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0-16 10:42:48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30일>이 그렇게 재밌다던데... 개싸라기 흥행으로 1위 독주를 하고 있는 영화 <30일> ! 호평과 더불어 영화제 초청작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화란>
[국내 박스오피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이 개봉 2주차 주말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수는 120만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흥행 질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노개런티로 출연한 송중기 주연의 <화란>은 칸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초청되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있습니다. 영화는 스위프트 월드 투어 <디 에라스 투어>의 영상을 담은 것으로 13일에 개봉하자마자 1위를 기록했고 지난 8월 31일 티켓 예매 시작 하루 만에 AMC의 미국 내 티켓 수입은 2600만달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지난 3월부터 8월 초순까지 미국 20여개 도시에서 진행된 스위프트의 1차 투어는 300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1조원이 넘는 티켓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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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진실은 사실과 맥락의 만남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유럽을 탈환하려는 영국군은 시칠리아 상륙을 앞두고 마치 그리스가 작전 목표인 것처럼 히틀러를 기만할 작전을 궁리한다. 이미 독일군의 방어선이 시칠리아 배치된 가운데, 그들을 꾀어내려는 영국군의 수많은 작전들은 모두 실패로 귀결된다. 그러던 중 해군 정보장교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와 ‘찰스 첨리(매튜 맥퍼딘)’는 부관인 '이언 플레밍(자니 플린)'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른바 ‘민스미트 작전’을 계획한다. 익사한 해군 장교로 위장한 시체에 가짜 작전 계획을 흘려서 독일군이 자연스럽게 영국군의 기만책에 속도로 만들자는 것. '고드프리(제이슨 아이삭스)' 제독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처칠(사이먼 러셀 빌)'은 민스미트 작전의 시행을 지시한다. 이에 몬태규와 첨리는 '진(켈리 맥도널드)'과 '헤스터(페넬로페 윌턴)'의 도움을 받아 런던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노숙자의 시체를 영국의 해군 장교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위장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었던 듯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사진과 공연 티켓도 준비하며 빈틈없는 첩보 작전을 준비한다.
'민스미트 작전'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지중해 일대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서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낸 작전이다. 흔히 민스 파이로도 알려진 영국의 전통 음식인 '민스미트(Mincemeat)'라는 이름에서 이 작전은 그 목적이 드러난다. 고기(meat)라는 이름과 달리 말린 과일과 스파이스, 으깬 사과, 시트러스, 견과, 그리고 (때때로) 약간의 브랜디로 속을 채운 음식처럼, 연합군의 공격을 예측해 시칠리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독일군을 유인하기는 미끼를 던지는 작전인 것이다.
통상적인 첩보영화와는 다른 <민스미트 작전>
그래서인지 <미스 슬로운>으로 이름 알린 존 매든 감독과 <1917>, <이미테이션 게임>의 제작진이 만난 <민스미트 작전>은 전쟁에는 보이는 전쟁과 그렇지 않은 전쟁이 있다는 독백을 통해 첫 장면부터 서로 속고 속이는 첩보작전의 내막, 그 회색 지대의 전쟁을 펼쳐 보일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즉, 앞으로 두 시간 동안 '민스미트'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민스미트는 바로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윌리엄 소령의 스토리다. 문제는 스토리라는 민스미트가 누군가에게는 예상과 달리 달고 맛난 반면에,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실망만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민스미트는 단지 독일군만 속일 뿐만 아니라, 작중 주인공들도 낚고, 심지어는 관객들까지도 낚아채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스미트 작전>에서는 흔히 첩보영화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공식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거대한 전투씬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스파이 간의 치열한 정보전이나 속고 속이는 간계나 음모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작전을 세우고, 상대가 속아 넘어오도록 기다림을 가지고 미끼를 흔드는 과정보다는 윌리엄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군인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그의 가짜 신분을 만들고, 닮은 사람을 골라 가짜 신분증을 만들고, 그의 성향과 성격도 가정하고, 있을법한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만드는 세세한 과정이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스미트 작전>에는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드는 고충으로 가득하며, 이는 통상적인 첩보영화에 가득한 팽팽한 긴장감과는 다른 결의 긴장감이 러닝타임 내내 감도는 이유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사실과 맥락
흥미로운 것은 몬태규와 첨리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드는 방식이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이 지적한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리프먼은 그의 저서 <여론>에서 "진실의 기능은 감춰진 사실들을 밝혀내 그 사실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개별적인 사실을 파악하는 것과 그것들의 조합을 찾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즉, 사실이 눈에 보이는 텍스트(text)라면 그 텍스트들이 모인(con) 연관성, 곧 맥락((context)을 파악해야만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민스미트 작전' 역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이나 사안은 윌리엄 소령을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그 사건들이 위치한 맥락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물에 빠져 익사한 시체와 작전 계획, 연애편지가 텍스트라면, 그것들의 조합은 특정한 맥락 안에서만 의미가 생긴다. 이 작전의 본질은 각각의 사실이 갖는 취약성과 위험성을 간파해 역이용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사실과 맥락의 관계성을 그저 독일군을 상대할 작전의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않는 대신, 독일군을 낚을 미끼를 만드는 주인공들의 삶으로 확장시킨다. 그렇기에 영화의 진면목은 그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들어 내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사실을 어떠한 맥락 안에서 풀어낼 것인지 고뇌하는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인물들의 고충은 두 가지 형태로 묘사된다. 우선 하나는 첩보영화에 걸맞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이다. 직속상관인 고드프리 제독으로부터 몬태규의 동생이 소련의 첩자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듣고 몬태규를 감시하게 된 첨리.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실과 사건은 몬태규도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의해 지배된다. 반대로 동생이 그저 한량이라고 생각하는 몬태규는 첨리가 증거로 내세운 동생의 각종 활동 사항이 그저 유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첨리에게 날을 세운다.
