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3-10-09 21:07:52
[BIFF 데일리] 지상낙원을 찾는 어리석은 인간의 기대에 대하여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파라다이스'
한 인도인 커플이 지상 낙원 스리랑카를 여행한다. 그러던 중 숙소에 들이닥친 도둑에 의해 핸드폰과 노트북을 잃어버린다. 그 길로 커플은 스리랑카 경찰을 찾아가는데 스리랑카 경찰은 게으름을 피우기 일쑤다. 기름이 모자라서 못간다는둥 이 경찰 생각보다 강적이다. 이에 케사브는 위력을 행사하며 소위 갑질을 시전한다. 그의 갑질에 겁먹은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어째 억울한 사람들만 죽어나가는 것 같다. 이들의 여행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1. 지상낙원에서 지옥을 맛본 커플
케사브의 행동은 여러모로 분노를 유발한다. 여행을 와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워커홀릭인 그는 핸드폰을 잃어버리자 절망하고 예민해지며 소위 진상이 된다. 경찰이 사건을 적당히 뭉개는 걸 보자, 인도 정부에 그를 고발할 것이라는 둥 고압적으로 나가기도 하고 직원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기도 한다.
이런 그의 예민함은 경찰로 하여금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억울한 사망자를 만들어내 안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스리랑카인들의 폭동을 만들어낸다.
그와 대조되는 아내, 암리사는 특히 사슴에 꽂히기도 하며 스리랑카의 전설과 자연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케사브의 예민함이 억울한 사람들을 향하는데도 뻔뻔한 케사브의 이기적인 행보를 보며 여러번 정떨어져하는 모습을 보인다.
케사브에게 스리랑카라는 지상낙원은 성공을 날려버린 곳으로, 암리사에게는 남편의 이기심을 확인하며 각기 다른 이유의 지옥이 되었다.
2. 지상낙원과는 너무 먼 스리랑카의 현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스리랑카인들이 기름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기름도 부족하니 전기도 부족하고 뭐 하나 있는 게 없다. 경찰도 보면 시민들을 지키기보다는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으니 폭동들이 난무하고 테러가 난무한다.
한 관광객의 위력 행사로 공권력이 시민들의 편이 되지 않는 것만 봐도 그 사회의 참상은 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지나온 역사에도 비슷한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물품조차도 제대로 수급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국민들의 고통이 그저 즐기려고 온 관광객의 모습과 대비되며 시타와 라마 전설이 어쩌고저쩌고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그와중에 자연풍경은 참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그들의 참상과 비교되어 더욱 안타끼움을 자아낸다.
3. 전설은 각자만의 버전이 있다.
이 영화의 인상적인 지점이 있다면 영화에 주요한 소재로 쓰인 라마야나 전설의 해석이다. 스리랑카 안에서도 전설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르게 퍼져있다. 한 전설을 두고, 어떤 사람은 세기의 러브스토리로 묘사하고, 한 사랑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 작품으로 묘사한다. 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것이다. 혹은 가장 잘 팔릴 버전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다 각자만의 관점대로 해석하고 퍼트린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는 결국 없는 것 같다. 종교인들의 숨과도 같은 성경조차도 이리 다양한 해석본이 있으니 진리라는 것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겠다. 당신만의 진리만 있을 뿐.
총평
영화를 보고있자면, 그리고 지상낙원에는 선인들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상낙원에 살던 아담과 이브 사이에도 뱀이 등장했던 것처럼 어디에나 케사브나 경찰 같은 기회주의자들은 있다. 그러니 완벽한 선인들만 사는 천국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공존하면서 살 수 있다. 공존은 나와 다른 사람까지 사랑하지 않아도 그저 그런 인간도 있다고 인정하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그리고 지상 낙원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인정하게 된다. 완벽한 지상낙원은 없기에, 그래서 전설 속에서나 그런 곳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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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너를 사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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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길랍 (海吉拉, Hijra in Between, 2018)
개봉일 : 2021.03.31 (한국 기준)
감독 : 채밀결
출연 : 허광한, 요애녕, 임의잠
그저 너를 사랑한다는 것
해길랍(海吉拉, 히즈라).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 생리적인 남성 계층을 뜻하는 말. 남자이면서 여자의 정체성을 가진,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한 사람.
