다. 브리짓을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머릿속으로 재생되는 ‘All by myself’가 흐른다. 소파에 앉아 홀로 Happy birthday to me를 부르다 ‘내가 어쩌다 또 이런 꼴이 됐을까?’하고 말하며 All by myself 음악을 꺼버리는 브리짓.
생일 아침엔 널 빨리 낳으려고 매운 것을 먹고, 23시간이나 진통을 했다는 엄마의 무용담과 남자 없이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엄마의 잔소리로 시작했다. 예쁜 아기와 턱이 멋진 남편은 없지만, 다이어트에는 성공했고 아직 양로원에 가기엔 너무 팔팔하니, 삶이 우울한 것만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43살 이나(?) 된 것을 직장 동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출근과 동시에 장난스럽게 만든 R.I.P(rest in peace ; 편히 잠드소서) 비석 이미지를 건네 주며, 생일케이크 가득 43개의 초를 꽂아 노래를 불러주는 동료가 있으니, 그녀는 사랑받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판넬로 RIP비석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며, 기분이 이상했다. ‘저기요... 43살이 그렇게 많은 나이인가요?' 아마도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지기엔 어려운 나이임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처음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았을 때, 그러니까 2001년 나는 이십대 초반이었고, 서른 두 살 영국에 살고 있는 브리짓을 보며 삼십대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하고 생각했다. 적극적으로 살기로 위해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브리짓처럼, 나 역시 한동안 쓰다 멈춰 둔 일기를 다시 쓰고 싶었다.
사실 영화에서 브리짓은 내내 엉망진창의 삶을 사는 것 처럼 나오지만, 바람 핀 남자에게 이대로 질 수 없다며 자존감 회복을 위해 술을 버리고, 책을 새로 사고, 운동을 하고, TV매체로의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는 멋진 사람이었다. 사실 면접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꽤나 좋았다. 어찌되었든 나를 꾸며 가식적으로 보이려고 한 방송국에서는 부족함을 들켜 버리고, 상사랑 자서 지금 직장을 그만 둬야 한다는 솔직한 대답에 출근하라고 한 것은 영화에서 내내 이야기 하고 있는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까.
브리짓 존슨의 일기 시리즈는 로맨스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사실은 브리짓의 현실적인 고민과 자아발견 성장의 이야기다. 뉴스 PD로 살고 있는 43살에도 직장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걱정하며, 남들이 하기 꺼리는 일에 자원하고, 아빠가 누군지 모를 임신에도 일단 내 아이임은 확실하니, 자신의 결정대로 앞으로 성큼 성큼 나아간다.
다이어트에는 성공했지만,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여전히 엉뚱하고 실수하고 그럼에도 불구 하고 잘 웃고, 잘 헤쳐 나가는 브리짓의 시간을 지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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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가족 -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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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2만 원만 빌려주시겠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텐트를 집, 밤하늘의 달을 조명 삼아 살고 있는 기우(정일우)와 가족들.
다시 마주칠 일 없는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돈을 빌려 캠핑하듯 유랑하며 살아가던 이들이
어느 날, 이미 한 번 만난 적 있는 영선(라미란)과 다른 휴게소에서 다시 마주친다.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살아가던 고속도로 가족과 그들이 신경 쓰이는 영선.
이 두 번의 우연한 만남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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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메인 예고편
2025년을 열 최고의 판타지 로맨스 [말할 수 없는 비밀] 메인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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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애프터 양> 메인 예고편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자
제이크 가족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
무엇을 남기고 싶었어,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