다른 하나는 로맨스다. 윌리엄 소령을 창조해야 하는 몬태규는 직원인 진의 사진과 실제 사연을 빌리고, 그녀가 직접 쓴 연애편지를 이용해 윌리엄의 가짜 연인을 만든다. 이 로맨스에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몬태규는 그의 약혼반지를 구매한 후 약혼녀의 모델인 진의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클럽에 드나들면서 생생한 연애 감정을 만든다. 문제는 몬태규와 진의 업무라는 단편적 사실이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세 개의 이야기와 삼각관계를 자아낸다는 점이다. 진을 짝사랑하는 첨리는 상관과 부하 직원의 관계 이상으로 보이는 둘을 보면서 질투에 사로잡힌다. 첨리에게 몬태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 진은 그간 봐온 몬태규의 모습과 그로부터 로맨틱한 감정도 가짜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이 그저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몬태규는 뒤늦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는 독일군이 볼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왜곡시켜야 할 이들이 정작 눈앞에 놓인 퍼즐 조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사실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감동
<민스미트 작전>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 앞에서 눈물 흘려야 했던 이들의 개인적 고뇌와 실패를 다시금 군사 작전을 둘러싼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윌리엄 소령의 시체를 스페인 해안가에 보냄으로써 입안한 작전을 모두 실행에 옮긴 몬태규와 첨리. 이제 본인들도 독일군이 보여주는 파편적인 사실만을 통해 나치의 계획을 간파해야 하는 만큼, 그들은 제한된 사실만 볼 수 있는 독일군이 의도한 대로 잘못된 맥락을 추론하기만을 기도한다. 이때 그들이 독일군의 반응과 시칠리아 상륙 작전의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맛 본 이상 그들이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나치의 스파이를 모두 파악하여 감시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차에 난데없이 등장한 새로운 스파이의 존재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과 삼각 로맨스, 그리고 그들의 작전 계획에 종지부를 찍는 이유다.