처음엔 <해길랍>이라는 영화 제목의 뜻을 모르고 허광한 배우만을 바라보며 이 영화를 골랐더랬다. 예고편으로 공개된 영상들의 분위기도 그렇고, 시놉시스 상으로도 그렇고 당연하게도 달달한 첫사랑 이야기쯤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당연함의 범위가 아닌 색다름의 범위로 빗겨나간다.
새로운 소재와 영화의 초반부의 결은 상당히 좋다. <해길랍>은 허광한이라는 배우를 보며 가장 먼저 기대하게 되는 이미지를 온전히 만족시켜주며 한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새로운 소재와 다소 가파르게 마무리되는 결말은 끝내 진한 호불호라는 결과를 낳게 되어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짧은 러닝타임의 탓도 있겠지만 초반부 로맨스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버린 느낌이랄까. 끝이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허광한을 보시라.. 말하고 싶다.
해길랍 시놉시스
등굣길 버스 안, 반짝이는 서로에게 반한 ‘탕셩’과 ‘완팅’은 가슴 뛰는 첫사랑을 시작한다. 서로의 세상이 되어가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고로 ‘완팅’은 한 통의 편지와 ‘탕셩’만 남겨둔 채 곁을 떠난다. 몇 년 후, ‘탕셩’ 앞에 새로운 친구 ‘류팅’이 등장한다. 낯선 익숙함에 잊지 못했던 감정이 자라나는데…
*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원탕셩과 완팅은 등굣길에 매일 같은 버스를 탄다. 서로에 눈에 띈 두 사람은 무방비로 첫사랑에 빠지고 벅찬 두근거림을 느끼며 서로를 알아간다. 하지만 완팅의 사고와 동시에 이들의 첫사랑은 깨져버리고, 끝나지 않는 그리움만이 남은 시점에 새로운 모습을 한 인연이 다가온다.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이런 모습으론 널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완팅과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게."라고 말하는 원탕셩. 상대방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사랑할 수 없다고, 사랑하기에 그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두 사람. 결론은 다르지만 결국엔 '사랑'이라는 한 방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이 온전하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하나의 사랑을 향해 달려가던 중 커다란 갈림길을 만난 청춘의 흔들림이 미세한 진동을 타고 전해진다. 저주 같은 현실 앞에서도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잘 상상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다.
모두가 지겨울 만큼 외쳐대는 사랑이란 건 무엇일까. <해길랍>은 청춘 남녀 3명을 통해 대부분의 사랑이 아닌 특별한 사랑을 그려낸다. 소심하지만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착한 소녀 완팅,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완팅의 오래된 친구 시전, 용기 있게 첫사랑을 시작하고,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소년 탕셩. 세 사람은 아주 잠시지만 사랑의 라이벌이 되기도 하고, 빛나는 청춘을 함께 한 둘도 없는 절친 사이가 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하는 혼란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정이라 생각했던 감정이 사랑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었던 그를 향한 감정이 먼 거리감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용기를 내 한걸음 다가서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한다. 탕셩, 완팅, 시전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사랑과 우정이 완팅의 변화와 함께 깨져버리고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던 각자의 정체성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흔들림 끝에 만난 새로운 갈림길에서 세 사람은 용기를 짜내 마음이 이끄는 길로 향한다.
왠지 어색해진 사이 속에서 완팅의 변화는 사랑이란 감정을 더욱 명확히 정의해 줄 행운이었을지, 저주였을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서 단 하나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세 사람 모두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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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는 삶에 대하여
라디오 진행자 이티안은 오늘도 대도시에서 살아남고자 아등바등하는 싱글맘이다. 그러나 이혼한 전남편와의 채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현재의 연인, 알코올 문제로 속썩이는 아버지 등 대도시에서의 생활은 그를 옥죈다. 그것도 모자라 방송국에서의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오며 위기가 목끝까지 차오르는데, 그는 두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1. 도시의 삶이란
이티안은 근래 과거 행복했던 순간들을 곧잘 떠올린다. 그만큼 그의 현실은 문제투성이라는 뜻이다. 과거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은 현재가 불만족스럽다는 것이기에.