한편,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의 끝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비틀어 뭉클한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성공적인 기만 작전 덕분에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는 데 성공한 연합군. 경미한 희생이 있었을 뿐이라는 처칠의 전보는 이를 두고 기뻐하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러나 전보의 글자 사이사이에는 검은 연기로 가득한 가운데 사망자와 부상자를 수송하는 시칠리아 해변의 풍경이 숨어있다. 몬태규와 첨리도 긴 시간 매달린 작전이 성공했는데도 소소하게 자축한다. 이렇게 영화는 동일한 사실도 다른 맥락 사이에 놓인다면 기쁨과 슬픔, 또 허망함이라는 상이한 감정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 윌리엄 소령의 무덤을 비추는 엔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국가적 시점에서는 영웅이지만, 가족에게는 그저 실종된 남매이자 아들이다. 사회 공동체 입장에서는 희생정신의 상징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전쟁의 희생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묘비를 비추는 장면에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정반대로 갈릴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민스미트 작전>은 적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운다는 절박함 만큼이나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해군 정보국장 부관이자 <007> 시리즈의 작가인 ‘이안 플레밍’이 있다. 영화는 ‘민스미트 작전’의 초안이 된 ‘송어 메모’를 작성한 바 있는 그가 마치 007 시리즈의 일부 구절을 집필하는 듯 독백하는 장면으로 수미상관 구조를 이룬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어떠한 맥락 안에 사실의 조각들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와 번민을 전쟁영화의 틀을 빌려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작가라고 외치는 첨리의 대사나, 'M'과 MI6의 존재를 비롯해 해군 장교 출신인 제임스 본드의 유래를 암시하는 대목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문제는 이처럼 사실과 사실을 엮는 맥락, 그리고 사실을 통해 진실을 유추하는 이야기가 일관된 주제를 전달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스미트 작전>이라는 제목을 보고 관객들이 기대할 장르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집필해 독자들이 납득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주인공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의 고뇌를 다루는 영화의 감동은 첩보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첩보 장르 치고는 쫄깃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고,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많다. 즉, <민스미트 작전>은 예고편과 포스터, 공개 전 정보라는 사실을 통해 관객들이 만들어낸 첩보 영화 내지는 전쟁영화라는 콘텍스트와는 다른 진실을 선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독일군을 속이려는 영국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연적을 속이는 주인공, 그리고 전쟁영화와 첩보영화의 탈을 썼지만 실제로는 로맨스와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민스미트는 상반된 반응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간파한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탄탄하고 깊은 메시지로 가득한 파이를, 기대와 다른 내용에 속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실망 가득한 파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꽤나 시원시원한 전개와 템포가 상당히 빠른 편집 덕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전자의 재미만으로도 러닝타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사실, 맥락, 진실의 관계로 속을 가득 채운 민스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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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죠스는 인재(人災) 영화다
줄거리
애미티는 여름 피서객을 상대로 한철 장사를 하는 작은 해안 마을이다. 그러나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의 마을에 비상등이 켜진다. 바다에서 상어한테 물어뜯긴 듯한 시체를 발견한 것. 바다를 싫어하는 경찰서장 브로디는 당장 해수욕장을 폐쇄하지만, 시장은 장사를 해야 한다며 경비를 강화하고 그대로 해수욕장을 열기로 한다.
결국 한 소년이 상어의 습격을 받게 되고, 시장은 그제야 상어를 잡아야 한다는 브로디의 말에 따른다. 많은 상어 사냥꾼이 몰려오지만, 브로디의 눈에 띈 건 딱 두 명. 상어를 연구하는 박사 '매트 후퍼'와 마을의 어부인 '퀸터' 선장. 세 사람은 함께 상어를 사냥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감상 포인트
1. 눈썰미 좋은 사람들한테는 티날 수 있지만, 나 같은 막눈에게는 상어가 제법 리얼하다.
2. 언제 일이 터질 지 모른다는 압박감과 공포감으로 보는 영화.
3. 죠스는 과연 천재(天災)일까, 인재(人災)일까.
감상평
'빠밤~ 빠밤~'
지금 아무런 음이 없는데도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죠스]라는 영화에서 이 음악이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알려준다. 엄청난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하면서 평화로운 화면에서조차 긴장감을 느끼게 만드는 마력의 음악이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컨저링이 개봉할 당시에 포스터에 적혀있던 말이다. 이 말의 시초가 바로 죠스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영화 [죠스]는 상어에 관한 이야기지만 상어가 나오는 장면은 손에 꼽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완벽한 상어 모형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봇까지 만들었지만 물에 들어가니 고장 났다고.
오히려 그게 감독에게 발상의 전환을 안겨준 셈이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상어 나오는 장면 없이 무서운 상어 영화"를 만든 셈이다.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다리, 그런 사람에게 다가오는 지느러미, 상어 시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여기에 깔리는 음악까지. 더할 나위 없이 무섭다.
게다가 실제로 상어 사냥을 나갔을 때는 그들의 배에 접근하는 노란 부표만으로도 엄청난 긴장감을 보여주고, 부표의 거센 움직임으로 긴박한 전투를 보여주었다. 천재라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옛날 작품이다 보니 모형이 리얼하진 않다. 전체적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을 볼 때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왜 이 모형을 숨기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은. 하지만 말했다시피 나는 막눈이라서 그런지 '그래도 제법 리얼한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같이 보던 동생은 모형인 게 너무 티 나서 순간 긴장감이 확 죽어버렸다고. 눈썰미 좋은 살마들은 웬만해선 흐린 눈 하고 보기를 추천.
상어보다도 내가 더 관심 있었던 것은 인간의 욕망이었다.
서장이 자신의 권위와 장사 수익만을 위해 해수욕장을 열었기 때문에 어린 소년이 희생당했다.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이건 인재(人災)였다. 그래서 아이의 엄마가 검은 장례식 복장을 입고 우는 장면에서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 왜 내가 태어난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날까.