대도시 사람들은 대체로 백조들이다. 시골 사람들이 보면 한없이 고고하고 도도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의 내부 사정은 다르다.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듯 보여도 이들은 자신의 행복하지 못한 현재라도 유지하고자 발버둥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티안의 전남편은 더 이상 떨어질 나락도 없는 사람이다. 그의 후처로 들어온 여자도 그의 화려한 겉만 보고 들어와 인플루언서로 살지만 허망한 유명세로 고통받는 여자일 뿐이다. 그렇게 허울만 좋은 인지도와 명예로 가득한 도시에서 행복이란 단어와 가까운 삶은 사는 인물은 이 영화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나 아니어도 누군가는 대체될 나의 자리, 항상 내 옆에 있어주지 만은 않은 나의 사람들, 그렇게 외로움에 침몰되는 게 도시의 삶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배달 일로 생계를 꾸리는 이티안의 사촌 동생의 힘든 일을 끝내고 시선이 위를 향하던 장면이다. 시선의 끝에는 그가 있는 골목과는 상반되는,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도시 속에서 가장 천대받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도시라는 곳은 시야가 한정적인 곳이다. 모두가 위를 바라보기에 자신의 현실을 비관하게 되고 끊임없는 비교가 당연한 곳이다. 다양한 꿈을 갖고 도시로 흘러들어오지만 이들도 모두 언젠가는 한 방향만 바라보며 획일적인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이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 위만 바라보고 살지 말고 옆자리, 내 주변인도 살펴보면서 살아가자'인 듯하다. 한 방향만 보고 살다 내 가족, 옆사람들의 고통을 직면하게 되는 순간 내 삶은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은 획일적인 사고, 내 삶을 지배하는 집착을 내려놓고 여유로운 태도로 버티는 삶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변을 챙기며 내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또다른 좋은 날이 올 테니까.
3. 총평
특히 이티안 전남편의 후처의 가면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이 갔다. '가난해 보이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이 현 사회의 구멍을 제대로 찌른 듯했다. 자존감을 부르짖지만 정말 보이는 자존감만으로는 그들의 삶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 자존감 마저 돈으로 가린 허세일 수 있지 않을까? 자기객관화는 우울이 동반되지만 그 우울을 가리기 위한 허울은 삶을 더욱 메마르게한다. 이티안 포함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우울을 가리는데 급급하지만 사실 그들의 삶은 가뭄 그 자체였다. 하지만 가뭄이라면 다시 천천히 물을 주면 된다. 이티안은 가물어버린 삶과 마음에 물을 주려 한다.
영화가 통속극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뻔하고 끊임없이 우울하지만 메세지 하나는 확실하다. 다양해 보이지만 똑같이 외롭고 우울해 보이는 도시 속 사람들의 버티기 한 판을 그린 듯하다. 각기 다른 현실에 처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동일한 감정, 외로움, 우울함을 그려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영화이다.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지만 보편적인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노린 이야기이기에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 감정선은 나쁘지 않게 그려냈기에 그 흡인력으로 계속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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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형상은 언제나 만족스러울까? 지금 내 모습은 다른 갈림길을 택했던 수많은 다른 나와 비교해서 얼마나 괜찮은 삶인가? 마블에서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등장시켰던 것은 향후 전개될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였지만, 다중우주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영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제목으로는 전개를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인 영화다.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감정이 너울너울 파도를 친다. 이 상상력의 폭발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끈다.