게다가 그런 어머니를 옆에는 버젓이 거짓말하는 인물들이 서 있다. 바로 상어 사냥꾼들. 영화 내에서 유추해 보자면, 그들은 상어를 직접 잡은 게 아니라 어디서 가져온 상어를 잡아온 것처럼 말한다. 실제로 소년을 잡아먹은 그 상어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리고 서장은 이 거짓된 사진을 앞세워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생각밖에 없다. 결국 희생자의 부모 앞에서도 욕망에 젖은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은 상어의 모습보다도 소름이 끼친다.
영화 [죠스]는 이런 인물들 간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어 사냥을 나가는 세 사람의 모습을 더 집중적으로 비출 뿐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이런 비판적인 이야기를 주류로 다룬다고 한다.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건 영화를 보고 알았는데, 오히려 영화보다 책이 나와 더 잘 맞을 것 같다.
더불어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다. 상어를 잡는 사냥꾼들이나, 퀸트 선장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고 할까. 특히 퀸트 선장의 배에 수많은 상어 이빨을 보며 역겨웠다. 그냥 해수욕장을 비워서 먹이가 없다는 걸 알았으면 상어는 다시 해안가로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애당초 상어가 해안가로 온 이유도 먹이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까.
여러 이익이 충돌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로지 답은 없겠지만, 상어가 갑자기 나타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 변했을 때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린 때론 그 이유를 찾기보다 눈앞에 나타난 현상을 해결하는 데에 더 목을 맨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왜?'를 묻는 것이다.
영화 [죠스]에서도 사람들이 조금만 더 '왜'를 물었더라면 훨씬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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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감을 자극하는 대리만족 미식여행
일상이 잠시 멈춘 지금, 제일 그리운 건 무엇인가요?
손이 가요 자꾸만 손이 가는 옆좌석 사람의 갈릭 반 캬라멜 반 팝콘 냄새, 막차 놓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24시간 음식점, 돗자리 펼쳐놓고 함께 뛰노는 한여름 밤의 뮤직 페스티벌 등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해외 여행이 제일 많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유튜브로 떠나는 대리만족 여행 콘텐츠도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죠. 그럼에도 역시, 지금 이 순간 나와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사는 누군가가 되어보기에 ‘영화’보다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곳의 풍경부터 주변 인물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기에 그 틈으로 빠져들기 더 좋은 영화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떠나볼까요?
잇츠 CINE PICK!!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Kamome Diner, 2006)코미디, 드라마 | 일본 | 102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 출연 :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거든요
헬싱키에 작은 일식당을 차린 일본인 여성. 파리만 날린 지 한 달, 우연히 만난 일본인 여행객을 데려와 함께 운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아담한 주방에서 짓는 따뜻한 밥과 이야기가 모두를 기다린다.
씨네pick : ‘카모메’는 갈매기를 뜻하는 일본어로, 마치 일본의 어느 바닷가에 붉은 지붕과 흰 벽의 작은 식당일 듯싶지만, 영화의 배경은 바로 먼 나라 이웃나라 핀란드의 헬싱키입니다. 한국이 처음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모 프로그램 덕분에 ‘핀란드’라는 나라가 조금은 귀에 익었지만, 방송에서 비춰지는 그 나라의 모습이 한국과는 사뭇 달라 더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하죠. 영화 <카모메 식당> 속 세 주인공에게도 무척 낯설었을 도시에서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요리 ‘오니기리(주먹밥)’를 만듭니다. 그들은 그렇게 음식에 진심을 담아내고, 서서히 모두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영화를 보면, 주먹밥보다 시나몬롤이 먹고 싶은 건 안 비밀)아메리칸 셰프 (Chef, 2014)코미디 | 미국 | 11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존 파브로 | 출연 : 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소피아 베르가라It's a blank canvas for your dreams.
창의력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세프.
똑같은 메뉴만 고집하는 주인과 지지고 볶은 후 허름한 푸드트럭을 차리면서 맛깔나는 좌충우돌 여정에 오른다.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씨네pick : 영화 초반을 장식한 성게알을 비롯한 값비싼 식재료를 활용한 ‘레스토랑’ 요리보다 모두가 웃고 떠들며 만드는 쿠반 샌드위치가 더 먹고 싶은 이유가 뭘까요? 빵이 황금빛으로 바뀌고, 치즈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면 귀에 하바나 음나나 가사가 들리는 것 같은 마법까지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사실 이 영화는 눈보다 귀가 더 행복해지는 영화입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 영화임이 분명하니, 절대 배고플 때 시청하지 마세요~
남극의 쉐프 (南極料理人, The Chef of South Polar, 2009)코미디 | 일본 | 125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오키타 슈이치 | 출연 : 사카이 마사토, 코라 켄고, 토요하라 코스케밥 식겠어요
평균 기온이 영하 54도인 남극 기지. 이 극한의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8명의 대원이 있다. 집과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외로운 생활. 이럴 땐 달리 방법이 없다.