1. 세탁소
에블린은 남편인 웨이먼드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는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세금 처리를 위해 영수증을 들고 직접 국세청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시작했던 세탁소는 다사다난했다. 업장을 운영하며 겪는 사건 사고들은 오전 시간만 하더라도 몇 건씩 발생했다. 세금 처리에 자잘한 실수들도 있었고, 소통을 원활하게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국세청 직원이 깐깐하게 군 것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영화에 드러나진 않지만 이런 과정이 단지 올해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세금 징수는 매년 있는 일이고 올해 무사히 신고를 마치고 나면 내년의 몫이 남아있다. 인생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세금과 죽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세탁소에 맡겨진 옷은 죽음과 부활의 과정을 거친다. 옷을 맡기고 찾아가는 과정들, 매번 보는 단골의 모습들은 하나같이 반복적이다. 이러한 반복은 지극히 권태롭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매 순간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지만 우린 결코 매일매일이 똑같은 하루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시시때때로 무의식에 스며든다. 변화는 의식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사소하고 미세하다. 일상은 감정을 무뎌지게 한다. 가끔은 가족 간의 약속, 기념일, 의미 있고 중요한 대화도 일상에 무너진다. 그러니 가족회의를 소집하는 순간은 대개 정말로 중요한 대화들의 유통기한이 끝난 이후가 된다. 에블린과 조이의 관계도 그랬다. 크고 작은 오해들은 대화로 풀어낼 타이밍을 놓친 채로 일상 속에 숨겨진다.
2. 새해맞이 기념행사
세탁소에서는 새해맞이 기념행사를 연다. 가족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을 초대해 다 같이 편하게 노는 자리다. 맛난 음식도 있고 분위기도 좋다. 올해는 세무처리 때문에 예년처럼 즐겁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지만 우린 그 반복되는 순간을 기념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해 다시 1년 전의 그 자리로 돌아오면 우리의 삶도 다시 시작된다. 다시금 생일을 기다리고, 공휴일을 기대하고, 작심하고 3일을 버텨낼 의지를 얻는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이 우리의 일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한히 지속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인위적으로 반복되는 주기를 적어두는 것은 철저히 인간을 위한 일이다. 인간은 무한함을 견딜 수 없으니까. 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어도 남은 삶이 유한하기에 우린 지금 이 날들을 기념해야만 한다.
기념일은 표지판 같은 역할이다. 올해는 얼마나 남았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일상 속에 남겨진 날들에 의미를 덧붙이려는 노력은 그간의 과정에 대한 축하인 셈이다. 기념일의 좋은 점은 딱히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해내지 않더라도 날짜가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냥 그 시간에 그때에 있었기 때문에 기념일을 맞는다. 매년 반복되는 삶 속에서 권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도 1월 1일에는 결심을 불태울 의지 또한 충전된다. 변화를 만들어낼 의지를 사랑하고 긍정해야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꼭 인간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 방식이 가장 인간다운 것이다.
3. 웨이먼드와 에블린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한 선함은 물리력이 내포된 수단이 아닌 친절한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때때로 몰라서 지나치게 가혹해질 때가 있으니까. 싸움이 발생하는 와중에 혼란스러워하는 웨이먼드는 간절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외친다. 우리가 더 다정해져야 한다고 간절하게 소리친다. 내내 철없는 것처럼 굴었던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상황을 바꿔낸다. 몇 마디 진솔한 설명과 약간의 호의를 통해 마술처럼 분위기가 바뀐다. 웨이먼드는 특히나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혼란스러울 때는 다정해지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아주 사소한 일상 속의 웃음, 실없는 장난들과 대화. 애정이 만들어내는 관심은 세계를 바꾼다. 다정함에는 그런 힘이 있고 다른 세계의 웨이먼드는 그걸 '전략적 친절함'이라 말한다. 무언가를 무작정 교정하거나 구제하려는 시도보다 애정 어린 관찰과 소통이 해결에 적합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다.
조부 투바키는 그런 일순간의 감정을 무상하다고 이야기한다.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얻어낸 세계의 진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주변 어느 것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극심하게 고통받았다. 가장 유능했기 때문에 한계를 넘어서게끔 자극하고 몰아붙였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에블린이 했던 말과 행동은 그녀를 위로한다. 이 세계의 딸이든 다른 세계의 거대한 악당 조부 투파키든. 궁극적인 공허와 허무를 이야기한들 크게 상관없었다.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여기 있고 싶다'는 답이면 충분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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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지역 소멸’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들
듣는 건 너의 책임/Listening to Us Is Your Duty
Korea/2024/92min/Documentary
‘한국경쟁 장편’ 섹션
‘듣는 건 너의 책임’.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 통영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인디밴드의 이름이다. 멤버 중 한 명이 운영하는 책방 ‘너의책임’에서 따왔다지만 어딘가 ‘뻔뻔해 보이는’ 이름이다.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뿐이니 듣고 말고는 당신 책임이라는 데서 오는 ‘뻔뻔함’ 말이다. 괜히 호기심이 인다. 그리고 영화는 이 뻔뻔함을 너끈하게 초과해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가 소도시 통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서정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역‧청년‧음악‧영화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상승 욕망만이 들끓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다른 삶의 양태와 목소리가 구체화된다.
90분짜리 통영 올 로케 뮤직비디오의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통영 풍경과 밴드의 노래가 이어지는 이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청량하고 따스하다. 그러나 동시에 첨예하다. 영화 말미, 밴드 공연장에 참석한 청년 관객은 말한다. “이렇게 많은 통영 사람들이 있다니!” 이 말은 각자의 이유로 통영에 살아가는 청년들의 네트워크가 취약함을 대변한다. 이들은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왜일까? 왜 이미 곁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지역 청년과 일상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만 연결되는 걸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역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횡행하고,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린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진다. 필요한 분석이고,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종종 함부로 유통되는 이런 말들은 지역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축시켜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 옆의 또 다른 청년에게 다가가 관계를 형성하는 대신 지역에서의 삶을 음울하게 되돌아보게끔 추동하는 것이다.
밴드 멤버들은 자신에게 통영이 어떤 의미인지를 들려준다. 통영은 누군가에게는 아이를 키우기에 완벽한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잠깐 쉬러 들렀다가 정주하게 된 곳이며,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생계의 근간을 이루는 일터이다. 당연하게도, 멤버들의 사연은 고유의 결을 가지며 때로는 접속하고 때로는 독립적이다. 우리가 ‘지역 소멸’을 말할 때 놓치는 건 바로 이것이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은 이미 홀로 또는 함께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는 곳으로 밀어낸다. 그래서일 것이다. ‘듣는 건 너의 책임’의 노래가 가슴 깊은 곳에 박혀 은은한 감동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이유는. 아마추어 인디밴드가 결성되고, 노래를 만들고, 공연하는 과정을 정감 있게 담아낸 영화의 여정은 지역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삭제된’ 목소리를 되찾는 분투이기도 하다.
멤버들이 통영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이를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항상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멤버들의 통영 서사에는 늘 서울과 대도시가 등장한다. 통영 생활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마찬가지다. 이는 지역에서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 수도권 대도시에서의 삶을 경유해서만 가능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주변’과 ‘중심’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서의 삶이 독립적으로 오롯이 존재하지 못하고 ‘중심’을 통과한 이후에만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권력관계를 인지한 후 솟아나오는 지역의 역설적 자기 인정은 기존 위계를 질문하는 자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기존 담론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자본주의 경쟁 문화가 포섭하지 못하는 ‘재미’를 추구하며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석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듣는 건 너의 책임’은 프로/아마추어, 중심/주변의 경계를 오가며 자기들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감동적이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음악의 힘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러나 밴드 멤버들이 청년이고, 밴드가 활동하는 곳이 소도시라는 점은 필연적으로 영화의 감동을 더 넓은 고민으로 확장시킨다. 유쾌한 도전을 ‘분투’로도 해석할 여지가 자꾸만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이 ‘다양함’의 범주와 경계는 질문하지 않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듣는 건 너의 책임〉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지역 소멸’을 말하기 전에 이 영화를 보자. 연결된 사람들이 무언가를 즐겁게 해나가는 모습에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빚어낼 ‘오래된 미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듣는 건 너의 책임〉 상영 정보 및 예매 페이지
-9월 6일(금)/19:00~20:32/세명대 태양아트홀
-9월 9일(월)/16:00~17:32/세명대 태양아트홀
-jimff.org/w4_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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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타임 루프물 모음
안녕하세요. 씨나병입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재밌는 타임 루프만 잔뜩 모아~모아 왔습니다!
씨나병처럼 넷플릭스 고르다가 유튜브로 넘어가지 않게! 씨네픽이 재밌는 영화만 PICK! 했습니다 :-)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4) - 더그 라이만
스릴러 | 15세 관람가 | 88분
SF와 타임루프의 만남! 톰 크루즈의 죽어야만 더 강해지는 타임 루프!