맛있는 음식으로 푸는 수밖에!
씨네pick : 평생 갈 수 없을 것 같은 곳이기에 더 궁금해지는 이곳은 최근 퀴즈를 푸는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한정된 식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남극의 쉐프’는 예나 지금이나 쭉 그곳을 지켜온 것 같습니다. 제목만 보면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되는 이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따스함이 잘 녹아있는 영화인데요. 약간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기까지 한 영화 속 음식들은 영화와 참 닮아있습니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워요."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사는군요"
- <카모메 식당> 中
학습된 문화가 다를 뿐, 세상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행을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낯선 곳을 벗어나 이방인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언젠가 낯섦 가득한 공간에서 처음 보는 음식을 먹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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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이미 망해버린 세계에서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을까
여름이 지나가면/코리안시네마
시놉시스
신도시 개발계획이 있는 지방의 한 마을이 있다. 마을로 부랴부랴 이사를 오는 기준의 가족. 동네가 ‘시’로 승격이 되고 난 뒤에는 진학에 유리한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 자격도 없어진다. 새롭게 다닐 학교에서 전학 수속을 밟고 있는 사이, 기준의 새 운동화가 사라진다. 신발 도둑으로 의심을 받는 아이는 동네에서 유명한 결손가정의 형제들이다. 기준의 가족은 이 형제들이 신발 도둑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지만, 고작 신발 정도니까 모른 척 넘어가 준다.(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어린이의 세계가 그리 녹록치 않음을, 다층적으로 굴곡진 어른의 세계와 닮은 점이 꽤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조수석에 앉은 기준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희망에 부푼 엄마와는 달라 보인다. 서울에 살며, 적당한 재력을 가진 기준의 부모는 기준을 위해 농촌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농어촌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다. 기준이 잔뜩 불만인 이유는 단지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간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기준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이미 자기 삶이 자율성을 상실한 채, 부모 욕망이 투영되는 객체일 뿐이라는 점을 감각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촘촘한 기획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포박하기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는 부모와 기준 모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찾아온다. 기준은 전학 첫날부터 브랜드 운동화를 도둑맞는다. 부모 없이 어렵게 생활하는 영문, 영준 형제가 범인인 듯 보이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다. 기준에게는 이 사건이 뜻밖의 계기가 된다. 영문은 또래 집단의 우두머리 격으로 친구들은 그가 분위기를 잡고 한 마디만 하면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금방 움츠러든다. 기준도 영문이 무섭다. 동시에 영문과 가까워지면 금세 그와 비슷한 지위를 누릴 수 있겠다고도 느낀다. 기준은 자발적, 적극적으로 영문 형제에게 호의를 베푼다. 부모가 기준에게 ‘더 좋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시골로 이사 왔듯이, 기준 역시 나름의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형제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준은 결코 부모가 의도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자신의 자율성을 발휘하고 나름의 삶 기획을 이어간다. 이후는 악화일로다. 물론, 부모의 관점에서 말이다. 기준은 영문 형제와 함께 도둑질, 폭력 사건에 자주 연루되고 그럴수록 무리에서 상승하는 자신의 지위를 은근히 즐긴다. 기준은 늘 영문에게 더 잘 보일 방법을 찾는다.
기준을 ‘나쁘게 물들인’ 영문, 영준 형제에게도 자기 삶 기획이 있다. 이들 역시 부모 없이 근근이 삶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남에게 위협감을 주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자신의 미래를 모색해왔다. 요컨대 모두는 자기 자신의 상황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좋은’ 미래를 모색한다. 그렇다면 누구의 기획이 최종적으로 승리하고 관철될까?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자의 기획이다. 기준은 결국 그의 비행을 참지 못하는 부모에게 이끌려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기준은 끝까지 영문, 영준 형제와 어울리고 싶다. 영문, 영준 형제는 자상한 척 시혜와 동정, 멸시의 시선을 교차로 건네는 기준의 부모님이 밉다.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기준의 부모와 달리 자기 삶 기획을 관철할 아무런 자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을 반영하듯, 〈여름이 지나가면〉에는 어른과 사회가 없다. 자식에게 계급을 세습하는 일만이 중요한 부모와 형제를 방치하는 학교와 이웃이 있을 뿐이다. 공적 역할을 상실한 사회, 신자유주의적 경쟁관계가 만연한 사회는 모두가 자기 안위만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아이들까지 폭력적인 방식으로 여기에 연루되게 했다. 아이들 사이의 폭력과 경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어르고 달래고 뒷받침해줘야 할 어른과 사회가 사라져가는 속도와 비례해 더욱 첨예해진다.