"가까운 미래, 미믹이라 불리는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인류는 멸망 위기를 맞는다.
빌 케이지(톰 크루즈)는 자살 작전이나 다름없는 작전에 훈련이나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배정되고 전투에 참여하자마자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
그가 다시 그 끔찍한 날이 시작된 시간에 다시 깨어나 다시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다시 죽었다가 또 다시 살아나는 것.
외계인과의 접촉으로 같은 시간대를 반복해서 겪게 되는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된 것이다.”
ARQ (2016) - 토니 엘리엇
스릴러 | 15세 관람가 | 88분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임루프 영화! 레이첼 테일러 주연!
“어느 날 새벽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납치 당한 헨튼과 그의 여자친구는 이상한 연구소에 갇혀 반항하다가 총에 맞게 된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납치 당하기 바로 전 아침, 그렇게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에 갇힌 렌튼은 반복되는 시간이 자신이 개발한 무한동력기인 아크(ARQ) 때문에 생긴 문제임을 깨닫게 되는데..."
트라이앵글 (2009) –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포,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 | 15세 관람가 | 99분
멜리사 조지, 리암 헴스워스 주연의 공포/스릴러 타임루프 물!
“친구들과 요트 여행에 오른 싱글맘 제스.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나 일행 모두 바다에 표류하지만
운 좋게도 호화 유람선을 발견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승선한다.
하지만 배 안에는 사람의 흔적만 느껴질 뿐 아무도 보이지 않고 바다 위,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거대한 크루즈 안에서 일행들은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끝을 알 수 없이 계속 반복되는 죽음과 공포의 순간, 정해진 운명의 패턴을 바꿔야만 탈출에 성공할 수 있는데... 과연 제스는 반복되는 시간의 고리를 끊고 운명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소스코드 (2011) – 던칸 존스
액션,SF,스릴러 | 12세 관람가 | 93분
주어진 시간은 단 8분!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타임 루프의 정석 영화
“도시를 위협하는 열차 폭탄 테러 사건 해결을 위해 호출된 콜터 대위. ‘소스 코드’에 접속해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으로 들어가 폭탄을 찾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이 임무가 성공해야만 6시간 뒤로 예고된 시카고를 날려버릴 대형 폭탄 테러를 막을 수 있다. 그는 모든 직감을 이용해 사건의 단서와 용의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바웃 타임 (2013) – 리차드 커티스
멜로/로맨스, 코미디 | 15세 관람가 | 123분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 로맨스+타임루프 = 환상 !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히틀러를 죽이거나 여신과 뜨거운 사랑을 할 수는 없지만,
여자친구는 만들어 줄 순 있으리..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팀.
어설픈 대시, 어색한 웃음은 리와인드! 뜨거웠던 밤은 더욱 뜨겁게 리플레이!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과연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
+ <팜 스프링스> - 맥스 바바코우
2021.08.19 개봉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무한 타임 루프 로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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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린 브로코비치
에린 브로코비치
몇 번을 본 영화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에린 브로코비치의 삶과 개인적 매력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다가 차츰 주변의 인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에린은 '미스 위치타' 출신으로 큰 키에 날씬한 몸매의 미인이다. 그는 자신의 미모를 돋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닌다.
애기를 돌봐야 하는 젊은 엄마로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일자리를 찾고,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줄 아는 자의식 강하고 똑똑한 여성이다. 그와 살던 남자는 떠났는데, 떠난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가난한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살기에는 환경과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고,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로 밑바닥 삶을 살고 있었다.