이렇게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쟁 문화는 어린이들의 세계까지 잠식했다. 꼼수를 써도 좋은 학교 가서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는 부모와 친구를 괴롭히더라도 권력감만 느낄 수 있으면 된다는 기준은 닮은 데가 많다. 영화는 여러 질문을 남긴다. 서울로 돌아간 기준은 부모의 뜻대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부모의 계급을 세습할 수 있을까? 그런다고 기준이 정말 행복해질까? 영문과 영준은 어떨까? 그들에게 다른 삶 기획이 들어설 기회가 주어질까? 아마도 높은 확률로 지금 그들이 부득이하게 들어선 ‘비행’의 길에서 오랜 시간 허덕이지 않을까?
어린이, 청소년의 성장을 다루는 최근의 영화에서 이들이 마주한 세계는 종종 출구 없는 미로처럼 보이는 경향이 보인다. 그 양상은 갈수록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들이 마주한 세계는 처음부터 망해 있는 상태다. 기존 질서에 안착한 어른들은 뒤틀린 세계에 무심하고, 탈락한 어른들은 어딘가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늘 외롭다. 사회가 늘 ‘우리의 미래’라며 상찬하는 어린이들은 이런 세계에서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어린이가 희망이다’라는 말은 지독한 위선이다. 썩은 토양에 뿌린 씨앗이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불성설인 이유와 마찬가지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5회 국제전주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여름이 지나가면〉 상영 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른 영화 상영 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 3일 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213)
-5월 5일 21:00 CGV전주고사 4관(457)
-5월 8일 10:30 메가박스전주객사 1관(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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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잔은 떠나버린 너에게, 한 잔은 곪아버린 나에게
그렇게 화제였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드디어 보았다. 그렇다. 뒷북도 한참 뒷북을 친 것이다. 영화는 인생에서의 커리어도, 사랑도 모두 잡은 것처럼 보이는 카후쿠의 삶을 조명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는 연극배우로서의 삶, 사랑하는 아내와의 화목한 삶, 두 가지를 모두 가진 남자였다. 하지만 아내의 외도를 눈으로 확인하지만 그는 그녀의 부정을 외면한다. 그녀를 질책하는 순간, 그의 화목한 삶은 날라갈 것 같아서. 하지만 그녀의 아내는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그는 그녀에게 이유를 묻지 못한 채, 슬픔과 궁금증을 묻어두고 살아간다. 마치 로봇처럼.
1. 다양하게 표현되는 안톤 체호프의 연극 대사
바냐 아저씨, 사는 거예요.
길고 긴 낮과 오랜 밤들을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주는 시련들을 참아내요.
지금도, 늙은 후에도 쉬지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찾아와,
조용히 죽어 무덤에 가면 얘기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울었는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하느님이 가엾게 여기시겠죠.
우리는, 아저씨, 사랑하는 아저씨,
밝고 우아한 삶을 보게 될 거예요.
우리는 기뻐하며, 지금 이 불행을,
감격에 젖어 미소를 띠며 돌아보겠죠.
그리고 쉬는 거예요.
나는 믿어요, 아저씨,
나는 뜨겁게, 간절히 믿어요
[출처] 필사 :: 체호프의 희곡, 바냐아저씨 명대사|작성자 헤베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대사는 수화로 표현된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은 카후쿠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와 언어가 다 다른 배우들을 연극 바냐 아저씨의 캐릭터로 캐스팅한다. 이런 연출법은 생소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오히려 더 부각시킨다. 언어가 달라도 감정이 통한다면, 진심은 결국 통하게 되어 있다는 점, 다만, 그 소통이 진실어린 소통일 때 말이다. 겉보기엔 각기 다른 언어들이 상충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극 속 인물들의 이런 생소한 소통 방식은 관객들에게 극 속의 내용을 더 진실되게 전달하는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카후쿠는 그 점을 노린 것이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수화로 진행되는 연극은 다른 어떤 연극보다도 특이한 전달법을 선택했지만 관객들에게 제공한 감정의 폭은 다른 어떤 연극보다도 넓었을 것이다. 언어의 기능적 불통이 의미론적 불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의미론적 감정의 증폭만이 남은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배우들에게 감정을 배제하고, 로봇처럼 대사를 읽게 시키기도 한다. 그런 그의 독특한 지도는 배우들로 하여금 대사에 배우들의 개성을 입히기에 앞서, 대사가 주는 메시지에 먼저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다고 본다. 극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역시 극이 주는 메시지일 테니까. 그 메시지를 직구 던지듯 전달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대본 숙지와 메시지에 대한 텍스트적 이해가 우선이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2. 진실을 알고도 묵인한 그의 최후
하지만 그런 인상적인 극을 연출하는 그는 위선자였다.
그는 아내의 부정을 알고 있었다. 부정을 저지를 당사자도 그가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정작 중요한 구멍을 메꾸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구멍은 점점 커져가 카후쿠에게 무감정을 선사한다. 좋은 사람으로 나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그는 솔직할 수 없다. 남을 질책할 수도 없고,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는 겉모습을 유지한다. 하지만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죄책감에 매여 살아간다. 자신의 문제를 질책하지 않고, 이해하는 그의 표면적 자비는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다 못해 그의 행동을 위선으로 몰아가고 싶은 못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 카후쿠 입장에서는 자신의 평온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를 이해한 것이었겠지만 이미 그가 그녀의 잘못을 묻어둔 순간부터 그의 평온한 삶은 끝나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감정을 표출하는 직업을 가진 카후쿠에게 이런 지나친 감정적 절제는 아이러니로 보이기도 한다. 배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 배우 자신이 실제로 처한 상황과 다른 상황을 연기해야 할 때도 있지만 자신의 상황과 완벽히 일치하는 캐릭터를 만나기도 한다. 카후쿠에게 바냐 아저씨는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다. 바냐 아저씨의 대사 한 줄 한 줄을 마주할 때, 그는 자신의 상황과 바냐 아저씨의 상황을 비교해 깊은 몰입을 해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런 몰입이 주는 감정적 소용돌이를 감당해 내기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는 아내와 연결점이 있었던 후배 배우에게 바냐 역할을 맡긴 것 같다. 그의 아내와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연결되어 있었던 후배 배우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간접적으로 설명해 주기 위해서. 보다보니, 그 배우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3. 상처는 상처로 치유하는 법
그의 상처는 그의 운전사, 미사키와의 담담한 대화들로 치유되기 시작한다. 자신과는 다른 결의 슬픔, 죄책감이지만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마주하고, 담담히 견디어내고 있는, 어쩌면 그보다 더 성숙한 태도를 가진 미사키의 모습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고야 만다. 그녀가 자신의 상처, 죄책감에 대해 마주하는 모습을 목도하며, 자신도 그래야 함을, 그래야 자신이 제 2막을 시작해나갈 수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의 연극을 보면서 미사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받는다. 그는 운전 기사로 일하면서 카후쿠의 딜레마를 이해하고 있었고, 그런 그가 연기하는 바냐 아저씨의 진정성을 가슴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고, 극복해나가는 카후쿠의 모습에서, 그리고 카후쿠가 연기하는 고뇌하는 바냐 아저씨의 모습에서 자신이 지고 있던 죄책감을 조금은 덜었던 것 같다. 영화 마지막의 미사키의 표정이 나에게 그렇게 해석되었으니 말이다.
카후쿠는 자신의 나약한 대처로, 아내를 잃었음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표출해내지 못해 묵혀버린 감정들을 뒤늦게 폭발시킨다. 그리고 그는 다시 바냐 아저씨로 분한다. 여전히 바냐 아저씨로 분해 연기하는 것은 그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그리고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은 나이가 들어가는 어른들에게 특정한 정도의 성숙함을 요구한다.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프레임을 걸고서 말이다. 하지만 감정을 표출하라고 있는 것임을 영화는 역설하고 있다. 표출되지 못하고, 곪아버린 감정은 그 인간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고, 점점 로봇으로 살도록 만들기만 할 뿐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성 못지 않게 감정도 중요한 요소이기에 힘든 부분이 있으면 표출하고, 싫어해야 할 사람이 있으면, 싫어도 하고, 화도 내고 해야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 인간이라고 평가해 줄 수 있지 않을까.