그때 교통사고를 당하고, 변호사를 만난다. 승소가 확실한 재판에서 지고, 보상금 한푼 받지 못하게 되자 에린은 변호사를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고 말한다. 이런 태도를 보면 에린이 강한 성격이라고 보이지만, 궁지에 몰린 가난한 여성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애원이라고 생각하면, 에린이 자존심까지 굽혀가며 삶을 이어가는 바탕에는 강한 모성애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
에린이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면, 그가 우연히 발견한 소송 서류에서 수질오염으로 고생하는 주민들의 삶에 연민을 느끼고,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가식이 아닌, 진정한 공감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에린은 스스로 말하듯, 똑똑하고 일도 빨리 배우는 여성이다. 거기에 책임감도 강하고 사람들과의 친화력도 매우 뛰어나다. 에린은 대기업(PG&E)이 일으킨 수질오염으로 각종 질병과 암으로 고생하는 마을 주민들을 찾아가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처지에 공감한다. 에린과 그의 변호사가 마침내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록을 세운 것은 에린이 보여준 '공감'에서 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공공상수도관리소에서, 대기업이 배출하는 폐수를 몰래 담으면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에린은 처음부터 억세거나 강한 이미지의 여성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에린이 옆집으로 이사 온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남자, 조지를 만난 이후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조지는 자유로운 남성으로, 먹고 살 만큼의 일을 하고는 한동안 쉬고, 오토바이를 타고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였지만, 에린을 만나고는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렇다고 에린에게 질척대거나 마초처럼 굴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의 아빠 노릇을 살뜰하게 하는 것으로 에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눈에 들어온 인물이 바로 '조지'다. 조지는 독신 또는 미혼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지만, 에린을 만난 이후 자연스럽게 에린의 두 아이를 돌보면서 에린을 돕기 시작한다. 두 아이는 조지의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을 좋아하고, 아버지처럼 따른다. 조지는 에린을 사랑하고, 아이들도 사랑하는 마음이 따뜻하고 자상한 남성이다.
하지만 에린은 그런 조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건 에린이 이미 두 번의 이혼을 경험했고, 그가 만난 남성들은 에린이라는 '인간'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에린의 성적 매력만 좋아했다가 싫증나면 떠나버린 인간들이었다.
에린은 조지도 그런 덜 떨어지고 되먹지 못한 남자일 수도 있다고 경계해서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조지 덕분에 에린은 자유롭게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수질오염으로 피해를 당한 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말을 듣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조지는 에린에게 청혼하려고 반지까지 준비하지만, 에린은 조지를 그저 '베이비 시터'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에 화가 나서 에린을 떠난다. 조지가 떠나고 나서야 에린은 조지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깨닫는다. 에린은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감상적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후회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지는 순간, 세상은 더 잔인하게 자신을 해친다는 사실을 에린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에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조지가 돌아왔을 때, 에린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로서는 진심과 최선을 다한 사과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지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조지는 무심한 듯,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준다. 아이들은 조지가 있어 행복하고, 에린도 조지의 존재가 더 없이 고맙다.
조지가 보여주는 부성애와 외조의 모습은 미국에서도 특이할 정도로 훌륭한 귀감이 되는 남성의 모습이다. 조지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남성으로, 혼자 살면서도 좋아하는 여성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롭다고 사랑하지 않는 여성과 만나서 살기는 싫고, 그러느니 차라리 혼자 즐겁게 사는 삶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에린을 만나게 되고, 에린에게 두 아이가 있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있어서 에린과의 사이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가족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조지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진심을 다해 사랑할 줄 아는 멋진 남성이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술, 담배를 하지 않으며, 유머가 있고, 다정다감한 남성이라면 최고의 신랑감이자 아버지 아니겠는가.
에린은 소송이 승리하고, 피해주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러 가는 길에 조지와 함께 가기를 희망한다. 자기가 그동안 고생해서 얻은 결과를 조지에게 보여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서다. 에린과 가까워진 주민에게 손해배상 금액으로 2백만 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때, 암으로 고생하던 여성 주민의 눈물은 상식과 정의가 승리하는 장면이어서 감동이다.
조지도 이 모습을 보면서 흐믓한 웃음을 짓는다. 에린이 그렇게 고생한 것에 보람이 있어서 기쁘고, 어려움에 놓인 사람을 돕는다는 멋진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는 기쁨도 있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 좋은 일을 하고, 정의롭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을 사랑하는 건 행복하다. 에린이 볼 때 조지가 그런 사람이고, 조지 역시 에린의 본 모습을 한눈에 알아본 탁월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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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랍스터> 재개봉 예고편
전대미문의 커플 메이킹 호텔! 이곳에선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 모두 유죄!
유예기간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