4. 총평
수화로 연기하는 한국 여배우가 확실히 돋보였었다. 배우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카후쿠의 후배 배우 역할은 참 오묘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카후쿠를 깨우치기 위해서 배치된 인물인지 의심이 될만큼 그에게 감정적인 호소를 전혀 하지 않는다. 아니, 이 영화의 모든 대사, 인물 캐릭터는 감정적인 호소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카후쿠가 마지막에 표출하는 감정이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전반적인 건조한 분위기에 한 몫하듯, 오토의 바람 상대였던 것으로 보이는 후배 배우의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되려 당당한 태도는 오히려 그에게 건방지게 충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그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태도는 카후쿠의 감정 표출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그 배우의 기능적 역할은 결국 카후쿠의 성장을 위한 것이었던 걸까 계속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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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포레스트> 여름의 맛, 오이 콩국수
보고 나면 뭐라도 먹고 싶어 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여름 장면은 하나로 기억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밭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먹는 오이 콩국
혜원의 신나는 표정과 면대신 만든 오이의 초록이 오버랩 되어,
더운 여름이면 생각만으로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혜원의 오이 콩국수는 냉장고에 만들어 둔 콩국만 있다면,
불을 쓰지 않고 10분도 걸리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정말 간단 요리이다.
뜨거운 물에 팔팔 끓여야 하는 밀가루 면 대신
오이를 길게 채 썰어 넣은 것은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실 이 요리에서 가장 큰 고민은 ‘콩국물을 직접 (!)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인데,
콩국물을 준비하는 세가지 방법을 보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 하면 될 것 같다.
첫번째, 콩국물을 직접 모두 만들기
이 때는 일정을 한나절 정도는 넉넉히 잡아두는 것이 좋다.
메주콩을 깨끗하게 씻어 물을 넉넉히 넣고 냉장고에서 8시간 정도 불려준다.
적당히 불려진 콩을 센 불에서 삶다가 포르르 끓으면 거품을 걷어내고 중불로 10분 정도 더 삶아준다.
너무 오래 삶으면 메주냄새가 나기도 하기 때문에 비린 맛이 나지 않게 삶아 주는 것이 중요 하다.
삶은 후엔 찬물에서 콩껍질을 벗겨 준 뒤,
삶은 콩, 콩 삶은 물, 생수 기호에 따라 소금을 넣어주고. 믹서에 갈아주면 콩국물이 완성된다.
두번째, 두부로 콩국물 만들기
콩을 불려서 콩국을 만드는 것 보다는 간단하지만, 고소한 별미가 되는 방법이다.
아이가 어릴 때 자주 해 준 간식이기도 한데…
국내산 두부 1모에 두유와 견과류를 조금 넣고 믹서에 갈면 아주 고소한 콩국이 만들어진다.
세번째, 시판 제품 구입하기
몇 년전에 비하면 다양한 제품이 정말 많이 나와있다.
입맛에 맞는 브랜드 제품을 찾아두면 여름이 든든해진다.
콩국을 어떻게 준비 할 것인가 결정이 끝났다면
요리 순서는 아주 간단하다.
1. 오이 끝을 크게 다음, 오이를 면처럼 길게 채 썰어 준다.
2. 슬라이스나 스파이럴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더 쉽고 간단하게 채 썰기가 가능하다.
3. 오이의 아삭한 식감을 위해 얼음물에 오이를 담궈 주면 좋다.
4. 그릇을 준비해, 오이를 담고
5. 준비된 콩국물을 부어 준다.
6. 고명으로 삶은 계란, 토마토등을 올려주면 끝 !
이번 주말엔, 리틀포레스트 영화를 보며, 시원한 콩국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게 바로 여름이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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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재규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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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헬로, 굿바이,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 공식 예고편
대학에 들어가기 전 헤어지기로 약속한 클레어(탈리아 라이더)와 에이든(조던 피셔)은 연인으로 보내는 마지막 밤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데이트에 나선다. 첫 만남부터 첫 키스, 그리고 첫 다툼까지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는 두 사람.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결정적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데. 우리 계속 연인으로 남아야 할까, 아니면 영원한 작별을 고해야 할까. 제니퍼 E. 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인기 시리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제작진이 만든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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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람보르기니 : 전설이 된 남자> 메인 예고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람보르기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고향으로 돌아온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그는 트랙터 회사를 세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야망을 품고있다. 타협 없는 노력 끝에 결국 트랙터 개발에 성공하였지만, 그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페루치오는 동경하는 자동차 제조사 회장 ‘엔초 페라리’를 찾아가 동업을 제안하지만, 시골 촌놈 취급을 받으며 거절당하는 굴욕을 당한다. 이에 격분한 페루치오는 업계에서 유능하다고 알려진 자동차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며, 황소같이 강력한 차를 만들기위해 의기투합한다. 제네바 모터쇼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페루치오는 정말 세상에 선보인 적 없던 최고의 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황소처럼 강렬한 실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